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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레바논 감정 -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

<이퀄리 브리엄>이란 영화는 모든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 도시 리브리아를 무대로 설정한다. 지배자는 전 국민에게 프로지움이란 약을 먹게 하여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하고, 감정을 느끼는 자들을 찾아 살멸한다. 상상도 못 할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정작 지배자는 약을 먹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도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그들을 보면 압력밥솥에서 수증기가 분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정 유발 죄로 체포된 한 여성이 심문을 당한다. 당신은 왜 살지? 느끼기 위해서요. 그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요. 사랑이 없다면, 분노나 슬픔이 없다면, 숨 쉬는 것은 시곗바늘이 내는 소리와 같을 뿐이에요.이런 감정의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내 감정 사용법>이란 책은 감정에 대하여 (신체의) 생리학적, (정신의) 인지적, (행위의) 행동적 요소가 동반된 우리 몸 모든 기관의 갑작스러운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찰스 다윈은 기본 감정으로 기쁨, 놀라움, 슬픔, 두려움, 혐오, 분노를 꼽는다. 그렇다면 각각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은 있을까? 책은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시인 최정례가 감정의 한 부분을 터치했다. 레바논 감정이란 시를 통해서다.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레바논 감정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수박은 가게에 쌓여도 익지요./ 익다 못해 늙지요/ 검은 줄무늬에 갇혀 수박은 /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 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 하지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 후략 -이 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는 <레바논 감정>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는 어떤 상황을 레바논 감정이라 부르는지 살펴보자.헌우(최상우 분)라는 젊은이가 어머니 기일을 맞아 봉안 당을 찾는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한참을 흐느끼다 돌아선다. 얼마 후 그는 아는 형이 잠시 묵으라며 내준 아파트에서 목을 맨다. 잘 못 묶어 실패하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어느 날 눈밭에서 어머니의 환영을 만난다. 어머니는 마주 잡은 손을 놓으며 손사래를 친다. 이제 네 갈 길 가라는 듯. 그러나 그는 자꾸만 어머니에게 다가가려 몸부림친다. 이때 다른 자기(자아로 해석됨)가 뒤에서 몸통을 끈으로 묶고 잡아당긴다. 하릴없는 육신이 눈밭에서 나뒹군다. 스스로 내 박친 인생이다. 눈 쌓인 들녘에 한 여인(김진욱 분)이 널브러져 있다. 막 출옥하였는데 갈 곳이 없는 가엾은 아가씨다. 지나가는 차를 무작정 얻어 타고 여기까지 왔다. 이곳에서 사내 둘이 경합한다. 운전해 준 남자와 여인을 찾아온 전(여자가 투옥되기 전) 남자. 여인은 운전해준 남자가 용변을 보는 사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들고 산속으로 도망친다. 그 사이 전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여인은 낯선 산속을 헤매다 노루 덫에 걸리고 비명을 들은 헌우가 달려가 구해준다. 이방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침침하고 퀴퀴하던 아파트 창에 빛이 들고 향내가 나기 시작한다. 지리멸렬한 두 청춘이 한 침대에 든다. 시든 화초에서 꽃이 핀다. 여인이 헌우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겨울에 피는 흰 장미여 아직도 나를 기다리나.겨울장미 노래를 마친 여인이 헌우의 손을 감싸 쥔다. 잡아당기는 손이다. 위안의 손. 같이 가자는 손. 헌우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남녀가 사막처럼 건조하고 개흙처럼 질퍽거리는 질곡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사람은 둘, 동기는 하나다. 살면서 말로 표현 못할 상황이 얼마나 많았던가. 침보다 더 뜨거운 덩어리를 목구멍으로 넘긴 게 몇 회였는지 모른다. 시는, 영화는 이를 레바논 감정이라 합시다. 그럽시다. 그렇게 말하며 마무리 한다. 어느 날 레바논 감정 같은, 꼭 그와 같은 감정이 엄습하면 어떻게 할까. 이퀄리 브리엄은 말한다. 억제하는 힘이 없다면 감정은 단지 혼란에 불과하다라고. 내 감정 사용법의 해석은 조금 강력하다. 감정은 당신이 무엇을 하든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타난다.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감정의 조종을 받을 것인가. 감정을 조종할 것인가. 두 가지 길뿐이다. 감정은 말 잘 듣는 하인이자 못돼먹은 주인이며, 사용법을 알아야 하는 생물학적 힘이다.성숙한 사람은 자기 성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요. 에니어그램 하면서 들은 말이다. 얼마나 성숙해야 할까. 얼마나 모질어야 할까. 오늘도 멘붕이 지나갔다. 저잣거리에 날아다니는 모래알 같은 놈이겠지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감정을 더듬고 있는 게 인간이다.

