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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밝히는 전북도민들의 수필사랑

한 해와 작별을 준비하는 12월, 글쓰기를 사랑하는 전북도민들의 이야기가 모였다. 수필로 삶의 등불을 밝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전북문예창작회(회장 송일섭)가 수필동인토방의 아홉 번째 글모음 그리고 부채질을 해 주었다를 발행했다. 양미숙, 이경수, 조순배, 김명규, 김형진, 박준수, 김정미, 박춘민 씨의 글이 실렸다. 결실의 계절에 한 땀 한 땀 써 내렸던 각자의 작품을 모아 엮었으니 그야말로 소중한 수확이다. 수필을 쓰시는 분들을 더 많이 토방으로 초대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며 삶의 진지한 얘기들을 나누고 싶은 분들을 기다려 본다. 우리는 생이 저무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잊지 않을 것이다. 초대수필로는 정진권 수필가의 글 짚신 고(考)를 소개했다. 유년시절부터 함께 해온 짚신에 얽힌 추억과 그리운 사람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순수필동인회(회장 이명화)는 순수필동인지 제3집을 펴냈다. 가을을 먹다라는 제목의 책에는 제1회 순수필문학상 수상작 소식도 함께 담았다. 이명화 순수필동인회장은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생명력 없는 글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말했다. 온갖 소리와 몸짓으로 세상이 혼란스러웠지만, 순수필 동인 제3집을 선보이며 작은 위안을 얻었다는 것. 회원 수 11명으로 운영되는 순수필동인은 소규모의 문학단체이지만 한 달에 한 번 합평회를 여는 등 수필의 문학성을 높이고 수필문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힘쓰고 있다. 제1회 순수필문학상 수상작은 라옥순 씨의 우화다. 감정을 절제하면ㅅ허도 서정적인 요소와 서사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망자의 혼이 나비가 되어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지막 단락에는 긴 여운이 감돈다. 더불어 신영규, 이경옥, 이명화, 이순종, 전성권, 황점복, 황점숙, 박갑순, 고명환, 박영삼 등 회원들의 글이 모여 이번 책을 완성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25 16:4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 - 장은영 작가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

아침의 신선한 공기, 시리도록 눈이 부신 태양,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까지 인간에게 생명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명 유지와 상관없는 과거에 대해 끊임없는 접촉을 시도한다. 과거에 대한 의문과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인간의 삶 일부로 들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과거를 놓치지 않으려는 인간의 심리는 자신의 근본을 향한 몸부림이라고 단정 짓는다면 지나침일까? 어찌 됐든, 과거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기록물이지 않을까 싶다. 몇백 년, 몇천 년 전의 과거를 만나기 위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과거의 기록물을 접하는 것이다. 기록을 통해 역사를 넘나들고, 기록을 통해 과거의 인물과 사건을 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록물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얼마 전, 동화작가 장은영은 조선왕조실록을 소재로 한 동화를 선보였다.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파란자전거)라는 이 책은 조선 500여 년을 담은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내는 지난한 과정을 담았다. 임진왜란이라는 7년의 전쟁 동안 조선에서 사라진 것들이 많았다. 국가의 위태로움과 함께 백성들의 목숨과 조선 땅의 역사가 송두리째 파괴되는 전쟁이었다. 그 중 조선왕조실록 4대 사고 중에서 세 곳은 모두 불에 타고, 마지막으로 남은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동화에 담았다. 조선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갔던 광대들 100여 명과 안의, 손홍록이 그 주역들이다. 동화에서는 하루아침에 역적의 아들이 된 석개와 석개와 형제처럼 지내던 궁수였던 팔모, 줄광대 홍두가 실존 인물인 안의와 손홍록과 함께 실록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대장정을 하게 된다. 백성의 고혈을 짜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실록을 일본에 넘기려는 탐관오리와 이방의 온갖 모략과 협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목숨을 건 조선실록 지키기는, 조선 사회의 가장 천대받은 광대들과 함께 이루어낸다. 지금 전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롭고, 당장 입에 풀칠할 것도 없는데 그깟 책이 뭐 중요해요?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옷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라며 처음에 거부했던 아이들도 역사를 바로 알면 밥이 나오고, 옷이 나오는 법이다.라는 말을 듣고 혼신의 힘을 다해 조선실록을 지켜낸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말처럼 역사는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만나면서 재탄생 되는 것이다. 재탄생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기록물이다. 과거와 만날 수 있게 하는 기록물에 대한 가치를 드러내 준 장은영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이 책으로 전북작가회의에서 마련한 불꽃 문학상의 영예까지 얻었으니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 번째 짝을 출품해 당선됐다. 학생 독서지도를 하면서 글을 쓰고 있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달려라, 달구!>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2.25 16:38

