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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서점의 이유, 지역의 이유4

2012년 여름, 잡지사 인턴기자로 막 첫발을 내디뎠을 무렵 취재수첩을 들고 군산 한길문고 앞에 섰다. 지역서점의 명맥을 이어오던 그곳이 하룻밤 사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급히 전해들어서였다. 침수 첫날, 소방차 두 대로도 감당이 안돼 오물수거차량까지 불렀지만 쉽지 않았다는 한길문고 이민우 대표의 말을 받아 적으며 서점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뼈대만 남은 책장들이 버려진 관처럼 쓰러져 있고, 세지도 못할 책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널부러져 있었다. 책은 무려 10만권이라고 했다. 9년 간 쌓아온 서점의 모든 서류가 있는 컴퓨터도, 끝내 복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간 거지요. 그의 말이 어떤 상징처럼 들려왔다. 자발적으로 모인 군산 시민들은 흙탕물 속에서 한 권 한 권 책을 건져냈다. 50일 동안 자원봉사자 2500여 명이 한길문고를 찾아 살뜰하게 정리하고 청소했다. 책을 폐지로 처분하자 손에 남은 돈은 고작 220만 원이었지만, 한길문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들의 사랑을 얻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날을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하고 다시 재기한 이민우 대표는 앞으로도 작가 초청 강연과 문화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민 사회의 격려와 용기, 시민들의 한 땀 한 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 기적임을 잊지 않고 여생을 다해 갚겠다고 말이다. 이제 그의 뒤를 이어 아내 문지영 씨가 한길문고에 더 아름다운 무늬로 수놓고 있다. 2012년 첫 생일을 맞은 막내 딸 초원이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됐다. 세 아이들의 이름이 새벽, 한길, 초원인데 새벽에 일어나 한 길로 걸어서 넓은 초원에 이르라는 뜻으로 아이 아빠가 지었어요. 이 말뜻이 바로 우리 서점이 지켜야할 가치라 생각하면서 하루 하루 나아가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돗자리 깔고 캠핑을 한다고? 군산 한길문고에서 독서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지난 6월 26일 저녁, 서점은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 분주했다. 평소엔 작가 강연회나 동아리 모임이 열리는 서점 한쪽 공간에 의자 대신 넓은 돗자리가 넉넉하게 깔렸다. 한가운데는 캠프파이어 장작 인형이 촛불과 함께 놓여 있었고 앞쪽에는 색깔별로 포장한 커다란 선물 박스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한길문고 앞에 살고 있는 군산 시민 배지영 동화작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7시가 가까워오자 엄마 손 아빠 손을 잡고 달려온 초등생 아이들이 속속 자리에 둘러앉았다. 라면 먹고 싶은 사람 이리 오세요! 김우섭 점장이 외치자 몇몇 아이들이 동시에 일어나 긴 탁자 앞에 쪼르르 줄을 선다. 배고파요, 빨리 주세요! 이 바나나 먹어도 돼요? 라면이랑 짜파게티 둘 다 먹을래요! 재촉하는 아이들 앞에 문지영 대표와 점장 손이 점점 바빠진다. 탁자에는 라면과 간식뿐 아니라 함께 온 부모님들을 위한 시원한 캔맥주와 과자도 놓여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느냐며 미안해하면서도 웃음을 숨길 수 없는 어른들도 곧 열릴 캠핑을 즐길 준비가 된 듯하다. 8살 서연이와 함께 온 아빠 조용철 씨(37수송동)는 십년 넘게 책만 사다가 이런 행사에 참여해보는 건 처음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먼 데 놀러 가지 못해 답답해하는 딸에게 남다른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손잡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독서캠프 참여자 16명은 5개 팀으로 나눠 각각 팀명을 정했다. 사회자인 배지영 작가가 퀴즈를 내면 손을 번쩍 들며 팀명을 외쳐야 하는데 문제를 내기 무섭게 쌍둥이팀! 감자팀!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은 시종일관 넘치는 에너지로 주저 없이 퀴즈를 풀어나갔다. 책을 읽어야 맞출 수 있는 제목이나 작가 이름을 알아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도 한치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이곳만의 대체할 수 없는 생동감을 느꼈다. 2시간 가까이 동네서점에서 돗자리를 깔고 부모님과 둘러앉아 동화작가와 함께 독서 퀴즈를 풀며 발랄하고도 진지한 저녁을 보낸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한길문고가 준 색다른 서점의 모습을 끝까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게 된다고? 가능해? 바라보면서도 어쩐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지만, 한길문고라 가능한 풍경은 이것뿐 아니었다. △엉덩이로 책 읽기, 들어보셨나요? 1시간 동안 앉아서 책을 읽으면 최저시급을 드립니다 2018년 크리스마스, 한길문고에서는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라는 기발한 독서 행사가 열렸다. 서점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1시간 동안 책 읽는 어린이는 2018년 최저시급 7,530원에 해당하는 한길문고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이 행사에 서점은 북새통을 이뤘다. 읽을 책은 준비해온 아이들이 빽빽이 서점에 앉아 잠자코 책을 읽고 있는 한길문고의 현장 사진을 보면 어쩐지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5분도 앉아 있기 힘든 어린이들이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이라니.