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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101)한여름 유둣날의 물맞이

덥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선조들은 삼복더위를 지나는 날 중, 음력 유월 보름을 물의 날로 삼아 유두절(流頭節)의 풍속을 즐겼다. 유둣날이 되면 물맞이하러 가자!며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히고 물로 액운을 씻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유두는 머리를 감거나 빗는다는 소두(梳頭), 폭포에서 물을 머리에 맞는 의미인 타두(打頭), 물머리 수두(水頭), 머리의 옛말인 마리를 물과 합하여 물마리, 물맞이라고도 불렀다. 유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 감고 목욕을 한다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에서 유래하여 청(靑)을 상징하고 양기가 왕성한 방향인 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최고의 유두수로 쳤지만, 지역마다 색다른 유둣날 물맞이 장소가 있었다. 유두는 신라의 이두(吏讀)식 표기라는 말이 전해지며 천 오백여 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 명절로 알려져 있다. 음력 유월 보름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을 씻고, 계음(?飮, 목욕재계하고 삿된 기운을 씻으며 즐기는 잔치)하는 것을 유두연(流頭宴)이라 한다는 내용이 고려 문인 김극기의 문집인 『김거사집』에 남아있으며, 유두날 술을 마시는 유두음에 관한 기록이 『고려사』에 있는 등 고려와 조선 시대의 다양한 문헌과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그 중,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음력 6월령에는 삼복은 속절(俗節)이요 유두는 가일(佳日, 좋은 날)이라 /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라는 대목과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육자 한자 들고 보니 / 유월이라 유둣날 탁주 놀이가 좋을씨고라는 각설이 타령의 한 구절에도 유둣날의 풍습이 묻어난다. 유둣날에는 여름철 과일과 유두음식을 사당에 올리며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유두제사를 지내고 물가를 찾아 더위를 식히며 하루를 즐겼다. 『동국세시기』에 밀가루를 구슬 모양으로 만들어 유두면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듯이 대표적인 유두음식인 유두면과 국물에 경단을 넣어서 만든 수단(水團)을 먹으면 액운을 막아주고 유둣날 국수를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장수한다고 믿었다. 또한, 농사를 중시 한 선조들은 유둣날에 논과 밭에서 농신제를 지냈다. 삼복더위를 거칠 때마다 벼가 빨리 자란다는 옛말이 있듯이, 장마가 지나고 더워지면서 여름 햇볕 아래에 각종 작물이 잘 자란다. 이때는 보리나 밀 그리고 참외를 비롯한 밭작물을 수확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수확을 하고 마지막 모내기와 김매기도 하며 농작물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음력 유월 보름 즈음은 농부들이 바쁜 농번기이다. 게다가, 병과 해충이 생기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새나 짐승들이 꼬이기 쉬우니 병충해 관리를 잘하고 밭의 농작물에 짐승들의 피해를 잘 막아야 한다. 또한, 논에 물을 잘 대어 논물관리에 힘을 써야 할 때다. 하여, 병충해가 없고 논물이 마르지 않으며 논둑이 터지지 않고 풍년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논고사, 논고시, 밭꼬시, 논꼬, 논멕이기, 유두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 농신제를 지낸 것이다. 유둣날 논과 밭에서 부침개를 부쳐 냄새를 풍기면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은 벼와 밭의 농작물이 병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에 따라 유두음식을 준비하여 제사를 지냈다. 고사의 재물로는 팥시루떡을 찌고 간혹 팥죽을 쑤기도 했다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찰떡이나 밀떡과 송편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감자를 쪄 으깨어 떡 모양으로 만들어 논 물꼬와 논둑 밑에 놓았으며 떡을 꼬챙이에 꽂은 논꼬시를 함께 올리기도 했다. 유두제사와 농신제를 지낸 뒤 올린 음식을 나누어 먹고, 산이나 계곡을 찾아 시원한 물가에서 물맞이하며 유두놀이를 즐겼다. 또한, 선비들은 아예 탁족(濯足)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심신을 정화하며 풍류를 즐겼다 하니 피서의 원조가 유두인 셈이다. 지역마다 물맞이 명소가 있었는데 부안의 직소폭포와 완주의 위봉폭포 아래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물을 맞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더위가 가신다. 또한, 유둣날 이름난 약수를 찾아가서 머리를 감고 여의치 않을 시 그 물이라도 적시면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고 했는데, 순창에는 물맞이 명소로 약수가 나는 샘물이 있다. 지금도 맑은 물을 내어주고 있는 구림면의 물통골 약수와 샘의 물이 구불구불 용의 모양으로 흘러가는 곳이라 하여 이름이 붙은 인계면의 두룡정(頭龍井)이 유명했다. 두룡정은 단오 때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으로 약수가 효험이 크다고 소문난 유둣날 물맞이 명소였으나 이제는 그 흔적만 남아 아쉽기만 하다. 유둣날 목욕재계하고 제를 지내던 것은 지금까지도 몸가짐을 바로 잡기 위한 경건한 준비로 남아있지만, 유두절이라 불렸던 오늘날 유두는 명절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작년 장마로 힘든 시절을 지내고 무더운 여름을 지내다 보니, 물맞이하던 선조들의 풍속도 논꼬시를 몰래 빼먹던 개구쟁이들의 모습도, 어머니를 따라 샘가에서 머리에 물을 축이던 어린 시절의 오랜 기억들도 아련하다. 더위와 오랜 유행병에 지치다 보니 옛 풍속에 남겨진 의미와 흔적들이 더욱 소중하다. 돌아오는 유둣날에는 집에서 유두국수를 해 먹고 흔히 말하는 랜선여행으로 물맞이 명소를 다니며 그 시원함에 마음을 싣고 모두의 안녕을 기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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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1 16:44

