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참살이' 주거공간으로 재조명
한옥(韓屋)은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낡고 춥고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집에서 참살이와 관광자원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한(韓)브랜드의 중심에 섰다.전국 각 자치단체는 한옥 경관 조성과 개보수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한옥을 육성하고 있다.특히 지난 2006년 서울 혜화동은 전국 최초로 한옥 동사무소를 개청해 눈길을 끌었다.한옥은 시대에 따라 재료와 모양을 바꾸고 기능성과 심미적인 요인을 더하며 시대와 친화력을 높이고 있다.△시선의 차이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한옥을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비슷한 말로 조선집한식집이 있다. 근대화와 일제시대를 거쳐며 일본식 가옥과 양옥, 아파트 등에 밀린 속내가 보인다.일반적으로는 국가한옥센터가 정의한 대로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에 우리 고유의 기술과 양식으로 지은 건축'을 의미한다. 좁은 범위로는 '주거용 살림집'을, 넓은 범위로는 '한국 전통건축 전체'를 포함한다.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한옥은 '기둥 및 보가 목구조방식이고 한식지붕틀로 된 구조로서 한식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재료로 마감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을 말한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쓰고 전통적인 모습을 지녀야 한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시선의 차이는 정체성 논란을 부른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이 논란의 중심에 선다.전북대 공대 남해경 교수(건축공학과)는 "전주 한옥마을의 한옥은 근대 거주양식이어서 한옥의 정의와 정체성을 적용한다면 들어가기가 어렵다"면서 "목재와 기와를 쓰고 황토색을 냈다고 해서 한옥은 아니다. 한옥 보급화 초기 일부 자치단체는 철제 현관을 단 목조 건축물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한옥의 현대화 사업과 시도는 계속돼야 하지만 주변과의 어울림이라는 근본적인 정신을 담아야 편리함과 비용에 맞춘 '무늬만 한옥'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시대지역과의 친화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한옥은 주거, 종교, 유교, 궁궐관아 등으로 구분한다. 유교의 영향으로 신분에 따라 집 터의 규모, 집의 칸 수, 나무 부재의 치수 등이 제한됐다. 남녀유별과 장유유서의 관념이 주거의 공간구분으로 이어졌다. 반가(班家)의 경우 안채(여), 사랑채(남) 등으로 나눠 생활했다. 한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온돌(북방)과 마루(남방)가 조선시대에는 일반화하고 각 지역의 기후와 조건에 맞는 다양한 건물 형태가 이뤄졌다. 몸채 형태와 평면 형식에 따라 'ㅡ'자형, 'ㄱ'자형, 'ㄷ'자형, 'ㅁ'자형으로 구분한다. 'ㅡ' 자형은 부엌, 마루, 방 등이 길게 배치된 간단한 구조로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형태다. 주로 기후가 따뜻한 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에 많다. 'ㄱ'자형은 'ㅡ'자형의 변형으로, 주로 중부지방에서 많이 보인다. 'ㅡ'자형에 비해 작은 마당에 지어질 수 있다. 'ㄷ'자형은 'ㅡ'자형을 기본으로, 양쪽에 비슷한 길이의 돌출부를 직각으로 배치한 형태다. 영남 북부지방의 반가에서 볼 수 있다. 'ㅁ'자형은 중앙에 위치한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에 모두 실이 들어선 형태다. 추운 겨울, 바람이 잘 통하지 않도록 폐쇄적이며, 안동지역에 많다. 근대화시기 이후에는 흙과 나무 대신 벽돌과 유리 등 새로운 재료를 쓰고 생활의 변화에 따라 실내공간도 달라졌다. 도심 한옥은 도시구조에 맞게 오밀조밀하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1960년대 이후 한옥은 거의 지어지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참살이 바람에 따라 각광을 받게 됐다. △한옥은 변신 중1990년대부터 한옥의 친환경적이고 심미적인 요소가 부각되면서 한옥의 주가는 올랐다. 보전, 현대화를 비롯해 신한옥 바람도 일고 있다. 하지만 3.3㎡당 500만 원 이상의 건축비는 자본을 요구하면서 고급화하고 상업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와 함께 기존 한옥의 단점으로 꼽혔던 불편, 관리의 어려움, 높은 신축 비용을 보완해 산업화대중화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듯이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문화시설, 숙박시설, 공공시설 등으로 개축되고 있다. 주거 부문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010년 한옥 구조를 담은 새로운 주택평면을 개발했다. 발코니 확장을 한 전용면적 84m를 기본으로 사랑방, 한실, 안마당, 다실 등 모두 4개 유형을 내놓으면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제작의 자동화와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건축비를 절감과 함께 대중화도 꾀하고 있다. 국가한옥센터는 지난해 말 한옥에 현대적인 주거성능을 높이고 시공비를 현재의 60% 수준으로 절감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한옥 모델을 보급하고 재료 생산과 시공의 기계화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대는 지난해 11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를 개소해 건축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계교육을 하고 있다. 올부터는 환경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한옥학과를 신설하고 고창캠퍼스에서는 기능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 김윤상 팀장은 "한옥은 단가가 500만~10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모듈화된 방법으로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기본을 고수하되 목재와 흙의 접목 방법을 개선하는 식으로 재료의 단점도 보완한다"면서 "무엇보다도 각 지역과 단체가 기술을 공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