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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⑮소설가 정희경

지독히도 추운 겨울이었다. 수도 계량기, 세탁기, 보일러가 얼어 터졌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영하 17도가 되던 날 출근길에는 콧김이 얼어 콧구멍이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몸이 추운데 마음은 더 추웠다. 구제역으로 삼백만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땅에 묻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무기력과 공포가 온 몸을 아프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위로가 필요했다. 녹인 초콜릿이랑 치즈에 바게트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듬뿍 찍어 먹고 싶었다. 열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몸에 위로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마음에 위로는 역부족이었다.그 때 나를 찾아온 책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혹자는 현실을 외면한 위로에 대해 비아냥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온통 아비규환인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섬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위로가 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위로가 되는 책이다. 마음을 위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것은 바로 사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책의 저자 메리 앤 새퍼는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고 지역신문의 편집을 맡아보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의 삶에 대부분은 책으로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종착지는 책을 쓰는 것이다. 메리도 누군가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드는 책을 쓰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 (여기서 나는 그녀에게 강력한 동지애를 느낀다.) 결국 생의 끝자락에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낸 것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책들과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가 뭐래도 메리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였다.「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줄리엣이 채널 제도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라는 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으며 시작된다. 줄리엣이 소유하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구입한 도시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입할 경로를 묻는다. 전·후 영국은 전쟁의 상처와 빈곤에 시달렸다. 더군다나 독일에게 점령당했던 건지 섬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을 책을 통해 이겨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리엣의 편지를 통해 경쾌하게 펼쳐진다. 북클럽 이름이 왜 하필이면 건지 감자껍질파이인지, 또 독일군 몰래 열었던 돼지구이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자리에서 절대 말할 수 없다. 또 하이틴 로맨스에서 막 튀어 나온 멋진 남자 마컴 레이놀즈와 (이름도 레이놀즈라니, 로맨스 스러워라!) 과묵하고 진지한 도시 애덤스 중 누가 줄리엣의 사랑을 얻게 되는지 절대 알려줄 수 없다. 궁금하다면 읽어 보시라. 틀림없이 지긋지긋한 추위와 험한 세상사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무엇보다도 균형이 중요하다. 정의를 생각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와중에도 예술과 사랑에 대한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책만 읽는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책을 읽지 않고 사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소설가 정희경씨는 충북 청주 출생으로 지난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충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21 23:02

[키워드로 책읽기] 밥

지난 1월 29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사망했다.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그녀의 죽음이 이슈가 된 것은 사인(死因) 때문이었다. 실제 사인은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이었지만 부검 전 인터넷을 달군 그녀의 가짜 사인(?)은 아사(餓死)였던 것. 월세 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급기야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 '예술가의 밥(생존)은 누가 책임지나'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고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던 소설가 김영하는 지난 14일 인터넷 절필을 선언했다. 진정 예술과 삶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예술가들의 삶은 그들의 작품처럼 충분히 아름답지 못한 것일까? 우리는 그들의 예술의 즐기며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며 그들이 스스로 느끼는 삶의 무게는 어떤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예술세계 현실과 경제학을 접목하다 -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한스 애빙 저/ 21세기북스/ 1만 3,000원비단 우리나라 예술가들만 가난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세계인이 시대를 막론하고 동감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가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사실이 어떻게 당연하게 된 건지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화가이면서 동시에 경제학자인 한스 리빙은 예술가들의 숨은 진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질문에 답을 얻는다. '예술경제의 특수성' 때문에 예술가가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요약하는 그는 예술에 대한 신화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이 생겼으며 또 이로 인해 예술세계의 구조적인 빈곤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예술경제에 대한 여타의 경제학적 접근방식과는 다르게 사회학적 시각과 심리학적 관점을 더해 독특한 예술가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서유럽 대륙 국가들, 영국, 미국 세 지역의 비교를 통해 우리 예술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자.▲ 일터에서 바라 본 한국사회의 위기 - 밥벌이의 지겨움김훈 저/ 생각의 나무/ 1만 2,000원'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밥벌이의 지겨움 中)이 책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김훈의 칼럼과 에세이 50편을 모은 것. 오랜 세월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의 날카로운 직관력이 돋보이는 글들이 가득하다.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늙은 기자의 노래''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으로 구성됐으며 저자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이 시대의 예술가도, 직장인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입에 넣을 밥을 벌기위해 다시 일터에 나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예술가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 예술가들의 대화김지연, 임영주 저/ 아트북스/ 1만 8,000원김훈의 책으로 삶의 빡빡함을 느꼈다면, 한스 애빙에게 서양 예술가들의 삶을 엿봤다면, 이제 한국 미술계 작가들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이 책은 미술계의 작가 20인의 대담을 모은 것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서로 다른 세대 경험을 가진 두 작가를 한 팀으로 만들어 그들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필터링 없이 실은 것. 예술 활동 방식과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진짜 삶'까지 작가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마주 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아가 미술계의 현상을 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예술이 무엇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문학·출판
  • 이지연
  • 2011.02.18 23:02

