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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크레인 연주회

그의 손끝에서 맑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뛰어난 테크닉과 섬세한 음악적 감성을 갖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크레인이 전주를 찾는다. 24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주MBC 신춘음악회.조지 윈스턴·앙드레 가뇽·유키 구라모토와 더불어 뉴에이지 음악의 선두주자로서 꼽히는 브라이언은 각종 CF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우리에게는 이미 친숙한 음악가다. "내 힘을 다해 고양된 감정을 작품으로 창조하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곡들은 순수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전하는 자연스러운 멜로디와 소박한 리듬이 매력.브라이언 크레인이 직접 구성한 'String Quartet'과 함께하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는 사랑스러움과 애절함이 공존하고 편안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서정적인 음악세계를 펼쳐낸다. MBC 시트콤 '연인들'의 배경음악이었던 'Moonlight'와 SBS 드라마 '도둑의 딸' '소문난 여자'에 삽입됐던 'Voice from the Past', '알로에 마임' CF 배경음악 'A Walk in the Forest', 매일유업 '앱솔루' 분유 CF 배경음악 'Butterfly Waltz' 등 그가 작곡한 대표곡들과 최근 발표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새 앨범 'Sienna'의 수록곡들을 연주한다. 순수를 꿈꾸는 감성피아니스트 브라이언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을 안긴다. 문의 063) 220-8028

  • 전시·공연
  • 도휘정
  • 2004.03.24 23:02

상임지휘자 신현길씨 통해 미리 본 군산시향 연주회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적인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의 무대에서 관객들은 '군산시립교향악단'이라는 소중한 발견을 했다. 반주를 넘어 협연 실력의 연주를 보여준 군산시향은 지난 가을 다섯차례에 걸친 정기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냈다.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로서의 군산시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군산시향이 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씨(27)와 '군산시향과 함께하는 봄의 제전'을 연다. (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25일 군산시민문화회관, 오후 7시 30분)관객들이 기다리는 군산시향의 중심에는 상임지휘자 신현길씨(48)가 있다. 그가 상임지휘를 맡은지 햇수로 4년째. 군산시향의 이번 공연은 특히 중요하다. 90년 창단 이후 매년 두차례의 정기공연으로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해 왔던 군산시향이 실력있는 오케스트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기 때문이다."처음 만났을 때 단원들은 너무 자조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들 안에는 숨겨진 재능도 많았고, 발전하고 싶은 의지도 있었죠. 그래서 빠른 시간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군산시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단순히 악보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음악의 깊이를 이해하고 악보를 소리로 풀어놓는 맛도 알게됐다. 성악가나 협연자의 연주성향을 배려해 밸런스를 맞추는 기술도 배웠다. 무엇보다 단원들은 음악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감동적이다' '좋은 공연이다' 등 익숙치 않은 관객들의 박수와 칭찬에 단원들은 신이났다. 좁은 우물 안에 갇혀있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기쁨을 안은 것이다. "초보 운전자가 있듯이, 클래식 음악회는 항상 처음 오는 사람이 있어요. 음악회의 매너를 모르더라도 연주자들이 열심히 하다보면 관객들은 저절로 음악에 몰입하게 됩니다.”신씨는 대충하는 '공짜 클래식' 공연은 없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의 살길은 수준 높은 공연 뿐. 그는 거처를 군산으로 옮기고, 매년 10차례 이상 공연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혹독(?)하리만큼 연습량을 늘렸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어떤 태도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러움과 넉넉함으로 객석을 음악 속으로 이끈다. 군산시향이 객석의 가장 귀한 손님인 군산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군산시향의 변혁을 꿈꾸는 신씨는 서울대 음악대학과 러시아 상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대학원 오페라 심포니 지휘과 최고 과정을 졸업하고, 러시아의 공훈 예술가 지도교수인 알렉산더 알렉세이브를 사사했다. 국내에 들어와 상임지휘를 맡은 것은 군산시향이 처음이다.러시아에서 공부한 때문인지 그의 지휘는 과감하다. 단원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뽑아내는 카리스마와 힘있는 지휘 포인트는 시각적 효과를 발휘한다. 단원들은 그에게 정복력이 있다고 말한다.오랫동안 무기력 속에 잠들어있던 단원들을 깨우기 위해 신씨는 도전을 택했다. 이번 공연에도 혁명적인 리듬과 목금관의 파괴적인 힘, 다조성 불협음 등으로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올린다. 상임과 객원 등 1백4명의 연주자들이 만드는 웅장한 무대를 신 지휘자는 "지역에서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 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이번 무대의 또 한명 주인공인 최해성씨.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최씨를 신씨는 "훌륭하고 깨끗한 음악가”라고 표현했다. 전라여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맨하탄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프랑스와 스위스, 이태리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도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미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다. 정열적이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으로 주로 현대음악을 연주해 온 최씨에게 이 무대는 한국에서의 공식 첫 연주회다. 최씨는 "고향에서의 연주가 설레인다”며 군산시향과의 협연을 기대했다. 올 가을에는 윤이상을 비롯해 아시아 현대 작곡가의 곡들로 앨범을 낼 예정이다.부드러운 멘델스존과 파격적인 스트라빈스키가 만나 독특한 개성을 빚어내는 '군산시향과 함께하는 봄의 제전'이 나른한 봄을 깨운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04.03.24 23:02

