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23 07:34 (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약팽소선(若烹小鮮)

2006년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은 ‘약팽소선(若烹小鮮)’(마치 생선을 조리하듯이 마구 휘젓지 말고, 차분하게 조심조심 모든 일에 임함)을 꼽았다.이는 ‘노자’ 60장에 나오는 글귀로서 원문에는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으로 나온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란 뜻이다. 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한 노자의 행동철학으로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여러가지로 의미를 주고있다.2005년 지난해는 전라북도지역의 오랜 숙제들이 정리된 한 해였다. 국가적 갈등이었던 방폐장 유치문제와 새만금사업 계속추진문제 등 한국사회를 '상화하택'(上火下澤.위에는 불, 아래는 물)처럼 들끓게 하였던 문제들이 정리되었고, 지역간 자존심을 걸었던 태권도공원 유치,혁신도시선정도 마무리되었다.새해에는 이들 정리된 그리고 새롭게 시작해야할 일들을 차분히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더구나 몇 달 뒤에는 새일들을 맡아야 할 각 지자체의 단체장과 의원선거가 있으니 더더욱 사려깊은 준비와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이런 새해에 대한 기대로서 잘 못 손댔다가는 모양새가 형편없어질 수 있는 생선요리하는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다.그러나 단순히 지켜만 보아서는 요리가 안되듯이 불도 조절하고 특히, 양념을 잘 쳐서 최고의 음식이 되도록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맛과 멋의 고장 전라북도의 많은 사업이 다른 지역의 여타사업과 비슷한 수준과 내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전라북도는 최근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최상위의 문화유산지수를 보여주고 있다.이같은 측면에서 국가적 사업들이 품격높은 문화적 포장을 통해 진행된다면 세계적인 한류붐을 선도하는 핵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즉,태권도공원조성에 역사와 문화적 콘텐츠를 집중시켜 단순한 태권도수련공간이 아니라 민족의 얼과 역사,문화가 표출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도올 김용옥의 태권도의 학술적 체계화에 대한 조언은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또한 새롭게 완성될 새만금도 더 이상 환경,개발방식에만 집중치 말고 새만금으로 상징되는 토대문화를 연구,구축하여 새만금,새땅,새문화로 연결되는 큰 틀의 지향점과 역사문화적 근거를 정립해야한다.이는 이미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승부수를 띄웠고 그 가능성이 확인되어 선두로 나가고 있듯이 우리에게 충분한 가능성과 자질이 있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1.04 23:02

[오목대] 여가문화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두 번 다시 그 노트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받아 적지도 않은 사람이 들은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는 이야기는 또 아니다. 아마 병술년 새해를 맞아 여러 계획을 세우는, 그야말로 연례행사를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은 단순한 수첩이 아니라 일 년 계획을 균형있게 세울 수 있게 하는 시스템 다이어리란 것도 있어서 예전보다는 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하다.하지만 이러한 연중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여가(餘暇)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잘 세운 계획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2004년 전북지역에 사는 15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TV시청, 여행, 문화예술 관람, 스포츠 관람, 스포츠 참여, 컴퓨터게임, 창작적 취미, 자기계발, 사교관련, 봉사활동, 가족과의 시간, 가사·잡일, 휴식·수면 등의 항목을 보면 흥미롭다. 전북지역 사람들이 전국 평균치를 웃도는 항목은 ‘창작적 취미생활’이 130%, 다음으로는 ‘가사·잡일’이 122% 등이다. 이런 통계를 보면 전북지역 사람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해석되며 가정적인 일에도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문화예술 관람’이 52%에 지나지 않으며, ‘스포츠관람’이 60%, ‘여행’이 77% 등으로 전국 평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문화예술 관람’은 인접한 대전 143%와 비교할 때 예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물론 경제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 단순비교가 갖는 한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형편이 문화예술의 관람과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러시아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봐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경제적인 형편과 여가생활을 결부시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면서 여유롭게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자유(Freedom), 느낌(Feeling)으로서의 여유, 그리고 재미(Fun) 등 3F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휴식과 수면 등의 극히 소극적인 여가형태나 음주가무(飮酒歌舞) 등의 과도한 그리고 위험한 여가형태를 벗을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문화도시, 예향 등의 이름에 걸맞은 여가문화를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1.03 23:02

[오목대] 근하신년(謹賀新年)

