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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 기억하는 겨울운곡으로 초대

△생물권보전지역 고창, 땅의 기억고창은 고인돌 선사유적부터 동학농민혁명까지 역사, 문화, 예술의 흔적이 땅의 기억으로 새겨진 고장이다. 더불어 생태의 고장이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고창군 전역이 지정된 까닭이 그렇다. 고창은 드물게 행정구역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유네스코로부터 생태 가치를 인정받은 핵심지역은, 고창갯벌(람사르 습지이다), 선운산도립공원, 운곡람사르습지, 동림저수지, 고인돌세계문화유산 지역이다. 호젓한 숲을 걸어 땅의 진면목과 만나게 하는 곳이 바로, 운곡습지(雲谷濕地)다. 구름 고랑 운곡습지는 고창 아산면 운곡리 일대 1.79㎢를 핵심지역으로 하는 내륙습지이다. 수원지(水源池)로 쓰기 위해 150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물을 가두기 시작한 1980년대, 사람의 걸음이 멈춘 운곡저수지와 그 주변공간이 지난 30년 시간을 두고 스스로 복원돼 태고적 습지의 원형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멈추었지만 자연은 그 품안에 멸종위기종 수달과 삵, 황새와 담비, 새호리기, 팔색조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 황조롱이를 포함한 549종의 다양한 생명을 깃들어 살게 해주었다. △선사로부터 지금, 이 순간으로 흐르는 운곡의 길운곡의 구름을 헤치고 자연의 속살을 살피는 길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유적에서부터 시작한다. 청동기 선조들이 공동체를 영위했던 자취를 따라 쥐겁재를 넘어 다섯 갈래 길이 모이고 흩어지는 오베이골을 지난다. 오색딱따구리, 곤줄박이, 어치며 박새들이 소리로 소리로 걸음을 보챈다. 생태탐방로로 조성한 길을 따라 만나는 생태연못, 억새며 부들, 노랑어리연꽃 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긴다. 길은 휘휘돌아 비로소 저 깊고 청명한 운곡저수지로 이어지고, 운곡서원과 샘터, 멀리 고려청자도요지로 흐른다. 그 길 끝에 생태마을 용계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운곡습지의 다채로운 생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일부터 원시체험, 철새체험, 천체관측체험, 생태음식체험 등 헤아릴 수 없는 자연체험이 가득하다. 봄이면 꽃비처럼 분분분 날리는 수많은 꽃이파리로부터 생명의 힘을 되찾고, 여름과 가을, 마침내 맞은 운곡의 겨울이다. 크고 작은 생명의 흔적을 거두며 눈이 부신 흰 것들 속으로 스스로 동면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다시 거대한 생명의 자취를 만난다. 돌아오는 것들의 소란 때문이다. 운곡은 다시 겨울철새들에게 제 빈 둥지를 내어주었다. △땅과 숲의 박동을 기억하는 운곡의 겨울봄이면 봄, 여름이거나 가을이거나 마침내 겨울이거나, 운곡은 모든 생명의 고향이다. 생명의 박동을 간직한 채 스스로 일어나 스스로 빛나는 다른 모든 땅들의 모범. 운곡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억 한 줄 더 써내려간다. 우리를 둘러싸고 온갖 색들이 명멸하던 화려한 가을이, 이제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생육을 멈추고 몸 안으로 모든 기운을 수렴하는 자연, 고창의 땅 곳곳에서 다음 봄을 준비하는 낮은 목소리만 도란거린다. 땅과 숲의 박동을 기억하게 하는 겨울, 운곡으로 걷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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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4 23:02

응답하라 2015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0%가 훌쩍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응답하라 1988 얘기다.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생각을 흔히 ‘쌍팔년도 얘기’로 치부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세대를 뛰어넘는 드라마 인기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88년도 서울의 허름한 뒷골목에는 정감 넘치는 소박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다. 눈여겨볼만한 것은 모든 에피소드들을 관통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메커니즘이다. 어쩌다 특별한 반찬이라도 할라치면 옆집으로 뒷집으로 나르기 바쁘고 아이들은 자기네 안방처럼 스스럼없이 친구 집을 드나든다. 생활비 걱정하는 이웃을 위해 찐 감자 사이에 돈 봉투를 넣어 부뚜막에 놓고 가는 기지도 발휘한다. 이웃도 아닌 가족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이들에게는 큰 슬픔도 금방 잦아들고 소소한 기쁨도 기하급수적으로 배가된다.시대는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이라지만 지금 우리 세태를 돌아보면 쌍팔년도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짐짓 이해가 간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간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급기야 칼부림에 목숨까지 잃는 극단적인 사건들도 종종 발생한다. 말문이 채 트이기도 전부터 남이 건네는 음식은 절대 받지도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 선행된다.누군가 승강기를 동승하기 싫어서 저만치 들려오는 ‘잠깐만요’ 소리를 무시하고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누른다. 신뢰와 배려가 사라진 사회에서 이웃은 내 달콤한 잠과 가정의 평온을 위협하는 경계대상 1호 불청객에 불과하다. 그때는 곤궁하고 배고팠다. 넉넉하지 못하고 옹색했다. 하지만 사람의 온기로 모자람을 채워가던 시기였기에 이웃은 고맙고도 특별한 존재였다. 본격적인 연말연시 시즌이다. 시작과 끝은 맞물려 있듯이 지는 해와 뜨는 해 사이에서, 아쉬움과 설렘 사이에서 사람들은 갈팡질팡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거리는 연일 불야성을 이루고 망년회, 송년회 등 갖가지 핑계로 술자리가 계속된다. 하지만 이런 들뜬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겨울이 더 춥고 쓸쓸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에 집중하고 내 가족에 몰두하는 사이 외롭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연말연시는 혹독한 고난의 시기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들불을 일으키듯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늘 불씨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어서다. 연말이 되면 시청에는 기부의 손길이 줄을 잇는다. 쌀, 연탄, 라면, 김치 등 생필품에서부터 큰 목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독지가들도 있다. 연말과 양 명절에 유행처럼 반짝 불고 마는 기부 물결이라도 더없이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핵가족, 맞벌이 가정, 독거노인, 싱글족들의 증가로 전통적인 가족기능이 약화된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잘 만난 이웃 하나가 먼 가족 열보다 더 의지가 될 수 있다. 이 겨울 내 주변에 어렵고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아보자.또 올 겨울 그동안 서먹했던 이웃들과 소통의 문을 활짝 열고 드라마 1988속 그 시절의 향수를 재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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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1 23:02