새해 '혼불' 다시 읽기

"작년에는 시원하게 냉수를 들이키듯 갈증을 해소하면서 읽었다면, 올해는 구수한 숭늉을 마시듯이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혼불」을 읽으면서 전주에 더 애착이 가고, 우리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매월 진행하는 「혼불」 읽기가 신묘년 맞아 새롭게 거듭난다. '혼불, 그 한마디'는 순수한 독서 토론을 통해 매월 우리말·설화·명절·음식 등 각 권에 해당하는 작은 주제를 설정해 「혼불」 읽기를 해나간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최명희문학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서지도사 이진숙 씨(전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전문 강사로 참여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지만 희망자는 전날까지 신청을 해야 한다. 월별 프로그램 일정은 다음과 같다.△ 1회 = 내가 읽은 혼불, 그 한마디(2월 25일) △ 2회 = 혼불, 살려 쓸 우리말(3월 25일) △ 3회 = 혼불이 이야기하는 설화(4월 22일) △ 4회 = 작가 최명희의 어록(5월 27일) △ 5회 =혼불 문학기행(6월 24일) △ 6회 = 혼불에 그려진 명절과 추억(7월 22일) △ 7회 = 혼불에 묘사된 음식(8월 26일) △ 8회 = 혼불 속 속담과 고사성어(9월 23일) △ 9회 = 혼불에 그려진 풍경(10월 21일) △ 10회 = 혼불속 사랑이야기(11월 25일) △ 11회 = 혼불의 한 구절, 시처럼 읽기(12월 16일).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2.14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⑭시인-김혜원

