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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6·25 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엿보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교수)은 <1950년대 공무원 이강운의 삼계일기>(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와 <국가와 농민 사이, 면서기의 경험과 심성-이강운의 삼계일기 분석>(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앞 책은 임실군에서 1950~1960년대 면서기와 면장을 지낸 이강운 옹의 일기를 일자별로 정리한 사료로, 큰 아들인 이흥재씨도 참여했다. 뒤의 책은 일기가 보여주는 시대상을 분석하고 있다. 두 책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압축성장 궤도에 들어서기 전 전북 농촌의 생활상과 집단 심성을 보여준다. 특히 말단 공무원인 이 옹의 시선을 통해 가난하지만 힘은 매우 강력한, 국가와 농민사이에 낀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계일기에 따르면, 이 옹은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도적놈 취급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도 일제시기 농민을 수탈하는 관리처럼 비춰질까봐 걱정한다. 또 정례적으로 이장회의를 열어 이장에게 지시를 전달하고, 마을로 출장을 가서 세금징수, 계몽선전, 징집업부, 노무 동원, 추곡하곡 수매 등을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면의 모든 마을을 돌아다녀도 당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할 정도로 가난해 농지세 등 각종 세금을 잘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정비를 위한 부역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이강운 옹은농민에게 세금으로 곡물을 내라고 독려하는 일은 대단히 골치 아픈 일이라며 내는 사람이나 독려하는 사람이나 다 같이 걱정거리라고 적었다. 집안에서 겪는 식량문제도 드러난다. 1955년 5월 진안군 신기리 백부 댁에서 조카가 쌀을 얻기 위해 두 차례나 찾아왔는데, 이 옹은 쌀을 구해주지 못했다. 농촌마을 주민의 생활상도 나타난다. 이 옹의 집안은 쌀과 보리, 채소를 주로 재배하고, 누에, 대마, 닭, 돼지를 길러 가계수익에 보탠다. 때로는 친척을 만나러 전주, 남원, 김제, 광주, 나주에 가고, 설날에는 전주, 광주, 대전, 서울에 있던 친척들이 고향에 돌아와 명절을 지낸다. 1950년대 타향과 고향에 대한 인식도 보여준다. 이 옹은 외가가 있고 자신이 사는 곳 삼계면 삼계리는 타향으로 느낀다. 외가를 같은 혈족으로 의식하지 않고, 자신은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외로움을 느낀다. 반면 친가가 있는 오수면 신기리는 고향으로 느낀다. 큰아버지나 일가, 사당이 모두 그곳에 있어 명절, 관혼상제, 문중활동, 친척모임도 모두 신기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정덕 교수는 1950년대 전북 농촌에서 유교적 부계혈족의 심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죽음에 대한 시대적인 관념도 엿볼 수 있다. 이 옹은 죽음을 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지만 사는 게 중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망자와의 마지막 이별인 장례식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이 교수는 1950년대 널리 유지되던 죽음에 대한 한국적 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02 18:18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7)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수필 쓰기로 행복한 삶 일군 김학 수필가

