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9 17:05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취임 2주년 맞은 김태경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도내 건설공사에 전북업체 참여 제도적 장치 필요"

전라북도의 전문건설분야를 이끌고 있는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회장(55)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도내 전문건설의 사령탑을 맡은 그에게 전문건설의 현 주소와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회장에 취임한지 2년이 됐습니다. 우선 소회가 궁금합니다. 저는 회장에 취임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저의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여기지 않고, 전문건설업계의 발전과 전라북도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전문건설업계 업역 확대와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위해 추진한 하도급 전담부서의 설치가 현실화 되는 등 협회의 노력이 회원사의 발전과 지역 건설업의 건전한 육성에 기여하게 돼 나름대로 감사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그간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나요. 취임 당시 지역업체의 하도급 참여비율 확대와 공정한 하도급 문화 정착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 등이 함께 새만금사업 지역업체 참여확대 협약, 전주시와 체결한 지역건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 우리 도회에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한 하도급 전담부서 신설에 대해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조직을 개편, 전담부서를 설치하게 된 것은 지역업체의 수주물량 증대와 더불어 투명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일반인들은 좀 익숙하지 않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전문건설업자의 품위유지와 상호협력의 강화로 회원의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1985년 설립됐습니다. 저희 협회는 건설업 관련 제도개선과 전문건설기술의 향상을 위한 제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북도회에는 1800여 회원사가 건설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가 있습니다. 두 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건설업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종합건설업체들이 종합적인 계획과 관리, 조정업무를 담당하는 것과 달리 전문건설업은 건설공사의 각 공종별 전문분야에서 시공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공사의 수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해볼까요. 종합건설업은 지휘자의 역할을, 전문건설업은 각 악기의 연주자라고 할 수 있겠죠 -골프대회 등 협회 차원의 행사를 다양하게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건설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소통과 화합이 중요한 산업입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회원간의 교류와 소통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번 처음으로 개최한 골프대회는 대중화된 골프라는 매개체를 통해 회원사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개최한 전북 전문건설 가족의 날 행사와 더불어 우리 지역의 전문건설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건설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전라북도에서는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도내 14개 시군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실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 본사를 직접 방문하는 등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 활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시는 관계기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파급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건설업이 다시 살아난다면 지역경제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에 관계기관에서는 건설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발주물량을 확대해 주시고, 지역업체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전라북도 건설업계가 발전 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늘 그렇지만 최근들어 지역 건설업계가 너나없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건설업은 건설 관련 국가예산의 축소에 따른 발주물량 감소와 민간건설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침체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전문건설공사 실적을 보면, 전북지역의 기성신고금액(2조 4500억 원)은 전국 실적(87조 2200억 원) 대비 2.8%에 불과하고, 업체당 평균기성액은 10억 700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인 22억 90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자구책은 어떤게 있습니까.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수주물량 확보와 더불어 공사 낙찰률 상향, 건설공사 표준품셈 현실화 등 적정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도내 건설공사에는 반드시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새만금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전문건설협회에서 새만금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새만금 사업은 군산에서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시작해 환황해권 글로벌 자유무역과 경제협력의 중심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면적이 서울 면적의 2/3, 여의도에 140배에 달하는 국책사업입니다. 이와 같은 대형 건설사업이 도내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지역 건설업계는 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새만금에 타 지역 업체가 많은 부분 공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어떤게 있습니까. 지역의 기대와는 달리 새만금 사업에 지역업체의 공사 참여비율은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시공사들은 지역업체의 하도급 참여를 외면하고 있으며, 발주관서 또한 국가기관인 관계로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전라북도와 함께 새만금 관련 사업에 지역업체가 참여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효율적인 사업 추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200만 전북도민 모두의 관심과 더불어 전라북도를 비롯한 도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발주기관의 지역 건설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태경 회장은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제11대 회장을 맡고있는 김태경 회장은 (유)석파토건 대표이사다. 20여년간 건설업에 투신해온 그는 2년전 상대적으로 기득권 층의 뿌리가 두터운 벽을 넘어서면서 회장에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전주상공회의소 의원, 전주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해 온 그는 늘 겸손한 처신으로 주변인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있다는 평이다. 회원사의 단합과 결속을 통해 도내 전문건설업계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을 소신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회장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끌어가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유도해가는 리더십을 보인다는게 주변의 귀띔. 김 회장은 향후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전문건설업 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한걸음 더 나아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이웃돕기 지원사업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지역 문화행사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전라북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 기획
  • 박태랑
  • 2019.10.06 18:33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4. 표암 강세황이 인증한 부안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설렌다. 그 산들거리는 바람결에 묻어나는 산과 들의 내음이 기억 속의 한 장면을 불러오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한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우리 산천을 비단에 수를 놓듯 아름다운 강과 산이라는 뜻인 금수강산으로 칭하며 사철마다 그 풍광을 즐겼다. 가을은 특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부추겨 자연으로 발걸음을 이끌게 하는 계절이다. 요즘에는 청정한 자연을 찾는 생태관광이 인기가 있고 수려한 풍경을 인증한 사진들이 SNS로 전파되어 떠오른다. 이러한 열풍은 예전부터 있던 것으로 선조들의 경험과 시선을 담은 그림과 기행문이 유행하여 선비들의 유람문화를 불러일으켰다. 조선 시대에 가장 핫한 장소로는 금강산과 지리산을 비롯한 팔도의 명승지들이 많았는데, 그중 조선 최고의 문인화가가 부안 일대를 유람하며 그린 그림이 있다. 바로, 등에 표범 문양의 얼룩점이 있어 표암(豹庵)이라는 호를 지닌 강세황(姜世晃, 1713-1791년)이 그린 <부안유람도권(扶安遊覽圖卷)>이다. <우금암도> 혹은 <부안실경도>로도 알려진 그림은 강세황의 둘째 아들인 강완(1739-1775년)이 부안현감으로 재직하던 1770년이나 1771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두루마리 형태의 옆으로 긴 횡권 위에 그려진 6장면의 그림은 간략하게 묘사되었다. 그야말로 야외 스케치로, 짧은 시간에 특징을 요약해서 그린 실경산수화의 밑그림 격인 초본 같다. 그림과 함께 기행문을 중간에 적어 넣었는데 간간이 수정한 흔적이 보인다. 이후 글은 유람기로 정서하여 그의 문집인 『표암유고』 등에 실었다. 글과 그림을 따라가 보면 음력 2월이라고만 기록한 그의 동선을 만날 수 있다. 부안 유람의 여정은 아들이 있는 부안현의 서문을 나서면서 시작되어 동림서원, 청계서원을 거친다. 변산 입구로 들어서 전각이 날듯이 서있다며 개암사를 칭하고 그림에서의 첫 장면이 펼쳐지는데, 우금굴이 있는 우금암을 웅장하게 표현하고 그 품 안에 옥천암을 그려 넣었다. 바로 옆의 봉우리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우금암을 그려 넣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는 소감을 적어놓고, 우금암에서 실상사로 가는 길에 있는 석벽에 둘러싸인 평지인 문현을 그렸다. 그림 한켠을 살펴보면 산길을 오르는 가마 탄 일행의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어진 그림에는 그의 일행이 하루 묵은 실상사와 용추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사실, 그의 글에 의하면 실상사에서 묵고는 경치가 좋다던 월명암을 가려던 참이었는데, 눈길이 미끄러워 가지 못하고 방향을 바꾸어 간 곳이 용추폭포였다. 하지만 오히려 더 험한 길에 고생을 하였다며 후회한 내용을 기록했고 용추폭포 절벽 쪽은 가파르게 표현했다. 그는 길이 험해 가마조차 타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었다란 글을 남기며 앞서 가마를 탄 모습에 자신의 감정을 실었다. 그리고는 폭포 위에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사람을 그려 넣어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하면서 현장감도 살렸다. 마지막에는 지금은 남아있지 않는 실상사의 부속암자로 여겨지는 극락암을 그렸고 내소사를 거쳐 돌아 온 것으로 일박 이일의 부안여정을 인증하였다. 그는 어렵게 다니며 그림을 남겼지만, 이제는 개암사 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가 개암사와 어우러진 우금암을 사진으로 인증할 수 있다. 개암사는 백제 634년 묘련스님이 창건한 왕궁 사찰로 알려져 있다. 개암사의 사적기에는 676년 원효, 의상 스님이 우금암 아래에 있는 우금굴에 머물렀고 이를 암자로 중수해, 이후에는 원효방(元曉房)이라 불렀다 한다. 그곳은 고려 문인 이규보도 인증한 곳으로 <팔월 이십일에 능가산 원효방에 제하다>에 원효가 머문 바위굴에 다녀간 심정을 시구로 남긴 바 있다. 원효방의 본사인 개암사의 대웅전(1636년 중건)은 보물 제292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또한, 개암사는 1688년 부안의 기녀 이매창의 문집인 『매창집』을 간행한 장소로 강세황도 유명한 이 일대를 인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강세황은 부안을 비롯하여 개성과 금강산 등의 산수화와 왕의 어진을 관장하며 인물화를 그리고 활발하게 활동을 한 문인화가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강세황은 그림을 그리지 않은 절필 시기가 있었다. 바로 그 무렵 부안에 와 <부안유람도권>그린 것으로 추정되어 더욱 특별하다. 김홍도의 스승인 그는 특출난 화가였지만, 영조와 정조 임금에게 인정을 받았던 관료였다. 강세황이 관료가 된 과정도 독특한데, 그는 명문가의 자제였지만 벼슬길을 포기하고 처가가 있는 안산에서 30여 년을 지냈다. 하지만, 뛰어난 인물로 소문난 그를 눈여겨본 영조가 관료들이 그를 그림을 잘 그리는 자로 표현을 하자 천한 기술이라고 업신여길 사람이 있을 터이니 다시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하명했고, 이를 전해 듣고 감복한 그는 51세부터 10여 년 동안 스스로 절필했다. 이후 강세황은 영조의 배려로 늦은 나이인 61세에 벼슬길에 올라 현재의 서울시장격인 한성부판윤을 지내기도 하였다. 강세황이 부안유람을 나선 길에 멋진 풍경을 보고는 흥취에 젖어 화폭에 풍경을 담아내기는 했지만, 왕명과 자신과의 약속을 의식해서였던지 간략한 스케치로만 남았다. 사실 영조의 명으로 절필했다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없으며, 그 절필의 과정과 문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은 본인의 자서전과 그의 넷째 아들 강빈의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을의 흥에 대하여 강세황은 산에 있는 스님이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고 전하니 / 단촐한 행장이지만 그림 도구와 시 짓는 통을 가져가리라는 멋진 문장을 남겼다. 나들이를 부르는 계절, 가을 깊어가는 산에 단풍 소식이 들리면 그 스케치 여행길을 따라 어제와 오늘을 함께 인증하고 싶다.