고흐의 그림 한 점 앞에서 반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꼭 십년 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오르세이 걸작전-인상파와 근대미술'에서였다. 대개들 거장임을 과시하듯 대형액자를 몇 점씩 걸었지만 고흐는 내가 처음 보는, 아주 작은 그림 한 점만을 걸어 놓았다. 그걸 일별하는 순간 휩싸인 전율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의 오리지널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열거하자면, 실로 엄청난 카리스마와 포스와 아우라를 갖고 있었다.이런 순간이면 나는 '예술에는 정답이 없고, 따라서 1등이 없다'는 내 평소 신념을 수정해야만 한다. 가령 바흐의 '샤콘', 백석의 시'여승',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같은 작품을 만나면, 예술에도 분명 1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인간과 시대와 사회를 '관통'해 버린다는 게 정답인 이들 작품의 위대함은 이 작가들의 치열한 삶에서 유래하는 것 같다. 고흐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삶, 그래서 고통과 격정과 창조적 열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삶을 내게 알려준 책이 바로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청미래·어빙 스톤 저, 최승자 역)였다. '20세기 전기문학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고흐의 인간적 체취와 절실하고 절박했던 예술혼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세 권의 서한집을 바탕으로 고흐의 자취를 추적하여 썼기에 이 '소설'은 거의가 '사실'이라고 저자는 후기에 밝히고 있다.런던 구필상회 직원 시절의 실연으로부터 시작하여, 벨기에 보리나주 탄광촌에서의 전도사 시절, 신을 잃고 그림을 얻은 고향 네덜란드 에텐에서의 시절, 창녀 크리스틴과 동거한 헤이그 시절, 들판과 농부를 파헤친 누에넨 시절, 인상파 화가들과 조우한 프랑스 파리 시절, 태양을 만나고 귀를 자른 아를의 시절, 정신병원에서의 생 레미 시절,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오베르 시절의 연대기가 목탄화, 연필화, 수채화, 유화로의 매체 변화와 함께 전개되고 있다. 수없는 실패와 수많은 유랑과 지독한 궁핍 속에서 한 위대한 예술가가 어떻게 탄생되고 완성되는가를 이 책은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이 책에서 알 수 있는 고흐는, 강렬한 빛과 색채와 대기와 바람에 몰두했던 인상주의 이후로도 본질적으로는 지독한 리얼리스트였다. 그의 대상은 낮고 더러운 땅과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대상의 진실한 영혼을 본 대로 포착하여 골수까지 파헤쳤다. 움직이고 살아있는 것처럼 대상에 강렬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또한 그는 진정한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탄광촌 전도사 시절, 음식과 돈과 옷을 광부들에게 내주고 탄가루에 얼굴을 문질러 그는 광부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창녀 크리스틴과의 동거는 신분 차별을 벗어 버린, 발가벗은 두 영혼의 만남이었다. 유럽 제일 큰 화상 가문의 후임자, 유산 상속자였던 그는 고통의 본질에 다다르기 위해 선택한 그림에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고, 마침내 힘찬 자기표현의 절정에 올라 후세에 '위안'을 주는 그 불멸의 예술 앞에서 순교한 것이다.오래도록 예술을 동경해 온 내게 고흐는 늘 내 삶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 내가 고독을 무기로 자기와의 고투를 고집하는 장인적 결벽성의 예술가를 흠모한다면 그건 그의 예술혼에 빚진 덕분이겠다. 내가 예술이 권력이 되거나 예술가가 공해가 되는 세상, 심지어 학력을 위조한 자가 예술가의 반열에 오르고 예술교육의 전방에 서는 세상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면 이것 역시 그의 탓이라 하겠다. 혹 예술가가 아닌 당신도, 천민 자본주의가 판치는 이런 시대일수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예술가가 더욱 소중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미 이 책을 읽었거나 머지않아 그 첫 장을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에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내 그림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내 자신이 천하게 됩니까? 내가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들의 집안에 들어가거나 그런 사람들을 내 작업실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내 자신이 천해질까요?▲ 김혜원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우석대 경영행정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다.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우석고 교사로 재직중이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14 23:02

