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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얼마 전 ‘전주 평생학습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전주에 있는 85개의 기관, 단체, 동아리가 3일 동안 다양한 체험과 전시, 발표 잔치를 벌였다. 가장 즐거운 손님은 꼬마 친구들이었다. 온 몸에 물감칠을 하고 분수의 물줄기로 그 몸을 씻으며, 진지하게 화분을 만들고, 에코가방을 만들며 잔치를 즐겼다. 3일간 행사장을 지키다 보니 꼬마 손님만큼 열심히 방문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어느 마을에나 꼭 있는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각 부스를 돌아다녔다. 고마운 것은 다소 거칠고 험한 그 친구들을 어느 부스나 다정히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3일 동안 출근하듯이 행사장에 찾아와서 때로는 참여하고 때로는 참견하며 훈계하는 그들은 일요일 오후, 부스 철거에 맞춰 집에 돌아갔다. 그 친구들을 보며 아무도 거두지 않는 그들이 평상시에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지 걱정스러웠다. 몇 해 전에 읽었던 조한혜정 교수가 쓴 책 ‘다시, 마을이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150여 년 전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질 때, 제안자들은 “지금 이만한 넓이의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 뉴욕은 그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와 시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공원은 도심의 마지막 허파이자 피폐해져 가는 시민들의 심리적인 안식처인 것이다. 추석 연휴에 그동안 쌓아두었던 중앙일간지와 지역신문을 읽었다. 우리 지역의 OO백화점에서 작년에 3200억원을 벌었는데, 지역환원은 390만원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OO재벌 총수가 국감에 출석해서 한국인과 한국어도 구별 못했다고 한다. 과징금을 대신 내라는 OO마트 갑질에 OO마트 직원이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OO에서 전주시에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 변경에 따라 협약을 해지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한다. 10일 동안의 기사들이다. 여기에서 OO에 들어갈 단어는 ‘롯데’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지역차별을 지속적으로 다방면으로 받아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개발논리가 언제나 밥상위에 올려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파이를 아무리 키워도 파이는 나눠지지 않고,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을…. 자영업자가 망해서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뼈 빠지게 일해도 그 이익은 하루도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빨대처럼 수도권 재벌 손에 들어간다는 것을….몇 해 전 코스타리카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군대가 없는 나라, 중남미의 스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 단체장이 여성이면 반드시 부단체장은 남성으로 선출하는 할당제 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부자 나라도 아니면서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발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었다. 후손을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이었다. 전주 종합경기장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자체 재원으로 공원을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입장이 재원 확보나 개발계획에서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한다. 필자는 그런 생각이 든다. 10년, 50년이 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와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 앞으로 전주에 살 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시민들에겐 무엇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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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4 23:02

'개발 = 자연훼손' 편견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논란 속에 승인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진안군에서도 도립공원이자 국가지정 명승 제12호인 마이산에 경영수입사업의 일환으로 케이블카를 직접 설치운영할 예정이다.마이산 케이블카는 1997년 공원계획에 반영되어 민간 투자자가 실시설계까지 마치고 공원사업시행허가를 준비하던 중 IMF 등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착공이 무산된 바 있다. 그동안 마이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마이산 남부와 북부를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이 없어 마이산 남부와 북부를 제대로 관광할 수 없었고, 진안군은 마이산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방안으로 모노레일 설치, 야외 에스컬레이터, 도로 신설 및 탐방로 개설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게 된 것이다.환경단체들은 자연 생태계 파괴, 도립공원 난개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마이산 도립공원에 반영된 케이블카 계획은 마이산 주봉과 지형과 하늘이 맞닿아 드러나는 선인 마이산의 공제선을 전혀 훼손하지 않도록 마이산 북부 사양제 주차장에서 암마이봉을 우회하는 봉두봉 인근을 경유하여 마이산 탑사(남부) 인근 도장골까지 계획되어 있다.또한 노선계획 상 주요 녹지축을 단절하지 않고 천연기념물 서식지인 마령면 동촌리, 평지리와는 이격 거리가 충분하며, 훼손 후 피해면적 확대 위험이 있는 곳은 아니며 연약지반이나 풍화토 지역 또한 아니다. 또 케이블카 설치로 수려한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이산 남부와 북부의 관광동선을 연결함으로써 주변시설의 연계성 확립을 통해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접근이 어려운 관광객들의 탐방 편의를 높임으로써 노약자장애인 등도 자연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등 장점도 기대 된다.개발=자연 훼손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알프스, 로키 산맥, 중국 황산 등 유명 관광지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호주 케언스 스카이 레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에 설치된 곤돌라인데 환경 훼손이 가장 적은 교통수단인 점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우수생태 관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마운틴 케이블카도 종다양성 지역에 설치돼 친환경 건설과 운영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진안군은 용담호와 섬진강 수계에 있는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인하여 전체면적의 80%가 개발제한지역이다. 때문에 진안군의 경제와 인구는 나날이 쇠퇴하여 가고 있으며, 산업화를 위한 개발이 어려운 여건을 고려할 때 관광산업만이 유일한 지역의 희망이라 할 것이다.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마이산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4~5시간 이상 체류하고, 숙박이 가능한 관광지로 바뀌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마이산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우려하는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만 거친다면 마이산케이블카 설치는 진안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진안군과 시민단체, 그리고 진안군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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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2 23:02

