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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폭염이 남기고 간 교훈

△기록적인 폭염 폭염이 지나갔다. 정말 징글징글한 더위였다. 올해 6~8월 한낮의 기온이 33도를 넘는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평균 31.4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년보다 9.8일 많았고, 1973년 기상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17.7일로 평년보다 3배나 늘었다. 뿐만 아니다. 이번 폭염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1일 오후 1시 36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공식 관측소의 최고 낮 기온이 39.6도를 기록했다. 서울 기상관측을 시작한 111년만의 최고 기온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즈음 강원도 홍천 관측소 기록은 40.6도로 역대 최고치가 확인됐다. 한반도만이 아니었다. 연일 40도를 육박했던 일본에서는 더위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온열환자의 발생과 사망자의 속출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지구촌을 펄펄 끓게 만들었던 이상기후는 북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대륙도 가만두지 않았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한낮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고, 캐나다 토론토는 30도가 넘는 날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린란드의 만년설과 북극의 절대 빙하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제트기류가 약화된 결과로 고기압이 한곳에서 장기간 머물고 있다는 기상학자의 설명은 지난 겨울 한반도를 덮쳤던 한파의 원인과도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또한 얼마 전 인터뷰를 가진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100년 만의 폭염이 내년에도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선한 가을 저녁 바람에 지나가버린 폭염의 기억을 털어버리기에 찜찜한 소식들이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릴까 싶었는데, 벌써부터 닥쳐올 한파와 또 다시 반복될 무더위가 걱정이다. 정부에서도 거론했던 바, 폭염의 정체는 자연재해가 분명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한대로 이번 폭염은 인류가 불러온 재앙이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역시 사회적인 문제다. 따라서 폭염 문제를 접근하는 예방과 피해대책은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나라님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폭염 사회 지난 7월말, 환경부는 범정부적으로 폭염 대응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지원을 위해 전국 시군구 기초지자체별로 8월 폭염 취약성 지수를 분석해 공개했다. 폭염 취약성 지수는 기후노출도, 민감도, 적응능력을 바탕으로 폭염에 대응하는 능력의 상대적인 차이를 0~1 사이로 표준화한 값이다. 기후노출은 기상청에서 제공한 1개월 기상 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으며,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 및 대응 취약성 정도를 기초지자체별로 상대 평가해 지수화 했다. 지수의 분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방법론에 기초하되, 장기 기후 전망이 아닌 1개월 기상전망을 활용하여 시범적으로 분석됐다. 폭염 취약성 지수에는 총 인구 수, 65세 이상 인구,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등 폭염 취약계층이 우선 고려됐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세 부문 모두에서 전라북도의 취약성 지수가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총 인구 수 대상 폭염지수에서는 전주시 완산구와 덕진구, 익산시, 군산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주시 완산구의 지수값이 0.61로 가장 높았다. 평균 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당 소방서 인력 등 기후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적응 능력 또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인구 대상 폭염지수의 경우, 기후노출 값과 65세 인구 비율이 높은 고창군, 김제시, 정읍시가 상대적으로 폭염 취약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대상 폭염지수 또한 전주시 덕진구, 군산시, 완주군, 전주시 완산구, 부산광역시 기장군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라북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이 지수는 아직 시범분석 단계이고 지역별 폭염피해 예측이나 대응역량을 정확히 계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특정 지역의 취약성이 집중되어있는 결과치 공개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자료 공개 배경에는 폭염에 대한 피해확산을 막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폭염대응 지원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자체들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폭염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답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으로 보인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얼마 전 수정,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산업계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전력수급 걱정을 운운하며 기승전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망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은 움직임도 있었다. 지역에너지 전환운동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출범한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지방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과 지역에너지전환 약속을 받아내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광역지자체 8명, 기초지자체장 23명이 당선됐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는 1백만 가구 미니태양광 설치사업으로 에너지를 쓰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의 경우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갈 계획이다. 광주와 강원, 그리고 대구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산단 계획을, 그리고 울산은 원자력해체종합연구센터 설립을 각각 내세웠다. 아직 구체성이 부족해서 취임 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할 숙제가 남겨져 있지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고려할 때 전망은 밝아 보인다. 우리 지역에도 에너지 자립마을이며,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 건립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들이 없지 않다. 소중한 노력과 성과들이 몇몇 활동가들만의 헌신으로 묻히지 않고, 사회적 담론으로 자라나고, 지방 정부의 현실적 정책으로 꽃피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폭염과 이상기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기상이변, 사막화, 해수면 상승, 자연생태계 변화, 질병 등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이산화탄소 방출량 규제 등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2006년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중매체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는 노력들을 해왔고, <교토의정서>나 <파리협정>과 같은 국제적 협약들도 제법 익숙한 시사용어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6위라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18.09.18 19:33

[카드뉴스] 구급차가 콜택시?