[키워드로 책읽기] 구제역- 인간과 자연, 관계 회복의 길

지난 몇 달간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그 중 단연 화두는 구제역 파동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살처분 된 소·돼지·사슴·염소 등이 312만 7463마리(2월 6일 기준)이르고 당장 오른 소고기 돼지고기 값에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구제역이 공기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지금, 그야말로 자연이 인간을 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끊을 수 없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 시켜야 할지, 우리가 만들어낸 비극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책을 통해 짚어보자.▲ 자연 파괴, 탐욕이 만든 비극 -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마크 제롬 월터스 저/ 책세상/ 1만 3,000원"지난 한 세기 남짓 인류는 지구환경과 자연의 순환과정을 대규모로 파괴함으로써, 생태학적 보금자리에서 자신을 내는 위험한 일을 저질러왔다"(본문 중에서)뼈 있는 반성과 경고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간이 자신들의 욕심으로 현재 어떤 위기에 처 했는지 말하고 있다. 이미 전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는 사스(SARS), 광우병의 변형인 인간광우병이나 에이즈 바이러스는 여전히 골칫거리이며 사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우리자신이라는 것. 인간 스스로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시킴으로써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여섯 가지 신종 전염병을 예로 들어 전염병과 환경 변화, 생태계 파괴를 정리했으며 인간과 자연이 같은 운명을 갖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 성장 - 우리의 선택앨 고어 저/ 알피니스트/ 2만 8,000원제목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이 책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미국의 부통령으로 잘 알려진 앨 고어의 책. 미국의 시골 농장에서 자란 그는 상원의원이자 농부였던 아버지와 은사 로저 레벨 교수의 영향으로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불편한 진실」 「위기의 지구」같은 환경 저서를 쓴 바 있으며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제작했다. 앨 고어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한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부터 전기 고속도로, 환경과 경제를 함께 고려하는 녹색 정책까지 폭넓게 다룬 것. 환경 재앙을 넘어 아름다운 성정을 위한 우리의 선택을 도와줄 책이며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인규 생존권 위협하는 '기후 붕괴' - 지구의 미래프란츠 알트 저/ 민음인/ 1만 5,000원구제역 파동처럼 한 번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지난겨울부터 유난히 많이 내리기 시작한 눈과 사라져버린 봄과 가을 날씨가 그 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기후 변화에서 '기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결국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의 유서 깊은 환경상 수상자인 생태 환경 전문가 프란츠 알트가 생태학적 위기를 중심으로 인간이 직면한 다양한 환경 문제를 분석한 것.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시작된 지구 온난화를 시작으로 에너지 고갈, 무분별한 식생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도한 생활 방식을 지적한다. 이어 실현 가능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덧붙여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지연
  • 2011.02.11 23:02

한국문인협 부이사장에 진동규씨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문인들이 투표에 참여해 한 달 이상 걸렸습니다. 그런 만큼 부이사장으로 선출된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종명 이사장을 적극 도와 한국문인협회 발전에 미력이나마 힘을 쏟겠습니다."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에 선출된 진동규(66)씨는 마음이 바쁜듯 했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원로 문인 및 불우 문인 복지 향상, 작품 발표 지면 확대, 문협 경영 투명성 높이기 등을 통해 중앙 문단을 아우르면서 전북 문단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협이 고령화 돼 고민이 많다"는 그는 "광속도로 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면 젊은 문인들을 많이 영입해야 한다. 문학도 새로운 것을 담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시(詩)가 서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시인이기에 앞서 역사적 향수에 매료 돼 다양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백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던 그는 지난해 미륵사지 발굴과 관련해 선화공주와 서동의 천년의 사랑을 극시로 푼 시집 「자국눈」을 출간하기도 했다."모든 고전은 전라도 땅에서 나왔죠. 미륵사지 사리장엄구는 사찰문화 이상의 한편의 아름다운 시 입니다. 조만간 「자국눈」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될 겁니다."그는 영화 제작 외에도 메세나 관련법 국회 상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문협 차원에서 백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선거로 인해 서먹서먹해진 앙금을 다 풀고 전북 문협과 한국문협의 발전에 힘을 모으겠다고도 강조했다.고창 출생인 전북대 국문과,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978년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꿈에 쫓기며」, 「민들레야 민들레야」,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과 시극 '일어서는 돌', 산문집 「바람에다 물감을 풀어서」 등을 펴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황주연
  • 2011.02.08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⑬수필가-조숙