비평의 영혼 情恨의 지성, 고 천이두 선생 재조명

한민족 근원 정서인 한(恨)을 평생의 문학적 화두로 삼고, 문학비평을 독립된 예술 장르로 발전시킨 전북문단의 어른 고 천이두 선생(19292017). 그의 문학적 삶을 재조명하는 작고문학인 세미나가 지난 20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렸다. 전주시와 하남천이두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최동현)가 마련한 이날 세미나는 최동현 위원장의 기조발제 한을 다스려온 문학 일생, 천이두로 문을 열었다. 최동현 위원장은 천이두 선생의 한론은 처음에는 한을 부정적인 것,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으나, 차츰 긍정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문학적, 미학적 개념으로부터 한국문화 전반에 관한 개념, 혹은 윤리적 개념으로 거듭거듭 그 외연을 넓혀 왔다며 한을 탐구하는 대상도 소설에서 시로, 그리고 다시 판소리로 확산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에 관한 그의 연구는 한 사람의 학자로서, 문학 평론가로서 한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평생을 사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로는 임명진 전북대 명예교수의 천이두 비평의 흐름, 김성식 전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시김새와 그늘로 풀어낸 판소리 미학, 전정구 전북대 명예교수의 한의 역설과 삭임의 미학이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이경재 숭실대 교수, 곽병창 우석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각각 참여했다. 또한 김영 김제예총 회장의 창가를 서성이던 단정학(丹頂鶴), 정영길 원광대 교수의 가까이서 느낀 천이두 문학비평의 향훈를 통해 천이두 선생을 회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천상묵 유족 대표와 이보영 문학평론가, 홍석영 소설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22 16:39

동물친구들이 들려주는 민족의 절기 음식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가 한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 동화책을 제작하고 북콘서트를 열었다. 맛있는 한식이야기 그림책은 잊혀져가는 우리 민족의 절기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도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주관하는 2019한식문화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했다. 이번 책에는 절기의 뜻과 음식을 알기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기 위해 청설모, 토끼, 양, 수달, 호랑이 등 어린이에게 친근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한식을 요리하는 과정과 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이야기를 통해 절기마다 이웃들과 소통했던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담았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이번 그림책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책 읽어주는 엄마, 한식문화를 읽어주는 할머니(가칭) 등의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통해 한식문화를 진흥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맛있는 한식 이야기 그림책 제작 기념 북콘서트는 18일 오후 2시 전당 5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사계절 한식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봄 꽃을 사랑한 아기 청서 △여름 호랑이 왕 입맛 살리기 △가을 내 송편을 받아줘! △겨울 꼬마 곰의 팥죽 쑤기 등 4편의 그림책을 소개했다. 기획자와 작가 등이 참여해 청중들과 함께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책의 활용방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맛있는 한식이야기 그림책을 통해 한식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음식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18 17:42

“조선시대 낭만 넘치는 꽃음식 이야기 맛보세요”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가 <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자연경실)를 펴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박물학서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의 시리즈 출판물. 이번에 출간한 <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는 정조지총 7개의 권에서 꽃을 재료로 한 음식을 선별해 연구복원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정조지에 소개된 꽃을 활용한 음식 40가지를 선별했다. 죽과 탕, 전과 면, 꽃을 볕에 말려 음식에 활용하는 법, 꽃술, 꽃가루를 이용한 다식, 술에 꽃 향을 들이는 법, 꽃을 넣어 고기를 굽는 법, 꽃을 소금에 절여 장아찌나 김치로 담그는 법, 꽃차 등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하여 복원하고, 이를 활용한 현대 음식 47종을 함께 수록했다. 음식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초봄에 만나는 매화꽃과 봄의 문턱에서 만나는 진달래꽃,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국화까지 다양한 사계절의 꽃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현대화한 음식의 레시피와 영양 효과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으며, 꽃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음식이 갖는 현대적인 의미를 에세이로 덧붙였다. 한편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는 지난 2017년에는 <임원경제지> 정조지 중 교여지류, 할팽지류 중 포석을 연구하고 복원해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와 <조선셰프 서유구의 포 이야기>을 출간했으며, 2018년에는 <임원경제지> 정조지 중 권2 취류지류와 권7 온배지류를 연구해 <조선셰프 서유구의 떡 이야기>와 <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를 각각 펴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18 17:42

[2019 전북 문화계 결산 ① 문학·출판] ‘꽃 없이 맺히는 열매 없다’ 상처와 치유 공존

열매는 꽃이 진 자리 그 상처 위에 맺힌다. 전북민예총 문병학 이사장이 전북일보에 최근 기고한 글의 첫 문장. 올해 전북 문화예술계가 지나온 길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전북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주요 수장들을 뽑는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았고, 정읍 무성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등 큰 경사도 반가웠다. 31 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획 프로그램 또한 넉넉했던 2019년 전북 문화예술계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올해 전북 문학계는 상처와 치유가 공존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반듯하고 당당했던 전북 문인들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이 눈길을 끌었고, 일제 잔재 청산 바람이 불었다. 제24대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 나서는 전북문인협회 소속 입지자들의 후보 단일화 논의도 뜨거웠다. 이밖에 전북지역 대표 종합 문예지로서 지역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해온 계간 <문예연구>가 2019년 봄호를 발행하면서 통권 지령 100호를 기록했으며,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신간 소식도 이어졌다. △일제 잔재 청산 바람, 김해강 시비 이전 논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일문(日文)으로 원고를 쓰지 않았던 시인 신석정(1907~1974),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 일제강점기 당당하게 살았던 전북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2019 전주독서대전 기획전으로 마련돼, 오늘을 사는 후세대에게 벅찬 자긍심과 자존감을 전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 바람도 거셌다. 전라북도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한 김해강 시인(19031987)의 친일행적 논란이 불거졌고, 전주 덕진공원에 위치한 김해강 시비 철거 및 이전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전북도는 전라북도 도민의 노래 사용을 중지하기로 결정했고, 전주시는 전주 시민의 노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해강 시비는 전주시 덕진공원 정비에 맞춰 유족 측이 사적인 공간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관련 단체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예총 회장 선거, 문인 후보 단일화 여부 주목 내년 1월 17일 치러지는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이하 전북예총) 제24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 문학계가 뜨거웠다. 전북문인협회 소속인 김상휘 소설가와 안도 시인이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밝혔고, 지난 10월 말 소재호 시인이 전북예총 출마의 뜻을 세우면서 3자 구도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전북문인협회 소속 입지자들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증폭됐다. 전북문인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입지자들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렇지만 단일화 방법에 대한 입장차는 뚜렷했다. 전북문협이 주관하는 공개 정책토론회가 단일화 방법으로 제시됐지만, 입지자 모두가 함께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16일 전북문협 원로중견 문인들로 구성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 임시회를 마련했으며, 이날 안도 시인은 소재호 시인을 지지하며 뜻을 접었다. 그러나 김상휘 소설가는 불참,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낼지, 아니면 각각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지. 전북예총 회장 후보 접수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단일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1994년 3월 창간, 계간 <문예연구> 100호 발간 전북지역 대표 종합문예지인 계간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 발행처 문예연구사)가 2019년 봄호를 발행하면서 통권 지령 100호를 기록했다. 지난 1994년 3월 창간호를 내고 25년만이다. 계간지 특성 상 그동안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꾸준히 발행해왔다는 뜻이다. <문예연구>는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함은 물론, 국내외 문예 양상과 한국 문학의 흐름을 점검해왔다.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산천을 노래한 시편을 모아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발간한 시선집 <들어라 전라북도 산천은 노래다>이 의미있는 책으로 주목 받았다. 또한 이준호 소설가, 장은영이경옥 동화작가, 기명숙김정경 시인 김재희 수필가 등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신간도 쏟아졌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18 17:3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 이경옥 작가 ‘달려라, 달구!’