  • 기획
  • 전북일보
  • 2018.09.18 18:46

국제로타리 3670지구 이군형 신임 총재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고 우리의 책임”

국제로타리 3670지구 이군형(58) 신임 총재는 어려서 다짐했던 사회봉사를 실천할 수 있게 돼 보람있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어른이 돼 돈을 많이 벌면 꼭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총재는 이제 총재의 위치에 올랐으니 지역사회 번영발전을 위해 소외당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인터뷰 내내 질러 말하는 시원시원한 사업가 같은 기질을 보여줬다. 지난 12일 전북지구 사무실에서 이 총재를 만나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국제로타리 3670지구 총재가 되셨습니다. 소감은 어떠십니까? 로타리의 신조는 초아의 봉사입니다. 조금 어려운 단어입니다만 초아는 나를 뛰어넘는 이타심을 말하며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로타리 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막중한 상황에서 총재가 됐습니다. 도민들을 위해 언제나 초아의 봉사 정신을 마음에 품겠습니다. -국제로타리클럽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봉사클럽인 로타리는 1905년 2월 2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젊은 변호사 폴 P. 해리스에 의해 창립됐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22만명의 회원이 인도주의 봉사와 지역사회 발전, 나아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1927년 경성로타리클럽을 시작으로 현재는 회원 6만여 명의 로타리안들이 지역사회 봉사와 국제봉사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전북은 3670지구로 분류되죠, 위상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전라지역에서는 최초로 전주로타리클럽이 창립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역사가 매우 오래됐습니다. 도내에는 현재 82개 클럽에서 4200여 명의 로타리안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지역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소아마비 박멸과 인도주의 봉사 기금마련을 위해 설립된 로타리재단에 매년 100만 불 이상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대학생의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로타리장학문화재단에도 매년 10억 원 이상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우리 3670지구 소속 로타리클럽에서는 도내 어려운 이웃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봉사프로그램으로 약 38억여 원 이상의 봉사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사업들을 해오셨습니까. 로타리재단의 보조금 사업 중 글로벌 보조금으로 국내외에 질병 퇴치, 문해력 향상, 수자원과 위생문제, 모자보건 등의 프로젝트에 8억여 원을 지원했고, 지구보조금 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저소득층, 소외계층에 4억여 원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로 장학사업에 6억여 원, 청소년 단체지원에 5000여만 원,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지원사업에 3억여 원 등 지난해 총 38억여 원을 봉사자금으로 투입했습니다. -IMF 당시 모두가 힘든 시절 로타리에 입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젊었을 때는 사업하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잠자는 시간도 부족할 만큼 바쁜 시기였는데 거래처였던 친한 형님께서 같이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권유해 1998년 6월 전주풍남 로타리클럽에 입회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여서 봉사가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10년부터 2년간 클럽 회장을 역임하면서 필리핀 북부지방 낙후된 지역에 우물 파주기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로타리재단의 보조금 8000만 원으로 약 80여 개의 우물을 파주는 사업이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에 학용품과 간식 등을 지원했는데 당시 필리핀 초등학생 아이들이 양손에 태극기와 필리핀 기를 들고 흔들며 우리 봉사단원을 열렬히 환영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을 보면서 정말 큰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때의 그 감동이 지금까지 제가 로타리안으로서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임사에서 지역사회 개발, 평화와 분쟁 해결 등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로타리는 함께 모든 것을 이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로타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커졌으며 세상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막대합니다. 이러한 로타리의 봉사는 사람들의 삶과 지역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122만의 로타리안과 자원봉사자들이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가며 도내에서도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저는 이번 회기 국제로타리 3670지구를 이끄는 캐치프레이즈를 소통과 배려로 화합하는 3670으로 정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체계적 지원체계를 확립해 가족, 친구가 같이하는 로타리, 재미있는 로타리 보람 있는 로타리를 만들겠습니다. 로타리의 홍보가 새로운 기부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에 로타리를 적극적으로 알리겠습니다. 끝으로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고 우리의 책임이라는 사명감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겠습니다. -로타리클럽 회원과 도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러분의 희생과 봉사가 우리가 사는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혼자는 빨리 갈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이군형 총재는】 20년 쌓인 감동과 보람을 도민에게 국제로타리 3670지구 이군형 신임 총재는 지난 1960년 임실에서 태어나 오수고등학교와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지난 1998년 6월 전주풍남로타리클럽에 입회, 클럽 위원장과 총무, 부회장 등을 지냈다. 타이어 수리업체 ㈜전북미쉐린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전라북도 양궁협회 이사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라북도 청소년 교향악단 이사,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전북롤러경기연맹 부회장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총재는 매주 정기모임에 참석해 로타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점점 알게 되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20년 동안 축적된 감동과 보람을 이제는 도민들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했다.

