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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문인들, 황의순 추모문집 '백두산 두메양귀비꽃' 출간

'스스로 수필을 쓰는 것도 아니었지만, 수필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무화과 열매 속에 가득 찬 알갱이처펌 무수히 많은 수필가들을 보살폈다. 수필을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을 안으로 품어서 키워낸 사람, 그녀가 한 일은 드러나지 않지만, 안에 가득 단맛을 끌어안고 있는무화과 열매처럼 사랑이 가득하다.'(강돈묵 거제대 교수)'출판사 일, 남편 내조, 거기에 가사, 또 자녀 양육, 운동선수의 어머니, 도대체 1인 몇 역을 하시는지 경이로웠다. 거기에다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에 여성박물관회에 남성도 부담이 될 후원까지, 나로서는 오직 탄성만 터져 나왔다.'(수필가 김순영)'신아출판사에 자주 드나들었지만 황의순 여사가 의자에 앉아 놀고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본일이 없다. 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의 출판사, 오늘의 서정환 사장이 있게 된 데는 알게 모르게 뒷바라지를 해 준 황 여사의 덕이 크려니 싶다. 속이 깊은 서정환 사장이 황의순문학상을 제정, 아내의 이름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황의순문학상은 출판인이자 수필가인 서정환 사장의 아내 사랑법이자 수필 사랑법이다.'(수필가 김학)전북지역 대표적 출판사인 신아출판사와 한국문단의 대표적 수필전문지 '수필과 비평'의 발행인인 서정환씨는 오늘의 이 출판사와 문예지가 있게 한 것을 아내의 공으로 돌렸다. "누구는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지만, 이 둘은 팔 할이 아니라 백 할이 당신이었다"고 했다.고인의 10주기를 맞아 맞아 '황의순추모문집'이 나왔다(신아출판사).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시와 수필로 고인을 추모했다. 조귀옥안평옥소재호주봉구정희수유휘상진동규 시인이 백두산 두메양귀비꽃구절초코스모스로 비유하거나 거목 아래 큰 뿌리로 회고했다. 유병근정진근한상렬박옥근맹난자김학남민정정호경박영수김애자김홍은이명애강돈묵서재균이목윤은옥진김용옥김춘자김순영씨 등 수필가소설가아동문학가들은 고인과의 인연 등을 통해 문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고인을 추억했다.추모문집에서는 또 고인이 1960년대 전북일보에 연재했던 '女人 지대'칼럼과, 3자녀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글이 함께 수록됐다.서정환 대표는 책 머리말을 통해 "당신을 보내고 나는 없었다. 당신을 잃은 것은 내 전부를 잃은 것이었다"고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부인과 같이 살기 위해 황의순문학상을 제정했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27 23:02

