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9 05:2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소설가 이성수 씨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손화중 통해 본 동학농민혁명 정신

동학농민혁명은 수십만의 인물이 참여하였다. 혁명의 정신과 가치는 그들이 흘린 땀과 피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행적이 잘 알려지고 조명된 인물은 전봉준, 김개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사실들에 주목했다. 만약 손화중의 가담이 없었더라면 고부민란으로 끝났을 동학농민혁명이었다. 손화중은 동학농민혁명의 전반을 기획하고 연출했던 인물이지만 그는 전봉준 김개남 보다 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의 주인공으로 손화중을 선택했으며 주변인물의 행적을 탐색하여 조명했다. 그가 활약했던 지역을 중심무대로 삼았다. 비록 소설이지만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역사가가 밝혀낸 사실을 바탕에 깔고 남아있는 여백을 상상으로 매웠으며 사실이 갖는 딱딱함을 미학적 감성으로 풀었다. 손화중 외에도 홍낙관, 송문수 등 실존인물을 200여명이나 등장시켰다. 그 동안 반란으로 매도되어 숨죽여 살아 왔던 참여자와 후손들의 억눌린 숨결이 유난하게 느껴져서 되도록 많은 인물의 행적과 숨겨진 사실을 끄집어냈다. 손화중을 통해 지식인의 고뇌와 역할을 그렸다. 손화중의 휘하에서 광대의 신분으로 천민부대를 이끌었던 홍낙관을 통해서는 신분사회의 모순을 파헤쳤다. 가공인물이지만 객주 이덕만과 일본인 가와모토를 등장시켜 자본의 힘과 외세의 영향을 살폈다. 또 무장구수내 기포와 의병의 배후지로 지목되어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쇄된 개갑장터와 석교포구를 통해 민중들의 설움과 갈등을 재현했다. 아무리 중요한 사실과 인물이라도 기록되지 않으면 전설이나 풍문이 되고 만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모여 만들어낸 혁명이지만 따로 떨어지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에 떨어져 나간 조각을 소설의 형식으로 찾아 맞춰 동학농민혁명을 그렸다.조선의 후기사회는 극심한 혼돈의 시기였다. 유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치와 규범에 균열이 생겨 일어난 현상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자본이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돈이 끼어들자 모든 것이 변해 너도나도 돈을 쫓았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당독재의 시기였다. 세력의 균형이 깨져서 권세가들의 횡포와 전횡이 극에 달했다.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매관매직을 공공연히 자행하였다. 그들에게서 관직을 산 자들은 탐관오리가 되었다. 학정과 수탈이 조직적으로 조장된 셈이다. 또 권세가들은 외세와 결탁하여 뱃속을 채우기에 바빴고 도처에 만석꾼이 생겨났다. 어떤 자본에서도 도덕과 윤리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돈에는 무지막지함만 있을 뿐 나라와 백성은 없었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만 작동하여 500년이나 유지되어 왔던 신분질서마저 흔들거렸다. 결국 그 여파의 피해는 정보에 어둡고 힘이 없는 백성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민중들의 삶은 처참했고 탈출구가 없었다. 하소연 할 곳조차도 없었지만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눈에는 아무 일도 아니었기에 원성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억누르기에 바빴다. 이때 동학의 평등사상이 백성들 사이에 퍼져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정도령의 출현으로 이씨 조선이 망할 것이라는 정감록의 예언에 모두 솔깃했다. 그 당시 동학은 기댈 곳 없는 백성들에게 큰 어깨였다. 손화중은 호남지역에서 가장 신망이 높고 세력이 큰 동학지도자다. 정감록의 예언에 맞물려 그에게 거는 기대로 동학 교인들이 모여들었다. 전설의 선운사 석불비결록 탈취를 계기로는 일반 백성들의 기대와 요구마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갔다. 한편 전봉준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재임명에 반발하여 고부민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무장현으로 숨어들었다. 여러 차례의 설득으로 손화중과 함께 무장현 구수내 마을에서 동학농민군 4000여명을 이끌고 기포하기에 이른다. 소설은 1899년의 흥덕 영학당사건에서 끝을 맺었다. 동학농민군은 관군의 힘으로 진압되지 않았다. 막강한 일본군의 전략과 전술의 힘으로 진압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요즘을 들어다 보면 1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자본의 윤리와 도덕이 점점 고약해져 간다. 권세가들은 진실을 왜곡하여 민중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권세를 이용해 재산을 모은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커녕 그러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아쉬워하는 지경이다. 고부민란도 조병갑의 재임명이 도화선이다. 친일파들이 도처에 발호하며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균형이 점점 깨지고 있어 조선후기사회와 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자칫하다가는 균형을 잡으러 국민들이 나서야 할지 모를 일이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동학농민혁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교양도서로 선정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가치로 무장한 균형 잡힌 국민들이 많아져 역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소설가 이성수 씨는 고창 출신으로, 장편소설 〈꼼수〉〈혼돈의 계절〉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8.29 23:02

