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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순(557~641)은 자가 신본(信本)이며 담주(潭州, 호남성) 사람이다. 아버지 흘(紇)은 진(陳)에서 광주자사를 지냈으나 모반에 가담하여 죽임을 당했으므로, 구양순은 아버지의 친구 강총(江總)에게 양육되었다. 용모가 보잘 것 없었으나 매우 총명하여 경사(經史)를 박통하였다. 수왕조에 태상박사(太常博士)를 거쳐 당고조 및 태종시에 태자솔경령(太子率更令)과 홍문관학사를 지냈으며, 발해남(渤海男)에 봉해졌다. 우세남(虞世南, 558-638)과 더불어 홍문관에서 귀족 자제들에게 글씨를 가르쳤는데, 저수량(596-658)과 더불어 초당(初唐) 삼대가로 일컬어진다. 저서로는 유명한 「예문유취(藝文類聚)」가 있다.'維貞觀六年孟夏之月'로 시작하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구성궁예천명'은 당태종 정관 6년 즉 632년에 조성되었으며, 구양순이 76세 때 쓴 글씨이다. 구양순은 장수하여 85세를 살았는데, 희수(喜壽)를 앞에 둔 고령의 글씨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치밀한 결구를 구사하였다. 사람과 글씨가 연륜을 더해가며 더욱 노련해진다는 인서구로(人書俱老)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신 위징이 글을 짓고 구양순이 쓴 '구성궁예천명'은,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마지막은 성대하리라는 성구를 떠올리게 한다. 당태종이 측근들의 간절한 권유를 받아들여 초여름 피서를 간 곳은 수나라 때 건축된 인수궁(仁壽宮)을 개수한 구성궁이었다. 궁궐은 높은 지대에 자리하여 늘 물이 부족했는데, 당태종이 고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다 습지를 발견하고 지팡이로 건드리니 물이 샘솟고 그 맛이 달았다. 이에 상서로운 조짐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송덕비를 세워 당태종의 덕정을 선포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정당성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였다. 서예 감식에 뛰어났던 당태종은 명서가 구양순에게 글씨를 쓰도록 명하였다.이후 구양순의 글씨는 중국은 물론 우리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고려의 사신들이 중국에 올 때마다 구양순의 글씨를 요구하자, 송나라 황제가 "저들이 구양순의 글씨를 보고 그가 얼마나 못생기고 볼품 없는지 알까?"하며 비웃을 정도였다. 이처럼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신라 이래 고려와 조선의 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구성궁예천명'은 구체(歐體)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었다.구양순은 서성 왕희지의 글씨를 배워 마침내 굳건한 해서의 전형을 확립하였다. 「당서(唐書)」에 구양순의 서예 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구양순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색정(索靖)이 쓴 비를 발견하고, 꼼꼼히 살펴본 뒤 떠났으나 몇 걸음 되지 않아 다시 돌아와 살펴보았고, 피곤이 몰려오자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았다. 밤이 되자 그 곁에서 잠을 자며 살핀 지 3일만에 비로소 필법을 깨닫고 떠났다." 이어서 '그의 서에 대한 기호가 이러하였다'고 간략하게 평하였다. 우리는 이 일화를 통해서 구양순이 당대 최고의 서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열정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성공한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념(一念)이다. 지극히 절제된 운필과 조형적인 결구를 보며, 치열한 공부가 희수를 앞두고 비로소 역사적 결실을 맺은 듯하여 감개를 느낀다. 이처럼 구양순의 '구성궁예천명'은 한 개인의 치열한 공부의 산물로서 품격 높은 아름다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唐)의 안정된 사회와 문화의 수준을 동시에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혁(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맞은편 옛 세운상가 부지에 고층 건물을 세우려던 서울시의 사업안에 또 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청은 1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문화유산ㆍ사적 분과 소위원회에서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안을 심의한 끝에 사업안에 대한 자료보완이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들이 건물 높이가 종묘의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이처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세운상가 재정비 촉진 사업을 벌여왔으며 종묘 앞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에 최고 지상 36층(122m), 지하 7층의 건물 7동을 지을 계획이었다. SH공사는 지난 9월 문화재위원회 세계문화유산ㆍ사적 분과 합동회의에서 사업안이 통과되지 않자 건물 최고 높이를 110m로 낮춰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회장 신형식)가 '다문화 사회와 문화적 다양성의 실현'을 주제로 '제6회 문화정책 전국 대토론회'를 개최한다.26일 오후 1시30분 전주 한옥마을 내 학인당에서 개회하는 이번 토론회는 최근 각 지역의 문화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사회의 부조화 해소방안으로서 문화적 다양성을 실천하는 정책적 지원방향을 모색한다.기조발제는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의 '다문화사회와 한국의 문화적 현실'. 한국사회의 문화적 불균형에 대한 원인 분석과 현황 파악을 통해 대안을 찾고, 문화적 다양성의 창조적 인큐베이터로서 생활권 문화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제시한다.분과토론은 네 개로 나눠 진행된다. 제1분과 '문화적 다양성의 실천과 문화예술지원정책'(좌장 김기봉 주민통합서비스)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점검하고 문화적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과 대안을 찾아본다. 토론에는 김선태 전북민예총 정책위원장, 김성식 문화연구 창 대표, 남요원 민예총 전 사무국장, 손동혁 인천주안미디어영상센터 소장, 김지원 광주전남문화연대 사무국장, 염신규 한국민예총 정책기획팀장,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한다.