전북경제 새로운 활력 ‘자동차 대체부품산업’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전북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는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으로 전북경제가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 심정로 지역경제 회복에 절치부심하던 전북에게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은 전환점이 됐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의 글로벌 전진기지 조성으로 전북을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전북의 자동차 대체부품산업 육성과 향후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지면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자동차 대체부품은 제조사에서 출고될 때 자동차에 장착된 부품(OEM)을 대체해 사용하는 부품을 말한다. 자동차 대체부품의 품질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인증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대체부품의 인증은 차량이 출고될 때 장착된 부품과 성능 및 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며 안전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서 파손 빈도나 수리비가 높은 외장 부품 및 등화 부품 위주로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의 고장 또는 사고로 인한 수리 시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도록 규정됐다. 자동차 대체부품은 점차 기능성소모성 부품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현재 외장부품 12종 38품목, 등화부품 7종 18품목, 기능소모성 부품 19종 62품목 등 총 38종 118품목의 인증 대체부품을 지정해 디자인권과 관계없이 국산차 수리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소비자에게 인증 대체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지 의무화, 인증 대체부품 사용 시 수리보험금 환급(OEM 부품 가격의 25%), 인증 대체부품 A/S 거부 방지 등을 시행함으로써 자동차 대체부품 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전북도, 군산시와 2018년부터 자동차 대체부품산업 육성사업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도내 부품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침체된 전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으로 공정한 경제의 실현이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도내 총 40여개의 자동차 대체부품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자동차대체부품산업협의회(GRAP) 발족과 더불어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개선을 위한 소비자단체와 업무협약, 전라북도 자동차 대체부품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 등 2018년부터 국토부 일감창출형 대체부품산업 생태계 구축사업 등에 총 191억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내 기업에 자동차 애프터마켓(AM)용 대체부품개발을 지원한 결과, 지난 2018년 국산 자동차 대체부품 1호 인증취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도내 기업에서 개발한 13개 외장부품이 인증을 취득하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총 40여개의 자동차 대체부품이 추가로 인증 또는 개발 중에 있다. 지난 5월에는 자동차 대체부품산업 활성화를 위해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협약을 체결하고 전북도에서 생산을, 수도권 최대 소비처인 경기도에서 유통과 소비를 협력해 도내에서 생산된 인증 대체부품이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확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먼저 도내 기업의 대체부품 개발과 인증 확대 및 시장진출 지원이 과제로 꼽힌다. 현재 13개 부품의 인증 취득으로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올해까지 40개 품목의 추가 개발 완료 및 인증 취득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올해까지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내년부터 연간 20개 이상의 대체부품 개발 및 인증 취득을 지원하고 마케팅, 유통, 물류 등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진출의 지원 확대는 소비자 단체, 보험개발원 등과 인증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를 통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부품개발 의지 위축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도내 대체부품 개발기업과 금형, 주물 등 관련기업 간 협업 강화를 통해 뿌리산업 기술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 자동차 애프터마켓용 부품개발 및 수출지원을 통한 전북연구원과 해외 자동차 애프터마켓 동향, 전북 자동차 대체부품산업 여건분석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방안을 수립한다. 특히 자동차융합기술원은 내년부터 도내 부품, 뿌리기업 간 협업형 해외 자동차 애프터마켓 진출용 대체부품을 개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자동차부품인증협회(CAPA)와 협력으로 북미시장 진출을 우선 목표로 대체부품 대상 차량의 분석 및 수출품목의 선정을 진행한다. 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전북도와 전기차 클러스터,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특장차 전문단지, 자동차 수출복합단지 등과 연계해 전북지역 제조업 활성화를 이끌 미래 자동차산업의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이에 앞서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부품협회가 대체부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2437만대로 1가구당 1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이 활성화 되면 그 혜택이 모든 가구에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대체부품산업은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를 통한 권익보호로 그 혜택이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착한 시책이란 것이 이성수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대체부품산업을 국토교통부(품질인증제도), 산업통상자원부(부품개발수출), 중소벤처기업부(기업지원), 금융감독원(자동차보험), 특허청(디자인보호), 공정거래위원회(완성차-부품기업 하도급) 등 범부처가 협력해 국가사업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이 원장은 자동차 대체부품산업이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대체부품이란 용어부터 조속히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부, 지자체는 물론 글로벌자동차대체부품산업협의회, 한국자동차부품협회 등 관련기관과 많은 협력과 논의를 통해 대체부품산업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남원 출신으로 전북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군산부시장, 전북도 민생일자리본부장, 경제산업국장 등을 역임했다.

