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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전주 야호학교] 과연 공부만 하는 아이의 삶은 행복할까?

1등은 아니더라도 남들 하는만큼만 해라. 공부만 시키는 부모. 공부만 잘 하는 아이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모들이 아이에게 주입하는 요구아닌 바람이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고, 사회생활이 원만하기까지하면 좋겠지만 시대의 다변화에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과 고민은 남다르다.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야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전주시의 전주형 창의교육 야호학교가 전국 일선자치단체의 벤치마킹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학습에만 매몰됐던 청소년들을 자기주도력과 창의력을 갖춘 행복한 인재로 키울수 있도록 밑거름을 제공하는 한편 부모의 육아 분담까지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6기부터 전주시는 아동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동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자 전주시는 우선 아이들을 위한 행정 기틀을 마련하고 조례를 제정했다. 전주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전담 기구인 아동친화 팀을 신설하고 아동의 권리 보장에 대한 규정을 담은 전주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아침을 굶는 아동청소년에게 따뜻한 아침 도시락을 배달하는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과 36524 아동진료실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주시는 지난해 유엔(UN)으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주는 야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이를 돌보고 보호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부모에게 주어진 육아의 힘겨운 짐을 나누기 위해서다. 야호 프로젝트의 대표적 사업은 크게 생태놀이터와 아이숲, 도서관, 학교, 부모교육 등으로유아동, 청소년, 부모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으로 행복한 아이에서 행복한 어른에 이르는 전인적인 창의 프로그램으로 미래 전주를 키우고 있다. △호기심 쑥쑥, 야호 놀이터 영유아아동에 이르는 시기동안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기르자는 야호놀이터의 취지는 전주시 곳곳의 야호 놀이터에서 드러난다. 야호 놀이터인 아이숲은 접근성이 좋고 산림환경이 우수한 도심 공원임야를 선정해 숲밧줄놀이, 나무미끄럼틀, 나무움막, 모임터 등 놀이공간이 조성된 공간이다. 현재 전주에는 건지산 임금님숲, 남고산 딱정벌레숲, 서곡지구 꼬불꼬불 도토리숲, 천잠산 ㅤㄸㅖㅤ구르르 솔방울숲, 신기방기 도ㅤㄲㅒㅤ비숲, 띵까띵까 베짱이 숲 등 6개의 숲속 놀이터가 조성됐으며, 향후 권역별 10개소 조성을 목표로 사업 대상지를 추가 확보에 있다. 이와 함께 전주시는 숲 체험 교실과 유아숲 교육 등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또 동네 놀이터를 생태 놀이터로 변모 시키는 생태놀이터 조성사업도 추진중이다. 아중호수 주변 호동골어린이공원과 효자동 효림공원 생태 놀이터를 조성돼 있다. 중산초 띵까띵까 놀이터를 비롯하여 현재 6곳의 학교 놀이터를 개장했으며, 팔복동예술공장 2단지에 조성중인 전주 꿈꾸는 놀이터 사업이 추진중에 있다. 도서관을 개방형 창의 도서관으로 바꿔 도서관이 놀이터가 되는 행복한 책 놀이터 사업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창의교육 야호학교 스스로 꿈을 찾다 지난해 여름 처음 문을 연 야호학교는 13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밖 배움터 이자 복합 문화 공간이다. 정규학교처럼 정해진 시간이 따로 있지 않으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주말휴일방과 후 언제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주형 창의학교다. 야호학교는 청소년과 학부모 지역공동체가 함께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야호학교 명칭 및 학교 엠블럼도 청소년학부모시민이 함께 만들었다. 청소년 활동에 길라잡이가 되어줄 틔움활동단과 예술가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 인력풀도 구성돼 있다. 야호학교는 12주 과정 프로그램으로 1기는 3월과 7월, 2기는 8월과 11월에 진행되며 1기 프로젝트 수료자의 2기 재 참여울이 90%에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자치 프로젝트 운영, 집단토의, 1박2일 캠프, 전주 스마트 투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자신만의 꿈을 찾는 단편영화제작, 야호학교 주제가 만들기, 한옥마을 발전 방안 마련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야호학교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가 향상되어 교육청에서 학생생활기록부 활동 인정을 위해 공동사업으로 제안하고, 전국 타시군의 벤치마킹 요청이 이뤄지는 등 창의적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전국 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야호! 부모교육 전주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부모의 역량 강화를 통해 자녀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주 시립 도서관에서는 육아를 돕고 부모와 유아의 유대감 형성을 위한 육아지원 프로그램 생애 첫 도서관 이야기와 6~48개월 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그림책이 든 책 꾸러미를 배부하고 책 놀이 활동을 진행한다. 또 엄마들을 위한 동화 들려주기, 다양한 육아정보 교환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영유아 연령과 발달특성을 고려한 장난감 및 교재교구를 구비 무료로 대여함으로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전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 회원은 현재 882명으로 지난해 한해 장난감대여 6595명, 도서 1987명, 실내 놀이터 6869명의 이용객이 찾았다. 