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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홀대론 나오지 않게 하겠다’  진정성 보여라

0.73% 24만7077표. 3.9대선은 대선 역사상 가장 근소 표차 기록(1997년 김대중-이회창 1.53% 39만557표)을 갱신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논리는 정치에도 어김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동력 넘치던 그 좋은 시절을 정쟁으로 까먹고 정치 신인에게 국정을 넘겼다.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이 좌파나 진보보다 앞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한 철학자(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통렬하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보니 그 안에 빠진 거라는 것이다. “날씨는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0.73% 차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인식한다면 민심 이반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내부 분열, 계파 싸움이 가장 큰 적이다. 이것 하나만 극복해도 복원력을 되찾을 수 있다. 눈 앞에 닥친 당장의 관심은 새 정부에서의 전북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착공, 새만금 특위 대통령 직속 설치,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및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국제 태권도사관학교와 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지리산·무진장 연계 휴양관광 벨트 조성,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눈길을 끈다. 새만금 메가시티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인프라가 얼마나 확충되느냐에 달린 문제이고,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는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기재부 반대로 무위로 끝난 사안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이지만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동시 추진하면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 경우는 별로 없다. 빌 공자 공약(空約)이 태반이다. 관건은 새 정부에 전북의 인적 자원이 얼마나 포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책과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 최우선 숙제라고 하겠다. 첫 시금석이 새정부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인데 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힘 내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지역균형발전 특위가 설치된 것은 다행이다. 종전의 균형발전정책인 메가시티 구축은 수도권에 대응할 초광역권 구축이 핵심인데, 공룡 수도권을 슬림화할 대책도 없거니와 광역시가 없는 전북 강원 제주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를 보완 또는 대체할 새 균형발전정책을 인수위가 내놓길 기대한다. 또 하나는 우호적인 정치환경이다. 그 잣대가 지지율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전북의 지지율은 14.4%였다. 전남(11.4%) 광주(12.7%)보다 높지만 우호적인 정치환경으로 보기 어렵다. 전북의 향후 지역정책 입지가 좁아 보인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약속은 화려하다. "호남 내에서 더 이상 '전북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전북의 경제발전을 앞당기겠다" “전북의 변화, 확실히 책임지겠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건, 낮게 나오건 호남을 챙기겠다” 선거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먼저 허공에 날릴 일도 아니다. 세상에 드러낸 약속이다. 0.73%의 격차는 협치와 통합, 포용과 배려를 경고한 수치다. '전북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의 진정성 검증은 이제부터다. 지켜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5 14:00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역상생 지표 확대를

전북도의회가 지난 14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상생을 위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할 때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따져 평가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다. 전국에 혁신도시가 조성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도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상생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전국에 10개 혁신도시를 조성해 153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매년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발전계획과 추진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은 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경영 실적을 내세워 지역상생 노력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들이 겉으로는 지역상생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지역생산품 구매와 공사·용역 등에 대한 지역업체 배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지역인재 채용도 연구직 제외 및 본사 외 지방조직의 지역별 구분 모집 등 의무채용 예외 규정으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13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은 64명에 그쳤고 올해 지역인재 채용 목표인원도 73명에 불과하다. 전북도의회가 채택한 ‘혁신도시 이전기관 지역상생을 위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 촉구 건의안’의 핵심 내용은 지역상생 관련 평가지표 개선과 배점 확대 및 의무화다. 경영평가단에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혁신도시 지역전문가를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정부 각 부처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에 지역상생 분야 배점은 100점 만점에 적게는 3점, 많아야 7점 정도다. 한국식품연구원 처럼 지역상생 배점 항목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자발적인 지역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면 이를 강제할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설치해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역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5 13:39

새만금 수변도시 국가시범도시로 조성해야

새만금에 추진 중인 스마트 수변도시를 국가시범도시로 추가 지정해야 한다.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는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는 자율주행과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미래기술을 구현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만큼 정부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조성해야 마땅하다. 2024년까지 1조3000억 원을 들여 용지 매립 및 부지 조성이 완공되는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는 새만금의 친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도시민에게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도시로 계획했다. 주거와 상업, 업무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구상했고 도시 기능을 창의문화지구, 생태주거지구 등 7개 거점구역으로 구분해 각 거점을 공원·녹지 축으로 연결했다. 특히 새만금 수면 위에 새롭게 조성되는 스마트 수변도시는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등 다양한 미래기술을 집적하고 실현하는데 최적의 여건을 갖춰 국가시범도시로서의 위상을 충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부지 매립 단계부터 국가시범도시로 조성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스마트시티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국가시범도시는 지난 2018년 정부에서 세종시 연동면 5-1 생활권과 부산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2곳을 지정했다. 세종은 에너지‧교통, 부산은 워터시티와 국제물류 연계성을 기본으로 스마트시티 기술을 접목해서 조성 중이다. 이들 두 도시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와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예산 집중, 스마트시티 인프라 조성 등 전방위 지원을 펼치고 있다. 새만금은 정부에서 대한민국 그린뉴딜과 미래 신산업의 1번지로 추진하면서 전기차 산업 클러스터와 스마트 그린산단, 재생에너지 클러스터가 본격 조성 중이다. 여기에 국제공항과 항만 철도 등 새만금 트라이포트도 구축된다. 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첨단소재 친환경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 유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토대로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를 국가시범도시 지정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예산을 집중하면 대한민국의 대표 스마트시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전라북도에서도 국가시범도시 추가 지정 건의에 나선 만큼 정부도 국책사업으로 꼭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5 13:38