  • 기획
  • 김영호
  • 2021.07.18 16:47

[뉴스와 인물] 국제라이온스356-C(전북)지구 제44대 김동근 총재 “코로나19, 힘과 지혜를 모아 이겨낼 것”

김동근 총재 지난 1일 국제라이온스356-C(전북)지구 제44대 김동근 총재가 취임 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김 총재는 2021-2022 회기 동안 전북의 1만여 명 라이온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김 총재는 힘을 합하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코로나19를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총재를 만나 향후 전북지구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전북지구 총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셨습다. 소감은 어떠신가요. 전북일보 애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모든 분야에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 1만여 라이온가족의 대표인 총재에 취임하고 보니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앞섭니다. -라이온스는 대표 봉사단체로 꼽히는데요.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1917년 미국 시카고에서 멜빈존스 창시자에 의해 우리는 봉사한다라는 라이온스 모토와, 자유지성우리 국가의 안전 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창설되어 현재는 215개국에 140만여 회원을 보유한 세계최대 최강의 NGO 봉사단체입니다. 멜빈존스 창시자는 남을 위해 어떠한 훌륭한 일을 시작할 때까지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좌우명을 남겼습니다. 이에 따라서 인생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이 생애에 있어서 가장 성공한 삶이며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북지구 규모나 활동사항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1964년에 처음으로 전북에 전주라이온스클럽이 탄생됐습니다. 우리지구는 1978년도에 35개 클럽 1350명으로 창립해 43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 발전해 7월 현재 103개 클럽에 4302명의 회원이 참 봉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북지구는 당뇨병 퇴치사업, 시력우선사업 재난재해 대민 봉사사업, 장학금지급, 불우이웃 및 소외계층 돕기사업, 김장담아 나눔봉사, 무료배식봉사, 학교 앞 거리질서 지키기 캠페인 봉사 등 14개 시군 103개 클럽 1만여 라이온 가족이 매년마다 약 40억 원 상당의 각종봉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임기 중 중점사업으로는 4개의 신생클럽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전회기에 봉사환경이 위축되어 회원감소가 됐습니다. 6월말 현재 4300명인데, 1년 동안 총력을 경주해 5000명 회원 시대로 신입회원 증원도 주요 목표입니다. 라이온스 클럽의 자산은 회원입니다. 따라서 회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고 동참해 힘을 합친다면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아울러 신입회원들이 많이 입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원의 숫자를 많이 늘려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연수를 통해 회원 유지관리에 총력을 기울리고자 합니다. 이와 함게 숭고한 인도주의적 봉사 사업에 지원하는 국제재단기금(LCIF) 기금으로 40만 달러를 모금해 국제재단에 기탁할 계획입니다.그리고 전북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추절을 맞아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 일원에서 농촌 지역 특산물 판매를 위한 라이온 장터를 개설, 소통과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도내 14개 시군에 있는 103개클럽 1만여 라이온모두가 참여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발생된 수입금 전액을 12개 지역 단위클럽 활성화 봉사 사업비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원하는데 사용할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라이온스 활동이 있다면.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앤 으로 필리핀에서 큰 재앙이 있었습니다. 필리핀 인명 피해로는 약 8000명이 사망해 전북지구(36대 박명자 총재)에서는 약 20만 달러에 상당하는 수해물품을 필리핀 세부 인근 올랑고섬에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지구임원 15명은 작은 목선에 의지하고 이동해 전달하고 돌아오는 도중 비가 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뻘에 목선이 박혀 이동이 불가능 하는 죽음을 눈앞에 두는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일보 독자와 라이온스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평온했던 우리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생활의 문화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대, 최강의 순수 민간 봉사 공동체입니다. 아울러 심각한 위기상황은 우리를 시험대에 오르게 하기도 하고, 위기가 결집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위기에 닥쳐 1만여 라이온가족 모두가 더욱 힘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코로나 19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고유한 가치는 코로나19 탠데믹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봉사에 앞장서는 것이 아름다운 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현시대에 맞는 봉사마인드를 개발해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봉사를 꾸준히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19 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방역과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와 함께 손 씻기 운동,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 2인 이상 대면 접촉 절대 안하기, 사적인 모임 자제 등에 동참해 도민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고 생활을 안정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에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동근 총재는 1958년 전주에서 태어난 김동근 총재는 전주완산고등학교와 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동성산업사 대표, 파인 케미컬 대표, 중국 심양 신시대 유한공사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유)그린환경산업개발 대표이사, (유)남부산천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사회봉사활동도 다양하다. 선진화시민행동 전북공동대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 평화문제연구소 운영위원, 전북 새마을회 이사 등을 지냈했으며,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월드비전 전북지역 후원회장, 대한장애인펜싱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국제라이온스 협회와의 첫 인연은 지년 2005년에 시작됐다. 40대에 접어들었던 김 총재는 사회 후배의 권유로 노령 라이온스 클럽에 가입, 그렇게 라이온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김 총재는 처음에는 후배가 3년에 걸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자고 했다면서 마지 못해 수락했는데, 17년간 라이온스와 더불어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이어 전북지구 총재를 맡은 만큼 라이온스의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획
  • 강정원
  • 2021.07.18 15:28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아트ART,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다, 사람과 공간을 잇it다

