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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박진용씨 한국사 저술서 '대한국사' 발간

다민족 자주사관에서 바라본 한국사 저술서 '대한국사(저자 박진용)'가 발간됐다. 저자 박진용씨는 한국사가 고대사, 중세사, 근세사, 근대사, 현대사의 5단계 층위로 구성돼 있고 이들 층위가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 단일체적 관계에 있지만, 중국의 압력과 문화적 종속으로 역사의 주체와 공간을 예맥과 한반도로 최소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일제 식민사관의 역사 축소공작이 보태져 지금까지 옹색하고 비루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박씨는 이번 저서를 통해 광복 70년이 넘도록 한국사 정립에 실패한 주류 역사학계를 대신해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믿음에서 벗어나 한국 고대중세사의 주체와 공간을 예맥선비숙신의 동이 3족 대한국사로 확장시켜 한국사의 정상적 모습을 재구성했다. 박씨는 출간의 변에서 "지난날의 잘못된 역사를 맹종하는 태도로는 중화인공, 일본의 이런 역사도발을 제어하거나 응징할 수 없다. 역사인식의 틀을 바꿔주는 한국사 현대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그 첫걸음이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믿음에서 벗어나 예맥선비숙신의 동이 3족으로 한국사의 지평을 넓혀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수천년 소한국사의 족쇄를 풀고, 선진 대한민국에 걸맞은 대한국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서는 △고조선과 동이 열국의 성장 △삼국의 흥망과 남북국 시대 △거란여진고려 시대의 성쇠 등 총 3장으로 구성됐다. 대구 출신의 박씨는 1975년 매일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문화사업국장, 독자국장, 논설실장 등 보직을 거쳤다. 재임 중에 대구대, 계명대, 경일대, 영남대에서 강사, 겸임교수,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저널리즘과 홍보론을 가르쳤다. 지난 2009년 퇴직한 이후에는 9년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겸임교수, 강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역사 저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또 다른 저서로는 '역사 의병, 한국사를 말한다, '나라가 커지면 역사도 커져야',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70년'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타
  • 2021.04.29 15:3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박병윤 채록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詩가 되다’

하늘의 별이 그대로 쏟아지는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사봉리, 수만리, 신월리, 만경강 발원 샘으로부터 시작된 시인의 마을에는 누가 살까? 다섯 살부터 백 세까지, 어머니는 눈물이 죽죽 흘러 자운영꽃을 적시고, 곶감 박사는 야생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고종시를 만들고, 밤티마을 다섯 살 채언이는 강아지 미오와 딸기와 놀고. 반딧불이가 마당을 밝혀주면 시인의 이름을 낱낱이 호명하며 고향을 가슴에 담는다. 강영옥, 구만옥, 국승구, 국중하, 권구연, 길영숙, 김금석, 김기화, 김명옥, 김미애, 김영두, 김영미, 김용만, 김정환, 김종환, 故 김진갑, 김초엽, 김형순, 김호성, 나동현, 박나윤, 박문수, 박영환, 박인현, 박종린, 박지현, 박채언, 방순임, 배창렬, 배학기, 백남인, 백성례, 설유정, 송남희, 송은영, 수만댁, 심옥수, 오경표, 오영만, 오정현, 유경태, 유승정, 유재룡, 이강현, 이계옥, 이귀례, 이기성, 이기순, 이노성, 이덕범, 이보영, 이승철, 이인구, 이형순, 인정식, 장영선, 전영안, 정영천, 정정순, 조인식, 조인철, 최경자, 최귀호, 황에스더, 경로당 분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마을 하나가 사라진다고 한다. 노인의 토막말은, 8대 오지奧地였다는 동상면 산골이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한국전쟁을 지나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걸지 않는 동상면 시인 면장에 의해 구술시로 태어난다. 동상면 주민의 삶은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언어는 구술채록 시인에 의해 시가 되었다. 과거와 미래가 겹쳐진 현재의 기억을 수평적으로 흐르게 두고, 안전한 회상의 방법을 통해 한 개인의 삶이 생애사적으로 기록되고 저장되는 것이다. 1부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詩가 되다 2부 호랭이 물어가네 3부 다시 호미를 들다 4부 문필봉에 뜬 달 5부 고향에 그린 수채화 6부 마을이 시詩시柿로 물들다 이렇게 6부로 이뤄진 드라마는 어떤 고향, 어느 마을, 누구의 이야기가 된다. 동상면의 다섯 손가락의 보물은 시의 모티브가 되고, 다시 동상골 삶터는 그림으로 재현된다. 동상 최고령 어르신의 삶터와 감칼/ 동상주조장과 막걸리 술항아리/ 시골살이 젊은 가족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 이야기/ 장군봉이 지켜온 고종시 감나무/ 시인의 방이 된 어머니의 손때 묻은 옛 물건들 (동상골 삶터를 그리다, 부분) 감 깎기가 한창일 때 동상면 사람들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니라 東上二夢, 동상 100년 역사 찾기와 동상주민 예술가 만들기, 동상면의 두 가지 꿈을 꾼다. 완주군은 비매품인 이 시집을 동상면의 동상이몽 시인의 마을공동체 육성 프로그램 교육과 홍보 자료로 활용하고, 독자들을 위해 곧 전국 서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윤흥길 소설가의 서평처럼 깊은 산골 작은 고장 동상면에서 왜배기 대짜 물건이 돌출했다.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살아온 촌로와 촌부들 중심으로 갑자기 시인집단이 출현한 것이다. 손수 글로 옮기지 못해 구술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그 무명 시인들의 가슴 속 통나무 안에 당초 누가 그토록 영롱한 시심을 심어놓았는지 모르겠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28 18:00

