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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왜 콩나물국밥이 유명할까? 이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책이 나왔다. 현직 기자인 이종근 작가가 펴낸 <전주인문기행-전라감영 600년 1권, 2권>(신아출판사)이다. 작가는 콩나물의 품질에서 답을 찾는다. 전주 부근의 토질이 좋고 물이 잘 빠져 콩나물 재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책은 콩나물과 관련된 인문학적인 지식도 설명한다.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콩나물이 우리나라 10대 지방 명식 가운데 하나였으며, 1920년대 나온 대중잡지 <별건곤>은 전주콩나물국밥을 서울의 설렁탕, 평양의 어복쟁반과 함께 서민의 3대 음식으로 꼽았다고 한다. 1884년 전라감영을 방문한 미국 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가 받은 융숭한 밥상에도 콩나물이 올라갔다. 이종근은 1994년 문예연구신인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현재 2030전주문화비전 수립 자문위원, 전주문화원 연구위원, 전주수필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한국의 옛집과 꽃담>, <전주 한옥마을 다시보기 1>, <우리 동네 꽃담>등 30여 권을 펴냈다.
고등학생은 바쁘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방과후 수업, 학원으로 이어지는 고단한 삶이 이어진다. 집에 돌아가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피상적이며 그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고등학생의 시각에서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서학동 예술마을 등 전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전주신흥고 2학년 김지선, 노재겸, 박시우, 박찬, 백승민, 장민, 장석훈, 장하진, 최진웅 학생이 전주 곳곳을 발로 뛰면서 쓴 <고등학생, 전주를 이야기하다>이다. 그동안 전주를 다룬 책은 많지만,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전주를 속속들이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에는 전주에 사는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주의 부침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동시에 엿보인다. 이 책은 전주신흥고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글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상에 나왔다. 전주신흥고에서는 학생과 지역사회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지역사회의 핵심인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지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실버라이트 교육문화연구소 장창영 대표의 지도 아래 학생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전주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학생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현장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원고 작성에 매달렸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은 마땅한 연출학원조차 없는 전주의 영화 현실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토로한다. 음식문화를 다룬 학생은 콩나물국밥과 비빔밥, 비빔빵으로 전주 음식문화의 연원을 맛깔스럽게 풀어놓기도 하고, 전주한옥마을과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비교해나가면서 한옥마을의 진정한 매력을 찾기도 한다. 학생들은 전주한옥마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고, 전프리카(전주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라 불리는 전주의 급변하는 환경 변화와 위기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에 대해 하영민 전주시 교육장은 내 고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여느 전주시민 못지않다며 전주 정신인 꽃심이 학생들에게 자리 잡아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봄이 연둣빛 향기로 문을 열면 노랑턱멧새는 높은 울림으로 숲의 고요를 깨운다. 박새, 콩새, 딱새들도 봄의 노래를 부르느라 부산스럽다. 그 소리에 놀란 벚꽃은 하얀 나비 되어 날아간다. 학산, 고덕산, 경각산과 모악산, 모든 산들은 온통 산벚꽃들이 쏟아놓은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 말랑말랑한 봄 언어들을 엿듣는 이들에게 넌지시 건네고 싶은 책이 있다. 5부, 81개의 꼭지로 구성된 에세이집,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이다. 작가는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무지하고 자기와 서먹하기에,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쾌감도 크다. 그렇게 마음을 다 쏟는 태도로 삶을 기록할 때라야 신체에 닿는 언어를 낳고 그런 언어만이 타자에게 전해진다(39쪽)며 최선의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쓰라 한다. 나와 친밀해지고 앎의 작용이 일어난 후라야 타인에게 다가갈 언어가 피어날 수 있으리라. 