교동미술관은 2007년 소통을 모토로 시작한 1종 사립미술관이자 지역미술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선도하는 도시재생 공간으로, 오프라인 위주의 교동(橋動) - 움직이는 다리의 역할을 온라인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의 예술가들과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즐거움을 공유해나가고자 전주 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잇-다 작가교류 콘텐츠와 Art in Home V-log 콘텐츠를 기획하였다. 지역의 정통성 있는 공예작업과 명장들의 작업 철학 및 현장의 기록 등이 잊혀 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명맥을 이어오는 명장과 현대 미술작가들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이 작업세계를 교류하는 온라인콘텐츠 제작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 왔다. 이에 명장과 역량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프로모션하여 영상으로 담아 소개하고, 사유의 공간으로 예술작품을 제안하여 코로나블루, 관계의 단절 등 우울한 감정을 예술로 치유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예술 향유 방식의 전환을 제공하고자 한다. 교동미술관은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김용삼)이 주관하는 2021년 지능형(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인 사립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전북권역 사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선정, 콘텐츠 제작 및 사업 운영을 추진해왔다. 교동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아트-잇 Art-it>은 팬데믹시대 문화예술을 통한 시대적 통찰과 고민을 지속하며 지역 순수미술의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전통과 근본에 대한 사유와 작가 간 협업 지원, 열린 미술관으로서의 비전을 공유해나가고자 기획되었으며, 콘텐츠는 Artist편과 Space편 2개 파트 총 6편의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Artist편은 전승공예작가와 젊은 현대작가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이 연대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는 전통과 현대 예술의 만남, 지역과의 예술 연대, 전승 및 현대미술 작가간의 교류를 중점으로 하여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오는 명장과 현대공예작가의 만남, 그들의 작품세계와 작업을 조명해 봄으로써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서로 연대해나가는 법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담았다. Space편은 아티스트의 생생한 작업 현장과 작업 과정, 전시 공간 및 작품으로 연출한 홈인테리어 등으로 감성적 문화예술 치유의 메시지를 테마로 제작되었다. 이는 예술계의 자립, 지속 가능한 예술, 감성적 예술치유를 중점으로 아티스트와 아트웍이 공공의 영역을 벗어나 개인의 공간에 디스플레이 되는 법, 작품의 사적 공간으로의 이동으로 감성적 문화예술 향유 방식의 전환을 제공하고자 한다. 온라인콘텐츠에 참여한 △김성수(조각 및 설치), △김종연(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158호/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8호 민속목조각장), △방화선(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소찬섭(조각), △유시라)(회화 및 설치), △이보영(회화 및 설치), △이호철(조각 및 설치), △최대규(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0호 나전장) 작가의 작품 20여점은 7월 6일부터 18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아트Art, 사람과 공간을 잇it다>展을 통해 선보이며 영상콘텐츠는 올 하반기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유관기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제공되는 본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예술이 지니는 가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나가며 지역 예술가와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이 주는 삶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확산해나가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교동미술관은 소통을 모토로 시작된 도시재생 공간으로 지역 예술가들과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며 『2021 온라인콘텐츠 <아트-잇 Art-it>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전승공예와 현대작가 8인이 참여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제공되는 본 프로젝트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연대해나가는 모습과 작품을 매개로 한 서로 다른 공간을 다룬 콘텐츠를 통해 고유하고 소중한 신념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현장 기록과 열정을 담았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적 경험이 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예술의 대면방식 확산에 따른 지역 미술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교동미술관은 온라인 문화예술 플랫폼의 선제적 구축을 통한 지역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계속해서 도모해나갈 예정이다. 작가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의 자립, 성장할 수 있는 기반 확보 및 온라인플랫폼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며 작가의 예술창작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더불어 지역 아티스트 및 작품의 지속적인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한 문화예술계 수익구조 마련의 기회를 제공을 도모하고자 한다. 한국 전통문화관광 거점도시에 위치한 미술관으로써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의 교류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공예의 기록, 보존을 통해 공예 관련 콘텐츠의 계승과 확산을 통한 지역 공예 활성화와 지역문화유산 아카이빙 채널 구축에 더욱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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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4 16:43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노년의 성생활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 드릴게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년)에 나오는 대사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인기가 높은 배우 윤여정(74)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홀로 사는 노인의 무연고사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은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다. 고령의 남성들이 모이는 공원 등에서 박카스를 파는, 서비스(성행위)가 죽여주는 여성이다. 여기서 외로운 노인들이 박카스를 사는 행위는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이요, 주인공이 박카스를 파는 행위(성행위)는 성욕과 함께 생활의 의욕을 잃어가는 고령의 남성노인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에 앞서 2002년 개봉한 영화 죽어도 좋아!는 노년의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그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70세를 넘긴 두 노인은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한 뒤, 죽음보다 더 외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다 두 사람은 공원에서 운명처럼 만나 뒤늦게 결혼을 하고 거의 매일 뜨거운 밤을 보낸다. 당시는 낯설고 파격적인 소재여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두 노인의 섹스 장면까지 자세히 그려 찬사와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 영화의 진화처럼 우리사회에서 금기시되던 노인의 성 문제는 아직 남사스럽긴 해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세태는 지난 4월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범석 원장(국립재활원)이 발표한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이란 발제가 증거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성생활이 줄어들 것이란 편견과 달리 노인들도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가 성생활을 하고 75~79세의 58.4%, 80~84세의 36.8%도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60대의 절반 이상, 80대 노인도 20~30%는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이달 2일 연세대 염유식 교수(사회학과) 등이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을 연구한 결과와 거리가 있다. 성인의 36%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sexless)고 응답했고 60대 여성의 경우는 47%에 달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아직 우리사회가 성생활을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좀 오래된 통계이긴 하나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2010년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발표한 통계도 비슷하다. 