  • 영화·연극
  • 기고
  • 2014.07.07 23:02

할리우드 대작 '혹성탈출' 개봉일 기습 변경에 영화계 반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이 애초 예정했던 개봉일을 앞당기자 영화계가 혼란에 빠졌다.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상영관을 점유할 것이 확실시되는 대작의 개봉 계획이 수정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잇달아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혹성탈출’은 애초 16일에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4일 개봉일을 10일로 앞당겼다. 이렇게 되자 ‘혹성탈출’을 피해서 한 주 앞선 10일 개봉 계획을 세웠던 영화들은 폭격을 맞은 상황이 됐다. 상영 스크린 수가 축소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 상영관을 잡는 것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좌우되기 때문에 ‘혹성탈출’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화들에는 뾰족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이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영화계를 대표해 이날 성명을 내고 ‘혹성탈출’의 변칙개봉 중단을 촉구했다.제협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급작스런 개봉변경은 영화계의 상도의에 맞지 않는 것으로서 영화시장의 기본질서를 크게 혼란스럽게 하며, (영화계가)이로 인해 받을 피해는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기존 배급질서에 반하는 변칙적 개봉을 즉각 철회하고 건강한 영화유통시장 환경 조성에 앞장서 주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밝혔다.제협에 앞서 10일 개봉 예정인 외화 ‘사보타지’의 수입사 메인타이틀픽쳐스의 이창언 대표도 성명을 내고 ‘혹성탈출’의 처사를 비난했다.이 대표는 “‘혹성탈출’이 기습적으로 10일로 변칙개봉을 확정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저 뿐만 아니라 10일로 개봉을 확정한 다수의 영화사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사보타지’의 개봉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총력을 다했다”면서 “‘혹성탈출’의 변칙개봉은 분명히 영화시장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상황이며 더불어 관객들에게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지성, 주지훈, 이광수가 주연을 맡은 한국영화 ‘좋은 친구들’ 역시 10일 개봉 예정이라 ‘혹성탈출’의 유탄을 맞게 됐다. 또 지난 3일 개봉한 정우성, 이범수 주연의 ‘신의 한수’ 역시 ‘혹성탈출’과 2주의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는 등 많은 영화들이 ‘혹성탈출’ 개봉일 변경의 영향을 받게 됐다.한편 ‘혹성탈출’의 국내 홍보사 올댓시네마는 “CG 작업이 많은 영화라 심의 일정 등을 고려해 개봉일을 16일로 잡았던 것인데 심의가 생각보다 이른 지난 3일에 나와서 개봉일을 앞당기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영화·연극
  • 연합
  • 2014.07.07 23:02