[50. 양병호(楊秉浩) 편] 한국적 로컬리즘의 새로운 서정미학

끈끈한 풀을 쑵니다. 식구들 가을 양지 녘에 앉아비바람 맞으며 살아온 삶의 무늬 얼룩 얼룩진 파리똥 어지러운 문종이에물을 처발라 좍좍 뜯어냅니다.놀이하듯 신나게 남루를 발겨냅니다. 눈부시게 새하얀 내일을 재단하여각진 문살에 창호지 척척 발라뉘엿뉘엿 쓸쓸한 하오의 햇볕 서러운 가을바람에 말리면꾀죄죄한 살림이 시나브로 탱탱해집니다.퀴퀴한 세상이 상큼 환해집니다. 귀뚜라미 울음 머금은 댓잎별빛 우러러 파르란 국화 잎사귀로사군자 치듯 무늬를 수놓으면출렁이는 달빛 휘영청 쏟아지고 길손 바람 문풍지를 흔들며 놀다 가면이윽고 배부른 해가 꺼억, 트림처럼 떠오릅니다. - '가을 門 도배' 일부고고학자들이 문화재를 발굴하듯, 양병호 시인(1960~,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잊혀져가는 지난 날 우리네 유년의 공간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오이관복(吾以觀復)의 자세로 정관(靜觀)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말처럼 '바람 속을 속수무책 통과하며 스친/ 풍경들을 그러모아/ 추억의 박물관을 건축하는' ('구봉서와 배삼룡' -시인의 말)일이요, 잃어버린 낙원과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매콤 쏘면서도 달큼하게 앵키는 알싸한 그 맛이여라우.푸-욱 썩어서 그러것지라우.시한이면 겁나게 춥고여름이면 또 펄펄 끓어버리는 옥천에서미역도 감고, 밤하늘 별도 헤면서맨날 푸르게만 자랐지라우.아 그러다가 뒤숭숭 바람불어쌓던 열여섯 가을에 참말로 바람이 나버렸지라우. 맵고 독하고 얼큰하게 바람 들어버렸지라우. 우리는 눈 맞자마자 들이댑다 가마솥에서 뻘뻘 온몸을 달군 다음 아랫목에서 큼큼 뜨겁게 사랑하다가서까래에 매달려 엄동설한 깡깡 얼었다가장독에서 소금물에 질끈 절여졌지라우.글고도 숯과 고추가 오장육부를 다 뒤집어버리데요.기진해서 인생 포기하고 널브러져 누웠는데동네 아주메들이 달라 들어갖고 이도령 기다리는 춘향이 마음 한 줌회문산 휘돌아온 서러운 바람도 한 자락전봉준 이글거리며 타는 눈빛 한 줄기강천산 흘러내린 옥천물도 한 바가지동학 때 베잠방이들의 울분과 함성 한 주먹별빛 머금은 여치 울음소리도 한 가락섞어갖고 육자배기 부르며 설설 버무립디다.한 많은 이 세상 썩어 문드러진 이 년을 어르고 달래붉고 찰지고 알싸하게 앵키는 년으로 맹글어버립디다. 생각해 봉께, 이러코롬 살아온 내도 모진 년은 참 모진 년인갑소. - '순창고추장', 전문전통 순창고추장의 숙성 과정을 모질고 강인한 이 고장 여인네들의 일생에 비유하여 한 편의 서사시처럼 장중하게 읊고 있다. 정감어린 전라도 지방(남원·순창) 방언의 토속적 구사도 그려러니와, 지난 날 우리네 농촌의 풍경과 그 속에 깃들어 사는 농민들의 애환과 시대상이 한 폭의 민속화를 보듯 정겹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마치 걸쭉한 육자배기처럼 때로는 구수한 재치와 입담으로, 때로는 범상치 않은 풍자로 우리의 무딘 타성과 무료한 일상에 일침을 가하면서 한국 향토시의 새로운 장(場)을 연 또 다른 로컬리즘의 서정 미학이 아닌가 한다. 〈끝〉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9.25 23:02

제14회 전북여류문학상에 양봉선 씨 선정

제14회 전북여류문학상에 아동문학가 양봉선씨(55)가 선정됐다.전북여류문학회(회장 한선자)는 23일 양 씨가 여류문학회 등 문인단체의 참여도가 높고 다수의 작품 활동으로 문학의 잠재적 인구를 넓인 점을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 1994년 월간 '아동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동화집 '웃음꽃 피는 날', 동시집 '은행나무', 시집 '빗물로 온 당신', 독서치료집 '내 곁에 있는 파랑새'와 '동화로 만나는 중국의 신화' 등 10여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화 대상, 전북아동문학상, 전라예술 공로상, YWCA '제4회 참아줌마'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아동문학회 전북지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소 운영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이사, 전북아동문학회 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상식은 전북여류문학회의 동인지 '결' 제25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오는 26일 오후 7시 전주리베라호텔에서 열린다. 전북여류문학회는 1985년 여류 문인간 상호 교류와 문인 발굴,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결성됐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3.09.24 23:02