나의 변호사

2022년 3월 기준 전국에 변호사는 모두 2만 6천여 명이 등록되어있고, 우리 전북지역에는 312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할 수 있는 직업인이다. 이와 동시에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1조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공인의 성격을 갖는다. 이처럼 변호사는 직무의 공공성과 독립성, 자율성 보장이 법적으로 높게 요구되기 때문에 외부 자본에 법률가 직역이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변호사법은 변호사에 대한 유상 소개·알선·유인행위를 금지하고, 광고 또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국민의 변호사 선택 시 편의 제공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직역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대안 모색에 나섰고, 변호사법과 변호사 광고 규정의 범위 안에서 정확한 변호사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알맞은 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의 변호사’ 서비스를 열었다. 법률 사무는 의뢰인의 재산과 인신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각 전문 변호사를 찾아 법률대리인으로 위임하는 것이 좋다. 다만, 전문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져 선택이 쉬울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의뢰인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변호사, 법적 쟁점에 관하여 이상적인 실력을 갖춘 변호사를 찾기는 여전히 어렵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신이 사는 지역과 변호사를 조합해 검색한다. 많은 분야의 업체들도 마찬가지지만 포털 상위에 자신을 노출하기 위해 적지 않은 광고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상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의 변호사’는 소비자의 대리인 선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 변호사가 수행한 업무사례를 제공한다. 업무사례에는 변호사의 승소 사례 및 활동 내역 등이 기재되어있어 변호사의 능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업무 분야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법률수요자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전문분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전문분야 등록제도가 있는데 나의 변호사 사이트에서는 민사, 형사, 교통사고 등의 키워드로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전문분야와 이력, 활동 내용 등을 등록할 때는 소명자료 제출을 통한 대한변협의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필요한 만큼 이러한 검증 기능이 허위·과장성 광고들을 제어할 수 있어 그 정보를 더 신뢰할 수 있다. 민사, 형사, 교통사고 등 원하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나의 상황에 맞춰 변호사들이 추천된다. 단순 검색으로 알맞은 대리인을 찾지 못하였다면 의뢰인은 사건 의뢰 게시판에 자신의 사건 개요를 남길 수도 있다. 한 게시물 당 최대 5명의 변호사가 수임 희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수임 희망 신청을 한 변호사의 경력과 업무사례를 확인하고 선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처럼 공인된 업무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다. 나의 변호사는 3월 하순 무렵 대국민 서비스 예정이다. 향후 이러한 서비스는 국민의 변호사 접근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사법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터넷 검색창에 ‘나의 변호사’를 검색하여 공신력 있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제공하는 양질의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받기를 기대해 본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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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3.15 13:36

눈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눈물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 PGA 투어 본부에서 열린 2022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흘린 눈물이다. 만 46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로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된 골프 황제는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도운 주변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입회식 소감에서 우즈는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내게는 특별한 부모님과 코치, 친구와 가족이 있었고 나의 힘든 시기, 암흑기와 최고의 시간을 함께 해왔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나를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팀으로 받는 상”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마추어 시절 부모님이 자신의 대회 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희생하고 헌신했던 것을 소개하면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터트렸다. 우즈는 2006년 5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얼 우즈를 떠올리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200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고, 2006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우승한 The Open에서도 펑펑 울었다. 1970~80년대 한국문학을 이끈 최인호 작가는 2013년 12월 그의 미공개 원고들을 묶어 출간된 유고집 ‘눈물’에서 “영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눈물”이라고 적었다. 그는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慈悲心)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한국에서도 눈물이 화제를 모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제20대 대선 결과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읽던 도중 낙선자와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대목에서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쏟았다. 다음날 한 전직 야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박 대변인의 눈물을 문제삼아 청와대가 선거 중립을 지킨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떤 때는 눈물 흘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선거 다음날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 패배한 것”이라고 자신에게 책임을 돌려 해단식이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 감사와 기쁨, 슬픔과 분노, 뉘우침 등 눈물 흘리는 이유도 다양하다. 눈물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씻어준다. 흘러나오는 눈물과 함께 가슴 속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가벼워지고, 꽉 죄었던 답답한 것들이 조금씩 풀어진다. 눈물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심신을 정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20대 대선 결과가 눈물과 함께 모두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3.14 17:04