  • 기획
  • 남승현
  • 2018.09.16 19:18

[카드뉴스] 장수 한우랑사과랑 축제

  • 기획
  • 전북일보
  • 2018.09.14 16:27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41. 추석의 맛, 송편과 신도주

가을 저녁,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한 말이다. 가을 달 밝은 저녁을 뜻하는 낭만적인 뜻을 가진다. 음력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기도 한 추석은 가배(嘉俳), 한가위, 중추절(仲秋節)로 불리며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다. 또한, 대보름과 더불어 보름달을 상징으로 삼는 큰 명절로, 햇과일과 햅쌀로 빚은 음식을 만들어 한해 농사의 결실을 축하하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옥토의 평야 지대에서 풍요로운 추석 명절을 지내는 우리 고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추석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 자료는 없지만, 고대로부터 있었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추측할 수 있다. 낮의 태양만큼은 아니지만 환한 달빛은 적과 짐승으로부터 두려운 어두움을 걷어내는 더없이 특별한 존재였다. 그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8월 15일인 추석이 큰 명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추석이 우리 선조들의 대표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으로는 신라인의 풍습을 기록한 중국 『수서(隨書)』의 「동이전(東夷傳)」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며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문헌에는 『삼국사기』에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공(功)의 다소를 살펴, 지는 편은 음식을 장만해 이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였으니 이를 가배라 한다.는 추석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있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송편(松片)이 있다. 추석의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내에서 온다는 말도 있는데, 송편의 이름은 솔잎으로 찌기 때문에 붙여졌다. 십장생 중의 하나인 소나무는 신선들이 늙지 않는 약으로 먹었다 하여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이다. 그 솔잎이 찍힌 모양이 멋스럽기도 하지만 솔향이 배어든 떡은 풍미가 있고 기능적으로는 쉽게 상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음식이 상하기 쉬운 음력 8월 중순에 살균력인 강한 피톤치드가 들어있는 솔잎을 사용한 것은 우리 조상의 생활 속 지혜가 담긴 과학적인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팔월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한다고 하였다. 이 풍습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 송편이 추석의 명절식이 되었고, 올해 가장 먼저 나오는 햅쌀로 빚는 추석의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솔잎과 함께 쪄내므로 송병(松餠) 또는 송엽병(松葉餠)이라고도 부르고 지역마다 조상 때부터 근방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활용해 송편을 빚어온 까닭에 특색있는 송편이 전해진다. 전라도 지역에는 모시잎 송편과 더불어 꽃송편도 잘 알려져 있다. 꽃송편은 치자와 쑥, 오미자, 도토리, 포도 등의 즙으로 화려한 색을 더해 꽃 모양을 만들어 찐 떡이다. 강원도에서는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감자와 도토리로 송편을 투박한 모양으로 만들어왔다. 충청도의 호박송편은 밤호박을 삶아 멥쌀가루와 섞어서 익반죽한 다음 깨나 밤을 소로 넣고 찐 떡이다. 추석에는 송편과 더불어 햅쌀로 신도주(新稻酒)를 넉넉하게 빚어 조상에게 먼저 올리고 명절을 쇠러 오는 친척들과 이웃들에게 나누었다. 추석에 빚는 술인 신도주는 새(新) 쌀(稻)로 빚은 술로 신곡주(新穀酒)라고도 불린다. 조선 시대 세시풍속의 정착과 함께 처음 수확한 햅쌀을 이용한 신도주를 빚는 것을 시작으로 가양주(집에서 담그는 술)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조선 시대의 규방가사인 『관등가(觀燈歌)』에 우리 님은 어디 가셨노. 팔월이라 추석날에 신곡주 가지고 성묘하러 아니 가시는고라는 구절에 신곡주가 등장하며,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팔월령(八月令)에도 송편과 함께 신도주가 등장한다. 팔월이라 중추가 되니 서늘한 아침, 저녁 기운은 가을의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에 다소 이른 벼를 타작하고 담배 몇 줄 녹두 몇 말 등을 파는 것은 돈이 아쉬워서이랴?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와 젓조기를 사다가 추석 명절을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신도주)과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으로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중 신도주 추석에 빚는 신도주는 조상의 제사상에도 올리고 여럿이 나누어 마시던 풍습에 따라 가능한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 양조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차례상에 올릴 청주를 뜨고 남은 술을 걸러 희뿌연 빛깔의 탁주로 만들었다. 추석 때 마시는 신도주를 백주(白酒)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신도주에 대한 기록은 조선 후기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소개되는데, 아쉽게도 술 이름만 수록되어 있을 뿐 제조 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앞서는 문헌인 『양주방(釀酒方)』에는 술 빚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햅쌀술이라는 신도주의 한글식 표기로 햅쌀 한 말을 가루 내어 흰무리떡을 찌고, 끓인 물 두 말을 독에 부어 흰무리 찐 것과 더울 때 고루 풀은 후, 다음 날 햇누룩가루 서 되와 밀가루 세 홉을 섞어 버무려두었다가, 사흘 후에 햅쌀 두 말을 다시 쪄서 식힌 후에 끓인 물 한 말과 함께 밑술과 합하여 두었다가 열흘 후 맑게 익으면 마신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런 술을 빚을 때 쌀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누룩이다. 