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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현대미술, 철학(哲學)을 업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에 현 상황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동미술관에서는 8월 3일부터 9월 5일까지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展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초대전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요 테마로 잡고 있다.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망라하면서 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있는 작품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미술가 4인(김성민(회화), 윤철규(회화), 임택준(회화설치), 조헌(회화))을 초대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현실 속에서 철학적 반성의 가치를 조망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만나본다. 김 작가는 최근 갯벌 연작을 그리고 있다. 시원한 붓 터치로 드러난 갯벌의 황량하고 고독한 정경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마음속의 울림으로 껴안게 되는 그림이다. 김 작가의 풍경은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꼭 예쁘고 아름답지 않은 것처럼, 그저 소소하고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인생살이의 무거움 까지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윤 작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이가 오십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마저도 중반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화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림을 시작했던 그는 그것이 바로 어제 일 같이 생생하며, 지난 일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림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왜 숙명처럼 주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왜 그림을 그리면서 기뻐하고 아파하고 또 즐거워했던 여러 감정들을 느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림을 좋아했고 행복만을 좇을 뿐이었다. 작가의 작품주제는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한다. 달과 별, 그리고 애완동물과 사람들의 표정을 그린다. 특히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밤의 풍경은 관객에게 상상력을 부여한다.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이 작품들을 통해 윤 작가는 그런 애환 가득한 서민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자 하였다. 더불어 그의 <4월>, <첫눈> 등의 작품에서는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 흔히 마주 할 수 있는 생선, 찐빵, 짜장면, 라면 등의 소재로 그린 <뭘 더 바라랴>라는 제목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처한 화가의 현실을 역설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임 작가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술가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혼을 밖으로 뿜어내는 작업 방식을 즐긴다. 그에게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은 없다. (작가노트) 무릇 좋은 예술은 어느 한 극단으로 기울면 안 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예술혼은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예술가를 예술가이게 만드는 것도 경계인의 자리에 고통스럽게 서 있을 때 이다. 그 경계는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이 아니라 양쪽을 팽팽하게 만드는 힘의 중심을 말한다. 그는 시간이 스며들어 형태까지 무너진 경계가 모호한 징후적 풍경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붓이 마찰을 일으키며 파생하는 자취, 상처 그리고 물감 자체의 물성이 공존하면서 이루어내는 상황이 흥미롭다. (작가노트) 근 몇 년간 나의 작업의 중심에는 다소 추상적 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으로 풀이 될 수 있는 느낌의 무게라는 주제가 있어왔다. 작품으로 표현되어진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이를 대하는 관람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일방적 메시지만을 전달받기보다는 제시된 출발점으로 시작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융합해 낼 수 있기를 추구하면서 이끌어 낸 주제이다. 작품에는 다양한 상징성들이 표현되어진다. 황량한 들, 그곳을 방황한 개, 적막에 감싸인 밤,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들, 그리고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을 도모하고, 또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한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안의 개를 비롯한 생명체들은 우리의 또 다른 메타포이다. 작품의 제목 징후적 풍경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따른 설정을 스스로하고 상상하며 작품과 교감되어 지기를 바라며 차용되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展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획초대전시로,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철학적 관념을 지닌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4인(김성민, 윤철규, 임택준, 조 헌)을 초대한 이번 전시는 인문학과 예술이 작가들의 미학적 사고 안에서 재탄생 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팬데믹의 현실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치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현 사회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감상하시며 미적탐구가 가득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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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5 15:37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노후의 인간관계