방송 프로그램에서 '넬라판타지아'라는 노래가 대 히트를 쳤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던 이 곡의 선율을 가만 듣노라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외로운 나그네를 그리게 된다."환상속에서 나는 올바른 세상을 생각한다. 누구나 평화롭게 살 수있는 곳,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꾼다."이상향을 그린 책은 동양에서는 무릉도원을 꼽을 수 있고 서양에서는 단연 유토피아를 얘기한다. 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간행한 정치적 공상을 담은 이야기형식의 저서로서 라틴어로 쓰여졌다. 정식의 제명은 「사회의 가장 좋은 정치체제에 관하여, 그리고 유토피아, 새로운 섬에 관한 즐거움 못지않게 유익한 황금의 저서」이다. 라파엘이 유토피아를 직접보고 와서 모어에게 설명해 준 것이다. 유토피아는 원래 반도였으나 그 나라를 정복한 유토포스(Utopos)라는 사람이 대륙과 연결되어있는 협부를 끊어 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자연적으로 혹은 인공적으로 너무도 완벽하게 요새화 되어 있어서 소수의 병력만으로도 방어가 가능한 국가이다. 이 섬은 54개의 도시들이 있으며 각 도시들은 구조도, 모습도, 문화도 모두 흡사하다.토머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는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권력과 최소한의 통제로 유지되는 사회이다. 유토피아 인들은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으며, 일할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2년씩 교대로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생활을 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그들의 공통된 직업 중 하나는 농업이며, 석공, 목공, 직조, 철공 등 각자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더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대개 부모의 직업을 이어서 배우게 되며 타 직업을 원할 경우 그 직업을 가진 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그들은 하루 6시간만 일을 하며 여가시간에는 주로 교육을 받는데 사용한다. 유토피아에는 귀족이나 성직자, 부랑자처럼 일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자들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의 노동시간으로도 충분히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은 공동으로 생산한 물품들을 동등하게 분배하여 사용한다. 그들은 똑같이 생긴 옷을 직접 만들어서 입기 때문에 의류로 인한 사치는 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이 없고 모두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물품을 분배받는다. 토마스 모어가 꿈꾸었던 유토피아는 이런 면에서 공산주의 국가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유토피아'란 막연히 낙원이므로 고통이나 질병 괴로움이 없는 세상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전쟁과 노동 질병과 범죄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을 탐욕이나 허영심을 부르지 않는 필요조건이라 하지만 모두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옷을 입고, 정해진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같은 시간에 잠드는 생활이 모두에게 이상적인 나라의 모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세상이 다변화 되어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유토피아처럼 공동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움 가운데 자신이 목표한 것을 즐기며 그것을 향해 한발씩 걸음을 내딛는것이 스스로의 유토피아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것이 아닐까!"넬라판타지아~ 환상안에서 나는 한 세계를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모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수필가 조 숙씨는 강원도 주문진 출생으로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문우회 '보리수필' 과 '문학이 있는 목요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2.07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⑫아동문학가-홍인재 '작은 도전자'

그 때가 몇 살 때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때 작은 아버지 집에 살았다. 작은 아버지 집 옆으로 이제 막 생긴 교회가 있었는데 빨갛고 뾰족한 지붕이 참 신기했었다. 그 때까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으니 어린 내 눈에 비친 그 교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그래서 그랬을까?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그곳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왠지 그곳에 가면 꽤 오랫동안 가슴앓이 병을 앓던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에는 찬 기운을 뒤집어 쓴 의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맨 앞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긴 막대에 매달려 애처로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참 슬퍼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다.나는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앉았다. 한참동안 그곳에 앉아 엄마를 생각하고 걱정했다. 어서 엄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도 같다. 그 엄마가 이제는 친정엄마가 되어 건강하시니 그 기도가 효험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작은 도전자」(다림)를 읽으며 나는 오래 잊고 있었던 어린 나를 기억해냈다. 예배당에 엎드려있던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기르던 닭들이며 겨울 산을 같이 헤집고 다녔던 바둑이도 함께 떠올랐다.나는 이 책을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이제 막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딸아이에게 읽히면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다. 그런데 딸아이 보다도 내가 먼저 책 속에 푹 빠져서 눈시울을 붉히며 읽었다. '나를 이기는 힘', '조금 늦어도 괜찮아', '나의 둥지, 우리 가족' 등 세 개의 주제 아래 열 아홉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안도현 시인을 비롯해 열여덟 명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경험을 풀어놓아 읽는 재미와 감동의 깊이가 각기 다르다.'고등어와 크레파스'에서는 어린 시절에 큰 집에 양자로 들어가 자란 이야기에서는 항상 당당하고 큰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위대한 만화가 이현세의 아픔 속으로 같이 걸어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고 '내 마음의 희망등'에서는 교사의 길을 가고 있는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만의 색깔과 모습을 만드느라 혼란스러운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자신을 바라보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뒤돌아보며 곰곰이 삶을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되풀이하여 읽기 좋은 책이다.'일본 도쿄 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되는 집을 허물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 공사를 중단하고 사흘 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도종환 시인이 쓴 이야기의 첫머리이다. 꼬리가 못에 박혀 움직이지 못했던 그 도마뱀은 어떻게 3년을 살아냈을까? 그 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아동문학가 홍인재씨는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임실 출생으로 전주교대를 졸업한 그는 우석대 대학원 문창과에 재학중이며, 현재 전주 서신초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1.31 23:02