[리뷰]온고을소리청의 창극 '수궁가'

앙코르공연은 부담과 기대가 더 크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무대의 긴장과 객석의 호응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온고을소리청의 창극 '수궁가'(20일 오후 5시 소리전당 연지홀)도 이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첫 공연과 비교해 샤막(반투명천)을 활용한 영상은 이국풍에서 우리 것으로 바뀌었고, 잦아진 아크로바트 무예는 극을 활기차게 했다. 무대의상과 소품도 화려해졌다. 하지만 꼭 거기까지였다. 배우들과 스탭들은 연습부족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공연보다 배우(창자)들의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지면서 창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리의 맛도 하향 조정됐다. 명창들의 소리와 연기도 지난해만 못했다는 게 객석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짜여진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 공연처럼 애드립의 유쾌함이나 연륜이 주는 품격도 찾기 힘들었다. 지난 공연에서 보여준 연출의 미덕도 그 공연의 범주에서 멈췄다. 일부 관객들이 "눈이 시어 못 보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영상의 결합은 지나쳤고, 단 한번의 리허설도 하지 않은 것처럼 수성반주·조명·음향 모두 실수를 반복했다. 당연히 반쯤 채워진 객석은 밋밋했고, 학생들의 입에서조차 쓴소리가 터졌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떨떠름한 여운은 다른 곳에 있다. 창작도, 초연도, 풀뿌리 예술인들이 주축인 작품도, 그렇다고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는 작품도, 연륜있는 단체도, 무료공연도 아닌 이 공연에 전북도가 무대공연지원사업으로 4천만원, 전주시가 1천5백만원이라는 전에 없이 파격적인 후원을 했다는 사실이다. 자치단체 지원은 더 좋은 무대로 도민의 문화향수권을 높여달라는 것이 취지다. 명창의 성의 있는 판소리 한 대목을 들을 때처럼,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볼수록 깊은 맛이 있고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찬사는 쏟아진다. 창극 '수궁가'가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관심을 쏟았는지 의심스럽거니와 늘 제작비 마련에 허덕이는 이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왜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 전시·공연
  • 최기우
  • 2004.03.22 23:02

국악칸타타·소규모 창극, 봄 새싹처럼 파릇한 무대

봄 향기가 상큼하다. 전통음악을 알리는 도내 대표적인 두 단체가 파릇한 기획공연으로 더 진한 향기를 선사한다. 성악곡인 '칸타타'를 매체로 전통 국악 선율을 전할 정읍시립국악단(국악장 이화동·전북대 교수)의 국악칸타타 '상춘곡'(賞春曲)과 전통창극의 새로운 양식을 제시할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의 기획창극 '신(新) 판놀음'(연출 지기학·작곡 김선)이다. ● 정읍시립국악단, 23일과 24일 국악 칸타타 '상춘곡'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 한고∼' 정읍지역 예술인들이 총 출동해 정읍의 역사와 문화를 노래한다. 정읍시립국악단이 국악칸타타 '상춘곡'(賞春曲)을 정읍과 전주에서 초연한다. 23일 오후 7시 정읍사 예술회관 대극장, 24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명인홀. 상춘곡은 조선 전기 문신인 불우헌 정극인(1401∼1481)이 벼슬을 버리고 향리인 정읍의 태산(현 칠보)에 낙향해 풍류와 안빈낙도의 정신을 노래한 한글 가사문학의 효시인 곡. 대구법을 사용한 구성의 묘나 자연탄미의 선명한 주제, 유연한 율조와 우아한 풍류미 등 국문학적 가치와 의미가 크다. 이번 공연은 정읍시립국악단이 정읍시립합창단(지휘자 조기만·고창해리초등학교장), 정읍시립교향악단(지휘자 이경호·페스티벌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함께 마련한 특별기획 공연. 류동완·박경춘·이성재·김동·진병주·고광식씨 등 정읍지역 시인들의 시에 작곡가인 이 총감독과 류장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 한광희(한신대 교수), 이승곤씨(남도대 교수)가 작곡자로 참여했다. 9명의 국악단과 38명의 합창단이 노래로, 12명의 국악단과 3명의 교향악단, 8명의 객원 연주자가 기악연주로 참여해 모두 70명이 무대에 서는 대규모 악곡이다. 성악곡인 '칸타타'를 매체로 전통 국악에 서양음악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봄눈 오는밤' '내장호에 서서' '내장산 단풍' '벚꽃' '망부석' 등 독창과 합창은 상춘곡의 정서인 봄과 내장산 국립공원, 단풍, 백제가요 '정읍사'의 망부석과 정읍의 옛 명칭인 정촌현, 정읍 천변의 벚꽃 등 지역 특유의 상징적 표상들을 모두 포함했다. 특히 박경춘씨의 시에 이화동씨가 곡을 얹은 '정촌(井村) 아리랑'은 학계에서 거론되고있는 논제 '정읍사는 아리랑의 근원인가'에 부합하는 곡으로 '아으∼아롱디리 아으 다롱디리 정촌 아리랑'의 여음구는 지고지순한 여인의 기다림을 아리랑으로 승화시켜 이채롭게 올려진다. 이화동 국악장은 "서양음악의 성악곡 형식이지만 극의 품격을 우리 고유의 정서에 맞게 소박하지만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문의 063)530-7623/537-3003 ●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23일부터 25일까지 '신(新) 판놀음''신(新) 판놀음'은 하나의 판에서 소리·굿·줄타기·염불·소고 등이 함께 이뤄졌던 전통무대의 형식을 되살려 전통 판소리가 가지는 명창의 소리 멋과 현대화된 창극이 조화된 기획창극이다. 23일부터 25일까지 매일 오후 6시 30분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박소희(흥보가) 남해성(수궁가) 송순섭(적벽가) 신영희(춘향가) 유영애(심청가) 등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나 보유자 후보인 명창들이 자신들의 소리내력을 창으로 풀고, 창극 단원들이 판소리의 한 대목을 소규모 창극으로 보여줘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마당을 장식할 신영희 명창은 소리 공부할 때 어려웠던 일과 스승인 고 김소희 명창과의 추억담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장기인 춘향가 중 이별가 한 대목을 부른다. 이어 십여명의 단원들이 나와 변사또가 남원에 부임하는 대목을 노래하면서 창극이 시작, 춘향을 매로 다스리는 십장가로 맺는 형식이다. 이 날 무대에서는 국립창극단 재직시절 토끼 역으로 이름이 높았던 남해성 명창의 그 시절 창극 이야기와 박송희 명창이 기억하는 스승 고 박록주 명창 이야기, 송순섭 명창이 기억하는 스승 고 박봉술 명창 이야기, 유영애 명창이 소리꾼으로 활동하며 겪었던 어려웠던 일화들을 들을 수 있다. 또하나의 볼거리는 다섯 바탕의 단막창극. 소주호 황갑도 방수미 양은주 허은선 김현주 정양선 최영란 유하영 등 국립창극단원들이 모두 출동한다. 다음 달 1일과 2일 오후 7시에는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도 공연한다. 문의 063)620-2332/02)580-3300

