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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슈+] "스포츠팀 모십니다"⋯ 타 지역도 전지훈련 유치 ‘사활’

전국 17개 시·도가 동계 전지훈련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북은 전북체육회에서 전지훈련지·관광지 등을 담은 홍보 책자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겨울철 전지훈련은 지역경제에 훈풍을 불어넣는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수십에서 수백 명의 선수단이 훈련을 위해 지역에 머무르며 식사비와 숙박비 등 다양한 비용을 지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는 선수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은 이번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3057개 팀 51만 명 선수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선수단이 경남을 택한 이유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체계적인 홍보 효과로 추정된다. 실제로 경남은 매년 전지훈련지 정보를 담은 홍보 책자를 전국 선수단에 제작·배포해 왔다. 책자에는 시설사용료 면제 혜택 등 경남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할 경우 선수단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정리돼 있다. 각 시군마다 특화된 전지훈련 종목과 스포츠센터 위치, 인근 관광 코스도 함께 들어있어 선수단이 정보를 한눈에 보고 결정할 수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은 재활 훈련, 윤리 프로그램 등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센터와 재활훈련센터도 있어 전지훈련지로 많이 찾는다”며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단이 많이 훈련하러 온다. 그런데 다른 스포츠 종목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관계자가 있어 책자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전남도 동계 전지훈련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은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지훈련지 홍보를 위한 관계자 초청 설명회와 답사여행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감독과 코치진들을 초청해 팔마종합운동장, 하니움스포츠센터 등 전남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전지훈련시설을 관계자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또 매년 전지훈련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4시즌 전지훈련 유치실적 평가 결과, 최우수상은 강진군이 받았다. 해당 시즌 동안 17개 종목 2만 2511명의 선수와 감독이 강진에 머물며 숙박, 식사, 관광지 방문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지훈련 유치에 성공하면 그에 따른 경제효과가 매우 크다”며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등 지역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기획
  • 문채연
  • 2025.01.11 10:05

[뉴스와 인물] 전북 사랑의열매 한명규 회장 "나눔 자체에 행복을 느껴야"

추운 겨울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명규 회장은 연말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북은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만큼 불우이웃을 위한 관심이 절실하다. 지난해 전북은 26년 만에 나눔 온도 100도를 채우지 못했다. 줄어든 기부액 만큼 불우이웃의 겨울은 더욱 춥다. 전북일보는 전북 사랑의열매 한명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사랑의열매 회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부회장직을 2년 반 맡다가 회장이 됐습니다. 부회장 직을 맡으면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전북 지역에서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더 많은 모금과 배분을 실천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경제력과 인구 규모가 낮음에도 모금액은 전국 상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이는 전북인의 나눔 문화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농촌 문화에서 비롯된 작은 것을 함께 모아 나누는 풍습인 '비빔밥 정신’이 전북의 기부 문화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부 문화 확산과 나눔을 실천하며 전북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난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은 경기침체와 고물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목표액 116억 1000만 원 대비 104억 3000만 원을 모금해 나눔온도 89.9도를 달성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액의 물품기부 건이 많이 있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종식과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현물 기부가 많이 줄어들어 캠페인 모금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가능할까요.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인해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올해도 계속 이어지는 불경기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정국으로인해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고 연말연시 기부 분위기가 많이 위축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은 더욱 힘들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민 여러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작은 나눔을 실천해주신다면 나눔 온도 100도 달성을 넘어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여진 기부금은 어떤 식으로 사용되나요. “지역에서 모인 성금은 전액 지역의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중앙회에서 추가 성금을 지원받아 지역에서 모은 성금 이상으로 배분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년 동안 전북에서 총 245억 원을 모금했는데, 배분액은 282억 원에 달합니다. 사랑의 열매는 공정한 배분을 위해 사회복지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실행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배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나 정부 지원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세대, 갑자기 고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취약계층 등에게 행정기관을 통해 신청을 받은 후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건 같은 참사가 발생했을 때 따로 모금을 해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의 열매는 매년 홈페이지에 사랑의열매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모금·배분 실적과 현황뿐만 아니라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수입지출현황, 회계감사보고서까지 공개가 돼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의열매는 매년 기부금을 얼마를 모금하고, 어떤 분야에 지원했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보건복지부 감사나 국정 감사 등을 해마다 받고 있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모인 성금을 배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반드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은. “나눔 문화 확산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홍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북 도민뿐 아니라 출향인들에게도 나눔의 의미를 알리고, 재경 전북 도민회와 협력해 고향을 위한 기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1억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과거 미국 체류 시 기부와 자원봉사가 생활로 자리 잡은 문화를 경험하며, 기부를 의무이자 명예로 여기는 풍토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문화를 전북에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끝으로 전북일보 독자와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전북지역은 인구대비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이 전국 1위입니다. 따라서 통계에 나타나지 않고 어렵게 사시는 차상위계층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이웃돕기에 대한 관심들이 부족합니다. 우리 전북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에 힘을 내실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적극적인 기부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명규 회장은 정읍 출신인 한명규 회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법학과와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전북도 정무부지사, 코라오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뒤 2020년부터 JTV전주방송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또 2022년부터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6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12대 회장으로 임명됐다. 한 회장은 “신뢰감 있는 기부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사람들에게 “기부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명규 회장은 “기부는 습관인 것 같다”며 “나눔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계속 기부에 동참하게 된다. 앞으로도 전북 도민들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획
  • 김경수
  • 2025.01.05 17:54

[전북이슈+] "장보기 힘들어"⋯ '식품사막' 전북이 가장 심각하다

'클릭' 한 번에 음식·농축수산물 할 것 없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이 왔지만 오히려 농촌지역에서는 신선식품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농촌은 거주지 주변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기본적인 식품조차 구하기 힘든 이른바 '식품 사막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내 마을 10곳 중 8곳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어 '식품 사막화'에 노출돼 있다. 4일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이슈 브리핑 농촌 지역 '식품 사막화'의 의미와 과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북 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이 마을 내 식료품을 살 만한 점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도내 전체 행정리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의 비율이 높은 시·군은 정읍시(93.3%), 진안군(89.8%), 남원시(87.8%) 등 순이다. 특히 이중 정읍은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기초자치단체 1위로 꼽혔다. 정읍 행정리 555개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이 무려 518곳(93.3%)이다. 진안도 행정리 315개 중 283곳(89.8%)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7위를 기록했다. 거주지에서 식료품 소매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도 7곳에 달했다. 매년 농촌지역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보다 현재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연구원은 교통 약자가 많고 교통 체계가 열악한 지역일수록 '식품 사막화' 현상이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지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북은 이러한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 '내 집 앞 이동장터'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와 협업해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가 취약한 도내 4개 마을(진안 상가막·평촌, 임실 학암·급동마을)에서 이동장터를 꾸렸다.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동장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협과 협업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을 실은 특장 차량이 농촌에 방문해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생활 서비스다. 농식품부·지자체·농협이 협업해 식품 사막화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식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농촌 노인의 경우 영양 불균형, 사회적 소외, 낮은 사회 서비스 접근성·질로 이들의 심신 건강과 삶의 질이 저하된다"며 "농촌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기획
  • 문채연
  • 2025.01.04 11:11

[현장] 식품 사막에 시원한 물 한 모금⋯ 오아시스 된 '이동형 장터'

