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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9. 중국 무이산 (1)프롤로그

지리산이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지리산은 해외 산 세계유산 또는 산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세계유산과 비교해 독특성과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리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에 비해 영산(靈山)의 측면과 생활문화터전이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지리산 문화경관은 주민들의 문화생태적 산지적응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보편성과 문화역사적 특색이라는 고유성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세계 160개국에 981건의 세계유산이 있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은 759건, 자연유산은 193건, 복합유산은 29건이다. 지리산과 유사한 해외 세계복합유산은 중국의 태산과 무이산, 뉴질랜드의 통가리로 국립공원, 필리핀의 계단식 벼 경작지 코르디레라스다. 이곳들은 자연, 역사, 문화 등 각각 특성을 잘 융합해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점에서 지리산이 본보기로 삼을 만 하다. 특히 이 가운데 중국 복건성과 강소성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무이산은 여러모로 지리산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무이산은 자연미, 역사유적, 신유학의 발상지가 결합한 모습의 문화경관과 아열대 산림, 생물종 특성의 자연 경관적 탁월성을 겸비했다. 무이산은 지난 1999년 세계유산 등재 기준 가운데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뛰어난 보편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성 △최상의 자연 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하여야 하며 과학이나 보존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지만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 등 4가지 항목을 충족시켜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수많은 사찰과 서원 유적을 지닌 무이구곡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11세기 이후 동아시아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 신유학의 발전과 확산의 배경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무이구곡 하류에 위치한 무이정사 인근은 빼어난 기암괴석과 맑은 물이 있어 인문 수양을 했던 선비들에게는 최고의 장소로 보였다. 아울러 무이산은 중국 동남부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이 뛰어난 곳으로서 중국의 고유종을 이루고 있는 고대 생물종, 잔존 생물종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약 56㎢에 이르는 무이산 보호구 안에는 3728종의 식물종과 5110종의 동물종이 있다. 태고의 자연을 간직하며 수억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을 보듬어 온 지리산에 현재 동식물 7000여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 무이산의 세계복합유산 등재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잘 보존된 자연이다. 문화유산적 기준으로 무이산은 1200년 이상 기간 동안 원시 자연이 보전돼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경관에 이어 세계복합유산으로 평가받는 요소는 역사적 배경이다. 무이산은 중국 내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는 고고학적 유적지로 기원전 1세기에 건설된 한나라 도읍지를 포함해 수많은 서원들과 11세기 신유학의 탄생과 관련된 학문센터들이 있다. 무이산은 신유학의 요람이었다. 신유학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수세기 동안 지배적인 역할을 했으며 세계의 철학과 정치체제에 큰 영향을 준 하나의 이론이다. 무이구곡의 하천 경관은 맑고 깊은 물과 바위 절벽이 아울러 갖춰진 특별한 경치를 보여 자연유산적 기준을 충족했다. 무이산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아열대 산림지의 하나이다. 이것은 중국의 아열대 산림과 중국 남부 열대우림의 다양성을 망라해 대부분이 보존된 가장 거대하고 대표적인 사례다. 지리산과 무이산을 비교해 보면 무이산은 문화적인 가치로서 주자 신유학의 발상지로 주목받았지만, 지리산 권역의 유교와 서원이 지닌 살아있는 전통으로서의 진정성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김정엽
  • 2013.11.20 23:02

[우리고장 명인명물] 정읍 '헌혈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강동열·강성 씨