한편 앎은 몸을 이기지 못한다(29쪽)며 관습적이고 현재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길 권한다.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서 어리석은 확신을 가질 때 초래되는 위험성도 또 하나의 폭력임을 알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켜켜이 쌓여진 잘못된 관습과 편견에 사로잡혀서, 우물 안의 세상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허덕이는 인생의 가벼움에 대한 일침이다. 은유 작가처럼 사람들의 말들이 내게로 온다.(5쪽)고 고백하려면 먼저 내 마음의 창문을 열어놓는 밑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리라. 마음의 조리개를 열어 투명해진 눈이 되어야 당신의 삶에 밑줄(85쪽)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를 들여다볼 수 있을 때, 그에게 내 귀를 오롯이 심어놓을 때라야 그의 말들이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다가온 사람들의 말을 통해 이웃을, 내가 속한 세상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릴 때, 마음이 뜨거워 질 때, 국가 폭력, 가정폭력 및 성폭력, 일상의 폭력, 편견과 차별의 언어폭력(50쪽)을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불의에 침묵하지 말고, 관습으로 처리하지 말고, 방치하지 말라한다. 맞서 싸우라한다. 삶을 담아낼 어휘는 항상 모자라고 삶은 언제나 말보다 크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아집과 낡은 신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이웃의 별이 빛날 수 있도록 스스로 어둠으로 내려앉아 배경이 되어 줄 수 있는가? 내가 속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묻고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소개한 많은 일화를 통해 먼저 이웃에 대한 몰이해와 선입견, 편견과 차별이 있었음을 반성하게 된다.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당연한 것들을 빼앗기고 잘못한 것 없이 외면당하며 상처 받았을 아픈 영혼들, 아직도 울고 있을 그들의 삶에 나의 무관심과 무지도 한 몫 했음을 깨닫게 한다. 책임을 묻는다. 내가 먼저 옳은 방향으로 돌아서고 이웃에게 손 내밀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제보다 한 치라도 더 밝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얘기한다. 비록 어제는 연약한 어른이었으나 오늘은 진정한 어른이 되어 인생을 보는 눈이 한층 깊고 넓어지게 된다. 벚꽃 꽃말은 중간고사(293쪽)라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의 유행어가 아프게 다가오는 현실, 거기에서 길어 올린 겪은 일, 들은 말, 읽은 말들로 엮은 에세이 모음집,〈다가오는 말들〉. 작가는 봄 산에 충만한 새들의 소리와 난만한 봄빛 향기로 말을 건넨다. 이 이야기들이 내게 그랬듯이 다른 이들에게도 일상의 쉼, 생각의 틈을 열어주기를, 공감의 힘을 길러주는 말들로 다가오기를 바라.(10쪽)
도깨비는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만들어낸 꿈과 슬기, 재미의 원동력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지라도 도깨비는 늘 우리 마음속에 남아 친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수 출신 박상재 동화작가가 어린 시절 만났던 추억 속의 도깨비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한다. 그의 신작 장편동화 <잃어버린 도깨비>는 작가가 초등학교 시절 산속에서 만난 도깨비 산도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다. 자전적인 내용에 상상력을 더했다. 산길에서 만난 도깨비 산도 아저씨는 작품 속 정기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주고 사라진다. 힘들었던 시절, 산도 아저씨는 정기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존재였다. 책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도깨비에 대한 고마움, 그리움이 짙게 묻어난다. 작가는 도깨비는 우리가 사랑해야 할 우리 조상들의 선물이다. 점차 잊혀가는 우리들의 도깨비를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아동문예 신인상,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그동안 <개미가 된 아이>, <아름다운 철도원과 고양이 역장>, <돼지는 잘못이 없어요> 등 동화집 100여 권을 냈다. 현재 아동문학사조 주간, 한국글짓기지도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식의 특징과 개념뿐 아니라 건강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서적이 출간됐다. 전북대학교 차연수 교수(식품영양학과대학원장)가 오뚜기함태호재단에서 출판비를 지원받아 제자인 문은경 박사, 부산대학교 김보경 교수와 함께 (신아출판사)을 펴냈다. 13개 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에는 우리음식(K-diet, 한식)과 우리식품(K-food)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한식의 식사패턴 및 특징을 개념으로 정립하고 있다. 