"설탕 큰 거 하나만 줄 수 있을랑가?"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트럭 한 대가 임실 학암마을 경로당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린 관계자가 한쪽 면을 열자 우유·콩나물·참기름 등 식료품이 진열된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 앞은 '내 집 앞 이동장터'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이동형 장터 설치가 끝나자마자 경로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나왔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천천히 줄지어 나와 이동형 장터 앞에 섰다. 한 어르신은 주머니 안쪽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만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운 설탕을 사기 위해 이동형 장터가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설탕을 시작으로 짜장 라면부터 다진마늘까지 삽시간에 팔렸다. 세 사람이 올라서면 가득 차는 정도의 규모지만 물건을 구입하러 온 주민, 구경하러 온 주민 등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명옥(83) 씨는 "여기서 장보러 가려면 차를 타고 못 해도 30분은 가야 하는데 버스는 하루에 네 번만 온다. 휴지처럼 크고 설탕처럼 무거운 건 들고 오기도 어려워서 이동형 장터가 와야 살 수 있다"면서 "이 나이에 한 번 장보려면 힘든데 집 앞까지 와 주니 너무 좋다. 동네 사람도 많이 모였는데 이동형 장터 온 김에 장도 보고 놀고도 간다"고 말했다. 이동형 장터 앞에서 만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 동시에 물건이 다양하지 않아 정작 필요로 하는 물건이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의 아쉬움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가 이동형 장터에서 물건을 살펴 봤다. 작은 이동형 장터에 올라 살펴 보니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콩나물, 두부, 양파, 돼지고기가 전부였다. 과일은 귤·바나나뿐이었다. 박남옥(91) 씨도 "여기서 장 보려면 차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이동형 장터가 오니까 너무 편하다"면서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이어 "살 게 많지 않다. 짜장 라면이나 하나 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 순서인 4번째 마을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그동안 이동형 장터가 지적받아 온 문제점 중 하나다. 한정된 공간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정해져있다 보니, 마을 주민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다음 장터 때라도 최대한 구비해 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품목이 달라져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기획
  • 문채연
  • 2025.01.04 11:11

[현장 인터뷰] "밖에 나가는 것부터 일이여"⋯ 시골 어르신들 '한숨만'

"아유, 나가는 것도 일이여. 아들놈이 내려올 때 먹을 것 사다 주면 먹고 말지. 다리 아픈디 어떻게 나가서 장을 보겄어. 장 봐도 못 들고 와서 말짱 도루묵이여." 한 달간 진행된 '내 집 앞 이동장터' 마지막 날, 임실 학암·금동마을 현장에서 만난 농촌마을 어르신의 목소리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집에서 마을 경로당까지 이동하는 데도 보행 보조기는 필수다. 이미 마을 경로당 앞에는 보행 보조기가 줄서 있을 정도다. 읍내까지 버스로 15분이면 가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서 나가려면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읍내에 나가면 장 보기뿐 아니라 병원·약국 등 볼 일을 한 번에 다 보고 돌아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보행 보조기를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90)는 "버스가 있어도 불편하다. 자식들이나 며느리가 사 오면 먹지 아니면 못 먹는다. 집에 있는 거나 농사 지은 걸로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고 했다. 장 보기가 어려운 탓에 한두 끼 굶거나 대충 집에 있는 김치로 한 끼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발이 돼 주는 버스가 있어도 생수·화장지 등 부피가 큰 것은 꿈도 못 꾸고 한 끼 차릴 수 있는 양만 장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나갔다 오는 것부터가 농촌마을 어르신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금동마을에 사는 할머니(88)도 "생수 같은 게 필요한데 물은 무거워서 읍내에서부터 들고 오기가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하니까 왔다갔다 하는 데 하루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 보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버스는 있지만 마트·병원·약국 모두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까지 가는 거리를 보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4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지역 농어촌마을 생활 모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료 소재지 및 소요시간별 마을 분포에서 보건진료소(89.8%), 보건소(89.1%)는 대부분 같은 읍·면 내 위치해 있지만 종합병원(96.7%)은 대부분 다른 읍·면에 위치했다. 많이 이용하는 일반 병·의원(56.7%), 약국(40.5%)도 같은 지역에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학암마을에 산다는 한 할머니(81)는 "버스가 있어서 읍내에 나갔다 올 수는 있다.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 가기는 힘들어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니까 병원 간 김에 마트도 가고 싶다. 나중에 시간 내서 가는 것보다 낫지만 장봐도 다리 아프고 팔 아프고 해서 들고 올 수가 없다. 보행 보조기라도 있으면 실어서 오겠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04 11:11

[전북이슈+] 전국 곳곳 오아시스 찾아 삼만리⋯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전국에서 '식품 사막'의 대안으로 '이동형 장터'를 꼽는 가운데 전북은 전북만의 이동형 장터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7개 시·도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타 지역 선진 사례를 참고해 '전북형 이동형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난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국가 기관 사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자체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북형 이동형 장터는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지역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책으로 '이동형 장터'를 추진하는 경우 정권이 바뀌고 예산 편성이 달라지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밝지 않기 때문에 결국 또 마을 주민들이 기본권을 침해받는 일이 생기는 등 악순환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 의원은 "이동형 장터는 단순히 식품 사막 대안의 역할만 가진 것이 아니다.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면서도 커뮤니티 역할을 가지고 있다. 전북은 (어르신들이 많아) 커뮤니티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동형 장터는 인건비·지속가능성 문제로 중도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진을 위해서 철저한 수요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이동형 장터에 대한 마을 주민의 호응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이동형 장터를 통해 식품 사막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식품사막 해소를 위한 정책 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말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식품 사막 해소 정책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정책 자문 세미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송춘호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역시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실태에 대해서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며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요구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지자체 차원의 의지와 각 지자체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제를 맡은 최한별 군산대 교수도 "식품 사막 문제는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구조 변화, 교통 인프라, 사회적 지원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북 내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개발 전략과 연계해 다각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면사무소 내 미니 슈퍼 설치 △이동 수단 지원 △하나로마트 무료 배송 사업 확대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 지원 △식료품 바구니 운영 △지역자활센터 연계 운영 △동네 빈집 활용 무인화 점포 시스템 구축 △식품 포함 의료, 미용 등 복합적 서비스 설계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서 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거나 사회적 약자에 이동형 장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면서 "의회는 현재 의약품까지 포함해서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의약품은 관련법을 같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동형이 아니더라도 (식품 사막 포함) 의약품 소외 지역을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04 11:11