  • 전시·공연
  • 최기우
  • 2004.03.22 23:02

[오목대]너흰 아니야

"참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해 초, '누구라도 말하지는 않겠어'와 관련해 모정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바 및 명에훼손으로 고발 당해 이후 검찰의 기소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축소되고, 1심에서 벌금 200만원 형을 선고 받은 후, 항소짐에서 다시 벌금 80만원 형으로, 그리고 이제 마지막 대법원의 판결에서 상고를 기각한다는 내용의 등기 우편물이 저희에게 전해졌습니다. 1년 이상이 걸렸네요...”'송앤라이프(songnlife.com)'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사연인 즉 지난 대통령 선거때 한동안 민중들의 입을 즐겁게 했던 노래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가 선거법을 위반해서 벌금 8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벌금을 물어야 하는 주인공이 이번에는 '너흰 아니야'라는 노래로 다시 속된 말로 뜨고 있는 것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 탄핵사건보다 훨씬 이른 지난해 말이다. 그러니 이런 작곡/작사가를 두고 선견지명이 있다고 해야 되나 모르겠다.요즘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특히 '너흰 아니야'가 민중들 가슴을 울리게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가사를 보아하니 다시 벌금을 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개같은 세상 거꾸로 된 이 나라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너흰 나라를 걱정할 자격없어 채권에 사과상자에 이제는 아예 트럭째 차떼기로 갈취하는 조폭들 그래서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제발 너흰 나라 걱정 좀 하지마 너희만 삥안 뜯어도 경제는 살아날 거야 너희들은 아니야”사람들은 모이면 이야기하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리고 그런 모임은 어떤 공감대를 전체로 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경우는 '탄핵반대'가 그 이슈라고 할 것이다. 비록 경찰은 이 집회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고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하여간 이런 촛불집회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곧 노래다. 그리고 그 노랫말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량제 구실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 이 노래를 부르는 이들에게서 '감정의 자발적인 유로(流露)'를 확인한다.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04.03.20 23:02

"이번 주말 공연장 나들이 어떠세요”