이에 의하면 지난 6개월 동안 남성은 키스와 포옹 67%, 성적인 스킨십과 애무 54%, 성교 33%, 구강성교 20%, 자위 34%의 성행위를 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여성은 이보다 낮아 키스와 포옹 49%, 성적인 스킨십과 애무 35%, 성교 23%, 구강성교 12%, 자위 12%의 성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유재언, 2018). 성별 차이가 있지만 상당히 많은 중고령자가 성생활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생활 만족도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그리 높지 않다. 한국의 경우 60대 남성 40% 여성 30%, 70대 남성 33% 여성 28%며 미국은 60대 남성 52% 여성 41%, 70대 남성 26% 여성 27%에 그쳤다.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노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유는 남성노인의 경우 발기의 어려움, 사정량 감소, 성관계 지속시간 감소 등이, 여성노인의 경우 폐경으로 질벽이 얇아지고 질 수축 강도가 줄어들며 질 윤활액 감소로 인한 성교 고통이 성생활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범석 원장은 원활한 성생활을 위해 남성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여성은 윤활제 사용을 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60대 이상 남성은 실데나필(비아그라) 50mg에서 100mg으로, 타다라필(시알리스)은 10mg에서 20mg으로 증량하면 발기부전 치료가 가능하며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주사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경우 성교 통증은 글리세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수용성 윤활제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밀감 형성이다. 남성노인은 일반적으로 삽입성교를 해야 만족하지만 여성노인은 삽입보다는 포옹이나 키스, 신체접촉 등 정서적 교감을 더 중시한다. 또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남녀 모두 평소 유산소운동과 케겔운동을 하는 게 성생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걷기 달리기 등을 꾸준히 하면 성기능 장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항문을 조이는 케겔운동은 요실금을 줄이고 성감을 높여준다. 이와 함께 고령층의 성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증가하는 성병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CDC)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중고령자에게 대표적인 성병인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의 감염비율과 감염건수가 대폭 증가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의 노인 성생활 실태조사(2012)에서 성병 감염빈도가 36.9%로 높았으며 임질 50%, 요도염(질염) 17.2%, 사면발이 5.7% 순으로 나타났다. 성인용품 구입 경험자도 19.6%에 이르며 그 중 발기부전치료제가 50.8%를 차지했다. 하지만 노인 대상의 성교육이나 성상담을 받은 경우는 1.2%(2017 노인실태조사)에 불과해 체계적인 성교육과 성상담이 절실한 형편이다. 전국적으로 노인복지관 등에서 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전문성도 미흡한 편이다. 전주시의 경우 양지노인복지관과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양지노인복지관 노인성상담센터(전화 282-8899)는 전문교육을 받은 노년의 성상담사 6-7명이 번갈아 상담을 하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안골노인복지관 노인 성(性)마음상담센터(전화 243-4377)도 성상담과 함께 부부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인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집단생활을 하는 노인과 만성질환이나 치매, 장애, 독거노인 등의 성문제 해결도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흔히 지푸라기 들 힘만 있어도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식욕과 함께 성욕은 인간의 본능이다. 노년에도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성적 욕구는 살아있다. 노년의 성생활은 노인들의 자존감과 효능감을 높이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나아가 주관적 건강을 높이고 사회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성공적 노화로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다. 전남대 의대 박광성 교수(비뇨의학과)는 노년의 활발한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좋은 신체적 건강 유지, 둘째 배우자 혹은 성 파트너의 존재, 셋째 젊었을 때부터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년의 성생활은 △뇌 기능 향상 △심혈관질환 예방 △우울감 개선 △전립선질환 예방 △골다공증 예방 △피부 건강 유지 등 놀라운 건강 효과를 불러온다. 다만 노년층은 신체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해선 안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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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2 17:11

[뉴스와 인물] 김제출신 ‘인공지능 수학 전문가’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을 길러야합니다.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이쿠얼키㈜ 조봉한(56김제사진) 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가 잘 하는 영역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나아가 직접 설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게 수학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기르는데 완벽한 학문이 수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 12년 동안 수학을 배웠음에도 그 같은 능력이 길러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너무 잘못됐다고 했다. 현재는 공식 암기와 반복 풀이를 통한 요령 배우기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인공지능 연구자였던 그는 이 같은 수학 교육의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내걸고 깨봉수학을 만들었다고 했다. 깨봉은 깨우치다의 깨와 조봉한의 이름 봉을 합쳤다. 조 대표를 만나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과 능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국내 인공지능 1세대 연구자로도 불리는데,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혁명입니다. 사람의 고유 영역이라 자부하던 지적창의적 활동까지 기계,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얼 의미할까요. 위험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일은 로봇이 대신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 인터넷에 쌓인 수많은 창작물을 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일,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이제 인공지능이 거뜬히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그럼 사람은 무얼 해야 할까요. 당연히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을 길러야겠죠. -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이란 게 어떤 것입니까. 천재들의 공통된 특징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보입니다. 천재들은 무시-변화-관계라는 세 가지 핵심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무시는 어떤 문제나 대상을 볼 때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다른 말로는 추상화라고도 하죠. 변화는 사물이나 자연 등 어떤 대상의 변화를 관찰해 변화의 요인과 패턴을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고, 관계는 파편화된 정보와 지식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 천재가 아닌 일반인도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인공지능은 한꺼풀 벗기면 다 수학입니다. 수학은 앞서 언급했던 무시-변화-관계의 능력을 기르는데 완벽한 학문이고요. 수학은 그 자체가 이미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으로, 수의 변화와 패턴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열, 미적분이란 분야가 있죠. 또한 수, 원리와 개념들 사이의 관계가 명확해 이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집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무시-변화-관계의 능력을 수학을 통해 길러야 합니다. -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표방하며 깨봉수학을 만들었는데, 깨봉수학 어떤 것입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수학, 원리와 개념을 완전히 꿰뚫어서 공식이나 요령 없이도 어렵고 새로운 문제를 쉽고 아는 것으로 풀 수 있게 하는 수학입니다. 