[제32회 전국연극제 폐막] 군산 연극에 '알찬 씨' 뿌렸다

군산에서 처음 열린 전국연극제가 불모지 군산연극에 알찬 씨를 뿌리며 연극붐 조성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2회 전국연극제가 광주광역시 대표로 참여한 극단 얼아리의 발톱을 깎아도를 대상인 대통령상으로 내세우며 3일 폐막했다.전북 대표인 극단 까치동(전북 대표)의 은행나무 꽃은 은상을 수상했으며, 은행나무 꽃을 쓴 최기우 씨가 희곡상을 받았다.이날 군산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문동신 군산시장과 김미정 전북도 문화예술과장, 이용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윤봉구 한국연극협회이사장 및 전국 시도 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남풍의 동고동락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이어 정일성 심사위원장의 심사총평과 본상 시상에 이어 2015년 개최지인 울산지회에 대회기가 전달됐으며, 조민철 집행위원장의 폐막선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지난달 14일 군산에서 연극과 놀다(Play with PLAY)를 주제로 개막한 제32회 전국연극제에는 전국 15개 시도 예선을 거친 각 지역 대표 극단들이 참가해 20일간의 뜨거운 경선을 펼쳤다.극단 도모(강원 대표)의 처우와 극단 늘품(충북 대표)의 용의 승천이 금상을 수상했으며, 극단 배우창고(부산광역시 대표)의 가카가 오신다, 극단 촌벽(경기 대표)의 무동, 극단 원각사(대구광역시 대표)의 꽃바우할매, 극단 금강(대전광역시 대표)의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가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또 극단 얼아리의 노희설 씨와 양정인 씨가 각각 최우수연기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으며, 극단 늘품의 천은영 씨가 무대예술상을 받았다.이번 제32회 전국연극제에는 부대공연과 부대행사, 주말거리극 등을 포함 10만여명이 찾은 것으로 연극제 집행위원회는 추산했다.공연 관람은 총 좌석 수 2만9250석 중 관람객 2만2416명으로 전체객석 대비 77%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개폐막식 포함 총 35회의 공연 중 17회의 공연이 점유율 90% 이상의 매진을 기록했다.전국연극제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제32회 전국연극제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신나고 깜찍한 로고송 제작과 추억의 천막극장이나 각종 체험마당 등 예년의 전국연극제에 비해 특별함이 있었다며 이번 연극제가 군산 문화예술의 뿌리가 돼 훗날 알찬 결실을 거두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대상작 발톱을 깎아도(박숙자 작)는 노령화 사회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절실한 문제를 다룬 작품. 생활이 어려운 할머니가 생활전선에 뛰어들려 해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할아버지가 결국 치매에 걸린 애틋한 스토리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초왕 교수(전북대)는 현실적으로 절실한 문제 다룬 이 작품이 말해주듯 연극인들에게 동시대 관객들과 소통하는 사명감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금상을 받은용의 승천역시 대상을 놓고 심사위원 표결까지 갈 만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서울 예술의전당대극장 무대에 올렸을 만큼 스케일이 크고 배우들의 고르고 탄탄한 연기력이 평가받았다.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으로 연기를 한 점과 희곡 자체의 높은 완성도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이미 많이 다뤄진 작품으로 새로운 각도의 접근에서 아쉬움을 샀다.이번 연극제에서는 또 객석 점유율 못지 않게 군산지역 연극팬들의 관극태도가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 정일성 심사위원장은 공연 관람에 몰입하는 관객들 위해 연극인들이 좀 더 마음을 다잡고 좋은 작품을 올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이일권
  • 2014.07.04 23:02