또한 부모와 함께하는 영유아 프로그램 95회 총 2295명이 참여하는 인기를 보였다. <아동 시책 승부사 김승수 전주시장 > 앞으로 전주시가 만드는 모든 아동청소년 시책에는 야호라는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아동 시책의 승부수를 띄웠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아동청소년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현재의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으로 미래 역시 지금의 아이들이 퇴보나 진화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지자체와 부모 모두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처음과 같은 꾸준함(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은 전주시가 도시의 미래를 환하게 밝힐 아동청소년의 들이 놀면서 배우고, 개성을 키우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아동시책을 야호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야호는 통상 산의 정상에 올라 통쾌함을 내뱉는 함성의 메아리를 지칭한다. 메아리가 산골짜기 골짜기마다 함성으로 울려퍼지듯이 야호 시책이 계속해 울려 퍼지도록 바라는 김 시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김 시장은 전주의 미래를 보려면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면서 야호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숲속에서, 놀이터에서, 도서관에서, 미술관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하고 보호가 필요한 영유아시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완벽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아이들이 편한 도시는 우리 모두에게 편한 도시다. 전주의 미래를 보려면 먼저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전주형 아동정책인 야호 프토젝트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잘 놀고, 건강한 아동친화도시 전주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기획
  • 이강모
  • 2018.10.30 20:05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 개소한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청년창업시장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을 것”

한국의 스타트업 인프라는 여전히 전 산업부문에 걸쳐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난 25일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를 연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고민 또한 청년창업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와 맞닿아 있다.그는 개소식에 앞서 이뤄진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벤처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청사진을 실현시키기 위한 세부적인 플랜을 가동시킬 것 이라고 강조했다.이 이사장은 또한 미래경제 생태계의 균형과 전북경제를 살리기 위한 희망은 청년 기업가에게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에 문을 연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는 어떤 곳 입니까. 중소벤처기업부와 우리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정책이지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우수한 창업 아이템과 고급기술을 보유한 만 39세 이하, 창업 3년 이하의 창업자를 선별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무나 선발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사업 기술을 갖춘 인재의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죠. 입소한 청년 창업가와 예비창업자는 사업계획 수립부터 후속 연계지원까지 원스톱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청년일자리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는지는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진공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까지 1978명의 청년 CEO를 배출시켰습니다. 이들이 일궈낸 매출액만 1조 5397억 원에 달합니다. 지적재산권 등록은 4167건, 일자리 창출 4648명의 성과가 났습니다. 이젠 전북입니다. 전북은 청년창업시장에서도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인프라가 부족한 전북에 창업시장 확충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제 철학이 투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지만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실제 3년 미만 기업의 생존율은 38.8%에 불과합니다. 5년 미만 기업의 생존율은 27.3%로 더욱 심각합니다.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 창업가의 준비 부족입니다. 이것은 현실이죠. 시장은 냉혹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런데도 아이디어만 가지고 무모하게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망하는 창업가도 많습니다. 백종원 대표가 진행하는 골목시장 사례와 비슷한 일이 창업시장에 많은 것이죠. 열정과 패기는 있는데 기술이 부족하거나 체계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죠.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이템은 아이템일 뿐입니다. 