노후에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흔히 건강과 돈을 든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인간관계가 아닐까 한다. 특히 직장이나 사업을 하다 은퇴한 경우 건강이나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인간관계다. 건강과 돈은 자신만 잘하면 되지만 인간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니만큼 나 혼자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직장이나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직위를 기준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은퇴 후 대개 1년 안에 직장에서 맺었던 인간관계는 송두리째 사라진다. 따라서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후 인간관계는 부부관계, 자녀관계, 친구관계, 사회관계 등 4가지 관계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은퇴 이후 부부관계에 큰 위기를 맞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와 동시에 남편들은 그동안 억매여 있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노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등산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소일한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다 먹는 경우도 있다. 반면 부인들은 남편의 은퇴를 계기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남편보다는 동네친구나 교회 등 바깥활동이 더 편하다. 24시간 같이 있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부부사이에 짜증이 쌓이고 불화가 고개를 든다. TV 채널권을 갖고 다투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힘겨루기를 시작해 언성이 높아진다. 불평불만이 생기고 긴장이 고조된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나 큰 위기로 치닫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러한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따로, 또 같이의 관계다. 은퇴 후에 24시간을 붙어 있으면 권태로울 수 있으니 하루 한두 번의 식사만 같이하고 나머지는 각자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나무나 식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떼어야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하나는 취미생활 등을 같이 하면서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기업에서 퇴직한 A씨(66)는 아침에 눈을 뜨면 부인과 함께 1시간 30분가량 걷기운동을 한다. 걷는 동안 자녀나 친구 얘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아 직장 다닐 때보다 금슬이 더 좋아졌다. 그 밖의 생활은 각자 알아서 한다. 노후에 배우자는 동반자요 친구다. 눈 감을 때까지 돌봄자이기도 하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독신자(사별 또는 이혼자 포함)보다 오래 산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 크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에게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노후에 자녀들의 교육 및 결혼자금 등에 매어 힘든 생활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과다한 지출로 노후 내내 큰 고생을 하는 것이다. 소위 자녀부양 리스크(위험)다. 이러한 자녀 리스크를 염낭거미에 비유하기도 한다. 독거미의 일종인 염낭거미는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모성애가 강한 습성이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베이비부머의 경우 자식 뒷바라지와 부모 봉양을 함께 해야 하는 이중케어에 갇힐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은퇴하고 나면 연금 외에 변변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비혼(非婚)과 만혼(晩婚) 추세까지 겹쳐 성인이 되었어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흔하다. 2030대의 캥거루족, 3040대의 신캥거루족이 그 예다. 현명한 노후를 위해서는 자녀를 최대한 일찍 독립시키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가 같이 자녀교육과 경제문제 등에 공통된 의견을 가져야 한다. 부부간에 의견이 다르면 그만큼 자녀 독립이 늦어질 수 있다. 또 자녀와 상의해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합리적인 선에서 정해야 한다. 대학 졸업 때까지, 또는 결혼할 때까지만 뒷바라지를 해주겠다고 시한을 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질질 끌다보면 나중에 자식도 부모도 함께 망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직장 등 공적 관계망은 퇴직과 함께 대부분 눈녹듯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오랜 친구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위로가 된다. 은퇴 후에 보면 휴대폰 속의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의 이름이 저장돼 있으나 막상 전화를 걸만한 상대가 많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서양 격언에 노년의 행복은 친구들의 수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노후가 되면 마음이 외롭고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때 달려와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한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왕따 등 여러 이유로 세상과 담을 쌓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40세에서 70세 사이의 중장년층 히키코모리 숫자가 80만 명에 달한다. 숨겨진 인원까지 합하면 최대 20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 중 80% 이상이 남성이다. 친구는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동시대를 같이 걸어왔고 노후의 외로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도반(道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꼭 학교 동창 등 동년배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노후가 될수록 나이도, 생각도 다른 친구를 사귈 필요가 있다. 동년배 간의 대화는 너무 뻔하다. 