[키워드로 책읽기] 이별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죽음 자체는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구절처럼 그 동안의 추억과 기억, 관계는 지울 수 없는 것. 이렇게 죽음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위로해 보지만 몇 달 사이, 쉽사리 죽음을 받아드릴 수 없는 두 사람이 떠났다.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 불렸던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한 이야기 꾼 박완서. 책장 한쪽에 꽂혀있는 그들의 책이 눈에 띌 때면 괜스레 속상한 마음과 함께 더 많이 소통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생각을 통해, 책을 통해 우리의 관계는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슬픈 이별이지만 아름다운 관계로 남을 수는 있는 기회가 우리에겐 있다.▲ 문화·예술적 면모 드러난 글 모음희망(리영희, 임헌영 저/ 한길사/ 2만 2,000원)사상의 은사/ 시대의 선구자/ 60년대 70년대 80년대 대표적 지성/ 아 이 한반도의 살아있는 정신 /불 /얼음 /우리들의 전위와 후방'(고은 시인의 헌사 중에서)이미 떠난 리영희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 독자를 위해 한 권으로 그를 만날 수 있는 책이 출간 됐다. 「희망」은 문학가로서의 풍모가 잘 드러난 리영희의 산문집이다. 사상가로서 알려진 리영희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이 좋은 충격이 될 것. 민족분단의 비극, 통일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등 사회과학적 담론과 인간의 존재, 역사, 평화 같은 인문학적 글들을 함께 실었다. 12권 짜리 「리영희 저작집」 중에서 사상적, 문화적, 예술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명편을 가려 뽑아 한 권을 만든 것. 2005년 리영희 교수의 구술 자서전에 도움을 줬던 임헌영 문학평론가가 나서 그의 번득이는 기지와 해학 넘치는 작품들을 말한다. 만약 그의 생애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면 「리영희 평전」(김삼웅 저/ 책보세/ 2만 8,000원)을 추천한다. 이 책은 리영희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평전으로 후배 언론인인 저자가 리영희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쓴 것.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육군 장교로 6.25 전쟁에 참여하고 4.19혁명 전후에 활동한 내용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회적 업적 뿐 아니라 가족사와 인간관계 같은 개인적인 내용까지 실어 더욱 친근하게 그를 느낄 수 있을 것. 날카롭던 그의 의식과 냉철함, 용기, 인간애 등을 고루 만날 수 있다.▲ 못 가본 길, 미련은 있지만…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박완서 저/ 현대문학/ 1만 2,000원'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본문 중에서)박완서가 남긴 많은 책들 중에 몇 권만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 중에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노작가의 연륜과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어 꼭 읽었으면 하는 추천작이다.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는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후회를 하고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것. 이 책은 유명 소설가가 된 박완서가 학창시절 꿈꿨던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을 말한다. 솔직하게 그녀의 미련을 이야기 하고 많음 아픔을 잔잔하고 담백하게 풀어 낸 것. 하지만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떳떳함이 어느새 독자들 마음에도 위로가 된다. 소소한 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 오는 책.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할 작가지만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계속될 박완서의 이야기다.소설가 박완서의 글을 보고 싶다면 「환각의 나비」(박와서 저/ 푸르메/ 1만 1,000원)가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유명 문학상 수상작 다섯 편을 모은 선집.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 여성을 화자로 삼은 작품을 선별했다. 박완서의 여느 작품이 그랬든 그녀가 얘기하는 여성들의 삶은 상처입고 피폐하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고고하지 않아 더 내 어머니 같고 내 이야기 같을 것.