차기 도립미술관장 장석원 전남대 교수 "전북 작가 육성, 아시아 미술 중심지로"

아시아 현대미술전 개최, 지역 작가 육성을 위한 레지던시, 도내 미술의 역사를 정립하는 자료 구축 등 이 3가지를 함께 추진하며 도립미술관의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차기 전북도립미술관장으로 뽑힌 장석원 전남대 교수(62)는 지역 작가의 경쟁력을 길러 아시아권에서 교류를 추진하고 동시에 도내 현대미술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오는 2016년 8월까지 2년간 도립미술관을 이끌 그는 이번 관장 공모에 응모하면서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모두 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아시아 현대미술전을 연다는 구상이다.그는 국내 미술시장은 1000억 원이지만 중국은 4조5000억 원으로 이미 미국을 능가한 상태다며 다른 아시아 작가를 전북에 불러들이고 도내 작가가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시아의 전통과 현대적 가치, 역동성을 반영해 앞으로 문화 예술의 대외적인 진로의 기로에서 전북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덧붙였다.아울러 그는 그동안 도립미술관이 미흡했던 청년 작가의 육성에도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심사를 통해 해마다 5~10명의 작가를 선정해 연말 전시 지원 등으로 사람을 키우겠다며 전북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큰 시장에서 빛을 보게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지역의 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한 연구활동과 작품 구입도 병행할 계획이다. 도립미술관의 작품구입비 2억 원 가운데 반절을 도내 미술의 역사성을 복원하는데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그는 자료 구축이 선행돼야 필요할 때 외부에 작가를 소개할 수 있다며 구술 자료 모음과 논문 작성, 관련 전시 등을 통해 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도립미술관의 현안인 오는 10월 예정된 독일 인상주의전은 최대한 보완해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흥행성을 염두한 대형 전시는 국공립 전시관에 맞지 않지만 미술관의 대외적 관계와 현재 상태를 고려해 최대한 내실을 기하겠다며 국내 근대 미술의 명작을 함께 전시해 우리가 겪은 근대성과 서구 문화가 겪은 근대성을 비교사유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도립미술관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품격의 강의를 마련하는 한편 공간적 접근성을 높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공간도 소망한다면서 도내 미술계 외 문화예술계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다짐을 나타냈다. 장석원 교수는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4.08.26 23:02

혼불학생문학상 장원 이제인양 '우리가 꿈꾸는 나라'