[새해특집] "꿈이 뭐데요?"⋯멋쟁이 할머니들이 평생 간직해온 꿈은

라떼는 말이야 4년 전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그 후 "누구나 언젠가는 라떼가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생선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이야기도 '라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구상했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세대가 청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이야기, 그것 또한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기성세대는 어떤 삶을 기대하며 살았을까.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이 있을까. 그동안 살면서 생활 속에서 얻은 지혜, 실패 속 발견한 인생 노하우 등을 월 1회씩 전북 팔팔청춘을 통해 들어본다. "인자(이제) 하나둘 갈 텐데 그 전에 뭐라도 해야지 않겄어? 요즘 귀에 뭐 요상한 거 꽂고 뭐 뮤지칼 비디오(뮤직 비디오) 찍더만 우리도 사진·영화는 했응게 뮤지칼이나 하나 더 찍었음 쓰겄네." 수십 년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좋은 일 나쁜 일 함께 보낸 완주군 화정마을 열두 명의 할머니에게는 못다 이룬 꿈이 있다. 도전이 두렵지 않은 이들의 평균 나이는 놀랍게도 81세다. 75세 막내부터 90세 맏언니까지 주 7일을 마을회관에서 만난다. 두 다리로 걸어서 마을회관까지 나올 수 있으면 아직 팔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은 '뮤직 비디오 촬영'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먹고살기 바빴던 젊은 나날을 뒤로 하고 '나'를 위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는 이 할머니들은 함께 모여 사진 찍고 영화 촬영까지 했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멋진 할머니들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궁금증이 생겼다. "어릴 적 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다. 발 빠르게 화정마을 열두 명 할머니와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한평생 남몰래 가슴속에 꿈을 품고 살아왔다. "꿈이 뭐데요? 기자 양반, 우리는 가는 세월 못 잡고 나이만 많이 먹어버렸네요." 어릴 적 꿈이 뭐였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돌아온 대답이다. 지금은 어릴 때부터 꿈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됐지만 옛날에는 꿈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꿈이 뭔지도 모르고 바삐 살아온 할머니들은 일평생 간직하고 있던 꿈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세상에 처음 꺼내는 이야기가 부끄러운지 대답을 주저하는 것도 잠시, 다들 '꿈 보따리'를 풀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다시 태어나면 여군이 되고 싶어. 그렇게 예뻐 보이드라고." 신옥리(83) 할머니는 경찰·군인이 되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경찰과 군인을 보면 건강하고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할머니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공부를 해서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꿈은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학교 다니기도 어려워지면서 가슴속에 고이 간직했다. "연필 들고 뭐 적으려고 하는 것도 두렵고 무서워. 죽을 때까정 아마 꿈은 더 못 이루겄지. 그냥 딱 5년만 더 살라고" 최은주(79) 할머니의 꿈은 '공부'였다. 공부도 다 못 했던 할머니에게 꿈은 사치가 됐다. 한글을 다 익혀서 교회에 가서 성경 구절만 찾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였지만 이루지 못했다. 늦게나마 꿈을 이루고 싶어 주부학교에 다녔지만 금방 그만뒀다. 한 학기 배우고 다음 학기로 올라가던 찰나에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끝내 꿈을 포기하게 됐다. "그냥 부자가 돼서 쌀밥 한 그릇 가득 먹어 보는 게 소원이었지." 8남매인 조북현(81) 할머니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꿈을 가지는 일은 과분했다. 어머니 혼자 8남매를 키우는 탓에 먹고사는 게 우선이었다. 어머니를 도와 고구마 심어 살고 다른 가족 집에 가서 밥 먹는 게 일상이었다. 공부도 해 보고 싶었지만 쌀밥 한 번 배불리 먹어본 적 없는 할머니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시집만 잘 가고 싶었어. 꿈도 없어, 그냥 좋은 남편 만나고 싶었어." 이칠월(89) 할머니는 큰 욕심 없이 살았다. 주변 친구들이 시집을 잘 간 터라 본인도 시집 잘 가서 행복하게 잘사는 게 꿈이었다. 할머니는 꿈은 이뤘다. 좋은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공부도 할 줄 모르고 그냥 살어. 이 나이 먹드라 그렇게 살았어." 이장순(90) 할머니의 꿈은 경찰이었다. 학교를 못 다니게 하는 부모님 때문에 공부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텔레비전을 보면서 남몰래 경찰을 꿈꿨다. 잘 배워서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가슴속의 꿈으로 남았다. "양장점에서 일하고 싶었지. 엄마가 죽어도 나 못 갈친다고 그러는데 어쩌겄어." 최장금(78) 할머니는 양장점에서 일하는 게 소원이었다. 학교 문 앞은 가 본 적도 없어 공부에 대한 욕심보다는 할머니의 눈에 가장 좋아 보이는 양장점 일을 배우고 싶었다. 오빠·남동생 가르쳐야 해서 공부는 물론 꿈까지 일찍이 포기했다. "인자 늙어서 암 것도 못 혀. 하려고 해도 못 허고 이제는 뭐 하고 싶지도 않어." 박복순(89) 할머니의 꿈은 무용가였다. 어릴 적 동네에서 학교 다니는 사람은 겨우 3명이었다. 그래서 학교 안 가고 공부 안 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무용가가 예뻐 보였던 할머니는 무용이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서 꿈을 놔 줬다. "미싱자수, 나 진짜 그걸로 성공하고 싶었다니께. 근데 생각처럼 안 됐지. 이제 꿈도 없어." 이덕순(81) 할머니는 어릴 적 미싱자수를 배웠다. 미싱자수를 가르쳐 준 선생님과 잘 지냈지만 중간에 선생님이 서울로 올라가면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미싱자수로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여건상 그냥 그 길로 꿈을 접었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이다. "공부도 못 허고 상황도 안 되니께 그냥 꿈 접었지. 그렇게 늙어버렸네." 오율례(75) 할머니는 여검사가 되고 싶었다. 13살에 본 영화 <검사와 여선생> 속에 나온 배우들처럼 검사가 돼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꿈뿐이었다. 형편이 어렵고 여건이 안 돼서 꿈을 접었다. "할 말 없어. 나는 그냥 남자 못지않은 여장부가 되고 싶었는디. 못 했지, 뭐." 이복순(76) 할머니는 꿈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하고 싶은 것도 했겠지만 일찍이 세상을 떠난 남편 없이 먹고살다 보니 꿈꿀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원하는 것은 여장부다. 말만 여자지 남자처럼 살고 싶다고 전했다. "나는 잘 먹고 잘사니께 자식들만 잘 살면 돼." 김정자(87) 할머니는 학교 가려면 10리를 걸어야 해서 학교 안 갔다고 고백했다. 학교 가라는 부모님의 권유에도 10리 걷는 게 걱정돼서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커서 남편을 만나 장사를 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 숨 돌릴 만하니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자식뿐이다. 할머니는 잘 먹고 잘사니까 이제 자식들 잘 먹고 잘사는 게 꿈이다. "중학교 못 들어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러. 그게 내 한이여. 선생이 되고 싶었는디." 큰딸인 권복순(75) 할머니는 남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님 말에 중학교를 가지 못했다. 배웠다면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꿈만 컸을 뿐 중학교도 못 들어가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 그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처음에 꿈이 없다는 할머니들은 온데간데없고 한바탕 꿈을 풀어 놓았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도 있었다. 한두 마디뿐이지만 남편·자식 등 가족을 위해 살아온 할머니들의 힘든 인생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꿈도 포기하고 '나'라는 사람보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할머니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들이 '나'라는 사람을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길 바라고 있었다. 마치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따뜻하지만 따끔한 조언 같았다. "젊은이들이 앞으로 큰 꿈 가지고 거짓 없이 진실했으면 좋겄어. 요즘 결혼도 안 한담서. 가정 꾸려서 좋은 일 나쁜 일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겄네. 한 번 사는 인생 희로애락은 다 겪어 봐야지 않겄어? 내 몫은 내가 챙기고. 살아 보니께 그게 최고더라고."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01 18:00

[새해특집] 작지만 강한 우리마을-진안 봉곡마을 이야기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농촌 마을들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존립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행정과 정치권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농촌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특별한 금전적 지원이나 파격적인 혜택 없이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마을들이 있다. 가장 작은 행정 단위에서 시작된 이들의 도전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전북일보는 올 한해 이 마을들의 사례들로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농촌 재생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마을을 살린 귀농귀촌, 핵심은 ‘지속 가능한 정착’“태어나서 지금까지 마을에서만 살았어요. 주민 모두가 가족이자 공동체가 되어 마을을 아끼고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진안군 동향면 봉곡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상철(68) 이장은 마을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봉곡마을은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주민 수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외부와 극단적으로 단절된 이 마을은 지방소멸의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만 같았던 봉곡마을은 귀농귀촌 운동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변화의 길을 걸었다. 2005년 서울에서 귀농한 이재철 자치위원장은 아내와 함께 마을에 정착하며 빈집을 개조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농촌 생활에 적응하면서 빈집을 활용해 귀농·귀촌인들을 불러 모았는 데 힘썼다. 이 위원장은 처음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이 위원장이 정착할 당시 29가구에 불과했던 봉곡마을은 현재 34가구로 늘어났고, 이 중 17가구가 귀농·귀촌 가구다.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온 이주민들로 채워지면서 마을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도시의 개인주의 문화와 농촌의 공동체 문화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활동과 교류가 필수적인 농촌의 공동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도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재철 위원장은 귀농·귀촌인에게 마을 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스며들도록 배려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가 아니라 누가 오느냐다. 농촌에 어울리는 사람, 오래 머물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인들이 스스로 자리를 잡고 마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되, 지나친 간섭은 피했다. 이러한 배려와 소통의 자세가 봉곡마을이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봉곡마을봉곡마을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문화를 공유하는 진정한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행복한 노인학교’, ‘학선리 마을박물관’, ‘문화공간 담쟁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밥상’은 마을 공동체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은 매일 마을 회관에 모여 점심을 함께 먹는다. 이곳은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마을 소식을 나누고 유대감을 다지는 중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농번기에는 젊은 주민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나누고 일손을 돕기도 한다. 행복한 노인학교는 젊은 주민들이 한글, 미술, 요가, 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배움을 돕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연극 공연, 시집 발간, 작품 전시 등 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해거름 갤러리’에서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있다. 학선리 마을박물관은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주민들이 기증한 요강, 학생증, 주민등록증 등의 물품이 전시되면서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다봉곡마을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주요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 햇빛발전소 건립 등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봉곡마을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서툰 연기와 제작 과정에도 불구하고 마을 전체에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2021년에는 ‘제8회 생생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봉곡이야기’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봉곡마을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 봉곡마을에서 배우다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택 마련 지원, 농업 교육, 기술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착의 어려움으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농촌에 정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봉곡마을은 이런 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모범 사례다. 이 위원장은 "금전적 지원을 바라고 온 사람들은 오래 못버티고 떠나는 게 대부분이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누가 이곳에 와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들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곡마을의 사례는 귀농·귀촌 지원 정책이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착 지원과 공동체 문화 활성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마을 봉곡의 사례는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모든 농촌 마을에 하나의 소중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 기획
  • 이준서
  • 2025.01.01 17:58

