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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화제작, 관객은 설렌다

오는 19일 개관 5주년을 맞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똥파리울지마 톤즈원스와 같은 인기작을 다시 선보인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1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에 있는 영화제작소에서 지난 5년간 상영된 영화 가운데 25편을 선별해 5개 부분으로 나눠 오만(五滿)한 상영전을 진행한다. 재상영 요청을 받은 작품과 관객 설문조사를 통해 꼽힌 영화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한국영화를 모은 우리에게 하는 말 부문에서는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 사이?, 오멸 감독의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를 상영한다. 똥파리는 감독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워낭소리를 잇는 한국 독립영화의 흥행작이었다. 주인공 상훈이 우연히 가정 폭력에 상처 입은 여고생 연희를 만나면서 서로 동질감을 쌓는 내용이다. 하하하는 통영을 배경으로 배우 김상경유준상문소리예지원이 주연을 맡았다. 두 남자가 같은 곳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하며 만담을 풀어 제목처럼 뜻하게 않게 관객이 웃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친구 사이?는 군대 간 남자 친구의 면회를 통해 20대 남성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동성애 영화다. 한국영화 섹션에서는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돼 16일 오후 8시에는 김조광수 감독, 오는 30일 오후 7시40분에는 민용근 감독이 참석한다. 사랑의 시작과 끝섹션에서는 치매에 걸린 아내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과 그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남편의 이야기인 사라 폴리 감독의 어웨이 프롬 허, 공허한 삶 속에서 은밀하고 뜨거운 감정에 휩싸이게 된 이탈리아 상류층 여성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의 아이 엠 러브를 비롯해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블루 발렌타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가 상영된다.삶을 기록한 영화로 거장인 빔 벤더스가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친구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혁신적인 예술 세계를 스크린에 그린 피나와 필립 그로닝 감독이 촬영을 신청한 지 16년이 지나 허가를 받아 제작한 위대한 침묵이 관객을 다시 찾는다. 위대한 침묵은 알프스 산맥의 해발 1300m에 위치한 카르투시오 수도회 산하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묵언수행에 몰두하는 수도사의 일상을 밀착해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와 함께 300만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와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렸던 고(故)이태석 신부의 실천적 사랑을 찍은 울지마 톤즈, 2009년 용산 참사 사건을 다룬 두 개의 문도 재상영된다. 이 밖에도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보여주는 바흐 이전의 침묵, 무일푼 뮤지션의 7일 간의 음악 여정을 다룬 코엔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 감미로운 음악과 사랑이야기로 흥행에도 성공했던 원스 등이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또한 영상 시인이라 불린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에게 201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긴 파우스트도 상영된다.디지털독립영화관은 상품 증정 행사도 마련했다. SNS에 댓글을 단 누리꾼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초대권을, 개관 기념일인 5월19일에 생일을 맞은 관객에게도 관람권을 준다. 관람료는 1편당 일반 5000원, 후원회원 4000원이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14 23:02

[JIFF 결산] '영화에 집중' 관객과 통했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에 집중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치러진 올 전주영화제는 장편화와 한국독립영화 확대라는 변화를 꾀했다. 세월호 참사로 축제성 부대행사를 모든 취소한 상황에서 토요일에서 화요일까지 4일간 이어진 연휴 등으로 지난해 80% 아래까지 떨어졌던 좌석 점유율이 반등했다. 특히 매진 회차는 전체 상영된 331회차 가운데 214회차로 역대 최고와 부문별 고른 매진을 기록했다. 반면, 영화제 내실을 기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도 남기며 내년을 기약했다.△좌석 점유율 80%대 회복11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 전주영화제 관객 수는 6만84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7만76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체 좌석 수 8만1464석 대비 좌석 점유율은 84.1%였다. 이는 최근 5년간 최고 점유율이었던 지난 2011년 85%에 근접한 수치다. 2012년 80.1%, 지난해 79%로 주춤하던 흥행 성적이 상향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좌석 수가 줄면 좌석 점유율이 다소 높아지는 이전의 경향성을 상쇄하면서 두터운 관객층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좌석 수 7만9185석점유율 82.4%에 이어 2009년 9만1222석의 77.6%, 2010년 8만269석의 83,4%, 2011년 7만5000석의 85%였다. 올 좌석 수는 전년보다 1108석이 감소하는데 그쳐 차이가 적었지만 관객 점유율은 5%p 높아지면서 좌석 수와 관객 점유율의 반비례 양상에서 벗어났다. 특히 매진 회차는 역다 최대로 214회차였다. 2011년 179회차의 매진 기록을 갱신했고, 전주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200회를 넘었다. 각 부문별 인기도 고른 모습이었다. 개막작 신촌좀비만화가 온라인 예매에서 22초만에 매진된 것을 비록해 익스팬디드 시네마의 완벽하게 사라지는 법,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의 언더 더 스킨 등이 전회 매진됐다. 시네마 페스트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추가 상영에도 입석표까지 모두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중남미지역의 영화가 부상한 점도 눈에 띄었다. 공포의 역사,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각각 국제경쟁 대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고, 각 3차례의 상영도 매진돼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해석이다.국제경쟁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등 경쟁 부문의 상영작도 모두 95%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이와 함께 올해로 6회를 맞은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은 역대 최대 규모인 235개 영화 관계사와 단체에서 841명이 참여해 영화의 투자와 배급 등 산업과의 연계도 성황을 이뤘다. 영화제 관계자는 경쟁부문 강화에 주력한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관객에게 통했다며 고른 호응을 통해 개편한 프로그램의 안정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운영 변화 터닝 포인트 올 전주영화제는 프로그램, 제작 프로젝트 등에서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영화제 기간을 두 개로 나눠 전체 10일 가운데 7일은 기존 프로그램대로 진행하며 별도의 폐막식이 없이 시상식으로 대체했다. 마지막 3일은 상영관을 13개에서 5개로 줄여 주요 경쟁 부문의 출품작과 수상작을 상영했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작품을 후반부에 집중 배치했다. 관객에게 관람 편이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수상 결과를 관객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진행했다. 3일간 좌석 점유율도 평균 87%로 전체 평균보다 높아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세월호 참사로 거리공연과 파티 형식의 행사를 모두 취소하면서 영화와 함께 이야기로 열흘을 채웠다. 전문가로부터 영화 해석을 듣는 마스터 클래스, 다양한 영화 전문가가 함께한 시네마 클래스 등 강연과 야외에서 진행된 비하인드 씬, 두 시의 데이트, 한국영화를 만나다 등 감독배우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모두 33차례 진행됐다.영화에 집중하는 운영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면서 조직위 내부에서도 향후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올해가 새로운 영화제를 도입할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다면 축제성 행사를 취소하고 영화에 집중하는 형태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흥이 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그 수요를 적절하게 분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대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 운영 개선 과제 남겨올 전주영화제는 운영상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영관 확보와 서비스의 질적 제고가 지적됐다. 영화제의 확장을 위해서는 상영관 확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1편당 2~3번 이뤄지는 관람 회차를 늘려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일부 상영관의 시설 낙후도 제기됐다. 매년 전주영화제 기간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개봉 시기와 맞물리는 가운데 올해는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의 효과음이 옆 상영관의 영화제 출품작 상영시간에 들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제의 간판 섹션에 대한 개명도 아쉬운 지점이었다. 기존 영화보다 낯선과 불면의 밤이 각각 익스팬디드 시네마와 미드나잇 인 시네마로 바뀌어 관객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다.지난 2008년부터 전주영화제를 찾았다는 엄나래 씨(26)는 전주영화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뀐 점은 섭섭하다며 불면의 밤의 경우 새 이름을 몰랐으며, 예전에는 주제별로 골라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특색이 없었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12 23:02

