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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 2년 전 취임 일성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협력을 통한 제2의 도약을 다짐하면서 익산에서의 새로운 10년을 표방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농산업분야의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확립해 농생명 기술사업화 중심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새로운 10년을 향한 2030 농업기술실용화 新성장 비전 전략을 수립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재단의 新비전을 농업농촌의 가치와 미래를 창출하는 선도기관으로 제시하면서, 고객만족혁신선도현장중심공감동행의 4대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농업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선도기관으로 거듭나고자 전 직원과 함께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국민의 기대와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농업기술실용화 선도기관으로 농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입니다." - 익산시대 문을 연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재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재단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희 재단은 농업인 및 농산업체를 대상으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수한 농생명 특허기술이 실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기관입니다. 농식품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에 7개의 농식품벤처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우수한 신품종 종자가 신속하게 농가현장에 보급돼 종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으며 농업기술의 해외수출도 지원합니다. 또한 농업의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스마트농업 기술의 확대 보급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정체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재단 명칭을 바꿀 계획이며 시민들 앞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홍보 활동에도 더욱 힘써 나가겠습니다." - 농업 및 농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스마트팜, 드론,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스마트농업기술의 실용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농업분야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 디지털 농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세계 스마트팜 시장도 2022년까지 연평균 12.9%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경남 밀양과 전남 고흥 등 4개 지역을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지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저희 재단은 김제와 상주의 혁신밸리 내에 실증단지 운영을 맡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스마트 농기자재, 온실, 하우스, 축사 내 각종 센서, 구동기 등의 표준화, 그리고 이들의 현장실증 및 검인증을 추진해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가표준에 적합한 스마트팜기자재 확산보급을 위해 ICT기자재 성능을 검인증하는 농생명ICT 검인증센터를 3년에 걸쳐 신축 후 개소했고 ICT기자재 41종에 대한 국가표준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기반을 발판으로 농기계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중점 발전시킨다면 첨단 농기자재산업이 향후 전북을 대표하는 먹거리 산업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따라 농식품분야 청년창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재단의 역할과 추진 사업이 궁금합니다. "재단은 2010년부터 농식품 전후방 산업의 혁신적 창업기업(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 300개 기업을 육성해 업체당 30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전국에 7개(서울, 부산, 세종, 경기, 강원, 전남, 경북)의 A+센터를 두고 매년 1300건 이상의 창업 상담을 통해 R&D 및 실용화 지원, 투자유치 연계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식품 벤처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재단에서도 농식품분야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코로나19 속에서도 스타트업 성장 지원 전문기업인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추진해 민간 투자 자금을 우수한 초기 창업기업들이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익산과 전북은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입니다. 지역사회는 전북으로 이전한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익산 이전이 2018년에 마무리됨에 따라 전북지역 자치단체와 혁신도시 이전기관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업사업을 발굴 추진했습니다. 익산시국민연금공단 등과 함께 농촌지역 어르신의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마을공동체 소득보장사업, 고창군국토정보공사와 추진하는 농촌 유휴자산을 활용한 청년함성센터 설치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의 고통을 함께 분담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의료진에게 재단 창업지원 제품을 후원하는 한편 남원, 임실, 순창 등 수해피해 정도가 심한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에 적극 나섰고 또한 임직원 급여도 일부 반납해 중소기업의 복지증진(근로자 휴가지원)은 물론 재난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성금을 기부했습니다. 이외에도 재단은 전북이 농생명특구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확대 지원할 방침입니다."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재단 운영상의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우리 농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재단은 코로나19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특히 농산업체의 피해 극복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관 운영 측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대응을 위해 전담조직인 농산업활력지원센터를 지난해 7월 1일자로 신설했고, FACT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개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 9건을 발굴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업 추진 측면에서는 농산업체 현장애로 점검 및 경제적 지원을 강화했는데, 지난해 우수기술사업화 지원대상 업체를 조기 선정하고 업체의 의견을 들어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습니다. 또 지원자금 중 70%를 즉시 집행해 코로나19로 인해 자금 확보가 어려운 농산업체에 마중물이 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민간육종연구단지 입주기업 임대료 30~50% 할인, 농자재농식품 시험분석 수수료 30% 할인, 벤처육성기업 사업비 선지급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업체를 지원했습니다. 이는 올해도 주변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면서 추가 시행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 남은 임기 1년 동안 반드시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단의 핵심사업인 종자 신품종 보급사업 확대, 우수 농업기술의 현장 이전 및 전용실시 확대, 청년농업인 발굴 및 육성, 한국판 뉴딜 및 그린뉴딜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기업 유치와 전문인력 양성 등 기반 조성에 힘써 전북과 익산을 농생명 거점 클러스터로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 박철웅 이사장은 박철웅 이사장은 익산 출생으로 남성고등학교와 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을 졸업했다. 농촌진흥청에서 40년간 공직생활을 했으며 2013년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2009년 9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출범 당시 농촌진흥법 개정 실무자인 행정법무담당관으로서 재단 설립의 산파 역할을 수행했으며, 퇴직 이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3대 총괄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재단의 익산시대 개막을 준비했다. 고향 익산은 물론 농업농촌과 재단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매우 높아 재단의 익산시대 향후 10년을 설계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19년 1월 1일 취임했다.

