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바다는 안전하십니까?
지난 1980년 미국 대선은 민주당 지미 카터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의 격돌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4년간 집권한 지미 카터의 재임기간 실정(失政)에 대해 단 한 번도 비방이나 부정적 선전으로 선거전을 치르지 않았다.하지만 단 한 문장으로 지미 카터를 누르고 미국 40대 대통령으로 당선하게 된다. 그 문장은 바로 “유권자 여러분, 지난 4년전에 비해 잘 살고 계십니까?”이었다.경기하락으로 인한 실업자 폭증, 가계부채 증가, 생산경기 감소가 이어지고 있었던 당시의 미국의 상황에서 이 한 문장은 경제 부흥을 위한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에 답하는 메시지였다.지난 2002년 국내 대선에서도 권영길 전(前)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 TV 토론회에 출연해 유권자들에게 던진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한마디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가 전달되면 오히려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오판을 하게 된다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 ‘ 혹은 ’전문가의 저주(curse of experts) ‘라는 말이 있다. 지식이나 정보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이러한 지식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하기 때문이다.“모터 보트를 타려고 하는데 자격증이 필요한가요?”사석에서 흔히 묻는 질문이다. “네 필요합니다”라고 간단명료한 답변과 동력수상레저기구의 정의에서 시작해 시험 절차와 방법, 마력수에 따라 필요여부가 나뉘고 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 원거리 수상레저활동 신고까지 알고 있는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면 이 답변 속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보의 홍수 속에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해양안전을 위해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무수히 많은 자료를 쏟아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식의 저주나 전문가의 저주’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바다 날씨를 확인해야 하고, 운항 거리에 따른 연료 확인, 주요 장비에 대한 사전 점검, 조수간만의 물 때 확인, 간출암 등 암초 확인, 통신장비 청취, 음주운항 금지, 구명조끼 착용 등 너무 많은 안전메시지가 있다.하지만 이러한 많은 메시지를 따르고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오히려 다 포기해버리는 건 아닌지, 정보 홍수에서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잊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지식과 정보는 광대역통신망을 타고 언제든 내 손에 쥐어져 있지만, 오히려 쉬운 접근성과 방대한 물량공세 때문에 제일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의 바다는 안전하십니까?’ 이 한 문장인데도 말이다.이제 잠시 지켜야 할 수칙과 규정, 법령을 내려놓고 ‘지금 당신의 바다는 안전한 지’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는다면 어떨까.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항하는 선장님! 지금 당신의 바다는 안전하십니까? 낚시어선, 유람선, 여객선 선장님! 지금 당신의 바다는 안전하십니까?우리 모두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때, 이 습관이 긍정적 답변으로 이어질 때야말로 모두가 꿈꾸는 안전한 바다이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내일의 희망을 품은 바다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