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누가 생각해냈을까하며 궁금증은 물론, 오래된 동네서점이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행사를 열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 서점인과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2018년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운영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된 한길문고는 창작활동이 활발하고 아이디어가 뜨거운 군산 출신 작가이지 군산 시민 배지영 작가를 상주작가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단조롭던 문학 행사에 남다른 감각과 개성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처럼 서점은 작가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수혈 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행사에 따른 대관료를 지원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작가는 문학 관련 일자리를 얻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데다 창작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지점이 많다. 좋아하는 서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는 배지영 작가는 서점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는 것에 관해 제 책을 읽은 독자들을 서점에서 언제든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자 활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길문고에서 독서캠프가 열린 날,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한 어린이가 배지영 작가를 알아보고 엄마와 함께 책을 사서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서점의 뾰족한 비결, 작가라는 동반자와 함께하며 시너지효과를 퍼뜨리는 중이다. △한길문고가 계속 지역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 고금자 씨(74문화동)는 한길문고에서 열리는 작가 강연회와 문화행사에 재작년부터 꾸준히 참여하면서 삶의 질이 3배는 높아진 것 같다면서 서점에 누구보다 실버세대가 많아야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구태의연하게 늙지 않으려면 동네서점에 자주 머무르며 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서점에 오면 직접 책을 만질 수 있고, 마음에 들면 펼쳐볼 수 있고,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 사서 오는 예외성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상근 씨(61나운동)도 존재만으로 자연스럽게 독서 문화를 이끌고 있는 한길문고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서점이자 감동적인 장소라며 역경을 견디고 담담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는 한길문고에 계속 힘을 실어주는 방법은 자주 찾아 책을 사보고 스스로 변화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문지영 대표는 처음에는 책이 좋아서 서점을 열었다면 이제는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아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며 동네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투쟁이라는 말에 비유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점의 이유와 가치를 알고 찾아와주는 시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 잊지 못하는 서점이 있다. 한길문고가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키며 계속 열리는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임주아 시인물결서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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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8 16:34

[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 대부업 사기 사건 톱아보기

최근 전주 전통시장 상인들이 대부업자에게 속아 큰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고 관련 피해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사건 개요 과거 신협에서 근무하였던 A는 은행 파출 업무를 하며 시장 상인들과 친해졌다. 그렇게 상인들과 몇 년 동안 친목을 도모하던 A는 어느 날 갑자기 대부업체 사장이 되었고 A는 상인들에게 3%대 이자를 보장할 테니 투자하라는 제안을 하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A의 제안이었고 A가 운영하는 대부업체는 등록도 된 대부업체였기 때문에 이를 신뢰한 상인들은 하나둘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투자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A는 상인들에게 보장한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였고 A는 상인들에게 점점 더 높은 이자율을 제시했고 원금을 재투자하면 더 높은 이자를 준다고도 하여 상인들은 A로부터 받은 돈을 다시 A에게 재투자했다.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되었고 A는 상인들에게 이자 및 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을 했다. △현재 진행 상황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2020년 6월께 고소를 진행했고 전주 내에서 고소가 진행된 피해자들의 피해액은 470억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주 만성동 필자 사무실 건너편에 위치했던 대부업체 사무실에 붙어있는 안내문에 의하면 상인들만이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종합적으로 A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피해는 470억 이상일 것으로 생각된다. 전주지검은 2020년 7월 5일 A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고 이와 별도로 경찰에서는 별도의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기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방안 대부업체에서 상인들에게 지급했던 일수 수첩. 