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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언론·술자리

요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4일 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한 보수언론 편집국 간부들이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한나라당 측에선 박 대표와 최연희 사무총장, 언론사측에선 편집국장과 정치부장 등 7명씩 참석했다. 밤 10시가 넘어 박 대표와 편집국장은 자리를 떴고, 남은 사람들은 음식점내 노래방 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술자리를 계속했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 당시 여기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뛰쳐 나갔고 최 총장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했다’고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최 총장은 당직사퇴와 탈당에 이어 곧 의원직도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이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나는 공인의 술자리 성추행이요, 또 하나는 정치와 언론관계다. 먼저 국회의원의 술자리 추태는 이번뿐이 아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해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사건을 비롯 박계동, 주성영 의원 등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성추행까지 가세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을 계기로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법안이 제출되고 가석방된 성폭행범에게 야간외출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술자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남성위주의 술자리 문화는 여성의 서빙을 당연시 했고 때로는 성접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어림없게 되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패가망신할 판이다.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정치인과 언론관계다. 예전에는 여야 대표와 언론사 간부들 사이에 술자리를 갖는 게 자연스러웠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언론사 관계자들이 식사자리를 갖는 경우가 있었다. 관례였다. 이를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고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취재원과 언론 사이의 커넥션, 즉 권언유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인에 대한 윤리 잣대가 얼마나 엄격해지고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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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3.03 23:02

[오목대] 공무원과 넥타이

우리사회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양복정장 차림은 말쑥한 옷차림의 기본으로 간주된다.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춘것으로 인식된다.영업사원들이 넥타이를 매지않고 소비자의 가정을 방문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믿음도 이러한 통념에서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이런 사회인식은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과거 권위주의 시절 새마을운동 복식의 획일적 복장 착용을 강요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공무원들의 복장은 거의 정장차림이다.깔끔한 옷차림으로 주민을 대하려는 차원으로 좋게 해석할 수 있다.하지만 이같은 정장차림은 대민봉사 차원보다는 공직사회의 권위와 폐쇄성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게 사실이다.개화기 이전 왕실이나 관료등 지배계층은 일반 백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까다롭고 화려한 관복을 입었다.개화기를 맞아 문관들에게 의례복으로 일본식 양복을 입으라고 명한 고종의 1900년 칙령은 양복정장 권력화의 시초였다.양복정장을 주류사회의 제복으로 만든 셈이다.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공무원들의 양복정장 차림을 권위라는 나쁜 인상으로 작용케하는 배경일성 싶다.양복정장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기본이 넥타이다.지난 2003년 유시민의원이 재보선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후 캐주얼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 했을때 ‘어떻게 넥타이도 매지 않고…’ 라는 동료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전주시가 최근 공무원들의 행정독려를 위해 직급과 나이를 막론하고 정장차림으로 서류를 가져오면 결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시민들을 위한 현장·민의행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점퍼나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근무에 나서라는 독려인 것이다.이같은 방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기강을 확립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풀이된다.공무원들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일과성 전시성에 그쳐서는 곤란하다.선거가 끝난뒤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옷차림이 중요한게 아니다.공무원은 진정 ‘주민들을 위한 봉사자’라는 공복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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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02 23:02

[오목대] 땅과 3·1운동

1919년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그런데 3.1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온 민족이 동참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일제가 우리 농민의 땅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즉, 일제는 1910년부터 1918까지 진행된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조선시대이래 구한말까지 농민들이 대대로 경작한 토지의 소유권을 빼앗아 조선총독부의 토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우리민족의 전통적 토지소유관념 중 땅을 경작할 권리가 소유한 권리와 동등하게 인식되었던 역사를 무시하고 근대적 토지소유권을 확립한다는 미명하에 국가의 소유권만을 인정한 결과였다. 즉, 농민의 토지소유권과 같았던 ‘농사짓는 권리’는 완전히 부정된 토지약탈행위였다. 이 결과로 많은 자영농민들이 소작농으로 몰락했고 일부는 도시로 흘러들어 도시빈민·노동자가 되었다. 특히, 전라북도지역은 가장 많은 전통적 국유지가 있었던 곳이고 따라서 많은 자영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겨 소작농이 되거나 타 지역으로 유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땅은 다시 일본인 지주에게 불하되어 전국 최대 규모의 일본인 농장이 전라북도에 설치되어 도내 농지의 80%이상을 소유했던 것이다.결국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대다수가 농민이었던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 통치가 우리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였고 일제로부터 독립해야 된다는 현실적 이유를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3.1독립운동은 ‘농민의 땅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는 나라 되찾기운동’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해방이후 가장 중요한 식민지청산의 문제가 남북한 모두 “토지개혁”을 통한 농민토지 회복이었던 것이다. 최근 전국적인 땅 투기가 우리 사회양극화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 토지관념에 의하면 소유만 하고 경작하지 않거나 여러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지 않으면 이는 게으름의 증거이고 죄악이었다. 토지를 투기 대상이 아닌 함께사는 삶을 만드는 터전으로 이해한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땅을 되찾고자 했던 3.1절’의 아침에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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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01 23:02

