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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북고교생백일장 운문부 장원은 김제여고 김은송(2년, 수상작 '헌혈'), 산문부 장원은 전북여고 장지수 학생(3년, 수상작'가족 사진')이 차지했다. 재)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와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 공동 주관으로 지난 4일 전북대에서 진행된 이날 백일장에는 전북지역 고교생 600여명이 참여해 문필을 겨뤘다.목정문화재단 김홍식 이사장(이영석 사무총장이 대독)은 "오늘의 전북고교생백일장이 내일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발굴의 디딤돌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며 "평소 갈고 닦아온 문학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개인의 영광과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군수 전북문인협회장은 "백일장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며, 학생들에게 우리 고장의 문학적 전통을 이어가는 디딤돌이 되라고 당부했다.심사위원장인 소재호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다른 해에 비해 참여 학교와 학생 수가 많았고, 작품의 문장력이 탄탄하고 문학적 구성이 잘 갖춰졌으며, 미래의 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수한 잠재력이 들여다보이는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은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회원 40명으로 구성됐다.운문부 차상에는 임실고 한진주(2), 상산고(2) 한두현, 산문부 차상에는 유일여고 김채린(3), 전라고 장연 학생(3)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차하 6명, 가작 10명 등 22명이 상을 받았으며 상금으로는 620만원이 주어졌다. 전주여고와 김제여고가 우수학교상을 수상했다.
전주온글문학회(대표 김동수)가 1일 올 첫 오지마을 문학콘서트로 군산 선유도를 찾는다. 문학콘서트는 지역주민과 문학으로 소통하고, 감성으로 하나 되는 프로그램으로 온글문학회가 2011년부터 매년 3차례씩 실시해 오고 있다.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문학, 고군산을 품다'는 주제로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3구 어촌체험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을 만난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옥중 시인(무녀도초등학교장)이 '고군산군도의 역사와 문화'라는 강연을, 백봉기 전북예총사무처장이 'TV드라마와 방송작가'라는 주제로 문학강연을 갖는다 또 '범씨천년도읍지 새만금 땅'을 발간한 김철규씨를 초청해 저서에 담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김서운·이재옥·구순자 시인의 자작시 낭송과 음악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근대 초상화의 전통과 새로움을 동시에 연 조선말기 화가 석지 채용신과 전북 출신 명필인 벽하 조주승이 바라본 꽃은 어떻게 표현됐을까.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30일부터 7월 28일까지 꽃을 주제로 한 그림과 공예품을 살펴보는 '꽃, 그 내음에 취하다'전을 연다. 지조·절개·순결·부귀·행복·사랑 등 다양한 삶의 가치가 투영된 꽃이 그림과 공예품으로 재탄생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채용신의 필 화조도 병풍, 조주승의 국화그림·백자 국화무늬 항아리 등 국립전주박물관 소장품 6점이 공개된다. 조주승과 채용신이 작품에 녹여낸 꽃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또 꽃과 새, 벌레 등을 조합해 그린 '화조도(花鳥圖)'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화폭에 담은 '사군자도(四君子圖)' 등 선비들의 정신이 담긴 작품도 선보인다. 유병하 관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은 옛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공예품의 문양으로 쓰인 꽃은 대체로 단순화·도식화 됐지만, 도자기에 철화나 청화 안료를 사용해 생동감 넘치는 꽃 그림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순창출신인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 복원사업이 다음달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가인 생가 복원사업은 총20억원을 들여 복흥면 중리마을 일원 2,582㎡ 부지에 안채와 사랑채, 관광객 쉼터,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게 된다. 군은 이달 기본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는 안채와 행랑채를 복원하기로 하고, 다음달 착공 내년 3월에 완공할 계획이다.가인 김병로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 변호사로서 민족정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광복 이후 9년 3개월동안 우리나라 초대, 2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는 등 민족사에 큰 획을 그었다.가인은 청렴과 강직의 표상, 법관의 사표로 현재까지도 추앙받고 있으며,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라고 정년퇴임시에 남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교훈이자 귀감이 되고 있다.가인의 생가는 2010년 준공한 가인 연수관, 가인선생이 공부했던 낙덕정과 연계해 전국의 법조인과 법학도, 관광객들의 역사문화 탐방, 교육 장소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또한 군은 가인 생가 복원사업과 연계해 '신의 저울' 등 이미지를 형상화한 '법이 꽃피는 마을이야기'라는 테마별 조형물 설치를 통해 스토리텔링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이 사업은 서류심사와 현지조사, 작품성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2013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군 관계자는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복원으로 순창군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면서 "훈몽재, 전봉준장군 피체지, 강천산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벨트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미줄은아침 이슬아기바람새소리까지 모두 걸었습니다거미는 몇 번이나하늘을 내다봅니다처마 끝 새 하늘이 걸렸습니다부신 해가 철렁 걸렸습니다발자국 소리도지껄임 소리도아이들은하늘을 도르르 말아해를 가져갔습니다거미는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고온 마을은 햇살의 나라가 됩니다.