새 정부, 새만금 공약 추진 의지 보여줘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전북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사업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전북을 찾아 “새만금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군산과 김제·부안을 통합해 새만금 메가시티를 조성하고, 새만금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 운영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과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공약도 내놓았다. 윤 당선인의 전북공약에는 금융중심지구 지정과 각종 SOC 조성·신산업 육성 등이 있지만 역시 새만금사업에 관심이 가장 먼저 쏠린다. 그 관심에 장밋빛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 개발은 지난 수십년 동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여야 후보들의 전북 핵심 공약이었지만 어느 정부에서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제는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권이 장기 현안이 되어버린 새만금사업에 매몰되면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초박빙의 선거전을 펼치면서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새만금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선거대책위 산하에 새만금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집권하면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전북도민들은 이 발언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엄밀하게 따지기보다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선거는 끝났다.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민통합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청사진도 밝혀야할 시점이다. 우선 현재 국무총리실 소속의 새만금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새만금특별위원회로 승격시켜 새만금사업에 대한 새 정부의 추진의지를 확고히 보여줘야 한다. 새만금이 더 이상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것처럼 새만금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내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굳건하게 안착 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없애 다음 대선에서부터는 전북지역 공약에 더이상 새만금사업이 거론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4 15:56

한 학생도 소중하게

입학생이 감소하고 재학생 중 한 명이라도 전출을 하게 된다면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자세히 파악하며 절치부심하는 것이 교사는 물론 교육행정의 기본일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31조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4조제2항). 이를 위해 교육부는 2019년 2학기 고 3학생을 시작으로 2021년도부터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해 오고 있으며, 정부·시도교육청·지자체가 함께 고등학교 교육까지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초·중·고 교육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예술고 학생들의 일부가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다. 타 시·도 예술고의 경우 정원 미달 등 학교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여 특목고 지정 취소 신청을 하면, 해당 시·도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여 일반고로 전환했거나 미전환시에도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달리 전주예고는 2019년 7월과 2020년 7월 두 차례나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었고,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2021년 9월 중앙행정심판원은 특수목적고 지정취소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린다. 전국 고등학교의 전면적인 무상교육이라는 교육정책의 변화와 학령인구의 급감에 따른 정원미달 등 학교 운영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일반고 전환을 거부하는 경우 그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안게 되어 입학생 감소와 전출 학생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 충분히 예견되었다. 실제 전북의 고등학생 인구는 2017년 6만7608명에서 2020년 5만1085명(75.56%), 2030년 4만5061명(66.66%), 2035년 3만1948명(47.25%)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전주예고의 입학생은 2015년 250명에서 2016년 221명, 2017년 204명 2020년 150명, 2022년 63명으로 매년 감소추세가 지속되어, 이런 추세라면 타 시도 전입 학생도 발길이 끊어지고 수년 내 문 닫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유들 중 하나로 납입금이 지목된다. 전주예고 2018학년도 납입금은 145만8000원(분기당), 전년대비 6.7% 인상되었고, 올해는 171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9.8% 인상되었다. 고교 무상교육의 혜택은 없었다. 전출 학생도 2016년 15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 42명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7년 이후 5년간 총 177명에 이르며, 이 중 타 시도 전출이 97명으로 절반 이상 차지한다. 아이 하나 낳기도 키우기도 힘든 환경에서 일반고 전환신청을 거부한 교육정책 하나로 불과 몇 년 사이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모교를 등지고 다른 학교로, 타 시도로 떠나야 하는 그 심경을 헤아리며 두 손 내밀며 상담하고, 개선하기 위해 어떤 교육행정을 펼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교육정책과 도내 교육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마련을 못하거나 부담을 느끼고 학교를 떠나며 가슴앓이했을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그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할 길 없다. 지방에서 부단히 문화예술을 계승 발전시킬 꿈나무 인재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고 배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편안한 교육환경이 제공되길 바란다. /이명연 전북도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4 13:58

숨바꼭질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초겨울의 기다림이 지나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 사이로 바람 끝에 봄이 묻어왔다. 봄이 오니 그동안 가지 못한 여행 생각이 간절하다. 오래전 이맘때 친구와 처음 해외여행을 간 나라는 일본이다. 경차가 많고 도로는 좁아 보였다. 작은 집들과 겸손해 보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인상 깊었던 첫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각종 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이 많이 나왔을 텐데 요즘은 건강식품이나 명품 방송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 먹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은 것은 클릭 한 번이면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비록 잠시의 행복이지만 상대적인 우월감도 가질 수 있다. 집안은 물건들로 점점 가득 차고 빚도 늘어난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소유하면서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라고 착각하며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도시와 더불어 잠들지 못하고 바쁜 것을 핑계 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하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돈이 많든, 적든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기는 힘들다. 다만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할 뿐이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많은 요즘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은 늘 쉴 틈 없이 피곤하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각자의 도덕관, 윤리관 등 모든 가치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면, 주말조차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 정원을 가꾸듯이 마음의 여유를 위해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결핍이 일어나면 쉽게 화를 내고 지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치관의 부재,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성취의 기쁨 또한 찰나의 한순간이기 때문에 금세 또 다른 기준을 찾게 될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 물리적인 최소화한 삶뿐만 아니라 내 삶에 시간적 공간적 최소화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을 찾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 두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주변 사람들, 주변 풍경들을 돌아보고 다툴지언정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 년의 두 달은 부지런히 지나갔지만 내가 맞이하는 시간은 그 공간에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담아 손잡을 수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더 슬기롭게 꾸려가며 가끔 술래를 피해 나만의 숨을 곳을 찾아 짧은 고독도 즐겨야겠다.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첫 목적지로 터키를 꼽아 두었다. 사랑과 욕망이 가득했던 터키의 역사를 보면서 위대했던 술탄이 숨 쉬는 화려한 모스크도 궁금하고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비워진 나의 공간에 사람 냄새나는 여유를 담고 싶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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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4 13:56