제2분과 주제는 '다문화사회와 문화적 다양성'(좌장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다문화사회의 현실과 문화적 담론을 확인하고 다문화사회에 대응하는 문화적 다양성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김동영 문화연구 이공 대표, 박베네딕타 진안인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장미영 전주대 교수, 이지훈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김희식 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 독립큐레이터 전승보씨, 이희진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최준기 용산나눔의집 원장이 토론한다.제3분과 '지역문화를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 방안'(좌장 신동호 대구문화예술연구소장)은 지역공동체 거점공간으로서 생활권 문화시설의 가치와 역할, 지역 문화활동과 지역주민간 소통과 교류 증진 방안을 고민해 본다. 전북민예총 문화기획분과 류준열씨와 이경진 문화연구 창 연구소장, 조세훈 남원시립농악단 단무장, 고길섶 부안생태문화활력연구소 운영위원, 민문식 교육문화공동체 결 상임위원, 황정주 경기민예총 정책위원장, 안태호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이 토론에 나선다.제4분과 '지역문화예술 프로그램 우수 사례'(좌장 전고필 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에서는 주민 중심 문화향유 프로그램의 사례와 개발 방안을 논의한다. 토론자로는 김병직 전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무국장, 채성태 문화공간 싹 대표, 김병수 공공작업소 심심 소장, 김지연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대표, 진창윤 전북민예총 미술분과 부회장, 이민철 광주청소년문화의집 국장, 대안기획집단 상상공장 류재현씨, 한국문화의집협회 우지연씨가 함께 한다.26일 오후 5시부터는 분과 토의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종합토론이 이어지며, 27일에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주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합죽선 선자장(扇子匠) 기능보유자였던 고(故) 이기동 선생의 최고 걸작품인 '팔등황칠 낙죽선'이 내년 개관하는 전주 부채박물관에 전시된다.이기동 선생의 장남 이신입씨는 "전주부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시민과 함께 고인의 작품을 기리고자 한다"며 부친의 생애 최고 걸작 소장품 합죽선 2점을 13일 전주시에 기증했다.이 작품은 천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황칠을 했으며, 인두로 매화와 박쥐 등을 세밀하게 그려 넣은 120㎝×80cm 크기로 지난 1990년께 만들어졌다.선생이 만든 작품 중 가장 크고 정교한 작품으로 평가받은 이 작품은 수집가들의 높은 관심을 사면서 2000만원 이상을 호가했으나 선생이 끝내 팔지 않고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작품을 기증한 신입씨(49)는 "아버지의 최고 걸작품이 부채박물관은 물론 전주시의 전통문화가 한층 높아지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난 6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기동 선생은 지난 2006년 11월에도 자신이 제작한 부채작품 47점을 전주시에 기증했었다.
소비자 경품 고시 폐지에 따른 도서정가제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할인을 허용하지 않는 완전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지지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6일 오후 여는 '소비자 경품규제 폐지에 따른 도서정가제 정책 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부길만 동원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독자 의식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결과를 발표한다. 성인 201명에게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5.1%에 달했으며, 할인 없는 완전 도서정가제에 대해 '매우 또는 대체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47.8%로 '매우 또는 대체로 반대한다' 41.2%보다 약간 우세했다. 다만, 현행 도서 할인 수준이나 경품 규제 폐지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지지와 달리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아 모순을 보였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의 신간은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 고시에 따라 지불액의 10%까지는 경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19%까지 할인받을 수 있었으나 내년 6월 말부터는 경품에 대한 제한이 없어진다. 47.8%는 이런 할인 수준이 적당하다고 답했으며 할인 확대를 바라는 응답자도 24.4%였다. 경품 규제에 대해서도 당장 또는 서서히 폐지하라는 의견이 54.3%로 폐지에 반대하는 37.3%보다 많았다. 출판사, 출판 및 독서운동 단체, 서점 관계자와 출판 기자 등 전문가 30명에 대한 심층 의식조사 결과, 12명이 완정 정가제에 절대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완전 도서정가제 이전에 책값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상당수가 현행 할인 수준에 대해 지나치다는 생각을 밝혔으며, 도서에 대한 경품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법률상 정해진 도서정가제와 공존할 수 없는 모순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종락 성균관대 연구원은 "지나친 할인은 정가제 존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할인 범위 10% 내에서 경품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도서는 소비자 경품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해야 하며 도서정가제 법을 경품 고시보다 상위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미와 같은 도서 자유 가격제도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언어(영어)로 쓰인 도서는 가능하나 지역성이 뚜렷한 언어의 책에는 어려움이 있다"(강희일 