- '아침 아이들' 전문'거미줄'이 '아침 이슬'이 되고, 그 '아침 이슬'이 다시; '아기 바람'으로 되었다가, '새소리' 가 되었다가, 그것이 다시 '해'로 점차 시상이 반전되어 가면서 해맑은 아침 거미줄 마을의 풍경이 신비롭게 펼쳐지고 있다.'거미줄'에 '아침 이슬'이 총총히 맺혀 있는데, '아기 바람'과 '새소리'가 그 거미줄에 걸려 살랑거리고 지저귀더니, 급기야는 '아침 '해가 철렁 ( 그 거미줄에) 걸려' 출렁거리고 있다는 발상이다. 참으로 신기하고 산뜻한 순수 직관의 은유적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돌연 개구쟁이들이 나타나 그 거미줄을 '도르르 말아'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는 거미줄 나라'의 아침 풍경이다. '거미줄'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다시 '햇살'로 의미 전이를 거듭하면서 그의 시는 경이롭고 낯설은 치환 은유의 진경 속에 사물에 대한 인식의 폭과 자성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맑은 물소리가 알알이 박혀 있다그 물소리 하나 똑 따서입에 넣으면아! 새콤한 산의 향기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맑은 햇살이 알알이 박혀 있다그 햇살 하나 똑 따서입에 넣으면아! 사르르 녹는 빨간 해. - '산열매' 전문이 시에서도 '햇살'이 등장하여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분별과 차별이 없는 '물소리'가 '산열매'가 되고, 또 '햇살'이 그 열매 속에 '알알이 박혀' '빨간 해'가 되어 사르르 내 몸속에서 녹는다는 초월적 동심의 발상. 이처럼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물소리와 산열매, 나무와 동물, 사물과 자연도 우리와 같이 감정을 가진 정령의 존재로 인지한다. 이것이 천진한 동심이다. 한사코 분별하고 차별하는 성인들의 미시적 분류(classification)에서 벗어나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사유의 통찰력, 곧 동일화의 정신으로 삼라만상이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는 낙원의 정신이 그의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진안 출신 허호석(1937~) 시인은 서울문리사범대학을 졸업(1962)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퇴임하였다. 1977년 '아동문예'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그의 동심은 자연과 사물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은유 속에 우주에 대한 인식의 폭과 자성의 영역을 신비롭게 넓혀가고 있다. 예술의 대 명제는 '새로워야' 한다. 새로움은 예술의 생명이다. 시도 예외일 수 없다.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낯선 데서 온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신선하고 낯설다. 이러한 낯설음이 우리의 무딘 감성에 충격과 신선한 감동을 주면서 그가 천명한 '동시도 시다'란 그의 시관(詩觀)을 입증하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전북대·원광대·전주한지·예수병원의학·어진박물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조선여인의 삶'특별전이 2013년 복권기금 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 2011년에도 복권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돼 조경묘 창건 240주년 기념 특별전 '조선왕실의 뿌리, 조경묘와 조경단'을 개최한 바 있다.'조선여인의 삶'특별전은 오는 8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리며 전북대·원광대·한지·의학·어진박물관에서는 조각보 만들기, 자수 놓기, 밀집공예, 간찰(편지) 등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전주역사박물관 김정은 학예연구사는 "조선여인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궁금증을 토대로 조선여인의 삶의 모습과 그 속에 녹아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며 "조선여인의 삶에 깃든 우리 문화를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이 함께 향유하고 체득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복권기금 전시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며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으로, 올해에는 한국박물관협회의 심사를 거쳐 전국에서 모두 7개의 공동전시가 선정됐다.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와 최명희문학관이 장편소설 작가 릴레이 특강 '장편소설은 어떻게 쓰는가?'를 마련했다.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에서는 소설가 이준호·김병용·박정윤씨가 강사로 나선다. 먼저 다음달 7일 오후 7시에 '두근두근 판타지세계 만들기'를 주제로 이준호씨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 강의에서는 △인물(성격)의 형상화 방법 △흥미를 끄는 시작(서두) △인상적인 결말 △문체 등 장편동화 한 편이 탄생하기까지 과정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시간. 두 번째 강의는 '그들의 총'과 '열려라 꽃', '개는 어떻게 웃는가' 등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던 김병용씨(9일 오후 7시). 이날 강의 주제는 '안방에 들어가려면 마당을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여행에세이 '길 위의 풍경'과 '길은 길을 묻는다' 등을 선보이며 박학다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그이기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강의는 지난해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정윤 소설가가 장식한다(11일 오후 4시). '프린세스 바리는 어떻게 완성되었을까?'를 주제로 한 이날 강의에서는 장편소설 '프린세스 바리'의 창작과정이 공개된다. 문의 063)284-0570.