“우리도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듣고 절대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어른들 말만 들으면 구조될 줄 굳게 믿었어요. 배가 뒤집히기 전에 해경 경비함과 헬기도 봐서 구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가면서 그 믿음은 희박해졌어요. 차츰 줄어들던 공기처럼 말이에요.”“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지? 나도 가슴에 총알을 맞고 죽어갈 땐 무척 아팠단다. 마침 저기 있구나.”증조할아버지가 한곳을 가리켰다. 증조할아버지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증조할아버지의 손엔 죽창이 꼭 쥐어져있었다. 얼마쯤 달리던 사람들이 기관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 속에 증조할아버지도 있었다. 한손으로 피가 솟는 가슴을 누른 증조할아버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죽창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라가 백성 무서운 줄 알았더라면 내가 저렇게 죽진 않았을 거다. 너도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죽지 않았을 거고.” (혼불학생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리가 꿈꾸는 나라’ 중에서)제4회 혼불학생문학상 장원에 전주상업정보고 이제인 학생(1년)의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선정됐다. 세월호 사건에 동학농민혁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혁명의 전개과정과 사상을 소개하고, 이 시대의 아픔까지 담은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대상 수상자인 이제인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으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 때문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면서, “2014년 갑오년에도 세월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올해 혼불학생문학상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도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 총 37개 학교에서 1133명의 학생이 응모했다. 부안고 김성준(2년)의 ‘반발’과 전일고양영빈(2년) ‘생존’이 차상을, 군산고 강건해(3년)의 ‘끝나지 않은 싸움’과 전북여고 안지민(1년)의 ‘아버지’, 동암고 이동호(3년)‘별의 다리’, 전주여고 차지민(3년)의 ‘녹두몽’, 부안고 최해찬(2년)의 ‘풀꽃 반지>’ 차하를 수상하는 등 총 42명의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우수교사상은 김동규(전주여고), 노애란(부안고), 정민섭(전북여고) 교사가 수상했다. 대상과 차상 수상자에게 전북도교육감상과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이 수여되는 등 모두 10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된다. 심사는 박태건·문병학·문신·김전경 시인과 김선경·서철원·이병천 소설가, 박예분 아동문학가, 최기우 극작가 등 16명의 문학인들이 맡았다. 이병천 심사위원장은 “올해는 단편소설·희곡·시나리오 등 문학작품의 체계를 갖춘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으며, 오랜 시간의 공력이 들어간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면서 “고등학생들이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혼불학생문학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문화방송이 주최하고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주관한 혼불학생문학상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문학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해 도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모전. 그동안 ‘새만금’과 ‘전라도 사투리’, ‘전라북도 사랑이야기’등 매년 전북도 문화콘텐츠 중 하나를 주제로 선택해 진행해왔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8.25 23:02

질퍽하게 묻어나오는 해학 속 부조리한 사회 날카로운 비판

딱 맞고 가뿐한 옷을 입은 듯 군더더기 없이 칼을 휘드르는 그는 역시 고수였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누구 시인지 이름 없어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예의 특출한 검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휘황한 검광을 뿌리고 있다.조기호 시인의 새 시집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에 붙인 평론가 호병탁 시인의 평이다. 인간과문학사(발행인 서정환)가 조 시인의 이번 시집을 빛나는 시 100인선21번째로 선택했다.시력 60여 년 동안 1000편이 넘는 전통 서정시를 써온 조 시인은 그동안 16권의 시집을 냈으며, 1권의 시집을 이번에 더 보탰다.시가 삼백이면 옳지 못한 생각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조 시인은 이미 이를 넘어서 어떤 경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그가 자연에서 낚아채 우리에게 내미는 서정은 금산사에 만개한 벚꽃처럼 절정에 치닫고 있다.시집에 담긴 귀신사 남근석을 분석한 호병탁 시인의 찬사가 이렇게 이어졌다.혼돈의 세월천년 학하늘 우는 소리곁전주성동화잿배기마을 우화등 7부에 걸쳐 99편의 시편마다 시인 특유의 해학이 질퍽하게 묻어난다. 서민들의 애환을 짠한 눈길로, 그렇게 만든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의 아침, 생일빵, 아침 출근길, 술안주 등과 같은 주변의 일상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전봉준 장군이 체포됐던 피노리 등 역사적 장소와 석정 시인눈먼쟁이 진동규 등 인물이 시로 형상화 되기도 했다.시인은 옛날 같으면 나이 열일곱에 호패를 차고 시집도 갈 나이인데 이 녀석이 자꾸만 늙어지려 한다. 내가 사는 일은 내 시가 자울자울 졸지 않고 늙은 시 안 되도록 깨우는 것이다는 간단한 인사로 시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8.22 23:02