느림의 미학 = 걸어서 출장

1979년, 공무원을 처음 면사무소에서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직원들이 출장 시 이용했던 교통수단으로는 면장용으로 지급된 90cc 오토바이와 몇몇 직원들의 오토바이 그리고 삼천리호 자전거와 크라운 자전거가 전부였다. 비포장도로가 많고 도로사정이 열악해, 차도는 수시로 사리부설이라는 명분아래 주먹만한 돌들이 섞인 하천 막사를 깔아 놓아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니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큰 돌을 비켜 핸들을 조종하는가가 관건이었다. 또한 마을길을 들어서면 황토 흙으로 된 길이 많아 조금만 비가와도 황토 죽으로 변했다. 각시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으며 자전거 바퀴에 흙이 들러붙기 시작하면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그러나 그때를 회상해보면 지금과 대조적인 느림의 미학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느리지만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주민들과의 정담은 또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게 했다. 지금이야 자동차로 휙 지나치면 알만한 사람이 지나쳐도 못 본 척하면 그만이지만 그때만 해도 몸을 감출 수 없으니 당연히 반갑게 인사하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다반사였다. 오늘 같은 시대에 자동차 없이 걸어서 출장하는 묘미는 그때를 다시금 그리워지게 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삼례읍은 인구가 1만 6000명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조그마한 읍 일 수도 있겠지만 1만 2000여명이 읍내 소재지권에 모여 사는 소도시로 타 시군 같았으면 군청소재지가 될만한 큰 읍이다. 그러다 보니 도시 민원이 많고 돌볼 것이 많아 자동차로 출장 다닌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출장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걸어서 출장 다니기다. 걸어서 출장을 다니다 보니 자동차로 다닐 때와는 다르게 그냥 지나쳤던 읍내 곳곳의 사소한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손된 도로, 움푹패인 자전거도로 등 그간 챙기지 못했던 주민 민원현장 30여개소를 찾아가 주민불편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다. 걸어서 출장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주민들과 만나 지역 내의 민원과 주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어 신속한 행정처리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걸어서 출장은 대민행정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내 몸 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하루에 1~2시간씩 걸어 출장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으로 이어져 체중이 8kg정도 빠지는 효과를 보게 되면서 더 이상의 운동이 필요 없는 힐링 출장이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업무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공무원의 제1덕목은 주민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주민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도보 출장이야말로 일석다조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번쯤 시도 해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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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0 23:02

기술사 자격증의 이해

우리 주변에 많은 자격증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자격증도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 하나가 기술사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모두가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이다. ‘기술사’라 함은 해당 기술 분야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계획, 연구, 설계, 분석, 조사, 시험, 시공, 감리, 평가, 진단, 사업관리, 기술관리 등의 기술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자로소 ‘국가기술자격법’ 제10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술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능력의 유무를 검정하기 위하여 국가기술자격시험제도를 두고 있다. 2015년 현재 기술사시험 분야는 건축·기계·금속·광업·국토개발·산업응용·섬유·생산관리·안전관리·에너지·정보처리·전기·전자·조선·통신·토목·해양·항공·화공·환경관리 등의 분야에 그 종목은 84종이다. 기술사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우선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법시행령>에 나타난 기술사시험 응시자격은 다음과 같고 이 중 한 가지 이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직무분야에서 4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5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7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응시하려는 종목과 관련된 학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학과의 대학졸업자등으로서 졸업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6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의 다른 종목의 기술사 등급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 △3년제 전문대학 관련학과 졸업자 등으로서 졸업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7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2년제 전문대학 관련학과 졸업자등으로서 졸업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8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국가기술자격의 종목별로 기사의 수준에 해당하는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교육훈련기관의 기술훈련과정 이수자로서 이수 후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6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국가기술자격의 종목별로 산업기사의 수준에 해당하는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교육훈련기관의 기술훈련과정 이수자로서 이수 후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8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9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외국에서 동일한 종목에 해당하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으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자. 이러한 응시자격에서 알 수 있듯 기술사는 명실 공히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자로서 주요공공시설 장치 등의 설계 시공 감리 등 기술사 자격종목(84개의 분야)에 따라 공학기술 분야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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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9 23:02

직원이 잘 쉬어야 기업 성과도 '쑥쑥'

근로자들이 충분히 쉬지 못하면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성과 창출을 위해서라도 일과 가정의 균형 잡힌 근로문화 정착은 반드시 필요하다.그동안 우리의 기업 현장에는 일상화된 야근, 시간만 끄는 비효율적 회의, 불필요한 회식, 눈치 보는 휴가 등 비효율적 노동관행이 만연해 있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OECD가 발표한 ‘2014년도 연간 근로시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가장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2079시간 보다 45시간이 더 늘어난 수치로서 OECD 평균 1770시간의 1.2배,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에 비해서는 약 1.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이런 일들이 불필요한 근무시간 연장이었던 셈이다.노동생산성의 경우도 한국은 2013년도 1인당 29.9$로 OECD 평균 40.5$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고, 회원국 중에서는 25위에 머무르고 있다.오랜 시간 근무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의 장시간 근로 문화는 한때, 근면과 성실함의 표상이자 경제부흥의 원동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사회는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서는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없고 질적인 성장 노력이 함께 동반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용노동부에서는 관행화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일은 스마트! 삶은 스마일!’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家양득 캠페인’을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업무시간 중 생산성 올리기 △불필요한 회식·야근 줄이기 △휴가·유연근무 늘리기 △육아부담 나누기 △알찬 여가 및 자기계발 등을 들 수 있다.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운동이다.생산적인 근로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은 일과 삶(가정)의 조화로운 균형을 통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비효율적 업무 관행은 과감히 버리고 업무는 스마트하게, 휴식은 충분히 해야만 생산성과 업무만족도가 동시에 높아진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괜찮은(Decent)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신뢰하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는 바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특히 맞벌이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미래를 짊어질 양질의 노동력을 길러내야 하는 지금 우리 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스마트! 삶은 스마일!’이라는 근무환경 조성은 미래를 맞는 우리들이 갖춰야 할 경쟁력이 되고 있다.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은 개인의 행복과 생산성 향상, 기업 경쟁력 제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노사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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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8 23:02