지난해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문종순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밤하늘의 연가'(한강출판사). 시집의 제목이 말해주듯 서정성 짙은 시 69편을 엮었다. '매미 소리 사라진 밤하늘에, / 가시나무새처럼,/ 슬픈 노래 노둣돌을 놓고 / 나는 밤마다 간다 그대 꿈속으로,(중략)'('밤하늘의 연가'중에서)시인은 "인생의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살아온 날들을 한번씩 뒤돌아보게 되고, 되돌아보면 후회와 그리움이 가슴 아프게 울린다"는 말로 삶에 대한 애잔함을 이야기한다.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뒤 (주)대한항공을 거쳐 전주동물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군산 소재 (주)동우실업 책임 수의사로 재직하고 있다.
고창 출신 진동규 시인(68)이 시집'곰아 곰아'를 냈다(문학과지성사). 시집 '자국눈'을 출간한 후 2년여만이다. 의 1978년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한 진 시인의 근래 관심은 '백제'에 닿아 있다. 미륵사지 발굴과 관련된 선화공주와 서동의 천년의 사랑을 극시로 풀어냈던 '자국눈'의 연장선에서다.'멧돼지가 고개를 넘는다. 고라니는 먼저 와 있었다. 건너 산마루에 점점이 보이는 작은 새 둘은 원앙이지 싶다. 그놈들은 항상 붙어 다닌다. 지휘를 맡은 것은 덤불 속의 흰머리 오목눈이다. 앞개울의 물고기 떼들은 이미 은하의 물굽이를 넘나들고 있지 않는가'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물상들이 백제 법왕의 초례청 풍경으로 본 시인은 이번 시집의 머리말에서도 이렇게 백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라니, 원앙, 오목눈이를 살려내 숲 속에서 뛰놀게 하고, 물고기들은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우한용 전 서울대 교수는 해석했다.표제작인 '곰아 곰아'역시 동화적 발상이 두드러진 작품. '다람쥐는 곰이 걱정이다 무엇을 따라 한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것저것 마구 먹어치울 때부터 무슨 사단이 나지 싶었다(중략)'. 나무끼리 연애도 하고, 다람쥐와 곰이 한판 질펀한 사랑을 벌이기도 하는'신화'다. 우 교수는 이를 신화적 대향연으로 평했다.빨치산이 이동하며 은거했던 회문산의 기억과 삶을 다룬 '회문산 아재', 군대 체험을 시대의 표정으로 치환한 '담양 가는 길' 등에서 보듯 시인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보듬고 역사에 대한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 교수는 시 해설에 덧붙였다.
