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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지역민과 역동적인 박물관 만들 터”

지난 1일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취임한 박경도(51) 관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 파악에 나섰다.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관장은 격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 1월 전임 관장이 공로 연수에 들어가면서 1년 가까이 학예연구실장과 기획운영관장이 관장 직무대리를 맡아 운영됐고 관장과 학예연구실장 모두 공석인 때도 있었다. 지역 거점 국립박물관의 역할을 다시금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당면한 과제로 놓이게 됐다. 관장 집무실 내부에 자리한 응접실에 초대받아 직접 만나본 그는 “언론과는 첫 인터뷰”라며 긴장한 모습이 엿보였다. 박 관장은 “전북 도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방문해야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며 “칭찬과 때론 질책으로 꾸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취임한 지 보름을 넘긴 그에게 국립전주박물관의 당면한 과제와 사업 계획, 향후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11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전주박물관 관장직에 취임하게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2월 1일자로 발령받아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국립무형유산원과 전북도립미술관 등 지역 문화계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지역에서 전주박물관장 공석에 대한 걱정과 부임에 관해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박물관이 지역에서 가지는 위상, 기대가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되고, 기대에 잘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도시인 전주에서 국립박물관장 소임을 맡게 된 점에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지역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통 문화의 특색이 뚜렷한 전주에서 국립박물관장을 맡게 되셨는데 박물관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지역에 다양한 문화자산이 있는데 그 가운데 박물관이 다룰 수 있는 분야로 초기 철기시대의 청동기와 철기, 후백제, 가야, 조선왕실의 본향, 선비서예문화, 근대의 전통서화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이 관련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므로 이를 조사 연구해서 학술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전시, 교육이라는 형태로 대국민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박물관이 쌓아가는 학술적인 성과들이나 문화콘텐츠가 전주, 나아가 전북지역의 관광이나 문화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국립전주박물관만이 가진 장점과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물관은 우리의 역사,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공연, 문화행사를 제공하고 있고 어린이박물관, 차분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정원, 차 한 잔을 곁들여 편안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기관입니다. 이런 공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진입장벽을 없도록 한 것이 다른 문화기관과 차별화된 장점이자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국립박물관의 업무는 전시, 연구, 교육, 유물 수집 등 방대합니다. 그 중에서도 대민 서비스가 중요할 텐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관, 관리하며 이에 대한 조사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전시 교육하는 것이 박물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문화 서비스가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관람객에게 잘 전달돼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쉬운 정보 전달을 위한 ‘쉬운 글쓰기’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국립전주박물관에도 도입, 적용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박물관의 성과들을 누리집에 게시해 원하는 분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니고 있는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관장 공석으로 진행이 어려웠던 여러 분야의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먼저 대국민 서비스 분야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국내외 교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이 사라진만큼 일본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과의 교류도 재개할 계획입니다. 2026년에는 양 기관이 교류, 협력한 전시도 우리 박물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중국 소주박물관과의 교류도 다시 추진하려고 합니다.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의 현안은 복합문화관 건립입니다. 국회에 예산 반영을 요청해 둔 상태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당면 과제입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다른 국립지방박물관과 비교하면 규모에 비해 예산이 적은 편에 속합니다. 지역민을 위해 보다 많은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입니다. 전체적으로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박물관이 전북, 전주시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과 전북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박물관을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공연이나 행사를 즐겨도 좋고, 잠시 시간을 내 편안하게 정원을 산책하고 차 한 잔 즐기며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주에 소재하고 있지만 전북 전체를 대상으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도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방문하며 즐겨야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박물관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전시, 교육과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 칭찬도 하고 부족한 것은 질책도 하면서 꾸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박물관도 도민들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박경도 관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90년 대구 영남고와 1997년 경북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경북대 대학원에서 고고인류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부여박물관, 진주박물관, 대구박물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와 기획총괄과 등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이후 2011년부터 학예연구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 행정지원과, 전시과를 거쳐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을 역임했다. 박 관장은 “전북 도민과 관광객이 편안하게 오가며 산책하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만들고 싶다”며 정중동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계와도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관장은 대학 등 학창시절을 주로 영남에서 보냈는데 논문 및 저서를 보면 <금산지역 출토 가야토기>, <철제무기 비교분석을 통한 마한, 백제 그리고 가야> 등의 연구와 함께 한국 고고미술사학계에서 고대 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 기획
  • 김영호
  • 2023.12.17 17:02

[2023 군산시 시정결산] 다시 일어서는 역전의 명수 ‘군산’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2023년 군산시는 인구감소·지역 소멸, 기후변화라는 위기 속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 등 군산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내실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올 한해 새만금 산업단지에 이차전지‧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18개 기업과 7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7월 이차전지 국가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미래 모빌리티 및 재생에너지 산업과 연계해 대한민국을 이끄는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냈다. 특히 올 한해 ‘키움으뜸 가족행복도시’ 조성을 비전으로 시민과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 수도권 인구 유출 방지 및 정주여건 개선 등에도 앞장서 왔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숨 가쁘게 보낸 군산시의 2023년 한 해를 뒤돌아본다. 인구감소 위기대응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도모 2023년 시정 핵심 성과는 단연코 새만금 이차전지 국가 첨단산업 단지 지정 등 시 주력 미래 먹거리를 마련한 데 있다. 국가 첨단산업 단지 지정으로 새만금은 핵심 광물가공 및 리사이클링의 전초기지로서 이차전지 소재의 국산화 및 안정적인 공급망 역할을 하게 될 계획이다. 이에 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이차전지 전후방 기업 집적화 네트워크 구성 등 첨단산업 분야를 확장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은 민선 7기 동안 추진해온 친환경 모빌리티 및 에너지 산업 등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해 융복합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향후 이차전지·미래 모빌리티·신재생에지의 3대 산업은 지역 성장을 견인해 나갈 핵심 동력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민선 7기에 시동을 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육상 태양광 준공에 이어 수상 태양광까지 시행자 선정 등 정상화에 힘썼고, 해상풍력 발전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인 해상풍력단지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20여년 역사의 항만물류도시로서 인천항‧평택항에 이어 세 번째로 서해안에 설치되는 통관장이 이달 시범운영에 돌입하며, 군산새만금 신항 조성과 관련해 군산항과의 기능 분화 등 효율적 항만 운영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하며 관할권 분쟁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가 지난 5월 준공돼 고금리, 고유가 시대 자영업자의 경영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6년 연속 누적 금액 2조 2000억원 규모의 군산사랑상품권을 통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팍팍한 서민의 살림살이 부담을 경감했다. 여기에 기후변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농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탄소 고품질 식량작물 생산기술 보급 △신품종 지역적응 실증 기후변화 애로기술 보급 △지역적응 소득작목 복합기술 및 기후변화대응 사업 등을 추진했다. 수산식품 분야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한 안전관리강화는 물론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 직거래 장터 등 지역 수산물 판촉행사를 추진해 어업인의 소득 보전을 위해 힘썼다. 정주여건 개선⋯‘매력도시’ 조성 박차 지역소멸은 출산율 감소·고령화 뿐만 아니라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도 큰 요인으로 시민과 소통을 통한 시민이 체감하는 맞춤 정책 발굴에 지역 역량을 결집했다. 아이키움, 청년키움, 가정키움, 지역키움 등 4대 분야의 ‘키움으뜸 가족행복도시’ 지향을 통해 출산·보육 지원 및 교육환경개선, 청년 문화 육성 및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서부터 청년을 비롯한 전 시민의 정주문화 향상을 통한 삶의 질 개선까지 국민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가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피력했다. 교육을 통한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과의 교육격차 줄이기 위해 공공학습앱 공부의 명수를 출시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기초학력 증진에도 기여했다. 또한 청소년의 진로 계발 지원을 위해 4차례에 걸쳐 스스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자기계발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와함께 가계부담 완화 및 청소년 이동권 보장을 위한 중‧고생 무상교통 사업이 고등학생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돌입, 내년에는 중·고생 전체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단 설립도 창립이사회 개최 등 설립절차가 진행중으로 내년 1월 출범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고군산군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며 지질명소로 거듭나고 있고, 말도·명도·방축도를 대상으로 하는 ‘가고싶은 K-관광 섬’ 공모에 선정됐다. 그밖에 서해안 대표 수산관광명소로 촉망받는 △군산수산물센터 개장 △동백대교 미디어 파사드 설치 △월명산 전망대 조성 △내항 해일침수방지 친수공간 조성 △선교역사관 건립 사업 등 내항과 원도심 권역의 근대문화 관광 기반을 확대하고 향상하는데 힘을 쏟았다.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일상 지원 이상기후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위협받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보건 환경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의 응급의료 체계를 보완하고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군산전북대 병원의 사업비를 확정 짓고 시공사 공모에 돌입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효과적인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시민 건강 보호를 위해 어린이‧임신부‧어르신 등의 예방접종을 강화한 결과 ‘국가예방접종 유공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차전지 집적화로 화학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화학물질 안전관리원 업무협약, 민관산학 거버넌스,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 운영 등 사고 예방에 힘쓴 결과 ‘화학사고예방관리 이행 우수사례 공유대회’, ‘화학사고 지역 대비 체계 전국 지자체 경진대회’ 등에서 최우수 기관 등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갈수록 악화되는 자연재해 최소화를 위해 구암지구 풍수해 생활권, 급경사 위험지구 붕괴위험지역 및 옥회천·구암천·옥산천 등 지방하천 정비에도 힘쓴 덕분에 지난 여름 전례없는 기록적인 폭우에도 인명 피해 없는 대응으로 전국적인 ‘안전 일등 도시’의 명성을 얻었다. 각종 평가 32개 부문 수상, 49개 공모사업 선정 시는 올 한해 중앙부처 및 전북도 주관 등의 각종 평가에 총 31개 기관 표창 수상과 49개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12억 규모의 국·도비를 확보함으로써 우수한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중앙부처 평가에서는 △2023년 수산물 원산지표시 우수시장 콘테스트 △제2회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 수상 △2023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 △안전농산물기술보급활성화 우수사레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12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전라북도 평가에서는 △2024년 투자유치 우수기관 △2023년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시군 평가 △2023년 비상대비훈련 유공 기관표창에서 최우수를 받는 등 10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공모사업 선정 실적도 눈에 띈다. 올해 지역경제 회생과 생활밀착형 현안사업 추진을 위해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 대응한 결과 총 49개 사업이 선정돼 753억 원의 국도비를 확보했다.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신뢰받는 투명한 행정 시민에게 다가가 시민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발로 뛰는 현장행정 강화를 위해 시민이 찾아오던 기존의 톡앤톡 운영 방식을 ‘시장이 직접 찾아가는 톡앤톡’으로 개선했다. 민선 8기 시정목표인 ‘소통 공감 행정혁신도시’를 위한 변화의 시작으로,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생활 속 주민 불편 사항과 문제점을 듣고, 시민이 체감하는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 결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옐로우 횡단보도 설치 △대각선 횡단보호·동시 보행신호 설치 등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행로 확보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이뤘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지난 8월 군산 상일고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3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며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살리는 팀이 최후의 강팀이 되듯, 군산시도 새만금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8기도 이제 중반기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으로 인구감소 지역소멸, 기후 변화 등 당면한 위기와 지역 현안이 많이 있지만 시민과 함께 힘찬 변화로 희망찬 도약을 일궈내는 기회에 강한 군산의 저력을 보여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이환규
  • 2023.12.17 15:51

[2023 익산시의회 의정결산] 익산의 밝은 미래를 위해 ‘매 순간 최선’

