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문화적 감성·전통의 아름다움 '오롯이'- 한복의 미학
필자의 40여년을 돌이켜 한복을 입은 기억을 되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아, 맞아~~!! 머리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강하게 떠오르는 건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진행한 나름대로의 클래식한 결혼식을 마치고 시댁어른들께 인사를 하는 공식적이면서도 전통적인 형식의 폐백에 입었던 빨간치마에 녹색저고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1970년초 어렸을 적 백일사진 속 한복. 1970년대 흑백사진이어서 컬러가 어떠했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추억 속 사진 정도이다. 어렸을 적 일상의 대부분을 한복을 입고 지내셨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옥색빛바랜 하얀색. 그리 화려하지도, 멋스럽지도 않지만 단정하고 정갈했던 할머니, 햇빛 좋은 날이면 마루에 앉아 동정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다리고 바느질하시던 아담한 실루엣, 자박자박 걸을 때마다 나는 한복의 부스럭 부스럭소리.내 기억 속 한복은 할머니와 함께 빨강, 연두, 자주 등의 화려한 색채가 아닌 베이지, 하늘빛과도 같은 파스텔컬러의 은은함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문화의 원류로의 상징성과 함께 화려함과 단아함을 동시에 지닌 한복! 추석을 앞두고 한국적 미학과 한국 고유의 정서를 한복을 통해 느끼고 한복의 현대적 계승과 대중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복, 색으로 말하다. 우리가 예복에 입는 한복의 색을 보면 혼례복으로는 빨강치마에 연두저고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표색이 되었고 옥색한복에 자주빛 고름이 우아하고 점잖은 한복의 색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상을 당했을 때 흰색 한복을 입고 우리가 매체를 통해 보는 조선시대의 임금들은 항상 홍색의 옷을 입고 있고 대신들은 청색의 관복을 입고있다. 그러면 한복의 색이 지니는 상징성은 무엇일까?흔히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 한다. 조선시대부터 흰색옷을 즐겨입었다. 그 이유는 흰색을 화려하게 색깔 옷감으로 만들 염료를 구하기 어려웠으며 국상을 비롯한 상이 잦다보니 상복을 입어야 할 일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흰색 옷을 늘 입고 있어서 흰색이 갖는 상징성이 우리 민족과 가깝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규제가 가장 많은 색은 황색이었다. 오방색에서 중앙에 해당하는 황색이 중국 황제의 의복색으로 정해진 뒤 일반인의 황색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홍색도 황색과 같은 이유로 금지되었는데 홍색이 왕실의 색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동쪽에 있으므로 동방의 색인 청색을 숭상하도록 해 관인은 청색을 입도록 했다. 계절에 따라 염색을 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서민들에게까지 시행은 불가하였고 관인의 옷은 청색, 서민의 옷은 흰색으로 정해졌고, 그 결과 백의민족의 전통이 지속되고 있다. # 한복, 현대를 입다. 한복은 단순히 한국전통의 의상, 복식의 의미를 넘어 한국인의 문화적 정서와 감성, 풍토에 적응하면서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한국 문화의 미학적 산물이다. 한복의 완만한 곡선이 주는 여운과 우아한 한복 선의 조형미, 화려하면서도 조용하고, 잔잔하면서도 눈부신 한복의 색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복은 저고리의 도련선, 치마 밑단의 넓고 완만한 선이 주는 우아함, 저고리의 섶과 깃의 균형 등 전체를 이루는 부분 요소요소 어디하나 지나치지 않은 셈세함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이러한 우수하고 감각적인 전통문화를 브랜드화, 세계화하여 생활 안에 정적으로 남아있는 문화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일상의 문화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복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연구,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뒷받침하는 국가적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2005년 이래 문화체육관광부를 주축으로 전통문화 콘텐츠의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하여 고용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이미지를 고양하려는 목적 한글, 한식, 한옥, 한복, 한지, 한국음악의 6대 부문을 선정하였고 한스타일 정부 정책화 사업을 통해 전통문화의 상품화를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은 물론 우리 문화의 원천인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대중문화로의 지속적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전주시도 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여 한스타일 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문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연구 개발부문 특화사업, 문화 체험부문 특화사업, 산업진흥 부문 특화사업, 인력양성 부문 특화사업을 주골자로 한스타일사업 특구를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각 부문별 특화사업의 대부분은 한지의 연구개발을 통한 한지사업의 육성, 한지품질 개선 및 지원, 수요처 발굴, 한옥 데이터베이스 구축, 한옥마을 환경개선, 종합적인 전통문화 체험 및 교육을 통한 대내외적인 전통문화 교류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전주시는 한스타일 6대 부문 중 한지, 한옥, 전주비빔밥을 기본으로 하는 한식 산업을 집중 육성, 지원하고 있는데 한스타일 관련 여러부문에 걸쳐 문화적 자산을 골고루 갖춘 전주시가 부문별 소재를 개별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종합적 연구개발 및 산업 시설의 집적화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전 부문을 포괄하는 하나의 주도적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전주시의 입장도 알겠지만 우수한 한복 문화의 지역적 유산과 콘텐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범위 안에 있지 못해 발전하지 못하고 사장되어가는 한복산업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역에서 30년간 궁중한복과 출토복식을 연구하고 제작, 발표를 통해 한복의 전승, 계승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는 박순자씨(한복의 미 대표)는 의례용 한복으로 대표성을 띄는 궁중한복의 아름다움과 그 의복 안에 드러나지 않은 가치와 생활복으로서의 한복의 대중화를 알리고 개발하는 사업이 지자체의 정책과 지원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대학에서 서구의복은 물론 한국전통 복식을 체계적으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대학의 인력들의 현장 전문인력으로 연계될 수 있는 학교 및 사회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 콘텐츠를 모티브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이상봉과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가 전주에서 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복은 단순히 과거의 산물이 아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감성과 미학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그 소중함과 가치를 계승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일상화해야하는, 그러한 가치를 지닌 문화적 자산이다. 이러한 한국적 조형미를 부각시키는 디자인적 접근과 해석을 통해 기능미가 조화된 한국적인 새로운 전주만의 한복 브랜드 개발 이끌어 내야하는 지혜와 노력이 지자체, 지역전문가, 장인, 유관대학 등의 협력과 소통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