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10 16:5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동아시아 평화 위한 한일 갈등의 뿌리를 제시하다

악화된 한일관계로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한일 갈등의 뿌리와 얼개를 제시한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반전 평화 운동가이자 인권 법학자인 서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가 최근 펴낸 <평화로 가는 한국, 제국으로 가는 일본>(경향신문)이다. 이 책은 우석대학교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서 교수가 수년간 경향신문에 쓴 칼럼과 각종 심포지엄 및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한데 모은 것이다. 지난 2018년 개소한 우석대학교 동아시아평화연구소는 서승 석좌교수를 중심으로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관련된 학술연구 활동과 시민강좌, 평화체험 답사, 남북교류사업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전쟁과 평화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남북관계를 바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산다미아노카페에서 <평화로 가는 한국, 제국으로 가는 일본>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서승 교수는 우리에게 평화란 모든 민족이 독립하고 평등한 것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이 사무친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겨레는 동아시아 근대에 펼쳐진 전쟁과 평화의 두 갈래 길 중 평화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고 강조하며 동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29 17:13

허무의 사막서 토해낸 시의 노래

허무의 사막에서도 시는 노래여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 그래서 허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완성되는 허무주의. 양병호 전북대 교수가 <사소한 연애의 추억>(시문학사)을 펴냈다. <스테파네트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출간한 여섯 번째 시집이다. 그게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맨드라미처럼 속수무책 비를 맞았다. 유난히 갈증이 심각했던 그 해 여름. 그니가 우산을 팽개치고 후두둑 뛰어갔다. 수상한 구름이 뭉게뭉게 몰려왔다. 돌아선 발자국마다 불면의 낙서가 돌올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각혈하듯 비가 퍼붓고 있었다. (중략) 오늘도 운명처럼 비가 내린다.- 雨中閑想3 중. 시집 전체를 꿰뚫어 흐르는 작시법은 흘러가버린 시간과 지금 흐르는 시간의 중첩과 대비. 양 교수는 이러한 작시법을 통해 허무적 정서를 증폭시킨다. 사소한 일로 치부한 지난날의 짧은 사랑은, 사랑 그 자체도 사랑하는 존재도 허무하다. 시집은 운명, 석양을 바라보는 법, 산수유나무, 雨中閑想(우중한상), 퀘백에서 졸다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운명은 지적 탐구와 추억을 기록하고 있다. 제2부 석양을 바라보는 법은 사건 중심, 제3부 산수유나무는 자연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완성한 시들로 채웠다. 제4부 雨中閑想(우중한상)에서는 폭우에 가려 흐릿하고 습기가 차 있어 먹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5부 퀘백에서 졸다에서는 양 교수가 국내외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들을 모았다. 양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손뼉 치며 / 생기발랄하게 피어나는 꽃보다 / 적막강산 / 맵찬 서리에 무너지는 낙엽 쪽으로 / 마음 기우는 날들이여 // 풍찬노숙 / 내 가난한 영혼 나름 많이도 떠돌았다 / 이제 귀향하는 기분으로 / 저물며 찬란하게 빛나는 노을에 정박하고 싶다 // 앞으로의 삶 역시 / 사소한 연애일지언정 / 더욱 환하게 불타오를 것이다고 밝혔다. 순창 출신인 양 교수는 전북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의 공터>, <詩의 고독과 절망>, <한국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몽상과 유랑의 시학>, <시여, 연애를 하자>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29 17:13

‘늦깎이 소설가’ 장성원, 소설집 '영원한 약속'

참으로 인생은 짧다. 앞으로 몇 편의 소품을 더 쓸 수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여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아끼면서 내 나름으로 인간과 인간사회의 제 현상을 탐구해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써 볼 요량이다. 김유정 선생의 <봄봄>과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몇 편의 소설을 쓰도록 동기부여했다는 늦깎이 소설가 장성원 선생(81). 언론인이자 정치인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장성원 선생이 첫 단편소설집 <영원한 약속>(문예바다)을 펴냈다. 소설집에는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빗점골 산행, 백련白蓮과 시인, 영원한 약속, 좌절, 한 송이 흰 백합화와 등단작인 홍장미의 사랑 등. 기자로 일하고 정치 활동을 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쓴 작품들이다. 표제작 영원한 약속은 지난 2016년 5월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7차례 연재된 작품이다. 당시 장성원 선생은 작가 후기를 통해 톨스토이는 그의 친구이며 저명한 법률가인 코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명작 <부활>을 썼다. 이 단편은, 아일랜드를 함께 여행하면서 내 친구 정평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성원 선생은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을 체감한 나에게 탐욕이 발동했다.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 그리고 나의 사회비판과 문명비평을 소설로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소설가 정소성 씨는 장성원과 그의 작품에 대한 소고를 통해 장성원이 걸어온 족적을 보면 변곡(變曲)이 눈에 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교직의 길로 가지 않고 신문사로 간 것이며, 기자를 하던 사람이 정계에 뛰어든 것이며 모두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그가 정계 은퇴 후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섰다. 이번에는 소설가가 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과 성실성은 높이 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성원 선생은 김제 출신으로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공군 장교로 복무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해직됐다가 1981년 복직해 동아일보 동경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발기인이자 당무위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했으며, 제15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고문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 <국제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29 17: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김유석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