[오목대] 조건 없는 사랑

화제의 인물이 된 로버트 러니 변호사. 그는 1950년 12월 홍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상선의 선원이었다. 제트기의 연료가 되는 인화성 물질을 가득 싣고 있었던 배에 14000명이라는 엄청난 피난민들을 거제도까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안전하게 수송하는데 참여한 인물이다.지난 24일 우석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인도·박애정신에 투철한 빅토리호 승무원들을 대표해서 로버트 러니 변호사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였다. 러니씨가 보여준 인도주의적 희생과 사랑, 헌신은 우석대학교가 먼저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대한민국 대통령 표창장, 미국 정부의 용감한 선박 표창장, 미 상선단 최고 영예 공훈 메달 등의 포상을 받았고, 메러더스 빅토리호에 용감한 배라는 상패가 미국 의회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여되기도 했었다.이렇듯 빅토리호의 이야기가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 몇가지 요건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인격이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구출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후에 가톨릭 수사가 된 그는 그 사건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 겸손, 애국심 그리고 성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고백했다.러니씨는 당시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관련 자료의 수집가로서 역할을 다하였다. 책자 ‘기적의 배’(빌 길버트 지음, 안재철 옮김)는 러니씨가 그동안 모은 자료와 구술을 토대로 하여 엮은 것이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에도 식탁 위에 놓인 명패까지 챙기는 등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어 홍남철수 당시의 기록이 우연한 결과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빅토리호가 세인의 주목을 받게 한 직접적인 노력은 한 재미 한국인의 노력 덕분이다. 미국에 메리더스 빅토리아호 승무원들의 기념비적인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원 ‘월드피스 밀레니엄 파크’(World Peace Millennium Park)와 추모비 건립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안재철(뉴 밀레니엄 피스 파운데이션 회장)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홍남철수에서 보여준 라루 선장과 라니 변호사 등 선원들의 봉사가 아름답고 이를 세인들에게 기억시키려는 안 사장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가 좋아 보이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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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8 23:02

[오목대] 출사표

"느린 말과 무딘 칼 같은 보잘 것 없는 재주지만 있는 힘을 다해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겠습니다. 그리하여 옛 도읍지를 되찾아 폐하께서 다시 한(漢)의 왕실을 일으켜 세우시도록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 재상이던 제갈공명이 위(魏)나라 토벌을 위한 출병을 앞두고 황제에게 올린 출사표(出師表)의 한 구절이다. 전 후 두편으로 된 이 글은 구구절절이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과 황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다.언제부터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출사표를 던진다'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출마선언을 하는 입지자들 중 대체 몇이나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출사표에 담긴 뜻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출마선언을 해댄다면 1800년 전에 죽은 제갈공명이 지하에서 포복절도를 할지도 모르겠다.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출사표 던지는 소리가 요란하다.별 하는 일 없이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3류 정치인에서부터 공직자 사업가 회사원 시민운동가에 죄질이 고약한 전과자까지 입지자들의 출신성분도 각양각색이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출마를 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들이대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가 한번쯤 자문한 다음 출마를 결심하라는 충고는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판이라면 극도로 몸을 사리던 공직자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나서는 것도 다소 이채롭다. 행정 경험을 살려 주민에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출마를 한다니 박수로 환영해 마지 않을 일이지만, 일부 입지자의 이면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뒷맛이 영 떨떠름하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지방의원 유급제로 재정규모가 열악한 지자체는 한숨이 깊어지는데, 연간5000~7000만원에 달하는 급여가 탐이 나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라면 그는 절대 주민을 위해 희생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어느 국회의원 입지자가 지역의 큰 어른을 찾아가 길을 물으니 그 어른 왈(曰) "자네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떨어지면 집안이 망하네"라며 일갈을 했다고 한다.새겨들을 만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는 유별나게 후보자가 몰려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팔린 입지자들은 패가망신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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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7 23:02