춘래불사춘(春萊不似春)이라 했던가. 분명히 을유(乙酉)년이 가고 병술(丙戌)년 새해가 시작됐는데 영 새해 기분이 나지 않는다. 70년만의 폭설 피해에다 시위 농민 사망 사건에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파문까지 겹쳐 심란하게 보냈던 작년 세밑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더구나 신정 휴일이라고 해봤자 딱 하루인 것을 그나마 올해는 일요일에 빼앗겨버려 평소 주말과 다름없이 보내고 말았으니 해바뀜의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사실 새해를 맞았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간이 달력을 만들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 것 말고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날이 이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하루하루가 자신에게 새롭고 뜻깊은 날이기를 희망한다. 산다는 것이 그렇거니와 아무 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살아있으되 죽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는 별 볼 일이 없더라도 별 일을 만들어가면서 바쁜 것처럼 살아 볼 일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엔드 월드 리포트'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삶을 꾀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생을 바꿔 사는 50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단순화하라, 자극하라, 정리하라, 멋지게 살아라,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모습을 직시하라'가 5가지 큰 영역이며 한 영역마다 10가지씩의 방침이 제시돼있다. 단순화하라는 영역에는 무슨 일을 먼저 할 것인지를 정하라·명상하는 방법을 배워라가, 자극하라는 영역에는 뇌를 이용하라·놀이를 즐겨라가, 정리하라에서는 재정상태를 깨끗이 하라·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계획을 짜라 등이 세부 지침으로 제안됐다. 또 멋지게 살아라에서는 운동을 하라·충분히 자라가, 당신의 모습을 직시하라에서는 철학을 생활화하라·용서하라가 주요 지침으로 제시 됐다. 평소 익은 내용이지만 새해 벽두라서 그런지 새로운 느낌으로 와닿는다.매양 추위 속에/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님의 '설날 아침에'라는 글이다. 근하신년(謹賀新年).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1.02 23:02

[오목대] 병술년 새 아침에

2006년 병술년(丙戌年)은 열두 띠로 보아 ‘개’띠 해이다. 우리에게 일상화된 열두 띠가 서구 사람들에게는 낯선 문화로 여겨진다. 이 열두 띠의 유래는 최소 기원전 226년 경에서 최대 2205년까지 소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신라 성덕왕릉이 축조된 736年 이전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열두 띠는 중동이나 인도등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지만 이를 십이생초(十二生肖)라고 부른 중국에서 발생하였다고 하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열두 띠는 다 아다시피 쥐띠(子), 소띠(丑), 범띠(寅), 토끼띠(卯), 용띠(辰), 뱀띠(巳), 말띠(午), 양띠(未), 원숭이띠(申), 닭띠(酉), 개띠(戌), 돼지띠(亥)의 순서로 되어 있다. 그 중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개’ 아닌가 싶다.개는 사람을 잘 따르는 짐승이다. 가깝게는 오수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의견제’가 주인을 충성스럽게 따르던 개를 소재로 삼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충성심은 우리 나라뿐 아니다. 일본 동경 교외의 시부야 전철역에 서 있는 동상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 볼 수 있는 공원과 동상 등의 설립배경에서 개에 대한 고마움을 찾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것으로 보아 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을 넘나들지 않나 싶다.그런데 우리가 개에 대해서 갖는 감정은 호감만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 역시 개를 돌먹이며 표현하는 것이 그 한 사례가 된다. 얼마전 방송작가가 “무지개와 무지 ‘개’의 차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물론 이 때 뒷 부분에 표현된 ‘개’는 짐승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어감은 욕설에 가까운 느낌으로 이해된다.개가 사람들에게 애증(愛憎)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을 달리 생각해 보면 사람과 오래 살았다는 증거가 아닌가 한다. 사람과 고락(苦樂)을 같이하다 미운 정과 고운정이 다 들다 보니 그런 이중적인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사람도 더불어 오래 지내다 보면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면서 살게 된다. 그러면서 어찌 서로 애증(愛憎)이 교차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서로 끝을 볼 때까지 막 가는 식으로는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해를 다시 시작하는 첫 날, 옆 사람에게 덕담(德談)을 건네는 것으로 아침을 열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 있으시다지요.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1.01 23:02

