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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흔적, 역사가 되다] 소중하지 않은 기록물은 없다

전주시와 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가 2016년부터 시작한 민간기록물 수집 공모전에 반가운 책들이 모였다. 공공기관기업단체축제의 역사를 집대성한 백서사사년사도록 부류의 책이다. 이 책들은 그 단체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지루하고 따분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단체(분야)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는 이들은 지역의 생태를 온전하게 세우는 주춧돌이다. 게다가 이런 책은 대부분 비매품으로 발간돼 서점에서 살 수 없고, 해당 지역 도서관에서도 찾기 어렵다. 책을 발간한 목적이 보존하고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것이기에 안타까움과 반가움이 더 크다. 기증자는 김영순김진화문순옥이만호이영희인춘후임주희채수현최현숙 씨. 전주에 살거나 부모님이 전주에 살았던 이들로, 대개 이런 책도 받아주나요?라며 조심스레 문을 두드린 귀한 인연이다. △행간에 숨은 지역 이야기 『신흥 40년사』(2008)는 1968년 전주시 고사동 한복판에서 신흥공업사로 시작한 ㈜신흥콘크리트가 한눈팔지 않고 걸어온 도전과 개척, 시련과 극복, 끈기와 창조의 역사가 빼곡하다. 회사의 발자취를 넘어 60년대 이후 전주전북의 산업 동향과 국내 콘크리트 산업사가 4백여 쪽에 수록돼 있다. 경영진과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전현직 공장장지게차운전자영업과장현장노동자 50여 명의 인터뷰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명인 신흥이 창업주(이교성)의 모교인 신흥고등학교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6070년대 벽돌과 시멘트를 배달하는 말 구루마(말이 끌던 수레)가 전주 시내를 활보했다는 것도 책을 펼치면 알게 된다. 『전주교도소 100년사』(2008)에는 1908년 경원동(현 전북대 평생교육원)에 있던 광주감옥 전주분감부터 전주감옥, 전주형무소, 전주교도소에 이르는 100년의 역사가 담겼다. 교도행정이 주요 내용이지만, 교정원로 초청 간담회에 실린 증언들은 전주의 역사문화 콘텐츠로 스토리텔링 해도 좋을 만큼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빨치산 두목의 여인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임신한 것을 알고 대통령 특사로 감형된 이야기와 석전 황욱(18981993)이 유려한 붓글씨로 진정서를 써 살려낸 아들, 간첩죄로 수용된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문용(19001987) 등이다. 이 백서가 출판되지 않았다면, 전주시에 기증되지 않았다면, 다시 펼쳐 살피지 않았다면 귀한 얘기들은 책 안쪽 깊숙이 더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전주향토지』(전주문화원1990)는 전주의 문화원형을 알 수 있는 귀한 내용이 가득하다. 책은 한 권이지만 낱낱이 풀면 일제강점기부터 풍남문전주교덕진연못대장정거리장날 등 전주의 옛 모습이 담긴 12장의 사진을 비롯해 1990년을 기준으로 한 전주 지명 풀이와 세시풍속과 특산물 등 도시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경험할 수 있다. 문화예술 관련 단체의 기록물은 다양한 사진과 글을 통해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생전 모습과 지역의 생활상까지 알게 돼 더 반갑다. 『전주대사습사』(1992)는 작고현존 명창들의 한 때가 있으며, 수상자의 거리행렬 사진 속 전주의 옛 시가지 정경도 볼 수 있다. 다시 챙겨 읽어야 할 이 땅의 명창 이야기도 꽤 많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간의 예술경영 성과와 문화사업 경과를 기록한 『소리 10년, 예술 10년』(2010)은 사진작가 유백영 씨가 찍은 공연전시 사진들이 화사하다. 경영역사예술공간미래부록(기록)의 6부로 나뉜 책을 펼치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하며 겪은 녹록하지 않은 세월과 전북의 공연예술사가 일목요연하다. △함께 모여 높아지는 지역의 긍지 『전북연극사 100년』(전북연극협회2008)은 끈끈한 생명력을 가진 이 땅 연극의 뿌리를 간추려 엮은 책이다. 판소리의 창극화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신재효(18121884)부터 1020년대 창극과 소인극 운동, 50년대 전북극예술협회, 6070년대 박동화와 창작극회, 8090년대 전주시립극단과 황토 등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까지 전북 연극의 역사와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촘촘하다. 『전북민예총 10년사』(2014)는 전북 문화예술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10년의 기록이다. 2003년 창립 이후 전북의 예술 담론과 문화 경향의 흐름을 살피고, 예술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사유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자료집』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다섯 권이 기증됐다. 그해 영화제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두툼한 이 책들은 10여 년 정도로 출판 연차가 짧고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실과 영화제 마니아들의 책장에 많이 꽂혀 있어 희소성이 적다. 하지만 전주와 관련된 도서가 모두 있을 것 같은 전주시립도서관과 전북대학교전주대학교 도서관에는 없다. 『2009 세계서예비엔날레 도록』이 몇 권 찾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더 아쉽다.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의 온전한 역사를 오래 지키고 싶다면 해당 단체뿐 아니라 지역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전주교도소 100년사』와 『전주향토지』에는 일제강점기 호남 의병장 16명이 찍힌 사진이 수록돼 있다. 같은 사진이지만, 하나는 해상도가 좋은 대신 사진 설명이 1910년 일제 침략에 항거하다 전주분감에 투옥된 호남 의병장들로 짧다. 다른 하나는 사진의 질은 떨어져도 일본의 소위 남한대토벌 작전에 끝까지 항전하다 체포되었다.는 설명과 의병장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까지 자세히 서술돼 있다. 여러 사료를 비교검토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예다. 『전북예총사』(2011)는 1962년 창립부터 2010년까지 전북 문화예술사 50년의 기록이다. 선기현 회장은 발간사에서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자료를 찾는 일의 고단함을 꺼냈고, 지난날 우리의 지역문화예술은 우수성과 뛰어난 창조성에도 온전하게 보존 계승되지 못하고 장본인들과 함께 묻혀버리는 일이 많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전주시 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가 시민과 더불어 추진하려는 마음이 이것이다. △흔할 때부터 챙겨야 한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귀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찢기고 퇴색되고 버려지면서 사람들과 멀어지다가 어느 심지 깊은 이의 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살아남은 것이 희귀본이다.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이란 관용구는 옆에 있는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가 수집 공모전과 별도의 기증자들에게 받은 도서는 책을 좋아하는 이의 책장에 오래 꽂혀 있거나 애호가들이 아껴 놓은 책이다. 헌책방에 가끔 노출되기도 하며, 간간이 도내 도서관 귀퉁이에도 있다. 지자체나 해당 기관의 책장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책이다. 소중하지 않은 기록물은 없다. 흔한 것도 귀하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추억은 아련할 뿐이다. 기록된 것이 먼저 남는다. 기록물을 챙기는 손길이 분주할 때, 이 땅의 역사는 더 당당해진다. /최기우 전주시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 부위원장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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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4 19:54