장현식 선생과 한글운동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는 올해 569돌 한글날을 맞이한다. 민족문자 반포일인 한글날을 국민과 함께 경하한다. 특히 일제의 우리 말글 말살 즉 민족 말살 정책에 맞서 언어독립운동인 한글운동에 용감히 참여한 애국선열 장현식(1896∼1950) 선생의 업적을 되새겨 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다. 장현식은 전북 김제가 낳은 항일투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한글운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필자는 ‘조선어학회 항일 투쟁사’를 저술하면서, 장현식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다. 1929년 10월 31일 조선어사전편찬회가 결성되었을 때, 장현식도 발기인으로 참여하였다. 순천 출신의 김양수를 통해 이극로를 알게 된 장현식은 조선어 표준어 제정의 사정위원(전라도 대표)으로 활동하였다. 1936년경 장현식은 조선어학회의 대표자인 이극로로부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내용, 즉 남의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더라도 모국어만 유지하고 있다면 감옥에서 나올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그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그는 조선어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조선어사전 편찬 사업을 지원하기로 결심하였다. 장현식은 1936년에서 1939년 말까지 조선어사전 편찬 기금으로 3,000원을 제공하였다. 참고로 1920년대 후반 경성방직 여공의 한 달 임금이 21원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의 후원은 사전 편찬 사업에 크게 보탬이 되었다. 아울러 1936년에서 1939년 11월까지 친척 민영욱, 친구 임혁규, 조병식에게 권유하여 합계 1,400원을 김양수를 통해 조선어학회에 제공하였다. 이 때문에 그도 1942년 12월 23일 서울에서 일제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 뒤 함남 홍원경찰서에 구금되어 함흥형무소에 투옥되어 있다가, 1945년 1월 16일에 풀려났다. 홍원경찰서에서 장현식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다. 일본 경찰은 장현식의 혀에 대못을 박기까지 하였다. 이로 인해 그는 평생 말을 더듬어야 했다. 해방 후 제2대 전북도지사를 지냈다. 1950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장현식은 유권자 앞에서 말을 더듬었다고 한다. 그가 말을 더듬게 된 사연을 유권자들이 알 턱이 없었다. 결국 선거에서 장현식은 낙선하였다. 6·25전쟁 기간 그는 인민군에 의해 납북되었다. 1950년 10월 24일에 서거하였다. 현재 그의 묘소는 애국열사릉에 있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기려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하였다. 독립운동은 무장투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라를 되찾는 일에 지식이 있으면 지식을 내고, 기술이 있으면 기술을 제공하며, 돈이 있으면 돈을 후원한 사람은 모두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이다.이런 점에서 볼 때 장현식 선생이 독립운동단체와 항일투사들에게 돈을 내고, 특히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자산인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기 위해 거금을 희사한 일은 길이 선양해야 한다.전북 장수 출신의 정인승, 익산의 이병기 선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매년 맞이하는 한글날에 특히 김제에서 장현식 선생을 기리는 사업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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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9 23:02

군산 의료구하기 2

저는 지난 9월 18일자 전북일보에 ‘군산의료 구하기’라는 기고문을 낸바 있다. 제가 그러한 글을 쓰게된 경위는 1998년도에 전라북도가 군산의료원 위탁경영 문제를 내놓았었을 때부터 이일에 깊숙이 개입되었었고 그동안 진행된 절차와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그 당시 위탁을 결정했던 전라북도와 이를 수락하여 지난해까지 운영해오다가 갑자기 운영을 포기한 원광대학교병원의 힘든 노고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심히 유감스러운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조기에 잘 매듭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군산 환경시민 단체들의 주장, 군산지역 의료기관들의 입장, 현재의 군산의료원을 놔두고 굳이 새로운 대형병원을 건립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중복투자 등을 고려할 때 이참에 아예 군산의료원을 군산 전북대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의견을 내 놓은바 있다. 하지만 군산시의 100년 후를 생각하면 저의 그러한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역사는 과거이고 미래는 현재이다. 이제 냉정함을 되찾고 군산시 의료문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우선 통계적 자료부터 검토하였다.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32만 8000명이고 의사 숫자는 10만 583명이다. 이를 군산시 인구인 27만 8000명, 의사 수 318명으로 비교하면 의사 1인당 전국은 인구 510명인데 비해서 군산시는 875명으로서 객관적으로 볼 때 군산지역의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다시 말해서 의사 숫자만 놓고 볼 때도 군산시의 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볼 수있다. 아울러 아직은 지지 부진 하지만 새만금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을 생각해 보면 지난번 저의 제안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제가 1994, 95년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토머스제퍼슨 의과대학 초빙교수로 가 있었을 때 주말이면 시내 곳곳을 다녀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다 시피 필라델피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서 깊은 도시이다. 수백 년 된 건물들도 인상 깊었지만 제가 정말 유심히 살펴본 것은 도심 속의 도로였다. 도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자동차도 없었고 단지 마차들만 다녔을 텐데 어찌도 그렇게 도로의 폭도 넓고 반듯한 바둑판 모양으로 그 옛날에 설계되었을까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야말로 수백 년 후의 도시 그림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설계하였음이 분명하다. 가깝게는 전라북도에 전국체전이 유치되었을 때 전주의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서관통로가 만들어졌다. 당시에 무슨 도로를 이렇게 넓게 만드느냐고 사람들은 말 하였지만 불과 수십 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보면 그 당시 더 넓게 했으면 좋았겠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 이왕지사 군산 전북대병원이 만들어진다면 현재의 군산의료원 부지 규모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향후 새만금지역 개발과 더불어 서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군산시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무모하리만큼 보다 더 큰 부지를 확보해서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저의 조급한 마음과 서운한 감정 속에서 생각한 지난번 제안은 이제 정식으로 철회하면서 한때나마 혼란을 드린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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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8 23:02

여전히 내릴 수 없는 깃발, 전교조!

1883년, 안팎으로 흔들리는 조선사회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함경남도 원산시 덕원부의 개화파 관리인 덕원부사 정현석과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조선 최초의 사립학교인 원산학사가 세워진 것이다. 학교 설립을 위한 기금을 국가가 담당한 것이 아니라, 덕원부의 사람들이 모여서 계모임을 조직하고 설립비용을 만들었다. 정현석·어윤중·정헌시 등 덕원부의 관리들이 각각 100냥씩을 내고, 향촌의 유지들 118명이 5215냥, 덕원주민들이 120냥을 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상업회의소인 원산상회소가 50냥을 기부했고, 심지어 중국, 영국, 미국 등에서 온 상인들이 700냥을 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운영경비를 비롯해 도서비용 등 학교의 공용비용도 모두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제공되었다. 이것은 조선의 민중들이 교육을 아이들의 배움을 넘어, 외세의 침입에 대한 자강의 근본대책으로서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우는 조선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교육이 가진 근대화의 기능과 국력신장의 수단이라는 기능을 통해 또 다른 조선의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이 구국운동의 축으로 자리 잡을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에 저항하고 국민을 계몽하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앞장 선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산하지 못한 일본제국주의 역사의 대가는 참혹했다. 광복이후 교육현장에는 비인간적이고 획일주의적인 일본 제국주의 교육의 잔재와 경쟁을 부추기는 서구식 교육 체제를 단순하게 도입하였고, 권위적인 군사 문화적 근대화교육 간의 혼합물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교육의 기반을 이루었다. 그렇게 교육은 정부이념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되었고, 교장을 위시한 권력구조 속에서 교사들이 촌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등 가장 맑아야 할 학교가 비리의 온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교사들이 일어섰다. 1986년 5월 10일, 약 450명의 교사들이 함께 모여 ‘교육민주화선언’등으로 교육계의 민주주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철저한 보장과 교사의 교육권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민주화선언’을 한 것이며, 지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근간이 되는 사건이었다.그 사건이후로 교사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1527명의 교사가 교단을 떠나 거리로 나와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싸웠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함성을 울린 것이다.지금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전히 1999년 1월 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국회를 통해 인정받았던 그 이전의 상태에 주저앉아 버렸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했던 그 모든 교사들의 외침이 정치적 이해가 담겨진 판결로 묻혀버렸기 때문이다.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어두운 교실에서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 채 교육으로부터 소외받고 있고, 여전히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칠게 찢겨진 깃발일지언정 여전히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깃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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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7 23:02