  • 기획
  • 송승욱
  • 2021.01.17 16:23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91) 완주 양곡창고의 삼삼한 변신

완주가 법정 문화도시가 되었다. 그 소식에 코로나로 힘들고 매서운 날씨 속에서도 완주 군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희망찬 새해를 맞았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문화생태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5년간 100억의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인구 9만의 작은 도시가 기적을 이루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전국 지자체 가운데 군 단위로는 처음이자 호남에서 유일하게 완주가 선정된 데에는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단시간에 이루어진 쾌거라기보다는 그동안 공동체 문화의 비전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기반을 다지고 노력해온 결과였다. 문화의 색을 확연하게 드러낸 지역이 아니지만, 완주는 이미 로컬푸드로 전국적인 명성이 자자했으며 문화로 도시재생을 한 선진지로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그 중심에는 수탈의 아픔을 지닌 장소를 문화가 깃든 장소로 승화시킨 일제 강점기 양곡창고,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일제 강점기 삼례에 큰 규모의 양곡창고가 있던 것에는 지리적인 요인이 컸다. 만경강을 끼고 있는 삼례는 김제 익산과 더불어 만경평야를 품고 있는 곳이자 과거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로, 1892년에 동학교도들이 삼례집회를 열어 동학농민혁명의 불씨를 지피고, 1894년 제2차 동학농민혁명의 봉기를 일으킨 주 무대로 농민들의 뜨거운 힘이 서린 곳이다. 반면,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일제 강점기 수탈 물자 수송의 중심지가 되기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고 개항되자 일제는 본격적으로 수탈을 감행했다. 1920년에는 산미증식계획을 밀어붙여 호남지방의 질 좋은 양곡을 군산과 목포의 항구를 통해 수탈해 갔다. 삼례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열차와 서해만조 때 만경강까지 올라오던 배로도 지역에서 나오는 쌀 대부분을 걷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한편, 삼례에 양곡을 보관할 대형 창고가 필요해지자 일본인 농장주들이 만든 농업회사인 이엽사(二葉社)가 그 일을 맡아 진행했다. 1926년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白勢春三)의 이엽사 농장 창고가 현재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는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완주지방 대지주 농장이었던 조선농장, 전북농장, 공축농원과 더불어 양곡 수탈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삼례는 농업을 주산업으로 삼아 성장했고 물산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전성기를 보냈다. 점차 경제환경이 바뀌고 주변 지역의 개발 사업으로 삼례의 중심지 기능은 점차 약화되었다. 인근 전주로 인구가 유출되었고, 삼례역 역시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옮겨가면서 과거 양곡창고였던 공간들도 그 기능을 점차 잃었다. 창고는 해방 후 적산(敵産, 적의 재산) 건축물로 분류되어 국가에 귀속된 후, 농협으로 넘어가 2010년까지 양곡창고의 기능을 유지했다. 완주군은 농협의 소유였던 창고를 매입한 후 이 공간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함과 동시에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2013년 양곡창고와 관사였던 공간은 삼례문화예술촌(삼삼예예미미)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만1825㎡ 부지에 1920년대에 지어진 창고 5개 동과 1970~80년대에 건축한 창고건물 등 모두 7개 동이 책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보듬어졌다. 세월의 흔적을 품은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역사의 맥락을 잇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삼례문화예술촌의 창고건물은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등록문화재 제580호로 지정되었다. 시간을 이어 역사를 기억하는 현장이자 모두가 향유 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 삼례문화예술촌은 문화의 보물창고로 변신에 성공하여 완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필수 관광지가 되었다.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며 주민들 스스로 예술과 문화를 생산해 나갈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다. 주민들이 합심하여 완주를 로컬푸드의 중심지로 만든 것처럼, 완주는 완주만의 문화생태계를 형성하여 특별한 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의 힘이 3.1운동에 영향을 주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듯이, 역사의 흔적과 주민들의 삶이 깃든 삼례의 양곡창고가 문화 발전의 디딤돌이 되어 완주의 곳곳이 행복한 문화공동체 도시로 꽃피워가길 기대한다.