제23회 중산시문학상에 이소애 시인 선정

2013년도 중산시문학상 수상자에 이소애 시인(70)이 선정됐다. 중산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국)가 주최하고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주관하여 공모시상하는 이 문학상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운룡 전북문학관 관장이 향토시문학과 한국시문학 발전을 목적으로 제정, 올해로 23회째 수상자를 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시문학으로 구현, 시인의 창작역량 강화와 작품의 질적인 수준 향상, 전북문학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수상자와 수상작을 엄선하여 시상하는 문학상이다. 3년 이상 전북에 거주하며 등단 11년 이상의 기성시인 전체를 대상으로 신작시 3편씩을 공모해 선정한다.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모두가 건강하고 오래 공들인 수준작들이었다. 후끈 달아오른 시정신의 열기와 언어감각의 치밀성 때문에 선자들은 몇 번씩 읽고 숙고해야 했다. 당선작은 기존의 틀이나 문법에 구애 없이 '파도'를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해석하고 있으며, '색'은 궁극적으로 내가 만든다는 자율적 관조로 엮어낸 최우수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심사는 김남곤정병렬허소라 시인이 맡았다.이소애 시인은 정읍 태인 출신으로, 1994년 '한맥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 '쪽빛 징검다리' '시간에 물들다'와, 수필집 '보랏빛 연가' 등을 냈다. 전북여류문학상허난설헌문학상한국미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북여류문학회 회장가톨릭문우회 회장을 지냈다. 이 시인은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내 영혼의 씨앗이 눈을 뜨게 하는 소리였다. 나의 용기로 싹튼 초록은 팽팽하고, 젊고, 싱싱한 언어로 성장할 희망이 될 것이다. 사물의 본질에 탐닉하여 시의 언어로 표상하는 힘,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시세계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창작지원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0월9일 오후 4시 30분 전북대 인문대학 2층 교수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23 23:02

익산 미륵사지전시관 신축 확정

국립박물관 승격을 앞둔 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신축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간 신축에 부정적이던 기획재정부가 최근 입장을 바꿔 설계용역 예산을 반영하면서다. 16일 전북도와 김윤덕 국회의원에 따르면 기재부가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신축을 위해 내년 설계용역예산 3억원을 배정했다. 예산안은 이달 말 국회에서 심의를 거친 뒤 10월께 확정될 전망이다.이로써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신축은 지난 2009년 이춘석 의원이 '고도지정 익산 국립박물관 설립' 법안을 발의한 뒤 4년 만에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익산공주부여를 묶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대상에 최종 선정된 가운데, 국립박물관 신축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윤덕 의원은 "국립박물관 승격은 문화융성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그간 기재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앞으로 이번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특별한 요인은 없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축 설계용역예산인 만큼 이는 미륵사지전시관 신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는 2만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으며,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국보급 사리장엄 9700여점이 출토됨에 따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보존전시의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9.17 23:02

전북시인협회, 나태주·이정록 시인 초청강연

어떤 삶이 진정 후회 없는 삶이고 좋은 삶인가? 나태주 시인(69)은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삶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비난받지 않아야 한다"고 답을 냈다. 그런 다음, 타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거나 칭찬의 대상이 된다면 그 삶은 더없이 좋은 삶, 최상의 삶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전북시인협회(회장 송희) 초청으로 지난 14일 전북은행 본점 3층 회의실에 가진 강연에서 나태주 시인(공주문화원장)은 '아름다운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그는 자신의 시 행복한 삶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시 '행복'을 소개했다.'저녁 때 /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전문)그는 또 '인생을 고행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 글자 하나를 바꾸기를 권유했다. '인생은 여행이다'고. 마음의 병이 가장 큰 병이라며, 근심과 걱정을 버려라고 강조했다.또 이정록 시인(50)이 이날 시 쓰기 특강을 벌였다. 이 시인은 "시에서 퇴고는 시의 혈관을 풀어주고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의 상상력에 건전지를 끼워주고 태엽을 감아주는 퇴고가 되어야만 시인의 통찰력이 독자에게 건너갈 수 있으며, 새로운 연대의 힘이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퇴고는 또 "첨(添)이 아니라 삭(削)이어야 한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통찰만이 단순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이와 함께 시의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시인은 보았다. "'떠날 때믄 말없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끝말은 없어도 좋다. 어설픈 시의 결말은 사족일 뿐이다. 군더더기가 아닌 감동과 여운의 꼬리를 잡아채려면 밋밋한 마무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16 23:02