기술도 없고 차별성도 없는 사업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그래서 저는 항상 청년들을 만나면 아이디어를 반드시 기술로 승화시키라고 합니다. 아이템에 맞는 기술부터 갖춰서 기술창업을 하고 중진공이나 국가기관의 솔루션을 적극 따라 주라고요. 이것을 갖춰도 창업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죠. 더 안타까운 점은 훌륭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판로개척과 자금조달에 실패해 좌절하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중진공이 존재하는 것이고, 이때문에 제가 전북은 물론 전국에 창년창업사관학교를 활성화시키려는 겁니다. 지역청년들은 정보부족과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고향에 남고 싶어도 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막는 것이죠. 오늘 보셨다시피 사관학교 문을 전북에 연 후 이곳에 입소하기 위해 수도권 청년들이 전북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동기생과의 네크워크를 구성할 것입니다. 전북에 남아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도 높지요.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차근차근 그리고 한편으론 과감하게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청년 창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도전정신이 가장 우선입니다. 창의력과 추진력, 기업의 본질인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한 기업가 정신은 필수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있어야죠. 그래야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남들보다 먼저 돌파구를 찾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모험은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능력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능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경쟁력은 기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청년은 물론 은퇴 후 창업자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있는데. 출혈 경쟁은 창업 활성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있으며 그 바탕에는 건강한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일자리는 창업이 없이 생겨날 수가 없지요. 그러나 과거에는 경제성장과 동시에 고용이 확대되었지만 이제는 기술발전과 기업의 인력효율화 및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인해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의 취업절벽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고용없는 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청년창업은 중요한 대안이자 꾸준한 경제 성장을 위한 근본 자원이 될 것입니다. 삼백육십행 행행출장원(三百六十行 行行出狀元)이라는 중국 격언이 있습니다. 360명이 한 방향으로만 가면 1등부터 360등까지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360명이 각자 자기방향으로 가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창업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여 경쟁력 있는 청년 창업가를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꿈을 키워갈 창업가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창업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철학도 확실해야 하고, 목표도 돈을 많이 벌자 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기업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어요. 일례로 제가 항공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지독한 항공 독과점을 깨고, 우리 국민들에게 더 나은 항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 길을 통해 세상을 누빌 수 있는 미래를 꿈 꾼 것이죠. 그러나 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치열한 고민을 통해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전북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여러분에게 특별함과 전문성을 드릴 수 있도록 어쩌면 혹독할 정도의 훈련을 제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독과점 산업을 경쟁 생태계로 탈바꿈 시키는 혁신 창업기업이 전북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도 배출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힘들 땐 제가 직접 창업선배로서 사관학교를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청년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나갈 것입니다. ▲ [이상직 이사장은] 자수성가형 CEO, 일자리 창출 주력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한 그는 대박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 돌연 항공사 회장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았다. 재벌구조가 고착화된 한국경제에서 살아남은 자수성가형 CEO다. 이 이사장의 경영철학은 텐배거로 압축된다. 야구에서 10루타를 뜻하는 텐배거는 모두 경쟁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보단 자신만의 특성을 살려 도전하는 10배 성장전략이다. 경영자였던 그는 정치에 뛰어들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결국 지독한 독과점과 지역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노력했다. 올해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일자리 만들기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청년기업인을 발굴함으로써 지역경제 균형을 맞추고, 중소기업을 살려 재벌독과점을 깨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대담=강인석 편집국장정리=김윤정 기자