고공행진 물가, 서둘러 종합대책 마련하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름값과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가히 `물가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다. 가장 피부에 닿는 게 유가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에 따르면 13일 전북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50.51원을 기록하며 8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 가격 2000원대를 넘은 주유소도 있고 자동차용 LPG 가격도 대부분 리터당 1000원대를 돌파했다. 정부의 유류세 20% 인하 방침이 7월까지 연장됐지만 이런 추세라면 휘발유 평균 가격 2000원 시대도 시간문제다. 유가 상승은 다른 물가 상승에도 기름을 부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배추 24.5%, 마늘 22.5% 급등했다. 수입쇠고기 15.9%, 조개 11.4%, 돼지고기 10.9%, 굴 9.9%, 오징어 7.8% 올랐다. 음식점의 생선회 7.6%, 쇠고기 8.5% , 식료품인 빵은 8.6% 각각 상승했다. 공업제품도 1년 전보다 5.2% 올랐다. 공공서비스 부문까지 가세해 전년동월대비 시내버스료 15.6%, 전기료 5.0% 인상됐다. 석유류 등 공산품, 농축산물, 서비스 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니 서민들이 `악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물가 현상은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가 겪고 있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응 방법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노릇이다. 더욱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유류의 경우 전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향후 국제정세에 따라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곡물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물가 자체를 정부나 지자체가 강제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생활물가 상승이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수수방관하지 말고 시급히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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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14 13:51

오수바우

일제강점기, 상당히 이름을 날렸던 명창 가운데 ‘오수바우’란 분이 있다. 오수암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흥보가>를 잘 불렀다. 특히 그가 부른 ‘제비노정기’는 당대 제일가는 기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양의 한 부자가 오수암 선생을 초청하여 <흥보가> 판을 벌렸다. 평양 부자는 예술가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판을 벌리는 것으로 교양인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집에서 소리판을 벌이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판을 즐기게 했다는 점에서 예술 후원자 대열에 충분히 끼어들었다. 보통 명창을 불러 소리판을 열어주려면 개런티로 1년 먹을 쌀을 주었다고 하니, 이 부자의 예술애호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오수암의 <흥보가> 판이 무르익었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는 자기집 처마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가 안쓰러워, 다리를 묶어서 하늘로 날려 보낸다.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 강남으로 돌아가 겨울을 지낸 다음, 이듬해 봄에 박씨를 입에 물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제비노정기’는 강남에서 출발한 제비가 중국의 명승지를 두루 거쳐서 압록강을 지나고, 평양과 한양을 통과하여 흥보 집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노래다. 제비가 날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노랫말도 빠르게 연행되지만, 그 급한 행로의 끝에 남원 흥보집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늦춰 너울거리면서 선회한다. 흥보가 반가워서 제비를 향하여 노래한다.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이리 오너라, 내 제비.” <흥보가>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면서 시원한 대목 ‘제비노정기’는 이 대목에서 마무리되면서 소리꾼은 큰 박수를 받게 된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다. 명창 오수암의 ‘제비노정기’가 “이리 오너라, 내 제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이 평양 갑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양반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더니 담뱃대를 휘두르면서 당대의 광대 오수암에게 달려들었다.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소리에 취해있던 오수암은 졸지에 갑부의 담뱃대에 머리를 맞아 피가 철철 흘렀다. 이 평양 갑부가 왜 이리 분기탱천하여 당대의 명창 오수암에게 분노를 터뜨렸을까? 부자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렇게 교양머리 없이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상황은 잠시 후에 밝혀졌다. 평양 갑부 애첩 이름이 ‘제비’였다. 자신의 애첩을, 이 한갓 광대놈이 손짓하며,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고 추파를 던지고 농락하는 모양이, 잠시 판소리를 들으면서 낮잠을 즐기던 노인의 귓전에 들리던 순간, 분을 못이겨 담뱃대를 날렸던 것이다. ‘이런 고얀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광대라고 대접하여 초대하고, 소리판 벌려 주고, 따뜻한 밥도 먹이고 든든히 케라를 주어 보내려 했는데······’. 부유층이 예술을 애호하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부자들의 예술애호와 예술가 후원은 교양과 품격의 상징이었다. 이웃 사람들에게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예술가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교양 있는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한다.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재단을 만들기도 한다. 부자들이 예술의 애호가가 되는 일과, 예술가의 후원자가 되는 것은 아름답고도 멋진 일이다. 다만, 부자들이 화를 내지 않게 예술가는 조심해야 한다. 예술가는 원래 눈치가 빠르지만, 정말 느닷없이 화를 내는 부자들을 당할 재간은 없으니까. /유영대 국악방송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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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4 13:45

