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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지회장 류희옥)가 <전북문단> 제84호를 펴냈다. 류희옥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 내는 회지로, 협회원들의 문학작품과 특집 기고, 협회 활동사진 및 정보 등이 수록됐다. 이운룡 시인은 한국문학의 발원지를 전북에서 찾는 원고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을 특별 기고했다. 김형석 철학자, 송하선 시인, 조기호 시인도 특집 글을 실었다. 김창술, 박병순 시조 시인 등 작고 문인들을 재조명하는 글도 게재됐다. 협회원 150여 명은 시, 시조, 동시, 수필, 동화, 소설, 평론 등을 실었다.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은 “좋은 글쓰기에 매진하는 회원들의 위대한 긍지와 자긍심을 드높이는 것에 집중 하겠다”며 “여러 공약들을 반드시 시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문인협회는 <전북문단> 신인상을 공모한다. 시·시조·동시 부문은 5편 이상, 수필은 3편 이상, 소설·동화·평론 부문은 2편 이상 출품해야 한다. 응모 마감일은 오는 10월 30일까지다. 당선자에게는 전북문인협회 회원 가입자격을 부여하고 전북문학상 상패와 상품을 준다. 문의는 063-278-2296.
“풀벌레 소리 가득 찬/ 방/ 돌아누울 자리가 없다/ 달빛도 식구 수를 줄여/ 찾아온다” ( ‘타슈켄트 저녁’ 전문) 김현조 시인이 시집 <사막풀>을 펴냈다. 먼 이역(異域)에서 부르는 경험의 노래가 절절하다. 김 시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아온 경험을 자신의 기억으로 톺아 올린다. 그리고 인류사적 관점을 통해 그곳에서의 삶과 역사, 정서를 내비친다. 시편에는 복합적인 삶의 이야기가 다양한 형상으로 가득 들어있다. 특히 ‘타슈켄트’나 ‘고려인’ 같은 중앙아시아를 환기하는 기표들이 제목으로 등장하는 시편들에서 시인은 이역의 경험과 소회를 강렬하게 토로한다.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긴 장대로 별을 톡톡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별이 툭툭 떨어진다/ 도시로 간 별들은 가로등이 되고/ 가까이 걸어 둔 별들은 반딧불이 되고/ 미처 줍지 못한 별은 도깨비불이 되었다” ( ‘고려인 마을’ 일부)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김현조 시인의 시집은 광활한 시공간을 가로지르면서 경험과 상상을 결속해 직조한 커다란 고백적, 상상적 도록”이라며 “이역에서 상상하는 역사의 무게와 서정의 깊이가 그의 시에는 충일하게 내재해 있다”고 평했다. 김현조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1991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이후 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거주하면서 공학, 문화 인류사를 공부했다. <고려인 이주사>와 가사집 <고려인의 노래>를 엮었다.
“이 책은 시인들의 묵시록이다. 아니 이 책은 시인들이 숨죽여 부르는 영가이다. 아니 이 책은 저들의 눈물과 피와 불면과 상처를 기록한 심서이다. 아니 이 책은 시인들의 사랑을 적은 묘비명이다.” (서문 中) 전북대 양병호 교수가 <詩의 고독과 절망>을 출간했다. 사랑을 사랑하는 ‘시’, 사랑을 은밀하게 타전하는 ‘시인’에 대한 책이다. 양 교수는 시인에 대해 “인간의 맘과 몸, 몸과 맘의 변증법에 대해 사랑의 해답을 마련하려 고군분투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랑을 먹고 마시며, 사랑 때문에 살고 죽는 존재라는 것. 책은 시인론과 작품론으로 구성돼 있다. 시인론은 최승범 시인을 비롯해 이운룡, 이소애, 이동희, 이원철, 김대곤, 유인실, 김월숙, 김미옥, 이승철, 노용무 시인의 시적 특징을 탐구한다. 양 교수는 한국 문학계의 어른 최승범 시인의 수필 정신은 전통과 풍류를 찾아 현대화하는 온고지신, 시 정신은 낭만적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청빈낙도라고 표현한다. 최 시인의 시적 관심, 시어 선택, 리듬 의식 등을 분석해 시학의 미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운룡 시인의 <어안(漁眼)을 읽다>에 관해서는 “세계, 자아 존재, 이상을 긴밀한 사유를 통해 탐구한 시집”이라며 “그가 꿈꾸고 소망하는 이상 세계는 영원한 순수의 세계”라고 분석한다. 이소애 시인에 대해서는 ‘서정적 낭만주의자’라고 정의하고 “자아와 세계의 동일화를 통해 화평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꾼다”고 밝힌다. 작품론은 ‘자연의 상징을 통해 상상하는 삶의 의미’, ‘시간, 관념과 실재 속에 유랑하는’, ‘공간, 동굴 혹은 우주를 향한 상상의 지리학’ 등 현대시가 다루는 주요 소재와 주제 11개를 통해 시인과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양병호 교수는 <한국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몽상과 유랑의 시학>, <시여 연애를 하자> 등 저서를 펴냈다. 역서로 <시와 인지>, <인지문체론>, <인지시학의 실제비평>이 있다.