[오목대] 사형제 폐지

사형제 폐지 논란이 분분하다. 법무부가 중장기 개혁안으로 사형제도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법무부는 국제사면위원회(Amnesty)가 우리나라를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 집중대상국(Target Country)으로 선정하고 사회 일각에서도 폐지 여론이 일자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한다는 것. 절대적 종신형은 감형이나 가석방 없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게 하는 제도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540여년 전에 사형폐지론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조선 7대 왕인 세조다. 그는 즉위한지 5년만인 1460년 정부 대신에 하교(下敎)했다. “어찌 백대의 인주(人主)가 있으며, 인주가 유충(幼沖)할 때 항상 이윤(伊尹)·주공(周公)이 있으랴. 그러므로 사형을 대전(大典)에서 뽑아 버리는 것이 어떠하냐?” 이를 두고 정부 대신들은 토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사형폐지가 “불가하다”고 주상(奏上)해, 실현을 보지 못했다. 세조는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탓인지 불교를 믿고 인명을 중시했다.사형제는 강력범죄를 응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또 위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반면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형제가 범죄율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폐지후 범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18개국이다. 이중 범죄에 대한 사형을 없앤 나라가 83개국, 전쟁상황을 예외로 한 나라가 13개국, 사형제도는 있으나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22개국이다. 이에 비해 78개국에서는 사형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에 대해선 극형에 처하고 있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2004년 전세계에서 실시된 사형은 3797건으로 이중 90%가 중국에서 이루어졌다.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1000명 가량 사형이 집행됐고 현재 63명의 사형수가 있다. 그러나 1997년 12월, 23명이 사형된 이후 10년 가까이 형집행이 없었다. 살인마 유영철이나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 등이 잇달고 있는 상황에서 폐지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2.24 23:02

[오목대] 감소하는 텃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준 선물이다.시냇물이 흐르고 새들의 합창이 울려퍼지는 울창한 숲은 인간의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특히 삭막한 도시의 회색문화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시없는 청량제다.인간의 이기적인 환경파괴로 이같은 귀중한 자연의 소리가 점차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의 환경감시기구는 21세기에는 환경오염등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지구상 조류의 75%가 멸종위기를 맞게된다고 전망했다.새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생태계 파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것은 전 인류의 재앙이 될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최근 국립환경교육원이 발표한 국내 야생동물 서식밀도는 이같은 경고가 우리나라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발표에 따르면 텃새의 대명사인 참새의 서식밀도는 100㏊당 1996년 254.5마리에서 2000년 155마리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126.9마리로 다시 줄었다.청둥오리도 96년 570.1마리에서 지난해는 126.9마리로,쇠오리는 96년 166.6마리에서 지난해 11마리로 10년 동안 10분의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된 청설모·고라니 등의 서식밀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텃새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청둥오리의 경우 서식지인 습지가 감소한데 있으며,참새는 농촌 주거형태 변화로 번식장소인 초가집이 대부분 없어진 데다 농약 사용증가 등으로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반면 유해 야생동물 개체수 증가는 수렵제한등 보호조치 때문으로 보인다. 자연생태계는 어떤 생물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체가 하나의 사슬로 연결돼 있다.한 종(種)이 멸종되면 이것과 연계된 앞뒤 종들이 영향을 받는다.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따라서 멸종 위기종 보호는 그것들의 희귀종 여부를 떠나 그동안 유지돼온 생태계를 그대로 존속케 함으로써 이미 적응한 삶의 방식을 안전하게 지속하는데 목적이 있다.야생동물 개체수의 감소는 멸종에 이르는 신호로 봐야 한다 야생동물이 못사는 환경은 사람의 건강에도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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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3 23:02

[오목대] 상반된 이치

지금 생각해 보면 먼 옛날처럼 여겨지겠지만 1998년 하면 잊을 수 없는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IMF 위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1월 2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후 1년 동안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도산한 기업이 평균 60여 개였으며 160만여명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고통을 겪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8%였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들 안간힘을 쏟았다. 그 중 민간 차원에서 했던 일이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외국영화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 상영되었던 영화가 ‘타이타닉’이다. 450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였던 것이다.금 모으기와 외화 관람, 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헌신적으로 금 모으기를 한 이유는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던 금이라도 모아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금 모으기 운동의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분명한 외국 영화에 당시로서는 대단한 관객이 몰린 것이다.금 모으기 운동과 타이타닉 관람을 두고 생각해 보면 둘 다 이해타산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이해타산만으로 따지기에는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런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리 낯설거나 드문 일은 아니다.화제를 영화에만 한정하자면 최근 개봉된 영화 ‘뮌헨’은 타이타닉과 정 반대 운명을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인디애나 존스’, ‘이티(ET)’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등으로 잘 알려진 명감독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 예견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유태인이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유태인과 대등한 팔레스타인의 희생을 관찰했다는 점만으로도 흥행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관객들이 외면했지만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3월 아카데미상에도 최우수 영화, 최우수 감독, 최우수 극본, 최우수 영화음악, 최우수 편집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양립하기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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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1 23:02