김학 수필가는 1943년 10월 5일, 전북 임실군 삼계면 삼계리 박사마을에서 아버지 김옥기와 어머니 이복남의 차남으로 태어났으나, 형의 유아 사망으로 일찌감치 집안의 장남이 되었다. 삼계초등학교, 오수중학교, 전주제일고등학교를 거처 전북대학교 사학과에서 공부하였다. ROTC 4기로 임관하여 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였고, 제대 후에는 해성고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69년 서해방송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로 옮겨 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을 역임했다. 선생의 본격적인 수필 쓰기는 서해방송 입사 후, 『밤의 여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다. 방송수필집 《밥의 여로》를 비롯하여 『호호 부인』, 『아름다운 도전』(2003),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2006), 『하여가 & 단심가』(2015), 『쌈지에서 지갑까지』(2017), 『하루살이의 꿈』(2019), 『지구촌 여행기』(2019) 등 16권의 수필집을 냈다. 특히, 1980년 《월간문학》에 「전화번호」라는 수필로 등단한 후, 선생은 수필에 대한 애정과 필력을 왕성하게 보여주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는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등에서 수필 창작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많은 제자의 수필 첨삭지도와 각종 문예지의 수필 평(評)과 해설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온전히 수필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 올해 1월, 김학 수필가의 부음은 큰 슬픔과 충격을 주었다. 망망대해에서 선장을 잃어버린 것처럼 동료와 제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후학들은 그 슬픈 마음을 가다듬고 『전북수필』 92호(2021.4)와 『수필 세계』 (2021년 봄호)에 김학 선생 추모 특집을 마련하여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렸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김정길 회장은 낙락장송에 살포시 내려앉은 고고한 학의 모습으로 맞아주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으며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정진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전북문인협회 박귀덕 감사는 선생은 전북이 수필의 메카가 되도록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 공이 크며, 문하생들에게 항상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자신만의 수필의 안경을 지닐 것을 강조하였다고 회고했다. 온글문학회 백봉기 회장은 직장의 선배이고, 문단의 선배이기도 했던 선생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필의 소재로 삼아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내듯 쉽고, 읽게 좋게 글을 쓰셨다라고 했다. 김학 선생은 곁눈질하지 않고 수필에만 전념하였다. 선생이 얼마나 수필에 애정을 가지고 생활했는가는 『수필아, 고맙다』라는 수필집에 잘 나와 있다. 수필은 다정한 나의 친구요, 정신적 동반자다. 수필이 있기에 나는 늘 행복하다. 수필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아둔한 내가 열한 권의 수필집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수필이 베풀어준 시혜다. 또 수필집을 출간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내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후배들을 모아 유능한 수필가를 양성할 수 있게 된 것도 수필이 마련해준 혜택이다. 수필은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나에게 기쁜 일만 제공해주고 있다. -「수필아, 고맙다」의 일부 오경옥 시인은 선생의 수필 세계는 한 가정의 어른으로서의 자세, 사학자로서의 역사의식과 전통에 대한 온고지신, 방송인으로서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건강한 사회의 미담과 인간학, 여행에서 깨달은 높은 식견과 창의적인 발상과 비유로 승화된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라고 정리했다. 윤재천 중앙대 명예교수는 현실에 충실한 김학의 수필 감상 소회를 떠돌며 추슬러 곧게 세우는 수도(修道)라고 밝힌 바 있다. 항상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우면서 좋은 에너지를 쏟아놓은 선생의 수필을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선생이 갑작스럽게 영면(永眠)에 든 점은 문인들과 후배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은 그대로 남아 지혜와 영감, 성찰의 기쁨을 줄 것이다. 선생께서 자신과 후학들의 글을 소개했던 블로그 《김학-두루미 사랑방》은 지금도 선생을 뵙는 듯 온기가 있다. 특히,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라는 수필은 긴 여운을 준다. 선생의 고희 때 자신에게 쓴 편지 형식의 수필인데, 삶의 전반을 회고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선생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등에 금불상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이지. 그러나 그 금불상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아서 탈이긴 하지만 밀일세. 세상으로 눈을 돌려볼까? 면장, 군수, 도지사, 대통령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금불상이야. 지위의 높고 낮은 것은 불상의 크고 작은 것과 비유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 금불상을 평생 자신의 등에 싣고 다닐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걱정일세. 그 불상을 언젠가 내려놓아야 할 짐이라고 생각하면 좋으련만. 부자에게는 돈이 금불상일 것이고, 문인에게는 문학이 금불상이 아닌가?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의 일부 참고 : 안도(前 전북문인협회 회장)의 〈김학 수필가 자료〉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01 18:50

