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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0일 맞은 김규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지역발전·안전에 주력, 부창대교 조기 추진에도 최선”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권 국도와 국가하천을 관리하는 SOC 총괄 국가기관이다. 한해 예산만 2조원에 육박하는 호남권에서 가장 규모 있는 국가기관이기도 하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달 9일 새로운 선장을 맞이했다. 김제 출신의 김규현 청장이다. 새만금 종합개발과 같은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서남해안 도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을 명품으로 건설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사용할 만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청장을 만났다. -어느덧 취임 한달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났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관 방문, 국정감사, 익산국토청 사업 현장 방문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태풍 때문에 마음 졸이며 비상근무도 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익산국토청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그 만큼 큰 책임감도 가지게 되었고, 익산국토청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크다는 것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지역발전과 주민들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겠습니다. -호남지역 SOC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인지. 위상에 맞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려고 합니다. 지역발전과 안전을 두 축으로 익산국토청을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도 모든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항상 지역발전을 염두에 두라고 당부했습니다. 익산국토청의 사업 현장은 물론 호남지역 전체 건설현장에 안전의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금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북지역 주요 사업 내용은. 금년에 전북지역에서는 도로사업 11건과 하천사업 16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주 도심의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전주시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 중 용정-용진 본 구간(2016년 개통)에 이어 추가사업으로 진행한 하리교 구간을 지난 6월에 준공했습니다. 상관-구이, 구이-이서, 이서-용정, 용정-춘포, 용정-용진에 이어 이제 마지막 구간인 용진-우아 구간만 남아 있습니다. 용진-우아는 1,2공구로 나눠서 추진되고 있는데, 1공구는 지난 2016년 착공했고, 2공구는 금년에 착공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주 도심 외곽을 순환하는 도로인 전주시 관내 국도대체 우회도로가 모두 마무리 될 경우 전주 도심의 교통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김제시와 정읍시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한 국도대체 우회도로 사업인 흥사-연정과 농소-하모, 산간낙후지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순창 쌍치지내, 동계-적성, 해리-부안 등의 사업도 정상 추진 중입니다. 하천사업은 만경동진강 하천환경정비사업 15개 공구와 섬진강 순창지구 사업 등 총 16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경동진강 정비사업은 만경강 6개, 동진강 9개 공구로 나눠 추진 중이며, 현재 13개 구간에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 4개 공구는 금년 말 준공 예정이며, 현재까지 미착공 구간인 2곳도 금년 내 착공할 예정입니다. 만경강과 동진강 변에 자전거길과 산책로, 체육시설 등 다양한 친수시설을 설치하고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창대교 건설이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부창대교는 사실 지난 4월 개통한 전남 신안의 천사대교보다 먼저 추진됐었는데요. 아직도 사업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부창대교는 부안의 변산국립공원과 고창의 선운산지구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국도 77호선 호남 구간 중 마지막 단절구간입니다. 서남해안 관광벨트 및 새만금개발지구와 연계하여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지역현안 사업입니다. 부창대교는 지난 2002년 첫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실시한 이후 지자체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21~25) 수립 과정에서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관련 자치단체 등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제5차 5개년 계획에 부창대교 사업이 반영돼 조기에 시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익산 주변 발전을 위한 서수-평장 도로건설사업과 국가식품클러스터 진입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서수-평장 도로건설사업은 익산시 황등면에서 삼기면을 거쳐 금마면에 이르는 13㎞ 구간을 4차로로 신설하는 사업입니다. 익산 도심지역의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국도대체우회도로사업으로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입니다.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노선 선정이 마무리된 상태이며, 사업 적정성 검토 및 총사업비 협의 후 내년 상반기에 공사를 발주할 예정입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진입도로 확장공사는 현재 9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금년 말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해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북지역 최대 현안인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익산청 차원의 지원 및 활성화 방안은? 새만금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새만금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공사와 충청권에서 새만금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해줄 군장대교 공사가 최근 마무리 됐습니다. 서해안호남 고속도로와 KTX 등 국가기간 교통망과 새만금간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정읍-신태인(2공구) 건설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새만금 지구 내 도로 사업 등은 새만금개발청에서 주관하고 있으나, 인근 국도와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호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만금개발청, 새만금개발공사, 그리고 인근 자치단체 등과 협력해서 새만금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만경동진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하천환경정비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했으며, 내년 말까지 모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전북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직원들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늘 고민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지역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겠습니다. 지역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전북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SOC 사업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 ◇김규현 익산국토청장은 김 청장은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동서남해안 및 내륙권발전기획단 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국토 정책 전문가다. 1965년생인 그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 전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1993년 건설부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 석사(2000년) 학위를 받았다.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 수도권정책과장과 동서남해안권발전기획단 해안권개발과장,공공주택총괄과장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 국토정책과장 및 도시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공직의 대부분을 도시와 주택정책 분야에서 보낸 정책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국토부내 최고의 도시 및 주택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현안이 있으면 토론을 즐겨하는 소통형 리더로 통하고 있는 김 청장은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고 한번 시작한 일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며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어서 내부적으로 신망이 두텁다.

  • 기획
  • 엄철호
  • 2019.10.27 16:37

[생활의 흔적, 역사가 되다] 전주 화산동에서 발간한 종교 간행물 '복된 말씀' 이야기

1953년 5월 전주시 화산동 149번지에서 종교 간행물 창간호 발행을 준비하고 인쇄하기 위해 부지런한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호남 기독교 역사의 첫 숨결이 잠들어 있는 선교사 묘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을 것이다. 목회자에게는 목회 자료를 제공하고 평신도에게는 신앙을 성숙하게 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복된 말씀> 제1권 제1호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복된 말씀>은 1950년대 초반 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가 다시 일어설 기반조차 없을 때 어렵게 첫 책을 만들었다. 정세가 어둡고 생활의 기본 양식조차 갖춰지지 않았어도 당장의 불행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지향점을 고민하고 절대자가 부여한 인간의 품격을 올곧이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출판이었을까. 단행본 크기에 33면의 거친 종이에 쓰인 이 종교 기록물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가 창간한 <복된 말씀>은 전주시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통해 66년 전의 역사가 새롭게 조명되었다. 1953년 발행한 창간호부터 한 권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온 김진영 원로목사님과 이영무 목사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주 기록물로서 <복된 말씀>의 가치는 우리 지역에서 인쇄하고 발간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강제 폐간된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2016년 3월 계간으로 36년 만에 복간했다는 정신에도 기초한다. 창간하는 일에도 수많은 노고가 들어가지만, 한번 만들어낸 것을 이어간다는 것은 거쳐야 할 고비를 넘고 다음 세대에 남길만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창간 8년 후인 1961년은 <복된 말씀>의 확장기로 이귀철 목사가 책임 편집을 맡았다. 문화공보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고 격월간으로 발행하다가 1968년부터 월간으로 발행회수를 늘리게 되었다. 잡지로써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지역뿐 아니라 전국 단위 교계에서도 인정받았다. 1961년 발행한 제8권 제9호를 읽어보면, 주일학교 운영과 현실적 난점을 주제로일선 담당자의 노트에서라는 형식을 빌려 아동 설교 현황과 방법론에 대해 필명 버린 돌이 기고한 원고가 눈에 띈다. 편집부에서 설교(일반 설교, 청년 설교, 아동 설교), 논문, 수상(감상문 형식) 및 기타 분야에 200자 원고지 30장 내외를 기준으로 독자들을 대상으로 원고 모집을 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였다. 이 시기부터 모든 간행물에 반공을 국시의 제 일의로 삼고 온 국민의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는 혁명공약이 좋은 책 등불 삼아 밝은 가정 이룩하자!는 혁명 구호가 함께 인쇄되어야 했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책을 만들고 인쇄를 한다는 것은 검열의 대상이었고, 군사혁명에 충실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발행인 인돈(印敦)은 유진벨(Eugine Bell) 선교사의 사위로 한국 이름 인톤을 한자로 표기하였으며 William A. Linton이 본명이다. 또한 최초의 편집인 김홍전 박사는 본래 음악을 전공하였는데 못난이 성가대를 만들고 지휘를 하기도 하였고 리치몬드 유니온신학교에서 사해사본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그의 집안이 모두 독립투사들이었으니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을 입어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온전케되고자하는 권두언의 다짐에도 투사의 결의가 엿보인다. 이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김진영 목사님은 처음 발간할 때부터 관여했었고 어떻게 인쇄했는지를 소상히 알고 있었다. 중간에 휴간할 수밖에 없었던 독재자들의 만행은 물론 군산 미군부대에서 쓰던 인쇄기를 가져다가 출판한 인쇄소의 위치까지도 기억했다. 삼일운동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신흥학교와 서문교회 역사, 1898년에 개원한 전주 예수병원의 역사까지 자신이 죽으면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귀담아들을 사람이 많지 않아 한탄한다. 목사님은 1980년 폐간되었던 복된 말씀을 2016년 봄에 복간하여 일 년에 네 차례 30권째 발간하고 있다. 모든 기억이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니라 누군가 지켜낸 자료들이 기록유산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생활의 흔적이 역사가 되는 현장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유산의 가치 발굴을 굴뚝 없는 산업으로 바라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전주를 기억할 만한 수많은 사료 중에 민간이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소실되거나 사장될 가능성이 많은 물품이면 보다 많은 시민과 국민에게 알려 문화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낱 흔적이 아니라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출판과 인쇄의 결과물로 나온 책이나 문서에는 내용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성, 형태, 기술, 저자 등 시대의 모든 정보가 제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사료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民)이 주(主)가 된다는 역사인식을 가지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기록을 소중하게 여길 줄 하는 태도를 지니고 소소한 일상의 축적이 종래에 가서는 역사라는 거대한 물결을 형성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광익 전주시 민간기록물관리위원전주 YMCA 부이사장