  • 기획
  • 기고
  • 2019.10.03 16:20

[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④ 세계 리빙랩 포럼-(하)성공 관건은 코크레이션·지속적인 실험과 환류

전북을 비롯해 한국, 전 세계에서 리빙랩(livinglab)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이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바텀 업(bottom up)’ 구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리빙랩 1세대가 ‘붐 업(boom up)’을 일으켰다면, 다음 세대는 ‘지속가능성’과 ‘확장’을 이뤄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리빙랩의 기술적이고 방법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즉, 현재 단발적인 리빙랩 프로젝트들을 지속가능하게 확장시키려면 수행 과정에서 더욱 완성도 높고 특별한 기술·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올해 ‘오픈 리빙랩 데이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성공의 열쇳말이 바로 ‘코크리에이션(co-creation·공동창조)’이었다. ◆리빙랩 성공 관건, 코크리에이션…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코크리에이션(co-creation·공동창조)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핀란드의 라우 레아 응용 과학대학의 앤 이위 리 교수는 “코크리에이션은 개방형 리빙랩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 분야·주체의 활동을 조정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리빙랩은 과학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화합입니다. 다중 이해 관계자들의 공동 창조 활동이죠. 리빙랩은 스스로 세우고 유지할 수 있는 원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야 하는 실행방법론이에요.” 앤 이위 리 교수가 말한 코크리에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그는 “누구 하나 솔로가 아니라 각자의 선율이 살아있지만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만드는 오케스트라인 셈”이라며, “꼿꼿한 소나무가 아닌 전체가 다 같이 피어나는 꽃다발이 돼야 한다”고 비유했다. 리빙랩에서 오케스트라처럼 어우러져야 하는 주체들은시민·대학조직·NGO 등 개인·조직·기관을 뜻했다. 그리고 각 주체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역량을 촘촘히 엮어 관계·신뢰성을 쌓아가는 것. 교수는 “지속적인 관계·신뢰성을 쌓으려면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태계를 형성하고, 비전을 그려야 한다. 눈앞에 닥친 것만 끝마치고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리빙랩의 궁극적인 최종 목적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세계의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크리에이션 어떻게? △지역·국가간 ‘다름’ 연구해야 노인돌봄 리빙랩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벨기에의 ‘리카랩(LiCaLab)’. 정부가 벨기에 중소기업들과 함께 2016년부터 5년간 42개 노인 돌봄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리카랩’ 담당자 잉그리드 아드리아 센(Ingrid Adriaensen)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상 어려움·성공을 위한 방법론적 측면을 이야기했다. 그는 “협력 사업을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지역·국가의 의견, 특성이 누락된다. 지리적 영역, 문화적 차이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뒷받침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생활환경 차이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리빙랩의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 즉 방법론, 채용 전략, 그룹 구성, 중재 및 연구 프로토콜을 정의 등 모든 협업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빙랩을 진행 중인 분야가 발전하려면 다른 지역·국가의 해당 분야 리빙랩과 엮어내야 한다”고 말한 그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조율하고 충분히 사례 연구를 해 표준화된 제품·모델을 만들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20개국 36개 사업기관이 온라인 조사, 유럽리빙랩네트워크연합과 자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조사, 웹사이트 공개질문방 등을 활용해 ‘다름’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 신뢰·자연스러운 동기부여 필수 시간이 지나면서 코크리에이션(공동창조)은 어려워지고, 일부는 한계를 드러낸다. 기여 동기가 부족해 프로젝트 참여율이 낮아지고, 예산 고갈에도 부딪혀서다. 에릭 슐리에트(Eric Seulliet)는 “코크리에이션의 정체·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축이 ‘신뢰’와 ‘자연스러운 동기부여(nudge)’”라고 조언했다. 에릭 슐리에트는 프랑스 ‘라 파브 리크 뒤 푸 투르(La Fabrique du Futur)’의 창립회장으로, 이 단체는 파리에서 기술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연구하는 리빙랩 협회다. 그는 소수의 관계자들이 리빙랩을 독점하고 군림하는 것을 경계했다. “리빙랩의 중요 요소는 많은 시민들의 동참인데 매번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시민활동가, 리빙랩 전문가들 만 참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경쟁·질투·불신이 생기고 효과도 적고 스케일업(scale up)을 할 수가 없어요.” 에릭 슐리에트는 “신뢰를 쌓으려면 참여자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열어두고, 다양한 정보, 연구결과·노하우·네트워크 등을 동료뿐만 아니라 실행자, 사업자, 후원자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활성화하려면 적절한 보상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동기부여(nudge)’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설·실험·검증·환류 계속해야 “리빙랩의 과정은 사용 실험자와 서비스 제공자, 정책자 등 다양한 주체간 상호 작용을 통해 나오는 결과를 예측하는 일련의 가설입니다. 그 자체가 옳은 것, 정답, 성공적인 것이 아니에요. 성공적 결과에 유사한 실험적 프레임을 연구 설계하는 것입니다.” 스위스 서부응용과학대학 (HES-SO Valais-Wallis)의 선임 연구원인 벤자민 난첸(Benjamin Nanchen)은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능성을 계속 예측하고 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검증·환류도 뒤따라야 한다. 벤자민 난첸에 따르면 리빙랩 자체가 실험·테스트다. 이제는 단순히 리빙랩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결과에 대해 성과 평가·점검해야 할 때다. 그는 “우리 연구소는 리빙랩 결과를 진단할 수 있는 평가도구 개발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는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리빙랩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점이기도 하다. 포럼에 함께 참석했던 성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모든 정책 사업은 가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똑똑한 사람이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같이 예측해 바꿔보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환경이 단순했던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가가 예측 가능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오늘날은 너무나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결과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통해 실험하고, 다양한 주체(시민)를 정책에 들여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 박사는 “다양한 실험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리빙랩은 의미가 없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리빙랩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단기간 성과를 재촉하기 보다는 충분히 실험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그리스 테살로니키=김보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김보현
  • 2019.10.01 20:24

[뚜벅뚜벅 전북여행]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세계 자연생태의 보고 "생태습지에서 가을 산책"

태풍이 지나고 난 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함과 공허함을 주는 것 같아요.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가을이구나! 하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곤 합니다. 이럴 때면 가을이 주는 바람에 이끌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죠. 하늘의 이끌림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더 느끼고 싶어서 아이와 함께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운곡습지에 가려면 고창 고인돌박물관이나 운곡습지생태공원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요. 아이가 좋아하는 모로모로 기차와 고인돌이 가득한 언덕을 지나 운곡습지에 들어가기 위해 고창 고인돌 공원을 택했어요. 생물권 보전지역은 유네스코가 생물 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인간과 생물권계획에 따라 지정한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 대상지역을 말합니다. 고창은 고창부안갯벌람사르습지, 선운산도립공원, 운곡람사르습지, 고인돌 세계문화유산, 동림저수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람사르습지의 총 23군데 중에 2곳이 고창에 있으니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인정받을만하죠! 고인돌공원을 둘러보는데 이곳이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의 다랑논이었다고 해요. 멀리서 볼 때는 신비롭고 웅장해 보이던 이곳이 마을 주민들이 알지 못해서 논농사를 지을 때 걸리적거리던 고인돌을 가까운 한곳에 모아둔 모습이라고 해요. 유네스코로 지정되면서 유네스코에서 그대로 유지된 고인돌만의 고유식별 번호를 줬다고 하니 번호가 없는 고인돌은 사람들이 옮겨놓은 고인돌이라고 보면 됩니다. 운곡습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습지의 풍경과 생태가 살아 있는 곳으로 울창하고 신비로운 곳이에요. 과거 1980년까지는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요. 고인돌 공원과 같이 다랑논으로 다져진 곳이었으나 운곡습지로 조성되면서 습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게 되었다고 해요. 운곡습지에 들어서면 습지보호용 신발 털이개를 통해서 운곡람사르습지안으로 생태교란외래종 식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발을 털고 들어가 줘야 해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습지 안에 사는 동물이나 식물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습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겠죠? 나무 밑으로 밤송이가 여러 개 떨어져 있었어요. 태풍 바람 때문에 밤송이가 제법 많이 떨어져서 아이들과 밤송이를 열어보니 알밤이 여러 개 나와 신이 났네요. 자그마한 알밤을 손에 쥐고 가이드 해설하시는 선생님께서 지난밤 다람쥐와 같은 작은 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길목에 나올 거라고 하니 아이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주운 알밤을 모아두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어요. 여름이 지나고 나면 선운사에 많이 피는 꽃 무리 처럼 습지 안에도 많은 상사화가 있었는데요. 아직 꽃봉오리를 맺고 있던 붉노랑상사화를 보았어요. 다른 꽃과 다르게 이 상사화는 뿌리가 돌출되어 있어 꽃가루로 번식하는 게 아니라 뿌리를 캐 먹는 동물들에 의해서 옮겨진다고 해요.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뿌리 열매에 독성분이 있어 맛있어 보이는 열매를 먹으려던 멧돼지들이 맛이 없어 뱉게 되면 그곳에 자리 잡고 다시 꽃이 피어난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죠. 이 넓은 습지 안에서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는 설명까지 들으니 재미있고 흥미로운 배움이었습니다. 운곡습지 탐방로는 생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탐방로가 좁아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발판 사이가 약간 넓은 이유는 습지 안 데크 밑에 사는 수중식물이 햇빛이 들지 않을까 봐 발판 사이가 넓다고 합니다. 길을 한참 걷다 보니 데크 위로 열심히 어디론가 기어가는 애벌레 한 마리와 눈싸움을 하곤 고개를 돌려보니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장지뱀을 만나게 되었어요. 파충류인 장지뱀이 밤새 내린 비에 젖은 몸을 햇볕에 쬐려고 나온 모양이에요.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잠을 자는지 가만히 있어서 죽은 줄 알았어요. 물은 습지 형성과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요. 가운데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장치가 지중 수위를 관측하는 거에요. 습지의 있는 물이 마르면 더는 습지가 아니므로 이를 위해 습지의 육화-건조화, 천이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습지의 보전 및 관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자동관 측정을 설치하여 습지토양 속에 들어있는 물의 양을 측정하고 있다고 해요. 운곡습지보호지역을 관리하시는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 눈으로 아름다운 습지를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운곡습지 자체에서도 행사를 한 번씩 하고 있는데요. 무주 반딧불축제처럼 많은 양의 반디는 아니지만, 운곡습지에서 볼 수 있는 늪반디와 애반디를 찾아볼 수 있어요. 습지 밑으로는 많은 다슬기가 살고 있다고 하니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밟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해요. 그만큼 수질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거겠죠!! 운곡습지에 오시면 식물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과 동행할 수 있으니 아이와 가족과 함께 습지 산책로를 거닐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하나하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시니 지루하지 않고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식물들에 관해서도 알 수 있으니 좋은 시간이었어요. 운곡습지에 오시기 전에 예약을 미리 하시면 더욱더 좋아요! (운곡습지 탐방안내소 : 063-564-7076) 예전에는 운곡습지가 있는 곳이 오베이골로 불리는 골짜기였어요. 길이 다섯 군데로 나누어 졌다고 해서 전라도 사투리로 오베이라고 하는데요. 운곡습지 주변에 거주하시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기르신 작물들을 가지고 나와 장터가 열리고 있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장은 신선하고 좋은 직거래 장터로 운곡습지나 고인돌공원을 방문하시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고창군민들에게도 알찬 장터이기도 해요. 산속에 있는 습지뿐만 아니라 갯벌 람사르습지 센터도 아이들과 방문하시면 좋은 곳이에요. 고창 갯벌은 다양한 저서생물과 염생식물 및 멸종위기 물새가 살고 있어 자연의 보물창고이기도 한곳이에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갯벌 람사르습지를 인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곳이기도 해요. 주말에 아이들과 손잡고 가을바람에 잠자리도 보고 건강한 식자재로 장도 보고 모로모로 기차도 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감상하며 자연이 숨 쉬는 운곡습지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최유정(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19.10.01 18:07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 "주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활동하는 '정성치안' 서비스 실시"