왼발을 딛고 오른발을 뗀다. 응달과 양달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다. 돌아와 보면 조금씩 무너지고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두 팔이 따라온다. 김행숙은 미적 쾌감은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의 최적의 관계에서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혼돈과 질서가 번갈아 놓인 징검다리같이 미학적 균형을 이룬 김유석 시인의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를 생각한다. 호박넝쿨이 둑방 밑에 버려진 토관에 푸른 힘줄을 옭아 넣고 있다(부드러운 힘 중). 강했지만 버려진 존재에게 보내는 연두의 입술로 세상의 볼은 푸르다. 시인은 한 번뿐인 생이 여러 번 다녀가듯 혼곤한 날(처서 중)에게 다시 푸른 젖꼭지를 물릴 것이다. 한여름 문간 앞에 그늘을 내어놓고/ 잠시 들렀다 가는 것들의 기척(공空 중)에 몸을 기울인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잠시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기척은 온 생애다. 공과 색이 사는 느릅나무 어린 그늘을 분양받고 싶다. 오르면서 세우는 그만큼의 벼랑을 끼고/ 휘청거리는 순간순간이 황홀해서/ 그림자조차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린 수수깡의 내려오는 길은 애초부터 없었던 거다(마디 중). 이 대목에 이르면 의지를 낮게 부리는 버드나무와 높이 오르는 미루나무를 비교하는 일이 무색해진다. 나는 곡선으로 나아가고/ 제 몸을 쥐어트는 가학적인 문양을 둘렀고/ 그리고, 나의 피는 차갑다(뱀의 문장紋章을 쓰는 가계家系 중). 이 시를 보며 직선과 무문, 따스한 피, 그리고 해독을 떠올린다. 울음은 감정이 아니라 생의 지극한 울림이다. 밖으로부터 삼투되는 것이 아닌 그것들은 내 안 어딘가에 갇혀 있다가 생의 어디쯤 스스로 풀리며, 내 안에서 공명한다. 그러므로 붉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의 몸은 텅 비어있다. 울음이 울림이 되는 이유다. 시를 읽고 나면 공명이 가득 들어차 장구통이 된 기분이다. 뿔이 난 후에야 송아지는 자신이 소임을 알게 되지만, 감때사나운 부사리의 뿔을 각목으로 내려치면 이내 직수굿해진다(개뿔 중). 그 울음은 언제쯤 풀밭에 풀려 길들여지지 않은 정체성으로 살아갈지. 사막 건너 또 다른 사막이 놓여 있기 때문에 뒤를 돌아다보지 않는(행자 중) 낙타의 혹에서 언제 푸른 달이 풀려나와 사막의 속눈썹을 비추어줄지. 천식 앓는 노인의 기침소리가 철사줄에 발목 하나를 두고 간(세 발 고라니 중) 고라니의 배고픔을 울린다. 마당가에 떨어져 등을 비비적거리는 매미를 위해 나무그늘은 울음이 묻어 있는(미필적 감정 2 중) 공명통을 떤다. 보이지 않는 울음이 더 먹먹하다. 시인은 울음이 잘 번지도록 등을 웅크리지 않는다. 오래 가두어 놓은 시인의 울음은 여물을 먹는 소의 혀처럼 붉다. 씨에게 물릴 사과의 통통 불은 몸이고, 비긋이 열린 마당을 적시는 생혈 같은 눈시울처럼 보리밥나무 열매 속으로(유월 중) 스며드는 붉음이다. 울음을 벗고 붉음을 입는 것들은 제 몸을 휘게 하는 무거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무거움이 예사롭지 않다. 무게를 좀 더 얹히려고/ 이슬을 맞히고 오줌발 먹이는/ 고물장수의 비루한 생이 들어 있을지 모를(가벼움을 팔아먹다 중) 책들은 가벼워 우리를 훅 휘게 한다.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생각 들 때/ 방향을 바꾸는 줄도 모르고(개구리가 뛰는 방향을 바꿀 때 중) 뛰어내리는 붉은 눈물이 있다. 걷다가 선다. 느낀다. 다시 걷는다. 한 길을 너무 오래 걷다 보면 마치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온다. 그때에 가슴에 고이는 것이 나의 시라고 시인이 말한 적이 있다. 수염이 깔끄러워서, 물풍선 같은 달은 어떻게 보리밭을 건넜을까(이슬방울 주렴珠簾 중) 궁금해하며 들길을 걷는다. 걷기 위하여 혹은 서기 위하여 많은 날들은 꽃의 고요를 개미처럼 핥도록 내버려 둘 일이다. 하얀 건물 위에 슬픔이 좌우로 펄럭인다. 강물 옆 둑을 따라 타들어가는 금지된 불 냄새가 난다. 시인이 사는 곳이다. 싸락눈 몇 됫박 들판에 안쳐 한 시절 보내다가, 한 곳 정들지 못하고 떠(이력 중)돌 것이다. * 이영종 시인은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노숙이 당선되었고, 15회 박재삼문학제 신인문학상 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1.29 17:10

[2020 전북 문화계 신년설계 ⑥ 전북문학관] “문학의 힘으로 세상 아름답게”

문학으로 빚은 향기는 시공의 경계를 넘어 오래 머물고 또 멀리 간다. 문학의 집, 문학관은 문향(文香)을 풍요롭게 하는 지역 문학활동의 든든한 근거지. 전북지역 대표 공립문학관은 옛 전북도지사 관사를 단장해 지난 2012년 9월 21일 문을 연 전북문학관(관장 류희옥)이다. 전북문학관은 올해 문학의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열어가는 문학관을 비전으로 도민과 함께 나누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그간 문학계 안팎에서 꾸준하게 제기된 전북문학관 신축을 위해 뜻을 모으고, 예향 전북에 걸맞은 위상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전북문학관은 올해 다양한 인문교양 강좌를 마련해 도민에게 폭넓은 학습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계간 전북문학관 리뷰 지면을 4면에서 8면으로 늘리고 인문학 지면 강좌를 게재, 읽을거리를 확대한다. 권두칼럼, 문인 포커스, 작품집 소개, 문학관 전시작가 소개, 추억의 문단 야사, 지역문단 소식 등을 전할 예정이다. 문학광장프로그램도 개선한다. 지역문화 활성화에 적합한 문화강좌를 개발한다는 방침으로, 매월 1회 문예창작 인문학강좌 등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강좌 문집 <인문학의 향기 3>도 발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18개 강좌를 운영했고 769명이 참여했다. 또한 전북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문학강좌 프로그램을 7월부터 9월까지 운영한다. 미래 문학인을 양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방학을 이용해 시 창작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오는 2월 참여 학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밖에 작고문인 문학세계 지상강좌도 마련해 전북 지역 문인과 문학작품을 재조명한다. 전북문학관은 올해 10월 전북문학관 시낭송 페스티벌, 12월 전북사랑 문학축제 등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도민 참여형 축제를 연다. 5월에는 가족사랑 편지쓰기 대회도 개최한다. 전북문학관 시낭송 페스티벌은 은목서 꽃향기 그윽한 날을 골라 전북문학관 야외무대서에서 시낭송과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전북사랑 문학축제는 인문학 특강, 예술 공연, 시화전, 도서 나눔 등을 통해 지역 문학발전과 문인의 창작의욕을 북돋울 계획이다. 가족사랑 편지쓰기 대회는 도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주고받는 사랑의 편지를 통해 가족애와 효도의 의미를 되새긴다. 전북문학관은 도민에게 문학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두 차례 찾아가는 문학관을 운영한다. 문학관 전시작가 및 전북문인 시화전시, 문학 강연과 문학 나눔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지역 요양병원을 찾아 시화전과 도서 나눔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 문인 육필 시화전 기획전시는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전북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문인 육필 시화를 전시해 작가에 대한 이해와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육필 전시 작품집도 제작해 방문객에게 배포한다. 류희옥 관장은 지난해 실시했던 사업들을 살펴 잘된 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 더욱더 알찬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문학관 신축과 관련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전북도에 제출했고, 전북도가 이를 세심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신축과 관련 세부적인 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28 16:59