[⑤ 영화 '어웨이 프롬 허'] 호수는 인생, 하릴없는…

드넓은 설원 저편에 검은 산줄기가 가로서 있고, 그 속에 외딴집 한 채가 점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노부부는 스키를 탄다. 11자 형태로 스키를 고정한 채 주로를 따라가는 클래식 주법이다. 뒤로 두 사람이 각각 남기는 자국이 선명하다. 집이다. 발단의 장소, 목표 또는 목적지. 남편 그랜트(고든 핀센트 분)가 부인 피오나(줄리 크리스티 분)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만해요. 어차피 금방 잊어버려. 둘은 브랜트 자연보호 구역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꽃을 보며 피오나가 말한다. 정신이 없을 때는 꽃이 안 보이는데, 이렇게 정신이 말짱하면 꽃이 보여. 망각에는 뭔가 달콤한 유혹이 있는 것인가 봐. 카메라가 밖에서 집을 응시한다. 창에 불이 하나씩 켜지더니 조금 있다가 하나씩 꺼진다. 피오나가 말문을 연다. 생각 하나가 사라지면 모두 사라지고 말아요. 피오나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그랜트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홀로 집에 가는 길, 자동차를 탄다. 영화 〈어웨이 프롬 허〉는 그녀에게서 떨어져서 그녀를 본다는 이야기다. 떨어짐은 몸뿐 아니고 심리적 위치를 포함한다. 그랜트는 이제 44년 동안 알았던, 아니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피오나의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병원 규칙에 따라 한 달이 지나 요양병원으로 달려간 그랜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피오나가 그새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그녀는 어느새 오브리(마이클 머피 분)라는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랜트는 대처방법을 몰라 안절부절못한다. 더군다나 아내와 사귀는 남자의 부인 메리언(올림피아 듀카키스 분)은 왜 그렇게 부인에게 집착하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답답한 나머지 한 간호사에게 하소연한다. 아내와의 기억이 너무 소중했는데. 너무 허무해요. 지나간 모든 게 사실이었나 싶구려. 간호사의 말이 이어진다. 선생님은 헌신적인 남편은 아니었죠? 어쩌면 부인께서 선생님을 벌주고 계신지 몰라요.정말 그랬나? 가슴이 먹먹하기만 할 뿐. 급기야 그랜트는 피오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주기로 한다. 그리고 오브리와 피오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우리 영화 〈인디언 썸머〉의 내레이션이 떠오른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끝자락에 찾아오는 여름같이 뜨거운 날.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그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다만 겨울 앞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여름이 찾아와 주기를 소망하는 사람만이 신이 선물한 짧은 기적 인디언 썸머를 기억한다.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어쩌면 피오나는 인디언 썸머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 〈의사 지바고〉에서 비운의 여인 라라를 연기했던 줄리 크리스티가 분한 피오나의 모습은 연민이 깊어 더 아름답다. 얼음 궁전, 그 명장면을 잊지 못하는 나는 그녀가 지금 치매 연기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 있음에도 전의 매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가 세상의 그랜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대한 치매학회장을 역임한 삼성의료원 나덕렬박사의 말을 통해 정리해 본다. 3차원 생물인 인간은 스스로 벽을 만들며 산다. 막혀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4차원에서 보면 벽은 아무 의미가 없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첫째, 내가 만든 벽은 투명한가? 나는 모두 안다는 착각에 대하여. 둘째, 나는 무엇인가에 주시당하고 있는가? 공연히 남의 눈치를 보며 사는 이유에 대하여.치매 환자로 살면서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호주의 크리스틴 브라이든은 말한다. 현명한 사람은 놓아줄 줄 안다고. 놓아준다는 것은 한없는 행복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치매 환자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녀와 흔쾌히 결혼해서 치매퇴치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폴이란 사람의 세계 또한 누군가가 놓아줬기에 가능했으리란 짐작을 하게 한다. 엔딩에서 피오나는 그랜트를 알아본다. 처음 하는 말이 당신은 항상 내 기분을 배려해 주었지. 감사해!다. 둘이 힘찬 포옹을 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화면은 11자 자국이 선명한 설원을 다시 보여준다. 자세히 보니 그곳은 꽁꽁 얼어붙은 커다란 호수다. 그러니까 노부부는 호수 위에서 스키를 탄 것이다. 호수는 인생, 하릴없는. 그런가? 영화의 장치가 아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설원, 산줄기에 막혀 더는 진행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집, 창에서 꺼지던 불빛, 스키 자국 등. 삶의 기억과 관련된 은유 아닌 게 없다. 어떤 기억을 만들고 있는가. 또 놓아주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영화·연극
  • 기고
  • 2014.05.12 23:02