“저기 옵니다.” 하도리가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 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기마인이 보였다. 가죽 갑옷 위에 붙인 쇠장식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저렇게 달리는 기마군은 대개 전령이다. 거리는 5백보 정도. 말이 질주하는 터라 금방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잡아라.” 계백이 말하자 하도리가 말에 박차를 넣고는 언덕에서 달려 내려갔다. 이곳은 국도변의 언덕. 숲에 가려져 있어서 달려오는 기마인은 보지 못한 것 같다. 하도리가 달려 내려갔을 때에야 기마인은 말고삐를 채어 달리는 속도를 늦췄다. 국도는 수군항에서 도성으로 통하는 외길이다. 계백도 말을 속보로 달려 국도로 내려갔다. “멈춰라!” 하도리의 목소리가 황야를 울렸다. 수군항에서 30리쯤 떨어진 국도에는 오가는 통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가 황무지여서 인적도 없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터라 기마인은 말을 세웠다. 고삐를 세게 당겨서 화가 난 말이 앞다리를 들고 뒷다리만으로 섰다가 내려왔다. 기마인은 갑옷에 청색 띠를 둘렀으니 12품 문독에서 16품 극우까지의 하급관리다. 그때 기마인이 소리쳤다. “누구냐!” 앞에 선 하도리도 청색 띠를 맨 무관인 것이다. 사내가 다시 소리쳤다. “나는 문독 양하다! 수군항에서 전령으로 도성에 가는 길을 막느냐!” “개소리.” 하도리가 짧게 말하고는 허리에 찬 장검을 쓰윽 빼들었다. 칼날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말에서 내려!” “무엇이!” 사내가 말을 옆으로 몰면서 허리의 장검을 빼내려는 순간이다. 말에 박차를 넣은 하도리가 덮치듯이 사내에게 다가가 칼을 후려쳤다. “으악!”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면서 어깨를 맞은 사내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빈 말이 껑충거리면서 둘레를 돌았을 때 계백이 다가왔다. 그때 말에서 뛰어내린 하도리가 땅바닥에 엎어진 사내의 등판을 발로 눌렀다. “이놈, 품에 든 밀서를 내놓아라.” 사내는 칼등으로 어깨를 맞았기 때문에 어깨뼈가 부서졌을 뿐이다. “뭐, 뭐라고?” 사내가 되물었지만 얼굴은 고통과 공포감으로 일그러져 있다. 잠시 후에 계백이 사내의 품속에 넣어져 있던 은솔 국창의 밀서를 읽는다. 국창이 왕비 교지에게 보내는 밀서다. “삼가 왕비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 신(臣) 국창이 마마께 급한 전갈을 드릴 일이 있어서 문독 양하를 보냅니다. 다름 아니오라 이번에 한산성주로 부임한 한솔 계백이 수군항에 찾아와 폭언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청에 모인 장수들이 다 듣고 보았습니다. 그자는 제가 왕비마마의 수족이며 왕비마마는 신라의 첩자라고 공공연하게 소리쳤습니다. 시급히 조치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마마께 말씀 올립니다. 계백은 이번에 대야성 탈취에 1등공이 있다면서 기고만장하여 안하무인으로 행동합니다. 조처하여 주시옵소서. 서방수군항 항장 은솔 국창 올림.” 밀서를 다 읽은 계백이 하도리를 보았다. 하도리는 문독 양하를 나무 밑에 묶어놓고 있다가 계백의 시선을 받았다. 계백이 턱으로 양하를 가리켰다. “저놈은 죽여서 묻고 말은 멀리 끌고가라.”
“국창은 왕비파입니다.” 돌아오는 계백에게 다가온 육기천이 말했다. 육기천의 얼굴은 지금도 상기되어 있다.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지요. 왕비파는 국창뿐만이 아니라 그 밑의 한솔, 나솔도 있고 내부(內部) 12부, 외부(外部) 12부에 골고루 박혀 있습니다.” “허어.” 계백이 탄식하고 나서 말했다. “난 칠봉성주를 맡기 전에는 대륙의 담로 연남군에 있었소. 본국 사정을 요즘에야 알게 되는구려.” “대좌평 성충님이 대왕께 간언을 드리고 있지만 듣지 않으시오.” 육기천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지금은 국력이 외부로 뻗어나가는 상황이라 왕비파가 가만있지만 기회만 오면 반역을 할 것이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육기천이 쓴웃음을 지었다. “한솔께서 왕비파에게 처음 칼을 들이대신 것이오. 이제 곧 왕비에게 오늘 소동이 전해질 것입니다.” 그날 밤 한산성 안 계백의 침소 옆 마룻방에 두 사내가 계백과 마주보고 앉아있다. 둘 다 상민 차림이었지만 옆에 장검을 내려놓았으니 변복한 무장(武將)이다. 수군항의 무장 둘이 찾아온 것이다. 하나는 나솔 윤건이며 하나는 장덕 백용문이다. 윤건이 입을 열었다. “한솔, 지금까지 항장은 왕비의 위세를 업고 안하무인이었소. 서방 방령이 오셨을 때 마중도 나가지 않았었는데 오늘 같은 수모는 처음 당했을 것이오.” 둘 다 3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백용문이 말을 받았다. “한솔이 가시고 나서 심복인 문독 하나를 불러 수군거리더니 내일 일찍 도성으로 보내려는 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왕비에게 사정을 알리려는 것이지요.” “무슨 사정 말이오?” 불쑥 계백이 묻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윤건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수군항의 수군(水軍)과 전선(戰船)은 전력이 약해서 주목을 받지 못했소. 그런데 지난 10여년 사이에 태왕비와 왕비가 수군 쪽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서 어느덧 왕비의 전력이 되었소.” “왕비의 전력(戰力)이라고 했소?” 쓴웃음을 띄운 계백이 물었지만 둘은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본국에 수군항이 서방과 남방에 각각 1곳씩 2곳이 있는데 두 곳 항장이 모두 왕비와 통하고 있소.” 윤건이 말했다. “병관좌평 휘하의 병관부(兵官部) 달솔 진재덕이 수군(水軍)을 통제합니다. 그 진재덕이 왕비의 심복이오.” “그것을 병관좌평이 압니까?” 계백이 묻자 둘이 머리를 끄덕였다. “압니다.” “왕비께서 수군을 장악하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백제는 해상강국이었습니다.” 윤건이 말을 이었다. “왕비는 수군이 약한 신라에 백제 수군의 전력과 전선을 넘기려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소?” “대왕께서도 상좌평의 말씀을 듣고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수군항의 장수들이 이렇게 갈라져 있을 줄은 몰랐소.” 계백이 굳어진 얼굴로 두 무장을 보았다. “나는 해적을 퇴치하려고 한산성주로 부임한 사람이오. 수군항의 수군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오.” 둘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내가 실제로 국창의 목을 벨지도 모르겠소.”