한국학술출판협의회장)거나 "도서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단일 문화상품으로 박리다매가 있을 수 없다"(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 교수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키워 나가야 한다"며 "도서정가제와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과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단절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부 교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는 조항을 없애고 마일리지와 경품 등을 모두 10%의 할인 범위에 포함되도록 '스스로 제공하는 할인 방법에 누적점수제를 포함한 경품류 등 유사할인행위를 포함한다'는 시행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동 전집류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상품이나 전체 시장 규모나 실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는 국내 아동 전집 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보는 '아동 전집 출판 현황과 쟁점' 심포지엄을 14일 오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연다. '한국 아동 전집의 출판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는 유정규 한솔교육 선임연구원은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국내 아동전집류 연간 시장 규모를 1조원 정도로 추산했으나 '아동 전집의 구성 체계와 어린이의 독서'를 발제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박은경 정책국장과 오세란씨는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5천억원 정도인 아동 단행본 시장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발제자들은 아동 전집 출판에 개선해야 할 점을 상당수 꼽았다. 한 세트 안에 작품의 질의 편차가 크다는 점, 출판사에서 정한 대상 연령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 좋은 독서습관을 기르기보다 영역과 분야를 학교 공부나 대입과 연계해 선행 학습에만 집중한다는 점 등이다. 박은경ㆍ오세란씨는 각 출판사들이 전집 구성을 발달이론과 체계적으로 연계했다고 홍보하나 논거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가령, 한 출판사는 0∼3세용 그림책이 공동체 의식을 길러준다고 홍보하는데, 이는 가족의 돌봄을 받는 나이에 부적합한 것이다. 이들은 "어린이가 스스로 책에 다가서는 자발적 지적 탐험이 아니라 영역별로 세분화된 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다가가 수동적인 독서 습관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전집 상품 살펴보기' 발제문에서 수입 번역물 위주의 창작동화 전집 6질 340권을 분석한 어린이도서연구회 여을환씨는 한 전집에 같은 작가의 책을 다수 포함해 다양성이 떨어지고 작품들간 질의 편차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여씨는 아동 전집 시장의 경쟁 과열로 졸속 제작의 의혹이 있을 정도로 질이 낮은 전집도 있다고 주장했으며, 외국에서는 그리 발달하지 않은 전집이 국내에서 관행처럼 제작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분석한 책 가운데 40%가 일본 책, 17.4%는 미국 책을 번역한 것이라고 소개하며 "독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외국 문화를 자각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옛이야기 그림책 전집 6질을 분석한 오호선 씨는 "수십 권을 기획해 일괄적으로 시한을 정해 글 작가에게 의뢰하는 생산 시스템에서 작가 중복이 심해 작품의 질을 높일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전집의 옛이야기에 학교 교육과 연계해 학습을 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옛이야기를 이야기 자체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않는 실태를 안타까워했다. 수학동화 전집 4질 170여 종을 검토한 김영란 씨는 "170여 종 가운데 '대상 연령에 적합할 것, 개념 적용에 오류가 없을 것, 동화로 잘 구성할 것, 글 그림이 조화로울 것'의 기준을 충족한 책은 4∼5종"이라며 "거의 대부분 초등 교과를 선행 학습하기 위한 학습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문화재 정책환경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문화재 정책대안을 연구하기 위한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정책학회가 13일 창립한다.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모인 학회로 문화재 정책분야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민간학술연구단체다. 초대 학회장에 내정된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국민에게 문화재 보존의 사회적 비용을 의심 없이 감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여건이 됐다"면서 "인문학자는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인 학술적ㆍ예술적ㆍ역사적 가치를 탐구해 보존의 당위성을 확고히 하고, 사회과학자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정책 수단을 체계적으로 연구 개발해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재정책학회는 13일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창립총회와 함께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문화재 정책 50년사 재평가와 미래 비전'(엄승용), '우리나라 고도보존법의 현황과 과제'(채미옥), '한국 문화재정책에 있어서 법제와 조직의 과제'(김창규)가 발표되고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각종 최치원 영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그림이 발견됐다.