지역치안서비스 개선, 사회적 약자 보호, 수사권조정, 자치경찰제. 모두 전북경찰청과 함께 거론되는 단어다. 취임 2개월을 맞은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59)에게 앞으로의 경찰서비스와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고향인 전북에 전북지방경찰청장으로 금의환향하셨습니다. 기분이 어떠하신지요. 지난 7월 5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에서 전북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전북의 치안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고향 주민 여러분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경찰서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도민 여러분들이 전북경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도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전북경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성치안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구체적으로 설명부탁드립니다. 경찰의 존재이유는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하고 평온한 생활을 보장하는데 있고, 국민이 바라는 경찰의 역할 또한 이와 같습니다. 도민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치안수요자인 주민의 기대와 요구를 중심으로 빈틈없는 민생치안을 확보하는 것이 정성치안의 첫 걸음입니다. 위험에 처한 시민의 비상벨인 112신고에 신속하면서도 친절하게 대응하고, 현장에 나가서는 설마가 아닌 만약의 마음으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정교하고 정밀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순찰활동도 순찰차만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노인정, 어린이집 등 사회적 약자와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찾아가 먼저 안부도 묻고 범죄예방 홍보를 하는 등 정성 순찰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아동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체계 구축 및 종합적인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도의 추진단을 구성해 특별치안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지금 강조하는 정성치안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공동체의 일원이자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도민의 눈높이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협업해야 합니다. 도민들이 우리 지역은 우리가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협력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경찰의 손길이 닿지 않는 치안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 또한 체감치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성치안의 한 축입니다. -정성치안과 자치경찰제는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청장님 생각은? 취임 이후 두달여 간에 걸쳐 도내 14개 경찰서, 13개 시군 자치단체(의회), 지역별 사회적 약자 보호 시설 등을 방문해 도민 여러분들의 힘겹고 어려운 점, 경찰에게 바라는 점 등을 경청하고 이를 치안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듯, 주민의 요구를 경청하고 치안정책에 반영하는 일, 그리고 공동체 치안활동의 중요성을 주민과 경찰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점 등이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 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자치경찰제의 목적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위원회에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모델을 확정한 이후 현재 관련법률(경찰법, 경찰공무원법)이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경찰행정의 민주성 강화와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지역별 경제력에 따른 치안서비스의 불균형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지방분권위원회에서 제시한 표준모델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전라북도가 자치경찰 시범지역으로 선정된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리자면, 전북도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전북의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발굴하는 등 자치경찰제 시행에 철저히 대비할 것입니다. -전북, 특히 전주의 경우 연 10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도시입니다. 관광도시에 맞는 치안정책이 있으시다면? 우리가 일상 생활에 불안함을 느낀다면,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경찰의 치안활동은 건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 경제, 문화, 관광 등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범죄에 대한 불안 없이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경찰이 당연히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전북경찰은 주요 관광지의 범죄와 사고 예방을 위해 지자체 등과 협업, 면밀한 방범진단을 토대로 CCTV 등 치안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고 있으며, 취약지에 대한 순찰활동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북 관광의 메카인 한옥마을 치안 확보를 위해 상시 근무자 2명을 배치해 주요 거점 및 한옥마을 취약지 순찰, 민원 접수 처리 등 치안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통시설물 정비, 신호체계 개선 등을 통해 관광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동하고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장에도 충분한 경찰력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전북일보와 도민 여러분께 전할 말이 있다면? 지역을 밝히는 등불이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명실공히 전북의 대표 정론지로써 오랜 시간 한 길만을 걸어온 전북일보 관계자분들과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 또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서 언론과 경찰이 추구하는 목표가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북일보가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해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고 바른 길을 제시하듯이 우리 5000여 전북경찰도 도민 모두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전북경찰의 목표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도민의 고견과 언론의 쓴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토대로 보다 발전하는 전북경찰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도민 여러분 곁에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전북경찰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은 김제 봉남면 출신인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은 군산제일고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7년 경사 특별채용돼 치안감 자리까지 오른 경찰 내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후 경기 일산 수사과장전북청 경무과장김제경찰서장정부 서울청사경비대장서울 수서경찰서장, 인천국제공항경찰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획 전문가로도 꼽히는 조 청장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경찰의 최고 가치이자 지향점으로 삼고, 꼼꼼한 업무 추진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장을 역임할 때 유사시 신속하게 공항 내 안전을 책임지는 등 내.외국인 여행객들에게 경찰이 항상 곁에 있는 공항이라는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전국 공항 중 최초로 제1여객터미널 3층 중앙에 경찰관 13명과 의경 9명을 3교대 근무로 편제한 치안센터를 개소하는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14개 시군을 둘러보며 지역별 교통치안상황을 둘러본 것도 이러한 평소 그의 지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청장은 주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에 발 맞춰 보행자, 노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중심으로 사고감소를 위해 지속적인 교통안전시설, 신호체계 개선,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홍보 및 계도 등 교통안전에 다각적인 노력을 앞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도민이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선진교통문화 구축과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성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획
  • 최정규
  • 2019.09.29 19:06

[뚜벅뚜벅 전북여행] 가을 꽃 관람할 수 있는 '전주수목원 정원 박람회'

관광의 도시이자 맛의 도시로 유명한 전주지만 외지인은 잘 모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인데요. 매년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데 핑크뮬리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전주수목원 자체가 이미 힐링 가을 여행코스지만 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기간에는 작품과 공연 그리고 체험까지 즐길 수 있어요. 이번 주말 전북 가볼 만한 곳이자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이에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펼쳐지는 정원박람회는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행사랍니다. `2019 정원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14개와 함께 주민참여 정원이 전시되는데요. 작품은 박람회 기간이 지나도 내년 박람회가 오기 전까지 계속 전시된다고 해요. 다만, 28일까지 오시면 버스킹, 버블쇼, 마술쇼, 마임쇼 그리고 원예체험 등 프로그램과 함께 프리마켓도 있어서 볼거리가 더욱 많아요. 전주수목원은 저도 처음 방문해보는 곳이라 정문인 1번부터 36번 상사화원까지 다 둘러보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포켓쉼터로 죽림원, 수국원, 습지원 등 쉼터가 있어요. 그리고 수목원을 나오면서 뒤늦게 봤는데 주차장 건너편에도 생태습지원이 있어요. 요즘 핫하다는 트리하우스가 전주수목원 정문 입구 쪽에서 보였어요. 일부러 시멘트길 보다 나무데크 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제대로 느꼈답니다. 전주수목원은 면적이 약 30만 제곱미터로 꼼꼼히 보려면 지도를 잘 보고 동선을 정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수목원 내 카페가 있어서 쉬어가도 좋고요. 트리하우스가 보이는 구간 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파머스 포토존이라고 과일과 꽃으로 꾸며진 식탁이 보이는데요. 유럽 느낌도 나고 뭔가 풍요롭고 아늑한 느낌의 정원이라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공원과 달리 수목원이라 상업사진이나 웨딩, 돌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고 해요. 바로 그 근처에 느린 우체통이 있는데 전주수목원에서 제작한 포토 엽서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실제로 제가 다시 돌아갈 때는 여기에 커플이 한 손으로 엽서를 가리고 한 손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에 흐뭇하기도 했던 곳이에요. 제가 방문한 날에는 개막식날이라 여러 단체에서 행사 참여를 많이 오신 편이에요. 꽃길과 푸른 길을 따라 산책하며 같은 공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즐겼으리라 믿어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교육홍보관에는 김영민 개인전이 열리고 있고 푸른빛과 분홍빛이 더해져 예쁜 연꽃이 활짝 핀 서양 정원도 있어요. 더 넘어오면 가장 중앙에 랜드마크 광장이 보이는데요. 여기가 바로 공모전 작품 전시 및 프리마켓이 열리는 장소에요. 가정집 정원에서도 도전해볼 수 있는 정원들도 있어서 참고하러 가보는 것도 좋아요. 작품은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있는데요. 울산 정원박람회나 타 도시 정원 박람회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하루 둘러보기 딱 좋은 코스였어요. 인생에 작지만 중요한, 없어서는 안 되는 졸음쉼터나 쉼이라는 의미를 통해 안식처가 되어줄 정원의 의미를 되새긴 학생부 작품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어요. 주말에는 잔디광장에서 서커스 및 현악 3중주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데요. 랜드마크 광장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연이 많았어요. 그리고 파머스 프리마켓이 열리면서 그릇, 옷, 수제품 등 청년과 소상공인들의 물건들이 전시되고 판매되는 중이랍니다. 정원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들이 꽤 보여서 지갑 문을 닫느라 애썼어요. 그리고 가을이 오면 기다려지는 것 또 하나 핑크뮬리 시즌이죠! 전주에는 전주수목원을 보면 핑크뮬리를 더욱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구간도 무궁화원 옆과 잔디광장 옆 핑크뮬리로 크게 2구간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아요. 핑크뮬리는 안에 들어가면 다 쓰러지기 때문에 줄을 쳐두고 못 들어가게 막아둬서 핑크뮬리를 이쁘게 감상하고 사진 찍을 수 있답니다. 잔디광장 끝에는 이렇게 곤충 조형물 뒤편 바람결 정원이 있는데요. 천연 염색한 것으로 보이는 푸른 계열의 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찍기 좋아요. 많은 커플과 친구들이 여기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갔답니다. 길과 정원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전주수목원. 축제 기간에는 생태계 놀이, 솔방울 놀이, 멸종위기 젠가게임, 업사이클링 체험 등 체험행사와 함께 전시와 가을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으니 꼭 들러보세요! [한국도로공사 정원박람회] 일 시 : 9. 20(금) ~ 9.28(토), 9일간 * 박람회 기간에는 정기휴원일(월요일)에도 관람 가능 장 소 :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랜드마크 및 잔디광장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62-45 / 반월동 848-39 전화 : 063-212-0652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9.16~3.14) 월요일 휴무 주차 : 무료 주차장 입장료 : 없음, 무료 /글사진 = 장하나(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19.09.27 15:03