[새해특집] 전북형 스마트공장, 지역 중소기업 혁신성장 견인

전북특별자치도가 중소 제조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촉진해, 기업 및 지역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전북형 스마트공장구축 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최초의 지역 주도형 중소제조 혁신 프로그램이자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중소제조기업 스마트 공장으로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북자치도 중소기업 수는 28만3568개로 이 가운데 소상공인(27만3327개)을 제외하면 실질적 제조 중소기업은 약 1만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북자치도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실핏줄이 지역과 촘촘히 이어져 있어 기업의 현장 혁신 정도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도는 중소기업 혁신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도는 올해 중소 제조 분야의 혁신을 통해 세계적 중소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대만 같은 중소기업 강지로 성장해 나간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는 ‘2024-2026 전북형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300여 개의 중소 제조 현장에 혁신을 가할 계획이다. 또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성장가능성과 지속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최초의 지역 주도 민관협업 사업으로, 사실상 도가 이 분야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총 70개 전북형 스마트공장 선정기업 가운데 39개 기업이 프로젝트를 완료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지난 7월 시작한 사업은 내년 6월까지 1년 동안 진행된다. 오는 2026년까지 3년 동안 도비 168억원, 시군비 98억원, 자부담 39억원 등 305억 원의 민관 자금이 투입되며, 도와 시군은 스마트공장 구축비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까지 전북형 전담멘토들이 기업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탈바꿈한 기업은 25개사이다. 이들 기업들은 현장리뉴얼 및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제조 현장의 간편자동화와 기업자원 관리시스템, 제품개발 지원시스템 등을 새롭게 구축하며 기업 수준에 맞는 단계적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현재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2024년 사업은 6월까지 진행 된다. 이와 함께 5월부터 1년 동안 진행될 2025년 전북형 스마트공장 사업이 이어진다. 올해 사업은 3월 쯤 공고를 앞두고 있으며 모집기업은 총 71개사 규모다. 사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분별 표준화가 진행되는 기초 1단계의 JS1유형이 22곳 선발되며, 생산실적이 자동 집계되는 기초 2단계 JS2유형이 45곳 선정된다. 여기에 실시간 의사결정이 지원되는 중간 1·2단계 JS3유형이 4곳 배치되며 기업 수준에 맞는 기술이 지원된다. 기초단계 기업은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지 않는 기업들이다. 도입 현장은 긍정적현장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또렷하다. 지난해 9월 기초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정읍 둥지쌍화탕 최방호 대표는 전북자치도와의 현장간담회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에 대한 개념과 방향 설정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같은기간 진행된 완주 기쁨기업 현장간담회에서 오미래 대표는 “멘토들의 과제 발굴·개선으로 인한 기업 변화를 체감했고, 이를 고도화해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0월 기초 1단계 사업을 완료한 김제 새롬산업 전기남 부사장은 전북자치도·도의회 등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폐골재하는 기업에 이 사업이 맞을까 고민했는데, 의외로 적절히 잘 맞아 놀랐다”고 언급했다. 동석한 뿌리산업 김호중 사무총장은 “기초 소부장기업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으로, 소부장기업에게 전북형 스마트공장 쿼터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기업 눈높이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 영향이다. 전북형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는 중기부 주도의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과 삼성전자 중심의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해 우리지역 현실에 맞게 설계됐다. 민관 사업의 참가주체 구성 및 각각의 상생 역할도 프로젝트의 안착을 도왔다. 사업총괄기관인 전북자치도는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계획과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의 구축비(도비) 등의 지원에 나섰고, 14개 시군은 구축비(시군비) 지원 및 희망기업 발굴, 사업 모니터링 등을 전담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장 제조혁신과 시스템 구축 정보 공유, 판로 개척을 돕고, 물류·공정 등 전문 기술분야도 지원한다. 또 도내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사)전북·삼성 스마트 CEO포럼이 스마트 공장 희망기업 추천 및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며 홍보효과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도입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호흡하는 제조혁신 기술지원단(전북형 전담멘토)은 현장 환경개선 및 제조공정 과제 발굴, 혁신 지원을 맡으며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북형 스마트공장의 핵심인 전담멘토는 삼성전자 출신의 제조혁신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최대 8주간 기업에 상주하며 공정 진단부터 공정 최적화 및 제조 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 도는 올해 하반기 처음 시도한 프로젝트의 현장목소리를 바탕으로한 성과 점검과 더불어 전북형 스마트공장 도입을 앞둔 기업들과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시에 전북형 스마트공장을 확산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대표적 사례가 이 분야 특례 발굴이다. 도는 제조 현장 현실에 부합한 지역 주도의 스마트 제조혁신 특례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기업에 대한 국가의 행·재정적 지원근거 마련과 도지사 인증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도지사 인증 절차나 국가의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미래첨단산업국 오택림 국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제조혁신의 최고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6~8주가량 동고동락하며 생산성 향상뿐만아니라, 안전하고 일하기 편한 환경으로 탈바꿈시켜 준다”며, “많은 기업들이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기획
  • 백세종
  • 2025.01.01 17:58