'말 산업 특구' 전북에 유치하자

국민소득 향상에 따라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등산·낚시·골프·스키·승마·요트 등 취향에 따라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득 3만불 시대에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 중 하나가 ‘승마’이다.우리나라의 승마 인구는 약 80여만 명으로 미국·독일·영국 등 승마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이다. 경마와 연관시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다양한 문화 체험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는 말 2만5800여 마리가 만들어 내는 금액은 3조 2094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2조 4000억원, 말 한 마리당 1억 2000만원의 매출과 9450만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농진청에서 금년 5월 발표한바 있다.농식품부는 2011년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해 시행중에 있으며, 2014년부터는 승마시설, 조련시설, 전문 인력 양성기관 등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을 2년간 지원하는 ‘말 산업 특구’를 지정하고 있다.2014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특구 1호 지정받았고, 2015년에는 경북도가 2호(5개시군), 경기도에서 3호(3개시) 지정을 받았다.전라북도는 타 지자체와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 승마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승마를 배우는데 불편함이 없는 좋은 시설과 환경여건을 갖추고 있다. 남원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와 장수에 한국마사고등학교가 있으며, 금년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농수산대학에는 말산업학과, 전주기전대학에는 승마학과, 재활승마학과 및 김제 용지에 재활승마장이 있다. 또한 국제 승마경기를 할 수 있는 규모의 장수승마장을 비롯해 전주·군산·정읍·김제·부안 등 시군에 일반인들도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승마장이 있다. 최근 전북도청과 전주기전대학 재활승마장에 승마동호회가 새롭게 결성되는 등 승마 인구도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일반 대중화가 예상된다.정부에서는 FTA에 대응할 수 있는 축산분야의 새로운 대안으로 말 산업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미래형 전략레저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각 지자체에서는 이에 주목하고 ‘말 산업 특구’ 지정을 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아쉽게도 전라북도는 아직까지 ‘말 산업 특구’ 유치 신청을 못했다. 그동안 구축한 말 산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말 산업 특구’ 지정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으므로 심혈을 기울이자.무엇보다도 말 산업은 6차산업으로 키워야 할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이다. 다가올 새만금시대를 맞이해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드넓은 갈대숲을 따라 외승 트레킹 코스와 승마장을 설치해 다양한 국내외 승마대회를 유치한다면, 심신 단련은 물론 새만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농식품부·농진청·마사회 등의 협조를 받고, 경기도와 경북도와 같이 해당 시군과 승마장들이 연합해 ‘말 산업 특구 지정 협의체’를 구성, 2016년도에는 ‘말 산업 특구’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양계·한우·양돈에 몰려있는 축산업을 경주마·승용마 생산과 승마 등 말 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앞으로 기르는 축산에서 벗어나 체험형 문화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말 산업 특구’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돈 버는 축산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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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6 23:02

야권 영토 확장할 '복지국가 정당'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불행하다. 청년은 ‘7포 세대’로 전락했고, 노인은 빈곤율이 OECD 평균의 4배나 된다. 여성은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합계출산율이 1.2로 OECD 꼴찌이다.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나 되고, 소득불평등은 미국 다음으로 심각하다. 지난 20년 동안 ‘낡은 정치’가 우리를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었다. 10년씩 정권을 번갈아 잡았던 거대양당이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를 채택하여 우리를 양극화와 민생불안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은 영호남 지역주의 정치와 인물 중심의 패거리 정치라는 낡은 정치 질서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기득권과 재벌 대기업 등 특권층의 이익만 지켰다. 낡은 정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민생불안을 해소하고 국민행복을 책임질 역동적 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낡은 정치의 불판을 갈아야 한다. 그래서 8월 25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분야별 전문가 및 실천가 40인이 ‘복지국가 정당 대국민 제안대회’를 열었고, 이후 전국의 거점도시를 순회하는 ‘복지국가 정당 제안 설명회’를 개최하며 복지국가 정당의 창당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그런데 이런 복지국가 정당 창당 제안에 대해 야권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복지국가의 가치와 정책을 실천하려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야권분열로는 이것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분열로는 거대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당위적으로 옳다. 하지만, 복지국가 정당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므로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이에 대해 ‘복지국가 정당’의 창당은 야권의 분열이 아니라 야권 지지 영토의 확장이라고 확신한다.얼마 전에 발표된 조선일보와 서울대의 공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8%는 정치를 불신하고 63%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했다. 이는 기성의 정치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정당은 역동적 복지국가를 여는 가치와 정책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것이므로 기성의 낡은 정치와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현재 제1야당의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런 상태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이는 야당 지지 성향의 보통사람들이 정치판 자체를 불신해서 빚어진 것이다. 떠나간 야권 지지자와 무당파 유권자의 마음을 다시 정치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는 희망이 없다.복지국가 정당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가치와 정책 중심의 복지국가 정당은 낡은 정치로부터 배신당한 보통사람들에게 행복을 향한 거대한 변화의 아이콘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에 좌절한 청년, 빈곤에 빠진 어르신, 일·가정 양립을 갈망하는 여성 등 보통사람들이 복지국가 정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 정당은 호남에서는 경쟁을, 전국적으로는 연대와 연합을 통해 야권의 지지 영토를 넓힐 것이다. 그러므로 복지국가 정당은 야권 영토를 확장해서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복지국가 정당의 창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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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5 23:02