패자의 딴지와 승자의 아집

우연히 TV를 시청하다가 기이한 동물들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이었다. 평소에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늘 궁금했다.마침 그 뱀을 돌보고 있는 주인의 설명이 있었다. 이 뱀은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라서 생각을 따로따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갈 길을 놓고도 먹이를 놓고도 항상 다툼이 있다고 한다. 만약 주인의 돌봄이 없다면 각각의 머리를 부딪치고 싸워서 결국 죽고 만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설명을 듣는 순간 우리 주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게는 동네 일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를 움직이는 조직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도자를 뽑는다. 지도자를 뽑는 것은 한 마리의 뱀이 두 개의 머리를 가지면 안되기 때문에 머리를 하나로 만들어 길을 갈 때도 한 곳을 정하여 가고 먹이를 놓고도 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어느 곳에든 일(사업)을 놓고 찬반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뱀처럼 갈 곳을 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다 결국 죽음의 길로 가고야 만다.대부분 패자는 승자에게 승복을 선언하면서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행동은 달리 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성공을 기원하는 도움이 아니라 고집과 아집으로 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한 조직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각자의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 개발을 우선시하는 사람의 생각도 환경을 중요시하는 의견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딴지(태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가 속한 조직을 위해 주는 말이나 행동은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사사건건 모든 것에 딴지를 건다면 그 조직은 언젠가는 공멸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승자에게 모든 것을 다 주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칫 승자가 자만에 빠져 귀를 열지 못한다면 이는 또 다른 머리가 생겨나는 뱀이 만들어 질수 있음을 늘 가슴속에 간직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어쩌면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뱀처럼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맞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지는 아니한지 걱정스럽다. 조직과 그 조직원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딴지와 아집이 아닌지 뒤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만약 우리가 뽑아준 지도자가 그를 인식하지 못하고 딴지와 아집으로 맞서서 제 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주인인 조직원이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우리의 삶의 공간이 공식이 아닌 이상 100%의 공감을 얻어 추진하기란 극히 어려운 것이다, 다만 가장 좋은 답을 찾기 위해 딴지와 아집을 내려놓고 진정 조직을 위하는 해답을 찾아 이를 더하고 곱하고 실천해서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진정한 바람이자 사명이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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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7 23:02

FIFA가 선택한 전주

2015년 9월 25일. FIFA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7 U-20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도시를 세계에 알렸다. 놀랍게도 인구 천만의 수도 서울이 탈락했고, 대신 인구 67만의 전주시가 수원, 대전, 인천, 천안, 제주와 함께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FIFA는 개최도시 명단과 함께 전주성의 녹색 그라운드가 담긴 사진 한 장을 함께 게재했다. 전주를 향한 FIFA의 기대와 관심을 사진 한 장에 에둘러 표현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낭보가 이어졌다. 11월 24일, FIFA는 트위터에서 U-20 월드컵 대회 개막전을 전주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전주는 대회의 핵심 경기라 할 8강전과 4강전을 개최하는 영광도 안았다. 광역권 도시들을 제치고 전주가 거둔 이번 쾌거를 두고 축구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남다른 축구 열기와 유치 열의가 이뤄낸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U-20 대회 유치에 나설 당시만 해도 전주는 경쟁도시 중 약체로 꼽혔다. 서울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였고, 인천은 작년 아시안게임 개최지이자 국제공항 보유도시라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도시들도 입지, 교통, 숙박 등에서 대개 전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하지만 전주는 이 모든 열세를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감동의 드라마를 써냈다. K-리그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명문팀과 리그 경기 평균 관중 수 1만 7000명을 자랑하는 충성스러운 팬을 보유한 도시, 서포터즈 뿐만 아니라 관중 모두가 응원의 함성으로 하나 되는 도시, 정갈한 음식과 한옥이 있고, 가장 예스러운 문화와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공존하는 도시…. 실사를 위해 직접 전주를 찾았던 FIFA 관계자들은 전주의 매력과 잠재력에 놀라움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리아논 마틴(Rhiannon Martin) 대회실사단장은 “very amazing, fantastic, awesome!(매우 놀랍고 경이롭습니다!)”이라는 최상급의 표현으로 전주시의 프리젠테이션을 칭찬했다. 축구를 향한 시민들의 열정, 도시의 문화적 역량이 약체 경쟁도시였던 전주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었다. 1만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싸움의 규칙’을 바꾼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힘으로만 대결하던 기존의 규칙을 벗어나 돌팔매라는 창조적인 전략으로 접근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U-20 대회에서 전주가 거둔 성과 역시 다윗의 전략과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인구, 숙박, 교통 등 규모와 객관적 여건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던 벽을 전주가 ‘독특함과 열정’이라는 도전으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것도 시민과 함께 보여줬기에 더욱 의미 깊은 일이었다. FIFA가 개최국의 문화와 대회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할 개막전의 주인공으로 전주를 선택한 이유 역시 전주가 보여준 감동을 세계에 전해달라는 기대감을 담은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그렇다. ‘작지만 강한 도시’, 전주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주의 발걸음이야말로 앞으로 한국 축구의 새 문화를 만드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회는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유치의 열정을 성공적인 개최로 바꿔나가야 할 때다. 유치에서 보여줬던 열정과 참여의 의지를 시민과 함께 대회 개최효과를 극대화하고, 전주만이 갖고 있는 문화월드컵으로 이어 나간다면 우리는 또 다른 감동의 드라마를 쓰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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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4 23:02

전북권 신공항 더 늦추면 안 된다

그동안 미래 항공수요가 낮고 입지선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전북권 신공항이, 지난 4월 항공수요 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에서 전북지역 항공여객 수요가 오는 2030년 59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또한 화물수요도 2015년 4603t에서 2030년에는 1만3365t에 달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가 예측되어 과거와 다르게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환경이 조성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곧 있으면, 올해 하반기에 국토교통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16∼2020년)이 수립될 예정이다.이제 전북권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미루어서 안 되고 또 늦춰서는 안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앞으로 새만금내부개발과 한중 경협단지(차이나밸리)를 비롯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식품클러스트, 탄소섬유, 무주태권도원, 전통문화 등 수많은 전북의 인프라와 함께 전북의 미래는 세계화를 향해가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특히 항공수요는 새만금 개발효과가 가시화하는 2020년(140만명)부터 급증할 것으로 분석되어 금번 국토교통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16∼2020년)에 꼭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사업추진이 가능하고 예산도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 전북도의 신공항 건설 가능성이 낙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제주 신공항 건설 확정이 전북권 신공항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갈팡질팡했던 신공항 입지선정에 있어서도 타당성 분석결과 군산공항 확장안 보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안이 다소 나은 것으로 평가되어 다행이다.군산공항 확장안은 미군이 군사보안상의 이유로 국제선 신설에 부정적인데다 국제선이 개설된다 하더라도 미군에 의존하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안은 부지 확보의 문제가 다소 있지만, 그래도 미래 항공수요에 부응하는 공항운영의 독립성 확보와 공항 용량 확보, 경제적 가치 상승 등 다방면에 걸쳐 유리하다.따라서 이제는 소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승적 결단으로 뜻을 한곳으로 모아 전북 도민의 숙원사업이 자칫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권 신공항이 명실공히 새만금 국제공항으로 추진, 확정될 때 전북은 비상의 좌우 날개를 활짝 펴고,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로 고공비행이 예약될 것이다.더불어 새만금 사업 역시 희망의 땅! 기회의 땅!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이자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지,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으로 거듭 발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북도와 정치권이 모두 나서서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항공서비스와 도민 편익뿐만 아니라, 국제공항이 없는 항공오지로 낙인되었던 우리 전북도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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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3 23:02