  • 기획
  • 기고
  • 2019.10.24 16:27

[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⑦ 전북 현황 (상) 대학 기능·사례

취재를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전북지역 리빙랩 사업은 폭발적으로 활성화됐다. 전북 콘텐츠코리아 랩·전주시사회혁신센터·전주대 지역혁신센터 등 중추적 사업 집행 기관들이 자리를 잡아 갔고, 중앙부처 지원과 자체 사업 등 다양한 예산 지원 사업이 양적으로 늘었다. 이중 대학은 전공과 연계해 리빙랩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론·기술 등을 연구, 실습까지 하는 중요한 거점기관 중 하나다. 전북에서는 전주대 지역혁신센터(센터장 한동숭)가 선도적으로 대학과 지역사회가 연계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올해는 센터 사업에 선정된 전주대 학생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커피콩으로 도시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노년층이 사용하기 쉬운 키오스크(무인 정보단말기)를 개발했으며, 농민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맞춤형 농작물재해보험을 설계하는 등 우리 주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커피찌꺼기’로 잡는 혁신도시 악취…시민·연구원 협업 류정목, 함범수, 송지훈, 박솔지, 김승연, 서고운 학생으로 구성된 ‘콩가루 집안’팀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커피콩가루(커피찌거기)로 전주혁신도시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전주혁신도시는 인근에 위치한 축사에서 나오는 고질적인 악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도시 인근 3~4km에 위치한 김제시 용지면의 축사와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이 악취의 주요 발생지로 주목되고 있다. 팀원들은 “악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탈취 효과가 있는 커피콩가루의 기능에서 고안해 냈다”고 말했다. 축사 분뇨와 커피찌꺼기를 섞어서 악취를 저감하는 것이다. 이들은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년 커피찌꺼기 13만 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하면서 악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커피콩가루만으로는 고약한 축사 분뇨 냄새를 잡을 수는 없다. 이들은 전주대 지역혁신센터를 통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전주혁신도시 악취 모니터링단 등을 소개 받았다. 학생들은 전문 박사들과 클로렐라균, 고초균, 광합성균, 복합균, 유산균, 효모균 등 다른 미생물을 커피찌꺼기에 섞어서 악취 저감 효과를 실험했고, 효과를 확인했다. 시민이 체감한 지역 문제와 해결 아이디어를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리빙랩 과정을 충실하게 실행한 프로젝트였다. △세대 갈등 부르는 무인 기계, 전공 기술 접목해 바꿔 “사실 키오스크가 발달돼 편리한 점도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키오스크라는 용어는 낯설지만, 식당 무인 주문·계산기나 지하철·고속버스 자동발매기 등을 떠올리면 된다. 전주대 스마트미디어학과 문소영, 팀원 김나연, 윤승연, 윤현화, 정찬영 학생으로 구성된 ‘독수리 오자매’팀은 노인의 디지털 접근 향상 방법에 주목했다. 이들은 “특히나 늦게 한다고 노골적으로 짜증내는 젊은 사람들 때문에 바쁜 점심시간이나 손님이 많을 때 기계 앞에 서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고 한다. 이렇게 ‘키오스크’가 사회문제,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저희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우선 노인들이 왜 불편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터미널, 음식점 등에 찾아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키오스크가 연령대별로 메뉴가 나눠있지도 않고, 메뉴 구성도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외래어가 많고, 메뉴의 의미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돼 있지 않은 것도 어려움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식 주문·계산기를 고안했다. 10대, 20~30대, 40대, 50대 이상 연령별로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구성해 연령대별로 아이콘과 글씨 크기를 다르게 조정했다. 또 어린아이나 노년층에게 생소한 영어 표현, 테이크 아웃(Take Out), 스몰(S), 미디움(M), 라지(L), 캐시(Cash) 등을 한글로 기재했다. ‘독수리오자매’팀은 “프로그램 구현이 완료된다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키오스크 교육 자료와 우리 팀이 개선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접목해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키오스크 활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업서 배운 ‘농작물보험’, 현장 맞게 재구성 이준호, 이윤상, 심서우, 최진우 학생으로 구성된 ‘위기탈출 농작물’팀. 수업에서 국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36% 수준이고, 실제 이용자는 32% 수준임을 확인한 이들은 보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농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맞춤형 농작물재해보험을 설계하고자 했다. 이들이 농가를 찾아 파악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는 마을이나 조합별로 관심, 노력의 여하에 따라 가입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 마을이 동일한 농작물을 재배할수록, 조합이 크기가 크면 클수록 전체가 함께 재해보험을 가입했지만, 마을과 재배 작물도 상이하고 영세농이면 가입률이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이미 국가와 지지체에서 65~90%이상 지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인상은 제대로 보상받고 있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가입하는 방식이 어렵다는 점이다. 작물별로 가입해야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에는 가입기간을 제대로 챙기기가 어려웠다. 팀원들은 “자신이 키우는 작물중에 보험이 필요한 작물만 선택하면, 가입시기에 맞춰서 보험가입 권유 연락이 가거나 가입기간을 한정하지 않는 대신에 보험료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획이 NH 농장물재해보험에 제공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김보현
  • 2019.10.22 20:01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⑥ 오스트리아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권력견제로 만드는 골고루 잘 사는 국가”

우리보다 면적과 인구규모가 훨씬 적은 오스트리아는 대표적으로 지방정부의 강한 자치권을 보장함으로써 국가 균형발전을 이끈 국가다. 오스트리아의 1인당 GDP 순위는 13위로, 29위인 우리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가균형발전 반대 논리로 활용되는 국가 규모가 작아 중앙집권이 효율적이라는 상식을 뒤엎는 결과다. 오스트리아는 자치권 강화와 국가권력 독점의 폐해를 청산에 주력한 결과 세계에서 지역민의 삶의 질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각 지역마다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역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본보 취재진이 만난 오스트리아 지방정부 관계자들은중앙정부의 권력독점과 예산독점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사는 터전만 비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수도권집중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수도가 곧 국가인 대한민국과 지방이 강한 오스트리아 우리나라 중앙집권체제에서의 지방자치는 중앙권력과 가까운 지역이 재원을 쟁취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지역 간 정치적 갈등이 고착화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지방정부 간 합리적 역할분담을 꾀해 나라는 크지 않지만 전 국민이 고르게 잘 사는 국가로 평가된다. 오스트리아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수장이 동일하다. 한국으로 치면 도지사가 도의회 의장을 맡는 셈이다. 이는 지방의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지방정부는 각각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주조직권, 자치행정권을 보장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자치단체 연합 요하네스 슈미드 박사는지방자치는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능력이 수반돼야한다며중앙정부의 강한 분권 의지를 지방정부 및 의회가 소화할 수 있어야 바람직한 지방자치가 완성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정분권과 지역균형발전 한국은 각 지역 간 큰 격차로 인해 지방분권 제도가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거점도시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의 내부갈등으로 재원배분에 있어 서로 경쟁적 관계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세수배분(revenue sharing)협상에 따른 수입으로 재정을 운영한다. 세수배분은 SOC, 보건, 교육 등 기초 분야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가 최소화되도록 유도한다. 이는 오스트리아 지역균형 발전 정책의 핵심이다. 오스트리아 지방정부는 매년 균형재정을 달성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안정협약(Stability pact)에 의해 일정액의 자체수익금을 연방정부에 납부한다. 이는 잘사는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을 지원하는 재정배분의 근거가 된다. △오스트리아 정치지배구조 오스트리아 연방주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협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연방입법에서 주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데 일부 예외조항을 제외하면 어떠한 법률도 상원의 동의 없이 제정될 수 없다. 상원은 각 지방의 대표로 구성되며 상원 의원은 주 의회에서 정당별 의석수에 비례해 선출된다. 주별로 최소 3명에서 최대 12명으로 이 중 적어도 1명은 제2다수당 소속에서 선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9개 주로 구성되는 연방공화국으로 각 주의 대표들은 균형을 이루며 존재하도록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히 인구수에 비례해 국회의원 선거구를 정함으로써 중앙정치에서 지역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상관된다. 오스트리아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80여만 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상원의원들이 지역의 대표가 된다. 오스트리아는 연방정부의 입법 및 주요 의사결정은 일방적이지 않다. 우선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주정부 대표로 이루어진 연방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하며, 이 과정에서 지방의 참여수준이 높은 편이다. 특히 오스트리아 는 연방 입법과정 초기에 연방정부, 주정부 및 기초정부 협의회 등의 합의과정을 두고 있어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제교통망 확충으로 강한지방을 만든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각 거점 도시마다 국제공항과 국제철도가 발달했다. 이는 수도인 비엔나뿐만이 아닌 고른 지역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에서는 지방에 국제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을 예산낭비와 수요부족이라는 논리로 지역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지역균형발전 담당자들은글로벌 시대에 국제교통망이 없는 지역은 필연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인구가 5000만이 넘는 한국에서 수도권에만 국제교통망이 발달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인구가 900만 명도 채 안 되는 오스트리아와 그보다 더 인구가 적은 국가들도 최소 국제공항과 국제항만 국제철도가 활발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슈미드 박사는각 지방거점도시는 스스로가 교통과 물류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투자의 분산이 필요한데 국제적 교통망이 없다면 누가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인구논리로 국제교통망에 대한 수요논란이 있다는 질문에는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다며인구 50만 이하의 도시들마저 국제교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데 반해 유독 한국만 수도권 공항을 거치지 않고서는 방문이 어렵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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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 18:01

[뚜벅뚜벅 전북여행] 고창 꽃객프로젝트 & 선운사 : “가을 감성 만나러 가볼까”

드디어 감성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감성맛집 #가을여행 의 필수코스와도 같은 꽃놀이 전북 고창에서도 여한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로 시작해 꽃처럼 화려한 단풍으로 이어가는 가을 감성여행 어쩌면 꽃 같은 단풍을 기다리라고 화려한 꽃들이 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이른 아침엔 이슬이 맺히고 가을 아침이란 아이유의 노래가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어쩐지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전북 2대 고찰인 선운사와 원형에 가까운 석상인 고창읍성은 고창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지만 꽃객 프로젝트와 꽃무릇이 가득한 선운산 생태숲 등에서는 가을 감성 가득한 꽃잔치를 할 수 있어 새로운 고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핑크뮬리는 핑크뮬리 그라스라고 하는 식물로 조경용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여름엔 푸른 잎만 달려있다가 가을이 되면 분홍에서 자줏빛을 띄는 식물로 꽃이 너무 작아 자세히 보기조차 아련한 꽃입니다. 고창 꽃객 프로젝트는 핑크뮬리를 가득 심은 농장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공간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핑크뮬리가 피어나는 10월 한 달간 고창에서는 꽃객 프로젝트 핑크뮬리축제가 진행되오니 가을이 가기 전 즐겨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단락이 나뉘어 있어 꽃밭 속가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아련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옆 고랑으로 넘어가면 되기 때문이죠. 입장료가 없는 대신, 꽃밭을 망치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고 배려하며 관람하는 센스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고창 선운산 IC에서 나와 선운사 가는 길, 큰길에서 살짝 마을 길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꽃객 프로젝트는 귀농한 농부가 부모님을 모시며 조성한 공간입니다. 곳곳의 포토 포인트들은 인생 사진을 담아내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곳곳에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학창시절의 책상이 떠오릅니다. 사는 집 마당과 그 주변은 멋진 정원으로도 꾸몄습니다. 도시에 살며 잊은 정원의 가치를 전하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씨로 정원도 산책할 수 있습니다. 정원의 가치 공유와 지역 강화라는 키워드로 내년엔 더 건강하고 화려한 모습의 꽃 객프로젝트가 되길 응원하는 마음을 조금 담아봅니다. 가을감 성 가득한 가렌드와 나무에 매달린 귀여운 토끼도 담아봅니다. 핑크뮬리 하나만 있어도 가을 감성은 끝이지만 구석구석 센스가 묻어있습니다. 꽃객 프로젝트에는 핑크뮬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코키아, 백일홍, 붉은 메밀 등 가을꽃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핑크뮬리, 백일홍을 지나 가을 꽃놀이가 이어지는 공간,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 생태숲으로 향해봅니다. 선운산 꽃무릇은 9월이 절정이었지만 지금도 가면 붉은 꽃무릇을 볼 수 있습니다. 꽃무릇 역시 여러해살이 식물로 수선화과에 속하는 붉은 꽃입니다. 코스모스와 핑크뮬리는 푸른 가지와 잎사귀들 위로 꽃이 피어나 풍성한 느낌이지만 꽃무릇은 단 하나의 가지 위에 꽃만 달려있어 독특한 모양입니다. 꽃무릇은 주차장에서 선운사 매표소를 지나 선운사 사찰에 올라가는 길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주차장 쪽은 많이 시들었고 사찰 쪽에는 아직 생생합니다. 10월 중 부지런히 간다면 꽃과 단풍이 드는 시작을 함께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가을 감성 가득한 전북 감성여행의 테마는 꽃 선운사에는 지금의 꽃과 이미 피어난 꽃, 그리고 가을에 피어날 단풍꽃이 함께 있는 곳입니다. 대웅전과 불상 등 10여 개의 보물과 문화재를 품고 있는 선운사를 둘러싼 산에는 봄에 동백꽃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선운사 대웅전 앞에는 배롱나무꽃이 여름을 장식합니다. 10월 초의 선운사 가는 길, 조금만 더 있으면 노란색, 붉은색의 단풍 꽃이 피어날 예정입니다. 전라북도 가을 여행은 아름다운 꽃이 있는 고창에서 즐겨봅니다. /글사진 = 강영훈(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이용안내 꽃객프로젝트 주소 :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복분자로 307 금액 : 무료 사이트 : blog.naver.com/feelkkot 선운사 :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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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 16:52