“그대가 한산성주로 온 한솔인가?” 항장(港將) 국창이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긴 얼굴, 눈꼬리가 솟은 눈이 번들거렸고 엷은 입술은 야무지게 닫쳐졌다. 국창은 은솔(恩率)이니 한솔인 계백보다 2개 등급이 높다. 국창 좌우로 장수들이 서 있었는데 한솔, 나솔이 네 명이나 된다. 계백이 청 위에 앉은 국창을 올려다보면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항장 은솔님이시오?” “보면 모르는가?” 국창이 꾸짖듯이 말하자 계백이 빙그레 웃었다. “나는 백제국 대왕께서 앉아계신 줄 알았소.” “무엇이?” “내가 도성에서 대왕을 뵙고 왔지만 은솔께서는 대왕보다 더 직위가 높으신 것 같소. 황제폐하 모습이오.” “무엇이?” 국창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왕보다 더 높게 보인다면 구설이 두려워진다. “나를 모함하는가?” 국창이 버럭 소리쳤을 때 계백이 다시 웃었다. 그러고 나서 목청을 돋워 말했다. “지금 황제 행세를 하고 있지 않소? 대왕께서도 단 위에 앉기를 거북해 하시는데 은솔이 계단 위의 단에 앉아 한솔급 성주를 호통 쳐 부르다니, 이곳이 역모를 꾸미는 곳으로 보이오.” “무엇이라고? 역모?” “대왕을 능멸하지 않고서야 이런 행태를 부릴 수가 없소. 은솔이 단 위에 앉다니.” 그때 계백이 허리에 찬 장검을 쑤욱 빼들었다. “내가 은솔을 베어 죽이고 그 머리를 들고 대왕께 가서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는 것이 낫겠소.” “무, 무엇이!” 했지만 국창의 얼굴은 하얗게 굳어졌다. 둘러선 나솔, 한솔급 장수들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국창의 역성을 들면 역적의 동조 세력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계백의 뒤쪽에서 한꺼번에 칼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섬뜩한 쇳소리다. 계백과 함께 온 화청, 곽성, 한쪽 팔을 못 쓰는 육기천, 그리고 하도리까지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자, 은솔 국창! 네가 역모를 꾸미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라!” 칼로 단 위의 창을 겨눈 계백이 소리쳤다. 기마군 대장으로 단련된 목청이다. 청이 울렸고 마당까지 퍼졌다. “바로 대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다. 내 이름은 들었을테니 그쯤은 일도 아니다!” “이, 이보게, 한솔…….” “네 이놈! 대왕을 능멸하고 이곳에서 황제가 될 모의를 꾸미고 있었느냐!” “내, 내가 언제…….” “내륙의 성(城)이 침탈을 당하는데도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백제를 멸망시키고 네가 황제가 되려는 의도가 아니냐!” “한솔, 다, 당치도 않는…….” “네 이놈! 네 목을 베고 내가 도성으로 가겠다!” 그때 구르듯이 단을 내려온 국창이 계백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솔! 진정하시게! 오해가 있네, 사람 좀 살리시게!” 계백이 칼등을 국창의 어깨에 대었다. 그 순간 몸서리를 친 국창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치켜뜬 눈의 눈동자는 죽은 생선의 눈 같다. 계백이 머리를 돌려 둘러선 수군창의 무장들을 보았다. “그대들도 은솔의 말에 동감하는가?” 계백이 소리쳐 물었으나 선뜻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국창에게 동조하지 않겠다는 표시다. 그때 계백이 칼을 내려 칼집에 넣었다. 이만하면 되었다.
전북소설가협회(회장 정영신)가 수여하는 제7회 전북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영근 원로 소설가(남원예총 회장)가 선정됐다. 제7회 전북소설문학상 선정위원회는 윤영근 소설가의 작품은 향토성이 짙고 조상들의 삶을 재조명한다며 작품 속 주인공들은 무당이거나 무당의 자녀, 소리꾼, 혹은 독립군, 백정, 각설이, 문둥이, 행상 등으로, 그들을 통해 잊힌 전통 문화나 그 시대 사람들의 밑바닥 삶을 소설화한 것에 대해 높이 산다고 밝혔다. 37년 넘게 활동한 그의 대표작품으로 문둥이의 일생을 그린 <상쇠>와 소리꾼들의 삶을 다룬 <동편제>, 독립선언을 했던 민족대표 33인중 불교계 대표로 일제에 항거했던 백용성 조사의 일대기 <아름다운 삶>, 소설가 최정주와 함께 발간한 <남원 항일운동사>, 그동안 간신으로 몰아세웠던 유자광을 조선왕조실록과 사기를 재검토해 남원 출신의 중요 인물로 재조명한 <유자광전> 등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전북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시상식에 이어 한정원 소설가의 음악과 문학의 만남 세미나도 한다.