[오목대] 마지막 졸업식

올해도 또 도내에서 농촌 초등학교 세 곳이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듣기 좋은 말로 마지막 졸업식이지 대를 이을 학생이 모자란다고 학교 문을 강제로 닫아버리는 것이니, 사람 일로 치면 멸문을 당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 정 붙이고 살만한 구석이 없어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판에 자식 공부시킬 학교마저 대못질을 당했으니, 몇 남지 않은 농민들 두 발 뻗어놓고 울고싶은 심정일 것이다.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소규모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 모두 3천여 곳을 폐교시켰다. 더구나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이 정책을 밀어붙여 오는 2009년까지 1백명 이하 농어촌학교 1천9백76 곳을 추가로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만약 이 통폐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도내 초등학교의 40%가 문을 닫아 웬만한 규모의 면지역에서는 초등학생 구경하기가 옛날 대학생 구경하기만큼이나 힘들게 될지 모르겠다. 여기다 더욱 심란한 일은 지금도 농촌인구가 시나브로 줄어 초등교 신입생 자원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 초등교 입학생 분포도를 보면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곳이 54개교, 한명만 받은 곳이 57개교나 됐다. 우리 전북도 신입생이 고작 한명에 그친 곳이 7개교에 달했다. 정부가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계속 밀고나가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반드시 그 해법이 옳느냐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인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예 농촌을 폐쇄시킬 요량이라면 몰라도, 조금이나마 농촌의 존재를 인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농촌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은 갖춰야 할 것이 아닌가. 학생이 모자라서 학교를 폐쇄하고, 학교가 없으니 인구가 줄어들어 학생이 더 없어지는 악순환을 정부가 아니면 누가 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비무장지대(DMZ) 안에 자리잡은 대성동초교의 초미니 졸업식이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교생 9명에 졸업생이라야 단 한명인 이 학교의 졸업식장에는 군사 정전위 수석대표와 중립국 감독위원회 각국 대표, 그리고 외부 초청인사와 마을 주민 60여명이 참석, 구제원군(13)의 졸업을 축하했다. 구군은 이날 11개나 되는 상장과 표창을 독차지하는 기쁨도 누렸다. 우리 농촌학교 모두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허망한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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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0 23:02

[오목대] 졸업식 풍속도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졸업식이 꽤 숙연했다. 특히 행사가 끝날 쯤에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땐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재학생이 부르는 1절이 끝나고 졸업생이 2절을 부를 때가 절정을 이루었다.“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3절로 된 이 ‘졸업식 노래’는 1946년에 나온 것이다. 해방을 맞고도 졸업식에서 부를 우리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당국이 급하게 간청해 윤석중이 노랫말을 쓰고 정순철이 작곡한 것이다. 윤석중은 동요 작가로 유명한 분이고 정순철은 동학의 2세 교주 최시형의 외손자다.이 노래와 더불어 졸업식에서는 ‘작별’이란 노래도 불리웠다.“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요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2절로 된 이 노래는 원래 스코틀랜드 민요다. 이를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역사(譯詞)한 것이다.이들 노래에는 초중고 3년 또는 6년을 같이하며 웃고 울었던 애환이 묻어있고 스승과 친구들과의 숱한 얘기가 배어있다. 졸업식이 끝나고 중국집에서 먹던 짜장면과 탕수욕의 맛도 기가 막혔다.그런데 요즘 졸업식 풍속도는 많이 달라졌다. 행사가 끝나자 마자 밖으로 쏟아져 나와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고 교복을 찢기도 한다. 그렇게 숙연하지도 않고 이벤트성이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졸업생 몇명만이 우수상을 받는 게 아니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으로 바뀌었다. 브레이크 댄스팀과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형도 있고 모든 학생이 상을 받거나 학교 생활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20년 또는 30년 후 자신에게 쓴 편지를 모아 타임캡슐에 넣는 경우도 많아졌다.이에 반해 대학졸업식은 취업난을 반영하듯 썰렁해졌다.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거나 아예 도서관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쨌든 졸업은 각기 다른 사연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모든 시작하는 이의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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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7 23:02