제가 IT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점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너무나 중요한 컴퓨팅 사고력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길러질지를 오래 고민해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죠. - 깨봉수학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딸이 초등 3학년 때였어요. 미국에서 AI 연구원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금융권에 스카우트되어 귀국한 시기였죠. 어느 날 딸의 학교 성적표를 봤는데 의외로 수학을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사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수학을 배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리나 개념을 이해할 기회나 시간조차 없이 무작정 주입식으로 외우다보니 재미가 없었던거에요. 충격이었죠.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면서 모든 게 수학, 특히 컴퓨팅 사고력과 깊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에 아무 쓸모없는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죠. 그래서 우선은 딸의 수학부터 바꿔주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까. 저는 운 좋게도 요즘 말하는 수학머리가 좋았습니다. 숫자나 수학 기호, 부호를 보면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올랐어요. 덕분에 수학이 제일 쉬웠죠.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런 능력을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를 가르치기 위한 일종의 애니메이션 교재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살면서 제 몸에 체화됐던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했죠. 이렇게 하나하나 이미지로 그려주고 이야기도 붙이면서 놀이하듯 가르치니 아이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수학을 즐기기 시작하는 거죠. 차원이 다른 배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겁니다. 그 이후로 약 10년간 3000여 개가 넘는 수학 개념과 원리를, 제가 이해하고 깨우친 방식을 토대로 수학의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전달하는 깨봉을 만들었습니다. - 콘텐츠 개발 당시 염두에 둔 연령대가 있었습니까. 사실 처음 오픈할 때는 나이가 어릴수록 깨봉을 하기에 좋다고 커뮤니케이션 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중고생이나 대학생, 성인들도 깨봉에 관심을 보이고 학습을 하시더라고요. 깨봉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초등 저학년이 약 50%이고, 초등 고학년과 중고생, 대학생, 성인이 나머지 50%입니다. 초등학생은 지금의 교과 수학이 너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학부모가 먼저 선택해주셨습니다. -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작년부터 깨봉수학 유튜브 채널이 급격히 성장해 지금은 16만 구독자가 넘습니다. 특히 이공계 교수님들이나 수학 교사 분들이 정말 극찬을 많이 해주세요. 당장 교육부에 진정을 넣어야 한다며 흥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수학을 재미있게 즐기며 배움으로써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길러준다는 점이 어필되는 것 같아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였던 아이가 깨봉을 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생각의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는 후기를 많이 보내주십니다. 가장 많은 댓글이 나도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갔을 텐데입니다. - 다소 늦은 50의 나이에 창업을 했습니다. 주위의 반대도 컸을 텐데. 처음엔 주변에서 난리가 났었죠. 아니 누구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임원을, 그것도 30대에 들어가서 능력 인정받고 고액 연봉으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왜 내려놓으려 하느냐. 사업이 얼마나 험난하고 거친 영역인줄 아느냐 등등 모두 반대했어요. 그 때 유일하게 저를 믿고 응원해준 것이 가족입니다. -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 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큰 게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었죠. 가족들이 응원해 준 것도 교육 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제가 가진 진정성,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지금도 변함은 없습니다. 창업을 결심했던 시기는 만 50세가 되던 해로, 시간을 더 지체하면 힘이 떨어져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당시 계약 기간(3년)이 남아있던터라 삼성에 패널티를 물고 나왔죠. - 국내 수학 교육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현재의 교과 과정은 수학의 특성이나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시한 채 공급자 마인드로 구성돼 있죠. 그러니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합니다.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죠. 기계처럼 문제 유형별로 공식, 요령을 아무리 외워봐야 문제유형이 바뀌거나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거기에 필요한 공식, 요령을 또 외워야하니 어렵고 지루한 거죠. 게다가 이렇게 수학을 배우면 실제 필요한 관련 학문이나 산업, 심지어는 실생활에서 조차도 써먹지를 못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능이에요. 변별력이라는 미명 하에 기계적 연산문제를 이리저리 꼬아서 내다보니 정답만 맞히면 된다는 생각에 필요한 공식과 요령만 죽어라 외우고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 풉니다. 이렇게 해서 대학에 입학해도 12년간 배운 수학을 써먹지 못해요. 써먹도록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게 무슨 짓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 공교육에서 깨봉수학의 학습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 교과 과정에 엮여있는 권위권력이권 등이 엄청나잖아요. 일종의 카르텔처럼 아주 견고합니다. 비근한 예로 교육부에서 교과 과정을 입찰로 진행하는데 기업의 참여 조건 자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기업은 아예 접근이 불가할 정도로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어요. 이게 무얼 의미할까요. 바꾸지 않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공고히 다진 교과 과정을 권력의 축으로 삼고, 그것이 영원한 정답인양 군림하고 있는 게 현재 공교육의 실체라 봅니다. 교육 당국, 대학 등 소위 교육 권력을 틀어쥔 곳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IT는 미래가 없어요. - 창업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 초기부터 생각한 최종 목표는 게임하듯 즐기는 수학입니다. 지금 운영 중인 서비스에도 게임수학이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제 역량의 90%를 학습 콘텐츠의 완성에 쏟아왔는데, 하반기부터는 제 전공분야인 인공지능의 고도화를 완성하고, 논의 중인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 지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진정한 에듀테인먼트가 적용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 조 대표께서 깨봉수학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사람만이 가진 즐거움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움에서 나오고, 또 하나는 나눔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2가지를 교육시키는 게 최고의 선으로, 이것이 깨봉의 모토입니다. 그리고 수학은 인문학의 경지와 똑같아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 지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에 대한 배움, 이것이 최고의 배움으로, 배움이라는 경험을 즐겁고 새롭게 만들어주자는 게 깨봉의 미션이죠. 앞으로 2025년까지 배움의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깨봉월드 회원을 1억 7000만 명으로 만드는 게 비전입니다. 