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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 윤일호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구도 손대지 않은 보물 상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근처 보육원 아동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그래서 보육원 아동이 한 반에 한두 명씩 있는데 5학년 때 우리 반도 그랬다. 우리 반의 그 애는 난폭하기로 소문난 남자아이였다. 그 애는 화가 나면 주먹으로 책상을 치거나 자기 비위를 거스르는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다. 그 애 때문에 교실은 항상 공포 분위기였다. 하루는 반장이 그 애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날부터 정말이지 나지 않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를 아이들은 ‘고아 냄새’라고 명명했다. 누군가 “야! 어디서 고아 냄새 안 나냐?”하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그 아이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자기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냐며 바락바락 소리치던 아이도 시간이 가면서 ‘냄새’라는 단어만 들려도 잔뜩 움츠 러들었다. ‘고아 냄새’라는 낙인은 졸업할 때까지 그 아이를 졸졸 따라다녔다. 윤일호 작가의 <가만두지 않을 거야! 왜 부들이는 자꾸만 화가 날까?/내일을 여는 책>를 읽는 내내 그 아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주인공 부들이와 그 아이가 닮은 점이 많아서였을까? 주인공 부들이는 분노가 치밀면 나이, 성별 불문하고 무기를 들고 위협하거나 거친 말을 가감 없이 내뱉는다. 부들이가 삼각자를 들고 6학년 형을 쫓아가며 “죽여 버리고 말 거야.”하고 외치는 첫 장면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런 부들이에게 지금껏 만난 어른과는 다른 어른이 나타난다. 바로 4학년 담임 킹콩 선생님이다. 킹콩 선생님은 교실 바닥에 누런 가래침을 뱉고, 수업 시간에 대놓고 잠을 자고, 지각을 해도 당당한 부들이를 야단치지 않았다. 부들이는 그런 킹콩 선생님이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자신의 행동에 제재를 가하지 않은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킹콩 선생님도 부들이의 돌발 행동이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부들이를 야단치거나 벌을 줄 수는 없었다. 부들이 문제가 부들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혼을 내는 대신 부들이 가슴에 쌓인 분노를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자기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슴 속 아픔을 글로 표현하도록 도왔고, 부들이만 집으로 초대해 선생님이 특별하게 아끼는 제자라고 생각하게 했다. 마침내 구제 불능, 문제아 부들이가 변했다. 동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변화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잘못을 잘못으로 대하기보다 서툰 자기표현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면 말이다. “눈높이를 맞추고 귀 기울이다 보면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인정해 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조금씩 가능성과 잠재력을 알게 되겠지요.”라는 윤일호 작가의 말을 끝으로 이 책을 권한다. 더불어 아이들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보물 상자라는 걸 기억하자. 열리지 않은 보물 상자 안은 반짝반짝한 미래로 가득할 테니. /김근혜 동화작가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선물> 로 등단했다. 발간한 책으로는 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사건> 등이 있다. 현재 전주 최명희문학관 상주 작가로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2.23 17:06

'재경 전북인의 중심' 신지식장학회, 새만금의 발전 염원하는 '새만금 등대' 발간

재경 전북인을 중심으로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 성공과 더불어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원하는 <새만금 등대>(뱅기노자)가 발간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 출향 전북 인사들이 뜻을 모아 출범된 전북 사람들(구 신지식사회네트워크)의 신지식장학회를 중심으로 발간된 책이라 더 화제다. 편저는 백승기 이사가 맡았다. 현재 <새만금 등대>는 전라북도 및 정부 기관, 새만금 개발청 등 기관 외에도 서울 장학숙, 풍남 장학숙, 김제 장학숙 등 대학생과 각 분야 전문가, 도민, 출향 인사 등에 고향 새만금에 대한 꿈과 비전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신지식장학회는 서울 장학숙과 풍남 장학숙, 김제 장학숙 재사생을 대상으로 원고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에 서울시립대 윤이빈 학생 등 16명이 최종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글은 문화예술전문가 등 각계에서 보내온 공모 원고과 <새만금 등대>에 실렸다. "부디 내 고향에서 수많은 별, 수많은 기억, 수많은 사람을 품고 돌아가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세요. 내 고향 새만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꿈이, 동기가 되기를 바라며."(최종 장학생 윤이빈 학생의 글 일부) 새만금은 20년의 물막이 공사, 성토 작업, 기업 유치, 중장기 계획의 확립으로 2050년이 돼서야 완성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새만금 등대>를 구성했다. 1장 '새만금방주 연화등대', 2장 '새만금 가로등', 3장 '오만잼버리의 날개짓 가르빙가', 4장은 대학생 46인의 글이 담긴 '새 역사 가로등' 등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신지식장학회는 창간호를 통해 새만금의 꿈과 비전이 담긴 <새만금 등대>가 나비효과를 일으켰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전 국민의 쉼터, 미래 먹거리는 물론 전북인의 혼이 깃든 곳으로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신지식장학회의 김남순 상임이사는 발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전북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지식장학생들은 창의적 사고로 무장해서 열심히 정진하고, 국가와 가정에 충과 효, 또 도덕이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새만금 새 역사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새만금 등대> 창간을 이끌고 편저를 맡은 백승기 이사는 "2023년 새만금 잼버리에는 전 세계 학생이 방문한다. 우리 신지식장학회는 저개발 국가 학생들을 위해 글로벌 장학금을 준비해 잼버리 조직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책 판매 수익금을 잼버리에 참가하는 저개발 국가 청소년을 위한 글로벌 장학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신지식장학회는 매년 재경 전북인을 중심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설립 이후 매년 전북 출신 고교•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 결과 20년 동안 400여 명에게 총 3억 7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23 17:06