[한바당 전주 즐기기] 추위로 지친 당신에게 소개하는 전주의 보양식::감로헌, 일송정, 금암우족탕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미세먼지와 추위로 인해 겨울이 반갑지만은 않은 분들이 많을 텐데요. 날씨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친 당신에게 전주에서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맛은 당연히 담보하고, 건강까지 고려한 음식들만 엄선하여 소개해드립니다. 그중 첫 번째는 약선요리입니다. 약선(藥膳)이란 약(藥)과 음식 선(膳)을 합친 말로, 약이 되는 음식을 뜻하는데요. 한의학 기초 이론에 식품학, 조리학과 영양학을 접목하여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고 합니다. 맛의 고장 전주에도 이런 약선음식을 선보이는 곳이 있다고 해서 제가 가보았습니다. 금암동에 위치한 감로헌입니다. 감로헌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달 감(甘)에 이슬 로(露), 추녀 헌(軒)자로서 '그동안 이슬처럼 감춰져 있어 현대인들이 잘 몰랐던, 맛과 건강을 고려한 약선요리를 세상에 드러낸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손님의 건강을 생각해 화학조미료나 일반적인 소금, 설탕, 식초 등은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에 조청, 꿀, 감초, 미역, 다시마, 감, 오미자 등으로 만든 천연 양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저는 감로밥상 C코스를 선택했는데요. 사장님께서 설명하시길 모든 재료는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공수해온다고 하셨습니다. 밥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감기 예방에 좋은 치자를 우려내어 색이 노랗습니다. 갖가지 나물과 무침, 장아찌 등이 나왔습니다. 인삼, 마, 흑임자, 은행, 참외, 곰취 등 우리 몸에 좋기로 익히 알려진 재료들이 올라왔는데요.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든 저의 입에는 약간 삼삼하다고 느껴질 만큼 맛이 순하고 담백했습니다. 뛰어난 감칠맛이나 화려한 양념 맛은 없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하고 신기한 반찬들이 많았는데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낯선 재료와 낯선 조리법이었습니다. 채소류만 있었다면 2% 아쉬웠을 반찬에 메인 메뉴인 수육과 소불고기가 추가되어 든든한 보양식 상차림이 되었습니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 터라 일상에서 자주 즐기기는 힘들지만 중요하고 특별한 날을 장식할 만찬, 혹은 귀빈을 대접할 성찬으로는 여러모로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가 메뉴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있으므로 꼭 수육까지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A코스나 B코스를 드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의식동원, 또는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단어입니다. 음식이 곧 약이 되는 약선요리를 드시고 잃었던 입맛과 건강을 챙겨보심은 어떨까요? 감로헌 위치ㅣ전북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247(금암1동 728-21) 연락처ㅣ063-275-8811 그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고급스럽고 맛있기로 전주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이름이 난 고깃집입니다. 넓고 쾌적한 실내와 고급스럽고 깔끔한 분위기 덕에 모임 장소로 정평이 나 있다는 중화산동의 일송정인데요. 기본적으로 고깃집이지만 메뉴 중 갈비찜이 가장 유명합니다. 갈비찜이란 돼지나 소의 갈비를 양념하여 끓여낸 음식으로 불고기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고기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의 갈비와 온갖 보양 재료를 넣고 푹 익힌 소갈비찜은 생일이나 명절을 위시한 특별한 날의 잔치 음식으로도 좋은 요리죠. 주문한 갈비찜의 모습입니다. 흔히 보양식, 하면 뭔가 특별하고 이색적인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버섯과 각종 채소, 밤과 대추 등을 넣어 소갈비와 함께 끓여낸 갈비찜이야말로 겨울철 든든한 보양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비찜 자체도 연하고 야들야들하며 간이 알맞게 배어 있어 맛있었지만,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이 좋았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담근 배추겉절이가 특히 맛이 좋아서 김치와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을 정도입니다. 국물이 당긴다면 갈비탕을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뼈와 고기가 우러난 맑은 국물과 큼직한 소갈비가 얼어붙은 몸도 마음도 녹여줄 것입니다. 제가 갈 때마다 넓은 매장이 꽉 찰 만큼 손님이 많았는데요. 맛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전주에서 현지인들이 이토록 즐겨 찾는 집이라면 믿고 가셔도 되지 않을까요? 일송정 위치ㅣ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로 49 연락처ㅣ063-223-9393 마지막으로 우족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우족탕이란 소의 발 부위를 장시간 끓여낸 탕을 말하는데요. 각종 채소와 함께 삶아내면 진한 국물과 쫀득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우족탕은 칼슘, 마그네슘 등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단백질 함량도 높으므로 보양식 중에서도 보양식으로 손꼽히는데요.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성장을 촉진하고, 노인과 회복기 환자들에게는 원기 회복을 돕는 등 영양식으로 아주 좋다고 합니다.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금암우족탕을 가보았습니다. 오직 한우로만 탕을 끓이고, 직접 농사지은 채소들로 반찬을 만든다고 합니다. 저는 한우우족탕을 시켜보았습니다. 밑반찬은 신 김치 몇 가지가 전부지만 서비스로 나온 수육이 아주 연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살코기와 연골, 껍질 등 건더기가 아주 푸짐했고 국물도 깊고 진한 맛이었습니다. 누린내가 나지 않게 월계수 잎 등 각종 약재를 넣고 삶아내셨다고 하는데요. 이걸 드시러 전주까지 방문하신 백종원 선생님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굳이 특 자를 시키지 않아도 양이 아주 푸짐하고 배가 부릅니다. 다 먹고 나니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뻑적지근했던 몸에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추운 날씨, 우족탕 한 그릇으로 활력을 보충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얼어붙은 몸도 마음도 녹여줄 것입니다. 금암우족탕 위치ㅣ전북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136 연락처ㅣ063-252-8052 /글사진=전주시 블로그 기자단 전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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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4 11:48