  • 기획
  • 기고
  • 2021.01.13 17:12

[뚜벅뚜벅 전북여행] 산책이 필요할 땐, 전주 산성마을으로!

무작정 걷고 싶은 날들이 있습니다.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에 한숨 쉴 겨를도 없을 때, 마음의 짐이 무거워 온종일 축축 처질 때, 머릿속이 복잡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어디로라도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할 일을 내버려둔 채로 떠나기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잠깐 산책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자의 기분을 낼 수 있으면서도, 조용한 곳으로 말입니다. 전주 동서학동의 산성마을은 이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고민을 잊기에 좋은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있는, 하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걷기 좋은 산성마을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여러 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이곳으로 산책을 떠나봅니다. 짧은 산책이 머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하면서요. 산성마을의 입구는 전주교육대학교를 거쳐 서학파출소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앞에 세워진 이정표를 보니, 시나브로길 코스가 보이네요. 벽화 그림은 산성마을과 원당마을 두 곳에 그려져 있습니다. 산성마을 코스는 놀멍쉬멍, 부담 없이 걸어갈 수 있고 원당마을 코스는 더 길고 오르막길이 많아 트래킹을 같이 겸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리니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선택해보세요. 입구부터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벽을 보자니 절로 기분이 산뜻해지네요. 그런데 벽화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벽 이곳저곳마다 그려진 <학>입니다. 수많은 새 중에 웬 학이냐고요? 이는 지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마을 옆의 남고산이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고, 이 학의 동서쪽에 있는 곳이라 하여 동서학동이란 지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학의 날렵하고도 고고한 모습이 조용하고 한적한 산성마을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산성마을을 걸을 땐 음악이 필요 없습니다. 이곳에는 실개천이라는 자체 bgm이 있기 때문이죠. 겨울인데도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방문자들의 발걸음을 더욱 경쾌하게 합니다. 산성마을의 벽화는 골목골목 그려진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시냇물 옆에 그려져 있어서 물소리를 더욱 잘 들을 수 있답니다. 항상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았던 분들도 산성마을을 걸을 때만큼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이 실개천 위에 많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집마다 각각의 독특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제가 갔을 때는 산성 돌담길 사업으로 시냇물 양옆에 남고산성을 떠올리게 하는 돌담을 쌓고 있었고 기존의 다리들도 돌다리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 산성마을, 정말 기대되는걸요? 산성마을의 벽화는 지역 주민들과 전문 작가 14명의 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그림들, 감탄이 나오는 그림들이 이곳 산성마을에 그려져 있답니다. 하지만 여태껏 벽화 앞에서 뻣뻣하게 서서 사진 찍지 않으셨나요? 포즈를 취해 보라는 말에 어색하게 브이를 들고만 있진 않으셨나요? 그래서 알려드립니다. 보다 능동적으로 산성마을의 벽화를 즐길 수 있는 세 가지 팁! 1. 그림마다 나만의 이름을 붙여 보세요. 벽화는 <무제> 작품과 같습니다. 왜,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는 꽃이 되었다는 유명한 시 구절도 있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던 벽화에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새로운 나만의 벽화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렇게 이름 붙여준 벽화들은 쉽게 잊히지 않고, 산책이나 여행길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줄 거에요. 아이들과 왔을 때도 스스로 이름을 짓게 함으로써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2. 구석구석 숨어있는 위트있는 작은 부분들을 찾아보세요. 벽의 한쪽 귀퉁이에서 나를 향해 몰래 윙크를 하는 캐릭터들, 개의 몸에 새의 날개가 달린 동물(이 동물은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요?하하), 울타리 아래 꽃보다 더 꽃 같은 꽃 그림들 등등. 지금도 많은 부분이 당신의 시선을 기다립니다. 절대 놓치지 마세요! 3. 벽화와 한몸이 되어 보세요. 매번 뻣뻣하게 벽화 옆에 서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당신! 벽화들을 활용한다면 더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하기보다는 벽화와 한몸이 된다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 보세요. 자전거 그림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늉을, 여러 남자들이 의자에 걸터앉은 그림 위에선 살짝 그림 속의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딴청을 피워 보세요. 