전북대 'SSK 개인기록연구실' 〈압축근대와 농촌사회〉개인기록 통해 본 '압축성장'의 현대사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매우 큰 폭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동아시아의 이처럼 유례없는 압축 성장은 당연히 세계적으로 학술적,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그 원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압축 성장의 핵심 동력은 국가에 있다. 즉 서구사회와 달리 이미 강력하게 구축되어 있었던 국가의 관료기구, 대중과 시장을 설득하고 동원할 수 있었던 국가의 능력, 국가 관료의 근대적 마인드 등이 동아시아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전북대학교 SSK 개인기록연구실 연구팀이 주목하고 있는 연구의 주제는 동아시아의 압축 성장이 개인, 마을 공동체, 지역사회에서 드러나는 양상이다. 예를 들면 국가에 의해 계획된 근대화 정책이 구체적인 현장, 즉 지역사회, 마을, 그리고 마을 주민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되는가, 주민들은 근대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리고 지역사회의 단위에서 국가(정책)과 마을(주민)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것이 우리 연구팀의 주요 관심이다. 이것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들과는 관점과 방법론에서 뚜렷한 차이를 지닌다. 주로 거시 지표를 중심으로 전체 사회의 성장과 변화를 추적하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우리 연구팀은 거시 지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작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그 자그마한 생활세계 속에서 비로소 지역사회와 마을 공동체 내에서 진행된 구체적인 근대 경험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자료는 개인기록, 특히 한 개인이 스스로의 생활을 기록한 일기이다. 일기는 한 개인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적어놓은 사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일기를 쓰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형성된다. 따라서 일기는 한 개인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통해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들을, 당시의 시공간적 상황에서 가장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다. 조금 개념적으로 정리하면 일기는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개인의 물질적, 사회문화적, 정신적 위치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전체 사회 또는 민족국가 수준의 사회변동과 지역사회 및 공동체 수준의 변동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을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일기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시간 순서로 정리한 시계열 자료이다(어떤 공식자료도 하루 단위로 수십 년간의 역사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즉 일기는 총체적이고 역사적이며 현장적이고 구체적이다.지난 3년간 우리는 임실군 신평면의 한 농민, 최내우(1923-1994)의 일기(〈창평일기〉)를 해독, 입력, 해제, 출판하면서 보냈다(전북대출판문화원, 이정덕 외) 〈창평일기〉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약 26년 동안의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놀라운 기록이었다. 일기 속에는 개인, 가족, 마을공동체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국가와 시장, 문명, 도시, 이념 등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즉 일기 속의 세계는 개인과 마을이 접촉하고, 수용, 적응, 대응하는 근대, 즉 해석된 근대의 세계이다. 이 책은 연구팀이 3년 동안 현대 지역사의 자료창고인 일기 분석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묶은 첫 번째 성과물이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일기를 비롯한 개인기록에 접근하는 연구팀의 시각과 연구방법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2부에서는 〈창평일기〉의 내용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압축근대와 지역사회 및 주민 생활의 변화를 분석한 글들을 모아 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일기 속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지역 현대사가 현대 한국사회의 성장과정과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소소하게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의 제도와 법률 너머에서 마을사회만의 질서와 윤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국가가 권장하는 농업 기계화, 신품종 및 새로운 농업기술에 직면한 농민들의 인식과 수용태도를 확인하는 것도 새롭다. 또한 국가의 거대한 개발정책이 마을주민을 어떻게 설득해서 추진해 가는지, 주민들은 또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서구의 한 역사학자에 의하면, 개인기록은 그동안 역사학과 사회과학에서 간과되었던 작은 사회변동이 보다 근본적인 변동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이다. 이 말은 공식적인 역사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전체사회의 큰 역사와 연결되어 있고, 결국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 지역 현대사 분석의 한 매듭이면서, 향후 보다 다양한 자료들 간의 비교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된 범위에서의 비교분석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필자 이성호 씨는 전북대 SSK개인기록연구실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8.22 23:02

제4회 혼불문학상 박혜영씨 '열려라 연못'