[새해특집] 전주의 심장부 MICE 복합단지, 전주의 판을 바꾼다

전주종합경기장이 마침내 전주의 새로운 심장으로 거듭난다. 전주시가 전주종합경기장 철거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국제적 문화·경제 중심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 MICE 복합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전주대변혁의 중심에서 전주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MICE 복합단지는 전주와 전북 지역 경제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공간이 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와 문화 허브로 재탄생할 전주종합경기장의 새로운 모습에 관심과 기대가 모이고 있다. 새로운 변신 준비하는 전주종합경기장 전주종합경기장은 지난 60여 년 동안 시민들의 추억을 담은 도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축제와 문화 활동이 어우러지는 장소로 전주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었지만, 시설 노후화와 기능적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 됐다. 이에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MICE 복합단지를 조성해 미래 전주의 문화‧경제적 심장부를 만들고 지금까지 컨벤션 불모지였던 전주의 MICE 산업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기로 했다. 시는 종합경기장 철거에 착수해 미래 지향적인 MICE 복합단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앞서 시는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장 내 석면을 우선 제거한 데 이어 야구장 철거를 완료했고,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열어 철거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여기엔 10억 47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주경기장과 전주푸드, 수위실 등 부속건축물을 합쳐 총 3만 6751㎡ 규모의 건물을 철거하게 된다. 이는 MICE 복합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초기 단계로, 시는 부속건축물부터 우선 철거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까지 본 경기장 시설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가 완료된 이후엔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부지 조성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차장 및 기존 지장물을 철거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 착공해 오는 2028년 말까지 MICE 복합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주 MICE 복합단지의 구성과 미래 비전 전주 MICE 복합단지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와 다양한 상업·문화 시설을 포함해 전주가 국제적 비즈니스와 문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핵심 프로젝트다. 가장 주목 받는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는 1만㎡ 규모의 옥내 전시장과 1만㎡의 옥외 광장을 포함하며,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과 20개 이상의 중소 회의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첨단 음향 및 영상 설비와 디지털 기술이 도입돼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외부에는 대형 옥외 광장과 녹지 공간이 조성돼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여유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복합단지 내에는 호텔, 백화점, 시립미술관,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 그리고 메타버스 아이디어-사업화 실증단지(S·I-Town)도 들어선다. 전주 MICE 복합단지 조성은 전북과 전주 경제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조사에 따르면 전주 전시컨벤션센터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약 5145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185억 원, 취업유발효과 약 364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국제회의와 전시회는 관광객과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지역의 숙박업, 외식업, 소매업 등 다양한 산업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주는 한옥마을, 후백제 역사문화자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지역 특화 MICE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이는 전주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로 이어지며, 지역 대표 전시회의 브랜드화를 통해 전주와 전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함께 만들어진다. 이에 더해 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위해 한옥마을, 팔복예술공장 같은 기존의 전주 관광 자원과 연계한 융복합 MICE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전주 MICE 복합단지는 관광산업과 문화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현대적 시설이 융합된 공간인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와 체험을 통해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또, 예술과 교육을 결합한 공간인 전주시립미술관은 전주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는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공공기관, R&D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연간 230회 이상 열리는 회의, 세미나, 이벤트 등 행사를 새로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제행사 수요를 파악해 유치 전략을 세우고, 특화 MICE 개발 및 중장기 발전계획 등 전주만의 차별화된 운영 계획을 수립해 갈 예정이다. 재정 확보·행정 지원 ‘순항’ 전주 MICE 복합단지 조성에는 약 1조 170억 원(재정 2170억 원, 민자 8000억 원)이 투입되며, 그중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는 3000억 원이 소요된다. 이 중 2000억 원은 민간사업자인 롯데쇼핑이 부담해 건설을 담당하며, 시는 전체 부지 조성과 공공시설 조성을 맡는다. 시는 롯데쇼핑과 숙박 및 판매시설의 선정된 설계안을 상호 공유하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해 전시컨벤션센터와 상업시설 간의 유기적 연계를 이루고, 내년 상반기 인허가 절차와 하반기 착공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행정 절차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통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며, 조건부 승인으로 사업을 공식화했다. 중앙부처의 행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시는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전시컨벤션센터 기본 및 실시설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추가 재원을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시는 MICE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 9월 교통·환경·재해영향평가 등 관련 용역에 착수한 상태로, 이를 반영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작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시계획 인가 고시 후 1단계로 부지 도로 철거와 수목이식 등 기반시설 조성을 단계별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완공 후 전시컨벤션센터의 효율적인 운영과 전주 MICE산업 활성화를 위한 운영·관리계획 수립용역을 마무리하고, MICE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요 전담 조직과 지역특화방안, 중장기 운영계획 등 세부적인 운영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도 광역 인프라로서 컨벤션센터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해, 전주시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MICE 산업 활성화와 행정 절차의 원활한 지원을 위한 상호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 “MICE 복합단지, 명실상부한 전주의 심장으로 거듭날 것” 우범기 전주시장은 “종합경기장은 지리적으로는 전주의 심장부이자, 역사적으로는 시민의 삶과 함께 해온 상징적인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합경기장 부지에 MICE 복합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한 획기적인 지식서비스산업 인프라를 확충해 전주 경제의 확실한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의 MICE산업을 이끌 중심지로서, 지역혁신과 성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 시장은 “전주 MICE 복합단지는 전주 발전의 중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면서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융합해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설계부터 운영까지 빈틈없이 진행해 전주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강정원
  • 2025.01.01 17:57

[2026 제9회 지방선거 누가 뛰나 : 장수군수] 재선가도에 맞서는 전직·의원 출사표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장수군수 선거에 4명, 5명의 출마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재선에 나서는 현 최훈식(57) 군수에 맞서 장영수(57) 전 군수와 양성빈(47) 전 도의원이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용근(64) 현 도의원이 군수 선거 출마를 공공연히 밝히며 세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재선의 장정복(63) 군의원도 추이에 따라 당내 경선에 참여할 여지를 두고 있어 최대 5명의 후보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훈식 현 군수와 양성빈 전 도의원, 박용근 현 도의원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전망이다. 또 장정복 군의원의 가세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선거 더민주당 공천심사에서 컷 탈락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영수 전 군수는 현재 복당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당 여부에 따라 경선 참여 또는 본선 직행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탁핵 심의에 돌입한 헌재의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이 복당 신청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오는 제9회 지방선거 장수군수 선거는 여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선거로 전망된다. 장영수 후보의 복당 여부와 매번 도의원 선거로 내려앉은 박용근 후보의 완주 여부, 장정복 군의원의 참여 여부 등이 오는 군수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기획
  • 이재진
  • 2025.01.01 17:54

[2026 제9회 지방선거 누가 뛰나 : 완주군수] 현직 재선 의지에 도전장 잇따를 듯

유희태 군수, 국영석 전 고산농협조합장, 박재완 전 전북도의회 의원,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원, 송지용 전 전북도의회 의장,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지회장, 임상규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유희태 군수가 재선 의지를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국영석 전 고산농협조합장,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원, 박재완 전 전북도의회 의원, 송지용 전 전북도의회 의장,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지회장, 임상규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등이 군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모두 민주당 경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른 정당 출마 후보자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선거때 어렵게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후 본선에서도 무소속 후보들과 경합을 벌였던 유희태 군수는 군정 성과를 내세워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며 현직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1차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최종 후보에서 밀려났던 국영석 전 조합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뒤 민주당에 복당한 뒤 전열을 정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민평당 후보로 군수 출마 경력이 있는 박재완 전 의원은 2022년 복당한 뒤 민주당 완주지역구 사무국장직으로 활동하다 지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했다. 서남용 의원은 3선의 군의원으로, 현 9대 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활동했다. 서 의원은 완주군의회 내 완주∙전주통합반대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민들과 소통을 넓히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송지용 전 전북도의회 의장은 삼봉지구에 미래연구소를 두고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송 전 의장은 지난 민주당 경선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컷오프됐다며, 복당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돈승 지회장은 지난 선거때 민주당 경선을 받아들이고 차기를 기다린 만큼 그 의지도 크다. 완주∙전주통합 반대활동을 하며 완주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의 임상규 전 부지사는 전북도와 중앙부처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고향(고산) 발전을 위해 군수 도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 기획
  • 김원용
  • 2025.01.01 17:52

[전북 이슈+] 고등학생이 시속 156km 강속구?… 전주고 출신 정우주 투수 정체는

"성인이 되니 제가 책임져야 할 이름의 무게가 느껴져요. 그래도 해내야죠." 올해 전주고 야구부 전국대회 3관왕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우주(19) 한화 이글스 선수가 지난달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인·프로선수가 된 소감을 전했다. 걱정은 되지만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이날 만난 정우주 선수는 "아직 무대에 서지 않아 프로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도 "확실히 훈련 분위기·체계는 고등학교 시절과 달라 '내가 프로가 됐구나!'를 조금씩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마산 용마고와 치렀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3관왕의 물꼬를 텄다. 전국체전에서도 3⅔이닝을 깔끔하게 방어하는 등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 ‘고교 최대어’다운 재능을 보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된 그는 지난 10월 말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통해 프로선수로서의 첫 발걸음을 뗐다. 고교 시절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번 훈련에서도 시속 154km를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본인이 잘하는 강점을 키우면서도 약점을 보완하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정 선수는 "그동안 변화구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강속구뿐 아니라 변화구 연습에도 집중한 이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커브와 슬라이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완성형 고교야구 선수로 불렸던 정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일고(서울)에서 전주고로 전학 왔다. 어린 나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전학을 결정하게 됐다. 당시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정 선수는 주창훈 전주고 야구부 감독의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주창훈 감독님이 직접 서울까지 찾아오셔서 아버지와 저를 설득했다. 그때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전주고 야구부 전략과 전주고가 야구를 하기 좋은 시설·기숙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주고가 야구부 선수를 위한 기숙사와 실내 훈련장, 프로 야구장과 같은 조건을 가진 실외 야구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정 선수의 적응은 누구보다 빨랐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같은 야구부 친구들끼리 빠르게 친해졌다. 부끄럼 많은 정 선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른 학교 야구부 선수들과도 서스럼없이 지냈다. 그는 전주고에서도 예의 바르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전주고 야구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에 "훈련은 힘들어도 야구부 분위기가 엄격하진 않다. 감독·코치님의 말만 잘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정 선수는 한 팀에서 계속 야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추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화이글스 소속 프로 야구선수로서 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선물하고 싶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기획
  • 문채연
  • 2024.12.31 08:24