신달자 작가, 전주서 ‘삶이 문학을 부른다’ 북콘서트

저는 살면서 남자에게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문학에 대해서는 수없이 무릎을 꿇고 저를 낮춰왔습니다. 문학이야말로 한 인간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고, 많은 사람을 정화시키고 스스로를 공손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여성 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신달자(78) 작가가 지난 29일 오후 2시 전주라마다호텔 피렌체 홀에서 열린 북콘서트 삶이 문학을 부른다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트네트웍스㈜(대표 심가영, 심가희) 초청으로 방역수칙 준수 속 열린 이날 콘서트에서 신 작가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다. 모티브 앙상블 사전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강연에는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 회장과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 회장,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 등 도내 각계의 문화 예술인들이 참석해 신 작가의 문학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는 삶이 힘들어 목이 조여 올 때 비명 지르면서도 피신하는 곳이 있다는 것, 그게 문학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삶 속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무언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내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창구가 문학이라는 것. 결국 문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신 작가는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일명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에서 언급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한 사람이 지닌 삶을 문학에 녹여내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된다고 했다. 각자가 인생을 고스란히 담으면 각기 다른 문학이, 각기 다른 목소리가, 각기 다른 향기가 되고 각기 다른 감동이 만들어진다는 것. 경남 거창 출신으로 시뿐만 아니라 수필, 소설까지 넘나들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신 작가는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은관문화훈장을 비롯해 대한민국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 등 각종 문학상을 받았으며, 명지전문대, 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가장으로서 세 딸을 키워내야 했던 삶의 고통 속에서 끌어낸 시들로 많은 이에게 위로를 줬던 그는 지난해 만해대상(문예 부문)을 받았다. 신 작가를 초청행사를 준비한 아트네트웍스 심가영, 심가희 공동대표는 40년 간 엑스포 등을 통해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향인 전북의 문화발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특강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북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5.30 18:54

[신간]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제조세론’

급변하는 세계정세속 세무관련 종사자, 글로벌 기업등에게 국제 조세 동향과 관련 지식을 총망라한 책이 나왔다. 전북출신으로 국제조세통인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자신이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조세 관련 사례와 분석 등을 담은 국제조세론(삼일인포마인)을 냈다. 책에는 대기업에 대한 국제거래 세무조사를 지휘하고 조사집행 및 불복대응을 오랜 기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조세전문가의 풍부한 식견과 노하우가 담겨있다. 특히 OECD/G20 주도의 BEPS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최신 OECD/UN 모델조세협약 및 OECD 이전가격지침 등 개정사항이 국내 과세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등을 자신의 OECD한국대표부 세무주재관 경험 등을 토대로 그림과 도표를 통해서 쉽게 설명하면서 세무 관련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책은 5편 39장으로 구성됐다. 1편은 국제조세 일반론으로서 국제거래와 국제조세, 국제조세행정, 과세권의 국제적 배분 등 국제조세 관련 개념 및 이론적 토대를 다룬다. 2편은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이슈들을, 3편은 소득유형별 국내원천소득과세와 관련한 이슈, 4편은 다국적기업들의 이전가격 설정및 검증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 5편은 국제적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제가 26년 간의 공직에서의 소임을 마무리하고 조세전문가로서의 새로운 26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공직생활을 의미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5년 여 동안 틈틈이 짬을 내 연구했던 결과물이 바로 이번 국제조세론 이다고 말했다. 그는 책머리에 제목에서 알수 있듯, 이 책은 국제조세법의 적용 및 해석, 즉 집행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조세법적 관점만이 아니라 조세행정적 관점에서 관련 국제조세 이슈와 사례들을 분석해 소개하고자 했다며 그동안 조세법 또는 세무와 회계학 관점에서 국제조세 이론과 조세조약 내용 등을 설명하고 관련 예규와 심사, 심판례, 판례등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았지만, 국제거래 과세 또는 세무조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주요 조세 이슈와 쟁점들을 조세행정가의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설명하고 국내외 판례들을 중심으로 쟁점사안을 분석, 평가한 책은 드물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 책이 국제조세 제도및 행정, 그리고 주요과세이슈에 관심을 가진 공무원, 기업관계자, 세무대리업계, 학계 등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부안 출신인 김 전 청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를 취득했다. 제37회 행정고등고시(재경직)에 합격한 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사무관(국제거래조사 담당), 국세청 총무과 인사1계장, 국세청 조사국 조사1과 사무관, 조사기획과 서기관, 북전주세무서장, 외교부 주OECD대한민국대표부 참사관(세무주재관), 국세청 정책조정담당관, 중부지방국세청 감사관, 부산지방국세청 세원분석국장/조사1국장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등 요직을 지낸 뒤 지난해 퇴직했다. 현재 법무법인 가온 고문으로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5.26 18:13

[신간] 전주고·북중 100년 ‘솔바람 소년들이 달려온 길’