고급 뷔페에 가면 무얼 먹을지 잠시 망설여진다. 무턱대고 입에 넣다가 정작 맛난 것을 놓치거나 그것마저 먹으려다 배탈나기 일쑤다. 공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연장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주말 오후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한동안 뜸했던 지역 예술인들이 모두 출동해 각 공연장마다 풍성한 무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도내 곳곳에 산해진미처럼 차려진 다양한 무대예술의 성찬. 무작정 찾다보면 심신은 지치고 주머니만 홀쭉해지게 마련이다. 산수유 꽃망울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 긴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낸 가족들과 함께, 멋진 봄맞이 공연에 나서보자. 매년 오는 봄일지라도 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44명의 국악관현악단과 14명의 가야금연주단이 들려줄 봄의 향연과 35명의 전주시립합창단원들이 선사할 봄 하늘소리, 풍자와 해학을 유쾌하게 전할 창극 '수궁가' 등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빼놓지 말고 감상해야 할 무대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과 남원국립국악원의 상설무대도 색다른 감흥을 연출할 예정이다. △ 온고을가야금연주단, '봄빛 선율을 타고' - 20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명인홀 25현 가야금연주로 듣는 비발디의 '사계'는 어떨까. 온고을가야금연주단(단장 황은숙)이 정기공연으로 마련한 이 무대는 중학생부터 프로 연주자까지 도내 가야금연주자들이 골고루 출연한다. 서양 클래식 작품을 비롯해 가야금2중주 '가야회상', 가야금3중주 '강강술래', 25현 가야금을 위한 변주곡 '한오백년' 등 색을 달리한 가야금 연주가 이채롭다. 휘모리의 산뜻하고 생기 넘치는 가락과 진중한 진양조 가락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앙상블'도 무대를 봄빛 선율로 채우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황 단장이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이수자다. 문의 017-693-8800△ 온고을소리청, 창극 '수궁가'- 20일·21일 오후 5시 연지홀지난해 가을 큰 갈채를 얻었던 창극 '수궁가'(연출 김효경)의 앙코르무대. 고 정광수 명창(1909∼2003)의 창본 판소리 사설을 그대로 살린 판소리 '수궁가'를 서울과 전주의 걸쭉한 소리꾼들이 해학 가득한 완판 창극으로 선보인다. 한옥마을에 터를 잡고 전주에 새 소리길을 열고 있는 김일구·김영자 명창과 이들의 후배·제자들이 힘을 모은 작품이다. 영상과 조명을 보강했고, 일부 출연자들의 배역이 달라져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십여편의 연극무대에 서온 아역배우 오하늘양(6·멧돼지새끼 역)이 처음으로 소리 한 대목을 선보인다. 올해 전북도 무대예술지원작 선정 작품. 063)283-4357 △ 전주시립합창단 제67회 정기연주회- 20일 오후 4시 전주덕진예술회관.전주시립합창단(지휘 구천)은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봄볕 가득 쏟아낸다. 지난해 목정문화상 수상을 자축하며 마련한 무대여서 한껏 활기에 넘친다. 혼성합창곡 마니피카트(Magnificat)로 막을 열고, '사공의 노래' '모란이 피기까지는' '보리밭' '두 마리 토끼' '로망스' '블루 탱고'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서양의 가곡을 선사하며 평온한 무대를 연출한다. 특히 여성합창의 화음에 맞춰 장정현·김하나씨(우석대 무용과)가 특별 출연해 아름다운 무대를 선물할 예정이다. 문의 063)281-2786△ 한벽루 소리산책 34,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20일과 21일 오후 7시 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류장영)이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루 소리산책에 초대됐다. 이번 무대는 작곡·편곡자를 비교하며 감상하면 더 재미있다. 도내 대표적인 작곡자인 류장영씨가 편곡한 국악가요 '진주난봉가'·'칠갑산'과 전주시립국악단 김선씨가 작곡한 '어둠 속에 빛을' 등이다. 또 2002년 도립국악원이 위촉해 탄생한 '멋으로 사는 세상'(작곡 이경섭)과 섬세한 연주와 호흡이 매력인 원일 작곡의 '달빛 향해', 제일교포 2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씨의 '제주의 왕자'도 한껏 흥을 돋울 연주무대다. 063-280-7000~1

  • 전시·공연
  • 최기우
  • 2004.03.20 23:02

20일 창단연주회 여는 오스앙상블

"사람들은 클래식을 대중적 인기나 젊은이들의 관심분야에서 먼 음악으로 생각하지만, 클래식이야말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이에요.” 지역 클래식계에 새 새명을 전하는 촉촉한 봄비가 내린다. 20일 오후 7시 30분 완주 소양의 오스갤러리에서 창단 연주회를 여는 오스(Os) 앙상블(대표 전해갑).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오스 앙상블은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에 도전한다. 지나치게 고전적이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고품격 음악과 연주로 편견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생각이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와 독특한 실내악 구성으로 독주와 중주, 새로운 앙상블 형태의 음악 등 클래식의 폭넓은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관객들과의 첫 만남은 영화 '여인의 향기'O.S.T와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 등 바이올린 솔로가 연다. 첫 연주회인만큼 쉽고 익숙한 곡들로 관객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플룻과 기타가 어우러져 분출하는 탱고적 감성을 보여주는 피아졸라의 곡을 비롯해 경쾌하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부드러운 우아함이 봄을 닮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바흐의 '미뉴에트'등을 연주한다. 오스 앙상블을 창단하며 전해갑 대표는 "메마른 정서로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마음을 전해주고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따뜻한 기운과 달콤한 클래식의 향기를 전하는 오스앙상블의 단원들은 김문성·최정란(기타), 소중연(첼로), 박선하(바이올린), 박혜원(플룻), 최지영씨(피아노)다. 평택대 기타과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 음악원을 졸업한 김씨는 이미 클래식 기타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고, 전북대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 음악원을 거쳐 비엔나 국립음대 뮤직코스 디플롬을 획득한 소씨는 전북 음악 연구회 회장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열정적인 음악가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씨는 전주 시립교향악단 상임 단원이고, 플룻을 연주하는 박씨는 전주교대와 서해대에 출강중이다. 대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기타의 최씨와 원광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한 피아니스트 최씨 모두 주목받은 젊은 연주자다. 문의 063) 244-7102