'웃기지만 슬픈' 부부의 생존투쟁기

절친 부부인 영국이네와 해철이네 부부의 삶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영국이네는 맞벌이 때문에 아이없이 살고, 해철네는 풍족하진 않지만 아이 키우는 재미로 산다. 그들은 서로 만나 노동과 성, 성공과 육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날, 남편들이 다니는 회사가 합병되고 첨단화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영국이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이들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한다. 망상적으로 변해가는 남편 영국과 영업소 지점장으로 승진한 아내 영미, 노동자의 권익을 투쟁으로 지켜내려는 해철과 생활형편 때문에 낙태를 결심한 혜선. 시간이 지날수록 골은 깊이 파이고,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전주 창작극회가 제139회 정기공연으로 두 부부의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 모습을 실감나게 펼쳐보인다. 이 런 젠 장(9일부터 25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 도시현대화비인간성 등 경쟁이 치열한 생활과, 시골고향인간성을 그리워하는 생활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상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독일 크뢰츠의 Nicht Fisch, Nicht Fleisch(생선도 육류도 아니다-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나 처지)원작을 각색한 작품. 창작극회는 5년 전 물고기씨...라는 타이틀로 이 작품을 올렸다. 극단은 독일 민중극의 전통을 서사극적 요소를 차용하여 새롭게 이야기하고자 이 작품을 다시 들었다며, 웃기지만 슬픈 연극. 우리들의 모습을 무대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소개했다.각색 및 연출을 맡은 정초왕 전북대 교수(독문학)는 지금 세상을 사는 우리 서민들은 어디서 삶의 의미나 보람을 찾을까. 직업적 안정이나 성공, 가정과 육아, 성생활, 교우관계 모두들 각자 무게를 두는 영역은 편차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토대가 위협을 받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에 맞서 싸워야 할까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도록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힘들어하는 지금, 관객들에게 잠시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말도 곁들였다.배영국 김안나 염정숙 홍석찬 등 중견 배우들이 이번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다.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휴관). 성인 2만원, 대학생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문의 063)282-1810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5.09 23:02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 '공포의 역사'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대상에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공포의 역사가 꼽혀 1만9000달러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는 7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시상식을 열고 9개상을 시상했다. 폐막작 대신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배우 한보배공예지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시상식 이후에는 대상작이 상영됐다.작품상인 우석상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죽음의 해안이 수상하며 상금 1만 달러, 심사위원특별상인 전은상은 이레네 구띠에레스하비에르 라브라도르 감독의 호텔 누에바 이슬라가 뽑혀 6000달러의 상금을 받게 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10편이 각기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공통적인 것은 불안한 현실의 반영이었다고 총평했다. 11편이 출품된 한국경쟁 부문은 대상인 JJ St★r상에 장우진 감독의 새출발로 상금 1000만 원이 수여된다. CJ CGV 무비꼴라쥬상은 상금 1000만 원과 2000만 원 상당의 홍보마케팅을 현물로 지원하는 배급지원상으로 박사유박돈사 감독의 60만번의 트라이, 차기작 개발지용 1000만 원을 지원하는 창작지원상은 유영선 감독의 마녀에 돌아갔다. 한국단편경쟁에서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TV5MONDE 대상에 김유리 감독의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가, 상금 300만 원인 TV5MONDE 감독상은 장재현 감독의 12번째 보조사제, 200만 원 부상의 TV5MONDE 심사위원 특별상은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가 영예를 안았다. 공로상은 전북은행이 받았다.한편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아시아 장편영화 가운데 꼽는 넷팩(NETPAC,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은 야마다 요지 감독의 동경가족이 탔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8 23:02