예로부터 호남평야의 중심이 된 벼의 고을인 김제는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쌀은 물론이고 좋은 술을 빚는데 필수품인 누룩도 김제에서 많이 유통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의 한 사건으로 등장한다. 1493년 <성종실록>에 김제 군수 최반이 관의 물품을 도둑질하여 처벌된 죄목 중에 누룩 50관을 빼돌린 죄가 기록되어 있다. 당시 잘 발효된 좋은 누룩을 만들려면 많은 양의 물량과 인원이 동원되어야만 했다. 그러한 까닭에 상품의 누룩은 주로 관이 주도하여 만들면서 귀하게 다루었지만, 이익이 많아지자 점차 백성들도 누룩을 만들어 매매하는 예가 많아졌고 관청에서 빼돌리다가 중형에 처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인공적으로 누룩의 발효에 적합한 40도가량으로 온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지라 초복 직후에 만들어진 누룩이 가장 상품이었다. 중복과 말복 전에 만든 것을 그다음으로 좋은 누룩이라고 당나라의 농서인 『사시찬요』를 인용한 『산림경제』에 기록되어 있다. 가장 더운 여름 절기에 자연적으로 발효된 최상의 누룩과 질 좋은 햅쌀이 어우러져 최상의 신도주가 나올 수 있었다. 올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고 태풍이 한반도를 가로지르기도 하여 농민들을 시름에 젖게 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사과, 배, 밤 등 제철 과일도 나올 것이고, 황금빛 들판에서는 햅쌀이 수확되어 추석 명절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추석 송편을 잘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송편은 하늘의 열매로 달을 상징하며 과일은 땅에서 나는 것으로 땅을 상징한다. 송편의 모양은 오므려서 빚으면 반달이 되고 오므리지 않으면 보름달 된다. 송편은 보름달의 모습이 아닌 반달 모양인데, 반달은 시간이 지나면 꽉 차는 보름달이 되기 때문에 조상들은 반달 모양으로 빚으면서 앞으로의 삶이 더 행복하게 채워지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란 속담이 있다. 한 해의 수확을 풍성하게 나누고 행복으로 채워갈 날들을 기약하는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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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8.09.13 19:48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고려 상감청자 비색 구현의 중요성-천년 고려 사라진 ‘비색(翡色)’을 찾아서

고려 비색(翡色)이 천하제일의 청자다. 중국 송나라 태평노인이 명품을 기록한 책 <수중금(袖中錦)>에서 한 말이다. 즉소매 속에 간직할 귀한 것이 고려 비색이라는 얘기다. 이 말이 나왔을 당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하는 북송의 여관요(汝官窯) 청자 비색이 절정에 달했을 때이다. 그런데 태평노인은 다른 곳에서는 모방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다 할 만큼 고려 비색청자를 으뜸으로 여긴 것이다. 최근 대형 건물지가 발굴되어 세간을 뜨겁게 한 부안 유천리 요지 사적 12호에서 나오는 비색청자는, 무늬가 섬세할 뿐만 아니라 색이 유달리 정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작공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그마저도 13세기 후반 즈음에서부터는 명맥이 끊겨 있다. 당시에도 끊임없이 비색을 연구하고 실험한 흔적이 드물게 남아 있지만, 비색은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비의 색이 되고 만 것이다. 간혹 누군가 고려청자 비색을 재현해 냈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상 아직까지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비온 뒤 맑게 갠 가을하늘과도 같은 비색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행인 것은, 부안청자박물관과 부안청자협회에서 사라진 비색을 재현하고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비색을 만드는 유약의 투명도나 형태, 무늬에 있어 70%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고려 비색청자가 나오는 데에는 나무와 온도, 흙과 유약의 차이에 따라 상당부분 달라질 수 있다. 자기는 무척이나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 조절에 조금만 차이가 나도 앞면은 비색이나 뒷면은 녹색으로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느냐 앞에서 부느냐 등의 상황에 따라 숱한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7할은 사람이 만들지만, 나머지 3할은 불의 조화요 자연의 조화로 나오는 것이 비색청자인 것이다. 부안청자협회 소속 도예가 이종창 씨는 비색 재현을 위해 2년 동안 천연 유약 개발 실험하는 데만 200여 차례나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유약 만들 때 쓰는 잿물을 만들기 위해 재가 될 만한 갖가지 나무나 풀을 태워보기도 한다. 숯가마에서 나오는 재는 재색이 아닌 검은색이라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신비의 청자 비색이 세계 도자사상 100% 똑같이 재현이 안 되는 유일한 도자기라고 하나, 힘이 들어도 오로지 전통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세계에서 자토로 만든 그릇에 유리질의 유약을 입혀 고온으로 구워낸 자기를 최초로 창조해낸 나라는 중국이다. 그리고 10세기경 중국 오월국의 국가 기밀이었던 자기 제작기술을 전수받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나라가 고려였다. 다른 나라는 17세기까지도 낮은 온도에서 구워낸 토기 즉 질그릇만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상상도 못할 기술에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게다. 