정읍 헌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정헌모) 회장 강동열(46정읍농협 내장지점)씨와 부회장 강성(46샘고을시장 신영미곡상회)씨는 정읍중학교 동창(32회)이다.친한 친구사이인 이들은 헌혈봉사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있다.강동열 회장은 헌혈봉사 15년차로 지난 10월에 총 300회째 헌혈을 실천했다.정읍헌혈센터에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또 강성 부회장은 지난달까지 총 215회째 헌혈하며 정읍헌혈센터에서 두번째로 많은 횟수를 자랑하고 있다.강동열 회장은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 헌혈을 시작해서 이후 군대생활중에도 헌혈에 참여하고 제대후 고향인 정읍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헌혈을 지속해왔다."당시에는 모임이 있던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고 혼자 헌혈봉사를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기회만 되면 헌혈의 집을 찾았었다"고 말했다.이렇게 실천한것인 2004년 7월에 100회, 2008년 11월에 200회를 거쳐 300회를 맞게되었다.강 회장이 지금까지 헌혈한 양을 합하면 15만㏄에 달하는데 이는 성인 남성 36명분(60㎏ 기준으로 1인당 4200㏄)에 해당하는 양이다.강성 부회장의 헌혈봉사는 친구인 강동열회장의 권유로 시작했다.2004년에 처음 헌혈의집을 찾아 봉사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강 부회장은"친구가 헌혈을 자주 하는것이 신기해 이유를 물었더니 봉사하는 마음에 자기스스로의 건강관리법이라는 대답을 듣고 헌혈을 했는데 왠지 기분이 묘하다고 할까 아무튼 스스로 대견한 마음을 느꼈고 차츰 헌혈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두 친구는 정기적인 헌혈을 하면서 몸관리에도 신경을 쓴다.보통 2주에 한번씩 헌혈하는 주기가 다가오면 술과 고기, 약등 음식도 절제하게 된다는 것. 스스로 헌혈을 할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들의 헌혈봉사는 가족들에게도 전파됐다.강동열회장의 대학생 아들 2명과 강성 부회장의 고등학생 아들은 물론 부인과 누나도 헌혈 봉사에 나서고 있다.강동열 회장은 "내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봉사를 할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며 앞으로 헌혈정년 60세까지 두아들과 함께 건강하게 헌혈을 계속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두 친구의 헌혈봉사가 알려지면서 헌혈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연락도 자주 오고 있다.헌혈증 한장이면 500cc 수혈을 받을수 있기때문이다.이에따라 처음에는 연락오면 그냥 나눠주었던 헌혈증을 요즘에는 쉽게 건네주지는 않는다."가급적이면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주변의 가족들이 헌혈을 했었는지, 헌혈봉사의 정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강성 부회장은 "헌혈증을 받아간후 연락도 없는 사람들을 보면 꼭 보답을 받는다기 보다는 결과를 알려주면 좋은데 아쉬운 마음이다"고 덧붙였다.이들 두 친구의 헌혈봉사는 주변의 헌혈봉사자를 늘리면서 몇년전 헌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발족했다.헌혈의 집을 찾는 사람들끼리 가끔씩 얼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으로 구성되었다.20여명의 회원들이 매월 셋째주 화요일 정례모임을 갖고 헌혈 활성화 방안등을 논의하면서 헌혈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정헌모 회원들은 올해 초에는 정읍헌혈센터가 문을 닫자 여론을 환기시키며 정읍시의 지원을 이끌어내 전국 최초로 민관합동의 헌혈공간인 정읍헌혈사랑터를 시기동 구 파출소자리에 개소하는 등 헌혈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 기획
  • 임장훈
  • 2013.11.19 23:02

임실 섬진강댐 '재개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관리단장 이종세)은 우리의 아픈 과거와 시련속에서 탄생했다.광활한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제공, 보다 많은 식량을 착취하기 위해 일제는 1928년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건설했다.운암제는 현재의 섬진강댐 상류 2㎞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저수량이 적은 갈수기에 본모습이 드러난다.현재의 섬진강댐은 일제에 의해 1940년대에 추진됐으나 세계 제 2차대전의 발발과 일제의 패망으로 사업이 중단됐다.이후 우리 정부가 재착공했으나, 한국전쟁의 발발로 공사가 또 다시 중단, 1961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재추진됐다.섬진강댐은 1965년 완공후 호남평야의 젖줄로 자리했고 홍수예방과 청정 수력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입지를 굳혔다.△ 섬진강댐 재개발사업, 새로운 비상 꿈꾸다섬진강댐은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당시 수몰지내 주민을 완벽하게 이주시키지 못해 비정상적 운영이 불가피했다.수몰지내 주민은 당시 조성중인 부안군 계화도 간척지 등으로 이주토록 계획했으나 간척지 공사가 완료되지 못해 주민이주가 어려웠다.때문에 235세대의 주민들이 수몰지내에 잔류케 됨에 따라 당초 계획인 상수만수위(해발고도196.5 m)를 채우지 못해 수자원의 불완전 활용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더욱이 최근에는 100년 빈도로 설계된 섬진강댐의 경우 가능최대홍수량(PMF)에도 대응토록 하는 치수능력 증대사업의 시급성도 지적됐다.이를 바탕으로 섬진강댐은 2008년 5월 수몰지내 주민 이주대책과 섬진강댐 재개발사업 실시계획을 고시, 공사가 착공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섬진강댐 재개발사업은 치수능력증대와 댐운영 정상화사업으로 2003년에 시작, 2015년 준공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2319억원이 투입된다.치수능력증대사업의 핵심은 보조여수로 건설로서 이는 4개의 수문과 2개의 여수로로 구성된다.보조여수로 입구부에 설치되는 4개의 수문은 월류고(해발고도 186.7m)가 현재 섬진강댐의 기존여수로 월류고(해발고도 192.7m)보다 6m 낮게 설치, 저수지에 홍수 유입이 예상될 경우 예비방류 등 효율적 댐 운영이 가능해진다.수문을 통해 유하되는 물은 2개의 여수로를 거쳐 방류되고 이 여수로는 직경 13.5m의 마제형(馬蹄形) 터널로 각각 674m와 624m로 설치된다.