전북아동문학회 제18대 회장에 박예분 아동문학가

박예분 아동문학가 전북아동문학회는 박예분 아동문학가를 제18대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장은영 동화작가와 신재순 시인을 부회장으로, 이윤구하송 시인을 감사로 선임했으며, 정광덕 시인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박예분 신임 회장은 원로작가들이 다져 놓은 터전 위에 젊은 회원들을 영입, 문우들이 문학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며 회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문학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전북아동문학회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임실 출신으로 전북대 아동학과,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동문예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올해의 좋은 동시집 수상, 아르코유망작가선정기금을 수상했다. 저서로 동시집 <안녕, 햄스터>, <엄마의 지갑에는>,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동화 <이야기 할머니>, <두루미를 품은 청자>, <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 역사논픽션 <뿔난 바다>, 그림책 <피아골 아기고래> 등이 있다. 한편, 전북아동문학회는 윤갑철서재균윤이현김용재 등 원로작가들이 마음을 모아 지난 1971년에 창립됐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21 16:21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16) 화봉 유엽, 전북 문학의 토대 다지고 전주 변혁·문화운동 이끌어

화봉 유엽 벗이여! 가사이다!/ 이 검은 장막을 걷고 물껼 넘어 저 따로 건너가사이다!/ 벗이여! 및여 멋 가시겠거든/ 내가 먼저 오리다./ 기다릴 쑤 없이 급한 나의 마음은/ 벗이 나의 뒤로 곳 오실 줄 알고/ 나 먼저 가오리다. (...)// 밤새에 길우고 아끼던 살진 나의 팔, 다리를/이제야 이 바닥 우에서 마음껏 시험해보려렴니다./ 어이야! 이 나의 생명의 배는/ 빛을 실러 동녘을 행하여 저어감니다. 위 시는 유엽 「해 실러가는 나의 생명의 배」(『조선문단』),1927.2)의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검은 장막을 걷고서 해빛을 받아보려고라는 행위를 통해 새 희망에 대한 의미를 형상화한다. 또한 빛을 실러 동녘을 행하여에서 생명의 배로 저어가기 위해 밤새에 길우고 아끼던 살진 나의 팔, 다리를 시험해보렴니다 라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역동적 결의를 표출하고 있다. 전주 출신 유엽(柳葉,1902-1975)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언론인이자 출판인이고 승려였다. 본명은 춘섭(春燮)이고, 엽(葉)은 필명이며, 법명은 화봉(華峯)이다. 1917년 전주 신흥학교를 졸업하고, 1923년 동경대진제가 일어나자 도일하지 않고 2년 만에 학교를 중퇴하였다. 1920년대 중반부터 여러 방면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을 했으며, 1923년 그의 시 「춘원행」이 『동명』을 통해 발표되었고, 1927년 금강산으로 출가한 이후 1975년 서울 법륜사에서 입적할 때까지 시 41편, 소설 7편, 동화 19편, 수필 48편, 평론 20편 등을 남겼다. 그 외에도 그의 행적은 1925년 경성 종로 기독교청년회관에서 노동부인위안음악회에 출연하여 「조선 노래」를 독창하였다. 1926년 전주공회당에서 열린 전주시회 주체 문예강연회에 참석해 생과 사에 대한 주제로 강연하였으며, 1945년 한국민주당 발기인으로, 1946년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문교부장으로 선출되었다. 1953년 해인대학 교수와 1954년에는 영남일보 주필로 활동하였으며, 제3대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출마하여 낙선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의 시기에서 당시 식민지 문단은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계급문학이 성행할 때였다. 이 때 예술지상주의를 신념으로 삼은 유엽은 카프집단에 맞서 진실된 예술품은 예술지상주의적 정신에서 산출된 예술품을 일음이오 한 그러한 진실한 예술품이라야만 과연 우리 인생으로 하여금 구원(「나의 예술관초」)이라며 강한 주장을 내세웠다. 또한 말이 벌써 음률적으로 되어 가지고 모름지기 사람의 감정에 부합이 되도록 되어저야 되는 것이라며 그의 시론은 1930년대의 순수시 운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초창기 예술 활동의 시작은 연극에서 비롯되었다. 1921년 3월 일본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 김우진, 최승일, 조명희 등 일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극예술협회를 조직하였고, 그해 7월 조명희의 원작 「김영일의 사」에서 주연 배우로 김영일 역을 맡아서 극예술협회 회원들과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였다. 그리고 신인 발굴과 후배 문인들을 지원하였으며,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외국 곡의 가사도 번역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연극사의 첫머리를 장식한 인물인 동시에 전라북도 연극운동의 창시자가 되었다. 이러한 문단 활동을 시작할 무렵, 1923년 11월 한국 최초의 전문지 『금성』을 창간하게 된 것이다. 동인은 손진태, 양주동, 백기만 등이었다. 여기서 그는 『금성』의 발간 자금을 조달을 비롯하여, 편집과 출판, 당국의 검열 그리고 신인 추천 문제 등을 담당하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금성』의 주재자는 양주동으로 단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유엽은 가친 상을 당해 전주로 내려 왔을 때 양주동은 자신의 이름을 편집인으로 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버렸다. 그래서 『금성』의 편집인이 바뀌고 발행마저 중지된 것이다. 따라서 『금성』의 편집과 발간을 주재한 유엽의 역할에 대한 기존 서술 내용과 문학사적 왜곡은 시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一千九百二十三年/ 地殼이얼기始作하든첫날/ 내집에 오는길電車에서 나는/ 매우 沈着한 少女를 맛낫서라/ 초생달갓흔그의두눈섭은/ 가장아름다워 그린듯하고/葡萄酒빅삿흔그의입술은/ 달콤하게도 붉엇섯다/ 그러나 도럄직하고 귀여운 그얼골에는/ 맛지안은 근심빗이도라잇고/ 웬섬인지힘을일코 보는 두눈가에는/ 桃紅色의어림빗이 도라라. 위 작품은 유엽의 시 「少女의 죽엄」(『금성』제2호, 1924.1)의 일부분이다. 여기에서 한국 현대문학사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을 최초의 서사시로 기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보다 앞서는 것으로, 한국 근대 서사시의 효시를 이르는 작품이며, 3부 34연 142행에 이르는 장시이다. 