  • 문학·출판
  • 이지연
  • 2011.01.28 23:02

"10행도 길죠…詩의 본질은 짧음입니다"

'10행도 길다. 시의 본질은 짧음이다.'복효근 시인(49)과 나혜경 시인(47)이 짧은 시 쓰기 운동을 한다. 이들은 동인'작은 詩앗 채송화(이하 채송화 동인)'의 회원으로 요즘 시에 대한 반성으로 10행 안쪽을 목표로 하는 짧은 시 쓰기를 시작했다.채송화 동인은 2008년부터 짧은 시 쓰기 운동을 시작해 일곱번째 동인집 「칠흑고요」(고요아침)를 출간하면서 물기와 울림이 있는 짧은 시를 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복 시인과 나 시인을 비롯해 전국구로 나기철(58) 윤 효(55) 이지엽(53) 오인태(49) 김길녀(47) 함순례(45) 정일근(53) 시인 등 9명이 참여했다."시가 길어지면 긴장감이 떨어져요. 일목요연하게 시의 주제와 내용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느슨해지는 시를 줄이는 연습을 하자는 거죠." (복효근 시인)"요즘 시가 길어지다 보니 독자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가 짧아지면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나혜경 시인)짧은 시 쓰기는 쉽지 않지만, 이들의 시는 인기가 높다. 키 낮은 채송화처럼 알기 쉽기 때문에 주부나 노인, 독자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다. 이들의 뜻있는 운동에 고개를 끄덕이는 문인들도 많다. 채송화 동인은 짧은 시 쓰기 운동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동인집에 초대시를 싣는다. 짧은 시를 쓴 전범을 보인 김남조 김종삼 서정춘 시인을 비롯해 주변 시인들의 시도 수록된다. 복 시인은 "다만 청탁 받아 시를 낼 때 두 세 줄짜리 시를 낸다고 하면 무성의하게 보일까봐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짧은 시만 쓰는 것은 아니다. 나 시인은 "지향하는 것은 짧은 시이지만, 길게 써야 할 때도 있다"며 "선문답에 빠지지 않는 시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황주연
  • 2011.01.26 23:02

창간 20돌 '수필과 비평' 월간지로 거듭난다

신아출판사(대표 서정환)가 출간하는 「수필과 비평」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격월간지에서 월간지로 거듭났다.서정환 대표(72)는 "수필이 미래의 문학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아직도 '변두리 문학'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종이책이 줄어드는 어려운 사정임에도 창간 20주년 기념호 111호부터 월간지로 펴내는 것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수필가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한국수필문단이 정리안 돼 첫 기획으로 '한국수필문학사'를 연재하고 있다"며 "「수필인명사전」도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지난 20년간 「수필과 비평」은 수필의 저변 확대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평론이 가세해야 글의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수필 평론가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수필의 문학적 위상과 질적 향상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전국적으로 수필 인구는 많지만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합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높여야죠. 우선 대학생 수필을 공모해 젊은 수필가들을 많이 배출하려고 합니다."그는 수필과 비평사(회장 라대곤)가 주최하는'신곡문학상'처럼 수상자 선정도 지역을 떠나 작품 수준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다른 잡지를 통해 등단한 작가도 글만 좋으면 「수필과 비평」에 과감히 싣겠다고도 했다. 오는 3월 '한국수필연구학회'를 결성,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을 만한 수필교재를 개발하겠다고 의욕도 내비쳤다.순창 출생인 그는 우수 문예지로 추천받은 바 있는 「문예연구」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아동 문예지 「소년 문학」를 비롯해 「좋은 수필」, 「계간문예」 「동리목월」 등을 펴내 지역 수필 문단을 일궈나가고 있다.