태국이나 베트남의 자기들도 1600년 이후에나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려청자는 발생부터가 중국 청자와 많은 유사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지만, 고려 중기인 12세기 후반 경에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비색 상감청자가 개발되었다. 중요한 점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청자빛을 만든 이유와 색깔의 선택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 중국은 옥빛을 흠모하여 유약을 두껍게 바른 반면, 고려청자는 최대한 유약을 얇게 입혀 테토 색과 무늬가 얇은 유약 아래로 은은하고 섬세하게 비쳐들게 했다. 유약의 이름도 달랐다. 중국의 유약이 옥을 가리키는비색(秘色)이라면, 고려청자에 쓰인 유약은 물총새 비(翡)자를 딴비색(翡色)인 것이다. 물총새 깃털이 푸른색을 띠고 있어 청자색과 흡사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산예출향 역시 비색(翡色)인데, (생략) 여러 기물들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절(精絶)하고, 그 나머지는 월주(越州)의 고비색(古秘色)이나 여주(汝州)의 신요기(新窯器)와 대체로 유사하다. 고려 인종 1년(1123), 송나라 휘종(徽宗)이 파견한 사신의 수행원으로 고려에 온 서긍(徐兢)이 약 1개월간 개경에 다녀간 적이 있다. 이 때 그 경과와 견문을 그림을 곁들여 엮은 사행보고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옥 대체품으로서 청자와 백자를 만들었지만, 차 문화를 중시한 고려는 찻잔을 만들기 위해 도자기를 만들었다. 고려에 불교와 선종이 유행하면서 차 마시는 일과 좌선을 하는 행위가 같다고 본 까닭이다. 한낱 물(物)적인 것에 대한 집착보다는 심신을 다스리며 선(仙)의 경지를 지향하는 정신의 고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에 이르러 고려청자의 비색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활용도가 적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부안청자박물관에서는 실용성을 더해 청자로 된 향수병, 참외모양 디퓨저 용기, 향초 용기는 물론 찻잔이며 차도구 세트 등의 제품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지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다양한 상감무늬를 수작업으로 장식한 품격 높은 상품으로 부안 고려청자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이제 막 첫걸음을 시도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겠지만, 천 년 고려 상감청자의 메카인 부안지역의 도자문화 부활은 한국 도자기의 세계 경쟁력 우위 확보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할 것이며, 통하면 오래 갈 것이다. 소매에 간직하고 싶을 만큼 귀하디귀한 부안지역 고려 상감청자의 비색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서서히 세계를 향해 열리고 있음이 느껴지는 즈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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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2 19:25

[최진석의 노장적 생각] 좌우 날개의 성숙과 새의 비상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 우가 일방적으로 힘을 행사할 때, 밀려 있던 좌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면서 우를 향해 필사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또 좌가 일방적으로 패권을 휘두르면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우들이 좌를 향해 내뱉기도 한다. 이 경우에 좌가 하는 말이나 우가 하는 말이 절실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진실하지는 않다.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새의 비행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있는 두 날개의 상호협력과 균형에 의해서만 완수된다는 뜻인데, 말을 하면서 좌우의 균형이나 협력은 의식하지 않고, 반대쪽과의 투쟁에서 자기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니까 절실하기는 하지만, 비행의 완수보다 자기 자리의 확보만 목적으로 두고 하는 말이니 균형이나 협력은 애초에 관심도 없다. 수준도 높지 않다. 이런 어법이 횡행하는 곳에서는 우와 좌 사이에 주도권만 왕래하지 비행은 효과적으로 완수되지 않는다. 비행이 완수되지 않은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이륙도 못하는 새만 불쌍하다. 좌에서건 우에서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하더라도, 막상 비행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자기 날개 하나로만 날려고 한다. 마치 새에게 날개란 원래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살아온 듯하다. 좌우의 날개가 상호 협력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만 날 수 있다는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알아듣는다. 또 어느 쪽에서나 맞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력과 균형을 갖춘 비행은 이뤄지지 않는다. 왜 이럴까? 실력 때문이다. 시선의 높이 때문이다. 새가 두 날개의 협력과 균형으로 난다는 말을 이해는하지만, 사실은 알지 못한다. 지적으로는 이해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구현될 정도로 철저하게 인식하지는 못한 까닭이다. 자기가 처한 한쪽 날개의 입장을 주장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 좌우 날개의 협력을 말한 것뿐이다. 협력과 균형이라는 상위의 아젠다가 하위의 좌나 우를 지배해야 하는데, 하위의 좌나 우가 상위의 아젠다를 치받는 형국이다. 시선이 높아 실력이 있으면 상위의 아젠다로 하위의 기능을 지배하고, 시선이 낮아 실력이 없으면 하위의 기능에만 집중하다가 상위의 아젠다를 도외시 한다. 