통일 준비 위한 대학의 역할

통일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 대부분은 그 사유로 ‘통일 비용’의 문제를 언급한다. 유럽 제일의 부국이었던 서독도 동독과 통일하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고, 그래서 서독 국민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독일은 어떤 모습인가?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독일은 유럽을 넘어 세계 속의 강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1990년 10월 통일이 되기 십 수 년 전부터 서독은 통일을 위한 준비 노력으로 동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경제, 정치, 인도적 차원의 많은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막상 통일이 되자 동독인들은 생활수준이 높은 서독으로 대거 이동했고 이로 인해 동독은 경기침체에, 서독은 인력의 공급 초과현상으로 실업률이 치솟게 되었다. 서독 정부는 동독 지역에 기업들을 이전시키는 정책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막아보고자 했으나 그 때 문제가 된 것이 바로 동독인들의 기술력이었다. 동독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도 서독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을 동독의 인력들이 뒷받침해 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통일이 된 이후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일에 사용될 것이다. 그 격차는 복지정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가 주어졌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야 남한의 공장이 북한에 지어지는 게 가능하고 북한의 인력으로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을 대비해 우리는 북한 인력에게 현재 남한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전수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통일 준비 방안 중 하나는 바로 탈북자들을 뿌리산업 기술자로 양성하자는 것이다. 각각의 역할 분담은 대학이 기술교육을, 지역 뿌리산업 기업체가 현장실습과 채용을, 지자체와 정부가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뿌리산업 기술자로 양성된 탈북학생들은 졸업 후 분야별 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학생 및 산업체 종사자들의 지도자로 활동 할 수 있다. 이들에게 뿌리산업 기술과 더불어 남북의 문화적 이질감 극복, 기술용어의 통일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대학에 특성화된 전공 관련 통일 기술 동아리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농촌 지역에 전기과 학생들이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노후전기 시설을 교체해주고 건축과 학생들이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 등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특성화된 전공과 관련된 통일 기술 동아리를 결성한다면 통일 후 각 대학의 동아리가 북한의 지역별 담당을 정하여 시설 및 환경개선에 앞장 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고교 학생들의 진로·직업체험 학습과 관련된 제안이다. 중학생들의 진로·진학교육 의무화로 인해 상당수의 대학들이 진로·직업 체험센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역별로 통일 거점 대학을 육성하여 대학에서 진로와 직업만이 아닌 통일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막상 닥친 통일의 현실은 우리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 때를 염두고 두고 미리 예습을 해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에게 다가올 이질감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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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2 23:02

주인 없는 새만금이 애통하다

새만금 수질 중간평가를 앞두고 새만금호 해수유통을 주장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새만금 해수유통을 주장하는 이유는 새만금호 수질개선의 한계, 농업용지 감소에 따른 담수호 필요성 감소, 뒤늦은 해수유통 결정에 따른 개발계획의 타격, 해수유통으로 인한 수질과 생태계 개선효과 등을 들 수 있다.이에 대해 전라북도청은 현재의 수질악화가 방수제 축조에 따른 정체수역 증대 등 일시적인 현상이며, 새만금 상류의 하천 수질은 개선되고 있어 새만금호 수질개선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따라서, 2020년까지 수질개선 사업을 실시하고 해수유통 문제는 그 이후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전라북도청 공무원의 무책임이 안타까울 뿐이다. 새만금호의 수질은 2011년 방수제공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방수제공사가 거의 완료된 현재도 6급수 수준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 측정 13개 지점 중 중간에 위치한 5개의 지점에서 6급수로 최악의 수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상류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은 총인(T-P) 농도가 큰폭으로 개선됐지만 전체적인 수질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도 해수유통이 되고 있는 새만금호의 상황을 고려하면 완전 담수화를 시행할 경우 새만금호 전체가 최악의 수질로 악화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지금까지 새만금호의 수질개선을 위해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질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2015년에 새만금호를 담수화해도 수질이 중상류에서 COD기준 4.8∼6.3ppm(3∼4급수)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수질목표를 달성했어야 하는 것이다.멀리갈 것도 없이 시화호는 수질악화로 해수유통을 결정해서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척과 방조제 사업의 롤모델인 네덜란드도 방조제를 터서 해수유통으로 전환하고 있다. 네덜란드 델타지구의 경우 1953년 사업을 결정하고 방조제 건설에 착수했으나, 주요 5개 방조제 중 4개는 이미 해수유통으로 전환했다. 특히, 수질오염와 생태계 파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1985년 이후 완공된 이스턴쉘트 방조제와 마에슬란트 방조제는 처음부터 설계를 변경하여 해수유통을 전제로 방조제공사를 시작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2006년 물박이공사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한참 기반공사가 진행중이다. 오래된 역사만큼 담당하는 공무원도 많이 바뀌었고 담당기관도 바뀌었다. 지금 새만금사업 특히, 수질문제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감 있게 대하는 사람과 기관이 없다. 환경단체에서 걱정하는 것은 현재 담수호를 전제로 기반시설 공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만약 2020년 이후 해수유통을 결정하게 된다면 많은 사업들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사업을 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낭비와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새만금사업과 수질문제에 대하여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애통한 것이다. 이제라도 책임지고 결단하는 지도자를 보고싶다. 2015년, 새만금에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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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1 23:02

