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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박지숙 ‘괴물들의 거리’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변종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떤 해결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는 공포감이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1923년,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자 일본인들의 불안과 원망이 정부로 향했다. 일본 정부는 민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표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본 본토에 머물고 있던 조선인이 그 대상이 되었다. 처참하게 자경단에게 죽어간 조선인들을 다시 현대에 되살려낸 동화가 있다. 박지숙 작가의 괴물들의 거리(풀빛, 2019년)가 그것이다. 한 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6천여 명의 조선인들이 살해당했다. 강과 강변에 조선인들의 시신이 쌓이고 강물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자경단 무리가 한꺼번에 그 아저씨에게 몰려가 몽둥이가 부러질 때까지 매질을 했다. 그 다음에는 무자비한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아저씨의 몸은 곧 피투성이가 되었고 눈이 부어올라서 뜨지도 못했다. 아저씨는 몸을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버티지 못했다. 주인공 원이도 엄마, 아버지와 헤어져 혼자 도망치다가 조선인들을 끌고 가는 자경단을 본다. 그리고 횃불 아래로 드러나는 살인자의 얼굴을 보며 놀란다. 밧줄로 조선인을 묶은 사람은 채소 가게 주인 야마구치 아저씨였다. 죽창을 든 저 아저씨는 우동 가게 주인이고 저기 대검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는 아저씨는 생선 가게 주인이다. 평범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조선인을 죽이는데 앞장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기에는 아픈 역사다.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조선인들의 처참한 죽음과 공포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기 때문에 더 기억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역사는 역사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역사는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되살려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 아물어가도 다시 후벼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이 잊지 않아야 할 치욕의 역사인 것이다. 우리 몸이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괴물들의 거리 동화책은 우리 무의식 깊은 곳의 상처를 다시 후벼내고 있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로>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설왕국의 네 아이>가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3.04 16:52

‘제3회 완산벌 문학상’에 양영아·장지연 수필가

양영아(왼쪽)장지연 수필가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회장 김정길)는 제3회 완산벌 문학상 수상자로 양영아장지연 수필가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수상작은 양영아 수필가의 오, 밥 한 술이여와 장지연 수필가의 10초짜리. 양영아 수필가는 2010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슴베> 등이 있다. 행촌수필문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완주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대한문학회, 교원문학회, 아람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지연 작가는 2006년 <순수문학>과 2009년 <낙동강문학>을 통해 각각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PEN한국 전북지회, 꽃밭정이 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길 회장은 완산벌 문학상은 예향 전북의 문화융성과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수필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며 <완산벌에 핀 꽃> 동인지 발간 및 저명인사 초청 문학강연과 동서화합을 위한 영호남문학교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완산벌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5월 중 코로나 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가질 예정이다. 시상식과 함께 박동수 전 전주대 부총장과 안도 전 전북문인협회장 초청 문학강연도 마련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3.02 17:28

[신간] ‘탄생 100주년’ 아동문학가 박홍근의 문학세계 재조명

아동문학가 박홍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돌아볼 신간이 나왔다. 가톨릭출판사의 <박홍근 아동문학 전집>과 신교출판사의 박홍근 동요동시집 <날아간 빨간 풍선> 복간본이다. 박홍근 작가는 일제 식민지시대인 1919년 함경북도 성진시 쌍포동에서 태어났다. 일제 식민지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도 우리글로 꾸준히 시를 쓰는 등 우리말로 문학의 길을 닦아왔다. 박홍근 작가는 동시 370여편, 동화소년소설 260여편, 시 90여편, 수필 300여편 등 모두 100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소장하고 있던 문학 자료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박홍근 문고에 소장돼 있다.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과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회장 등 문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6년 눈을 감기 전, 한국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는 말과 함께 가톨릭유지재단에 모든 재산을 기탁했으며, 그 결과로 박홍근 아동문학상이 제정돼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신간은 박홍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책이기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클 것이라면서 한국 아동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박홍근 선생의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을 총체적으로 모아 엮었다고 말했다. <박홍근 아동문학 전집>에는 그가 생전에 발표한 다섯 편의 장편을 비롯해 수많은 단편 및 수필작품을 장르별로 엮었다. 총 9권으로 구성된 전집 중 1권 나뭇잎 배에는 박홍근의 동시, 시, 동요가 실렸다. 박홍근을 가장 널리 알린 나뭇잎 배를 비롯해 모래성, 구공탄, 바람개비 등을 읽어볼 수 있다. 지난 1960년 발간된 박홍근의 첫 동요동시집 <날아간 빨간 풍선>이 옛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이준관 시인과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의 힘이 보태진 결과다. 당시 신교출판사에서 자비로 발간한 이 책은 1950년대에 쓴 동요 12편과 동시 34편 등 모두 46편이 실렸다. 이준관 시인은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던 이 책의 초판본을 내주고 해설을 썼다. 이 시인은 귀중한 문학사적 가치가 있는 박홍근의 동요 동시집을 복간한 것은 우리 동시단의 큰 수확이요 경사라고 할 수 있다면서 1950년대와 1960년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박홍근의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들이 다수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월간문예지 <소년문학>의 발행인이기도 한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는 우리 아동문학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이 책의 출판을 맡았다. 서 대표는 아동문학가 박홍근이 남긴 1950~1960년대 동시와 동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정서를 순화하는데 기여했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정서적으로 각박해져갈 때 사라져가는 순수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26 18:34