국어와 국사가 살아있으면 나라도 망하지 않는다. 역사학자 박은식 선생의 외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일본과 풀지 못한 매듭이 숙제로 남은 까닭일까 외국어와 외계어가 범람하고 시험 대비용 역사가 중시되는 요즘 과연 우리말과 역사가 살아있는지 의구심이 들던 차에 반가운 동화를 만났다. <달려라, 달구!>(이경옥 지음. 아이앤 북 2019)이다. 이경옥 작가는 독서, 논술을 하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생각을 키우는 일에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 중이다. 동심을 지켜주고 키우는 중,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두 번째 짝>이 당선되었고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달려라, 달구!>가 선정되었다. 이 책은 일제강제점령기를 겪었던 인물들을 통해 나라 잃은 백성의 설움과 고통을 보여준다. 아울러 정신의 얼인 우리말의 귀중함을 체감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운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토종 삽살개, 달구를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긴장을 느끼는 동화이다. 조선 사람이 조선 이름을 벗어버리면 빈껍데기 아녀. 인자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구먼, 창씨개명을 강요당하는 민족의 아픔이 생생하고, 나라를 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여 어린 아들을 통해서라도 독립자금을 전달하려는 주인공 아버지에게서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나라를 찾고자 하는 이 간절함이 곧 진정한 힘이 아닐까 강제 징병징용을 당하고 쌀과 놋그릇, 문화재까지 빼앗겼던 그때, 조선 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호랑이, 칡소, 삽살개까지 잡아들였다는 내용은 다른 역사동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고 나누면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우리 역사, 오늘의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될 책,<달려라, 달구!>. 우리말을 가꾸어 쓰며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 달구와 함께 달려갈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달려라, 달구!> *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로,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와 전주우석대학 평생교육원, 광주조선대학 평생교육원 등에서 독서지도사를 양성했으며, 현재 한우리독서지도 전문 강사이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2.18 17:38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⑮ 신석정의 시 다시 알기