1919년 31운동 직후 개교한 전주고의 한 세기 역사를 간직한 책이 나왔다. 재경 전주고북중총동창회가 전주고북중총동창회의 <전주고북중 100년사>에 이어 펴낸 <솔바람 소년들이 달려온 길>.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전주고북중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홍규 재경총동창회장은 총동창회의 <전주고북중 100년사>가 정사의 기록이라면, 재경총동창회의 <솔바람 소년들이 달려온 길>은 노송인의 정체성을 찾아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등 궤적이 담긴 야사라고 설명했다. 책은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독재시대, 민주화운동시대 등 연대기별로 학교의 역사를 정리했다. 조선어 말살을 일삼는 일본인 교사를 삼태기에 담아 교문 밖으로 끌어내는 등 일제의 식민지 교육과 정책에 항거하고, 광복 이후 좌우 이념 대립으로 분열됐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 있다. 또 학생들은 한일협정 비준에 반대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나섰고, 유신시절에는 민주화의 기치를 내걸고 고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유신 철폐를 외치기도 했다. 개교 50주년이 된 해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건물이 이틀에 걸쳐 전소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 밖에 김해강신석정백양촌하희주 등 당대 쟁쟁한 시인들이 전주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전주고 문예 르네상스 시대도 기술했다. 이연택 전주고북중 100주년기념사업회장은 이 책이 온고지신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갈 후배들이 선배들의 기록과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받고 조언을 얻어, 더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나가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고북중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솔바람 소년들이 달려온 길>은 조정남 100주년기념사업회 부회장과 김홍규 재경총동창회장이 비용을 쾌척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5.26 18:0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이충렬 ‘간송 전형필’

작년에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품을 경매로 내놓는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비록 상속세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간송미술관을 아끼던 이들이 우려를 표명했고,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매입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최근에는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았던 예술품 기증 또한 사람들의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이처럼 특별한 예술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사람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곤 한다. 우리 문화재를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간송 전형필이다. 어쩌면 문화재에 대해 무관심한 이라도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일제 강점기 시절 그가 일본에 뺏길 위기에 처한 우리의 문화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세창의 가르침을 받고 이후에 한국 문화의 지킴이로 거듭 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다룬 책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단순한 인간 전형필의 일대기를 넘어선다. <간송 전형필>은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우리 문화의 숨결을 지켜내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던 한 인간의 일대기이자 살아 있는 역사이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희미하던 때, 그 가치를 모르고 귀한 서화들이 불쏘시개로 전락하거나 헐값으로 고물상에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덩달아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가치 역시 한없이 추락하던 시절이었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의 문화재를 굳건히 지켜낸 이가 바로 전형필이다. 일부 허구적인 내용이 곁들여졌지만 그래도 간송의 생애 전반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가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 곁으로 다시 돌리기 위해 일본인 수집가들과 벌였던 협상과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1930년대의 박진감 넘치는 당시가 떠오른다. 자칫하면 일본인의 개인 수장품으로 또는 일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수도 있었던 수많은 귀중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간송의 도움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것처럼 만석꾼으로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는 삶이었다. 물려받은 재산을 흥청망청 쓴다고 해도 누가 무어라 했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개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만약 그가 우리 문화재에 대해 무관심하고 개인의 향락에만 취했더라면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은 지금쯤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한글의 제작 경위를 알려주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그렇고, 국보로 지정된 청자와 백자, 그리고 수많은 서화가 그렇다. 이 책은 간송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우리 문화재에 무관심했던 우리 조상에 대한 반성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왜 그때 우리는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던가. 그 시절 우리는 왜 우리 문화재를 그렇게 다룰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회의가 무수히 들었다. 비록 지금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지만 당시 간송이 안타까워했던 것처럼 우리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그게 꼭 문화재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26 18:05

[신간] “견훤 정치적 입지 확대 위해 전주로 도읍 옮겨”