[신간] 신아출판사, 수필·아동문학과 함께 새 봄 준비

신아출판사가 월간문예지 <좋은수필>과 <소년문학>의 새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새 봄을 미리 전한다. 월간 소년문학은 통권 327호를, 월간 좋은수필은 제103호를 기록했다. 2020년 2월호를 나란히 낸 두 문예지는 각각 아동문학과 수필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 문학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는 문학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 문예지를 발간하는 가장 주된 목적이라면서 어린이부터 중학생들까지 볼 수 있는 동화와 동시를 매월 소개하는 일부터 수필문학의 토양이 되는 좋은 수필을 발굴하는 일은 인쇄업자, 출판업자로서도 큰 기쁨이라고 이야기했다. <소년문학>의 이번 호에는 아동문학계 원로인 윤이현 작가를 비롯해 임교순, 동심금, 이종환의 특선 동시, 동시조가 실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화의 광장에는 강용숙 작가의 조용한 시위가 실렸는데, 자연 동물과 공존하는 인간을 어린이의 시점으로 형상화해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든다. 세계의 동시 중화민국 편과 연재 기행 동시조 제주도 편, 세계 속으로 들어가다 인도 동화 등 지구촌 다양한 지역의 어린이가 좋아하는 문학을 살펴볼 기획도 실렸다. 교양의 텃밭 코너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교실을 연재하는 안도 작가는 독서 감상문 쓰기를 주제로 독서 감상문 쓰는 방법에 대해 친숙하게 안내한다. 유정호 작가는 명상만화로 올해의 띠 동물인 쥐가 등장하는 속담과 함께 흰쥐 이야기를 다뤘다. 알쏭달쏭 우리말과 재미있는 한자이야기도 어린이의 인문학적 소양을 살찌울 수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편, 진홍원 작가의 과학 이야기 두 번째 주제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다뤘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병의 증상을 이해하고 예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대화체 형식으로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썼다. <좋은 수필>은 이달의 시로 박완호의 아내의 발을, 이달의 화가로 정인홍의 정담을 선정했다. 시인과 화가는 각자의 특기로 마음과 마음에 수필 글귀와 같은 쉼을 전한다. 다시 읽는 좋은 수필에는 이범선, 어효선, 천경자, 김효자, 투르게네프의 글을 소개했으며 현대수필가100인선 엿보기의 홍혜랑, 엄정식, 송연희 작가의 대표작을 실었다. 이정림 에세이21 발행인은 수필과 상상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평론을 썼다. 수필과 상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펼치며 수필에서 상상이 훌륭하게 작품성을 얻은 사례 등을 소개한다. 제2회 베스트에세이10의 작품상과 신인상 시상식의 이모저모도 담았다. 작품상 수상자 황진숙 씨, 신인상 수상자 정순자 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잘 쓴 수필은 장인정신에 의한 문장력과 내용의 참신성과 구성력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진솔성과 작가의 품격 있는 인간성이 들어있어야 좋은 수필이 된다고 여깁니다. (심사평 중) 월간 좋은수필이 제정한 베스트에세이10이 2년에 걸쳐 배출한 10명의 수필가의 이야기는 <베스트에세이10 수상작가 작품집>(좋은수필사수필과비평사)에 담았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26 18:34

[신간] 최재선 연시 모음집 '그대 강 같이 흘러줄 이 있는가'

그대, 가까이 있어줄 이 있는가? 최재선 작가의 연시 모음집 <그대 강같이 흘러줄 이 있는가>(인간과문학사)이 서두에 던지는 질문이다. 최 작가는 이 책에서오래 지속된 달빛, 당신의 처마, 안개강, 하현달로 이어지는 열 가지 주제로 독자들의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시인은 140여편에 이르는 시를 한 권의 책에 녹여내며 여러 시어를 빌려 사랑과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의 숙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당신과 그대는 독자이자, 작가가 의지하는 정신적 지주로 표현된다. 혼자서만 살아가는 삶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강기옥 시인은 최재선 작가의 시세계를 두고 신앙시의 아고라와 일상의 서정적 승화라고 평했다. 작품 곳곳에 담긴 신앙인의 간절한 음색은 작가의 시세계를 판별할 수 있으며, 그가 서정적 신앙시인이라는 반증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재선 작가는 한일장신대 교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잠의 뿌리>, <마른 풀잎>,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 <첫눈의 끝말>과 수필집 <이 눈과 이 다리 이제 제 것이 아닙니다>, <무릎에 새기다>, <아픔을 경영하다>, <흔들림에 기대어>가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26 16:51

[신간] 칠순 나이에 대한 질책과 격려…'제 멋에 취한 몽당붓'

은퇴 후 돌아온 고향 정읍에서의 생활도 어언 6년째, 조택수 시인은 73세의 나이에 첫 시집 <제 멋에 취한 몽당붓>(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외워둔 글감은 말 안 듣는 아이처럼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애를 먹였다. 그동안 나에 대한 질책과 격려는 관심과 사랑의 담금질이었다. 조 시인이 10여년에 걸쳐 그간 써온 시만 얼추 250편에 이른다. 지금도 오래 전에 쓴 시를 자주 꺼내어 보며 지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한다고. 그야말로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시인의 열정을 다듬는 시간이다. 이번 첫 시집에서는 칠순을 훌쩍 넘긴 시인이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내보낸 시 90여 편을 만나볼 수 있다. 시인의 고향인 정읍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부터, 자연에 대한 감상,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도 넉넉하게 담겨있다. 유년시절과 함께 떠오르는 어머니의 얼굴은 지극한 그리움이 되어 책장에 무게를 싣는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평론을 통해 유년기의 토착어들과 이를 적확한 문장으로 구조화시키는 작가의 언어조형 능력을 통해 선연한 감각으로 자연대상을 인식하고 거역할 수 없는 그리움의 정서에 빠져들었다고 조 시인의 시세계를 설명했다. 전주에서 20여년간 사업체를 운영해왔다는 조 시인은 10년전 <일할 때는 남과 같이, 쉴때는 님같아라> 등 영업사원을 위한 교육교재 4권을 펴내기도 했다. 조택수 시인은 지난 2018년 <시선> 신춘문예 시 부문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선문학회, 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 정읍수필문학회, 아람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부회장을 맡아 지역의 향토문화를 알리고 기록하는 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26 16:51