'수소경제' 2050 탄소배출제로, 수소가 답이다

수소경제 시대 최고의 길잡이가 될 <수소경제: 2050 탄소배출제로, 수소가 답이다>(맥스미디어, 이하 수소경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최근 대선 후보 TV 토론회 이후 ‘RE 100’, ‘Fit for 55’, ‘수소경제’ 등 수소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RE 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이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국제 캠페인이다. 또 ‘Fit for 55’는 2030년 유럽연합(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의미다. 수소가 우리 경제의 명운을 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왜 수소가 그리 중요한가?’라는 문제는 탄소제로시대와 직결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만 하고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이에 대한민국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인류 문명 시스템이 대부분 화석연료를 기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 시대로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어나가고 있다. 국내외 3인의 석학이 머리를 맞대고 <수소경제>를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소경제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담았다. 이 책을 펴낸 이민환, 윤용진, 이원영은 수소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이유와 관련 주요 산업 등에 대해 상세하고 쉽게 기술하는 데 집중했다. 이들은 2050년 탄소중립 문제는 도전적인 과제로 꼽히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대한민국의 의지와 저력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실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 수소개발경제에 불붙은 지도 오래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실현의 모습은 공상과학소설, 상상화 그리기에나 등장하던 것이었다. 현실이 됐다. 최근 들어 ‘탄소경제’의 이상적인 대응으로 ‘수소경제’가 급부상하면서부터다. 이민환, 윤영진, 이원영은 책 한 권에 세계 각국의 정책 방향,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까지도 담았다. 앞으로 수소경제의 규모는 어디까지 확장되고, 또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이에 따른 문제점이 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추천사를 전한 이광형 총장(KAIST)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수소의 기술뿐만 아니라 국내외 에너지 생태계의 현황 및 변화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돼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수소경제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23 17:06

삶, 시의 통점을 깨고 나오는 고통의 신호...김현주 '아름다운 통점'

김현주 작가가 첫 번째 시집 <아름다운 통점>(이미지북)을 펴냈다. 이 시집은 1부 ‘봄, 벚나무 그늘 아래’, 2부 ‘달은 언제나 떠 있었다’, 3부 ‘그리움에도 속도가 있다’, 4부 ‘봄날은 간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64편의 시가 담겨 있다. “가로등이 찬찬히 눈을 뜨고 볕들이 얼굴을 내밀 때/이를 테면 네 눈동자 같은 저 빛나는 것들에/어찌 또 눈물 흐르지 않겠느냐/아름다운 것은 늘 가슴을 저리게 한다”(‘울다, 해질 무렵에’ 일부) 김현주 작가는 ‘공감’에 집중했다. 시를 쓰는 것은 시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것이고, 타인의 삶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이에 김현주 작가는 첫 시집임에도 짧고 간결하지만 깊이와 울림을 지닌 작품들로만 수록했다. 특히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를 고구마 먹고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듯 작품으로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시를 신중하게 써 내려갔지만, 어떤 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어떤 시는 또 반성하게 만든다. 삶의 통점, 시의 통점을 깨고 나오는 고통의 신호로 독자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는 자신 뼛속 깊이 갇혀 있던 고통의 빗장을 풀고 자아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했다. 마음속에 있는 단단한 경계를 허물고 나와 세상에 스며들고자 노력했다. 김현주 작가는 “툇마루에 앉아 가을 햇살을 받으며 시를 읽을 때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고 가슴이 따끔거리기도 했다. 어리고 가난했으나 마음은 가득찬, 만추였다. 제 시는 비록 가난하겠으나 그 마루에서처럼 마음만은 만추, 가득찬 가을이고 싶다. 부디 당신에게도 만추이길 감히 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전북 부안 출생으로, 서울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다. 현재는 전주에서 살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지구문학’으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23 17:04

김익두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작은 모래내 일기' 출간

김익두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작은 모래내 일기: 하느님이 오시는 나날>(문예원)을 펴냈다. 김 시인은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나고 자라며 체험했던 섬세한 친자연적 정서를 토대로, 이후 사춘기를 보낸 정읍의 붉은 황토 땅에서의 역사적 체험, 평생을 몸담아 연구해 온 한국 전통문화예술(판소리, 민요, 농악, 무당굿, 탈놀음 등) 전통 공연예술 속에 녹아든 토속적 활기가 충만한 작품을 담았다. 이 시집에는 총 110여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1부 ‘그리운 가일리 소식’, 2부 ‘아미원 일기초’, 3부 ‘하느님 오시는 나날’, 4부 ‘떠도는 날들’, 5부 ‘영남 풍류초’, 6부 ‘곶자왈 소식’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1, 2부에서는 아름다운 친자연적인 추억의 세계를 다뤘다. 3부에서는 시집의 중심이자 가장 많은 시가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으며,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찾아낸 ‘신시적 아우라’ 반영의 시를, 4, 5부에서는 나들이‧여행에서 얻은 시를 수록했다. 6부에서는 다시 한 번 친자연적인 정서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이 시집이 지향하고 있는 시적 비전을 행복하게 노래한다. 시집의 전체적인 구성은 사계절 변화 리듬에 따라 배치했다. 아주 짧은 단시부터 시조, 산문시 등 시의 형식과 양식도 다양하다. 이번 시집에서 김익두 시인은 어릴 때 처음 정읍에서 전주로 나와 검정고시를 보고, 전주고를 다니며 머물러 살았던 모래내시장 근처로 다시 돌아와 몇 해 동안 머물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번 시집은 그가 어릴 때부터 체험해 온 때 묻지 않은 섬세한 친자연적 정서와 그가 새로 추구하고 있는 ‘반신제국주의적 지향석’, ‘한국 신화의 천지인’ 등 합일적인 비전을 담아 독특한 시적 세계를 구축해 내고 있다. 김익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모래내시장에서 마지막 신시의 아우라, 이상적인 미래 시장의 모습을 담은 곳이라고 보고 이곳에 내리는 ‘따스한 햇볕’을 하느님의 마지막 은총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하느님과 함께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류의 공동체적 나눔의 희망을 봤다. 김 시인이 말하는 ‘하느님’은 기독교적 하느님과 같은 방향을 걷는 ‘하나님’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무의식적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어려울 때마다 호명하며 살아온 한민족의 ‘하느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익두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이 세상 마지막 더는 갈 곳이 없는 남은 사람들끼리, 우리나라 고랫적 하나님도 가끔씩은 세상 나들이를 내려오시곤 하는 이곳에서 그저 이렇게라도 살고자 한다. 이제, 세상은 내게 서서히, 예전과는 다르게,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전북 정읍에서 자랐다. 이후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대 인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전주 신흥고 교사, 전북대 국문과 교수 등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23 17:04