  • 전시·공연
  • 도휘정
  • 2004.03.19 23:02

[문화광장]공연과 전시

△ 박종호·이삼열 오케스트라 클래식 콘서트20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모악당. CBS의 창사 50주년 기념공연. 1989년 첫 앨범 '살아계신 하나님'이 6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가스펠가수 박종호와 현대적 감각의 이삼열오케스트라가 꾸미는 무대. 063-281-0432~3 △ 영화 'The Cat' 상영20일 오후 1시·3시, 21일 오전11시·오후1시·3시 전북예술회관 공연장. 미국 그림책 작가 닥터 수스가 1957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동화를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분해 영화화한 가족용 판타지물. 011-658-2347△ 전주한옥생활체험관 토요상설20일 오후 8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대청마루. 강현선씨의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와 25현 가야금 독주 '바람 강', 이화정씨의 이생강류 대금 산조, 강현선씨의 정아롱다롱의 판소리 '춘향가' 등으로 꾸며진다. 장단에 원대근·장재환씨. △ 인형극 '늑대와 빨간모자'20일 오후 1시,2시30분,4시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과 뮤지컬을 창작해 전국순회공연을 펼치는 광주극단 '파랑새'가 마련한 무대. 062-381-4328△ 봄빛 선율을 타고20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명인홀. 온고을가야금연주단이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해 '가야회상', '강강술래', '한오백년',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앙상블'등으로 무대를 채운다. 017-693-8800△ 전주시립합창단 제67회 정기연주회20일 오후 4시 전주덕진예술회관. 지난해 목정문화상을 수상한 전주시립합창단이 수상을 자축하며 마련한 무대. 생동감 넘치는 봄을 객석에 가득 쏟아낸다. 063-281-2786△ 창극 수궁가20일·21일 오후 5시 연지홀. 김일구·김영자 명창과 그 제자들이 꾸민 무대. 국립국악원과 도립국악원에서 활동하는 소리꾼들의 구성진 소리와 해학이 가득한 완판 창극. 온고을 소리청 주최. 063-283-4357 △ 한벽루 소리산책 34 20일과 21일 오후 7시 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꾸미는 무대. 김선씨가 작곡한 '어둠 속에 빛을'과 국악가요 '진주난봉가'·'칠갑산'(편곡 류장영), 2002년 도립국악원이 위촉해 탄생한 '멋으로 사는 세상'(작곡 이경섭) 등을 만날 수 있다. 063-280-7000~1△ 오페라아리아와 합창23일 오후 7시 30분 연지홀. 이태리에서 수학한 성악인들의 모임인 전북이태리음악연구회의 제4회 정기연주회. 송금영·이경선·신순옥·박신·홍성철·신윤정·조대근·김석원·최진학·김규성·최정은·김미라씨가 출연한다. 063-228-8442△ "신(新) 판놀음”23일부터 25일까지 오후 6시 30분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공연장. 창극이 가지는 다양성과 화려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리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공연물. 한자리에서 명창들의 다섯바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063-620-2332 △ 전주시민영화제 개막식23일 오후 7시 전주시네마극장. 제4회 전주시민영화제 개막식과 개막작 '송환'이 상영된다. 영화제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리며 1백여편의 영화가 준비돼 있다. 063-282-3176△ 군산시향과 함께하는 봄의 제전 24일 오후 7시 30분 모악당. 계절의 잠을 깨울 만큼 아름다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웅장하면서 파격적인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품을 들려준다. 바이올린연주자 최해성씨와 협연. 063-270-8000△ 봄의 향연 국악칸타타 '상춘곡'24일 오후 7시 명인홀. 류동완·박경춘·이성재씨 등 정읍지역 문인들이 창작한 시에 전통 가락을 담아 정읍 고유의 정서를 노래한다. 정읍시립국악단과 정읍시립합창단이 호흡을 맞춘다. 063-537-3003 △ 뮤지컬 '메니지퀸'25일 오후 7시 소리전당 연지홀. 제4회 전북여성단체연합을 후원하는 3백인이 만드는 평등·평화의 밤 행사.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 '오'가 다양한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성에 대한 '說'(썰)을 풀어낸다. 063-287-3459전시△ 공예품전시관 작품 기증전28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공예품전시관이 개관 3주년을 맞아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전북공예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전북 공예계의 맥을 튼튼하게 이으며,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도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도내 대학 공예과 교수, 전통 및 현대 공예작가 등 54명이 참여했다. △ 미술 3인전19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 젊음과 열정이 무기인 20대의 미술학도들이 도발적인 언어로 예술을 공격하고 나섰다. 'The Disorder of My Mind', 'Have a Good Day', '벽'을 테마로 세가지 시각이 살아있다. 미술 3인전을 열고있는 이현우·채연석·김영봉씨는 군산대 미술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선후배 사이다. △ 찾아가는 미술관 26일까지 전주 팬아시아 종이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찾아가는 미술관' 첫 출발로 전주를 찾았다. '진경 : 그 새로운 제안' '색채의 향연' '매체의 다양성' '미술 속 유머' '삶의 미술'등 5개 주제로 76점이 전시된다. 전시이해를 돕기 위해 담당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작품설명회 및 작가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갤러리 토크도 개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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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4.03.19 23:02