김준연 첫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

김준연 시인이 첫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시인동네)를 펴냈다. 1966년 무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김 시인의 문학인생을 따져보면 꽤 느지막이 내놓은 시집. 아홉 장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 나는, 손가락을 셀 수 있었다. 김 시인이 시인의 말을 통해 독자에게 건네는 인사 또한 시와 같다.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 교수는 김준연의 시가 난해해 보이는 것은 비유를 비유하기 때문이다며 결국 김준연의 비유는 세계 속으로 침투하고 스며드는 기호(sign)들이다. 그의 기호들은 언어체계에서 빠져나와 언어 바깥의 세계와 섞이기를 원한다고 해설했다. 첫째 날, 서랍을 그리고 서랍 속에 꽃씨를 뿌렸다 정오가 지나자 향기가 방 안 가득했다 / 둘째 날, 나무를 그리고 가지마다 새를 매달았다 (중략) 아홉째 날, 여덟 장의 그림을 앞에 놓고 울고 있는 나를 그렸다 - 아홉 장의 그림을 그렸다 중. 또 오민석 교수는 아홉은 완성 직전의 숫자이며, 위기와 불안의 숫자라며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아홉 장의 새들이 날아올랐다고 했을 때, 그 아홉 장은 정확히 시 아홉 장의 그림을 그렸다과 연결된다. 시인은 완전수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를 직시하되, 그것을 실재의 바로 밑까지, 비유의 비유로 몰고 간다고 덧붙였다. 시집에는 4부에 걸쳐 57편의 시가 담겨있다. 결단력 있는 문장과 간결한 시어, 존재와 존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새로운 의미의 이름을 불러주는 시들이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2.26 16:51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여섯 번째 연구총서 발간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가 여섯 번째 연구총서로 <탈유교사회 유교적인 것 메타포와 시네토키>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총서는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이 그동안 추진해온 유교문화의 탈영토화, 공존의 인간학과 미래 공동체에 대한 연구 성과를 모은 것이다.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졌던 유교의 창조와 권위를 얻는 과정에 대해 탐색하고 유교에서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연구한다. 유교문화의 탈영토화를 추진하고 그동안의 유교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를 통해 유교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총서는 이런 고민의 결과로서 전통 유교문화에 거리를 두고 새롭게 시론적 탐색을 시도했다. 1부 비판의 메타포(은유)로서 유교담론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대사회에 뿌리내린 전통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이어 2부 전통의 시네토키(제유), 유교문화는 유교를 전통문화로 인식되도록 구성했던 행위를 구체적으로 탐색했다. 한편,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는 지난 2016년부터 연구총서를 발행해 왔다. <근현대 지역공동체 변화와 유교 이데올로기-사상종교(ⅠⅡ)>, <근현대 지역공동체 변화와 유교 이데올로기-지역공동체 재편(ⅠⅡ)>, <한국 가계계승법제의 역사적 탐구> 등을 발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26 16:5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문신 시인 - 정동철 시집 ‘나타났다’

엉뚱한 상상으로 출발해보자. 여기 시집 한 권과 최고급 호텔 식사권 두 장이 놓여 있다. 당신은 하나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 시집인가 식사권인가?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식사권에 눈을 반짝거리기 쉽다. 같은 조건이라면 나도 두말없이 식사권을 집어들 것이다. 사는 일이 지독한 현실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현실의 첨단에 서 있다. 이것이 내가 식사권을 선택한 소박하지만 바람직한 이유이다. 망설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시집 속에 비밀처럼 숨어 있는 찬란한 세계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오래 잊고 있던 꿈과 기억 그리고 고결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식사권보다는 그것을 쥔 내 손이 초라해 보이는 건 당연하다. 식사권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는 오랫동안 목말랐고 허기졌으며 쾌적하고 따뜻한 곳을 간절하게 바랐다. 그럼에도 손에 들지 못한 시집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는 시인을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시집을 읽는 일은 시인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일이다. 시인의 삶이 곧 시이기 때문이다. 정동철 시인의 시집 <나타났다>를 읽으면서 줄곧 시인과 마주 앉아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의 시집은 가난한 씨앗을 묻고 살아온/지금은 빈 까치집, 아무도 살지 않는 집(집)이었다. 내려앉는 어깨를 가까스로/옛 기억을 기둥삼아 버텨낸 집(허물어져가며)에서 그는 조금씩 키가 컸고 담배를 피웠고/콧수염이 자랐고 군대를 갔다 왔다/불안한 어른이 되었다(허공 위에 뜬 집). 그가 그 시절을 두고 참 기가 막히게 팔푼이 같은 현실이었지(하전사 김진철)라고 하는 것을 두고 나는 당신도 슬픔을 씹어본 적이 있는가(발가락을 씹어봤는가)라는 날카로운 힐난으로 들었다. 그대/부끄러운 두 눈/푸른 가시로 찔러라(탱자꽃)는 시구 때문이었다. 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아픈 삶인가. 그렇기 때문에 정동철 시집 <나타났다>는 슬픔의 독법으로 읽어야 한다. 슬픔의 독법이란 현실적인 삶에 비추어 시를 지극하게 읽는 일이다. 그가 사람을 사랑하는 일/쓸쓸한 일이라는 것(재회)이라고 한 것이나 쓸쓸함은 늘 쓸쓸함 안에 머물고(원형 탈모증)라고 진술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슬프다. 이쯤 되면 그의 시집은 최고급 호텔의 식사권으로는 허기를 달랠 수 없는 영혼의 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영혼이 희끄무레한 세상 끝까지/혼자 걸어가 보았습니다(곡우)라고 고백할 때, 마침내 시집이야말로 시인의 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정동철 시인은 그렇게 세상 끝에 영혼의 집 한 채를 묵묵히 세워 올리고 있다. * 문신 시인은 2004년 전북일보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와 문학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다방면에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시집 <물가죽 북>, <곁을 주는 일>과 문학연구서 <현대시의 창작 방법과 교육>을 냈으며, 지금은 <문예연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2.26 15:16