익산시의회(의장 최종오)는 익산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계묘년(癸卯年) 새해 다짐과 같이 시민 중심 의정 활동을 펼치며 분주한 1년을 보냈다. 매 순간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 큰 목표를 이뤄 간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의 자세로 의원 25명 모두가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익산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시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익산의 힘찬 도약과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한 차원 높은 의정 활동을 펼친 익산시의회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직접 발로 뛰며 답을 찾는 ‘현장 의정’ 익산시의회는 현장 중심 의정 활동을 강조하며 언제나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현장에서 듣고 답을 찾고자 움직였다. 기획행정위원회는 민원 현장에서 지역주민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우리 동네 행복 더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의거리, 배산근린공원, 송정제 등을 방문,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직접 살피고 의견을 수렴했다. 보건복지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시민의 입장에서 현안을 바라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비회기 중 현장 방문을 추진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함라면 도시생태축 복원 사업지, 서부권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산업건설위원회는 중앙동 도시재생뉴딜 사업지, 마동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등을 찾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 마련에 힘썼다. 시민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공감 의정’ 익산시의회는 고물가, 고금리,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지역을 덮친 집중호우로 인해 막심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시민의 삶에 힘이 돼 주는 버팀목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다이로움 밥차 무료급식 봉사 활동에 의원들이 직접 참여하며 따뜻한 끼니와 함께 이웃 사랑을 실천했고, 수해가 발생했을 때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농민들과 이재민들의 아픔을 통감하며 피해 농가를 찾아 수해 복구 봉사 활동에 동참했다. 또 지난달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 연탄을 기탁하고 소외계층 가구를 찾아 직접 연탄을 배달했다. 이밖에도 설과 추석 명절에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전통시장 장보기 캠페인을 통해 민생 현장을 살피며 상인들을 격려하고 시민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의정’ 익산시의회는 올해 제249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제255회 임시회까지 총 7차례 81일(정례회 1회 25일, 임시회 6회 56일)의 회기를 운영하면서 총 20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전체 안건 중 조례안은 136건인데 이 중 67건이 의원 발의를 통해 제·개정됐다. 익산시 공공심야어린이병원 및 공공심야약국 지원 조례, 익산시 논타작물 육성 및 지원 조례 등 의원 발의 조례는 주로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의원들이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치 입법 역량을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제256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까지 폭넓은 주제의 5분 자유발언 61건, 시정질문 5건을 통해 시민이 눈높이에서 현안을 바라보며 시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564건의 시정 및 개선을 요구하며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와 함께 의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역량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체류형관광 활성화 연구회, 탄소중립도시 연구회,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방안 연구회 등 5개의 의원 연구 단체를 구성해 정책 연구 활동을 펼치고, 새활용 센터와 반려동물 놀이터 등의 선진지를 찾아 견학하며 지역 특성에 적합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마련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통한 ‘협치 의정’ 익산시의회는 지역 현안 해결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집행부는 물론 지역 내 기관·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긴밀한 협치에 주력했다. 집행부에 대해서는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민의 뜻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 및 기관과 수시로 간담회를 갖고 논의했다. 집행부 외에도 소통과 협치의 폭을 넓혀 나갔다. 의정회, 원광대학교, 전라북도교육청, 익산참여연대 등 지역 기관 및 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하면서 현안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노력했다. 또 익산시도시관리공단 출범에 따라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협약을 바탕으로 후보자의 전문성·적합성·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인사 청문회를 도내 시·군의회 중 최초로 실시했다. 이외에도 자매도시인 경북 경주시, 미국 컬버시, 중국 진강시, 우호도시인 일본 분고오노시의 각 의회와 관광 활성화 방안, 고향사랑기부제 정착 방안 등을 비롯해 산업·경제·문화·교육·스포츠 분야의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종오 의장은 “익산시의회에 보내 주시는 시민 여러분들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25명의 의원 모두는 언제나 시민 여러분의 편에 서서 시민 행복과 지역 발전을 실현해 가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갑진년(甲辰年) 새해에 모든 분들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덧붙였다.

  • 기획
  • 송승욱
  • 2023.12.17 15:46

[건강] 고령화 인구 증가와 퇴행성 질환인 대동맥판막 질환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79만 9800여 명이었던 전라북도 인구는 2021년 178만 6000여 명, 2022년에는 177만 7200여 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인구는 감소와 함께 고령화 인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자료에서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52만 2492명에서 2021년 54만 5953명, 2022년에는 56만 9812명으로 늘었다.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대동맥판막 질환’도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2만 1000여 명으로 2010년 4600여 명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과거 개흉을 통해 치료를 했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되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란?...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사망률 50% 심장에는 피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루 10만 번 열고 닫힘을 반복하며 ‘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 판막’이 있다.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나이가 들면서 석회화로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협착이 생기는 질병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흉통, 실신, 호흡 곤란 등이 있지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증상이 노화의 증상과 비슷해 진단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율은 약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하고 있어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진단과 치료 진단은 청진으로도 가능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청진 시 특유의 잡음을 포착할 수 있으며 이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확정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7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많이 발견되며 일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이엽성 판막(정상 판막이 세 쪽으로 구성된 것에 비해 기형적으로 판막이 두 쪽으로 구성된 것)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60대의 나이에 발견되기도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병하면 약물을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은 개흉으로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방식이며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은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후 협착된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판막을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개흉으로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질환 특성상 고령 환자가 많고 당뇨,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을 보유한 환자가 많아 개흉술 시행 시 회복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이 기술은 200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개발돼 국내에는 2010년대 초반에 시행됐다. TAVI 시술의 경우 전신마취 없이 시술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비교적 짧아,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다만 TAVI 시술의 경우 약 3000만 원 대의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비용적 부담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담 역시 2016년부터 20%의 선별 급여가 적용됐고 2022년부터는 급여가 확대돼 금전적 부담이 많이 줄어 들었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불가능군 혹은 수술 고위험군일 경우 자기부담금이 5%로 크게 감소돼 현재는 비용적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전북 최초 대동맥판막 삽입술 200례 달성, 전북대학교 병원 심장내과 이상록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고통을 받던 고령환자들이 대동맥판막 삽입술을 통해 확연히 달라진 일상을 맞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의료진을 믿고 시술에 임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심장내과 과장을 맡고 있는 이상록 교수(51)는 전북 의료기관 최초로 TAVI 시술 200례를 달성하며 지역 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를 이끌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전북 지역 최초로 TAVI 시술에 성공한 이 교수는 2021년에 100례를 달성한 데 이어 1년 새 추가 100례를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이 교수는 의료진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로 전북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을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또 심장내과 의료진과 더불어 마취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간호사까지 다양한 의료진과의 원활한 협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이러한 성과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TAVI 시술이 환자에게는 필요하지만 높은 비용과 어려운 과정 등의 이유로 지역 사회에서 시도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TAVI가)시행 초반 높은 비용으로 선뜻 시술을 받는 환자가 많지 않아 지역 사회에서 시도하지 않으려고 했던 분야의 시술이고 우려도 많았다”며 “그러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술이고 또 전북대병원이 지역 대표 3차 의료 기관인 만큼 그 일원으로서 책임을 느껴 직접 시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200례 시술 환자는 80대 초반의 환자로 60대 중반 이미 개흉을 통해 판막을 삽입한 이력이 있는 환자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숨이 찬 중상을 느껴 심장초음파를 시행, 수술한 판막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80대 중반 고령의 나이로 재수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이 교수는 TAVI를 추천했고 시술 3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교수는 “환자분이 수술 직후부터 무리 없이 소통하고 활동하시면서 즉각적으로 증상이 완화된 것을 체감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전북대학교병원이 지역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료인이 남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도 당부했다. 이상록 교수는 “전북대병원은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고 혁신적인 의료 기술 개발을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하는 등 치료 환경 발전을 위한 저변을 확대해 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의료 인력을 확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 졸업 후 타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의료 수가를 보다 정밀하게 조정하는 등 젊은 의료진이 전북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 출신인 이상록 전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전남대학교 의학 박사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 현재는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정회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학술위원 및 인증제관리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기획
  • 이준서
  • 2023.12.15 09:58

[新팔도명물] 부안 청년들이 주목한 '그 시절 디저트'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지역'은 신선한 문화가 됐다.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져 지역 고유의 특색을 보여 주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기존 소비층인 노년층부터 주 소비층인 MZ세대까지 모든 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로코노미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로컬과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역 고유의 희소성과 특색을 담은 이색적이고 특별한 상품·콘텐츠를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국내·지역·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랑받고 있다. 부안 청년들이 만드는 그때 그 시절 디저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부안 청년들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로 '지역'만의 새로운 특산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옛날에 즐겨 먹었던 개성주악, 찐빵이 최신 트렌드를 만나 '힙'한 디저트가 되면서 대박 났다. ◇청년들이 재해석한 "그땐 그랬지" 부안 청년이 바라본 전통 디저트는 어떤 모습일까. 개성주악은 옛날 고려시대부터 즐겨 먹던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손님을 대접하거나 잔치·연희에서 등장하던 귀한 음식은 오늘날 '힙'한 디저트가 됐다. 부안에서 만드는 개성주악은 조금더 특별하다. 개성주악 맛집으로 유명한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에서는 갓 도정한 부안 간척지 찹쌀을 직접 빻아 막걸리를 넣어 반죽해 하나하나 빚어서 만들고 있다. 개성주악 위에는 샤인머스켓부터 금귤·도라지·호두정과, 금가루까지 다양한 토핑이 올려져 있다. 평일 기준 하루 판매량은 무려 1000개, 주말은 1000개가 기본이다. 개성주악뿐만 아니라 쌀, 보리, 귀리, 검은콩, 현미, 깨가 들어가는 미숫가루부터 개성주악과 마찬가지로 간척지 찹쌀로 빚어 만든 전라도약과·식혜·강정 등 전통 디저트 위주로 만들고 있다. 전통 디저트에 진심인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는 올해 문 열었지만 M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노년층에게는 추억을 주면서 부안의 명소가 됐다. 부안의 명소 하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있다. 바로 '슬지제빵소', 이곳의 주 메뉴는 찐빵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면 따뜻한 찐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옛날에 어머니가 투박한 손으로 빚어낸 찐빵은 겨울 필수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슬지제빵소'의 찐빵은 차갑게 먹어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찐빵이라 더 특별하다. 슬지제빵소의 찐빵은 건강하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적용업소) 인증 받은 공간에서 생산된 무방부제 제품이다. 우리가 아는 팥앙금이 가득 들어 있는 팥찐빵부터 곰소소금·파베이컨크림치즈·생크림·크림치즈찐빵, 찐쑥빵 등 현대인의 입맛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찐빵까지 종류도 많다. 지난 2000년 빨간 간판 달고 5평 남짓한 찐빵가게에서 시작한 '슬지제빵소'는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큰 건물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연간 10만 명 이상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매가 바른 먹거리를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가며 바른 재료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4남매는 아버지가 만들어왔던 찐빵을 재해석해 계속해서 새로운 건강한 찐빵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디저트 성공의 핵심? 로컬!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 '슬지제빵소' 모두 지역 농산물에 주목했다. 모든 재료를 지역에서 공수한다는 원칙으로 전통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청년들이다. 국산 농산물은 수입과 비교해 재료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맛과 질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청년들의 말이다. 디저트를 만들 때 필요한 농산물은 직접 수매하는 유통구조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농가의 어려움을 보면서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곳의 공통점은 지역 농가와 상생하면서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두 곳의 철학 모두 '지역'이 중심이다.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의 철학은 아끼지 않고 좋은 재료, 깨끗하고 건강하게 우리 농산물 고유의 맛, 그 가치를 담아내는 데 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먹어본 전통 디저트의 기억을 더듬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오는 부안 농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맛 좋은 전통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슬지제빵소'의 철학 역시 조금은 투박하고 평범할 수 있는 슬지네만의 음식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담는 일이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지역주민·농가와 함께 상생하는 일을 추구한다. 100여 곳의 지역 농가들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부안 청년 대표들이다. ◇미니 인터뷰 △서봄해(27)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 대표 “전통 디저트를 떠올리면 되게 거창하고 손 많이 가는 것을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서 대표의 마음속에는 항상 ‘전통 디저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정갈하게 빚어 만드는 것뿐이지 결코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게 서 대표의 말이다. 많지 않은 인력이지만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만드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다. 일분일초를 쪼개 쓸 정도로 바쁜 서 대표지만 공장이 아닌 수작업을 통해 손님에게 전통 디저트를 내어 주고 있다. 서 대표는 “많이 투박하고 못생겼다. 그 자체로도 정겹다고 생각하고 맛있게 드셔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 역시 할머니·어머니가 만들어 준 전통 디저트를 동네 할머니들과 같이 나눠 먹으면서 컸다. 청년이지만 케이크·마들렌이 아닌 전통 디저트를 고집하는 것도 익숙해서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좋은 추억,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은 서 대표다. 그는 “어릴적 동네 할머니들과 삼삼오오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좋아서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면서 “아끼지 않고 좋은 재료로 깨끗하면서도 건강하게 우리 농산물의 고유한 가치를 담아내는 음식·디저트를 내어 주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김종우(29) 슬지제빵소 대표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부터 말씀하셨던 게 바로 ‘건강한 먹거리’입니다.” 슬지제빵소는 찐빵의 속인 ‘팥 앙금’도, 찐빵을 만드는 밀도,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년 전에 부모님이 운영했을 때도, 4남매가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고 있는 슬지제빵소. 김 대표는 “처음부터 지역 농산물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저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농가를 보고 농부를 보다 보니 지금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도와 줄 수 있는 게 지역 농산물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지제빵소를 찾는 방문객 수는 편차가 있지만 평일에는 평균 200팀, 주말에는 5~600팀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슬지제빵소도 고민이 생겼다. 바로 ‘대기’다. 김 대표는 “저희의 목표는 ‘대기’를 없애는 것이다. 빨리빨리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서 ‘슬지제빵소’를 찾은 뒤에도 아쉬움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기도 생기고 품절도 되고 하면 저희야 너무 감사하지만 일부 방문객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크다"면서 "정말로 어떻게 하면 방문객, 고객님들이 아쉬움 안고 돌아가는 일이 없을까 고민이 깊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대표는 아버지의 풍부한 경험, 김 대표만의 새로운 발상을 함께 해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에 대한 철학을 계속 지켜나갈 계획이다. 전북일보=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3.12.14 16:43