서양화가 김수진씨 네 번째 개인전

"한 사람이 튜브를 타고 물 위에 둥둥 떠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도 만족하고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부터 '자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서양화가 김수진씨(33)의 네번째 개인전이 22일까지 민촌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그는 '자족(自足)'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캔버스와 아크릴만으로도 다채롭게 풀어나가는 힘이 있다. 작품마다 내용이 담겨져 있는 '메세지로서의 회화'를 추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작품 '은신'에는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도전하면서 잠깐 맛보게 되는 단잠 같은 휴식이 있고, 사람의 머리 위에서 식물들이 자라나는 '자라라 자라'는 사람들이 좋은 생각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마음이다.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입김과 하늘을 감싸안은 두 팔은 위로를 상징하고, 땅 바닥에 거꾸로 꽂혀있는 사람을 통해 작가는 교만함을 비판하고 있다. 휴식과 안정에서 '자족'의 의미를 찾고있는 김씨는 편안함을 상징하는 집과 생명력을 뜻하는 식물들을 화폭 속에 등장시켰다. 사람 속에 보석을 그려넣어 개개인마다 모두 소중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김씨의 다음 작업은 '서로 돕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02년 장려상을 수상한 제5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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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3.19 23:02

1년만에 全州전시회 갖는 서양화가 문인표씨

잔뜩 흐린 날씨에 마침 불까지 나간 거실은 노화가의 마음처럼 쓸쓸하다. 제자가 일본에 다녀오며 사온 이젤은 침침한 거실에서 몸집이 더 커보였다.벌써 재작년 여름 일이다. 앞에 나서기 보다 "게을러서”라며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곤 했던 서양화가 문인표씨(77)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었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젤에는 이미 액자 속에 들어가있는 작품이 놓여져 있고 텅 빈 의자는 과거형이다. 지난해 5월 외아들 지웅씨가 서둘러 마련한 서울 전시에 이어 그의 전시회가 저주에서 열린다.(19일부터 25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년만의 자리가, 게다가 신작도 없이 작품전을 열려니 화가는 부끄럽다고 말했다.펜화와 초가로 떠올려지는 서양화가 문인표씨는 한국화를 닮았다. 화려함이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화가의 세월이 담겨진 그의 화폭은 저절로 겸손하고 정직하다."우선 준비가 간편해서 좋아요. 그린 후에는 제법 맛도 있어요. 하얀 종이에 세필로 그린 수묵화 비슷하게 단박하고 단아해요.”유화를 위한 밑바탕 작업으로 시작한 펜화는 그 자체로도 곱씹을만한 맛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볼펜을 스무자루씩 샀던 화가가 끄적끄적 그린 것 부터 마음 먹고 그린 것까지 펜화는 대략 4∼5백여점에 이른다. 그 중 까다로운 화가가 유화로 옮긴 작품은 1백여점. 정년퇴직 후 뒤늦게 딴 운전면허증으로 전주 외곽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업 여정에 동행했었던 아내 조금현씨(67)는 펜화를 유화로 다 옮겨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한 30년만 더 살면….” 화가의 아내는 말끝을 흐렸다."시골 온돌방에 배를 깔고 줄이 안쳐진 수학 노트에 끙끙대며 그림을 그렸어요. 학창시절 나의 모든 노트가 그림 투성이였어요.”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싶다는 그의 그림은 어린 시절 기억들과 맞닿아있다. 화가의 아버지는 그를 무릎에 앉혀놓고 방안에 붙여놓은 그림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곤 했다. 학창 시절을 보낸 만주에서 만난 일본인 미술 선생님 우메다 신지로는 그에게 미술의 길을 열어준 고마운 스승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화가가 살았던 어린시절의 초가집이 많이 등장한다. "이제는 다 사라졌지만 어딜가다 우연히 초가를 만나면 눈물이 난다”는 화가는 두툼하고 모나지 않은 초가야말로 한국 사람 그 자체라고 했다."누구나 자기 인생은 중요하죠. 사는 게 행복해야는데 나는 그림처럼 재밌는 게 없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성취감을 느껴요.”좋은 작품은 그 자체의 생명력으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한 평생을 그림에 지탱해온 화가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림 그릴 것을 권한다. 젊은 후배들에게는 "소묘로 기초를 잘 닦지 않으면 작가로서 수명이 짧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화가의 아내는 건강이 회복되면 그가 펜화를 유화로 옮기는 작업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계획을 세우는 것은 거기에 얽매이게 돼 불편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림을 못 그린지 벌써 20개월째. 그는 아프고 나니 눈도 잘 안보이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이제는 못 한다고 말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힘이 있다. "굉장히 그리고 싶죠. 견디기가 힘들어요. 속상해서 이젤 앞에 잘 앉지도 않지만, 그래도 '내가 나으면 해야지'하고 삽니다.”연습장에는 힘없는 손으로 그린 사람의 옆모습이 있다. 그 옆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늙어버린 옛 동무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다시 이젤 앞에 앉고싶은 생각 뿐이지만 아직은 용기가 부족하다.의사의 만류로 그는 지난 서울 전시를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전주 전시회 만큼은 꼭 지키고 싶단다."내 손님인데 내가 맞아야지” 60년 세월을 담은 작품으로 동효 후배들과 제자들을 만나는 자리, 화가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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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3.19 23:02