전통 한식 상차림과 최근의 상차림을 비롯해 김치, 장류, 기본양념, 고기요리, 비빔밥, 지역별 향토음식, 전주음식, 전통주, 다과, 민속음식과 통과의례음식 등을 세분화 해 한식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이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한국전통발효식품 때문이라는코리언 장류 패러독스를 과학적 결과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식 세계화의 현주소와 타국의 사례, 향후 세계화 전략 방안 등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한식의 세계화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차 교수는 한식은 모든 식품군이 균형을 이루는 음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가족 구성원 간의 헌신과 이웃과의 소통,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며 바른 식생활의 기본지침인 골고루, 균형있게, 적절히 먹기를 실천할 수 있는 과학이 숨어 있는 한식은 과학과 철학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식의 정의와 건강 기능성에 부합하는 과학적 근거, 그리고 세계화 전략 등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며 이 책을 통해 과학적이면서 맛과 멋이 있는 한식을 바로 알아서 자신의 식생활에 실천하고, 우리 음식문화를 다음 세대에 계승하며, 더불어 전 세계인들에게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전북대 대학원장을 맡은 차 교수는 1998년부터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면서 한식의 건강기능성 규명 등의 연구 분야에서 2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제33대 한국영양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정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정년 퇴직한 박종선 씨가 자신의 회고록이자 수필집 <기쁨의 곡식단을 거두는 마음>(신아출판사)을 냈다. 책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군생활, 결혼 생활,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의 삶 등을 수필형태로 담겼다. 박 씨는 책머리에 우리를 앞서가신 모든 분들이 눈물로 뿌렸던 씨의 열매를 맛보며 지금 우리가 기뻐하듯, 우리 뒤에 올 그 누군가가 기쁨의 곡식단을 거두며 감사의 축제를 니낼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적었다. 남원 출신인 박 씨는 전북대학교 법과대학과 원광대학교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 한뒤 ROTC7기로 소위로 임관 중위로 예편했다. 이후 중앙정보부 공채로 합격 한뒤 명칭이 바뀐 국가정보원에서 정년퇴직했다. 송천성당 늘 푸른 송천대학 학장, 천주교 전주교구 하랑봉사회 상임회장을 역임했다.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군산의 경제상황을 상세히 파악한 사실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중앙대 오일환 겸임교수가 펴낸 <강제병합 이전의 전라북도 및 군산지역 상황>(전북연구원)이다. 이 책은 일제가 식민통치의 기본 자료로 쓴 문서 3개를 번역하고 제시했다. 일본 영사관 분관과 이사청 소속 관헌이 전북과 군산을 답사하고 작성한 군산이사청 관내상황(1910)과 목포영사관 군산 분관이 일본 외무대신에게 보낸 보고서인 군산사정(1905), 전라도 북부 상황(1900)이다. 자료는 군산의 지세와 의식주, 무역, 사업, 시장, 금융, 교통, 교육, 종교, 공동단체 등 많은 현황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이 주목할 사업으로 한지 제조, 전답의 매매, 농기구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철공업 등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본이 국권침탈 이전부터 군산에 상당히 관심을 가진 사실을 방증한다. 김선기 전북연구원장은 군산은 일본인들의 주목을 받아 도시가 확대되는 동시에 수탈의 창구로 기능했다며이 책은 일제가 일찍부터 군산을 주목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교수는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일본 스꾸바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일제 말기 경성지역의 강제동원과 일상>(공저),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사할린 한인문제를 둘러싼 한러일 3국의 외교협상>(공저), <강제동원을 말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징용노무자 미수금 문제>(공저) 등이 있다.
자신에게 망명하는 순간이 있다.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급류에 휩쓸리다가 자신을 읽은 눈동자 하나가 날개를 휘저어 구름을 찢고 등고선 밖으로 날아간다. 길이 눕는 곳을 찾아 헤매던 중 늑골에 갇혀있던 비밀이 열리면서 그이는 기꺼이 자상(自傷)을 입고 객창(客窓)에 젖는다. 나는 그이를 시인이라 부르련다. 도혜숙 시인의 발화(發話)는 고요하다. 시인의 절대음감인 침묵은 격정적이거나 격앙되지 않지만 최대의 울림통을 만들어 낸다. 그 속에 휘발되지 않은 것들의 서사가 있고 서정의 지류에서 건져 올린 진실의 실루엣 같은 것들이 보인다. 어떤 진실은 연약해서 또는 너무나 강력해서 도사리기만 할 뿐 말해지지 않는다. 시인은 고요해져야 떠오르는 진실의 방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너와 당신의 진실이 함부로 발설되지 않고 온전하게 기거할 곳을 마련한다. 거기는 시인 자신의 공간이요 시간의 축적이기도 하다. 도혜숙 시인은 발설한 순간 훼손된 진실이라면, 내놓을 게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오랜 시간 고민했을 것이다. 너무 쉽게 발설하는 진실들에는 고통의 패러독스가 없기 때문이다. 시인의 고요 속에는 이율배반적이게도 탈주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소용돌이친다. 