[뚜벅뚜벅 전북여행] '기차타고 전북여행' 팔도장터 관광열자 고창 투어 편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 기차 타고 떠나는 전북여행! 팔도장터관광열차 고창투어에 다녀왔어요. 팔도장터 관광열차는 지방의 전통시장과 주변 관광지를 연계해 운영하는 것으로 코레일관광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함께 진행하는데요. 이번에 다녀온 고창투어편은 전라북도 정읍역에서 하차해 연계 차편으로 고창 모양성제 축제 관람과 고창전통시장을 들러 고창의 아름다운 사찰 선운사까지 당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었던 일정이에요. 10월 초에 1회였던 이번 일정에서는 고창모양성제를 즐길 수 있었는데 다음은 11월 3일 일요일! 고창 모양성과 선운사의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하니 코레일관광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http://www.korailtravel.com/web/goods_view/index.asp?page_nm=goods_day&strApart=K&strBpart=M&strCpart=01&goodsNum=16136 (10월의 일정과 코스는 다소 다르지만, 주요 내용은 비슷해요!) 우선 팔도장터관광열차는 위 코레일관광 링크에서신청이 가능해요. 출발역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고 영등포, 수원, 평택, 천안, 서대전을 거쳐서 정읍역에 도착해요. 전북 내소사, 채석강, 부안상설시장 투어와 순창 고추장마을 투어, 가을 내장산 단풍놀이, 백양사투어 등 전북으로 떠나는 다양한 관광지들로 향하는 여행객들과 같은 기차를 타고 내려가 중간중간 각자의 목적지에 내리고 정읍역에 내려서도 지정된 관광버스에 탑승해 여행하게 됩니다. 돌아올 때도 전라북도 정읍역에 모여 서울로 올라가는 코스로 전북의 구석구석 관광지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멋진 당일투어 코스죠. 정읍역은 전라북도 팔도장터관광열차의 종점! 그래서 마지막에 돌아올 때도 기차가 먼저 세워져 있던 곳이에요. 정읍역에 도착하니 전라북도 정읍 구절초 테마공원에서 하는 구절초 꽃축제 소식이 큼직하게 있더라고요. 10월 20일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구절초가 만발한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http://www.jeongeup.go.kr/culture/index.jeongeup?menuCd=DOM_000000602004002001 팔도장터 관광열차의 첫 번째 여행지는 고창모양성제! 고창읍성인 모양성에서 펼쳐지는 답성놀이와 강강술레 등 다양한 행사를 만날 수 있는 가을의 대표축제였어요. 조선시대 세워진 석성으로 우라나라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자연석 성곽으로 내부의 아름다운 정자와 관아 건물들 사이를 거닐며 가을을 느낄 수 있어요. 모양성 주변으로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체험과 고창 특산물 등도 가득했고 어르신들을 위한 각설이 놀이패 공간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각종 체험공간도 이어져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전라북도 지원으로 조성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만들기 수업이 한창이었답니다. [고창전통시장] 팔도장터 관광열차의 주목적인 고창전통시장! 장날이 아니었지만, 축제와 함께하려고 시장에서도 먹거리와 이벤트 등을 구성하였어요. 고창 전통시장은 고창 모양성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에요. 고창의 특산물들을 모아서 판매하는 곳이 가장 중심이었고 축제와 연계한 스탬프 체험 등을 준비해놓았더라고요. 또한, 시장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분들을 위한 이벤트와 지역 특산물 할인 이벤트 등도 마련해 놓았어요. 축제장과 고창시장에서 자유 중식 시간이 주어졌고 팔도장터 관광열차에서 지급한 온누리 상품권 (5천 원)은 시장에서 사용 가능해요. 꽃무릇이 가득 피었던 선운사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지금은 꽃무릇이 피었지만, 곧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드는 사찰인데요. 봄에는 동백나무숲이 둘러싼 고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전북 대표 관광지죠. 선운사로 올라가는 길은 오른편에는 꽃무릇이 가득하고 왼편에는 나무 데크길을 따라 멋진 숲길을 걸을 수 있어요. 끄트머리에는 넓은 녹차밭을 지나 템플스테이 하는 곳까지 이어지고요. 거대한 불상은 보수 중이라 볼 수 없었지만 선운사 곳곳의 전각들을 돌아보며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 있었어요. 문화 재활용프로그램과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천년 고찰 선운사는 백제시대 창건된 곳으로 사찰 곳곳에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에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만세루는 개방되어 있고 찻상이 놓여 있어 관람객들이 차 한잔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더라고요. 그간 다녀본 사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어요. 전라북도 정읍역에서 내려 고창 모양성과 전통시장, 모양성을 들르는 전북 당일치기 여행코스로 선운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정읍역에 도착한 것이 오후 5시 40분 경이었어요. 군산 시간여행, 정읍 구절초축제 등 전라북도 곳곳으로 흩어졌던 기차여행객들이 하나둘 모여 다시 기차를 탄 것이 저녁 6시 30분! 알찬 당일치기 전북여행을 마치고 기차에 몸을 실으니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 푹 쉬면서 올라올 수 있었답니다. 서울 청량리에서 전북까지는 편도 약 4시간으로 하루 만에 다녀가기엔 조금 멀긴 하지만 기차와 버스가 연계되어 당일치기로 알찬 코스를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기차타고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는 기차 내 이벤트를 통해 전통시장 청년몰 상인들의 히트상품을 선물하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여행은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했고, 마침 날도 좋고 기분도 컨디션도 좋아 즐거운 전라북도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11월의 첫 주, 가을 단풍여행을 계획한다면 기차 타고 전북여행! 어떠세요~? /글사진 = 배유미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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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 16:35

[소곤소곤 전북일상] 고창 웰파크시티(WellPark City) : 황혼이 머무는 집, 실버타운 웰파크 시티

방을 얻다 / 나희덕 담양이나 평창 어디쯤 방을 얻어 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 ----중략----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내가 이미 세 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오랜만에 시를 읽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방을 얻다. 가슴이 찡 울려왔습니다. 특히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라는 시 구절에서 이제는 쓸쓸해져 버린 우리의 노후가 그려졌습니다. 어쩌면 늙음이란 저런 게 아닐까요. 세 들어 사는 저녁 햇살 같은 것..... . 우리는 모두 늙어갑니다. 늙어간다는 말은 죽어간다는 말과 상통하는 의미이지요. 그러므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반의어가 아니라 유의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도 죽어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는 살아가며 죽어가는 나에 대한 인식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도 요상하고 나의 존재도 모르며 죽어간다는 것도 참으로 이상한 노릇입니다. 종교는 그 물음에 답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탐구하게 하는 고단계의 정신적 체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오곤 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그러하며, 서구의 수도원이 그렇고, 인도의 아시람ashram(인도 힌두교에서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이 그러합니다. 모두가 죽음을 전제로 한 현재의 삶에 대한 질문 그 끝에, 종교는 서 있다고 해도 과장되지 않습니다. 죽음 앞자리에서 늙음은 노후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인생의 끄트머리를 달랑달랑 어둠으로 끌고 가곤 합니다. 근래에 우리나라도 실버타운(silver town)이 부쩍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은 노인을 대상으로 돈을 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시설, 휴양 시설 따위를 갖춘 마을을 말하지요. 늙어서 자식들에게 마음 편히 부양받기 힘든 사회구조가 되다 보니, 실버타운은 우리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최상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양원보다도, 요양병원보다도 한 차원 높은 시설과 복지 시설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라북도 고창군 석정리에는 최상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창 웰파크시티! 150만㎡(약 45만 평)에 달하는 규모의 고창 웰파크시티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휴양도시를 표방하고 있지요. 전북 지역의 최대의 관광단지인 석정 온천지구. 여기에 있는 웰파크시티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방장산에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자연 치유의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보인 온 가족 휴양도시의 개념으로 조성된 실버타운입니다. 고창의 모양성을 지나 석정온천 가는 길로 잡아드니 시원한 직선도로가 펼쳐집니다. 도로 가에는 소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독특한 풍광입니다. 로마의 시가지에 심었던 소나무 같은 위용이 엿보입니다. 전쟁터에서 사생 결전을 끝내고 돌아온 개선 용사들을 로마시민은 열광하며 환영했었다지요. 삶의 전쟁터에 살아남은 노인들은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이곳 웰파크시티를 찾습니다. 가을 하늘은 맑고 공기는 참으로 청량합니다. 이들이 노후의 짐을 지고 온 삶의 전사들을 환영하는 듯합니다. 입구쯤에 다다르자 웰파크시티 글자를 돋움 글씨로 양각한 성벽(?)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거대한 아파트 숲이 드러납니다. 서울 시니어스타워 서울 시니어스 고창 타워는 아파트입니다. 웰파크 시티는 크게 6개의 구역으로 구분됩니다. 실버타운으로서 나그네가 서 있는 서울 시니어스 고창 타워, 그리고 파크 빌라, 펜션(힐링 카운티), 병원, 석정 힐스(고급 빌라) 그리고 커뮤니티 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고창 타워는 자연과 어우러진 주거 환경과 건강, 의료, 레저를 충족시키는 3대가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합니다. 석정 웰파크 병원을 통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24시간 간호팀 운영을 비롯한 식사 서비스, 골프, 수영,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관리실 직원은 입이 마르도록 자랑하더군요. 웰파크 병원이 제법 큰 것 같았습니다. 시니어스 타워에는 이 병원과 연계되어있는 간호사실이 있습니다. 간호실에는 아파트 방과 연결된 비상호출기가 있어서, 연락이 잘 안 되거나 혹은 이상이 있다는 비상벨이 울리면 즉시 간호사가 각 세대를 방문한다고 하니, 노후의 건강을 걱정하는 노인에게는 참 좋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천 휴스파를 지나가면서 내일 들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들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사람의 일을 누가 다 알아차리겠습니까. 나그네와 동행하는 고운 분의 건강이 길을 막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아쉬울 수 없습니다. 인터넷 사진을 구해 휴스파의 내부 사진을 올립니다. 세계 두 번째의 게르마늄 온천이라는데, 정말 좋을 것 같은 탕의 내부였습니다. 석정힐스파크는 고급 빌라였습니다. 산언덕에 지은, 보기만 해도 고급 전원 주택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빌라 뒤로 펼쳐져 있는 골프장과 함께 석정 힐스타운은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었습니다. 예약된 숙소 힐링카운티. 나그네에게 배정된 숙소는 5층 건물의 3층, 아주 깨끗했습니다. 세탁기까지 구비 되어 있는 온돌식 방이어서, 나그네 나이의 사람들은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창밖은 밤이 내려와 빛을 삼키고 그 자리에 지상의 불빛들이 존재를 알립니다. 하늘의 빛과 지상의 빛은 이렇게 차이가 나지요. 오밀조밀한 장난감 같은 거리와 숙소의 불빛들이 밤을 수놓습니다. 아, 그렇군요. 하늘의 별들도 조응하듯 고운 눈을 뜨고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침 해가 떴습니다. 황톳길을 걷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약선 식당과 요가 명상실과 홀론면역파동욕장, 허브온실 카페도 있고, 그리고 면역 산책 정원의 호수도 들러야 하는데, 아, 어쩔 수 없군요. 건강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동행자의 고통에 나그네도 놀랐고, 당사자는 통증에 얼굴이 하얘지고 있었습니다. 서둘러서 짐을 챙깁니다. 그리고 주치의가 있는 광주로, 광주로 운전대를 돌려야 했습니다. 바삐 서두르는 중에도 어제 보았던 우람한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산나무처럼 서있는 은행나무가 슬픈 눈으로 나그네 일행을 내려 보며 손을 흔듭니다. 나그네도 마음속으로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것을 다짐합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고창이 갑자기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왔습니다. 조금 더 늙어지면 이곳에서 노후를 묻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은 나에 대한 나의 질문과 나의 대답이 함께하는 곳, 그곳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이 아닐까.....요? 그곳이야말로 좋은 삶과 죽음을 대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나의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겠기에 말입니다. 저는 지금, 집에서 문정희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나그네의 동행자도 여기까지 따라왔군요. 허허 참!!! /글사진 = 이희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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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 16:14