미당 시문학관(부안면 선운리) 재정비됐다. 고창군은 16일 이강수 군수, 박래환 군의장, 우하 서정태 시인, 재단법인 미당 시문학관 대표 법만 스님, 이사 대우 스님, 송영래 문화원장, 정학수 전 농식품부 차관, 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환경을 재정비해 개관식을 가졌다. 미당 시문학관은 고창이 낳은 서정시의 대가인 서정주(1915~2000) 선생의 삶과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이번 전시환경 개선을 통해 선생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군은 노후화된 시문학관 시설을 개보수하기 위해 총사업비 2억7000만원을 투입하여 미당을 만나는 첫 공간, 시인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 북카페, 시와 삶과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제1전시실과 미당의 끊임없는 노력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제2전시실, 미당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제3전시실 등 특색있는 공간으로 꾸몄다.한편, 미당 시문학관은 2001년 11월 3일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를 개보수하여 서정주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시인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은 왔는데 소설가 라대곤(羅大坤) 회장님은 가셨습니다. 2013년 4월15일 오전 11시50분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다 힘차게 뛰고 달리고 있는 사이 회장님은 저승의 문고리 하나를 소리 없이 비틀고 떠나가셨습니다.온 산하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손잡고 웃음꽃 피울 꽃그늘 한마당도 미련 없이 밀쳐두고 떠나셨습니다. 누구 하나 배웅하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 하나 어둡고 머나먼 길 앞에 횃불 잡아주는 사람도 없이 그는 서둘러 가셨습니다.나처럼 또 누구 누구도 라회장님이 이승을 떠나셨다는 벽력같은 소식을 허허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사랑하는 라회장님은 아름다운 지구를 두고 더 예쁜 별나라를 찾아 그렇게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싶고, 정겨운 목소리도 듣고 싶고, 따뜻한 손도 잡아보고 싶었을 텐데,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저승 가는 길에도 시간을 재촉하는 막차가 있었나 봅니다.그 나라로 가는 길목에 그런 외통수 같은 막차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혹시 살구꽃이 구름처럼 피어 있는 어느 주막집 앞에 어깨 짜고 서서 그가 지나치는 앞을 가로막아볼 걸 그랬습니다. 라회장님은 틀림없이 내리셔서 뒤늦은 악수도 나누면서 "부디 아프지 말고 잘들 살라"고 슬픈 이별사를 남겼을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이었던 라회장님은 수필과 소설을 재미있게 쓰면서 전북문단은 물론 한국문단 깊이 인간적인 교류와 문학발전을 위해 열정을 기울였습니다. 회장님은 한국수필문학의 가치를 지향하는 '수필과비평'의 회장으로서 자신의 아호를 붙인 신곡문학상을 제정, 창작의욕을 북돋는 등 여기저기 하늘만이 아는 보이지 않는 겸손의 손이 무척 컸었습니다. 수술 후 입맛이 없다는 라회장님과 함께 군산 해망동 바닷가에서 겸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극히 절제된 그의 식단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안쓰럽게 보였습니다. 무엇이 평소 그의 기개 넘치는 호방과 자유와 낭만과 강기와 사랑과 배려와 조율과 관용과 내연의 힘을 저렇듯 일거에 앗아가 버릴 수 있을까 싶어 야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무엇인가의 작희로 인해 라회장님의 인생궤적에 대한 기록 오류가 그 같은 아름다운 수식어들이 오자로 둔갑되거나 탈자가 되었을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오랜만에 바닷가에 앉아/ 말없이 겸상을 했다/ 숟가락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나도 그렇게 따라했다/ 어느 한구석 입맛 누릴 혀끝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밥상은 그릇과 그릇사이/ 자그락거리는 소리하나 없이/ 이를 잘 맞춰주었다/ 언 땅을 밀치고 일어서려는/ 민들레꽃기운을 길 가던 바람이/ 저렇듯 눈이 시리게 걸음 멈추고/ 다독거려 등 밀어줄 수 있을까/ 피되고 살되거라, 가슴 깊이 우려내 주는/ 아픈 낱말 몇 개가 보석처럼 웃고 있어/ 눈물이 났다/ 오랜만에 바닷가에서 그와/ 말없이 겸상을 했다/ 나도 덩달아 놓았다가 들었다가/ 떨리는 숟가락을 응시하며/ 자꾸만 고맙다는 절을 하고 싶었다.'나는 그날 전주로 돌아와서 '라대곤 님의 밥상'이란 시를 썼습니다. 피되고 살 되라며 가슴깊이 우려내주던 그 몇 첨 안 되는 음식이 한없이 고맙기도 했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어 밉게 보이기도 했습니다.평소 밥도 술도 복스럽게 즐기던 그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허기에 시달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얼마 전 병원에 있을 때 전화를 했더니 천길 늪 속으로 빨려드는 목소리로 "형, 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나도 기운 없는 목소리로 "그래그래. 