후백제 왕 견훤(867~936)은 900년 무진주(광주)에서 완산주(전주)로 천도했다. 백제 계승자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남원경을 장악해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또 남원 운봉고원, 장계분지에 있는 철과 같은 경제적 자산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최근 출간 사실을 알린 학술도서 후백제와 견훤에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융합고고학과 교수는 이 같은 견해를 수록했다. 이 교수는 특히 견훤이 전주에 순행했을 때 열렬히 환영을 받았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유의해야 한다며 백제유민들로부터 부활한 백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광주보다 전주에서 기대가 훨씬 컸다는 방증이라며 전주를 포함한 노령산맥 이북은 원래 백제 영역이었지만, 영산강 유역은 5세기에 영역화가 됐다. 귀속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점이 전주 천도의 주요한 동기라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견훤(甄萱)의 성은 견으로 읽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동사강목>이나 <증보문헌비고>등 조선시대 역사서에는 진훤으로 음가가 달았으니, 이를 기반으로 진으로 읽어야 한다고 것이다. 전주시, 장수군, 국립전주박물관,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가 함께 발간한 이 책에는 후백제를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관점으로 조명한 다양한 논문이 실렸다. 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견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이유로 지나친 무력 신봉과 개혁의지 부족을 꼽았다. 특히 군인 출신인 견훤은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새로운 정치체계나 사회체계를 수립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백제에 새로운 정치제도가 없었고, 휘하 장수들과 신하들도 예전 신라의 관등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정환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국보로 지정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에 대해 기단부 구성과 지붕돌 수법, 탑에서 나온 불상 등을 근거로 후백제 작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26 18:04

[전북일보와 전북아동문학회가 함께 하는 미얀마 응원시] 미얀마 아이들 - 박예분

미얀마 쿠데타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을 넘었고 체포, 구금된 사람이 5000명을 넘어섰다한다.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어린이들마저 희생되고 있다. 이에 미얀마 알파() 세대가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아이들은 미얀마 문민정부가 출범한 2015년 이후 첫 민주화 시대의 출생자들이다. 곧 미얀마의 희망이다. 아이들이 손에 팻말을 들고 외치고 있다. 우리 친구를 죽이지 마세요 우리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우리의 미래를 죽이지 마세요 미얀마 아이들이 안전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아동문학가들이 세 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었다. 전북일보는 전북작가회의에 이어 전북아동문학회의 응원 동시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이역만리 미얀마에 대한 응원은 계속된다. ------------------------------------------ 미얀마 아이들 박예분 아동문학가 총알이 빗발치는 미얀마에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탕! 탕! 탕탕탕! 탕! 총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일곱 살 소녀, 킨 묘 칫 열네 살 소년, 뚠뚠 아웅 열다섯 살, 조 묫 탯 반짝이는 눈망울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 가슴에도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미얀마의 끔찍한 봄이 앗아간 자유와 평화의 꽃입니다 우리 다 같이 세 손가락 치켜들고 경례 ----------------------------------- △박예분 아동문학가는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솟대로 당선됐다.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안녕 햄스터>, 그림책 <피아골 아기고래> <우리 형> <달이의 신랑감은 누구일까?>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20 18:37

[신간]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KMAC)을 발간했다. 김용진 이사장과 관련 부서 실무진이 집필한 이 책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투자의 개념부터 역사, 최근 동향, 국민연금의 ESG 투자 전략 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책은 Part0부터 Part5까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Part0은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를 정리했다. Part1은 ESG개념과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연구자료와 금융기관의 리서치 자료를 참고해서 기술한 이 장은 ESG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Part2는 기업의 ESG경영 필요성과 사례, Part3는 금융시장의 동향에 대해 정리했다. 특히 Part3는 ESG채권주식시장의 동향과 규모 등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Part4는 주요 국가 정책과 글로벌 연기금 기관의 동향을 소개했다. Part5는 국민연금공단 책임투자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서술했다. 국민연금기관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ESG투자연혁, 현행 모델 등을 소개하고, 올해 발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도 수록했다. 이 책을 편저한 김용진 이사장은 이 책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집필했다며 ESG 개념부터 앞으로의 추진방향까지 알기 쉽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청지기라며 주요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19 18:26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김숙영 시 ‘채낚기’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김숙영 씨(충북 괴산)의 시 채낚기가 선정됐다. 본상에는 김주선 씨의 수필 바다를 한 상 차려놓고가 뽑혔다.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를 찾아 수여하는 찾아드리는 상은 20여 명의 후보자 중 전병윤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공모 결과, 총 466명이 1296편을 응모했다. 시 부문에 364명이 1092편, 수필 부문에 102명이 204편을 지원했다. 올해는 응모자가 지난해(359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고, 응모작 수준 또한 월등하게 높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바다문학상 심사위원으로는 시 부문 김년균소재호김영 시인, 수풀 부문 김경희전선자 수필가가 참여했다. 찾아드리는 상 심사는 소재호정군수 시인이 맡았다. 김숙영 씨의 시 채낚기는 주제가 선명하고 따뜻한 작품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얻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김 씨는 저에게 바다문학상은 탁월한 도전이었으며 가열찬 창작을 계속하게 만든 동기부여였다며 앞으로 창작에 더욱 몰두해 소멸하지 않는 시인, 미학적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인이 되도록 끝까지 시와 동행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주선 씨는 언어의 조탁,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김 씨는 부모님의 문학적 DNA를 물려받아 오늘날 바다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되는 영광을 누린 듯하다며 문학상 수상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알기에 작가의 윤리적 임무와 책임을 갖겠다고 밝혔다. 찾아드리는 상을 받는 전병윤 시인은 1996년 3월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진안문인협회 초대 회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첫 시집 <그리운 섬>과 제5시집 <바다의 언어>에서 바다에 관한 다수의 시를 창작해 바다 사랑을 노래했다. 전 시인은 우리는 바다로부터 받는 은혜를 점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학이 앞장서서 바다를 더 깊게 사랑하고 더 짙게 노래하고 공존하면서 함께 빛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5.19 18:2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정경 시인 - 타탸나 루바쇼바, 인드르지흐 야니체크 ‘ROBOT’