홍영근 전북소방본부장 “지식보다 지혜 공유하고 더 나은 소방 위해 노력”

홍영근 제16대 전라북도 소방본부장(52소방준감)이 지난달 23일 취임했다. 홍 본부장의 취임 한 달을 맞아 전북 도민의 안전을 위한 소방정책과 포부를 들어봤다. - 전북도 소방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취임 한 달을 맞은 소감이 어떤신지요. 지금 이 순간도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동료 소방공무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2017년 12월 제천 복합건축물 화재와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소방조직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 뼈저리게 느꼈고 그에 부응해야 하는 소방의 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소방이 많은 국민적 관심과 지원으로 국가직 전환 등 대도약의 국면에 있는 시점에서 제16대 전북소방본부장직을 맡아 180만 도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안전한 전북을 위해 우리 전북소방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일선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화합을 통해 좀 더 나은 전북소방,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전북소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도 여주소방서장,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등을 역임한 전천후 소방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도민 안전을 위해 구상 중이신 방안들이 있다면. 4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도민안전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소방수요 지역 중심으로 소방서 및 119안전센터 등 소방관서를 신설하고 소방차량 등 장비를 보강토록 하겠습니다. 둘째, 현장 중심의 예방대응체계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인명구조 중심의 최고수위 출동체계 및 현장중심의 훈련으로 대응역량을 증대하고 화재안전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화재안전특별조사 2단계 추진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화재 및 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거시설에 대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확대하는 등 맞춤형 소방안전교육으로 도민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체험형 안전교육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안심과 감동의 119구조구급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육상재난 총괄 대응을 위한 긴급구조 통합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전문인력 확충, 제독차량 보강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구급서비스 취약지역에 대한 신규 구급대 배치 및 구급장비 보강, 구급대원 전문역량 강화 등을 통한 도민밀착 구급서비스 기반을 확대하겠습니다. 넷째, 24시간 깨어있는 119재난상황관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신속한 재난현장 파악 및 현장정보 전파 등 상황관리 역량을 증대하고 의료상담요원 역량강화로 심정지 및 중증외상 환자 소생률 제고 등 고품질 구급상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최근 전북지역에서도 소방관분들의 안타까운 순직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데, 도민들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소방관 안전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9월 8일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쓰러진 나무제거활동 중 안전사고로 부안소방서 소속 故 권태원 소방경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우리 소방관의 안전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도민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기에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전북소방본부에서는 현장활동 시 직원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간부공무원 안전관리 담당관을 지정운영하고 일과표에 따른 위험예지훈련을 확행과 안전에 대한 직장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매일 교대점검 시 장비검열과 더불어안전! 안전! 안전!이라는 힘찬 안전구호로 일과를 시작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모든 소방활동에 있어 우리 대원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현장활동을 함으로써 앞으로는 단 1건의 순직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도내 진안, 무주, 임실, 순창 등에는 소방서가 없습니다. 현재 14개 시군에 11개 소방서를 설치운영 중이며 미설치 4개군(순창, 진안, 무주, 임실) 중 순창소방서는 내년 1월 개서를 목표로 현재 시공 중에 있습니다. 또 진안소방서는 내년 말이나 늦어도 내후년 1월에 개서를 할 예정이며, 나머지 2개소(무주, 임실)에 대해서도 소방서가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며, 2022년까지는 전라북도에 모든 시군지역에 소방서가 개서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 도내 주력 소방차량 보유현황 중 내용연수 경과 대수도 13대로 이는 2017년도보다 증가하는 등 장비 보완도 필요해보입니다. 소방차 내용연수와 관련해서는 보통 소방차를 구입하고 등록하는 시점부터 내용연수를 기산하게 되는데, 소방펌프차의 경우는 내용연수가 10년이고, 구조차 8년, 고가사다리차 12년 등 소방차량마다 내용연수가 다르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2017년도에는 내용연수 경과차량 11대, 2018년도에는 13대로 파악되는데, 이는 소방차 내용연수가 경과된 시점이 2017년도 중에 발생한 건이 11대가 발생된 수치이고 이는 2018년도에 예산반영을 통해 전면 교체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2018년도에 발생한 13대 건에 대해서도 현재 2019년 예산에 반영해서 교체작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연말까지 5대 차량이 들어오면 전북의 소방차량 노후율은 0퍼센트가 됩니다. 향후 소방안전교부세 등을 활용한 지속적인 재원을 투입하여 소방차량 노후율이 제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전북도민들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소방은 그동안 소방차량 등 장비 노후화, 인력부족 등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열심히 해준 현장대원들 덕분에 국민들께 사랑받는 조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따듯한 관심과 지원 덕분에 현재 국가직화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소방장비 노후율 0%와 꾸준한 인력확충으로 3교대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분한 관심과 사랑이더 열심히 하라.는 도민의 명령으로 알고, 우리 2,900여명의 전북 소방공무원 모두는 도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전북을 만들기 위해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화재 등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소방관서 등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전북일보 독자를 포함한 도민 모두의 화재안전에 대한 확고한 실행과 실천이라는 참여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 홍영근 전라북도 소방본부장은 1966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1997년 고시를 준비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소방간부후보 9기에 임용, 2014년 경기도 여주소방서장, 2015년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과, 2017년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실무와 행정을 갖춘 전천후 소방전문가로 명성이 나있다. 특히 소방법과 소방정책 분야에 탁월한 그는 전북소방본부 오기 직전 소방대원들이 소방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민간인들의 재산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또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을 받는다.

