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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만화뉴스] 본격 2017년 새해 소감 만화

#표지.본격 2017년 새해 소감 만화#1.안녕하세요, 전북일보 디지털뉴스국 K 기자입니다.#2.오늘은 새해를 맞아서 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해요.#3.12월 31일, 2016년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여느 주말처럼 촛불집회 현장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풍남문 광장으로 나갔죠.#4.유명한 사람이 와서 그런지 술렁술렁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별 탈 없이 취재를 마치고 SNS에도 소식을 전했습니다.#5.저녁을 먹고 디지털뉴스국의 L 기자와 함께 2016년 전주시 제야 축제 모습을 담으러 다시 나왔습니다. L 기자는 라이브 촬영을, 저는 클립 촬영을 했죠.#6.10987654321 해가 바뀌고, 종이 울리고,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7.까만 밤하늘에 펑펑 터지는 불꽃은 아름답고 황홀했습니다.#8.그리고 출근할 때 20대였던 저는 퇴근할 때 30대가 되어 있었죠.#9.20대의 저는 때로는 무모했지만 또 때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고, 때로는 생각이 너무 길어 일을 그르친 반면 또 때로는 우물에서 숭늉 찾듯 조급했습니다.#10.시간의 흐름만으로 저절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믿어요. 30대의 전 조금은 더 지혜로워지고 조금은 더 유능해졌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제게 달렸죠.#11.이제 햇수로 출범 두 번째 해를 맞은 전북일보 디지털뉴스국도 그러할 것입니다.#12.2017년 정유년, 여러분의 새해맞이는 어떤가요? 여러분의 목표는 어떤가요?#13.여러분의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기획 신재용, 구성 권혁일, 그림 이권중

  • 기획
  • 전북일보
  • 2017.01.05 23:02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 "오늘은 남은 삶 중 가장 젊은 날…못 할 게 없다"

야이~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외치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이는 물론 과거 경력에 상관없이 사회 현장을 누비는 철 잊은(?) 청춘들이 적지 않다.전주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인구 187만 명중 17.8%가 65세 이상으로 조사됐다. 전북의 고령 인구 비율은 2013년 16.7%, 2014년 17.2%, 2015년 17.8%로 최근 3년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장년층 직장인들은 50대 후반이나 60세에 은퇴하고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아직 대비책을 세우지 못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막상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의 종류와 보수, 근로조건 등이 은퇴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은퇴와 함께 자존심은 물론 과거를 다 떨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보다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제2막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전북일보가 들여다봤다.■ 67세 박용곤씨, 경비원 생활서 행복 찾는 코카콜라맨박용곤 씨(67)는 지난해 11월 완주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의 경비원직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지금까지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연로하신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진안군 백운면 출신인 박 씨는 원래 코카콜라맨이었다. 지난 1973년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 전주공장에 입사했다. 당시 전주시 팔복동에 있던 공장에서 품질관리직으로 20년 넘게 근무했지만 광주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형제자매가 4남 3녀인데, 모두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요. 광주로 회사를 옮기면 진안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돌볼 수가 없어 그만뒀습니다.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효심이 박 씨의 인생 2막을 열어줬다.지인의 제안으로 택시업계에 발을 들인 뒤에는 만취한 손님으로 부터 험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여고생 승객들의 품격에 감동해 교장에게 학생들이 참 바르다며 손편지를 써보내 자신의 이름이 학교에 알려지는 일도 있었다.택시 기사를 막 대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아 10년 정도 하다 그만뒀다는 그는 한식당과 노래방 운영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잘못된 선택으로 그의 인생에 최대 고비가 왔다. 노래방 영업을 할 당시 손님에게 술을 팔다 신고돼 영업정지 1개월과 벌금 100만 원을 부과받은 뒤 자영업을 포기했고, 무기력에 빠졌다.이후 지역노인일자리센터를 찾았죠.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의 직장을 소개받았습니다.어렵게 재기의 기회를 열어준 직장에서도 박 씨의 노력은 계속됐다.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곳이라 쇳가루가 많이 날리다 보니 사원들이 인상을 자주 쓰더라고요. 어두운 표정으로 어두운 직장 분위기가 염려돼 아들 같은 사원들에게 출퇴근 시간 직접 다가가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어요라고 매일 인사해요.격일로 근무하는 박 씨는 주말마다 아흔을 넘긴 어머니를 찾는다. 누구에게는 인생 2막이라는 경비직이 가벼운 일자리로 보일 수 있지만 박 씨는 새로운 일에 적응해가며 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그는 언젠가 경비원을 그만두면 진안으로 내려가 어머님을 모시고 귀농귀촌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흔히 주변에서 내 나이가 10년만 젊었어도 못할 일이 없었을텐데라는 말을 하는데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이 제일 좋을 때 아닌가요?행복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박 씨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64세 강세규씨, 공무원에서 노인 취업 팀장으로노인분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는 자신감과 건강을 가져다 줍니다.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만난 강세규 씨(64)는 혈색 좋은 얼굴에 누가 봐도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얼굴 가득한 환한 미소는 덤이다.남들보다는 다소 늦은 31세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강 씨는 2014년 12월 퇴직할 때까지 전주시청과 완산구청, 조촌동, 팔복동, 송천1동, 동산동 주민센터까지 전주시 곳곳을 두루 거쳤다. 주로 세무 업무와 노인 관련 업무, 어린이집 관련 보육 업무 등을 맡았다.퇴직이 다가오자 강 씨는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퇴직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퇴직 전 5년 동안 보육 업무를 맡은 경험을 살려 이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론공부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강의를 하고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다.퇴직 이후를 고민하다 2012년부터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보육 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강의를 해보자고 생각했다는 그는 하지만 막상 오랜 시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되더라며 진로를 변경한 상황을 설명했다.강 씨에게 그때 떠오른 것이 노인 관련 업무다.나도 곧 노인이 될 테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노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업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일자리를 찾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보람도 느끼고 싶었죠.한평생 공무원 업무를 하며 얻은 경험과 그때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큰 도움이 됐다.처음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 채용 공고를 봤을 때 이 일이다! 싶었습니다. 공고문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노인 관련 업무를 한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이 있더라고요.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거죠.지금 일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강 씨는 공직 생활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처음에는 내 일자리 하나 얻어서 좋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곳에서 어려운 노인분들께 일자리를 소개하고, 또 취업에 성공하도록 도와주면서 정말 큰 보람을 얻었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행복한 사람 아닐까요.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강 씨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노년에 접어든 사람은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55세 김미현씨, 농진청 연구원 접고 의류 수거업체 취직많은 분들이 새로운 일에 부딪쳐 보기 전에 주변 환경이나 이목 등을 너무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실 필요가 없지 않은가요?전주시 전미동 재활용의류 수출업체인 (유)우리산업에서 근무하는 김미현 씨(55)는 의류 수거 도중 속눈썹에 하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전주시 여성인력개발센터 소개로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김 씨는 하루 종일 서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먼지가 가득한 옷가지들을 분류한다. 이 옷들 중 쓸만한 것들은 동남아 등지로 수출된다.김 씨는 현재 인생의 2막을 넘어 3막, 4막 째를 살고 있다.경기도 수원 출신으로 198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 2학년 때 현재 삼성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1남 1녀를 뒀다.결혼하면서 미술학도의 길을 접은 김 씨는 대신 신한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이 됐지만 IMF가 터지면서 불어닥친 정리해고 바람속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후 다시 수원시 권선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사회복지 업무를 맡았지만 건강이 썩 좋지 않아 힘든 사회복지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8년 만에 일을 그만 뒀다.그의 세 번째 직장은 농촌진흥청으로 연구원을 돕는 예비연구원이 돼 연구를 보조했다.은행원에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으로, 또다시 농진청 보조연구원으로 남들은 쉽게 얻기 힘든 자리를 김 씨가 연이어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대령 전역) 덕분에 국가유공자 자녀가 됐기 때문이었다.남편이 다니던 삼성그룹에서 퇴직하고 농진청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두 사람은 고심 끝에 지난 2014년 전북으로 이사하기로 뜻을 모았고 남편의 고향인 완주 소양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북혁신도시까지 출퇴근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계약기간 만료도 다가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농진청을 떠났다.부부의 연금으로도 충분히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집에 틀어박혀있기 보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전주시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았고, 센터에서 제안한 재활용의류 수거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보수는 농촌진흥청 근무 때 보다 턱없이 적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마냥 기쁜 김 씨다.김 씨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일을 한다는 것이 기뻤어요. 4대 보험도 다 되고 공휴일에는 쉬고, 안정된 직장이지요라며 조금 더 여유가 된다면 대학교 때 하다 만 천연염색 등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 기획
  • 전북일보
  • 2017.01.05 23:02

마을공동체를 가꾸는 사람들 "머리 맞대고 마음 모아 더불어 잘 사는 법 찾아요"