그래도 힘내야지." 그러고 그만 말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지푸라기로라도 묶어서 이끌어 줄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선 어디에다 손을 내밀어 빌어야 생명 하나가 구원받을 수 있을지 무력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라회장님은 지금쯤 지구에 두고 온 어여쁜 식구들과 몸 비비며 어울렸던 친지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 커피숍도 있고 바도 있고 세미나실도 있고 뮤직홀도 있고 댄스홀도 있고 막걸리집도 있고 횟집도 있고 만남의 광장도 있고 어여쁜 사람 머리위에 꽂아줄 꽃집도 있겠지요. 라회장님, 회장님이 병상에서 투병하시는 동안 많은 문인들과 정든 사람들이 밤낮없이 찾아와 슬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 속에는 회장님이 이 땅에 뿌리신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리운 인간의 향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라대곤 회장님! 남아있는 우리들은 그대 이름 앞에 수식되는 진실한 삶의 가치와 사랑의 종소리가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이 땅 널리 펼치며, 펼치며 길이길이 추억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깊은 잠 편히 드소서. / 김남곤 시인
정읍시립박물관은 오는 16일부터 5월26일까지 '孤雲 최치원 외로운 구름, 태산에 깃들다'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한국 유학의 비조이며 대문장가인 최치원의 인물, 사상 정립과 최치원과 정읍과의 인연 및 태산선비문화의 역사·문화성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삼국사기(보물 제525호) 원본이 공개되고 최치원이 남긴 계원필경,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최치원 영정 등 70여점이 선보인다. 또 부대행사로 오는20일 오후 2시 '최치원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전주대학교 이재운교수, 그리고 '최치원 영정의 특징'에 대하여 국립경주박물관 배영일 학예연구사가 특별강좌를 갖는다. 이와 함께 태산군 태수 재임시 뿌리내린 유상곡수연을 소재로 한 '시詩 한 수 읊고 술 한잔, 유상곡수연 재현' 행사가 5월 4일 박물관 거울못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물관 2층 로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최치원 모습 그리기'를 상설 운영하여, 최치원 사후 유학자, 스님, 신선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남겨진 최치원 상을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치원의 모습을 그려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우수작품은 바로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최치원은 886년 태산군(현 칠보·태인 일대) 태수로 부임하여 태산선비문화를 열었다. 정읍 태산지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중인 무성서원(사적 제166호)과 호남 제일의 정자인 피향정(보물 제289호) 등 2개의 사원과 10여개의 사우, 20개의 효열정려, 10개의 누정이 산재해 있어 호남선비문화의 원류로 평가되고 있다.
사업가로 활동하다 이순이 넘어 등단한 이의민 시인(73)이 첫 시집 '해돋이'를 냈다(북매니저). 시인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할루일과가 시작되듯 세상에 태어나 망망대해 푸른 파도 물결에 맡기고 세파를 헤쳐 나왔다"며 "천박한 토양에서 시라는 글밭을 가꾸며 가냘픈 꽃을 피울 수 있어 눈물이 날 지경이다"고 시집 발간의 소회를 밝혔다.유년시절의 고향(완주 구이)에 대한 추억과 시인이 겪었던 인생의 희노애락, 자연을 소재로 6부에 걸쳐 90여편의 시가 수록됐다.'한겨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대한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각각 등단했다.
손해보험협회(회장 문재우)가 손해보험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희망을 되찾은 사연을 책으로 엮었다. '나에게도 천사의 날개가 있었다'(손해보험협회 소비자서비스부). 예기치 않은 사고로 고통과 두려운 상황을 겪은 당사자들이 손해보험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상해·질병보험, 자동차보험, 화재·해상보험, 배상책임보험, 자연재해·재난보험 가입자들이 어떻게 보험에 가입했으며, 보험을 통해 어떻게 일어섰는지 생활수기 형식으로 소개됐다. 22명의 사례가 수록됐다.손보협회는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에 닥칠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또 그 위험을 손해보험을 통해 대비하겠다는 뜻을 가지게 된다면 사례의 주인공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고 책 발간에 부쳤다.