최명표의 「범애주의자와 시론」 논문에 의하면 이 시는 근대적 비극의 표지로서 소녀의 죽엄을 문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시적 화자는 필연적 사건의 결과로 인해 소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그男子의 완력과 사회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한다고 고찰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 「落葉노래」에서 가을밤 구으는 落葉 소래는을 통해 개인의 정서가 묘사되고 있다. 「겨울밤의 哄笑」의 시는 빗없는 골방의 고립에서 새로이며노흔골방으로부터 다른 삶으로의 몽상을 꿈꾸기도 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感傷의 斷片」의 작품에서 어린애의 얼굴의 웃음처럼 생명의식에 대한 노래를 통해 범애주의적 신념을 펼친 것이다. 그의 문학 활동은 1931년 2월 자가본 시집 『임께서 나를 부르시니』를 간행하고 출판 했지만 원본은 찾을 길이 없다. 1939년 장편소설 『꿈은 아니언만』을 고려사에서 발행한 후, 1953년 이 소설은 덕홍서림에서 재간행되었다. 또한 1962년 『華峯譫語』과 『無低船』이 발행되었고, 1971년에는 불교의 난해한 『대승기신론소』 등을 순한글로 해설한 『멋으로 가는 길』이 발행되었다. 그의 소설 『꿈은 아니언만』은 변화영의 「유엽의 자전적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의미」 논문을 통해 연애의 서사의 장소는 전주와 동경 간의 대립적 공간을 통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에서 동경은 연애가 탐닉의 대상이자 사업의 일환으로 변질된 곳이고, 조선인에게는 식민성 재생산의 텅 빈 공간일 뿐이다. 전주는 민족 공동체 조선의 발상지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환시하고 있으며. 존재의 근간이자 세계의 중심은 전주로, 그가 전주라는 장소에서 흔적에 주목하였다.고 논하고 있다. 또한 그는 평론을 자주 집필하였다. 그 중 『詩와 萬有』에서 詩를 쓰는 벗님들에게 詩는 모든 것의 極致올시다. 宗敎, 道德, 法律, 이 모든 것의 우에 잇습니다. 詩人은 豫言者외다. 自然의 深奧한 妙理와 宇宙의 眞理를 天眞爛漫하게 노래하는 者외다.라는 글로 시인이 되는 자질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화봉스님은 『華峰柳葉』에서 선은 멋이다. 살림살이이다. 이 누리로 더불어 한 풀이 되어 멋지게 어울려 살아가는 노릇이다.며 禪을 멋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유엽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여 큰 족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 그의 공은 놀라울 만큼 크고 넓다. 그 중에서 만해 한용운과의 특별한 인연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불사를 일으켰다. 유엽이 한용운이 주재한 잡지 『불교』 의 발간을 도운 것이나, 불교 청년운동과 종단 정화 사업 등에 앞장선 것, 일제 말기에 아나키즘운동에 가담한 것 등은 순전히 한용운의 영향이다. 유엽이 특히 힘쓴 분야는 불교대중화운동이었다. 그의 글쓰기는 대중불사를 일으키려는 의지의 표현이고, 난해한 불경들을 순한글로 풀어 옮긴 것도 그것의 실천이었다. (『유엽문학전집Ⅰ』) 지금, 전남 송광사 유엽의 「행장비」에는 스님께서는 色相이 端嚴하고 辯才가 出衆하시며 마음이 너그러워 좋은 일이나 언잖은 일이나 一切 執着하지 안았고 무슨 일이든지 責任을 지면 勇氣로 臨하였고 因緣이 다하면 果敢하게 물러나셨다. 慈悲는 봄바람 같고 威嚴은 秋霜같았다. 라고 적혀 있다. 한 평생 문학과 예술, 불교에 전 생애를 바친 삶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가 하루속히 착수되어 전북지역 문학연구를 통해 전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오날부터/ 새해라는데/ 때마츰/ 눈이나리네/ 고요히 밝는/ 이 따우에/ 깨끗한/ 눈을 나리네/ 어나듯 이몸도 눈이 되었나/ 고요히 이따우에/ 눈이 나리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1.16 16:39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개최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후 전북일보사 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인 소설 부문 오은숙(46김제), 수필 부문 김애자(68대구), 동화 부문 차승호(56부산) 씨와 그들을 축하하기 위한 발걸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역대 수상자들과 심사위원들도 자리를 채우고 올해 수상자들의 힘찬 출발을 응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국중하, 김경희, 김계식, 김근혜, 김기찬, 김영, 김영주, 김용옥, 김영붕, 김춘자, 김학, 류희옥, 박귀덕, 서재균, 서정환, 소재호, 송준호, 양영아, 이소애, 이형구, 전병윤, 전정구, 정군수, 정병렬, 정숙인, 최기우, 최아현, 최정선, 허호석 씨 등 원로중견 문인과 전북일보 출신 작가들,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백성일 부사장, 서창원 이사, 김은정 이사, 김영곤 문화사업국장,서유진 편집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올해는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시작한 전북일보가 창간 7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면서 전북일보와 신춘문예는 역사는 1950년대부터 그 궤를 같이 해오며 100여 분의 문인을 배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자리의 소설 오은숙수필 김애자동화 차승호 씨와 같이 좋은 작품을 보내주신 응모자와 각 부문에서 빛나는 작품을 찾아주신 심사위원이 있어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권위와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시인의 작품을 노랫말로 만들어 불렀듯이 우리 문단에도 신선한 도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우한용 소설가는 심사위원을 대표해 심사평에 나섰다. 오은숙 씨의 소설 납탄의 무게에 대해서는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어려움을 드러내기 위해 끌어온 사격이라는 소재가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화 부문 당선작인 차승호 씨의 동화 우주인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한 시각이 돋보인다. 아동문학과 아동문학 비평계를 이끌어가는 작품 활동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애자 씨의 수필 망월굿에 대해서는 정월대보름 달집 태우기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썼는데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우리의 풍속에 대한 설명과 언어구사력 또한 뛰어나다고 평했다. 우한용 소설가는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우리 문화이자 언어의 현장이고, 좋은 작가이자 문인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면서 이 자리를 통해 문학계에 등단한 세 분은 앞으로 험난하고 고단한 과정을 견디며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15 18:51