한국어가 세계화로 가는 길

10월은 의미 있는 기념일이 많은 상달이다. 한글은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된 이래 올해로 569주년을 맞는다. 한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문자들과는 달리 ‘만들어낸 사람과 만든 시기’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유일한 문자(文字)다. 세계 언어목록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지구촌 사람들은 2000년 현재 6,912개 어를사용하고 있다. 그 중 문자화할 수 있는 언어는 체 10%도 안 된다고 한다. 한국어는 남북한 인구와 해외동포 등 약 7500만여 명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국제적인 위상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숫자에 의해서 좌우된다.” 고 하는데, 한국어는 13위로 ‘메이저급 언어’수준이라고 언어학자들은 평가한다.(사용자 숫자로 보면 중국어·영어·스페인어·아랍어의 순이다.) 유엔 산하 ‘세계 지식재산권 기구’는 한국어를 ‘국제 특허협력 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한 바 있다. 일본의 고등학교에서는 제 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교가 늘어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넘어섰다고 하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내 대학에서도 ‘한국어과’ 개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 수강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계속해 늘어나는데, 특히 한류문화를 좋아하는 세계의 젊은 층들이 증가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인 추세다.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우리문자인 한글을 우리들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 한글이 갈수록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제작과정에서 독창성과 과학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펄벅(1892~1973)은 그의 작품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글은 24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문자 체계지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라고 극찬 했다. 한 나라가 일등국이 되기 위해서는 군사력, 경제력, 문화력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적 우위를 선점하는 국가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데, 지적 재산인 문화를 널리 알리는 본질적인 수단이자 매체가 바로 ‘언어’다. 국제교류를 할 때 언어가 상품이나 또 다른 서비스보다 먼저 그 나라에 진출해 있어야 경제적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즉 대상국의 국민들이 한국어에 친숙해져 있어야만 영화나 패션, 또 다른 콘텐츠에도 쉽게 접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한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담고 있는 한글이 다른 민족에게 자기네 언어를 표기하는 공식문자로 채택되어 ‘한글수출 1호’를 기록한 것(인도네시아의 부퉁섬 바우바우 시에 사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역사적인 사건이다.세계시장을 넓혀가는 한류문화가 더욱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어 보급에 대한 세심한 정책과 다방면의 전략이 필요하다. 내부 반성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대화나 강연을 할 때,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지성인처럼 보이는 현상은 어디에서 온 병폐였을까? 더군다나 국어국문학과가 취업에 약하다고 해서 일부의 대학들이 폐과(廢科)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은 영혼을 포기하고 물질만능으로 가는 각박한 사회 풍조가 아닐 수 없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이고, 경쟁력임을 되새기는 10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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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2 23:02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인가

국정감사권(國政監査權)은 국회가 행정부를 비롯한 여타의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한을 말한다. 국정감사의 근원을 보면 1689년 영국의회가 아일랜드 전쟁패배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Investigation)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도 헌법을 제정할 때 외국의 사례를 참조했을 것이고 제6공화국 헌법 개정을 했을 때는 국회권한 강화 차원으로 국정조사권을 부활했고 표기방안을 놓고도 여야 의견도 있었지만 영문 Investigation이 감사와 조사란 뜻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감사로 번역하고 명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19대 국회는 이번이 마지막 국정감사인 만큼 민심을 반영하겠다고 슬로건을 걸었다.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신경전 양상을 보여주었다. 첫날 행정자치부의 감사는 소속장관의 총선필승 건배사 발언을 이유로 여당 단독으로 진행하는 파행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당리당략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국민들은 차원 높은 수준의 감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성과 파행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동개혁을 두고도 의사진행 발언만 주고받다가 본 질의는 시작도 못한 채 1시간 만에 정회되고 말았다. 야당은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며 장관 사과를 요구하였고 여당은 정부가 판단해서 정책 결정한 내용은 국민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또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될 소지가 있는 감사는 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가 마약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야당의원들은 다른 사건의 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데다 검찰 역시 형벌의 정도에 항소하지 않은 건 전형적인 봐주기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마약사범의 경우 초범이면 구형량이 보통 2년이기 때문에 3년은 약한 게 아니라며 반박했다. 국정감사장이 여야 성토장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이런 정쟁이 진정한 국정감사의 모습이란 말인가? 19대 국회가 결의했던 정책국감은 어디로 간 것인가? 오히려 신경전은 지도부들까지 가열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약 7분 동안 질의를 했고 여당의원은 7초 만에는 답변을 못하겠다는 발언에 고성이 오갔고 2시간 동안 정회되는 상황을 국민들은 묵묵히 지켜보았다. 나는 여야를 떠나서 참으로 한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야당은 정부 실정을 점검하겠다고 벼르고 여당은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는 차단하겠다는 공방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은 국감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정감사는 국회 본연의 자세로 감사하고 혈세가 결단코 누수 되는 일이 발생되지 않게 감사를 똑바로 할 때 진정 국민을 위한 감사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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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1 23:02

혁신도시 나홀로 이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2명 중 1명은 이른바 ‘혁신 기러기 아빠’다. ‘혁신 기러기’는 최근 등장한 신조어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말까지 67개 공공기관의 직원이 지방 혁신도시로 이사했지만, 나홀로 이주하는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말이다. 이는 전북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에 대하여 필자가 최근 조사한 설문분석 결과(공공기관 이전 관련 대학의 HRD 영향평가 분석)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교육 및 문화환경, 취업문제, 주거 및 교통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가족 동반이주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전북혁신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은 34.3%에 그쳤으며, 미혼과 독신자를 제외한다해도 이전기관 직원 52.7%는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할 수 있도록 아파트 청약 등 혜택을 주고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정부가 지역 간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비난에 앞서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을 갖추지 못한 현실도 되돌아봐야 한다. 대형 할인점 한 곳 들어서지 못하고, 극장이나 체육시설 같은 편의시설도 없으며 주변 축사에서 유발된 악취에 대한 민원도 많다. 이런 열악한 생활여건에 대한 개선 없이 무작정 혁신도시에 이주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서울 안주형 심리를 최소화시키고,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여 지방 혁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녀교육 및 취업을 위한 여건을 비롯해 문화·의료·쇼핑시설 등의 생활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해야 한다. 가족 동반 이주의 가장 큰 변수는 배우자의 직업과 자녀 학업 및 취업 문제다. 지난 2013년 전라북도는 가족동반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혁신도시 이전기관 임직원 자녀들을 특별전형을 통해 특목고에 입학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자녀 교육문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면 가족 동반이주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했기 때문이다. 교육과 취업문제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족 동반이주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별전형 입학을 이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북도교육청에서 자사고·특목고 특별전형 입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임직원 자녀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배려하여 선발케하는 울산광역시와 같은 사례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부산은 공공기관 이전율과 계획 대비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인구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부산시의 경우 직원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하는 등 파격 지원이 큰 효과를 냈다고 한다. 나홀로 이주한 임직원들이 주말부부 등으로 살다보면 자칫 가족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동반이주는 매우 중요하다. 자치단체와 이전 공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수렴과 동시에 타 지역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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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30 23:02