문정 시인 가는 길, 지리산 용담꽃 눈부신 날에 친구가

살아갈수록 기억해야 할 슬픔이 많아지니 익숙한 듯 묵은 아픔을 꺼내 자네 이름을 덧씌워 새기다가 어느 새 등을 돌려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친구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네. 그러나 자네가 오랫동안 응시했던 곳은 보이지 않네.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은 자네 눈길과 몸속의 따뜻한 온기를 옮겨놓은 곳은 어디인가. 가을의 찬 기운이 땅에 내리기도 전에 자꾸 몸이 춥다고 말한 자네에게 살아서 눈물을 만드는 이 몸의 온기 한 점 불어넣지 못한 우리가 죄인이 되어 자네가 만든 높은 산 아래서 자리 하나를 만들고 있는 오늘, 친구라는 말이 이렇게 대책 없이 허술한 것이었던가를 생각하니 우리가 주고받던 웃음과 말과 술잔들을 일시에 잃은 듯 낯선 사람처럼 망연히 서 있을 뿐이라네. 그러나 친구여 들리는가. 어렸을 적 자네가 휘돌린 진안 백운면 시골마을 집 곁을 흘러내리는 데미샘의 물줄기도 오늘 잠시 이 자리에 와서 머무는 것을. 매일같이 출퇴근하며 시를 떠올리던 생계의 길 위에서 자네를 기다리는 잎들이 가늘게 떨리며 너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도 자네를 살려내어 우리 곁에 함께 세우려는 친구들의 허망한 눈물이 네 가슴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느냐고 어깨를 흔들어 묻고 싶네.자네는 이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고 해맑은 감성을 지닌 친구였지. 우리가 잠들고 있을 때 맑은 시를 썼고 게으르고 무딘 우리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네가 간밤에 뒤바꿔놓은 아름다운 세상을 눈으로 볼 수 있었네. 그것이 자네가 불면의 고통 속에서 이룬 밤샘 작업이었음을 알고도 우리는 따뜻한 위로 한 마디 건네지 못했으니 서서히 닫혀가는 문밖에서 이제야 자네를 찾아보지만 훌쩍 모든 것 거두어 가버렸구나. 밤 열두 시만 되면 우리의 호주머니 속에서 홀로 울던 자네의 목소리 이제는 들은 지 오래되었으니 짐짓 강한 척 했던 우리가 전송하지 못한 젖은 목소리는 이제 누구에게 들려주어야 하는가. 눈 내리는 겨울날 덕진의 어두운 자취방에서 오랜 후에 찾아올 미래도 모른 채 웃어대던 날들이 떠오르는데. 은행나무 노란 서리 지붕 밤새워 녹이던 그날의 온기를 하늘을 날고 있는 금구의 왜가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자네를 따라 오르던 태백산 주왕산 산길 위에 우리가 남기고 온 세상을 짓밟던 호기는 이제 별로 떠서 가물거리며 어서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있는데. 남은 아내와 예쁘고 잘생긴 아들딸들 이제 어찌하여야 한단 말인가. 친구라는 호칭은 본래 우리 감정이 당겨놓은 말이라서 남겨놓고 간 자네의 걱정을 끝까지 짐 지지 않는 법이지. 그러하니 하늘에 간 친구여, 아니 저 높은 산 아고산대쯤 바람으로 불어 우리 머리 위를 날고 있을 친구는 굽어 살펴 주리라 확신하네. 이제 남은 날들은 생명 있는 자의 차지여서 자랑스럽게 살아 보일 테니 자네는 시를 지어 하늘에 펼쳐 보여주기 바라네. 자네의 서늘한 삶의 열기를 맞고 싶으면 자네 좋아하는 막걸리를 받아 고결한 생각이 지치는 곳으로 굽이쳐 갈 것이라네. 가야할 길 바쁜 삶들이 밀어낸 자리에 가다가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한 움큼 슬픔을 되살리면 그때는 자네가 보여주었던 치열한 시의 열정만이 손에 잡히리라. 그리하여 우리 힘차게 시를 아는 자 시를 쓰고 소설하는 자 소설을 다시 쓰고 세상과 싸우는 자의 싸움도 처절해져야 하리. 유고시집 한 권에 담겨 나올 친구의 시를 보면서 그 누구보다 눈부시게 문학의 열정을 불살랐던 그대의 혼을 오래도록 모시며 그리워할 것이라네. 이제 아프던 삶의 몸살은 끝났으니 깨달음은 남은 자의 몫일 것이고 편히 쉬다 보면 어느 날 그대의 이름 부를 날 있을 것이네. 잘 있게. 임영섭 남성여고 교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3.09.16 23:02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동시…아이와 가까워져요