[전북 이슈+] "한국 야구 미래 책임지겠습니다"… 전주고 6인방에게 듣는다

올해 고교 야구 전국대회를 석권한 전주고 야구부가 2025 프로야구(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6명의 지명자를 배출했다. 시속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정우주는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우주와 원투펀치로 활약한 전주고의 에이스 투수 이호민은 2라운드 15순위로, 전주고 전국체전 우승을 이끈 엄준현은 9라운드 85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게 됐다. 주전 포수로 맹활약한 이한림은 3라운드 30순위로, 주전 외야수 서영준은 5라운드 44순위로 LG트윈스행이 결정됐다. '5툴 플레이어'로 불리는 최윤석은 6라운드 58순위로 SSG 랜더스의 부름을 받았다. 전북일보는 전주고 야구부 '황금 세대' 6명의 입단 소감·포부 등을 들어봤다. △정우주 "한화 이글스에 뽑히고 싶었는데 제 기대대로 부름을 받게 돼서 더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마운드 위에 안 서서 실감은 안 나는데 훈련할 때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청룡기 우승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같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던 것도 다 추억이 됐습니다." △이호민 "높은 순위에 불렸다는 것에 저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동기와 선배님보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전주고 야구부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올해 3관왕입니다.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딜 가든 전주고가 자랑스러울 것 같고 후배들이 이 흐름을 잘 이어 나가리라 믿습니다." △엄준현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딛게 돼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청룡기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24년 전주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이었고 강팀을 이기고 올라가면서 더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힘을 알려 주는 대회였습니다." △이한림 "LG트윈스라는 좋은 구단에 들어오게 돼서 너무 큰 영광입니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LG 안방마님인 박동원 선배님을 이어서 안방마님 이한림이 되고 싶습니다. 청룡기 우승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39년 만에 첫 우승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그 뒤로도 봉황대기·전국체전 등 2번이나 우승해서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됐습니다." △서영준 "어릴 적부터 꿈꾸던 프로 선수가 됐으니 빨리 올라가서 전주고 명예를 드높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돼서 많은 업적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LG의 레전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9년 만에 우승했던 청룡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봉황대기, 전국체전 금메달까지 전부 떠오릅니다. 행복한 추억이고 실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최윤석 "어렸을 때부터 야구 선수를 꿈꿔왔습니다.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 밑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팀에 입단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 경기가 많았는데 다 좋은 경험이었고 추억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래도 봉황대기 결승이 제일 기억에 남고 잊을 수 없던 하루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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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4.12.31 08:24

[전북이슈+] '야구 명가' 전주고 야구부 선수 하루는

전주고등학교가 '야구 명가'로 불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전주고 야구부 선수의 훈련 양은 어마어마했다. 이미 신인 드래프트 지명 받은 선수 중 한 명은 "제 실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했던 어디에서 느낄 수 없는 훈련 양 또한 추억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훈련이었다. 그래도 야구가 즐겁다고 말하는 천진난만한 고등학생들이다. 몸이 힘들만도 하지만 넘치는 체력을 증명하듯 주 5일 오후 9시 30분까지 하던 훈련을 감독·코치진과 협상해 주 4일 오후 11시까지 몰기도 했다. 차라리 몰아서 훈련하고 하루라도 더 쉬겠다는 것이다. 올해 세 번의 금자탑을 올린 전주고 야구부 선수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현재 주장인 열여덟 김유빈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일과를 들어봤다. 전주고 야구부는 전주에서 사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합숙을 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오전 8시 30분부터 점심 먹기 전까지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수업을 듣는다. 전주고의 경우 야구·농구반 체육 특기반 수업이 따로 개설돼 있어 같은 종목끼리 한 반을 꾸려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오전 수업만 듣고 오후 12시 20분에 점심을 먹는다. 본격적인 훈련은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보통 훈련 시작 전에 일찍이 모여 훈련을 준비하고 각자 연습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 먹기 전까지는 보통 기초 체력, 웨이트 트레이닝, 수비 위주로 훈련한다. 오후 6시 30분 저녁을 먹고 7시 30분까지 쉬는 시간을 갖고 야간 훈련에 돌입한다. 야간 훈련은 타자 위주로 하고 투수는 개인 훈련을 한다. 각자 연습하고 컨디션 조절 등 약점 보완과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시간을 보낸다. 오후 11시 훈련이 끝나면 합숙소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다. 오후 11시 30분이면 잠에 든다. 또 다시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같은 패턴을 유지한다. 매일 훈련만 하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외출·휴일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전주고와 가까운 객사에 나가서 고기 먹고 인생네컷 찍고 볼링 치고 노래방에 간다. 잠시나마 고교 야구 선수에서 열일곱, 열여덟 소년으로 돌아간다. 가끔 긴 휴일이 생기면 야구부 선수들과 같이 바닷가에 가서 바람 쐬고 오기도 한다. 훈련 내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쉴 때면 더 밝은 웃음이 나온다. 야구장 그라운드 위에 서면 어엿한 야구선수 같지만 평소에는 마냥 밝은 소년들이다. 김유빈 선수는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때가 있다. 바로 야간 훈련까지 다 끝나고 다 씻고 침대에 누웠을 때다. 시즌 때도 종종 야구부 친구들이랑 같이 외출 나가기도 한다. 쉴 때는 그냥 일반 고등학생처럼 지낸다"면서 "나중에는 같이 제주도에 가고 싶다. 짧게 가는 거 말고 길게 같이 가고 싶다.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 아쉬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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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4.12.31 08:23

[2024 전북 10대 뉴스] 전북특별자치도 시대 '활짝'…민주주의 향한 도민들 '함성'