[전북 천리길] 장수 뜬봉샘 생태길 -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걷는 전북 천리길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갑니다. 새롭게 마음먹은 일들이 뜻대로 잘 되고 있으신가요? 계획한 것들이 안 풀리거나 의지가 자꾸 흔들린다면 초장에 바로 잡는 게 좋겠습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이죠. 탁 트인 바다를 볼까 싶어 바다로 달리다가 뿌연 하늘을 보고 멈춰 섭니다. 그러다 반대편 산 쪽인 장수로 발걸음을 돌려 잡았습니다. 미세먼지로 답답한 하늘대신 뭔가 깨끗하고 맑은 기운이 필요했습니다. 언 땅에 새 생명을 주려 힘차게 솟아나는 샘을 보면 '초심'이란 말의 순수함과 위대함을 느끼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죠. 땅에서 갓 태어나는 샘물 온도는 항상 섭씨 4℃입니다. 온 세상이 꽁꽁 언 어느 겨울날 맑은 기운을 얻기 위해 뜬봉샘을 찾았습니다. 뜬봉샘이 퐁퐁 솟아나는 마을은 수분 마을입니다. 수분령(水分嶺) 휴게소의 정신없는 트로트 음악을 뒤로하고 찾은 수분마을은 강의 발원지답지 않게 평범합니다. 물이 나누어지는 마을이죠. 실제로 이 마을 앞 수분령 에서 금강과 섬진강이 나누어집니다. 마을 입구에는 백여 년 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숨어 지냈던 예배당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 옛날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얽힌 복잡한 마음과 눈앞에 닥친 생명의 위험을 피해 이곳에 와서 모두 무사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됩니다. 저 또한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왠지 세상의 위험과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예배당을 나와 걸어 봅니다. "물뿌랭이(물뿌리의 전라도 사투리) 보러 왔소?" 푯말이 여러 개여서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길을 알려 주십니다. 길이 산 위로, 하늘과 만날 것 같이 이어져 있습니다. 길이 좋습니다. 잘 가꿔져 있습니다. 언덕길이지만 힘들지 않습니다. 작은 연못도 있고 작은 초가집과 물레방아도 있습니다.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봅니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오 분 정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따뜻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이런 곳에 살고 싶습니다. 모델하우스 같습니다. 자연을 위한 사람을 위한 모델하우스요. 저쪽에서 맑은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뜬봉샘에서 태어난 어린 물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따라 계단을 올라 봅니다. 쿵, 쿵, 쿵 하며 나무 계단을 올랐습니다. 심장 떨리는 소리 같습니다. 예쁜 길이네요. 이 세상에 막 낸 길은 없겠지만 예쁘게 잘 만든 길을 따라 걷는 것은 기분이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새들이 많습니다. 이들도 맑은 물을 마시러 내려온 것 같습니다. 계단이 끝날 무렵 금강의 발원지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이 코앞에 있답니다.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마치 큰할머니를 보러 온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큰엄마도 큰아빠도 네 네 하는 큰할머니요. 뜬봉샘은 하늘 바로 아래 있네요. 파아란 하늘 바로 아래서 솟아납니다. 도시에서 보는 그런 뿌연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아란 하늘이 병풍처럼 뒤에 있습니다. 배낭을 내리고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조용합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소리인가 봅니다. 자연의 소리인가 봅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십니다. 내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소리가 아닌가 합니다. 내 소리. 일단 내 숨소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뜬봉샘을 등지고 서 봅니다. 더 큰 하늘이 열려 있습니다. 여기부터 천리길인가요. 금강의 천리길이. 장수에서 나와 무주를 흘러 진안에서 모였다가 충청도를 적시고, 전라도를 살리고 군산으로 흘러가는 금강의 시작이 여기입니다. 선화 공주도, 계백 장군도, 장보고도 이 물을 마시고, 이물로 몸을 씻고, 이 물로 밥을 지어 먹고 살았겠네요. 천 년 전부터 흘렀고, 앞으로 천년 더 솟아날 생명수입니다. 천년 샘물의 첫맛은 가재와 새우가 맛보지만, 이 물이 흘러서 수천만 명의 목을 축이니 얼마나 경이롭습니까. 샘을 내려와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길 가던 사람에게 묻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길을 따라가세요. 현답이 돌아옵니다.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리고 길에게 또 물어봅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 답이 없습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요. 뚜벅 뚜벅 뚜벅 답이 들려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걸어가랍니다. 급히 가면 미끄러지니 천천히 가랍니다. 진흙이 나오면 더 천천히 가고, 진탕이 나오면 피해 가랍니다. 길에게 답을 얻었습니다. 뜬봉샘 생태길의 처음과 시작은 뜬봉샘 생태 공원입니다. 예쁩니다. 아주 큰 사람이 정성스럽게 빚은 것 같이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작은 토기 인형이 많이 있습니다.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세상은 왜 그리 힘들고 시끄러운데 이곳은 왜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울까요. 뜬봉샘 보고 내려오는 길. 길에게 다시 묻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갈게요. 그러다 힘들면 이곳에 다시 와서 진짜 행복을 느끼고 갈게요. /글사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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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1 11:27

올해 개원 110주년 맞은 전북대병원 조남천 원장 "진료·연구·교육 역량 강화, 환자 중심 병원으로"