낭창한 바이올린 소리, 피아노 연주음악, 러시아 민요가수의 노래와 먹먹한 빗소리. 그 시그널을 따라가다 보면 도처에 존재와 관계에 대한 페이소스가 짙다. 따라서 소리의 이미지를 침묵의 또 다른 버전으로 표현해내는데 시집 <고요를 끓이다>는 탁월하다. 그녀를 상념에 젖게 하는 것은 늙어가는 육체가 아니라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생긴 기억들의 역류다. 정신과 육체가 교섭하는 또는 그 불일치 속에서 균열을 드러내는 육체의 시간이 한결 가벼워진 몸이 되어 춘삼월 눈발처럼 내린다. 그리고 욕망의 끝에 다다른 성자처럼 폐기처분하지 못하고 오래 품어온 이야기를 정갈하고 기품 있게 풀어놓는 것이다. 누구의 삶이든 너무 많이 말해지는 것들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사건건의 발화는 시의 길이 아니므로 시인은 침묵 사이사이 여백을 견지해야 했을 것이다. 이것이 고요를 끓이는 그녀의 방식이다. 너무 뻔하지도 야박하지도 않는 우아한 균형을 갖추고 있는 시인이 앞으로 길어 올릴 생성 값에 대해 모르지만 고요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어차피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는 지난 27일 전북문학관에서 제1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과 제4회 완산벌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박선전 전주시의회 의원,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안도 전 전북문인협회장, 이소애 전 전주문인협회장, 김경희 덕진문학 지도교수, 공숙자 심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축하의 마음을 더했다. 제1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한 이종희 수필가는 수상을 계기로 전북이 가야국의 일원이었다는 역사적 기록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4회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한 나인구 수필가는 전주 한벽루에 대한 기록과 유년 시절 경험을 다룬 작품으로 수상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은 박갑순 수필가는 <시들지 않는 꽃>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수필 창작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김정길 회장은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예향 전북에서 수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는 데 문인들이 힘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별첨.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온라인 설명회 포스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 이하 출판진흥원)이 오는 30일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 2월 22일 고시된 표준계약서 제개정안 10종에 대한 각 계약서별 주요 조항 설명과 출판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고시된 표준계약서 개정안은 △출판권 설정계약서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 설정계약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서 △저작물 이용계약서(국내용) △저작물 이용계약서(해외용)이며, 신규표준계약서 제정안은 △오디오북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오디오북 유통 계약서 △오디오북 제작 계약서 △오디오북 저작인접권 이용허락 계약서이다. 관련 설명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개선안 연구를 맡은 세명대학교 김기태 교수,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 교보문고 이은호 차장이 담당한다. 설명회는 출판진흥원 유튜브에서 중계된다. 참가는 출판계 종사자와 저작자를 비롯해 표준계약서 활용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출판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해 29일까지 사전 신청하면 된다. 참가자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개최 당일 카카오 채널(채널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1대 1 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별도의 해설서도 온라인으로 배포된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표준계약서 재개정 취지와 활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최근 조선시대 선비들의 면모와 사상, 복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책을 펴냈다. 선비문화실 상설전시도록으로 간행한 <선비 士 실천하는 지식인>(국립전주박물관)과 학술총서인 <석지 채용신 초상화>(국립전주박물관)이다. <선비 士 실천하는 지식인>은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조선 선비문화 브랜드화 작업의 일환이다. 책은 소학(小學), 동몽선습(童蒙先習) 등 선비들이 어린 시절 사용했던 교재, 관직에 진출한 뒤 입는 관복, 선비들이 그리는 문인화 등 다양한 선비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 이들 문화가 가진 함의를 박물관 학예연구사와 학자들이 분석한 글이 수록돼 있다. 