‘제4회 혼불의 메아리’ 대상에 전주 박근형 씨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혼불의 메아리)에서 박근형(30전북 전주시) 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작품은 박혜영 작가의 <비밀 정원>을 소재로 한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이다. 박근형 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작품의 서사 구조를 해체한 후 인물의 관계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독서법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의 이음매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는 평을 얻었다. 박 씨는 <비밀정원>을 여러 번 탐독하면서 작품 속 섬세하고도 공들인 문장들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애정과 다정함의 지점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은 김해광(30경북 경산시) 씨의 죽음과 생명, 고통과 기억의 향기와 황혜림(25경기 평택시) 씨의 패하지 않을 패자의 서가 차지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모두 352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고요한 밤의 눈> 88편(25%), <비밀 정원> 77편(22%), <나라 없는 나라> 67편(19%), <홍도> 60편(17%), <최후의 만찬> 60편(17%)이다. 특히 올해는 전북지역 참가자가 45%로 많았고 서울, 경기, 대구, 인천이 뒤를 이었다. 참가자 나이는 11세부터 83세까지 더 넓어졌다. 20대와 50대가 각각 21%와 19%로 높았다. 문신(우석대 문창과 교수) 심사위원장은 응모한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쓰는 읽기의 힘이었다면서 응모자들은 저마다 노련한 탐험가가 돼 문장의 협곡을 탐사하고, 그곳에 숨어 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데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했으며, 그 가운데 자기만의 독법을 개성 있게 발휘해 낸 응모작들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28 18:00

[신간] 명작에 얽힌, 시인들의 일화와 생애

한국 문학사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시인 20명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정일남 시인이 펴낸 <명작에 얽힌, 시인들의 일화와 생애>(다시올)이다. 자기 영토를 점유한 모국어를 사랑했던 시인들을 부제로 한 이 산문집은 한용운, 박목월, 박인환, 천상병, 서정주, 윤동주, 신석정, 김소월 등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삶을 다양한 일화와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시인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며 시 구절 속에 숨은 의미와 삶과 연계된 이야기를 씨줄날줄처럼 엮어낸다. 전북 출신인 신석정 시인과 서정주 시인에 관한 글이 눈길을 끈다. 1907년 부안에서 태어난 신석정은 창씨개명을 거부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로 쓴 시도 없었다. 애제자인 허소라 시인의 증언에 따르면, 시인은 학창 시절 일본인 담임의 야만적인 언사에 분개해 동맹휴학을 주도했다고 한다. 출간한 시집에 따른 시 세계의 변화상도 관심을 모은다. 제1기 <촛불>에서는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시, 제2기 <슬픈목가>에서는 이상향과 그 상실감에 대한 공허감, 제3기 <빙하>에서는 현실 비판적인 시를 썼다고 한다. 제4기 <댓바람 소리>의 시들은 분노를 잠재우고 차분한 관조의 정신으로 초기의 시로 되돌아간다. 1915년 고창에서 출생한 서정주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명작만큼 에피소드가 다채로운 시인이다. 작가는 미당의 어린 시절부터 거장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미당의 어린 시절 가족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미당의 아버지는 인촌 김성수의 집 마름이었다. 마름이란 옛날 지주의 땅을 관리해서 소작일을 부쳐주고 가을 추수를 관장하는 업을 하는 사람이다. 미당의 시 <자화상>에서 아버지는 종이었다는 구절은 실제 종이 아니라 마름을 뜻한 것이라고 한다. 가수 송창식과 관련된 에피소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송창식은 시 <푸르른 날>이 맘에 들어 미당에게 찾아가 선생님의 시가 좋아서 제가 작곡해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고 했지만 미당은 아무런 응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미당을 찾아가 허락해 후길 간청해,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다. 작가는 이에 대해 미당이 왜 송창식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다가 하도 간청하니까 마지못해서 허락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진의는 모르겠으나 혹시 소프라노 가수나 테너 가수가 불러서 가곡이 돼야 하는데, 가곡이 아닌 대중가요가 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삼척 출신인 정일남 시인은 지난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며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시집으로 <어느 갱 속에서>, <야윈 손이 낙엽을 줍네>, <밤에 우는 새>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28 17:52