가. 사기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소 형법 제347조 1항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2항에는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에는 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에 관한 처벌 등이 나온다. 사기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은 기본적으로 형법 제347조이고, 사기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이상일 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가 적용된다.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은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 금액이 작고 가족들 모르게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어서 고소를 꺼려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면 주변에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고소를 진행하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 다만 수사기관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조회하고 찾아볼 수는 없기 때문에 고소를 진행하기 전에 입출금자료,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 등은 준비한 상태에서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나. 사기 가해자에 대한 민사 소송 사기 가해자를 형사 고소하면 수사단계재판단계에서 가해자가 본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 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불법행위(사기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보통 가해자의 사기 범죄 판결문이 가장 큰 증거로 쓰이고, 가해자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이 선행된다. 하지만 사기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사 소송 승소 후 가해자 재산을 현금화 해서 피해를 회복 받는 것인데 보통의 사기 가해자들은 사기로 획득한 금원을 숨겨놓거나 이미 탕진한 이후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채권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 형사배상명령 제1심 또는 제2심의 형사공판 절차에서 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그 유죄판결과 동시에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및 치료비 손해의 배상을 명하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배상을 명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피해자가 민사 등 다른 절차에 의하지 않고 가해자인 피고인의 형사재판 절차에서 간편하게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대상 범죄는 상해, 중상해, 상해치사, 폭행치사상, 과실치사상,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손괴죄(위 각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등 특별법상의 범죄도 포함된다)이다. 배상의 범위는 2006년 6월 14일 이전에는 배상명령을 할 손해는 직접적인 물적 피해 및 치료비 손해로 한정되지만, 그 이후에는 위자료도 포함된다. 예컨대 절도, 강도 등 재산범죄에 서는 피고인이 당해 범죄행위로 인해 불법으로 얻은 재물 또는 이익의 가액이, 손괴의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상해 등 신체에 대한 범죄에 있어서는 치료비 손해, 그리고 위와 같은 범죄로 피해자나 그 유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이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합의된 금액이 배상명령액이 된다. 피해자의 배상 신청은 신청서에 피고사건의 번호사건명 및 사건이 계속된 법원, 신청인의 성명주소, 대리인이 신청할 때에는 그 성명주소, 상대방 피고인의 성명주소, 배상의 대상과 그 내용, 배상을 청구하는 금액을 기재하고 서명날인한 다음 상대방인 피고인의 수에 따른 부본을 첨부하여, 제1심 또는 항소심 공판의 변론 종결 시까지 당해 형사공판 절차가 계속된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배상 신청은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소의 제기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의 정본은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으로, 배상신청인은 그 정본을 이용하여 민사집행법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우리나라는 사기 범죄가 유난히 많이 발생하며 피해자도 많다. 사기 피해 발생 후 형사절차민사절차배상명령을 통해 형사 처벌과 피해회복을 받으면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돌다리도 한 번 더 두들기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투자 제안을 받거나 이자원금 보장을 약속한다면 주위 사람들과 상의를 하거나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진행하시기를 권유 드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법무법인 수인 강미 변호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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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7 16:29

취임 100일 맞은 한제욱 전주YMCA 이사장 “정의와 평화 실천하는 시민운동체로 거듭 날 터”