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작품이 발굴된 것이 아니라, 경주최씨 문중 소장품으로 경남 시도유형문화재 제187호이며 지금은 부산박물관에서 위탁 관리 중인 '운암영당 고운선생영정'을 X선 판독을 통한 정밀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강대규)은 기획특별전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대여한 이 영정을 "안전한 전시를 위해 유물 안정화 작업을 실시하던 중, 여러 차례 덧칠 흔적과 박락된(벗겨진) 안료 밑면 일부에서 다른 형태의 그림선을 육안으로 확인하고는 X-선 투과 촬영조사 등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그림이 건륭(乾隆) 58년(1793)에 하동 쌍계사에서 제작됐음을 밝혀주는 화기(畵記.그림의 제작내력)를 확인했다"고 11일 말했다. 나아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에 의뢰한 적외선 촬영조사도 병행한 결과 현재는 문방구를 그려놓은 영정 밑바탕에서 각각 동자승으로 추정되는 인물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에 확인된 화기에서는 이 영정을 그린 화가와 시주자 등과 관련된 내용도 보인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따라서 이 영정은 "현전하는 최치원 초상화 중에서 제작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 박물관 곽홍인 학예연구사가 말했다. 원래의 최치원 영정에서 동자승 2명이 확인됨에 따라 이 영정은 신선도(神仙圖)로 기획되어 제작됐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최치원은 삼국사기에 의하면 지리산으로 은퇴한 뒤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으며, 이를 근거로 후대에는 최치원이 지리산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광범위하게 생겨났다. 원래는 신선도 일종인 최치원 영정이 지금처럼 문방구를 갖춘 완연한 유학자 영정으로 바뀌게 된 유래에 대해 박물관 장석욱 학예연구사는 "초상을 쌍계사 밖의 사당과 서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동자승 흔적을 없애고 그 자리에다가 문방구류 등으로 덧칠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조선시대에는 주자성리학이 확고한 지배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음에 따라 불교나 도교적 흔적이 완연한 부분은 지우고 유학의 색채가 나는 제재를 그려넣는 일이 흔했다. 이 초상은 쌍계사에서 보존하다가 순조 25년(1825) 화개의 금천사로 옮겼고, 고종 5년(1868) 서원철폐령으로 하동향교로 옮겨 한동안 보존하다가 이후 광천영당을 거쳐 1924년에 운암영당으로 옮겼으며 현재는 부산박물관이 보관 중이다.
익산역사유적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학술대회 '익산, 다시 살아나는 백제 왕도'가 13일 오전 9시30분 전라북도교육연수원 선화관에서 개최된다.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주최하고 원광대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가 주관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백제 왕도 익산의 활용 방향과 고도 보전 및 육성 방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한다.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장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익산역사유적지구'를 주제로 기조강연하며, 윤덕향 전북대 교수가 '익산지역 문화유산의 활용방안', 채미옥 국토연구원 실장 '고도 보존과 고도 육성방향', 채남석 금마번영회장 '익산지역 문화유산과 주민생활', 이영문 목포대 교수 '고인돌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의미와 그 영향', 노정철 경주대 교수가 '경주문화유산의 국제화 전략', 장호수 충북문화재연구원장 '세계유산 역사도시의 보존과 활용 전략'을 주제발표한다. 토론에는 김용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 송화섭 전주대 교수, 김선기 원광대박물관 학예과장, 하문식 세종대 교수, 정명희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장, 이향수 문화재청 고도보존팀장이 참여한다.익산 백제문화유산은 2004년 익산이 공주·부여·경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되면서 주목받기 시작, 올 1월 미륵사지석탑에서 금제사리봉안기 등 700여점의 사리장엄이 출토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4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 학술회의 '대발견 사리장엄 미륵사의 재조명'을 개최, 미륵사와 익산을 중심으로 하는 백제 후기사를 집중재조명했으며 6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확정받았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 및 정주 여건에 대한 추가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관광레저 도시 개발 활성화 방안' 현장 워크숍에서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처럼 지적했다. 류 연구위원은 기업에 도시 개발 주도권을 부여해 투자의욕을 고취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도입된 기업도시 사업을 둘러싸고 투자유인책 미비, 정주 유입책 부족 등 우려가 그동안 제기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발전과제로 "민간의 투자여건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지원을 산업단지 수준으로 확대하고 인허가의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도 정주 인구 유입이 필수 성공 조건"이라면서 기업도시 지역에 대한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규정 배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2005년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태안, 영암ㆍ해남, 무주 등 3곳이 있으며 2020-2012년 사업 완료를 목표로 개발계획 승인 등 초기 단계가 진행 중이다. 이번 워크숍은 문화부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활성화와 친환경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사업시행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해 마련한 현장 워크숍이다.