농업중심의 산업구조와 뚜렷한 지역발전 동력을 선점하지 못한 전북은 수도권과 인근의 광역도시에 종속되면서 인구유출이 가속화됐다. 떠나는 전북은 공동체 붕괴로 이어졌다. 그러나 십여년 전부터 지역에서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마을만들기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회복운동. 농촌지역에서 시작된 이러한 활동은 도시로 확산되면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도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공동체활동을 벌이고 있는 완주지역의 활동가를 만났다. 농촌마을살리기 성공사례로 꼽히는 구이면 안덕마을의 임옥섭 사무장과 장애아동 특수교육단체를 이끌고 있는 최대희 이랑협동조합 전 대표, 이서면 에코르3단지아파트공동체 박창기대표. 이들은 자신의 생활터전에서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임옥섭 구이 안덕마을 사무장임옥섭 사무장이 마을사업에 뛰어든 것은 농촌마을 재생사업이 붐을 이룬 2000년대 중반이다. 고향인 구이면 안덕마을도 여느 마을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문제를 안고 있었다. 해법으로 찾은 것이 객지로 떠난 자녀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안덕마을은 지난 2007년 소풍 오고 싶은 마을만들기부터 시작했다. 농작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한증막 운영에 나섰다.마을사업에는 안덕리의 미치장파원안적신기 4개 마을 주민이 참여했다. 유일한 30대인 임씨가 마을 살림꾼으로 나섰다.이후 안덕마을은 웰빙식당, 마을한의원, 펜션, 전통문화체험관 등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마을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늘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7만 여명이 다녀갔다. 현재 안덕마을은 4개 마을 80%가 마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임 사무장은 주민들이 계속 일을 하는 것이 마을회사를 설립한 목적인데, 10여년 동안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렸으니 목적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체를 꾸리고, 내 일처럼 적극 참여한 것이 성공비결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74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12명이 마을회사를 꾸리며, 20여명이 프로그램 운영과 관리 등에 참여하고 있다.마을사업이 번창하면서 떠나지 않는 마을이 됐지만 찾아오는 마을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70대.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다보니 젊은 귀농인 유치와는 거리가 있다. 농지가 없는 산골마을이라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임 사무장은 안덕마을이 기로에 있다고 했다. 건강힐링체험마을로 특화됐지만, 마을에 사람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르신뿐 아니라 청장년이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최대희 이랑협동조합 전 대표최대희 이랑협동조합 전 대표가 완주에 자리잡은 것은 3년여전. 우석대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최 센터장은 충남에서 장애아동을 가르치다 친구들과 마음을 모아 완주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목적은 농촌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에게도 질 높은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친구인 채경석 김성일씨와 함께 이랑협동조합을 만들고, 출자금을 모아 봉동면에 이랑아동발달통합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청년들이 농촌에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을 설립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목받았지만 자리를 잡기까지는 순탄하지 않았다.최 센터장과 친구들은 센터를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농촌의 자연환경도 십분 활용했다. 심리언어인지미술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부모교육 등 가족지원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장애아동들의 편의를 위해 차량도 운행하고 있다.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완주뿐 아니라 전주에서도 센터를 찾는 아이들이 있다. 120여명의 아동이 센터를 이용하는데 학부모 사이에 인기가 좋다.최 센터장은 농촌 아동에게 도시보다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룬 것으로 자평했다. 프로그램 차별화가 경쟁력을 갖게 했고, 주변의 유사한 시설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센터를 운영하는 이랑협동조합은 소셜벤처 경연대회와 전북 협동조합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이름도 알렸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 장관표창도 받았다.최 센터장은 앞으로 센터에서 장애아동의 학령기 이후 과정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직업교육과 일자리개발 등을 연계해 장애아동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도 준비하고 있다. 또, 완주 같은 농촌지역에 센터를 건립해 장애아동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싶은 꿈도 함께 키우고 있다.△박창기 이서 에코르3단지공동체 대표박창기씨가 완주군민이 된 것은 불과 1년여전. 직장 이동에 따라 이서면 에코르3단지아파트에 입주하면서부터다.새로운 환경에서 가장 걱정된 것이 두 딸의 적응 여부. 박씨는 지난해 4월 아파트 주민공청회에서 자신이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볼 것을 제안했다. 꼼꼼하게 준비한 제안서에 주민들은 감동했고, 주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아파트공동체가 조직됐다. 열정이 큰 박씨가 대표로 추대됐다. 에코르3단지공동체 목표는 아이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재미있는 아파트 만들기다.박 대표는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들이 함께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따라서 공동체프로그램도 어린이교육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된다는 소식에 재능기부 하는 주민이 생겼고, 공동체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어린이는 80여명에 달한다.어린이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공동체 프로그램은 성인과 유아 대상으로 늘어났다. 또 아파트 단지 주민으로 시작된 공동체도 인근의 다른 아파트와 초등학교 학생까지 확장됐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친구까지 살피고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활동으로 본 것이다.에코르3단지공동체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아파트공동체 활동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유하며, 모든 경비는 다양한 형태로 기부받아 진행한다. 든든한 지원군인 아빠서포터즈가 구성됐고, 아이들이 직접 공동체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키즈운영위원회도 꾸려졌다.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한 체험활동과 할로윈크리스마스축제 등 어울림행사도 열었다. 박 대표는 아이들의 환경을 가꾸는 일로 공동체활동이 시작됐지만 좋은 이웃을 얻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 기획
  • 은수정
  • 2017.01.04 23:02

문화판을 바꾸는 사람들 "예술 자율·창의성 보장되는 대안적 문화행사 늘어야"

문화예술계의 동력은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예술인이 하는 역할을 매우 다양하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지 약 17년. 문화 현장 언저리서부터 이제는 중심까지 곳곳에 가지를 뻗어 열매를 맺고 있는 40대 문화예술인을 만나봤다. 자신만의 영역 구축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문화판을 변화시키는 사람들, 임승한(46) 공동창조공간 누에(nu-e) 단장과 정상현(45) 공연기획자, 최기우(45) 극작가다.2000년대 문화 판에 뛰어들다주 활동 장르는 다르지만 이들 사이엔 비슷한 점이 많다. 드러나지도 않고 드러내지도 않지만, 알고 보면 전북 지역 문화판의 크고 작은 일에 이들이 관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개인전, 공연, 집필 활동 등을 시작해 이제는 현장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계획할 때 먼저 상의 하는 사람들이 됐다.-세 분 모두 다양한 이력과 직함들을 갖고 계시는데요. 문화 판에 들어서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임승한=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술 작업을 하다가 2002년에는 당시 전주종이문화축제의 전시팀장, 사무국장 등을 했어요. 문화 기획을 접하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욕심을 냈고 관련 전공 박사과정까지 마쳤죠. 그 후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전주 공예품전시관 팀장, 전주부채문화관 실장 등을 거쳐 현재 완주의 공동창조공간 누에(nu-e)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정상현= 2002년부터 밴드 활동을 하면서 지역 밴드를 섭외해 공연하는 레드 제플린이라는 클럽을 운영했어요.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밴드들의 구심점이 됐죠. 그러다가 도내 인디밴드를 지역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자는 의견들이 모였고 2010년부터 전북대 구정문 등 공연할 수 있는 야외를 찾아다니며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어요. 이때의 경험들이 그 후 제가 기획한 행사 전주 인디 뮤직 페스티벌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 등의 토대가 됐습니다.△최기우=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현재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사)문화연구창 대표, 스토리텔링문화그룹 〈얘기보따리〉 대표,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사)전북민예총 정책위원장 등을 맡고 있지만 가장 앞서는 수식어는 극작가입니다. 등단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면서 역사와 인물, 이야기와 언어, 민중의 삶과 흥 등 전북 지역 콘텐츠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어요.40대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20년 가까이 돈도 명예도 갖기 힘든 작업들을 많이도 해왔다. 이게 예술인의 생활방식이라고 선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왔는데 어느덧 후배들을 줄줄이 단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본인의 활동을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최=언론사에서 근무하며 지역의 원형과 사람에 대해 관심 갖게 됐어요. 인문학도서 〈전북의 재발견〉 집필, 전북 관광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업과 올해 올린 전주문화재단 전주 이야기 자원화 사업 선정작 달릉개, 한옥상설공연 아매도 내 사랑아 웰컴투 중벵이골Ⅴ등도 지역의 이야기에요. 단, 어떤 작품을 파격적으로 각색한다고 해도 세밀한 원형 파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정=총 50여개 밴드가 2박 3일간 연달아 공연하는 메이드인전주뮤직페스티벌이나 다양한 장르 예술인들이 협업해 재미난 일들을 꾸민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가 아닐까요. 지역 밴드문화를 활성화시키고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 또한 예술인들이 주도해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임=다양한 예술 장르뿐 아니라 산업까지 축약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진행한 완주 공동창조공간 누에(nu-e)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습니다. 폐산업시설에 문화적 생기를 불어넣고, 시민 예술가 행정가들이 함께 개발한 복합 공연전시와 아카이브, 교육연구, 레지던시, 아이디어융합캠프 등을 진행했습니다.-40대. 집안의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질 나이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임=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40대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지역을 바라보며 해석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문화예술계의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익혀온 전통방식과 오늘날의 융복합 시스템을 잘 결합해 전북만의 지역성을 발견해야죠. 무엇보다 그동안의 판을 일궈온 중견원로 작가들과 새 시도를 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허리 역할을 수행해야하지 않을까요.△최= 동감합니다. 여전히 짱짱한 선배들과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도 여전히 머뭇거리는 후배들을 정교하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이 가장 중요하죠.△정= 문화판에서 40대의 나이면 어느 정도 기반은 갖춰진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후배들과 함께 할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끌어줘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50대가 돼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윗사람들이 관습에 얽매이면 판은 굳어요.자유로운 문화판 바라며- 지역 문화예술판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조언을 주신다면.△최=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돈 없어도 풍성하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예결산이란 단어가 익숙해지면서 돈 있어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생활에서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소고기 한 점 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저부터 민감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정=관주도 행사가 많아지면서 예술가들이 행정 시스템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예술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는 대안적 문화행사가 늘어나야 합니다. 장르별로는 규모와 인프라가 약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융합해 판을 확장해나가야 합니다.△임=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현재의 문화예술판은 매우 위축된 상황임에 틀림없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을 비롯한 문화 기관, 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앞서 나온 얘기지만 예술인들이 쉽지 않더라도 국가보조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생방안을 찾아가야겠죠.-올해 활동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임=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를 꿈꾸는 누에(nu-e)가 내년 하반기 정식 개관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기획자, 사용자가 공동으로 협업하고 만들어가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누에 프로그램 운영기획에 몰두할 계획입니다.△최=10여 년 전 희곡집과 창극집을 낸 후 작품이 많이 쌓였습니다. 올해는 이를 정리한 작품집을 낼 생각인데, 공연용 대본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희곡으로 바꾸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또한 그동안 단체 공식 행사 여느라 정신없었는데 올해는 선후배들과 흥성거리며 노는 판을 만들고 싶습니다.△정=앞서 강조했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대안적 행사들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올해는 이에 동참하는 1000명의 관객 또는 기부자들로부터 하루 100원씩 기부 받아 3650만원을 모아서 순수한 예술인 활동 공간을 만들 계획이에요. 공간들을 매년 유지하고 늘려나가 지역 문화판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 목표입니다.