두고두고 간직할 유쾌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답니다. 벽화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 부분 즈음 비슷한 그림체임을 눈치채실 수 있을 텐데요, 바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홍찬석 교수님의 작품들이랍니다. 특유의 따스하면서도 상쾌한 그림들이 벽 여기저기를 물들였습니다. 굳이 전시관에 가지 않아도, 산성마을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다양한 그림들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담장뿐만이 아니라 빌라, 아파트의 한 벽에도 크게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그림들을 바라보며 오래된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림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재탄생할 수 있으니까요. " 손녀딸은 많은 벽화 그림 중 이 새 그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집이 이 근방이라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이 새 그림 앞에 서 있는답니다. 둥글둥글한 그림체와 색깔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에요. 저도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동화책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할머니와 산책을 나온 손녀는 오늘도 새를 가리키며 방긋 웃습니다. 동화책에서 막 나온 것 같은 그림들이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도민 여러분들도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산성마을로 나들이를 떠나 보세요. 산성마을에는 알록달록한 벽화 외에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답니다. 추운 겨울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나무숲, 햇빛에 조용하게 말라가는 시래기와 가래떡들, 대문에 붙어있는 둥글둥글한 글씨의 목판 등. 다양한 것들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걷다 보니 어느새 오르막길의 중턱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조용히 감탄하게 되지요. 멋진 것을 보기 위해 자꾸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등 뒤에 이렇게 멋진 경치가 펼쳐질 줄은 몰랐습니다. 산성마을은 벽화뿐만 아니라 걸어왔던 나의 자취도 멋지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한옥마을 근처에 있다고 해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조용하고 차분한 마을이었습니다. 덕분에 걸으면서 번잡했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그림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평소 북적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기에 산성마을은 앞으로도 또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처럼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께 추천합니다. " 오늘 함께 산성마을을 걸었던 어떤 이는 어느덧 산성마을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저 역시 가끔 걷고 싶을 땐 이곳에 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활력을, 여행객들에게는 추억을 만드는 산성마을의 벽화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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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17:26

[뚜벅뚜벅 전북여행] 근대사 시간여행과 근대 문화의 보고 군산

전북 군산을 둘러보면 쉼과 치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지요.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교육여행의 목적지로 군산은 손색이 없는데 군산이 일제 강점기 수탈의 전초 기지로써 당시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대부분 쌀은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졌던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흔적들과 일반 서민들의 삶과 항쟁의 역사를 배우기 원한다면 군산시간여행마을은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겁니다. 그럼 근대사에서 수탈의 아픔과 일제강점기 근대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군산으로 가보시지요. 군산에서 꼭 들러야 할 관광명소로 손꼽히며 인근의 근대역사박물관과 동국사, 히로쓰 가옥 등 근대문화유산 특유의 정취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 초원사진관입니다. 초원사진관은 1998년 개봉한 영화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오랜 세월 동안 아름다운 영화로 관광객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겠지요. 내부에는 촬영 당시 사용된 사진기와 선풍기 등 소품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영화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하여 휴관하고 있고 사진관 인근 쉼터와 거리만 걸어도 근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그만이지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사찰의 동국사는 1909년 일본 승려 선응불관 스님에 의해 창건되어 일제 강점기 36년을 일인 승려들에 의해 운영되다가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온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입니다. 