'달님이 엿보는 일기장', '달을 삼킨 개구리', '똥꽃' 등의 동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동문학가 신천희씨가 새로운 동시집을 출간했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발하게 바라보며 재치 있는 언어로 이를 풀어낸 '그림자는 착하다'(하나의 책). '그림자는 착하다'에서는 신씨가 아이가 됐다는 상황설정을 통해 그가 엄마와 아빠, 친구, 강아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속마음을 그려낸다.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한 아이들의 귀여운 투정이나 욕심 등이 순수하게 그려져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한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온 식구가 읽으며 시의 분위기와 메시지, 소감 등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 동시를 통해 아이가 엄마 아빠와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대화의 주제를 자유자재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동시라고 해서 꼭 아이들에게만 한정 지어 생각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 무주암에서 수행을 하는 그는 '아동문예' 신인상 수상, '대전일보' 신춘문예, 창주문학상, 녹색문학상 당선 등을 거쳐 동시집 '달님이 엿보는 일기장', '달을 삼킨 개구리', '밤하늘 엿보기' 등을 출간했다. 특히 '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는 초등학생 필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9.13 23:02

해직기자 아내로 산 아픈 과거와 화해하다

무단결석을 밥먹듯 하는 반 아이가 있었다. 결석계도 내지 않았던 아이에게 어느날 담임 선생님은 자를 세워 손을 때렸다. 그 아이는 피하는 법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체벌을 받았다. 며칠 뒤 선생님은 장날 시장 한 켠에서 바지락을 팔고 있는 아이를 봤다. 선생님은 순간, 죄의식이 들어 자기 반 아이를 아는체하지 못했다. 이듬해 여름 선생님은 아이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곡밖에는 나오지 않았다.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다음과 같이 나타냈다. '만경(萬頃) 갯벌 나가/왼종일/보리개떡 하나 못 먹고/바지락 주워/앙상한 생활을 엮는다//황해바람 가지에 손은 거북등/대대손손(代代孫孫) 찌든 가난/하마 기죽은 갈잎이 알랴//망태기에 반도 안 찬 바지락들/어머니 멍든 가슴 토하누나//어슴저녁 하늘가, 기러기 떼/허기진 시오리 길 북극성 된다.'부안 태생으로 전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조영화 시인이 지난 199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지 17년 만에 '느림의 계단'이라는 시집을 냈다(도서출판 화백). 만경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한 등단작 '어린 제자'를 비롯해 켜켜이 묻었던 52편의 시를 세상에 드러냈다. 그는 "느림은 사유와 사색의 전제 조건이다"면서 "자연과의, 타인과의, 나 자신과의 화해를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는 마음의 분노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 책을 출간했다"고 덧붙였다.그가 겪은 분노의 대상은 특정인이 아니라 권력과 나라였기에 자신과의 화해를 하는데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정연주 전 KBS사장의 부인으로 지난 1980년 해직기자로 투옥과 수배를 겪은 남편 때문에 경찰서 밀실에서 머리채도 잡혀보고 맞아도 봤다. 미행은 일상적이었다. '일천구백칠십팔년 겨울 며칠-면회가는 날'에는 당시 심경이 담겨있다. 고초를 겪고 난 뒤 1982년부터 19년간 미국에 살면서도 트라우마는 남았다. 그는 "미국에 간 뒤 2~3년간은 휴스턴 길 한복판을 걷다가도 누가 쫓아오나 뒤를 힐끔 돌아보거나 머리채를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고 밝혔다. '느림의 계단'에는 '화해'하고 난 뒤 서정적인 정서가 가득하다. 시인 강기옥은 시집의 해설에 부쳐 조영화의 시세계를 '등로주의(登路主義)적인 삶의 서정적 이미지'라고 압축했다. 서정주의 속에 깊은 내면의 가치와 함께 입체적인 주제가 담겨있다고 풀이했다. '느림의 계단' 이라는 시의 경우 '산중의 시계는 느리다/범종 소리도 느리다/적묵당(寂默堂) 돌담 아래/채송화동 느리게 핀다/선(禪)스님 기도 소리는 더욱 느리다.'처럼 변함없는 물리적 현상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영화 시인의 정서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전주다. 그는 "유년시절 정서가 평생 간다"며 "고향은 전동성당과 만경평야로 상징되는데 답답한 일이 있어도 전주에 오면 위로를 받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3.09.13 23:02