마을 문제 발굴·해결 모두 ‘주민 손으로’

‘문화마을29’는 ‘문화도시 삼삼오오’와 함께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시민 주체 플랫폼이다. 삼삼오오가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반면, 문화마을29는 마을 단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이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모든 마을은 특별하다’를 주제로 익산지역 29개 읍면동에서 마을 주민 3명 이상이 모이면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올해 문화마을29 ‘익산을 부탁해 시즌4’는 마을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문제해결형, 마을 유휴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활용형, 이웃들과 함께하는 지역축제를 기획하는 마을축제형 등으로 유형을 나눠 진행됐으며, 12개 읍면동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19개 팀이 참여했다. 다시 만난 대장촌, 춘포마을 지난 6월 23일 익산 춘포면에서는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역사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이는 춘포에 터 잡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살아 있는 근대역사마을 춘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춘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활용해 마을 관광 콘텐츠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카페 춘포에서 열린 ‘다시 만난 대장촌, 춘포마을’ 포럼에서는 현재 춘포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 청년들과 해방 전후 춘포에서 나고 자란 산증인들이 함께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눈앞에 그려졌다. 춘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1934년생 김준태 수필가와 춘포 출신이자 ‘봉인된 역사(대장촌의 일본인 지주와 조선 농민)’의 저자 윤춘호 SBS 논설위원이 마을 투어를 하며 해방 전후 춘포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고, 참여자들은 생생한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탈의 슬픈 역사를 가슴에 담았다. 특히 김 수필가는 카페 춘포(춘포청년회관)에서 시작해 김성철 가옥, 도정 공장, 에토 가옥 등을 둘러보면서 해방 전후 당시 누가 어디에 살았는지, 일본인 지주들과 대장촌 농민들의 생활은 어땠는지 마치 호적 계장이었던 것처럼 기억을 되새겼다. 춘포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활용해 관광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포럼에서는 일본 구마모토 출신 재한 일본인 기무라 유미 씨를 비롯해 지역생태연구가 유칠선 박사, 김세만 익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최인경 한국관광공사 전문위원 등이 제각기 춘포의 역사와 만경강의 생태, 여행지로서의 춘포의 매력 등에 대한 이야기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19개 팀 참여 주민들의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마을을 변화시키는 올해 문화마을29에는 12개 읍면동에서 19개 팀이 참여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실버층을 위한 사업이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영등동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웃음 테라피 수업이 펼쳐졌고, 동산동에서는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생태 교육 및 플로깅(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 진행됐다. 또 중앙동과 모현동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자랑 및 공연이 펼쳐져 큰 호응을 받았다. 춘포면에서는 지난해 귀촌한 청년이 마을 이장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쉼 공간을 마련해 제공했고, 신동에서는 동네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음식 만들기와 공예 체험 수업 등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여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역의 소중한 역사를 알리고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마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해방 전후 춘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 춘포면 외에도 삼성동에서는 문화 둘레길 코스를 돌며 마을 이름을 알아보는 스탬프 투어와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 함라면은 문화재로 지정된 7개 유적을 돌아보는 스탬프 투어가 진행돼 방문객들에게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밌게 알렸다. 함열읍에서는 반려인구 확산 시대에 발맞춰 지난해에 이어 댕댕이 모델 선발대회가 진행돼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 마을의 역사와 생태, 주민들을 위한 (보드)게임, 공예, 벽화 그리기 등을 주제로 한 사업들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주민 참여로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문화마을29는 익산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전인 2020년부터 시작됐다.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상 지역별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각 읍면동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마을의 문제를 발굴해 직접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전체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앞두고 시민 워크숍과 문화도시 공청회, 다 같이 회의 등 다양한 예비 사업을 추진해 온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는 보다 많은 시민 참여를 위해 문화마을29를 기획해 추진했다. 이는 2021년 말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실제로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들이 마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는 것은 물론 주민들끼리 마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함께 바꿔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마을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문화도시29를 비롯한 시와 센터의 문화적 가치 확산 노력은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시는 지난 6일 열린 2023년 문화영향평가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 주도 문화도시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문화도시29는 참여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올해 시즌4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와 센터는 그동안 문화마을29에 참여한 팀의 사업 중 지속성과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선정해 고도화하고 마을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마을의 역사·문화 자원이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링과 지원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기획
  • 송승욱
  • 2023.12.13 15:56

[조법종 교수의 전라도 이야기] (19) 1884년 미국외교관 포크의 전라도 기행을 마치며

1884년 11월1일-12월14일까지 조선의 충청-전라-경상 등 삼남지역 조사를 위한 포크의 전체 일정 가운데 이번 기획을 통해 연재한 부분은 11월8일-11월 20일 사이의 전라도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고 실제 내용은 전라북도 권역에 한정하였다. 이번 연재를 마치며 남원일대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11월 15일 나주에 도착한 포크는 자신이 나주까지 와야 했던 핵심 목표인 나주앞 영산강 포구에 쌀을 수송할 수 있는 ‘침몰하지 않는 증기선’이 들어올 수 있는 지에 대한 내용을 집중 조사하였다. 포크의 나주 물길에 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주의 내륙수로) 남쪽으로 1마일(1.6km) 거리쯤에 폭이 좁은 강(江)[영산강]이 있었다. - 지도 [대동여지도]에 나와 있는 강이었다. 이곳에는 조수가 있었는데 조수간만 차이가 대략 4-5피트(1.2-1.5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하지만 배는 나주에서 10리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 이 같은 조사내용 결론은 결국 나주 영산포까지 쌀 수송을 위한 증기선의 진입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후 포크는 광주로 가는 도중에 영산강 나루에서 자신의 짐을 실은 나귀가 물에 빠져 공들여 찍은 대부분 사진의 유리원판들이 깨지거나 물에 젖어 손상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1월 18일 담양을 지나며 사찰터에서 만난 석당간의 신비로움에 빠져 직접 담양 석당간을 그려 수첩에 남겼다. 이 같은 한국의 종교신앙과 불교문화에 대한 포크의 호기심과 관심은 남원 초입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11월 19일 순창을 지나며 ”순창은 미소(miso, 일본 된장)를 만드는 소스인 된장과 빨간 고추로 만드는 고약 같은 혼합물(고추장)로 유명했다. 조선에서 최고였다! “는 찬사를 남기고 남원으로 진입하였다. 이때 포크는 전라도는 대체로 나무와 목재가 매우 희귀하며 충청도에서도 비슷했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길의 협소성과 관리의 문제를 들며 조선의 마을들은 도로가 발달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남원초입에서 현재의 만복사지 유적을 만난 포크는 ”수많은 불교 유물들이 있었다. 나는 네 장의 사진을 찍었다. 노출 시간은 11-13초(해가 밝고 날씨가 좋았다)였다.“라고 적고 특히, 만복사지 입구의 석인상과 불상 등에 매료되어 ”부처의 얼굴과 옷, 자세는 평생 본 중에 가장 즐거운 것이었다. 진정으로 아름다웠다.“와 같은 많은 설명을 남겼다. 또한 남원 성벽이 보수되고 있는 상황을 기록하고 남원지역 전체 도면을 작성했다. 특히, ”남원 주변에서 나는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특이할 정도로 많이 봤다. 그리고 키가 무척 큰 남자들도 많았다. 일부는 완전히 유럽 사람의 얼굴이었다.“ 라고 기록해 남원사람들 가운데 키 크고 옷 잘 입고 이국적인 얼굴 모습이 많이 남아있음을 기록하였다. 한편, 포크는 남원 초입부터 가마꾼들이 기생 여주인공이 살았던 곳이 어디냐며 흥분했던 곳을 찾아 오작교(烏鵲橋)(O-chak-kyo)와 광한루(廣寒樓)(Kwang-wol-nu)에 올라 강 건너 언덕들과 연못을 보며 ”이 다리와 집은 조선에서 무척 유명했다. 모두에게 알려진 전설적인 판소리의 무대였다.“고 소개하였다, 그리고 말미에 춘향전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춘향전 영문번역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매우 높다. 남원 광한루 오작교 이야기 (포크는 춘향전 제목을 이같이 붙였음 옛날 옛적에 남원 부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이 때 이름인 이도령으로 불리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가장 아름다운 기생인 춘향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조를 했다. 그런 후 부사와 아들은 서울로 갔다. 그리고 새로운 부사가 남원에 내려왔다. 그는 백성들을 착취하기로 악명을 떨치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는 춘향을 원해서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응하지 않았다. 그가 묻자 그녀는 이유를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매질을 하고 감옥에 가뒀다. 그리고 5-6년을 가둬두고 때때로 불러서 매질을 했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동안 이도령은 이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과거시험을 통과하고 어사 벼슬을 얻어서 세 마리의 말이 새겨진 마패를 품고 전라도로 파견됐다. 그는 거지처럼 더러운 옷을 입고 남원으로 내려왔다. 부사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광한루에서 진수성찬을 차리고 잔치를 벌였다. 이웃 고을에서 관리들이 참석했다. 술, 여자, 밥, 그리고 시(詩)가 있는 호화로운 잔치가 벌어졌다. 손님이 모이고 더러운 옷을 입은 어사도 참석한다. 부사는 서둘러 하인들을 불러 그를 쫓아내라고 한다. 하지만 운봉(雲峯)(Unpong)의 영장이 어사의 신분을 반쯤 알아차리고 말한다. “그를 머물게 합시다.”(그의 주장은 그도 부사와 마찬가지로 남자이므로 그 역시 이곳에서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길 자신의 차림새가 거지같아서 한 명을 제외하면 어떤 기생도 그의 곁에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어느 소녀가 곁에 있다면 술맛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옆의 기생이 그를 의심했다. 그는 운봉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소고기를 좀 주시오.” 운봉이 많은 양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다리를 뻗고 긴 소매로 고기를 쓸어버리고 관리의 얼굴에 국을 엎어버렸다. 그는 시를 한 수 쓰겠다고 했다. 운봉이 그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썼다. “금잔의 술은 천인(千人)의 피요, 옥쟁반의 음식은 만인(萬人)의 기름이다. 음악은 백성들의 신음이다.” 운봉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시를 이해하지 못했다. 운봉영장은 “저는 이만 가보겠소이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타고 채찍질을 하면서 자신이 왜 앞으로 가지 않는지 의아해 했다. 바로 그때 어사 역시 자리를 뜨고 그의 일행들이 쳐들어와서 부사와 군중을 두들겨 패고 일부를 잡아갔다. 부사는 바지에 일을 보고 말았다. 임실의 현감은 쥐구멍에 머리를 쳐 박아서 사람들이 머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신기해했다. 어사가 의복을 갖춰 입고 돌아와 춘향이를 불렀다. 다른 기생들이 그녀가 쓴 칼을 벗겨냈다. 그는 모든 사연을 편지로 써 왕에게 보냈다. 왕은 춘향이를 어사에게 아내로 주고 관직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이도령의 일생에 관한 아주 긴 노래(판소리)의 일부분이다. 전라도에는 위와 같은 이야기를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들이 많았다. △필자는 향후 이들 자료의 구체 내용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검토를 약속하며 본 연재를 마칩니다. <끝>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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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1 17:33