  • 기획
  • 전북일보
  • 2018.10.28 19:31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44. 내장산의 가을예찬

가을 내장산은 곱다. 가을에 들어서면 온갖 색들의 향연이 산세를 따라 그림처럼 펼쳐진다. 내장산의 찬란한 계절을 이끄는 단풍은 갓난아이 손바닥 모양을 닮은 아기단풍으로 그 빛깔이 유난히 붉고 화려하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일컫는 화양연화(花樣年華)란 단어가 가을 내장산에 잘 어울린다. 그렇듯 화려한 가을 내장산이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깊은 가을도 내장산의 가을이다. 가고 가도 산길은 구비 구비 끝이 없는데 / 하룻밤 내린 서리에 온갖 나무는 붉게 물들었네 / 쓸쓸한 절간 낯 설은 방에서 문득 놀라 일어나니 / 울음 짖는 먼 기러기 떼는 가을바람 맞고 가는구나 조선 문신으로 순창군수를 지냈고 의병장으로 알려진 김제민(1527-1599년)이 남긴 내장산유상풍엽(內藏山遊賞楓葉)이란 시구이다. 선조들도 내장산의 가을 낭만을 즐겼듯이 설악산을 시작으로 산의 맥을 따라 붉게 타오르며 남으로 내려오는 단풍 소식은 이즈음의 내장산을 소개하며 절정에 이른다. 내장산의 가을 유명세는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매일신보》의 기사로도 알 수 있다. 1927년 09월 13일자에 觀楓客을 기대리는 井邑內藏山(관풍객을 기다리는 정읍내장산)이라는 이름으로 내장산을 소개했고, 1928년 10월 27일 자에는 丹楓의 內藏 內藏의 丹楓 내장산의 단풍구경(단풍의 내장 내장의 단풍 내장산의 단풍구경)이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이렇듯 기사에서도 매년 가을에 내장산을 소개한 것을 보면 예로부터 내장산이 단풍명소임을 알 수 있다. 내장산은 소백산맥에서 뻗어 나간 노령산맥이 호남에 이르러 전라북도 정읍과 순창, 그리고 전라남도 장성을 어우르며 9개의 봉우리가 동쪽으로 트인 말발굽() 모양으로 빚어진 산이다. 호남 5대 명산으로 알려진 내장산은 주봉인 신선봉(763m)을 위시한 장군봉, 서래봉, 불출봉 등의 봉우리들이 저마다 독특한 기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남의 금강으로 불려왔다. 세조 때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성임(成任)의 <정혜루기(定慧樓記)>에 호남에 이름난 산이 많은데, 남원에는 지리산, 영암에는 월출산, 장흥에는 천관산, 부안에는 능가산이 있으며, 정읍의 내장산도 그 중의 하나이다라는 구절에서 호남 5대 명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내장산을 기준으로 하천의 수계를 나눈 기록이 나온다. 근원은 정읍현의 내장산에서 나온다. 북쪽으로 흘러 군의 동쪽 15리에 와서 서쪽으로 꺾여 태인수(泰仁水)와 합하여 부안현의 동진으로 들어간다.라고 하였고, 목제천ㆍ치천 두 내가 모두 내장산에서 나와 현의 서쪽 10리에 이르러 북천에 합친다. 북천 내장산의 물이 노령의 물과 합치고, 흘러서 현의 서쪽에 이르러 고부군 모천에 들어간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호남의 정맥이 되는 노령산맥의 주산인 내장산은 동진강과 섬진강 그리고 황룡강 등 3개 하천을 품어내고 나눈 생명의 산임을 알 수 있다. 내장산은 내장사의 본사인 영은사(靈隱寺)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으로 불렸다가, 산 안에 감춰진 것이 무궁무진하다 하여 안 내(內), 감출 장(藏)자인 내장산으로 불린다. 또한, 구절양장(九折羊腸)에 빗대어 깊은 계곡이 양의 내장같이 굽이굽이 굴곡을 이루는 산이라 하여 내장산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영은사는 636년(백제 무왕 37년)에 영은조사(靈隱祖師)가 오십 동의 큰 절을 지으며 창건되었다고 하며, 원 내장사였던 백련사(白蓮社)는 660년(백제 의자왕 20년)에 지어졌다 전해지는 사찰로 두 사찰 모두 내장산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고승을 배출하며 불교문화를 꽃 피운 사찰이다. 그러다 숭유억불 정책이 한창이던 조선 중종 때 조정의 사찰 철거령으로 두 사찰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 사헌부가 영은사와 내장사가 도적승의 소굴이므로 철거할 것을 건의하다라는 <조선왕조실록> 중종 34년(1539년) 기사에서 내장사와 영은사의 철거령에 대한 관련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이후, 영은사와 내장사는 내장산에서 소실되다가 중창되는 변곡을 지나며 영은사는 근세에 와서 내장사로 개칭되었고, 백련사 혹은 내장사라고도 하는데, 내장산에 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백련사는 추사 김정희의 청으로 벽련사(壁蓮寺)로 개칭되어 고내장(古內藏)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내장산에는 승병장(僧兵將)으로 활약했던 내장사(당시 영은사) 주지 희묵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천하장사로 알려진 희묵대사의 힘의 원천을 그가 마시는 물로 여겨 그 물을 장군수로 샘을 장군샘이라 부른다. 스승처럼 강해지기를 원한 제자 희천은 스승의 허락 없이 샘물을 마셨다. 희묵대사가 제자의 힘을 시험하려 산봉우리에서 희천에게 돌을 던지자 힘이 세진 희천이 그대로 받아 쌓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희묵대사는 전주에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의 영정을 손홍록과 안의 등과 함께 내장산 용굴과 비례암으로 옮겨 안전하게 지켜냈으며 승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웠다. 1597년(선조 30년) 9월 많은 왜군을 죽이고 전사했다고 전해지며 당시 승병을 배치하고 머물렀던 곳을 유군치(유군이재)로 지휘소였던 봉우리는 장군봉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하여 내장산에 구국의 전설을 더해 놓았다. 희묵대사가 돌을 던진 봉우리는 마치 밭을 가는 농기구인 써래를 닮았다 하여 서래봉으로 불리며 희천스님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돌무더기는 지금의 벽련사의 석축으로 남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벽련사와 원적암 사이에 있는 돌길인 딸깍다리는 아들을 바라는 부부가 딸깍 소리가 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건너게 되면 아들을 낳는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원적암을 지나 불출봉으로 올라가다 보면 거대한 암벽동굴에 975년(고려 광종 26)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불출암(佛出庵)이 있던 자리가 있다. 