섬진강댐은 보조여수로를 통해 초당 4016㎥ 추가 방류능력을 갖게 되고 이상 강우시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며 노후화된 기존여수로 15개의 수문도 전면 교체된다.섬진강댐 재개발사업은 현재 보조여수로 설치와 기존여수로 수문교체가 완료됐고 댐운영 정상화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추가용수를 하류에 공급하기 위한 '하류용수공급시설'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이 하류용수공급시설 공사는 저수지측에 최대수심 46m에 취수탑을 설치하고 댐체 내부에 방류관로(직경 1.5m)를 설치하기 위해 직경 2m로 기존 댐체를 관통하는 공사다.한편 댐운영 정상화사업이 완료되면 댐하류 하천유량이 현재 1일 8만6000톤에서 최대 43만2000톤으로 증가, 하천 수질 및 생태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저수구역내 거주민 이주를 위하여 운암 이주단지 13만㎡가 조성, 분양중에 있고 면사무소 이전과 함께 주민들도 주택을 신축중에 있다.특히 운암면은 구 면소재지에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특용작물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아울러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주민 소득증대와 관광자원 개발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치수능력 증대사업과 댐운영 정상화사업 외에도 섬진강댐 재개발사업에는 댐 주변지역 환경개선사업도 포함되어 있다.이 사업은 낙후된 섬진강댐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하고 자연경관 및 생태환경을 보전,복원하는 사업으로서 물문화관 및 생태공원 등이 조성되며 올해 실시설계와 함께 2015년에 완료할 계획이다.△과학적 댐 운영 2011년 범람 위기 극복최근 기상이변으로 가뭄과 홍수, 폭설 등 자연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도의 집중호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특히 2011년 8월 9일에 발생한 '섬진강댐 범람위기'는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18시간 만에 251mm의 강우량을 보여 댐의 설계홍수량을 초과하는 500년 빈도의 수량이 유입, 국가적인 이슈를 낳았던 재난상황이었다.당시 추가강우에 따라 댐 비상여수로의 가물막이가 붕괴될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섬진강댐관리단은 댐 하류 주민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홍수조절을 시행했다.△K-water 섬진강댐관리단, 지역사회와 따뜻한 동행 임실군 강진면에 위치한 K-water 섬진강댐관리단의 미션은'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대한민국 시련의 역사와 함께한 섬진강댐은 1973년도 K-water가 댐 시설 운영관리를 위탁받은 이래 호남지역의 안정적인 용수공급에 주력했다.또 홍수조절을 위한 중요시설물로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댐 주변 지역의 사회발전에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지원사업은 지난 1995년부터 해마다 K-water 댐관리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출연,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와 복지증진 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지난해까지 총 168억원이 지원됐다.올해는 22억원을 출연해 임실과 정읍, 순창 및 완주 등 댐 주변지역에 주민복지시설과 소득 증대사업을 지원하고 해마다 대학생들에 해외연수와 장학금 지급 등 육영사업도 시행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섬진강댐관리단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물사랑 나눔단'봉사활동 동아리를 구성, 댐 주변 소외계층과 독거노인 등에 집수리사업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더불어 (사)열린의사회와 연계, 해마다 댐 주변지역에 사랑나눔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는 11월중에 강진면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이밖에도 다문화가정 후원을 위해 임실군다문화센터와 협약을 맺고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사간병 도우미를 채용하여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의 일상도 돕고 있다.앞으로도 섬진강댐관리단은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눔과 공감으로 이룩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지역사회와의 따뜻한 동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이종세 단장은 "댐재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협조해 준 전북도와 임실군, 정읍시 관계자 등에 감사드리고 국가정책에 동참한 주민들에도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 기획
  • 박정우
  • 2013.11.19 23:02