[뉴스와 인물] 취임 한 달 임병숙 전북경찰청장 "도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 지킬 것"

지난 10월 31일 제35대 전북경찰청장으로 취임한 임병숙(57) 치안감은 취임사에서 "언제라도 도민들께 달려갈 수 있는 친근한 전북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 여, 취임사에서 다짐한대로 지역의 치안활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임 청장을 만나 전북 치안수장으로서의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취임하신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일보 구독자 여러분, 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북에서의 첫 근무를 반갑게 환영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도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한 달 여 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각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전북경찰 가족들의 모습과 전북경찰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주신 도민 여러분들을 만나 뵈며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를 도민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로 삼아 기대에 부응하는 전북경찰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취임사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전북경찰을 강조하셨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전북치안의 최종 목표는 도민이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북경찰 모두가 주민의 각종 부름에 법과 규정, 즉 기본과 원칙에 부합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 도민들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같은 통제 중심의 지시는 자칫 소극행정이나 형식주의로 빠질 수 있으므로, ‘즐겁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찰조직에서 즐겁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짧게 표현한다면 상·하급자 모두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대화하고, 보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즐겁고 유연한 조직 문화는 내부만족을 넘어 외부만족으로 연계돼 결국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치안서비스로 승화되는 선순환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 전북경찰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적극적인 자세로 오직 도민 여러분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만 바라볼 것을 약속드립니다." -재임 기간 동안 전북 도민을 위해 중점 추진하실 사항이 있으시다면. "도민 여러분이 안전과 평온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 전북경찰은 존재 이유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안활동의 목표이자 비전을 도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지키기로 설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특히 강조한 중점 사항은 먼저 전북경찰 모두가 도민의 입장과 상황을 헤아리고 공감할 줄 아는 '도민중심, 인권존중'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현장 인력을 강화해 도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든든한 이웃'으로서 도민의 눈높이에서 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전북경찰청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사건처리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범죄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배려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인권도 생각하는 인권친화적 경찰활동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담당 업무에 정통한 '선진 프로경찰관 육성'과 주민의 다급한 요청에도 신속 정확히 응답하는 '신속,민감 치안시스템' 구축에도 매진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현장인력 강화를 중점으로 한 인력재배치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상에서 위협받는 도민분들이 없도록 치안인력 확보를 중점으로 조직 개편과 인력재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생활안전부로 이관, ‘범죄예방 – 지역경찰 - 112상황실’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현장에서 범죄의 예방과 대응이 더욱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범죄 신속대응 체감치안도 강화하신다는데, 주로 어떤 내용입니까. "범죄예방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도경찰청에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함으로서 범죄취약지, 우범지대에 대한 예방순찰과 범죄분위기를 제압함과 동시에 지역경찰 등 현장 치안 인력의 부담을 줄여줄 예정입니다. 인력조정은 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과·계 통폐합으로 행정 인력을 감축하고 일부 지역경찰 재배치를 통해 치안수요에 맞는 효율적 인력운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 자치경찰제 시행과 관련해 자치경찰위원회와 협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북경찰청은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도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 여성안전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등 대학가에 1000여 개의 방범시설을 추가 설치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대학가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대비 절도 71%, 행패소란 100% 감소 효과를 거뒀습니다. 또 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력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예방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해 사망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도민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자치경찰위원회와 소통하면서 협력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선거사범 수사 방침 등이 있으신가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혼탁했고 내년 총선도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북경찰은 선거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선관위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주요 사무일정에 마쳐 1∼3단계로 수사전담반을 편성하는 단계별 단속체제를 가동, 선거사범 단속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금품선거 등에 대해서는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불법 행위자뿐 만 아니라 배후까지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사법처리하고 철저히 수사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다 안전하고 평온한 지역사회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도민의 참여와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우리 전북경찰은 항상 도민 여러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며 특히, 약자의 아픔을 보듬는 치안활동을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실천하고자 합니다. 도민여러분께서도 안전하고 행복한 전북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전북경찰에 대한 관심과 성원도 아낌없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 전북경찰은 도민 여러분들 모두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하시길 기원하며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병숙 전북경찰청장은 서울 출신인 임 청장은 한양사대부속여자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사교육학과,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8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해 서울청 관악·서초·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경기북부청 가평경찰서장, 서울청 여청과장, 광진경찰서장, 국가수사본부 수사인권담당관, 인천청 수사심사담당관, 광주청 수사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여성, 순경 출신으로 치안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물이기도 한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합리적인 업무추진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 36년 경찰생활 가운데 주로 형사, 수사부서의 경험이 많은 임 청장은 폭넓은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탁월한 수사 추진력을 갖고 있고 피해자 보호 및 조직관리 능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서울 서초서 수사과장 근무당시 서울동부지청 검사가 절도여성 피의자와의 추문이 벌어지고 당시 해당여성의 사진을 검사와 직원들이 돌려보며 유포한 사건을 수사했고 유포 당사자들은 모두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검사들이 경찰서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한자성어인 '공평무사'를 경찰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로 여기고 있는 임 청장은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경찰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취임 직후 전북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도민들의 삶의 현장속에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담=백세종 사회부장, 정리=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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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0 16:14

[2023 되돌아 본 무주 군정] 무주다움으로 승부!

무주군은 올 초, 민선 8기 추진 원년을 맞아 참여 군정 실현과 현안 사업추진을 통해 침체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과 ‘청년 사업’, ‘미래 농업’을 비롯한 ‘군립요양병원 & 복합문화도서관 조성’ 등의 현안 사업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지역소멸 위기와 코로나19 여파, 불안했던 국내외 정세 속에서 ‘무주다운 무주’를 지탱하는 힘, ‘행복한 군민’ 실현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태권시티 무주 도약 무주군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와 종주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위상 강화, 그리고 태권시티 무주 완성을 위해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이하 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앞서 확보(2023년)한 국비 3억 원을 기반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이 진행 중이며 군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10억 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11월 2차례에 걸쳐 국회를 방문한 황인홍 군수는 예산결산위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 사관학교 설립 추진의 필요성과 시급성, 추진 상황 및 계획 등을 설명하고 관련 용역비를 2024년 정부예산(국비)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태권도 특수 목적고 설립’과 ‘태권브이랜드 & 태권어드벤처 조성’, ‘태권마을 분양’ 등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및 운영을 뒷받침해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태권도원 유치·조성 기록화 사업 용역도 지난 7월에 착수한 상태로, 태권도원의 유치와 조성에 관한 모든 과정을 기록화할 계획이다. 첨단농업 육성 무주군은 기후변화와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65세 이상 농업인 수 매년 약 1% 증가), 청년농의 지속적인 감소(18~49세 이하 농업인 수 매년 약 0.5%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팜으로 상징되는 미래 농업 육성에 나선다. 이를 위해 ‘스마트팜 활성화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며 무풍면에 ‘고랭지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여름딸기, 일시 수확형 상추)’ 조성(벤로형 연동 하우스)도 앞두고 있다. 농림부 공모에서 선정된 저탄소에너지공동이용시설 지원 사업(지열 재생에너지 공동이용을 위한 기반시설 설치)과 연계해 청년 창업농들의 안정적 정착 여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1읍·면 1특화 작목도 육성한다. 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득원 발굴 루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업 분야는 2024년 산림소득 공모 사업 선정(국비 1억 5000만 원 확보)을 계기로 더덕과 표고버섯 등 단기 소득 임산물 재배 기반을 마련하는 등 발전을 꾀하고 있다. 미래 세대 정착 유도 행정조직에 청년정책팀(구 미래세대팀)을 신설하고 지역 내에서는 청년들의 전담 활동 공간(‘청년마루’, ‘무주군 청년정책협의체’)을 운영하는 등 청년들이 정착해 살고 싶은 무주 만들기에 주력(청년친화 우수 기초자치단체 정책대상 수상)하고 있다. 또 청년 생활 안정과 복지 및 권익 증진, 교육 및 창업 육성, 문화예술 활성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년안정기금(30억 원)을 조성했다. 지난 10월에 마무리한 무주군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부문에 관한 총 32개 사업이 담겼다. 문화관광형 창업 지원 사업 공모(9명 창업, 1억 5천만 원 지원)를 비롯해 전북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2곳, 1억 6000만 원),에도 선정됐으며 이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29곳, 39명 지원)과 무주청년 키움두배 통장사업(만 18세 이상~만 49세 이하 소득자로서 가구원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36개월간 매월 10만 원 적립하면 군비로 10만 원 매칭 지원)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군립요양병원 &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사업 추진 고령화에 따른 의료욕구 해소와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 영위를 위해 무주군립요양병원과 복합문화도서관 건립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두 2024년 완공 예정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129㎡ 규모(지하 1층, 지상 3층 126병상)의 무주군립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상해 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 감염병 환자, 치매 환자 등 장기 입원(요양)이 필요한 환자 모두 이용·가능하다. 무주군은 군립요양병원을 통해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전체 인구의 36% 이상인 지역 현실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도서관과 가족센터, 생활문화센터 등 3개의 문화공간을 아우르는 무주군 복합문화도서관(4500㎡, 지하 1층, 지상 3층)은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문화공간, 상담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2024년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재(11월 말 기준) 공정률은 85% 정도다. 누구나 살고 싶은 무주 반딧불이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이를 기반으로 ‘무주다움’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무주군은 특색 있는 지역발전을 지향한다. 특히 ‘누구나 살고 싶은 무주’를 만든다는 방침으로 이를 위해 ‘주거환경 개선’과 ‘공용주차장 조성’,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에 주력하는 중이다. 우선 ‘농어촌 빈집 정비’ 사업을 통해 주거용 59동과 비주거용 30동을 정비했다. ‘희망하우스 빈집 재생’ 사업을 통해서도 4동을 개선했으며 ‘주택개량 사업을 통해서는 38동을 정비했다. 무주읍 당산리를 비롯해 현재 6곳에 공영주차장이 조성 중이며 적상면과 안성면, 부남면 지역 376곳에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도시 숲과 가로수 조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데다 미세먼지 신호등(6개소)과 도시대기측정망(2개소) 등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스마트 관망 관리 인프라 구축,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무주읍 용포리, 적상면 포내리 · 삼가리)와 하수도시설 개량 통해 깨끗한 물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황인홍 무주군수 “어제보다 나은 무주 실감”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추진, 지역경제 활성화, 첨단농업 육성, 청년 정착의 실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모두가 무주다운 무주, 어제보다 나은 무주를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황인홍 군수는 ”무주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지속성을 갖기 위해 추진한 것들인 만큼 사업 하나하나에 절실함이 배어있다“며 ”그동안 다지고 이뤘던 것을 토대로 차근차근 완성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4년 자연특별시 무주방문의 해를 기대해 주시라“며 태권도원을 비롯한 반딧불이와 반딧불축제, 산골영화제, 그리고 무주만의 자연, 환경, 관광과 역사, 문화 자원을 통해 특별함을 안겨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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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종
  • 2023.12.07 16:17

익산 문화도시 삼삼오오, 시민 참여 플랫폼 역할 ‘톡톡’