더욱이 나이 들수록 노화와 쇠퇴로 인해 활기를 잃고, 그 중 누구라도 병들거나 죽음을 맞이하면 우울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친구는 다양할수록 좋다. 특히 긍정의 에너지와 재미있는 콘텐츠를 갖춘 친구라면 더없이 좋다. 반면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친구는 피하는 게 낫다. 또 만날 때마다 눈치도 없이 돈 자랑, 자식자랑을 반복하는 친구는 피로감을 준다. 스스로 좋은 친구, 매력 있는 친구가 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새롭게 도전함으로써 만날 때마다 자극이 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자세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가 모여든다. 은퇴 후에는 인간관계가 갑자기 축소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외로 더 넓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적극성을 띠게 되면 오히려 다양한 취미와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공직에서 은퇴한 B씨(63)는 요즘 역사 포럼과 지역통합 활동으로 바쁘다. 후백제와 가야문화에 관심을 갖고 현장답사 등 포럼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역통합을 위한 협의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역일 때 맺어진 인맥이 기반이 되어 역사문화 잡지 발간에도 관여한다. 또 평생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여성 노인 C씨(69)는 퇴직 후 노인복지관과 자원봉사센터에서 상담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주변의 공원과 산 등에서 쓰레기도 줍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극홍보활동도 벌였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이 신체적 건강 유지는 물론 노후 행복의 원천이라며 밝게 웃는다.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겸손 또 겸손하라 -주변에 항상 감사하라 -베풀 수 있을 때마다 베풀어라 -말하기보다 들어라(傾聽) -가르치려 들지 마라. 꼰대소리 듣는다 -소파와 TV중독, 유튜브에서 벗어나라 -옷차림을 깨끗이 하고 목욕을 자주 하라 -꾸준히 공부하라 -매력 있는 인간이 되라 -먼저 연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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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3 16:51

[뉴스와 인물]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한국판 농업 뉴딜 성공 이뤄낼 것”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이 돼 온 한국의 농업농촌이 심각한 고령화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까지 더해져 농민들의 피해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바로 한국판 농업 뉴딜이다. △디지털 농업 △지역특화작목 육성 △청년 농업인 육성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건데 도입기를 지나 이제는 확산기에 접어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과정이 있기까지는 허태웅 농촌진흥청장(55)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허태웅 청장을 만나 한국판 농업 뉴딜 추진 현황과 농업의 새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는 어떻습니까?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상기상과 아프리카돼지열병과수 화상병 같은 동식물 질병 위협으로 어려움도 많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판 농업 뉴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농업, 청년 농업인 육성, 탄소 저감 농업 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판 농업 뉴딜을 통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전 직원들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업무 하나하나가 농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뉴딜의 확산, 더 나아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농촌진흥청은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이기도 한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전북지역 농 생명 산업 육성과 농업 분야 지역인재 역량개발, 청년 농업인 육성을 지원하는 등 전북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전북 농 생명 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고, 도내 기업체에 물품시설 등을 직접 구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전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진청-학연 협동연구 석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해 전북대와 전주대 등에 학과 개설을 지원하고, 지역대학생 대상 현장실습과 지역 청년 농업인 경쟁력 제고 사업 등 지역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 한국판 농업 뉴딜을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농업을 역점사업으로 내세우셨습니다. 농가 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노동집약적 관행 농업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또 폭염과 기록적인 장마, 최강 한파 등 급속한 기후변화는 농업생산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는 게 바로 디지털 농업입니다. 디지털 농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고효율 스마트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농업의 전 과정을 자동화미래화하고 최적의 의사결정 서비스를 제공해 농사의 편리성생산성품질 향상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드론과 자율주행기술 등으로 농작업을 대체하고, 최적의 양수분 및 병해충 관리 등 정밀 재배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 소비유통을 고려한 출하 시기 조절로 농가 수익성 극대화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농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힘들고 돈 안 되는 농업에서 편리하고 고수익 내는 분야, 특히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농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 지방소멸 위기 속 농업농촌의 특화 발전을 이루기 위한 지역특화작목 육성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경영비 상승 등으로 농업 소득률은 지난 2000년 55.8%에서 2019년 29.8%로 급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농업 의존도도 47.2%에서 24.9%로 하락했습니다. 