안도현 시인, 40년 전북 생활 접고 고향 경북 예천으로

시인 안도현, 그가 전북에서의 40년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 경북 예천으로 갔다.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만, 이별 앞에 먹먹해지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안 시인을 아끼고 따랐던 사람들이 지난 20일 저녁 전주 홍도주막에서 안도현 시인 환송회 -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열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전북작가회의 회원들, 원광문학회 회원들, 동시창작모임 동시랑 회원들,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들, 이리중학교 제자들, 우석대학교 동료. 120여 명이 환송회에 참석했고, 원광문학회 박태건 시인이 사회를 맡았다. 경상도니 전라도니 / 이런 말의 쓰잘데없음을 / 일찌감치 깨친 / 시인이 있다. (중략) 우리는 형의 회귀가 / 더 큰 세상 속으로의 / 씩씩한 귀향임을 눈치 챈다 / 그러니 오늘 우리는 / 형을 보내며, 나를 보내는 / 것 같이 하나도 슬프지 않다 / 다만 골똘해지는 우리들 / 오래 익힌 눈망울만이 / 이 밤 가기 전 어서 술 한 잔 / 하라며 말없이 서로의 얼굴 보고 / 또 보고 잡은 손 끝내 놓지 못한다. - 유강희 안도현 형을 보내며 중. 이날 환송회는 먼저 유강희 시인의 시낭송으로 시작됐다. 유강희 시인의 목소리는 중간 중간 울컥 떨림이 있었지만, 울지 마를 외치는 몇몇 문인의 응원에 시낭송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어 김종필 전 전북작가회의 회장은 안 시인에게 제2회 참고운상을 전달했다. 김종필 전 회장은 참고운상의 의미를 밝히고 김병용 소설가가 열 달가량 안 자고 준비했다고 해요라며 참고운상 상패에 새긴 글귀를 읽었다. 가야 할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써야 할 글 앞에선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고 일러주기 위해 우리 앞에 나타난 것만 같은 사람. 맹렬하면서 차가운 가슴 따뜻하면서 준엄한 문장, 함께 했던 시간은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형이며 오빠 같았던 사람, 시인인 것을 시를 통해 확인하는 사람, 책을 읽다가 책을 쓰다가 마침내 책이 된 사람, 우리들의 교과서, 안도현. 우리 삶의 모든 갈피에 당신의 이름을 적어둡니다. 특히 이날 환송회에는 코로나19 비상상황에 따른 바쁜 일정이었던 송하진 전북지사가 깜짝 방문했다. 송하진 지사는 코로나19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상으로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며 안도현 시인은 40년 세월을 전북에서 지내며, 문학 인생 거의를 이곳에서 이뤄냈다. 매우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에는 이 땅이 먼저 기억하는 시인, 안도현의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가 새겨졌다. 또 송하진 지사는 붓글씨 하나를 썼다. 당나라 시인의 시 누실명(陋室銘)에 나오는 대목 중 어찌 누추함이 있겠느냐라는 하누지유(何陋之有)다며 안도현 시인이 고향 경북과 또 다른 고향 전북을 이어주는 묵묵한 다리가 되어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히고, 코로나19 비상체제를 점검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밖에 동시랑 회원들의 안도현동시랑 6행시 낭독,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의 시낭송, 정동철 시인의 판소리 한 대목, 참석자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등이 이어졌다. 답사에 나선 안 시인은 후배들이 막걸리 한잔 하고 가자고 해서 이런 자리 만들게 됐다. 감사하다며 소설가 장정일을 발굴해낸 박기영 시인이 있다. 스무살 때 전라북도로 간다고 하니, 반드시 이병천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병천 형을 만나며 40년이 지났다. 살아온 40년을 짧은 시간에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학교 다니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시인도 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갖고 할아버지도 됐다. 많은 책을 냈고, 시인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인생이 저한테 준 모든 것을 40년 동안 전북에서 받았다. 여러분이 질투심이 생기도록 더 좋은 글을 써서 인사하고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안 시인은 고향 경북 예천에서 열린 인문캠프에 참석해 현직에서 일 할 나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 귀향하기로 했다. 잡지를 만들고 시 읽는 모임도 꾸릴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환송회 자리에서는 안도현 시인이 외할아버지가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이의 태명은 대박이라고. 안 시인은 아마도 준치가시처럼 많은 정을 마음에 꽂았을 환송회를 마지막으로 전북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했고, 지난 22일 경북 예천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했다. ● 안도현 시인은 - 연탄처럼 연어처럼, 문인의 길 백석 시인 아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너에게 묻는다 전문.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 연탄 한 장 중.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와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백석 시를 베끼기 위해 시를 써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백석 시인(1912 ~ 1996)을 아꼈고 또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중. 1994년 펴낸 시집의 제목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백석 시인에게서 온 것이고, 안 시인이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에 쓴 시 너에게 묻는다와 연탄 한 장도 이 시집에 실려있다. 1961년 경북 예천 호명면에서 태어난 안 시인은 대구 대건고를 졸업하고, 1980년 원광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최정주권강주정영길와 함께원광문학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됐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익산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지만,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했다. 이후 1994년 2월까지 전교조에서 일하면서 교육문예창작회 활동을 했다. 1994년 3월에 장수 산서고 교사로 복직돼 일하다가 1997년 교사직을 내려놨다. 이후 전업작가 생활을 했으며,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외에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등 시집, 10여 개국 언어로 번연된 동화 <연어>,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기러기는 차갑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백석평전> 등을 출간했다.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이수문학상, 노작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상,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등을 받았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은 안도현 시인은 군산항모항산서고등학교춘향터널화암사 등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풍경과 감성을 빠짐없이 시에 담으며 전북 문단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새겼다며 시인과 함께 살아온 세월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땅 사람들은 오래도록 가슴이 벅찰 것이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2.23 16:2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18) 한별 김완동, 전북 최초의 아동문학가