‘문화도시 삼삼오오’는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시민 주체 플랫폼이다. 시민들이 직접 문화도시 익산을 위해 필요한 것과 해보고 싶은 활동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거쳐 제안하고, 이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기획·실행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9년 말 익산시가 예비문화도시 탈락의 아픔을 겪을 당시 익산 시민단체 희망연대가 이를 제안했다. 이듬해 재도전을 위해 시민 공론화와 시민 주도 의제 발굴 등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2020년 시작된 ‘문화도시 삼삼오오’는 예비문화도시 선정과 법정문화도시 선정과 함께 4년째 이어지면서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시민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 158개의 시민 이야기 모임에 900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제안한 프로그램 중 59개는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해 실행됐다. 올해는 39개 모임에 270명이 참여했고, 그중에서 선정된 18개 팀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맨발 걷기 최적지 배산, 익산의 자랑 “익산의 배산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지난달 열린 ‘2023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 성과 공유회에서 ‘배산 둘레길 맨발 걷기’ 실행 소감을 나눈 이순자 씨는 발표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맨발 걷기로 스스로 건강을 챙긴 것은 물론, 타 지역에서 배산 맨발 걷기를 위해 익산을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면서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이 완연했다. 그의 모임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15차례에 걸쳐 배산공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맨발 걷기를 진행했다. 맨발 걷기의 효과를 널리 알려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게 하는 것과, 맨발 걷기에 적합한 장소를 발굴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처음 맨발 걷기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집에 가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문의 전화가 울려 댔어요.” 맨발 걷기를 궁금해 하거나 혹여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자료집 ‘우리 몸엔 발이 스타입니다’를 만들어 맨발 걷기의 효능과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또 배산공원을 맨발 걷기 최적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환경 점검을 하면서 배산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료집과 기념품을 나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추석 명절에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에 배산공원 세족장에서 모여 맨발 걷기를 했다. 걷기 전에는 꼭 준비 운동을 하고 강익현 한의원 원장에게 맨발 걷기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체조도 하고 웃음 치료도 하고 걷고 난 후 체험담도 서로 나눴다. 맨발가를 만들어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배산공원은 맨발 걷기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황톳길 자체가 맨발 걷기에 적합하고 나무 그늘도 많을뿐더러 발 씻는 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조성돼 있고 별도의 주차 공간과 도심 속 입지 등 접근성도 뛰어나 지역 대표 맨발 걷기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입소문을 타자 여기저기서 맨발족들이 몰려들었다. “김제에서 온 어느 부부는 매일 아침 6시에 와서 배산을 한 바퀴 돌고 식사 후 출근한다고 해요. 군산이나 대야에서도 굉장히 많이들 왔고요. 어린이집 등에서 체험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바로 안내해 드리고 있어요. 배산이 이렇게 자랑스럽습니다.” 시민이 만드는 지역의 건강한 변화 공원과 아파트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문화도시 삼삼오오에는 청소년, 직장인, 주부, 아파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 270명이 39개 팀을 구성해 참여했다. ‘서동 선화 동화 이야기와 신나는 백제놀이’, ‘버스킹은 사연을 싣고’, ‘그림책 콘서트’ 등 익산 곳곳에 대한 애정이 담긴 참신한 아이디어가 제시돼 눈길을 끌었고, ‘중고거래 플리마켓’, ‘어르신들과의 이야기 마당’, ‘천연 샴푸바 만들기’ 등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도 제안됐다. 이 중 사업 적합성과 공익성, 참신성, 시민 참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된 18개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배산 둘레길을 이용해 맨발 걷기 열풍을 이끌어 낸 맨발 걷기 팀은 익산의 맨발 걷기 문화를 지역의 특별한 가치로 만들어 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모현 근린공원과 대학로 공원, 익산예술의전당 야외 공연장 등 익산 곳곳의 통기타 버스킹과 직장인 밴드 축제 등이 펼쳐지며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공연하는 버스킹 문화가 만들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치고 힘든 시민들에게 공원에서 심리 검사 및 상담을 하며 부모의 역할이나 스스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쉼과 치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공원의 나비를 주제로 사진 공모전이 진행됐고,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되고 훼손되고 있는 공원의 나무들에게 이름표를 붙이는 활동을 통해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확산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높은 시민 만족감 토대로 지속가능 노력 경주 문화도시 삼삼오오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높은 만족감을 표한다. 시민들이 모여 직접 만든 콘텐츠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변화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단순히 의견 제안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 중 문화도시 익산의 가치와 비전에 부합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을 특성화해 발전시키고, 앞으로 문화도시 삼삼오오가 단순한 참여와 문화 향유를 넘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익산의 명실상부한 시민 참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기획
  • 송승욱
  • 2023.12.06 17:07

[한국전쟁 정전 70년] 춘천대첩, 전승기념관 시급하다

6·25 전쟁 발발 초기 벌어진 춘천지구 전투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들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6월 27일까지 국군 제6사단이 북한군 제2군단에 맞서 전개한 방어 전투는 ‘춘천대첩’으로 불린다. 하지만 춘천대첩을 기념하는 공간은 춘천에 초라하게 남아있다. 의암호 인근에 1978년 조성된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이다. 기념관 입구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년도순시 시 국가안보의식, 향토방위의식 고취를 위해 설립을 지시했고 친필로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의 명판으로 써 주심으로 동년 11월 28일 설립되었다”고 쓰여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자치도)가 1981년 교통부로부터 이 건물을 무상 양여 받았고, 한국자유총연맹이 위탁 운영 중이다. 강원자치도가 지원하는 연간 예산은 관리인 인건비, 공과금, 소규모 수리비로 1억여원 정도. 이 곳에서 열리는 춘천대첩 기념 행사도 없어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열악하다. 2019년 연간 방문객은 13만 3,805명 이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시기에 급감해 지난해에는 6만 9,369명이었고 올 상반기에는 1만 7,260명에 그쳤다.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했거나, 춘천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길 열망하는 지역 원로들은 ‘춘천대첩 평화문화 기념관’ 건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아 시작된 일이다. ■‘민·관·군 합심의 역사’ 후대에 전해야=지난 달 28일,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에서 만난 진성균(90) 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장.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그는 제1·2전시실의 전시물을 하나씩 볼 때 마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먼지가 쌓인 옥산포 전투 조형물, 당시 썼던 녹슨 무기들, 색이 바랜 춘천지구 전투 설명판 등이 전부였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열정적으로 전쟁 상황을 말하던 그는 “그런데 이것 만으로 누가 춘천대첩을 보고 느끼겠는가”라며 안타까워 했다. 병력면에서 4배, 화력면에서 10배 우세했던 북한군에 맞선 국군의 치열함, 주먹밥을 만들고 포탄을 날랐던 제사공장 여공들과 학도병들의 절박함을 느끼기에는 ‘빛 바랜 설명판 몇 점’은 역부족이었다. 진성균 지부장과 함께 방문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육사 35기 출신인 김일환 무공수훈자회 강원도지부장은 “춘천대첩의 핵심은 군인 뿐만 아니라 경찰, 민간이 합심해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사실”이라며 “전적기념관으로는 이 정신을 담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30대인 강대규 변호사는 “3차원을 넘어 4차원 시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2차원 전시물 위주의 기념관”이라며 “청소년들도 전쟁의 실상과 평화의 중요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구성된 춘천대첩 평화문화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위원들로 활동 중이다. 진성균 지부장은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진 위원장은 “마음의 숙제로 남은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관(官)은 소극적일 때 민(民)이 먼저 나서=춘천대첩 평화문화기념관 건립 추진 사업은 올해 철저하게 민간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6월 29일 춘천대첩평화문화기념관 건립 범시민대회가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한광석 강원대 평화학과 교수는 “21세기는 생태계가 붕괴되고, 기술혁신으로 인간성이 위협 받으며, 핵 전쟁 가능성으로 국제 평화가 흔들리는 시대”라며 “춘천대첩 평화문화 기념관은 이런 시대에 메시지를 주는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범시민대회에는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언론계 원로인 박기병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장, 김선배 전 춘천교대 총장, 김미영 전 강원도경제부지사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김미영 전 부지사는 “시민들이 춘천대첩의 의미를 알고,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민방위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립비로 수 백억원의 예산이 드는 사업에 지자체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박철호 강원대 명예교수는 “춘천대첩 기념관 건립 추진 운동은 민간에서 시작됐지만,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며 “민·관·군이 다시 한번 합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원일보=신하림기자 “춘천대첩 지휘소 있던 ‘봉의산’ 국가 평화의 중심지였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사진) 춘천학연구소장은 춘천대첩의 지휘소가 있던 봉의산(鳳儀山)을 “강원도를 넘어 국가 위기와 평화의 역사가 담긴 공간”으로 평가했다. 상서로운 봉황(鳳凰)이 나래를 펴고 위의(威儀)를 갖춘 모습이란 의미의 봉의산은 고려시대부터 춘천의 진산이었다. 1888년 고종 부부의 피난처로 춘천 이궁이 건립됐던 곳이고, 일제 시대 때는 신사(神社)가 있었으며 현재는 강원도청이 있다. 허 소장은 “봉의산 중턱에는 ‘봉의산 순의비’가 있는데, 1253년 몽골이 침입 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봉의산성’에 모여 한 명도 살아 남지 않을 정도로 결사항전했던 2,000여명의 주민들을 기리는 공간”이라며 “이를 계기로 몽골은 침략 수위를 낮췄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의 희생으로 나라의 평화를 되찾았다 ”고 말했다. 봉의산 바로 아래에 있는 ‘근화동’은 춘천대첩의 방어선이 구축됐던 소양강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에는 옛 캠프페이지 부지가 있다. 근화동의 캠프페이지는 한·중 수교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중국 민항기 춘천 불시착 사건’이 발생했던 공간이다. 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중국민항 소속 B-296 트라이던트 여객기는 승객 96명, 승무원 9명을 태우고 중국 선양을 떠나 상하이로 가다 공중 납치됐고, 연료가 모자라 춘천 캠프페이지에 불시착했다. 중국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해 한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비공식 교섭 채널이 개설됐고 교류를 하나씩 넓혀 나가 1992년 수교를 맺었다. 불시착 직후 중국 승객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낸 공간이 봉의산 자락의 춘천 세종호텔이다. 당시 강원일보 보도를 보면, 춘천시는 음식 등을 챙기며 세심하게 챙겼다. 허 소장은 “봉의산을 중심으로 한 소양강 주변은 춘천대첩의 격전지이자, 국가 평화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춘천에 왜 평화문화 기념관이 조성돼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역사적 사실들로 보았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은 “춘천이나 강원도 뿐만 아니라 국가의 평화를 좌우했던 공간인 만큼, 기념관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면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강원일보=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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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16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 ⑮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과제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생'의 길 찾아야 도시는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성장과 쇠퇴의 경험은 시간으로 축적되지만, 성장을 멈추는 순간 찾아오는 쇠퇴의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도시는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래된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과제가 바로 여기 있다. 그렇다면 쇠퇴하는 도시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도시재생은 이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나라에 도시재생이 부상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시재생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재개발’, 일명 ‘뉴타운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부진해지자 2011년에는 살짝 이름만 바꾼 ‘커뮤니티 뉴딜’ 사업이 만들어졌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해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했으나 법 제정은 무산됐다.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이듬해 국토부가 지방 도시 쇠퇴를 지역이 주도해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기존 도시 재정비 정책을 만들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이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5년 동안 해마다 10조씩, 50조 원을 투자해 전국 500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도시재생 10년, 그러나 소멸위기에 놓인 시군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지 10년.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오래된 과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대부분 도시가 도시재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라북도의 도시들도 이 대열에 섰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이후 전북에서는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된 군산시의 <내항지구와 연계한 근대역사문화지구 활성화 사업>을 시작으로 50개의 사업이 추진됐다. 그 현장은 도시의 쇠퇴를 극복하는 창구가 되었을까. 아쉽게도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된 여건에서도 도시 쇠퇴에 직면한 지역은 적지 않다.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북 도시 쇠퇴가 진행 중인 시·군은 12곳이다. 나머지 전주시와 고창군도 도시 쇠퇴 징후가 시작되었다는 진단이다. 도내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지만, 도내 14개 시·군 모두 도시 쇠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 중 대부분이 내년 초에 완료되는 현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을 찾는다고 해도 그 활력을 지속해서 유지해나갈 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재생 사업으로 공간은 재편되었으나 지속 가능한 동력을 찾지 못해 다시 방치된 예도 적지 않다. 다시 쇠퇴의 길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주목해야 지난 21일 전라북도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도시재생 콘퍼런스>에서는 도시재생 10년 여정을 동행해온 전문가들이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했다. 이날 '지방시대,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기조 발제한 경성대 강동진 교수는 재생 목표와 대상이 모호하고, 재생 성과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기준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업이 추진되어 온 것을 주목했다. 재생을 주도하고 지원하는 주체의 역할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환경 또한 도시재생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정성을 가진 주체와 핵심 콘텐츠, 공평한 나눔과 공유, 포괄적 정책 추진을 지속성의 과제로 꼽은 그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느리더라도 점진적, 지역에 밀착한 재생사업 느리더라도 점진적이고 지역에 밀착한 형태로 진행되어야 도시재생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강 교수는 재생을 사업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재생 운동으로 전환해 지역이 스스로 자립하고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사업이 지역마다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차별성과 정체성을 잃고 과장된 계획을 남발해 그저 그런 성과만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충남형 도시재생 사업 추진 구상’에 대해 소개한 조봉운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역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부의 공공 역할이 특정 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이라는 정책 틀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정부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자산을 활용한 민간협력형 도시재생 방향과 사례’를 발표한 홍경구 단국대학교 교수는 도시의 변화 과정과 현세대의 트랜드를 먼저 이해해야 효과적인 재생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주민들이 도시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10년을 맞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재생 과정에서 축적된 실패와 성공의 요인을 분석해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과제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다. 전문가들은 조금 느리더라도 시간과 예산에 쫓기지 않고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돌아보면 도시재생 사업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 준 사례도 적지 않다. 기반·거점시설이 조성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진 현장들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전문 인력과 그들이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큰 과제다. 행정의 역할도 제기된다.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면 행정의 역할도 끝나는 현재의 여건에서는 지속적인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행정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도시재생 10년이 우리 앞에 내놓은 과제다. (끝)/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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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1.30 14:28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 ⑮도시재생콘퍼런스 토론내용