역설과 극복의 의지

위대한 진리는 역설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고이래 석학들의 창조품인 대명지(大明智)다. 다음은 동서 성현들이 남긴 경에서의 잠언으로 역설적이다. 1) 가장 작은 것은 태산이요 가장 큰 것은 가을에 떨어지는 짐승의 털이다.2)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마저 내 주라.3) 원수지간도 부모처럼 사랑하여라.한국문학의 귀재요 아나키스트로도 조명받고 있는 이상도 용서하는 것은 최대의 악덕이란 표현으로 우리를 낯설게 하지만 이 모든 표현들은 모름지기 ‘역설’의 참뜻을 이해하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깊이도 헤아리게 될 것이다. 역설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적 풀이로는 표현 구조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모순된 말이지만 실질적 내용은 진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 뜻은 반대로 해석된다. 예컨대 청마의 시 ‘깃발’에서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것도 역시 ‘안으로 아우성 치는 것 같은 외침’을 이렇게 모순 형용으로 표현함으로써 낯설게 한다. 1950년대 한국 영화 ‘비극은 없다’도 6·25 전쟁 이후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슬프고 어두운 수난의 시대였지만 스스로 이를 극복 마침내 경제 강대국이란 세계도 놀란 코리아는 이제는 베푸는 나라가 되었다. 그 바탕은 오직 국민 각자가 한 마음이 되어 전통의 상생 공동체 의식을 실천으로 보여 준 결과였다. 아는 이는 다 알겠지만 ‘한국 민족은 극복 의지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태어난다’의 학계의 발표는 길이 조상에 감사 드릴 경사로 배달겨레의 자랑이기도 하다. 역사가 있는 민족은 아름답다고 일렀으니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대대로 문사철(文史哲)을 숭상하는 문화 대국으로 이웃 나라 젖줄도 되었었다. 나라의 발전과 융성은 경제와 문화가 쌍두마차로 제 기능을 다 발휘할 때만 바람직한 것이다. 비극적 상황과 수난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선 우리는 통일 조국을 향해 기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 문화의 기여도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대중 문화는 한국을 새롭게 바라보는 안방 극장 드라마를 필두로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K-팝 그리고 강남 스타일 싸이의 인기는 뉴욕에서도 정상을 탈환 세계를 놀라게 하니 모두 월계관 없는 외교관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이 같은 한류 순풍은 무역 전선에서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한국의 전문 예술 분야는 지면 제한으로 한둘만 간추려 보면 먼저 서양 음악으로는 작곡의 윤이상, 소프라노 조수미 그리고 첼로리스트 장한나는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다니 ‘한류’의 지평에 뜨는 별들이다. 한편 한국 문학은 2002년 올림픽 때 프랑스 문인들로부터 황석영 이문열 조정래 박경리의 대작들에 대한 세계 정상이란 극찬은 세계의 이목을 재인식케 하였다. 시에서는 노벨 문학상이 두 번 세 번이나 비껴 간 고은 시인이 프랑스 스트루가 시 축제에서 황금 화관상 수상을 비롯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영예의 대상을 받아 나라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실로 이런 공헌이야말로 세계 속의 한국 문학으로 자리를 우뚝 높이니 무릇 어찌 우리만의 영광이겠는가. 위대한 진리는 역설로 표현되고 나라의 발전과 융성은 도전과 극복으로 이루어진다. 겨레여 동해 푸른 물결 태양도 눈부신 아리랑의 나라 조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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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30 23:02

[추모사]형님, 역사가 기억할 것입니다

전북이 낳은 巨人 신건 원장님의 갑작스럽 별세 소식을 듣고 전북 도민은 깜짝 놀랐습니다. 인생은 칠십부터라고 하는데 백수를 누리는 시대에, 너무 비통합니다. 70년대 초 서울 남부지청 검사로 재직시 저는 국회의원 비서관 신분으로 지역민의 민원으로 만나게 되었지요. 강자에게는 엄하고 강했으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대한민국 검사였지요.부안이 고향이지만 전주 경원동에서 자라셨고, 임실인 저는 풍남동에서 유년기를 보낸 선친 간의 인연도 호형 호제하며 지낸 동기가 됐지요.서울 강남에 첫 다리가 놓이기 전, 이승환 선배의 개업식에 많은 법조인과 같이 참석해 술잔을 기울이던 일. 엄혹한 TK정권 시절, 대검 중수부장을 전북인이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처신을 신중히 하면서도, 덕수궁 옆 대검 사무실에서 출입기록지를 남기지 않고 고향(호남) 사람을 만나 어려움에 처한 많은 공직자 기업인을 구한 일들. 법무부 교정국장 시절, 2교대로 교도관이 너무 힘들고, 따라서 재소자도 불이익을 받는다며 당시 평민당(총재 김대중) 의원과 당직자들을 설득하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권을 이해시켜 3교대로 되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 교정 역사에 새 장을 여신 일.그 무렵 아버님이신 백양촌 선생(전주고 교사 역임)님이 중증 치매가 와서 어려움에 있을 때, 제자와 지인들이 백양촌 문학상을 만들어 전주 관광호텔에서 시상식을 할 때 천하의 불효자는 접니다. 공직에 있다 보니 모시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셨습니다며 효심 어린 진실의 눈물로 목이 메어 말할 때 김남곤 예총회장이치백 주필장명수 총장임병찬 총재 등 많은 참석자와 저도 울었지요. 법무 차관 시절, 전북인 중에 법무장관이 나와야 법조인맥이 바로 설 수 있다며 뜨거운 고향 사랑의 열정을 독백하신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국정원 차장 재직시 당시 경찰과 검찰의 사이가 벌어져 있는 사실을 알고, 중재를 해서 고향 후배인 경찰청장을 보호해 준 일. 국정원장 취임 후 잠을 4~5시간도 못 잔다며 밤늦게나 새벽에 대통령께서 직접 확인하시니. 각종 보고서를 읽고, 숙지해야 하느라 늘상 잠이 부족하다며 최선을 다하던 그 모습. (그때 건강을 상하신 것은 아닌지?)전북 기자단(서울 주재)이 면담을 요청하니 간담회를 가져 달라고 요청하면 선뜻 시간을 내어 기탄없이 고향소식 듣고 나누던 시간.고초도 겪으셨지요. 도청에 정보기관이 연루되었다 하여 어려움을 당하신 일. 그 뒤 소충사선 문화상(특별상)을 수상케 되었을 때, 그 어느 상보다도 기쁘다며 온 가족이 사선대에서 모여 기념 촬영을 했지요.전북의 자긍심과 고향 발전을 위해 국회에 나가야 되겠다며 전주에 출마해 당선되신 일. 공천에 밀려 포기했으나 전주의 많은 동지들이 강권하기에 출마한다면서 심정을 토로하신 그 인간미. 올해 4월 보궐선거에 서울 관악에 정동영 후보가 나가니 도와야겠다며 저와의 통화에서 양 위원장, 전북인으로서 도와야지 않겠나! 하며 설득하셨으나, 끝내 저는 당인으로 묶여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말씀도 못 드리고, 입안에서 맴돌았지요. 신 의원님! 백양촌 선생 묘소를 천주교 묘역(양수리)으로 이장할 때 하신 말씀. 자식은 부모님 사후에도 효심을 가져야 하지! 모신 자리가 좋아 보여!건이 형님!! 전북이 낳은 수재요! 인물이신 형님을 천주님께서 천당으로 이끄실 테니 모든 걱정 다 잊으시고 평안히 영면하십시오! 전북인들은, 아니 대한민국의 역사가 형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기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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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7 23:02