새의 균형 잡힌 비행을 목적으로 하면 좌우의 치열한 대립이 상호 협력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좌나 우가 처한 진영의 입장만을 목표로 하면 새의 비행은 이뤄지지 못한다. 시선이 좌나 우의 입장에 닿아 있는 한, 새의 비행은 그리 급하거나 중요한 일로 다뤄질 수 없다. 강한 왼쪽 날개와 또 그만큼 강한 오른 쪽 날개를 가졌지만, 새는 날지 못한다. 부부도 가끔 싸운다. 어떤 부부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서도 싸운다. 길가에서 싸우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보는 것 같으면 바로 싸움을 멈추기도 하지만, 싸움을 멈추지 않고 누가 보든 말든 계속 하는 부부도 있다. 누가 볼 때 싸움을 멈추는 부부가 시선이 높을까, 아니면 계속 하는 부부가 시선이 높을까. 싸움에 대한 몰입도나 충성도 혹은 치열함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부부가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운용하는 격이나 높이에서 본다면, 싸움을 멈추는 부부가 높다. 시선이 높으면 삶을 운용하는 실력도 좋다. 둘이 싸우는 풍경에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더해지는 일은 생소한 한 사람이 더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은 전혀 다른 풍경화로 바뀌는 일이다. 이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면, 하고 있는 싸움이 세계 전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싸움을 멈출 이유가 없다. 싸움을 멈추는 일은 오히려 진실하지 않은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높은 시선으로 무장한 실력을 갖춘 부부에게는 싸움을 멈추는 것이 진실이고, 시선이 높지 않은 부부에게는 싸움을 계속 하는 것이 진실이다. 어느 집에서 고양이를 샀다고 치자. 그러면 거실 풍경에 고양이 하나만 더 그려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가족 관계가 새롭게 정비되어 전혀 다른 가족이 된다. 거실에서 TV를 치우면, 거실 풍경에서 단지 TV 한 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TV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권력관계나 시간을 쓰는 내용도 함께 사라져서 새로운 가정, 새로운 가족으로 바뀐다. 전혀 다른 새 풍경화가 되는 것이다. 변화를 이런 식으로 인식하는 것을 인문적 통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인문적 통찰의 높이까지 사유 능력이 고양되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일이 전혀 다른 풍경화를 펼치는 사건이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그런 통찰의 높이에 도달해 있지 않으면 싸움 풍경에 그저 모르는 한 사람이 더해져 있는 것 이상이 아니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싸움을 해나간다. 결국은 부부싸움 이상의 높이를 가지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문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가정의 명예나 평판 등과 같이 한 단계 더 높은 지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싸움을 멈출 수 있다. 지향점이 새의 비행에 닿아 있다면 좌우의 두 날개 짓은 협력과 균형으로 진화할 것이지만, 수준이나 실력이 좌우의 각 진영에 갇혀 있다면 비행의 완수보다 좌우의 싸움에 더 몰입할 것이다. 부부싸움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더 높은 시선에서 아래 단계의 기능을 통제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일이다. 한국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협치를 말하지만, 협치는 아직까지 난망이다. 굳이 어느 편의 책임이라고 할 필요 없다. 우리의 실력이다. 새가 좌우 날개의 균형을 맞춰 비상하는 것도 사실은 엄청난 실력이다. 이 실력이 없는 상태라면 각각의 날개가 각자의 방향성과 작용력으로 분리되어 날지 못하는데, 실력을 발휘하려면 각각의 날개가 자기 정당성과 고집을 줄이고 상대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만 가능해진다. 이것을 우리는 각성이라고 한다. 이 각성을 가진 대립면의 충돌은 성숙과 진화를 보장하고, 미 성숙된 대립은 분열과 비효율만 쌓는다. 사실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다. 결국은 성숙과 실력이다. 실력의 내용은 무엇인가. 유연성이다. 유연성은 자기 각성과 반성을 통해서 상대에게 양보함으로서 내 이익을 더 크게 실현시킬 수 있는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견강해지고 극단화된다. 오른쪽 날개가 높은 시선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자기 날개 짓의 강도와 방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 날개와 함께 펼치는 판의 형편을 잘 살펴서 새가 날 수 있도록 조정하여 정도를 맞춘다. 정도를 살펴 자신의 날개 짓을 새의 비상이라는 과업에 공헌시키고, 자신의 성취를 이룬다. 왼쪽 날개도 실력이 있다면, 이와 다르지 않다. 서로 날개가 붙어있는 방향만 다르지 정도를 살피는 실력으로 협력하여 새의 비상이라는 과업을 완수한다. 극단화되면, 이론과 이념과 개념에 집착하고, 유연해지면 현실을 살펴서 정도를 잘 가늠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만 봐도 그렇다. 나라의 규모를 보거나 발전 방향을 보더라도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일이다. 실력이 없으면 개념에 집착하여 극단화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라는 이슈가 등장하자마자 바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뉜다. 최저임금의 정도를 살피는 숙고는 사라지고, 반대 방향으로 누가 더 극단화하는가의 게임으로 변질된다. 최저임금을 하되 정도를 살펴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말자고 하면 반대파로 매도하고, 최저임금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누가 더 세게 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만 논쟁한다. 