아이의 눈으로 만나는 우리의 세상...'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 출간

“개구쟁이 기영이가/예지 의자에 물을 뿌려 놓았다./청소 시간에 몰래/나는 기영이 의자에 풀을 칠해 놓았다./청소가 끝나니 선생님은/자리를 바꾸란다./아차, 오늘은 자리 바꾸는 날/그 자리에 예지가 앉았다.”(‘재수 없는 날’ 전문) 담백하고 수수한 문체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복효근 시인이 동시집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을 펴냈다. 시인의 첫 동시집이자 미디어샘 출판사 동시집 시리즈의 첫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49편의 동시는 어린 화자의 천진난만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친구, 일상,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복효근 시인만의 재치있으면서도 번뜩이는 시어나 작품세계가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재미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거워지기도 한다. 앞 부분에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이 독자들까지 재미있게 하지만, 뒤로 갈수록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이 슬퍼지게 만들기도 한다. “할머니도 내 동생처럼/나를 보면 웃는다.//할머니도 내 동생처럼/가끔 우신다.//할머니도 내 동생처럼/엄마를 엄마라고 부른다.//우리가 치매 요양병원에서 떠날 때면/동생처럼 빠이빠이를 한다.”(‘할머니’ 일부) 이밖에도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담았다. 동심과 만난 복효근 시인의 자연 이야기가 복효근 시인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복효근 시인은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로 사랑 받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화자의 마음이 되어 차나무의 차꽃을 보며 비행기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구름을 쓸어내는 빗자루에 묘사하기도 했다. 아이다운 생동감 넘치는 시선과 마음을 잃지 않고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노래했다. 복효근 시인의 첫 동시집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어른도 어린이로 지냈던 시절이 있고,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봐서다. 아이의 눈으로 만나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와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속내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복 시인은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난 1991년 ‘시와시학’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등이 있다. 그는 편운문학상 신인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23 17:04

“순결한 모국어로 수놓아진 선인들의 지혜를 만나보세요!”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3월 1일부터 5일까지 ‘소살소살 혼불 톺아보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소살소살 혼불 톺아보기’는 열 권 분량의 소설 <혼불>의 완독을 돕기 위해 매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권의 특징을 주제로 강연을 듣고,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낭독하며 각자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다. 올해는 내달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강연과 함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이자, 작가가 자고 나란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돌아보는 문학기행, ‘생각 수첩’ 만들기, 1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가투놀이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또 천연 염색 장인을 초청해 혼불 4권에 등장하는 전통 염료 제조법과 염색 과정에 대해 배우고, 직접 쪽물을 들이는 시간도 준비했다. 3월 16일에는 <혼불> 길잡이, 생각 수첩 만들기 프로그램을, 23일에는 제1권 가정의 불꽃을, 30일에는 특강 색깔의 강물에 먹 감고 놀기, 천연 염색 체험을 진행한다. 4월 6일에는 제2권 마음의 불꽃, 13일에는 제3권 죽음의 불꽃, 20일에는 제4권 관계의 불꽃, 27일에는 제5권 풍속의 불꽃 관련 강연을 펼친다. 5월 4일에는 제6권 소망의 불꽃, 11일에는 음식의 불꽃, 18일에는 역사의 불꽃, 25일에는 신념의 불꽃을 강의한다. 6월 8일에는 문학기행으로 한들한들 혼불 나들이를, 15일에는 <혼불>의 마지막으로 상상의 불꽃 강연과 문학 체험으로 1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가투 놀이 등으로 참가자들과 마주한다.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이 프로그램으로 <혼불> 완독에 성공한 사람만 400여 명이다. 강사인 이진숙 수필가는 “<혼불>을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책에 묘사된 조상들의 삶 속에서 놀라운 지혜가 얻어진다”며 “소설을 함께 읽으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따뜻한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17 18:12

김학 수필가 1주기 추모 문집 '김학수필문학론'