책 프롤로그에 적힌 글, 조선의 선비들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탐구하며 실천했다는 선비문화를 한 마디로 함축한다. <석지 채용신 초상화>는 20세기 초 사실적인 초상화가로 유명했던 석지 채용신 탄생 17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학술총서다. 이 책은 채용신이 그린 초상 가운데 54점의 유물을 선별해 수록했다. 반외세, 반침략을 기치로 걸고 성리학적인 전통체제를 고수하려는 위정척사론의 대표론자 최익현, 조선 전기 명재상 황희,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어진 등 역사적 인물들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채용신의 생애와 그가 초상화를 그릴 때 쓰던 채색 재료, 기법, 제작 이력 등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있다. 전주국립박물관 민길홍 학예연구사는 역사의 큰 흐름을 이끈 인물들이 채용신이 그린 초상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그것이 우리가 20세기 전북일대에서 제작된 채용신 초상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향토사, 지방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중한 사료가 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전주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전주금석문 全州金石文>(전주문화원)이다. 금석문은 금속이나 돌로 만든 각종 유물에 있는 명문을 의미한다. 책은 전주시에 산재한 금석문 가운데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사적비와 신도비(묘비), 효자비, 암각서, 편액 등을 망라했다. 고려말 태조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1900년 고종이 세운 오목대비, 1741년 전라관찰사로 부임한 권적이 포은 정몽주의 시를 바위에 옮겨 적은 정몽주시 암각서 등 대중들이 익숙하게 접하는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기록도 눈에 띈다. 이 책은 발로 뛰어서 얻어지는 살아있는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금석문 자료를 수집하려면 현장에 가서 탁본을 하고 명문을 판독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면서 금석문에 숨어있는 자료 수집도 병행한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은 전주는 오랫동안 전라도의 수부(首府)가 있었던 역사가 오래된 지역이라며 이에 따라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흔적의 자료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석문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자료들도 많이 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현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반계 유형원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를 펴낸 김승대 박사(전북도 학예연구관)은 그 방안으로 치유와 개혁을 꺼냈다. 그 실마리는 부안 우반동에서 <반계수록>를 편찬한 반계 유형원의 삶에 있었다. <반계 유형원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는 김 학예연구관이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반계 유형원과 관련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유형원의 학문적 배경과 개혁 사상의 뿌리를 가계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부안에서 볼 수 있는 반계 유적을 통해 그가 남긴 발자취를 확인하고, 부안 우반동을 한국 실학의 터전이자 치유와 개혁의 땅으로 구체화한다. 3부에서는 반계 선생 추숭에 대한 시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유형원과 <반계수록>의 가치를 알아본 덕촌 양득중과 담와 홍계희에 관한 연구도 함께 실었다. 또 책에서는 부안 우반동과 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반계 유적을 총망라하고, 부안의 반계길 등 향후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부안의 유교문화유산으로 부안 3현(지포 김구, 반계 유형원, 간재 전우)에 대한 현황과 과제도 언급한다. 반계 유형원은 우리나라 실학의 비조로 세계가 지향하는 복지국가 건설의 이상을 제시한 실학자이다. 실학은 실사구시와 이용후생, 경세치용을 주장한 학문이다. 유형원은 그의 아버지가 역모로 몰려 죽고, 31세 때 조부상을 치른 후 엄습한 폐병으로 인해 관직을 단념하고 부안으로 입향했다. 그에게 있어 부안 우반동은 임진왜란병자호란으로 찢긴 산하와 명청 교체기의 국가적 굴욕을 새로운 개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절치부심의 땅이기도 했다. 그는 우반동에 칩거한 채 52세까지 20여 년에 걸쳐 <반계수록> 26권 13책을 집필해 국가 전반의 개혁을 제시하고 그의 실학사상을 완성했다. <반계수록>은 유형원이 죽은 후 100여 년이 지나 덕촌 양득중, 성호 이익, 약산 오광운, 담와 홍계희, 순암 안정복 등 실학적 소견을 가진 학자와 관료들의 노력으로 간행됐고, 다산 정약용의 실학을 집대성하는 시발점이 됐다. 김 학예연구관은 내년은 반계 유형원 탄생 4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앞으로 반계 선생의 뜻을 기리고, 그에 대한 꾸준한 연구사업을 통해 실학의 발원지인 부안 우반동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원광대 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조선후기사를 전공했다. 현재 전북도 학예연구관, 문화재청 백세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 조사연구팀장으로 있다.