관광서비스 장애인 일자리, 언제쯤

지역의 문화관광지에서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듣는 관광객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시·청각 장애인이 문화해설을 듣거나 관광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문화관광에 있어 소외된 계층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한국은 현재 장애인 관광권에 대한 인식 확산과 함께 접근 가능한 관광시장이 가진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관광 상품·서비스, 정보 제공 등이 접근 가능한 관광 수요자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때문에 장애인은 ‘한정된’ 관광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관광지와 관광자원·관광시설의 접근성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성·부정확성·신뢰성 부족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정보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결여돼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2014년 국민 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관광객 수가 2013년 6626만 명에서 2014년 7926만 명으로 19.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나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 접근성은 떨어지고, 해설방법의 문제와 정보접근의 제한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청은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여 시청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필자는 장애인 직업재활 문제를 연구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우석대 재활학과 학생으로서 장애인 고용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학기 장애인 직업재활 및 배치 과목에서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직무분석을 하기 위해 종로구청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해보았다. 그 결과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활용의 장점은 장애인 능력에 대한 인식개선과 장애인 일자리 확대의 측면, 그리고 시·청각장애인 관광정보 접근성 향상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는 소정의 지원금을 받아 활동하기 때문에 근로자라기보다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해설대상이 시·청각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라북도에서는 많은 문화관광해설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각장애인 해설사가 활동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현황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북권 자치단체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과정 도입 가능성 및 인식을 파악해 보았다. 전북 지자체 7곳의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방문 및 이메일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에 대한 시민이나 관광객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장애인 고용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별도 지침이 없다는 점이 채용계획을 마련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장애인 고용 시 발생하는 운영지원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도입에 대한 담당자들의 견해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이런 문제점이 해소 될 경우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과정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가 있든 없든 그들이 필요한 방법으로 문화를 공유하여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도시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일자리를 마련하고 양성과정을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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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6 23:02

건강한 새만금, 도민 힘으로

새만금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는 수질개선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농업용지의 필요 용수는 새만금호를 통해 공급하고, 도시용지의 친수공간은 쾌적한 환경 조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질개선은 무엇보다 핵심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새만금의 수질개선을 위해 단계별 수질보전대책을 마련하여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새만금 수질악화에 주범이자 악취발생원인 왕궁 축사시설 매입을 추진하며, 이외에도 오염배출의 총량을 관리하는 수질오염총량제, 새만금유역 비점오염원 관리지역 지정 및 저감시설 지원, 새만금 생태환경용지 조성사업 등을 병행하여 수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새만금 상류하천인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은 큰폭으로 개선되었다. 특히, 만경강의 총인 농도는 전년 대비 71.8%가 개선(0.355mg/L→0.100mg/L)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새만금 호내 수질은 내부 개발 공사와 해수유통량 감소로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방수제 축조 등 내부개발공사가 마무리 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의 사전 차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하천의 길이가 짧고 대단위 농경지와 축산농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중 비점오염물질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새만금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점오염원의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점오염원은 오염물질의 유출 및 배출경로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기상조건에 따라 발생량도 큰 폭으로 차이가 나고 있어 정부의 정책만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함께할 때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먼저, 사업장에서는 비가 오기 전에 공사장이나 폐기물 처리장 등을 사전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배수로 및 맨홀 등을 청소하여 비점오염물질이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사업장내 불투수 면적은 가능한 줄이고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한다. 일반 시민들은 담배꽁초, 휴지 등 쓰레기를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지 않고, 내 집 앞마당을 청소할 때 물청소는 지양하여 오염물질이 흘러가지 않게 하며, 세차는 반드시 정해진 세차장을 이용하여야 한다. 또한, 농경지에서는 비료,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부숙되지 않은 액비는 절대 살포하지 않아야 하며, 축산지역에서는 축사에 빗물이 유입되거나 오·폐수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비가림시설, 유출방지턱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소소한 일상의 실천이 모이면 새만금의 수질은 개선될 수 있다. 지금 바로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비점오염원을 줄여서 보다 더 깨끗하고 건강한 새만금을 만드는 것이 장래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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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5 23:02

로컬푸드운동, 지역발전 계기 삼아야

최근 전국적으로 로컬푸드운동이 크게 활성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규모 가족농의 다품목 소량생산이 신선한 지역농산물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로컬푸드’란 외래어가 연일 뉴스에 올라오고 있다. 시작한지 3년째인 올해엔 로컬푸드직매장이 전국에 100곳 정도 개설될 예정이다. 농산물 유통비용절감을 위해 농정당국은 로컬푸드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식품, 환경적 고려, 경제적 이익, 지역사회의 발전 등을 중시한다고 한다. 농업정책의 수혜대상을 세분화하여 소규모 농업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가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우리나라 로컬푸드운동에 특별한 의의가 있다. 선구적 사례로 잘 알려진 전북 완주군을 보면 ‘완주 로컬푸드’ 사업을 통해 소규모 가족농의 소득향상을 지원하면서 대규모 농업인을 대상으로는 지역 대표작물의 산지조직화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2원적 농업지원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1헥타르 미만의 농지를 갖고 여러 품목을 생산하는 고령농가에는 로컬푸드운동이 안정적 소득확보가 가능한 획기적 정책임에 틀림없다. 특히, 정부당국 뿐만 아니라 농협과 축협 그리고 민간 참여자도 로컬푸드운동의 확산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출하자인 소규모 가족농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직거래매장을 운영하고, 소비자에 대한 로컬푸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혁신의 중개기관과 그 담당자들의 노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로컬푸드운동의 확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로컬푸드운동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안정화하는 데 매진한 현장 담당자들의 분투를 성공사례 마다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로컬푸드운동이 단순하게 생산지가 가까운 농산물을 구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농업체계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변화시키는 데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로컬푸드운동의 추진 주체도 생산자인 농업인만이 참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위스콘신주의 ‘제5계절협동조합(Fifth Season Cooperative)’은 농업인, 유통업체, 소비자, 농업단체, 가공업체, 참여기관 종업원까지 조합원이 되어 반경 240km 이내의 로컬푸드를 중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로컬푸드운동은 소규모 가족농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운동의 추진과정에서 정책추진의 성과에 집착하여 농업인과 소비자의 상호신뢰에 기반한 관계형 시장 형성에 실패하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게 된다. 단순하게 농산물 유통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로컬푸드운동을 통해 지역사회 경제의 내부적 순환체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서 거시적 관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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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4 23:02