[무주 산골영화제 결산] 수준 껑충…'틈새 영화제' 가능성 봤다

올 두 번째로 치러진 무주산골영화제가 틈새 영화제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열린 영화제는 형식과 규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휴식같은 영화제로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김건)는 5일간 6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집계했다.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영화평론가 신귀백씨는 영화제 수준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미개봉작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영작 중 화제작이나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무주영화제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막작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최초 한국홍콩 합작영화이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칼라 극영화 필름인 개막작 〈이국정원〉(1958년작)은 〈삼거리극장〉 〈러브픽션〉의 전계수 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재탄생한 작품.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라이브 연주와 뮤지컬 배우들의 라이브 더빙, 현장 음향 효과 등 각 분야의 베테랑이 가세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다.관객 눈높이에 맞춘 섹션 운영도 무주영화제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 무주군 내 유일한 극장인 무주산골영화관과 면단위 주민자치센터로 직접 찾아가 찾아가는 영화관, 부남면 체육공원 캠핑장에 마련한 야외상영장에서 남녀노소 관객이 편안하게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형식과 규제를 벗어나서 정시입장과 유료상영을 없애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한 점도 영화제의 특징으로 꼽혔다. 실제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60대 이상의 노부부 관객, 캠핑과 영화제를 동시에 즐기는 가족단위 캠핑객, 선선한 밤공기를 즐기며 유모차를 끌고 야외공연장으로 마실을 나선 가족, 야외상영장 앞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놓고 소풍을 즐기며 영화를 관람하는 연인까지 다양했다. 영화제가 직접 운영한 부남면 체육공원의 무주 산골 캠프는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적은 예산 속에 특별한 초청 없이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찾는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박철민손태영, 페스티벌 프렌드 민효린, 부집행위원장 박철과 이명세전계수박기용유영식 감독, 김윤서옥지영김혜나주다영서갑숙김기두한다은서건우지유김구택 박영록김기천유사라서영김연수박선우, 무주 출신 원로 배우 진봉진 등 국내 유명 배우들이 그린 카펫을 밟았다. 그러나 영화제의 구심점이 약한 점 등 보완할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해 무주리조트가 영화제의 중심무대였으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식장이었던 등나무운동장은 물론, 무주예체문화관이나 무주산골영화관 등이 무주리조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로 개관한 무주 유일의 영화관이 영화제를 담아내기에는 협소한 이유도 한몫 했다.이와 함께 춤과 노래가 있는 영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등 주제와 테마가 분명함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영화제 자체 스태프가 10명 안팎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무주산골영화제 심사평- '만신' 뉴비전상 만장일치 선정 "아름다운 창의적 작업에 박수"△한국 영화 경쟁부문 창 섹션 뉴비전상, 건지상 심사평= 무주산골영화제 국내경쟁에 오른 9편의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이미 검증이 된 작품들이며 또한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수작들이다.이런 뛰어난 작품들 중에서 우열을 가리는 작업은 심사위원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뉴비전이라는 방향성이 주어졌기에 이를 기준으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에 조금 더 무게감을 두었다.뉴비전상은 박찬경 감독의 〈만신〉으로 선정했다. 영화는 결국 현실 세계 안에서 상상하고 기록하며 연출가의 심장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박찬경 감독의 만신은 시대를 관통한 무녀의 삶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려는 또 하나의 무속적인 영화 작업인 것이다. 심사위원진은 그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창의적인 영화작업에 진심어린 지지를 보내며 만장일치로 뉴비전상의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박찬경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작업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건지상은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이다. 24시간 편의점을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아르바이트생들과 점주, 그리고 각양각색의 손님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장르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내면서 이야기 형식에 새로움을 불어넣고 있으며, 관객들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품어 안을 수 없을 만큼의 강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레드 툼〉은 다큐멘터리 본연의 의무인 기록한다는 미덕을 충실히 수행한 작품이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처럼 특정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증언해주실 분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아픈 기억들을 충실하게 기록해 내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진은 남다른 애정과 지지를 보낸다. (심사위원 이준동, 변영주, 홍영주)- 사회적 문제 '논픽션 다이어리' 잊혀진 역사 다룬 '레드 툼' 팽팽△한국 영화 경쟁부문 창 섹션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심사평= 세월호 탓이었을까? 가만히 있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많았다. 무주산골영화제의 선택을 지지한다. 〈한공주〉 〈만신〉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모두 좋은 영화들이었다. 사회학적, 문화학적 이슈들을 형상화한 그들의 영화에 대해 동의하고 한 수 배운다. 하지만 우리 전북비평포럼은 이 영화들에 묻힌 공들인 영화를 찾고 싶었다. 〈레드 툼〉과 〈논픽션 다이어리〉 둘이 바로 고민의 지점이었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부자를 극도로 혐오해 극악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알려진 지존파라는 비극적 초상들에 카메라를 댄 작품이다. 우리가 지나온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오늘날 세월호 침몰의 원인에 이르는 시의 적절성까지 와 닿았다. 다만 그 비극적 사건에 대한 조명이 슬쩍 사형제 폐지로 넘어가면서 분산된 주제가 오랜 토론을 낳게 했음을 밝힌다. 〈레드 툼〉은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붙들고 늘어지는 감독의 노력이 와 닿았다. 음지에 가려진 넋들을 데리고 나와 위로하는 정성에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사건의 책임있는 당사자의 행적까지 다루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졌다. 수상은 〈논픽션 다이어리〉로 결정하지만, 〈레드 툼〉이 꼭 개봉하기를 빈다. (심사위원 신귀백, 정낙성, 김영숙)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7.01 23:02

