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딛고 2년 연속 종합9위…값진 성과
제9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전북 선수단은 16개 시도중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종합 9위에 올랐다.최근들어 전북 체육은 항상 10위권 밖에서 멤돌았기에 이번에 거둔 성적은 일정한 성과로 볼 수 있다.특히 도민 생활수준을 비롯한 경제, 교육, 인구 등 모든 점에서 전북이 10위권 이내에 드는 부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거둔 전국체전 9위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하지만 우리가 자화자찬만 하기에는 한편으로 뭔가 꺼림찍하다.탄탄한 뿌리를 갖춰야 할 육상, 수영, 체조 등 기본 종목은 물론, 단체종목에서의 부진 현상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대한체육회 주최로 경기도 일원에서 펼쳐진 제92회 전국 체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가능성 찾아가는 전북체육선수 1206명, 임원 369명 등 총 1575명이 출전했던 전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7개, 은메달 52개, 동메달 83개로 총 3만5395점을 획득, 종합 9위를 차지했다.종합 순위면에서 지난해와 똑같지만, 득점면에서 3만3129점에서 3만5395점으로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쾌거라 할만하다.성취상 3위를 차지한 것은 전북이 열악한 여건속에서 차츰 그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유도와 사이클, 육상(필드)는 종합 2위의 성적을 거뒀고, 축구, 씨름, 요트 종목도 종합 3위를 했다.박노훈 상임부회장과 고환승 사무처장의 지휘아래 체육회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딛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값진 성과로 꼽힌다.한국신 2개, 대회신 7개를 수립하고, 4관왕 2명, 3관왕 2명, 2관왕 2명 등 새로운 기록 보유자들이 나온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선전종목과 부진종목전국체전의 경우 배점은 다르지만, 육상 100m달리기 선수가 따내는 금메달도 하나의 메달이고, 축구 금메달도 하나의 메달일 뿐이다.하지만 메달 하나, 하나가 내포하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단체전에서의 메달 하나, 또는 비인기 종목에서의 메달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이번 대회에서 선전한 팀은 도 체육회 수영, 전주대 축구, 원광대 야구, 남성고 배구, 정읍여고 핸드볼, 지적공사와 삼양사 사이클, 전주대 레슬링, 익산고 검도, 진흥공단 펜싱, 생명과학고 롤러 등이다.씨름, 유도, 태권도는 전종목에 걸쳐 성적이 좋았다.이중 남성고 배구와 진흥공단 펜싱은 단체전 우승의 쾌거를 일궈냈다.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부진 종목도 적지 않다.정구, 농구, 럭비, 사격, 하키, 근대5종, 보디빌딩, 수중소프트볼, 스쿼시 등이 바로 이러한 예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한 집안의 성패를 내다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소위 '자식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보면 된다.망한 집안을 일으킬 수도 있고, 흥한 집안을 망하게 할 수 있는게 바로 미래를 책임진 후손들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전북체육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소년체전에서의 부진은 불과 2~3년 뒤 전국체전에서의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지난 5월 경남 진주에서 열린 제40회 소년체전에서 전북은 16개 시도중 15위에 머물렀다.제주도를 제외하곤 전국 꼴찌를 한 것이다.그렇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책임은 커녕, 학교체육, 학생체육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도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버젓이 해외여행 잔치를 벌였다.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당연히 유공자로서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꼴찌를 하고서도 서로 앞다퉈서 외국 여행을 떠나는 모습에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더 겸허한 자세로 지금이라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교체육을 육성하는데 힘을 써야 할 상황이다.또하나의 과제는 "언제까지 우리가 도민 세금으로 외지 우수 선수를 사와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도 체육회의 연 예산은 대략 100억원이 넘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선수를 전북 연고로 붙들어잡기 위해 쓰고있다.일부에서는 "(설혹 과외가 나쁘다 하다라도) 남들이 전부 과외를 한다면 우리도 따라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푸념하고 있다.하지만 진정 전북의 먼 앞날을 생각한다면 당장 기량있는 선수를 붙잡기 위해 과다한 비용을 쓰기보다는 지역출신 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수와 지도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이제 결전은 끝났다.전북 선수단이 9위를 했지만, 자화자찬만 하기보다는 더 겸허한 자세로 발전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