YMCA는 세계적인 기독교청년운동단체로서 젊은이들의 영적정신적 상태의 개선을 목적으로 1844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돼 현재 세계 120여 개국에서 1만여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의 여명기인 1903년 최초의 YMCA인 황성기독청년회가 설립돼 우리민족의 근현대사를 이끌어 왔다. 오는 2025년은 전주YMCA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지난 4월 취임한 전주YMCA 제19대 한제욱 이사장으로부터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7월10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맞으셨는데 어떻게 활동하셨습니까. 전주YMCA는 1925년 10월 25일에 창립했으니 올해가 95년 되는 해입니다. 100년을 맞이하는 중간 점검을 하고 새롭게 운동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에 청소년청년운동, 시민사회운동, 사회적경제활성화, 평화와 통일운동, 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시민사회에서 계획하고 실천하고자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취임하며 기획사업으로 청소년 대안학교를 설립했습니다. YMCA청소년대안학교는 교육청에서 인준한 학교로,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입학해 그간 딱딱한 교육환경과 지식중심의 전달학습에서 벗어나 놀이여행과 진로, 자기 탐색, 쉼과 토론 등 열린 수업을 함께 진행합니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난민 등 한국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마스크를 연계지원 하고 기독교기관을 통한 모금운동 등을 전개하여 긴급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남북관계를 시민의 힘으로 이끌기 위해 한국시민사회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연대해 1억명 평화서명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그 평화서명을 유엔 참전 16개국에 보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함께 하고 남과 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운동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취임 후 현재까지 단체를 이끌며 느낀 소감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YMCA는 청소년단체, 평화통일운동, 사회교육, 시민사회, 사회적 경제, 복지, 기독교 사회운동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NGO 단체들도 전문화 되어 가고 있는데 YMCA는 백화점식 활동이란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하나의 문제와 지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고하고 활동하며 모델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YMCA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영리단체이기에 경제적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사장은 순수하게 봉사하는 위치에서 직업적으로 일하는 전문지도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사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방향, 인문학적 사고, 시대를 읽어내는 시야 등이 필요하죠. 퇴임 후, 시대와 대화하면서 시민사회에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맡고 있지만 늘 학습하고 시간을 내야하기 때문에 현역에서 일할 때 보다 때론 더 힘이 듭니다. -언론사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셨습니다. YMCA 활동에 영향이 있으셨을까요. 지역사회 여론의 흐름을 시민운동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로 제가 역할을 합니다. 제가 YMCA 이사직을 처음 맡으면서 전주YMCA 회보를 재 창간했습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회보발행이 10여년 이상 중단된 상태였죠. 이에 제작책임을 맡아 8년째 분기별로 발행하여 현재 33호를 발행했습니다. 또한 언론사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지역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조금은 틔어있었죠. 이에 YMCA가 지역시민운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시민을 대변하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시민사회의 뜻을 반영하는 회보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입니까. 지역사회에서 YMCA 100년을 함께 준비하고 기획하는 사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YMCA 100년의 역사는 YMCA 만의 역사가 아니라 전북시민사회의 역사요, 기독교 사회운동의 역사이며 청소년사회교육 등의 역사입니다. 이에 범시민적으로 100주년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전북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는 시민운동의 기틀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청소청년운동체로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삶의 지혜를 주는 역할을 하면서 꿈을 꾸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시민사회운동체로서는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는, 그래서 실질적으로 남과 북의 평화 만들기에 기여하고 시민사회 중심으로 대북교류의 기틀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YMCA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YMCA는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NGO단체로서 그간 시민사회의 맏형 노릇을 해왔습니다. 교회의 봉사를 시민사회 영역으로 확장하고, 시민사회와 관과 협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에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객관적으로 분석해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중요하죠. 또한 대안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해 모델을 만들어 활동하고자 합니다. 