  • 기획
  • 엄승현
  • 2019.10.20 16:40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5. 7일의 왕비와 순창 삼인대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은 데서 유래한 말이다. 주로 뜻이 맞는 사람끼리 굳은 다짐을 하고 행동을 같이할 때 빗대어 쓰이는데, 순창에는 세 명의 관료가 모여 결의를 다진 특별한 장소가 있다. 강천산 계곡에 있는 삼인대(三印臺, 3개의 직인을 올려놓은 곳)로 소나무 가지에 각자의 관인을 걸고 삼인결의(三印結義)를 한 곳이다. 순창의 절의정신으로 칭해지는 삼인대가 생겨난 데에는,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7일 동안 왕비였던 단경왕후 신씨(1487-1557년)와 관련이 있다. 신씨는 신수근의 딸로 1499년(연산군 5년) 13살의 나이에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진성대군(성종의 둘째 아들로 연산군의 이복동생, 훗날 중종)과 혼인했다. 7년 동안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그러던 중 1506년 연산군의 폭정에 반기를 든 세력에 의해 연산군이 제거되고 새로운 왕을 내세운 중종반정이 성공하게 된다. 이에 신씨의 지아비인 진성대군이 왕이 되고 그녀 또한 중전의 자리에 올랐으나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 신수근은 죽임을 당하고 왕비가 된 지 7일 만에 폐출을 당한다. 그리하여, 신씨는 7일 동안의 왕비였다가 내침을 당한 폐비로 역사에 남았다. 사실, 그 7일의 시간도 왕비가 된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연산군의 정비였던 폐비 신씨가 그녀의 고모로 아버지 신수근은 중종의 장인이었지만, 연산군의 처남이기도 하여 중종반정에 참여하지 않자 반정세력의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여파로 신씨는 반정공신인 박원종 등에 의하여 이른바 강제 이혼을 당하고 폐비가 된 것이다. 1506년 9월 9일 그녀는 퇴출되었고, 그다음 날인 10일 중종은 새 왕비 책봉을 허락했다. 중종은 새 왕비인 장경왕후 윤씨와 후궁들을 들였지만, 궁 밖으로 퇴출된 신씨는 홀로 지아비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했다.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궁에서 잘 보이는 인왕산의 바위에 자신의 치마를 매일같이 널어놓으며 중종이 자신을 기억하고 불러주길 바랐다 한다. 폐비 신씨의 사연을 담은 그 바위는 지금껏 치마바위로 불리고 있다. 폐비 신씨의 사연이 더 애처로운 것은, 1515년(중종 10년) 장경왕후 윤씨가 아들(훗날 인종)을 낳고 6일 만에 세상을 등지자, 다시 복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순창군수 김정(1486-1521년), 담양부사 박상(1474-1530년), 무안현감 유옥(1487-1519년)은 강천산 계곡에 모인다. 각자 관료로 자리 잡은 그들이지만,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자 폐비 신씨 복위를 청하는데 뜻을 같이하고 관직과 목숨을 내놓는 비장한 각오를 한다. 그 증표로 각자의 관인을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맹세를 한 것이다. 이들은 다짐하며 작성한 글을 1515년 8월 8일 자 상소문으로 올리는데 함께 결의한 유옥은 부모를 공양해야만 하는 외아들이란 이유로 상의 끝에 상소문 작성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김정과 박상이 올린 상소문은 임금만이 볼 수 있도록 위아래로 단단하게 풀로 붙여 뜯어 볼 수 없게 봉사(封事, 밀봉하여 왕에게 올리는 의견서)된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었는데 그 내용은 실로 목숨을 건 상소였다. 유교적 명분에 대한 논리를 펼치며 『역경』, 『시경』 등에 나오는 부부간의 예와 도리를 인용하고 폐위할 까닭이 있음을 듣지 못하였는데 전하께서 폐위하신 것은 과연 무슨 명분이십니까?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 등이 이미 신수근을 제거하고는, 왕비가 곧 그 소출이므로 그 아비를 죽이고, 그 조정에 서면 뒷날 후환이 있을까 염려하여, 바르지 못하게 자신을 보전하려는 사사로움을 위해 폐위시켜 내보내자는 모의를 꾸몄으니 이는 진실로 까닭이 없고 명분도 없는 것입니다...는 절절한 내용을 올렸다. 이름이 거론된 대신들은 세상을 뜬 자들이었지만, 폐비 신씨의 복위를 주창하며 폐비를 퇴출한 주동자들의 죄를 물어야 한다는 상소문은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중종의 번민과 일부 대신들의 복위 찬성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오랜 논쟁 끝에 신씨가 복위되어 아들을 낳게 되면 원자와의 왕위계승이 문제가 되고 후한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자들과 중종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관직을 박탈당한 김정과 박상은 귀양을 갔고, 폐비 신씨는 생전에 복위되지 못한 채 중종이 승하한 지 21년이 지난 71세의 나이에 사가에서 숨을 거둔다. 특히, 순창군수였던 김정은 보은에 유배되었다가 복직되었지만, 기묘사화에 휘말려 금산과 진도를 거쳐 제주로 유배되었다. 그가 유배를 가며 순창을 지날 적에는 애통해하는 백성들이 울부짖으며 따랐다 하나, 36세의 젊은 나이에 제주에서 사사되었고, 상소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유옥도 35세에 병으로 요절했다. 이후, 1744년(영조 20년)에 이르러 유림과 순창의 선비들이 주도하여 그들이 다짐한 장소인 강천산 계곡에 비문을 세웠고, 김정과 박상 그리고 유옥은 신말주, 신공제, 김인후, 양사형 등과 함께 순창에 있는 화산서원에 배향되었다. 또한, 폐비 신씨도 1739년 영조의 명에 의하여 단경왕후로 추상되어 양주 온릉에 안치되었다. 가을 강천산은 붉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옳다고 여기는 일에 목숨을 걸었던 뜨거운 기상이 서린 삼인대를 품고 있어 더욱 빛이 난다. 삼인대의 비문에는 강천의 물이여, 동쪽으로 끝없이 흐르도다. 온릉의 나무여, 북쪽을 보고 창창하도다. 돌은 닳아 없어질지라도 선생의 이름은 끝까지 남으리라고 새겨져 있다. 역사의 풍파 속에서 정의롭게 행동했던 일들은 후세에라도 올곧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하루가 달리 휘몰아치는 요즘의 상황도 그럴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강천산을 찾아 그들의 의로운 행동과 우리의 현실을 반추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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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7 17:02

[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⑥ 네덜란드 사례 (하)순환농업·웰니스

△네덜란드, “고갈 최소화한 순환농업이 답”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순환 농업 체계를 구축한 카스텔레이(castenray)시의 킵스터(kipster) 농장. 이곳의 닭들은 자유로운 숲의 새다. 제곱미터 규모의 닭장 안에는 고운 흙과 나무 쉼터로 꾸며진 거대한 공터였다. 닭들은 기계 설비로 다양한 종류의 일광, 신선한 야외 공기가 들어오는 닭장 안을 누볐고, 알을 낳았다. 이것만 본다면 복지농장에 가깝다. 킵스터 농장의 주요한 특징은 자원의 낭비 없이 지구와 생명에 이롭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천장에 줄지어 들어선 환기구에서 거센 바람이 나와 분뇨를 컨베이어벨트 위로 밀어낸다. 악취 저감과 동시에 건조된 분뇨는 퇴비로 쓰인다. 분뇨를 매립해 토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 닭들은 작물이나 사료를 먹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 판매할 수 없지만 식용 가능한 과자를 활용한 사료를 먹는다. 새 것을 쓰지 않고 남은 자원을 활용해 낭비를 최소화 한다. 에너지 역시 지붕 위에 깔린 태양광 전지판에서 얻는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순환 농업 체계는 양계장 운영뿐만 아니라 계란 유통·농부의 위치 구축에도 적용된다. 농부가 직접 계란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마트·소비자와 직거래한다. 이 농장에서 자란 닭이 계란을 낳아 계란이 소비자의 밥상 위에 올라가기까지가 ‘순환의 과정’이다. “전 세계 농지 70% 이상이 가축 사료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생태계·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토양 황폐화까지 가져옵니다. 그래서 킵스퍼는 농지를 사용하지 않아요.” 킵스퍼 농장을 관리하는 직원 톤 로이퍼르스(Ton Leupers)의 설명이다. 킵스퍼 농장에 따르면 네덜란드만 해도 동물이 76%, 사람이 24%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 인간이 가축을 잡아먹느라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 가축이 더 많은 식량과 토지를 점유하고 지구 생태계가 망가져 가고 있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농업 수출 세계 2위인 농업 강국 네덜란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계획했다. 단기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더라도 생산 효율성보다 전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네덜란드 농림식품부에서 이 같은 취지를 담아 지난해 8월 ‘순환 농업’ 지향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그동안 적은 비용으로 많이 생산하는 결과적 효율성에 초점을 뒀다면, 미래에는 원자재·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량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남는 것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과정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네덜란드 내에서도 확산되지 않았다. 이미 구축돼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바꾸고 당장의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농업 가치 넓혀야…전북엔 웰니스도 대안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 확산돼 있는 ‘케어팜’(농장형 노인 요양·돌봄 시설)이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전담해 예산을 충당하고 있지만, 약 10년 전 정책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해 안착시킨 행정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헤이그시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에서 만난 국내외 농업·사업·식품 검증 부서 담당자들은 “본래 ‘케어팜’은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찾자는 목표에서 시작했다”며, “성공적인 농업 연계 모델·시스템을 구축한 후 지속적으로는 복지 전문성이 쌓여가야 한다고 생각해 복지부가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목한 것은 ‘순환농업’이었다. 지난해 2030 순환농업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원자재 고갈 최소화·식량 생성 시스템 내 부산물 재활용과 순환, 친환경·유기 농업 등을 발표했다. ‘케어팜’과 분야가 달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마이클 (Michiel van Erkel) 국제농업·식품안전 감독은 “네덜란드 농업의 변치 않는 목표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라며 “1980년대에는 경제성·생산성 향상이 최우선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85% 정도의 결과를 내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인구는 줄고 지구는 황폐화되며 사람들은 삶의 질에 관심이 높다. 미래에도 농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농업·농부의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네덜란드의 경우 스마트팜(smart farm) 등 농업 혁신기술이 뒷받침된 농업 강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담당자들은 “전북지역 안에서 농업이 변환될 수 있는 가치 창출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웰니스(Wellbing+Happiness+Fitness) 문화’가 제안된다. 단순히 식량 생산하는 농업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사회적 가치에 맞춰 먹거리를 생산하거나 농업 활동을 콘텐츠로 개발하고, 농촌 환경·활동과 연계한 치유·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 도입된 개념이지만 아직까지 농업 웰니스 문화·사업을 안정적으로 특화한 지역 사례는 없다. 시·군별 문화·역사·자연경관 자원이 특징인 전북이야말로 웰니스 농업에 제격이라는 게 취재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기도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과장은 한국인이 커피 수요가 많고, 임산부·노약자 등 카페인을 섭취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고창에서 나는 검정보리로 ‘보리커피’를 만들자는 제안 등을 예로 들었다. 고창에서 검정보리 로스팅, 보리커피 마시며 즐기는 지역 관광 등도 연계 프로그램이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국립식량과학원이 주최해 15일 청주에서 열린 ‘과학기술+사회혁신 포럼’에서 발표됐다. /네덜란드 카스텔레이·헤이그=김보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김보현
  • 2019.10.15 19:38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⑤ 거점도시 피렌체와 상생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이탈리아는 1800년대 롬바르디아와 토스카나, 로마, 나폴리, 베네치아 등 독립된 도시국가들이 통일되면서 단일 국가로 출범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경제력의 북부권역 집중과 파시즘의 대두로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지방분권이 보류돼왔다. 이탈리아는 1997년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 지방중심도시는 급격한 성장기를 맞는다. 그 중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이었던 토스카나 지방은 거점도시 피렌체와 문화예술경제 분야를 연계하며 성장해왔다. 전북 또한 거점도시인 전주를 중심으로 소도시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탈리아 지방분권의 역사적 배경 이탈리아의 지방분권은 지역주민들의 투쟁의 산물이다. 다른 유럽국가보다 이탈리아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시책이 늦어진 원인을 권력을 독점하려는 중앙정치권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정권을 잡은 기민당은 1960년대까지 지방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치권 요구가 높아지고 지식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의 비효율성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이탈리아에서는 1970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후 지방정부와 의회가 구성되는 등 지방자치의 토대를 마련했다. 93년 기초단체장에 대한 직선제가 도입되고 국세의 축소 및 지방세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되게 된 것이다. 특히 2001년 헌법에만 명시돼 있던 지방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에 넘겨주는 법률이 본격 시행되자 이탈리아 중앙 정부의 권한은 국방 외교 등으로 축소됐다. 대신 지방의 권한은 입법권까지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지방의 권한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또한 한국처럼 지방자치의 필수요소인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오랜 도시국가의 한국보다 지방자치가 빠르게 자리 잡고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분권자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이탈리아의 지방 분권 개혁 과정은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탈리아의 경우 개헌을 통해 명시적으로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정부가 지역마다 다른 행정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통치형태와 기본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운영원칙은 지역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치입법권을 통해 행사된다.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 피렌체 이탈리아 북부는 피렌체와 밀라노 베니스 등 중세 시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본주의가 일찍 정착된 지역이다. 그 중 피렌체는 관광산업에만 의존할 것이란 편견과 다르게 기초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외부 세력의 침입과 압제에 시달려온 지역으로서 여전히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만 의존하고 있다. 피렌체가 전통문화 도시를 넘어 38만 이라는 적은 인구수에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에나, 피사 등 인근 소도시는 물론 자신이 소속한 토스카나 주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전체 국토의 87%는 인구 1만 명 이하의 작은 소도시로 구성돼 있다. 5000개가 넘는 소도시에 2200만의 거주 인구와 18만의 중소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피렌체 시는 토스카나 주의 중심도시지만 1만 명 이하의 작은 도시들을 집단 네트워크로 연결해 힘을 갖게 하자는 발상을 갖고 시정을 이어오고 있다. 예컨대 전북으로 말하자면 전주인근의 작은 소도시와 농촌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집단적인 힘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특히 거점도시 블랙홀 현상을 막기 위해 농촌관광 활성화와 지역산업을 연계시킴으로써 막대한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는 게 토스카나 지방이다. △지역특화산업과 지방분권 우리나라 또한 지방분권 시대를 선포하면서 지역특화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전북의 경우 농생명금융자동차탄소산업을 중심으로 대도약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다. 이에 앞서 피렌체는 근대국가 성립 이전부터 자생적으로 발전한 지역의 특화산업들을 활용한 클러스터를 조성 패션(가죽피혁)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전역에는 대략 200여 개의 산업 클러스터가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클러스터라고 해서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지는 않는 형태는 아니다. 클러스터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명품의류 기업과 상생하는 지역중소기업이 있다. 이들은 소규모 공장과 판매시설이 밀집시켜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고 있다. 운영은 주 정부법에 따라 이뤄져 각 클러스터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 피렌체 시 관계자는 피렌체는 관광과 패션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다며클러스터와 기업육성에 대한 정책적 권한이 지방으로 완전히 이양된 후 주 정부가 제정한 법률에 산업클러스터를 세부적으로 분류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6년에는 산업클러스터에 대한 자금 지원 정책을 담은 베르사니법이 시행돼 이탈리아 주요 기업들은 수도 로마에만 있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다. 피렌체에는 세계 최고의 가죽가공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관광세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곳곳의 지방 강소도시들이 지역 전체의 파이를 늘리고 있다.