지역 거점 의료기관인 전북대학교병원이 올해 개원 110주년을 맞았다. 척박하고 열악한 전북이라는 토대에 공공의료의 뿌리를 내려온 전북대병원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남천 병원장을 만나 들어봤다. 지난해 7월 20대 병원장에 취임한 조 원장은 내실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4대 경영 방향으로 △경영수지 개선을 통해 재정이 안정된 병원 △군산전북대학교병원 건립 차질 없이 진행 △국립대학병원의 사회적 책무 이행 △병원가족의 삶과 업무의 조화를 이루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 설립 110주년을 맞은 올해 병원 운영 방향과 달성하려는 목표는? 병원이 한 세기가 넘도록 지역 보건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의학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민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병원에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준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무엇보다 우리 병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자산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병원의 미래를 위한 진료와 연구교육의 3대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진정한 환자 중심의 병원, 지역민과 함께하는 병원으로 만드는데 더욱 주력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한 차원 높은 의료서비스를 실현하려면 먼저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원가족들의 삶과 업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도울 수 있도록 직장문화 개선을 위한 다채로운 노력을 할 계획입니다. -취임한 지 반년이 넘었다. 성과와 함께 아쉬운점이 있다면? 도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 거점 병원의 병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취임과 함께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의 수준을 평가하는 3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마치고 인증획득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평가는 지난 2주기 인증평가 때 보다 한층 강화된 평가기준이 적용되었는데 전 직원의 노력과 화합으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전 구성원들과 함께 비용절감 등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노력한 결과 경영지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4대암(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적정성 평가와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등 주요 의료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는 성과도 이뤄냈습니다. 앞으로도 재정건전성을 충실히 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지정 취소돼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고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대책은? 병원은 이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요구하는 시설과 인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그 수준의 응급의료 지원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도민들의 의료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응급실 운영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응급의료 서비스의 질을 나타내는 전반적인 수치도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전북지역은 인근에 중증응급환자를 분산할 대형병원이 부재한 데다 전주권역 내의 경우 전북대병원 외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법정기준을 충족시키는 병원이 없어 전북대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선된 지표는 전 의료진이 응급실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며 앞으로도 지표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도민들에게 더욱 나은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올 상반기 중에 재지정 신청을 받을 계획데, 지정 신청을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군산전북대병원 설립 진행 과정은?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은 지역민의 건강 수호와 병원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입니다. 지난해 6월 건립부지 매입 업무 대행 협약에 따라 군산시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5% 정도까지 매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군산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부지를 매입해 오는 9월 안에 토지매입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올해 안에 기본설계에 들어가 2020년 말이나 2021년 초에는 착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추진이 정상화된다면 군산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군산지역의 경제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요한 것은 재원입니다. 병원 내부적으로도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경영수지 개선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겠지만 정부와 전북도, 군산시, 정치권 등 관계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앞으로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부탁드립니다. -병원 내 의료진 폭행 대책은? 최근 들어 의료진 폭행이 늘어나면서 의료진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응급실의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돼 처벌이 강화됐지만 응급실 외 진료실에서 발생한 폭행에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병원에서는 의료진은 물론 직원들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병원 내 폭력 예방 및 관리규정과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직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올해부터는 고객지원실을 고객인권지원실로 개편하고 산하에 인권업무를 전담하는 인권경영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 내에서 인권침해가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병원을 찾는 모든 고객들까지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전북대병원만의 특화된 진료서비스가 있다면? 2008년 전북지역 암센터개원을 시작으로 2011년 노인보건의료센터, 2013년에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어린이병원, 호흡기전문질환센터가 차례로 개원했습니다. 이들 센터에서는 전문영역별로 특화된 세부 전공을 살려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암센터의 경우 지역의 암환자들이 서울 등 외지로 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신 의료장비 도입 등 최상의 진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병원에는 호남권역 최초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설치해 임신과 출산 전 과정에 걸쳐 중증복합 질환을 가진 산모와 신생아들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조남천 병원장은 안과 질환 전문가신뢰와 감동의 의료서비스 제공 조남천(60) 병원장은 전북대 의과대학을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연수를 했으며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2011년 판에 안과 질환과 관련된 분야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등재됐다. 1992년 9월부터 전북대병원 안과 겸직교원으로 재임하며 안과과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한국망막학회 상임이사 및 대한안과학회 상임이사, 법원행정처 전문심리위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심사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공익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조 병원장은 전북대병원은 100년 넘게 지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며 도민의 병원이라는 사명감을 잊지 않고 병원을 찾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감동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구성원 모두가 생명 앞에 더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환자의 안전삶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도민 여러분의 더욱 큰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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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국
  • 2019.02.10 18:39

[전북의 재발견]다양한 동물체험이 가능한 '완주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

어느덧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났습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심했던 미세먼지로 인해서 야외 활동이 힘들고, 눈 구경하기가 힘든 겨울이었죠?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일 텐데요! 주말에 가볍게 떠나기 좋은 완주의 체험 학습장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완주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을 향하다 보니, 동상면 밤티마을 공동체에서 운영 중인 얼음 썰매장(운영 기간: 2019. 1. 5. 2019. 2. 10.) 안내문이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상기온으로 인해서 개장을 못 했었는데요. 올해는 다행히 개장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번 주까지 운영 기간이니 방문하실 분들은 미리 운영 여부 확인 후, 떠나가는 겨울을 마음껏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 얼음썰매(유료) 운영문의 : 063-290-3742 약 20㎞에 이르는 동산면 인근, 대아동상저수지는 사계절 내내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코끝 시린 찬바람을 깊게 마시며, 설경을 감상하니 이제야 제법 겨울 느낌이 납니다. 싸라기눈이 내리고 찬 바람이 부는 바깥 날씨와 달리, 실내 체험장에 들어서니, 마치 동물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산양, 프레리도그, 도마뱀, 하늘다람쥐, 청거북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체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인사성 밝은, 검은머리장수앵무와 안녕 인사도 나누어 보세요.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박영환 대표)의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만큼, 밤새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며 분주히 식사 준비를 합니다. 동물들의 특성에 맞게 준비해야 할 재료들도 다양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랑과 정성 덕분에 고양이, 고슴도치, 병아리 등 체험장 내에는 다양한 새 생명이 탄생하였습니다. 고슴도치 새끼는 저도 처음 보는데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새끼동물들에게 우유를 주며, 교감을 나눔으로써 정서발달과 함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겠죠? 야외 체험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니,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휴게실(수유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조류장에는 털이 흰 봉황의 뜻을 가진 백봉오골계, 크기가 작고 몸이 둥근 일본 닭 자보, 청란을 낳는 청계, 화려한 장식 깃을 자랑하는 금계,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 등 다양한 조류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작은 말 체험은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체험 인원 및 날씨에 따라서 실외실내 체험이 모두 가능하니 꼭 체험해보세요. 교과서를 벗어난 현장 중심 체험학습 광학현미경을 통해서 곤충들을 관찰해보고, 유정난의 핵과 혈관이 움직이는 모습,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를 직접 관찰하고, 색소를 넣은 물이 삼투압 현상으로 관다발(물관, 채관)을 통해 이동하는 모습까지! 딱딱한 교과서를 벗어나 즐거운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은, 체험관찰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떠나가는 겨울이 아쉬운 요즘, 이번 주말은 완주 밤티마을로 가족나들이를 떠나보세요. ※ 완주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 ※ 예약문의 : 박영환 대표 / 010-4189-7100 ※ 입장료 : 어른 : 3.000원 / 어린이 : 5.000원 ※ 주소: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로 696-23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이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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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8 16:04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50. 송액영복(送厄迎福) 연날리기