2019년 8월, 전라북도 문학관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서울에서 사는 이들은 이곳에 전시된 아동문학가 김완동의 둘째 아들 부부였다. 아버지 김완동 작가에 대한 자료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가 소식을 알게 되어 전시관을 찾아온 것이다. 이후 그들이 다시 문학관을 방문하였을 때 『반딧불』책 한 권을 가져왔다. 오랜 세월의 흔적만큼 낡은 책표지는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고, 제목 위에는 한별 金完東 僎集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분은 한 권밖에 없는 아버지 유품인 이 책을 문학관에 기증하였고, 그의 생애와 작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별 김완동(1903-1965)은 전주서 출생하였다. 전주고등보통학교와 대구고등보통학교 사범과를 졸업한 이후 군산공립보통학교와 군산메리뽈딩여학교를 거쳐 전주신흥보통학교, 서천서림보통학교에서 교사로 지냈으며, 장항성봉심상학교 훈도와 순창교육구청 학무과장를 역임했다. 그리고 이서와 금암을 거쳐 왕궁과 옥정국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또한 전북노동청년연합회회지 「전북청년」과 「전북일보」 편집 고문, 그리고 「전북어린이신문」주간을 역임했다. 그의 문학활동을 살펴보면, 193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 「구원의 나팔소리」가 입선되었고,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 「약자의 승리」가 당선되었다. 논평에서는 新童話運動을 爲한 童話의 敎育的 考察-作家와 平家藷位에게와 語學會 敎育을 마치고 가 발표되었다. 이후 「동아일보」에 소년소설인「아버지를 따라서」가 3회에 걸쳐 연재되었으며, 사망 2년 후 1965년 5월 보광출판사에서 『한별 김완동선집』이 간행되었다. 이 유고집에는 전라북도지사와 전라북도교육위원회교육감이 동시에 펴내는 글로 여러 선생님 그리고 학부형들에게 이 자그마한 책자를 권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한 유작품 출판회 출판 발기인를 보면 문교부장관, 북중동창회장, 동기동창대표, 전북대법과대학장 국방분과위원회, 고려제지사장 등이 참석하여 童謠 童話가 어린이 人格形成에 至大한 影響을 미친다는 것에 엮은 뜻을 밝히고 있다. 무릇 한별의 유고 선집 『반딧불』에는 동시 29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1930년 초에 발표되었는데, 그 가운데서「보름달」, 「반딧불」, 「아침새」 등의 11편은 김완동 작사, 김순용 작곡의 동요가 악보와 함께 실려 있다. 「동아일보」 발표작이 8편, 「전북어린이신문」발표작이 3편, 유작이 11편이다. 편수가 맞지 않은 것은 동시가 동요로 만들어진 편이 있기 때문이다. 짱아 짱아 고추짱아/ 괴밥 주께 일오너라/ 하늘높이 나르다가/ 재비에게 채이로다/ 또로신 또로신 또로신// 짱아짱아 고추짱아/ 내동생이 기다린다/ 숲사이로 날러가다/ 거미줄에 걸리리다/ 또로신 또로신 또로신.(「잠자리」, 전문) 위 동시는 44조 운율의 리듬과 시어의 반복성으로 경쾌함을 지니고 있다. 시적화자는 잠자리가 재비와 거미줄에 채이고 걸리는 상황을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를 통해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동요는 노래(謠)로서 일제강점기 동시에서 출발했다. 이 시기의 동시는 75조 3음보의 외적 리듬을 견지한다. 김종헌에 따르면 이 시기 창작동요가 시어의 반복으로 음악성을 살리고 어린이들의 언어감각을 반영한 점, 그리고 조선어로 창작된 점 등은 민족의식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고 논평했다. 빤-짝/ 반딧불 아가씨들 어데갑니까?/ 밤이면 불켜들고 어데갑니까?// 빤-짝/ 빤-짝/ 반딧불 아가씨들 마중갑니다/ 공부방 도련님을 마중갑니다. (「반딧불」, 전문) 위 동시(동요)는 그의 표제작이다. 75조 율격으로 대구와 반복의 형식적 특징을 보이며, 또 빤-짝의 시간성과 어데갑니까?의 공간성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긴장감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밤이면 불켜들고 공부방 도련님을 마중갑니다에서 보듯 의인화된 서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따뜻한 정서를 표출한다. 훅꾼 고은향기, 마음가득 풍기여라/ 배달의 꽃봉오리, 귀엽게도 맺었구나/ 이강산 희망의 꽃이나니, 아름답게피어나라에서 살펴보듯이 그는 독특한 문학 형식인 시조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확장하였다. 또한 실실히 휘느러진 수양버들 그늘아래 임께서 주신정을 그리며 애절한 감정을 묘사한다. 貴한님 고운節槪 松竹에나 비하리까 風霜에 않꺾이는 黃菊에나 비하리까 雪中梅 외로히피니 임이신가 하노라에서 「壽安의 노래」는 유일하게 제목이 있는 시조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동화의 요건에 대하여 동심동어가 충만할 것, 현실을 굳게 파악할 것, 내용의 목적이 정확할 것, 내용은 풍부하고 간명할 것 등으로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동화의 교육적 고찰에서 살펴보면 동화는 아동의 사상문학이 될 것이며 아동이 요구하고 있는 진정한 예술이라고 불합리한 예술을 떠나서 이상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참된 아동의 세상이라고 거론하였다. 이에 양재홍은 김완동, 독립운동과 애민문학에서 밝히듯이 김완동의 동화를 읽기 전에 알아야 할 점은 일제가 그를 훈도직에서 파면한 사건이라고 제시한다. 그 상황인즉, 김완동은 기독교를 믿으나 음흉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는 일찍이 신간회 및 조선 청년동맹을 조직하고 그 장으로서 활약하였다. 배일 사상이 농후한 그는 교원 자격에 부적당하여 파면한다.는 것이다. 이후 그의 자전적 체험을 통해 발표된 것이「아버지를 따라서」이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창룡이를 가장 귀해 하시든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보이자 창룡이는 급히 뛰어가서 단정히 절을 하고 나와주신 뜻을 감사하였다. 흔드는 손목들이 공간을 휘졌을 때, 황혼빛이 손에 어리었다. 마치 고기 비눌같이 반작거리는 손톱 그리고 또 손톱들! 그많은 손톱들이 창룡이의 가슴을 갈퀴고 있는듯 하였다. <그리운 고국의 산천이여! 그리고 사랑하든 친구들! 나의 스승님 안녕히 계십시오 또다시 만나볼 그 날까지!>. 이 작품은 日帝時 惡毒한 抑壓에 학교를 고만 둔 先生任을 아버지로 뫼시고 있는 昌龍君이 當時 살 수 없어 故國을 떠나게 되는 슬픈 光景을 짤막하게 그려낸 소년소설이다.라는 編者註가 있다. 주지하듯이 그는 1930년~1931년에 가장 많이 작품을 발표했으며, 특히 「동아일보」에「구원의 나팔소리가」발표 되었을 때, 長善明은 三大新聞을 중심으로 하는 新春童話槪評에서 이 작품은 자기개인적영락에만 도취되어 일반의 수난을 불원하는 비인간배를 경계한 작품이다. (생략) 그리고 표현양식과 사건전개와 모든 것이 퍽 능란하다. 여러 작가 중 대표할 만하다. 많이 써주기 바란다. 라는 평을 게재하고 있다. 오! 아버지! 왜 이렇게도 무참히 세상을 떠나셨습니까? 지금 아버지의 마음은 오히려 편하실 겁니다. 오! 아버지! 소자는, 이 세상 헛된 영화와 죄악의 향락을 피하여, 저 순량한 농민이 되어, 한 세상을 보내 겠아오니, 아버지이시여!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후 왕자는 농촌에 들어가서, 아침 저녁으론, 그 구원의 나팔을 부르며, 나라의 행복을 축복하였고, 낮에는 땅을 파고, 밤에는 글을 읽었는데 온 백성들은, 구원의 나팔소리를 들을 때마다, 악한 마음을 버리고, 사랑을 이웃끼리 베풀어 가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편히 살아 갔습니다. 위 작품은 옛날 어느 나라 왕이 백성을 돌보지 않고 오직 자기 한몸의 평안한 것을 생각하며 백성들에게 까닭없이 세금을 받아들이는 백성의 공궁함을 알게 된 아들이 옥통수와 함께 백성의 구원과 애민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범박하게 살펴본 김완동은 1930년대 전북 아동문학의 선구자다. 그의 『반딧불』문학세계는 친자연적인 소재를 통해 동심 언어가 풍부했다. 그러면서도 일제강점기적 현실에서 불의를 피력하였다. 교육자로서 평생을 지낸 그는 아동문학을 통해 휴머니즘 가치를 희구했다. 이몸이 살어살어 무엇이 될고하니 삼천리 금수강산 無窮花園 고히가꿔 香氣가 滿天地 할 제 내가 즐거하리라라고 말해주듯이 반딧불 향기처럼 살았던 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연구는 더 치밀하고 면밀하게 고찰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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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0 16:01