[오목대] 조류 인플루엔자

지난 1995년 제작된 아웃 브레이크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주인공인 더스틴 호프만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 숙주동물인 원숭이를 포획해 치료제를 만든다.바이러스는 유사이래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왔다.바이러스로 인한 대표적 사례가 지난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다.이 독감에 감염돼 전세계적으로 2000∼ 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역사상 어느 전쟁이나 재앙도 이보다 단기간에 이만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 못했다.에이즈(AIDS),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최근 위세를 떨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도 흔히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지난 1959년 처음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는 원래 닭이나 오리등 집에서 기르는 조류에만 발병한 바이러스였으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감염되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인체 감염은 2003년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했다.그후 현재까지 모두 151명이 감염돼 82명이 숨져 50%를 넘는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베트남과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시아를 비롯 중국 등지에서 토착화 조짐을 보이던 조류 인플루엔자가 최근 아프리카와 서유럽에까지 확산되면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지난 11일 이탈리아와 그리스,불가리아등 서유럽 3개국에서,또 지난 8일에는 아프리카 서쪽에 자리한 나이지리아에서 죽은 백조와 닭에서 H5N1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특히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의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이 지역의 의료체계가 허술한데다 H5N 1바이러스가 에이즈에 걸린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아직까지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간대(對) 인간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지 않지만 인간끼리 감염이 가능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곧 바로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도 지난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5백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도살하는 홍역을 치른바 있다.결코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서유럽과 아프리카 까지의 확산을 계기로 방역대책및 위험지역 여행자 관리 등에 허점은 없는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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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6 23:02

[오목대] 코시안과 하인스 워드

최근 우리사회는 국가구성원의 포섭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하게 되었다. 과거 재일교포, 재미교포만 우리동포인 것으로 생각하던 70년대를 벗어나 90년대 중국동포, 러시아의 고려인들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혼혈화된 2, 3세 동포를 우리의 단일민족관념과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장가못간 농촌총각장가보내기의 결과로 나타나게된 이른바 '코시안' 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코시안은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을 합성해 만든 단어로 이제 농어촌 총각 4명중 1명은 외국인 아내와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은 또 하나의 신조어인 코시안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미 우리사회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이들에 대한 특별한 차별없이 함께 융화되어 우리 민족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았던 경험이 있다.고구려의 경우 중국, 거란족을 비롯하여 코가 큰 고비인(高鼻人)등 서역계통의 사람까지 다양하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현재 85년 기준으로 한국의 성씨 275개 중 136개가 귀화 성씨다. 여진에서 유래한 청해 이씨, 몽골에서 들어온 연안 이씨, 위구르에서 귀화한 경주 설씨를 비롯해 충주 매씨, 남양 제갈씨는 중국이 뿌리다. 베트남에서는 화산 이씨 이외에도 정선 이씨가 들어왔고 덕수 장씨는 아라비아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정착했다. 이같은 우리의 혼혈구성원에 대한 편견은 한국전쟁이후의 미국흑인혼혈과 최근 동남아 혼혈에서 나타난 외양의 차이에 기인한다.그러나 이같은 혼혈편견에 대한 반성을 하게하는 사례가 최근 언론에 부각된 미국프로풋볼(NFL)의 영웅 하인스 워드의 사례에 나타난 차별극복 성공담이었다.솔직히 성공한 자에 대한 호들갑스런 결과론적 관심과 찬사이지만 우리주변의 모든 이종족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동등한 배려가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함을 일깨운 계기가 되고 있다.특히, 농촌코시안이 증가하는 전북지역에서는 더욱 관심을 갖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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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5 23:02

[오목대] 메디치 효과

얼마 전 모 기업의 총수가 8천 억이라는 돈을 사회에 내 놓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어떤 이는 얼마나 기특한 일이냐고 칭찬을 하고 다른 이는 내놓을 돈이 8천 억이면 나머지는 또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가 이 돈을 이공계 부흥을 위해서만 쓸 예정이라고 하니 흑자는 기대만 했다가 허방을 딛는 꼴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피렌체는 1982년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루넬레스키,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및 메디치 가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이 바로 피렌체를 배경으로 활동한 사람이다.프랑스에서는 주교 등 종교지도자가 자리한 성당을 노틀담이라 부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라고 부른다. 피렌체에도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두오모가 있는데 그 앞 광장에서 말을 탄 모습의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 일명 코시모 일 베키오)동상과 그 가문의 문장(紋章)을 볼 수 있다. 그가 국부(國父)의 칭호를 얻고 두오모 앞 광장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중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부 코시모가 민중의 지지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사재(私財)를 털어 피렌체 시정(市政)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등 당대의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을 후원했기 때문에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채에 많은 진객들을 불러 모아서 예술의 꽃을 피웠던 것처럼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 덕분에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예를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르네상스였다.그런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따서, 서로 다른 전문분야끼리의 교류로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메디치 효과’라고 부른다. 비록 무슨 효과라고 이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메디치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 8천 억이라는 큰 돈이 사회로 환원된다고 한다. 사재를 털어 봉사하겠다는 점에서는 메디치 가문과 같기는 한데 이왕이면 모양새도 자발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게 잘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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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4 23:02