이 숫자는 전 세계의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 배움 대상인 17억 명의 10%이죠. (회사 이름 이쿠얼키는 누구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Equal Opportunity)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열쇠(Key to Success)를 갖게 하자는 의미이다.) - 전북지역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래를 살아갈 전북의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들이 길러야할 진짜 능력은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가져야할 고유한 능력, 즉 문제의 정의, 핵심 파악, 해법 찾기, 그리고 해석과 같은 것들입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컴퓨팅 사고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중의 핵심 능력이에요. 이를 키우는데 수학만큼 좋은 학문이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세요. 수학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기계와 경쟁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나아가 직접 설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미래 인재가 될 지 결정된다고. △조봉한 대표는... 국내 인공지능 1세대 연구자금융 IT 임원에서 교육 CEO 변신 50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창업 1965년 전북 김제 월촌면 출생. 국내 1세대 인공지능(AI) 연구자이자, 금융 IT 임원에서 교육 CEO로 변신한 인공지능 수학전문가이다. 김제 북중-전주 신흥고-서울대 계산통계학과(83학번)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라클과 필립스 멀티미디어센터에서 AI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1년 귀국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 금융 온라인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2004년 하나은행 임원으로 스카우트될 당시 나이가 39세여서 30대 임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자타가 인정하는 금융권 최고의 IT 전문가였다. 이후 그는 삼성화재 부사장직을 맡던 2015년, 만 50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이쿠얼키를 창업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교육을 혁신하고 싶은 게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2018년 11월부터 깨봉수학이란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인 최초 싱가포르 DBS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DBS은행 사외이사로 추천될 당시, 1년 여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됐다고 했다. 1997년 제1회 세계로봇경연대회에서 축구하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1위를 차지했고, 벤처기업대상 특별상과 제11회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 기획
  • 김준호
  • 2021.07.11 17:31

[전북명산, 회문산의 속살] ③핏빛어린 회문산 - 화해와 상생의 길

한국전쟁 시기 회문산권 민간인 희생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집계된 자료는 없다. 다만 전북도의회가 1994년 6.25양민 학살 진상실태조사에서 현장조사와 국회, 국방부 자료 등을 통해 전북지역에서 3956명의 학살된 양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1개 면(공음면)에서 576명이 집단 학살된 고창군(1418명)을 제외하고 순창군 (1028명), 임실군(928명)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했다. 정확한 수는 아니더라도 빨치산 전북사령부가 주둔했던 회문산권의 순창과 임실에서 피해가 컸음을 확인한 조사 결과다. 회문산권뿐 아니라 한국전쟁 전후 전국 곳곳에서 자행된 비무장 민간인들에 대한 집단 학살에 대한 진상은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2004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발족되면서 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회문산권 민간인 피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도 진화위의 조사를 통해서다. 회문산권 민간인 학살은 국군과 빨치산 양쪽에서 자행됨으로써 피해가 컸다. 특히 빨치산 토벌과정에서 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많았다. 진화위는 순창지역 민간인 피해와 관련해 적대세력 사건과 민간인 희생사건으로으로 구분해 사실 관계를 규명했다. 진화위에서 조사한 순창지역 적대세력 사건의 경우 1950년 7월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총 43명이 희생된 것으로 확인 또는 추정됐다. 전북도의회 조사에서는 279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차이는 진화위가 신청된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이들 희생자는 마을유지나 우익인사, 공직자, 군경 가족 등으로, 좌익과 빨치산에 의해 구타 또는 총살 등의 방법으로 학살당했다. 순창 주민들의 피해가 컸던 때는 국군이 빨치산 토벌을 위해 초토화 작전을 실시한(견벽청야작전) 1951년 4, 5월이었다. 빨치산은 당시 구림동계복흥쌍치 등 미수복지구 및 인근에서 주민들을 동원해 거점까지 식량을 운송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우익인사들을 학살했다. 빨치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이뤄졌으나 구림면 운남리 방화천변에서 주민 40여명이 빨치산에 의해 총살당했다는 증언도 있다. 회문산권에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보다 더 심각했다. 진화위는 1950년 11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국군과 경찰에 의해 공비토벌작전과 빨치산 거점 제거를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순창군 민간인 129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진화위는 이 숫자가 신청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이며, 유족이 타 지역으로 떠났거나 일가족이 몰살된 경우도 많고, 아직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건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실제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 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사건 당시 군경은 민간인과 빨치산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빨치산에게 협력했다고 의심되는 주민들을 무차별하게 사살하여 작전상의 위험을 제거하고 공비토벌의 전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으며, 그에 따라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고 진화위는 판단했다. 사실상 군사요원이 될 수 없고 정치사회 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절반 가까이 달했다. 조사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전원을 몰살하거나 민간인의 귀를 잘라 전과를 보고과시하는 야만적 행위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대부분 집단 학살로 나타났다. 순창읍 순화리와 남계리, 팔덕면 청계리 강천마을, 복흥면 답동리에서 각 30여명이 희생됐다. 특히 군경의 수복이 늦고 빨치산 출몰이 잦아 토벌작전이 오래 지속된 쌍치면 일대에서는 각 마을마다 10~30명씩 광범위하게 희생된 것으로 진화위는 판단했다. 군경과 빨치산 양쪽의 경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문산권 주민들로선 선택지가 없었던 게 당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의 진화위 증언에서 알 수 있다. 그때 군인에게 잡히면 죽는 줄 알았다. 피난을 가지 않으면 마을에 출몰하는 빨치산은 반동이라 했다. 살기 위해 피난을 안 갈 수 없었다. 군인은 피난 가는 사람을 빨치산측 사람으로 생각했다. 마을에서 젊은 사람만 보이기만 하면 죽였다. 교전과정에서 국군이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면 군인들 눈빛이 달라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 (민간인 20여명이 희생된 쌍치면 전암리 오류마을 황기봉 옹 진술). 쌍치면 전 가옥을 소각했다. 토벌작전에서 빨치산과 민간인에 대한 구별이 어려워 마을에 남은 주민은 빨치산으로 간주했다. 정보장교나 하사관에 즉결권을 줘 살해한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았다.(1951년 공비토벌작전에 참여했던 당시 국민방위군 특별소대장 증언) 집을 그냥 두면 빨갱이들이 집에서 잠을 자고 활동을 하니까 그걸 막기 위해 집을 태워야 한다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면 불을 질렀다. 그 때 우리 집에도 불을 질렀고 아버지가 물동이에 물을 따다 끼얹으며 불을 끄려하자 총을 쏴 죽였다(쌍치면 용전리 양촌마을 오석기 옹 진술) 전주 방면에서 회문산으로 가는 통로인 임실군 덕치면 암치마을에서는 어처구니 없이 주민 모두가 학살됐다. 당시 10살이었던 이 마을 박한영씨(41년생)에 따르면 마을에 살던 점쟁이 집에 빨강 깃발이 꼽아져 있어 빨갱이 마을로 간주하고 국군이 주민 49명을 당산나무 아래서 총살했단다. 1950년 음력 동짓달 닷샛날이었다. 피난을 떠나 불행을 면한 그가 3년 뒤 마을로 돌아오니 20여호에 이르던 집이 모두 불에 탔더란다. 마을에 사는 희생자 유족 2명이 재출범한 2기 진화위에 뒤늦게 올 진실 규명을 요청한 상태다. 