부르고 불러도 보고 또 봐도, 어머니는 가슴

가장 따뜻한 말, 그리운 말, 가슴 애잔하고 애틋한 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말, 겨울이면 찬물에 퉁퉁 불은 손 같은 말, 허기진 삶에 따뜻한 밥 같은 말, 따뜻한 아랫목보다 차가운 윗목이 자연스러운 말. / 엄마, 그리고 어머니. / 부르고 불러도, 보고 또 봐도 어머니는 가슴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꽃이다.- 안도현 雜文 중. 어머니가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의 글에서 꽃으로 피어났다. 전북작가회의가 펴낸 네 번째 테마수필집 <어머니가 핀다>를 통해서다. 글 쓴 작가는 기명숙, 김도수, 김성철, 김영주, 김저운, 김헌수, 문화영, 박서진, 박월선, 배귀선, 복효근, 안성덕, 오용기, 오창렬, 유수경, 이강길, 이세영, 이소암, 이은송, 이종민, 이진숙, 임희종, 장마리, 장창영, 조석구, 진창윤, 최자웅, 한지선, 황숙등 회원 29명. 기명숙 시인의 수필 슬픔은 검은 흙으로 피었다는 눈물 왈칵 쏟아지도록 아프다. 전남 나주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셨다는 엄마는 고달픈 시집살이를 했고, 기 시인은 엄마와 외모도 성격도 판박이였지만 불화했다고 고백한다. 모진 병에 걸려 생사 갈림길에서 딸의 상처를 걱정하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극적으로 화해했고, 그 다음 날 새벽 엄마는 시인의 손을 꼭 잡은 채 돌아가셨다고 했다. 너무나 사랑해서 미워했던 엄마,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후로도 너무 보고 싶은 엄마, 슬픔은 검은 흙으로 피었다고 했다. 김저운 작가는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 후 정리한 유품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딸네 집 전화번호가 삐뚤빼뚤 힘 주어 쓰인 작은 수첩, 머리 기름때 묻어 있는 은비녀와 옥비녀. 가시내야, 그만 좀 울어. 밤마다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울음이 많았던 작가에게 작은 언니는 성질을 내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어깨 토닥이며 기다렸단다. 문학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다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전북대 영문학과 교수로 있는 이종민 작가는 어머니와 관련된 세 통의 음악편지를 띄웠다. 고향살이의 두 마음을 전하는 이현의 농 - 어머니, 철대문과 멍석 아홉 장 이야기를 추억하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어머니의 첫사랑과 공방살을 그린 스트라이젠드의 추억 등. 글 중간중간에 QR코드를 삽입, 독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돕는 점도 새롭다. 이외에도 작가들은 각각 엄마 또는 어머니에 대한 시리거나 따뜻한 추억을, 처연하게 또는 재치있게 소환하고 있다. 테마수필집 <어머니가 핀다>와 함께 펴낸 2019 통권 26호 <작가의눈>에는 전북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의 지난 한 해 글농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집으로 전북 문화유산,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다를 엮었고, 새로 발굴된 고 이정환 소설가의 유고 시도 가족의 도움으로 특별하게 실었다. 이외에 제12회 불꽃문학상 수상자 장은영 작가와 수상작, 제10회 작가의눈 작품상 수상자 문병학 시인과 수상작 등을 소개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2.19 21:55