선거홍보물, 언제까지 쓰레기로 남길 텐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 게시되고 배포됐던 선거홍보물이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다. 환경공약까지 담은 대선 후보 공약집과 현수막이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게 아이러니다. 온라인 홍보가 보편적 선거운동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과거 관행대로 홍보물을 남발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전북 도내에 후보자 벽보 5125장이 게재됐고, 각 세대에 약 85만 부의 책자형 공약집 등이 배부됐다. 2018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별 현수막 가능 매수가 읍∙면∙동별로 1장에서 2장으로 늘어나면서 도심 전체가 온통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전주시에 걸린 선거 현수막만 980장에 이른다. 가히 선거 홍보물 공해로 느낄 정도였다. 법규에 따라 공약집을 배포하고, 선거현수막을 부착하는 것은 후보를 잘 알리기 위함일 게다. 후보자 면면을 살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각 세대에 배송되는 책자형 공약집이 후보를 이해하는 데 얼마만큼 효과를 거두는지는 미지수다. 실제 전주지역 다세대주택과 아파트 등에는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공약집 봉투를 뜯지도 않고 버리거나 우편함에 방치해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약집이 없더라도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비교할 수 있어 굳이 책자형 공약집을 각 가정에 배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인터넷 사각지대에 놓은 유권자를 위해 홍보물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배송하게 하는 방법도 홍보물 남발을 막는 장치가 될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대선 때 공보물과 현수막에서 전국적으로 온실가스 2만8084톤을 배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컵 5억 4천만 개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다. 30년 된 소나무 8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불과 2주간 사용되는 대선 선거홍보물이 5억 4천만 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과 같다고 분석했다. 환경부가 여러 재활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선거홍보물의 온라인 전환과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다. 선거 홍보물 개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3 18:52

대선에 묻힌 지방선거, 이제는 정상궤도로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여야 양당이 대선에 사활을 걸고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면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방선거 시계는 누르자마자 멈췄고 ‘깜깜이 선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야 양당은 대선에 전념하기 위해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리거나 개인 선거운동을 제한했다. 또 대선 기여도를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지방선거를 대선의 그늘에 가둬버렸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도 거대 양당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1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공천권을 쥔 중앙당의 방침에 반기를 든 입지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정당의 지방선거 시계는 멈췄지만 유권자들의 선거 시계는 그 사이 쉼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시계를 여전히 맞추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민주당 입지자들이 대선 직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면서 예비후보 등록과 정책발표 기자회견 등을 속속 취소·연기했다. 대신 반성과 사과·자숙이라는 단어들을 쏟아냈다.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선거결과에 대해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여당이 전북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거뒀는데 대체 무엇을 반성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의아하다. 오히려 중앙당이 지방자치를 무시하고,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화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지역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행태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와 반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지역의 이런 정치인들이 앞으로 지역발전과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부르짖고 나설테니 지역의 앞날이 걱정된다. 권력에 눈이 멀어 지방자치·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는 중앙당의 갑질을 이제는 막아내야 한다. 지방정치가 중앙에 휘둘리지 않고, 지방선거가 대선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방정치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여야 중앙당이 대선의 그늘을 거두고 지방선거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천심사 등 선거일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3 18:50