영화 '김복동' 제작한 송원근 감독 "모두가 알아야 할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가 완성해야"

영화는 담담했으나 가슴이 먹먹했다. 표현하기 어려운 죄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더해지니 그 먹먹함은 아픔이 되었다. 영화 <김복동>을 극장에 내걸린 지 3주쯤 지나 보았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객석은 가득 차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아베총리의 경제제재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즈음이었지만, 영화 <김복동>의 예상된 흥행(?)은 민망했다. 상업영화관들의 인내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여러 달 전부터 내걸었던 몇 편 수입 애니메이션은 건재했으나 영화 김복동은 간판을 내렸다. 그런데 끊어질 듯 했던 영화의 생명(?)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입소문 덕분이었을까. 자치단체와 기관, 각 분야의 공동체들이 영화 상영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영화 <김복동>은 위안부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였으며 평화운동가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1926~2019)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싸웠던 27년 동안의 긴 여정이다. 아흔 살이 넘은 고령에도 세계의 도시들을 돌며 일본의 식민정책 만행을 고발하고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했던 할머니의 삶을 담담하게 담은 이 영화는 역사적 실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왜 대한민국 국민이 이 치욕적인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지를 묵직하게 알려준다. 이 영화를 만든 송원근 감독(43)을 만났다. 방송용 다큐를 주로 제작해온 그에게 <김복동>은 첫 다큐멘터리 영화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중심에 있는 일본의 식민지 역사를 다루는 일이니 소명의식이 발동하지 않았을 리 없고 한일 양국 사이의 갈등이 극도로 악화된 시절이니 책임감 또한 적었을 리 없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쾌했다. 모두가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이고 싶었다. 또한 이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영화 상영과 감독과의 대화를 함께 요청하는 덕분에 전국의 도시들을 이웃집 드나들 듯 오가고 있는 송 감독은 고단하면서도 의미 있고 즐거운 이 여정이 얼마동안이라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고된 여정이 역사를 바로 보게 하는 새로운 힘을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영화 관객은 기대한 만큼 이루어졌습니까. 예상보다 저조했어요. 상영관들이 너무 빨리 영화를 내린 것이 아쉽긴 하지만 또 좋은 영화들이 뒤를 이어 기다리고 있으니 욕심을 부릴 일은 아니죠. 그나마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한 관객들이 공동체를 통해 상영 요청을 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이 영화를 못 보셨지요. 영화는 언제부터 준비했습니까. 할머니께서 지난 1월 28일에 돌아가셨는데 그 3개월 전에 제안을 받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현장을 함께 하며 기록해온 미디어 몽구 김정환씨가 김복동 할머니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록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여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었지요. 곧바로 제작을 시작했지만 이미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계실 때여서 할머니의 일상을 담기에는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았습니다.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미디어 몽구의 자료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방대한 자료가 동원되었겠습니다. 미디어 몽구가 촬영한 자료들이 있었지만 영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했어요. 정의기억연대의 자료가 중요했는데, 당시만 해도 김복동 할머니에 관한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았어요. 정의기억연대에서 3~4주에 걸쳐 자료를 찾고 정리해주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위안부 문제를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습니까. 개인적으로 현장을 담거나 자료를 들여다본 적은 없었습니다. 한일위안부 합의 이후에 토크 프로그램을 연출했는데 기획을 하면서 내용을 들여다보고 전문가들의 이야기 들은 것이 전부였어요. 다만 작년에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을 이어 읽으면서 우리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만났어야 하는 일 같습니다.(웃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떤 형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 영화를 제안 받은 것이죠. 6개월 정도 책에 빠져 있다가 그런 제안을 받으니 소설에서 만났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일본군에 끌려가던 소녀들의 장면이 선명했어요. 자료를 찾아보니 김 숨 작가가 쓴 자서전이 있었는데 소설과 자서전의 경계가 따로 없더군요. -영화의 구성이 새로웠습니다. 할머니의 기록이면서도 할머니의 개인적 일상에 집중하지 않고 관련 상황들을 이어가면서 그 안에서 할머니의 존재를 들어나게 하는 방식이 다른 다큐와는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할머니의 자서전 성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통해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의 구성에 관심이 갔어요. 김복동도 그런 대하소설 같은 구성으로 관객들이 깨닫고 감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시간의 흐름으로 일별하면서 스스로 알게 하는 그런 힘을 원했던 것이겠군요. 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 아베의 경제제재로 막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이런 시점에서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죠. 김복동 할머니도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설 때 오히려 화를 참고 인내하며 차분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분이셨어요.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고 그런 의미를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돌아봐야 하는 일들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한일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왜 여기까지 이 지경으로 온 것인가에 대한 것이죠. 지금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상황에 놓이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자면 그런 문제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발점 같은 역할을 영화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영정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한 마지막 장면인데요.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을 한 장면도 담지 않았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도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어떤 걸음을 걸어왔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관객들이 우리 역사를 알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의 활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계속 남아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어지고 떠다니며 힘을 전하는 그런 역할을 기대했어요. 굳이 장례식을 담지 않고 영정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한 것도 그런 의도였습니다. 돌아가셨다고 해서 할머니의 역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과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지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메시지 같은 것이겠습니다. 맞습니다. 할머니가 억울해했던 일본의 사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지 않습니까. 할머니가 끝까지 얻고 싶었던 것을 결국 못 얻고 가셨잖아요. 그런 뜻을 담고 싶었던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살아 계실 때의 냉철하고 의연했던 모습을 더 강하게 기억하게 하자는 것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생각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더 많은 관객들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더 그렇죠.(웃음) 사실 저는 어떤 운동성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해보면 그런 것을 원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는 그 질문에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합니다.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머리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이 새겼으면 좋겠거든요. 한 순간 감동하고 잊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물들어버리는 그런 과정을 공유하고 싶은 거죠. 우리가 안고 있는 한일 역사는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답도 얻게 되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찾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영화를 보고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이 다큐를 통해 의도하신 것은 결국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큐의 힘은 그런 것 같아요. 방송 다큐와 극장 다큐를 구분한다면 방송다큐는 우리가 그냥 우연찮게 보다가 뜻밖의 즐거움과 뜻밖의 깨달음을 주는 것이라면 극장 다큐는 아주 깊고 넓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연히 지나가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서 보는 그것만으로도 우선 출발선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극장 다큐는 사실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직접적으로 와 닿는 지적인 깨달음 보다는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녹여내고 물들이는 염료와 같은 것이죠. 관객과의 대화를 하다보면 영화를 보고 비슷한 느낌들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떠다녔던 질문과 답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하더라도 더 깊이 있게 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죠. 사실은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는 기대가 훨씬 높았어요. 7월 중순부터 인터뷰가 이어질 정도로 관심이 높았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어요. 한일문제의 근원을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냥 뉴스로만 소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영화가 갖고 있는 힘을 잘 알아주시는 것 같았어요. 단순히 슬픈 영화로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희망을 제대로 보고 그 메시지를 읽어내는 관객들이 늘어날수록 그런 메시지가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거든요. 공동체들의 상영 요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주죠.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다른 영화도 만들고 싶어요. 그러나 굳이 욕심을 내고 싶진 않아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내내 내가 할 수 있을까를 되물음을 했습니다. 그 과정이 웃으면서 즐겁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무게감과 사명감을 갖고 해야 했어요. 그것은 어느 순간 소명의식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 나에게 주어진 과제였어요. 어느 날 어느 순간 물이 밀려오는데 제가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이끌려가면서 한 것이었죠. 앞으로의 일도 분명히 그렇게 올 것이라는 예감이 있습니다. 그러니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죠.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지 궁금합니다. 국가의 어떤 큰 흐름 속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50년대 이후로 군사정권의 독재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 뿌리는 물론 일제 강점기죠. 우리의 근현대사 100년은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어긋나고 망쳤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짓밟히고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죠. 개인은 늘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분명히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내더라도 그 진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사회의 굳건한 시스템 속에서 묻히고 뭉개지고 왜곡되는 그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외되는 목소리를 듣고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 송원근 감독은 세월호친일파 등 폭 넓은 사회적 이슈 다뤄 송원근 감독은 1977년 생, 올해 나이 마흔 셋이다. 남원이 고향이지만 일찍 전주로 이사와 성장했다.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전공보다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 방송반에서 활동하면서 대학시절 내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다큐 제작의 모든 과정은 온전히 독학으로 익혔다. 섬진강댐이 건설되면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삶을 담은 <두꺼비강의 눈물>을 비롯해 <야학은 무엇인가>, <이제 대한민국의 반란이 시작된다> 등 당시 제작된 다큐 작품은 각종 영상 공모전에 출품되어 수상했거나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2003년 대학 졸업과 함께 서울 MBC시사교양국에 들어가 일했다. 소속은 되어 있으나 정규직이 아닌 이른바 독립피디 신분이었다. <화제집중>, <불만제로>와 같은 고발성 시사프로그램과 같은 국제시사프로그램에 참여해 연출자로 활동했던 시절, 일은 고단했지만 그 과정 모두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성장하는데 귀한 경험과 자산이 됐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년 동안 EBS의 과학다큐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케이블 TV 경제채널 회사에 들어가 1년 반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처음 4대 보험 가입자가 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는 직장이었다. 생활은 안정됐으나 회사의 정체성과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갈등하고 있던 즈음, 뉴스타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다. 2013년 2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프로듀서가 되어 일을 시작했다. 뉴스타파가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실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로부터 세월호 참사 100일 다큐, 세월호 1주기 다큐를 이어갔다. 1주기 다큐로 제작한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은 한국프로듀서연합회가 주관하는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시사다큐부문 작품상을 수상 했다. 2015년에는 친일파와 그 후손들을 추적한 <친일과 망각> 4부작 시리즈 제작에, 2016년에는 대한민국 훈장이 권력자의 통치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추적한 <훈장과 권력> 4부작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다. 유튜브를 통해 관객을 만나는 한계에서도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화제작들이었다. 2019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연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8월에 개봉한 다큐영화 <김복동>은 극장 상영을 마무리 했지만 전국의 자치 단체와 기관, 학교, 공동체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상영은 감독과의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일상이 바빠졌지만 보람과 책임의식을 절감하며 기꺼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기획
  • 김은정
  • 2019.09.26 19:52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부끄러워 할 줄 안다는 것