양복바지 주름잡기

우리사회는 가족보다 일이 우선시되고 직장 따라 가족과 떨어져 사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부부란 인생의 동반자인데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니 동행의 즐거움과 행복감은 화석화되고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고, 각자가 혼자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정내 역할분담이 사라지고 행복감은 핸드폰에 남는 문자메시지로 착각하게 된다. 필자도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불편이 많다. 취사, 세탁, 청소 등이 있지만 가장 불편한 것이 양복바지와 와이셔츠가 구겨지면 다리는 일이다. 식사야 사먹으면 해결되고 먹고 싶어 직접 취사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냉장고가 있어서 음식을 냉동시키고 덥혀 먹으면 의외로 간단하다. 옷 세탁도 세탁소에 맡기면 되지만 입은 바지가 꾸겨지면 세탁소에 맡기기보다 시간낭비 없이 해결할 수 있어 다리미로 직접 다려 입는다.바지를 다릴 때마다, 혼란스러운 우리사회의 왜곡됨을 펴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낀다. 스팀으로 구겨짐을 펴는 것은 쉬운데 주름을 바로 세우려 눌러서 밀고 지나가면 겹 주름이 된다. 그 다음 날 지나가면 몇겹의 주름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사회의 질서가 난립하는 이치를 깨닫는다.대통령선거로 정권이 바뀌면 행정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법과 정책이 변한다. 안목에 따라 일리는 있으나 진리는 아니다. 지사, 시장군수, 크고 작은 기관장이 바뀌었을 때도 전임자가 했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법과 제도, 정책이 무수히 만들어지나 4년,5년짜리가 많다. 버려진 옛 것은 흐지부지 되어 가치를 잃고 국가적인 낭비와 손실로 수십조원이 사라진다. 이 돈만 제대로 쓰면 수십만개의 버젓한 일자리가 매년 늘어나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길이 보인다. 국가의 법과 정책, 공공기관의 사업들이 국가 백년대계의 안목으로 추진되고 후임자를 넘어 500년은 지속될 수 있어야 국민이 적임자에게 일을 맡긴 것이고 자랑스러운 나라로 발전해갈 것이다. 그런 꿈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서 우리는 절망한다. 문제는 국가, 조직, 기업의 다리미를 잡은 손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일본·중국을 따돌리고 발전하는 질서를 세울 수 있는가? 취업을 못하는 청년에게 물어보라. 3포, n포 세대가 동의해야 맞다. 국가경제의 지속발전가능성은 자영업자와 납품 중소기업에 물어보라. 그들이 고개를 흔들면 구조적으로 한계점에 왔으며 창의적 기업운영에 비전이 없는 거다. 노사관계에서는 기업의 발전은 노조에게 물어야 하고 노동자 가정의 내일은 기업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기업의 장래는 시장에서 나타난다. 밀리면 공멸이다. 국민이 함께 입는 하나의 바지를 내 입맛대로 주름을 잡겠다고 다리미를 쥔 손이 너무 많아서 바지에 주름이 몇십겹으로 생기는 현상을 우리는 혼란이라 부르고 대외적으로는 부끄러움이 되고있다. 웬만하면 기존 주름의 가치를 존중하여 기반으로 삼고 다리면서 없어진 주름은 살리고 구김과 혼란을 펴는 통합된 가치를 세우는 문화가 형성될 때 국민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란 확신이 느껴진다. 서로 주름을 잡으려고 주어진 권한을 극한으로 행사하고 새로 주름을 잡다가 바지를 태워먹거나 망치면 국민은 내일의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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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3 23:02

공개토론이 두려운 정치인들

“해고를 사용자가 언제나 마음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것은 신(新) 해고제도입니다.” (추미애 의원)“노사정 합의로 (근로자에 대한) 평가체계를 구축한 뒤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서 (해고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인제 의원)창과 방패의 치열한 공방전. <노동개혁에 관한 입법과제와 해법>이라는 주제로 여야에서 각각 노동특위 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의 맞장토론이 지난 9월 하순 생방송으로 중계된 모습이다.이날 토론회는 KBS, MBC, SBS, YTN 등 한국방송기자클럽(KBJC : Korea Broadcasting Journalists Club)의 6개 회원 방송사를 통하여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토론이 진행된 서울 세종문화회관 현장에는 여야국회의원 등 관계자, 방송 신문 등 언론사 취재기자, 방송기자클럽 회원 등 100여명이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토론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경청하는 긴장된 분위기가 가득했다.BJC 초청토론회는 국내 주요 방송사가 합동으로 토론을 생중계하는 국내 유일의 프로그램이다. 평소에는 정부 부처의 장관들이 출연하여 정부정책을 설명하는 장(場)이지만 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issue)이 있을 때 열린다. 특히 선거철에는 여야 후보들이 출연하여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론을 벌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언론 노출에 신중한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대표 시절에는 BJC 토론회에 자주 출연해 최다 출연자의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다. BJC는 국가적인 핫이슈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부정책을 엄선해 토론의 주제를 확정한다. 이어서 토론자를 결정하고 섭외한 후 6개 방송사와 방송날짜를 조율해 토론회를 성사시킨다. 토론회에 초청을 하면 대부분 기꺼이 참여하여 열성적으로 토론에 임한다. 앞서 언급한 이인제, 추미애 의원도 치열하게 토론을 했으며, 금년 초에는 황우여 부총리가 토론회에 참여하여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그 발언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그런데 TV토론회를 한사코 기피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황교안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이 그렇다. 방송기자클럽은 이분들에게 공식적으로 여러 번 토론회 참석을 제의했으나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참석을 거부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초청 토론회가 거의 성사됐으나 김무성 대표의 거부로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맞장토론을 하려고 했으나 새누리당이 참여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부고(訃告) 외에는 어떤 소식이든 자신에 관한 뉴스가 언론에 보도되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는 정치인들은 언론에 자주 노출돼 자신의 활동상과 존재감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가는 정치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TV토론회를 통하여 정치인과 국민들이 자주 소통하는 장면이 일상화되는 사회. 이것이 참다운 정치선진국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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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0 23:02

순망치한(脣亡齒寒)

지금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겨를 없이 일상에 쫓겨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을이라고 단풍 운운하는 것이 마치 사치처럼 느껴져 애써 귓등으로 듣고 흘려보냈다.그러다 문득 이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일탈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번잡한 상념을 매미 허물처럼 벗어던져버리고 가을이 차창에 수시로 바꿔 걸어주는 알록달록한 액자를 보며 무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그때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깜짝 놀라 속도를 줄이고 얼른 색안경을 벗었다. 터널이었다. 토끼처럼 귀가 쫑긋 설 정도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밝은 세상을 질주했다. 그런데 또 금방 터널이 나타났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터널을 무심히 지나가는데 갑자기 고요의 연못에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풍덩 떨어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던 일탈은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 버렸다. 마치 환한 빛의 세상인 양 잠깐 보여주고 금방 암울한 터널이 되어버리는 익산~장수간 고속도로! 마치 이 나라의 지난 역사를 보는 듯 했다.그랬다. 이 나라의 지난 역사는 터널처럼 암울한 구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푸쉬킨의 시구처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이라 믿었는지도 모른다. 삶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인데 우리 민초들은 언제나 내일일 수밖에 없는 내일에 희망의 등불을 내건 채 믿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의 지난 역사는 민초들의 그 순수한 바람을 괴반하고 늘 짓밟아왔다. 권력을 남용하여 짓밟는 것까지는 힘없는 민초들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치자. 하지만 후대에 전해질 역사의 일기만큼은 올바르게 잘 쓰여 지고 있는 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역사의 기록은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사관(史官)의 절대영역에 속한다. 역사 기록을 맡은 사람은 소설의 화자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누구의 명령에도 따르지 아니하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역사를 뒤적여 보면 부끄럽게도 일부 폭군들은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을 겁박하여 사초를 조작하기도 했다.지금 이 나라는 역사교과서 문제로 정쟁에 휩싸여 우시장처럼 떠들썩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기본만 생각하면 해결되는 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어떠한 일이든 사심보다 공심이 앞서면 해결된다. 사심보다 공심이 더 커다는 것은 객관성을 갖는다는 것이니 문제될 게 뭐있겠는가? 더군다나 공공의 일에 있어서는 한 치의 사심도 끼어들어서는 아니 된다. “순망치한이라!”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이야기다. 뭐든 씹어버릴 수 있다고 해서 이가 잇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시리고 아린 아픔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자고로 사람은 남들은 다 속여도 자기 자신만큼은 속여서는 안 된다. 남들은 속아 넘어가지만 자기 자신은 속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역사교과서도 당연히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이 집필하게 될 것이라고 굳이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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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9 23:02

