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명(敬天命) 순천리(順天理)의 삶
2016 병신년도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이 엊그제인가 싶더니,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모든 국민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으로 들떠 있어야 할 요즘, 국민 모두는 어느 해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청와대를 바라보고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국가의 기강을 뿌리째 흔드는 대통령 비선실세(秘線實勢)의 권력남용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계기가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자위해 본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 집회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십 만, 수백 만 민중이 비폭력으로 부정부패 정치에 맞서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온 세계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 상황을 보며 ‘경천명(敬天命), 순천리(順天理)’란 말을 떠올려 본다. 공자(孔子)같은 성현도 50에 이르러서야 천명을 알았다 했다. 그만큼 천명을 알고, 천명을 공경하며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천명(天命)’이란 하늘의 이치(프로그램)에 의해 돌아가는 자연현상과 자연의 이치에 맞게 태어나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말함이리라. 또 ‘경천명(敬天命)’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알고 모든 사물을 바르게 알며 무엇보다 자기의 타고난 마음과 성품, 소질 등을 알아 하늘의 법도에 맞게 살아가면서 하늘의 이치(명령)을 공경할 줄 안다는 말이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 녹(祿·먹고 살 것)없이는 아니 내며, 각자에게 직책을 맡기신다.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 회사원, 상인, 공업, 농업 등의 직업을 주어 각자의 일을 통해 밥 한 그릇을 먹게 하고,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또 일을 해 나가며 사회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간다. 각자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맡은 일은 하늘이 준 직업으로 ‘천명(天命)’이다. 그런데 국가와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하늘이 준 직분을 다 하지 않고 그 권력을 남용하여 부를 취하거나 부정부패를 일삼고, 나아가 측근들이 활개를 치고 더불어 권력을 남용한다면 일반 서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연 질서가 무너지고, 국민의 삶 또한 궁핍함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조선조도 근세도 아니고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가 주어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시대이다. 위정자들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기에 그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재벌가들의 재물 또한 국민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천리이다. 그런데도 모든 권력과 재물이 자기 소유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는 위정자와 재벌들이 있다. 이번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그 일례이며, 빙산(氷山)의 일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무에 충실치 못한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권력을 빌어 국정을 어지럽힌 최순실이나 모두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게 자기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고 자연의 이치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나라는 흥성해지고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대가 이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