'수필문단의 거목' 김학 수필가가 세상을 떠난지 1주년이 됐다. 김학 수필가 1주기를 맞아 장세진 평론가가 추모 문집을 펴냈다. 다수의 문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김학 수필가의 생전 작품부터 화보 등을 볼 수 있다. 장세진 평론가가 김학 수필가 1주기 추모 문집 <김학수필문학론>(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장세진 평론가는 지난해 10월에 펴낸 문학 평론집인 <서사성과 형식미> 이후 석 달만에 돌아왔다. 책은 1부 '수필 11선', 2부 '수필인생과 발문', 3부 '추모 전후', 4부 '김학 작품론', 5부 '인터뷰'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책 앞 부분에는 김학 수필가의 연보, 저서, 사진으로 보는 생전 김학 수필가의 활동 모습 등을 담았다. 연보는 기본적 이력과 함께 출간, 수상 위주 등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14권(방송수필집 2권 포함), 수필선집 3권, 수필평론집 2권 등 총 19권이다. 이중 1970년대에 나온 두 권의 방송 수필집 <밤의 여로 1, 2>를 빼고 17권의 앞 표지 사진을 모두 담았다. 제1부는 고인이 생전에 쓴 수필들이다. 김학 수필가가 세상에 남긴 방대한 양의 수필에 비하면 몇 안 되는 편수이지만, 등단 후 처음 펴낸 수필집부터 작고 전 쓴 작품까지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제2부는 수필과 함께 산 인생 이야기 등이다. 3부는 생전 김학 수필가에 대한 글 등을 실었으며, 주로 추모글로 구성했다. 제4부는 김학 작품에 관한 평론 모음으로, 두 편을 빼고는 김학 수필가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이다. 제5부는 문학 잡지와 방송 등 인터뷰 및 출연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전북은 물론 서울, 인천, 충남, 경남, 광주 등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보는 김학 수필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김학 수필가 1주기 추모 문집을 펴낸 것은 38년 알고 지낸 지인이기도 하며, 김학 수필가가 지난 1995년 라대곤 소설가 진갑기념문집을 엮어 펴냈을 때 부러워했던 모습이 떠올라서다. 당시 라대곤 소설가 1주기 추모 문집 '라대곤 문학론'을 펴냈을 때 김학 수필가는 감탄했다. 이에 장세진 평론가는 추모 문집을 펴내야겠다고 다짐했고, 실행에 옮겼다. 장세진 평론가는 김학 수필가를 '수필문단의 거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김학 수필가는 한 마디로 수필문단의 거목이다. 부정적 시선이 더러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고향 삼계면에는 '김학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 추모 문집을 계기로 '김학수필문학상' 제정 등 그의 생전 수필가로서의 업적이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장세진 평론가는 지난 2016년 2월 말 한별고 교사로 퇴직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교원문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전북예술상, 신곡문학상, 한국미래문화상대상, 전북문학상, 교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16 17:25

아내에게 바치는 전원길 작가의 ‘아내의 칭찬’

전원길 작가 곁에는 늘 작가를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던 아내가 있었다. 13년 전에 수술한 적이 있는 담도에 조그만 종양이 발견되고, 항암치료도 받았다. 전원길 작가의 곁에 있던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 전원길 작가가 아내에게 바치는 첫 번째 책 <아내의 칭찬>(도서출판 북매니저)을 펴냈다. 전 작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영적으로는 편안했지만 육적으로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앙으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믿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는 정처 없이 걸으면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도 없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은 달래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토해 내듯 기행 수필을 써 내려갔다. 그의 마음을 달랜 건 ‘글’이었다. 전 작가가 첫 번째 책을 펴내게 된 것도 ‘글’ 때문이다. 전 작가는 자신과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1부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2부 ‘아내의 칭찬’, 3부 ‘아름다운 노후의 시간’, 4부 ‘행복은 봉사를 통해서 우연히 찾아오나 보다’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그간에 쓴 수필부터 전북도민일보 도민기자활동을 하면서 쓴 글을 정리하기도 했고, 해외 봉사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을 모두 담았다. 전 작가는 “아내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쓴 첫 번째 책을 아내에게 바치고 싶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적극 지지해 준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가족이라는 끈을 잡고 엄마의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꿋꿋하게 살자”고 말했다. 군산 출신인 전원길 작가는 군산교대, 전북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군산서수초, 전주은화학교 교장, 충남 중부대 전임교수 등을 맡기도 했다. 전라북도 교육감 표창, 도지사 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16 17:05

본보 신춘문예 출신 박얼서 작가 일곱 번째 시집 출간

본보 신춘문예 출신인 박얼서 작가가 일곱 번째 시집 <숲길을 거닐며>(한국문학방송.COM)를 펴냈다. 이 시집은 1부 '시작을 묻기에', 2부 '숲길을 거닐며', 3부 '오늘을 긍정하라', 4부 '언제나 봄날', 5부 '명상'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71편의 시가 담겨 있다. "시업이라는 노동/이것 말이지/고난이도의 까다로운 직종이지만/돈벌이는 꽝이란다//(중략) 어제가 오늘이고/내일도 결국은 오늘이란 걸/설득해야 하는//어느 것 하나 가소로울 수 없는 이 길/시마의 길//고민과 갈등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나는 왜 하필이면/시인의 나라에 정착한 걸까"('어쩌다 나는 시인이 됐을까' 일부) 박얼서 작가는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써 내려갔다. 별빛 여행부터 AI(인공지능), 시인이 된 이유, 인생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로 독자와 마주했다. 71편의 작품 속 '어쩌다 나는 시인이 됐을까'를 통해 박얼서 작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한 편의 시지만, '시인'이라는 직업의 고통도 알 수 있다. 박 작가만의 솔직담백한 작품은 독자들까지도 어릴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소년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지금 박얼서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박제된 시간 속에서도 시작의 끈을 놓질 않았다. 일곱 번째 시집이다. 졸시 71편을 엮었다. 역사는 온갖 고난과 질곡을 겪으면서도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오늘 이 작은 한 권이 등댓불 같은 선한 불빛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박얼서 작가는 본보 신춘문예 당선됐으며, 한국문인협회 전자문학위원으로 활동했다. 에세이집으로는 <새벽을 쓰고, 아침을 전하다>, 시집으로는 <인생극장 길 따라 생각 따라>, <아들아, 젊음이 아프거든 참지 말고 아파해라> 등 다수가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16 17:04