신석정 창 밖에서는 / 보리수 꽃향기가 진하게스리 / 퍼져오는 것이었습니다. // 그것은 / 내가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끝내던 오월 /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군! 인젠 신심이 나는가? // 책장에 걸어놓은 염주를 볼 때마다 / 신심이 없는 나를 꾸짖으며 / 석전 스님의 그 기인 인중을 생각합니다.(자책 저음(自責 低吟) 일부) 신석정(辛錫正, 1907-1974) 시인의 호는 석정(夕汀)이다. 위 시는 부안의 석정이 서울에 올라와 1930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석전 박한영 스님의 지도하에 공부하던 때를 떠올리며 쓴 것이다. 석전 스님의 신심이 나는가?라는 질문에 석정은 저는 불교를 학문으로 배운 것이지 종교로 배운 것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석정은 이때의 일을 떠올리며 오늘에 이르도록 죄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석정은 그의 첫 시집 『촛불』(1939)이 나오기 전부터 노장사상과 도연명, 타고르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였던바, 석정의 초기 목가풍의 자연시는 대체로 노장사상을 주류로 하여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장사상은 자연스러움의 도와 무위(無爲)를 양축으로 하는 사유체계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인식체계이다. 그러한바 인위성을 벗어난 석정시의 먼 나라는 유토피아 내지 무릉도원에 비견된다. 일제의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20대 중반의 젊은 시인이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를 노래하는 일을 혹자는 현실도피의 차원으로 이해하여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나, 먼 나라를 꿈꾸는 일은 어쨌든 현실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세계를 간절히 소망하는 일이다.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석정의 시에서 노래하는 자연을 인위적인 것이 배제된 무위의 자연공간 정도로만 해석하는 일은 석정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석정이 노래한 자연 내지 먼 나라를 『대승기신론』과 연결하게 되면 그 세계는 수동적인 유토피아 내지 무릉도원이 아닌, 매우 탄력적인 개념이 된다. 그건 비정상적인 세계를 정상적인 세계로 바꾸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내면의 지속적 활동의 한 상징이 된다. 『대승기신론』의 핵심은 여래장(如來藏) 사상이다. 여래란 이미 깨달은 인격을 뜻하며, 진리로써 이루어진 인격이란 의미로 곧 불(佛)을 말한다. 장(藏)은 태장(胎藏)을 말하는 것으로 진여불성이 번뇌에 싸여 있어 현현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즉 여래장 사상은 일체중생 역시 청정한 여래법신을 함장(含藏)하고 있어 여래와 같은 심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중생 역시 여래로 성불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상이다. 한번 강렬하게 각인된 진리적 개념은 사라지지 않는다. 석정의 시에서 먼 나라는 식민지 상황에서 조국의 본래성 회복을 염원하는 한 상징적 언어가 된다. 석정은 1930년 만해 한용운을 자주 만났었는데, 만해의 시 알 수 없어요와 관련하여 이 시에 등장하는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는 모두 대자연의 섭리인 우주의 발자취나 얼굴이나 또는 입김이나 노래나 시로 보아 무방할 것이요, 또는 부처님의 그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촛불』의 모두(冒頭) 시 임께서 부르시면은 1931년 3월 어머니 이윤옥 여사가 타계한 후 그 해 8월에 발표된 작품이다.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대승기신론』의 관점에서 이 시를 해석한다면, 임은 여래장에 함유된 진여(眞如) 즉 자성청정심의 종자를 의미한다 하겠고, 시적 화자는 아직 무명(無明)의 번뇌 속에서 진여 세계를 갈망하는 자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석정이 노래한 자연은 현실도피처의 피동적 대상이 아닌, 실천적 의지를 담고 있는 능동적 개념으로 이해되며, 그의 시는 보다 풍요해지고 미적 요소 또한 깊어지게 된다. 세상이 뒤집어졌었다는 그리고 뒤집어지리라는 이야기는 모두 좁은 방에서 비롯했단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겨울밤 / 새로운 세대가 오리라는 / 새로운 세대가 오리라는 / 그 막막한 이야기는 바다같이 터져 나올 듯한 울분을 짓씹는 젊은 인사로푸들이 껴안은 질화로 갓에서 동백꽃보다 붉게 피었다.(방 일부, 1939) 이 시에는 뚜르게네프의 소설 『그 전날 밤』에 나오는 혁명가 인사로푸가 등장하고 있다. 천년, 만년 후에라도 그 언젠가 분명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화자는 또 다른 인사로푸를 꿈꾼다. 질화로가 달구어진 좁은 방, 울분 속에서 동백꽃보다 붉어진 마음의 근원은 어디였을까. 바깥세상은 비록 참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여래장에 내재된 자성청정심을 각성한 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의 고운 심장 역시 이 무렵의 시다. 하늘이 무너지고 / 지구가 정지하고 /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 그래도 서러울 리 없다는 너는 /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 밤이 이대로 억만 년이야 갈리라구 석정은 제2시집 『슬픈 목가』를 일제의 검열로 발간할 수 없었고, 1939년 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로가 『문장』지에서 검열 삭제되면서 석정은 문단활동을 중지하고 그럼으로써 민족시인으로서의 지조를 지킨다. 석정은 해방 이후 정치적 혼란기에 다소 정치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혹자는 이 일련의 시에 나타나는 정치적 미숙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국의 본래성 회복을 염원하는 간절함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당대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쓴 그의 참여시는 전혀 모순되지 않고 순수하다. 이후 정치적 혼란을 뒤로 하고 석정은 전주에 정착하게 되었고, 가람 이병기, 김해강 등과 함께 전북의 문단을 이끌며 2세 교육에 주력한다. 1967년 발간한 석정의 시집 『산의 서곡』의 서(序)에서 조지훈 시인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석정의 청수한 시심에서 석전 노사(老師)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하고, 석정의 신비한 대화체의 기법에서 만해 선생의 시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 모두 다 불타와 타골에 경도했던 석전 사백의 정신의 열력(閱歷)이 살아 있는 한 징표가 아니던가. 조지훈 시인은 석정의 시세계에서 석전 스님과 만해의 『님의 침묵』을 떠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석정의 축제는 다소 이해된다. 축제도 끝났다. / 가면무도회도 끝났다. 다시금 / 가져야 할 축제를 마련하면 / 그것이 <내일>이라는 희망 속에서, / 무수한 절망과 자살과 투옥은 계산되는 것이다. // 산이여! / 너는 그러기에 오늘도 / 통곡을 생각하는 슬픔 속에 서 있는가? / 통곡하라! / 목 놓아 어서 통곡하라. / <내일!> / <내일>의 축제를 위하여!(축제 일부)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남북의 대치, 좌우익의 처절한 쟁투, 6․25전쟁의 민족상잔, 이승만 정권의 무능과 부패와 독재,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유신(維新) 등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이 땅의 산들은 우리의 피맺힌 역사를 지켜보았다. 이제 내일의 진정한 축제를 위하여 통곡하라는 것이다. 통곡이라는 절차가 없이 어찌 내일의 축제가 도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무수한 절망과 자살과 투옥은 내일의 축제가 예비될 때 그 가치성이 발휘된다. 일제강점기 부터 이후 격변기 내내 석정이 일관되게 신념을 지키며 창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래장 사상이 내재된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네 눈망울에서는 / 새벽을 알리는 / 아득한 종소리가 들린다. // 네 눈망울에서는 / 머언 먼 뒷날 /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네 눈망울에서는 일부) 석정은 우리네 눈망울을 통해 민족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고 있다. 진여의 종자와 망념의 종자가 혼합된, 대한민국 사회라고 하는 여래장 속에서 시인은 진여의 종자를 발견하고, 여기에서 새벽 종소리도 듣고, 미래에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까지 읽어내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우리는 이산가족의 뜨거운 만남도, 남북의 평화통일도 읽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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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8 17:14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빛나는 가능성 품은 시 눈길…삶에 대한 통찰은 미흡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지난 14일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일상적 기록을 넘어선 삶과 사회현상에 대한 치열함과 통찰이 다소 부족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 전북일보 신춘문예에는 740명이 총 1895편을 응모했다. 지난해(871명, 2245편)에 비해 응모자와 출품작 수가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시와 수필 부문의 작품에서 많은 작품이 모였다. 시 291명이 1137편, 단편소설 126명이 141편, 수필 217명이 500편, 동화 106명이 동화 117편을 응모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1495편을 응모했다.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도 작품을 보내왔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본심 진출작으로 10편을 올리며 신춘의 열정이 넘실거리는 시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며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를 읽으며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는 설다고 말했다. 많은 시가 진술과 설명에 빠져 완성도와 안정성을 잃고 있었다는 평. 시의 편차가 고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모아졌다. 그럼에도 몇몇 시는 가능성과 빛나는 구절을 품고 있었다는 점이 큰 위안이 됐다는 평가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대부분 안정되어 있는 문장 수준을 보였으며 서사의 분위기를 잘 조성했다는 평이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여전히 가족 해체 서사였으며, 분위기에 비해 이야기성이 다소 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설은 결국 바늘 같은 이야기 다발이 돼야 하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평을 내놓은 단편소설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응모자들의 관심이 개인 영역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현상과 현실 모순을 파고드는 서사가 부족해 아쉬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수필은 일상의 체험이나 생활밀착형 소재를 형상화한 작품이 두드러졌다. 본심에 오른 10편을 비롯해 출품작이 전체적으로 고른 작품 수준을 보였으나 삶의 깊은 이해와 관조, 통찰력이 수반된 글은 적었다는 평가다. 한 심사위원은 아무리 수필이 체험을 바탕으로 해 쓰는 글이라 할지라도 삶에 대한 발견이 없으면 일상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라며 올해 신춘문예 수필의 경향은 이 점을 간과한 응모자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동화 부문에서는 9편이 본심에 올랐다. 올해는 의인화 동화, 애완동물, 치매 및 노인문제, 다문화 등이 주된 작품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들여쓰기, 문단 나누기 같은 기본적인 글쓰기 형식을 지키지 않은 원고가 많아 실망감을 낳기도 했다. 이야기가 설익어서 주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했고, 분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원고도 눈에 띄었다는 평. 더 나아가 차별화된 이야기 소재를 개발하려는 노력과 상상력, 문학적 형상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예심 심사는 기명숙김정경김헌수김형미이길상이영종장창영 시인과 김근혜이경옥장은영 동화작가, 김영주이진숙 수필가, 정숙인최기우최아현 소설가가 함께 했다. 최기우 예심위원장은 15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만큼 단 한 편의 작품도 소홀함이 없도록 정성껏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응모된 작품을 통해 심사위원들이 많은 걸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0년 1월 1일자 본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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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경
  • 2019.12.15 16:56