[오목대] 전자 연하장

한해가 저물어 간다.도도히 흐르는 장강(長江)의 물결처럼 멈춤이 없는 시간에 어떻게 시작과 끝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시간의 구획을 나눠 하루, 1주일,1달,그리고 12달을 모아 1년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작위처럼 보인다.세밑을 맞으면 모두가 들뜨기 마련이다.각자 한해를 보낸 궤적을 그려보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기 때문이리라.보람찬 나날을 보낸 사람에게는 새해 또 다른 포부가,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에게는 회한이 찾아들 것이다.세월의 한 획을 짓는 세밑이기에 느끼는 감회는 각별한 것이다. 또한 이때쯤이면 바쁜 일상에 쫓겨 자주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떠올리게 된다.어느 시간대를 공유했던 스승이나 어른,친구들에게 따뜻한 정이 담긴 연하장을 보낸다.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아기 예수의 모습과 신년 축하의 글을 동판(銅版)으로 인쇄한 카드를 주고 받은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18세기에 유럽 다른 나라로 퍼진뒤 근대 우편제도 발달에 힘입어 지구촌 곳곳에 전파되었다.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세함(歲銜)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관청의 아랫사람이 설날 윗사람 집에 세배를 갈때 그집 문앞에 내놓은 상자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명함을 넣는 것이다.일종의 연하장인 셈이다.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에게 연하장이 널리 퍼진 것은 6.25전쟁후 미군부대에서 성탄카드가 흘러나오면서 부터이다.체신부가 처음으로 연하엽서를 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말연시면 우체국 창구마다 엄청나게 쌓여 집배원들에게 한쪽 어깨가 휘어지는 고통을 안겨줬던 연하장 물량이 최근들어 크게 줄었다.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보내는 전자 연하장 때문이다.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는 봉투를 구입해 우표를 붙이는 번거로움을 덜수 있어 우선 편리하다.다이얼만 누를줄 알면 누구라도 보낼 수 있다.여기에 우편물 보다 저렴하다.10∼ 20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장년세대까지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전자 연하장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정성스럽게 사연을 적은 편지만큼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아무리 디지털시대라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하장이 주는 포근한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세밑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9 23:02

[오목대] 교수와 연구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이 연일 한국 나아가 세계의 톱뉴스가 되고 있다. 특히 대학사회, 지식인사회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게 허술하게 조작한 논문이 세계적인 잡지에 실린다는 사실이 놀랍기 때문이다. 엄중하기로 소문난 사이언스지도 논문조작을 밝혀내지 못하고 논문이 사실이라고 계속 주장했었다. 또한 학자들이 스스로 윤리를 지켜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황우석박사가 약 1000억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정부 등에서 받아 사용하였다고 한다. 대학에 각종 연구비를 나누어주는 학술진흥재단이 1년에 약 2조원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상당한 국비가 지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점검은 매우 엉성하다. 교수들이 연구하고 교수들이 점검한다. 교수들이 전문가이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교수들이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수들의 팔이 안으로 굽어 문제가 있어도 모르는 체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커지기 전에는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다.실제 교수들은 다른 교수들 연구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지 않는다. 연구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적인 비판으로 생각하여 적대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문제점을 알고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기 어렵다.더구나 같이 연구하여 연구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자신을 지도하는 교수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다. 자신의 미래가 막히기 때문이다. 지도교수가 잘 이끌어주지 않으면 교수직이나 연구원직을 제대로 얻기 힘든 것이 한국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교수들이 전문적 지식으로 자신들만의 성채를 쌓고 있다. 이러한 성채를 열기 위해서는 교수들끼리의 상호 점검도 더욱 치열해야 하지만 또한 외부의 전문가들이 성채 안의 일들을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외부인들도 너무 교수들만 믿고 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교수도 여러 가지 실수를 할 수 있고 또한 비윤리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점검을 대학 바깥의 사회도 철저히 해야, 대학 안에서도 스스로 더 잘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우석박사의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고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8 23:02

[오목대] 거짓말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하기를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갈 때 그냥 믿는 체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더욱 대담해져서 더욱 심한 거짓말을 하여 정체를 폭로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냥 믿는 체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하거나 속이 뒤집히는 일이 많으니 이 철학자의 말대로 마냥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속이려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자연스런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상당히 짧은 순간동안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그 짧은 순간의 표정변화를 알아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부자연스런 행동은 관찰하는 것이 편하다. 즉, 과장된 웃음이나 놀란 표정을 짓고 몸짓과 얼굴 표정이 일치하지 않고 좌우의 얼굴 표정이 다르고 목소리까지도 부자연스럽다면 일단 의심을 해본다는 것이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랄 때나 웃을 때의 표정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주먹을 쥔다거나 호주머니에 넣거나 뒷짐을 져서 숨기는 경우는 더욱 의심이 간다. 얼굴 여기저기에 이상한 짓을 나타내는 경우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즉, 코를 만진다거나 입술을 만지기도 하고 볼을 쓰다듬기도 한다. 이것은 사실을 말할까봐 두려워 입을 다스리는 행위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손장난을 치거나 발을 흔들기도 한다. 또는 수다스럽게 말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매우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여 마음의 상태를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어색한 행동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요즘 줄기세포 사건으로 인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의 거짓말이 난무하니 과연 누가 왕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눈은 예로부터 마음의 거울로 여겨졌다. 사람들의 눈에 가장 비밀스런 생각이 반영되는 까닭에 상대의 눈에서 마음을 읽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행동과 말보다는 눈빛을 보고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7 23:02