[신간] 공자의 교육사상을 통해 오늘날의 교육을 비판하다

일제 강점기 시기 대학자인 보정 김정회(1903년~1970년) 선생의 손자인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이 공자의 교육사상을 다룬 <공자의 교육이념과 그 실천>(도서출판 조은)을 출간했다. 책에서는 논어에 담긴 공자의 교육정신과 원리를 중심으로 분석한 뒤, 서구 중심적인 현대 교육의 각성을 주장한다. 김경식 소장은 논어에서 공자의 일관된 교육정신과 교육원리를 강하게 인식했다며 서구적 영향을 받은 오늘의 교육이론과 그 실천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공자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그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제2장은 공자가 바라보는 교육의 가치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제3장은 공자의 이상과 교육사상, 교육이념을 다루고 있다. 제4장은 교육의 근본 목적인 인간양성, 제5장은 학문, 덕행, 충심, 신의 등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 내용, 제6장은 흥미에 중심을 둔 교육과정을 서술했다. 제7장은 도덕교육론으로 공자가 어떻게 가르쳤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제8장은 교사론으로 교사가 어떻게 덕성을 함양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이 장을 통해 현대시대 교사가 많은 시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경식 소장은 오늘날의 교육은 삶의 의미와 가치의 체득보다는 삶의 기교와 수단을 가르치는 데 급급하다며 이 책이 오늘날의 교육에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창 출신인 김 작가는 전주고, 성균관대, 전남대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수필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대련에서 만난 여인>,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만추의 선운사를 거닐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28 17:52

[신간]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김진방 기자 ‘대륙의 식탁, 베이징 맛보다’ 인기몰이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소속 김진방 기자가 4년 간의 중국특파원 재직시절 중국의 음식문화를 겪고 엮은 책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홀리데이북스)가 3쇄에 들어가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문화동북공정 속 무엇보다 중국을 잘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한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식문화 만한 것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김진방 기자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세계에서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하는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이어 최근 동북공정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중국은 더 이상 관심외, 등한시하는 나라가 아니게 됐다. 책은 김 기자가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맛보고 느낀 중국의 4대 요리, 산둥, 쓰촨, 광둥, 화이양 요리를 거론한다. 또 지역별로 다시 요리가 세분된다. 여기에 저장요리, 푸젠요리, 안후이요리, 후난요리까지 추가해 중국 8대 요리라 칭하는 데 8대 요리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또는 중국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중국 음식과 떼어놓을 수 있는 차와 술을 즐기는 방법까지 설명하고 있다. 김 기자는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미세먼지처럼 우리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중국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어 보기 위해서다.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맛 좋은 음식과 멋진 공간,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 나아가 최근 논란과 관련해 중국을 더 많이 알고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를 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김 기자는 연합뉴스 전북본부 사회부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국제부, 북한부를 거쳐 2017년 1월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해 4년째 북한과 중국 정치, 외교를 취재했고, 다시 전북본부로 돌아왔다. 대학 시절 중국에서 교환학생과 인턴 생활을 하면서 중국 요리와 차, 술 등 식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며, 본격적으로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며 베이징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 맛 기행을 다녔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 중국 문화 중 특히 식문화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맛 기행을 다니면서 만난 중국 셰프들을 비롯해 차 술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얻은 지식을 글로 풀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블로그도 운영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입소문이 나면서 운 좋게도 한식진흥원 베이징 지사와 주중한국문화원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팔도 한식 대전 심사위원을 맡았다. 단순히 식당 또는 미식 자체를 소개하는 맛 블로거가 아니라 특정 요리나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하듯 소상하게 파헤쳐 들려주는 맛 이야기꾼으로 활약 중이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4.21 18:18