  • 기획
  • 김윤정
  • 2019.10.14 18:25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 "독자권역 제대로 인정받아 전북 자존의 시대 열겠다"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가 오는 19일이면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출신인 그는중앙에서 소외돼 온 전북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지금이 전북 자존의 시대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우 정무부지사는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틀과 정서를 뛰어넘는 이성적인 판단과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전북의 전략적 재정집행과 사업을 만드는 데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고향 전북을 바라보는 시각은 객관적이고 냉철했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임기동안 전북의 위상을 세우고 데 일조하고 싶다는 열망과 애정이 엿보였다.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달 취임하신 후 한 달이라는 시작이 훌쩍 지나갔네요. 당시 정무부지사직을 맡고자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30년 간 중앙부처에서 활동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제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는 것 이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항상 효율성 제고라는 기치 아래 이성적인 판단을 최우선으로 뒀습니다만 그 안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문제는 공직자로서 꼭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지요. 특히 고향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늘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었음에도 광주 경제부시장을 맡았던 이유도 지방행정에 대한 평소의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제 바람이 닿았던 것인지 운이 좋게도 송 지사님께서 전북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제안해주셨고 기꺼이 응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전북의 예산 혈맥을 뚫어줄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예산은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집행하느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국가예산 확보와 집행에 대한 도의 전략부터 꼼꼼히 되짚어볼 계획입니다. 기재부와 민주당 예결위원으로 일할 당시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부재였습니다. 국가예산을 많이 따려면 철저히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방향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든가, 중앙부처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하거나 기획할 때 국가예산에 반영될 가능성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죠. 앞으로는 국가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세심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재부와 민주당 예결위에서 쌓은 인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중앙에서 활동하며 지켜본 전북의 모습은 어땠나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전 같지 않은 위상에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중 특히 호남으로 분류되면서 전북의 위상이 확립되지 못하면서 도세가 쉽게 회복되질 않았다고 봅니다. 독자적인 권역으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관심 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전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시국에 지사님께서 전북 몫 찾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시면서 중앙의 시선이 달라졌어요. 전북을 새롭게 바꿀 변곡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이때 우리가 풀어야 할 현안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취임 후 가장 먼저 와 닿은 전북의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경제적 문제지요. 특히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집력이 중요한데 우리가 뭉쳐야 할 때 제대로 뭉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북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우리의 취약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분석을 통해 정확한 미래 비전을 정립하는 일부터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목표가 정립되면 힘을 합쳐야 하는 데 그러한 구심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런 일들은 몇몇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공직자를 비롯해 전북도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 언론, 시민사회단체, 학계의 참여와 의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싸우더라도 때로 양보할 부분이 있으면 전북의 미래를 위해 공동체 정신을 갖고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과정이 활발하게 이뤄져 도민의 에너지를 집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현안은 새만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면서 새만금 개발에 속도가 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호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성과를 극대화해나가야지요. 지역내부의 균형발전에도 관심이 큽니다. 특히 동부권역은 전북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렵지요. 전북은 지역소멸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고, 특히 동부권은 직격타를 맞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도청 공직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수도권에 비교해 경제와 사회 규모가 작은 지방일수록 지역발전에 있어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공직자들이 지역발전을 선도한다는 신념과 자부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정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나갔으면 합니다. 저의 임기는 고작 몇 년에 불과할 수 있지만, 도청의 일반 공직자들은 적어도 20년 이상을 지역과 도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형 행사를 치를 수 있는 회의시설이 부족한 점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 중 하나인데요. 물론 저는 물론이고 도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만, 중앙부처나 기업에서 바라볼 때 전북에서 행사를 하려면 마땅한 시설이 없어 광주와 전남이 그 몫을 많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전북을 대표할만한 컨벤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사와는 어떠한 부분에서 가장 많이 소통하고 계시는지. 경제와 예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책임의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지사님과의 소통과 함께 도정방향과 비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언론과 의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삶의 현장에 계시는 도민 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광주 부시장 시절에도 수행원 없이 혼자 현장을 찾아가 정책 아이디어를 찾는 일을 즐겨 하곤 했습니다. 전북에서도 시간 되는대로 수행원 없이 현장 곳곳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특별히 도민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 전북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인구도, 지역의 활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이 땅이 앞으로도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홀대와 서러운 기억에 매몰되지 말고, 희망을 먼저 얘기하는 분위기를 도정에서부터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전북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도민들이 함께 나서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우범기 정무부지사는 부안 출신으로 전주 해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1991년 행정고시(35회)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이후 기획예산처 재정분석과장, 통계청 기획조정관,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10년부터 3년 연속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 1위에 올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레전드 우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우 부지사는 직설적이고 솔직담백한 성격으로 언행에 꾸밈이 없고, 격의 없는 소통을 중시한다.

  • 기획
  • 김윤정
  • 2019.10.13 18:42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 지행당 “조선시대 학자의 효행을 기리던 곳”

전주역 인근에 들릴 때마다 역사 근처에 가볼 만한 유적지나 여행지를 찾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덕진구 호성동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적지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지행당이라는 곳입니다. 호성동 일대의 광활한 논 사이에서 이곳의 명패를 발견했습니다. 논길을 건너 호젓이 걸어가는 길에 아름다운 꽃과 함께 자그마한 암자와 비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행당은 1973년 6월 23일 전라북도의 제7호 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 강서린이라는 학자의 학문과 도덕 효행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입니다. 조선시대 영조 8년(1723) 전라감사 이수항의 건의로 건립되었으며 지행당이라는 이름까지 하사하였으니 학자 강서린은 당대의 많은 사람에게 큰 존경을 받은 학자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그의 아버지인 강해우라는 학자 역시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황강서원에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하니 자자손손 그 효행과 도덕성이 전주 일대에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지행당의 지행(趾行)은 조상의 어진 발자취를 길이길이 이어나가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지행당은 진주 강씨 종친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상인 강서린 학자의 품행이 소박했는지 이곳은 낮은 담장 안에 비석과 지행당 건물 그리고 비석과 작은 정원, 그리고 위 사진 왼쪽에 있는 일각문이라는 작은 문이 전부입니다. 지행당 본 건물입니다.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의 경로당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하는 공간입니다. 이곳 역시 지행당 전체 규모와 어울리게 방 두 칸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건물입니다. 지행당 본 건물 앞에 있는 비석은 지행당강공서린사적비(趾行堂姜公瑞麟事蹟碑)라고 하는 비석입니다 지행당 건물에 비해 연식이 짧아 보인다고 했는데 문헌을 찾아보니 1882년 고종황제 제위 당시에 세워진 비석이며, 새겨진 글은 강서린의 사후에 당대의 높은 벼슬을 지녔던 이기경이라는 학자가 쓴 것이라고 합니다. 가을 영산홍이 활짝 피어있어 초가을에 만나기에 더욱 아름다운 지행당에는, 다른 특별한 공간없이도 지행당의 안내문과 비문, 그리고 강서린의 어진 발자취를 기리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문화재입니다. 지행당은 모든 것을 둘러보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이 아니지만, 보존과 관리가 잘 되어있고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이라 인근의 산책 겸 전주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서 함께 가보기에 좋은 곳으로 추천합니다. /글사진 = 박경호(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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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1 22:15

[뚜벅뚜벅 전북여행] 순창 향가터널 "순창에서 즐기는 추억여행"