"아리랑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사랑과 증오가 수시로 함께 등장한다. 이게 바로 감성의 논리입니다."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컬처코드'의 저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10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태아가 첫 사랑인 엄마의 뱃속에서 쫓겨나면서 증오의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또 그는 "아리랑에는 이별, 그리움,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있다"며 "이게 제가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라파이유 박사는 "얼마 전 타계한 은사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게서 문화의 구조를 보는 방법을 배웠다"며 "나는 문화의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악보를 읽을 때 음과 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들여다보듯이 문화를 해석한다"고 자신의 연구 방법론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수십 년에 걸쳐 해독한 데 이어 한국 문화도 해독하고 싶다"며 "한국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제가 도움됐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을 세계적인 문화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해 마련됐다. 강연자로 나선 노르웨이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인 잉거마리 군데르손은 "아리랑의 열린 멜로디는 인간의 깊은 감정을 반영하고 국가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과거의 아픔, 미래의 희망을 모두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깊이 있는 아름다움은 치유의 소리를 갖고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이것이 내가 한국 노래인 아리랑이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것을 확신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지리학자인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는 "아리랑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화합시켜온 효과적인 문화적 상징이었다"고 말했으며, 한국음악에 정통한 키스 하워드 호주 시드니대 부학장은 "아리랑은 오늘날 한국의 상징이자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당을 건국한 이연(당고종)은 즉위 직후 장자 건성을 태자로 책봉하여 왕권 강화를 도모했으나, 중원지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큰 공로를 세운 차자 이세민(李世民)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며 실권을 행사하였다. 기회만 닿으면 오르고 싶은 것이 권좌이며, 한번 그 자리에 오르면 죽기 전에 내려오기 싫은 것이 그 자리이다. 그러므로 무상한 권력다툼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정적이 되는 것이다.이세민은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심복을 현무문(玄武門)에 잠복시켜 건성과 원길 두 형제를 살해하고, 아버지 이연에게 압박을 가하여 양위함으로써 마침내 제위에 올랐다. 이것이 이른바 '현무문의 변(變)'이며 그가 바로 당태종이다.당태종은 연호를 정관(貞觀, 626~649)이라 칭하고 정권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력한다. 먼저 농민들의 기의를 염두에 두고 전장(典章) 제도를 정비하여 정치적 안정을 꾀하였다. 그 당시 당태종이 신하들과 치세방법을 논의하고 가언(嘉言) 및 선행을 기록하여 후세 봉건 제왕들이 치국의 모범으로 삼았던 「정관정요(貞觀正要)」가 그 산물이다. 그의 강력한 정치력은 유례 없는 안정을 이끌어내어 사방에서 그를 공주(共主)로 추존하기에 이르렀으니 역사에서는 이 시기를 정관지치(貞觀之治)라 일컫는다.당태종이 어느 날 군신들에게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중에 어느 것이 힘든 것인가를 물었다. 방현령(房玄齡)이 "창업이란 생사가 달린 것으로 온갖 간난(艱難)과 고초를 겪어야 하므로 다른 것과는 비교가 안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위징(魏徵)은 "창업이 본래 힘든 것이나 수성 역시 용이하지 않다"고 하며 군주를 배에 비유하고 백성을 물로 비유하였다. 물은 배를 뜨게 할 수도 있고 가라앉게 할 수도 있으므로 국가의 근본을 육성하고 농민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권고한 것이다.당태종이 정관지치를 이룬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태종은 반대자의 의견일지라도 언제나 경청하였으며, 직간과 충언을 수용한 보기 드문 군주였다. 각 주(州) 자사의 이름을 병풍 위에 써 놓고 수시로 그 밑에 그들의 선악과 공적을 기록하여 임용의 근거로 삼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위징에게 "군주가 어떻게 해야 밝음(明)에 이를 수 있고, 또 어떻게 해야 어두움(暗)을 판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위징은 "양쪽 말을 들으면 밝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둡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립니다."라고 직간하였다. 이처럼 진정한 충신으로서 비판적 입장에서 200여 편의 상소를 올렸는데, 후인들이 그의 언론을 집록하여 「간록(諫錄)」을 만들었다.말 그대로 직간과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인지라, 어느 날 당태종이 군신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몹시 화를 내자 후궁 장손후(張孫后)가 정색하며 "저와 임금이 부부로 산 지가 여러 해가 되었어도 아직도 말을 건네려면 안색을 살펴야 하는데, 위징이 임금과 아무런 친고도 없으면서 감히 면전에서 직언을 하니 이는 참으로 충신의 행동입니다. 위징이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는 것은 폐하께서 간언을 잘 받아들이는 명군(明君)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위로하였다. 당태종은 이 말을 듣고 이치에 맞다고 여겨 위징을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이 위징이 바로 당태종의 덕을 칭송한 '구성궁예천명'의 찬자(撰者)이다./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서구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전자책(e-북)을 비롯한 디지털 출판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해외 선례를 통해 국내 디지털 출판이 나아갈 방향과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19∼20일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제4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을 열어 '책의 진화와 디지털 출판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외국 전문가들로부터 해외 선례를 소개받는다.