송희 작가의 속삭임 '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

"달이 맘대로 드나들지 못해서 난 늘 왼쪽이 아파요. 가끔 막힌 달빛을 뚫어 보려 하죠. 해가 제 가슴을 두드려요. 오른쪽 콧구멍에 사는 당신의 팔뚝을 휘감고 간신히 일어나기도 해요. 곁이라는 공간, 이럴 듯 저럴 듯 시간을 말며 굴러가죠."('왼쪽 콧구멍에 사는 달' 일부) 세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보는 송희 작가가 시집 <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천년의 시작)를 펴냈다. 작가만의 개성적인 사유와 감각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재미있다.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재현하는 서정적 창이 있기 때문이다. 송 작가는 그 창을 통해 생의 가장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내면 가득히 담긴 울음 소리를 듣기도 하고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해 주변의 타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평소 우리가 보고 느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해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성하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단문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안도현 시인은 송희 작가의 작품에 대해 "사물이 숨긴 비의를 추궁하는 쫀쫀한 감각이 가히 하나의 절경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투루 말을 사용하지 않는 단문의 매력과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건너갈 때의 긴장된 보폭, '왼쪽 콧구멍에 사는 달', '해당화', '민들레'와 같은 시에서 보이는 세상에 대한 낙관주의가 눈부시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송희 작가의 시를 통해 그동안 봤던 서정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송희 작가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투명하고 새로운 이미지롤 표현해 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왼손과 오른손/동서남북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져/온전한 비빔밥이 된다/잘 섞는다는 것은/내 빛깔을 걸러서/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 주는 것/서로 부대끼는 동안 두루두루/매끄러운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이다"('전주비빔밥'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송희 시인은 미각과 후각이라는 감각적 구체성으로 지난날들의 추억을 활력 있게 노래한다. 그 감각의 희열 안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이 그때처럼 재현되어 도열해 온다"고 전했다. 송희 작가는 지난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탱자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 가족 치유 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 등이 있다.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미국 Avatar 자아개발프로그램 안내자, 인도 O&O 아카데미 명상 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16 17: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황선미 '트럭 속 파란눈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중략) 찾는다!” 어릴 적 숨바꼭질할 때 이 소리는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쫓기는듯한데 왜 그리 웃음을 구르게 만들던지…. 요새를 찾아 나는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돌 틈에 발을 딛고, 간신히 꼭대기에 한 손을 얹었을 때였다. 물컹한 무언가가 손아래 잡혔다. 같이 달아나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쥐, 쥐! 이따만 해.” 나는 며칠 동안 셀 수 없이 손을 씻고 또 씻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내 기억이 편집되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새까맣고 고양이만 했던 쥐를 잊을 수가 없다. 『트럭 속 파란눈이』의 은호가 외치는 소리에 불현듯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거 씻어야 돼. 열 번 스무 번, 더, 더 많이!” 은호네 집에 남은 쌀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하필이면 씻어 놓은 곳에 쥐가 빠지다니…. 하는 수 없이 쥐를 건져버린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다시 쌀을 씻어야 한다고 크게 소리친 것이다. 그 밥을 토하지 않으려 욱여넣었다. 은호에게 가난은 징그러운 것보다 더 힘이 셌다. 동화의 시작은 소소한 이유로 옥신각신하는 것 같아 재밌고, 흥미로웠다. 송곳니를 뺀 손자의 입안을 찍으려고 아침부터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살점이 뜯기는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크게 입 벌리라고 말했다. 손자의 입안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와 렌즈에 비친 손자의 이까지. 한 앵글에 세 개의 입이 보이는 그림에서 할아버지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손자의 성장 모습을 남기려는 극성스러운 할아버지로만 보였다. 창고 속 컨테이너, 멈춰선 낡은 트럭, 득실대는 쥐들, 얼마 안 남은 쌀, 이 배경은 모두 빈곤을 보여준다. 돌아오지 않는 부모는 기다림 대신 버림이라는 상처일 뿐이다. 은호는 자신을 찍어 아빠에게 보내는 것도 화가 났다. 멈춰 선 트럭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트럭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쳐 화풀이를 해도 돌아온 건 아픔이었다. 비상시 연락하라고 쪽지에 적힌 ‘119’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만약 전화를 한다면 그건 분명 할아버지에게 일이 생긴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은호는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쌀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아이이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기보다 득실거리는 쥐가 없어졌으면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앞날이 캄캄할 것만 같은 은호에게 트럭 속 도둑고양이 ‘파란눈이’는 불빛을 밝혀준다. 버렸던 새끼를 다시 데리고 간 파란눈이는 다독여주는 위로가 된다. 황선미 작가의 작품에는 화해와 성장, 생명존중과 정체성, 희망이 있다. 슬픈 결말이지만 강한 의지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트럭 속 파란눈이』도 암담하지만 희망의 끈을 이어간다. 아무것도 해줄 것 같지 않았던 고물 트럭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다. 파란눈이 덕분인지 쥐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은호의 창고 속 컨테이너, 고물트럭은 분명 보금자리이다. 긴장과 고난의 전개가 과장되지 않았다. 글 서두에서 나의 옛 추억과 은호의 이야기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읽는 내내 왠지 내 가까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황선미 작가의 잔잔함과 강렬함이, 소박함과 치밀함이 균일하게 버무려져 있다. 진솔하고 따뜻하다. 있는 자에 대한 적개심과 시기심이 한 구석에 자리한 은호. 『트럭 속 파란눈이』는 한 아이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넘치지 않고 잔잔하게 펼쳐진 이야기가 있다. /김영주 작가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마키코 언니'로 등단했다.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 부문에서 '가족사진'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편 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등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2.16 17:02

김정제 씨가 엮은 백법 이야기 ‘중도정견론’…“중도정견이란 무엇인가?”

