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풍경을 읽다] 3. 강과 강을 잇는 칠보발전소
흔히 칠보발전소로 불리는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섬진강물을 동진강으로 이으면서 생긴 발전소다.정읍시 산내면 장금리에 취수구를 두고,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까지 직경 3.4m, 길이 6.2㎞의 도수로로 섬진강물을 끌어들여 동진강에 방류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의 물이 발전소에서 물길을 서해로 바꾸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운암제 축조 연계해 발전소 건립섬진강수력발전소의 역사는 섬진강댐과 함께한다. 발전소의 전신은 옛 운암제 축조와 연계해 정읍시 산외면 운정리에 들어선 운암발전소다. 호남평야의 부족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운암제를 건설한 동진수리조합은 남조선수력전기주식회사(남선전기)와 발전용수 사용계약을 맺었다. 운암제가 섬진강 상류에 넓은 집수면적을 가지고 있고, 고지대에 저수지가 조성돼 지대가 낮은 동진강으로 물길을 바꾸면서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운암수력발전소 12호기는 운암제(1928년) 완공이후인 1931년 10월 준공됐다. 남한 최초의 유역변경식 발전소다.동진수리조합은 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의 운암취수구를 통해 동진강으로 방류되는 섬진강 물의 일부를 남선전기에 공급했다. 도수터널 출구인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에 제2 도수터널을 뚫어 발전소에 물을 공급했다. 운암발전소는 유효낙차 77.02m를 가졌다. 발전소는 5만1200㎾ 용량으로 설계됐으며, 처음에는 이리변전소로 송전하다가 이후에는 군산과 강경발전소까지 전기를 보냈다.운암발전소는 1985년 2월 섬진수력발전소 3호기가 준공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발전설비는 폐기됐고, 건물은 민간인에게 팔렸다.△ 전쟁 겪으며 공사 중단재개 반복대륙침략전쟁으로 식량난과 물자난을 겪은 일본은 수자원과 전력이 부족해지자 운암제와 운암발전소보다 규모가 큰 섬진강다목적댐과 수력발전소 건립에 착수했다. 남선전기는 조선농지개발영단과 함께 1940년 운암제 하류 2km지점에 섬진강댐을 건설하면서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섬진강수력발전소도 착공한다. 남선전기는 1943년 조선전업주식회사로 통합되는데, 전시 물자난으로 공사가 지연되다 착공 5년만인 1945년 4월 칠보발전소 제1호기(발전용량 1만4400㎾)를 준공했다. 정읍시 산내면의 취수구에서 6.2㎞의 도수터널로 물을 보내 발전을 하는데, 유효낙차가 151.7m다. 발전방류수는 동진강유역과 계화도 간척지로 보내졌다.섬진강수력발전소는 광복과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섬진강댐처럼 공사와 중단을 거듭했다. 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1호기 발전이 시작됐지만 광복과 함께 중단됐고, 공사시행계획의 변경, 자재난, 시공업자 변경에 한국전쟁으로 공사는 지연되고 중단됐다. 전쟁 중에는 북한군에게 점령당하기도 했고, 유엔 폭격으로 시설이 파손되기도 했다. 9.28수복 때는 공비들이 불을 질러 건물이 전소되고, 변전설비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는 등 굴곡의 역사와 함께 했다. 1호기는 1950년 12월부터 복구돼 이듬해 4월 정상화됐다.국토건설사업 일환으로 섬진강댐과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이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사업에 포함되면서 1961년 8월 건설부 주관으로 한국전력이 1호기 옆에 제2호기 증설을 추진했다. 이때 칠보발전소에서 섬진강수력발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2호기는 섬진강댐과 함께 1965년 12월 준공됐는데, 설비용량이 2만8800㎾로 늘어났다.이후 1983년 9월부터 제3호기를 증설해 1985년 완공했다. 제3호기(6000㎾)증설로 발전소 설비용량은 3만4800㎾가 되었다.△ 70년 역사수력발전사 표본농업용수와 수력발전, 홍수조절 등의 다목적기능을 하는 섬진강댐의 용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어촌공사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댐(만수위 196.5m) 저수위가 170m를 넘으면 운암취수구(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와 칠보취수구(정읍시 산내면 장금리)의 도수로를 통해 농업용수와 발전용수를 공급하는데,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다. 섬진강댐이 애초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농기(4~9월)에는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물 사용은 3개 기관이 협의해 결정한다.현재 섬진강수력발전소의 저수용량은 4억3832㎥, 123호기 평균 유효낙차 157m를 이용해 프란시스수차 3대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최대발전용량은 30만4848㎿h지만, 발전량은 섬진강댐 저수율과 전력필요량 등에 따라 조정된다. 2013년에는 연간 1억5800㎾h, 지난해에는 7만7600㎾h의 전력을 생산했다.섬진강수력발전소는 올해 1호기 준공 70년을 기념해 사옥을 새로 짓고, 홍보관을 개관했다. 홍보관에는 1961년 한국전력으로 통합되기 전 조선전업(주) 당시의 기록물 등 발전소 역사를 보여주는 1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섬진강수력발전소 전태영과장은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자연지형을 이용해 발전을 하는 대표적인 유역변경식 발전소로, 옛 운암발전소와 함께 우리나라 수력발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