전주공예품전시관 28일까지 기증전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백옥선)이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전북공예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개관 3주년을 맞아 기획한 '공예품전시관 작품 기증전'.전북 공예계의 맥을 튼튼하게 이으며,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도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도내 대학 공예과 교수, 전통 및 현대 공예작가 등 54명이 참여했다.고급스러운 방구부채와 접부채에 조상들의 멋과 풍류를 담은 이기동·조충익 명장, 한 땀 한 땀 손 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어난 정성과 인내를 보여준 자수장 강소애·침선장 최온순씨, 전통 악기로 우리 소리를 지켜내는 데 힘써온 악기장 고수환씨. 장인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과 함께 도자·금속·목·섬유·한지 공예 등 다양하고 수준있는 공예작품이 전시됐다. 참여작가는 도내 대학 공예과 교수 고승근 김경숙 김부덕 김상경 김윤덕 김윤수 김혜미자 남상재 박해규 서동석 소현정 신영식 양훈 오융경 오형근 유봉희 이광진 이명순 이유라 이일수 임승택 임옥수 조정숙 편성진씨와 공예작가 강정이 안시성 이병로 이종창 임경문 김연 김선자 김완순 이효선 천성순 한병우 천영록 김옥영 문호진 설미화 송명숙 송미령 신경자 정순금 최옥자 한경희 김종연 김창진 박승철 원용근씨다. 이번 기획으로 우수한 공예품을 소장하게 된 공예품전시관은 전주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백옥선 관장은 "그동안 작품 회전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공예품전시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전북을 대표하는 공예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선뜻 기증해 준 것을 계기로 관람객들에게는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하고, 신예작가들의 창작의욕을 자극하는 등 공예문화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증전은 28일까지 전주 공예품전시관 기획관에서 계속된다. 기증전이 끝난 후 작품들은 공예관과 명장공예관으로 옮겨져 연중 상설전시로 관람객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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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3.18 23:02

전주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판' 마련

전주시립국악단의 제124회 정기연주회가 18일 오후 7시 30분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지난 연말, 상임지휘자가 임기 만료된 이후 공석인 채 운영되고 있는 시립국악단이 객원지휘로 마련한 첫 무대다. 지휘자는 '축제'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의 작곡자 이준호씨(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이날 연주회에는 '성주굿을 위한 국악관현악'을 비롯해 '춘광여정', 관현악 '판'등 이씨가 작곡한 작품이 올려진다. '판'은 악장의 구분 없이 타악기와 태평소의 어울림으로 관현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판'으로 화합되는 곡이다.협연도 풍성하다. 우석대 국악과 문정일 교수(중요 무형문화재 제 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가 '느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상징되는 피리협주곡 '자진한잎'(작곡 이상규)을, 신디사이저연주자 이정면씨(경기도립국악단 상임단원)가 재일교포 작곡가인 양방언씨의 '프린수 오브 제주'(이준호 편곡)를 협연한다. 또 조갑용(중국 연변대 교수)·이부산(경기도립국악단 수석단원)·박상득(두레예술단 단원)·박애란씨(두레예술단 단원)도 출연해 사물놀이 장단과 관현악의 호흡을 주도한다.이준호씨는 KBS 국악관현악단 단원과 청소년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KBS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했으며 풍부한 감수성과 다양한 음악적 경험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우리 음악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국악실내악단 슬기둥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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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4.03.17 23:02

남원과 전주 무대에 서는 송순섭·이순단 명창

전통 판소리의 맥을 원형 그대로 잇고 있는 두 명창이 남원과 전주에서 각각 소리길을 연다. 국립민속국악원 '제46회 판소리마당'(17일 오후 7시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공연장)에서 '적벽가'를 들려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 보유자 송순섭 명창(69)과 전주전통문화센터 '제2회 명창의 무대'(19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경업당)에서 '흥보가'를 들려줄 도지정무형문화재 제2호 흥보가 보유자 이순단 명창(57)이다. 통성과 우조를 중심으로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구사가 특징인 동편제의 대표적인 소리꾼이자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부문 대통령상 수상자인 두 명창이 오르는 이 무대는 명창뿐 아니라 북장단을 보탤 고수 박근영씨와 이성근씨도 전국고수대회 대명고부 대통령상 수상자여서 두 공연을 비교하며 감상한다면 더 치열한 판소리 현장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흥록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 박봉래 박봉술로 이어진 동편제 '송판소리'의 진수를 선보일 송 명창은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한 소리세계로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예인. 동편제를 제대로 잇고 있는 흔치 않은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직선적이고 남성적이며 웅장하고 깊숙한 소리를 충실하게 계승했다는 평가다. 공대일·김준섭·박봉술·김연수 등을 사사했다. 고수는 1992년 박근영씨. 문의 063)620-2327 박유전 박녹주 박송희로 이어진 '박녹주제 흥보가'를 선보일 이 명창은 흥보가 눈대목 중 제비노정기와 흥부 박 타는 대목을 들려준다. 남성 같은 굵은 소리에 고음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쉽게 목이 상하지 않는 타고난 소리꾼이라는 평가다. 장월중선·오정숙·박송희 등을 사사했다. 현재 도립국악원 교수. 이성근씨(도지정무형문화재 제9-1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가 고수로 참여하고, 군산대 국문과 최동현 교수가 해설자로 나선다. 문의 063)280-7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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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4.03.17 23:02