김정제 씨가 우리나라 중도사상의 근원인 성철 큰스님이 지은 <백일법문> 상‧하권을 해석한 <중도정견론>(수서원)을 출간했다. 김 씨에 따르면 1700여년 전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한 이래 누구도 중도에 관한 저서를 낸 적도, 다른 나라에서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도 없다.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이 지난 1967년 100일 동안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법문한 것을 원택 스님이 엮은 것이다. 해인사 원택 스님은 <백일법문> 상‧하권의 각 후기에 기록을 남겼다. 법문의 내용을 26년간의 몹시 어려운 번역 과정 등을 거쳐 1993년 4월경에 발간하게 됐다. 중도에 관한 저서는 온 세계 사상‧철학‧종교계를 통틀어 중도정견에 관한 이 <백일법문>이 유일한 단행본이라는 것이 김정제 씨의 말이다. 책에는 중도의 기초 공식인 ‘두 극단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그 가운데도 집착하지 아니한다. 또한 두 극단이 원융하게 통하는 것이다. 집착하면 무엇이나 다 병이다.’부터 중도의 표현 방법, 대승불교운동 등까지 모두 담겨 있다. 김정제 씨는 이 세상에 <백일법문>을 소개하기 위해 새롭게 <중도정견론>으로 엮었다. 어려운 내용에 3년 동안 필사하고 책장을 수도 없이 넘기며 읽기 쉽게 엮는 데 집중했다. 총록과 각론 순으로 구성돼 있다. 총론에서는 중도의 정의, 중도의 연혁, 중도정견, 십이연기의 재해석, 유식 사상, 논어에 있는 중요 등을 다루며, 각론에서는 천태종 사상과 화엄종사상, 선종 사상 등을 자세하게 다뤘다. 김정제 씨는 국립체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광주 불교 선우회에서 현공 윤주일 대선사 겸 대법사에게 2년간 사사했다. 이후 대법원 기획실에서 전산 담당관(법원사무관), 서울형사지방법원 총무과장(법원서기관), 법무사, 한국등기법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정산지>, <요산요수>, <바른길은 경전에 있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9 18:29

“거북이 서점에선 책을 절대절대 빨리 읽으면 안 돼요”…동시집 ‘거북이 서점’

“어느 날, 문득 다가 온 동시. 잊고 살다가, 만나면 와락 껴안았다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새끼손가락을 걸었어요. 그러곤 <거북이 서점>으로 태어났지요. 거북이 서점에 오는 눈 맑은 아이들이, 동심을 찾고 싶은 맘 맑은 어른들이 동시를 하루 한 장만, 딱 한 장만 읽으면…, 아니 먹었으면 좋겠어요.” 동시집 <거북이 서점>(정인출판사)을 펴낸 김순정 작가의 말이다. 이 동시집에는 ‘구나, 대화법’, ‘깨질까 봐’, ‘어이없는 상상’, ‘거북이 서점’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60여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넓고 깊은 동심의 세계를 담은 작품뿐만 아니라 모수진 작가가 그린 삽화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책 하단에는 거북이 한 마리가 열심히 기어나가고 있는 듯한 그림이 웃음을 자아낸다. 책장을 한 장씩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북이의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기존에 동시는 ‘어린이의 마음은 순수하지.’라는 믿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중심이라면, 동심에 관한 독특한 해석을 담고 있는 김 작가의 동시는 다르다. 어린이들이 자기의 마음을 굳게 지켜가려는 고집을 앞에 두고자 했다. 여기서 ‘고집’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 어린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자기들이 살아가고 싶은 세상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김순정 작가에게 ‘고집’은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에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단단히 여며가는 가장 순수한 동심인 것이다. “– 속상했겠구나//누나가 내 일기장을 훔쳐봤다/주먹이 꽉 쥐어지고/부들부들 떨렸다//– 짜증났겠구나//엄마가/설거지를 하며/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한다//‘구나’는 눈으로 말하는 건데…”(‘구나, 대화법’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신 시인(우석대 교수)은 “어린이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통찰력 있게 짚어내고 있다. 엄마가 위로해주지만, 엄마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입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눈은 오직 진실의 세계만을 담아내는 법”이라고 전했다. 김순정 작가는 전주에서 자랐다.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를, 원광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아동문학회 <아동문화예술>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우리독서토론논술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9 18:28

군산서해초 쑥국 선생님반 아이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돌머리가 부럽다’