얼어붙은 냇물과 자갈밭에서는 사내아이들과 남자 어른들이 어울리며 연날리기가 한창이었다. 연 날리는 패들은 쇠전 강변 언저리로부터, 매곡교를 지나 전주교가 가로 걸린 초록바우 동천에 이르기까지 가득하였다. 까마득한 청람(靑藍)의 겨울 하늘 꼭대기에서 감감하게 떠다니는 연들은 흡사 꽃잎들 같았다 1986년 『전통문화』 2월호에 연재된 최명희(1947~1998)의 미완 소설 『제망매가』의 내용이다. 최명희 작가가 묘사했듯이 연날리기는 이맘때쯤 즐겼던 대표 민속놀이로 한지에 대나무 살을 덧댄 연과 감치(유리를 곱게 빻아 풀에 갠)먹인 연실이 감긴 얼레를 신바람 나게 들고 뛰어나가 동네 어귀 둑방이나 언덕에 올라 연날리기를 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그해의 재앙을 연에 실어 날려 보내고 복을 맞는다는 의미로 송액(送厄) 혹은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액막이글이나 자신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연에 써서 하늘 높이 날린 다음 연줄을 끊어 멀리 날려 보냈다. 대보름 이후에는 더는 연을 날리지 않았고, 그 이후에 연을 날리는 사람을 보면 고리백정 혹은 백정이라고 놀렸다. 거기에는 연날리기를 좋아했던 영조임금의 이야기가 있다. 영조는 몸소 연날리기를 즐겨하며 대신들에게 연날리기를 권유했었다. 그러다 보니 연날리기가 온 나라에 크게 유행하여 글공부를 소홀히 하는 선비들과 연 날리는 재미에 빠져 농사일을 게을리하는 농부들이 생겼다 한다. 이를 크게 걱정하던 영조는 정월 대보름까지만 연을 날리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백정이라 부르라는 영을 내렸다. 그 이후에는 가장 천한 사람으로 취급받던 백정으로 불리는 것을 꺼려 정월 대보름날 마지막 액막이연을 날리고 연을 날리지 않게 되었다. 다가오는 농사철을 대비하고 본업에 충실하라는 임금의 명이 풍습이 되어 연날리기는 농한기 겨울철 놀이가 된 것이다. 연은 오랫동안 인류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것으로, 초창기에는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서양에서는 BC400년대에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장군인 아르키타스(Archytas)가 새 모양의 나뭇조각을 날린 것이 서양 연의 기원이라 하며, 동양에서는 BC200년경 중국 한나라의 장군 한신(韓信)이 연을 높이 띄워 적의 움직임을 살폈다는 것이 고승(高承)의 『사물기원(事物起源)』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천1호고분》에 새 모양의 연을 날리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5세기경의 고구려 벽화가 있고,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반란군을 토벌한 김유신이 군사적 목적으로 연을 날렸다는 최초의 기록이 있다. 647년 신라 진덕여왕 즉위에 반발하여 반란이 일어날 당시 별똥이 떨어져 군사들이 두려워하고 사기가 떨어지자 김유신이 불을 붙인 허수아비를 연에 달아 하늘로 띄워 어제 저녁에 떨어진 별이 하늘로 다시 올라갔으니 진덕여왕이 승리할 것이라 소문을 내어 진압군의 사기를 높이고 반대로 반란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심리전으로 반란군을 이겼다는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는 고려 말엽 최영 장군이 탐라(제주도)에 목호(목축을 하는 몽고사람)의 반란을 평정했을 때 연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방이 절벽인 곳에 상륙할 수 없자 최영 장군이 꾀를 내어 군사를 커다란 연에 매달아 병선(兵船)에서 띄웠다고도 하고 불덩이를 매단 연을 날려 보내 불을 내어 혼란해진 틈을 타 점령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조선 세종 때 남이 장군이 강화도에서 연을 즐겨 날렸다 하고,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섬과 육지, 병선과 병선으로 연락하는 수단으로 연의 문양에 따라 명령을 달리한 신호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왜적에 맞선 조선 수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충무연이라 불린 전술연 덕분이었다. 군사적 목적 외에 놀이로서의 연은 조선 중기부터 성황을 이루었다. 연은 한자로 솔개연(鳶)자를 쓰는데 솔개가 하늘에서 날개를 펴고 빙빙 도는 모습이 마치 연과 같아 주로 종이솔개인 지연(紙鳶)으로 표기하였으나, 연이 나는 모습을 딴 풍연(風鳶), 방연(放鳶)과 바람에 날리는 연의 소리가 거문고 소리와 비슷하다 칭한 풍쟁(風箏) 등 부르는 이름이 많았다. 연은 대나무와 한지를 이용하여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주로 방패연, 꼬리연의 형태였고 갖가지 문양을 그려 넣었다. 연실은 주로 황사(누런실)나 면사(무명실)를 많이 사용했고, 가장 가볍고 질긴 백사(명주실)는 신분이 높은 계층에서만 사용했다. 연실을 감는 기구인 얼레의 명칭은 고거, 선거, 낙거, 자새, 거확, 추, 실패 등 연줄을 감은 얼레의 중요한 역할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었는데 함경도 충청도에서는 연자새, 황해도 일부에서는 연패라고 불렀다 한다. 연은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날리는 솜씨가 중요한데 특히 연싸움에서 중요하다. 연을 높이 날려 재주를 부리며 서로 얼려 연 끊어먹기를 하는 것으로 날리는 사람의 손놀림에 따라 공중곡예를 부리며 승패가 갈렸다. 흔히 붙임성이 좋은 사람을 보고 넉살 좋다라 하는데 이 말은 연을 잘 날리던 강화사람에서 유래되었다.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5개짜리 연살로 만든 연으로 참가했는데 강화도 사람은 4개짜리 연살로 연을 날렸다고 한다. 바람이 강한 강화도에서는 허릿달(연의 허리에 붙이는 대)이 없는 연을 쓰는데 그 살이 4개인 연을 넉살이라 불렀다. 한 개의 살이 부족한데도 연싸움에서 승률이 높아 넉살 강화연 좋다라는 말이 나왔고, 이것이 나중에 넉살 좋다라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역대표를 뽑아 팔도 연날리기 대회를 했던 시절도, 최명희 작가의 글 속 연날리는 사람들로 붐볐던 전주천변도 이제는 옛 기억으로 남았다. 게다가 연 대신 드론을 하늘에 날리는 세상이 되다 보니 아이들이 더러 날리는 연을 제외하고는 김제 지평선 축제 등 전통문화 체험장에서나 대규모로 날리는 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돌아오는 대보름 즈음에도 각 지역의 연날리기 명소에서 연날리기 행사와 대회가 개최된다. 굳이 대회가 아니더라도 송액영복(送厄迎福)을 빌고 창공을 드높게 비상하는 연에 새해의 소망을 실어 하늘 높이 날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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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7 19:56

[떠나자 전주여행] 아이와 함께 즐기는 '버블 마술공연' 전주 한옥마을 동심 여행

전주한옥마을은 전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게 되는 전주의 대표 관광지입니다. 물론, 많은 인파와 주차 등이 불편하여 전주 시민들은 자주 가는 곳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겨울 집안에만 있기에는 에너지 많은 아이가 답답해하죠! 전주한옥마을을 찾아오는 시민, 관광객분들을 위해 추천합니다. 전주한옥마을역사관에서는 2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전주한옥마을 한겨울 동심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요.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모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버블마술공연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풍선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칼을 만들기도 하고, 예쁜 꽃을 만들어 연인을 위한 프러포즈의 장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또한, 버블마술공연장을 자세히 보면 소품처럼 보이는 미니 자전거가 보이는데요. 이건 소품이 아닌 공연자 '버블타이거'의 공연을 위한 자전거입니다. 혼자 타기도 버거울 것 같은 이 미니 자전거를 어린이를 목에 태우고 타는 장면이 보는 이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는데요.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느껴지지 않나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버블타이거의 버블 공연은 앉아있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냅니다. 말이 필요 없이 보는 내내 황홀했답니다. 아이의 동심만을 위한 게 아닌 어른들에게도 동심의 시간을 주고 싶다는 버블타이거의 버블마술공연에 저 또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전주한옥마을 한겨울 동심 여행은 2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버블마술공연은 전주한옥마을역사관에서 오후 1시, 2시, 3시에 열리는데요. 아이들과 한옥마을 나들이하실 분들 또는 연인과 데이트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공연 시간 기억하시고 한옥마을에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전주시 블로거 기자단 윤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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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7 11:32