  • 문학·출판
  • 황주연
  • 2011.01.25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⑪소설가-강필선

해가 거듭될 수록 신춘문예·각종 공모전에 응모되는 작품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작품의 질적 수준 또한 높아진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등단의 벽. 하지만 그 자리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지망생들은 수차례 쓴 고배를 마셔야만 한다. 작품을 준비하고 설계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지나 그 결과가 절망적일 경우 순수했던 꿈 많은 예비 작가들은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새기게 된다.그들은 본래 꿈을 꾸는 영혼들이다. 꿈속에서 새로운 세상과 시대를 만들던 신세계적 영혼들은 날개 짓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여기서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는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추락하는 예비 작가들이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는 스페인어권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에 이어 201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소설가다. 훌륭함을 의심할 수 없는 이의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는 예비 작가들의 지침서이자 목소리가 된다.책은 편지형식으로써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의 어조는 차분하면서도 겸손하게 다가온다. 다소 조심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게 전달한다. 간결하지만 섬세하게 이야기는 독자의 뇌리에 박히기에 충분하다.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는 다른 물질적인 조건보다는 '글쓰기의 즐거움'이 가장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의 시작은 '창작의 즐거움'에 있다. 이 마음자세는 작가를 꿈꾸는 영혼들이라면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글쓰기는 취미로 할 수 있는 일도, 스포츠 삼아 할 수 있는 일도, 심심풀이 삼아 가끔씩 해보는 고상한 놀이도 아닙니다. 글쓰기는 그야말로 온 몸을 바쳐야 하는 작업이며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직업입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복종의 길입니다.'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친구 호세마리아의 몸에 서식한 촌충에 관한 이야기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조언하고 있다. 촌충에 의해 먹고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은 '글쓰기가 작가의 삶을 갉아먹는다.'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다. 호세마리아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촌충에 의해 산 것처럼. 작가라면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사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창작의 즐거움이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소설은 '거꾸로 된 스트립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나씩 알몸을 드러내는 것과 반대로 앙상한 알몸 위에 옷을 입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가 생각하는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의 기초 위에 상상력과 글 솜씨를 쌓아올린 구조물이라는 것이다.「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처럼 갓 소설가에 입문한 나와 같은 사람이나 신세계를 꿈꾸는 젊은 영혼들에게 던지는 경험자의 회고록이다. 그리고 다른 영혼들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이다. 창작의 방법론적인 책들은 이미 많이 있다. 그러나 지친 영혼들이 마음자세를 다잡기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경험자와 상담을 하고 싶다면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와 대화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영혼들이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신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의 편지를 읽은 사람으로서 이 말을 해주고 싶다.'작가란 창작 욕구에 탐욕스럽게 사로잡힌 자이다. 그것의 시작은 반항심에서 나온다. 스스로가 선택한 본종의 길에 충실하라. 노력하라. 문학 자체만을 생각했던 처음을 떠올려라.'▲ 소설가 강필선씨는 전남 나주 출생으로 201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1.24 23:02

전북작가회의 안도현 회장 "30~40대 젊은 회원 확보에 최선"

21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 신임 회장에 안도현 시인(50)이 단독 추대 돼 10초 만에(?) 통과됐다. 회원들이 기립 박수로 신임 회장을 맞자 안 시인은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며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은 술 잘 마시는, 즉 '음주대학'에 근접하는 순서대로 결정되기에 내가 맡게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문인단체라는 게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재밌게 놀 수 있는 '건수'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내는 일이 급선무죠. 누군가 전북문인협회는 60∼70대, 시인협회는 40∼50대 회원이 주축이 된다고 하더군요. 전북작가회의는 30∼40대가 중심이 됐으면 합니다. 좀 더 많은 젊은 여성 회원 확보에 신경쓰겠습니다."이날 부회장은 김저운(소설가) 신귀백(영화평론가) 복효근(시인)이 임명됐으며, 사무국장은 2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이날 '제5회 불꽃문학상' 을 수상한 김형미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회초리 맞는 기분 같다"며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어 "'불꽃문학상'의 미덕 중 하나가 심사위원 모두가 직접 수상자에게 전화해 격려해주는 일"이라며 "수상 소식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들을 수 있는 행운의 주인공이 돼 더없이 기쁘다"고 덧붙였다.전북작가회의는 올해에도 '전북 대학생 문학 워크숍', '월례 문학 토론회', 「작가의 눈」 발간, '청소년 스토리텔링 백일장 대회'. '전북 지역 작고 문학인 조명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1.2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