“적은 피하지 말고 가깝게 두는 것이 낫다고 했소.” 말에 오르면서 계백이 말했다. “내 선친께서 남기신 유언이오.” “그렇습니까?” 화청이 말을 몰아 계백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연기신과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태왕비의 명을 받고 현동성에 가서 신라쪽 조상들께 제사를 지낸다고 했소.” “태왕비가 신라공주였다지요?” 화청은 수나라 출신이라 선화공주는 겪지 못했다. 그때 옆에서 듣던 문독 곽성이 거들었다. “선왕(先王) 때부터 태왕비는 신라를 싸고 돌았지요. 태왕비 주변에 첩자가 깔려있다는 소문이 났었습니다.” “그런 소문이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지. 더욱이 왕비가 그렇다면야….” 화청이 말을 이으려다가 계백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계백도 잠자코 말을 몰았다. 허실이 없는 인간은 없다. 왕국도 마찬가지다. 신라는 골품 귀족들이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내전(內戰)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며 고구려는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전권(全權)을 쥔 것 같지만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의 사후(死後)가 불안한 상황이다. 그리고 백제는? 왕실 내부에서 불씨가 키워지는가? 한산성,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진 석성(石城)이나 허술하다. 전(前)임지였던 칠봉성과 비교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규모는 2배 이상이나 커서 성 안의 주민수가 1만이 넘었다. 모두 해적을 피해 성안으로 들어온 피난민이나 같다. 성의 청에 앉은 계백에게 이번에 사비도성으로 전임이 된 성주대리 육기천이 보고했다. “군병은 1천2백5십명, 그중 기마군이 4백3십입니다.” 육기천은 지난번 해적의 살을 맞아 한쪽 팔을 목에 걸고 있다. 무관으로 나솔이나 체격이 왜소했고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다. “당이 대륙을 평정한 후에 연안의 해적 세력이 부쩍 강해졌습니다. 당군에 쫓긴 각 세력이 해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세력이 강한가?” 계백이 묻자 무관 하나가 대답했다. “진헌창이 이끄는 남진(南辰)의 해적이 수만명입니다. 한번 침공해올 때마다 수십척씩 무리를 지어 오는데 보통 2천명 가까운 군사가 상륙합니다.” 그렇다면 해적이 아니라 반란군이나 같다. 계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세히 말하라.” “예, 이쪽 서방(西方)의 해군력은 무역선 보호에 맞도록 전선(戰船)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해적선은 육지에서 노략질을 목표로 삼은 대형 상륙선입니다. 배가 크고 수십명씩 노잡이들이 있는데다 견고합니다. 우리 전선이 따라 잡아도 그쪽은 궁수가 백여명씩이 있어서 가깝게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수군항까지는 얼마나 되나?” “30리 거리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화청을 보았다. “내일은 수군항에 가봐야겠소.” “그렇습니다. 육상군과 수군이 서로 연합해야 해적을 막습니다.” 그때 육기천이 말했다. “수군항의 항장(港將) 국창님은 병관부달솔 진재덕님의 지시만 받습니다.” “무슨 말이오?” 화청이 짜증난 기색으로 물었더니 육기천은 외면한 채 대답했다. “국창님은 내륙의 성이나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소. 우리하고 한번도 연합전선을 편적이 없소.”
주막으로 들어선 계백이 안쪽 평상에 앉아있는 솔품(率品) 관리를 보았다. 자색 관복을 입었기 때문에 금방 표시가 난다. 계백이 다가가자 관리가 웃음띤 얼굴로 물었다. “한솔 계백공 아니시오?” “누구십니까?” “나는 덕솔 연기신이오.” “아아.” 계백이 다가가 앞쪽 자리에 앉아 머리를 숙였다. “저를 알아보십니까?” “먼발치에서 뵈었소.” “그런데 이곳은 어쩐 일이십니까?” 이곳은 사비도성 남문에서 20리 떨어진 주막이다. 이곳 주막 앞에서 대로(大路)가 동서남북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길손들이 모이는 것이다. “나는 현동성으로 태왕비 마마의 심부름을 가오.” “태왕비 마마의 심부름을 가십니까?” “예, 그곳에 태왕비 마마의 제단이 있소. 그 제단에서 신라에 계신 조상께 제를 지내는 것이요.” “아아, 과연.” “내가 계속해서 태왕비 마마 대신으로 그곳에 다녀오지요.” “수고 많으십니다.” “그런데 한산성주로 가신다니 고생이 많으시겠소.” “아닙니다.” 그때 주막 안으로 화청이 들어섰다. 그 뒤를 문독 곽성이 따른다. “여기 계셨군요.” 떠들석한 목소리로 말한 화청이 다가서자 계백이 물었다. “아니, 나솔 여긴 왠일이오?” “여기 계실 것 같아서 들렸습니다.” 화청이 수염 투성이의 얼굴을 펴고 웃었다. “제가 한산성의 부성주로 임명되었소.” “아니, 도성의 동부(東部)수비대장으로 임명되지 않았소?” “제가 병관 좌평께 부탁을 했더니 바로 조치를 해주셨소.” 그때 뒤에 서있던 곽성이 다가서서 말했다. “소인도 점구부에서 빼주셨소. 한산성주 휘하의 문독이요.” “이런.” 계백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내가 덕(德)이 모자란데도 동행하여 주는구려.” “우리는 기마 정찰대에서부터 생사(生死)를 함께한 사이 아닙니까?” 화청이 웃음띤 얼굴로 말하더니 연기신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밖에서 기다리시지요.” 둘이 주막을 나갔을 때 연기신이 계백에게 말했다. “나는 문관(文官)이어서 무관(武官)들의 이런 우정을 보면 부럽습니다.” “우정은 무관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덕솔.” 계백이 웃음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서로 뜻이 맞으면 문무관이 갈릴 필요가 있습니까?” “옳으신 말씀이오.” 연기신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기회가 오면 한솔을 자주 찾아 뵙도록 하지요. 한솔같은 영웅을 알게 된 것이 행운이오.” 연기신과 헤어진 계백이 주막 밖으로 나왔을때 기다리고 있다 화청이 대뜸 말했다. “한솔, 그자가 연기신 아닙니까? 주막 하인의 말을 듣고 한솔을 막 모셔 오려던 참이었소.” 화청이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왜 첩자라는 소문이 난 놈과 상종하시오?”