[신간] 무라카미 하루키 초 단편을 이해하는 해설서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초 단편소설을 분석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 초 단편의 메타픽션성>(제이앤씨)이 출간됐다. 이 책은 그 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하루키의 초 단편 속에 담긴 세계관, 직유와 허구, 비유, 문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하루키 문학의 다원적인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은 초 단편 19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정리한 하루키 문학의 특성은 대중들의 삶과 괴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찰나적인 느낌을 언어화한 소설해석은 사람들의 소박한 내면을, 아주 사소한 것을 통해 우리네 삶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위트가 가득한 언어예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반전의 상황을 알기 쉽게 제시해주기도 한다. 책은 또 비슷한 성질을 가진 두 사물을 연결어로 결합해 직접 비유하는 직유표현이 하루키 문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파편적인 상황을 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우리와 나, 진실에 대한 모호함과 실체의 허구성, 방황 끝에 다가온 새로운 질서에 대한 진실 등이 직유 안에 녹아들어 있다. 이와 함께 하나의 틀을 거부하고 뒤집는 메타픽션의 속성도 충실히 다루고 있다. 역자인 최순애 번역가는 하루키 문학은 다각적인 해석을 담아 어느 것이 본래의 의미인지, 올바른 해석인지 알기가 어렵다며 이 번역서가 재미있지만 난해하고 복합적인 하루키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21 18:15

[신간] 정세균 전 총리 에세이 ‘수상록’…미스터 스마일의 품격

복잡한 상황에서는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로 분석하지 말고, 무엇이 올바른지를 기준으로 분석하게나. 그러면 단순해진다네.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71) 전 국무총리가 에세이집 <수상록>을 내놨다.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저자의 정치 인생과 철학이 녹아든 책이다. 원래 이 책은 저자가 국무총리가 되기 전에 출간하려 했으나, 지난해 1월 그가 국무총리로 취임하고 뒤이어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맞물리며 출간이 미뤄졌다고 한다. 대신 코로나 총리로서 겪은 코로나 19에 관한 뒷이야기를 더해 퇴임 직후 펴내게 됐다. 책은 저자가 구술하고 편집자가 그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는 방식을 취했다. 경어체와 구어체로 작성돼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에세이집에는 총 93편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제1장 무엇이 올바른지에 수록된 21편의 에세이는 올바름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다. 그는 의약분업 시행, 과거사법 통과 등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설령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은 유불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2장 바이러스와 싸우다는 지난해 전 세계를 위협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방역 사령부 안쪽의 이야기다. 제3장 더 훌륭한 나라에는 다른 장에 비해 정치적인 진지함이 짙게 묻어나는 글이 수록돼 있다.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라 할 만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경제, 사회통합, 통일, 환경, 외교 같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낸다. 제4장 민주주의자 정세균은 직장 생활을 하던 저자의 정치 입문 과정 등 정치인으로서 정 전 총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서술한다. 제5장 응, 아저씨가 진짜 세균맨이야에는 저자의 성장기와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안군에서 태어난 정 전 총리는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쌍용그룹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4선, 서울 종로구에서 2선을 했다. 산업부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21 18:1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최명희 소설 ‘혼불’