우리네 소박한 삶 이야기, 글 밭에 양분이 되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우리는 사랑의 벽돌을 한 장 더 쌓고 있다. 우리는 취미가 같은 동문끼리 모여 좋은 문장을 쓰려고 노력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2011년 창단한 샘문학동인(회장 안영)이 올 한해 가꿔온 창작의 물줄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동인지 <샘> 제4호에는 이소애, 박일소, 이숙희, 안영, 조혜전, 조경옥, 이점이, 김은유, 이남덕, 이영주, 박일천, 김옥임, 황점숙, 정선옥 등 회원들의 소박한 삶과 문학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들이 쓴 시 40여편과 수필 10여편에는 소박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시편들로 저마다의 글 밭에 물과 양분이 됐다. 문학에 대한 회원들의 애정은 같은 듯 다른 모양으로 조화를 이룬다. 생과 사, 희노애락의 다양한 얼굴과 마주하며 수천 수만 번씩 흔들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문학은 언제나 우직하게 그 곁을 지켰다. 산산 조각난 노년의 꿈 앞에 나를 일으켜 세운것도, 불의의 사고로 목숨보다 더한 아들을 잃었을 때 살아가게 해준것도, 손녀가 태어나면서 가슴에서 서성이던 설렘과 머릿속에 고이던 기쁨을 표현한것도 모두 시(詩)였다. 인생의 태풍을 여러 차례 겪으며 더욱 용기를 내기로 했다는 이영주 씨는 수필을 쓰며 스스로를 다짐하고 내면을 들여다본다고 고백했다. 흔들리며 휘청거릴 때도 많겠지만 앞을 향해 한 발씩 내딛어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라고. 정선옥 씨는 고려인들의 삶을 찾아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떠나 그들의 뜨거운 역사와 대면하고 생생한 기행문을 남겼다. 정씨는 강제 이주 고려인 80년, 그 역사의 길을 가다라는 글을 통해 뿌리의 힘을 만난 후로는 내 가슴에도 그들의 뜨거운 피가 전해져 지금의 나를 훨씬 더 사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안영 샘문학동인 회장은 마음과 마음을 잇고 가장 낮은 자리의 흙이 되어 하늘에서 주는 것을 모두 받아들여 비, 눈, 바람으로 생명체를 키워내는 글을 쓴다면서 햇살이 녹아 꽃을 피웠다면 우리는 녹아 샘이 될 것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동문의 글 밭이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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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경
  • 2019.12.11 18:08