무주산골영화제, 감독-관객 '소통의 꽃' 활짝

지난 26일 개막 이후 국내 유명 감독들이 잇따라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영화제의 재미와 의미를 더했다. 폐막 하루를 앞둔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영화감독들과 관객들이 직접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내실을 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7일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만신의 박찬경 감독, 또 하나의 약속의 김태윤 감독과 만찬의 김동현 감독,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28일에는 새 출발의 장우진 감독, 리뎀션 송의 이삼칠 감독, 레드 툼의 구자환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산골영화제를 찾았다.또 29일에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장형윤 감독, 논픽션 다이어리의 정윤석 감독,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김경묵 감독과 배우 이바울, 김새벽 씨 등이 관객들을 만났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전 세계의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영화 한공주의 연출자 이수진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과 연출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문제와 인간의 이기심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 관객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재이기도 했고 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놓친 영화이기도 해서 이 영화를 제일 먼저 챙겨보게 됐다며 영화를 본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든 감독과 만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게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골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무주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관내 7곳의 실내야외상영관에서 총 51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요조 & 이영훈, 스타피쉬, 넘버원 코리안, 타카피, 이상한 계절, 화요일 11시, 전북도립국악원, 휴먼스, 위아더나잇, 민채 & 이동섭, 크림 등이 펼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들도 펼쳐져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 영화·연극
  • 김효종
  • 2014.06.30 23:02

전북청소년연극제 수준 '와~'

김제지평선고 연극부아파시오나토가 제18회 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공연작은 우리읍내(쏜톤와일더 작, 조은아 연출). 최우수 연기상은 무주 푸른꿈고의 신제아 학생이 차지했다.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올 연극제(전국청소년연극제 전북지역예선대회 겸)에는 도내 9개 고교 연극부가 참가해 열띤 경연으로 치러졌다. 올 연극제에는 지난해 참가팀 보다 2개팀이 늘었고, 전반적인 작품 수준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특히 참가 학교마다 많은 학생들이 직접 연극무대를 관람하며 연극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가 됐다는 게 연극제를 주최한 전북연극협회(회장 조민철)의 설명이다. 이병선 연극제 집행위원장은 두 개 학교의 무대를 제외하고 객석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몰려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심사단은 총평을 통해 예년에 비해 경연작품들의 수준이 큰 편차 없이 고른 연기역량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며, 공연기간 내내 학생들과 심사위원, 일반관객 모두 매 작품을 긴장과 설렘, 흥분과 기대 속에 숨죽여가며 보았다고 평했다.이와 함께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과 학생들의 공동창작 작품 4편이 선보였고, 내용면에서도 가출비행 청소년 문제, 학교폭력과 성폭력,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사건,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의 과도한 경쟁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빚어지는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 등 곳곳에 만연되어있는 심각한 청소년 문제들을 학생들 스스로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시의성 짙게 다루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다만 창작극의 완성도가 떨어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심사단은 인물창조에 있어서 등장인물의 신체적 조건이나 심리적 조건, 사회적적 조건등 성격창조에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고 개성이 없이 흉내만 내고 있다는 점과, 많은 학생들의 대사가 감정과 상황에 따라 강, 약, 고, 저, 완, 급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일정하다는 점을 보완점으로 꼽았다.심사는 이부열 전북연극배우협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장제혁 (전주대 교수, 전북연극협회 부회장)서형화(전주시립극단 수석단원)씨가 맡았다.지평선고는 오는 8월12일부터 서울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제18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한다.△우수작품상=푸른꿈고 파안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 전주사대부고 산목의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장려상=전주여고 Since 1996의 리멤버 2002, 전주상업정보고ING의 꿈지바가 본다, 전주제일고 까멜레온의방황하는 별들△지도교사상=김덕중(지평선고) △공로상=홍자연(전주여고) △특별상(희곡부문)=신제아한편, 연극제와 별도로 치러진 제10회 청소년독백경연대회 대상은 전주예술고 심성욱 학생이 수상했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6.30 23:02

김제 지평선시네마 기획전 개최

2014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오는 7월1일부터 4일까지 김제지평선시네마에서 개최된다.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및 김제지평선시네마가 주관 하는 금번 기획전은 풍경속의 여성, 여성으로 바라본 풍경과 영화로 읽는 역사의 문화등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국내외 영화 15편이 2개관에서 30회에 걸쳐 상영될 예정이다.이번 기획전은 하모니필로미나의 기적등의 영화를 통해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일대종사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인류역사를 발전시킨 역사적인 사건들과 인물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특히 국립발레단의 공연실황을 담은 영화 호두까기 인형은 접하기 어려운 발레공연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또 7월4일 오후 1시30분에 상영될 예정인 영화의궤, 8일간의 축제는 상영 후 영화 배경이 된 조선시대 한국사를 영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워보는 영화로 본 역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같은 날 오후3시에 상영되는 영화진저 앤 로자는 상영 후 영화 배경인 60년대 영국 역사와 문화를 함께 살피면서 영화속 인물들이 직면한 딜레마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영화 원작과 함께 보기- 영화로 떠나는 문화여행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무료 관람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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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우
  • 2014.06.27 23:02