일만 하면서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낯선 질문에 빠지기 시작한다. 나는 왜 사는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누구나 인정하는 참된 가치는 존재하는가? 이런 것들을 근본적인 질문 혹은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부르자. 이런 질문들에 빠지면 대개는 내면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생활도 이전과 결이 달라지면서 많이 흐트러질 수 있다. 기존의 것들은 다 뒤틀린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듯, 본 적도 없는 곳으로 이끌리며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10대나 20대에 이런 질문들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40대 50대의 나이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왜 사람들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들에 빠지는가. 이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의 성취도 얻게 되지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데서 오는 피로감을 느끼고 스스로 지치거나 고갈되어 간다는 위기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잠시 멈춰 서서 본질적인 질문들을 붙잡은 채 삶의 의미를 따져보는 일은 버겁기도 하지만 약간은 고상해 보이기도 하면서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 앞에서 스스로 지쳤다거나 고갈되어 간다는 느낌에 빠진 채, 자신이 좀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위로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으로 다독이려 한다. 많이 지쳐서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지쳤다는 그 기분은 한 걸음도 더 나갈 수 없을 정도의 장벽이나 절벽 앞에 선 것과 같은 부정적 심리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오히려 기능적이고 양적으로 살던 삶이 정점을 찍거나 한계에 도달한 후, 고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한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질적 상승을 위해 혁신의 대문 앞에 선 상태일 것이다. 기능적이고 양적인 삶의 고도가 자신의 크기만큼 커져 버리면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는 환경에 처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지금까지의 삶에 직접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는 한 단계 더 높은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왜 사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칠 만큼 지쳐서 휴식이나 위로가 필요한 것이 다는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휴식 다음의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라는 전진의 명령 앞에 서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약해져서가 아니라 혁신의 요구 앞에 선 상황이다. 사실 본질이나 근본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들은 기능적인 것들보다 높다. 왜 사는가,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는 뜻은 그런 가치나 본질이 작동하는 높이를 향해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낯선 질문들은 질문자의 수준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자신 스스로와 세상에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다. 윤리적인 기업이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보다 더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이 요즘은 거의 상식이다. 윤리는 구체적이고 기능적인 행위 다음의 원리적인 높이에 있다. 기능이기만 했던 행위가 행위 자체의 본질적인 이유나 가치적인 평가와 만나려 하면 윤리가 된다. 하나하나의 행위는 기능이지만, 윤리는 본질적인 높이다. 윤리적인 기업은 수준이 높고, 아직 윤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은 수준이 높지 않다. 윤리를 추구하면 본질적 가치를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고, 윤리 의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 않다면 본질보다는 기능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선이 높은 기업에는 지속적인 큰 성장이 보장되고, 시선이 낮은 기업에는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 본질이란 이런 역할을 한다. 본질은 그냥 텅 빈 상태로 존재적 위상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동하면서 높이와 두께를 가지게 되고,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크기와 생명을 더 효과적으로 보장해주는 무기가 된다. 개봉 된지 5년이나 지난 영화가 떠오른다. 이반 라이트만이 감독하고,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드래프트데이>(Draft Day)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미식축구 클리블랜드 구단장인 써니가 선수 선발을 하는 과정에 읽힌 얘기이다. 켈리헨이라는 선수가 있다. 위스콘신 대학 선수인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학 성적 우등상까지 받은 그는 어느 프로 구단에서나 가장 탐내는 대학 졸업 선수이다. 두 개의 일화가 중요하다. 하나는 켈리헨이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자신의 생일 파티에 100여명의 손님을 초대했지만 그 가운데 같은 팀원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의 팀 동료는 한 명도 초대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의 일화가 더 있다. 어느 구단에선가 자기 팀에 관심 있어 할 만 한 선수들에게 작전설명서를 보내는데, 그 작전설명서 마지막 장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붙여놓았다. 그것을 받은 선수들에게 나중에 설명서를 읽었는지 물어보니 모두 읽었다고는 하면서도 절반 정도가 100달러짜리 지폐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읽지 않았으면서 읽었다고 한 사람이 절반이었던 것이다. 그 절반의 선수들에게 마지막 장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붙여두었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모두들 당황하였고, 대부분은 읽지 않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켈리헨은 지폐 얘기를 하고 추궁하니까 안타깝게도 거짓말을 한 번 더한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아! 이제 생각나네요.라고 말한 것이다. 다른 선수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였지만, 특히 클리블랜드 구단 경호실장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이라고 켈리헨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브라이언 드류라고 하는 선수만이 지폐를 우편으로 돌려보내면서 카드를 동봉하는데, 카드에는 우승을 안겨드릴 때까지 이건 아껴두세요.라는 문구를 적었다. 브라이언 드류는 언젠가 게임에서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후, 그 공을 관중석의 어떤 여인에게 준다. 이것은 규정 위반이었던 것 같다. 그 사건으로 브라이언 드류는 징계를 당한다. 그런데 공을 받은 여인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브라이언의 누이였다. 누이는 얼마 후 사망하였다. 징계까지 각오하고 브라이언은 누이에게 터치다운을 한 공을 선물하였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를 징계도 감수하는 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써니는 켈리헨이 욕심났지만, 가장 본질적인 인성 문제에서 안심이 되지 않자, 마지막 선택의 시점에 한 번 더 켈리헨에게 확인한다. 당신 생일에 팀 동료가 왔었는지 진실만 말해 달라.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써니에게 한 켈리헨의 대답은 끝까지 바른 길 위에 서지 못한다. 부끄럽지만... 그날 밤 일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대신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을 위장한다. 켈리헨은 부끄럽지만...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염치가 없는 것이다. 기능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이 도덕적 반성 능력이라는 본질적 태도보다 컸다. 써니는 제1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켈리헨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브라이언 드류를 선택한다. 운동선수에게는 운동 능력이 제일 중요하게 보인다. 그러나 수준 높은 단계에서는 운동 능력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인격의 총화임을 안다. 인격적인 문제는 본질이고, 현상적으로 보이는 운동 능력은 기능이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에게 삶의 매 순간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교훈적으로 보여준다. 더 잘하고 싶으면, 기능보다는 본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수준의 선택을 하면서 앞서 나간다. 목표보다는 목적을 선택한달지, 성적보다는 인성을 강조한달지, 시청률보다는 작품성을 더 중시한달지, 진학률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 본달지 하는 것들이다. 왜 미식축구 선수에게서도 거짓말을 하는지의 여부나, 언행일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의 여부나, 가식적인 변명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치졸함이 있는지의 여부나,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지의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는 더 수준 높은 실력이란 기능적인 운동 능력보다도 결국 그런 점들로부터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높은 수준의 삶이다. 선진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격들은 이렇게 산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지켜지지 않더라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수준에서의 선택은 삶을 기능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며, 그것은 진정한 승리의 길을 보장하지 않는다. 승리의 길 대신에 종속적인 삶으로 인도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자도 특히 지도자급에 해당하는 높이의 사람이라면 기능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君子不器)고 말한 것이다. 본질과 기능 사이에서 본질을 선택하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야만 제 자리에서 뱅뱅 돌거나 좌우를 수평 이동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회를 차원을 높여가며 전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에 빠지지 않는 행위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내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고, 이 기본이 본질을 선택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제자 자공이 학문을 닦고 인격을 도야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자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行己有恥)이라고 답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내면을 가졌는가의 여부가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본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것을 우리는 소위 염치라고 한다. 수치심, 즉 부끄러움을 아는 자기반성 능력이 인간적인 활동의 출발점이란 뜻이다. 수치심을 모르면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 불의가 주는 잠깐의 이익을 거부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없다. 수치심을 모르면 자식 앞에서도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서슴없이 하거나 심지어는 자식을 데리고 함께 부정한 일을 하기도 하는데, 자식과 더불어 누릴 아주 사소한 이익이 삶의 본질적 가치를 오히려 압도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자식을 망치는 것인 줄을 모르는 것은 부정한 일을 통해서 얻을 작은 이익을 본질적 가치를 지켜서 얻을 이익보다 큰 것으로 여기는 무지와도 관련된다. 지적 능력이 전인적으로 배양되지 않으면, 아무리 학식이 높아도 수치심을 알기는 어렵다. 기능적인 잠깐의 이익을 거부하고 본질을 선택하는 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용기는 수치심(부끄러움)을 알아야만 발휘된다. 그래서 『중용』은 수치심을 알아야 용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知恥近乎勇)고 기록한 것이다. 『관자』는 더 적극적이다. 국가의 기틀 네 가지, 즉 예(禮)의(義)염(廉)치(恥)라는 4유(四維)를 제시한다. 수침심은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이다. 그 가운데서도 수치심은 정의를 실현하는 기둥이다. 사회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자기 반성력이 사라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려서 파멸을 면치 못한다. 수치심이라 불리는 염치가 사라지면 파렴치(破廉恥)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파렴치한 사회라면, 거기서 무슨 일이 가능하겠는가. 개혁을 완수하고 싶은가? 혁명을 이루고 싶은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가? 자녀를 잘 기르고 싶은가? 창의적이고 싶은가?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가? 선도력을 갖고 싶은가?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가? 좋은 가수가 되고 싶은가? 종합적으로 말 해, 한 층 더 오르고 싶은가? 기능에 빠지지 않고 더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선택의 순간에 더 본질적인 것을 고르게 되는가? 염치를 알면 된다.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만 알아도 한 층 더 오를 수 있다.