[오목대] 진실 게임

진짜를 찾아라! SBS의 오락프로 '진실 게임'이 지난 주 3백회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웬만한 프로는 1년을 견디기도 힘든 판에 장장 7년 세월을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니, 분명 그 프로는 특별한 마력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20대 같은 초등학생, 외국인 같은 한국 사람, 가짜 커플 같은 진짜 커플,여자 같은 남자, 쌍둥이 같은 남남... 헷갈리기 쉬운 여러 명의 가짜들 속에 진짜 하나를 숨겨놓고 찾아내는 이 게임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담없이 즐기기 때문에 재미가 두배로 커진다. 더구나 요지경 속 같은 세상에 발에 걸리는 것이 가짜라 그 재미는 야릇한 쾌감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그러나 그 '진실 게임'이 기존의 질서를 송두리째 뒤엎어버리거나 국가 또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일 때는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된다. 진실 게임을 벌이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특히 진실 게임의 주제가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위는 황교수의 논문이 2개 세포주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11개로 늘려 조작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더구나 그 2개의 줄기세포도 DNA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진위 여부를 가릴 수가 있다고 했다.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거짓이기를 바라던 국민들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세계를 상대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 그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병원의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노대체 누가, 도대체 어떻게,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제 황교수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속시원히 국민들에게 털어놓아야 할 차례인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하느님이 한국인에게 좋은 머리를 주셨는데 그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3분동안이나 말없이 눈물을 흘렸겠는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진실 게임은 쉽게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만큼 야비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머리좋은 사람의 거짓(위선)이 더욱 가증스럽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6 23:02

[오목대] 메리 크리스마스

연일 내린 눈이 지면을 덮었다. 덕분에 땅 위의 모든 것들은 하얀 눈으로 덮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황우석 교수의 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황 교수와 같은 땅에 사는 우리도 이럴진대 이역만리 객지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처신은 어떠할 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그런데 이걸 아시는가. 우리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쉽게 빠져든다는 사실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이유인즉 간단하다.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행동으로까지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붉은 색 셔츠로 채워진 광장도 아닌 도로의 모습은 우리가 보기에도 대단했다.우리에게 그처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있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가치중립적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예단하지 않아야 옳다고 보지만 이번 황우석 교수의 일로 우리는 마음에 큰 멍물 하나가 생긴 것을 숨길 수 없다.내일이 크리스마스이고 오늘은 그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극장에 가면, 상영작보다 예고편이 더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가 아닌가 싶다. 오늘 같은 날 모든 상념을 버리고 크리스마스에 한 번 푹 빠져지내면 좋을 듯하다.크리스마스(Christmas)는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갈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듯이 우리에게 죄가 없을 수는 없다. 황우석 교수가 되었든 성직자가 되었든 절대자의 관점에서 보면 오십 보 백 보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는 말한다.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정죄하라고.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할 큰 덕목은 용서와 사랑이며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폭설로 피해를 입은 이웃이 있고 가정이 해체되어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있다. 약간의 진료비만 있어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자 그리고 그저 말 상대만 있어도 좋아하실 어르신들이 우리 곁에 있다. 지금 우리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한다. 땅 위에 평화, 하늘에 영광.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4 23:02

[오목대] 지리적 표시제

미국 매릴랜드주 연방법원은 지난 5월 지리적 표시제와 관련,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이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리브라더스(Rhee Bros.)와 ‘순창고추장’을 둘러싸고 벌인 법정다툼에서 대상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판결로 국내 대표적 신토불이 브랜드인 순창고추장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소송은 지난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통업체인 리브라더스는 당시 자신들이 판매하는 고추장에 ‘순창(pure spear)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국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했다. 하지만 이 고추장은 한국산이 아닌 중국 등 타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순창’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중국산 짝퉁 고추장을 사 먹었던 것.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진짜 순창고추장이 2000년부터 판매 급증세를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리브라더스는 2001년 이를 판매하는 서울식품 등 2개 유통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는 리브라더스의 요구에 합의, 무릎을 꿇었다.그러자 이번에는 대상측이 리브라더스에 대항해 2003년 상표무효 소송을 냈다. 소송비용으로 20억원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미국법원는 “순창은 이조시대부터 왕에게 진상하는 질 좋은 고추장을 생산하던, 고추장으로 유명한 마을이름이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순창이라는 말을 들으면 ‘순수한 창’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지 않고 전라도 순창을 연상하게 된다”며 “리브라더스의 상표등록은 무효”라고 판결했다.이같은 판결은 상품 표기시 지리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준다. 지리적 표시제는 농수산물및 가공품의 명칭·품질 등이 특정지역의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지명과 농수산물을 연계·등록해 보호하는 제도. 95년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 이후 국제적으로 지리적 표시 보호 움직임이 일면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에는 현재 치즈, 과일및 채소, 육류및 육가공, 광천수 등 700여 가지가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는 99년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맡아 시행하고 있다. 12월 현재 1호인 보성녹차를 비롯 하동녹차, 고창 복분자, 서산 마늘, 영양 고춧가루, 의성 마늘, 괴산 고추, 순창 전통고추장, 괴산 고춧가루, 성주 참외 등 10가지가 등록돼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3 23:02