불출암에 나한상을 봉안하기 위해 1922년 나한전과 요사를 지었는데 내장산의 주요 사찰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소실되어 지금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고적도보>에서나마 당대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내장산은 이 산천을 올곧게 품어주고 기원하며 지켜온 사연들이 굽이굽이 깃든 곳이다. 또한, 아름다운 단풍과 더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굴거리나무 등 희귀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로 내장산 일대는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사시사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산이다. 그럼에도 내장산은 단풍터널을 감탄하며 지날 수 있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이 계절을 놓치지 말고 찬란한 내장산 가을을 눈과 마음에 담아보고 전설로 남은 이야기들에 우리의 추억을 더해보자.

  • 기획
  • 기고
  • 2018.10.25 20:28

노자도 공자도 선진국을 꿈꿨다

안빈낙도(安貧樂道), 살면서 모질고 거친 파고를 이겨내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다 한 번은 입안에서 웅얼거려 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걱정 하나 없이 맘 편히 지내는 일상 말이다. 이 말은 공자(孔子)가 『논어』의 「옹야」편에서 제자 안회를 평하는 문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회야, 너 참 대단하구나! 한 바구니의 밥과 한 바가지의 국물로 끼니를 때우고, 누추한 거리에서 구차하게 지내는 것을 딴 사람 같으면 우울해하고 아주 힘들어 할 터인데,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워하는 바를 달리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여기서 즐거워하다는 악(樂)을 번역한 말이다. 공자가 살던 당시의 용법으로 볼 때, 이 악은 그냥 감각적인 쾌락으로 마음이 들뜬 상태를 말하는 것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감각적 쾌락은 절제 없이 탐닉[淫]으로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탐닉으로 빠지지 않을 정도의 고양되고 절제된 즐거움인 악(樂)은 음(淫)을 거부한다. 악이불음(樂而不淫)인 것이다. 당시에는 사회를 유지하고, 교화를 완성하도록 만들어진 체계를 예악(禮樂) 체계라고 했다. 사회에 도를 실현하는 장치다. 그래서 안회가 즐거워하던 바를 달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의 높이에서 실현되는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연유로 「옹야」편의 이 문장을 안빈낙도(安貧樂道)로 개괄한 것은 아주 옳다. 그런데 이 표현을 자신의 직접적인 삶속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그냥 말로만 들여와서 쓰는 사람들은 생산될 때의 두터운 의미를 놓친 채 왕왕 얇고 가볍게 사용한다. 안빈낙도가 원래 가진 두터움을 안빈과 낙도로 쪼개 얇게 쓰면서, 안빈에만 무게를 두고 낙도는 가볍게 여긴다. 그냥 세상사의 무게를 내 던져버리고, 가난하더라도 아무 걱정 없이 맘만 편하면 안빈낙도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가난을 맘 편하게 대하는 것 정도에서 그칠 말이 아니다. 가난하더라도 그 가난 때문에 자신의 수준을 낮추지 않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안빈이다. 이 가난은 자신의 무능이나 게으름 때문에 야기된 것이 아니라, 부를 일구는 일보다는 원래 가졌던 더 높은 지향을 지키고 실현하느라 부를 일굴 겨를이 없어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적극적으로 자초한 가난이다. 그 높은 지향은 바로 도(道)를 향한다. 당연히 안빈낙도에서 방점은 안빈보다는 낙도에 있다. 삶 속에서 도(道)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이 비로소 안빈낙도 할 수 있다. 가난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도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안빈낙도다. 세계와 관계하는 인격이 얇고 가벼우면 무게감 있는 것들을 쉽게 잘라버리고, 감성과 도덕으로 삶을 분칠해버린다.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문법을 스스로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생산된 문법을 들여와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개 감성적이고 도덕적이거나 이념적 태도를 갖기 쉽다. 이론으로만 들어오면서 그 이론이 생산될 때의 배경이 된 삶의 구체적 현장성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체적 현장성까지 붙어있는 두께는 구현하지 못하고, 감각적이며 얇고 가벼워진다. 혁명에도 독립적 혁명이 있고, 종속적 혁명이 있다. 혁명을 스스로 생산한 이념으로 하면 독립적이고,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명이면서도 이미 생산되어 있는 이념을 구현하는 형태로 하면 종속적이다. 독립적이면 두텁지만, 종속적이면 가볍고 얇다. 가볍고 얇아지면 이념과 도덕을 지향하는 조급함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단순히 경제적이거나 군사적인 문제만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문법 등에서 아직 독립적인 생산 단계에 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나만 따로 놓고 말해본다면, 지식의 생산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총체적인 지식 수입국이라는 뜻이다. 이런 비독립적 한계가 경제와 군사적인 문제의 높이까지 결정한다. 독립적인 생산 단계에 든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개괄하여 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도전에 나서자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선진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식상하기도 하고, 너무 비문화적이고 비도덕적으로 들리는 지경이라는 것도 잘 안다. 