  • 기획
  • 기고
  • 2019.09.25 16:25

[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③ 세계 리빙랩 포럼- (중) 화두는 스마트 시티·노인 돌봄

전 지구적으로 초고령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같았다. 포럼 기간 모든 섹션에서 노인 돌봄·특수 질환 의료 복지가 빠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실험실(‘오픈 리빙랩 데이즈’)이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활동적인 노화(active ageing)’, ‘노인의 미래(older future)’. 즉, 단순한 치료와 생명 연장을 넘어 노인·환자의 삶을 어떻게 질적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스마트 시티’ 역시 화두였다. 포럼 대표 섹션인 ‘최고 등급 논문(TOP SELECTED PAPERS)’ 5개 사례 중 3개를 차지했다. 도시를 ‘삶을 담는 그릇’으로 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돋보였다. ‘스마트 도시와 지역’ 섹션이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인천시 영종 지역 버스 개선위원회를 통한 리빙랩’·‘대중교통 분야에서 ICT 도구를 사용한 데이터 중심 의사 결정 지원 리빙랩’ 사례를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 핀란드, 시민이 만든 신도시 핀란드의 칼라사타마(Kalasatama)는 최근의 군산시와 닮아있는 도시였다. 과거 어업·항만이 번성했지만 사업이 문을 닫고 헬싱키(수도)에 발전이 집중되면서 낙후된 항구도시. 그런데 2010년 정부가 갑자기 이곳을 신도시로 만들겠단다. 헬싱키 인구과밀 해소를 위해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분당신도시. 한국이라면 당장 아파트·주택을 지어 분양하거나 공공기관을 이주시켰을 상황에서, 핀란드가 한 것은? 바로 리빙랩이다. 예상치 못한 선택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중간 결과는 성공적이다. 칼라사타마 스마트시티 사업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중 하나인 ‘포럼 Virium Helsinki’의 프로젝트 관리자 잔 리네(Janne Rinne)가 이번 포럼 ‘Top papers selected’섹션에서 사업 현황을 소개했다. 사업의 성공 관건은 철저히 리빙랩 과정을 지킨 것. 기획 단계부터 정부·자치단체·주민·시민단체·대학·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2013년 1차 입주민을 받아 2016년~2018년까지 1차 프로젝트를 진행, 시민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기술 접목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주민과 시청 공무원, 시민단체, 지역 중소기업, 학자들로 구성된 ‘혁신자 클럽(INNOVATOR’S Clubs)’을 만들어 동시다발적으로 20여 개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이동패턴을 축적해 공유 자동차·자전거 지원 등 이동수단·교통 관리를 하고,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영하는 것이 포럼 Virium Helsinki의 대표 프로젝트. 다른 단체들은 사물인터넷(IoT·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 식료품 유통기한을 반영한 실시간 가격 변동 시스템·도심 내 쓰레기통 관리 등을 한다. 잔 리네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의 최종 목적은 도시 효율성을 높여 주민 한 사람에게 매일 한 시간의 여유를 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요구를 바탕으로 리뱅랩 사업을 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주민 만족도를 높여 인구를 유입한다. 이 과정을 반복해 도시 규모·역량을 키우는 선순환 구축도 함께 이룬다. △ 복지국가 스위스도 노인 복지 리빙랩 “65세 이상 노인들이 기술을 통해 더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사는 것,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위스에서도 노인 돌봄을 위한 리빙랩 사업을 하고 있었다. 스위스 응용과학대학 학제간 노화능력 센터에서 ‘LivingLab 65+-퇴직자·양로원과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베로니카 헤머레(Veronika Hammerle). 포럼에서 그는 “많은 노인들이 일찍 퇴직해 양로원에 살고 있는 게 스위스에서는 오히려 고민 지점이었다”며, “기대수명이 늘고 노인의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질적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이에 대한 맞춤형 사업·정책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베로니카 헤머레가 속한 센터는 2017년부터 스위스 전역의 퇴직자 및 양로원 이용자들과 협력해 실험 연구했다. 주요 연구 지점은 기술 적용을 통한 독립생활, 부족한 간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원격 치료·집 돌봄이었다. 노인들은 3개월간 원격 돌봄·독립생활이 가능한 기술결합형 주거에서 생활하며 다층 아파트의 무선 연결 범위가 충분하지 않거나 LED 코드에서 방출되는 빛이 너무 밝게 인식되는 등의 후기를 남겼다. 테스트를 통해 기능·조작을 명료·간단화하고 구매 가격·유지 보수 비용을 낮추는 등 완성도가 높아졌다. 베로니카 헤머레는 “2017년 15명 노인과 ‘리빙랩 65+’로 시작해 지난해는 이와 유사한 사적 네트워크가 30개가 넘게 조직되는 등 사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 ‘오픈 리빙랩 데이즈’에서 대표 사례 발표한 박지인 과기정통부 사무관 ‘오픈 리빙랩 데이즈’에서 드물게 행정부처가 리빙랩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박지인 사무관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박 사무관은 지난해 사회문제해결 R&D 정책을 담당하면서 처음 리빙랩을 사업에 도입했다.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R&D 과정에 최종사용자인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현재 시점에서 최종사용자를 R&D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리빙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에는 리빙랩을 시작하는 참여자·담당 공무원 등을 위한 ‘리빙랩 길잡이서’를 제작했다. “길잡이서를 마련하고 나니 국내 리빙랩 사례를 다른 나라와 공유·협력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오픈 리빙랩 데이즈’를 주최하는 유럽리빙랩네트워크에 제출했고,‘TOP SELECTED PAPERS’로 선정돼 한국 현황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됐죠.” 포럼 첫째 날인 지난 3일 발표한 박 사무관은 정책 담당자로서 한국의 사회문제해결 R&D 정책의 배경과 계획, 사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이날 그는 “국민들은 더 이상 과학기술이 국가발전, 경제성장에만 기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R&D 성과물이 실생활에 바로 적용돼 ‘삶의 질’개선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사회문제해결 R&D 솔루션 마련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참여가 중요하’는 명제가 과학기술정책의 중요한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발표를 마친 박 사무관은 “사회문제해결, 그리고 주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것을 ‘리빙랩의 대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한국의 더 많은 연구자, 정책담당자, 사회혁신가들도 외국의 성공사례로 부터 서로 배울 수 있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럼에서 영상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우리 연구자들도 여건상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영상회의를 통해 현장 경험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국내 리빙랩 현장 사례를 길잡이서 버전 2.0, 3.0에 담아 해외 더 많은 전문가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구상중입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김보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김보현
  • 2019.09.24 20:24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③ 전주는 왜 특례시를 꿈꾸는가

전북 중추도시인 전주를 키워야 전북도 도약할 수 있다. 특례시 지정은 지역발전의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광역시를 배출하지 못한 전북은 매년 광역시를 배출한 시도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통해 광역시를 대체할 특례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실질적 지방분권을 함께 이뤄내기 위해서는 지역성장의 거점이 되는 도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차별받았던 예산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전북의 중심도시인 전주가 특례시를 꿈꾸는 이유와 쟁점을 다뤄본다. △중심도시가 살아야 지방이 산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과정을 거치며 지역발전에 대한 고려없이 인구와 규모 위주의 광역시 승격과 광역단위 정책적 투자로 광역시 유무에 따라 권역 간 불균형이 매우 크다. 전북의 경우 전주를 광역시로 승격시키지 못하면서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 몫으로 묶여 전북성장 발판의 기회를 상실해왔다. 특히 광역시 유무에 따라 권역별 예산이 2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면서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2017년까지 권역별 예산규모를 볼 때 전북 등 광역시가 없는 권역은 광역시가 있는 권역별의 1/2~1/3 수준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SOC 투자에 있어서도 한계가 명확하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행정기능을 수행하는 면적(8,067k㎡-전국 7위)이 광역시가 있는 권역과 비슷함에도 광역도 단위의 혁신성장 거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중앙의 지원 규모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광역시로 승격된 지역과 전주시 예산의 차액을 비교했을 경우 승격 전보다 승격 후 6~9배 정도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추도시의 기능강화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 핵심공약인 전주문화특별시 지정 특별법 제정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지향점이 같은 특례시 지정으로 승화시켜 전북발전을 위해 전주를 키워야 할 당위성이 마련됐다. △광역시 없는 전북 혁신성장 거점도시 육성 필요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와 함께 그 간 정부의 광역단위 정책 추진으로 일자리교육육아 등을 위해 지방도시에서 수도권과 광역도시로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돼 왔다. 광역시 없는 지역의 많은 도시는 소멸 위기에 봉착한 배경이다. 실제 전북의 소멸위험지수가 전국 최고수준(0.58)으로 도내 지자체 대부분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도내 14개 지역 중 5곳은 인구 3만 미만이다. 경제적 낙후에 청년들이 고향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중추도시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도내 청년들은 수도권이나 광주대전 등 일자리를 찾아 광역시가 있는 지역으로 떠났다. 정부 차원의 지역혁신성장 거점 도시 육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전주의 경우 전북의 모든 행정기능 집적화 된 공공서비스 중심 도시다. 전북의 중앙에 자리해 교통연계도 원활하다. 전주에 소재한 기관 수도 광역시(284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의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고양,용인,수원,창원)보다 광역거점으로서의 기능이 명확한 것이다. 인구 수 만으로 특례시 지정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례시 지정은 어느 한 도시의 발전뿐만이 아닌 권역전체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본래 취지다. 전주는 전북의 자족도시로서 의료교육문화 인프라 수준은 인구가 비슷한 타 대도시(50만 이상)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전북도의 중심도시로 인근 시군 연계도로망, 주차문제, 생활쓰레기 등 행정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주는 광역시 수준의 행정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지원과 예산배정은 그렇지 못하다. 전주 시민 1인당 총 세입 기준이 광역시와 2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 광역시는 국가예산 배정 시 자체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는 세수가 풍부한 편이다. 반면 광역시도 아닌 지역거점도시는 지방세 측면으로는 광역시에 불리하고 교부세 측면에서는 군단위에 불리하여 1인당 세수는 가장 적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에서 전주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지역 거점형 중추도시로 집중 육성하지 않는다면 전북과 타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례시 후보도시 난립문제 해소 과제로 올해 당정청 협의 결과에서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인구와 지역특성,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한 뒤 특례시 지정을 실시하도록 합의했지만, 논의 및 지정절차가 늦어지며 특례시를 꿈꾸는 도시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지역의 중추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인구 100만과 50만 등을 근거로 지역 국회의원을 활용해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 철학인 균형발전의 성패가 달려있는 특례시 지정 기준이 인구규모로만 책정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기준을 너무 완화해 선심성 지정이 이뤄진다면 정책의 본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높다. 특례시 지정 기준을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실제 정치권에서 특례시 지정과 관련한 의원 발의는 4가지나 된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인구 90만 이상으로서 행정수요가 100만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을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회의원(충남 천안시 을)등 14명이 (非)수도권 50만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을 발의하자 중추도시의 기능을 하지않는 도시들까지 특례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구 3만명 미만이거나 인구밀도(인구수/㎢) 40명 미만인 군(郡)에 대하여 특례군(郡)으로 지정하는 법안과 구 50만 이상으로 면적 500㎢ 이상인 非수도권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하자는 법안 등도 발의돼 있다. 이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 김승수 전주시장 전주 특례시 국가균형발전의 원동력 자신 김승수 전주시장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야 말로 특례시라는 이름에 가장 걸 맞는 도시라며전주 특례시 지정이 국가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단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한 특례시 지정은 안 된다. 너도나도가 아닌 제대로 된 특례시 지정을 위해 지역 특성을 감안한 미래지향적 특례시 지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오랫동안 전북은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 예산 배분과 기관 설치 등에서 차별을 당했다면서 특례시 지정은 좌절과 박탈감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이자, 지역발전의 획기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울뿐인 특례시가 아닌 지역균형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재정 지원 근거를 만들어 오랫동안 누적된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획
  • 김윤정
  • 2019.09.23 17:06

[뚜벅뚜벅 전북여행] 꽃무릇 사진 찍기 좋은 '고창 선운사', “선운사 꽃무릇 개화 상태 궁금하세요?”