그 결과로 최저임금제를 주장했던 장하성 실장 스스로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과해서 놀랐다는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력은 이론이나 이념의 주장에 있지 않고, 개념의 순수한 적용에도 있지 않다. 잡다하고 변화무쌍한 현실과 대화하여 정도를 잘 살필 수 있는 데에 있다. 누가 더 강하고 질 좋은 교과서를 가지고 있는가는 의미 없다. 교과서를 가진 사람의 정도 가늠 능력만이 의미 있다. 각성과 반성은 정도를 살펴 유연한 탄성을 가지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든 학문의 목적은 정도를 살피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있지, 이론 그대로 적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있지 않다. 4대강도 사실 정도를 살피는 데에 실패한 정책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이나 홍수는 작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임에도 빗물을 가뒤두는 저수 능력은 매우 낮다. 이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 선재적인 - 이미 많이 늦었지만 - 대응을 해야 할 근본 문제다. 한꺼번에 다 처리하려는 과격함보다 정도를 살펴 하나하나 조금씩 해나가는 유연성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이렇게 된 연유도 4대강이라는 이슈가 나오자마자 정도를 살피는 숙고 대신에 찬성과 반대로만 극단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누가 정권을 잡든지 아직까지는 정도를 살피는 성숙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별 차이 없다. 그래서 노자가 이념이나 개념에 매몰된 지식인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使夫智者不敢爲也 『도덕경』3장)고 일갈한 것이다. 공자라고 다르지 않다. 공자도 각성 없이 자신의 뜻만 옳다고 여기며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고집부리는 일을 끊자(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論語子罕』)고 한다. 그런데 끊자고 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성하자고 해서 각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시선으로 인도되는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좌우의 날개가 아무리 협력하려고 해도 안 된다. 오직 한 길. 자신의 진영을 넘어선 상위의 시선을 갖추고, 그 시선에 의해 인도되어 새의 비상이라는 위대한 과업을 자신의 일로 삼을 때만 가능하다. 매우 높은 단계의 인격이다. 상위의 아젠다가 하위의 기능들에 의해 흔들리면 안 된다. 하위의 기능들이 상위의 아젠다에 의해 이끌리고 통제되어야 한다. 새의 비상이나 나라의 비상이 다 같은 일이다. 부부싸움도 다르지 않다. 인생이 원래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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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1 19:2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는 마을미디어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2018 전주독서대전이 열린다. 이번 행사기간에 마을라디오도 함께할 예정이다. 혁신FM, 평화동 마을신문 꽃밭정이라디오, 소리톡톡 FM, 꼬뮤니티 등 전주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러 마을라디오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책과 함께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아낼 예정이다. 방송은 독서대전이 열리는 기간 중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진행된다. 스튜디오는 전주한벽문화관 광장에 마련된다. 방송은 현장과 페이스북 라이브로 송출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방송의 기획과 진행에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가 함께 하고 있다. 라디오는 음악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기록과 기억의 매체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라디오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서 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마을라디오가 함께하는 것은 멋진 조합이다. 그러나 마을라디오가 참여하는 것이 기록의 매체가 책에서 라디오로 확장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록의 주체가 확장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세계 각국, 우리나라의 기록과 기억의 매체 영국의 리스닝프로젝트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할 수 있다. 주제나 이야기 방식을 불문하고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영국 전역에서 1,000개 이상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성파일로 담아내고, BBC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하고 있다. BBC4와 영국국립도서관 인터넷웹사이트에서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 보통사람들의 세세한 생각과 경험을 담은 대화는 후손들을 위해 대영도서관의 소리도서관에 영구 보존 된다. 이 리스닝 프로젝트는 기존의 구전 역사 녹취가 노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는 인터뷰로 구성된 것과 달리 오늘날 영국에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스토리코어는 2003년부터 시작되어 약 8만여 명으로부터 4만 건에 이르는 인터뷰를 구술채록, 보존해오고 있다. 구술채록 방법은 구술자가 방문하거나 구술자에게 방문하는 방법,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술자가 자체 제작하는 방법 등 이용자편의에 맞게 이뤄진다. 이렇게 확보된 구술기록은 미국공영방송 NPR을 통해 방송된다. 