정운천의 쌍발통정치

날마다 뜨고 지는 해와 달이 다르듯 달라진 세상이 올 것이다. 48.59%를 얻은 윤석열 당선자 쪽은 마냥 기뻐만 할일도 아니고 47.79%로 정권연장을 못한 이재명 쪽도 부족했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새 정권에는 자만하지 말고 잘 하라는 격려성 주문을 했고 진 쪽에는 반성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게 했다. 윤 당선자가 질 수 없는 선거구도 속에서 막판까지 힘겨운 싸움을 한 것은 정교한 선거전략이 부족한 탓이 컸다. 전북에서 이재명은 8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예상했던 그 이상의 값진 결과이었다. 국민의힘은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호남에서 가장 많은 14.4%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80% 이상 득표하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득표를 많이 하면 수도권에서도 향우들이 막판 표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남에 비해 유권자수가 부족한 호남은 이 같은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태어났던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586 세력들의 자만심과 조국이 보여준 내로남불, 부동산정책과 K 방역 실패 등 패인이 많았다. 전북 도민들은 문 정권에 순진무구하게 짝사랑만 했다. 64.8%라는 전국 최고 지지를 보여줬는데도 지난 5년간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별로였다. 다른 지역은 상전벽해를 이뤘지만 전북은 크리스마스 이브날처럼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전북인들은 성징이 유순하고 착한 탓인지 울어대지도 않았다.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도 혼내고 닥달하지도 않았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바라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적극적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목에 방울 달고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 부재도 전북발전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었다. 도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잘못 한 게 없다. 최선을 다해 민주당에 몰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책임 져야 한다. 문재인정권에서 인사와 예산 등 전북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무능력을 탓해야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예산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민의힘 정운천의원이 해결사로 나섰겠는가.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기자 함거까지 타며 속죄를 빌었던 정운천의원의 쌍발통정치를 밀어줘야 한다. 윤석열정권에서 전북이익확보를 위해 가교역할을 정운천의원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의원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 윤석열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는 본질이 다르다. 선거기간 광주 5.18 민주화묘역을 방문했던 일이나 하의도 김대중 생가를 배를 타고 방문해 김대중정신을 승계하겠다는 것만 봐도 남 다르다. 오직 국민만 믿겠다는 그의 말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민주당이 172석을 갖고 윤석열정권의 바지가랑이를 잡는다면 국민들은 지방선거 때부터 용서를 안할 것이다. 지금부터 정의원이 내건 쌍발통정치가 작동하도록 밀어줘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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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3.13 18:50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더운 게 좋아, 아니면 추운 게 좋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한다. 더위를 잘 타서 땀이 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어릴 때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재밌게 보냈었던 시간들은 대부분 눈 내리던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름보단 겨울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하얀 눈, 크리스마스, 새해맞이 등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요소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곤 한다. 언제나 들어도 안타까운 산불 피해 소식이다.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산불 피해 소식은 올해 겨울에도 발생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의 영향으로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11일)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고, 최근 10년간 겪은 산불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를 발생했다는 예측도 뒤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2만 3천993ha의(11일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 면적인 2만 3천794ha을 넘어섰다. 축구장 면적(0.714㏊)과 비교하면 3만 3천604배 가량이다.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 일대에서 난 산불은 14일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피해 면적은 약 25ha로 울진·삼척 산불 피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 5일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재발화하며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 충남 서산과 공주, 경기 용인과 여주까지 전국 곳곳 산불 피해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끊이지 않는 산불에 예방하긴 위해선 그 원인과 이후 조치에 신경 써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산림청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 620건의 원인자 검거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검거율은 39.7%(24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속 CCTV는 많지 않고 목격자 확보도 어려워 산불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을 일으킨 실화자나 방화범에 대한 이후 처벌 조치도 경미하다는 의견이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과실로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명확한 처벌 기준이 있지만, 실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쓰레기 소각 도중 0.01㏊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벌금 300만 원, 같은 해 3월 농산폐기물 소각 도중 4.42㏊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된 바 있다. 어떤 이유든지 화재가 가져오는 피해는 참담하다. 실화 또는 방화 구분 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사례로 경각심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작은 불씨라도 빠르게 퍼져 산불이 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많은 산이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산불에 매위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의 주된 원인을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및 쓰레기 불법 소각, 무심코 버리는 담뱃불 등 개인의 부주위로 꼽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를 되새길 때이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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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14

투자 순풍에 돛 단 새만금의 미래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디지털 등의 신기술이 우리 삶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도 국내‧외 2200여개 기업들이 저마다 신제품을 등장시키며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으로 뜨거웠다. 이처럼 기업의 움직임이 날로 가속화되면서 혁신 아이디어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제대로 실현할 인프라 구축과 투자가 시급해졌다. 기업들이 미래의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 베드로 새만금이 손꼽힌다. 특히 광활한 미개척지에 백지상태에서 건설되는 도시로, 기존도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드론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춘 도시로 설계할 수 있으며, 다양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규제완화를 전제로 개발사업을 추진해볼 수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시와 산단 전체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므로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과 ESG 경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새만금이 날로 높아지는 탄소 장벽의 압박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새만금만의 강점을 활용해 새만금개발청은 신산업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만금의 비전을 ‘그린뉴딜과 신산업의 중심지’로 선포하고,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여 매주 투자유치 전략회의를 운영하는 등 기업을 유치하고자 전력투구 중이다. 최근 새만금에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와 첨단소재의 친환경 전기차,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유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20년에는 SK로부터 2조 1천억 원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악조건 속에서도 태양광과 전기차 부품·소재 분야 강소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1조 3천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 이 중 이차전지 전해질 소재 기업과 이차전지 양극 원소재 기업 등 친환경 에너지원인 이차전지 관련 소재 기업들의 투자가 많았고,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입주함으로써 전기차 산업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60만 평이나 확보했던 장기임대용지도 빠르게 소진되어 추가적인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2~3년 후면 미래도시 새만금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공공주도 매립의 선도사업인 스마트수변도시 매립이 완료되고, 스마트그린산단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이 되면 투자유치는 봇물이 터지듯 할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친환경차 규제자유특구·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강소연구개발특구 등 기업 맞춤형 제도와 더불어 국제물류가 가능한 공항·항만·철도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여 새만금의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그린뉴딜과 신산업의 1번지로 거듭날 새만금에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모여드는 ‘새만금의 시대’가 기대된다.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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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08