[35. '노인보호구역' 도내 현황과 문제점] '실버존' 22곳 지정해 놓고 6곳만 교통안전시설 설치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도로교통법 제12조 및 12조의 2의 규정에 근거를 둔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규칙'에 따라 설치되고 있다.노인복지법에서 정한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여가복지시설을 비롯해서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주변도로 중 교통량이 많고 노인의 왕래가 잦아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은 도로에 설치하도록 돼있다.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고, 주정차를 금지한다. 건널목 보행 시간도 노인들의 걸음속도에 맞춰 1m/s에서 0.8m/s로 조정할 수 있다. 또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시설, 방호울타리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그리고 노인보호구역 안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범칙금이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노인보호구역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노인보호구역 실태를 점검해봤다.△노인보호구역은 무용지물?이달 12일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까지 지켜 본 전주 덕진노인복지관 정문 앞. 승용차, 트럭, 승합차, 택시 등 다양한 차량들이 제한 속도 30km 라고 쓰인 노면표지가 무색할 정도로 씽씽 달렸다. 정문 서쪽 100여 m 지점 도로면에 표시된 노인보호구역 표시는 페인트가 벗겨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높게 세워진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엔 '속도를 줄여주세요' 라는 작은 글자 외에 30km 제한 표시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 주의를 끌기에 미흡했다. 이어 이달 14일 오전 10시. 노인복지관을 두 곳이나 이용하는 정모씨(80전주시 진북동)는 매 주마다 승용차로 오는데 이곳이 노인보호구역이라는 걸 몰랐다며 계면쩍어 했다. 다른 차량들도 노인보호구역의 제한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오후 4시 전주양지노인복지관 앞 노인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과 연이어 있고 노인보호 노면표지, 컬러아스콘 포장, 노인보호구역 표지판 부착, 주정차 금지표지판 등이 갖춰져 있는데도 승용차, 트럭 등 다섯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 30km 제한 속도를 지키면서 달리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양지노인복지관의 경우처럼 학교와 노인복지관이 연이어 있어서 어린이노인보호구역이 겹치거나 어린이보호구역에 노인보호구역이 바로 이어지는 직선도로는 굳이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표시판이 필요 없는데도 형식적으로 매달려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노인보호구역 실태전북도 내에 노인복지시설은 3230여 개소가 있고, 이 가운데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2개소, 필요한 시설이 설치된 곳은 6개소로 파악됐다. 지난 해 6월 기준 전국적으로 노인보호구역은 566곳이 지정됐고, 생활체육시설 및 공원에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된 곳은 광주와 충남 등 10곳이다. 전북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도내에 '실버존'을 현재까지 지정한 곳은 22곳으로 이 중 설치가 완료된 곳은 전주 덕진노인복지관 등 6개소로 파악됐다. 그나마 설치된 곳마저 시설 미비, 규정 미준수, 홍보부족으로 실버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인보호구역 설치도 극히 부진하다. 그 이유는 지자체에서 국비와 지방비를 각각 50%씩 부담해서 설치하려고 하는데 국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이를 핑계로 노인보호구역설치를 아예 방치하거나 설치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의 크기와 내용도 제각각이고 노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문제다.△노인보호구역 대책은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한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현재 노인보호구역 위반 운전자는 일반 지역과 동일한 범칙금,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위반 경우처럼 가중처벌 등 법적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시행규칙은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이 통합돼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위반자에게만 범칙금 가중처벌 규정을 둔 것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노인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보호구역 설치 목적과 운전자 주의사항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강화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노인보호구역을 필요한 곳 모두 지정설치해서 교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및 공무원 인력부족으로 노인보호구역 위반차량 단속이 어렵다면 속도 및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시설책임자가 보호지역 관리나 주정차 공간 부족 등 제약요인이 뒤따른다는 이유로 보호구역 신청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면 국민권익위의 권고안처럼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나 학부모, 시설 이용자도 노인보호구역 설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실버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 지역별로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드는 설치비를 안전행정부에 예산요구를 강력하게 했다"며"연차적으로 안전시설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이정상 부장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 실시, 안전한 노인보행환경 갖춰야""노인보호구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인 만큼 노인교통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처럼 교통통합표지판과 안전시설,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접 단속을 강화함은 물론 홍보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죠. 