[JIFF 중간결산] 상영 집중…매진 행렬에성공 자평

상영에 집중한 올 전주국제영화제가 매진 행렬 속에서 성공을 점치고 있다. 부대 행사를 치르지 않아도 지난해보다 많은 회차가 매진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6일 영화제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5일간 상영한 187회차의 79%인 148회차가 매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3회차의 54%인 94회차의 매진과 비교할 때 25%p 높은 결과다. 영화제 관계자는 휴일인 6일까지는 티켓 예매가 증가하다 평일인 7일에 잠시 주춤하고 9일부터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역대 최고의 유료 관객 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전주영화제는 애초 영화로 마무리하는 영화제를 내세우며 7+3을 기획했다. 7일은 축제, 3일은 영화라는 설정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모든 부대 행사를 취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영화에 집중하는 영화제가 됐다. 일부 관객과 영화인들은 이런 형태를 호평했다.지난 2008년부터 매해 전주영화제를 찾았다는 황여정 씨(26서울)는 그 어느 때보다 영화제가 커진 느낌이어서 관객으로도 뿌듯하다며 그동안 부대행사로 진행하던 거리공연은 잘 보지 않았는데 올해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 2박3일간 머물면서 10편에 가까운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조류 인간으로 전주를 찾은 신연식 감독도 극장 밖보다 안에 사람이 차 있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영화제 같았다는 전언이다.영화제 내부에서도 향후 방향을 놓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는 부대 행사가 없고 영화 상영과 레드카펫만 있다는 의견과 영화와 연계된 공연으로 축제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뉜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관객이 연휴와 함께 영화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영화제를 실험하게 됐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차후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무적인 분위기와 달리 관람객을 위한 융통성 부족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셔틀버스와 통역 문제가 원성을 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시 입장이라는 원칙이 상영관마다 다르게 적용돼 일관성이 없다는 것. 지난 3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신주 철학 극장의 경우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상영시간에 맞추지 못한 관객이 집단 항의했다. 영화제 셔틀버스로 이동한 10여명이 교통 체증으로 3~5분 늦게 도착해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일부 관객은 인근에서 2시간 가량 영화 상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영관에 들어가 강신주 박사의 강의를 들었고, 상당수는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일찍 출발하자고 했지만 그렇지 않아 다소 늦게 왔다며 영화제는 최상의 관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주최 측의 잘못을 왜 관객이 부담해야 하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모 씨(34)는 자원봉사자들이 일단 기다리라며 10분 정도를 상영관 밖에서 지체하게 했고 결국 환불을 안내했다면서 다른 상영관에서는 상영 시작 5분 뒤에도 관객이 들어온 만큼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연휴기간 전주시내의 교통 체증으로 일부 셔틀버스가 늦게 도착했지만 정시 입장이라는 원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일부 통역의 오역 문제도 대두됐다. 지난 2일 영화 가녀린 희망의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객석의 질문에 감독이 동문서답을 하며 질문자들의 불만을 샀다. 해당 감독의 질문을 들은 객석에서는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7 23:02

[JIFF]시네마 클래스 '강신주의 철학극장' "수평적 축제로 질적인 시간을"

우리가 축제를 만들고 즐기지 못하면 권력자가 수평적 축제를 빼앗아 수직적 축제로 이용합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수평적 축제는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특별함을 주는 질적인 시간을 만듭니다. 여러분도 전주에서 이런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지난 4일 정오 영화의 거리 입구 주변에 마련된 지프라운지에서 시네마 클래스 강신주의 철학극장이 열렸다. 이날 정용실 KBS아나운서의 사회로 전주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와 함께 자리한 강신주 박사는 축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감독배우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해야 하는데 일부 영화제는 드레스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가 사라지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운을 뗐다.강신주 박사는 자치단체가 업적을 위해 시작해, 스크린을 놓고 아이콘에 집중하는 형식은 정치권에 좋다면서마을 잔치는 주민간 공감이해의 자리였고 1980년대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연예인 섭외가 관건이 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축제는 자치단체와 스타가 있어 우리의 삶을 가리는 수직적 축제, 촛불문화제처럼 참여자가 자각이해하는 수평적 축제가 있다고 구분한 뒤 이는 참여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제시했다.그는 흘러가는 양적인 시간을 소중한 날로 기억할 수 있는 질적인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누구의 생일이나 만난 지 며칠 되는 날 등 축제로 삼은 질적인 시간이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해진다며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한 번도 쉬고 않고 목표 층까지 올라간 것 등 어제와 다른 소소한 사건을 기념하는 노력을 할수록 일상이 섬세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박사는 영화를 타인과의 경험이라고 정의하고 내면을 보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나서 옆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된다며 자신이 무식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기죽지 말고 확신을 가지고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할리우드와 예술영화의 차이는 자기와 비슷한 영혼 코드를 가진 감독을 만나고, 영화에서 울 때와 웃을 때가 일치하는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7 23:02