특히 청소년과 관련돼서는 현재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는 역할,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개선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고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서 정착시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에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을 YMCA에서는 중요한 역할로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보시는 전주YMCA의 차별점과 강점이 궁금합니다. YMCA는 화려하지 않지만 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긴 시간을 지탱해 왔습니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박근혜정권 퇴진을 외치는 촛불시위에 모든 시민사회 단체들이 나와서 마이크 들고 구호를 외치고 앞장설 때, YMCA는 매주 한 번도 빠지고 않고 묵묵히 추운 겨울날 아스팔트에 앉아있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와 간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시위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회원들이 함께 1,000명 이상이 마실 대추생강차를 끓이고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YMCA는 시혜적 봉사만을 하는 단체도,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단체도 아닙니다. 역사적 정의의 관점에서 긴 호흡을 하며 꾸준하게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부분이 YMCA 만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정의와 평화를 긴 호흡으로 실천하는 시민운동체라 생각합니다. -전주YMCA이사장으로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묵묵히 아무런 대가없이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참여하는 1200여명의 회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최근 정의기억연대 보도 등으로 인해 후원금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목적사업에 맞게 집행하고, 이사회와 감사 제도를 두고 재사업 감사를 반기별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책을 결정하는 이사장과 이사회는 집행을 하지 않고, 재정적 지출은 전문실무자들이 전담하고 있어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운영함으로써 상호 신뢰와 균형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YMCA와 함께 시대의 과제를 헤쳐 나가는 삶의 한 부분으로, 실천하고 후원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YMCA는 120여 년 전 처음 이 땅에 들어와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교육운동을 전개했고 물산장려운동, 신간회 조직 등 실질적인 독립운동의 산파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해방이후에는 전쟁고아 지원활동, 복지, 직업훈련 등 긴급구호 사업을, 70~90년대에는 노동조합 간부교육, 교육민주화 운동, 농민운동, 민주주의 운동을 해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청소년, 환경, 생명, 공동체, 지방자치, 마을 만들기, 평화민주시민 교육 등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화려하게 보도되는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고비를 피하지 않았고 묵묵히 전북지역사회와 함께 평화의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형성은 국가가 하지 못하는 사회개혁, 견제, 비판과 감시, 대안의 형성 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한제욱 전주YMCA 이사장 전주Y 모체격인 신흥고 재학 때부터 평화통일 정신 함양 임실 오수 출신의 한제욱(63) 전주YMCA 이사장은 학창시절부터 평화와 정의복음 정신을 함양해왔다. 전주Y의 모체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주신흥고를 졸업했다. 이후 전북대 사학과교육인적자원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한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하는 YMCA역사와 활동상을 체득했다. 이후 한 이사장이 Y에 입회한 때는 참여정부 임기 말이다. 2007년 7월 세계적인 구호단체 홍보대사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던 한 이사장은 당시 북한주민의 실상을 보고 평화통일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한 이사장은 그 후 친분 있던 목사님으로부터 Y의 활동에 대한 좋은 말씀을 듣고 입회를 권유받았다며, YMCA 운동이 우리 민족사에 끼친 영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바로 승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언론계 큰 어른의 조언말씀대로 YMCA는 절제된 자세로 사회의 음지를 향해 촛불을 밝히는 품격 있는 단체인 만큼, 좋은 빵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효모와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이사장은 전북일보사 총무국장경영기획국장이사와 다수의 사회공헌단체 위원장이사직을 지냈고, 현재 학교법인 호원학원 이사,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부 운영위원중앙대의원, 경찰 경미범죄심사위원, 전주시 미래유산보존위원,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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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현
  • 2020.07.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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