농촌 사회경제 근간인 지역 농업의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적 지원정책과 성장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죠. 지역특화작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 2019년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본격 추진됩니다. 지역별 생산기반, 연구기반, 성장 잠재력 등을 반영해 5년간 전략적으로 육성할 총 69개 직역특화작목을 선정합니다. 이 중 전북(씨 없는 수박, 천마), 전남(유자, 흑염소), 경남(양파, 곤충) 등 18개 작목은 국가 집중육성작목으로 선정됐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지역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신품종 육성과 고품질 생산재배기술 개발, 가공유통시스템 구축, 국내외 소비시장 확대 등 다각적으로 지원해 국가 균형발전으로도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농촌 소멸을 막고 미래 농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 육성이 중요한데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농업 분야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과 기술창업 지원을 위해 지난달 청년농업인육성팀을 신설했습니다. 2023년까지 정예 4-H 청년 농업인 1만 명 육성을 목표로 영농 정착과 기술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창농 준비부터 정착, 기술창업까지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원스톱 종합정보지원 서비스를 구축했고,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이면 청년 농업인의 창업 아이디어 활성화를 위한 경진대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품목 중심의 청년 농업인 네트워크 조직을 확대해 기술정보 교류와 소통의 장을 제공해 안정적인 농업정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판 농업 뉴딜을 통해 위기의 농업을 기회의 농업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을 사람 붐비는 농촌으로, 농업을 사양산업에서 미래성장산업으로 탈바꿈시켜 나가겠습니다.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농촌진흥 공무원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라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 때 삼락농정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전북 농업인과 농산업 현장 등 모든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소통을 강화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농업인과 농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기술의 개발보급에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전북 농업인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농업 등 신기술 농업 경영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농촌 소멸을 극복하고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살고 싶은 농촌, 삶이 행복한 농업인을 만들어 가는 데 관심과 애정으로 저희와 늘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허태웅 제29대 농촌진흥청장은... 경남 합천 출신인 허태웅 청장은 서라벌고등학교와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환경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고시(23회) 합격 후 공직에 입문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책기획관과 대변인,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제29대 농촌진흥청장으로는 지난해 8월 15일 부임했다. 주요 수상 이력으로는 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 표창 등이 있다. 허 청장은 업무에 관해서는 단순 종이 보고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과 일에 대한 열정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기술개발이나 방제 상황 현장점검 등 농업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허 청장이 다녀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허태웅 청장은 취임 당시 농업인들을 위해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게 농업 현장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농업이 직면한 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변한영
  • 2021.08.22 16:53

[뉴스와 인물] 취임 1주년 맞은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이 취임1주년을 맞아 새만금이 '새만금다운 옷'을 입을 시간이라며 그린뉴딜 중심지로서 변모할 새만금 개발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최근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착공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했다는 내용이 들려왔다. 지난 1991년 이후 30여 년의 오랜 세월 동안 도민들은 하루빨리 새만금개발이 마무리되기를 염원해왔다. 그러다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이 동서도로 개통 등의 내용으로 구체화,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용에는 도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58)의 노력이 빛났다. 지난해 8월 15일 새만금개발청으로 부임해 올해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양 청장을 만나 새만금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새만금개발청장 취임 1주년입니다. 