청년과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지난 11월 21일 전라북도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도시재생 콘퍼런스>가 전북테크비즈센터에서 열렸다. 기조 발제와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섯 명 전문가가 전라북도 도시재생의 지속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강동희 /군산대학교 교수='도시재생은 사회적 경제를 담는 그릇이다'는 말이 있다.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농산물 판매·지역 공공주차장 관리·저수지 용수 비용 절감 등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그 일부를 사회적경제 기업의 수입으로 삼아 모두가 상생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김진성/ 전주대학교 교수=도시재생 사업은 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민관산학이 모두 협력해야 지속 가능해진다. 그러나 대부분 관 주도형으로 사업이 선정되어 한계가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전담팀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각 과나 부에서는 협력하는 형태로 가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유희종 /호원대학교 교수=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큰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법 조항 개정이나 정책 발굴 등의 행정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었을 때, 지속해서 관리해나갈 현실적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 △이상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석연구원=정부를 비롯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정 사업이 아닌 도시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 어려운 것을 지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자체 또한 정책 조건을 충족하면서 자체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나가는 역량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황지욱/ 전북대학교 교수=지역에서 젊은 세대가 사라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왜 지방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결국 대상은' 사람'이다. 성과만을 목표로 하면 어느 시기가 지나고 그냥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기획
  • 김은정
  • 2023.11.30 14:27

[조법종 교수의 전라도 이야기] (18) 전주를 떠나 나주로 향한 포크의 여정

△원평마을에서 밤길을 밝히는 횃불로 포크를 맞이하다. 1884년 11월 12일까지 2박3일동안 머물렀던 포크는 12일 오전 다음번 목적지인 250여리 떨어진 나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아직 추수가 진행 중인 논 사이를 지나며 그해 비가 많이 내려 벼에 달린 알곡량이 적다는 전라감사의 말을 확인하며 금구쪽으로 향하였다. 소나무숲이 풍성한 금구초입을 지나 음식이 차려진 금구관아를 지나쳐 주막에 머무르자 뒤쫓아온 나이든 현령(김병숙)이 예를 갖춰 맞이하고 ‘좋은 술’을 가져오게 해 대접하고 술값을 치러주었다. 그리고 서둘러 여정을 진행해 5시50분 어두워진 길을 지나 큰 장이 열린 마을로 진입하였다. 이때 앞서가던 길나장이들이 밤 길을 밝힐 횃불을 책임진 ‘유사’를 외치자 마을사람들이 빽빽한 초가집 사이로 횃불을 들고 나타나 포크일행을 맞이하였다. 포크의 기록을 보면 당시 조선 관리들의 공식행차인 경우 어두워진 밤에 길을 가야할 상황이면 마을마다 횃불을 책임지는 ‘유사’라는 존재가 있어 길나장이들이 ‘유사!’를 외치면 이들이 주민을 독려해 다음 마을까지 횃불로 이어주는 제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같이 포크는 밤늦게까지 길을 갈 경우 유사를 불러내 횃불로 불을 밝히고 목적지까지 강행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조선시대 야간 군사훈련인 야조(夜밤 야操조련할 조)진행시 횃불을 밝혀 군사이동 등을 도왔던 연거(演멀리흐를 연 炬횃불 거:횃불을 멀리까지 밝힌다) 행사와 비슷한 모습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포크는 잘못하면 화재가 날 것같은 상황에서 원평주막에서 숙박을 하였다. 이곳은 마당이 넓고 가장 깔끔한 방이 있었는 데 자신이 원하는 만큼 깨끗하고 맛있는 밥이 나왔다고 특별히 기록에 남겼다. 군령다리 마을에서 갈재(노령)을 넘어 장성 원덕리에서 포크가 만난 첫 번째 미륵상. /필자 제공. 유리원판 사진 촬영(노출 3초 조리개1/4) △정읍 갈재(노령)를 넘어 장성초입 미륵불을 만나다. 11월 13일 원평을 떠나 포크는 크고 예쁜 마을인 태인을 지나며 마을 한중간에 있는 섬이 있는 연못(피향정)을 지나 길을 재촉해 저녁 6시5분 정읍의 군령다리마을에 도착했다. 포크는 이곳의 이름이 군령(軍令)다리(‘군대명령 다리’) 마을이란 점과 바로 다음 지역이 “긴 성벽의 요새”라는 의미인 ‘장성(長城)이란 점, 그리고 두 지역 중간에 있는 갓바위산 위에 있는 산성(입암산성)등의 군사적 중요거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기록을 남겨 군인으로서의 중요한 정보파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11월 14일 오전 현재 전북과 전남의 경계인 갈재(노령산맥)를 넘으며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와 장성초입에 있는 원덕리마을의 미륵상을 지나며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골짜기 바닥 마을에 있는 미륵상(Miryok)을 만났다. 15피트(4.5m) 높이로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겨우 머리만이 인간처럼 보였다. 나는 긴 귓불과 이마 앞머리의 ∧∧∧문양을 보고 부처라고 판단했다.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자는 가장자리에 가리비 조개껍질 무늬가 있는 평평한 돌이었다.” 이 원덕리 미륵상은 돌기둥 모양의 석장승같은 이미지의 불상으로 수호신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불상이 있는 곳은 노령산줄기를 넘는 사람들의 숙박공간인 미륵원(彌勒院)이란 역원이 있던 곳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장성의 [역원]에 “미륵원(彌勒院) 현 북쪽 21리에 있다. 원 북쪽에 돌 미륵불이 있는데 높이가 4, 5길이나 되므로 이렇게 이름지었다.”불상이 고려시대 양식인 것으로 볼 때 원래는 사찰이 존재하였던 곳을 조선 시대 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크묘사 영신역원 구조와 명칭. a. main entrance(대문) b. kitchen(부엌) c. open center-yard(마당) d. guest rooms(건너방) e. host's room(주인방) f. anpang, wife's room(안방) g. shed for wood(땔나무간) h. stables(마굿간) i. shed(헛간) j. shelves for dishes(그릇 놓은 선반) k. porch(쪽마루) l. little room(쪽방)-sleep or rest m. front porch(앞 쪽마루) n. a shed-open for luggage & (창고) o. back gate(뒷문) p. cooking place heats room(부뚜막) △조선의 전형적인 주막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다. 이곳을 지난 포크는 장성 관아를 피해 장성 월평장(황룡시장)을 지나 5시경 외딴 주막에 도착했다.(위치상 영신역원으로 추정됨) 이곳은 다른 주막에 비해 꽤 크고 깔끔했으며, 포크는 여주인 방인 안방(anpang)을 차지고 통역인 전양묵과 집사 정수일은 주인 방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포크의 방에 있는 작은 화장대용 상자와 약간의 비단 옷, 옷상자 따위를 본 정수일이 이 주막 주인이 보통 시골 백성들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고 ’주인의 배필‘인 안방의 주인이 아내가 아니라 분명 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가 조선의 시골 여자로서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곧이어 안방의 주인이 등장해 처음 본 서양인에 놀라 정상적인 응대를 못하는 상황이 진행되었는 데 포크는 그녀가 첩인 점을 확인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표현에 본 부인은 이곳보다 훨씬 허술한 곳에서살것이라는 말을 덧붙인 점이다. 한편, 포크는 이곳의 구조와 모양이 전형적인 조선 주막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림을 그려 주막의 모습을 도면으로 표현하였다. 이 기록은 1884년 11월 14일에 주막 현장에서 그려진 현존 주막에 대한 기록 가운데 유일한 구조도라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향후 이 그림을 근거로 전형적인 조선후기 주막을 재현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더욱 중요하다 그 내용을 보면 주막의 공간구조는 전형적인 □자형 공간으로 이 구조는 19C말-20C초에 활동한 김준근의 기산풍속도에 나타난 ‘넉넉한 객주’ 모습이나 ‘촌가녀막’과 기본적 구도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준근의 그림은 앞서 포크와 같은 시기 근무한 영국 외교관 칼스의 저술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거의 동일시기 상황으로 파악된다.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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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7 13:16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사실상 포기, ‘오락가락 누구를 위한 환경정책?’

△연이어 후퇴한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제도의 계도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종이컵 규제 대상 제외, 플라스틱 빨대 및 비닐봉투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등 1회용품 규제를 철회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유보하는 데 이어 이번 달 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품 사용 규제’까지 철회하며 1회용품 사용 억제를 위한 환경정책이 연이어 후퇴하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종이컵의 경우 한국을 제외하고 규제하는 국가가 없다고 말하며 규제 품목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테이크아웃의 경우 1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테이크아웃 및 배달 이용시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플라스틱 세를 지불해야 하며, 여기에는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부는 또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가격과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가 될 때까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기준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6~7원, 종이 빨대는 개당 12~14원으로 1만 개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약 8만 원의 금액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다. 더불어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함으로써 종이 빨대 시장이 확대되며 품질과 금액이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서, 환경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고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종이 빨대 업계의 소상공인을 곤경에 빠트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리고 환경부는 비닐봉투는 과태료 부과를 철회하며 대체품 사용이 문화로 안착해 더 이상 규제 할 필요가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2023년 상반기 사용 실태에 따르면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다. 환경표지 인증 기준 대상에 1회용품은 포함되지 않기에 생분해성 봉투는 친환경 재질로 인정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기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다.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비판이 쏟아지다 정부가 당초 2022년 11월 24일 규제가 시행되었어야 했지만 이미 1년의 계도기간으로 한 번 미뤄진 규제를 다시 철회하겠다고 선언하자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11월 21일 전국의 321개 시민·환경단체는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하였다.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북, 충북, 대전, 세종, 제주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가 진행되었다. 같은 시각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도 전북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19개 시민·환경단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북 공동행동(가)’(이하 공동행동)으로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1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며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고,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1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명백히 담당 부처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쓰레기없는축제를위한전북시민행동 활동가 돌맹은 “국민들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1회용품 사용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항상 챙겨 다니는 등 노력하고 있으며,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말하며 “국민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며, 환경부의 이름에 걸맞게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책임 있는 환경부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방역과 개인위생을 이유로 1회용품을 사용을 일부 허용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 역시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이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1회용품 사용 억제 제도 운영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1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 저감을, 그리고 2019년 11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 대상과 준수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강화하였다. 11월 24일 시행되어야 할 1회용품 규제 정책도 위와 같은 1회용품 사용 제한의 연장선이다. 결코 갑작스러운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책을 펼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원과 조율은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친환경 용기·식기 생산 업체 지원 등 1회용품 사용을 감축하기 위해 환경부가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원래대로라면 1년 전 시행되었어야 할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연장한 뒤 결과적으로는 사실상 규제 포기를 하였다. 환경부의 정책에 맞춰 준비해 온 국민들의 노력에 대하여 환경부가 조금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끝-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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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2 15:38