군산대 미술학과 이현우ㆍ채연석ㆍ김영봉씨 '3인전'

"상을 타거나 유명해져서 학교를 빛낼만한 일은 아직 못했지만, 밤 늦도록 불을 밝혀 학교를 빛낸 사람들은 저희들이었어요.”젊음과 열정이 무기인 20대의 미술학도들. '순수회화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궁금했다'는 이들이 도발적인 언어로 예술을 공격하고 나섰다. 군산대 미술과 선후배 사이인 이현우(23) 채연석(26) 김영봉(25)씨. 19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미술 3인전'을 열고있는 이들이 주목받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감히' 예술을 공격하겠다고 나선 이들 3인방은 도발적인 미술을 'art attack'이라 이름 붙여 앞세웠다. 뒤돌아서면 또 보고싶은 첫사랑을 시작한 청년들처럼 비워내면 다시금 채워지는 예술에 대한 표현 욕구를 이 전시를 통해 풀어내보이고 싶었단다. 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학교에 형광등을 밝히다' 친해졌다. 작업 중인 조각이나 동상들로 유독 밤이 되면 공포스러워지는 학교 작업실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연이다. '다양하고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현우씨의 주도에 조용하고 과묵한 형님들이 이끌려(?) 이번 전시 프로젝트팀이 구성됐다."학교를 벗어나 여러 사람들 앞에 작품을 내놓으려니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대신 더 의욕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어요.” 'art attack'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현우씨는 'The Disorder of My Mind'를, 연석씨는 'Have a Good Day'를, 영봉씨는 '벽'을 테마로 택했다.군대를 면제받은 덕에 나이는 어려도 최고 학년인 현우씨는 실기와 이론을 결합시키는 데 꽤 고생을 했다. "3∼4학년 쯤 되니 단순히 묘사에 치우쳤던 드로잉에서 벗어나 이론과 결합시켜 작품의 깊이를 더해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품 테마도 '내 마음의 혼돈(The Disorder of My Mind)'이다. 자신의 과도기적 작품들을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돼 있는 무질서한 상황으로 확대시켜 현재 진행형으로 새 스타일을 창출해냈다.미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현우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이다. 맏형 연석씨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Have a Good Day'를 외친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어렵고 난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범하진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상에서 찾아낸 여유와 평화를 유화·연필·크레파스·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했다. "이것 저것 많이 연습하고 표현하고 싶다”는 그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영봉씨는 '벽'을 주목했다. 실존하는 벽과 그려진 벽을 그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봤다. 전시장 벽에는 그가 그린 빨간 소화전이나 콘센트가 걸려있다. 캔버스 안 콘센트에서 빠져나온 실제 전선은 전시장 안의 실제 콘센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사실과 허구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어떤 작업이든 중간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다”는 그는 '벽'에 숨겨진 것들을 다 찾아내지 못해 한동안 '벽'에 몰두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으로 자신들만의 전시를 함께 마련한 이들은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소득을 우정이라고 꼽는다. 미술에 대한 생각과 의지는 조금씩 달라도 고단한 작업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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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3.17 23:02

18일까지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초대전

실험정신과 참신함으로 무장한 신예작가들이 나른한 지역 미술계를 흔들어 깨운다. 탄탄하게 다져진 미술 기초에 기반한 작품부터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까지. 자유로운 사고와 거침없는 표현들은 나태해진 기성작가들을 일깨우고,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 준다.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이 도내 5개 대학에서 한국화·서양화·조각 등을 전공한 열두명의 신예작가들을 초대했다.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있는 제13회 신예작가초대전.이번 전시에는 한국화 박영숙(우석대) 손선미(전주대) 류기관(원광대) 김경연(군산대), 서양화 이권중(전북대) 송효숙(전주대) 전재철(원광대) 오완(군산대), 조각 김효진(전북대) 오민환(전주대) 박성근(원광대) 이연순(군산대)씨 등이 참여했다. 각 대학 추천 교수들의 글과 함께 소개된 신예작가들의 작품들은 전북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우진문화재단은 "대학을 갓 졸업한 대상자를 추천을 통해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작가적 소양이나 완성도보다는 능력개발의 잠재적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학교와 세상이 맞닿아있는 통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청년작가들의 힘찬 걸음은 고된 작업과 끈질긴 욕구를 열정으로 이겨낸 이들의 희망이다. 우진문화재단의 신예작가초대전은 1992년에 시작, 1백여명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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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3.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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