남원 출신의 희곡작가 노경식씨(75)는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작가 생활 47년을 결산해 지난해 '노경식 희곡집 전7권'을 발간했다.희곡 작품으로 연극 관객과 만나온 그가 이번에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산문집으로 냈다. '압록강 이뿌콰를 아십니까'(동행). 그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내놓은 글'이라고 책 서문에서 겸양했지만, 그의 반세기 연극 인생역정과 함께 한국 연극의 지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본인이 아끼고 좋아했던 장서 4000여권을 고향인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남원시립도서관 설립에 하나의 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글('하정당문고'를 제안하며)을 비롯, 2003년 '노경식연극제'에 부친 글('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명동국립극장에 자신의 첫 장막극 '달집'이 올려진 사연, 차범석 문학을 재조명한 주제발표문 등을 통해 '인간 노경식'을 만날 수 있다.춘향제, 동편제, 연극인 박동화 선생 관련 이야기를 기행문 칼럼으로 묶었고, 남북 화해를 위해 연극예술적 차원에서 저자가 심혈을 기울였던 서울평양연극제에 대한 소회들을 별도의 장으로 펴냈다. 또 한국연극계의 행사와 활동에 참여하면서 쓴 글, 연극계 선배·동료들을 위해 쓴 축하 글, 60년 전통의 국립극단 해체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저자의 반대 소신, 선배 연극인 등에 대하 추도사 등을 수록했다.책 표지그림은 남원 동향의 김병종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기도 했던 저자는 현재 서울연극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직을 맡고 있다.
익산시 삼기면 기산리에 위치한 연안이씨종중문적유물전시관이 오는 13일 개관한다. 이날 개관식에는 이한수 시장을 비롯한 원광대 박물관 장준철 관장, 연안이씨문중 인사 등 역사·문화·학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연안이씨종중문적유물전시관은 이날 개관식을 기점으로 보물 제651호로 지정된 교지 18점을 포함한 자체 소장유물 200 점 외 전국의 연안이씨문중들이 기증한 300여 점의 유물 등 총 500 점에 이르는 유물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전시에 들어간다.보물 제651호는 교지 18매로 구성된 보물 제651-1호, 충간공 이숭원의 좌리공신교서인 보물 제651-2호,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부터 충간공 이숭원과 신숙주, 한명회 등 73인의 공신이 받은 훈명인 좌리공신까지 총 8 공신과 그 후손들의 수결이 남아 있는 공신회맹록인 보물 제 651-3호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미술관의 부실 운영은 전북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 개선 등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 발전 종합구상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적 팽창을 견인해온 박물관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 강하게 제기됐다. 박물관 종합구상의 핵심 역시 △시설의 양적 확충에서 질적 성장으로 △규제 완화에서 공적 책임 강화로 △사업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소장품 중심에서 박물관 기능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다. 박물관 인력의 전문화제도의 체계화경영의 효율화전시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취지다.이를 위해 박물관미술관은 설립 목적에 맞게 기본적인 운영방침연도별 사업계획을 수립해 공표하고 이용자 및 지역주민의 요구나 사회적 요청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확실한 정보와 연구에 기초한 정확한 자료를 사용해 전시 특성에 맞는 전시방법을 개발하고 상설전의 계획적인 전시로 운영토록 방침을 세웠다.특히 현행 박미법에 포함되지 않은 보조금 교부 중지 및 반환 조항을 명시해 박물관미술관의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사전 평가를 통해 등록을 제한함으로써 부실 운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제 박물관미술관의 양적 확대는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등록을 승인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기존에 있던 박물관미술관과 성격이 중복되는 시설은 배제하고 지역의 특수한 문화와 지역별 편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박물관미술관 측은 문광부의 입장에 동의 하면서도 지역에 맞는 맞춤형 대안을 내놓으려는 공론화된 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동희 전라북도박물관미술관협의회 회장은 "자치단체들이 박물관을 지어만 놓고 정작 운영 부분에서는 관심이 떨어진다"며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유물 수집에 있어서도 매해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다른 지역에 유출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 공립 박물관의 부실한 운영에 대해서는 "각 자치단체마다 여러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기 어려운 형편인 만큼 지역의 대표 박물관들이 여건이 좋지 못한 작은 박물관들을 아우르는 운영의 효율성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박물관들을 대상으로 공모 사업 등을 통해 서로 경쟁을 유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대해서는 도민 문화향유권 확대 차원에서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등을 통해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법종 우석대학교 박물관장역사학과 교수는 "부실한 공립시설에 대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이에 