  • 기획
  • 김보현
  • 2017.01.03 23:02

역사의 진보는 필부들의 몫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의 여파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또 정국은 대선과 개헌 논의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한 마디로 혼돈의 시대다.이에 노장사상을 바탕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현 상황을 풀어보는 인문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세상보기 기획을 마련했다. 기획은 월 1회 게재된다.중국에 명나라 말엽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활동한 고염무라는 사상가가 있다.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의 건립을 목도한 그는 『일지록』(日知錄)이라는 책에 세상사 흥망에 관한 글을 남기는데, 나중에 양계초(梁啓超)가 그것을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이라는 여덟 글자로 개괄하였다. 뜻인즉슨, 천하의 흥망은 필부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덟 글자에서는 흥하고 망하는 일을 한꺼번에 말하고 있지만, 개괄되기 이전의 전체 문장을 보면 주로 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염무는 나라가 망하는 것과 천하가 망하는 것을 구분하여 말한다. 그것을 우리 사정에 맞춰 이해하면 정권이 망하는 것과 나라가 망하는 것을 구분한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정권이 망하는 것은 그 정권을 맡았던 엘리트들의 책임이지만,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면 이는 보통 사람들 모두의 책임이다.정권이 망하는 것과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다르다. 정권은 나라 안에서 통치권만 장악하는 집단이므로, 그 정권이 흔들린다고 해서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다. 오히려 정권이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는 역동적인 생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다수의 필부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정권을 망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경우에는 분명히 그 정권을 지탱하던 정치 엘리트들만 책임지고 물러난다. 그러나 나라가 흔들리는 일은 심각하다. 고염무도 글에서 말했듯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그 나라를 받치고 있던 공통의 가치관이나 법질서가 믿음을 상실하고 흔들리는 일이다. 구성원 일부가 동요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구성원 전체가 중심을 잡기 어려워하며 비틀거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는 바로 구성원 전체가 동요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치관이나 법질서가 중심을 잃었다는 점에서 나라가 흔들리는 정도의 큰일이다.나라가 흔들리는 경우를 당하여 분노한 필부들은 촛불을 든 채 광장으로 모여든다. 그 분노는 썩은 최고 권부를 향해 있다. 썩어빠진 권부를 향해 정의의 분노를 발산하는 필부들에게 당신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라고 고염무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로운 이 필부들에게는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필부들이 기득권 상층부의 부패로 흔들리는 나라의 운명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니 황당하지 않겠는가. 부패하고 무능한 기득권층을 어떻게든 잘라버리고, 당장 위로를 받아도 시원찮은데 말이다.여기서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히 앉는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기억해본다. 정치는 그 사회의 얼굴이다. 정치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듣기 싫어도 이것은 사실이다. 청와대에서 박근혜-최순실이 벌였던 한심한 일들이 규모나 깊이는 다를지 몰라도 필부들의 세상에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필부들까지 내려오지 않더라도 지금 정치적 공격권을 가지고 있는 야당에서는 이런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장담하기 어렵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핵심은 국민이 마련해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권위를 주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국가 시스템을 임의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국기(國紀)를 문란하게 한 것이다. 핵심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적인 관계로 공적인 구조를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내내 당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어 왔다.그래서 항상 사당화(私黨化)라는 비판을 주고받는 것이다. 당의 공적 의사 결정이 왕왕 대표자 주위의 몇몇 사적인 인사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권력을 사적인 맥락에서 운용한 것으로 호된 홍역을 치르곤 했다.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는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었다.그보다 더 밑으로 내려와 보자.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성적 조작과 같은 일들이 이화여대 외에는 정말 없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광주의 S 여고에서는 수시를 통한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특정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임의로 수정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른 학생들이 받지 못한 면접 관련 도움을 특정 학생은 여러 번 받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일이 그 학교에서만 일어났겠는가. 부산의 K 방송국에서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루아침에 임기가 아직 많이 남은 사장을 전격 교체해버리고, 전 사장이 했던 사업들을 모두 축소하거나 취소해버렸다. 정책의 일관성보다도 소유자의 입맛대로 하루아침에 사람을 교체해버리는 일은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문체부 국장이 대통령 맘에 들지 않는다고 졸지에 쫓겨나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 방송국 소유주하고 박근혜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신분의 높낮이 외에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일이 그 방송국에서만 일어났겠는가.고염무가 볼 때, 나라 자체가 흔들리는 일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이미 조성되어 있는 나라 전체의 문화에 이유가 있다. 정치적인 개별 사건에 의해서는 겨우 정권이 바뀔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 나라의 틀을 흔들 정도라면 이는 이미 전체적인 문화적 행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화 구조에는 모든 필부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의 유형이 사회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고, 오직 청와대에서만 벌어진 사건이었다면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문제가 엄중한 이유는 필부들이 살고 있는 사회 도처 어디서나 이런 유형의 일들이 언제나 목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염무는 나라가 흔들리는 일에 대해서 필부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럼 분노에 빠진 이 필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답한 일이다.『장자』의 「인간세」편 첫 대목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 안회가 스승인 공자를 찾아와 국권을 남용하며 난폭한 정치를 하는 독재자 때문에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 위(衛) 나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러자 공자가 말한다.너는 거기에 가 봤자 처벌이나 받고 말겠다. 원래 그런 일을 할 정도의 훌륭한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먼저 도(道)를 갖추고 나서 남도 갖추게 한다. 너는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을 갖추지 못하여 아직 불안정한데, 어찌 가능하겠느냐? 그러자 안회는 자신이 그 일을 하려고 얼마나 높은 경지까지 수양을 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 하며 스승을 설득하려 애쓴다. 그러자 스승이 한 마디 한다.그래가지고 어떻게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 있겠느냐? 너는 아직도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 안회는 갈수록 더 이해가 안 되었다. 결국 자신은 도저히 어찌해야 가능한지를 알 수 없으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스승이 말한다. 심재(心齋)하라! 이 말을 그대로 풀면 마음을 재계하라는 뜻이다. 자기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 말고, 보루도 쌓지 말며, 오직 자신 본바탕의 음성을 듣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라는 말이다.스승은 심재의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통일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하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듣도록 하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밖에서 들어 온 것에 맞추어 깨달을 뿐이지만, 기란 공허하여 무엇이나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참된 도는 오직 공허한 상태에서만 모인다. 이 공허의 상태가 바로 심재이다. 귀로 듣는 일, 마음으로 듣는 일 등에는 아직 제한적인 자기 관점이 강하게 적용되는 단계이다. 기(氣)의 단계는 아직 이념이나 가치가 개입되기 이전으로서 세계의 가장 원초적 상태이다. 어떤 가치나 관념이 자리 잡기 이전 혹은 자기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은 단계이다. 이 단계에 도달해야만 순수 절정으로서의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어 감화력을 갖는다.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이 하는 정의로운 활동은 대개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또 다른 정의로운 사람과의 충돌일 뿐이다. 그러니 충돌만 존재하고 감화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충돌에서 설령 이기더라도 정치적 승리로 그치고 만다. 정치적 승패는 상황을 같은 층위에서 반복하거나 뱅뱅 돌게 만든다. 승패의 교환만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자체는 발전하지 않고 순환만 한다. 심재하여 자신 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게 되어 감화력이 발동하면 우리는 정치적 승리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승리로 나아갈 수 있다. 필부 한 사람 한 사람이 심재하여 달라진다면, 필부들의 삶 자체에 진보적 방향성을 심어줄 수 있는데, 필부들의 삶이 이루는 구조와 방향성을 우리는 문화라고 하지 않는가.필부들이 삶을 꾸리는 일상의 현장에서 작은 박근혜-최순실들이 사라져야, 청와대의 박근혜-최순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태의 박근혜-최순실이 또 등장할 수밖에 없다. 필부들이 채우는 삶의 현장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이고, 한 나라는 그 문화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답은 필부들이 활동하는 일상의 공간에 있다. 일상의 정의가 나라의 정의를 결정하는 것이다.필부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화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 문화를 구성하는 필부가 심재하는 것은 또 폐쇄적인 생각에 갇히지 않게 된다는 것과 같다. 심재한 필부는 폐쇄적 생각을 벗어났기 때문에 다른 폐쇄적 생각과 싸움을 벌이는 대신에 개방된 태도로 시대의 흐름과 접촉할 수 있다. 비로소 우리는 과거와 벌이는 투쟁을 통해 시대의식을 포착하여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근혜 국정농단과 같은 퇴행적 사건과 투쟁하면서 잘못하면 덩달아 퇴행할 수 있다. 필부들의 각성이 특히 필요하다. 우리는 어쨌든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최진석 교수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건명원 인문학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강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 석사, 베이징대학교 대학원 도가철학 박사 학위과정을 받았다. 저서 나는 누구인가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등을 펴냈다.△송필용 화백은 전남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서울 학고재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에서 20회 개인전을 열었다. 1996년 제2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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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2 23:02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① 서쪽에서 맞이하는 전북의 해맞이

전북은 곳곳마다 지역 역사와 문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이야기의 보물창고이다. 역사, 문화, 문학, 자연, 그리고 우리고장 사람들 등 그 안에 있는 사연을 담아 시기별로 소개한다. 사연있는 우리 지역이야기를 자산으로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 해가 떠오를 때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후략)” - 안도현 ‘저 해가 떠오를 때’ 중에서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이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 한 해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마저 뒤흔드는 국정 혼란으로 국민 모두가 상처받은 해였다. 그 상처는 이리저리 헤집어져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안도현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새해의 첫 번째 해가 이 세상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모든 것이 치유되고 새롭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어본다. 우리들은 오래 전부터 영년(迎年) 행위로 해가 뜨는 것을 구경하는 해맞이를 해왔다. 매년 1월 1일 새로운 해(年)를 맞이하러 해 뜨는 동쪽으로 향하는 것은 한 해의 첫 날 바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힘찬 태양을 바라보며 일상과는 다른 저마다의 마음가짐이나 따뜻한 시구 한 구절처럼 특별한 감상을 가지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우리는 뜨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쪽 방향을 향하고, 지는 해를 보기 위해서는 서쪽을 향하는 것에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동해에서 맞이하는 것만 장관인 것은 아니다. 우리 전북에는 멋진 해맞이 명소들이 많이 있다. 서해의 여러 섬에서나 독특한 지형으로 동쪽을 향해 바다를 인접하고 있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산이나 강가에서 해를 맞이하는 것 또한 각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부안 변산반도 채석강은 해맞이에 앞서 해넘이를 보기에 제격인 곳이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풍류를 즐기던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 지어진 채석강을 우산처럼 받치고 있는 작은 산 닭이봉에는 그만의 이야기도 있다. 옛날 산 아래의 격포 마을이 지네 형국으로 이루어져 마을에 재앙이 끊이지 않자, 지네와 닭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아낸 마을 사람들이 닭과 함께 지네를 제압할 족제비상을 반대편 봉우리에 세워 이 봉우리에 마주 보게 하였더니 마을에 재앙이 물러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닭이봉 정상에는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는 형상의 나무가 있는데, 오랜 세월 함께 하며 뿌리와 줄기가 합쳐진 나무로 사랑나무라고도 불린다. 사랑나무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사랑의 소원이 성취되고 마음 속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해넘이와 해맞이를 함께하며 새해 소원을 품어보기에도 좋다. 전북의 유명한 해맞이 장소로 새만금방조제도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길게 이어진 새만금방조제와 비응항에서 붉은 해가 고개를 내미는 바다를 배경으로 신시도를 비롯한 주변 섬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결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비경이다. 동진강하류로 이어지는 방조제 끝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 계화도의 일출은, 뚝방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밖에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배경이 된 곳으로 ‘먼저 해를 맞이하는 동네’란 뜻을 지닌 군산 ‘선양동(先陽洞)’의 해돋이 공원도 탁류길 해돋이 문화제와 더불어 전북의 우수 해맞이 장소로 손꼽이는 곳이다. 또한, 덕유산과 백운산처럼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산이나 임실 옥정호 옆 국사봉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일출 명소이다. 어스름히 보이는 진안 마이산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면서 옥정호 안개가 걷히면 호수 내 붕어섬이 모습을 드러내며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그 밖에 고창 장사산, 남원 덕음봉, 완주 모악산 대원사, 장수 신덕산 등이 있고, 전주 평화동 학산, 동완산동 완산칠봉, 군산 오봉산, 김제 망해사 등은 도심 인근에 위치한 산이어서 보다 손쉽게 정상에 올라 해맞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만경강가나 동진강 흐르는 강물위로 힘차게 올라오는 해를 보며 새해를 반기고 새 소망을 기원하기에 좋은 명소들이 전북 곳곳에 있다. 다만 올해는 아쉽게도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지역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저마다의 기대와 새해의 각오가 있기에 여전히 자발적으로 해맞이를 찾는 사람들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마음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유난히 길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맞이하는 새해인지라, 내년만큼은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지난 상처들에 위로받고 더없이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017년은 정유년, 곧 붉은 닭의 해이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마을에 행운을 가져다주었던 닭이봉의 전설처럼, 새해의 일출을 기다리며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가 우리에게 길하고 행복한 일들을 불러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바로 그 햇살 따라 온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우리 땅에서 희망을 품고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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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30 23:02