전북작가회의, 송년문학의밤 개최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종필)가 오는 13일 저녁 최명희문학관에서 2019 송년 문학의 밤과 함께 제3차 월례문학토론회를 연다. 전북작가회의는 현재 시소설평론극수필아동문학방송작가 등 장르별 분과를 두고 있다. 이번 토론 대상 작품은 김도수 시인의 동시집 <콩밭의 물똥>, 기명숙 시인의 시집 <몸밖의 안부를 묻다>, 신형식 시인의 시집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 등 세 권이다. 토론회의 발제는 윤일호 아동문학가, 이병초 시인, 문신 시인이 순서대로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김도수 시인은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와 시집 <진뫼로 간다>를 펴내면서 다져온 실력을 탄탄히 다져온 실력을 동시집 <콩밭에 물똥>으로 녹여냈다. 총 4부로 나누어진 동시집 <콩밭에 물똥>에는 동시의 꽃을 피어내기 위한 씨앗과 같은 그의 동시 50편이 담겼다. 기명숙 시인은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북어가 당선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이번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를 통해 삶이란 설렘과 몸살의 경험이라는 이중 감각을 57편의 시로 나눠 그려냈다. 첫 시집이지만 고도의 은유와 예사롭지 않은 시어의 조탁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신형식 시인은 시집 <화창하게 쓸쓸한 오후>를 통해 삶의 우여곡절에서 만나는 미묘한 감정의 틈새를 포착했다. 이밖에도 시집 <빈들의 소리>, <추억의 노래>, <정직한 캐럴 빵집>을 비롯해 산문집 <무공해가 힘이다>를 발표했다.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에게 늘 온정을 베풀어 2018 참고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종필 전북작가회의 회장은 2019년 한 해 굵직한 활동을 선보이며 실천하는 문학의 뿌리를 튼실하게 다져온 회원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11 18:08

“청년으로 다시 태어나는 전라감영”

전라감영 복원의 의의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는 전주의 목소리가 한 권에 모였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정정숙)은 청년으로 다시 태어나는 전라감영을 주제로 한 <2019 문화벗담>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화벗담은 가장 전주다운 문화를 만들고 전라감영 복원의 의의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11명의 저자들은 전라감영 복원사업, 도시재생, 출판문화, 지역 음식문화 등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전라감영의 가치와 복원 의의를 해석했다. △장명수 전북대학교 명예총장의 관찰사 밥상, 내아에서 받다 △송영애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의 전라감영 관찰사는 어떤 음식을 드셨을까 △황미연 문학박사의 전라감영과 관기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의 전라감영의 역사와 복원 △김철배 임실군청 학예사의 경기전과 전라감영 △안은주 완판본문화관 학예실장의 전라감영, 출판문화를 다시 꽃 피우다 △조석창 전북중앙신문 팀장의 전라감영과 전국 감영 비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의 전북학에서 전라감영의 복원이 갖는 의미 △송대규 써티데이즈 대표이사의 청년으로 다시 태어나는 전라감영 △차정훈의 전주미술관 학예연구팀 학예사의 전라감영과 지역작가 △박태건 시인의 湖南人의 상상의 지리학, 전라감영 등 모두 11편의 글이 수록됐다.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2019 문화벗담>에 담긴 목소리와 시선들이 전라감영을 꽃피게 하고, 전주 청년들의 뜻을 세우게 하고, 전주를 찾는 손님들에게도 삶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 문화벗담>은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jjcf.or.kr)에서 읽어볼 수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11 18:08

월간 '수필과 비평' 12월호 출간

수필문학의 문학적 성취를 추구하고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하는 창작정신을 위해 매호 다양한 기획을 선보여온 월간 문예지 <수필과 비평>이 올해 마지막 호를 출간했다. 통권 제218호. 특집으로 수필가들이 뽑은 올해의 수필을 기획했다. 허상문, 강돈묵, 장미숙, 구활, 황진숙, 강천, 양일섶, 구수현, 유병근, 고연숙 등 작가 10인의 글을 실었다. 내년부터는 수필문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일환으로 해마다 수필 문학 발전에 기여한 작품을 수필가들이 뽑은 올해의 수필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 상은 1년 동안 <수필과 비평>에 글을 수록한 필자들이 추천위원이 돼 뽑은 작품을 취합해 최종 선정한다. 제218호 신인상 당선작으로는 김두봉의 두 바퀴로 전하는 바람 소리, 배만식의 지네, 신명숙의 은행나무, 윤미옥의 만병초가 이름을 올렸다. 기획연재로는 △송명희 교수의 트렌드 읽기 82년생 김지영, 과연 젠더 이슈인가 △수필가가 감동한 이 한 편의 수필- 강돈묵 <폐선> △미래를 여는 도구-동아시아 역사학을 위하여 등을 수록했다. 이밖에도 다시 읽는 이 달의 문제작 3편과 월평 풍자와 사랑에 담긴 진정성의 윤리를 읽어볼 수 있다. 한편, <수필과 비평>은 삶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수필을 사랑하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1992년 창간했다. 한국수필의 세계화를 목표로 삼고 수필 본연의 문학적 아름다움과 위상을 밝혀가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11 18:08