[49. 복효근(卜孝根) 편] 변증법적 실존 미학

남원 출생인 복효근(1962-)시인은 일상적 체험이나 자연적 소재 속에서 비판적 현실인식과 자기성찰로 가치 지향적 세계를 향하면서 존재에 대한 탐구와 생의 깊이를 더하는 변증법적 실존미학을 추구하고 있다.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하건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있는 것이다. - '어느 대나무의 고백'에서'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등과 같이 현실과 맞서 있는 시인의 자세가 사뭇 비장하다. '생의 맨 끄트머리에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거리며 버티고 있는 그의 가치 지향적 열망이, 마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 북방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서도'('절정') 광복을 위해 한 몸을 던진 육사의 지사적 풍모를 연상케 한다."그의 시는 개인의식과 사회·역사의식이 서로 서로 껴안고 감싸면서 서정성과 예술성 그리고 철학성을 함께 섭수해 들임으로써 새로운 서정시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가고 있다."(김재홍) 사랑과 이별이라고 하는 어찌할 없는 인간의 숙명적 고독을 '익어야 하는 것은 갈빗살인데 / 석쇠가 먼저 달아오른다.// 너를 사랑하기에 숯불 위에 / 내가 아프다'('석쇠의 비유'에서〉)고 절절하게 풀어내면서, '하나'가 되기 위해 '내가 먼저 달아올라 - 너를 안고 벌겋게 - 뒹굴어도' 영원한 타자로 끝내 분리될 수밖에 없는 석쇠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응시도 그 중의 하나다.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전문안도현 시인은 '토란잎과 그 위에서 구르는 물방울의 관계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 놓은 시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토란잎도 둥글고 물방울도 둥글다. -시인은 생태학적 상상력과 불교적 사유를 배경으로 시적 자아의 보폭과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세속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세속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자아가 부단히 자기 성찰을 행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빛나는 시들을 낳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양자가 서로 상처 받지 않고 둥글기 위해서는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 전에 흔적 없이 내가 먼저 사라지는 자기 절제와 희생이 담보되어야 함을, 그리하여 '사랑은 그저 주는 것이지, 취하는 것이 아님(love is giving, not take)'을 비유적 암시로 일깨워 주고 있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11 23:02

전국 문인들 전주서 큰 잔치

한국문인협회 제33차 전국대표자대회가 7일 전북대 진수당에서 정종명 이사장 등 300여명의 전국 각지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하고 전북문협(회장 정군수)전북문학관(관장 이운룡)이 주관한 이날 대회에서는 정종명 이사장은 "52년 역사에 1만2000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한국문협이 정통 문학단체에 걸맞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심포지엄백일장10개 문학상 등의 정례행사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며, "우수지부의 성공 사례를 귀감 삼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 이사장은 또 "전북은 제2의 고향이다"며, "전국적으로도 많은 1000여명의 회원이 있는 전북문협이 관과 서로 조화를 잘 이뤄 한국문학을 선도하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는 이날'한국문학의 원천, 전북문학의 미학'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전북문학이 한국문학의 원천을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백제오가중 선운산정읍지리산 등을 비롯해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 등 산문문학이 전북에서 배태됐으며, 고창 출신의 신재효는 판소리를 집대성에 판소리의 새 장을 열었고, 가람 이병기는 현대시조의 위상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지난해 23일 개관한 전북문학관은 이날 개관 1주년 기념 문학제전을 열고 전북문학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이재숙 열린시문학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한국문협 정종명 이사장과 김송배진동규박성배이광복김종섭 부이사장, 차윤옥 사무처장 등 전국에서 17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또 정군수 전북문인협회장을 비롯, 김남곤서재균허소라임명진이목윤정병렬김용옥류희옥안홍엽정이수심재기송희조미애류희옥김재환이태현씨 등 도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함께 했다. 김완주 도지사서거석 전북대 총장송하진 전주시장김종량 언론중재위원회 부위원장서정환 '수필과 비평' 회장윤석병 국제해운 대표 등이 참석해 전북문학관 개관과 전국대회를 축하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09 23:02