전북 최고의 가을꽃 명소 고창 선운사로 꽃무릇 힐링하러 가는 길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도솔천을 따라 올라가는 길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년 같으면 평일에도 선운사 꽃무릇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넘쳐 가만있어도 저절로 걸어가는 길이거든요. 도솔천 건너에는 꽃무릇이 30% 정도 개화했습니다. 매년 9월 20일경 이면 최소 50% 이상 만개했기에 조금 이르지만 9월 17일 찾았는데요. 완전히 만개했을 때보다 이렇게 막 피기 시작할 때가 꽃무릇이 더 예쁜 것 같습니다. 선운산 생태숲은 꽃무릇 군락지입니다. 아마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보시다시피 9월 17일 개화 상황은 아직 멀었습니다. 꽃대가 올라온 곳만 촬영했는데요. 그것도 최소 50% 이상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 위로 가면 아예 꽃대조차 올라오지 않았는데요. 언제나 올라올지 기약 없는 상태입니다. 꽃무릇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선운산군립공원 직원들도 이유를 몰라 애를 태우고 있는데요. 노점상들은 한결같이 올해 예년보다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빠른 추석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적인 근거보다 오랜 경험 때문일까요? 그래도 꽃대가 올라오고 핀다고 하니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꽃무릇 개화 상태가 안 좋은 곳은 선운산 생태숲만 그렇고 매표소 위쪽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최근 올라온 SNS를 보면 모두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고 볼 수 있는 선운산 생태숲 꽃무릇 개화 상태이지 매표소 위인 선운사와 등산로의 꽃무릇 상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선운사 도솔천 주변엔 활짝 선운산의 계곡물을 담은 도솔제에서 시작한 도솔천 좌우로는 꽃대도 모두 올라왔고 30~40% 이상 예쁜 꽃도 피었습니다. 아마 꽃무릇이 기온과 습도에 영향을 받는 느낌인데요. 도솔천 주변으로는 예년의 화려한 꽃무릇을 볼 수 있어 기분전환이 되었습니다.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꽃무릇이나 잎이 지고 난 후 꽃이 피는 상사화나 모두 수선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기에 넓은 의미에서 모두 상사화라고 불립니다. 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니 이보다 슬픈 식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움과 아련함의 대명사 고창 선운산 꽃무릇을 지금부터 실컷 감상해 보겠습니다. 도솔천의 검은 물빛에 반영된 꽃무릇을 담기는 참 어렵습니다. 잔잔한 물살보다 가냘픈 몸매에다 실바람에도 하늘거리는 꽃대 때문인데요. 그래서 더 오히려 몽환적입니다. 꽃무릇은 주로 사찰 근처에 많이 피죠. 한국 3대 꽃무릇 군락지가 모두 사찰 주변이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100일 동안 빨간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는 주로 사찰, 서원, 정자 주변에 많이 심는데요. 그것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적인 욕망과 번뇌를 벗어던지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꽃무릇은 그러한 수행자들의 마음을 흩트릴 정도로 가냘픈 몸매에 화려한 꽃잎으로 사찰에 어울리지 않은 꽃인데요, 왜 사찰 주변에 많을까요? 꽃무릇 뿌리는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할 때 화살에 바를 정도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찰에서도 탱화를 그리거나 단청을 할 때 좀이 슬거나 벌레가 들지 않도록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마지막에 바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엄청난 군락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선운산 꽃무릇은 선운사에서 자연의 집 삼거리까지 도솔천을 따라 좌우 산기슭과 천 주변에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생태숲 꽃무릇이 늦게 올라옴에 실망했다면 이곳에서 충분히 기분전환이 될 수 있습니다. 선운산 생태숲 꽃무릇 감상은 무료지만, 도솔천에 핀 꽃무릇을 보려면 선운사 문화재 관람료를 내고 들어와야 합니다. 어른 3,000원 / 청소년, 군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 / 30인 이상 단체 500원 할인. 면제 : 65세 이상, 조계종 신도증 조시자, 1~3급 장애우(보호자 1인 포함), 4~6급 장애우 본인, 국가유공자(상이 1,2급 보호자 1인 포함) 제가 찾은 날은 9월 17일입니다. 예년에는 9월 20일 넘어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선운산 꽃무릇을 보러 왔는데요. 올해는 매표소 위쪽인 도솔천 주변에서나 가능합니다. 등산객의 말에 의하면 도솔암 부근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또한, 선운산 생태숲의 꽃무릇도 개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한데요. 그날이 언제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공원 관계자와 노점상의 말을 종합해 보면 꽃무릇이 늦을 뿐이지 곧 꽃대가 올라올 것이라기에 불갑사나 용천사의 꽃무릇이 다 진 다음에 피는 이변이 생길 것 같습니다. 9월 21일 선운사 문화제 열려 한국 3대 꽃무릇 군락지인 영광 불갑사는 18일부터 24일까지 상사화 축제가 열리고 이웃 함평 용천사는 9월 21일부터 꽃무릇 큰 잔치가 열립니다. 고창 선운사도 9월 21일 선운문화제를 개최하는데요, 1500년 이어진 은혜 갚은 보은염 행사를 비롯해 꽃무릇 시화전, 부도헌 다례, 산사음악회가 열립니다. 1500년 이어온 선운사 보은염은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스님이 선운사 절터에 살던 사람들을 고창 바닷가인 사등마을로 이주시키고 그들의 생계를 위해 당시 전통 소금인 자염(煮鹽) 굽는 법을 가르쳐 줘 양민으로 살게 했는데, 그 전통이 1500년이나 이어오는 것입니다. 자염은 바닷물을 솥단지에 넣고 장작으로 가열해 소금을 만드는 것으로 화염(火鹽)으로 천일염이 생산되기 전 만들던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법인데요. 그 후손들이 검단선사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매년 봄, 가을에 소금 두 가마를 선운사에 바쳤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은염이라고 하는데요. 선운문화제에서 이운식을 하는 것입니다. 주요 행사 일정표와 출연진을 보면 21일 선운사로 발걸음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북 가을꽃 명소 고창 선운산 꽃무릇은 매표소를 중심으로 분명히 다른 세상입니다. 선운사 문화제가 열리는 21일에는 선운산 생태숲 꽃무릇은 비록 기대치를 밑돌아도 선운사 도솔천 주변 꽃무릇은 기대치를 만족하게 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 고창 선운사에서 문화제도 즐기고 꽃무릇도 실컷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기획
  • 기고
  • 2019.09.23 12:34

[뚜벅뚜벅 전북여행] 익산 가을여행 하기 좋은 곳 '익산 숭림사', ”여름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산사 여행“

여름의 뜨거움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가을 여행은 아무래도 한적하고 아늑한 장소를 찾게 됩니다. 이런 여행에 딱 어울리는 곳은 가을 산사지요. 익산 여행을 하면서 들렸던 함라산 숭림사의 정취가 좋아서 소개할까 합니다. 익산의 보물 제825호인 숭림사는 자그마하고 아담한 사찰이지만 도심과도 가까워 자연과 함께 휴식을 즐기고자 하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숭림사로 올라가는 길은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서 걸어가면서도 청량한 숲 속의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합니다. 일주문 옆의 대나무 숲이 눈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주차장은 숭림사 경내와 가까워 편하게 올 수 있지만, 입구까지의 숲길이 그리 길지 않아서 걸어 천천히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일주문을 지나고 얼마 안 가서 우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해 놓아서 거부감 없이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우물의 물 한 모금에도 왠지 모를 경건함이 깃든 것 같습니다. 해탈교를 지나면 경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해탈교 오른쪽 산길은 익산 둘레길로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면 익산 둘레길을 따라 산길 어딘가로 이어지는 저 길을 가보고 싶다는 한가로운 생각도 해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숭림사에 연결된 익산 둘레길은 함라산 부잣집에서 웅포 곰개나루 등을 지나는 23.9km, 8시간 걷는 코스라고 합니다. 해탈교 지나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건물 정면에 숭림사라는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우화루라는 건물이랍니다. 우화루와 범종각 사이에 숭림사의 건물배치도가 있어서 한눈에 경내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숭림사라는 절 이름은 달마대사가 중국 하남성 숭산의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 좌선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숭산의 숭자와 소림의 림자를 따서 지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넓은 호남평야를 눌러준다는 진압사찰로 임진왜란 때 뇌묵당 처영대사가 숭림사와 금산사를 중심으로 승병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호국사찰 역할도 했답니다. 범종각, 우화루, 보광전, 영원전, 나한전, 산신각이 이어져 있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이 더 아담한 사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화루는 전. 후면이 다른 누각 형식이며 삼면의 벽에 숭림사법당주중수기를 비롯하여 12기의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우화루의 사잇길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니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을 것 같은 배롱나무가 은은한 연분홍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영원전 안의 지장보살좌상은 목조의 결가부좌를 좌상으로 주변에 도명존자, 무독귀왕, 시왕상 등 24구의 권속을 두고 있는데 주변의 권속이 완전하게 남아 있는 좋은 예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 조성된 대표적 지장보살상이며 나무 뼈대 위에 흙을 붙여 만든 소조상입니다. 영원전은 성불암 칠성각을 옮겨 지은 것으로 명부전 역할을 합니다. 영원전을 지나 보광전 앞으로 가는 길에 오층석탑이 있습니다. 보광전에는 스님의 독경 읊는 소리와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기도 모습에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보광전과 나란히 있는 나한전 안에는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16 나한과 사자상 등 29구의 소조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9호입니다. 나한상은 1910년 옥구 보천사 성불암에서 모셔온 것으로 강점기에 일본으로 옮겨가려다 풍파에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내친김에 더 위에 자리한 산신각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다른 곳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산신각만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종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정혜원의 마루에 앉아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가을볕을 받고 있자니 독경 소리가 은은하게 마음에 스며듭니다. 한가로운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오후가 더없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범종각 옆에 마련된 스탬프의 도장도 찍어 보면서 익산의 역사여행도 겸해봅니다. 익산 사찰의 역사도 느껴볼 수 있고 지친 마음도 잔잔하게 달래주는 아늑한 사찰 숭림사에서 가을의 조용한 정취를 느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함라산 숭림사> 주소: 전북 익산시 웅포면 백제로 495-57 문의: 063)862-6396