[JIFF]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 "통념 깨는 작품 고를 것"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통념을 깨는 작품을 고르겠다는 기준을 밝혔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새로움을 기대했다. 이들은 6일 각 부문별 토론을 거쳐 수상작을 결정한다. 국제경쟁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등에 대한 시상식은 7일 오후 7시 한국소리의문화전당에서 열린다. △국제경쟁=지난 2일 회견을 연 국제경쟁 심사위원 정지영이상일니콜라스 페레다 감독, 파올로 베르톨린 평론가, 배우 예지원 씨 등 모두 5명은 10편을 놓고 3개의 수상작을 결정한다. 정지영 감독은 심사위원의 개성이 뚜렷해 치열한 난상토론이 있을 것이라며 심사보다는 신선함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나 새롭고, 감동을 주었느냐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일 감독도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몰랐던 것들, 깨닫지 못한 것들, 나와 관계 없는 것들을 내 일처럼 여겨지게 하는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페레다 감독은 개인적인 선호도에 도전해주는 영화를 기대한다고 보탰다.△한국경쟁=11편 가운데 2편을 시상하는 한국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인 아드리아노 아프라마트 페란슨 평론가, 윤종찬 감독은 지난 4일 회견을 열고 심사의 변을 표명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영화를 알리는 아드리아노 아프라 씨는 현실을 바라보는 기존 관점을 바꾸는 예상치 못한 작품을 기대한다면서도 전주영화제 출품작 대부분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다른 영화와 비슷한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인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이 속한 문화에 뿌리 내린 작품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트 페란슨 씨도 이에 동의하며 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 수 없지만 생각을 바꾸고 놀라게 하는 작품이 있다며 경쟁부문에서는 실험적인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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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명
  • 2014.05.07 23:02

[JIFF 이모저모] 영화'산다' 테이프 상영 5분 전 도착 '죽을 뻔'

△죽을 뻔한 산다올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초유의 초치기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영화산다의 테이프가 상영 5분 전에 도착했다. 이 작품은 지난 2일 오후 3시 전주영화제의 국내외 손님과 언론인, 영화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으로 첫 선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상영 시간은 3시간30분으로 테이프 2개 분량이었다. 이날 두 번째 테이프가 상영 5분 전에 당도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가슴을 졸이며 죽는다에서 산다가 됐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 장편화로 변화를 시도한 전주영화제의 야심작이다. 영화의 주연과 연출을 맡은 박정범 감독은 전주에 내려오기 직전까지 당일 촬영당일 편집으로 강행군을 했다는 전언이다.박 감독도 기자회견 장에서 강원도를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겨울철 자연을 이기지 못해 생각했던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며 촬영을 다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져오게 돼 관객에게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를 잘 완성한 뒤 개봉해 전주영화제에 보답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일이 알려지자 영화인들은 지난 2004년 왕가위 감독이 영화2046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위해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편집하며 들고 왔다는 일화가 떠올려진다고 말했다. 더욱이 산다의 경우 오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67회 칸영화제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4월 초까지 작품을 완성할 수 없어 출품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꿈보다 해몽다양한 해석전주를 찾은 감독배우들은 올해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람객의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관객들은 깊은 해석력을 보이며 제작진과의 소통에 나섰다. 한국경쟁 부문에 상영된 영화 숙희는 51세 양지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지난 2일 오후 첫 상영 뒤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양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말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구요였다. 관객이 음악, 미장센 등에 대한 감상평과 함께 감독의 의도성을 질문하자 감독은 연신 그건 아니었다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한 여성 관객은 폭력의 순환의 관점에서 봤다며 가정폭력과 억압당하는 여성 숙희가 병으로 몸을 못 가누는 성인남성을 아이처럼 다루고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에서 모성의 폭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양 감독은 숙희가 하는 일만 제외하면 남편과 숙희는 잘 맞는 관계로 설정했다며 주인공은 오히려 무당끼가 있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관객이 극중 윤 교수가 쓰러지는 장면은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라는 그림을 보고 참고했나는 물음에 양 감독은 역시 아니다며 그 인물에게 전개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인 장면을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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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명
  • 2014.05.07 23:02

묵념으로 막 오른 전주영화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1일 오후 7시 한국소리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제2의 도약을 기약했지만 레드카펫과 각종 행사를 없앴다. 참석자들은 모악당 내부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축하 인사를 갈음했고 희생자를 추모했다.기존에도 드물었던 스타는 애도 분위기에서 더욱 찾아볼 수 없었고 감독들이 눈에 먼저 띄었다. 개막작인 신촌좀비만화의 류승완한지승김태용 감독, 디지털 삼인삼색의 기요르기 폴피신연식박정범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 자격으로 이상일정지영 감독이 참석했다. 여기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허진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경쟁부문의 출품작을 연출한 감독과 출연진이 자리를 빛냈다. 전주영화제 김송일 조직위원장은 요즘 우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많은데 어찌해서 이러한 상황이 생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애도했다. 또 이번 영화제를 통해 우리 국민이 받았던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해서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되돌아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개막을 선언했다.개막식 사회는 영화배우 이병준, 조보아 씨가 맡았으며, 음악공연과 신촌좀비만화상영으로 마무리했다. 전주영화제는 영화의 거리 일대 극장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오는 10일까지 181편을 상영하며 치러진다. 국내외 저명한 영화인과 관객이 함께하는 자리와 6회를 맞는 전주프로젝트마켓(JPM)등도 마련된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프로그래머 인터뷰 "대안·독립영화 메카…올해 화두는 '변화'"