역사는 흔적을 남기고 흘러갑니다. 아니 우리는 남겨진 흔적에서 역사를 읽지요. 그래서 우리는 유물을 찾고 유물에서 흔적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흔적에서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얼굴을 봅니다. 그래서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참된 우리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고, 역사 안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며 숨 쉬고 있지요. 그것이 기쁨이고 영광이며 자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슬픔이요 굴욕이며 아픔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남겨진 유물이 정신적인 것이든 가시적 문물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역사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서 우리의 참 얼굴을 보고 오늘의 의미를 찾아가며, 내일의 바람직한 모습들을 탐색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창에 향가터널이 있습니다. 향가라니....... . 그것도 향가 터널이라고? 향가는 신라의 노래가 아닌가요. 신라 시대의 노래가 정신적 유물로 이 고장에 남아 있다는 말인지, 나그네는 잠시나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알아보니 향가가 아닌 향가여서 궁금증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지만, 그 이름에서 풍겨오는 호기심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香,향기롭고 佳,아름다운 터널이라는 해석이 늘 머릿속에 남아서 윙윙거렸습니다.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의 향가마을에 있는 자연발생유원지이다. 섬진강의 중간지점, 강물이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곳이며 편히 쉴 수 있는 백사장이 일품이다. 섬진강의 강물을 향기로운 물(香水)이라 하고, 근처의 옥출산(玉出山, 276m)을 가산(佳山) 즉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향가(香佳)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출처, 순창군청 홈피) 나그네가 향가터널을 찾을 때는 아직은 가을이 오기 전이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바짝 긴장하던 때였지요. 세상에 수출을 규제하겠다니? 수입을 규제하겠다는 말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수출 규제라는 말은 국가의 안보와 관련되지 않고서는 좀처럼 행하지 않는 조치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 향가터널이 일제의 착취 현장이자, 살아 있는 역사의 유산이라는 것에 나그네는 한참을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이름에 감춰진 슬픔의 역사가 모순된 불균형으로 나그네의 가슴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향가터널에 가기 전, 도로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섬진강 오토 캠핑장. 슬픔과 아픔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오늘이 그려졌습니다. 사실 오토 캠핑장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요. 자기의 승용차로 가서 쉴 수 있는 곳, 가족끼리, 친지끼리 가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현대의 문화가 지어낸 말이기 때문입니다. 향가터널이 보입니다. 나그네처럼 차를 가지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궁금증을 머리에 이고 터널 입구를 서성거립니다. 그리고 입구에 조성된 조각물을 봅니다. 터널을 뚫기 위해 동원된 이곳 농민들의 고통스러운 노역의 모습과 이를 감독하는 일제 순사의 표독한 표정이 대조되어 형상화된 조형물입니다. 곡괭이로 굴을 파는 당시 이 지역 농민과 총이나 곤봉을 들고 채찍질하는 일본 관리의 표정이 사실적입니다. 터널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직은 따가운 햇볕인 낮 기운에, 흐르던 등의 땀을 씻어줍니다. 냉기가 밖 기온보다 5℃는 낮아진 것 같았습니다. 향가터널은 일제 강점기 말 순창과 남원, 담양 지역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본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목포와 나주, 송정, 담양, 순창 등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순천을 거쳐 여수로 실어내려고 철도를 만들었는데 해방이 되자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단단한 암벽을 뚫고 만든 터널은 길이 384m, 너비는 차 한 대가 너끈히 지나갈 정도로 넓었습니다. 천장에는 하얀 비둘기 모형이 매달려 있습니다. 수탈과 억압의 현장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보다니! 야릇한 기분 속에서 우리의 심성을 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그러하기에 아픈 역사의 현장에 평화를 심었나 봅니다. 그런데도 슬펐습니다. 터널 벽에 조성된 그림 때문입니다. 타일로 당시의 공사 현장과 미곡 수탈 과정을 재현해놓았던 것입니다. 힘겹게 돌을 짊어지고 가는 농민의 모습에 작금의 한일 상황이 맞물려 화가 스멀스멀 치밀어 오릅니다. 이러한 착취 끝에 오늘의 일본이 있음에도 수출규제로 우리의 도약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 까지 소름이 돋았습니다. 향가터널에는 200여 점의 그림 타일이 있습니다. 설치된 그림 타일은 향가오토캠핑장에서 열린 향가 가을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방문객들의 소망 그리기 행사와 제12회 순창장류축제 기간 중 장류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를 통해 그린 작품을 타일 형식으로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터널은 이제 자전거 도로가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형상화된 조각을 비롯한 각종 사진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시원합니다. 힘이 솟습니다. 나그네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픔의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일어선 자의 굳센 의지를 봅니다. 아무리 현실이 괴롭더라도 이를 낙관적으로 극복한 자에게는 불행은 없다는 사실을 믿기로 했습니다. 아픔을 관광지로 만들 줄 아는 여유와 지혜를 봅니다. 너른 마음을 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본래 그렇습니다. 우리 민족이 그러합니다. 우리의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짐차(?)를 타고 한 노인이 나그네를 스쳐 갑니다. 자전거를 탄 젊은이가 씽씽 지나가고 있습니다. 노소가 함께 하는 오늘의 향가터널은 과거를 안고 미래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원한 터널입니다.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 이 찬란한 풍광이라니! 아름다운 우리나라입니다. 터널에 이어 일제때 세운 철로 교각에 새롭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이 상쾌한 풍광과 함께 신선한 감각을 선사해줍니다. 아픔은 기쁨의 또 다른 동의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 인증센터가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된 인증센터에는 자전거길 안내도와 함께 인증 스탬프가 있습니다.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은 총 149km로, 섬진강댐에서 시작해, 장군목과 향가유원지, 횡탄정, 사성암, 남도대교를 지나 배알도 수변공원에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는 달리고 싶은 꿈같은 길이 아닐까요? 일제 수탈의 잔재는 이제 유원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일제가 준 고통의 현장은 이곳의 주민들 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함께 주고 있습니다. 산과 강이 어울리는, 그야말로 香佳입니다. 나그네는 터널을 되돌아오면서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이 치욕스러운 역사, 아픔의 역사, 서러움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어불성설의 이유를 대며 수출을 안 하겠다는 일본의 속셈은 무엇인가. 일제의 유산인 불행한 역사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우리를 주저앉히겠다는 오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일제 강점기에 갖고 있었던 우리에 대한 일본의 우월감이자 멸시의 태도가 아닌가. 구한말에 당했던 그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와 함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나 자신부터, 나의 위치에서,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정말 평범하면서도 비장한, 그러나 아주 당연한 다짐을 합니다. 나그네는 이제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향가터널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소나무가 곧게 서 있고 무궁화가 고결하게 피어 있군요. 향가를 다시 떠올립니다. 신라시대 불렸던 민요가 4구체 향가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풍요. 풍요는 노동요라고 하니 어쩌면 향가터널을 뚫으면서 노역한 일제 강점기 우리 농민들이 불렀던 노래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 원문: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哀反多矣徒良 功德修叱如良來如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서럽더라 서럽다, 우리들이여 공덕 닦으러 오다(양주동 해독) /글사진 = 이희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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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1 21:53

[생활의 흔적, 역사가 되다] 1950년대 고등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1959년 9월 전주 전동성당에 다니는 학생들이 펴낸 聖友 창간호(전주시 제2회 기록물 수집 공모전 대동상)와 1952년 전주 전북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펴낸 학우지 窓(4회, 올곧음상)을 통해 60년 전 청춘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들여다보자. 현재 80대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은 일제 때 태어났다. 사춘기 때 625전쟁을 겪었고, 열악한 경제상황에서 일가를 이루고 세파를 헤쳐 온 고난의 행군 중심에 있었다. 그들이 청춘일 때 펴낸 문예잡지를 통해 금강석보다 강한 열정을 만나본다. 그들은 내일에 의뢰하면 공허한 어제를 남긴다 Boys! Be ambitions! 등을 금언 삼아 살았다. △전주 전동천주교학생회 聖友 창간호 聖友는 1959년 8월13일 인쇄, 9월5일자로 발행된 전주 전동천주교학생회가 발간한 종교 잡지다. 학생회장에 따르면 성우는 천주교 성지에 자리잡은 전동천주교회 학생회의 불품는 듯한 정열의 산물이다. 60년 세월을 견디느라 종이는 누렇게 변색, 낯설기까지 하다. 그러나 교과서 크기 152쪽에 담긴 글에는 천주를 향한 신앙, 眞善美한 삶이 깃들어 있다. 세로 2단 또는 3단으로 편집됐고, 표지를 오른쪽으로 넘기면 전라선 전주시 덕진역전 조방지거 德津陶瓦工場 전주시 전동 88 전화 436番 永豊양조장 전주시 역전 노송동 601 전화 7708番 普光出版社 등 3개의 상업광고가 표출된다. 광고란 상단에 편집된 우리의 盟誓는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6.25전쟁을 겪은 지 몇 년 안 된 당시 시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맹서 3개항은 1,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자 2, 우리는 강철같이 단결하여 공산 침략자를 쳐부수자 3, 우리는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날리고 남북 통일을 완수하자다. 사진 2장이 실렸는데, 한 장은 여학생들의 쁘레시디움 봉헌사열식 입당 광경이고, 다른 한 장은 1959년도 전북교구교리 및 구기대회 우승 기념 사진이다. 글은 절반 정도가 한자인 국한문 혼용이다. 요즘 기준으로 한자 3급 이상 수준의 한자들이 많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이 혼란스럽다. 김홍섭님의 기고 殉敎者의 遺趾를 찾아서를 살펴보자. 이 글은 유항검 일가 순교 후 100여년 만에 이굴된 당시의 상황을 이서면 재남리 바위백이 이굴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박요셉씨(이서면 재남촌, 63세)의 증언을 토대로 상세히 다룬 기고문이다. 그 곳은 전주서 서북방향으로 약40里許 전군가도에서 式側으로~ 약500米突을 一邊으로 하는 그 일가족들의 손자욱이 혹시나 印처졌음직도하여 등은 낯설다. 許는 그 쯤 되는 곳이고, 式側은 옆으로, 米突은 미터로 해석된다. 한글도 아릿다운, 불품는 듯한 정열, 나어린 농부들이, 흐르고 말었습니다 처럼 현대인이 보면 낯선 표현, 표기다. 성우에 실린 글은 순교자의 유지를 찾아서, 조선 천주교회의 유래, 가톨릭적 성서관 등 대부분 교회 이해에 관한 것들이다. 신실함을 다지는 편지글, 수필 등은 물론 음악에 대한 글도 실렸다. 박창유의 글 나의 死生觀처럼 무거운 글도 있지만, 김진수의 글 비와 故鄕이나 조정운의 追憶처럼 비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 고향을 연결 짓거나 희망을 노래하는 수필도 다수 실렸다. 조정운은 추억에서 창밖의 만상을 바라보며 희망에서 살라. 행복이 오리라고 노래했다. 또 15편이 시와 단편소설 마리아의 소녀들의 기도(김옥순 작), 시나리오 어머니(김금순) 등 창작물이 실렸고, 특집편에서는 마틴 루터 생애를 약전 형식으로 다뤘다. 전동가톨릭 학생회칙에 따르면 학생회는 1959년 4월에 출범했고, 회원은 고등학생이었다. 또 이광수 학생회장의 창간사에 따르면 학생회원은 300여 명이었고, 또 전주전동천주교회와 尹방지거 사베리오 神父 편에 따르면 전동천주교회 신자는 4000명을 헤아렸다. 성우에는 전동성당과 유항검, 치명자, 성모마리아 등에 대한 글들이 많다. 그 만큼 유항검 일가 성지에 살며 전동천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뜻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유항검은 1784년 천주교 세례를 받고 돌아온 후 순교자가 되었다. 그 성지에 1914년 전동성당을 세운 프랑스 출신 윤방지거 사베리오 신부는 1915년 57세의 나이에 사망한 후 유요안이루갈다 동정부부를 모시고 치명자산에 누웠다. △전북고등학교를 잊지 말자 1952년 2월 세상에 나온 전북고등학교 학우지 窓 창간호는 窓編과 孤光編 등 2편이다. 잡지 뒤편에 소개된 61명 소개란의 생년월일을 보면 4263~4268년 생, 그러니까 17~22세 학생들이다. 나이 차가 있다 보니, 18세 학생에 대해서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와도 같다고 소개하고, 22세 학생에게는 우리반에서 제일 할아버지 늙은 친구 장가는 가셨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하고 장난어린 소개를 하고 있다. 전주고등학교가 1951년 9월1일자로 개칭해 출발하면서 기존 전북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전주고로 편입된 모양이다. 월영 학생은 권두사에서 우리들 학우들의 우정이란 偉力으로 (중략) 전 전북고등학교의 추억의 실마리를 풀어 그윽한 그 향기를 풍기어 본다는 의미로(후략) 창간했다고 썼다. 또 窓의 孤光編에서 손건 학생은 전북고교가 그립다는 글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오늘은 우리는 전주고등학생이다. 또한 1학년 시대는 전북이란 이름 그대로 전북고교생이었다. 그날의 학생수는 많지 않게 文理科 합해서 120명 밖에 아니되였다. 이 글에 따르면 손건은 1952년 당시 전주고 2학년이다. 또 문과와 이과는 각각 60명 정도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窓 편집진이 연도 표기를 서기 대신 단기(4285년)로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 때문이었을까. 활자가 아닌 등사 인쇄했다. 기름종이에 철필로 원고를 쓴 다음 잉크 묻힌 롤러를 밀어 인쇄 했는데, 글씨는 매우 반듯하다. 글감 대부분은 우정과 학창시절 추억, 그리움, 선생님, 전북고등학교가 없어진 데 따른 아쉬움과 향수 등이다. 청춘의 기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금강석과 같고 에베레스트와 같은 우뚝 솟고 빛나는 인류를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하는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을 맹서한다. 窓編 3~6쪽에 실린 글 新有機化合物의 合成에서는 학구적 열기, 애국적 결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1951년 미국에서 결핵균에 유효한 신유기화합물이 발견됐는데, 그 합성법을 고찰하는 원고를 게재했다. 세계 선진국에 뒤지지 않아야 겠다는 결기가 살아 있다. 뒤떨어진 기초과학 논쟁이 한창인 대한민국 현실을 본다.