‘취임 한 달’ 김연수 국립무형유산원장 “지역민들 사랑 받는 기관 되겠다”

세계무형유산을 선도해온 한국에서도 전주는 심장부다. 한국 무형문화를 집적하는 시설과 기능을 갖춘 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 무형유산을 위한 독립적인 건물과 공간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며, 그곳이 바로 전주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00년대 초 전통문화 중심도시 추진에 힘을 모았던 당시 전주에 큰 선물이었다. 도심 속 큰 정원이었던 산림환경연구원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 아깝지 않게 여긴 것도 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국립무형유산원이 그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이처럼 많은 숙제를 안고 지난 1월 취임한 김연수(55) 국립무형유산원장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을 만나 취임 소회와 앞으로의 운영 방안 등을 들어봤다. -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한 달이 지났는데 소회는 어떠신지요. 2019년 새해의 일들을 준비하느라 1월 한 달이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올해 있을 전시와 공연 계획을 정비하고 국가무형문화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업무를 착수하였습니다. 새로운 봄과 함께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선보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의껏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원장님께 그동안 무형유산원은 어떤 이미지였나요. 유산원에는 일로 가끔 오갔지만, 실질적으로 근무를 하겠다고 하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주로 무형문화재보다는 유형문화재 관련 일을 했고 문화재 개별적인 역사 연구가 위주였는데, 무형유산은 그 과정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여러 장인과 무형의 유산들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들을 다시 한번 주목해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학술적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 그동안 전주, 전북과 관련한 일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업무 당시 인류무형문화유산 업무 때문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15년 줄다리기 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 할 때도 정부 대표 단장을 맡기도 했고,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할 당시에도 전주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원장 부임 이후 전북도와 전주시의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국립무형유산원이 개원 5년을 맞았는데 그동안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기관이 자리를 잡기에는 5년이라는 기간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무형유산원은 국가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전체적으로 무형문화재를 지원하고 진흥하고자 생긴 곳은 우리 기관이 첫 사례입니다. 앞선 원장님들도 기틀을 잡으려 노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선 원장님들이 추진한 부분을 살피고, 강조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과 조금 더 추진해야 할 부분, 통합해야 할 부분들 있는지 살펴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형유산원이 해야 할 일 중 빠진 일, 더 해야 할 일을 찾아 많은 국민들이 무형유산을 좀 더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무형유산원의 지역 소통 부문이 아쉬움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국립기관이지만 기관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적 특성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북도, 그중 전주에 있다는 장소성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기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관이 위치한 곳에서 잘 돼야 더 확장된 공간에서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홀대받는 기관이 전국에서 잘 될 수는 없으니까요. -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요. 공무원이다 보니 임기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체류하고 싶습니다. 어느 곳이든지 첫 번째 해는 그동안 전임자들이 해 온 부분을 마무리하는 정도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해 정도 되면 마무리를 끝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시작할 수 있고요. 세 번째 정도 해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생각한 뜻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오래 머물면서 여러 가지 무형의 우리 문화유산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무형유산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명실상부 무형유산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게끔 본궤도에 올려놓는 게 목표입니다. - 그러기 위해서 시급한 숙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활동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지역민이 찾지 않는 기관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 지역민들께서 무형유산원에서 어떤 활동이 있는지 알고, 더 나아가 전주의 자랑, 전북의 자랑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유산원은 방문객들이 찾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한옥마을과 인접해있어 전주에서 전통문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향으로서의 이미지를 확장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주로서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한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제가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7년부터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민들에게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관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오목교 건설로 한옥마을과 연계성,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한옥마을 관광객 추이를 보니 동절기 제외하면 많은 숫자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옥마을을 찾는 분들이 유산원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발맞춰 행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우리 기관의 활동이 전주와 더 나아가 전북의 활동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기관의 특성상 하는 활동들이 연구적 관점의 딱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료로만 남기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의미 있는 기록이나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그러한 모습들을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전통성이라는 틀에 갇혀서 젊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아니라 젊은 층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고민해서 남녀노소 편안한 장소로 인식되도록 자리 잡겠습니다. 유산원이 사랑받고 지역민들의 자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연수 원장은】 남편과 같은 길 전주와 인연 깊어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뜻깊은 인연을 더 오래도록 이어 가고자 합니다. 국립무형유산원 원장에 임명된 후 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는 김연수 원장.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굉장히 주목받는 관광지이자 전통문화예술 중심지로서 문화재 관계자들에게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지역적으로도 익산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 등 자신이 연구하고 공부한 부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김연수 신임 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창문여고,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장,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립고궁박물관장을 지냈다. 국립고궁박물관장을 지내며 특색있는 이력도 추가했다. 같은 시기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남편인 이영훈 관장이 취임하며 공교롭게도 부부가 같은 해에 나란히 관장이 된 셈. 서울대 고고학과 선후배 사이인 김 원장과 이 관장은 졸업 후 입사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처음 만나 1988년 결혼했다.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년 전 전주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한 인물로, 이 때문에 김 원장은 전주에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말한다. 김 원장은 20년 전 남편이 전주에서 근무할 당시 주말 또는 방학 때면 아이들과 함께 전주에 내려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전시를 보고 덕진공원에서 오리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지금의 전주는 그 당시와 비교하여 더 번화하고 발전된 느낌입니다만 국립무형유산원과 한옥마을 주변은 전주의 옛 정서를 담고 있는 듯하여 옛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 기획
  • 천경석
  • 2019.02.06 18:46

[즐기자 전주 일상] 눈이 즐거워지고 입이 행복해지는 ‘전라감영길 데이트 코스’