남자 셋이 뭉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국제영화제를 맡은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이상용 프로그래머에 이들과 평소 친분으로 엮인 장병원 프로그래머가 합류했다. 세 프로그래머는 올해 변화를 화두로 삼았다. 대안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프로그램 개편과 장편 영화의 확대 등으로 상영작을 구성했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세 남자는 지쳐보였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로 준비했던 크고 작은 축제성 행사를 포기하면서 고심을 거듭했다. 이들은 전주영화제가 독립영화의 화두를 던지고 화제가 되는 발원지로 자리매김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먼저 말문을 연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에는 대안독립영화의 메카로 다시 한번 출발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여기서 발굴하는 한국영화가 일반극장과 비평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던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를 예로 들었다. 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0개 가까운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에 박 감독이 주연까지 맡은 산다에 기대를 걸었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산다의 경우 유수의 영화제에서 벌써부터 출품을 권유한다고 들은 만큼 예년에 비해 삼인삼색의 확장성이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올 전주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대안독립영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동안 정체성이 영화제 전면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평가다며 장편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삼인삼색처럼 프로그램 개편과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며 김 수석 프로그래머와 함께 머리털이 더 빠지고 있다는 이상용 프로그래머도 트레일러도 이전보다 감각적으로 바꾸려 했고 홈페이지도 새로운 형식으로 정비하는 등 전반적인 디자인 개선에도 신경을 썼다고 보탰다. 변화를 강조했던 이 프로그래머와 장 프로그래머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밍과 일부 기획운영까지 담당하는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나머지 두 명과의 우정도 과시했다.그는 보통은 친해도 직업상 일을 같이 하면 떨어지기 쉬운데 두 사람은 오랜 인연과 함께 업무상 보완적 관계로 호흡이 잘 맞는다며 한편으로는 어려운 짐을 떠맡겨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귀띔했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이모저모] 세월호 희생자 기리며 노란 리본 가슴에 달고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간소한 가운데 슬픔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무대였다. 형형색색 몸매를 드러낸 드레스가 아닌 노란 리본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의 감독과 배우, 경쟁 부문 심사위원 등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말에 이어 음악 공연과 개막작 상영으로 마무리했다.△레드카펫 대신 검은 배지1일 오후 한국소리의전당 모악당 로비에는 레드카펫 대신 검은 배지가 놓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를 담아 개막식을 찾은 시민과 국내외 초청 인사에게 배지를 배포했다. 개막식을 시작 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1분간 묵념을 했다. 참석자들도 장식을 절제한 검은 정장과 드레스에 노란 리본 또는 검은 배지를 달아 애도의 뜻을 함께 했다. 상당수 해외 손님들도 검은 옷으로 조의를 표했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전주영화제를 찾은 배우 예지원 씨와 초청 배우인 김유석 씨도 이날 노란 리본을 달고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배우 이병준, 조보아 씨도 검은 턱시도와 무릎 길이의 검정 드레스에 노란 리본을 달고 사회를 진행했다.개막작 신촌좀비만화의 한지승 감독은 무대 인사에서 영화를 즐겨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영화로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석만 집행위원장도 슬픔도 위로가 된다는 말을 새기고 준비했다며 영화에는 소통과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통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 정중하게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례 없는 무대 입장이날 최대의 행사는 초청 인사의 입장이었다. 모악당 무대 전면을 가득 메운 화면으로 행사장 문에 들어오는 게스트를 영상으로 비춰며 호명했다. 이들은 무대의 왼편에서 등장해 5초 내외의 인사와 촬영 시간을 보낸 뒤 좌석에 착석하는 형식으로 등장했다. 이는 약 80명의 게스트를 초청한 전주국제영화제 내부에서 짜낸 방안이었다. 전주를 찾은 손님을 알리는 형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의 감독 안야 마쿼트 씨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다른 국제경쟁에 출품한 감독과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 등이 입장했다. 국내 초청 인사들은 팀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경쟁의 레디 액션 청춘, 미셩년, 그댄 나의 뱀파이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등 2~7명이 함께 오르며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배우는 신촌좀비만화 가운데 피크닉의 주인공 김수안 양(8)이었다. 김태용 감독의 손을 잡고 들어선 김 양은 긴장한 듯 천진난만한 인사말과 배꼽인사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태용 감독은 이날 영화를 소개하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를 만난 게 행운이다며 김 양을 칭찬을 했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프로그래머 추천 작품들] 파격·실험적…영상미학·세밀한 연출력 돋보여