이런 지경에 있는 분위기 속에서 몇몇은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은 전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포악한 전쟁을 쉽게 하는 그런 단계는 올라갈 필요도 없다., 왜 꼭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가. 그냥 이 단계에서 평화롭게 살면 되지., 공자도 도덕적으로 사는 삶을 말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도가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왜 노자와 전혀 다른 말을 하는가. 노자는 나라의 통치 자체를 부정한 사람이다. 공자와 노자가 선진국을 지향했다는 것만 말해도 많은 말다툼은 줄 것 같다. 이제 그것을 말해본다. 감성적이고 도덕적인 편협함에 빠진 사람들은 공자를 정의와 개인적인 덕성의 함양만을 논하지 국가를 흥성시키고 부강하게 하려는 개혁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으로 얇게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공자는 『논어』에서 나라를 흥성하게(興邦)하는 일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기도 하고, 덕성의 함양 자체를 국가의 부강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킨다. 「자로」편에 나오는 한 대목. 번지가 농사짓는 법과 원예를 가르쳐 달라고 청하니, 공자가 말한다. 나는 경험 많은 농부나 원예사만 못하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가 다시 말한다. 번수가 소인이구나. 위에서 정의로우면 아래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믿어주면 아래서 진정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하다면, 사방에서 자식들까지 업고 몰려올 텐데 꼭 농사로만 하려고 해야겠느냐. 공자가 강조하는 정의와 신뢰도 그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의미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자식들까지 몰려오는 현실적이고 국가적인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인구는 노동력과 군사력의 원천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방을 강화시키려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자원이다. 다른 한 구절. 섭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답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설득하거나 기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들은 오게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을 정치의 실력으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매력을 느껴 찾아오게 하여 산업과 국방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공자는 도덕적 자각 능력을 성숙시켜서 윤리적 개인과 윤리적 국가를 이루면 그 매력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위정」편에 나오는 대목은 이렇다. 공자가 말한다. 덕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 즉 덕치를 하는 것은 북두성이 제 자리를 잡으면 모든 별이 우러르며 따르는 것과 같다. 덕치(德治)는 모든 별이 우러르며 따르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덕치 자체의 윤리적 정당성으로만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아니다. 공자에게서 덕은 국가 발전 강령의 핵심이다. 세상에서 국가의 이익이나 발전과 더 관련 없는 사상가로 치부되기는 공자보다도 노자(老子)가 더 심하면 심했지 조금이라도 덜하지 않을 것이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도덕경』제48장만 봐도 된다. 무위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다.(無爲而無不爲) 보통은 세상사에 어떤 욕망도 품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을 무위(無爲)로 보면서 개인의 안빈낙도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노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위보다도 되지 않은 일이 없는 무불위(無不爲)의 결과다. 무위라는 지침은 무불위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내가 해석하여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라 노자가 그의 책에서 그렇게 써 놨지 않은가. 노자의 시선은 오히려 무불위에 가 있다. 그렇다면, 무불위라는 효과에서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노자에게서 이 점은 매우 분명하다. 바로 이어서 말한다. 바로 취천하(取天下), 즉 천하를 갖는 일이다. 나라를 키워서 여러 나라들 가운데 가장 큰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2장에서도 말한다. 구부리면 온전해지고, 덜면 꽉 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노자를 구부리고, 덜어내는 것만 주장한 것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노자가 온전해지고 꽉 채우는 것도 말했다. 사실 노자는 온전하고 꽉 채워지는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7장에서도 말한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앞서게 된다. 자신을 소홀히 하지만, 오히려 보존된다. 노자는 앞서고 보존되기 위해서,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할 뿐이다. 노자의 시선은 앞서고 보존되는 결과에 가 있지,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하는 소극적인 과정에만 멈춰있지는 않다. 얇은 지성은 무불위로 대표되는 결과를 읽는 대신, 무위만 읽는다. 안빈만 보고, 낙도는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자에게서 덕(德)이 국가 발전에 봉사하듯이, 노자에게서는 무위가 국가의 선도적 역량을 갖게 한다. 