당신의 '곰스크'는 어디입니까

곰스크,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이 도시는 어린 시절부터 주인공이 꿈꾸던 이상의 도시였다. 주인공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곰스크를 듣게 되었고, 곰스크를 꿈꾸게 됐다. 그때부터 주인공의 유일한 꿈은 곰스크가 되었다. 독일 프리츠 오르트만의 단편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주인공이 언젠가는 반드시 곰스크에 가리라고 꿈꾸었고, 드디어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서 소설은 시작된다.이 작품을 전주 창작극회가 각색해 149회 정기공연 무대에 올린다(27일부터 7월6일까지, 각색연출 박규현). 어느 누구에게나 곰스크란 수도 없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분명 자리 잡고 있을 테다. 언제부터 가야한다고 꿈꾸고 있었는지, 가고 있다 무얼 볼모잡혀 중간에 내렸는지, 만약 다시 열차에 오를 수 있다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중간에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나 있을 지는 모를 일이지만 행여 중도에 내려 기약없이 경유지에 머물러 있다 해도, 그 열정을 놓아 버리지 않았던 순간순간의 삶이 있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연극은 삶의 행복이 절실하게 원했던 무언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의 삶을 뒤돌아 보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극단은 꿈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고 설명했다.이종화, 원 숙, 박종원, 김명민, 김자영 씨가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문의 063)28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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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4.06.26 23:02

군산 전국연극제 흥행 고공행진

제32회 전국연극제가 진행 중인 군산에서 지난 주말 연극과 부대 행사 관람을 위해 주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을 찾는 관람객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특히 지난 16일 전북 대표 극단 까치동의 은행나무 꽃으로 시작된 경연무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은 찾는 관람객들이 꾸준히 찾으면서 연극제 초반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제32회 전국연극제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마련된 객석 2만7600여석 중 1만9147석이 예매돼 약 70%의 객석 확보율을 보였으며, 현장판매분 800여석까지 포함 72.3%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대공연장에서 펼쳐진 까치동의 은행나무 꽃에는 1100여명이 찾았으며, 17일 소공연장에서 펼쳐진 경북 대표 극단 공터다의 돈을 갖고 튀어라는 800여석이 매진을 기록하는 등 연극제 초반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이어 28일 대공연장에서 초청공연으로 펼쳐진 서울연극제 대상작 극단 극발전소301의 만리향이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고, 매일 두차례씩 펼쳐지는 수준높은 연극 공연들이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장판매분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성공적인 연극제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지난 21일 초청공연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여자의 사랑 공연을 관람한 온승조(47군산 문화동) 씨는 1930년대 스탈린의 혹독한 체제에 시달리던 창작인들의 삶과 역경을 이겨낸 여자의 사랑과 의지를 담아낸 직품인데 고려인 3세들이라서 그런지 왠지 낯설지 않았다며 강제이주당한 우리민족의 애환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무료로 진행 중인 천막극장 등 부대행사장에도 매일 1000여명 이상의 가족단위의 방문객 등이 찾아 연극제를 즐기면서 전국연극제 개막 8일째인 21일까지 예술의전당에는 총 3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특히 현재 무료로 진행 중인 체험 부대행사장에는 주최 측이 예상하는 인원의 3배가 찾으면서 일부 행사장의 경우 재료비 때문에 유료화를 고민할 정도로 많은 시민과 방문객이 찾고 있다.또 저녁식사를 마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산책을 겸해 예술의전당을 찾아 굴렁쇠 놀이 등 근대놀이 체험으로 세대간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천막극장에서 펼쳐진 각종 콘서트와 마임 무대 등도 매일 마련돼 방문객들은 야간조명과 분수가 어우러진 예술의전당에서 초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연극제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한여름 밤 군산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무대에 많은 시민과 관람객이 찾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이일권
  • 2014.06.23 23:02

[⑧'차가운 장미'로 보는 중년의 위기] "인생이 이끄는 대로 끌려온 거야"