전주 예술책방 ‘물결서사’, 김용택·김민정 시인 릴레이낭독회

김용택 시인(왼쪽)과 김민정 시인 전주 서노송동 선미촌에 위치한 예술책방 물결서사가 김용택 시인과 김민정 시인을 초청해 작품을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릴레이 낭독회를 연다. 김용택 시인은 지난해 펴낸 시 에세이집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난다)를 들고 22일 오후 4시 독자들을 만난다. 임실 진메마을 풍경을 벗 삼아 시와 산문의 경계를 왕래하는 일상에 대해 들려줄 예정. 김민정 시인은 29일 오후 4시, 신작 시집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문학과지성사)에서 작품을 골라 낭송하고 작품 배경 등 뒷이야기를 나눈다. 김민정 시인은 사흘 만에 이 시집에 수록된 44편의 시를 썼다고. 그는 지난해 허수경 시인과 황현산 문학평론가를 떠나보내고 힘들게 지내다 허수경 시인이 그에게 전했던 계속 시를 써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시 쓰기에 매달렸다. 그는 시인이면서 문학편집자로 오래 활동하고 있다. 앞서 김용택 시인의 책을 펴낸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임주아 물결서사 대표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마치 달리기선수처럼 이어달리고 있는 두 작가가 우리 지역 독자들과 함께 마주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책방에서는 조동범신용목 시인(3월 14일21일), 황현진최진영 소설가(4월 4일5일)을 초청하는 등 올 12월까지 낭독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물결서사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mull296)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010-5143-9398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2.19 18:22

전북지역 물들인 미술 이야기 ‘한눈에’

지역문화정책연구소 ㈔문화연구창이 문화예술비평지 <담론창> 11호를 펴냈다. 지난해 2월에 펴낸 9호 사용자 공유공간 PlanC - 1년의 기록과 10호 2018 미술로창 이후 전해온 반가운 소식이다. 문화연구창이 진행하는 미술 관람 프로그램 미술로창은 지난 2014년 2월 처음 시작해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문화예술을 통한 즐거운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300회를 훌쩍 넘겼다. 이번 호에는 2019 미술로창의 활동기를 담았다. 지난해 1월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열린 이재승 14회 개인전 & 정년퇴임 회고전을 시작으로 1년간 50여회에 걸쳐 지역의 문화예술계 현장을 둘러봤다. 미술작품의 면면을 살피는 것은 물론, 전시 작가 및 기획자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미술로창 잡담클럽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만큼, 이들의 만남에는 창작의 숭고함에 대한 이해가 저변에 깔려 있다. 미술로창 멤버인 고형숙 씨가 풍부한 글과 사진으로 현장 분위기를 기록했다. 전주시내의 다채로운 전시공간에 대한 소개도 덧붙여 이곳 저곳 둘러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문화연구창은 지난 2006년 창의적인 문화예술 및 지역문화 관련 의제 개발과 정책 연구를 목적으로 창립됐다. 문화연구창이 진행하는 미술 관람 프로그램 미술로창에 대한 보다 다양한 소식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artchang2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19 18:22

[신간] “나라의 혼…전북정신 찾고 돌아볼 계기 되길”

지난해 전북의 항일독립운동을 주제로 각 지역의 자료를 모아 정리했던 전북문화원연합회(회장 나종우)가 그 결과물을 담은 책 <전북의 항일독립운동>을 발간했다. 이번 책은 2019년 향토문화연구사업으로 추진한 편찬작업이다. 전북문화원연합회와 도내 14개 시군 문화원은 각 지역 향토 문화자원을 발굴보존해왔다. 1910년 전후 항일운동과 3.1운동을 비롯해 관련 인물과 유적지 등 자랑스러운 역사를 책으로 엮어냈다. 독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애국심을 계승하고 전북지역의 3.1운동과 역사유적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담겼다. 지역별 항일의병의 배경과 지역 곳곳에서 일어난 만세운동과 관련한 역사 기록도 세세히 실었다. 1907년 이후 한말 의병 활동을 살펴보면 전국 중 전북지역에서 가장 격렬한 의병활동이 전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3.1만세운동 때에는 전북지역의 모든 종교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자료집 발간작업을 진행한 맥락도 이와 같다. 종교와 신분을 떠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항일독립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분연히 일어났던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이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이 책의 발간을 주도한 나종우 회장은 매년 전북정신을 찾고 돌아볼 수 있는 테마를 선정해 전북의 모든 시군이 함께 작업을 해왔다면서 특히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이 전북정신을 찾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축사를 통해 이곳에 담긴 선열들의 발걸음이 자유, 평화, 독립이라는 독립선언서의 가치를 이 땅에 실현시켰다면서 함께하면 더 강하다라는 우리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우리 도민과 함께 더 나은 도정을 펼쳐나가겠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2.19 16:43