전북 비상시국회의 이세우 공동대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시민 힘으로 일궈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 비상시국회의’는 매주 도민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 4인 중 한 명인 이세우 목사(57)는 “이번 도민총궐기는 도민들이 함께 참여한 이 시대의 시민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시민의 힘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 목사는 이번 도민총궐기를 계기로 전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또 우리 사회의 청춘들이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큰 힘을 얻었다고 평했다. 이 목사를 만나 그동안의 비상시국회의 이야기와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비상시국회의가 주도한 도민총궐기대회가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이 협의체의 출범은 어떻게 계획했습니까.“기존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평가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비판적인 입장들을 내왔습니다. 국정교과서와 GMO, 위안부 합의 등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며 여러 단체도 함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석달 전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이 문제는 한 단체가 중심이 돼 대응하기에는 너무 중대하다고 판단, 도내 여러 단체와 협의한 결과 함께 힘을 합쳐 대응하자는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처음에는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였고 최근에는 70여 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도내 여러 단체가 결합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을텐데요.“도내에서도 기존에는 박근혜 정권이 정책적 잘못을 했을 뿐 근본적 잘못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정권 퇴진과 관련해서도 서로 입장이 달랐죠. 최순실 사건 이후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권 퇴진만이 답이라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후에도 퇴진 방식에 대해 이견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단체 대표들이 모여 단체의 크기와 영향력과 별개로 일방적 강요 없이 모든 단체가 동의할 때 행동하자고 마음이 모였고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자주 모이다 보니 어색함과 과거의 앙금이 사라지고 한 단계씩 나아가는 방향으로 간격이 좁혀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도민총궐기대회에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셨나요.“기존 집회들을 볼 때 이렇게 많은 도민이 나오실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전북지역 사회단체가 모두 모여 함께하는 집회는 처음이기 때문에 앞서 총궐기를 기획했던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집회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지금의 사태와 집회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만 독자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많은 시민이 모이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저는 중·고등학생과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집회를 관망하던 청년들이 중·고등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시민에게 외면받던 언론 매체들이 이러한 상황을 보도하면서 예상보다 더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계속 보도를 하니까 그 모습을 본 도민들도 집회에 폭발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여자가 늘수록 주최 측의 고민도 적지않았을 것 같은데요.“학생들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문제로 학교 측과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음을 알게 됐고 원하는 학생의 경우는 무대에서 발언 기회를 주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무턱대고 분노하고 당위적으로 주장만 했었는데 청중과 호흡을 맞추고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단체는 도민들에게 무대만 제공할 뿐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러한 방침에 반발하는 단체도 있을 것 같은데요.“처음 시국회의를 결성할 때 정한 것이 있습니다. 모든 단체들이 공평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도민들을 위해 무대는 마련하지만 절대로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국회의가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면 호응도 있겠지만 반발하는 시민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모든 단체의 판단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단체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무대 발언을 수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 시국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떨어진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이룬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고 도민들 누구 하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물론 주최 측도 도민 여러분의 의견을 계속해서 반영해야겠죠. 도민총궐기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농촌문제, 환경문제, 교육문제 등 사회 참여를 많이 하고 계신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텐데요.“신학대학원 시절 농촌 문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당시 농촌을 떠나는 농민과 자살하는 농민이 많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왜 그같은 현상이 생기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좋은 기회가 있어 지역에 내려와 함께 농사도 짓고 생활하면서 농업의 기반인 땅,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 문제들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직접적인 참여를 하게 된 것입니다.”-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요.“처음 완주에 왔을 때 인근 중학교가 폐교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 자체의 활기가 떨어지게 되죠. 마을 주민과 학교, 교육청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힘을 실어주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선생님들과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도 도와줘 학생 수를 점차 늘려갔습니다. 현재도 그 학교가 폐교되지 않고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활동들을 이어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이번 계기를 통해서 더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노동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 청년들은 낭만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성찰을 통해 제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현재 한쪽으로 치우쳐진 부의 왜곡을 해결하고, 낮은 수준이라도 사회 기반들이 도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면 우리 지역의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은 경제적으로 다른 곳보다 어려울 수 있어도 그 어떤 지역보다 큰 힘이 생기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런 기반을 다지는 일에 제가 도움된다면 어떠한 활동이든 계속 할 계획입니다.”● [이세우 목사는] 농촌 관심 갖고 활동하다 지역 사회문제 뛰어들어1959년 서울에서 5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이세우 목사는 초·중·고는 물론 대학원까지 서울에서 마친 서울 토박이다. 1989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촌에서의 목회 활동을 위해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다니다 전북에 무작정 내려와 정착했다.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들녘교회에서 목회자로 활동하며 직접 농사도 짓는다.농촌 빈곤과 자살 문제 해법을 고민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고안하고, 친환경 농법을 이용한 생산도 하고 있다.학교 급식에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하는 방식을 끌어냈고 이는 농촌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농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 시스템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그 후부터 전북 지역 사회문제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농촌, 교육, 사회문제 활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이 목사는 지난 2009년 ‘전북 녹색연합’을 설립해 지역사회 환경문제에도 앞장서고 있다.현재 한미 FTA 기독교 대책위원회 대표, 한국종교연합 전북대표, 반 GMO 상임대표, 교육발전 민관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이 목사는 최근 전북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기획
  • 천경석
  • 2016.12.26 23:02

[전북일보 카드뉴스] AI(조류 인플루엔자) 창궐! Aㅏ니 Iㅣ럴 수가

#표지.AI(조류 인플루엔자) 창궐! Aㅏ니 Iㅣ럴 수가#1.2016년 10월.계란 한 판 주세요!네, 5000원입니다.#2.2016년 11월.계란 한 판 주세요!네, 6000원입니다.#3.2016년 12월.계란 한 판 주세요!네, 7000원입니다.#4.2017년 2월.계란 한 판 주세요!네, 1만2000원입니다.#5.2017년 X월.계란 한 판 주세요!네, x만xxxx원입니다.#6.(혼돈)#7.흔히 조류독감으로 불리던 전염병, 조류 인플루엔자. 영문 약자로 AI라고도 하지요.#8.전북지역에서는 11월 16일 만경강 변에서 포획된 야생 조류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견됐는데요.#9.불과 한 달여 만에 전국으로 퍼졌고, 도내에서 121만 마리, 전국에서 2085만 마리(2016년 12월 21일 기준)나 되는 닭오리 등 가금류가 살처분됐습니다.#10.AI가 퍼질 대로 다 퍼진 뒤인 12월 15일에서야 정부는 AI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립니다.(정부의 위기단계 격상에 따라 김일재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관련 부서 실국장 등이 전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긴급 차단방역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전북도)#11.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2014년 4월 이후 중국, 홍콩,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발생했습니다.#12.야생 조류에 의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피해를 키운 것은 허술했던 방역 시스템이었습니다.반경 3㎞ 방역대 안에는 육용오리 농가 수가 미미해 역학적 관계가 적고, 토종닭 농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니까(전북도)#13.특히 농장과 농장 사이로 수평적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14.그리고 이제는 겨울 철새가 대거 이동합니다.전북에는 고창 동림저수지, 군산 금강하굿둑 등 철새 도래지가 있어 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15.2014년 1월과 11월, 2015년 4월, 그리고 1년 반 만에 또 반복된 재앙. 왜 무너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자꾸 무너지는 걸까요./기획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 기획
  • 전북일보
  • 2016.12.22 23:02