‘문화 다양성 시대’ 다문화 정책 선도하는 익산, 글로벌특별시로 ‘우뚝’

현재 익산시에는 93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익산 전체 인구의 3.4%에 달하는 수치다. 10여 년 전인 2011년 익산지역 등록 외국인 수가 4000여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익산시가 이주배경주민(이주민) 유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해 이주민도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을 통해 인구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무엇보다 시는 이주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 신장을 위해 깊은 고민을 거듭해 왔고, 늘어난 이주민의 수만큼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해 왔다. 특히 이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시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시장 직속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결혼이민자를 임기제 공무원이나 다문화 해설사로 채용하는 등 사회 참여 기회를 늘리면서 다문화 정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주민, 사회적 약자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시는 이주민 개개인이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는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행정의 방향도 이주민을 약자로만 보는 정책에서, 이주민이 사회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익산글로벌문화관이다. 시는 지난 2021년 11월 11일 전북 최초로 세계문화 전시·체험 시설인 글로벌문화관을 개관했다. 이곳은 방문객의 세계 식문화 체험은 물론 이주민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해 세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카페가 입점해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점 이주민에게 가게 장식과 부대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임차료도 저렴하게 제시해 창업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다문화 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각국의 전통 의상이나 악기 등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험한다. 외국인 눈높이에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가로막혀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이주민 대상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는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익산역에 자리해 있다. 센터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가족센터, 외국인상담소가 한 공간에서 기능적 협업을 이룬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배경가족, 유학생 등 다양한 체류 외국인들이 초기 적응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를 능숙하게 도울 전문가가 상주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전북 거주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외국인 주민 현장 상담소를 운영 중이며, 근로시간 제약으로 상담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통역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 전방위 지원 ‘익산시가족센터’ 다문화가족의 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종합 서비스 기관도 있다. 지난 2006년 송학동에 문을 연 익산시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조기 적응과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아이 돌봄 서비스, 자녀 심리 지원, 고향 나들이, 이주민 부모 초청, 국제 운송비 지원, 사례 관리, 자조 모임 활성화 등 이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어 교실을 연중 운영해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모현동에 건립 중인 생활SCC 복합시설 다우리(여성가족회관)로 내년 하반기에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섬세한 지원, 정착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이 같은 섬세한 다문화 정책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착한 이주민들은 각국 자조 모임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조 모임은 함께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시는 자조 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올해 10월 기준 8개 국가 자조 모임 구성원은 전국 행사에서 공연 요청을 받는 ‘익필단(익산 필리핀 공연단)’ 등 8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 관심과 정부 인정 우수 사례 등의 성과도 뒤따른다. 시는 지난해 전국 다문화 정책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아 가족 정책 유공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받았고, 외국인 주민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제9회 다문화 정책 대상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재한 베트남인 최대 축제, 익산에서 열리다 지난 19일에는 전국 각지의 베트남인 1500여 명이 익산에 모였다. 주한베트남대사관이 주최하고 주한베트남축구협회가 주관한 제3회 VFAK(Vietnam Football Association Korea) 동향컵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익산 금마축구공원에서 열린 이 대회는 한국에 체류하는 30만 명 규모의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추진하는 가장 큰 축구대회로 외국인 근로자부터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이주배경주민들이 참가했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2600여 명은 동포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으며, 정헌율 익산시장도 베트남어로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익산을 찾은 손님들을 환영했다. 이날 시는 안전하고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경기장 대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구급차·자원봉사자 배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헌율 익산시장 “성숙한 다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터”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세심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통해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숙한 다문화 도시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 도시 익산 건설을 다짐했다. 유학생과 근로자, 결혼이민가족 등 93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로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주배경주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19일 주한베트남대사관 주최 제3회 VFAK 동향컵 축구대회에서 “이미 세계는 하나고 지구촌에 사는 모두가 한 가족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익산에 사는 모든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과 지원을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익산은 다문화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며 인구 문제 극복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사람이 북적이고 지역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활력 있는 도시를 일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배경주민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이주민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길에 시민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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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3.11.20 16:29

[한국전쟁 정전 70년] 대전전투의 영웅들 그리고 기억해야 할 미래

철도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던 대전은 교통과 물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6·25 전쟁 시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면서 교통·물류 중심이었던 만큼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6·25 전쟁 발발 후 북한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이승만 정권은 수도 서울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 대전에 도착, 임시수도로 공표하기도 했다. 옛 충남도청(등록문화재18호)을 임시정부로 사용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마치 서울에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충실하라'는 취지의 방송 녹음을 대전에서 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일이다. 이 방송을 믿고 피난을 주저한 서울시민들이 북한군의 점령 아래 희생이 컸던 역사적 아픔도 있다. 피해는 컸지만 국군과 미군이 결사항전으로 막은 '대전전투'는 북한군의 남하 진격을 일정 시간 저지, 낙동강 전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할 소중한 시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당시 미군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철도기관사들의 활약 등 대전은 6·25 전쟁의 많은 사연을 간직한 도시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임시수도 대전과 임시정부 충남도청 1932년 지어진 옛 충남도청. 6·25 전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 각료들은 27일 새벽 2시 서울 경무대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을 태운 열차가 대전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무렵, 이렇게 늦어진 데는 열차가 대구에 내려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영진 당시 충남도지사가 머물던 대흥동 관사에 짐을 풀었다. 그렇게 충남도지사 관사는 '대전경무대(大田景武臺)'로 불리며 대통령의 임시 관저가 됐고, 충남도청은 정부청사가 된 것이다. 대전은 28일 임시수도로 공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대통령 이하 전원이 평상시와 같이 중앙청에서 집무하고, 국회도 수도 서울을 사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일선에서도 충용 무쌍한 우리 국군이 한결같이 싸워서 오늘 아침 의정부를 탈환하고, 물러가는 적을 추격 중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고, 조금도 동요함이 없기를 바라는 바입니다"는 내용으로 육성녹음을 했다. 이 녹음은 27일부터 서울중앙방송국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방송만 믿고 이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28일 새벽 2시 30분, 인민군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한강인도교를 폭파했다. 이 대통령의 녹음 방송 말만 믿다가 뒤늦게 피난길에 올라 다리 위에 있던 무고한 피난민 수백 명이 희생을 당했다. 북한군을 저지하다 한강 이남으로 후퇴하지 못한 국군 수만 명도 발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도 유의미하게 7월 12일 관저에서 한국과 주한미국대사가 '대전협정'을 맺었는데, 이 협정으로 국군과 미군이 '대전전투' 등을 통해 일주일 동안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고군분투를 했다. 16일 금강방어선까지 무너지자, 윌리엄 딘 소장은 대전 갑천 동쪽 천변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고, 북한군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비록 북한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는 훗날 낙동강 전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버는 값진 전투로 평가됐다. 현재 옛 충남도청은 2013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던 6·25 전쟁 당시 모습 등 100년간의 대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기관사, 미카 3-129호, 그리고 호국철도기념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을 하고 있는 보훈의 성지 국립대전현충원 한쪽에는 멈춰선 철마가 있다. 이 철마는 6·25 전쟁과 무슨 사연이 있을까?. 북한군에 대전이 위협을 받자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이 또다시 대구로 피난길에 오른다. 이후 군인과 미국군은 1950년 7월 19-20일 이른바 '대전전투'를 벌인다. 당시 미군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은 오산-평택-천안-조치원 등 앞선 전투에서 패전을 거듭하자, 계획에 없던 대전을 방어선으로 구축했다. 딘 소장은 미 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의 지시에 따라 3일의 시간을 벌기 위해 대전 외곽의 갑천을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 북한군과 격전을 벌였지만 결국 대전을 내주며 후퇴하고 말았다. 미 제24사단은 1950년 7월 20일까지 대전을 방어해 미 제1기병사단의 옥천, 영동 일대 투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임무를 완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대가 제각기 철수하며 투입 병력 3933명 중 1/4에 달하는 1150명의 전사자와 다수의 전투 장비 손실 등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 특히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고 만다. 충남 논산 출신인 김재현 기관사(1923-1950)는 7월 16일 북한군이 대전까지 내려오자 수송지원을 위해 약 1만 9300명의 철도원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 포로가 된 딘 소장을 구하기 위해 김재현 기관사는 미군 특공대원 30여 명과 함께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를 몰고 딘 소장 구출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적탄을 뚫고 대전역까지 갔으나 작전에 실패하고 귀환하던 중 매복하던 적으로부터 8발의 총상을 입고 순직했다. 김재현 기관사가 쓰러지자 곧이어 현재영 부기관사가 운전대를 잡았지만, 그도 왼팔에 총상을 입었으며 마지막에는 황남호 부기관사가 운전대를 잡고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 과정에서 김재현 기관사를 포함, 모두 33명이 순직했다. 딘 소장은 1953년 포로교환으로 귀환했으며, 세 기관사는 미 국방장관 특별민간공로훈장이 수여됐다. 특히 김재현 기관사는 철도인 최초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이 됐고, 대전 판암기지 인근에 그를 기리는 순직비가 있다.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는 부산-신의주 등 주요 간선에서 운행되다가 1967년 디젤 기관차가 등장함에 따라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1981년부터 2년간 동해 남부선 부산-경주 구간서 관광 열차로 활용되다가 2008년 10월 17일 제415호 문화재로 등록됐다. 전국의 미카형 증기기관차 중 2량만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됐으며, 그중 하나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전시된 것이다. 대전현충원은 미카 3-129호와 함께 6·26 에 참전한 철도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3년 '호국철도기념관'을 건립했다. 6·25 당시 군사 수송작전에 투입됐다 순직한 기관사 287명을 기리고 있다. 김재현 기관사를 비롯, 전쟁에서 활약한 철도기관사 등도 소개한다. 나아가 한국철도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기억하라,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이렇듯 대전시는 6·25 전쟁의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보훈의 성지인 국립대전현충원까지 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보훈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의 경우 국가유공자, 유족뿐만 시민들까지 1년에 약 331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나 후대를 위해 교육 등의 시설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전에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호국보훈파크)'가 조성되는 이유다.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조성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7대 공약이다. 대전시가 제안한 후 윤 대통령이 지역공약사업으로 채택하며 본격화됐다. 유성구 구암동 현충원역 일원 약 70만 5000㎡ 부지에 8995억 원을 들여 전국 최대 규모의 추모를 위한 보훈테마파크 조성이 골자다. 지난 9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조성 사업에 대해 "국가유공자 유가족과 참배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간 협의와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조사를 거쳐,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대전시는 메모리얼파크 조성을 위해 '호국보훈파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보훈복합커뮤니티센터와 보훈휴양원 등 국가보훈시설 건립의 타당성 조사와 함께 사업계획 수립 추진, 각 사업 개발의 시행자 선정과 방식·규모·콘텐츠 구상, 행정절차 대응 등 사업추진에 필요한 기술·학술적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 시는 용역을 통해 자체적 사업계획 마련 후 국가보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2029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보훈파크 조성으로 잊혀져 가는 보훈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의미를 갖는 만큼 모두가 한목소리로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일보=이다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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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15:40