밥값 따로 받지 않는 식당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배부른 참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가난한 집에서도 이 계절에는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처럼 풍요로운 계절임에도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는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농촌진흥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밥과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점심밥과 저녁밥을 하지 않아 직원들이 전주시내 ‘맛집’을 찾게 된다.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 날 점식 식사를 하려고 동료들과 한 백반전문 식당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빈자리에 앉은 후 메뉴판을 보니, ‘백반정식은 6000원, 주물럭은 9000원’이었다. “사장님, 돼지고기 주물럭 7인분 주세요”라고 주문하니, “공기밥 값은 별도예요”라고 했다. 그러자 일행 중 한 사람이 “그럼 주물럭 취소하고 백반정식 주세요”라고 다시 주문했다. 백반전문 식당에서 밥값을 따로 받는다 하니 다들 투덜거렸다. 메뉴판에 ‘주물럭 1만원’이라고 표시하고 공기밥 값을 받지 않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외식을 할 경우 단골식당을 찾게 되는 것은 서로가 편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보지 않았던 식당을 찾으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막걸리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막걸리는 없어요”라고 대부분 말한다. 전주를 찾는 사람들은 전주시내 막걸리 골목에서 전주막걸리를 맛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일반 식당에서도 전주막걸리를 맛보기를 원한다. 전주시내 어느 식당은 “우리 식당에서는 막걸리를 팔지 않지만, 손님이 원하시면 마트에서 사다 드릴게요”라고 친절하게 손님에게 알려준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고객을 제대로 대접할 줄 아는 식당이라는 생각에 맛있는 식사를 주문하게 된다.공기밥 값을 굳이 환산해보면, 밥 한 그릇당 쌀 100g을 계산해도 200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메뉴판에 적혀있는 밥값은 ‘공기밥 1000원’이다. 밥보다도 비싼 반찬은 더 달라고 하면 말없이 주면서, 한우식당과 일식집까지도 밥값을 따로 받는다. 반찬 한 두 가지를 줄이더라도 밥에 대해서는 넉넉한 전라도 인심을 보여준다면, 식당 경영의 묘미가 되지 않을까. 농촌진흥청 후문에서 가까운 백반식당이 있다. 점심때가 되면 늘 손님들로 만원인데, 밥 인심이 후하다. 갓 지은 밥을 손님에게 내놓고, 더 먹고 싶으면 밥통에서 손님이 먹고싶은 만큼 퍼다 먹으면 된다. 푸짐하게 대접받았다는 생각에 다시 찾게 된다.한국외식업중앙회 전북지회 주관으로 농촌진흥청에서 10월부터 11월까지 일반음식점 영업자와 신규 영업자, 약 3500여명을 대상으로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위생교육과 친절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갓 지은 밥을 손님에게 내놓겠다는 마음이 앞선다면 더 좋겠다. 금년에도 벼농사가 풍작이어서 쌀 소비촉진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심 후한 밥과 우리 쌀로 빚은 막걸리를 식당에서 판매하는 전라북도가 된다면, 쌀 소비확대는 물론이고 푸짐함으로 손님을 부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리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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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8 23:02

전통한옥 사랑하기

나무는 태곳적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사냥 도구나 땔감으로 사용되었고, 비바람을 막는 가림막으로 유용했다. 고인돌 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는 거대한 바위를 운반할 때 이용됐고, 갈대, 흙, 돌 등과 함께 건축· 가구 현장의 주요 재료였다. 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공해 물질이 득실대는 현대사회에서 나무는 친환경, 건강의 상징이 됐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가져가고 대신 인간에게 유익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다. 나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유익한 존재다. 편백 등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하는 나무는 콘크리트 건축과 화학물질이 많이 함유된 건축·가구 환경에서 아토피 등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현대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장롱과 탁자는 물론 의자, 책장 등 나무로 만든 가구는 그 가치가 높게 인정되고, 금강송 등 소나무로 건축한 전통 한옥은 최고의 건축물로 사랑받고 있다. 지구 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다. 가장 큰 나무는 아프리카 바오밤나무라고 알려진다. 148m, 둘레 58m 정도인데, 보통 바오밤나무 한그루 가지고 큰 집을 한 채 지을 수 있을 정도다. 이웃 일본에서는 스기, 히노끼 등이 주로 건축 및 가구용으로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오동나무, 참죽나무 등이 건축·가구에서 주요 재료로 쓰이고 있다. 세계에서 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나뭇집을 짓고 살면서 가구와 칠 문화도 발전시켰다. 일본인들은 최고의 품질을 지향하며, 목재를 가장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나무의 수령과 벌채시기, 건조 정도, 규격 등을 엄정하게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필자는 45년 전부터 목재와 함께하고 있다. 나무가 좋아 지금까지 나무에 묻혀 살고 있는 것이다. 처음 목재업에 발을 들여 놓을 때 참 힘들었다. 일본 용어가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수를 잴 때 한 치를 잇승, 한 치 반을 승고라고 했다. 제재기를 다루는 기술자를 하라후시라고 불렀고, 그 보조자를 십바리라 부르는 것이었다. 일본용어인데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국가적으로 미터법을 법제화 한 요즘에도 건축과 가구 등 현장에서 일본식 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광복 70주년을 지냈지만 우리가 넘어야 할 일본의 벽은 아직도 높은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건축과 가구 현장의 일본용어 잔재는 일소돼야 한다. 나아가 식수와 육림, 목재 관리를 좀 더 체계화 해야 한다. 나무는 국가 자산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 속에서 목조주택이나 한옥 짓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옥사랑은 1000만 관광객을 바라보는 전주 한옥마을 인기에서 엿볼 수 있다. 요즘 전주 한옥마을이 글로벌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것은 우리 소나무로 건축한 한옥의 멋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경북 봉화 일원에서 생산되는 춘양목 금강송은 최고의 재목으로 그 가치가 인정돼 왔다. 아쉬운 것은 금강송보다 수입목으로 한옥을 짓고, 보수하는 풍조다. 목재인으로서 당국과 업계에 당부한다. 적어도 전통한옥 보수 만큼은 우리 소나무를 써달라고. 정직한 한옥 보수야말로 제대로 된 전승이고, 관광객은 물론 조상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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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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