소리 내 읽으면 귀에 익은 억양이 감미로우나 새삼스럽다. 잊고 지내온 아득한 말들. 우리 유전자 어딘가에 숨어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쩍쩍, 입맛이 당긴다. 전라북도 곳곳에서 너나없이 쓰는 독특한 말이 숱하게 녹아 있는 최명희(19471998)의 대하소설 「혼불」. 작가는 첫 문장을 쓸 때부터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운율을 타고 가슴에 척 안겨드는 문장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우리말 고유의 리듬과 울림을 고려해 쓴 최명희의 문장. 독자들은 이것을 혼불체라고 부른다. 「혼불」은 어둡고 암울한 1930년대, 전주와 남원, 만주를 배경으로 한다. 국권을 잃었지만,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던 이중적인 시대에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작가가 선사한 문학의 혼은 그가 쓴 원고지 칸칸이 불꽃처럼 피어났다. 꽃심으로 전라도 정신을 되살렸고, 작품에 담긴 우리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전라도의 역사와 삶을, 겉과 속내를 빠짐없이 담은 「혼불」이 있어 이 땅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도시가 되고 있다. 작가 최명희는 「혼불」을 통해 순결한 모국어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삶이 스며들고 우러난 모국어. 풍요로우나 피폐해 있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본질적인 고향의 불빛 한 점을 전할 수 있다면,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근원적인 삶의 생명소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한 시대의 인간과 문화와 자연을 언어로 건져 나의 모국에 한 소쿠리 모국어로 가득 바치고 싶은 간절한 소망.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자신을 사로잡는 명제는 전아하고, 흐드러지면서, 아름답고, 정확한 우리 모국어의 뼈와 살, 그리고 미묘한 우리말, 우리 혼의 무늬를 어떻게 하면 복원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말의 씨앗으로 「춘향전」「심청전」과 같은 우리 고유의 이야기 형태를 살리면서 서구의 것이 아닌 이 땅의 서술방식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일. 기승전결의 줄거리 위주가 아니라, 낱낱의 단위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을 이룰 수 있는 장과 문장과 낱말을 쓰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무심코 지나치는 이야기, 한 맺힌 이야기, 깊고 낮은 한숨, 꽃잎 피고 지는 소리, 골목 어귀 낮은 꽃들의 일렁임. 골짜기에 물이 모이듯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작가의 가슴 저 밑바닥으로 들어와 헤아릴 수 없이 쌓였다. 그것들이 뭉치고 어우러진 것들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불덩이를 이뤄, 결국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새긴 작품이 「혼불」이다. 「혼불」의 흔전만전한 언어의 잔치를 누리면 오히려 독자 스스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 쓸쓸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유달리 많은 지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다. 마음 닿고 싶은 이에게 먼저 전하고 싶은 문장과 따뜻한 위로가 「혼불」에 있다. △최기우 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희곡집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전주, 느리게 걷기』와 『꽃심 전주』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21 18:11

[신간] 전북문인협회 ‘전북문단’ 제93호 변화 눈길

전북문인협회가 기존 <전북문단>과는 차별화된 <전북문단> 제93호를 발행했다. <전북문단> 제호도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 영인본에서 집자해 사용함으로써 전주가 출판문화의 고장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또 시군지부 활성화를 위해 기획 특집으로 전북문협에 변방은 없다를 다뤄 첫 번째로 군산문협을 집중 조명했다. <전북문단> 제93호는 1권과 2권으로 나눠 제작했다. <전북문단>을 수필아동소설희곡평론, 시시조 등 장르별로 나눠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전북문협은 회원들의 작품을 1권으로 발행하다 보니 부피가 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문금옥 전북문단 편집위원장은 문학의 지향성인 창조성과 차별성을 담고 싶었다. 김영 회장의 3년 임기 동안 <전북문단>은 100호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 특집으로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전북문단> 편집은 새롭게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문단> 제93호는 이광복 한국문협 이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전선자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축사를 담았다. 제32대 김영 회장의 전북일보 인터뷰 기사와 2021년 행사 갤러리 등을 실었다. 아울러 정선옥 회원의 희곡 작품 마시멜로 등 회원들의 작품 200여 편을 수록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21 18:11