이명희 시인, 첫 시집 ‘사과 속의 바다’

외롭다 /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서 // 구멍난 항아리처럼 사랑은 외롭다 (중략) 둘이 있어도 하나가 되지 못해 외롭다 /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서 외롭다- 둘이라서 외롭다 중. 이명희 무주문인협회장이 첫 시집 <사과 속의 바다>(이랑과이삭)을 출간했다. 지난 2007년 <국제문예> 신인작품 공모를 통해 등단한 이후 오랜 시간 틈틈이 창작한 시들, 열린시문학회 시창작교실에서 배우며 쓴 시들을 엮었다. 이 회장은 시인의 말을 통해 참으로 늦둥이 책을 낸다. 고희를 넘겨 중반에 처녀시집을 내려고 하니 두렵고 겁부터 났다며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주시며 시평까지 해주신 이운룡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시집은 1부 둘이라서 외롭다, 2부 사람꽃, 3부 길민들레, 4부 어느 오후의 봄날은, 5부 언어가 빛깔로 내게 왔다, 6부 해가 서쪽에서 뜨고, 7부 영시 등 173쪽으로 구성됐다. 이운룡 시인은 시평설에서 이명희 시인의 관심사가 자연으로부터 현실세계로 기울어져 있다며 역사의식과 시대상황에 대한 비판 고발의 시가 직간접으로 혹은 풍자 형태로 표상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 회장은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열린시, 전북 PEN문학회, 전북시인협회 회원, 눌인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문예전북지회장과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2.19 16: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박예분 시인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나는 나무오리예요. 동시 솟대는 한 줄 담백함으로 시작한다. 하늘을 날거나, 헤엄칠 수 없지만 날개를 활짝 편 오리를 보면 힘찬 비행을 연상케 한다. 모양, 높이가 제 각기인 나무오리의 하늘 향한 기원전부가 어쩌면 첫 연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 박예분 시인의 동시는 희망적이고, 따뜻한 격려의 말이 가득하다. 괜찮아 잘했어 참 잘했어 응원하며 다시 시작할 힘을 준다. 이어서 못생긴 사과를 대신해 시인이 들려주는 얘기는 뭉클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 과수원을 하는 이웃이 주면서도 미안하게 준 흠집 난 배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해님, 바람, 비와 씨름한 상처가 보였다. 작은 감동에도 빨강머리 앤이 다이애나와 손을 맞잡듯, 시인을 만나면 꼭 하고 싶어진다. 아롱이다롱이 서로 다른 덩이 중에 빵 덩이가 되겠다는 화자의 한 마디에 빵 터졌다가 마침표는 흐뭇한 미소로 찍었다. 가톨릭 기도문 중 아침기도 끝은 오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님의 평화로 이끌어 주소서. 한다. 저녁기도 처음은 오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살피고 버릇이 된 죄를 깨닫게 하소서.한다. 문득 그의 동시에서 기도문 같은 깊이를 느꼈다. 동시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제목자체는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다. 화자의 고백은 순수하고 맑다. 사과하고, 갚기도 하더니 미련처럼 할 일이 많다는 동심에 풋 웃음이 난다. 그 또래의 심각함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볼이라고 비비고 싶게 사랑스럽다. 예전에 어쩌나 보려고 조카를 골려줬던 생각이 문득 났다. 고모 사탕 하나만 줘. 양손에 쥔 사탕을 하나만 달라고 하니 선뜻 주지는 못하고 무슨 잘못이나 한 냥 빨개진 얼굴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못 이겨 뺏기다시피 하나를 주고는 조용히 엄마 품에 안겨 소리 없이 울었다. 다시 손에 쥐어주니 금방 눈물을 멈추는 순수함에 눈이 멀 뻔 한 기억이 난다.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는 타임머신처럼 그때를 회상하게 만들었다. 일곱 색깔 무지개 같은 색을 지닌 아이들 속에 푹 빠졌다. 결핍에 좌절하지 않고 꿈꾸게 한다. 나는 있지만 없는 이에게 호의 베풀 줄 아는 아이들이 그의 동시에는 가득 하다. 이 동시를 읽는 이들이 흐뭇하고 사랑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시인의 이름을 소재로 한 친구야 네 이름은 동시가 있다. 2연 4행에 예분은 꽃가루란다의 어미는 이름을 지어준 증조할머니가 손녀를 다독이는 손길을 느끼게 만든다. 한때 수줍었던 내 이름에 대한 부끄러움이 치유되는 반전이 있다. 걸림돌과 디딤돌은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함으로써 진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놀라운 연결에 탄성이 나온다. 이준관 시인은 해설에 어린이들이 이런 시를 읽고 시와 친구가 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하는 바람에 절로 마음을 같이 한다. 발상이나 표현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 다정함을 주는 동시임에 틀림이 없다. 가끔 어수선한 집안을 정리하다 내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때 쓴 글이나 그림을 볼 때가 있다. 물끄러미 보다 쓰다듬고 다시 고이 보관한다. 그때 품었을 잃어버린 희망을 다시 건져 품는다. 이 동시집을 읽는 모든 이들은 물론 첫 동시집이 된 박예분 시인까지도 희망을 건져 올리는 동시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김영주 작가는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했으며,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마키코 언니를 출품해 등단했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전북작가회의 회원, 동시창작 모임 동시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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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2.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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