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연극인 열정의 무대 '전북연극제' 30일 개막
대중과 멀어진 예술은 생명력을 잃고 사라지거나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연극이라도 관객의 외면 앞에선 힘이 빠진다. 그런 점에서 관객평가단의 냉정한 채점과 후기를 바탕으로 발전 방향을 찾겠다는 도내 연극인들은 사뭇 비장하다. 전북도의 지원 예산이 축소되며 다소 어깨가 처졌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무대에 올릴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올 해 전북의 대표 연극을 뽑는 제32회 전북연극제에 7개 극단이 참여한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전북연극협회(회장 정두영)가 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오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전주)과 아르케 소극장(익산), 사람세상 소극장(군산)에서 열린다.개막작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을 시작으로 연극제 기간 총 일곱 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극단은 6월 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제34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극단 둥지,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30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극단 둥지는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사극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작연출 문광수)을 준비했다. 창작 초연극으로서 처음 관객을 만나는 이번 작품은 영조 등극 이후 수도가 된 한양에 백성이 몰려들며 벌어지는 변란을 소재로 한 코미디다.△창작극회, 물고기 남자(31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창작극회는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받은 작가 이강백의 희곡 물고기 남자(연출 박규현)를 택했다. 적조현상으로 양식업이 망해가는 바닷가, 브로커에게 속아 양식장을 구입했던 두 친구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양식장을 되팔라는 브로커의 말에 저마다 한숨과 분노를 토해낸다.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가치관이 상반된 두 사람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작품이다.△극단 명태, 전주연가(4월 1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극단 명태의 전주연가(작 김선희연출 최경성)는 상처를 잊기 위해 전주 여행길에 오른 청춘 남녀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전주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효린과 재우는 사소한 오해로 인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은 채 각자 흩어지지만,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결혼(4월 2일 오후 7시 30분, 아르케 소극장)결혼(작 이강백연출 한유경)은 결혼의 의미와 조건을 다룬 남녀의 이야기다. 젊고 잘생겼지만 빈털터리인 남자는 집, 명품 넥타이, 하인처럼 값나가는 것들을 빌린다. 자신을 부자로 소개하며 결국 맞선의 기회를 잡았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물건을 되돌려 줘야 했던 남자는 여자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문화영토 판, 천년의 자리(4월 2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천년의 자리(작 양수근, 연출 고조영)는 고려초 공녀가 돼 다른 나라로 끌려가게 된 달래와 그녀를 사랑하는 바우의 이야기다. 어느 평온한 마을, 가난한 삶은 늘 고달프지만 백성들은 소박한 행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 지주가 나타나 원나라에 조공으로 바칠 처녀로 달래를 붙잡고, 달래의 정혼자인 바우는 그녀와 함께 도망친다.△극단 사람세상, 길 위에 서다(4월 3일 오후 4시, 사람세상 소극장)다혜에게는 유부남 애인이 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성폭행을 당했던 다혜가 의지할 수 있는 강한 남자지만 정작 자기 가정에서는 폭력을 일삼는다. 그런 남자의 아내는 바로 다혜가 일하는 방송국 국장 신미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있는 신미자는 다혜와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댁과의 불화로 이혼을 택한 또 다른 여자 현경까지, 길 위에 서다(작 노병갑임갑정, 연출 최균)는 아픔을 가진 세 여자의 슬픈 이야기다.△극단 까치동, 다시 꽃씨 되어(4월 3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다시 꽃씨 되어(작 홍자연연출 정경선)는 자아 분열을 겪고 있는 28살 여성 소정의 내적 갈등과 치유의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소정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자아인 14살의 그녀가 살고 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자아와의 싸움으로 노래 한번 부르지 못하고 도망치고만 소정, 그녀는 14년 전의 잔혹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한편 올 해 전북연극제에는 시민 25명이 직접 출품작에 점수를 매기고 관람후기를 작성한다. 전북연극협회는 25일까지 관객평가단을 모집하고 연극제 기간 이들의 채점결과를 작품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전북예총 홈페이지(www.jbyc .com)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이메일(play 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문의 063-277-7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