지난 2월, 서울에서 지인과 만나 점심을 같이 먹을 때의 일이다. 밀린 안부를 나누는 우리 등 뒤에서 고객님께 맛있는 음식을 가져가는 중입니다라는 음성이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돌아보니 로봇이었다. 서빙하는 로봇이라니! 지인과 나는 음식을 나르는 로봇의 뒤꽁무니를 눈으로 졸졸 쫓았다. 지난 주말에 광주비엔날레에 다녀온 회사 동료는 전시 안내를 로봇이 하더라는 얘기를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첨단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지만, 나와는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치 누군가 명령어를 입력한 것처럼 나는 책장에서 『ROBOT』을 꺼내 들었다. 『ROBOT』은 체코의 시나리오 작가 타탸나 루바쇼바와 일러스트레이터 인드르지흐 야니체크가 협업하여 만든 책. 이 그래픽노블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의 흔적을 탐사하는 로봇들의 탐험기쯤 되려나. 비옷을 입고 다니는 과학자 로봇 윌리엄과 모자를 쓴 탐험가 로봇 메리웨더는 자원을 찾고 그들 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탐사한다. 오래전에 인류는 사라졌고, 인간 없는 세상은 산과 강, 광활한 자연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도시를 둘러싼 성벽 바깥세상은 온통 처음 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것이 경이롭다. 윌리엄과 메리웨더는 숲을 헤치고, 절벽을 오르고, 동굴 속을 걸으며 발견한 인류의 유물들을 엉뚱하게 해석해 낸다. 인류와 로봇 종족의 비밀을 밝혀낼 귀중한 증거로 수집한 표본은 선이 꼬인 이어폰, 리모컨, 알람 시계 같은 것들. 프로그래밍된 기계답지 않게 천진난만하고 수다스러운 두 로봇과 함께하는 모험은 유머와 재치가 윤활유가 되어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호기심도 많고 겁도 많은 윌리엄과 용감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메리웨더의 조합도 흥미롭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두 로봇의 여정을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응용해 시원시원하게 표현한 장면들도 탐험의 즐거움을 더한다. 『ROBOT』의 한국어판을 담당한 편집자는 우연히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얼마 후 다시 우연히도 프라하에 살게 되었으며, 또 다른 우연이 겹쳐 책을 샀던 서점의 주인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인드리히의 작품 『ROBOT』을 국내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혼란과 위기에 빠져 있었던 2020년도에 그는 프라하의 작은 아파트에 격리되어 한국어판 로봇 탐험기를 만들었다. 그는 불길한 예감과 불안이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옅어졌노라고 소회를 밝혔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 세계 곳곳에서 생태주의적 가치를 일깨우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멀리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위해 그들을 지지하는 시를 쓰는 전주의 시인들이 있고, 구호물품을 보내는 시민들이 있다. 살기 위해 우리가 버린 것들과 끝내 지켜내고자 한 것들의 총합이 인류의 내일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어둡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발명해 내는 존재라는 믿음을 간직하기로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오월의 아찔한 아까시 향기와 붉은 덩굴장미, 붕붕거리는 벌들과 연약한 듯 한없이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을 윌리엄과 메리웨더는 어떻게 명명할까?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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