[오목대] 평균수명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매년 0.5세의 속도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엊그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평균수명이 남성 73.87세,여성 80.82세로 10년전인 1993년에 비해 남성은 5.11세,여성은 4.02세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남여 평균수명도 10년전보다 4.65세 늘어난 77.46세로 조사됐다.특히 여성은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6세를 돌파했다.이같은 평균수명의 연장은 각종 질병을 극복한 의학의 발달과 국민의 영양상태 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오복(五福)가운데 장수(長壽)를 으뜸으로 여기는 우리 전통에 비추어 볼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처음 측정했던 1926년의 33.7세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하지만 이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무턱대고 반길 수만은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고령화사회의 문제점 때문이다.고령화 현상은 출산율 급감과 맞물려 있다.2003년 우리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에 그쳤다.젊은층은 부족한데 부양받아야 할 노인층만 급격히 늘어난다면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노인복지 수요 증대에 따라 국가 재정부담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노인 개인의 문제로 범위를 좁혀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미덕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나름대로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노인이라면 경우가 다르지만 상당수 노인들이 가난과 질병, 외로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노인수가 하루 평균 10명꼴에 달한다니 안타까운 일이다.사회의 고령화는 청장년세대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현재 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연령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53세로 낮춰졌다.이들은 직장을 그만둔뒤 평균수명까지 20∼ 25년을 대부분 백수생활로 소일해야 한다.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은 미처 챙기지도 못한채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국민연금이라는 사회안전망이 있지만 용돈수준에 불과하다.노후에도 당당한 인생을 사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소망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그러나 현재 노인층이나 청장년 세대 모두에게 우리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정부와 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 가파른 평균수명 연장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2 23:02

[오목대] 학문의 윤리

황우석사태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한국학문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황우석박사의 업적이 각종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높고 그 것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다. 그런데 조급함 마음에 학문적 윤리를 지키지 못하고 조작하여 논문을 씀으로서 나락에 빠졌다.다른 분야에서도 학문적 윤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유적에 대한 결론이나 복원에 있어서도 자료가 불충분함에도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미륵사지의 동탑이나 풍남문의 경우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로 복원하여 원상태와 다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후백제의 유물이라고 주장되는 것도 아직 후백제의 것인지 자료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도 학문적 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같은 경우 엄격한 표본추출법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로 조사하여 결론을 내린다. 통계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유도하는 질문으로 설문지를 만들기도 한다. 통계의 결과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논문을 쓰면서 조사하지 않은 자료를 마치 자기가 조사한 내용인 것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일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서로 눈감아 주고,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라 그냥 믿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자료의 날조나 엉터리 논리나 엉터리 결론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끼리 서로 날카롭게 감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인연으로 얽매여 있어 이게 쉽지 않다. 특히 좁은 사회일수록 감시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지역이나 국가를 빛내는 결론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잘못된 주장이 그 지역이나 분야에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학문은 지역이나 국가를 빛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인 목표는 진리다. 학자들은 보다 엄밀하게 진리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또한 서로 다른 전문가가 그 규칙을 지켰는지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잘못된 결론은, 황우석사태처럼, 결국 국가나 지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게 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1 23:02