연말 퇴임 앞둔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 "고향에 남아 농업발전 위해 혼신 다할 터"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37년만에 1급까지 오른 인물이다. 김제출신인 그는 농촌진흥청 공공기관 지방 이전 초대추진단장을 맡아 전북혁신도시의 농업분야 R&D 기관의 집적을 이뤄냈다. 농촌진흥청 이전은 전북혁신도시 농생명연구단지가 조성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라 차장은 연말이면 40년 6개월 간 몸담아 왔던 공직을 떠난다. 전북출신으로 처음 농촌진흥청 차장에 오르기까지 우려곡절도 많았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라승용 차장은 40년 공직생활 동안 보람된 일도 물론 많았지만, 그 만큼 아쉬운 점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공직을 떠나는 심경과 그 동안의 소회, 한국농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오랜 공직생활을 마치는 소회가 누구보다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을 떠나시는 느낌이 어떠신지요.“일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날 내 발자취에 대해 돌아보니 만족보단 아쉬움이 남습니다. 막상 공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오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반성과 일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과 가장 후회됐던 일은 무엇입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4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정말로 이 일만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농촌진흥청의 전북이전에 온 힘을 쏟은 것이죠. 혁신도시 사업은 참여정부시절 낙후된 지방을 살리는 한편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습니다.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초대지방이전단장으로 오면서, 제 자리를 걸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맡으면서 온갖 비난을 받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전북혁신도시에 제대로 자리 잡은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 시설을 둘러볼 때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제가 연구직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농업기술을 위한 연구를 많이 못했다는 것입니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연구서비스와 행정지원파트에서 보냈습니다. 연구에 깊이 빠져보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어떤 위치에 가서든지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병해충 방재기술, 친환경 농약개발 등 당시에 하고 싶은 연구들을 못해본 것이 미련이 남습니다.“-앞서 말씀하셨다시피 농촌진흥청의 전북이전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 혁신도시 사업이 시작될 때, 정부는 농촌진흥청 본청을 비롯한 7개 소속기관을 각 도에 하나씩 따로 이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과 같은 연구기관은 흩어지면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에 저는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모든 기관의 집단이전을 주장해 관철시켰습니다. 특히 본청을 전북으로 올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투쟁을 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라승용이 고향전북에 업적을 세우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 등의 숱한 오해와 음해도 많이 받았죠. 농진청이 수원에 자리잡은 지 52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했다는 것은 단지 시설과 직원의 공간적·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역사와 전통·정신을 새로운 연구시설과 청사에 담아 전북혁신도시로 옮겨 농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세계적 농업연구의 중심이 될 새로운 농업연구 메카를 만들고자 한 것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이전이 완료된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저와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입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저는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장학금을 받고 김제농고에 진학했습니다. 그 당시 농고는 3학년이 되면 실습을 통해 취직했죠. 저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포기하고 서울에서 농림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 후 합격했습니다. 그 후 못 이룬 꿈을 위해 일을 하면서 방통대 학사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와 보니 어언 40년이 지났습니다.” -공직사회에서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셨는데요. 후배 공직자 분들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흙수저·헬조선 등 노력이 타고난 스펙을 앞지른다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래도 아직까진 열정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너의 인사권은 당신이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이다’고 말입니다. 누가 인사권자로 오든지 간에 농촌진흥청의 경우 논문과 각종 실적이 승진의 기준이 됩니다. 최근 ‘멘토’라는게 유행했습니다. 저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멘토가 누구였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내가 만난사람 모두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배웠습니다.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고 꾸준한 열정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내 인사권은 내가 쥐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발전하길 바랍니다.” -공직을 떠난 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은퇴를 앞두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네요. 저는 아직 현직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능력을 한국농업발전을 위해 쓰자’는 다짐입니다. 정년이 다가오니까 몇몇 대학교에서 석좌교수 제안도 왔습니다만, 저는 후학양성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자칫 연구활동을 오래 떠난 제가 ‘낡은 학문’을 가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농진청 국장급 이상 퇴직 동기들하고 뜻을 같이 한 것이 있습니다. 전북에 남아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우리의 재능을 기부하자고요. 저는 전북에 온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저는 수원에 있던 집을 다 정리했습니다. 전북에 남아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가끔 찾아와서 ‘차장님 이제 노는 것 좀 연습하세요’라고 하는데 천성이 놀지 못하는 체질인가 봅니다.”● [라승용 차장은] 근성·뚝심으로 9급서 1급까지라승용(59) 농촌진흥청 차장은 김제 출신으로 김제중앙초, 김제중학교, 김제농고(현 김제자영고)를 졸업했다. 영농학생으로 학비를 절약, 각종 장학금을 받으며 김제농고를 졸업한 뒤 1976년 농림직 9급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첫 발령지로 국립 부산생사검사소에 발령받은 그는 군 전역 후 국립자재검사소에 잠시 머물다 농촌진흥청 농약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연구원의 삶을 시작했다. 고졸 신분으로 농림부에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후 방송통신대를 10년 동안 다녀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농진청 본청 연구기획과장과 정책과장에 이어 참여정부 시절 농진청의 전북 이전을 총괄하는 지방이전지원단장을 역임했다. 그 후 본청 연구정책국장과 국립축산과학원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일했으며, 지난 2013년 제24대 차장으로 임명됐다. 라승용 차장을 대변하는 단어는 ‘근성’과 ‘뚝심’이다. 라 차장은 열등감을 열정의 원천으로 삼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40년 인생을 농업발전에 바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기획
  • 김윤정
  • 2016.12.19 23:02

[전북일보 카드뉴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와 불투명사회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와 불투명사회#표지.지방의원 재량사업비와 불투명사회#1.₩3,750,000,000.37억5000만 원.#2.익산시의원(25명) 1인당 1억5000만 원.#3.익산시민(30만798명, 2016년 11월 기준) 1인당 1만2467원.#4.>익산시 1인당 주민세 1만원.#5.이른바 의원 재량사업비. 관행적으로, 행정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소소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는 데 드는 돈.#6.하지만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7.한 초선 시의원이 관행을 깨뜨렸다. 그는 매년 재량사업비 사용내역을 SNS에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받는다.검증 없이 편성사용되는 재량사업비를 공개해 불신을 종식시켜야죠.(임형택 의원, 바 선거구)#8.(머쓱해진 의원들)#9.왜 우릴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10.의원 총회 개최!임형택 의원 징계!#11.최근 전북도의회에서도 재량사업비 뒷돈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해당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12.익산참여연대는 유독 의원 재량사업비만 검증절차 없이 집행된다. 도의원기초의원들은 재량사업비를 검증할 수 있도록 즉각 공개하고, 공개 못한다면 재량사업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3.12월 14일, 소병홍 익산시의회 의장은 재량사업비를 공개할 제도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의원 재량사업비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14.주민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그들이 지켜보고 있다.기획 신재용, 취재 김진만, 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 기획
  • 전북일보
  • 2016.12.15 23:02

전북출신 최창신 대한태권도협 신임회장 "한국 태권도, 세계 무대서 인정받게 하겠다"

침체일로에 빠져있는 태권도계를 일신할 새 지도부가 꾸려졌다. 선두에는 전북 익산 출신의 최창신(72) 신임회장이 있다. 그는 국가대표 출신이면서 문화체육부 차관보를 지내 엘리트와 생활체육 태권도를 관장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선소감도 “체육계에서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지고, 세계에서 한국 태권도가 무시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만큼 현 체육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태권도계는 최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해줄 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생활속의 태권도 정착, 태권도계의 적폐 청산 등을 강조했으며 무주 태권도원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제28대 대한민국태권도협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 한말씀 부탁합니다.“27대까지는 시·도 협회 및 가맹 연맹을 대표하는 20여 명의 대의원 투표로 회장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사상 처음으로 지도자, 선수, 심판, 일선 도장 관장 등까지 선거인단으로 포함된 선거에서 선출됐습니다. 엘리트 태권도와 생활태권도가 합병된 이후 처음으로 회장선거를 하게 돼서 특이한 방식의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새로운 장이 시작된 것입니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이전하고 상당히 다르다고 느낍니다.”- 문화체육부 차관보, 대한체육회 이사 등 많은 자리를 두루 거쳤습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태권도를 통합 관장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입니다.“정부에 있을 때도 엘리트 체육이나 국민 건강을 위한 체육 쪽에 늘 신경을 써왔지만 시대적인 여건 때문에 많이 부각되진 않았습니다. 사실 해보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감소와 불경기 악재로 도장의 아이들이 계속 감소하는데 행정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도보단 생활 속에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태권도 기본동작은 근육을 완만히 발전시키고 폐활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노인을 위한 체육활동이라든지 태권도를 활용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개발 등을 방향으로 잡고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체육부 차관보를 지낸 행정가로서 어떤 태권도 행정을 표방하고 있습니까.“선수육성에 중점을 두고 힘쓰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2020년 올림픽 출전 선수가 이미 정해진 세계연맹의 규정은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랭킹포인트 제도 때문에 우수한 신인을 발굴해 훈련시키는 것이 벽에 놓여 있습니다.”-태권도계가 뿌리깊은 반목과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사람과 돈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관원이 늘고 돈이 쌓이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점진적이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예산 1원이라도 합리적인 부분에 쓰고, 규정과 행정행위를 원칙과 상식에 맞게 해야 합니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반드시 개혁할 것입니다.”- 협회장 취임 공약으로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동승보호자 탑승의무 폐지, 국가대표선발 및 훈련 체계 정비, 심사제도 개선 등 3가지입니다. 이유는 뭔가요.“동승자 제도 의무화는 대부분의 도장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타면 태권도 사범이나 관장이 반드시 동승합니다. 월급을 줘야 하는 성인 동승보호자를 굳이 둘 이유가 없습니다. 영세한 도장에서는 생계유지 하는 데도 빠듯합니다.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체계도 과학적인 부분이 필요합니다. 특히 훈련체계가 그렇습니다. 지도자로 하여금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팀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첫걸음이라 봅니다. 심사제도는 다소 잡음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규정과 행정행위를 원칙에 맞고 상식적으로 만들어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밖에 대회를 이상적으로 치르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경기장의 크기나 구조가 경기를 하기엔 적절치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매트도 부족하고 규모도 적습니다. 태권도 붐을 조성하기 위해 주로 지방에 개최권을 많이 주는데, 선수도 보호할 수 있고 관중도 흡족할 수 있는 체육관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일단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시설 개선이 필요합니다.”- 제한된 범위 내의 시설 개선이란 뭔가요.“경제여건 상 막대한 돈을 들여 곧바로 고치긴 힘듭니다. 일단은 경기장 문화부터 고쳐야 합니다. 경기가 없을 경우 관중이나 관계자가 신발이나 슬리퍼를 신고 매트 위를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매트는 태권도 선수들에겐 안방과 같은 곳입니다.” - 내년에 무주에서 내년도 세계태권도 대회가 치러집니다. 향후 과제는“무주는 태권도의 성지를 자처하면서 태권도원을 만들고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태권도와 연관성이 있는 전북이 큰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의미가 깊습니다. 그러나 대회를 찾는 선수단이 편하고 안전하게 경기를 마쳐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또 관람객을 위한 교통이나 숙박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즉 세계를 향한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본을 보이는 기회이고, 나라로서나 전북을 봐서도 중요한 행사입니다. 다행히 전라북도에서는 유소년 초등학생 중학생 유소년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좀 더 발전된 노하우를 붙이면 잘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태권도협회도 무주 대회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습니다.” -무주에 있는 태권도원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유럽에서 온 세계태권도 연맹관계자들하고 방문할 때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안정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 지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태권도에 있어서 전북의 위상은. “한국 태권도가 본격적으로 경기단체로 시작한 게 1961년입니다. 그 때부터 55년이 지났는데 초창기 때 1960년대 중반에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구성하면 제일 핵심주력멤버가 전북 선수들이었습니다. 이승완 대한태권도협회 전 회장, 최형렬 전 경희대 교수 등 쟁쟁했었습니다. 과거의 위상은 절대적이었지만 현재는 많이 평준화됐습니다.● [최창신 회장은] 선수 출신 드물게 행정 노하우 겸비최창신 신임 대한태권도협회 회장(72)은 익산 황등면 출신이다. 청소년 때 상경해 경기고등학교를 나왔으며 이후 고려대학교 영문과, 한양대 석사,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려대학교는 체육 특기생이 아니라 직접 시험을 치러 입학했다. 최 회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1960년대 말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다. 전업운동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학업을 병행하며 선수활동을 하느라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는 선수시절 뒤돌려차기와 옆차기를 잘했다. 전국대회 우승을 했고, 국가대표로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가라데 등 세계 여러 격투기와 겨루기도 했다. 대학졸업 후 서울신문 기자, 체육부 대변인·지도국장, 문화체육부 차관보를 거쳤으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02 한-일월드컵 사무총장, 대한체육회 이사, 태권도신문 고문, 국기원 이사, 서울FC유나이티드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세계태권도연맹(WTF)상임고문으로 위촉됐으며,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체육행정 고위공무원의 노하우를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도 국내 태권도 문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잘 아는데다 해법도 갖고 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태권도를 통합 관장하는 새 협회의 수장으로는 적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타고난 부지런함과 유관기관과의 유대관계도 원만해 그가 기본정책으로 내세운 태권도 지도자들의 신분과 권익보장, 도장활성화 사업 등도 무난히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 기획
  • 김세희
  • 2016.12.12 23:02

[전북일보 카드뉴스] 탄핵, 전북의 선택은?