공자와 노자가 살던 시기는 중국의 기존 지배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면서 새 세상이 열리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들이 서로 지배적 우위를 점하려고 각축하던 때다. 이 두 사상가들은 사상 내용이야 다르지만, 목적은 같았다. 바로 지배력을 가진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선도력과 지배력으로 우위를 점하는 나라를 꿈꿨는데, 요즘 말로는 바로 선진국이다. 그 목적을 공자는 덕성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하려 했고, 노자는 자연 질서를 인간 질서로 응용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려 했을 뿐이다. 영혼의 완성을 이루려는 사람이 잡다한 현실을 따돌리기만 하면 될 것으로 믿다가는 얇고 창백하며 정체 모를 환각에 싸일 뿐이다. 공동체의 평화를 말하면서 정작 나라의 힘을 키우는 데 소홀하다가는 그 평화 한 조각도 자신의 땅 위에 세우지 못할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면서 부국강병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다 가짜다. 얇고 가벼운 것은 감각적이어서 빨리 오고, 두텁고 무거운 것은 느리게 온다. 느리게 오는 것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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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3 19:20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전국체전 치른 송하진 전북도지사 “역사적 자부심·전북의 힘 되새긴 자리”

전북도는 지난 18일 전라도 수부(首府)였던 전주에서 정도 천년을 기리는 기념식을 열었다. 광주전남과 함께 한 행사에서 3개 시도는 전라도의 역사적 정체성과 풍요로웠던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해 새로운 천년을 열어가는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정도 천년을 맞아 개최한 제99회 전국체육대회도 같은 날 막을 내렸다. 전북이 전국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도 성과지만 전북의 역사문화 역량을 모두어낸 자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로부터 이들 행사가 갖는 의미를 들어봤다.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식과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오랜동안 공들여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행사를 통해 우리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불꽃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누적된 낙후와 소외로 인해 경제적사회적으로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고 도민과 함께 희망을, 내일을 얘기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은 그러한 소망을 표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시 도민들로부터 생동하는 기상,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다행히 도민 여러분께서 큰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전라도 정도 천년 행사는 호남제일수부의 상징적 공간인 전라감영 부지에서 열렸는데요, 3개 시도의 상생발전을 다짐하는 행사 본연의 목적도 중요했지만, 광주와 전남에 뒤처지지 않는 독자적인 권역으로서 우리 전라북도의 자긍심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체육대회는 인구나 경제적인 지표에서 불리한 상황인데도 종합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참가선수단이나 도민들의 의지가 대단했다는 방증으로 봅니다. -이번 체전 슬로건 비상하라 천년전북, 하나되라 대한민국이 눈에 띕니다. 대회 내용도 차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전을 전라도 천년에 대한 역사적 자부심을 미래를 향한 자신감으로 바꿔나가고 국민이 하나 되는 행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우선 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 성화를 함께 봉송했습니다. 예술인과 체육인, 장애인과 학생, 어르신 등 도민 750명이 990㎞를 99개 구간으로 나눠 14개 시군을 순회했습니다. 화합체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애인도 쉽게 들 수 있도록 탄소섬유로 성화봉을 만들었고, 관람객과 선수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경기장에 관람석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단이 중앙무대로 입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산 효율화를 위해 기존 체육시설을 십분 활용한 것도 특징입니다. -도민들의 성원과 참여,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전국체전이 더욱 풍성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전국체전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장애인체전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데는 도민들의 성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특히 자원봉사자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3800여명이 대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장애인체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좋은 활동을 펼쳐주시길 바랍니다. 또,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도 많았는데요, 성화특별봉송에 전주의 기접놀이와 정읍 동학농민군 횃불행진 등 지역 대표 역사문화유산이 참여했고, 이밖에도 예술인들의 재능기부와 축제까지 어우러져 전북을 찾은 체육인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자리도 마련하셨습니다.