수고한 그대에게 선물하는 마법 같은 순간들

어떤 모습이나 어떤 말은 구들장처럼 따뜻하고 모과처럼 향기로와서 추위와 외로움과 쓸쓸함과 차고 긴 밤을 이겨내게 합니다. 절망과 좌절과 옹졸함과 막막함을 털어내게 합니다. 박성우 시인이 소품아티스트 허선재 씨와 손잡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사진 에세이집 <뭐든 되는 상상>(창비교육)을 펴냈다. 짧고 유쾌하지만 묵직하고 따스한 감성문구를 소품아트와 함께 담아, 응원이 필요한 이들의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 책이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던 집게들이 춤을 추고, 바나나를 낙하산 삼아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마법 같은 순간들. 이 책은 상상의 힘을 믿는다. 상상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아름답게 바뀔 수 있고, 그렇게 뭐든 하다 보면 뭐든 이루어질 것이라고. 박 시인은 책을 여는 말에서 상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상상한다는 것은 바닥을 기던 마음을 수직 상승시키는 것. 솟구치고 솟구쳐서 너의 창가를 비추는 별이 되어 반짝반짝이는 것. 상상한다는 것은 허탈하고 기운 빠지는 하루를 기쁘고 설레고 빛나는 하루로 바꾸는 것. 망했다고 말하던 내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 책에는 별빛일까, 달빛일까, 사랑이 온다, 춤출까, 달릴까, 잠이 달콤하다, 미움일까, 그리움일까, 그저 답답하다, 아픔일까, 외로움일까, 오늘도 힘들다, 주저앉을까, 일어설까, 나를 넘어서다 등 총 5부에 걸려 59편의 작품이 실렸다. 박 시인은 지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웃는 연습>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허선재 소품아티스트는 대전대에서 경영학, 산업광고심리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 입 베어 문 붕어빵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소품 아트를 완성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11 18:08

눈으로 맛보는 ‘세계의 전통음식’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사무총장 금기형, 이하 아태센터)가 유네스코 인가 단체인 ICHNGO FORUM의 온라인 저널 헤리티지얼라이브(#HeritageAlive)와 공동으로 <리빙헤리티지 시리즈 - 전통음식> 편을 출간했다. <리빙헤리티지 시리즈>는 무형유산 특정 종목에 대한 지역, 국가별 전승 및 보호 현황을 다룬 책. 주제별 다양한 지역의 무형유산 소개를 통해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문화 다양성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가시적으로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발간하고 있다. 아태센터는 지난 2017년 <리빙헤리티지 시리즈 - 전통 의술> 편을 시작으로, 2018년 <줄다리기> 편을 출간한 바 있다. 세 번째 시리즈 주제로 전통음식을 선정했으며, 올해 공모를 통해 수집된 총 16개국의 다양한 전통음식과 관련된 원고를 엮었다. <전통음식>편에서는 한국의 폐백 음식, 터키의 의례 음식, 인도의 신성한 음식과 함께 시리아, 멕시코콜롬비아 캐나다 등 세계 곳곳의 전통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북한 내에서 사라져가는 향토음식이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에 의해 나라 밖에서 전승되는 모습, 이러한 활동이 남북한 이민사회에서 화합의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음식유산 사례연구도 포함돼 있다. 아태센터는 국내외 무형유산 관련 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아태센터 홈페이지(www.ichcap.org)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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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수
  • 2019.12.11 18:08

1500년 전 호영남 교류의 상징, 전북가야를 읽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이 경북 고령 대가야박물관(관장 신종환)과 함께 학술도서 <전북에서 만난 가야>를 펴냈다. <전북에서 만난 가야>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북지역의 가야문화를 소개하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편으로 구성됐다. 전북지역의 가야세력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기 전 당시 한반도 남부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는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의 5~6세기 한반도 남부지역 정세와 가야, 전북지역의 가야문화가 고령지역의 대가야문화와 유사성이 깊다는 것을 고총(古塚, 거대한 옛 무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조영현 대동문화재연구원장의 대가야와 그 이웃들의 고총이 실렸다. 또한 최근 들어 활발하게 조사되고 있는 고고학 자료를 이용하여 전북지역 가야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주는 곽장근 군산대 교수의 고고학으로 밝혀낸 전북의 가야문화, 과거의 거대한 무덤이 갖는 고고학적 의미에 대해 알려주는 김대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의 기념물로서의 가야 고총을 엮었다. 김왕국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 책은 1500여 년 전 한반도 남부 동서교류의 주축을 담당했던 전북가야의 모습을 보여주고, 향후 지속적인 연구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 전국 국공립도서관을 비롯해 관련 연구기관에 무료로 배포되어 시민에게 전북 가야문화를 알리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11 18:08