#표지.탄핵, 전북의 선택?#1.12월 9일, 운명의 날.#2.선출한 이도 국민, 끌어내릴 이도 국민.#.3대의제(代議制)의 대의(大義).전북 국회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4.김광수(전주갑/국민의당)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했다. 국회는 탄핵을 통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법적으로 정지시켜야 한다.(12월 5일, 기자회견에서)#5.정운천(전주을/새누리당)촛불민심은 즉각 퇴진을 원했다. 이제 국회에서 헌법절차에 따라 탄핵으로 가야 한다.(12월 5일, 기자회견에서)#6.정동영(전주병/국민의당)국회는 주권자의 대리인일 뿐, 12월 9일 탄핵을 완성하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12월 3일, 국회 본회의 긴급발언)#7.김관영(군산/국민의당)탄핵은 탄핵이고, 사임은 사임이다. 설사 오늘 사임의사를 표시하더라도 탄핵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켜야 한다.(12월 6일, 페이스북에서)#8.이춘석(익산갑/더불어민주당)국민을 바라보느냐, 청와대를 바라보느냐의 싸움이다. 관련자들은 청와대가 아닌 교도소에 있어야 맞다.(12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9.조배숙(익산을/국민의당)오는 9일, 나라를 망친 대통령에 대한 예의보다 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국민들에 대해 예의를 보여줘야(12월 5일, 국민의당 제57차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10.유성엽(정읍고창/국민의당)본인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국민을 시험하며 국회와 게임을 하려 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도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있어서는 안 된다.(12월 5일, 페이스북에서)#11.이용호(남원임실순창/국민의당)본인이 못 물러나겠다고 하니 탄핵밖에 길이 없다. 탄핵은 당연히 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적 혼란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 정치권에서는 무조건 탄핵하라고 주문했다.(12월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12.김종회(김제부안/국민의당)탄핵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농단과 헌법질서 파괴, 재단설립을 통한 기업들의 강제모금이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12월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13.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더불어민주당)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도민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밝히겠다.(12월 4일, 페이스북에서)#1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은 12월 9일 이뤄진다.기획 신재용, 취재 김세희, 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 기획
  • 전북일보
  • 2016.12.08 23:02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종성 회장 "기업보다 개인 기부 많은 전북, 십시일반 정신 더 필요"

칼바람 부는 이맘때면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종성 회장(72)은 더욱 바빠진다. 이 회장은 전주시 덕진동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되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석 달이 기부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한국 정치와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이 회장은 “그 중 가장 기초 체력이 약한 전북지역의 기부가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종성 회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소회와 전북공동모금회 운영방향 등을 들어봤다.-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전북공동모금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시죠.“공동모금회는 정부의 복지정책을 보완하는 대표적인 민간 지원단체입니다. 작년 전북도 모금액이 총 144억3189만 원이었는데 올해 이 성금으로 저소득층 집 지어주기, 긴급지원, 사회복지시설 차량 배분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희망 2017 나눔 캠페인’이 시작됐는데 그동안의 경과는 어떻습니까.“희망 2017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통해 연말연시 모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주시 덕진동 종합경기장 사거리를 가보면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있는데, 도민들이 올해 목표액(59억8000만원)의 1%인 5980만 원을 기부하면 1도가 오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2일 현재 6.1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요동치는 ‘최순실 게이트’ 가 기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요.“최근 어지러운 정국의 여파로 지난해보다 기부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전국적으로도 현재 모금액이 전년 동기의 13% 수준에 불과한 수치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북은 올해 열흘가량 앞당겨 집중 모금에 돌입했음에도 전년 동기 모금액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군산 조선업계의 위기가 지역 기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군산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현대중공업과 OCI, 한국GM 등 군산지역 기업들이 줄줄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전북지역 기부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기업들인데 가장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익산과 완주의 산업단지 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합니다.”-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할 혜안이 있습니까.“역설적이지만 전북의 기부 비율은 독특합니다, 다른 시도의 기부 비율은 기업 70%, 개인 30%인데 전북은 개인 70%, 기업 30%입니다. 기업이 부족해 기부 비율이 낮은 것은 슬픈 현실이지만, 개인의 비율이 높은 점을 잘 살려야 합니다. 즉 십시일반 도민들이 힘을 합하면 위기의 돌파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는 얼마나 되나요.“5년 이내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개인 기부자를 ‘아너 소사이어티’라고 일컫는데 전북지역에서는 언론 공개를 꺼리긴 하지만, 10월 말 최철 21세기병원장님이 28호 아너로 가입해 주셨습니다. 전국에는 1300여 명의 아너 가입자가 있는데, 전북의 아너 회원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예비 아너 소사이어티들도 있다고 들었는데요.“아직 언론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 (주)육육걸즈 박예나 대표와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 이선홍 회장이 각각 29호, 30호 아너로 가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12월중 가입식이 열릴 예정인데 올해 전북에서는 총 10명의 고액기부자를 배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언론인 출신이신데, 공동모금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공동모금회가 운영된 지 올해로 18년이 됐습니다. 18년 전에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공동모금회 배분분과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는데, 그렇게 인연을 맺어 지금의 회장직에 이르게 됐습니다.”- 내년에 기대해볼 만한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전기세 등 에너지사용량을 줄일 때마다 생기는 마일리지를 기부하는 ‘탄소포인트제 기부’가 있습니다. 또 기부자가 급여에서 자동으로 기부금이 공제되는 ‘착한 일터 캠페인’이 있습니다. 현재 전북도청, 전주시의회, 현대차 전주공장, 세아베스틸, 군산의료원 등 79개 기관 1만1392명이 참여 중인데 도내 개인기부 비율이 높은 풀뿌리 기부문화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도민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전북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경제가 어렵고 나라도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모든 국민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때일수록 우리 주변엔 항상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극복하려고 노력해왔던 도민 여러분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따뜻하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종성 회장은] 오랜 언론생활 후 행복 전도사 변신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종성 회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었했다. 1969년 서해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1971년 기자로 전직했으며, 1974년 전주MBC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취재부장, 편집부장, 보도제작팀장, 기획홍보부장, 심의홍보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위원 등을 거쳤으며 전주영상축전(CIMA) 사무국장, 전주게임엑스포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금강방송(주)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현재 고문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2년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이 회장은 “전주시는 서농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를 중심으로 기부 문화가 깔린 좋은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공동모금회는 보이지 않은 천사로부터 시작해 얼굴을 나타내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도민의 힘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에게 ‘배려·나눔·행복 바이러스’ 전도사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남승현
  • 2016.12.05 23:02

[전북일보 카드뉴스]“국정교과서, 밖으로 나와!” 다시 불 붙은 ‘역사전쟁’

국정교과서, 밖으로 나와! 다시 불 붙은 역사전쟁#표지.국정교과서, 밖으로 나와! 다시 불 붙은 역사전쟁#1.2014년 1월, 전주 상산고.#2.우편향수준미달 논란을 빚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자, 재학생졸업생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3.상산고는 결국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철회했습니다. 이 교과서의 채택률은 사실상 0%.#4.그러자 정부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2015년 11월 3일, 정부는 중고교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확정 고시합니다.#5.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죠.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2015년 10월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5자 회동에서)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6.그러자 전북교육청과 광주강원세종교육청은 보조교재로 맞불을 놓습니다.절대 왕조 시대에도 왕이 역사에 손을 대지 못했다. 권력자가 손을 대는 순간 그 역사가 오염왜곡되고 거짓이 들어가기 때문(김승환 전북교육감, 2015년 12월 1일 직원조회에서)#7.2016년 11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국민 여러분들께서 직접 확인하시고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8.건국절 논리로 연결될 수 있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9.8쪽(516까지 포함하면 9쪽)이나 되는 박정희 정권 관련 내용과,#10.청일전쟁 관련 내용과 합쳐서 3쪽에 불과한 동학농민혁명.#11.그리고 비판은 단 한 줄뿐인 새마을 운동 서술 등, 앞으로 수많은 논란이 예고됩니다.#12.역사교과서는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떤 정권이든 지지율이 어떻든 그런 것과는 무관하다.(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13.의견 제출 기간은 12월 23일까지. 과연 국민은 이 교과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기획 신재용, 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 기획
  • 전북일보
  • 2016.12.01 23:02

