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식품산업 수도 만들자] 농업 견인하는 일본 식품산업-③
우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식품산업 육성의 출발점을 농업발전에 두고 있다. 일본은 농업의 전반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을 세웠다. 농정의 중심을 농업생산에서 식품산업으로 돌렸으며, 생산자와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하고 식품유통의 효율화·합리화에 방향을 두었다. 이를 구체화하는 대표적 사업이 지역식료클러스터다.▲ 전국 자치단체에 걸쳐 식료클러스터 추진순창 장류, 임실 치즈 등 국내에서도 시군별 중소 식품클러스터가 많이 만들어져 일본의 식료클러스터는 낯설지 않다. 일본의 경우 2005년도부터 식료클러스터 육성이 본격화 됐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오히려 늦은 셈이다. 그러나 클러스터란 이름으로 개념화 된 것이 늦다는 것이지, 농식품 관련 기관간 연계를 통한 협력은 지역별로 훨씬 이전부터 추진됐다.일본의 식료산업클러스터는 생산 측면 보다 협력 측면이 강조되고 있었다. 새로운 생산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협의체를 통해 기존 지역의 농식품을 특화하고,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며, 판로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지역의 식재와 인재, 기술 등의 자원을 결합시키는 게 일본 식료클러스터의 핵심이다.현재 47개 도도부현 전역에 걸쳐 추진되고 지역 식료클러스터 사업에 중앙 정부 차원의 큰 예산 지원은 없으며, 자치단체의 재정지원도 없다. 새로운 생산시설이나 연구시설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농업클러스터와 다른 점이다.▲ 식품 관련 이업종도 폭넓게 참여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부분은 중앙 정부에서 일정 부분 지원해주고, 필요한 시설 들은 해당 지역 사업체에서 부담한다. 구체적 지원 역할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아닌, 도쿄에 소재한 사단법인 식품수급연구센터가 담당한다."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많습니다. 아직 조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있고, 신상품을 개발해 사업 단계를 넘어 산업화 가능성을 연 곳이 있습니다."식품수급연구센터 조사연구부 주니치 하세가와 주임연구원은 식품클러스터의 유형이 획일화 된 것이 아니라 지역별 여러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식료산업클러스터를 끌어가는 주체는 지역별 협의회. 협의회에는 대학?연구기관 등이 참여한다. 식품 이외 다른 업종과의 연계도 이루어진다. 관광산업, 환경관련사업자, 운송업자, 금융기관 등과 협력이 그것이다. 협의회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1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식료산업클러스터는 농림수산성 뿐아니라 경제산업성, 중소기업청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농상공등 연계촉진법에 따라 경제산업성과 중기청에서는 지역농식품의 신상품개발과 기술, 지역의 인재육성, 판매촉진을 지원한다. 농상공 연계사업에 이들 3개 기관의 올 예산으로 각각 100억엔 정도씩 편성됐다.▲ 협의회 중심으로 코디네이터 조정 역할지역식품산업클러스터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코디네이터다. 협의회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지역식품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조언한다. 연구기관 출신이나 행정관료 출신, 제조업체에서 권위있는 인사들이 코디네이터로 활약한다.클러스터의 방향 등에 관한 전체적인 컨설팅은 사단법인 식료수급연구센터의 몫이다. 센터는 지역 클러스터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된 방향을 갈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게 조언해준다. 센터의 활동을 위해 정부에서 연 6억엔의 경상사업비가 지원된다.센터는 지역식품클러스터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미아자키현을 꼽았다. 현내 중소기업단체 중앙회를 주축으로, 협의회에는 식품기업과 농축수산업자, 식품개발연구소, 식품연구개발센터, 식품제조협동조합, 농림어업금융은행 지점, 대학, 시험연구기관, 행정기관 등이 참여해 지역특산물의 신상품 개발과 판로 확대에 똘똘 뭉쳤다는 점에서다.실제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귤과 망고 등의 원료를 이용해 젤리와 음료 등 가공식품을 만들어 현내 직판장에서 판매한다. 여기에는 노인 등 유휴 노동력이 주로 활용된다. 코미디언 출신 도지사가 이들이 만든 음료의 홍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센터 토모우미 후지시나 박사는 "대기업의 참여가 많지 않고,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 성과를 이야기 하기는 빠르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지는 전통식품을 되살리는 등 식문화를 되돌아보게 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클러스터를 통해 최근 3년간 140여개 신상품이 개발됐고, 클러스터가 본궤도에 오르면 농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센터측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