세 프로그래머는 관객을 향해 전주국제영화제스러운 작품을 추천했다. 이들은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영상미학과 세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6편을 소개했다. △숙희의 파격, 논쟁의 타격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한국경쟁 부문의 숙희(감독 양지은)와 몽키즈(감독 정병식)를 추천했다. 숙희는 영화에서 기적의 치료를 행한다고 알려진 간병인이다. 그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철학 교수 윤을 돌보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숙희는 성적 억압이 있는 환자를 낮에는 애처럼 다루지만 밤에는 성적인 자극을 가한다. 이 영화는 대학생 학부모인 51세 양지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주부로 영화계를 떠나 시나리오 작업을 지속하다 올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모성과 성(섹슈앨러티, sexuality)을 결합시킨 도전적인 이야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강렬한 연출과 파격적인 소재로 논쟁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다며 주연을 맡은 배우 채민서의 열연과 매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이어 추천한 영화는 형제의 힘을 보여준 몽키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이 주인공으로, 웹툰 작가인 그의 형 정병식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청춘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내일의 희망도 없고, 연애를 해도 진전이 없는 출구 없음의 클리셰(Cliche,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에 거리를 준 풍자극이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청춘의 무력함과 함께 이들의 속물적인 모습을 블랙코미디화한 여유가 신선하고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는 소감을 말했다. △카메라로 쓴 역사책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월드시네마 스케이프 마스터즈 섹션의 타오르는 불씨(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를 카메라로 쓴 가장 모범적인 역사책이라 극찬했다. 이 영화는 미국 드라마 전문 방송사 HBO의 TV시리즈 극장판이다.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짓밟힌 과정을 촘촘히 그린 214분의 대작이다. 1969년 체코 수도인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당시 프라하대 철학부 학생 얀 팔라흐는 21세이 나이로 소련군의 침공에 반대하며 분신한다. 그의 희생은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돼 역사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폴란드 출신인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모국과 영화 공부를 했던 체코의 역사를 자신의 스타일로 조망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체코와 폴란드 유명 배우가 대거 등장하며 역사적인 서사를 구현했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대하드라마라서 전주영화제가 아니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작품이다며 광풍이 몰아치는 사회를 배경으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정치인과 시민의 입장이 뒤엉키며 프라하의 봄의 세밀한 진행 과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국제경쟁의 우물(감독 미카엘 로웨)을 함께 추천했다. 이 작품은 멕시코 중산층 가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8살의 시선으로 담은 영화다. 새아버지를 맞아야 하는 소녀는 새로운 가족을 거부하며 버려진 우물에 빠져든다. 이 프로그래머는 아동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정형화될 수 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가 8살짜리의 마음에 온전하게 들어간다면서 대사는 많지 않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시적이고 아름답다고 풀이했다.△밀도 있는 연출력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와 이전부터 인연을 맺은 해외 감독의 작품을 추천했다. 대안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의 연속선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영화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투 킬 어 맨 (감독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엔드라스)이다.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섹션에 속해 있다. 칠레의 유순한 가장 호르헤는 아들과 딸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동네 폭력배의 습격을 받자 행동에 나선다. 막다른 골목으로 밀린 그가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분투기를 펼친다. 하지만 갱단이 주인공의 집을 핍박하는 이유는 나타나지 않는다. 장 프로그래머는 가장의 심경에 공감이 간다면서 매우 부조리한 상황에서 가장의 복수극을 시적으로 보여주고, 영화의 형식이나 밀도가 좋아서 미학적으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두 번째 영화는 신인시절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됐고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지난해 작품 조 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주연으로 올 전주영화제의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마스터즈섹션에 묶였다. 특히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분에 포함된 작품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했다. 래리 브라운의 소설 유어 하이니스가 원작이다. 주인공 조는 나무에 독을 투입해 죽이는 벌목 관리인으로 폭력과 약물 등에 찌들어 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에 놓인 개리를 만나 교감을 나누고 수호 천사가 된다. 장 프로그래머는 줄거리는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연상케 한다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인물 묘사가 출중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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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삼인삼색 작품들] 고통스러운 현실 속 삶의 방향 모색

단편에서 장편으로 바꿔 첫 선을 보이는 올해는 디지털 삼인삼색에는 헝가리 감독 기요르기 폴피의 자유 낙하와 신연식 감독의 조류 인간, 박정범 감독의 산다가 관객과 대면한다. 이 세 감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해했다. △기요르기 폴피 감독의 자유 낙하안개가 자욱한 1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7충 아파트 옥상. 시내를 내려다 본 한 노파는 훌쩍 뛰어내린다. 그의 몸은 굉음을 내며 지면에 충돌한다. 잠시 뒤 노파의 몸은 움직인다. 뒤틀린 사지를 끼워맞추고는 다시 사력을 다해 아파트 꼭대기에 오른다. 그가 낙하하기 위해 다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각 층마다 예측불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폴피 감독은 SF, 호러, 멜로, 시트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정상성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그는 지난 2002년 첫 장편영화 허클로 데뷔했다. 이어 택시더미아로 시카고국제영화제의 실버 휴고상을 받고, 파이널 컷: 신사, 숙녀 여러분이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서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자유낙하를 통해 노파가 펼쳐 보이는 6개의 삶의 이미지를 구성했다. 그의 전작처럼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상징, 유머 등 독특한 형식의 판타지 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전주영화제가 기획제안하고 헝가리 정부의 현물과 세제 지원, 해외 투자사가 참여해 제작했다.△박정범 감독의 산다 박정범 감독은 2010년 첫 장편영화 무산일기가 70여개 영화제에서 초청수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숏!숏!숏 2012의 일주일로 전주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한 형제를 통해 삶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았다. 주인공인 정철은 30대 초반으로 악조건의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때때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누나와 조카, 그를 좋아하는 진영이 있다. 희망도 없이 점점 마모되던 정철은 형을 찾아 나선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헤어진 형을 만나지만 남루하기는 마찬가지. 어느 날 형은 거액을 물어줄 상황에 처하고 삶을 정리하려 한다. 형의 선택을 우연히 알게 된 정철은 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도둑질을 한다.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참여하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 기금과 설국열차감시자들 투자사의 부분 투자 등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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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디지털 삼인삼색] 첫 장편 참여 신연식 감독 "사람간 생기는 갈등 이유인 개인 정체성 차이 표현했죠"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선보인 디지털 삼인삼색이 장편으로 전환해 헝가리와 국내 감독의 신작 3편을 내놓는다. 영화제는 매년 한국감독 1~2명을 할당하고 영화의 규모와 성격에 맞는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통단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시장에서 영화제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복심이다. 올해는 기요르기 폴피와 신연식박정범 감독이다.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조류 인간을 선보이는 신연식 감독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감독은 문학적인 언어와 연출을 장기로 한다. 그는 지난해 러시안 소설과 배우는 배우다를 연이어 개봉하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는 유연한 행보를 보였다. 올 전주영화제에는 사라진 아내를 찾는 한 소설가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참여했다. 조류인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인다는 해석이다. 신 감독은 전작 러시안 소설에서 언급한 작품의 제목을 바로 영화화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이어가 앞으로도 문학과 연극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조류 인간은 디지털 삼인삼색용으로 준비한 작품은 아니었다. 전작인 러시안 소설에서 따로 이야기할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디지털 삼인삼색이나 숏!숏!숏! 같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마음은 언제나 있었다. 때마침 15주년 기념으로 디지털 삼인삼색이 장편화됐다. 준비 중이었던 조류 인간프로젝트와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조류 인간은 변신과 구원이라는 열쇳말로 소개됐다. 아내의 상실로 영화가 시작하는데 무엇에 대한, 어떤 물음에 대한 영화인가.우리는 같은 시대에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많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종류의 갈등은 결국 각 개인의 정체성의 차이에서 생긴다는 생각으로 조류인간을 얘기하게 됐다.-영화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나.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전작인 러시안 소설의 주인공인 작가 강신효가 썼다면 이러한 스타일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으로 썼다.-전작 이준 주연의배우는 배우다와 색깔이 다르다. 소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드는 비결은 무엇인가.독립영화로는 사실 생계가 되지 않는다. 독립영화의 시장성이 확보된다면 다른 행보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야기에 따라 예산 규모와 제작방식을 정하는 것이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로 구분을 하며 작업하는 것을 특별히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 -피아노 레슨러시안 소설페어러브 등 연출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주제는.영화 속 인물들이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는 순간을 담았다.-그동안 자신의 작품마다 카메오 출연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장면에서 찾을 수 있나.단역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배우들에게 부탁하기 미안한, 대사만 많고 영양가 없는 역할을 한다. 사실 매번 안 하려고 하다가 하게 된다. 조류 인간에서는 출판사 직원과 운전수와 사냥꾼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말 나오기 싫었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5.02 23:02