박주현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

20여년간 지역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던 박주현씨(전북대 신방과 겸임교수)가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를 냈다(한국학술정보).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와 정치는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오래전부터 주목하고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미디얼리티와 정치 프레임 현상을 촘촘히 분석했다.이 책은 미디어 정치의 현상과 문제점들을 국내 주류언론과 정치 현실 속에서 조명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미디어 정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왜 미디어는 정치현실까지 초월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한민국의 주류언론, 특히 보수언론들의 보도성향과 미디어 정치의 사례를 면밀히 들추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누가 더 강력한 무기를 소유했나?''왜 정치인들은 이성보다 감성의 소구를 좋아하나?''누가 미디어 부정주의를 부추기는가?''미디어에 옮겨 붙은 정치 프레임은 어떤 것일까?''왜 미디어는 이미지 정치에 약할까?''왜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잊지 못할까?' '고장 난 방송, 고장 난 대의정치, 왜?'란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고자 했다. 저자는 "한국 언론환경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핵심에는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의제설정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미디어 환경을 곧잘 이용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또 "대중들에게 가능하면 언제든지 널리 알릴 목적으로 조작한 의사사건(Pseudo event, 擬似事件)이 넘쳐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의사사건이 미디어 의제로 옮겨 붙는 사례가 잦아지고, 정치 프레임이 즉각 미디어 프레임화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정치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저자는 전북대에서 2006년부터 '인터넷 매체론', '미디어 정치와 선거' 등을 강의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06 23:02

김계식 시집 '뭇별 속에 묻어두고'

사랑이 강물이 되다, 세상 엿보기, 산빛 물빛 다독이며, 눈빛으로 그린 사랑, 당신이 있어서 좋은 세상, 물보라에 젖은 연가, 나이테, 징검돌, 왜목에서 만난 겨울, 내 삶의 반올림, 자화상, 대나무는 어울려 산다, 민달팽이의 독백.김계식 시인이 낸 시집들이다. 시집 이름만 열거하더라도 숨이 찰 만한 이들 시집들이 10년 사이에 발간됐다. 2003년 첫 시집 '사랑이 강물 되어'이후 매년 한 권 이상의 시집을 내면서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시가 고픈 것 같다. '민달팽이의 독백'이후 10개월 만에 또 시집을 냈다. '뭇별 속에 묻어두고'(신아출판사). 14번째 시집이다.다작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김계식 시인의 다작은 시가 시인의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시집 머리에 밝힌 시인의 말처럼'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날이 그날 같은 나날'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매일 일기로 남기고, 이를 시의 재료로 삼아온 삶이 일상이 되면서다.김 시인을 곁에서 지켜본 소재호 시인은 김 시인의 시를 '인간학의 우듬지'로 평가했다. 소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김 시인을 '순리를 좇아온 강줄기'로 비유했다. '강 중류까지 소리소리 터뜨리던 거친 소용돌이도 잠잠해지고 고요해졌다. 오직 청정함, 오직 맑고 깨끗함, 그 성정으로 흐르므로 물은 속 깊이 파랗다 못해 잉크 빛이었다'고 시인을 비유했다. 파란만장한 시대의 질곡을 헤쳐 나오며, 자신은 스스로 은일사상을 여미면서도 그의 행장은 모범된 인간학의 실천자로 보았다.소 시인은 또 김 시인에게 '3.5의 인간성을 누린다'고 했다. '1+2=3'이라는 명명백백하고 적확하며 원칙적인 산수에다 0.5라는 플러스알파를 김 시인에게 붙일 수 있단다. 보편타당한 격률(준칙)의 삶에 약간(0.5)의 거스른 여유가 시인에게 있다는 의미에서다. 술을 삼가되 술자리에 적극 어울리는 배려심(0.5)이 있고, 약간의 낭만풍이라거나 풍류인의 기개가 0.5분량쯤 서리며, 겸양과 겸손의 자신의 거처를 아랫녘에 둔단다.이번 시집에서 그렇지만, 김 시인은 유달리 물과 바람을 좋아한다. 자신을 얽어매는 굴레와 틀을 분쇄하고 자유자재로 변용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시를 통해 발현되는 것으로 소 시인은 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적응하고, 중용의 도를 따르며, 사물의 재량을 유연하게 하려 하는'시들을 이번 시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산과 물 함께 영그는 중''있으라 하심에''어떤 비감''넘치는 기쁨''그마저 몰라도 좋을'등 4부로 나눠 85편의 시가 수록됐다. 시인은 2002년 '한국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주교육장을 지냈다.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전북PEN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9.06 23:02