호남과 영남, 시낭송으로 지역화합 노래하다

호남과 영남이 시낭송공연을 통해 지역화합을 노래한다. 재능시낭송협회 전북지회는 대구지회, 서울중앙회와 함께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리는 시낭송 콘서트 유리(琉璃)를 꾸민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주최하며,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전주의 정천모 시낭송가와 대구의 이기철 시인이 출연한다. 재능시낭송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는 생명의 근원과 태초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노래하는 이기철 시인의 시와 이를 낭송해 온 정천모 시 낭송가의 만남으로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천모 시낭송가는 시낭송회 동서공감, 논개따라 삼백리, 시가 흐르는 전라도길, 전주찬가, 익산찬가 등 다수의 공연에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있는 이기철 시인은 한국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시집 20권을 발표하고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특별한 축하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최진영 무용가, 원초적음악집안 이드가 시낭송 공연에 이색적인 즐거움을 더할 계획이다. 한편, 재능시낭송협회는 시낭송가와 시낭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사랑운동을 펼치는 모임이다. 1993년 설립했으며 국내외 10여개 지회를 두고 시낭송공연, 시낭송교실, 시사랑회지 발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 대한 문의는 전화 02-3011-2178로 하면 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11 18:0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유석 시인 - 기명숙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

몇 번을 적었다 지워낸 칠판처럼 하늘에 백묵가루 떠다니는 세밑이다. 이맘때의 들길 더는 아무런 생각 없이 몇 줄 기러기 안동하고 걷는다. 익은 발씨가 모처럼 서툴다. 가지런한 길이 조금 굽어보이고 사람의 마을이 어떤 경계처럼 새 떠 보이는 곳까지 헤맨다. 이윽고 한 곳에 오래 서 있는 듯한 느낌이 오면 과연 가슴속이 텅 비는 것이다. 그 다음, 맨 먼저 오는 말간 생각이 있다. 기러기 울음에 실리던지 그 기슭을 찰랑거리는 허공으로 오던지. 홀연 절절해지는 생이 있다. 자기연민이든 애증이든 무슨 소용인가. 그 순간 내 것이 아닌 삶이 내 안에서 텃새부리거나 엄살을 떨거나, 무방하게 내버려둘 때가 있다. 인생이 뭐냐 주책없이 묻고 싶을 때 황송하게도 <몸 밖의 안부>를 묻는다. 내 것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필경 내 것이었던 뒤안길이 고스란히 들길을 밟으며 단색판화 같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아직 한 번 더 돌아보고 싶은 순간들은 얼마나 절절한가. 주어진 것이던 남몰래 훔쳤던 것이던, 막연한 희망사항이었던 박쥐의 생태를 답습하였든 스스로 열렬했다면 그의 생은 사실이다. 그 기억은 당연히 솔직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세 종류로 살아간다. 법적인 인간, 도덕적인 인간 그리고, 양심적인 인간이 그것 일 터이다. 그 중양심적이다함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본질을 이름일 거다. 시의 본질이 그에 따른다 치면 시인은 양심적인 부류에 속한다. 그래서 늘 혼자 괴롭다. 깊은 밤 등불을 끄지 못하고 갈등하는 애꿎은 짐승일 터. 저녁마다 지워지는 그 아름다운 실패작덧없이 되풀이하는 생을 맨 앞에서 자백한 처녀시집은 이 한 문장으로 족할 수 있다.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공명하던 생을 자기만의 업業인 듯 수줍게 중얼거리는 시인의 자화상에 페이소스가 짙다. 그 기록은 낯설지 않으면서 또한 미답未踏이다. 익숙한 것이 고개를 갸웃하게 할 때가 새로운 법, 첫눈이 내릴 듯한, 첫눈을 기다리는, 그 첫눈 위에 한 사람의 발자국과 희디 흰 눈빛을 겹치고 싶다. * 김유석 시인은 김제에서 출생해 농사 지으며 살고 있다.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이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활동 해 왔다. 그 동안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두 권의 시집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2.11 18:06

최명희·유기수·하근찬 소설가 삶과 작품세계 재조명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11일 오후 4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전북 작고 문학인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연다. 올해 주목한 문학인은 전주 출신인 최명희(19471998), 유기수(19242007) 소설가, 유년부터 청년까지 전주와 익산에서 자란 하근찬(19312007) 소설가다. 최명희는 전주와 남원을 배경으로 쓴 장편 <혼불>을 비롯해 전주천과 소리꾼을 테마로 한 장편 <제망매가>, 경기전을 공간으로 삼은 단편 <만종> 등 전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 의사와 문학인의 삶을 살았던 유기수는 196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호로 박사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민족통일문학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평생 통일 지향 문학에 매진했다. 소설 <수난 이대>로 유명한 하근찬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지만, 익산과 전주에서 자랐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궁벽한 농촌을 배경으로 민족의 비극과 사회의 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문학박사 김승종변화영장윤준 씨가 세 작가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았다. 김승종 전주대 교수는 최명희 소설 <혼불>의 장소성과 전주정신 정립을 주제로, 꽃심이 전주 정신의 핵심이 된 과정과 의의를 살펴본다. 변화영 박사는 유기수가 남부군 핵심 간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쓴 장편소설 <빨치산>을 분석하고, 장윤준 박사는 하근찬의 작품에 나타나는 공간성과 민중의 모습을 다룬다. 토론에는 문신 우석대 교수, 신귀백 익산민예총 회장, 최명표 문학평론가, 한정훈 문학박사가 참여한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장은 작고문학인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의미보다 최명희유기수하근찬 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고 전라북도 문학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은 2007년부터 신석정(19071974), 박동화(19111978) 등 삶과 글이 진실했던 작고 문학인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진행해왔다. 이 자리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문의는 063-284-0570.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10 17:3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