다사다난했던 2024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전북은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 세종과 제주, 강원에 이어 네번째 특별광역자치단체가 됐다. 전년도의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겪었던 전북특별자치도는 절치부심, 세계한인비지니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제행사 성공개최지라는 명성을 쌓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지역 10개 자리모두 석권하면서 전북집권 야당의 위치를 견고히 했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전시컨벤션 사업 조성을 위해 61년 만에 철거돼 시민 추억속에 남게 됐다. 여름엔 완주와 익산 지역을 수마가 할퀴었고 6월 부안에선 M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가 잇따랐다. 전주고등학교는 전국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3관왕에 올라 전통강호의 진면을 보여줬다. 교육계에서는 일명 '레드카드(호랑이 스티커)' 의 악성민원 학부모 사건 등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랐고 격정과 충동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사태를 시민 민주주의가 물리쳤다.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도 탄핵 집회가 열리는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전북일보가 선정한 2024년 전북의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전북특별자치도 1월18일 출범…균형발전 시대 개막 2024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하며 새로운 자율과 균형발전의 시대를 열었다. 단순한 행정 명칭 변경이 아닌,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과 자립적 경제 기반 구축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전북자치도는 농생명산업, 체류형 관광지 조성,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등 다양한 특례사업을 추진했지만, 일부 사업은 예산과 행정 절차 문제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임실 치즈산업 특화단지와 새만금 투자진흥지구는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새만금 SOC 예산 삭감 사태는 도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놓았지만, 정치권과 도민의 협력으로 최종 451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또 전주·완주 통합 재추진은 경제 활성화와 인구 100만 메가시티를 목표로 추진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관영 지사는 “2025년은 도민들이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해가 되어야 한다”며, 체계적 정책 추진과 예산 확보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도약 원년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서 기자 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10명 석권 제22대 국회가 지난 4월 2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출범했다. 지난 총선에서 초·재선에서 재선 이상 중진 위주로 다시 꾸려진 전북정치권은 지역구 국회의원 10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에 치러진 22대 총선은 ‘압도적인 정권심판’으로 끝이 났다. 전북지역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임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총선은 지난 총선들보다 냉엄한 심판이 이뤄졌다.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22대 총선 전북 평균 투표율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의 68.3%에 이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 공천 경쟁이 사실상의 본선 경쟁인 만큼 경선 후보 간 네거티브가 극심했다.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진출한 전북 국회의원은 전주갑 김윤덕(3선), 전주을 이성윤(초선), 전주병 정동영(5선), 군산·김제·부안갑 신영대(재선), 군산·김제·부안을 이원택(재선), 익산갑 이춘석(4선), 익산을 한병도(3선), 정읍·고창 윤준병(재선), 남원·장수·임실·순창 박희승(초선), 완주·진안·무주 안호영 의원(3선)이다. /서울=김윤정 기자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 개최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전북에서 역대급 성과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기업 위주의 단순한 비즈니스 행사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전북은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는 64개국에서 3973명이 참가했으며, 일반 참관객 1만 4000여 명이 방문해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회 기간 동안 총 5803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이 체결됐으며, 6억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 상담이 진행됐다. 특히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인 5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전북대학교에 마련된 기업전시관은 비즈니스 교류의 중심 무대가 됐다. 251개 기업이 326개 부스를 운영했으며, 이 중 115개 도내 기업이 참여해 지역 경제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전시관에서는 2만여 건이 넘는 기업 간 미팅이 성사됐다. 785명이 참여한 투어 프로그램은 전북의 풍부한 관광자원과 산업 인프라를 세계에 알렸다. /김선찬 기자 도내 중견건설업체 도산…지역경제 휘청지역경제의 풀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건설사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건비와 자재비 급등,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문 닫은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들어 '오투그란데' 라는 브랜드로 전북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제일건설이 최종부도 처리됐다. 시공능력평가액 1317억으로 전북 4위에 올라있는 제일건설은 주거래은행인 NH은행에 돌아온 7억 여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도산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도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팎에 있는 성전과 합동건설 등 2개 건설사가 법인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중견건설사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추가 부도를 우려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1곳이 무너질 경우 이에 딸린 100여 곳이 넘는 하도급 업체도 같은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지역 건설사들의 도미노식 도산 사태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호 기자 전주종합경기장 철거…MICE복합단지로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전북의 대표 스포츠 시설로 역할했던 전주종합경기장이 철거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주시는 올해 11월 25일 전주종합경기장 철거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시는 총 104억 원을 투입해 종합경기장 주경기장(3만 5594㎡), 전주푸드(1057㎡), 수위실(100㎡) 등 총 연면적 3만 6751㎡의 건물을 철거한다. 내년 상반기면 모든 건물이 철거된다. 시민 성금으로 지어진 종합경기장은 조성된 지 60년이 지나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되며 철거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종합경기장 대체시설인 육상경기장, 야구장 등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일대로 이전해 새로 건립된다. 철거를 마친 종합경기장 부지는 2028년까지 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개발한다. 이곳에는 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해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먼저 철거한 야구장 부지에는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콘텐츠 체험·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다. /문민주 기자 비상계엄 선포, 거리로 나온 시민들12월 3일 밤의 ‘아닌 밤중의 홍두깨’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계엄선포 후 국회를 장악하려 했던 윤대통령의 시도는 맨몸으로 군인들을 막아선 시민과 국회의 계엄해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의식있는 계엄군들의 소극적인 작전 참여 모습도 국회장악 시도를 무산시켰다. 이후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촛불과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 했지만 1차 때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이 됐다가 12월 14일 재적 300명 중 204명이 찬성,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군홧발을 앞세운 비상계엄시도를 평화로운 시민 민주주의로 물리치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물론 전북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주 풍패지관 앞을 비롯 군산과 군산, 정읍, 순창, 익산 등지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만, 수천명이 도민들이 참여해 탄핵을 부르짖었고 시민 400명도 ‘탄핵버스’10대를 타고 지역 집회 참여를 넘어 서울 상경 집회에 참여했다. /백세종 기자 '강대 강' 의정 갈등…의료대란 극심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4년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안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곧바로 반발했다. 2월 초순부터 전공의들의 전면 파업이 시작됐으며, 청진기를 잡던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전공의가 사라진 종합병원들은 전문의들로 병원을 채웠다. 도내 각 병원마다 약 30%가량의 의사 공백이 생겨나는 등 의료대란이 시작됐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생겨나면서 대화가 물꼬가 틀어지는가 했지만, 협의체는 한 달도 채 가지 못하고 중단됐다. 현재 10개월째 이어진 의료대란은 끝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의료계는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는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시 모집 등의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협상은 미지근하다. 올해 상반기 전북지역은 전공의 모집에서 낭패를 입기까지 했다. 전북대병원 5명, 예수병원 5명, 원광대병원 1명이 전북지역 수련병원들이 받아든 성적표다. /김경수 기자 지진·폭우 등 자연재해 피해 잇따라2024년 전북에서는 지진과 집중 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올해 6월 12일에는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진도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육지에서 6년 만에 발생한 규모 4.5 이상의 강진이었다. 여진도 20여 차례 뒤따랐다. 해당 지진으로 부안에서만 주택소파로 인해 671명이 피해 대상자로 확정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내소사와 개암사의 불상과 사찰 옹벽 일부가 훼손되는 등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또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군산 342.7㎜, 익산 238.7㎜, 완주 147.4㎜에 달하는 역대급 물 폭탄이 떨어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수해 피해가 컸던 익산시, 군산시 성산면·나포면, 무주군 무주읍·설천면·부남면, 완주군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익산과 완주는 2년 연속 집중 호우 피해로 인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해당 폭우로 인해 도내 공공시설에는 435건, 사유 시설에는 2만 3488건의 피해가 발생해 추정치 583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액이 집계됐다. /김문경 기자 전북교육계 잠식한 '교권침해'2024년 전북교육계를 잠식한 가장 큰 이슈는 ‘교권침해’가 차지했다. 교육의 3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의 균형이 깨지면서 교단의 권위는 물론 교사의 사명심도 바닥을 쳤다. 학부모의 도를 지나친 악성 민원에 한 학교에서 같은 반 담임교사 6명이 교단을 떠나기도 했다. ‘호랑이 레드카드 교권침해’ 사건은 지난 2021년 4월 전주 A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수업 중 물을 먹다 남은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낸 초등학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 B씨는 해당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여 교사가 아동학대로 처벌을 당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악성 민원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교를 떠났고, 담임교사만 6차례 바뀌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2월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한 의정갈등 역시 진행형이다. 새해 역시 의료대란의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탄핵정국 속 의료대란 문제는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모 기자 '야구 명가' 전주고 전국대회 3관왕'야구 명가' 전주고등학교 야구부가 올해 개교 이래 최초 전국대회에서 3관왕을 석권하면서 오랫동안 야구 변방으로 치부돼 온 전북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높였다. 전주고 야구부는 고교 야구 4대 메이저 대회 중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와 제5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제패했다.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우승까지 이뤄냈다. 청룡기 우승은 39년 만에 전국대회 제패라는 대업을 달성하면서 전주고 야구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봉황대기 당시에는 주전급 선수인 정우주·이호민이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1·2학년 선수를 투입했다. 주전 없이도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야구부 창단 후 봉황대기 첫 우승의 역사를 썼다. 전국체전 야구 남자 고등부 결승전에서는 부산 고교 야구부 대표인 경남고를 4-0으로 이겼다. 또 2025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정우주·이호민·엄준현·이한림·서영준·최윤석 등 6명이 지명을 받았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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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30 08:11