5·18 최초 희생자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전’을 보고

개교 75돌 전북대학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 ‘비 위드 유(Be With You), 전북대학교’를 보러 가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답답하고,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기만 했다. 전북대 75년 찬란한 역사의 중심부에 ‘고 이세종 열사’의 처절한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전이 열리는 박물관 전시장에 들어가 ‘고 이세종 열사’ 유품관 앞에서 피로 물들어 잿빛이 되어버린 청색 웃옷과 학생증, 빛바랜 사망확인서를 보는 순간, 그날의 크나큰 상처가 다시 선명한 뉴스가 되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0시경, 전북대 학우들이 농성하던 그 시각에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당시 나는 전북대 수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학생회관 2층 교수회의실(현 방송국)안, 계엄군이 곧 쳐들어온다는 긴박한 이야기에 술렁였다. 모두 농성장을 떠나야 할지, 그대로 지켜야 할 것인지 열띤 토론이 있었다. 함께 지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농성장 분위기를 바꿀 겸 각자의 주머니에서 십시일반 동전들을 모아 술을 사러 한 선배가 농성장을 나가는 사이, 나는 창문을 통해 정문(현 구정문)쪽에서 비추는 장갑차들의 불빛을 보았다. 그 불빛들이 순식간에 폭군이 되어 농성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비상계엄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외치는 대학생들에게 총칼을 들이밀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학생회관 계단을 통해 군홧발 소리가 쿵쾅거리며 들려오고, 착검을 한 계엄군들에 의해 농성장에 있던 40여명의 학우들이 심한 구타와 함께 포승줄에 묶였다. 모두 운동장으로 연행되는 사이, 누군가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귓속말을 통해 전해졌다. 훗날 술 사러 농성장을 막 나갔던 선배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나가자마자 계엄군들이 들이닥쳤고, 학생회관 뒤쪽 풀밭에 엎드려 농성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구타소리와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처절한 비명소리를 떠올리며 농성장의 학우들과 고통을 함께하지 못함에 엄청 괴로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날 밤 목숨을 잃은 학우가 ‘이세종’이었다는 것을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들었다. 당시 경찰은 고 이세종 열사의 죽음을 ‘추락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2층 농성장에 있었던 우리들은 어느 누구도 단순한 추락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주검을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병원 교수는 훗날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은 추락이라는 한가지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날의 사건은 어느 누구도 입 밖으로 내놓고 싶지 않은, 치유되지 않는 각자의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이세종 열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국 최초의 희생자였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참혹한 현장의 축소판이 바로 전북대에서 앞서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진상 규명은 물론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40여년이 지난 지금, 전북대가 특별전을 통해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을 전시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1980년 5월 18일 전북대 학생들의 농성과 이세종 열사의 희생에 대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희망한다. 그리고 역사적 재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조혜경 전북대 민주동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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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03

율곡의 ‘만언봉사’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율곡 이이가 왕(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이 있다. <만언봉사(萬言封事)>다. 갑술년(1574년)에 올린 만 글자에 이르는 상소라는 뜻으로 <갑술만언봉사>나 <만언소>로도 불리는데 실제로는 1만 2천 자가 넘는 긴 문장이다. 선조는 즉위 초기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국정 쇄신에 나서고 여러 전적을 편찬해 유학을 장려했지만, 당파 분열과 정쟁이 심화되면서 정치 기강은 무너지고 결국은 일본의 침략까지(임진왜란) 불러들였다. 사실 다른 왕들과는 달리 검소했던 선조는 즉위 후에도 학문에 정진했으며 그림과 글씨에도 재능이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왕에 즉위하자마자 뛰어난 30대의 학자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등용한 것도 그가 학문에 쏟아온 열정과 신념의 소산일 터다. 선조는 특히 인재를 등용하는 과정에서도 과거시험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행이 뛰어난 사람을 중용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치하는 조선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정쟁을 일삼는 당파 싸움으로 사회는 혼란해졌으며 백성들은 고통스러운 삶에 허덕여야 했다. 다행히 선조의 특별한 인재 등용 정책으로 조정에 들어간 30대 학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몰고 온 ‘적폐’를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이 율곡 이이다. 당시 조선은 동인과 서인의 갈등으로 당파 싸움이 심화되고, 정치 사회적 혼란에 재난까지 겹쳐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말이 아니었다. 선조도 정치력의 한계를 깨달았는지 조정 관리부터 초야에 있는 학자들에게까지 위급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교지를 내리는데, 우부승지였던 율곡이 왕의 이 교지에 답해 올린 상소문이 <만언봉사>다. 율곡은 이 상소문에서 ‘백성들의 원기(元氣)가 이미 쇠퇴해 10년이 못 가서 화란이 일어난다’며 ‘습속을 따르고 전례나 지키려는 의견들로 인해’ 흔들리지 말고 정성으로 해결책을 구하라고 권고한다. 사실상 동인과 서인들에게 휘둘리며 나라를 위태로움에 빠트리고 있는 선조를 향한 질타(?)다. 당대의 정치를 분석하며 그 공과를 지적하고 비판한 <만언봉사>는 당시 사회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를 정리한 내용으로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에서는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효에 힘쓰는 것이 긴요합니다. 정치하면서 시의적절함을 모르거나 일을 하면서 실효와 업적에 힘쓰지 않으면 비록 훌륭한 임금과 지혜로운 신하가 만나더라도 통치의 효과가 없습니다.’ 들여다보면 440년여가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적지 않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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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3.10 17:52