‘쑥국 선생님’이라 불리길 좋아하는 송숙 선생님과 매일같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군산서해초 5학년 6반 아이들 25명이 한 해 동안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했다. 아이들의 1년이 담긴 시집 <돌머리가 부럽다>(학이사 어린이)가 출간됐다. 쑥국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다. 그가 푸른솔초등학교 2~4학년 학생들과 함께 펴낸 <감꽃을 먹었다>, <호박꽃오리>, <분꽃 귀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학교에 화단을 만들고 아이들과 흙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휑한 운동장 구석에 생긴 작은 텃밭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장소였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화단을 만들고, 가지와 오이, 참깨, 벼를 심어 가꾸고 맛보는 시간까지도 시에 담았다. 식물과 사계절을 함께한 경험은 아이들의 시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화단을 찾아온 온갖 곤충과 지렁이, 올챙이를 관찰하고, 만지고, 놀고, 그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독자들을 웃음 짓게 한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그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함과 감동, 스스로 깨우치고 터득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은 ‘올챙이 이사’,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 ‘일로 와’, ‘지각 안 했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25명의 아이들이 쑥국 선생님과 함께하며 쓴 시 134편을 모아 엮었다. “우리 형은 생일날 1도(하나도) 기쁘지 않고/뭐가 잘 안 된다고 울었다./나는 게임도 하고 케이크도 먹었는데,/오늘은 나의 생일인 것 같다./너무 기분이 좋다.”(‘형의 생일’ 일부, 황영준) 이 시집만의 특별함이 있다. 어린이 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현행 맞춤법에 맞게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문 그대로의 작품 속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이, 맞춤법을 틀린 아이, 마음대로 줄여 쓰거나 이모티콘도 쓴 아이까지 엉뚱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시와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어우러져 읽을거리, 볼거리가 모두 풍성하다. “선생님께서 5학년 연구실을 가시는데/내가 계속 말 걸어서 선생님이/왜 연구실에 가시는지 까먹으셨다./나도 나이 들면 저럴까 걱정이다./교실로 돌아와 슬퍼하면서/칠판에 시를 쓰시는 선생님.”(‘선생님의 슬픔’ 전문, 박태양) 가족과 친구 등 같은 소재임에도 아이들의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어린 시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끝이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어린 시인들의 세상은 티 없이 맑다. 강형철 작가(시인,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해 “구체적인 학교생활을 매개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은 소중한 사례라 하겠다. 야무지고 기발하게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참다운 교육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서로 깨달아가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은 “티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럴듯하게 꾸미지 않고 느낀 그대로 말한다. 어린이의 말을 글 그릇에 담으면 시가 된다. 어린이의 시는 어른들을 깨우치는 힘이 있다. 세상살이 때 묻고 얼룩진 삶을 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시집에는 김가온, 김건우, 김솔, 김주연, 나윤서, 박민서, 박서연, 박태양, 백승연, 변유영, 서민규, 양해준, 여민경, 이성찬, 이승희, 이주아, 이주현, 이지우, 이푸른솔, 이하민, 임희진, 전희찬, 조보현, 최우혁, 황영준 등 25명의 초등학생 작가들이 참여하고, 송숙 선생님이 엮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9 18:28

두 어린이의 ‘목소리’에 집중할 시간...‘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사건’

본보 신춘문예 출신인 김근혜 동화작가가 네 번째 장편동화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사건>을 출간했다. 라이벌 관계의 두 어린이가 우연히 목격한 납치 사건을 시작으로 책장을 넘길 때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동화는 추리 동화로, 티격태격하던 라이벌 관계의 수지와 호태가 우정을 쌓아가는 모험 이야기를 담았다. 라이벌인 수지와 호태는 ‘봉주르 요리 교실’의 셰프인 마스트 정이 누군가의 차에 떠밀리듯 타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에 둘은 납치 사건으로 의심하고 사건을 캐내기 위해 힘을 합쳐 알쏭달쏭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추리와 긴박한 추격전을 펼친다. 눈치 빠른 수지는 일찌감치 봉주르 요리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낌새를 포착한다. 요리 교실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직원의 빨간 조끼, 명품 운동화, 그리고 검정 조끼, 험상궂은 흉터 등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수지의 관찰력이 사건 해결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수지의 예리한 관찰력과호태의 차분한 실행력이 만나 사건 해결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 예리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수지를 대신해 호태는 경찰에 침착하게 상황 설명을 한다. 범인을 쫓다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호신용품을 챙겨오기도 한다. 뛰어난 직감의 수지와 침착한 판단력의 호태는 너무나도 다르다. ‘다름’과 ‘다름’이 만나 처음에는 티격태격 다투는 일도 많았지만, 함께 사건을 쫓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김근혜 작가는 동화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매사에 만나게 될 ‘경쟁’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다는 것이 김근혜 작가의 말이다. 그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정말 우리가 원하던 것일까. 때로는 승리 자체가 목적이 되면 자신이 지니고 있던 진정한 소망이 가려지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전했다. 독자들은 주인공들의 깊이 있는 대화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자아와 성장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남보다 앞서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때로는 길을 잃었을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지난 2012년 본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 ‘선물’로 등단해 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청소년 소설 <유령이 된 소년> 등을 펴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 작가이자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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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2.02.09 18:28

유순예 작가의 세 번째 시집 ‘속삭거려도 다 알아’

“노인 요양 시설 야간 근무자와 주간 근무자의/인수인계 대화를 귀담아들은/어르신, 병상에 누워/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라보신다//(중략) 굳어가는 혀로/떠듬떠듬 말씀하신다//소, 속삭, 거, 려, 도, 다, 알아!”(‘속삭거려도 다 알아’ 일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다 귀향한 유순예 작가. 지금은 고향 진안에서 ‘속삭거려도 다 알아’듣는 치매 어르신들의 입말을 받아쓰며 살고 있다. 치매 어르신들 그리고 유순예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유순예 작가가 세 번째 시집 <속삭거려도 다 알아>(푸른사상)를 펴냈다. 이 시집은 유 작가가 지난 2007년에 펴낸 <나비 다녀가시다>, 2018년에 펴낸 <호박꽃 엄마>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시집이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 사이의 간격은 10년, 두 번째 시집과 세 번째 시집 사이의 간격은 4년이다. 그가 꾸준히 작품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지게와 쟁기, 어머니의 호미에서 시론을 배운 유순예 작가는 배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 작가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깨닫고 성장하는 삶을 시로 풀어냈다. 그는 농사를 천직으로 삼고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늙은 어머니를 지극한 사랑으로 노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해 치매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돌보는 유 작가의 마음이 따스히 느껴지는 시집이다. “바지에똥지린놈, 당신이아니라, 당신을공격한, 불한당인줄도 모르는/아버지나/병든남편수발들기위해, 낯선도시큰병원을옮겨다니다, 울화통터진/어머니나//마음 둘 곳 없어/마음에 없는 소리만 하신다”(‘설사’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힘들어도,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독자들 곁에서 조심스럽게 속삭인다”며 “누군가의 상처는 독자들에게 연민의 형태로 다가온다. 모순적이지만 미래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마음이 그래서 더 움직인다”고 했다. 유순예 작가의 고향은 진안고원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시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나비, 다녀가시다>, <호박꽃 엄마>가 있다.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등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했다. 현재 고향 진안으로 돌아와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9 18: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태건 시인 - 진창윤 '달 칼라 현상소'