[오목대] 의리(義理)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말한다. 옛말에 “의리는 산같이 무겁고 죽음은 기러기 털과 같이 가볍다”는 말이 있다. 의리를 위하여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남과 사귈 때 지켜야할 도리이기에 죽음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물론 봉건, 군주사회에서는 의리가 그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사상이 되어 군신사이의 의리, 부모에 대한 의리, 친구간의 의리, 가족에 대한 의리 등이 강조되었다. 오늘날에는 ‘저 사람은 의리가 있다’, ‘의리상 얼굴은 내밀어야지’하는 식의 말로 의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저 유명한 삼국지 도원결의에 나오는 의리는 죽음과 함께할 정도로 의미심장하였고 또 그러하였다.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비위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맞지 않으면 배반하는 꼴이다. 이해관계에 고려하여 이로우면 붙기도 하였다가 이롭지 않으면 냉정하게 돌아서버려 서로 믿음이 없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꾀하여 유리한 경우에는 함께 하고 불리한 경우에는 사정없이 배척하는 이기주의적 태도인 것이다.재물과 권력에는 흔히 이러한 사람들이 빌붙기 마련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런 사람들이 설치는 것이다. 권력이 있으면 빌붙고 권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의 인심을 모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나 사물은 언제나 일어나고 쇠퇴하기 마련이다.의리와 일맥상통하는 지조라는 말을 생각하면 흔히 조지훈 선생님 ‘지조론’을 떠올린다. 어수선한 세월에 다시한번 읽어본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느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명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하루 아침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의리와 지조가 더욱 값지게 보이는 세태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신의와 의리 그리고 지조와 절개를 많이 찾아보자.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20 23:02

[오목대] 절대빈곤

얼추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 선진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우리나라의 실상이 이렇게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계층간 빈부격차가 심하고, 저변층의 '삶의 질'이 아직도 절대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니, 입만 열면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위정자들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보건복지부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한국 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15.8%가 재산보다 빚이 더 많고, 이 가운데 상당 수 가구는 가족 중 신용불량자가 있거나 식비도 대지 못할 정도로 빈곤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돈이 없어 몇 달씩 식비를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가구가 18%, 거의 매달 이같은 경험을 했다는 응답도 7.3%에 달했다니, 절대빈곤을 구시대 유물 정도로 등한시 했던 우리의 자만이 부끄럽기까지 하다.또한 국민 경제력도 전반적으로 취약해서 순자산 3천만원 미만이 16.4%, 3천만원~6천만원 미만이 15.1%, 6천만원~1억원 미만이 12.4%를 기록했고, 1억원 이상 순자산(1억원~2억원 미만 17.3%, 2억원 이상 13.3%)을 갖고 있는 가구는 불과 30.6%에 그쳤다. 그러나 평균 순자산 규모는 1억1백84만원에 달해 부의 편중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 한 눈에 알 수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 상위층 3%의 재산이 나머지 97%의 재산과 맞먹는다니 더 이상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거론해서 뭣하겠는가마는.'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하고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모두 구한다는 것은 나라의 힘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개인의 힘으로 되겠느냐는 말이다. 또 아무리 국가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해도 정작 자신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고,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분명 나라에 책임이 있다. 더구나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라면 정말 그 사회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절대빈곤 인구가 전체 인구의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선진국 진입을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9 23:02

[오목대] 학문후속세대

대학가는 이제 방학에 접어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여행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고학년인 경우에는 취업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방학을 바쁘게 보낼 형편이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런 방학이 그 것도 겨울방학이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학문후속세대라고 불리는 시간강사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노동 무임금’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강사들 입장에서는 겨울방학이 되면 일단 강의료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절약해서 겨울을 나지 않으면 안 된다.그래서인지 예전에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제자에게 ‘집에 돈이 많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교수의 질문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정신이 팔린 젊은이에게 그런 질문이 실감날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그 질문이 실감날 때쯤이면 이미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전임교수의 꿈을 좇아 강의 현장에 몸을 맡긴 뒤였을 것이다.학문에서만큼은 세대간 단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그런 단절의 조짐이 보인지 오래다. 특히 기초학문분야의 대학원 진학률을 보면 매우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원들이 하나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꼭 집어 누구 탓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강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 않나 싶다. 이들에게 제일 큰 문제가 바로 재정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연구를 열심히 해야 전임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모르지는 않는다. 강의를 많이 맡아야 재정적으로 나아진다는 것도 물론 안다. 문제는 이 둘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벌자니 연구가 부실해지고 연구를 잘 하자니 돈이 궁해질 수 밖에 없다.그 경계를 조율하면서 생활하는 시간강사들을 보면 삶의 의미를 달리 느끼게 된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 중의 한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절실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런 일에 꼭 큰 돈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강의 시작 전에 따뜻한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7 23:02