"생의 목적가치 영위하기 위한 노력…글 쓰기 계속해야"

전북일보를 발판 삼아 한국과 세계문단의 큰 빛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15일 전북일보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린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는 희망찬 출발선 앞에 선 오은숙김애자차승호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기운이 가득했다. 단편소설 납탄의 무게가 당선돼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인연을 맺은 오은숙 작가는 상패를 받아들며 밀려오는 감동에 목이 메는 듯했다. 애써 눈물을 삼킨 오 작가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전북일보와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라는 이름이 널리 회자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를 축하하기 위해 요양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 간호사들도 시상식을 찾아 꽃다발을 건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의 부모님도 딸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대견하다는 듯 박수를 보냈다. 수필 망월굿으로 당선한 김애자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신춘문예의 새 희망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신춘문예와 수필을 통한 등단 기회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김애자 작가는 각 신문사마다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대한 시상을 없애고 있는 게 현실인데 전북일보는 오랜 역사동안 수필 부문 시상을 유지해오고 있어 감사한 일이라며 더욱이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배출한 문인들을 개인적으로도 존경하고 기라성 같은 분들이 많아 이번 상에 대한 의미가 더욱 크다고 전했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스승인 곽흥렬 수필가를 비롯한 많은 글동무가 대구에서 전주까지 먼 걸음을 하기도 했다. 동화 우주인 할아버지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차승호 작가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두 딸과 함께 전주를 찾았다. 차승호 작가는 신춘문예는 20대 젊었을 때부터 제 꿈이자 열망이었고 한 때는 열병을 심하게 앓아 시 부문에 여러 차례 도전했었다며 그러다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접어두고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어느 순간 만난 동화와 동시가 제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그의 네 번째 도전 결과였다. 그는 제게 기회를 주신 전북일보사와 당선자로 뽑아주신 심사위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아버지의 환한 미소를 지켜본 그의 두 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을 키울 수 있었다며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알기 때문에 오늘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축사에 나선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은 시대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우리가 인문학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생의 목적가치를 잘 영위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라며 신춘문예의 명맥을 잘 유지해준 전북일보에 감사드리며 당선자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15 17:14

외길인생 창안공무원 ‘바보가 된 공직자’

공무원 퇴직 후 25년, 지난 공직생활을 반추해보니 아쉬움과 허무함이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온다는 정석윤 씨가 자서전 <바보가 된 공무원>(도서출판 북매니저)을 펴냈다. 김제 백구 출신인 정석윤 씨는 이리 농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농과대학 농예화학과를 졸업했다. 1961년 전라북도 산업국 지역사회과로 임명되면서 김제, 남원, 군산, 전주시 농촌지도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전주시 산업과 농사계장, 장수군 산업과장, 이리시 세무과장, 전라북도 내무국 세정과 세외수입계장, 전라북도 공무원교육원 운영담당 국비사무관 등을 거쳐 전주시 덕진구 부구청장으로 1995년 정년퇴임했다. 국민 인권 신장과 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공무원 제안제도에 참여해 제안우수상, 공무원 창안상 등 창안 관련상을 7회 수상했다. 대한민국 행정사에 조금이나마 역사적 기록이 됐다는 점에서 공직생활의 보람을 찾았다.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 봉사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공직업무를 수행하는 데 젊은 날 열정을 다 바쳤다고 자신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담아 공직생활의 본보기를 글로 적었다. 이 책에는 △국민 인권보호와 신원증명제도 개선 △일반행정 분야의 창안 업적 △지방세정 운영과 업무관리 개선 △지방재정 확충과 자주재원관리 개선 분야 △공무원 창의력 개발과 권익보호 등으로 나눠 창안연구에 헌신한 자신의 삶을 역사로 기술했다.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 고군분투했던 공직생활기, 은퇴후의 활동, 주요 연구논문 등도 함께 실었다. 정석윤 씨는 이 책은 나의 자서전이지만 창안공무원으로서의 연구실적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사료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담았다며 지난 공직생활 중 나의 삶을 기록으로 정리하여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15 16:50