동국사의 포토존인 대웅전입니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대웅전과 요사채가 실내 복도로 이어진 것이 특징이고 화려한 단청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무런 장식이 없는 처마와 대웅전 외벽에 많은 창문이 일본색을 나타내지요. 동국사 경내에 `군산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지요. 군산 평화의 소녀상`은 2015년 조각가 고광국 씨가 과거 일제에 끌려가 위안부의 고통 속에서 사는 소녀의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리운 부모형제가 사는 조국을 향한 처연하고도 간절한 상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동국사에도 일본 대나무와 쉼터, 소나무 등 볼거리가 많고 우리 근대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찬찬히 둘러보세요. 이성당은 전라북도 군산시 중앙로에 있는 제과점입니다. 1920년대에 일본인이 `이즈모야` 라는 화과자점으로 문을 열어 영업해오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인이 현재 상호명으로 바꾸어 단 이후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이지요. 오전에 들렸는데도 빵을 살려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군산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곳은 이성당이라고 합니다. 이성당에 오면 개업 때부터 사랑받은 단팥빵, 80년대에 개발한 야채빵, 2000년대에 내놓은 블루빵(쌀빵)은 꼭 사가시길 바랍니다.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국사, 히로쓰 가옥, 고우당, 초원사진관등 어느 한 곳 근현대사와 떨어져선 안 되고 또 시간 속으로의 여행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또 오롯이 군산 근현대사의 유품을 간직하고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도 있지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70년대에 건축한 낡은 판잣집들과 창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양쪽의 가운데 철길이 약 400m 놓인 마을인데 일제강점기 시절의 철길과 침목이 그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 있지요. 그리고 지금은 기차 운행이 중단됐지만 2008년까지는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가 하루 두 번 운행됐다고 합니다. 기차 운행 중단 이후 추억의 거리로 재탄생한 경암동 철길마을은 데이트 명소답게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길을 끌지요. 그리고 철길 벽 곳곳에는 낙서, 그림 등 옛 생각이 절로 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옛 생각을 떠오르게 하고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철길 위로 걸어 다니다 보면 근대사의 아픔도 느끼실 겁니다. 의상 대여숍에서는 교복, 교련복과 한복 등과 소품을 빌려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요. 이제 ​단촐하게 가족들과의 여행이나 사랑하는 연인들이 근대사 시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저는 전북 군산을 추천합니다. /글사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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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17:18

[뉴스와 인물] 김승철 LH전북본부장 “1등 전북을 위한 동반자 최선"

LH전북본부장으로 취임한 김승철 본부장이 '고향을 떠나 30여년을 생활하다 보니 저절로 애향심으로 똘똘 뭉치게 됐다며 지역을 이롭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전북출신으로 고향에서 본부장에 임명돼 각오가 남다를텐데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전북은 저의 고향이자 LH에서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입니다.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LH전북지역본부장으로 발령받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만, 서민 주거안정과 지역 균형발전, 경제활성화라는 정책 소임을 생각하면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감도 함께 교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성장 둔화, 수도권 지역간 개발 양극화, 빈부격차 심화 및 지역 소멸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지역재건을 위한 주거복지사업 및 도시재생사업 역할 강화, 공적주택 공급 및 생활SOC 투자 등 경제활력사업 확대, 인구유입, 청년층 정착유도 등 일자리 창출기반 지원을 위한 산업단지 및 혁신성장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또한, 국민 삶의 질 개선, 생활 안정 보장, 공정경제 확산 및 동반성장 지원 등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정, 안전, 포용 등 공공성을 강화하여 사회적가치 실현 선도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지역사회는 물론 온세계가 가장 힘든 해를 보냈는데 희망찬 흰소의 해를 맞아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지만, 2021년, 신축년 신성한 기운을 가진 흰 소처럼 올해는 상서로운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 해 봅니다.