[오목대] 폭설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일제히 고요한 환호성을 소리높이 지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눈 오는 날에 나는 일찍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통행인을 거리에서 보지 못하였으니… 천국의 아들이요, 경쾌한 족속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과연 뉘라서 너희의 무정부주의를 통제할 수 있으랴!”-김진섭의 ‘백설부(白雪賦)’“눈이 내린다 눈을 맞으며/ 눈을 밟으며 길을 걷는다./ 여인이여,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내곁으로 오라”-김동명의 ‘답설부(踏雪賦)’“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김광균의 ‘설야(雪夜)’“설화(雪花)는 거두어/ 하늘에 다시 피리라”-김남조의 ‘설화(雪花)’눈이 내리는 날은 강아지나 어린이뿐 아니라 연인들을 낭만주의자로 만든다.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덮고 순백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리라. 겨울이 겨울다운 것은 백설의 서정시가 있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많은 사람들은 교통불편을 생각하고 겨우살이를 걱정하게 된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무서운게 없을지 모른다.“눈은 희다고만 할 수는 없다/ 눈은 우모(羽毛)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다/ 눈은 보기 보다는 무겁고/ 우리들의 영혼에 묻어 있는/ 어떤 사나이의 검은 손때처럼/ 눈은 검을 수도 있다”-김춘수의 ‘눈에 대하여’“이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슬픈 일이나 얼마나 단명하며, 또 얼마나 없어지기 쉬운가! 그것은 말하자면 기적같이 와서는 행복같이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김진섭의 ‘백설부’올 겨울은 초입부터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요 며칠 호남지방에 내린 폭설로 피해액만 벌써 2000억원을 넘어섰다.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고 학교가 휴교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사실 눈은 대기중에서 결정화(結晶化)되어 녹지 않고 지면에 떨어지는 고체상태의 물에 불과하다. 6각형 모양으로 된 빙정(氷晶)일 뿐이다. 호남지역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대륙고기압의 주 이동통로여서 이번에 폭설이 집중되었다고 한다.하지만 눈 밝은 시인들은 차가운 눈속에서도 봄의 향취를 읽어낸다. “눈이 쌔고 쌘 답답한 이 겨울도/ 금잔디 속잎 나고 종달새 지저귀는/ 그저 그 봄인 양으로 들썩이는 마음”- 이병기의 ‘눈’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6 23:02

[오목대] 헌혈

정상 성인은 대략 4∼ 6ℓ의 혈액을 몸에 지니고 있다.이 가운데 42∼ 47%가 혈액의 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고,나머지 53∼58%는 혈장이라 불리는 액체성분으로 구성돼 있다.혈액은 순환계를 통해 신체조직이나 기관의 생존및 활성에 필수적인 영양물질과 산소를 공급하며,또한 세포활동의 결과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나 노폐물등을 체외로 배출시키도록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외상이나 수술로 다량의 혈액이 손실되거나 중증의 빈혈이 됐을 경우 생체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시행되는 수혈은 중요한 의술의 한 부분이다.1901년 미국의 생물학자 칼 란트슈나이더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하기전 까지는 혈액형이 다른 피가 섞일때 적혈구가 파괴되는 원리를 몰랐다.수많은 시도가 당연히 실패로 끝나면서 ‘수혈 실험’은 금기가 됐었다.혈액형이 발견되면서 수혈기피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제 1·2차 세계대전중에 수혈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살리는 의술로 자리잡았다.우리나라는 6.25전쟁 당시 미국에서 혈액을 공수해와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미군은 전쟁이 끝나면서 1953년말 혈액공급 중단을 선언했다.갑작스러운 혈액 부족사태로 혈액수급은 매혈(賣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매혈은 70년대 초반까지 실업자나 고학생들의 생계를 위한 주요 수입원이었다.헌혈(獻血)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당시의 가슴아픈 사회상이었다.우리나라에서 헌혈운동이 본격 시작된 것은 1974년 대한적십자사가 ‘세계헌혈의 해’를 계기로 매혈추방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부터이다.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그 자체와 같은 피를 어떻게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느냐는 취지였다.대한적십자사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혈액사업을 시작하면서 부터 매혈은 자취를 감추었다.현재 우리의 헌혈은 학생이나 군인들에 의한 집단헌혈에 의지하고 있다.도내의 경우 헌혈자의 55%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방학을 맞으면 연례행사 처럼 빚어지는 혈액 재고량 부족이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헌혈은 수혈을 위한 피의 유일한 공급원이다.흔히 헌혈을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나눔 실천’이라고 한다.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일이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헌혈에 적극 동참할 때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5 23:02