전주풍물시동인회, 작품집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말'

전주의 중견원로시인들의 문학 사랑으로 30년 역사를 쌓아올린 전주풍물시동인회(회장 박철영)가 2019년 한해를 돌아보며 28번째 사화집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말>(신아출판사)을 펴냈다. 김남곤, 김영, 문금옥, 박영택, 박철영, 소재호, 신해식, 심옥남, 우미자, 유인실, 이동희, 이문희, 장욱, 정군수, 조기호, 조미애, 조정희, 조춘식, 진동규, 최만산, 김기찬 씨가 글을 써냈다. 이문희 시인은 여는 글을 통해 상처는 언어의 집이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 들키면 안 되는 것, 말해도 되나 싶은 것,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시를 쓰노라고 말했다. 시인의 고독한 숨결을 따라 그리움의 끝이 어디인지 헤아리는 일, 그게 바로 시 읽기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책은 지난해 1월 동인지 풍물의 30주년 기념 특집호 <달빛이 닦아놓은 길>을 내놓은 이후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2019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을 지원받아 발간했다. 200페이지를 가득 채운 회원들의 신작시 등 모두 100여편에 달하는 이야기들이 그간 전주의 문학 영토를 비옥하게 가꿔온 비결을 설명해준다. 표지화는 소재호 시인이 그렸다. 한편, 전주풍물시동인회는 작품보다 인간을, 인간보다 삶을, 삶보다 더 중요한 거시기를 추구하자며 뜻을 모은 소재호, 이동희, 정희수, 진동규 4명의 문인이 모여 1987년 결성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15 16:50

전주 복합문화공간 수다작 "<동의보감> 초간본 보러 오세요"

전주 풍남문 인근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수다작(手多作, 관장 김병선)이 귀한 고미술품을 새롭게 들여와 전시하고 있다. 1613년 <동의보감(東醫寶鑑)> 초간본과 조선시대 민화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동의보감>은 조선시대 의관 허준이 저술했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최초의 의학서이다. <동의보감> 판본은 국내외에 36종이 전해지고 있다. 초간본은 모두 25권 25책으로 1613년 11월 내의원에서 목활자로 간행됐다. 수다작이 전시하고 있는 <동의보감> 초간본에는 만력사십일년 십일월일 내의원봉교간행(萬曆四十一年十一月日 內醫院奉敎刊行)이라는 간기(刊記)가 기록돼 있다. 만력사십일년(萬曆四十一年)은 1613년이다. 이밖에 민화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도 눈길을 끈다. 백수백복도는 수(壽) 자와 복(福) 자를 여러 모양으로 열을 맞춰 반복해 구성한 그림이다. 백수와 백복은 장수와 다복을 소망하는 의미를 담았다. 정승호 수다작 부관장은 <동의보감> 초간본은 정말 귀하다. 아쉽게도 목록 2권 탕액 1권이 결권이지만 이 상태만으로도 선조들의 훌륭한 역사다. 새해를 맞아 백수백복도도 감상하며 가족의 수와 복을 빌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수다작은 15일 풍물경매로 전주버선장을 내놓는다. 전주버선장은 옛 선조들의 애장품으로 화려하나 천박하지 않게 은은한 멋을 갖췄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14 16:10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전하는 문학과 삶