아무리 힘든 일도 묵묵히 이겨내는 믿음직한 소의 모습처럼 2021년 우리 모두 지난 한 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새로운 일상을 걸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북이 더욱 더 풍요로워지고, 주민들에게는 희망과 기회가 확대 될 수 있도록 저와 LH도 주거생활 향상,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공간 창조, 선도형 경제기반 확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 LH 전북본부 운영방침은? 올해 LH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방향 도출을 위한 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 조기집행, 부동산시장 안정 및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 지원 등을 위한 공적역할을 지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LH전북지역본부도 일등 전북을 위한 동반자 LH전북지역본부라는 가치 아래 지역미래고객사회적가치 부문별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하여 지역 발전사업 및 현안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 올해 LH 전북본부 주요 사업계획은 무엇입니까? LH전북본부는 2021년 투자사업비로 4000억원을 책정하고, 맞춤형 지역개발사업, 도시재생사업, 주거복지사업,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 할 예정입니다.지역 탄소사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주탄소소재국가산업단지의 적기 착공을 추진할 예정이며, 군산신역세권은 철저한 공정관리를 통하여 차질없이 사업준공 할 예정입니다. 익산망기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업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이 이전할 예정인 남원구암지구 등도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LH전북본부는 구도심 활력제고를 위한 도시재생에도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익산평화 가로주택정비사업, 전주동서학 무형문화재 특화 재생사업, 김제백구 농촌재생 사업은 물론, 노후주택 리모델링, 전주시 등 협업 빈집정비사업 등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도 도출하도록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완주삼봉 등 단지 조성사업비로 4600억원의 공사비를 집행할 예정이며, 현재 주택건설공사가 진행중인 김제대검산완주삼봉정읍시기 등 18개 블록과 신규 6개블록에 대한 주택건설 사업비도 약 2200억원을 책정하고 집행할 예정입니다. LH전북본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가능한 한 상반기 내 사업비가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사업관리 해 나갈 예정입니다. - 서민들이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전북본부의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계획과 주거복지사업은 무엇입니까? 우선 LH전북본부는 2020년 말 기준, 전북지역에 건설임대 약 4만호, 매입임대 6000호 등 약 6만호의 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올해 분양 및 건설임대 주택공급 물량은 작년 대비 약 962% 증가한 5000호 수준으로 익산평화, 군산신역세권 A3, 완주삼봉 등에서 공급할 예정입니다. 기존 생활권 내 거주를 원하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전세임대는 약 1500호, 매입임대는 약 1400호를 공급할 예정이며, 기 입주 단지는 예비입주자 등도 수시 모집해 지역주민의 안정적인 주거여건 마련을 위해 힘쓸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역민이 체감하는 주거복지 서비스와 지역분권형 주거복지체계 강화를 위해 지자체 등 협력기관과의 사업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전주시와는 주거복지협의체 협력강화를 통해 전주형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사업, 주거상향 사업, 위기가구 지원사업 등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며, 소외된 매입임대 입주민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상담소 운영, 공동 사례관리자원연계 사업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 그동안 LH 전북본부가 지역사회와 함께 동반상생을 위해 여러가지 사회공헌 사업을 해 왔는데 올해 계획은? 그동안 LH전북본부는 찾아가는 주거복지 서비스 등 지역주민 대상 맞춤서비스 시행하고, 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하는 상설장터, 문화공연, 유휴공간 활용 나눔카페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을 시행하였으며, LH최초 문화센터 및 커피바리스타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여 취약계층 자립지원 및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도모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올해도 기존 사회공헌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여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며, 그동안 건설임대 위주로 진행되었던 입주민 맞춤서비스를 매입임대주택 등으로도 확대하여 LH의 모든 입주민이 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입니다.