우리말의 어원을 찾다 보면 문헌적인 것도 있지만 민간 어원설도 많다. 하지만 뭐가 정설이냐의 판단은 아직 논쟁 속에 있다. 민간 어원설에 보면 ‘아저씨’는 기혼 남성이 아기의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아주머니’는 기혼 여성이 아기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가씨’는 미혼이지만 아기의 씨를 받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데 어원사전을 보면 아저씨는 앗(小)+엇(親)+이(조사), 아주머니는 앗(小)+엄(어미)+아니(접사), 아가씨는 아가(어린아이)+씨(氏)의 변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어원은 아주+머니로 분석하면 ‘아주’는 아저씨의 ‘아저’와 함께 ‘작은아버지, 어머니’의 작은(叔)이라는 뜻이다. 근원적으로 ‘아주’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아차(亞次)에서 바로 다음이란 버금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머니’는 할머니, 어머니의 ‘머니’와 함께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인데 ‘엄마’와 ‘어머니’의 관계와 같다. ‘아저씨’는 ‘아자비’의 ‘저’를 우리말 순화 과정을 거쳐 ‘저(儲-버금 저)’를 써서 ‘아저(阿儲)’로 쓰게 되었으며 아비를 뜻하는 ‘압’과 높임을 나타내는 ‘씨(氏)’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즉 버금아버지라는 뜻이다. 원래 아저씨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를 부를 때 쓰는 말인데 친근하게 부르는 말은 ‘아재’다. 이 말도 ‘아줌마’와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아버지와 같은 또래의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지금은 결혼한 남자이지만 아직은 늙지 않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아가씨’의 15세기 어형은 ‘아기씨’이다. 그런데 현대 국어에서 ‘아가씨’는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가리키는 반면에 ‘아기씨’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딸’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형태뿐 아니라 최근에도 의미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의 ‘씨’는 높임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존대의 의미를 배제한 채 쓰이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미혼 여성에게도 아가씨라는 호칭을 더러 쓰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정규순(62) 시인이 첫 시집 <꽃잎 나비>를 내놨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건설인. 전공만 생각하면 자칫 선입견을 품고 시를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투박하고 억센 공사 현장에서의 삶을 정갈하고 부드러운 시어로 풀어낸다. 첫 시집에는 작품 112편을 4부로 나눠 실었다. 시인이 집중하는 대상은 주로 구조물들이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풍경들로 시라는 색을 덧입혀 시적 감각을 재구성했다. 특히 ‘군산항 뻘게’, ‘매화는’ 등 여러 작품에서 일과 사람, 성찰을 버무린 서정이 묻어난다. “일본으로 가는 산더미 쌀가마에 눌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작대기로 받치고/ 허기진 배 공갈빵처럼 부풀려도/ 창자는 달라붙고 등짝은 피 범벅이었다” ( ‘군산항 뻘게’ 일부) 정성수 시인은 서평을 통해 “시는 시인이 속한 세계를 정직하고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들고 “정규순의 시는 구체적 체험을 바탕으로 사물과 대상을 관조하여 진술해 가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정규순 시인은 2017년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시인이 됐다. 전북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 토목공학과 석사 등의 학위를 취득했다. 벽산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 군장신항만 대표이사, 항도엔지니어링 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주식회사 글로벌 대표이사로 재임 중이다. 정 시인의 첫 시집은 한국항만협회와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지방 5개 신문 공동 뉴욕 특파원 등을 지낸 최문갑 시사평론가가 신간 <밸런스토피아>(좋은땅)를 냈다. 책 제목은 밸런스(balance·균형)와 유토피아(utopia·이상향)를 합친 것으로, 저자는 최근 몇 년간 터진 한국사회 문제를 ‘균형 상실’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는 최근 크게 불거진 ‘미투(#MeToo)’를 두고 가해자들의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을 한 요인으로 봤다. 저자는 “국가 리더십의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최순실 사태’(촛불사태)도 교훈은 비슷하다”면서 “헌법의 맹점인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쓰나미’같은 사회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원인인 탐욕과 극단에서 탈피해 균형의 가치를 구현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며 “배려와 위로, 공생이 숨 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400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향교. 그 안 명륜당에는 수령(樹齡)이 500여 년 된 소나무가 있고, 그 곁에 잣나무가 있다. 학문하는 사람들은 송무백열(松茂栢悅) 해야 한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풍경이다. 송무백열이란 소나무가 무성함을 잣나무가 기뻐함, 즉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로 기뻐한다는/ 송무백열 그대 혹 들어보셨는지 전주향교/ 명륜당 왼편 뒤뜰에 가 보시라//한겨울 추위련데 나란히 나란히/ 서로가 서로를 살펴 푸를 청청/ 하늘도 꿰뚫어 치솟은 세찬 기운 아닌가( 소나무와 잣나무 중) 고하 최승범 시인은 소나무와 잣나무 시를 통해 이 풍경과 의미를 그대로 그렸다. 그가 최근 2년간 전북의 역사와 문화, 사람과 사물을 시로 풀어낸 것이 무려 100편이다. 이를 모아 열두 번째 시집 <신전라박물지>(문학들)를 냈다. 봄 여름 갈 겨울 생각하면/ 붕어섬 지느러미 너울너울 흔들며/ 사철을 마냥 챙기고도 모자랄 것 없겠다( 붕어섬 중) 장군목토종가든 물러가며/ 다슬기탕 비결 챙기자 이 고장 이어온/ 순창의 인정 탓 아니겠냐며 허허 웃는다( 다슬기탕 이야기 중) 붕어섬, 망해사, 무성서원, 임피역, 귀신사 등 흔적이 희미한 삶의 터전부터 다슬기탕, 물미나리, 탱자, 은행알 등 맛있는 이야깃거리는 몰입을 더한다. 최 시인은 수록된 작품들을 잡시라고 칭했다. 그는 내 딴엔 잡동사니 시를 내세운 것이라며 다시 생각해도 잘 짚었다는 생각이고, 애정이 돋기도 한다고 말했다. 1931년 남원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난 앞에서>와 수필집<한국수필문학연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고하문학관 관장,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나리, 이곳에서 한산성까지는 3백리길이라고 들었습니다.” 밤, 계백의 품에 안긴 고화가 더운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말을 달리면 하루 길이지만 걸어서는 이틀이 걸린다고 하네요.” “한산성은 성주 식구가 살 곳이 못되오.” 