탄수화물 유감

과거 같으면 풍년이니 아니니 하며 언론매체가 호들갑을 떨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도 말 한 마디 없이 잠잠하다. 아마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과거 7·80년대까지만 해도 쌀 생산량은 항상 모두의 관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쌀이 남아돌아 그 처치를 걱정하고 있다. 이제는 휴경지에 대하여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쌀 감산 정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요즘 언론 매체마다 살빼기 광풍이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특히 케이블 TV는 살빼기와 요리프로그램의 편성에 사활을 거는 듯하다.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좋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잡초까지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좋으니까 좋다고 할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라서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런데 좋지 않다며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하나있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쌀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비만이 만병의 원인이니 결국 쌀은 만병을 일으키는 공적이라는 말의 다름 아닌 표현이다.과거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대부분의 가정의 밥그릇은 지금보다 무척이나 컸다. 밥을 많이 먹어야 힘이 세지고 건강해지는 것이라며 쌀밥을 많이 먹었다. 그만큼 쌀밥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영양소였다. 또 많이 먹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만이 염려되지 않았다. 오히려 비만한 사람을 부러워하기까지 했었다. 일테면 대부분의 사람이 살찌기를 바랐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모두가 알고 있듯이 과거에 비해 탄수화물(쌀)의 섭취가 현격하게 줄었다. 그리고 살찌지 않는 먹거리들이 쌀밥의 빈자리를 매웠다. 주장대로라면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현격히 줄어야 맞지 않은가? 필자는 식품이나 건강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리고 탄수화물의 어떤 성분이 어떤 경로로 비만을 일으키지도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의 근거를 일반국민들에게 과학적 방법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의문들이다. 내가 주장으로 삼는 비만의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당시 사회적 현상의 논리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모두 주관적인 것들뿐이다. 하지만 먹거리도 유행을 탄다고 한다. 한때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느니, 비타민을 섭취해야 하느니 하며 떠들어 대더니 요즘은 무슨 배리가 유행이란다. 참으로 웃기는 현상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의 한마디가 만들어 낸 파급력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쌀밥이 비만의 주범으로 내몰리는 것도 왠지 유행처럼 느껴진다. 농민들의 시름이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있다. 농업 강국들과 FTA가 속속 체결되고 있어 그럴 것이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문제라며 검증되지 않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누가 뭐래도 쌀은 농촌경제의 근간이다. 그렇지만 정부도 대체작물을 권유하며 쌀이 비만의 주범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태도다. 마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되어 쌀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런 만큼 농촌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갈 것이다. 사회풍조까지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만 같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정말 쌀밥이 비만의 주범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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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5 23:02

추석명절 건강보감(健康寶鑑)

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인 추석은 가을에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비롯해 풍성한 먹거리가 있어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축제의 의미도 깃들여 있다. 또한 오곡이 풍성한 한가위에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차례란 제사를 지냈다. 차례 상에는 정성껏 빚은 햅쌀, 햇곡식, 햇과일을 이용해 제물로 올려 한해 농사의 감사함을 표시했다.한가위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송편은 솔잎에서 발산되는 소나무의 정기를 불어넣은 떡으로 조상들은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송편의 소는 콩·깨·밤을 주로 사용하며, 특히 깨는 비타민E가 풍부하고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는 오레인산이 깨 지방질의 40%를 차지하며, 세사민이 풍부하여 간 기능을 돕고 해독작용을 한다.차례 상에 놓은 과일의 4가지로 조율이시(대추와 밤과 배와 감)가 있는데 대추는 왕이 될 만한 후손이 나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과일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비타민C 함량이 귤의 7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대추의 카로티노이드는 비타민C처럼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활성을 가지고 있다. 밤은 삼정승이 나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차 멀미로 거북해진 속을 달래 줄 수 있고, ‘동의보감’에서 밤은 설사와 배탈에 효험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을 정도로 위장질환 개선 및 소화개선에 좋은 과일이다. 배는 수분이 많아 지혜가 충만하기를 소망하는 과일로, 그 성분 중 루테올린 성분이 기관지 점막의 수축을 막아주고, 몸의 열을 내리고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주어 기관지염·기침·가래에 도움이 된다. 감은 씨가 6개로 6조판서가 집안에서 나옴을 기원하는 과일로, 탄닌 성분이 알코올의 흡수를 지연시키며 술을 빨리 깨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만, 홍시는 위통을 일으킬 수 있고 술에 더 취하게 하므로 안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차례 상에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오르는 나물은 도라지·고사리·시금치 등 삼색나물이다. 이 나물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이며, 단백질이 부족했던 조상들에게는 훌륭한 채소였을 것이다. 도라지는 도(道)를 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감기와 편도선등 호흡기 질환의 약재로 이용된다. 고사리(高事理)는 높은 이치가 담긴 일을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설사를 멎게 하고 해열·이뇨효과를 가지고 있다. 시금치는 도(道)를 구하는 마음을 지금 이 시간부터 주저하지 말고 행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비타민C가 풍부해 술독을 없애고 피부는 윤기나게 한다.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추석은 건강을 해치기 쉬운 시기다. 건강을 위협하는 과식과 과로 때문이다. 추석에 과일·식혜, 기름진 음식의 과식으로 인한 소화 불량을 도와주는 삽주 뿌리를 말린 것인 창출은 위장기능을 개선시키는 소화건위제이며 뿐만 아니라 귤차에 쓰는 진피·쑥차 등도 좋다. 명절의 가사노동과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과로에는 말린 귤껍질이나 청주·쑥 등의 약재를 이용한 약욕을 하면 관절통에 도움을 주며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가슴 답답함이나 두통에는 구등의 갈고리가 달린 가지의 조구등차나 모란의 뿌리껍질의 목단피차가 좋다.가족들과 함께 풍부한 햇곡식과 햇과일을 즐기면서 건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추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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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4 23:02