장미의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베트 미들러의 더 로스란 곡을 꺼내 듣는다. 폭풍처럼 살다간 여성 라커 제니스 조플린의 삶을 노래로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9년에 나온 동명 영화에서 그녀는 돈밖에 모르는 매니저의 주문을 거부하지 못하고 싫어도 마이크를 잡는 여린 가수로 그려졌다. 마약에 노출되더니, 급기야 2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나는 산 채로 묻혀요〉라는 전기로 더 유명해진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우리 영화 〈인간중독〉의 엔딩 곡으로 쓰여 많은 사람의 심금을 미묘하게 휘저었으니 나의 공명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영화 〈향수〉는 장미꽃 1만 송이를 솥에 끓이면 한 방울의 오일이 나온다고 했다. 그루누이라는 냉혈한이 오일을 추출하면서 아름다운 아가씨만 골라 장미꽃 송이와 함께 밀어 넣는다. 미치도록 고혹적인 향이 사람을 파라다이스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냄새도 사람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인간의 하릴없는 욕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뷰티는 장미(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산으로, 사계절 꽃이 피는 장미의 일종이다. 수도 워싱턴의 시화(市花)로, 새빨간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졌다)로, 장미는 성적 욕구로 표현된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장미는 이를 매개하는 모티프(motif)로 기능한다. 결말에서 식탁 위 장미꽃이 주인공 레스터가 총에 맞고 벽에 피를 튀기는 장면과 대비되는데 이는 인간의 탐욕을 강조하려는 듯하다.장미는 왜 여러 영화에서 때로는 치명적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천대의 대상으로 극단적 조명을 받아야 하는가. 장미의 시름이 깊어지는 6월에 찾아온 영화 〈차가운 장미〉도 다르지 않다. 영화는 장미를 매혹으로 또 위기로 표현한다. 장의자 시트, 모포, 쿠션, 목도리 등 수많은 장치에 묻어있는 장미의 향취는 특별한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중 미미의 테마를 삽입하여 폐결핵을 앓는 소녀 미미와 로돌포의 비련을 대치시킨 것이 그렇다.폴(다니엘 오떼유 분)은 존경받는 외과 의사로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다. 사방을 유리로 단장한 저택에서 부인 루시(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평온한 이집에 의문의 장미꽃 다발이 배달된다. 폴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내동댕이친다. 꽃은 집과 병원을 번갈아 가며 매일 배달된다. 부부는 크게 당황한다. 그 무렵 폴은 한 카페에서 루(레일라 벡티 분)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거리에서, 병원에서 자꾸 마주치게 되는 루. 폴은 그녀를 장미꽃 발송인으로 지목한다. 쫓다가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폴은 그만 정신이 혼미해진다. 수술하면서 손이 떨리는 증상을 노출하여 휴직 하게 된다. 애증이 깊어진 루. 집요하게 행방을 추적하는데, 그녀가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밤에는 몸 파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페를 계속 찾고, 음악을 선물하고, 차 안에서 데이트도 하고. 낌새를 눈치챈 루시는 정원을 손질하면서 마음을 추슬러보지만, 폴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루시에게 돌진하는 폴의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병원 의사인 제라드(리샤드 베리 분). 설상가상으로 노골화 되는 아들 내외의 불화, 아들의 폴에 대한 반항 등 예기치 않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폴의 변명을 들어보자. 그녀는 나를 움직이게 했어요. 아주 멀리 돌려놨어요. 시작 전으로. 삶으로. 덧붙여 말한다. 어느 것도 꿈꿔본 적 없어. 인생이 이끄는 대로 끌려온 거야. 어이없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부닥친 루시가 강한 어조로 반문한다. 우리가 있기나 한 거야? 사실 루시는 제라드에게 몸을 의지하고도 싶었다. 제라드의 말, 내일 당장 루시를 데리고 멀리 떠나버리고 싶어. 어느 날 루가 자기 집 목욕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에 의하면 그녀는 돈 많은 상류층 남자들을 몸으로 유혹하여 금품을 갈취해 왔고, 이번이 폴 차례라는 것이었다. 영화 〈데미지〉가 떠올랐다. 장관 직함에다 든든한 백그라운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플레밍은 아들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모든 것을 다 잃고 쫓겨났다. 여자는 그에게 접근하며 말했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위험해요. 사는 방법을 터득했으니까.영화에서 차가운 장미는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된다. 하나는 싸늘하게 식어간 루요, 다른 하나는 루시의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장미다. 평화로운 가정에 불어 닥친 너울,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겠다. 루가 선물한 곡 다정한 양귀비가 감미롭게 들려온다.어느 것도 꿈꿔본 적 없어, 인생이 이끄는 대로 끌려온 거야.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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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6.23 23:02