14.4%, 전북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쌍발통 정치 재건하자

14.4%,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전북도민들의 마음이다. 전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2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7.1%, 윤석열 후보가 48.6%를 득표하면서 47.8%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8% 차이로 따돌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이었다. 선거마다 민주당에게 몰표를 주던 전북이 새로운 보수정당 대통령에게 보낸 지지율은 14.4%.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다. 그동안 전북은 보수정당의 불모지라고 불려왔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전북지역 득표율은 7%, 박근혜 대통령은 13.2%에 이르면서 조금씩 희망을 보았고, 필자가 20대 총선에서 철옹성 같은 지역 장벽을 깨고 당선됨으로써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전북은 다시 보수의 불모지가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받은 전북에서 받은 지지는 3%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후보에게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국민의힘은 호남 없이는 국가도 없다는 의미의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슬로건 하에 친(親) 호남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필자 역시 전북을 비롯한 호남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호남동행 활동 등으로 친호남 정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2년간 59명의 호남동행 의원들은 예산, 법안 등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섰으며, 필자는 6년 연속 예결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전북의 예산을 9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활동들로 지난 대선 3%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20%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30대 청년 이준석 대표의 호남 방문, 윤석열 후보의 손편지와 김대중 대통령 생가 하의도 최초 방문, 그리고 4차례에 걸친 전북 방문 등 과거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모습들이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기대했던 30%의 지지를 받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전북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전북의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경쟁도 없고 긴장감도 없었던 지난 30여 년간의 민주당 1당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여야가 균형을 맞추는 쌍발통 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보수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지역의 민주당 기초의원은 55명, 경북지역은 59명으로, 긴장감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반면, 전북에는 보수정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단 한 명도 없다. 전북지역 선거구의 도민들은 허전함과 아픔만이 있을 뿐이다. 일당 독주와 외발통으로는 전북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건강한 경쟁 체제와 쌍발통 정치가 있어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기초의원 몇 명이라도 보수정당 소속 후보를 선택해 지역을 위한 보초를 세워 민주당이 긴장감 속에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발전을 이뤄낼 새로운 수레의 몸통은 잘 갖춰졌다. 이제 수레를 굴릴 수 있는 균형 잡힌 바퀴가 필요하다. 윤석열이라는 수레에 7:3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균형 잡힌 쌍발통을 장착해 전북의 발전을 이뤄내자.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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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5

선택에 관하여

옛어른들 말씀이 열두 재주 가진 놈 조석끼니 없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과학자랑 외교관이랑 작가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껄껄 웃으며 셋 중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덕담인줄 모르고 왜 하나만 하라고 하는걸까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는 내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맞먹는 인재인줄 알았다. 거창한 미래상은 겨우 대학 입시 한번을 치르며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나는 세가지 꿈 중에 과학자의 미래를 선택하면서 이 정도 아담한 꿈이라면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라는 낯선 학과를 선택했는데 분자 단위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한다는 그 학과의 취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명과학은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것이 확실했다.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과학자의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 생명작용의 과학적 메커니즘 같은 근사한 어휘에 매혹되어 시작했지만, 연구의 실제는 끝도 없는 실험과 논문연구, 데이터와 그래프와 통계의 연속이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과였구나, 속으로 후회했다. 게다가 찬란해보였던 생명과학의 미래가 실은 그리 밝지 않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들이 줄을 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생명과학 연구인력은 너무 많은데 좋은 일자리는 적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어려운데 전망까지 어둡다니,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이십대의 용기와 낙관을 긁어모아, 나는 문학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의 재목이 아닌 것을 깨달았으니 내 진짜 적성은 문학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문학계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좋은 상을 받으며 근사하게 등단했고 내가 예술로서 인류에 이바지할 미래를 다시 한번 확신하며 집필의욕을 불태웠다. 그리고 10년 뒤, 나는 또다시 번아웃에 나자빠져 있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학적 재능마저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과도 아니었는데 문과도 아니면 난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문학계 전망은 더할수없이 암울하다고 했다. 문학 시장은 점점 쪼그라드는데다 인구마저 급감해, 백년 뒤에는 한글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세 번째 카드, 외교관의 꿈을 들먹일만큼 눈치없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사십대였고 지칠대로 지쳤고 꿈은커녕 현재도 지탱하기 힘겨웠다. 더 황당하게도, 전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에 전망이 어둡다고 했던 생명과학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고 했다. 꾸준히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나의 동료 선후배들은 모두 중견 과학자 또는 바이오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되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름 심사숙고했던 두 번의 선택이 모두 나를 배신했고 남은 것은 남루한 현실과 몰락해가는 미래 뿐이라니, 나의 미래가 과학자도 작가도 아니었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었어야 옳았던 것일까? 의사? 변호사? 교사? 경찰? 무엇을 했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같았고, 또는 무엇을 했어도 아무 것도 안 되었을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십년이 흘렀고, 나는 이제 그때보다는 좀더 철이 들었다. 이제는 열두 재주 가진 놈이 조석끼니 없다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미혹에 대한 깨우침이다. 어떤 최선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앙앙불락하며 어리석은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선택은 좋은 결과와 사실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조차 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긴 시간과 집념, 그리고 끝없이 매만지는 손길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아주 중요한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만족하는 사람도, 실망한 사람도 있다. 이전에 해왔던 선택들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오랜 시간 악착같이 싸워왔다는 점이다. 그 독한 집념에서 우리는 확실히 세계적으로 남다른 사람들이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나라를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고, 때로는 넌더리나는 이 집념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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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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