최근 전주에는 특유의 분위기와 개성을 가진 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라감영길은 프랜차이즈 대형매장보다 아담하면서 각자의 컨셉을 가지고 있는 가게들로 채워져 있는데요.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지트 같은 친숙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가격대비 훌륭한 서비스와 질, 그 특유의 감성 때문에 연인들이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글에서는 전라감영길에서 연인과 느긋하게 대화하기 좋은 곳, 서로에게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혹은 디저트를 곁들일 수 있는 곳을 분위기별로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매주 볶은 콩으로 신선한 커피를 내리는 오트! 아담한 매장이지만 벽면이 큰 유리창으로 트여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카페 내부는 아늑함을 주는 원목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들. 감성 뿜뿜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이 곳곳에 놓여있는 꽃과 화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남녀노소 부담 없이 힐링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굉장히 넓은 카페는 아니지만, 곳곳에 놓인 다채로운 소품들 덕분에 단조롭지 않고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이날 저희 일행은 오트의 인기 메뉴 플랫오틀리, 비밀의 숲! 그리고 쇼콜라라떼, 치즈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역시 카페 OAT가 인기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골랐던 오트의 인기 메뉴, 귀리 음료가 들어간 커피 플랫 오틀리입니다. 저는 커피 메뉴 중 우유의 고소함과 유당에서 나오는 은근한 달달함, 커피의 쌉쌀함이 어우러진 카페라떼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플랫 오틀리를 맛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한 모금 홀짝 마시는 순간 우유가 따라올 수 없는 귀리 특유의 진~한 고소함이 커피의 향긋함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데 며칠 동안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카페라떼를 좋아하시는 분, 혹은 좋아하지만, 우유가 들어간 제품은 속이 안 좋아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게 강추 또 강추 합니다. 또 다른 오트의 특별한 메뉴는 비밀의 숲이에요. 라즈베리와 직접 담은 라임레몬청의 톡톡 튀는 만남. 비주얼부터 상큼함 터지는 메뉴. 너무 시지도,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독특한 맛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맛까지도 제 취향을 저격당해버렸지만, 이 메뉴만의 맛과 향이 뚜렷해서 호불호가 살짝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쯤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쇼콜라 라떼는 말 그대로 카카오의 쌉싸름한 맛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진득하게 어우러져 스트레스받을 때 몇 잔이고 원 샷 하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그 이후 한 번 더 방문했을 때 비슷한 초콜릿이 들어간 메뉴로 BAD FOR DIET를 먹어봤는데요. 에스프레소, 초콜릿, 생크림, 마쉬멜로우가 올라가는 달콤쌉쌀한 음료입니다. 이 두 메뉴는 스트레스받을 때 마셔주면 효과 제대로 일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달지 않도록 쌉싸름함이 잘 잡아주어 달고 쓴 맛의 장점만 진하게 입에 머무르는 느낌이랄까요? 카페에서는 디저트도 빠질 수 없겠죠? 저희는 디저트로 '치즈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일행 중 한명은 평소 '치즈케이크'에 손을 잘 안 대는 편이었는데도 맛있다며 먹더라고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굉장히 꾸덕꾸덕한 치즈케이크라기보단 '토도독' 부서지는 가벼운 식감이 느껴졌습니다. 과하게 달지 않아 누구나 쉽게 즐기기 좋은 메뉴입니다. 오트(OAT) 주소ㅣ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20 연락처ㅣ063-902-5399 운영시간ㅣ11:00 ~ 22:00(화요일 휴무) 외관부터 탁 트인 유리창과 깔끔하면서도 엔틱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잡는 빈티지 컨셉의 온리핸즈! 손(hands)으로 직접 만드는 정성의 온리핸즈는 지역브랜드 육성과 지역 구도심 개발을 위한 식품, 외식, 문화 사업 영위를 통한 청년학생 일자리 창출 및 국제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글로벌푸드컬쳐협동조합(Global Food Culture Cooperative)의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조합의 설립 취지에 따라 전북대학교 농생대 연구기반의 지역 축산 브랜드인 두지포크와 지역 수제맥주 브랜드인 전주 크래프트가 전략적으로 참여하여 탄생한 곳이라고 하니 맛과 품질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죠.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해서 놀랐는데요. 돼지고기요리 뿐만 아니라 피자, 감바스, 리조또, 프리타타, 물뱅이 등등 모두 입맛 다시게 하는 알찬 메뉴들로 구성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리핸즈까지 왔으니 돼지고기 요리를 먹어봐야겠죠!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뼈 없는 수비드 학센 입니다. 스타우트에 장시간 숙성시켜서인지 보들보들 썰리더군요. 살코기 비중이 커서 퍽퍽한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의 풍미가. 엄치척! 반전매력. 자꾸 생각나는 맛입니다. 적극 추천. 야끼마요 목살볶음&라이스 큼직하게 썰린 목살과 데리야끼 소스, 그 위에 얹어진 퐁듀치즈와 눈꽃치즈는 맛이 없을 수가 없죠.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상큼한 특제와사마요에 찍어먹으면 색다른 매력이 있답니다. 밥이랑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요! 맛있는 안주에 술이 빠질 수야 없죠. 100% 우리 보리를 전통주 비법으로 주조했다는 온리핸즈의 생맥주. 세 가지 모두 맛보았습니다. 굉장히 개성이 강한 맛이었어요. 잔잔한 분위기에 훌륭한 안주와 맥주를 곁들이며 둘만의 깊은 대화를 진득이 나누기 좋은 곳. 온리핸즈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온리핸즈(Only Hands) 주소ㅣ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1길 100 연락처ㅣ070-4038-5023 운영시간ㅣ16:00 ~ 2:00(월요일 휴무) 빈티지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 높은 천장, 따뜻한 색감의 조명, 술집답게 적당히 어둡고 소란스러지 않은 내부, 맛있는 안주와 술까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을 커플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펍 그룸입니다. 2~4인 테이블 4개, 안쪽 6인 테이블 하나 정도밖에 놓이지 않은 작고 아담한 홀, 한 편에는 혼술을 즐기기에도 부담 없는바, 그 바 형태의 테이블에 둘러싸인 오픈키친으로 전체적인 매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는 술이 센 편도 아닌지라 안주가 맛있어야 술도 잘 들어가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메뉴 하나하나에 손글씨로 눌러 적은 친절한 설명을 읽다보니 모두 먹고 싶어져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에 부푼 기대만큼 데이트 성공률도 up! up! 조금 생소한 이름의 주류들도 많이 보이네요. 궁금하긴 했지만 이 날은 무난하게 생맥주를 주문했습니다. 하하 메뉴를 주문하면 바로 사장님이 오픈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뻥과자를 간단한 안주 삼아 먼저 나온 생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어 주문한 메뉴가 나옵니다. 저희가 처음 방문했을 때 주문했던 메뉴는 소고기 나베였어요. 일본식 간장으로 우려낸 육수에 소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인 샤브샤브 느낌의 나베라고 합니다. 양은 2인분 정도 되는 것 같았어요. 귀여운 냄비에 소복이 담겨 나오는 재료들의 숨이 죽어갈 즈음 육수에 촉촉이 적셔진 야들야들한 고기와 채소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소스에 콕콕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매력이 느낄 수 있죠. 건더기를 다 건져 먹고 넣어 먹는 면 사리도 간이 금방 베어 금방 또 하나의 별미가 되지요. 모든 메뉴가 실패 없이 맛있기로 유명한 그룸 좋은 사람과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에서 예쁘게 담겨 나오는 안주들, 여기에 곁들어지는 한두 잔의 술이라면, 특별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만한 하루가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룸(Groom) 주소ㅣ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36 연락처ㅣ010-4538-1450 운영시간ㅣ18:00 ~ 3:00 ​전라감영길은 프렌차이즈 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외관을 가진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거리의 풍경을 눈으로도 즐길 수 있어 데이트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요. 황금같은 휴일에 연인과 어디에서 데이트 해야할지 고민이시라면, 떠오르는 전주의 데이트 명소 전라감영길을 추천해드립니다! /글사진=전주시 블로그 기자단 백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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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2 11:00