제4회 혼불문학상의 주인공은 열려라 연못을 출품한 박혜영 씨로 결정됐다.전주문화방송이 주최주관하는 혼불문학상의 올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최명희 작가 작품들의 특징처럼 가족 구성원의 인물 묘사에 뛰어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해 소설 혼불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 소설가 황석영, 위원 이병천 (사)혼불문학 이사장, 소설가 하성란성석제전경린, 문학평론가 류보선.열려라 연못은 노관이라 불리는 한 종가의 가족사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 화자의 어머니와 삼촌간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을 소재로 한 내용이다. 또한 시와 동화, 희곡과 소설이 하나로 뭉뚱그려진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한편 시는 시대로, 동화는 동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가치를 구현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박혜영 씨(53경남 김해)는 단국대 국문과 석사를 졸업한 뒤 첫 장편 소설로 수상을 거머쥐었다. 박 씨는 첫 창작 소설이 제4회 혼불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해 영광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혼불문학상은 전주문화방송이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혼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1년 제정했다. 올해에는 장편 159편을 접수했다. 12차 예심을 통해 수상작 등 4편이 본심에 올랐다. 상금은 5000만 원이며, 수상작의 단행본은 오는 10월 초 출간한다. 혼불예술제를 겸한 시상식은 10월8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혼불문학상은 제1회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 제2회 박정윤 작가의 프린세스 바리, 제3회 김대현 작가의 홍도가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4.08.18 23:02

일제 만행·광복 의미 재조명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일제의 만행과 광복의 의미를 짚어주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김삼웅 지음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가 19인의 생애를 조명했다.31운동, 해외에서의 독립운동, 무장투쟁과 의열투쟁, 임시정부와 통일운동 등으로 주제를 나눠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19명의 독립투사를 선정했다.저자는 31운동을 31혁명이라, 일제시대를 일제 강점기라고 불러야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설파한다.김구, 유관순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은 물론이고 독립운동의 대모 김마리아, 무장투쟁의 영웅 홍범도, 일제가 가장 겁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 일왕을 죽이려 한 독립운동가 박열, 임시정부의 살림꾼 정정화 등 다양한 인물을 조명했다.철수와영희. 220쪽. 1만3천원. 청소년.△〈김구, 통일 조국을 소원하다〉박지숙 지음원유미 그림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5주년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지 65주년 되는 해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의 이 말은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를염원하고 기다리는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백범의 생애를 조명했다.보물창고. 120쪽. 1만1천원. 초등 전학년.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4.08.15 23:02

온건·다감한 가슴으로 빚어낸 시

동원(東園) 김동 시인이 5번째 시집 〈동백꽃〉을 펴냈다.시 전문지 월간 〈한국시(韓國詩)〉를 통해 등단한 김동 시인은 이번동백꽃에 틈틈이 노래한 88편의 시를 담았다. 공무원 퇴직 뒤 자연과 인간, 사물에 대한 사랑을 자기화해 감칠맛 나게 빚었다는 평이다.첫 번째 시집 〈귀또리와 고향노래〉에서는 계절의 감수성과 토속적 향토사상이 묻어나는 생황노래를 단순미와 절제미로 배합했다는 평을 받았고, 두 번째 〈호숫가에 서서〉는 향토사상과 모성애의 발산을 잔잔한 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정화하면서 공감과 감동의 뿌리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세 번째 〈청산은, 구름은〉에서는 청산은 시인의 고향이 되고 구름은 친구가 된, 현실을 달관하고 영원한 유토피아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수서정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을 네 번째 시집 〈나비가 흔드는 꽃잎〉에서는 주변의 일상적인 자연물을 소재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성영원성을 한 차원 높여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진실을 소박하게 노래했다.이번 시집 〈동백꽃〉에 대해 이동희 박사(시인문학평론가)는 온건하고 다감한 가슴의 시들로 점철되어 있다며 시심(詩心)이면 족하다는 시학의 기본에 충실한 시세계를 엿볼 수 있으며, 현란한 기교나 첨단의 시론에 기울지 않고 시의 기본을 다부지게 지켜온 시업의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김동 시인은 정읍시청 자치행정국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등단 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정읍문학회 창립 회장을 지냈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14.08.15 23:02

박대길 〈조선시대 사고제도(史庫制度) 연구〉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켜낸 성지 도내 역사문화자원 '근간'