이시은 작가의 소설집은 핫하다. 핫하다의 사전적 의미처럼 매력이 넘치고, 섹시하고, 열정적이다. hot한 문제적 인간들이 매 작품마다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같은 주제나 같은 인물로 작품을 잇달아 지은 연작소설처럼 읽힌다. 이시은 작가는 교도소 안 곳곳을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미셀 푸코는 개인이 처벌받는 것은 법률 위반 때문이 아니라 전체 사회와 대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대 이후 교도소는 이런 개인을 처벌하거나 교정하는 공간이 되었다. 삭막한 시멘트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도소는 세상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작가는 굳게 닫힌 철문 안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 처벌받는 개인과 교정하는 개인의 길항을 그려 낸다. <도어>의 상습절도 전과자 산들은 모범적인 수용 생활로 사소 자리를 꿰찬다. 야무지고 눈치가 빠르고 입이 무거운 그녀는 덜렁이로 통하는 유니폼의 빈틈을 노려 문어와 쪽지로 통방한다. 문어는 그녀에게 정치범 5가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만 찌르라고 한다. 그에 대한 보상은 산들이 남의 집을 털며 평생 꿈꾸어온 집이다. <고래 365>의 나는 식품위생법 위반, 같은 방의 365번은 보건위생법 위반으로 수감된다. 나는 고래를 보러 갈 날을 앞당기기 위해 성실히 조리장으로 일한다. 그러나 출소는 요원해 보인다. 타투 일인자를 꿈꾸는 365번은 도구함 속의 칼을 양잿물 항아리에 깊이 숨겨 놓는다. 칼을 찾지 못한 담당은 문책을 당한다. 깊은 밤 나는 365번을 깨워 고래 문신을 부탁하고, 365번은 장미 가시로 땀을 뜬 자리에 칼날로 선명하게 선을 그려나간다. <층>의 유니폼 나는 교도관이다. 교정교화를 신뢰하지 않는 나와 달리 팀장은 수감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유해화학물질 흡입으로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조진자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진자의 동거남이 사망하자, 팀장은 도리를 앞세워 휴가를 건의하고, 나는 믿을 수 없는 종이라며 반대한다. 진자의 귀휴는 나의 의견으로 불허된다. 순찰을 돌던 나는 진자에게 고무장갑으로 목이 졸린다. <달팽이 행로>에는 한때 연인이었으나 사형수와 사형집행인으로 만난 두 남자가 나온다. 사형제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랫동안 집행이 미뤄진 사형수들은 사형집행장이 설치된 곳으로 이송된다. 나는 순번제에 의해 석기의 형 집행자가 된다. 나와 헤어진 뒤 나와 닮은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연쇄 살인자가 된 석기에게 나는 석기가 좋아하던 흰색 운동화를 선물한다. 석기는 내게 편지를 남긴다. 운동화는 너무 깨끗해 신을 수 없었다. 운동화를 받는 순간 놀랍게도 내 모든 얽힌 감정들이 녹아내리더구나. 그들은 왜 교도소로 갔을까? 작가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핍진한 묘사로 복원한다. 고아로 마리아집에서 태어나 소녀원과 교도소, 갱생보호소를 거쳐 시립공동묘지에 묻히는 인생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인생의 문을 잘못 연 대가로 평생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연민한다. 미덕이 하나 더 있다. 작가는 작품 곳곳에 나무를 식재한다. 산수유나무 감나무 장미 소철 라일락 철쭉 층층나무 엄나무 굴참나무 왕버들 사이프러스. 땅을 가리지 않는 식물들은 어디서든 뿌리를 내린다. 소설 속 인물들의 욕망은 해를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들처럼 담박하다. 어쩌면 그들은 문제적 인간이 아니라 문제를 해체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은 강렬하고 핫하다.
문효치 시인 군산 출신 문효치(78) 시인이 제9회 이설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시집 <바위 가라사대>이다. 이 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와 시조문학의 발전 도모,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문효치 시인은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문단에 나왔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했다.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왕인의 수염> <별박이자나방> <어이할까>, 시조집 <나도 바람꽃>, 산문집 <시가 있는 길> <시인의 기행시첩> 등이 있다. 현재 계간 미네르바 대표이다.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이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시상식은 다음 달 19일 오후 3시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다.