[전북의 재발견] 겨울철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보전시관'

전주 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보전시관에서는 원예특작산업 발달사, 품종개발(채소, 과수, 화훼 등) 및 에너지 절감 기술,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 연구 개발 성과를 다양한 기법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가상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미래 친환경 농업기술과 도시농업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 유리온실 홍보관을 둘러보며 청정공기까지 마시며 화분 분갈이 등 체험까지 즐겨보면 좋을 듯합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듯 종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그 소중한 종자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높여 미래 농업을 밝히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씨 없는 수박으로 알려진 우장춘 박사의 친필연구 노트와 문화표창증까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일본에 의존하던 채소 종자의 국내 자급률을 높여 625전쟁 이후 식량난 해결에 크게 기여하였답니다. 매년 여름이면 우장춘 박사를 아세요?라는 주제로 어린이 농업농촌 체험 수기 공모전을 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에 공모전에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평창올림픽 때 일본 여자컬링 선수가 한국 딸기가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는 인터뷰가 화제가 될 정도로 국내 딸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설향 딸기 품종과 국화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대접받는 백마 국화 품종, 장수 사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로 품종까지 반가운 얼굴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사과 썸머킹, 급식용 및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춘 루비에스,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배 조이스킨 등이 원예특작과학원 연구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종자 강국 도약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신품종 개발에 힘써 주기 바랍니다. 농업용 미래 상세 기후도를 통해 기온상승 등 기후변화에 어떻게 우리가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형질의 신품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환경친화적이면서 에너지 절감형 시설재배기술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딸기와 같은 작물은 쉽게 상해 비행기 수송을 하였는데, 딸기 CO2 처리기술로 선도유지가 향상되어 화물선으로 대량 수출확대까지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더 먹음직하듯 포장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가상으로 상추밭 또는 토마토밭에 물, 거름을 주면서 기른 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려보고, 직접 음식까지 하며 감성까지 키울 수 있는 치유 감성 농업체험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보는 원예 특작 신문 만들기와 포토존에 사진도 넣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홍보 온실의(총면적 819㎡) 선인장 존, 열대식물 존, 행잉가든존, 향기 존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미세먼지 걱정 없는 상쾌한 공기를 선사합니다. 온실을 편하게 천천히 걸으며 각기 다른 이름과 사연이 있는 식물 등을 둘러보며 잠시나마 쉬어가기 참 좋은 곳입니다. 선인장 존에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접목 선인장(세계시장 80%)으로 꾸민 태극문양이 다채롭습니다. 열대 존에서는 콜럼버스가 달콤한 향에 반해 천사의 열매라고 표현한 파파야가 노랗게 익어가고, 아열대 식물 존에서는 집에서 키우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비파나무 열매가 탐스럽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곧 한반도에서도 열대,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활발해질 듯합니다. 반려동물 못지않게 반려식물도 요즘 인기가 많은데요. 바이오 월은 자연의 공기 청정기로 실내공기 정화기능, 냉난방비 절감은 물론 심신을 건강하게 하여 각종 스트레스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무실이나 거실에서 키우면 딱 맞을 듯합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잉베드 재배법은 한번에 여러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노동력 절감과 에너지효율도 높일 수 있답니다. 단체 관람객에게는 특권이 있는데요. 20명 정도의 인원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화분 분갈이 등 원예체험을 무료를 즐길 수 있답니다. 해설사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홍보관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http://www.nihhs.go.kr/usr/civil/open_Tour.do (견학 신청 사이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보 전시관 . 주소: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생명로 100 . 견학문의처: 063-238-6484 . 견학 가능한 날: 월~금(토,일요일 및 공휴일 제외) /글사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이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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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1 11:03

[떠나자 전주여행]별빛이 내린다! 눈꽃에 취한다! 겨울에 떠나는 전주여행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삶과 동행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자연의 섭리가 사람의 인생과도 닮았기 때문일까. 유유자적하는 겨울 풍경은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돌아온 눈과 빛의 계절, 천천히 무르익는 겨울의 생생함을 가슴에 진하게 품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해 보자. 설경의 진귀한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발산하는 명소들이 전주 곳곳에 존재한다. 오목대에 오르면 새하얀 눈 이불 나눠 덮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옥의 따뜻한 전경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만 찾아오는 특수는 완산공원 정혜사에서도 누릴 수 있다. 눈의 순백과 고요를 진하게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깊은 설경을 간직한 곳이다. 도심을 떠나 이번엔 모악산으로 향해 보자. 봄과 여름과 가을을 치열하게 살고 난 뒤 겨울을 맞은 모악산은 겨울잠에라도 든 것처럼 내내 잔잔하고 적막하다. 무심하리만큼 빠르게 흐르던 시간도 눈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선 멈춘 것만 같다.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던가. 고요한 산속의 눈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내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전주의 첫인상, 전주역 첫마중길은 겨울밤 꼭 한 번 가봐야 할 장소다. 이제 막 시작된 사랑처럼 낯설고 신선한 떨림을 선사할 뿐 아니라 오색찬란한 트리의 향연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젊음이 살아 숨 쉬는 대학 캠퍼스에도 최근 따끈따끈한 야경 명소가 탄생했다. 전북대학교가 조성한 이 건지광장의 묘미는 어스름 녘부터 제대로 살아난다. 광장 가운데 위치한 전통 누각문회루가 고즈넉이 빛을 발하면 수반의 운치와 젊음의 기운이 한데 모여 밤 산책 장소로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 소소한 여행의 마지막은 전주를 수놓은 빛줄기들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동고사에서 장식해 보자. 메말랐던 마음을 적시고 물을 부어 줄 빛의 소란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이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전주시 블로그 기자단 오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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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31 18:53

[카드뉴스] '혁신 학교' 질적 성장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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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9.01.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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