인재가 희망이다

우리나라에는 ‘늦둥이’라는 말이 있다. 꽤 나이가 들어서 낳은 자식을 이르는 말이다. 나이 60이 넘은 내게도 그런 늦둥이가 있다. 하지만 내 늦둥이는 나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 부안군민 모두를 ‘부모’라고 부른다. 사실 호적에도 없는 늦둥이다. 부안군민 모두의 자녀들인 것이다.요즘 대한민국의 현실, 특히 부안의 현실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바로 열악한 교육환경과 엄청난 교육비 때문이다. 이는 곧 인구감소로 이어졌고, 부안군은 지난 1960년대 17만명이던 인구가 현재는 5만 7000명으로 약 3배 가량 감소했다. 앞으로도 어디까지 감소할지 모른다.이에 반해, 대학 신입생의 경우 1인당 평균 학비는 연간 535만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안군의 대학 진학자가 연 평균 390여명임을 고려하면 매년 약 21억원이 대학 등록금으로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엄청난 사교육비까지 합치면 팍팍한 농촌 살림살이에서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이러한 과중한 학비 부담은 과거처럼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학생의 교육력 차이로 이어져,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불합리한 사회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부모와 학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역의 우수 인재 육성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기다.그래서 부안군은 지난 2004년 ‘부안군 나누미근농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군민과 향우들의 참여로 53억원의 장학기금을 확보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나, 현재의 장학기금으로는 부안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옛말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치면 한 사람을 돕기가 매우 쉽다’는 뜻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앞에서도 언급한 매년 부안군 대학 진학자의 1년 학비 총액인 21억원을 부안군 인구수(5만7000명)로 나누면 아주 놀라운 금액이 나온다. 부안군민 1인당 3000원이다. 바로 부안군민 1인당 매월 3000원씩만 후원하면 부안군 대학 진학자 중 신입생 모두 1년 치 학비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3000원은 적은 금액이지만 이것이 바로 ‘십시일반’의 놀라운 힘이다.이에 따라, 부안군 나누미근농장학재단은 지난 5월에 16명을 위원으로 장학재단후원회를 구성하고 장학기금 300억원 조성을 위한 ‘부안사랑 1인 1구좌 갖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앞으로도 장학재단 후원회에서는 범군민 1인 1구좌 갖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학비걱정 없는 부안군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매월 3000원의 기적! 그리고 1만원 후원계좌 개미군단의 위력!이는 부안의 미래인 우리 자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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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3 23:02

공연관람, 농촌 학생에 더 기회 줘야

지난 1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에 걸쳐 전주소리문화 전당 모악당에서 본교생 1, 2학년 200여 명이 인성교육 차원으로 전북도립국악원 주최 창작 창극 ‘천둥소리’를 관람했다. 본교생을 비롯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창극에 몰입했다. 의분을 일으키는 장면, 왜병을 격파하는 장면, 대한 독립을 외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누구랄 것 없이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유의 판소리 가락이 갖는 한 맺힌 소리는 일제하에서 고통 받는 우리 민족의 설움을 표현하기에 알맞았고 진안 마이산에 동학혁명 때와 같이 호남창의소(湖南倡義所)를 정하고 의병장에 추대되는 장면과 일본과의 전투 장면에서는 우리 국악의 한계를 뛰어넘는 웅장함과 힘찬 음악을 선보였다. 국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이 뮤지컬은 구한말 호남(임실)의 의병장 정재 이석용과 민초들의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 운동을 다룬 내용인데, 이는 광복 70주년과 명성왕후 시해 사건 2주갑을 맞아 도립 국악원이 기획 제작한 야심찬 작품이다. 이석용 역에 송재영을 비롯한 창극단원이 40여명, 무용단 24명, 관현악단 40명이 펼치는 매머드 급 창작 창극이다. 그간 이 작품 제작에 참여한 국악원장(윤석중)과 모든 단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이런 훌륭한 작품을 기획 제작하게 한 전북도민들에게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그간 도립 국악원은 견훤, 매창, 논개 등의 인물과 동학농민 혁명 등 굵직한 사건들을 작품으로 제작해 지역민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이번 작품 또한 우리 지역의 역사를 무대화하고 민족의식을 다시 한 번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깊은 찬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공연이 아니었으면 그간 묻혀버린 임실 출생 이석용 의병장과 민족과 나라 위해 몸 바친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은 일부 역사학자를 제외하고 우리 지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공연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장기간의 연습과 제작에 든 비용을 생각해 볼 때 3일간의 공연은 짧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희미해져 가는 민족의식을 다시 일깨워주고, 학생들에게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공연 연장에 따른 비용이 다소 더 들더라도 문화를 살리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라면 도와 교육청이 연계하여 전주시는 물론 전북 지역 농촌학생들에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2시간 공연이 지루하지 않고 30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귀가 중, 재판을 받는 법정에서 의병장 이석용이 일본 재판장의 “선고를 내릴 터니 기립하라!”는 말에 “기립은 경의를 표하는 것인데, 나는 원수에게 경의를 표할 수 없다.”는 당당한 그의 의기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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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2 23:02