앞서 정부가 박물관미술관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부실 시설들에 대해 자구 노력을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수 교동아트미술관 큐레이터는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등록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적 균형을 고려하되 콘텐츠가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자체가 유념하고 이를 발굴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톡-"튕겨보고 싶은"죽-"그어보고 싶은"와-"외쳐보고 싶은"풍-덩"뛰어들고 싶은그러나머언, 먼가을하늘. - '가을 하늘 2' 전문, 1987가을 하늘을 한 번 '톡 / 튕겨보고' 또 '죽-/ 그어보고 싶은' 어린 아이들의 무한한 호기심, 그것은 곧 '해 보고 싶은' 생명감의 분출이요 인간 본성의 욕망이다. 그 어떤 체면과 이데올로기도 없는, 인간 본성의 자발적 감성에 충실한 생명감의 발로, 그것은 인간 그 자체의 본성에서 기인한 극히 자연스럽고 천진한 동심과 순수의 낭만적 세계가 아닌가 한다. 어머 나비는 꽃잎나래 접으면 한 잎나래 펴면 두 잎이 꽃에서 저 꽃으로사뿐사뿐 날아 앉는노오란 꽃잎 두 장 - '노랑 나비 한 마리' 전문, 2003'나비'를 '꽃잎'으로 보다니..., 어떤 관념이나 이념이 제거된 순수 직관의 영지, 그가 지향하는 호기심의 세계를 어떤 지식이나 추상이 아닌 구체적 사실(fact)로서 전달하고 있다. 그것도 간결·명료한 이미지로써 일체의 설명을 배제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된 '가을 하늘'과 '노랑나비'가 그것인데, 그의 시가 이처럼 산뜻하고 간결한 데에는 아마도 한학자였던 조부와 부친의 슬하에서 일찍이 체득된 한시풍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새벽 두 시어둠은 가로등에게 맡기고길도 길게 누워 잠이 들었나 봐요.[…]한 여름 긴긴 해짓누르던 피곤을 내려놓고곤히 잠드신 아버지처럼저 길도잠을 좀 자야겠지요. - '길도 잠을 좀 자야겠지요' 일부'새벽 두시'는 깊은 밤이다. 그때까지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잠이 들지 못했나 보다. 이런 '골목길'의 노고를 그 옆에 서 있던 '가로등'이 염려하고 있다. '이제 그만 눈이라도 좀 부쳐보라며' 가로등이 대신 밤길을 지키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염려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종장에 가서 시상이 반전된다. 마치 '한 여름 긴긴 해/ 짓누르던 피곤을 내려놓고/ 곤히 잠드신 아버지처럼/ 저 길도/ 잠을 좀 자야겠지요.'라고…, 새벽 두 시에야 잠이 드는 골목길이 어느새 새벽에야 일터에서 돌아와 잠이 드는 아버지의 고단한 모습으로 환치되어 있다.윤이현 시인(1941~)은 남원 출신으로 전주사범학교와 전주대,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3년 전주 양지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는데, 그의 시는 이처럼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사물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서로 어울리고 교감하는 천진한 자연성의 발로 속에 온정적 휴머니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지난 10년 동안 도내 박물관미술관은 매년 평균 3곳 이상 생겨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오는 2015년까지 10곳이 추가로 생겨난다. 이는 정부의 장려정책에 따른 산물이다. 하지만 양적 확충과 시설 대형화에도 정작 운영 내실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도내 박물관미술관의 실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진단해 본다.#1. 지난달 29일 김제 금산사 성보박물관. 휴무일이 아닌데도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유물 도난의 우려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 2011년에 건립된 성보박물관은 금산사에서 100%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지만 건립 당시 세금 지원을 받은 공립시설이다. 이를 고려하면 박물관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 같은 날 방문했던 고부민속전시관은 아예 전시장 조명이 꺼져 있었다. 지난 2006년 고부면 복지회관 1층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고부민속전시관은 매해 1200만원 가량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운영비 대부분을 전시관 지킴이 임금에 사용하고 있어 평소 관람객이 없을 때는 전시관 내부 전등을 꺼둬야 하는 형편이다. 또 대부분의 유물들이 밀폐된 유리 진열대가 아닌 곳에 전시돼 항온항습기가 내뿜는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도내 박물관미술관중 이처럼 시설만 갖춰놓고 제대로 운영이 안되는 곳이 적지 않다. 현재 도내 박물관미술관은 국공립과 사립을 합쳐 모두 51개소다(등록 35, 미등록16). 지난 2004년 문광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문화시설 최소기준에 따르면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인구 9만명 당 1개소로 도내 인구수(187만3333명2012. 4.30 현재)에 비해 30곳이 초과돼 있는 상황이다. 일정 규모와 인력을 갖춘 등록 시설 35개소로 한정해도 최소기준을 훌쩍 넘는다. 이는 인구대비 박물관 수 세계 8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OECD 평균 5만명 당 1개소 기준을 적용해도 2~3개 정도가 부족할 뿐이다. 이같은 박물관미술관의 양적 성장은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확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특히 일부 미등록 공립 미술관박물관은 지어만 놓고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해 상설전시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본보가 지난달 29일 도내 공립 박물관을 방문해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성보박물관과 고부민속전시관은 공립임에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전문 학예사를 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전주 강암서예관 등 다른 도내 미등록 공립 시설에서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양질의 기획전시는 기대할 수 없고 상설전시관 위주의 단순한 운영에 그칠 수밖에 없다. 