[오목대] 근조농촌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WTO-DDA)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여파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시름시름 앓아오던 농촌이 이제 확실이 명을 재촉하게 될 것 같다.농촌이 멸문지화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도 슬프거나 놀랍지 않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 암환자 같은 농촌의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지독한 막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소생할 가망이 없는 농촌이라면 차라리 안락사라도 당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미 예상했던대로 한.미 양국은 이달 초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아무리 수판알을 굴려봐도 한.미 FTA는 우리 농촌에 저승사자 노릇을 할 것이 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촉진권(TPA)의 시한이 내년 6월 말이라 협상기간이 너무 촉박한 것도 신경이 쓰인다. 일정에 쫓겨 자칫 정부가 주도권을 뺏기는 날이면 결과는 더욱 참혹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생산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간 관련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미FTA의 체결로 농업부문의 생산감소가 최소 1조원에서 최고 8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우리나라 농업부문 국내총생산(GDP) 추정액이 2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 거의 절반 가량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농협이 지난 2002~2004년을 기준으로 미국산 농축산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우리 농축산물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의 통계가 나왔다. 쌀이 22.5% 콩과 참깨가8.8% 냉동쇠고기 27.9% 옥수수 33.7% 건고추가 29.8% 선이었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관세율이 0%로 감축될 경우 그 다음 상황은 각자의 상상에 맡겨도 똑같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농촌은 머지않아 근조 깃발을 내걸어야 할 판이다. 스스로 소생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나마 농촌이 명맥이라도 유지하려면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는 길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부자본을 차단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말로만 농촌에 투자하라고 하고 실제로는 토지 취득자격이나 세금으로 묶어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규제를 모두 풀어도 시원찮을 판국에...참으로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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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3 23:02

[오목대] 지방행정체제 개편

‘전라도(全羅道)’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은 언제쯤일까.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는 6대 왕인 성종 때(995년) 당나라의 10도제(道制)를 들여와 전국을 10도로 나누었다. 이 때 지금의 전북지역은 강남도(江南道), 전남지역은 해양도(海陽道)라 이름했다. 하지만 당시 도는 오늘과 같이 도지사가 상주하는게 아니라 중앙에서 안무사 또는 안찰사를 수시로 보내 순찰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현종때인 1018년 다시 전국을 5도 양계(兩界)로 나누고 4경(京), 5도호부, 8목(牧)을 설치했다. 이 때 강남도와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라 했다. 전라도의 명칭은 8목 가운데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조선 태종때인 1413년 지방행정구역이 8도 체계로 바뀌었어도, 이같은 명칭은 계속되었다. 다만 인조 때는 전남도 광남도(光南道), 영조 때는 전광도(全光道)로 일시 불리기도 했다. 8도에는 관찰사가 파견되었고 전주에 전라감영을 두었다.그러면 ‘전라북도’는 언제 생겼을까. 조선시대 말 고종때 갑오경장(1894년)이 일어나 지방편제를 23부(府)로 개편했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2년 뒤인 1896년 13도 체제로 다시 개편했다. 이때 전북과 전남이 분할되어 현재까지 110년을 내려오고 있다. 전북은 전주에, 전남은 광주에 치소를 설치했으며 전북에는 26군을 두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전남의 구례군과 충남의 금산군및 진산군이 전북에 속했었고 고창 무장 흥덕은 전남에 속했다. 그러다가 1897년 구례군이 전남으로 편입되고 고창 무장 흥덕이 전북에 편입되었다. 이후 5·16 혁명이 일어나 군부가 실권을 잡고있던 1963년 전북에 속해 있던 금산군과 익산군 황하면이 충남으로, 전남의 영광군 위도면이 전북 부안군으로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이같이 오랜 역사를 지닌 행정구역체제가 올 4월 대대적으로 개편될지 모르겠다. 여야가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본법의 핵심은 시·도-시·군·구-읍·면·동 3단계에서 광역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전국을 60-70개 중규모 광역시로 재편(2단계)한다는 내용이다. 그럴 경우 전라도 경상도 등의 명칭도 사라지게 되는데 과연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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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0 23:02