[신간]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 내인생의 음악편지

코로나 19시대 코로나 블루를 떨치기 위해 익숙하고 정겨운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들으면서 힘든 일상을 잊는 것은 어떨까. 한사람 사람의 음악과 관련된 추억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힐링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학교 영문학과 이종민 교수가 정년 퇴임을 맞아 음악 에세이<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내 인생의 음악편지>(걷는사람)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이종민의 음악편지를 받아 온 친구와 지인, 선후배, 동료들이 이 교수의 정년 퇴임을 맞아 화답으로 보낸 음악과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책은 각 사연마다 표기된 QR코드를 찍으면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돼 있다. 116명의 필자들은 내 인생의 음악을 골라 그 음악으로 기억되는 우정과 감사, 축하와 존경, 추억, 그리움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장면들을 감동적이면서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 장르가 언급된 것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과 만남은 핍진한 일상과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황홀과 기쁨으로 이어지며, 슬픔과 그리움에서부터 설렘과 열정, 내일을 향한 의지에서 지나간 일들의 아쉬움까지 인간의 삶이 지나갈 모든 감성과 경험, 지혜를 담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추천사에서 각각의 필자들은 강호의 고수들이고 이 고수들이 음악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는 글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라고 했다. 이 전 교수는 책에서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내 인생의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사연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즐거운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이 없으면 미래가 막연하고 추억이 없으면 과거가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이 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제대로 꾸기 위해서라도 추억을 소중하게 정리하고 간직해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완주 화산 출신인 이 전 교수는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과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장을 맡아 전주한옥마을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했다. 전북대 인문대학장,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학장협의회장, 전북대학교 인문역량강화사업추진단장을 맡아 대학의 인문학 토대 구축을 위해 힘썼고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호남사회연구회 이사장, 천년전주사랑모임 상임이사, 완주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완주문화도시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황금가지, 공저), <달궁 가는 길: 서정인의 삶과 문학>(서해문집, 편저), <이종민의 음악편지: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서해문집), <이종민의 음악편지 둘: 화양연가>(이지출판), <이종민의 음악편지 셋: 흑백다방의 추억>(범우사), <이종민의 추수객담: 미치거나 즐기거나>(이지출판), <변증법적 상상력: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4.14 18:07

[신간] 조선시대 양반의 솔직한 감정을 엿보다

저는 관찰사의 농간으로 지금 막 영남의 읍에서 유배지를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혹 하룻길을 갈 하인과 말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계묘년 12월 1일 저녁 누제 머리를 조아리며 아룁니다. 조선 경종 시기, 부여현감 권응이 부안 김씨 집안의 김수종에게 전한 편지다. 급박함이 느껴진다. 노비와 말을 구하지 못할 경우, 양반 입장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유배지를 옮길 때, 동행하는 나졸배들은 유배자의 행색이 초라하면 곧바로 무시하고 학대하기 일쑤였다. 양반출신 관료들은 이런 상황을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으며 미리 대비하려고 했다. 이같이 조선시대 양반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조선 고문서 연구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교수가 펴낸 <옛 편지로 읽는 조선 사람의 감정>(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이다. 저서에서는 부안 김씨 우반종가에 소장된 간찰을 활용해 양반의 일상사와 다양한 감정을 살핀다. 특히 유배를 경험했던 양반들에게서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는 흥미를 더해준다. 유배지에서 힘들 때는 지인들에게 말, 노비, 생활용품 등을 빌리기 위해 온갖 하소연을 하다가, 해배되면 은혜를 기억하며 후견인들과 계속 편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권응도 해배된 후, 말과 노비를 돌려보내는 편에 부친 감사 편지를 끝으로 김수종과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 전경목 교수는 서울로 돌아간 유배자들은 유배지에서 느낀 고마움 대신 그곳에서 겪은 괴로움만 고통한 기억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양반의 솔직함과 비통함, 집요함도 드러난다. 여과없이 분출되는 이런 감정들은 삶의 현실과 버무려지며 고스란히 나타난다. 인조반정 공신인 원두표는 자신의 며느리가 임신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안출신 명망가인 김홍원에게 첩을 중매해주기를 당당하게 요청하기도 하고, 김홍원의 큰 아들인 김명열은 평산부사로 재임하던 도중 아내를 잃자 친한 지인에게 여과없이 슬픔을 드러낸다. 밀려드는 청탁을 거부하지 못하는 현실과 약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경우도 나온다. 김명열은 평산부사를 지낼 때 토지, 노비, 농장관리 등 여러 청탁을 받지만 사회적 관계망 때문에 외면하지 못하고, 상관인 황해감사에게 수 차례 휴가 요청을 거부당했어도 반발하지 못하는 현실을 답답해한다. 이밖에 일상에서 피할 수 없던 기근과 돌림병에 대한 공포, 서울 정가의 민감한 소식과 불안에 뿌리를 둔 유언비어, 누명을 피하기 위해 비빌의 흔적을 지워야만 하는 불안함 등도 세세하게 드러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전경목 교수는 조선시대 고문서 연구를 통해 일상사를 규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고문서를 통해서 본 우반동과 우반동김씨의 역사>,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숨은그림찾기: 유희춘의 얼녀 방매명문>, <조선후기 소 도살의 실상>, <조선후기 탄원서 작성과 수사법 활용>, <양반가에서의 노비 역할>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14 18:02