계백이 고화의 허리를 당겨 안고는 귀에 입술을 붙였다. “내가 가끔 말을 달려 도성으로 올테니까 집이나 잘 가꾸시오.” “나리, 소문을 들었습니다.” 고화가 계백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었다. 불을 끈 방안은 어두웠지만 고화의 흰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무슨 소문?” “왕비마마가 신라에 첩자를 자주 보낸다고 합니다.” “저런.” 혀를 찬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신라 첩자가 퍼뜨린 소문 같구만.” “종이 거리에서 듣고 와서 우덕한테 이야기를 해줬답니다.” “왕비마마를 모함하면 대역죄가 될 텐데 큰일 날 소리들을 하는군.” “왕비마마의 측근인 덕솔 연 아무개란 분이 신라에 들락인다는군요.” “허어.” 계백이 고화의 허리를 더 당겨 안으면서 말을 막듯이 입을 맞췄다. “도성에 온지 닷새도 안되었는데 벌써 온갖 소문을 듣고 오는군.” 고화가 가쁜 숨을 뱉으면서 계백의 어깨를 감아 안는다. 다음날 오전, 임지로 떠나기 전에 대왕을 뵈러갔던 계백을 병관좌평 성충이 불렀다. 왕궁의 정청 안이다. “이보게 한솔, 대왕께서는 오늘 조례에 나오시지 않네.” 다가온 성충이 말을 이었다. “나를 보고가면 되네.” “예, 대감.” 성충을 따라 전내부의 대좌평 청으로 들어선 계백이 자리에 앉았다. 청 안에는 성충과 계백 뿐이다. 마주앉은 성충이 청 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더니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내가 이 청을 곧 떠날거네, 한솔.” “무슨 말씀입니까?” “잘되면 귀양이고 못되면 참형을 당할지도 모르네.” “대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계백이 눈을 치켜떴다. “대감은 대백제의 기둥이십니다. 대왕께서 그 기둥을 버리시겠습니까?” “내가 왜 기둥인가?” “대감은 충신이십니다. 제가 바다 건너 담로에 있을 때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선대(先代) 무왕께서 계실 때하고는 다르네, 한솔.” 정색한 성충이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왕비의 전횡이 심해졌어. 이것은 태왕비께서 뒤에서 사주하시는데다 지금까지 다져놓은 반역 기반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숨을 죽인 계백에게 성충이 말을 이었다. “선왕(先王)께서 나한테 유언을 하셨네. 왕비 교지를 조심하라고. 그런데 내가 그 유연을 어찌 대왕께 전해드린단 말인가?” 성충의 눈이 흐려졌다. “역부족이야. 내가 여러 번 대왕께 말씀드렸지만 대왕은 믿지를 않으시네.” “대감, 진실입니까?” “그래, 왕비 교지는 신라 첩자에, 태왕비 또한 마찬가지, 대백제는 안에서 망하게 될지 모르네.” “대감,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그대에게 이 말을 전하는 것이네. 그대가 대백제의 기둥이 될 재목이니까.”
전북작가회의와 전북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제22회 전북 고교생 백일장’이 26일 전북대 인문대학에서 열린다. 백일장은 전라북도교육청과 목정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전북 고교생 백일장은 지역 고교생들의 문예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전북 문학의 전통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1997년부터 시행해왔다. 백일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전북대 인문대학 교정에서 운문과 산문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오후 1시 30분 전북대 인문대학 최명희홀에서 정휘립 시인의 문학특강 ‘모노 산달로스-외짝신의 영웅들’도 진행된다. 운문과 산문 부문 장원에게는 각각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한다. 참가 대상은 도내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개인과 단체 모두 신청 가능하다. 참가 신청은 21일까지 전북작가회의로 하면 된다. 문의 063-275-2266.
왕비 교지(僑智)가 들어서자 덕솔 연기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제각기 외면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다. 내궁(內宮)의 별각은 지금은 태왕비(太王妃)가 되어있는 의자왕의 모친 선화공주가 제사를 지내는 장소여서 대왕(大王)도 범접하지 못하는 곳이다. 연기신의 앞에 앉은 교지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별각은 텅 비었다. 안쪽에 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는데 바로 신라의 진평왕이다. 태왕비 선화공주의 부친이며 지금 신라 선덕여왕의 부친이기도 하다. 초상 밑쪽의 향이 타면서 은근한 향내가 맡아졌다. 이윽고 왕비 교지가 입을 열었다. “성충이 이제는 심중을 굳힌 것 같다. 갈수록 심하게 대왕을 압박하는구나.” “제가 김춘추 공의 저택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지만 누가 보았단 말입니까?” “신라에 심어놓은 첩자겠지.” “그 첩자가 누군지를 밝히지 못하지 않습니까?” 연기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흰 얼굴에 염소수염을 길렀고 풍채가 좋다. 37세의 대성8족 중 하나인 연씨 일족이다. 부친 연대수는 바다 건너 백제령 담로의 태수를 지냈으며 조부 또한 좌평을 지낸 명문(名門)이다. 그때 교지가 지그시 연기신을 보았다. “덕솔, 네가 한번 더 김공께 다녀와야겠다.” “지금은 위험합니다. 마마.” 연기신이 굳어진 얼굴로 머리까지 저었다. “성충이 보낸 밀정들이 제 주위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성충의 기질로 보아서 암살자를 보낼지도 모릅니다. 마마.” “넌 다음달에 3품 은솔이 된다.” “제, 제가 말입니까?” 연기신이 눈을 크게 떴다. 결코 반기는 얼굴이 아니다. “마마, 그러면 더욱 의심을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공(功)이 없는 데다 더욱이 신라 첩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터인데.” “누가? 성충이?” 교지가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성충은 대왕을 능멸한 죄로 곧 귀양을 가게 될 것이다.” “귀, 귀양을 말씀입니까?” “어제 궁성의 청에서 일어난 사건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 “계백의 친위기마군 대장 직임을 바꿨다고만 들었습니다. 성충이 반대를 해서요.” “대왕을 능멸했다.” 교지가 차갑게 말했다. “넌 조회에 참석하지 않아서 자세히 모른다.” 그렇다면 왕비는 조례에 참석한 또다른 고관으로부터 내막을 들었다는 뜻이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연기신이 교지를 보았다. 왕비 교지는 신라 선화공주이며 선군(先君)인 무왕(武王)의 왕비가 데려온 여자다. 선화공주는 교지를 딸처럼 애지중지 키우다가 태자(太子)인 의자와 결혼시켰는데 무왕도 반대하지 않았다. 자신도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결혼한 처지인 것이다. 교지는 선화공주의 친척인 신라 왕족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그때 교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넌 동방(東方)의 현동성에 태왕비(太王妃)의 심부름을 가는 것이다. “아, 예.” “태왕비의 심부름은 대왕도 막을 수가 없지 않겠느냐?” “당연하지요.” 더구나 성충까지 귀양을 간다면 모두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교지가 말을 이었다. “계백이 연개소문한테서 받은 밀서 내용은 다 베껴놓았다. 그리고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도 내가 다 들었다.”