서예문인화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권윤희 작가의 <서화 신한류를 꿈꾸다>(유니랩)이다. 저서에서는 서예가 18명의 개인전을 통해 작품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본다. 권윤희 작가는 작가들마다 취향과 개성은 다르다며 그들의 내면에 담긴 아름다움을 주관적인 감성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예컨대 탄주(呑舟) 고범도의 서예 미학은 임성이발(任性而發)로 정의한다. 탄주의 서예가 성정이 드러나는 예술이며 꽃으로 본 것이다. 양석(陽石) 김승방의 문인화 작품을 두고는 바람소리여운(餘韻)과 울림의 미학이라고 정의한다. 양석이 고향인 밀양에서 느끼는 산자수명하고 시원한 바람소리를 작품 세계에 녹여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작가들을 두고도 자생(自生)자화경계(自化境界)의 문인화 미학, 대나무를 통한 야생의 회복 축구, 거심오성(居心悟性)의 선미추구(禪味追求) 등 구절을 들어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들을 표현한다. 작가는 이들 예술가들을 서화 예술계의 리더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서화 예술도 꿈을 꿀 수 있다며 모든 이가 공감하고 열락을 공유한다면 곧 신한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화 분야의 신한류는 곧 한류 인문학의 씨앗이라며 희망은 곧 꿈이라고 했다. 권윤희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1913~1993)의 風竹을 연구하여 철학박사(동양 미학)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 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서예협회 평론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강암의 풍죽>과 <마음으로 읽어내는 名文人畵 1-미학코드로 보다>, 도록은 <파란 댓잎 소리가 들리네> 등이 있다
코로나 19 세상 속에서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낸 동시집이 나왔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연환경, 사람과의 만남을 그려낸 신성호 시인의 <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도서출판 북매니저)이다. 시인은 코로나19를 에이 나쁜놈, 너 정말 싫다, 얼굴도 몸도 꼬리도 없는 너는 괴물이니라며 동심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을 회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학교 가는 날, 하늘 구름, 해넘이, 하늘, 개구리, 고추 잠자리 등 시 47편과 , 생명 연못마을 등 동화부록 3편이 그것이다. 특히 시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에 나오는 꿈이 크다고 좋은 것 아니라 작은 꿈도 아름다운 것이 좋더라라는 표현은 시인의 바람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시인은 또 3년 간 소셜 네트워크에 매일 써왔던 시를 묶어 <느티나무 그늘처럼>과<자문자답>(솔디자인)을 펴냈다. 73편의 시를 담은 <느티나무 그늘처럼>은 작은 것들을 보듬고 쓰다듬어 주는 새벽의 묵상에서 출발한다. 묵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일상의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문자답>은 63편의 시가 실려있다. 시인은 어머니와 자연, 내일, 희망에 대해 깊이 사유하며, 이를 통한 철학적 통찰을 녹여낸다. 정읍 출신인 신성호 시인은 육군 3사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군산문인협회장, 사)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개발운영위원, 전북문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시집은 <꽁당보리밥>, <이 좋은 날에> 등을 펴냈으며, 진도홍주사랑전국공모 동상, 월간 한비문학 작가대상, 전북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유응교 아동문학가가 동시조집 <해바라기 삼형제>를 펴냈다. 동시조집 <해바라기 삼형제>는 평소 꽃을 좋아하는 시인이 그동안 꽃에 대해 쓴 동시조 100여 수를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이번에도 책 제목에는 작가의 아들 삼형제를 의미하는 삼형제를 넣었다. 그는 앞서 동시집 <까만콩 삼형제>와 <별꽃 삼형제>, 동시조집 <기러기 삼형제>를 낸 바 있다. 책은 제1부 개나리꽃 피는 길, 제2부 라일락 향기, 제3부 벚꽃 길, 제4부 연꽃 마음, 제5부 해바라기 삼형제 등으로 구성됐다. 꽃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엮었다. 운조구/ 담장너머/ 키다리 해바라기// 비바람/ 세게 불 때/ 꺾이면 안 된다고// 서로가/ 의지하면서/ 희망차게 지내요 (해바라기 삼형제 전문) 유 작가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항상 꽃을 사랑하고 꽃을 선물하면서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학생처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해운문학상 바다사랑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심의 고갈 느끼고 느끼면서도/ 시조의 이모저모 되짚어 생각하는 건/ 내 시조 내가 챙기며 메워버려 함일레 (고갈 전문) 1연 3행 단시로 자신의 시심 고갈을 탄하는 시인. 1931년생으로 올해 90세인 고하 최승범 원로시인이다. 나이가 들며 생각도 느낌도 메말라졌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창작의 열정은 쉼이 없다. 최승범 원로시인이 새 시집 <짧은 시, 짧은 여운>을 들고 왔다. 시집 제목은 짧은 시, 짧은 여운이지만 그의 짧은 시에서는 긴 여운이 느껴진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제목에도 선비의 겸손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시집 <짧은 시, 짧은 여운>에 실린 시들은 이른바 풍미시, 먹거리시의 전형적인 단시를 특징으로 한다. 