[신간] 장욱 시인 ‘고하 최승범 시조시 연구’…스승에게 바치는 책

고하 스승님은 나에게는 밝은 등불이시다. 세상에 그 많은 좋은 말들의 홍수 속에서도 한 마디 죽편 같은 말씀은 큰 울림이 됐고, 내 삶의 지표가 됐다. 장욱 시인이 <고하 최승범 시조시 연구>란 책을 내놨다. 1988년 썼던 전북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 논문을 책으로 출판한 것으로 스승에게 바치는 선물과도 같다.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 시조론 강의 시간이 스승님과의 첫 만남이고, 가슴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 열강에 힘입어 새시조라는 시조시 동인을 구성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벌써 45년 전의 일이다. 저자는 최승범 시인이 1968년부터 1987년까지 출간한 8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시 형식을 고찰했다. 제1기, 제2기, 제3기로 나눠 그 변화 과정을 통한 시 형식의 확립을 살폈다. 제1기(제1시집~제3시집)는 형식의 모색기로 단장시조, 양장시조, 연첩시조 등이 나타났다. 3행, 6행, 7행, 8행, 자유형태 등 평시조의 형태도 다양했다. 제2기(제4시집)는 형식의 확립기로 8행 3연의 독자적인 시형을 확립했다. 제3기(제5시집~제8시집)는 연시조시로의 발전기로 연(聯) 단위의 구조를 형성해 자유시 형식에서 보이는 시적 구조체를 형성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최승범 시인은 8행시조시를 창출해 현대시문학사에 커다란 지평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시조시를 현대시의 위상으로 높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욱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를 펴냈다. 전주기전중 교장을 역임하고, 풍남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14 17:5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문신 시인 -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역사는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압축할 수 있지만, 기억은 한 줄의 문장으로 추려 쓸 수 없다. 역사는 과거형으로 마침표 찍어도 되지만, 기억은 쉼표를 찍어가며 거듭 살아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삶은 역사의 문장으로 기록되지 않고 영혼의 노래로 기억된다. 이것이 극작가 최기우의 희곡집 <조선의 여자>를 읽고 난 대체의 감회다. 작가 최기우가 기억해 낸 일은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사람들의 심연이지만, 그가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막이 시작하면 가난이야 가난이야. 웬수녀르 가난이야라고 송동심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탄식이다. 그러나 최기우의 손끝에서 야무지게 기록되는 것들은 진부한 가난 서사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적 윤리와 역사적 성찰의 부재야말로 뼈아픈 인간적 실책이라는 것이 <조선의 여자>에 기록된 기억이다. <조선의 여자>는 1943년 봄부터 1946년 겨울까지를 담고 있다. 기본 서사는 송순자, 송동심 두 이복자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서사의 본질은 제국화되어 있는 남성적 폭력의 허위성을 폭로하는데 있다. 가족 서사를 바탕에 둔 <조선의 여자>는 제국주의적 폭력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폭로하기 위해 가족 내 남녀의 권력 역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 송막동은 도박중독자로 반월댁, 세내댁 두 여성을 거느린다. 이 구도는 본부인과 첩을 공공연하게 거느렸던 전근대적 관계이다. 그러나 개화된 시대에도 이 구도는 아들 송종복과 두 딸의 관계 속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카피(copy)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 권력은 폭력으로 지탱된다. 송막동이 반월댁, 세내댁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 위안부 징발을 피해 부랴부랴 시집 간 송순자가 남편에게 당하는 폭력, 송동심이 헌병에게 당하는 폭력은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파멸시킨다는 작가의 관점이다. 위안부로 끌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송순자와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고 자신의 손목을 도끼로 찍어버리는 아버지 송막동 모두 제국주의의 폭력에 희생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상징폭력이 건재하며,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최기우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1945년 당시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문 낭독과 현재 일본 정부의 위안부 망언 관련 뉴스를 효과음으로 들려준다. 이렇게 반성할 줄 모르는 유령들이 환청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이 역사의 현장이다. 방심하는 순간 우리 역사는 왜곡된 기억으로 떠도는 사람 가죽 뒤집어쓴 승냥이들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길 것이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희미해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것이 기억을 기록해야만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기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진실을 얼마나 간절하게 지켜내느냐이다. 기록하는 사람의 양심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여자>는 작가 최기우가 기록한 우리 시대의 진심이고자 한다. 그 진심 속에 역사와 시대의 양심이 뜨겁게 살아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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