새해를 문학의 힘으로 밝혀준 이들이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 가족의 한 사람으로, 주변의 이웃으로 함께 해왔던 이들의 오랜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기쁘고 감사하다는 인사에도, 겸손한 자세로 더욱 정진하겠다는 다짐에도 다 담지 못한 속내가 있을 터. 이에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전하는 문학과 삶 이야기에 귀기울여봤다. △소설 오은숙 씨 나를 찾아 헤맸던 시간들 머릿속에 스쳐 소설 오은숙 씨 오은숙(46) 씨에게 소설은 위로였다. 학창시절부터 문학작품을 읽을 때면 구원 받는 느낌도 들었다. 어른이 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받은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자기를 구원하면 남 또한 자연히 구원된다고 했던 스승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젊은 날에는 시나리오와 단막극을 쓰며 문학적인 표현에 맛을 들였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문장을 읽는 맛 외에도 행간에게 느껴지는 이미지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삶을 관통하거나 비켜가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은 분명했다. 일터에서 여느 때처럼 일을 하던 중 당선소식을 들었어요. 전화를 끊고 지인에게 알리는 데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이십대부터 나를 찾아 헤맸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가더라고요.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아버지, 집안에 경사가 났다며 크게 기뻐하시던 어머니. 스스로도 무덤덤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했다. 오은숙 씨는 그간 사회에서 다양한 일에 몸담았다. 조무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공장을 전전했고, 짧게나마 무역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영어 학습지 교사로 일한 적도 있다. 그러던 중 글 쓰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다. 신춘문예에 처음 도전한 것은 32살 때였다. 신경증에 걸린 부인과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작가로서 서툰 것 투성이였기에 가슴이 뛰고 조바심이 났다. 어느 해엔가는 매년 원고를 부치는 것이 부끄럽게 생각돼 일부러 다른 동네의 우체국으로 옮겨 간 적도 있어요. 우체국 앞에서 고칠 문장이 떠올라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죠. 눈비가 오던 날엔 글자가 번질까 원고를 품에 꼭 안고 간 일도 생각나네요. 이번 당선작 납탄의 무게는 부모와 자식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가족사를 담은 장편과 노부부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쓸 생각이라고도 했다. △수필 김애자 씨 삭히고 숙성시킨 과정이 참 길었어요 수필 김애자 씨. 대학 전임강사로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애자(68) 씨는 바쁜 생활 속에 접어두었던 글쓰기로 인생의 방향키를 잡았다. 전공은 피아노다. 서예와 회화 등 미술 분야에도 발을 들였다. 동양의학과 침술도 배웠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가장 크다. 현재 머물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 2년 동안에는 매일 1~2권의 책을 읽고 일주일에 한 편씩 수필을 써냈다. 마음에 담길만한 글을 기록으로 남겨두자는 다짐이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와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렇게 3년째 접어드는 해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큰 열매를 수확했다는 김애자 씨. 어느덧 60대 후반의 나이다, 주변에서는 가장 어려운 것을 이뤄냈다며 분에 넘치는 환호와 칭찬을 보내왔지만 스스로는 당선이 늘 남의 일이라 여겼기에 크게 실감나지 않았다. 10여 년간 수필을 써왔음에도 자신의 글이 초라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58세에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논문 쓸 때처럼 일 년만 후회 없는 열정을 쏟아보기로 한 결정이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필 망월굿은 여러 해 전 정월대보름날, 여행지에서 우연히 보았던 달집 태우기에서 영감을 빌려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진처럼 생생한 이미지로 남았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절실해졌다. 농사일 바쁜 집에 시집 와서 쉴 틈 없이 농사와 가사일에 몰두했던 어머니다. 요새는 달을 바라볼때 마다 그때 그 시절 어머니의 인생을 떠올리느라 밤이 깊어간다. 글의 소재를 품고 화소를 모으며 뼈대를 세우기까지 수년이 걸렸어요. 한 숨에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품고 키워 내놓기까지 삭히고 숙성시킨 과정이 참 길었거든요. 김애자 씨는 이제 더 이상 웅크리지 않겠다는 씩씩한 다짐을 밝혔다. 늘 자신없어하고 스스로를 낮추던 습관을 버리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겠다는 것. 수필에서 받은 인정을 디딤돌 삼아 시, 소설 등 다른 장르로도 영역을 넓히며 기본을 갖추는 문인이 되겠다는 포부다. △동화 차승호 씨 쓸모없어 보이지만 쓸모가 있는 것들 있죠 동화 차승호 씨 신춘문예 당선자 발표를 앞두고 차승호(56) 씨는 휴대전화만 보며 지역번호 063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해였던가. 국민학교 다닐 적 글을 잘 쓴다며 칭찬해주셨던 문예반 선생님이 신춘문예에 당선돼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가졌던 꿈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20년 넘게 시를 썼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달전 쯤부터는 삶의 유한성 앞에 절망하던 나날을 보낸 끝에 동화와 동시에 눈을 뜨게 됐다. 문학은 삶을 돌아보게 하고, 고난을 견디게 하고, 계속해서 살아가게 합니다. 스쳐보면 쓸모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쓸모가 있는 것들이 있죠. 저에게는 동화와 동시가 그렇습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쓴 건 20대부터다. 한동안 신춘문예 열병도 앓았지만 한두 번 최종심에 오르는 데 그쳤다. 한계를 느낀 차승호 씨는 신춘문예에 대한 열망을 접어두고 시를 쓰며 나이를 먹어갔다. 이번 도전은 네 번째였다. 동화와 동시를 써냈는데 동화 우주인 할아버지가 반가운 소식을 불러다줬다. 동화 우주인 할아버지는 3년간 요양원에서 지냈던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아버지에게 닥쳐온 죽음이 스타게이트 처럼 우주로 나가는 통과의례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고. 직장인으로서 도시생활에 익숙하다는 차승호 씨는 글쓰기가 축복처럼 느껴졌다며 글 쓰는 시간은 삶을 견인하는 한편 지난한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송현섭 시인의 동시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차승호 씨는 이번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고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각오다. 신춘문예 새내기는 오늘도 열심히 연필을 깎고 있다. 한편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은 지난 7일 당선 취소됐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09 17: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와 ‘감성 충전’

새해의 여운과 함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여는 요즈음, 제대로 된 감성 충전을 위한 이야기 책을 소개한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시인들이 새 책 소식을 들고 온 것. 김유석 시인의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와 김형미 시인의 그림소설 <불청객>을 만나보자. 외로운 인생 살이 자아 찾기에 지쳐 헛헛한 속을 달래고픈 이들에게 든든한 동행인이 되어 줄 것이다. 붉은 표지가 인상적인 두 권의 책은 떠오르는 새해처럼 따뜻한 기운마저 더해준다. △김유석 시인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 맨발로 무논에 들면 물렁하고 존존하고 은연한 힘이 몸에 낀다. 그렇게 살을 섞는 감정이거나 한 발을 빼면 바닥이 쑤욱 들려 나오는 그런 느낌을 나는, 적는다. 김유석 시인은 새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도서출판 상상인)를 펴내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삶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생명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진다. 다소 불안정하면서도 꿋꿋이 생명성을 이어나가는 존재들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소, 민달팽이, 고라니, 개구리 따위가 그렇다. 체험적인 농촌의 소재를 적극 불러들여 독자들을 생명의 한복판으로 소환한다. 어느 백치가 울음을 적고 있다 / 다 버리지 못한 울음은 꾹 꾹 눌러서 / 다음 생으로 유폐시켜야 한다 (김유석의 시 미필적 감정2 중) 해설을 쓴 문신 시인은 김유석은 울음의 수사학으로 이번 시집을 구상한 듯싶다며 울음보다 위대한 경고는 없으며 울음은 존재의 경고이자 삶의 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유석의 시에 대해서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따라오는 통념을 비껴가게 한다며 김유석 시인에게 삶은 살아가는 일보다는 기억하는 일에 가깝다고 봤다. 기억이 사후의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기억은 선천적인 운명의 지배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김유석 시인은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도 시와 동시 작품이 당선됐다. 그간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을 펴냈다. △김형미 시인 그림소설 <불청객> 김형미 시인은 그림소설 <불청객>(푸른사상)을 통해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이 이야기에는 너무도 많이 떠돌았던 나가 등장한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내 안을, 집 밖을 나가 무던히도 떠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비어있던 집에 주인 대신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청객 그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내보내려 해도 나가지 않는 불청객.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조금은 다르고 낯선 세계를 발견하려는 나에게 우주를 깨우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김형미 시인은 이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너무 많이 떠도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떠돌게 하는 것이며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인가라는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그 고민을 나눠보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무한히 평안하고, 무한히 살가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는 내 안을, 집 밖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라고 전했다.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진주신문 가을문예에서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2003년에는 문학사상의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를 비롯해 다수의 그림에세이집, 풍수에세이집, 동화책을 썼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08 18:17