공식웹사이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온라인 이용도 가능하다. 또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내져 역사의 일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이 발간한 책 고마워요, 엄마가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스토리코어 인터뷰 중 하나를 선정해 방송했는데, 폭발적인 인기에 방송 빈도를 일주일에 1회로 늘렸다. 특히 팟캐스트로 내려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메모리인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메모리인 서울은 한국판 스토리코어이다. 메모리인 서울은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기록하고, 수집된 이야기를 통해 전시, 공연, 웹툰, 팟캐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기억수집가가 중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비롯한 소소한 개인사에서 삼풍참사라는 아품의 기억을 기록해 공유한다. 기억수집가가 직접 찾아가거나, 서울도서관 메모리스튜디오로 가면 목소리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발전 속에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기억으로서의 역사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개인의 기억이라는 사적 영역이 역사적 기록이라는 공적 영역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좀더 일상적인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는 좀 더 일상적인 기록 매체다. 그래서 일상의 기록과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매개체로서 마을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신문의 기사는 주민자치, 지역 동호회, 이벤트, 구성원의 대소사 등 마을공동체의 일상적인 기록이 담겨지고 있고, 이는 일상의 아카이브, 공동체의 아카이브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마을라디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마을의 이야기가 구술화 되어 기록으로 담겨진다. 특히 라디오는 구술성이 강한 매체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담아 낼 수 있다. 서울 창신동 마을라디오 <덤>은 창신동의 봉제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라디오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덤>의 라디오방송국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 활용되기도 했다. 동작구 마을라디오 <동작FM>은 라디오방송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동작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방송인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방송분을 정리해 책으로 읽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를 발간했다. 이 방송은 현재 132회까지 방송되었다. 동작 FM의 양승렬 대표는 책은 이후 도서관, 학교, 관공서에 보내져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했는데, 책을 보신 후 몰랐던 다양한 동네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과,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며, 올해 2번째 책을 준비 중에 있고, 동작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책방이라는 프로그램도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책방은 현재 160회까지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통한 새로운 관계 라디오를 통한 기억과 기록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번 북 라디오 기획을 맡고 있는 고영준 마을라디오 교육활동가는 마을라디오에서의 기록은 마을미디어의 주체인 주민들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간 공동체간의 관계 맺기를 가져온다면서, 이러한 지역의 관심과 주민들의 관계 맺기는 지난 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기억은 또한 치유의 기능도 한다. 자신의 역사, 가족사의 기록화를 마을공동체 내에서 진행하고, 이 기록을 공동체 구성원 간에 아카이브로써 공유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상실감과 심적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구술사 인터뷰 및 기록화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구술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억압과 고통 그리고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는 이는 물론이고 듣는 이까지, 기록의 생산자는 물론이고 기록을 활용하는 사람까지, 기록을 매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간접 치유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다시 독서 대전 BOOK 라디오로 돌아가 보자. 이번 전주독서대전의 북라디오 역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과 기록은 우리가 전주라는 도시를 기록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이번 독서대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듣고, 자신의 기억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듣고 싶다. 여러분의 전주의 기억은 무엇인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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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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