20년간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사내가 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우체국에 갔다. 일간지 별로 응모하느라 우표 값도 꽤 들었다. 그때부터 휴대폰은 항상 충전해 두었고 옆 사람 벨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새해 아침이면 당선작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자신의 불운에 좌절했다. 낙선한 이유를 몰라서 화가 났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슬펐다. 나이 쉰이 다 되어 사내는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했다. 지도 교수였던 안도현 시인은 ‘연애를 하고 술을 많이 마셔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사내는 다시 좌절했다. 체질적으로 술이 약했고, 총각이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그림을 그린다. 알아주지 않아도 40년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 잡념이 없어졌다. 판화를 할 땐 조각 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뿜어내는 나무향이 좋았다. 송곳을 찍어 별 모양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 하늘에 별이 떴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를 ‘그림 천재’라고 불렀다. 그가 그렸다는 걸 안 믿을 정도였다. 틈만 나면 그렸다. 선반에 습작품이 가득 쌓였다. 어느 날 집에 오니 그림이 없어졌다. 아버지가 불쏘시개로 썼다고 했다. 사내는 다시 그렸고 아버지는 다시 태웠다.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말했다. ‘이제 그림은 그만 하고 취직해라!’ 사내는 얼마 전 첫 시집을 냈다. 제목은 <달 칼라 현상소>다. 시집을 내고 나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에겐 87년 민주화의 투쟁의 향수가 남아 있다. “디지털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 코닥필름 회사 망한 지가 언제인데 / 아날로그 필름만을 고집하는 달 칼라 현상소 남자 / 자꾸만 얼굴을 바꾸는 달을 좇는다 ”(표제시 ‘달 칼라 현상소’) 달은 얼굴을 바꾸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내에게 달은 자유요, 민주주의다. 시인은 달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달의 존재를 믿는다. 시인 진창윤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그런데 돈에 대한 공포가 민중의 연대를 방해한다. 내일이 두려워 현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면 자유를 누리게 될까? 효율성을 위해 자동차를 사고 가전 제품을 바꾼다. 노동시간은 추가되고 어느새 몸은 늙어 약해진다. 벌어둔 돈은 치료비로 나간다. 돈에 대한 공포가 각자도생을 만든다. 시인은 세상이 다 변해도 달이 이끄는 데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20세기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말한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예술가의 ‘작업’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사회적, 정치적 ‘행위’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의 자유’가 권리이자 의무였다는 것. 시인은 노동이 주는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위해 오전엔 독서를 하고 오후엔 돈 안 되는 그림을 그린다. 저녁이 되면 더 돈 안 되는 시를 쓴다. 사내의 삶은 예술 같고 그의 시집에는 생활이 담겨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은 낭만주의자다. /박태건 시인 박태건 시인은 익산 출신으로 199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시와반시 신인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시집으로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가 있으며 지역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아서 <익산 문화예술의 정신>을 비롯한 10권의 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2.09 17:01

제27회 신곡문학상 본상에 이정숙 수필가

중견 수필가 이정숙 작가가 제27회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필과비평사(발행인 서정환)이 올해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전주의 이정숙 수필가의 수필집 <계단에서 만난 시간>과 부산의 양희용 수필가의 수필집 <산복도로 계단>이 본상작으로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신곡문학상은 수필과비평이 지난 1995년 제정한 문학상으로, 전국 문단에 기여도가 높고 뛰어난 문학성을 자랑하는 수필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제27회 신곡문학상 심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을 활용해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에게는 사전에 대상 작품집을 배포하고, 이를 토대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심사 끝에 올해 신곡문학상의 대상 수상자는 결정하지 못하고, 본상 수상만 결정했다. 유한근 심사위원장은 “이정숙 수필가의 수필집 <계단에서 만난 시간>의 모티브는 몽골 기행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나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그 과정에서의 공감적 동일화를 통해 자아 성찰과 깊은 사유를 부단히 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행수필의 새로운 창작적 지표를 마련하고 있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정숙 수필가는 “내게 글은 상처에 바르는 약이었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돼 줬다”며 “상의 크기만큼 품을 넓혀 정신을 맑게 새워 날이 선 언어들로 집을 짓도록 하겠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다짐을 다시 한번 새겨보며 수필과비평에서 나오는 서적이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이 되기를 소망해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수필가는 지난 2001년 월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는 <지금은 노랑 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 <계단에서 만난 시간> 등이 있다. 그는 작촌예술문학상, 한글사랑유공자 전라북도지사상을 받았다. 현재 국제펜한국본부 전북지부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시상식은 이달 26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날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정기총회,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한 신인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8 20:2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