[문화&공감] 극단 무주풍경과 앞섬마을 사람들

무주는 산골 중의 산골이다. 첩첩산중에 섬이 있다. 무주읍 향로봉 아래에 사행천의 금강 물줄기가 휘감는 내도리 마을. 사람들은 앞섬(전도)이라 불러왔다. 무주읍에서 터널을 지나면, 무릉도원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땅이다.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무주 구천동을 배경으로 하여 여러 작품을 낸 영화감독 최하원 씨가 1981년에 쓴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는 앞섬마을을 예찬했을 정도다. 수줍은 촌색시처럼 숨어 있다 돌연 나타나는 듯한 향토색 짙은 이 신비로운 마을이라 썼다. 올해에는 앞섬마을에 극단 무주풍경 사람들이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극단 무주풍경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표창을 받는 등 예술감독으로서 활동 경력이 화려한 박광태(53) 씨가 2013년 12월에 창단했다. 그 해에 무주반딧불축제 총감독을 맡으면서 무주에 반했던 모양이다. 무주군민예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주풍경은 단원들이 전문 연극배우가 아니다. 박 감독과, 서울에 있을 때 연극배우 활동을 했다는 귀촌인 백수정(36) 씨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연극과는 무관하게 생활해왔던 무주의 보통사람들이다.△연극은 생활예술이다농부이자 관광해설사이면서 이장인 조명제(59) 씨, 공무원인 김정미(58) 씨, 사회복지사이자 관광길잡이인 송미헌(52) 씨, 농부이며 화가이자 무속인인 양상모(49) 씨, 교사인 정현선(36) 씨, 사회복지사인 김상은(28) 씨, 그리고 결혼이주여성이자 앞섬체험센터 사무장인 김조이(29) 씨 등 8명이 단원이다. 단원 공개모집에 놀랍게도 49명이 응시를 했으며 그 중 30명이 선정되었고, 현재의 이 8명은 발성과 워킹 등 강도 높은 기본기 연습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박 감독의 철학은 뚜렷해보인다.무주 산골에서 극단을 창단하게 된 것은 연극을 특별한 사람들의 행위가 아니라 생활예술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누구나 삶 속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삶을 돌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해요. 배려하고 향기나는 삶이 되도록 말입니다. 단원들이 밤 늦게까지 연습하곤 하는데 시골에서 연극한답시고 생활을 제멋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도록 행동해야 하고요. 좁은 지역사회에서 단원들에 대한 평도 좋아야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올테니까요. 생활윤리랄까, 나는 이걸 단원들에게 아주 강조합니다.△극단 무주풍경, 무주의 보통 사람들실제로 박 감독은 단원들의 가족을 다 만나보았다.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인지 창단 1년만인 2014년 12월에 무주읍내의 예체문화관에서 등신과 머저리로 창단공연을 할 때 단원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200석 공간이 꽉 찼고 반응도 좋았다. 창단 3년이 된 오늘, 그동안 모두 네 작품을 공연해 올해 12월이면 연극협회에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산골 무주에서 문화 기반이 취약해 연극 활동에 목말라 했던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오디션 때 벅찬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렸단다. 단원들 모두는 자기를 위해서 극단이 생겨났다고 자부할 정도다.양상모 씨는 앞섬마을 사람이다. 연극 활동은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 연극을 지도한다. 송미헌 씨는 사회복지사 일에 지쳐 있었으나 연극 활동한 이후 사람들이 옛날보다 표정이 좋아졌다고 말한단다. 한국생활 9년차인 이주여성 김조이 씨는 모국 필리핀에 있을 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연극이 꿈이었다. 뜻하지 않게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루게 되다니 멋진 일이다. 한국말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단다. 아이가 셋이다보니 연습할 때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박 감독은 조이 씨가 한국말은 서툰데, 감정이나 느낌의 표현들이 좋고 연기를 잘 해요 라고 말한다.△앞섬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속으로무주풍경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극 활동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앞섬마을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개발의 광풍이 불어닥칠지도 모르나 그나마 다행인 건 생태적 서식환경이 까다로운 반딧불이 앞섬마을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문화예술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며 자연생태 환경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환경 활동가들인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적 소통과 공감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80가구에 주민수 100여 명의 앞섬마을. 강에는 배가사리, 쏘가리, 빠가, 메기 류의 물고기들이 많이 산다. 마을 입구에 어죽, 매운탕, 회를 파는 식당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대개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농경생활에 각자 먹고 살기 바쁘다. 사행천을 닮았을까, 오래된 삶의 굽이쳐 온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있다.△1976년의 트라우마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에게 치유해야 할 깊은 트라우마가 있다. 올해 40주년이 된 참사가 마을에 있었다. 1976년 6월 8일 금강을 건너 귀가하던 학생과 주민 18명이 급류에 휘말려 나룻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어린 학생 15명을 포함하여 18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당시엔 112가구에 652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한 세대가 흘러간 오래 전의 일이지만 주민들은 이 일만큼은 잊지 않고 있다. 당시 목숨을 잃은 13살의 한 소녀는 사고 전 일기장에 이렇게 써놓았다.오늘은 비가 와서 마음이 우울하다. 선생님은 비가 오니까 우리들을 일찍 돌아가라고 하시겠지. 나는 내 친구들처럼 읍내에 살면 그러지 않을텐데...(4월 28일), 오늘도 학교에 가면서 발을 걷고 물을 건넸다. 매일 신을 벗어야 하고 다시 말려서 신고 가고 하니 때때로 지각을 하게 된다.(4월 30일)△가르치기보다 끄집어내무주풍경 사람들은 앞섬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극판을 벌여보려 한다. 농사짓기 바쁜 주민들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림, 노래, 춤, 벽화 등 주민들 서로가 친화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털어놓는 프로그램 활동들을 해왔다. 박 감독은 천천히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주민들의 삶 속의 이야기나 일상대화들을 대사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게 해서 대사로 엮어내려고 합니다. 가르치기보다 끄집어내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올해에 앞섬마을 사람들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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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9 23:02

[참여&소통] 결혼이민자의 취업

다문화가족들의 경제적 상태는 불안정성이 높다. 취업을 하거나 소규모 가게를 한다거나 가정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지만, 가구의 소득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북지역의 다문화가족은 저소득 가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2015년 전북형 다문화가족중장기 발전방안연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만원~199만원이 38.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200만원~299만원이 28.8%를 차지했다.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10.1%로 2009년, 2012년 전국 조사결과보다 낮다.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문화가족이 고용되어 있는 직종을 보면 저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일용직 등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용환경에 놓여있지 못하다.전라북도 여성 결혼이민자의 고용률은 56.9%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응답자의 89.7%는 저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종 분포는 전국에 비해 서비스 종사 규모는 훨씬 낮고, 농림어업 종사자는 3배 가까이 높다.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라북도는 14개 시군과 함께 각 지역에 설치돼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취업교육을 지원하고 있다.전주시의 경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밑반찬창업대비과정, 생활공예사 양성과정, 아동요리지도사 자격과정, 정보기술자격 ITQ 엑셀한글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북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연계해 객실관리사 양성과정을 실시하고, 제과생산인력 양성과정을 전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이렇듯 전북지역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결혼이민자들이 다양한 자격을 취득하고, 각 취업처와 연계해 고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결혼이민자들에게 일정한 취업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혼이민자들은 당장에 생계를 해결하고 가계의 경제적 열악성을 탈피하기 위해 식당이나 생산 공장의 단순노무형태의 직종에 곧바로 취직하기를 희망한다.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취업담당 송미현 씨는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도 배우고 좀 더 전문적인 실력을 길렀으면 좋겠는데, 직업훈련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 토로했다.결혼이민자들이 취업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능력 3급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취업교육 강사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교재의 내용을 잘 습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정한 한국어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면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한국어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요. 일을 해야 돼요.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유니 씨는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평일에는 일이 늦게 끝나고 피곤해서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고 했다.결혼이민자들은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가정의 경제적 문제를 빨리 해소시켜야 하는 긴급성으로 인해 전문기술을 배우고 자기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하다.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취업지원 전략은 단기적인 취업과 중장기적인 취업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에 생계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직업훈련과정이 있다고 해도 중장기적인 직업훈련과정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단기적 일자리로서 당장의 생계만을 이어가게 된다면 이들이 전문 인력으로 양성되지 못하고 항상 불안정한 단순 일자리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향후 우려되는 것은, 결혼이민자들이 단기적이고 단순 일거리에만 집중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으로 고착화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동준 팀장은 결혼이민자들이 3D업종에서만 일하는 집단으로 게토(ghetto)화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다양한 일자리와 다양한 전문기술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고르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단기적 취업지원정책과 중장기적 취업지원정책을 고르게 펼쳐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주서 쌀국수집 운영하는 부티닌씨, 점심시간 지나면 손님 끊겨 저녁엔 다른 식당서 설거지저녁때는 사람들이 안와요. 그래서 오후에는 알바를 시작했어요.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부티닌 씨의 말이다. 부티닌 씨는 전주시 신중앙시장에서 쌀국수집을 열어 장사를 하고 있다. 6개월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점심때 이외에는 장사가 신통치 않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전통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다.장사해서 번 돈보다 재료비가 더 들어가는 때가 많아요라고 한숨을 쉬면서 장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부티닌 씨는 최근에는 쌀국수 이외에 다른 메뉴를 추가했지만 저녁 시간 때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아 하루 중 반쪽 장사를 하고 있다. 부티닌 씨는 결국 점심 장사에 집중하기로 하고, 오후 6시 이후부터 새벽 1시가 넘도록 다른 업체의 식당에 나가 설거지 일을 시작했다.부티닌 씨는 전주 신중앙시장에 쌀국수집을 열기 전에는 제과공장에서 빵을 만드는 일도 했고, 호두빵 가게에서도 일했었다. 제과공장에서 일할 때에는 매일 밀가루 반죽을 쉴 틈 없이 젓다보니 반복적인 작업으로 인해 팔목에 이상이 생겨 파스를 붙이면서 일을 해야 했다.건강문제로 얼마간의 휴식기간을 거친 부티닌 씨는 전주시의 지원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을 선택했지만, 부티닌 씨의 경제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부티닌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혼자서 양육하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의 일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딛고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만 하는 부티닌 씨는 아들 기철이(가명)와 놀아주고 학교공부도 도와줄 수가 없다. 이제 다른 식당에 나가 새벽 1시 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 아들 기철이 에게 여간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하다.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에서 홀로 정착해 나가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적 지원책과 이웃들의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 도움 문의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243-033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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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4 23:02

[전북일보 카드뉴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광장을

(동영상 카드입니다. 재생을 눌러주세요.)#표지.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광장을#1.지난 19일, 전주 충경로 사거리(관통로 사거리).짧게라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대학생이 있습니다.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2.(동영상)저는 대학교 3학년인 여성입니다. X년이라는 소리를 듣고 저는 올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우리 모두 박근혜의 하야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성, 여성, 모두 다 계시죠. 그런데 저는 강남아줌마, X년이라는 말을 듣기가 거북합니다.우리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도 박근혜의 하야를 바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위에 올라와서 발언하시는 많은 분, 너무 용기 있으시고, 제게 큰 희망을 준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하지만 'X같은 마음'이라는 말로 박근혜를 욕하는 건 듣는 여성이 기분 나쁩니다. 부디 여성과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하지 말길 바랍니다.마지막으로, 박근혜는 하야하십시오.#3.거리의 도민들은 그의 발언에 환호로 답했습니다.#4.X년과 같은 성차별적 표현을 하면 가장 먼저 기분이 상하는 것은 거리에 나온 동료 시민입니다. 대상의 여성됨이 아니라 본질을 비판하도록 해요.#5.미친, 병원으로 가라 등의 표현 역시 사안과는 무관하게 장애인을 끌어들여 비하하는 표현입니다.#6.청소년 참가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기특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겠지요.동등한 시민이지 아랫사람이 아니니까요.#7.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지난 18일 광장은 우리 모두의 것, 평등과 연대를 위한 집회시위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습니다.또 앞서 민중총궐기가 열린 지난 12일에는 앞서 지적된 내용이 포함된 사과문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8.억압과 불평등을 강요하는 세력들과 맞서는 우리는, 그리고 이 광장은 자유와 평등과 우애를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지난 19일, 유기만 전북비상시국회의 상황실장)#9.더 많은더 다양한 동료 시민이 찾는 광장,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광장을 만들어 가요.그것이야말로 이기는 길 아닐까요?/기획 신재용, 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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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3 23:02