제12회 해운문학상 대상에 안연희 시인의 작품 출항의 새벽이 선정됐다. (주)국제해운(대표 윤석정)이 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지회장 류희옥)가 주관하는 해운문학상은 해양과 해운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해양문학이라는 개성 있는 장르를 개발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해부터 해양문학상에서 해운문학상으로 명칭을 바꿨다. 출품작 수와 호응이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상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해양재단이 수여하는 한국해양문학상 등과의 명칭 혼동을 막고자 했다. 공모 대상 범위 역시 전북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올해 운문과 산문 등 2개 분야에서 21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총 7편이 예심을 통과했고 지난 11일 이운룡 전 전북문인협회장과 정공량 계간지 <시선> 발행인이 본심 심사를 했다. 대상 선정작은 안연희 시인의 출항의 새벽. 심사위원들은 바다의 현장감, 적절한 비유, 생동감이 뛰어났고 문학성까지 훌륭했다며 새벽 포구의 활력을 참신한 은유로 엮어낸 당선작은 낯익은 소재인데도 삶의 의욕이 넘친다고 평했다. 해운문학상 대상은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상금 300만 원금 1냥을 받는다. 전북도지사상과 상금 200만 원을 받는 해운문학상 본상은 올해 선정하지 않았다. 올해 처음 소설에서 수필로 산문 분야 공모 장르를 바꾼 탓인지 출품작이 적었고, 작품성이 두드러진 수필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해양문화 창달에 공로가 큰 문학인에게 주는 바다사랑상에는 배환봉 시인이 선정됐다. 군산 향토 문인인 배 시인은 도심과 포구의 서민적인 삶을 해양의 여러 현상에 빗대 묘사한 시 심포항, 바다의 봄 등을 집필하는 등 해양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력을 지녔다. 해양수산부장관상과 금 1냥을 받는다. 윤석정 해운문학상 운영위원장(국제해운 대표)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양문화가 중요하다. 자치단체마다 해양문학상 현상공모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북에서도 해운문학상을 계기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바다에 관해 더욱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31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과 함께 신석정시낭송협회원들의 당선작 시낭송 등도 이어진다.
“백제가 망한다면 안에서부터 망하게 될 것이야.” 성충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옆에서 걷던 동생 윤충이 들었다. 동방 방령 윤충은 형처럼 직선적인 성품이 아니다. “이것 보시오, 형님. 그런 말은 반역죄에 해당되오.” 의직, 흥수와 헤어져 둘은 왕궁의 마당을 걷고 있다. 지나던 관리들이 둘을 향해 절을 했다. 성충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나 혼자만이라도 이렇게 떠들 것이야. 동생, 너는 지금처럼 대놓고 나를 비판해서 대왕의 권위를 세우거라.” “형님, 왕비마마를 오해하고 계신 건 아니오?” “내가 병관좌평이다. 첩자 2백여 명을 휘하에 두고 있단 말이다.” 다시 성충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걸음을 멈춘 성충이 몸을 틀어 윤충을 보았다. 둘은 왕궁의 넓은 마당에서 마주보고 섰다. 성충이 말을 이었다. “신라 도성에 있는 내 첩자가 연기신이 김춘추를 만나는 것을 직접 목격했어. 김춘추를 말이야.” “그럴 리가….” 놀란 윤충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님, 그 첩자를 믿을 만 하오?” “대왕도 그러시더군.” 성충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첩자가 누구냐? 이름을 대라고 하시더란 말야.” “그거야…” “관직에 있는 자야. 처자식이 이곳 도성에 살고, 목숨을 내놓고 적의 도성에서 위장 신분으로 지내는 자야. 그자 이름을 밝히면 왕비가 가만 두겠는가?” “……” “대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대왕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시더군.” “……” “왕비가 요물이야. 대왕은 안의 관리를 못하시네. 백제는…” “형님, 그만 하시오.” 말을 자른 윤충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다고 계백에게 해적소탕 임무를 맡겨 벽지로 보내는 건 너무하신 것 아니오? 왜 계백에게 화를 푸시오?” “내가 곧 계백을 불러 이야기를 해줄 것이네.” “어, 어떤 이야기 말이오?” “모두 다.” “이것 보시오. 계백한테 대왕 험담을 하실 참이오?” “계백도 알아야 해. 대백제의 장래를 이끌어갈 재목이니까 실상을 알아야 되네. 그것이 내가 할 일이야.” “형님.” “왕비 교지가 누구냐? 선화공주가 데려온 여자 아니냐?” 몸을 돌린 성충이 발을 떼었고 윤충은 그 뒷모습만 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서방 방령인 달솔 해재용이 계백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보게 한솔, 내 휘하에 2만7천의 병력이 있지만 그 중 절반이 수군일세.” 해재용은 60대로 무장(武將) 출신이다. 해재용이 말을 이었다. “나머지 절반이 32개 성에 분산 배치되어 있지만 해적이 작심하고 한 지역을 공략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어.”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서방(西方)은 대륙과 마주보고 있어서 전부터 수군(水軍)이 발달했다. 계백이 물었다. “전선(戰船)으로 해적을 막을 수는 없습니까? 전에는 해적 피해가 적었지 않습니까?” “근래에 이르러 수군(水軍) 전력이 약해졌네. 그것이 문제일세.” 백제 전력(戰力)의 내막이 드러나는가?