추경을 통해 본 지방자치 현실

지방자치단체 운영에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은 매년 2회에서 많게는 4회까지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추경예산 편성요인으로는 전년도 남는 예산이 있다거나 지자체가 추가로 예산을 확보한 경우 또는 이미 편성된 예산 중 부득이한 사유로 추가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 외에 관행적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중앙정부 예산의 법정 의결시한을 보면 12월 2일로 돼 있으며, 광역지방자치단체는 11월 11일까지 지방의회에 제출하여 12월 16일까지 심의 의결토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보통 정부예산이 법정시한을 넘겨 의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법정시한 내에 의결된다 하더라도 중앙 부처별로 지자체 예산 배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자치단체에서 확정된 당해년도 본예산은 중앙정부의 가내시 예산으로 만든 가예산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40% 이하(전국평균 44.42%, 전라북도 본청 17.36%)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본예산이 그 의미를 찾기 힘든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최소한 두 차례 추경예산 편성이 관례화될 수밖에 없다.기초단체는 또 광역단체에 매달린다.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을 들여다보면 지방자치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실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산의 먹이사슬이 과거 관치시대나 지방자치시대나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무늬만 지방자치’의 원인 진단과 해법은 간단하다. 바로 지방재정의 확충이다. 현재 ‘지방세 20%, 국세 80%’ 구조로 돼 있는 세수 비율에서 지방세 비중을 높이고, 국고보조사업 정비, 지방교부세 교부율 상향 등을 통해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해 주면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이 풀리고 자율성이 회복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건의를 이미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치단체의 자체세입 확충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방식으로 교부세 교부방식 개선, 재정위기단체 지정 등 그 해결책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성년이 된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돈과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 주어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제324회 임시회를 맞아 전북도가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은 518억 원 규모다. 그러나 자체수입은 15억 원 정도로 극히 일부이며 국고보조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전라북도 살림이라는 그릇의 가장 밑바닥에 깔아야 할 ‘큰 돌’은 먼저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금번 제2회 추경심사 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선심성, 행사성 등 낭비적 요인이 없는지, 추경사유와 시기의 타당성 여부, 사전 행정절차의 수행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도민의 입장에서 꼼꼼히 심사함으로써 건전 재정운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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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8 23:02

전북교육의 나아갈 길

최근 전북교육계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육 정책 추진, 현장 교육 실천 사례에 대한 미담보다는 각 종 비리 사건과 독선적 행정으로 인한 걱정과 탄식의 소리가 들리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인 학생을 기르는 다양한 교육 정책 추진, 지역과 학교가 협동하는 지역교육공동체 건설,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진로교육 활성화, 정부의 교육재정 파탄정책 및 교사 감축에 대한 대응 등 산적한 과제 앞에 작금의 모습은 실로 안타깝다. 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학교 현장에까지 확산되면, 교사의 사기가 저하되고 결국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그러기에 지역과 학교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학교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먼저 도내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요즘 교사들을 만나면 교육적 사명과 교사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일을 호소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교사들도 무너지는 자존감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 현장은 학생과 교사가 만나는 배움의 현장이다. 그러기에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들은 교사에게 교육적 권위와 권한을 부여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변화된 학생관과 학부모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교사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의 교직원 대다수는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와 동력을 이끌어내야 교육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기계적인 감사 위주 교육 행정에서 교육적으로 조정,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지역교육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학생들의 꿈과 자아 정체성을 찾아주는 진로교육을 위해 지역의 모든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진로교육은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기에 진로 교육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인성교육의 열쇠이다. 그러나 전북 교육계는 타시도와 비교해볼 때 진로교육 준비와 대응이 미흡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타시도의 경우, 진로학생교육원 설립, 지자체, 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학교 만들기 사업 등 진로교육을 매개로 한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고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성패는 지역사회의 지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교육청과 학교는 지역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로 교육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오늘도 지역의 아이들을 온전히 기르기 위해 도내 여러 지자체와 주민들 역시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성장하고 교사, 학부모, 주민이 행복한 지역교육공동체 건설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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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7 23:02

수요응답형교통, 꽃봉오리에 단비를

지역에 희망을, 주민에게 행복을!2015년 지역희망박람회가 9월 9일 개막했다. 현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정부가 추진해온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들이 각 지역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다.지자체, 정부기관 각각의 정책들이 서로 경쟁 구도를 가지고 전시되므로 내용 선택이나 연출기법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정책들을 멀티미디어, 전시물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막식에는 대통령께서 참석해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홍보관에 들러 대표적이거나 특징적인 정책들을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전북 홍보관에서는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버스DRT(수요응답형교통) 시범사업에 대해 대통령께서 관심을 보이셨다. 전라북도의 버스DRT 시범사업은 ‘전국 최초! 부르면 달려가는 맞춤형 대중교통복지,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벽오지 대중교통! 전북 콜버스’로 소개됐다.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고령화에 따른 이동권 보장, 벽지노선 버스 이용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라북도의 노력이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버스DRT는 버스 이용수요가 낮은 농어촌 지역에 기존의 대형버스를 소형승합차로 바꾸고 일정한 노선과 운행계획없이 예약제나 콜방식으로 운행하는 시스템으로 일명 ‘콜버스’라고도 한다. 정읍시 산내면의 경우, 버스DRT 시행전 기존버스 이용객이 1일 평균 6명이었던 노선이 시범운행 4개월차인 현재 1일 평균 38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통행량의 변화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그간의 불편을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100원 택시, 행복택시 등도 DRT이지만 대중교통과 직접 관련없는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또한, 버스 미운행마을에 대한 교통서비스 제공차원으로 버스와 택시에 대한 이중 재정지원의 문제와 신규사업으로 추가적인 재정지원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그러나 전라북도의 버스DRT사업은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시행하고, 기존의 버스운행체계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 버스를 소형승합차로 대체하여 도로폭 협소 등으로 버스가 미 운행된 마을까지 교통서비스가 가능하고, 기존의 버스 재정지원금으로 대체운영이 가능하여 효율성과 경제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최적의 사업대상지역 선정, 환승에 대한 거부감 해소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등 버스 재정지원의 부담을 갖고 있는 행정기관, 대중교통 소외지역이나 불편을 호소하던 지역주민들, 경영적자에 허덕이는 운수업체 등이 만족할 만한 좋은 정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DRT가 성공적인 정책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자체 관심, 관련업계와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라는 단비를 내려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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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6 23:02