[전북 이슈+] 기생충부터 오징어게임2까지⋯전북이 '촬영 맛집' 된 사연은

천만 관객 영화인 <기생충>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가 전주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북이 K-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도 아닌 비수도권인 전북이 어쩌다 영화로 이름을 날리게 됐을까. 전북 영화의 출발은 한국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영화사>, <전북의 재발견> 등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영화사는 한국전쟁 이전 군산에서 시작됐다. 군산은 '항구도시'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이 몰리고 외래문화까지 빠르게 들어온다. 영화 등 여가 문화가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전북 최초의 공연장인 군산극장과 영화관인 희소관 모두 군산에서 문을 열었다. 또한 전북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제작된 것도 군산이다. 1948년 군산신문의 편집장이자 일본대학 영화과를 졸업하고 일본 신코키네마에서 근무했던 이만흥은 16mm 영화 <끊어진 항로>를 제작했다. 지금은 필름이 소실됐지만 전북 영화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영화다. 이후 분단 상황으로 전북 영화인들이 부산, 대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전북 영화판'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이만흥 감독의 <애정산맥> 등이 촬영되면서 흩어졌던 향토 영화인들을 다시 전북으로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됐다. 전북은 1950∼60년대 한국 영화 제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한미 합동 제작 영화인 <아리랑>, 이만흥 감독의 <탁류>를 비롯해 <약진하는 전북>, <선화공주>, <피아골> 등 흥행작이 잇따라 제작됐다. 당시 영화계를 이끌던 인기 스타·대배우가 전주를 찾는 등 전북 영화의 황금기가 찾아왔지만 황금기도 잠시. 1960년대에 들어서 전북 영화인들이 서울로 상경해 영화를 제작하면서 전북 영화의 맥도 끊겼다. 1970∼90년대 침체기를 겪다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면서 전북이 다시 영화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제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라 대안·독립적 영화를 정체성으로 삼으며 한국 영화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 현재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찾는 전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2001년 4월에는 전주영상위원회가 출범했다. 2008년에는 지자체가 설립해 위탁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촬영소인 전주영화종합촬영소도 문을 열었다. 첫 작품은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인 영화 <쌍화점>이다. 최근 전주는 '한국판 할리우드'를 꿈꾸며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수도를 선언했다. 단순한 '촬영 도시'를 넘어서 영화·영상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전북이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쓸지 이목이 쏠린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글로벌 OTT의 성장, K-영상 콘텐츠 확산 등 급변하는 세계 영상산업 환경 속에서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획기적인 산업 전환에 나서야 하는 시기다"면서 "전주에서 탄생할 제2의 오징어게임, 기생충이 100년 후에도 전주의 경제가 되고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세계 시장과 손을 맞잡고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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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8 07:22

[전북 이슈+] 한국판 할리우드 성공할까⋯전주 '영화 수도' 꿈꾼다

전주시가 2034 영화·영상산업 비전을 발표하고 전주를 명실상부한 영화·영상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전주는 대작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다수의 작품이 촬영돼 '영화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동안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세트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촬영 후에는 세트장이 철거되면서 전주에서 제작된 사실조차 잊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전주시는 '촬영 도시'를 넘어 영화·영상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펜타곤 벨트'다. 시는 상림동, 전주 북부권, 고사동, 전주역, 만성동을 특화 구역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상림동과 전주 북부권에는 영화영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특수 촬영장이 들어선다. 상림동에 있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인근에는 가상현실·수중 촬영이 가능한 탄소 중립 영화영상촬영단지를 건립한다. 전주 북부권에는 세계적 영화 촬영소인 쿠뮤 필름 스튜디오의 '제2 아시아 스튜디오'가 설립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전주에 '제2 아시아 스튜디오'가 들어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작기업을 유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밖에 고사동, 전주역, 만성동 일대는 영화영상 콘텐츠 발굴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중심지로 개발한다. 고사동에 위치한 영화의 거리에는 한국영화기술아카데미, 독립영화의집 등 콘텐츠 교육 시설이 포함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 전주역에는 실감형 콘텐츠 전문가를 양성할 미래 영상기술 융복합소, 만성동에는 방송·미디어 영상 콘텐츠 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림동과 고사동은 이미 시설 조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는 드라마·영화 제작에 특화된 '버추얼 스튜디오'가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 옛 옥토 주차장 부지는 독립예술영화 제작을 지원할 독립영화의집 건립이 한창이다. 특히 펜타곤 벨트를 통한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일자리·경제적 효과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영화영상산업 관련 사업체 74곳이 매출 532억 원을 창출하고 있다. 향후 사업체 200곳이 매출 2000억 원을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자리는 직접 일자리 1000개, 간접 일자리 6000개 등 7000개까지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작사뿐 아니라 외국에 있는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도 매력적인 지역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당장 내년에는 영화영상산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영상진흥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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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4.12.28 07:21

[전북 이슈+] 여기에서 찍었다고?⋯전북에 영화촬영소 어디 있나

영화·드라마가 끝나도 시청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촬영 장면에 머문다. 영상 속 명소를 찾아 떠나는 이들은 촬영지의 매력을 직접 경험하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전북은 오래된 고택과 한옥이 많아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전북 곳곳의 주요 촬영 장소를 소개한다. △인재고택 학인당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인재고택 학인당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택문화재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정년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가 부모를 죽인 양반에게 총구를 겨누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정년이에서는 주인공 정년이(김태리)가 활동하는 매란국극단의 연습실로 활용되며 극 중 주요 장면의 무대로 자주 등장했다. 현재 학인당은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뿐만 아니라 단청문양체험 등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크로싱 게스트하우스 크로싱 게스트하우스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김태리)의 집으로 유명해졌다. 드라마 속 무대는 1998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이지만, 촬영지는 전주다. 오목대 아래 자리한 이곳은 나희도가 백이진(남주혁)을 기다리던 나무계단과 그들을 비추던 가로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사유지로 출입이 자유롭진 못하지만, 가까이 남천교가 있고 멀리 모악산 송전탑이 한눈에 들어와 시원한 전망을 누릴 수 있다. △경기전 전주한옥마을 안에 있는 경기전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연모> 등 사극의 단골 촬영 장소다. 영화 광해에서는 주인공 광해(이병헌)와 중전(한효주)이 서로를 마주 보는 장소로 경기전의 담벼락이 등장해 애틋함을 더했다. 드라마 연모에서는 전주사고(실록각)가 주인공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장소로 경기전 본전 동쪽 구역에 배치돼 있다. 이곳의 대나무숲과 오래된 은행나무는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익산교도소세트장 익산에는 국내 유일의 교도소 촬영장인 익산교도소세트장이 있다. 폐교를 개조한 이곳은 영화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부터 드라마 <아이리스>,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200편 이상의 작품이 촬영된 장소다.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촬영 장소로 사용되지 않을 땐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세트장 내부에는 그동안 찍은 영화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운동장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여름에는 교도소 촬영장이라는 특색을 활용해 공포 콘텐츠를 주력으로 한 ‘호러 홀로그램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한다. △부안영상테마파크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 사극 촬영장으로 유명하다. 영화 <명량>, <관상>과 드라마 <킹덤> 등 많은 사극의 주요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부안영상테마파크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 조선시대 궁궐은 물론 저잣거리, 초가집 등 일반 길거리 모습까지 재현돼 있다. 특히 서원, 서당 등 양반가와 도예촌, 주막 등 평민의 생활 모습이 함께 갖춰져 있어 각종 영화 및 드라마 촬영장으로 인기가 많다. 현재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촬영장 외에도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보여주는 역사 교육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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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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