  • 기획
  • 이종호
  • 2021.01.10 17:05

[조상진 객원논설위원의 '노년의 꿈'] ⓛ 노후준비 어떻게 해야하나

노후는 갑자기 닥친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경우도 있지만 준비 없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체로 우리나라가 한참 어려웠던 산업화시대에 열심히 일한 세대들이다. 온 몸을 바쳐 나라를 세우고 가정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노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노인세대의 노후는 각양각색이다. 일찍부터 재테크에 눈뜨고 건강도 양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녀 리스크 등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챙기지 못했거나 처음부터 하루 벌어 하루 사느라 아예 노후준비는 엄두도 못낸 경우까지 십인십색이다. 노년에 대한 구분은 다양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60세 또는 65세 이후의 삶은 대개 활동기-회고기-간병기 등 3단계를 거친다. 일본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소는 건강 자립도를 기준으로 자립생활기-자립도 저하기-요양(돌봄)이 필요한 시기로 구분한다.(도쿄대 고령사회교과서, 2019) 이러한 구분에 따라 노년 기를 따라가 보자. 첫 번째 단계인 활동기는 현업에서 은퇴를 했어도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이다. 연령으로는 대개 전기 고령기인 75세정도가 기준이 된다. 이 시기는 예전처럼 평생 일하다 은퇴하고 자녀가 성장한 후 죽는 날을 기다리는 단순한 삶이 아니라 인생 이모작, 삼모작 등에 다시 도전해 보는 시기이다. 흔히 활동적 노년(active aging)이나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등이 그것이다. 예전보다 젊어진 신노년들이 재취업을 하거나 여가취미활동에 나서 새로운 성취를 이루는 시기이기도 하다. 제대로 계획을 세워 일과 여가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인 회고기는 완만하게 늙어가는 시기이다. 75세 이후의 후기 고령기가 이에 해당한다. 일본의 경우 건강 자립도를 기준으로 남성의 70%, 여성의 90%가 70대 후반부터 서서히 쇠약해진다. 이 시기에는 최대한 활력을 유지하면서 미리 요양기로 갈 사회적 자원과 심리적 적응 등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간병기로 요양이 필요한 시기이다. 흔히 9988234라고 해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시기는 돌봄 비용을 포함해 의료비가 평생의료비의 절반이상이 지출돼 자신이나 자녀의 부담이 큰 시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에서 통합돌봄(community care)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돌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병원이나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나 자택에서 돌보는 것을 말한다. 즉 오래 살아 익숙한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Aging in Place)이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저마다 죽음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이처럼 노년기는 활동기에서 자립도가 저하되는 회고기를 거쳐 간병이 필요한 시기로 흘러간다. 각 단계별로 대책을 세워야 노후를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로 필요한 게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강조하는 바가 다르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건강과 일, 친구, 꿈 등 4가지를 들었다. 장수학자 박상철(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영양, 운동, 관계, 참여를, 이근후(이화여대 의대 명예교수)는 건강과 돈, 버티기(parterre), 배우자, 공부나 취미활동 등 7가지를 꼽았다. 또 주거(住居)나 의미를 추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중 세 가지만 들라면 돈과 건강, 일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현재 생존하는 최고령 기네스 기록은 일본인 다나카 가네(田中方子) 할머니로 1903년생이다. 후쿠오카시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지난 2일 118번째 생일을 맞았다. 평소 체조로 몸을 움직이고 식욕도 왕성해 초콜릿과 콜라를 즐긴다. 이 보다 더 오래 산 세계 최고령 기네스 기록은 1997년 숨진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로 122년 164일을 살았다. 칼망 할머니는 테니스 수영 사냥 등 운동을 즐기고 쇠고기와 튀긴 음식, 초콜릿을 좋아했다. 애연가로 담배도 많이 피웠다. 비공식 기록은 2017년 타계한 인도네시아 할아버지로 146세였다. 이 같은 예를 보면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 2015년 2월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은 올해 태어난 아기는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없는 한 142세까지 살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때 142세는 기대수명으로, 신생아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한 나이다. 2020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기대수명은 82.7세(남 79.7, 여 85.7)다.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 46.8세였으니 70년 사이에 35.9세가 늘었다. 평균 2년마다 1살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은 2050년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수 없으면 150살까지 산다는 예측이 허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기대수명에서 질병과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65.7세이던 건강수명은 해마다 조금씩 낮아져 2018년에는 64.4세였다. 수명이 길어진데 비해 건강은 오히려 악화돼 2018년의 경우 노후 18.3년을 병원 신세를 졌다는 의미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챙기면서 사는 게 더 중요하게 되었다. △ 조상진 객원논설위원은 전북일보 논설위원, 전라북도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운영위원, 전북대학교 약대유치 추진위원, 전북대학교 전임입학사정관,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전라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민참여위원장, 전라도천년사 집필 및 감수위원, 사회복지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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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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