[48. 유복남(柳福男) 편] 어둠과 빛의 변주곡

임실에서 출생. 1990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유복남(1949~) 시인은 그리움의 시인이다. 그리움이란 불완전한 인간존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예민한 고급정서로서, 이 그리움이 있기에 유 시인은 혼탁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고 한 개성 있는 시인으로 새로운 세계를 끊임없이 꿈꾸게 된다. 세월을 말해 주듯애환서린위대한 외벽너를 향한 기억천 년을 살고 또 살아도아득하게 남아있을 그대 - '돌섬'에서오늘도 성난 하늘을 오르다눈뜨지 않는 외딴 섬으로굽이치며 돌아가나니우주 가득 펼쳐진넓디 넓은 네 품안에서한 번쯤 힘껏 붙들고퍼렇게 목놓아 울어버린너 동해 바다여 - '동해'에서 한 시인의 정조(mood)를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의 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 배경, 그리고 시상의 추이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그 중의 하나가 된다. 시에 있어서의 배경은 한 시인의 성격과 신분, 그리고 심리적 상태가 머물러 있는 정서적 거점으로서 그 시의 정조를 추출해 낼 수 있는 주요 단서들이다. 위 두 편의 시에서 서정적 자아가 서 있는 공간은 외진 바닷가의 '돌섬'과 '외 딴 섬'이다. 그것도 먼 바다를 천년을 하루같이 바라보면서 '너를 향한 그리움의 뒷모습'만으로 서서 끝내 하늘에 오르지 못한 한(恨)으로 서 있는 '외딴 섬' 이다.이처럼 대상과의 단절과 소통 부재에서 오는 그리움의 정서는 이후 여러 편의 시에서 어둠의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화자의 목소리가 한결같이 어둡고 우울하고 슬프다. 대상과의 단절에서 오는 상실과 소외의 그리움이 심화되어 있다. 님을 찾아 '산사', '골짜기', '벼랑 끝', '하늘 끝'과 같이 외지고 막다른 적막 공간에서 배회하고 있다. 체념, 어둠, 불면(不眠)의 몸부림으로 그의 목은 굽어져 있고, 목소리는 노을빛으로 공허하게 하늘 끝에 메아리 치고 있을 뿐이다.허구헌 날세월의 풍랑에 부대끼면서외로움도 우울함도 아우성도운해로 삼켜버리고 아픈 몸부림으로 순결한 위엄을빛깔 진하게 간직 하련다 - '지리산'에서 「지리산」은 최근 그가 안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외로움도 우울함도 아우성'도 모두 삼켜버리고 서 있는 지리산. 대상과 내가 맞서 있는 게 아니라 만상을 포근하게 잠재우고 감싸주는 운해처럼 서로가 하나로 화해되어 공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다짐을 한다. 그것은 어떤 경우라도 '순결'과 '위엄'을 결코 잃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도 그냥 순결과 위엄이 아니라 '빛깔 진한' '순결과 위엄이니, 여기서 우리는 그가 그 어떤 풍랑 앞에서도 꿋꿋하게 설 수 있는 유 시인만의 오만한 자존과 향기를 독자적으로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문학을 위해 문학을 하는 게 아니고 종교를 위해 문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삶, 그 자체를 윤택하게 하기 위한 생활문학(Art for life)으로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구축해가고 있는 성실한 한 여류 시인의 모습을 본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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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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