[동행, 2023 전북지플] (9) "사람과 사람 모여, 우리 곁 반가운 변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제들을 많은 사람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이 결국 사회를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걸 통해서 우리는 이웃을 더 알게 되고 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한동숭 전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집행위원장) 시민 주도형으로 지역문제를 끄집어 내고 지자체·공공기관·기업·시민단체 등 민·관·공 협업체계를 구축해온 전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하 전북지플)이 올 한 해 동안의 결실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북지플은 지난 3월 시민 공모를 통해 의제 237건을 발굴하고, 이어 4월에는 20건 의제별 세부계획을 짜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이후 올해 실행의제로 12건을 최종 확정해 지난 10월까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17일 전주대학교 하림미션홀에서 열린 '2023 전북지플 성과공유회'. 이 자리에서 한동숭 집행위원장은 "의제 실행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도 적지 않았지만 모두 좋은 프로젝트였고, 성과도 좋았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값진 결과를 만들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올 12개 의제 중 실행 완료된 것은 11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식 경사로 설치', '빈집의 재탄생, 외로운 도시민을 위한 관계안내소 구축', '어르신 건강 검진 등 건강복지네트워크 활성화' 등이 성과를 거뒀다. 이들 의제실행에 참여한 민·관·공 협업기관은 126곳(누적 191곳)에 이른다. 특히 지역문제 발굴부터 해결을 위한 시민 참여수는 8621명이다. 누군가 혼자 풀어낸 것들이 아니고, 사람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며 '우리 곁, 반가운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실행의제가 지자체 정책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4건이다. 하이하우징이 제안하고 18개 협업기관이 힘을 모은 '취약계층 탄소섬유난방 전환시공'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동숭 집행위원장은 "연탄을 사용하는 전주지역 가정에 탄소난방과 태양광을 설치하는 의제는 주민에게 삶의 희망을 줬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이런 노력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했다"며 "전주시가 지속사업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의제 실행에 정성을 들인 기여자들에 대한 표창과 감사패도 전했다. 전북지사 표창장은 전주 인친 프로젝트 제안자이자 실행과정에 참여한 윤해아 해시담 이사와 송승동 전북개발공사 차장에게 전달됐고, Kwater·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자이 등 5개 협업기관에는 각각 공동추진위원장의 감사패와 꽃다발이 수여됐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업 2년 차를 맞은 올해에도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이고 즐거운 의제들이 선정돼 도민과 함께 운영됐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날 성과공유회에는 이영상 전북도 청년정책과장, 홍성덕 전주대학교 대외부총장, 양춘제 공동정책위원장(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이사장)과 의제실행에 참여한 126개 민·관·공 협업기관과 의제실행팀이 참여했다. "이런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우리 전북을 훨씬 더 행복하고 살기 좋은 지역,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이런 지역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숭 공동집행위원장의 바람처럼, 전북지플은 내년에도 지속가능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그 세 번째 발걸음에 전북일보도 함께 할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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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준혁
  • 2023.11.19 17:49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⑭ 빈집의 변신

방치된 빈집에서 마을과 원도심 살리는 새로운 공간으로 한때 공동화되어가는 농어촌 마을을 살리기 위해 빈집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덕분에 더러는 마을 거점으로, 더러는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태어나 새로운 역할을 얻기도 하고 예술인들의 작업이 더해지면서 마을을 알리는 통로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빈집은 갈수록 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빈집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집은 151만 1,300여 채, 전체 주택 1,852만 채의 8.2%다. 2015년 조사 결과 106만 9,000채였던 것에 비하면 40% 넘게 늘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 중 25.6%인 38만 7천여 채가 1년 넘게 방치된 빈집이다. 전국에서 가장 빈집이 많은 곳은 전남이지만 전북도 12.9%로 제주와 강원에 이어 4위다. 빈집은 도시의 지속가능성, 도시의 쇠락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빈집 관리’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재생 역시 '빈집'에 주목한다. 그 결과 오랫동안 방치됐던 빈집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같은 주민 공동시설로 변신하고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이 확대되고 있다. 쇠락한 중소도시의 원도심 재생사업은 대부분이 빈집을 활용해 거점을 만들고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것이 목표다. 전북에서도 마무리되었거나 진행 중인 빈집 활용 재생사업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생사업의 지속성을 주목하게 하는 곳이 있다. 상권 이동에 따라 침체된 원도심을 살려낸 부안의 ‘매화풍류마을'과 빈집을 사들여 책방과 공방, 식당과 카페 등 독특한 문화거리로 조성한 순창의 ’창림문화누리마을'이다. △쇠락하던 원도심의 변신, 부안 매화풍류마을 작고 값이 싸 서민들이 숙소로 애용했던 '여인숙'. 여관과 모텔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가 등장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 있다. 부안상설시장 인근에 있는 골목이다. 지금은 두세 개 남았지만, 예전에는 시장에 물건을 팔러온 상인들과 손님들이 오가며 찾던 여인숙이 몰려 있었던 곳이다. 이 골목이 자리한 부안읍 동중리 일대는 한 시절 가장 번성했던 부안의 중심가였다. 그러나 생활 환경이 변하고 시외버스 정류소가 이전하자 전통시장을 제외한 인근 상권이 붕괴하면서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 부안군은 군청과 부안상설시장을 잇는 원도심 일대를 살려내기 위해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니던 4m 거리가 넓어지고 보행환경이 개선됐다. 눈에 띄게 달라진 원도심 기반 시설에 다시 도시재생 사업을 얹혔다. 2018년 말 9월, ‘매화풍류마을’이 국토부 공모사업에 일반근린형 뉴딜사업으로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초 4년 동안 추진되는 사업이었지만 1년 연장되어 거점시설 중 하나인 어울림센터가 완공되면 2023년 말 마무리 된다. 매화풍류마을에는 4곳의 거점시설이 만들어졌다. 청년창업플랫폼 1·2동과 실버커뮤니티센터, 어울림센터와 매화풍류 예술공방이다. 청년창업플랫폼에는 동네 사랑방 '동네카페'가 있다. 도시재생 시작 전부터 마을 사업을 주도했던 매화풍류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있는 모든 시설과 장비는 조합원들이 직접 제작했다. 주민공모사업으로 바리스타 교육과 목공 강습을 받은 주민들의 솜씨다. ‘동네카페’ 주변에는 실버커뮤니티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소금공장이 있던 건물을 새롭게 조성한 매화풍류 예술공방은 개원을 준비하고 있고,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상인·청소년, 방문·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소통 공간으로 운영될 어울림센터 역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술공방은 부안 예술인들로 구성된 ‘예술인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공방을 이끄는 심성희 이사는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면서도 부안군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협업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거점시설 4곳을 중심으로 부안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만 39세 이하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문을 연 '챌린지숍'도 인기다. 부안도시재생지원센터는 하드웨어적인 공간 조성에만 주목하지 않고 공간이 자생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그 일환이다. 김종원 부안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거주자 중심으로만 거점시설을 운영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부안 전 지역의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들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된다면 동력도 얻고 자생 역량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간 조성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함께 고민하면서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빈집이 모여 또 다른 마을을 만든 순창 창림문화누리마을 순창군에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 '창조적 마을'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창림문화누리마을이다. 순창군은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창조적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을의 역사·문화를 담은 새로운 마을을 조성했다. 2021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 ‘창림문화누리마을’부터 그 일대를 새롭게 갖추는 사업을 더해 관광명소 추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창읍에 있는 ‘창림문화누리마을’은 내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이다. 중앙로를 정비하고 창림문화누리마을 조성을 끝내고 내년에는 이 일대의 활성화 방안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창림문화누리마을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정비되면서 이 일대의 환경은 크게 변했다. 저녁만 되면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어둠도 일찍 찾아왔지만, 지금은 기반 시설은 물론 조명까지 갖춰져 밤에도 환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됐다. 새로운 모습으로 정비된 창림문화누리마을에는 6개 공간이 들어섰다. 방앗간, 상점, 주택 등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거나 이주를 희망하던 가구를 사들여 보수한 공간들이다. 이 공간에는 창림국수, 창림카페, 길거리책방, 크레파스, 토닥토닥 발효공방, 은희공방 자수 등이 입주해있다. 창림문화누리마을은 건물과 땅을 순창군에서 매입해 공간을 조성하고 입주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임대료가 저렴해 부담이 없지만, 본격적으로 공간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을 단위의 운영 시스템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아직은 미흡해 마을의 홍보나 마케팅은 입주자들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여건이다. 순창도시재생지원센터는 현재 공간 조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공간이 마무리되면 주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공간으로 이끌 계획이다. 이곳에 입주해있는 공간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창림국수(대표 권주철)다. 방앗간이 있던 가게를 보수해 식당으로 개조한 창림국수는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외관과 벽화가 눈에 띄는 식당이다. 권대표는 순창 출신으로 외지에서 활동하다 귀향해 농사를 지었으나 전업해(?) 2년 전 식당을 열었다. 6개 공간의 교류와 소통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그는 문화누리마을을 순창의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침체 됐던 상권을 되살리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마을을 만드는 작업이다. 얼마 전에는 6개 공간이 함께 활용하는 할인권을 만들었다. 6개 공간의 대표가 홍보 마케팅을 위해 마음을 모아 시작한 첫 작업이다. 순창군청 도시재생 뉴딜사업 담당자는 "창림문화누리마을은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과 더불어 그 일대가 도시재생 사업에 포함돼 있다. 진행하고 있는 어울림센터로 사업은 완료된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보니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하드웨어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도시재생 대학 강좌를 진행하는 등 소프트웨어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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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1.19 17:44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일회용품 사용제한 미루는 게 능사일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급격한 기온상승과 극한 기상 조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주 원인이다. 여전히 편리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화석 연료산업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종 산업과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가속화한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은 2160~2640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이며, 또 2019년 한 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12%증가한 52.4~65.6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eq)이다. (GtCO₂-eq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이다) 특히 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2℃로 제한하기 위해서 27%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34%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명과 존속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음식배달, 카페 1회용품 허용 등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로나 종식이 선언됐으나,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배달 어플들은 배달 음식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족발 2인분에 15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중국집은 최대 8개, 한식은 10개를 사용한다고 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빠르고(Fast), 싸게(Cheep), 한 번 쓰고 버리는 (One use) 소비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1회용품을 비롯한 고형폐기물(생활계 쓰레기)의 전 세계 발생량은 2016년 기준으로 20억 톤에 달한다. 이 추세로 간다면 2030년까지 26억 톤, 2050년까지 34억 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건설 쓰레기, 산업 쓰레기까지 포함할 경우 100억 톤 이상의 쓰레기가 매년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고형폐기물의 20%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고소득 국가(OECD국가)들도 재활용률이 평균 35%에 그치고 있다.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 투기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어 수질 및 토양오염, 온실가스, 바다 쓰레기 등으로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2021년 기준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억 톤이다. 2010년 1억 4000만 톤, 2015년 1억 6000만 톤, 2020년 2억 톤으로 지난 10년 동안 43%의 쓰레기가 증가했다. 반면 생활 쓰레기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 56.7%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활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미국보다 7배가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생활 쓰레기 매립장의 남은 수명은 전국 평균 30년 정도다. 특히 수도권의 매립지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인도 갠지스강이나 필리핀 마닐라항 쓰레기 마을 바세코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1회용품 및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 추진돼야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컵 1년 사용량이 약 300억 개라고 한다. 또한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대한민국은 1인당 88kg으로 미국 105kg, 영국 99kg 다음으로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기 자연 분해 기간은 일회용컵은 20년 이상, 플라스틱 그릇, 봉투, 팩은 500년 이상 소요된다. 소각이나 매립 시에는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발생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제, 일회용품 전면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규제 등 다양한 정책을 지난해 11월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페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또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발의에 맞춰 지자체·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1회용품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정책 중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에 대한 포기 선언과 같다. 이 때문에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인 강동화 의원이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정책 원안 이행을 촉구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정부가 식당 등에서 일회용품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한 계도 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1회용품의 사용 규제대신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및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계도 기간 연장이 아니라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라는 해석이다. 이 가운데 전북도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전북 실현을 위해 민-공-관이 함께하는 순환경제 조성 및 상생형 일자리사업으로 자원 선순환체계구축,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모델 제시, 공동선 실행을 위한 사회가치 창출, 일자리를 통한 저소득층 자립지원과 자활사업의 수익구조 개선 등을 위한 자원순환 포럼을 개최했다. 또 1회용품에 대한 조례 개정 및 제정으로 선도적으로 자원순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주의 한 카페 대표는 “환경부에서 11월 24일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하여,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회용컵을 구입을 했다” 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있다가 구입할 것을 그랬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면서 뿌듯해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정책 추진의 동력이 발생하는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사실상 정책의 성과보다는 무늬만 남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2024년이면 전 세계 160개 국이 합의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발의된다.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1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 확대에 발을 맞춰 1회용품 사용금지는 물론 플라스틱 저감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국가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전북이 됐으면 좋겠다. 백영규 전북광역자활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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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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