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터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장은 디지털 시대의 철학적 의미를 탐색하고 이런 시대의 세계 출판과 한국 출판의 미래를 전망한다. 또, 미국의 앤드루 앨버니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편집장과 일본의 호시노 와타루 문화통신사편집장이 각각 미국과 일본의 디지털 출판이 어디까지 왔는지 현황을 소개한다. 디지털 출판에 적극적인 미국 업체 사이먼앤슈스터의 캐롤린 리디 회장이 디지털 시장 진출 배경과 전략을, 우에무라 야시오 일본서적출판협회 이사가 시장 수요의 변화와 진화하는 마케팅 기법을 설명한다. 호주 퀸즐랜드 작가센터 대표 케이트 엘섬이 호주 사례를 중심으로 이제 출발 단계에 있는 전자책 서비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짚어본다. 국내에서도 박성철 국립디지털도서관 디지털총괄기획과 사무관, 이중호 북센 디지털사업본부장,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등이 국내 디지털 출판의 미래를 고민한다. 송영만 출판도시문화재단 실행이사는 "그동안 포럼에서 이념적이고 무거운 토론이 진행됐다면, 올해는 좀 더 현실적이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디지털 출판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도시문화재단은 27일 '아시아 차세대 북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제5회 동아시아 책의 교류'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정병규 정디자인 대표와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진경씨, 정재완 사이언스북스 디자이너가 참여하며 중국 한자잉(韓家英) 한자잉디자인 대표, 대만 샤오칭양(蕭靑陽) 샤우트 대표, 일본 시라이 요시하라 월간 '아이디어' 아트디렉터, 고다이라 마사요시 스튜디오 플레임 대표가 강연한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동 고분에 묻힌 16세 여성 순장자는 이미 사망한 정권의 핵심인물을 내세에서도 섬기고 봉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6세기 전후 독약을 마셨거나 질식사해 무덤에 함께 들어가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무덤 입구에서 가장 멀리 누워있던 남성 순장자는 죽어서 무덤에 묻힐 때 발가락이 없어 사슴의 발가락으로 온전한 모양을 갖추도록 한 것으로 연구됐다. 가야문화재연구소 측은 "정치·사회적으로 확실하게 그 권위를 보장받지 못했던 창녕지역 정치엘리트 집단은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정권을 과시하고 유지하기 위해 순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6일과 7일 전북대 삼성문화관 등에서 열린 한국고고학회(회장 이강승) '제33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는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가 송현동 15호분에서 나온 순장 인골 복원 연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이번 연구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고대 인골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인체와 문화의 복원을 시도한 고고학·유전학·생화학·법의인류학·물리학의 학제간 융합연구 사례로 그 의미를 인정받았다.'갈등과 전쟁의 고고학'을 주제로 꺼내든 이번 고고학전국대회는 청동기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와 전술, 군사체계 등을 분석하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집단학살 사례 등을 다뤘다.류창환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장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분석해 고구려 기병을 기사형-장창무장형, 갑주무장형, 개마무사형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으며, 손준호 한국고고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청동기시대의 전쟁은 동일한 문화를 소유한 집단 간의 갈등이 대부분이었으며 다른 문화 집단간의 치열한 전쟁은 초기 철기시대가 되어서야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이영후)이 주관하는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심포지엄'이 오는 10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 자리는 '아리랑, 6천만의 민요를 넘어 60억의 노래로'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을 세계적인 문화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서 베스트셀러 '컬처코드'를 통해 문화에는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코드가 있다는 주장한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아리랑을 활용한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지리학자인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와 호주 시드니대학 키스 하워드 교수,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 유명 재즈 가수인 잉거마리가 각각 아리랑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말갈(靺鞨)족의 실체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아직 이렇다 할만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말갈'이라는 명칭은 중국 역사서에 563년에 처음 등장하지만 '삼국사기'에는 삼국의 건국 무렵부터 말갈 관련 기록이 나온다. 중국 역사서에 나오는 말갈을 진말갈이라 하고 그 이전인 삼국사기에 등장한 말갈을 위말갈이라고 구분한 정약용의 견해를 비롯해 낙랑과 고구려의 변방 주민 또는 피지배민을 칭하는 것이란 설 등 다양한 견해가 그동안 제시됐다. 