빨치산에 의해서든, 군경에 의해서든 회문산권 민간인 희생은 전쟁이 나은 민족의 비극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살아난 생존자들과 희생자 유족들이 겪은 정신적 피해는 실로 컸다. 연좌제에 걸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구림면에서 만난 한 증인은 다른 가족의 빨치산 연루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가 3번이나 군대에 자원입대했으며, 자신 역시 그 굴레를 벗기 위해 타 지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했으나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 취업조차 막혔다고 술회했다. 회문산권 희생자 유족들은 이렇게 속울음을 삼키며 70년 세월을 건너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역사를 두고 주민 모두가 피해자로 생각하기에 별다른 지역사회 갈등을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회문산의 빨치산 역사는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다. 2005년 회문산에서 열렸던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참석했던 임실지역 한 중학교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뒤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까지 낳을 만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빨치산 사령부 재현 건물이 철거되고 회문산 역사관이 그 자리를 메꿨다. 회문산 일대에서 진행됐던 통일교육 연수나 학생 백일장도 자취를 감췄다. 회문산 역사관 한켠에 보일 듯 말 듯 자리한 빨치산 사령부 모형물과 양민희생자 위령탑, 비목공원만이 당시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회문산 빨치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회문산 빨치산 관련 독립적인 학술대회 한 번 개최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역사관을 만들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회문산에서 활동했던 빨치산과 토벌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실규명과 기억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원용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 기획
  • 김원용
  • 2021.07.08 17:45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100)백제인의 취향과 솜씨

7.7cm 높이의 작은 <유리제 사리병>. 긴 목에 아름답고 유려한 곡선이 흐르는 몸체의 녹색 유리가 뿜어내는 빛이 영롱하다. <유리제 사리병>에는 여덟 잎의 연꽃 봉오리 모양의 금제 마개가 꽂혀 있고 <유리제 사리병>이 안전하게 놓이도록 네모난 받침을 붙여 놓은 <금제사리병받침>은 연꽃이 피어난 모양의 <금제연화대좌>와 함께 어우러져 더욱 기품있고 조화롭다. 천상(天上)의 아름다움이라 칭해지는 녹색 <유리제 사리병>은 백제 무왕 시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유리제 사리병>은 찬연한 금빛 순금으로 만들어진 <금제사리함>에 모셔져 있다. 부처님을 상징하는 가장 성스러운 대상으로 숭상되는 사리를 유리병에 직접 담은 이유로는 당시 유리가 금보다 더 귀했기 때문이다. 사리를 봉안하는 사리기들은 당대 최고급의 재료와 최고의 기법을 이용해서 만들었으며, 불탑에 사리를 봉안할 때 사용하는 용기, 공물, 부장품과 함께 귀중한 사리를 담아 보관하고 장엄(莊嚴)하던 사리장치를 사리장엄구로 칭한다.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는 1965년 왕궁리유적에 있는 왕궁리 오층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듬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보 제123호로 지정되었다. 일제강점기의 사진 자료를 통해 오래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도 석탑 기단부가 토단에 매몰된 상태로 기울어진 모습이 마치 피사의 사탑 같은 느낌이다. 조속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공론이 일어 1965년 10월부터 해체복원 공사가 진행되었고, 석탑의 해체 작업 중 1층 옥개석 상면과 기단부 심초석에서 사리장엄구가 확인되었다. 옥개석 상면 동쪽 사리공에는 <유리제 사리병>을 안치한 <금제사리내함>이 < 금동사리외함> 내에 있었고, 서쪽 사리공에는 금강경판이 봉안된 <금동경판내함>이 자리했다. 그리고 사리공 바닥에는 실로 꿴 오색영롱한 유리구슬이 발견되었다. 기단 내부의 심초석에는 品자 형의 방형 사리공 3개가 확인되었는데, 동편의 사리공에서는 광배와 대좌를 갖춘 <금동여래입상>과 불교 의식 때 흔들어 소리를 내는 <청동요령>이 발견되었고, 북편의 사리공에는 향류로 보이는 흑색 유편과 철편이 수습되었으나 서편의 사리공은 비어 있어 아쉽게도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백제의 사리장엄구로는 <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그리고 <부여 왕흥사지 사리장엄구>가 전해진다. 577년 백제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해 사찰을 세웠다는 명문이 있는 왕흥사지 사리병은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백제의 사리장엄구로 민무늬이다. 반면,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639년에 왕실의 안녕을 위해 백제 왕후가 사리를 봉안했다는 사리봉영기와 함께 나온 금제사리병은 뚜껑부터 몸체 전체에 연꽃무늬와 넝쿨무늬 등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의 제작 시기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금제사리내함> 표면은 미륵사지 금제사리병과 비슷한 연꽃무늬 등이 같은 백제 장인의 솜씨로 착각할 정도로 흡사하다. 특히, 불경을 새긴 <금강경판>은 다른 곳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희귀한 유물로, 금강경의 내용을 19판에 새겨 한 첩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판에는 17행 17자가 새겨져 있는데 사경체의 문자로 금강경을 눌러 찍은 것이 뚜렷하며, 은판에 금도금을 한 것으로 경판의 글씨체를 분석한 결과 백제 무왕대로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단서가 되었다. 왕궁리 오층 석탑이 자리한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은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일대로 예로부터 왕검이, 왕금성, 왕궁평이라 불렸다. 왕궁의 흔적과 관련된 지명이 연상되지만, 여러 문헌에서 이미 폐사된 터에 탑만 남아있는 왕궁리사지로 기록이 되어 있고 고지도에서도 석탑으로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이는 왕궁리유적이 궁성으로 사용되다가 사찰로 바뀐 것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왕궁리유적은 백제 무왕 시기의 궁성 유구와 백제 말에서 통일신라 시대의 사찰 유구로 구분이 되고 있다. 궁성 내부에는 건물지 등과 정원유적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서북편에서는 대규모의 공방 시설과 함께 화장실 유구가 확인되었다. 공방 시설은 왕궁에서 필요한 물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 곳으로, 공방지에서는 금, 유리, 동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련과 용해 작업을 하면서 불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소토와 노지, 폐기장과 석벽시설과 관련 유물 등이 확인되었다. 이는 아름다운 공예품을 비롯한 <유리제 사리병>도 백제인의 뛰어난 솜씨로 직접 제작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기품있는 <왕궁리 오층석탑의 사리장엄구>를 일컬어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는 호사스럽고 다양해야만 정성이 들었다거나 또 아름답다는 속된 솜씨가 아니라 목욕제계하고 기도하면서 만든 청순한 아름다움이 이것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였다. 백제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솜씨를 극찬한 것이다. 석탑에 갇혀있다 나타난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는 타임캡슐처럼 많은 이야기를 건네주며 우리를 백제의 시간으로 안내해 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했던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는 2020년 국립익산박물관이 생기면서 55년 만에 고향 익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행방이 궁금한 <유리제 사리병>에 담겨 있던 16립의 사리는 보수를 마친 1966년 왕궁리 오층석탑 안에 봉안되었고 그 중 5립은 부석사 삼층석탑에 분안(分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땅히 어디든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는 금강경의 구절이 울림을 전해온다. 천년이 넘는 시간이 잠겨있는 왕궁리유적에서는 켜켜이 쌓인 백제의 흔적을 오롯이 찾아내는 연구와 발굴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수고로운 모든 손길에 감사를 보내며 국립익산박물관을 찾아 백제인들의 세련된 취향과 솜씨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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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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