어릴 적부터 역사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과 흥미가 있었다. 특히 위인전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이나 을지문덕 장군과 같은 분들의 무용담은 어린 마음에 영웅으로 새겨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해서 내게 전해졌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것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15년 전, 무주에서 〈무주군지〉를 편찬하면서 이러 저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던 중,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적상산사고와 관계된 자료를 조사하면서 접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까지 잘 보관되던 적상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이, 낱장으로 찢겨진 채 엿장수가 엿을 파는 데 사용하였다거나, 한국전쟁 초기에 부산으로 옮겨졌으나 불에 타서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나의 관심은 적상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 행방을 찾는 데 집중되었다. 그 결과 오래지 않아 북한 김일성대학에 보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한에서는 불에 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서울 점령과 동시에 김일성의 특별지시에 의해서 북한으로 옮겨졌고, 현존하고 있었다. 분단이라는 비극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조선왕조실록〉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특히 보존과 관련된 자료의 수집과 정리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보존되어 오늘에 전하게 되었는가? 임진왜란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이들은 누구인가? 임진왜란 이후 신속하게 〈조선왕조실록〉을 복인(復印)하고 사적분장지책(史籍分藏之策)에 따라 다시 전국에 사고(史庫)를 설치하고 보존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였다. 그 결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조선왕조실록〉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었으나 편찬된 실록을 보존하고 지켜낸 과정과 사연에 대해서는 그간 연구에 소홀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실록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서울과 지방에 사고를 선정하는 과정과 사고 설치 이후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문헌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특히 사고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지침서인 ‘사고수직절목(史庫守直節目)’의 제정과정과 실지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점, 조선전기 지방의 중심지역에 설치되었던 4대 사고와 임진왜란 이후 산중과 산성 등에 설치된 조선후기 각 사고의 차이 등에 관한 비교 검토, 사고 설치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 등 실록의 보전을 위한 사고제도와 그 운영관리체계에 대해서 정리하고 싶었다. 조선시대 실록을 어떻게 보존했는가를 공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선 못지않게 고려시대에도 실록이 편찬됐고, 한 부가 아닌 두 부를 제작해서 수도인 개경 뿐 아니라 합천 해인사에 외사고를 설치해 보존했다. 왜구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비하여 외딴 섬이나 험한 산중의 사찰로 이안하면서 지켜냈다는 것이다. 한편 조선시대 실록의 편찬 이후 각 사고에 봉안하는 과정을 보면, 전주사고에서는 봉안사를 맞이하기 위해 전라감사가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인 논산 황화정까지 마중을 나갔다. 실록의 사고 봉안 때 전라감사는 사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봉안례에 참례하지 못하고 사고 밖에서 기다리는, 현대의 시각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임진왜란 당시 유일본이 된 전주사고본 실록을 정읍 태인의 유생 안의와 손홍록 등 지역민과 관원이 합심해서 정읍 내장산에 옮겨 실록이 온전하게 지켜졌다는 사실도 구체적인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봉안사와 포쇄관에 대한 지역민의 접대가 조선후기에 들어서 소홀해지는 등 사고 관리 체계의 변화 등이 눈에 띄었다.특히 오늘의 무주군이 성립된 결정적인 배경이 적상산성과 적상산사고 설치였다는 점도 볼 수 있었다. 험한 두메산골이었던 적상산사고를 찾는 봉안사와 포쇄관의 노고를 위로하는 볼거리로 ‘낙화놀이’가 무주 남대천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은 덤으로 알게 되었다.필자의 〈조선시대 사고제도(史庫制度) 연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존하고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고에 관한 학위논문이다. 조선전기에는 전주사고가, 임진왜란 당시에는 정읍 내장산 보존터에, 조선후기에는 무주 적상산사고에 실록이 보존됐다. 전북은 조선전기부터 후기까지 실록이 보존된 유일한 지역이다. 현존하는 실록 3부 중 태백산사고본 실록을 제외한 2부가 전주사고본과 적상산사고이다. 즉 전북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고장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도내 역사문화자원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저자 박대길 씨는 전남대 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전북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정읍시청 동학농민혁명선양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8.15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