[오목대] 한글 문신

문신(文身)은 신체의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물감으로 글씨·그림 등을 새기는 행위다.문신의 역사는 종교의 기원과 궤를 같이 한다.원래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가장 오래된 문신은 지난 1991년 알프스산에서 냉동된채 발견된 사냥꾼에서 확인 됐다.사냥꾼은 기원전 3300여년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문신이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것은 기독교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기독교는 공식화와 동시에 당시 민간신앙에서 행해지던 문신을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 금기시 했다.구약성서 레위기는 ‘몸에 무늬를 새기지 말라’고 기록하고 있다.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문신은 서양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측면에서 행해졌다.중국에서는 도둑의 얼굴에‘도(盜)자’를 새겨 양민과 구분했고,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도둑들이 관아에 끌려가면 얼굴이나 팔에‘경’이라는 문신형벌을 받았다.누군가를 혼낼 때 ‘경을 칠 놈’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문신의 퇴폐적 이미지는 최근 국내 조직폭력배들이 문신을 조직의 의리와 결속력의 징표로 사용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여기에 병역기피를 목적으로한 일부 젊은층의 문신도 빼놓을 수 없다.팔뚝이나 등짝 전체에 꿈틀거리는 용이나 뱀 등을 새긴 이들을 공중목욕탕에서 만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오감과 불쾌감에 빨리 목욕을 끝내고 나오려고 서두르기 마련이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신에 거부감을 갖는 반증인 셈이다.이같은 문신의 엽기성에 비해 이번 미국 슈퍼볼 MVP로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의 팔뚝문신은 우리 국민들에게 희생적인 ‘한국인 모정(母情)’의 애틋한 사연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한국말을 할 줄도 모르면서 자기 이름 하인스 워드를 한글로 새기고 그 밑에 빙그레 웃는 미키마우스를 그려넣은 문신은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귀엽고 깜찍하다.지난 2003년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일전에서‘반지의 제왕’안정환선수가 결승골을 넣은뒤 골 세리머니에서 선보인 아내를 위한 어깨문신이 영문으로 새겨져 아쉬움을 주었던 것과 비교된다.한글문신을 새길 정도로 자신의 반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 하인스 워드의 쾌거에 거듭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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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09 23:02

[오목대] 고신서경(告身署經)

최근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화제다. 인사청문회는 정부고위관리의 인준을 위해 정책소신과 자질을 평가하는 청문회로서 지난 1988년말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청문회가 열린이래 국무위원임용에까지 확대되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와 한나라당이 국회를 떠났다가 복귀하며 진행된 첫 국회활동이어서 지켜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적절한 견제방법중의 하나로 이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지위에 적합한 인물을 선정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회에서 대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고 우리도 이 제도를 수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를 비롯한 각종 법안 및 국정에 관한 청문회는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이래 이미 매우 체계적이고 엄중하게 서경(署經:동의서명)이란 제도로서 존재하였다. 즉,고려시대에는 모든 관료가, 조선시대에는 5품 이하 관리에 대해 현재의 감사원기능을 갖는 대간(臺諫)의 고신서경(告身署經:관리임용동의)을 받아야만 관리로 임명될 수 있었다. 고신서경은 왕이 관리를 임명하면 관리 임용후보자에 대하여 친가와 외가의 4대조와 본인 자신의 지난 날의 행적을 조사하여 그 인물이 관직임용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부적합한 경우 이를 거절하면 관리가 될 수 없는 제도로서 현재의 청문회와 거의 동일한 제도였다.이 제도에 의해 고려시대에는 왕의 관리임명이 종종 고신서경을 못받아 무효가 되었고 조선시대에도 왕들의 가장 큰 불만이 서경을 거부하는 신하들과의 싸움이었다.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개인적 역량과 공직부서에 대한 적합성이 명확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왕권을 통제한 의미가 매우 컸다. 근래 5월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로 지역정가에 만만치 않은 술렁임이 일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비록 이같은 고신서경의 절차는 아니어도 유권자에게 철저한 검증과 확인을 받을 시점이 된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행하였던 이 같은 인사검증제도를 본받아 진실로 이 지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량을 뽑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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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08 23:02

[오목대] 언어 학습의 균형

절대가치로만 따지면 논쟁할 필요가 없다. 있어서 쓸 데 없는 것이 오히려 찾기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결국 정책적인 명제 앞에 서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라고 하는 것도,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 방법도 그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적인 접근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절대가치를 판단하는 문제였다면 이치를 따져서 결정하면 될 일이니 굳이 다수가 모여서 머리를 맞댈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논제 중 하나가 바로 영어 문제 아닌가 싶다.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결말이 나지 않았던 이 화두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정기 신입사원 공채 때부터 영어회화 능력이 부진한 사람은 면접시험에서 불합격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할 만큼 세계적인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에서 영어회화 능력을 점검하겠다는 결정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다.그렇지 않아도 조기 영어학습이나 초등학교에서의 영어학습 확대 등으로 과민해져 있는 우리 사회에 이번에는 ‘영어로 말하기’ 숙제가 하나 더 던져진 셈이다. 때마침 미국 ETS(교육평가서비스)에서 주관하는 토익시험에 말하기와 작문 시험을 도입하려고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어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 실용적인 측면을 종전보다 강화한다는 것을 뜻한다.영어만을 놓고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외국어가 영어뿐인가 하는 논의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삼성그룹의 결정 역시 비켜가지 못한 인상이다.외국어를 두 개 아니 세 개 이상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별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굳이 외국인을 평생 만날 일이 없다 해도 외국어 학습에 시간을 투자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그 효율성에 있다. 비유로 말하자면 한문 선생님이 무서워서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다른 공부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삼성그룹에서 영어에 대한 비중을 높이게 되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어 있는 타 언어권 학습에 대한 기회를 더 앗아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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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07 23:02