  • 기획
  • 김재호
  • 2019.10.09 15:55

[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⑤ 전북 유사한 네덜란드는 (상) 케어팜

영토가 작아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쉼 없이 존재감을 보여줘야 했던 나라.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가져 나막신이 발달한 나라. 네덜란드 국민들이 척박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대응하는 기질은 삶의 방식으로 녹아들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네덜란드가 가장 혁신적이고 기술개발·변화에 선도적인 이유다. 네덜란드의 유연하고 혁신적인 시민정신은 오늘날 ‘리빙랩’ 정신과 맞닿아 있다. 네덜란드가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리빙랩 선도국가가 된 가장 큰 원동력이다. 네덜란드는 전라북도와도 닮았다. 세계 2위 규모 농업 수출량을 자랑하는 농업강국인 동시에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요구가 높고 활발하다. △ 노인은 ‘치유’를, 소농은 ‘농장 운영’을 원한다 스마트팜(smart farm) 선진국인 네덜란드가 주목한 새로운 형태의 농업, 바로 케어팜(care farm)이다. 케어팜은 노인이나 발달장애인·자폐·약물중독자·노숙자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머물거나 거주하며 농장을 활용한 복지 서비스를 받는 돌봄 시설이다. 네덜란드 케어팜 전문가인 조예원 바흐닝언 케어팜 연구소장은 “스마트팜이 농업 생산량의 폭발적 증대를 위한 고효율화 기술이라면, 치유농업이라고도 하는 케어팜은 소농들에게 좀 더 적합하고 진입이 쉬운 농업”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누워 지내다 생을 마감하길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삭막하고 누워만 지내는 요양원, 의료기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거주형 케어팜 ‘레이헤르스후퍼’를 운영하는 헨크 스미트(Henk smit) 원장 등 케어팜 운영자들의 의견이다. 이렇듯 케어팜은 소규모 농업인들과 노인들의 요구가 맞물려 탄생했다. 케어팜 형성 과정 자체가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전문 기술·산업이 발전된 ‘리빙랩’인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에 1200여 개 케어팜이 존재할 정도로 번성했다. 농장주의 가치관과 운영 방식과 노하우, 수요층 등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농장이 환자에게 주는 집 같은 편안함 네덜란드 하임스커크(Heemskerk) 외곽에 위치한 거주형 케어팜 레이헤르스후퍼(DeReigershove). 2미터가 넘는 굳게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화로운 농장이 펼쳐졌다. 한가운데 넓은 밭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심겨 있고, 양옆에는 양과 돼지, 토끼, 닭 등 동물에게 여물을 주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청소년 자원봉사자와 함께 작물에 물을 주고 있는 노인들도 있었다. 한켠에 조성된 놀이터가 시끌벅적했다. 이곳에 사는 한 노인의 가족이 놀러온 터였다. 노인은 벤치에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놀이터에서 뛰노는 손자들을 구경했다. 공동 공간 1층에서는 노인들이 옛날 음악을 함께 들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요양사는 이들을 방해하지 않고, 이따금 아픈 곳은 없는지 식사를 하고 싶은지를 챙겼다. 케어팜 대부분이 방문형 활동 위주이지만 ‘레이헤르스후퍼’는 드물게 중증 치매환자들이 말년을 보내도록 마련된 거주형 시설이다. 2013년 10월 설립된 이곳은 현재 노인 27명이 4개 그룹으로 나눠 집 4채에서 살고 있다. 원장인 헨크 스미트는 “환자를 침대에 묶어두고 치료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죽이는 것과 같다.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환경을 만들어 또 다른 삶의 가치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환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치료와 사회활동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노인돌봄 가치관에 부합한 것이 바로 ‘치유농업’이었다. 요양시설처럼 의사·요양사의 치료와 돌봄을 받지만 집 같은 편안함과 휴식을 준다. 식물·동물 등 녹색 환경을 보며 심리적 안정을 주는 동시에 농장에서의 어렵지 않으면서도 규칙적인 활동을 하며 성취감·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곳에서 노인들이 여물 주기·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 뽑기·작물 재배 등 농장 일 외에 미술·공예·목공·미용·음악 감상 등 다양한 취미·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헨크 스미트는 “인기가 높아 지금 입주를 신청해도 1년 후에나 가능하다”며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복지가 아니라 누구나 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이곳뿐만 아니라 누구나 ‘케어팜’을 보편적 서비스로 누릴 수 있는 제도·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속 유휴지가 치유·소통 농업 공간으로 대도시 위트레흐트((Utrecht)시에 있는 케어팜 ‘푸드포굿(Food for Good)’.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네덜란드 안에서도 특별한 사례로 꼽힌다. 노인·장애인·장기실업자 등을 돌보는 시설이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반기는 주민들이 얼마나 될까. 이 지역 역시 반대가 컸다. ‘푸드포굿’ 운영자 한스 페일스(Hans Pijls)는 “버려진 시유지(市有地)를 무상임대해 재생시키는 것인데도 주민들은 노인, 실업자 등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케어팜이 가장 곁에 필요한 곳이 바로 도심 아파트단지”라고 말했다. 도시에 사는 독거노인, 가족이 일하는 동안 돌봄이 필요한 노인 등이 노인정처럼 머물며 활동하고, 심리적으로 우울한 시민들의 재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또 주민들에게도 모임이나 취미 활동을 하며 지역 노인들과도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푸드포굿에서는 공동 농작물 재배와 함께 지역주민과 피자만들기·생산물 이용한 요리 교실 등 다양한 워크숍을 한다. 한스 페일스는 “케어팜은 노인 복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노인을 비롯해 시민들의 사회적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숭 전주대 지역혁신센터장은 “‘푸드포굿’형태는 전북에서도 조건이 비슷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거주형 케어팜의 경우는 텃밭이 있는 한국 요양시설에서 케어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네덜란드 노인돌봄 리빙랩은 도시재생과 사회복지, 혁신이 함께 가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하임스커크·위트레흐트=김보현 기자

  • 기획
  • 김보현
  • 2019.10.08 20:14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④ 균형과 분권자치 위해 힘 모은 프랑스 지방자치

한국에서 수도권공화국이 심화되는 원인은 도시의 확장과 광역 간 연결성의 강화다. 사람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작은 도시에서 큰 도시로 향하고 있다. 전북 내에서도 전주가 인구를 빨아들이는 인구 블랙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간적 인구불균형은 불평등한 결과를 부르고 있으며, 인구가 과소한 지역은 발전이 더디는 악순환이 번복되고 있다. 프랑스 역시 파리를 빼면 사막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극심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토평등위원회와 메트로폴이라는 자치단체 간 연합체를 발족시켜 분권과 균형발전의 토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프랑스의 강력한 지방분권체제 프랑스는 강한 중앙집권 행정이 정착된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대혁명 이후 국민의회 결정과 나폴레옹 황제의 집권을 거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다 1982년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고 지방분권법이 시행되며 각 지방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자치단체 계층은 코뮌-데파트망-레죵으로 갈수록 광역화된다. 이들 자치단체 간에는 우리나라 도와 시처럼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프랑스에서의 지방자치는 독일과 영국처럼 뿌리 깊은 역사적 관행이라기 보단 정치적 결정에 의한 법적장치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프랑스의 자치분권은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코뮌에서부터 강력한 분권과 권력분산원칙이 적용되는데 이는 각자의 정체성이 강한 3만6000여 개의 지자체를 만들어냈다. 프랑스는 한국과는 다르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동일체로서 다수당이 자치단체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다. 의장 역시 우리나라로 따지면 군수나 시장이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코뮌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분권은 지역 간 극심한 불균형을 줄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코뮌 중 90%에 달하는 곳이 주민 수 2000명 이하의 소규모 코뮌으로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112개의 코뮌만이 인구 5만 명 이상이다. △통합의 지방자치 모색하는 프랑스 프랑스는 지자체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했다. 수직적인 단계 축소와 수평적으로는 지자체를 통합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된 이유다. 각 자치단체 간 개성도 강하다보니 협업발전도 어려웠다. 지방의 세계화와 규모화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해졌다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동일권역 내 지자체의 통합과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프랑스는 코뮌보다 상위개념의 자치단위인 데파트망을 통합 후 중간단계 폐지를 시도했으나 지난 2013년 주민선거에서 부결되면서 실패했다. 이는 전북의 전주완주 통합과도 비슷한 사례다. 표면적 여론은 통합찬성이 다소 우세했으나 주민투표 결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도시화로 인한 불균형을 잡기 위해서 내년도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소규모 코뮌들을 통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 메트로폴 제도로 지역 간 격차 줄이기 돌입 기초지자체의 지나친 세분화와 개성으로 광역행정서비스가 약화되자 프랑스는 지자체간 연합체를 결정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연합체의 원활한 구성과 통합적 관점에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메트로폴을 지난 2011년부터 발족시켰다. 코뮌 연합체인 메트로폴은 광역거점도시화 현상을 세계적인 추세로 인정하고 거점도시를 키우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통수도조세문화 등 각종 행정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서로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메트로폴 구성은 2015년부터 행정명령으로 의무화했으며 각 자치단체 연합체의 성격에 따라 이를 또 다시 세분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프랑스 전역에는 17개의 메트로폴이 구성돼 자치단체의 사무권한을 위임받아 지역 간 효율적인 행정과 도시계획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2017년도부터는 메트로폴의 지위와 권한은 강화되는 추세로 행정구역 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의 시 이상의 자치단체에 상응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교류에도 메트로폴이 직접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메트로폴 운영은 소지역주의타파와 지역 간 통합논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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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정
  • 2019.10.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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