지난 1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새만금이 새만금다운 옷을 입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그린뉴딜을 이끌어갈 새만금답게 정부와 합동으로 핵심정책인 뉴딜사업을 새만금에서 펼치는 새만금 그린+디지털 뉴딜 종합 추진방안을 마련해 뜻 깊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새만금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보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새만금에 대한 도민의 기대와 관심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부담감이 크지만, 도민의 기대와 관심을 동력 삼아 새만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됐습니다. -다음 달이면 개청 8주년이 됩니다. 8년의 내용과 앞으로 새만금개발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2월 그린뉴딜 중심지로서의 전략을 담은 새만금 2단계 기본계획(MP)을 수립하고 이에 더해, 창업과 투자가 더욱 촉진될 수 있도록 투자진흥지구, 규제자유특구 지정, 강소연구개발특구 등 다각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새만금 산단의 입주기업 수가 최근 3년간 4~5배로 늘었으며 추가로 입주 의향을 밝히는 기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단 내 기업은 물론 관광레저용지의 민간 개발 투자자 유치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등 새만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정 속에 앞으로는 변경된 기본계획의 비전과 목표에 맞춰 새만금을 내실 있게 채워나갈 계획입니다. 새롭게 설정한 단계별 개발계획과 2단계(~2030년) 핵심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스마트 그린산단과 그린수소 복합단지 등을 조성해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시대의 선도기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투자진흥지구, 규제자유특구 등 각종 맞춤형 인센티브를 강화해 우수한 기업들 유치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우수한 자연환경을 살려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확대해 찾고 싶고 살고 싶은 새만금을 만들겠습니다.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착공 검토 등 새만금 발전과 관련한 변화들이 보입니다. 새만금을글로벌 신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하고, 관광산업의 육성, 철도항만과 연계한 항공물류 거점화를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새만금 내부개발 촉진과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최근 조기착공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새만금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새만금 사업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부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다 하겠습니다. -새만금 행정구역 문제도 계속 논란을 이어오다 최근 새만금 권역 행정협의회의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새만금 권역 행정협의회의 출범 소식은 전북도와 시군이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을 위해서 한마음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마치 올림픽 여자배구팀의 단합된 모습을 보는 것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1991년 새만금사업 시작 이래 광역지자체와 시군이 뜻을 하나로 모아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3개 시군 단체장들도 지자체 간 이견으로 인한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행정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새만금 개발의 속도감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행정협의회는 그동안 지자체 간 생각이 달랐던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합의를 이끌었습니다. 개발청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지역상생협약식을 체결하며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큰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조속한 새만금 개발을 염원하는 도민의 마음을 담아 행정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 한뜻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면, 어떠한 난관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끝으로 도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갈 새만금은 지난 10년을 넘어 올해부터 앞으로의 10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동력이 되도록 주력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정체된 새만금이 드디어 용트림하는 기회이자 상당 부분의 핵심사업들이 2030년에 완성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특히 산단에 새만금의 비전과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관심 있는 우수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투자유치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확대해 찾고 싶은 새만금, 살고 싶은 새만금을 만들어 균형있고 조화로운 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집중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 지자체도민의 합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만금 사업이 지역개발 사업을 넘어 국가 발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데 도민의 뜻이 모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정부에서 정책적재정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반드시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전북도민의 숙원과제이자 대한민국 그린뉴딜의 1번지가 될 새만금에 도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남원 출신인 양충모 청장은 전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미국 듀크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를 취득했다. 지난 1991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지난해 8월 15일 새만금개발청장에 부임했다. 부임 당시 양 청장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그보다 새만금 개발을 가속화 활 인물은 없을 것이라는 평이 줄이었다. 특히 기획재정부 재임 당시 성장전략정책관공공정책국장재정관리관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던 그였기 때문에 새만금청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 밖에도 지난 2013년 새만금청 기획조정관을 역임, 새만금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졌기 때문에 누구보다 새만금의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인물로 점쳐졌다. 양 청장은 부임 당시 도민들에 기대에 부담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만큼 새만금에 대한 도민의 염원이 높다고 생각,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만금이 명품도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육경근 기자