[오목대] 외상

그다지 번잡하지 않은 어느 포구의 포장마차에서 조개구이에 소주 몇 잔을 기울이다 허름한 벽지 위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무슨 표어 같은 문구를 보고 실소를 한 적이 있다. '오늘은 현찰, 내일은 외상!' 이 글귀를 뒤집어 보면 '외상 사절'이라는 뜻이 분명한데 가방끈이 별로 길 것 같지 않은 털보 주인이 어떻게 이런 해학적인 말을 생각해냈는지 웃음이 나왔고, 몇 잔 술값 때문에 작은 실랑이를 벌일 주인과 손님의 모습이 떠올라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웬만한 사람은 지갑 속에 신용카드 몇 장씩 넣고 다니는 요즘이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상할 일이 거의 없지만, 신용사회가 정착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상거래는 얼굴만 익히고 살 정도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더구나 그 때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대형유통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개가 동네장사 형태를 띠고 있어서 외상을 주지 않으면 인심이 사납다고 소문이 나 장사가 잘 안될 정도였다.외상거래가 밥 먹듯이 이뤄지던 그 시절 외상에 얽힌 웃지못할 이야기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처음 외상을 틀 때는 시계나 반지 같은 귀금속에서부터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 같은 신분증을 맡기기도 하고, 외상돈이 도를 넘어설 때는 집안의 고가품을 담보로 잡혀놓고 물건을 갖다쓰기도 했다. 그 뿐인가, 외상으로 온갖 생필품을 잔뜩 가져간 후 야반도주하는 양심불량자가 있는가 하면, 외상장부 몰래 훔쳐다가 태워버리는 심장에 털난 사람도 있었다.가진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외상거래를 하기는 했지만 알고보면 외상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만큼 외상을 쓰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 철칙이요, 외상이 쌓여 자기 분수를 넘어서게 되면 파멸을 부르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이자 없다고 외상 무서운줄 모르고 설치다가는 제 운명 재촉하게 된다는 말이다.증권시장이 최근 3일동안 36조6천6백억원어치나 폭락해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증시전문가들은 외상으로 주식을 산 뒤 나중에 결재하는 미수거래제도가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외상이 소만 잡는 것이 아니라 생사람까지 잡아버리는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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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2.06 23:02

[오목대] 스크린 쿼터와 FTA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줄곧 축소를 반대해 온 영화계에서는 “참여정부에 당했다” “한국영화는 결국 망하고 말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영화계는 1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8일 하루동안 한국영화 제작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반면 축소를 찬성하는 정부와 경제계 등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영화계의 집단이기주의”로 몰고 있다.한국영화는 90년대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게 사실이다. 국내의 한국영화관객 점유율이 2001년이후 평균 54%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 영화수출액이 7600만달러를 넘었다.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차지하는 할리우드 영화도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맥을 못추는 형편이다. 한국영화계는 유능한 제작진과 자본의 유입 등으로 안정권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을 뜯어 보면 취약한 부분이 많고 스크린 쿼터의 장막이 걷힐 경우 살아 남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논쟁은 찬반을 떠나 한국영화 발전에 일대 전환점이 될듯 하다. 스크린 쿼터는 1966년 제2차 영화법 개정시 도입된 제도다. 영화진흥법 28조에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연간 대통령이 정하는 일수 이상의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 13조에 연간 상영일수의 40%(146일) 이상으로 규정했다. 영화관이 이 의무상영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해당 날짜만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처음 영국에서 시작된 이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브라질 이탈리아 등 8개국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스크린 쿼터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문화된 상태며 대신 방송에서 자국영화를 40% 이상 방영토록 하고 있다. 이번 축소논란의 출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서 미국이 4가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스크린쿼 축소(20%)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적용 유예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의약품 약가 산정기준 개선 등을 요구한 것이다. FTA 체결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일 뿐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하는 계기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와 한국영화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02.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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