성충과 흥수는 좌평이며 의직과 윤충은 달솔로 각각 남방과 동방의 방령이다. 백제는 동서남북 중 5개의 방(方)으로 나뉘어졌는데 그 중 남방과 동방군(軍)이 가장 강했다. 어전회의를 마치고 청을 나갈 때 앞장서 나가던 성충을 흥수가 불렀다. 흥수의 뒤에는 의직과 윤충이 따르고 있다. “이보시오, 병관좌평. 나 좀 봅시다.” 머리를 돌린 성충이 그들을 보더니 싱긋 웃었다. “충신들이 다 모였군.” “저쪽에서 이야기합시다.” 흥수가 턱으로 앞쪽 기둥을 가리켰다. 구석진 곳이다. 삼삼오오 나가던 관리들이 그들을 향해 절을 했다. 조정의 실권자들인 것이다. 모두 40대 중후반으로 의자보다 연상인데다 선왕(先王)인 무왕(武王) 시절부터 신임을 받고 있던 원로들이다. 넷이 둘러섰을 때 흥수가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성충을 보았다. “당신은 대왕께 직언을 한다는 구실로 왕권을 약화시키고 있어. 그 의도가 수상하오.” “아하하.” 짧게 웃은 성충이 흥수와 의직, 자신의 동생 윤충까지를 보면서 말했다. “백관 모두 들었겠지. 대왕의 인사가 중구난방, 편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무엄하오!” 버럭 소리친 의직이 성충을 노려보았다. “대왕이 당신 노리갯감이요? 직언을 한답시고 당신은 대왕을 능멸하고 있어! 내가 용서하지 못하겠소!” “나를 죽이기 전에 잠시만 여유를 주시게, 방령.” 성충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왕비마마를 죽일테니 그때 나를 베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왕비를 죽인 대역무도한 놈으로 말이네.” 그 순간 셋은 벼락을 맞은 듯이 몸을 굳혔다. 얼굴이 창백해졌고 흥수는 수염 끝이 벌벌 떨렸다. “이보시오, 형님.” 놀란 윤충이 남 앞에서는 절대로 부르지 않던 ‘형님’소리까지 했다. “무슨 그런 망발을…….” 윤충이 목소리를 떨었을 때 성충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두 알고 계시지 않는가?” 셋은 숨소리도 죽였고 성충의 말이 이어졌다. “왕비 교지가 신라 첩자 연기신 놈을 싸고도는 것이 아니라 교지가 첩자라는 것을 그대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대왕은 자만심에 빠져있는거네.” “…….” “그까짓 첩자 한 놈 갖고 뭘 그러느냐? 또는 여자가 뭘 하겠느냐? 하는 동안에 궁궐이 썩고 조정이 썩고 나라가 썩네.” “…….” “내가 계백 꼬투리를 잡고 대왕을 끌어당겼다는 건 대왕도 알고 계실 것이고 그 이유도 아실 것이네.” “이보오, 대좌평.” 조금 진정한 흥수가 반걸음 다가서서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도 연기신이 첩자이고 왕비께서 그놈과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방법이 틀렸소.” “아니, 대왕한테는 이 방법뿐이야.” 성충이 머리를 저었다. “훗날에 후손들이 성충을 대백제의 역적으로 기억하게 되더라도 나는 눈에 보이는 역적을 토벌하고 순사하겠네.” 기둥 옆에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다. 이것이 대백제의 그늘이다. 왕비 교지는 덕솔 연기신을 먼 친척이라면서 측근에 두었는데 신라를 여러 번 오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연기신이 왕비의 친척이 아니라고도 했다.
집이 마음에 드느냐? 다음날 왕궁의 청에서 만난 의자가 계백에게 물었다. 백관이 모두 도열해 서 있는 상황에서 의자가 물은 터라 계백이 당황했다. 예, 대왕. 계백의 관등은 한솔이니 좌평, 달솔, 은솔, 덕솔에 이은 제5등급이다. 4등급 덕솔(德率)이면 군(郡)의 군장(郡長)으로 나갈 수 있고 달솔이 맡은 방령 밑의 방좌(方佐)가 될 수 있다. 아직 한솔이 고위 관직은 아니다. 그때 의자가 머리를 들고 백관들을 둘러보았다. 한솔 계백은 대야성 함락의 1등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고구려에 가서 연개소문 공으로부터 동맹의 약조를 받아왔다. 대백제의 공신이다. 그때 병관좌평 성충이 나섰다. 대왕, 계백은 아직 약관으로 칭찬이 과하시면 분수를 모르게 됩니다. 삼가 주시옵소서. 백제에는 최고위 관직인 좌평이 5명 있었는데 성충이 그 중 으뜸인 대좌평이다. 50대 초반의 성충이 의자를 올려다 보면서 말을 이었다. 대왕, 계백을 친위군 기마대장으로 삼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보류시켜 주옵소서.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친위군 기마대장은 4품 덕솔 관등이 맡은 자리다. 대왕이 병관좌평 성충에게 그리 지시를 내렸단 말인가? 모르고 있었던 일이다. 그때 의자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좌평, 나이가 적다고 공을 적게 평가하지 마라. 계백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경륜이 적거나 경솔하지 않다. 압니다. 성충도 지지 않는다. 백관들은 숨을 죽였고 성충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계백을 대백제의 동량으로 키우려면 더 단련시켜야 합니다. 대왕 으음. 의자의 신음이 낮게 울렸다. 그때 서방 방령 달솔 해재용이 나섰다. 대왕, 한솔 계백을 서방의 한산성주로 보내주시옵소서. 백관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여졌다. 해재용이 소리치듯 말을 잇는다. 한산성 근처에 해적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모두 내륙으로 도피해서 바닷가 인근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때 의자가 물었다. 한산성주가 아직도 공석인가? 예, 대왕 대답은 성충이 했다. 성충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의자를 보았다. 전(前) 성주 국겸은 병이 들어 도성으로 옮겨와 거동을 못 한지가 반년 가깝게 되었고 성주대리를 맡은 나솔 육기천은 지난달에 해적과 싸움에서 화살을 맞고 운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계백을 보내란 말인가? 그때 계백이 한걸음 나섰다. 대왕, 소장을 한산성주로 보내 주시옵소서. 그곳에서 해적을 소탕하겠습니다. 내가 병관좌평의 술수에 넘어갔다. 쓴웃음을 지은 의자가 옥좌에 등을 붙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친위대 기마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말했을 때는 아무 소리를 안 하더니 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비판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의자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떠올라 있다. 왕의 독선을 막겠다는 의도 아닌가? 성충이 시선을 내린 채 움직이지 않았고 의자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좋다. 계백을 한산성주로 보낸다. 그래서 더 단련시켜 보도록 하자. 이렇게 어전회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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