[JIFF 국제경쟁] 신인감독 개성 넘치는 작품들…인간의 다층적 감정 속으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에 포함된 10편의 영화는 저마다의 개성과 목소리를 선보인다. 이는 제3자의 색깔에 쉽게 묻혀버리지 않으면서도 적대적이지 않은 개성이다. 언뜻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의 논리구조를 연상시키는, 품어 안는 개성의 아우라와 밀어내는 개성의 옴나위의 적절한 농도 조절로 안내한다. 특히 올해는 신진 감독들의 과단성 있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 10편 가운데 중남이 영화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호텔 누에바 이슬라와 까사 그란데, 공포의 역사, 우물은 쿠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사회문화적 붕괴의 징후를 보여준다. 국제경쟁에서는 내 현실로만 소통하려는 에고이스트와 네 현실과도 소통하려는 리얼리스트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다층적 감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경탄=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죽음의 해안과 이레네 구띠에레스하비에르 라브라도르 감독의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풍광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시적 다큐멘터리다. 죽음의 해안은 성난 폭풍으로 악명이 높은 갈리시아 북서쪽 해안을 배경으로 그곳 주민들과 경이로운 자연을 녹여냈고,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지금은 폐허가 돼 버린 호텔 누에바 이슬라의 영화(榮華)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호르헤를 통해 무가치해 보이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욕망= 철학자 강신주 씨의 말을 빌리자면 욕망은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다. 푸른 물결의 감독은 자신의 젊음과 불확실한 미래에 놓여 있는 다층적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여고생 드니스에 주목했다. 그 또래에서 흔히 벌어지는 친구와 교사에 대한 동경, 대학 진학에 관한 호기심 등이 풀어지면서 드니스의 충만한 젊음이 성장으로 연결된다. △불안= 안야 마쿼트 감독의 통제할 수 없는에서 섹스 대리인으로 일하는 로나는 섹스가 사랑으로 발전되려 하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감독의 미니멀한 밀실공포증적인 미장센 기법은 과거가 불행했던 자의 숙명과 같은 두려움을 형상화한다. 펠리페 바르보사 감독의 까사 그란데는 주인공 장이 바라보는 브라질 사회의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계급언어인종문제에 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대저택이라는 의미를 지닌 까사 그란데는 사탕농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브라질의 과거의 현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공포=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공포의 역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변두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증오와 불신, 폭력을 통해 현대인들의 밑도 끝도 없는 공포가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묻는 사회학적 스릴러다. 남의 속을 박박 긁는 독설만큼이나, 사운드의 활용이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들 것이다. △분노= 에티오피아 출신의 제레자네이 버헤인 머하리 감독의 디프렛은 결혼을 위해 어린 소녀를 납치하는 전통에 대한 반기를 드는 영화다. 소녀 히루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한 남자를 살해하고, 변호사 메아자가 소녀를 규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왜곡된 남성주의가 빚어낸 전근대적 전통과의 대결. △절망= 미카엘 로웨 감독의 우물은 8살 소녀를 응시한다. 새아버지를 거부하며 급기야 버려진 우물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멕시코 중산층 가정의 불안을 드러낸다. 늦깎이 감독 호리구치 마사키의 가녀린 희망은 주인공 카즈야의 시선을 따라간다. 양부모의 친자식이 태어나자 자신의 처지가 어정쩡하게 된 카즈야는 생부 찾기에 나선다. 불확실해서 더 절절하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4.05.02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