대박 예감, 호기심 창작놀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과학자’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과학자’보다 ‘연예인’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과학 인재가 많은 나라가 강대국이 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은 자연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거의 매년 배출하고 있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도 사회 지도층의 대부분을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SW(소프트웨어), 모바일 기반의 첨단 IT시대가 올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시간에도 과학은 발전하고 진화해 신기술(NET), 신제품(NEP) 등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신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우리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봤던 사건이 현실에서 나타나기도 한다.전북도에서는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의 성장동력산업을 이끌 과학기술 분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립(4개), 정부출연기관(9개) 수가 대전을 제외한 16개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수준이고, 기업 연구소를 포함하면 1150여개에 달하는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또 지난 7월에는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대도시만의 전유물이었던 연구개발 특구를 광역자치도에서는 처음으로 유치해 연구단지의 상징인 대덕과 자웅을 겨루면서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기틀을 다지고 있다.미래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를 얼마나 잘 길러 내느냐에 달려 있다. 제2의 에디슨, 아인슈타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별난 호기심과 기발한 생각을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도에서는 매년 과학축전을 개최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기술계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함과 동시에 도민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과학기술진흥의 든든한 참여 및 후원자가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전북과학축전은 매년 규모 확대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선 발전해 지난해에는 3일간 15만 여명이 다녀갔다. 10주년인 올해 전북과학축전은 ‘호기심 창작놀이’를 주제로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도청사 일대와 삼천둔치에서 열린다. 이번 축전을 통해 도민들이 전북의 과학산업 기술 발전을 공감하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지난해 41개였던 테마를 59개 테마로 확대하고 과학의 최신 트랜드를 볼 수 있도록 3D 프린팅, 게임콘텐츠, 그린에너지 체험관 등을 구성했다. 또 드론페스티벌, LOL e-sports 게임 대회, 어울림놀이터 등을 통해 미래과학을 직접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관람객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도록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접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통해 각 구역마다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다가올 제10회 전라북도 과학축전! 과학, 사회, 문화, 교육, 오락 등이 어우러진 신명 나는 과학 놀이터로 온 가족이 함께 맘껏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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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23:02

한글과 한자의 어깨동무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쓰는 한자 병기(倂記)문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치열하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인간의 고유 발명품으로 꿈속에서조차도 사용된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은 언어로 사고하고 언어 없이는 사고가 불가능하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언어는 지극히 현실적 존재인 것이다. 우리 언어의 70% 또는 80%가 한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자를 모른다는 것은 곧 우리말도 제대로 모른다는 논리가 된다.그런데 한글 전용화가 시작된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마치 한자를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처럼 대하다 보니 웃지 못할 희극들이 연출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소아과 의사이냐 외과 의사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방화자(放火者)’와 ‘방화자(防火者)’를 구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현재’를 ‘현제’로 ‘상쇄’를 ‘상세’로 쓰는 경우도 많다는것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서울대 재학생의 60%가 전공과목의 전문용어들의 뜻을 제대로 모른다는 어떤 신문기사를 읽고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한자 기피현상이 한글만을 고집하는 모 일간 신문이 대학생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한글 전용화는 한글을 그만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한글 영역에 영어가 침투하여 정체 불명의 언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혼합음식’이 ‘퓨전음식’으로 ‘풍조’가 ‘트랜드’로 ‘개념’이 ‘컨셉’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작 ‘컨셉’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젊은이들의 대답이 명확지 못하고 어정쩡하다. 한자 병기 반대론의 첫 번째 주장은 한자를 굳이 사용치 않아도 앞뒤 문맥에 비추어보면 중간의 단어의 뜻은 자연히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언어 천재는 못되어도 언어 수재는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몇%나 되겠는가? 두 번째 반대이유는 한글 한자를 나란히 병기하면 읽기 어려운 ‘난독증(難讀症)’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시각적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자를 모르면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게 되어 다음 문장의 뜻도 모르수밖에는 없어 진짜 ‘난독증’이 있게 된다. 사실 ‘난독증’이라는 한글도 한자에서 취한 것이다. 반대 이유의 세 번째는 한자를 부활시키면 사교육이 범람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한자의 속성을 너무도 모르는 소치에서 비롯된다. 영어와 우리말은 문법과 발음체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보층적으로 학원강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자는 본인 스스로가 써보면서 익힐 수밖에는 없다.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한글 전용세대들 같이 보인다. 한자 병기가 결정되면 성인인 자기들도 초등학생처럼 한자 공부를 새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여 한자 병기를 반대한다고도 생각된다. 영어가 발달된 언어로 평가받는 이유는 영어 속에는 고대 하브리어 라틴어가 녹아있어 어휘가 풍부해진 것이다. 심지어 한자는 우리 동이족이 세운 고대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자 역시도 한글처럼 우리글인 것이다. 한글과 한자가 함께 어깨동무하면 세계 최고의 고급언어로 군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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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4 23:02

'1사 1교 금융교육' 희망찬 첫걸음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은 교수, 변호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부터 대학생, 주부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업이 다양하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금융상품(거래)를 선택하거나 금융사기를 당하여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일부 금융회사의 부실한 상품설명 탓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최근 복잡·다양한 금융상품의 출현 및 저금리,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무엇보다도 올바른 금융생활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국 24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금융관련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16곳에 불과하며, 초·중·고 12년의 교육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차지하는 시간은 채 10시간도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영국이 2014년 9월부터 11세∼16세의 학생에 대해 정규 교과과정에서 금융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금융선진국들은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금융교육이 성공하려면 4가지 요건(조기·실용·풀뿌리·지속교육)을 갖춘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저축과 건전한 소비습관, 합리적 의사결정 등을 어렸을 때부터(조기), 단순히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암기하고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을(실용), 도시나 농어촌 구별 없이 전국 모든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풀뿌리), 꾸준히(지속) 교육해야만 현명한 금융마인드와 올바른 금융생활습관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금융교육을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1사1교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도입·추진하고 있다. ‘1사1교 금융교육’이란 전국에 산재해 있는 2만 5000개가 넘는 금융회사 본·지점과 1만 1000여개에 이르는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결연을 맺고 금융 전문가가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금융사례, 기초적인 금융지식 등을 가르치고, 점포방문 등 실제로 금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두달간 금융감독원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및 금융회사의 신청을 받았다. 당초 500여개의 학교와 금융회사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재 9월 1일 기준으로 1545개 학교, 6194개 금융회사 점포가 참여를 신청해 애초 예상보다 무려 3배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학교의 호응과 기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98개의 학교가 신청하였으며, 9월 1일 기준으로 62개 학교가 인근 금융회사와 금융교육 협약을 맺거나 맺을 예정으로 전북지역의 ‘1사1교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금융감독원은 ‘1사1교 금융교육’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모든 학교가 참여하고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많은 학교와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청소년들이 똑똑한 금융소비자로 자라나 행복한 금융생활을 누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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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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