신정일과 함께 하는 ‘한국의 사찰 답사기’

삶이란 잠시 이 세상에 들른 것이오, 죽음이란 잠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생에서 우리가 남길 것이 그 무엇이 있을까? 가끔씩 새벽녘이면 내 기억의 저편에서 육중하면서도 나지막하게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과 함께 떠나는 한국의 사찰 인문기행이 책으로 나왔다.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푸른영토)를 읽다보면 문화유산의 보고라 불리는 한국의 사찰을 둘러보며 우리 강산의 고지넉한 아름다움도 느껴볼 수 있다. 한국의 사찰에는 불교의 자산뿐 아니라 천오백여 년 세월에 걸쳐 쌓여온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 담겨 있다. 깊은 산속에 들어앉은 이곳에서는 흙, 돌, 나무 등 자연의 모든 것이 근심을 털어내라 손짓한다. 화암사, 태안사, 청량사, 관룡사,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미황사, 청량사, 장곡사, 삼화사, 청평사, 천관사, 운주사, 남장사, 북장사, 수종사, 고달사, 신륵사, 동학사, 갑사, 봉서사, 송광사, 위봉사, 회암사, 무위사, 도갑사, 청룡사, 석남사 등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오랜 시간과 수고를 들여 한국의 사찰을 직접 방문하며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와 전설을 비롯한 각종 문화유산을 정리해 놓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주에서 지내는 신정일 씨는 전주 인근에 있는 완주 송광사에도 다녀왔다. 신 씨는 완주 송광사를 도시 근교에 있으면서 금산사나 선운사 또는 내소사와 실상사에 가려 그윽히 숨어있는 절이라고 소개했다.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 씨는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1.08 16:34

강길선 전북대 교수, 첫 수필집 ‘해월리의 별과 꿈’

늘 바쁜 사람 강길선 전북대 공과대학 나노공학과 교수가 첫 수필집 <해월리의 별과 꿈>(소리내)을 펴냈다. 젊은이들의 고뇌와 공감하며 논문 발표, 특허 출원, 학회 활동 등 공대 대학교수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강 교수. 그가 지난 5년여 동안 지역 일간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수필집에는 전원생활에서 만나는 자연의 멋과 교육연구 현장에서 느끼는범사의 감사함이 잔잔하게 담겼다. 완주 소양면 해월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고 있다는 강 교수는 이곳에서 자라나는 꽃나무풀,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새벌 등 자연에서 느끼는 범사를 무념(無念)하고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압축초성장의 경제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사회병리학적인 문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청춘들과 함께 찾고 있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강길선 교수는 인하대에서 고분자공학을 배웠으며,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생체의공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화학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고분자학회 호남지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세계조직공학재생의학회 아시아태평양 지부장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20.01.08 16:3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 이순미 작가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본가에서 분가한 우리 가족은 부엌 하나에 방이 달랑 두 칸인 집으로 이사를 갔다. 두 칸 중 한 칸은 누우면 머리와 발이 벽에 닿을 정도로 작은 쪽방이었는데 짐 풀기 무섭게 언니가 차지했다. 침 발라 놓았냐며 따져 물었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밥을 먹고 놀다가도 언니는 시간이 되면 자기 방이라 불리는 곳으로 쏙 들어갔다.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언니만의 방. 지금도 그 방으로 들어가는 언니를 떠올리면 가슴에서 찌르르 귀뚜라미가 운다. 이순미 작가의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살림어린이). 이 동화 속 주인공도 혼자만의 방은 꿈도 꿀 수 없다. 집이 비좁은 탓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이유는 무려 9명이라는 가족 구성원 때문이다. 이 가족의 일상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세숫대야보다 큰 냄비에 끓인 된장국은 몇 번 떴다 하면 바닥을 드러내고 수북이 쌓였던 반찬은 젓가락질 대전이 끝난 뒤면 공룡 혓바닥이 핥고 지난 간 듯 깨끗하다. 다행히 누구하나 투정부리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약용은 7명 형제 중 가운데 끼인 넷째다. 낀 아이답게 약용은 있는 듯 없는 듯 순하고 성실하다. 약용은 단 한 번도 식구가 많은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친구 동하가 요즘 세상에 식구 많은 건 이상한 거다라는 말하기 전까지. 그 후로 약용은 식구가 많은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일까? 약용은 가족 얘기만 나오면 움츠러든다. 그러던 중 누나 핸드폰을 부수었다는 오해를 받고 약용은 혼자만의 방을 만들어 자유를 만끽한다. 과연 약용의 자유는 오래 유지 될 수 있을까? 가족을 부끄러워하면 꼬리표가 되지만 자랑스러워하면 이름표가 된다. 가족을 부끄러워하는 약용에게 영어 선생님의 충고는 가히 머리에 쏙 들어찬다. 가족의 형태는 참으로 다양해서 정석도 없고 해답도 없다. 그러나 한창 민감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어떤 가족을 두었냐는 삶의 중요한 척도일 수 있다.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동화 속 에이미 선생님, 약용이 아빠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기죽어서는 안 된다고 실패와 성장을 지켜봐주는 가족이 있어서 너는 행복한 아이라고 자분자분 말을 걸어보자. 가족을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말할 이름표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처럼 오늘 우리 가족의 이름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둘이 사는 해님 달님 가족, 두 가족이 합쳐진 비빔밥 가족, 식구가 많은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가족. 이름표를 붙이며 가족과 눈을 맞춰 보자.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낯부끄러운 말이 방언처럼 터져 나와 소스라치게 놀랄지도 모른다. *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선물로 등단했다.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1.08 16:1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