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식도 지난 18일 열렸습니다. 천년의 역사가 지니는 의미를 설명해주신다면. 물을 마실 때면 그 근원을 생각하라(飮水思源)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이 이뤄 낸 놀라운 성장의 바탕에는 전라도가 하나의 중요한 원천으로서 큰 맥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산업화과정에서 잊고 지냈지만 결국 한국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원동력은 우리 민족이 쌓아왔던 역사적 경험들에 기인하고, 그 역사적 경험에서 전라도가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는 의미입니다. 자유와 정의를 향한 개혁적 정신,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저항의 태도,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감성, 이웃과 이웃 사이의 따뜻한 온정 등 우리 국민의 장점이라고 할 만한 특성들이 형성되는 데에 전라도 천년의 역사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서 전라도가 음수사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기를 바라고, 후손들도 우리 역사를 자랑스러워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천년 기념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말씀대로 전라도는 자랑스러운 역사문화자산을 가꿨고, 변곡점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변방으로 밀린 것이 사실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전북은 대한민국 최대 곡창지대이자 민족문화의 본산이었지만 1960년대 공업위주의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산업 인구의 식량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르게 됐습니다. 경부축 중심의 발전정책에 더해 영호남 지역주의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변화과정은 전북을 주변으로 밀어냈습니다. 우리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유례없는 기적을 만들어내는데 함께 했지만, 불행하게도 전북 발전지표와 경제총량의 수준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대적 낙후가 단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위축시키고 도민들의 상실감과 열패감을 키우는 데까지 이른 겁니다. 굉장히 애석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따라서,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전북의 동력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꼽습니다. 어떤 자원들이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남들이 앞으로 달려가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전라북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화되고, 서구화되고, 비인간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 고유의 정서와 가치, 전통과 인간의 모습을 우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전북인은 우리 것을 빚어내는 창의적 소양과 재능까지 보유했습니다. 하늘이 준 빼어난 자연경관과 삶의 원형으로서 빼어난 농식품문화, 인문학적 가치 등이 장점이고 이것을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삼락농정과 농생명산업은 아시아농생명스마트밸리 사업을 발판으로 날개를 달게 될 것입니다.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산하는 ICT 체험관광콘텐츠와 결합해 전북을 여행체험의 1번지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탄소소재산업은 발전적 진화과정을 거쳐 융복합 미래산업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해양무인시스템 등 전북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이점, 산업기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세계 5만여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새만금 세계 잼버리와 새만금 국제공항 등 대형SOC 구축도 전북발전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전북 몫 찾기와 전북 자존의 시대 등을 통해 구축한 정치적 환경도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발전의 호기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전북대도약을 이뤄내겠습니다. -광주전남과 함께하는 전라도 정체성 재정립 작업도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전라도 천년사를 정리하고, 전라도 새천년 공원 조성 같은 기념하는 상징적인 공간을 재정비하는 사업들입니다. 조선말에 분리되기 전까지 전북은 전남광주와 하나의 지역적 공동체였습니다. 다시 합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공동체로서 쌓아왔던 역사경제문화사회예술적 경험을 재확인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자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세 개 지역이 공동으로 전라도 정도 천년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전라도의 위상을 확실히 정립하고 함께 높여나가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전북의 입장에서는 호남이라는 이름에 가려 잊히고 뒤처졌던 호남제일수부 전라북도의 역사적 위상을 도민과 함께 되찾고 만들어가자는 뜻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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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정원
  • 2018.10.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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