[문화&공감] 청년작가 김선미·박정경 씨

서늘한 늦가을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초겨울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늦가을 빛 감도는 군산의 내항과 고즈넉한 월명동 돌담길을 거닐며 걸어본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았던 원도심의 명량한 추억도 동행하며 청년작가 김선미, 박정경을 만나 순수한 열정을 함께 얻는다.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예술의 언어로 배운다.온몸을 간질이는 바람과 티 없이 맑고 높은 하늘이 늦가을 넘어 초겨울 문턱에 선 군산의 모습과 그녀들의 미소들은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김선미(34)작가는 군산에서 태어나 군산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대학에 갈 때까지 그녀의 추억은 또 다른 상상의 공간으로 군산을 해석하고, 박정경(35)작가는 전주에서 자라나서 서울에서의 대학시절, 독일의 유학시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그에 대한 답장은 이내 대화를 나누듯 줄줄이 이어지고 마침내 하나의 소통으로 창조된다.그녀들의 무수한 이야기 속에는 전북의 그리움이 있고, 고향을 향한 사랑이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고, 안타까운 사회가 있고, 소통의 고뇌가 있다.청춘남여의 애틋한 사랑을 닮았으면서도 일상부터 사회문제, 자연의 변화까지 가슴으로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지에 매달려 각기 다른 속도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듯이 한 걸은 한 걸음마다 열정이 달라진다.김선미 작가는 군산에서의 작업을 통해 무엇을 찾았다기 보다는 무엇을 발견 했다고 하는 것이 저한테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는 군산태생으로 19살 때 까지 여기서 살았고, 19살 이후부터는 서울에서 쭉 살았는데요. 올해 군산에서의 작업 활동을 통해 20살 이전엔 보지 못한 군산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지역의 모습과 성인이 된 후의 지역의 모습은 많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 다름이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어색함을 다시 익숙함으로 바꾸는 동안 군산에서의 작업이 시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전한다또한 박정경 작가는 오래된 도심을 소재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군산은 전주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도시인데요. 운 좋게도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관심사와 통하는 부분이 있어 군산에 오게 되었고요. 군산에서 지역을 이해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어요. 그와 동시에 작업을 어떻게 이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 찾았고요 라며 군산에서의 작업에 감사해했다.이렇듯 지역의 역사와 오랫동안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향기를 공존하고 느껴지며 그녀들만의 독특한 예술적 방식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작업과정(情)에서 도시 공동체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과거와 오늘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연계돼 있는 다양한 예술적 언어의 구조도 들춰볼 수 있다.30대라 말하기 어렵게 동안인 그녀들의 어투는 논리적이고 단호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감성 혼은 시간이 뒷걸음치는 군산 골목길을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골목길에는 당대의 문화가 이야기로 녹아있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남다른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버려지고 사멸하는 물건들 혹은 사라지는 이야기들, 이러한 소소한 것들로 가득한 우리만의 문화를 청년이라는 문화적 언어로 그녀들은 변신에 변신을 반복한다.이처럼 김선미,박정경 작가는 군산이라는 무관심이 만연한 도시에서 예술의 열정을 공유하며, 그곳에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며 번잡하고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군산의 삶과 청춘의 기억들 확장과 공존하여 소통의 창조를 이어간다.특히 그녀들은 군산에서 작업 중 지역 매칭 및 타 장르 매칭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전한다. 김선미 작가는 보통 작업을 할 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을 하는 편이라 서요. 그리고 이번에 협업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시작 할 때부터 저 스스로도 기대가 많았습니다. 평소 영상 작업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었는데. 군산에서 음악을 작업하는 션만을 소개받아서 5월부터 음악레슨도 받으면서 8월 협업전시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전시 때 영상에서는 한곡정도는 제가 작곡을 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라고 전한다.더불어 박정경 작가는 군산에서 사는 내내 소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상생활이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루하루 길을 걸으면서 사물을 관찰하면서,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 위주인 저로서는 새로움 경험이었고 타 장르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자신의 작업을 다양하게 넓혀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라면서 군산의 추억을 이야기 한다.오늘도 김선미 박경정 청년작가들은 허름한 작업실 모퉁이에 앉아 예술이라는 소통과 고뇌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누군가와의 소통을 훑어보면서 열정의 생각들을 쌓아 갈수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이 누런 이면지 종이에다 자신만의 언어를 그리고 또 그리고 새로운 소통에 늘 동고동락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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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2 23:02

취임 100일 맞는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전북 농생명메카 정착·한국농업 도약 위해 온 힘"

지난 8월 취임한 정황근(56) 농촌진흥청장은 “전북혁신도시 정착단계가 끝나는 시점에 왔다”며“전북에서 새로운 각오로 한국농업의 도약을 위해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국립농업과학원을 포함해 국립식량과학원·국립원예특작과학원·국립축산과학원 등 산하기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이 모두 완료됐다. 농촌진흥청 이전으로 종자산업 R&D 인프라 구축을 위한 김제 민간육종단지와 익산 국가식품 클러스터 등이 연계되면 전북은 명실상부한 농업생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GMO재배지를 개방하는 파격행보에 이어 국정감사를 받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정 청장은 농산업 신(新)가치 창조와 지속 성장을 위한 ‘TOP5 융복합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을 만나 그 동안의 소회와 함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취임 후 바로 국정감사를 소화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셨습니다. 전북혁신도시에서 석달간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영광스러우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우선 그 동안 혁신도시 이주가 채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현장 중심의 농업 연구개발 보급에 애쓰신 전임 이양호 청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전북은 전통적인 농도입니다. 전북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농업 발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단 것입니다. 이 열정을 토대로 전북이 농생명 연구의 신성장 동력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국정감사서 지적됐듯 아직까지 연구를 위한 연구, 현장과 괴리된 기술개발, 일선의 기술보급 기능 약화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제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이뤄놓은 바탕에 더해 ‘TOP5융복합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해 농업을 첨단 산업으로 육성하고 실제 농업과 연계된 연구개발보급에 박차를 가할 방침입니다. 또한 전북도와 긴밀한 협력으로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노력 또한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논란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그동안 언론에 개방하지 않았던 GMO 연구현장을 개방하셨습니다. 개방의 취지는 무엇입니까.“유전자변형작물 연구에 따른 지역주민과의 오해의 장벽을 깨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당장은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GMO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은 GMO시험재배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신뢰를 위해 환경영향조사는 정부합동으로 실시하는 한편 지자체와 지역주민에게도 참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GMO 연구는 기존 육종기술로 해결이 어려운 기상이변 등에 대응해 전 세계에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우리나라가 기술종속국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미래를 대비한 기술력과 육종소재 확보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절대로 유전자 변형 작물의 일반 재배는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앞에서 언급하셨듯이 ‘TOP5 융복합 프로젝트’를 출범하셨습니다. 청장 부임 후 가장 중점사업이라 볼 수 있는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 ‘TOP5 융복합 프로젝트’는 농산업의 미래성장 산업화와 수출 산업화, 경쟁력 제고, 농업·농촌의 활력 증진 등을 포괄하는 사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농산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해 스마트팜, 빅데이터, 무인이동체 등의 연구를 추진해 ICT 융복합 첨단 기술농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식의약 기능성 소재, 바이오신약, 종자 등의 연구를 통해 BT기반 그린바이오산업을 육성해 치유농업, 반려동물, 식용곤충, 도시농업 등 유망 신산업을 키운다는 전략도 포함됩니다. 쌀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 대응책도 결국 Top 5 융복합 프로젝트와 직결 됩니다. 쌀 재배면적은 매년 2%씩 줄고 있지만, 쌀 수요량은 그보다 더 많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밀처럼 세포구조가 둥근 쌀 품종을 개발하고 도정기계도 맞춤형으로 새로 개발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개별 연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평가했지만 이제는 넓게 보는 융복합이 중요합니다. 농촌진흥청은 ‘Top 5 융복합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난 성과를 도출할 경우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와 승진·승급 등으로 적극 보상할 방침입니다.”-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으로 수출 농가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저장·유통 기술 확보가 중요합니다. 항공운송보다 물류비용이 1/3 수준인 선박을 이용하면 수출 경쟁력이 생기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선도 유지입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수출현장의 애로해결 기술지원과 수출농산물 안전선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가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 지역특화품목을 육성하고, 해상운송 선도유지기술 개발을 통한 한국농산물의 신뢰도 확보가 중요합니다. ”-요즘 농업의 6차 산업화가 화두입니다. 어떻게 육성시켜나갈 계획이신지요.“농업의 6차 산업화는 농촌지역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을 창출한다는데 의미가 깊습니다. 6차 산업 농가의 소득은 일반농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촉진하기 위해 시범농가 참여 확대와 6차 산업 우수 경영업체의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확산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농진청의 전북이전 완료로 지역경제 생산 유발효과와 고용창출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높습니다.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지역대학 출신자에 대한 우대는 없지만, 전북이전 후 전북지역 대학 졸업자들의 응시율과 합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정규직은 공채와 경력채용을 병행하여 선발하고, 농업연구 현장에서 시험연구를 보조하는 인력은 전북도민을 중심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인재 채용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는 물론 지역 교육기관과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무한한 가치를 가진 새만금과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육성을 위해 김제 민간육종단지 조성에도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농촌진흥청과 전북지역의 상생발전이 현실화하면 전북은 명실상부한 농생명산업의 메카로 발전할 것을 자신합니다. 이를 위해 전북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은] 기술관료 출신 농정 전문가, 업무 시야 넓고 추진력 강해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은 기술관료 출신의 농정 전문가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뒤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정 청장은 1984년 기술고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부 농촌인력과장, 총무과장, 친환경농업정책과장, 혁신인사기획관,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또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과 청와대 농축산식품 비서관을 역임했다.정 청장은 업무 시야가 넓고 선이 굵으며 업무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이다.그가 새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농진청 안팎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일고 있다. 조직문화는 연구 성과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정 청장은 취임 직후 빠른 조직 장악력을 보이며, 직원들로부터 원칙이 확실하고 강단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획
  • 김윤정
  • 2016.1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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