[오목대] 인종폭동

프랑스에서 아랍계 청년들이 폭동을 일으켜 한참 시끄럽더니, 이제 호주에서 아랍계 청년과 백인 청년 사이의 집단난동이 있었다. 지난 4일 시드니 크로눌라 해변에서 아랍계 갱단이 백인 인명구조대원들을 구타하자, 11일에 5천명에 달하는 백인 청년들이 몰려들어 아랍계를 구타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차를 부쉈다. 12일에는 아랍계 청년들 600여명이 몰려들어 총을 쏘며 차량과 상점을 부쉈다.왜 이런 인종폭동이 나타날까? 특히 프랑스와 호주에서는 아랍계를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날까? 이는 2001년 9?11 이후 사태와 관련되어 있다. 뉴욕의 쌍둥이 무역빌딩이 아랍계의 테러로 무너지면서 수천명이 죽자 미국 대통령 부시는 아랍계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와 탄압에 들어갔고 이러한 분위기는 서구로 확산되었다. 더구나 지난 2002년 발리 나이트클럽에서 테러가 있어 호주인 수백명이 죽거나 다치자 이후 아랍계를 대상으로 한 감시와 차별이 강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차별로 가난하게 살던 아랍이민, 특히 아랍계 청소년들이 이러한 분위기와 차별에 좌절감이 더욱 높아졌다. 더구나 이라크에 파병하여 이라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에 대한 반감도 높다. 백인들도 사회적 양극화에 따라 가난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직장을 빼앗아 갔다고 느끼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미국이나 유럽에 비백인들을 멸시하는 백인우월주의가 상당히 퍼져있다. 우리에게는 백인으로 보이는 아랍계가 이들에게는 동양인의 하나로 간주된다. 백인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비백인들이 자신들에 순종하지 않으면 쉽게 공격하게 된다. 아랍계 외에도 독일에서는 터키 이민자, 영국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카리브 출신 이민자,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이 공격당하는 경우가 나타난다.세계화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외국에서 수용하고 있으며,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통합이 크게 약화되고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불안해지는 경우 청년실업자들이 불만을 이민자들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민청년들은 경제적으로 더욱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좌절감을 경찰, 상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표출하게 된다. 세계적인 사회통합 시스템을 준비해야할 때가 오고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4 23:02

[오목대] 오차(誤差)

근사값에서 참값을 뺀 차이를 오차라고 한다. 영어로는 에러라고 한다. 여론조사는 사실상 참값을 알기위한 이 에러와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는 과학이고 상당한 수준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는 오늘날의 여론조사다.오차가 발생하는 원천은 여러 가지다. 이론의 잘못, 설문지의 부정확, 또는 측정자의 버릇에 따른 오차가 있다. 이를 각각 이론오차, 기계오차, 개인오차라고 한다. 이러한 오차는 얼마든지 그 원인을 제거하여 보정할 수 있다. 또한 과실에 따른 과실오차와 원인불명의 확률오차도 있다. 이러한 오차는 아무리 주의를 해도 제거하기가 힘들고 보정하기도 어렵다. 흔히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오차율을 함께 발표하는 이유도 이러한 오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값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여론조사기관들은 나름대로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과학적 조사방법을 사용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스러울 정도의 전문적 절차를 따른다. 재미나 상식으로 수행하는 여론조사는 거의 없다. 조사자의 명예를 걸고 조사를 진행한다.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는 조사다. 따라서 조사결과가 읽는 사람의 생각과 상당히 다를 수가 있다. 그러한 경우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조사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여론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 표본의 추출, 조사과정, 설문지의 내용, 통계적 추정 등등에 대한 구체적인 오류를 제시해야한다. 막연히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다. 오차의 원천이나 조사의 과정을 검토해봐야 한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율을 감안할 때 전체적인 경향이나 추세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참값은 절대적인 신만이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3 23:02

[오목대] 경제 양극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양극화 현상의 심화'라는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경제 양극화는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물론 경제적 성과의 양극화 현상은 기술의 발달과 경제발전, 그리고 세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단순한 과정의 양극화를 넘어 신빈곤층을 양산,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발전 과정에서 선도부문의 성과가 낙후부문으로 원활하게 파급되는 과정을 거쳐야 균형잡힌 국가발전을 이룰 수가 있는데, 현재 상황은 오히려 선도부문과 낙후부문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국가경제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시장만능주의에 취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수출을 해서 재미를 보는 몇몇 대기업과 벌이가 좋은 일부 전문직종, 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인을 제외한 상당수 가정이 저소득층으로 내몰리고 있으니, 국가적 위기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월소득 1백20만원 이하의 빈곤층이 무려 7백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다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하는 빈곤층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집 건너 한집이 빈곤층으로 내려앉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느정부고위당국자는 지난 88년 이후 지금이 가장 경제사정이 낫다고 했다고 한다. 참으로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너무 평범한 경제논리지만 빈곤층이 늘면 구매력이 떨어져 상품이 안팔리고, 상품이 안팔리면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당연히 실업자가 늘고, 실업자가 늘면 구매력이 떨어져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그러는 사이 국가 경제는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라도 빈곤국가로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수출 좀 잘된다고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라 내수를 살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수레든 두 바퀴의 크기가 같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양극화 해소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12.12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