반딧불이 마을로 떠나는 스크린 소풍

무주 산골영화제가 두 번째 걸음을 뗀다. 제1회 영화제의 뼈대를 유지했다. 대규모 영화제가 갖는 치열한 맛 대신, 산골에서의 여유와 치유, 따뜻함을 지향한다. 영화야! 소풍갈래?를 콘셉트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26일부터 5일간 무주군 일원에서 진행될 올 영화제 역시설렘, 울림, 어울림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첫 영화제 때의 7개 섹션을 5개 섹션으로 줄였지만, 주요 기조는 같다. 상영 영화는 17개국 51편(한국영화 23편, 외국영화 28편, 극영화 39편, 다큐멘터리 7편, 애니메이션 5편)으로, 지난 영화제와 비슷한 규모다. 영화제는 3개 실내상영관(무주예체문화관, 영화관 2개관)과 야외상영관(등나무운동장, 부남면 체육공원)에서 열린다.영화제는 집행위원회(위원장 김건)가 주관하며, 한국영상자료원전북독립영화협회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서울영상미디어센터가 섹션별 일정 부문을 맡아 협조했다.개막작은 1958년 작 이국정원이며, 폐막작은 수상작(뉴비전상, 건지상) 중 1편을 상영한다. 5개 섹션은 새로운 시선의 영화 창,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국내외 상영작으로 엄선한 판, 이벤트와 함께 하는 락, 캠핑을 즐기면서 야외에서 즐기는 숲, 찾아가는 영화 길로 구성됐다.△가요반세기기록영화, 디지털로 재탄생시켜영화제는 개막작에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작 이색정원은 1958년 한-홍콩 합작영화로 제작된, 가장 오래된 컬러 극영화.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에 남아있지 않은 필름을 추적해 홍콩에서 찾아냈으며, 최악의 상태로 남아있던 필름을 복원했다는 점에서다. 1950년대 당시 한국영화의 주된 방식이 후시녹음이었던 것에 착안, 이를 재현한 라이브 더빙 공연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영화제는 1회 때 청춘의 십자로에 이어 두 번째 고전영화의 재창조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경쟁 부문 창섹션(반디관)은 2013년 8월 이후 제작됐거나 국내외 영화관에서 첫 공개, 또는 극장 개봉한 영화중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극영화 5편, 다큐 3편, 장편 데뷔작 4편, 첫 공개 영화 1편(이삼칠 감독의 리뎀션 송)이다. 비경쟁 부문 판에는 26편이 출품됐다. 최신 개봉작 중심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국내 미공개 신작상영작한국 고전영화 등으로 폭을 넓혔다. 영화제는 복원된 영화 가요반세기(1968년 개봉, 김광수 감독)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 후반가까지 한국 대중가요 반세기를 집약한 기록영화로, 최근에 그 존재가 확인됐고,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국내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다.지난해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스키 슬로프에서 열렸던 락섹션은 올해 무주읍 등나무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다. 음악 다큐와 고전영화 1편씩이 상영되며,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공연과 이벤트가 입혀진다.△숲과 길에서 만나는 영화제무주지역의 특성을 살린 숲섹션은 가족과 연인 단위의 캠핑장 방문객을 위해 영화제 기간 2편씩 야간에 상영한다. 올해는 덕유대야영장 공사 관계로 부남면 체육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영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으로, 4편의 극영화와 3편의 애니메이션이 준비됐다.무주산골영화제의 또하나 특징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이동영화관을 운영한다는 점. 설천면안성면부남면무풍면 자치센터에서 찾아가는 영화관(한국영상자료원 주최)옹기종기 마실극장(전북독립영화협회)이 열린다.영화제 페스티벌 프렌드(홍보대사)는 배우 민효린이 맡아 26일 개막식과 영화제 기간 핸드프린팅 행사 등에 참석해 영화제를 알리며, 개막식은 영화배우 박철민손태영이 맡는다. 영화제 기간 경쟁부문 감독들이 영화제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김건 집행위원장은 많은 고민 속에서 준비한 영화들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되고, 자연의 품 속에서 관객과 영화가 함께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어울림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6.20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