시인은 이미 산문집 <풍미산책>, <풍미기행>, <한국의 먹거리와 풍물> 등 음식 관련 산문집을 낸 바 있다. 특히 여행길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고향과 주 거주지에서 가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모티프로 한 시들이 눈에 띈다. 긴 겨울밤 석쇠 놓고/ 화롯가에 둘러앉아// 기름소금 발라가며/ 가래떡 먹는 밤은// 부엉이 울음도/ 밤 깊어// 애련한/ 슬픔이었어 (가래떡 전문) 시인은 시 가래떡에서 시적 대상인 가래떡의 미각적 이미지를 표현하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이 시인은 음식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공간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환기해준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고하 최승범은 생활의 풍류에서 예술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선비 의식으로 시를 쓰는 시조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 시집에서는 짙은 향토색을 바탕으로 한 풍물 이야기에서부터 토속적인 음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가장 친숙했던 모티프를 독특한 관조와 사무사(思無邪)의 미학으로 원로시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원에서 태어난 최승범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조시 설경, 소낙비로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후조의 노래>, <설청>, <호접부>, <여리시오신 당신>, <이 한 점 아쉬움을> 등을 펴냈다.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김현승문학상, 만해문예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전북대 명예교수, 고하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언제부터인가 교양소설 또는 성장소설을 멀리했다. 다른 말들은 술술 나오는데 이상하게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단어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성장소설의 중요 문구가 눈에 띌 때마다 이 나이에 무슨 내면의 성장과 아름다움을 찾지라고 익살스럽게 말하면서도 괴롭지 않은 그 뻔뻔함에 괴로웠다. 성장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 그래디는 사물의 본질적 가치보다 교환가치를 우선시하면서도 교양인의 삶을 강조하는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의 속물적 근성에 환멸을 느낀다.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는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목장을 팔려고 했다. 그래디는 그 세계에서 속물로 사는 것을 거부하며 방랑의 삶을 선택한다. 그런 방랑과 좌절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이면서 코맥 매카시 대부분의 소설의 핵심적 주제다. 이 작품은 함께 멕시코로 떠나는 그래디와 롤린스의 끈끈한 우정, 블레빈스의 무모한 살인으로 인한 시련, 목장주의 딸 알레한드라와의 사랑 및 그녀의 보수적인 아버지와 도덕적으로 타락한 멕시코 경찰서장의 음모와 협박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물들의 행동 이면의 심리다. 경찰서장에 의해 낭패스런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래디는 도덕적 순결과 정신력으로 그 난관을 극복하는 반면 목장주와 그의 누나는 그래디가 왜 알레한드라를 사랑하는지, 갑자기 왜 말도둑으로 몰려 감옥에 갔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래디의 진의를 의심한다. 혹시 말썽이 생기면 묵인하거나 그때그때 타협하면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삶의 진실은 황폐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만 다가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블레빈스의 범죄를 구실 삼아 일행의 말을 뺏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경찰서장과 그 패거리들은 권력자나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며 부를 누리는 속물적인 인간들이었다. 약자에게 몰인정한 법률의 위력을 실감한 그래디는 다시 고심한다. 이곳은 나의 땅이 아니야라고 고백하며 메마른 황무지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고향에 돌아와서도 그래디의 정신적 방황은 계속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데는 사회적 원인이 크겠지만 무엇보다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가 곳곳에 잔존해 있는 사회에서 그 극복방법은 당장 주어질 수 없고 시련과 고뇌 속에서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면적으로 성장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꾸준히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흡한 점에 대해 실존적 위기감을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교양인의 길은 인격의 도달점이나 자기완성이 아니다. 자기모순을 회피하지 않고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런 삶이 아닐까. 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린 메말라 가는 사회에 지금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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