고구려발해학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주최로 7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리는 '고대 동북아의 종족과 문화' 학술회의는 이례적으로 말갈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발표자 중 김진광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일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갈은 임진강ㆍ한강 상류와 신라 북쪽에서 출몰하며 백제ㆍ신라와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말갈로 불린 이들은 임진강과 한강 상류의 강변을 생활 근거지로 삼아 적석총을 조영한 집단"이라고 '삼국사기' 본기에 나오는 말갈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또 그는 "이들이 고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단순히 필요에 따라 이동하는 세력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에 정착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문화적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으며 국가단계로 성장하지 못한 독립된 집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경영실장은 '6-7세기 말갈 제부(諸部)와 고구려' 발표문에서 "말갈은 특정 시기의 만주지역 거주 종족을 일괄하는 명칭으로, 원류를 따지면 하나의 종족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며 "만주지역에서 산과 강을 따라 소집단별로 살아가던 고대 종족인데 그중에서 수와 당 초기에 대략 6-7개 큰 부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갈 7부' 아래에 각각의 추장이 다스리는 수십 개의 부락이 있었으며 각 부의 인구는 대략 3만명 전후였다"고 덧붙였다. 권은주 경북대 강사는 "발해와 말갈 제부(諸部)는 건국 초기부터 연합을 이루며 당에 대항해 성장했으며 이후 발해는 말갈 제부의 대외활동을 철저히 통제해 나가면서 점차 통합해 나갔다"면서 "발해의 말갈 지배는 시기가 짧았으므로 발해 멸망 이후 발해 유민과 여진으로 분리돼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용가 최승희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가운데, 최승희를 신화화하는 데 머물렀던 국내 연구가 이제는 최승희에 대한 실체적 접근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위원은 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09 최승희 춤축제 국제포럼'에서 지금까지 국내의 최승희 연구는 생애와 무용 활동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쳐 최승희를 신화적 인물로 고착시켰다고 지적했다. '신화를 넘어서 실체적 연구로 나아가야'를 주제로 발제한 최 연구위원은 "모든 학문에서 역사 연구는 기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내의 최승희 연구물 대부분이 연대기적 생애 서술, 무용 활동의 시대별 나열, 작품의 시대별 분류 등 역사적 고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최승희 연구는 월북 예술가에 대해 정부가 해금 조치를 취한 198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단행본 13건, 박사논문 3건, 석사논문 16건, 학술지 연구논문 42건 등 총 73건의 연구 성과물이 존재한다. 최 연구위원은 "이제 최승희 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신화가 아니라 진실"이라며 "이를 위해 최승희의 춤과 삶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동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의 흐름 속에서 해석함으로써 최승희 춤의 실체에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승희를 둘러싼 신화를 걷어내고, 실체로 나아가려면 무용계가 최승희의 친일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오는 8일 공개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 최승희가 포함된 데 대해 무용계 일부가 비판하는 것과 관련, 그는 "확고한 증거가 있다면 진실로 인정하고, 밝히는 게 학자의 사명"이라며 "사전에 등재된다고 해서 최승희의 예술적 업적과 춤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며, 후세대 무용가들이 반면교사로 삼으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애순 중국 옌볜대 예술연구소장이 '최승희와 동양무용',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오노 에이지는 '일본인들이 본 최승희'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장주휘 전 중국발레무극단장,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 등은 스승 최승희에 대한 기억도 들려줬다. 이애순 소장은 최승희의 무용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아시아 4개국이 근대 무용의 체계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최승희에 의해 동양 무용이 비로소 서양에 알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1962년 무형문화재보호제도를 도입한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무형문화재 관련 제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지난달 21일 유네스코 제35차 총회에서 중국, 일본과 함께 유네스코 카테고리 2급기관인 아ㆍ태무형문화센터 설립을 승인받아 국제 문화유산 보호 정책을 주도하게 됐다.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센터는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보와 네트워킹 활동을 주로 하게 된다. 아ㆍ태무형유산센터(소장 박성용)는 유네스코 승인을 기념해 3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정보 및 네트워킹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세실 뒤벨 유네스코 무형유산과장은 기조연설에서 "최근 아부다비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무형문화유산 긴급보호목록에 제출된 등재신청은 15건에 불과했고 대표목록에 제출된 신청은 111건이었다. 