부실한 운영은 공립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등록을 마친 사립 미술관박물관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등록 사립 미술관박물관은 지난해부터 전북도에서 인건비 1920만원과 2000만원의 문화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지원을 받은 시설들은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역작가들을 초대해 장기간 전시를 여는 것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다. 전문인력과 프로그램 지원에 들어간 비용을 고려하면 과연 공공성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다. 일부 미등록 사립 시설의 경우 예산지원을 노려 학예사 자격증을 대여하려는 시도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전북도 관계자는 "사립 시설들이 학예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자격증만 빌리는 편법을 쓰려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자격증 대여로 등록을 시도하는 시설에 대해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에는 새떼들도 밟지 않은 저녁놀이 아름답구나. 사과 속에서, 여름의 촌락들은, 마지막 햇볕을 즐기며 천천히 익어간다. 연한 풀만 가려 뜯어먹던 암소는 새끼를 뱄을까. 암소가 울자 온 들녘이 다정다감한 어머니로 그득하다. (…)게를 잡으러 갔던 아이들은 버얼겋게 발톱까지 게새끼가 되어 돌아오고, 목책이 낮아, 목책 밖으로 자꾸 뛰쳐나가기만 하던 하늘은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져 돌아온다. -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에는'에서'연한 풀', '암소', '새끼', '어머니', '아이들'…, 한결같이 부드럽고, 여리고, 모성적인 시어들이다. '새끼- 아이들', '암소- 어머니'가 그렇고 '들녘'의 이미지 또한 '자연지향의 삶'과 동맥(同脈)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퍽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는 어디에선가 이 시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나의 관심사는 여전히 인간, 자연, 사랑이다. 인간, 자연, 사랑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인간의 비극은 모든 것을 분리하고 경계를 짓는 데 있다. 시는 인간이 만든 이 모든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나는 떡갈나무 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 오는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중얼거린다.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에 대 봐조금 따뜻해 질거야, 잎을 떨군다. - '가을 떡갈나무숲'에서, 1991그가 찾아가 안착한 곳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 따뜻한 자연의 품이다. 삶의 터전인 자연을 도구적 기능으로 전락시킨 각박한 현실 앞에 맑고 아름다운 에덴동산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애써 찾아 안착한 유토피아는 사람들이 발자국을 찾기 힘든 '깊은 산 속에 숨어 있음'이 유감이다. 이는 세상과의 단절해소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못한 일시적 도피 혹은 외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서울로 옮기고부터 그의 작품세계는, 마을과 골목으로 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내려와 있다. 외진 산 속이 아니라 이젠 도심의 아파트 속에서도 '수돗물을 틀면 / 쏴아 불빛이 쏟아진다.//부엌의 불빛 아래 엎드려/ 아이는 오늘의 숙제를 끝내고/ 때로는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의 등유가 되어/ 부엌의 불빛을 꺼지지 않게'.('부엌의 불빛')에서처럼 그의 상상은 보다 현실적 공간으로 변모하여 존재와 사물에 대한 가없는 사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동심을 잃지 않으려는 '사무사(思無邪)'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이러한 동심으로 혼탁한 세상에 신선한 공기와 같은 '신자연의 시'를 선사하고 싶어한다. 이준관 시인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주교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서울에서 중등 교사와 한국동시문학회장을 역임하였다.그의 시는 신비 자연으로의 순례를 거쳐 원시적 상상력과 생명감으로 도시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을 친근하고 사실적인 구어체 화법으로 감싸면서, 이성만이 우리의 답이 아니라, 자연의 신비 속에 생의 원리와 아름다운 꿈이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 주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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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교실] 목욕재계(沐浴齋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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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교실] 점심(點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