  • 기획
  • 기고
  • 2019.09.23 12:20

취임 6개월 맞은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 "전북경제 대도약 발판 마련…도민들 삶의 질 향상 최선"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활력 저하로 전북이 가야할 길이 멀다. 더욱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서 가동중단, 일본 수출규제 등 여파로 가뜩이나 취약한 전북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 7기 전북도정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중앙정부와 전북도의 가교 역할과 함께 도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챙겨나가야 할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전북일보는 이달 취임 6개월을 맞은 최용범 행정부지사를 만나 소회와 향후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벌써 취임한 지 반년이 됐는데,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도민 여러분과 송하진 지사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중앙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특히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국가예산 확보, 스마트팜 사업 추진, 미세먼지 저감, 불법폐기물 처리를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탄소산업 육성 등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지역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때야말로 송 지사께서 강조한 경제체질 개선과 산업생태계 구축을 이룰 기회로 생각합니다. 중앙부처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려 도정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전북 발전과 도민 여러분의 더욱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년 총선을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올해 4월부터 도와 시군, 전북연구원과 함께 농업농촌, 문화관광, 복지행정, 산업경제, 지역개발사회간접자본(SOC), 새만금환경 등 6개 분과별로 총선 공약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도내 14개 시군, 출연기관, 도 각 실국과 함께 발굴한 300여개 사업에 대해 정책 추진 당위성, 시의성, 추진 가능성을 기준으로 내부회의를 거듭해 1차로 도 대표사업 20여개, 시군 대표사업 30여개로 추렸습니다. 이번에 각 정당에 제시할 총선 공약은 지난 총선과 달리 도정 비전 및 경제체질 개선 등 전략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 SOC 등 인프라 중심 공약 뿐아니라 제도 개선입법 등 소프웨어적 공약도 균형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도 대표공약 30건을 선정해 각 정당에 제공하고, 지역구 후보자에게도 발굴한 개별 사업을 제공해 총선 공약을 전북 발전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활동은 어느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정부 예산안에 들어간 전북 예산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지방이양액 등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총 7조 731억원이 반영됐습니다. 중점적으로 확보해야 할 국가예산은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밸리, 주력산업의 체질 강화와 산업생태계 구축, 새만금 내부개발 촉진, 전북 자존의식 복원 등 역사문화 재조명, SOC 확충 등이 있습니다. 향후 국회 단계에서 정부안에 도 요구안보다 적거나 반영되지 않은 사업들을 중심으로 예산 확보에 노력할 것입니다. -국가산단 지정과 효성의 증설 투자로 전북 탄소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단에 탄소기업 70여개, 연구개발 및 지원 시설 21개를 유치할 예정입니다. 탄소 국가산단은 국내 최고의 탄소 특화 산업밸리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여기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 전북분원 등 탄소전문 연구기관들과 국내 최대 탄소섬유 기업인 효성첨단소재 등 기존 인프라를 살린다면 237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북도는 전후방 산업 연계효과가 큰 탄소산업을 전북 대도약의 핵심 프로젝트로 만들 것입니다. 다만 탄소산업과 관련된 국가 차원의 전문기관 없이 지방자치단체 노력만으론 선진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조속히 설립돼야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적극행정 정책과 향후 과제를 꼽아주십시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행정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공무원 사회가 기존 제도나 관행에 얽매이다 보니 현장과의 괴리가 생겼습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공직자의 마음가짐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적극행정 정착을 위한 조례 제정, 기본적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어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에 적극 동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실제 행정에서 적용할 부문에 대한 교육과 실천 결의대회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전북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전북지역 노인인구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 전국에서 세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노인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입니다. 전북도는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건강안전 측면에서 분야별로 시행되는 대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보완하는 등 초고령사회에 맞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확대뿐 아니라 100세 시대 대비 노인여가시설 지원으로 노인들의 정서적 외로움을 해소하는데 힘쓰겠습니다.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의 장점과 자산을 활용해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전북은 새만금이란 큰 자산과 풍부한 상용차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또한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새만금 국제협력용지 매립 예타 통과로 본격적인 새만금시대가 열려 전북 경제가 대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반을 구성하는 등 수출 안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기존 기업의 증설 투자와 대규모 투자 유치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구축될 핵심 SOC 사업인 새만금 국제공항신항만 등을 적극 활용해 미래 먹거리산업 분야의 기업 유치에 총력 대응할 계획입니다. 국가 재정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재정 집행을 독려해 지역경제 순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겠습니다. △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전주 출신인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91년 행정고시(35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지방공무원과장조직실 지식제도과장,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 행안부 공공서비스정책관조직정책관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25일 전북도 행정부지사로 취임한 그는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중앙부처에서 폭넓은 신뢰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꼼꼼하면서 세밀한 일 처리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도정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 많다. 행안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적극행정 기조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최용범 행정부지사는 향후 적극행정을 도정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공직자들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공직사회에 적극행정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극행정 사례교육을 확대강화하고, 실천 결의대회, 4행시 백일장 이벤트 등을 실시해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최명국
  • 2019.09.22 18:59

[생활의 흔적, 역사가 되다] 사진 아카이브-전주의 오늘을 기념한다

△묻다 : 우리는 왜 기념하려 하는가? 인간의 기억에는 정해진 선이 있다. 기억은 종종 물리적 공간에 갇히고 시간의 흐름에 속수무책 퇴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념한다. 마음에 담을 만한 뜻깊은 일 혹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통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각성의 행위로 다시 한번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를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는 유명한 말을 재해석하면 결국 오늘을 기념하라는 주문이 아닌가 싶다. 전주 기록물 아카이브 중 일부로 기념사진과 졸업앨범 속 사진들을 통해 전주의 무엇을 기념하고자 했는지, 전주의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지 사진에 귀 기울이며 들어보려고 한다. 기념사진 속 주인공들은 그저 묵묵히 우리를 바라본다. △오늘을 기념하라 :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의 다른 말 기념사진은 어떤 사건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촬영하는 특수한 목적이 있다. 시간이라는 망각의 문 앞에서 기억은 여러 갈래로 흩어지거나 퇴색하기 때문에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하는 일련의 과정이 곧 사진이라는 기록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1948년 6월, 전주 고사동 소재 체육관 앞에서 백범 김구 선생과 조선 역도연맹 창시자인 서상천, 항일운동가 조완구, 이주상(1960년, 제10대 전주시장)과 전주의 체육인들이 조선 역도연맹 전북지부 결성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있다.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체육인의 정신과 기세를 보여주는 단단한 자세가 인상적인데, 사진의 맨 앞에 역기가 있고 그 한가운데 태극기를 걸어둔 모양에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인다. 이 기념사진 한 장으로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정보는 짧지만, 사진 속 1948년의 김구 선생과 역도연맹 사람들은 아직도 젊고 기세가 단단하다. 그러나 한국독립당 당수 김구 선생은 불과 1년 뒤인 1949년 6월 26일 암살되고 만다. 이들이 김구 선생과 함께 촬영한 사진은 그 시간 그 장소가 마지막이었을 테다. 우리가 일상에서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 순간이 매번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생은 매 순간 현재를 통해 과거를 지나 미래로 향하고 있기에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상황과 관계, 감정 등이 영원하고 불변하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기념하려 할까. 또 그것들을 영원의 상태로 박제하려 했을까. 누군가 함께했던 시간의 사진들, 눈으로 봤던 아름다운 풍경들 그 외에 모든 종류의 기념사진을 더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의 만남을 기록해 주시오. 이 시간 그와 함께한 나의 마지막을 기록해주시오 △사진을 읽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 : 푼크툼(punctum)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바르트는 사진에 관한 노트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의 요소를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해석의 틀에서 읽히는 촬영자의 의도로 주로 객관된 내용이 스투디움이다. 푼크툼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특징들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일반적 해석의 틀을 깨는 감상자의 주관적 해석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찍고 있는 기념사진에서도 스투디움과 푼크툼을 찾아볼 수 있을까? 1949년에 촬영된 서문유치원 원족(소풍) 기념사진을 본다. 사진이 주는 객관적 정보는 오목대로 소풍을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즐거운 한 때를 기념하는 장면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선생님과 엄마와 아이들은 한껏 옷을 차려입고 줄을 지어 사진가를 앞에 두고 가을 소풍의 하루를 기념했다. 이렇게 단순한 차원의 기록 사진으로의 상(像)을 스투디움이라 한다. 그런데 이 단체 사진의 오와 열을 이탈해 혼자 떨어져 얼굴에 손을 대고 앞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는 어찌된 영문일까? 오목대의 둥근 언덕까지 풍금은 어떤 연유로 자리했을까? 전주서문유치원 원족기념이라는 저 작고 하얀 글씨는 왜 하필 저 위치에 적어 넣었을까? 하며 사진이 보여주는 상(像)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게 하는 힘, 7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저 사진을 보며 당시의 일상적 풍경에서 지금 다시 특별한 풍경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진이 던지는 물음표가 우리를 쿡 찌르는 순간이 바로 푼크툼이다. 매 순간 맞이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들, 마지막 경험(Memento mori)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carpe diem), 가슴을 쿡쿡 찔러대는(punctum) 이 특별한 기념사진은 이렇게 박물관이 아닌 개개인의 사진 저장고인 앨범에서 시작한다. △아카이브(Archive) 그리고 아키비스트(Archivist) : 한 권의 졸업앨범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기록의 저장이다. 따라서 아카이브의 진정한 의미는 특정한 원칙에 따라 수집하고 분류한 기록들을 지속 관리함으로써, 이용을 원하는 누구라도 공유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기록물 관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아키비스트(Archivist)는 이를 행하는 주체이다. 1967년에 촬영된 전주 중앙여중 졸업앨범의 사진은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한 권의 졸업 앨범에는 학교와 학생,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별로 지역의 명승지 변천사를 알 수 있고, 교육과정의 일면이 담겨 있고, 학생들의 개성과 재간이 빛을 발하는 지면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모인 졸업앨범들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복장과 단체 사진의 포즈 아울러 배경이 된 전주의 풍경 등을 학창 시절의 추억과 함께 볼 수 있다. 졸업 앨범은 기념의 속성을 넘어 한 시대의 기록을 분류하는 기준이고 저장의 방법이다. 단순히 추억으로 떠올리기에 졸업앨범이 주는 사진의 위력은 이토록 경이롭고 훌륭하다. △개인의 기록이 도시의 역사로 남는다 : 시민기록물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며 시간과 공간에 남겨둔 무늬가 기록이라고 한다면 도시의 격을 높이고 바탕을 채워가는 것이 역사가 되어 남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습이 한동안 애석하게도 개인의 역사를 말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금하거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서 수많은 개인의 기록이 이미 먼 뒤꼍으로 사라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고인의 유품을 정리할 때, 버려지는 사진에는 한 개인의 역사와 함께 시간과 공간의 역사 또한 사라진다. 앨범 속 기념사진 한 장에 눈에 보이는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와도 같고 이웃이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과거의 전주가, 지금의 전주가 그리고 모두가 함께 기억할 미래의 전주가 움을 틔우려고 옆구리 찔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주의 역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전주 시민 모두의 것이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지는 곳에 전주의 정신과 전주의 품격이 함께할 것이다. 이미 망자가 되었거나 어른이 되어버렸고, 어르신이 된 누군가는 계속 우리 시대에 사진 한 장으로라도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삶을 즐겨라, 현실에 충실하라. 그리고 이 순간을 기록하라

  • 기획
  • 기고
  • 2019.09.19 16:3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