이는 당사국들이 유산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인식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아직 수많은 무형문화유산이 소멸 직전에 처해있거나 보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등재된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가운데 아ㆍ태 지역의 유산이 44%를 차지하는 지역적 불균형이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많은 나라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 체결되기 훨씬 전부터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돈희 동국대 명예교수는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지역 역량강화와 국제협력'이란 발표에서 "무형문화유산 목록을 등록하고 지정하는 데 있어 지역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지역민들이 그들의 무형문화유산을 지정하도록 하며 정부나 연구기관, 비정부기관은 그들을 돕고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형문화유산의 가장 큰 잠재적 가치는 세계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특정 지역의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음악과 춤을 즐기는 것은 슬픈 일이라는 것이다. 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는 국내외 무형문화유산 분야 전문가 및 관계기관 대표 20여명이 참가해 무형문화유산 관련 정보 체계 구축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논의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과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프리어갤러리는 4일 프리어갤러리 한국실 개편과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프리어갤러리는 2011년까지 한국실을 더 좋은 위치로 이전해 개편할 계획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은 큐레이터를 파견하고 유물을 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프리어갤러리는 스미소니언박물관 산하기관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미술 중심의 박물관으로 도자 및 고고학 유물을 중심으로 500여점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1993년 한국실을 개설해 유물 30여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개편 이후 전시 유물을 50여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역사상 춘추 전국을 통일한 진(秦)과 남북조를 통일한 수(隋)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 7웅이 할거하던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는 오행상 불(火)을 종식하고 새로운 물(水)의 시대를 열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고 육수법(六水法)에 의하여 제도를 개편하였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서동문(書同文)이라는 문자통일 정책을 추진하고, 춘추전국을 풍미한 제가들의 사상을 일시에 단절하는 분서갱유를 단행하였다. 관용과 포용보다는 새로운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중앙집권적 법치주의를 표방하였으나 시황제의 죽음 이후 동력을 상실한 진나라는 결국 15년 만에 한나라에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한나라는 400여 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며 중국문화의 첫 번째 봉우리를 이루었다.한 이후, 위진에서 남조와 북조로 이어지며 점차 분열되었는데 북조를 통일하고 세운 나라가 바로 수나라이다. 건국 후 검약을 솔선하고 사치를 금하며, 불교를 장려하고 형법의 율(律)과 관제의 령(令)을 명문화하여 율령국가로서의 체제를 확립하였다. 능력에 따라 관리를 임명하는 시험제도는 '과거'의 효시가 되었으며, 중국의 5대 운하가 수대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수문제가 죽은 후 왕위계승 과정에서 패륜이 자행되는 등 정체성을 상실하고 결국 4제(帝) 37년의 왕조를 마감하였다. 이를 계승한 당(唐)은 수나라의 국가체제를 이어받아 300년의 명맥을 유지하며 중국문호의 두 번째 봉우리를 이루었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인하여 진한제국과 수당제국이라 부르게 되었다.북조를 통일한 수나라는 불교를 표방하여 일부 사경이 남아있으나 서예자료는 지극히 미약한 편이다. 「수서(隋書)」 등의 정사에 서가로서 거론된 사람은 10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술서부(述書賦)」에 방언겸(房彦謙)과 노창형(盧昌衡)의 이름이 올라 있고, 당의 명서가 저수량의 스승으로 전해지는 사릉(史陵), 계법사비(啓法寺碑)를 쓴 정도호(丁道護, 생졸미상)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남조 진(陳)과 수대에 걸쳐 생존한 지영(智永, 생졸미상)은 왕희지의 7대손으로서 이름은 법극(法極)이며 회계 사람이다. 형(惠欣)과 함께 출가하여 오흥의 영흔사(永欣寺)에 거처하였는데 진초(眞草) 천자문 800본을 임서하여 강남의 여러 절에 한 본씩 나누어 준 일은 유명하다. 이 일로 서명이 알려지자 글씨를 구하려는 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심지어는 대문에 구멍을 뚫고 들어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부득이 철피(鐵皮)로 문을 싸서 막았는데 이로부터 철문한(鐵門限)이라는 말이 생겼다.지영은 가법(왕희지)을 계승하기 위하여 루에 올라 공부하며 "書不成, 不下此樓" 즉 "글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루를 내려가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30년 동안 숙련하였다고 한다. 닳은 붓이 상자에 가득 차 더이상 둘 데가 없자 묻었는데 이를 퇴필총이라 한다. 역대 서론가들은 고습(苦習)하여 마침내 그의 진수를 얻은 지영의 서를 '정숙(精熟)'이라 귀결하며, 기이함이 없는 전형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정숙'은 법이 정밀하고 매우 숙련되었다는 말이다. 소동파도 "정밀함이 극에 달하여 도리어 소담(疏淡)하며, 마치 도연명이 시를 보는 듯하다."고 평하였다. 왕법을 계승하여 법조(法祖)가 된 지영의 「진초천자문」은 이후 손과정, 회소를 비롯하여 조맹부, 문징명 등의 천자문에 영향을 미쳤다. /이은혁(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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