  • 기획
  • 엄승현
  • 2021.08.16 17:23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친애하는 나경에게 - 성장 서사를 벗어난 삶에 대한 단상

나경아. 안녕. 잘 지내고 있니? 8월 여름은 무더위로 가득하다. 입추가 지나서 더위가 좀 누그러질 만도 한데, 좀처럼 꺾이질 않는구나. 나는 고대하던 백수가 된지 이제 1달 차다. 푹 늘어질 수 있어서 좋다. 요새는 넷플릭스와 새벽을 보내느라 점심에 일어난다. 이렇게 거드름만 피우다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까 봐 겁도 나지만 어김없이 다음날 저절로 리모컨에 손이 가니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수면욕이다라는 운영 모토에 찰떡같은 광신도를 자처하고 있다. 너는 7월 출산한 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점점 달수가 찰수록 다들 애가 배 안에 있을 때 편안하다고 하던데, 타인과 몸을 공유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야. 어서 애가 방을 뺐으면 좋겠어!라며 얼른 출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방을 뺀다고 참신하게 표현해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지. 아직 출산도 하지 않은 아이를 타인이라고 말하며 한 존재로 인정하는 시선이 엄마로서 네가 어떤 태도로 아이와 관계 맺을지 알 수 있었어. 너 자신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잃지 않으면서, 누구도 자기 자신이 되는 걸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이가 그려지더라. 헬레나 노르베리 /사진 = 연합뉴스 오늘은 일회용 기저귀를 1주 1팩, 1달에 240여개를 쓴다고 지구가 걱정된다며 천 기저귀를 당근마켓에서 알아본다고 했지.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는 최근 한겨레신문 대담을 통해 우리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다음과 같은 열린 질문을 했어. 당신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 소중하게 여기는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뜻있는 미래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지금 어떤 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은가요? 그녀는 세계화와 속도 경쟁으로 인해 무너진 지역 단위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어. 물론, 개인의 실천만이 아닌 정부의 차원에서 세금, 보조금, 규제를 통해 지역화, 분산화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지. 며칠 전에 친구들과 서울로 비건 음식점 투어를 다녀왔어. 지인이 전주에서 비건 술집을 차리고 싶다 해서, 사전에 시장 조사를 위해 다녀왔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서울 지역이 조심스러웠지만, 전주에는 비건 음식점들이 많지 않아 굳이 행차했어. 작년부터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고 환경, 동물, 건강을 위해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있어. 넷플릭스에서 더 게임 체인져스다큐를 본 후 인식이 전환됐어! 통념과 달리 채소에는 고기보다 단백질이 더 많다는 사실과 건강에 더 좋다는 실증적 연구를 보니 안심됐달까. 고기 = 단백질 = 힘이라는 상식은 축산업의 엄청난 로비와 거대 기업이 자리하고 있어.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로 늘어났어. 요새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서 핫하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이라 여러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환경을 빌미로 그린 워싱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돼. 그린 워싱은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해. 스타벅스같은 세계화된 기업은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종이 빨대나 재사용컵 캠폐인을 벌이지만 매달 한정판 굿즈를 2012년 연간 40종에서 2020년에는 연간 500종으로 경쟁적으로 늘려서, 아름다운 쓰레기의 또 다른 이름을 아닐지 우려스러워. 그래서 비건 맛집은 어땠냐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비건 초밥 ? 에티컬 테이블(윤리적인 식탁)이라는 식당이었어. 거기 메뉴들은 연어 없는 연어 초밥 참치 없는 참치 초밥 계란 없는 계란 초밥 광어 없는 광어 초밥 같은 메뉴처럼 모두 채소로 기존 물고기들을 대체하고 있었어. 물생물 스티커 아니, 이게 가능하다는 말이야? 예컨대 파프리카로 참치를, 단호박으로 계란을, 연어는 당근을, 광어는 곤약으로 고유의 빛깔과 형태를 모방하고 또 창조해냈어. 맛도 아주 좋더군! 내가 물고기라고 말했어? 그 식당에서는 오늘 내가 지켜낸 물고기 아니고 물생물 스티커라는 굿즈도 함께 식탁 위에 놓여있었어. 물생물(물살이), 아직은 낯선 단어지. 고기라는 용어는 상위 포식자 입장에서 다른 생명체를 먹이로 보는 시선이 담겨 있잖아. 참치, 연어, 광어는 물고기가 아닌 그 자체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라는 걸 우리는 종종 잊는 것 같아. 나경.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되지 못하면 아무 존재도 아닐까 봐 두려워. 우리 사회 밀려난 사람들의 자리는 차별과 고통에 압도되어 불행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있으니까. 도대체 성장 서사를 벗어나는 건 뭘까? 개별 시민의 행동이 많은 걸 바꿔내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어떤 생명의 미래를 빼앗는 행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도 괜찮을 수 있는 회복의 자리에서, 숲과 생명의 이름을 되돌려주고 그 곁을 지키는 사랑의 서사를 쓸 수 있길 바라. 언젠가 친구의 비건 술집에서 너와 네 아이와 함께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기를, 그날까지 우리의 노력이 기후 위기를 돌이키는데 늦지 않기를.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소해진 /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소해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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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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