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발달장애 청소년들’ 글모음 출판기념회 화제
진안에서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화제다. 특별한 사람들이란 짧은 간판조차 읽기 힘들었던 진안지역 발달장애 청소년 10명, 특별한 책이란 이들이 쓴 글을 모아 엮어낸 글모음이다. 글쓴이는 초등학생 1명(타지 전학), 중학생 2명, 고등학생 5명, 전주 선화학교 전공과 2명.
이들 10명의 청소년은 지난해 12월부터 읍내에 문을 연 특별한 방과 후 교실에 다니면서 글자 익히기와 글쓰기 훈련을 시작, 1년 만에 글모음 책을 펴냈다. 훈련을 진행한 방과 후 교실은 진안보듬청소년지원센터(이하 보듬센터)다.
보듬센터는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 학생들과 그 가족이 사회 통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뜻 있는 지역인사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단체다. 보듬센터가 문을 엶에 따라 진안지역은 발달장애 청소년 돌봄에 있어 선진 지역이란 평을 1년 사이에 듣게 됐다.
이날 출간한 책 이름은 <10명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함께 꾸는 꿈(이하 함께 꾸는 꿈)>이다. 보듬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 전원이 쓴 글을 모아 엮어낸 <함께 꾸는 꿈>은 세 부분(1부, 2부, 3부)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10명 청소년의 개인별 사진 여러 장, 개인별 짧은 글과 긴 글 각 10~20편가량, 2부에는 돌봄 교사 5인의 글 다섯 편, 3부에는 1년 동안의 체험사진 수십 장이 실려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10명은 짧은 간판 읽는 것조차 어려워했을 만큼 국어 실력이 걸음마 수준이었다. 하지만 딱 1년 만에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져 주변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
1년 동안 이들을 돌봐온 조현희 센터장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담아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중고등학교 학생임에도 맞춤법은 물론 서술어, 단어 조합, 무엇 하나 되는 게 없었고, 쓰다가 틀리면 종이를 찢어버리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이들 10명 청소년의 지도는 곰돌이 국장으로 통하는 지역신문사 A기자와 박현숙조현진 교사 등이 맡았다.
함께 꾸는 꿈 출판기념회는 보듬센터 주최주관, 진안교육지원청 후원으로 지난 12일 진안교육특수지원센터 3층에서 열렸다.
이인숙 진안교육지원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광수 군의회의장을 비롯해 신갑수 정옥주 김민규 이우규 조준열 의원이 시간을 같이했다. 군청에서는 김요섭 사회복지과장이 군수를 대신해 참석했다.
행사에선 10명 청소년들이 자작시를 낭독했으며, 댄스스포츠랩기타 연주다듬이소리 공연 등이 펼쳐졌다.
조현희 센터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아이들이 1년 만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감정이 북받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동안 울먹거리다가 혼자 설 수 있도록 길을 닦고 도와줘야 하는 것은 어른들 몫이라고 강조했다.
보듬센터 후원회 신귀종 회장은 동행과 소통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면서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견고해 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군의회의장은 오늘처럼 뜻깊고 꼭 필요한 행사는 지역에서 처음 본다. 코로나로 인해 절망하는 요즘, 보기 드물게 꿈과 희망을 주는 행사인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인숙 교육장은 많은 시간 공들여 쓴 소중한 글들이 더욱더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온기를 더하고 싶다. 내년에는 모두들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