노인교통사고가 없어질 때 교통문화의 선진화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늦가을 햇살이 창살 틈새까지 스며든 이달 15일 오후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지부장 이건호) 이정상 부장을 만났다. 마침 외부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통사고율이 내려가고 있는데 유독 노인교통사고율이 높아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부장은 "자동차생활이 대중화된 지 얼마 안돼서 운전자나 보행자나 자동차 통행의 위험 행동을 위험한지 모르는데서 오는 결과"라며"노인 활동 인구의 증가와 노인의 신체기능저하로 신속한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이 부장은 "노인의 특성과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위해 노인명예교사를 위촉, 노인정 등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과 어르신 전자교육을 실시한다"며"3시간의 교육 이수시 자동차보험료 5%할인 혜택을 받도록 추진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노인교통사고의 70% 정도가 보행 중 사고라고 지적한 이 부장은 "노인보호구역 및 보행우선구역의 확대와 더불어 노인보호구역 등 노인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노인을 보호하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노인들은 꼭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도로 중앙에 서 있지 말아야 하며, 밤에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야광지팡이나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도로사정과 관련 법 규정도 선진국 수준이지만 이웃나라처럼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특별 교육과 검사 실시, 노인운전자 차량 위협 또는 부당 추월자에게 벌점 및 벌금 부과 등 의 시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노인보행속도를 고려한 녹색신호주기 조정, 교통섬 설치 확대 등 보행자 우선 교통안전시설과 시책 추진, 교통안전 사회교육과 대국민 홍보활동을 꾸준히 강화하는 관련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 부장은 "노인, 어린이, 장애인을 교통 약자라고 하는데 성숙한 사회일수록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높다"며"노인보호구역 지정, 교통안전표지시설의 완비와 함께 노인보행자가 나의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어르신들이 도로를 걷거나 횡단할 때 안전한 노인보행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정모(전북실버뉴스센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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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9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10. (상)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남쪽 칼랑강의 일부를 매립한 땅 위에 세워진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지난해 6월 오픈한 이곳은 마리나 베이 간척지 위에 세워진 99만㎡(30만평) 규모의 싱가포르 최대의 공원이다. 이 정원은 '그린 라이프가 곧 삶의 질을 높인다'는 철학이 반영됐다.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크게 실내 온실과 야외 정원으로 구분된다. 야외 정원은 구역마다 각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듬뿍 담아 특색 있는 조경을 선보이는 '헤리티지 가든(Heritage Garden)', 생태계의 신비를 만날 수 있는 '월드 오브 플랜츠(World of Plants)'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시원한 폭포와 함께 열대림의 희귀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와 지중해 지역의 식물과 꽃을 중심으로 오색빛깔 화려한 화원이 펼쳐지는 '플라워 돔(Flower Dome)' 등 모두 7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사람의 힘으로 조성함으로써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가 지구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쳐주면서 환경의 중요성도 일깨워주고 있다. 도심 속에 만들어진 인공공원이 단순히 관광과 휴식의 목적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까지 생각하게 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인 슈퍼트리 12그루가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슈퍼트리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패널을 얹어 실재 식물을 식재한 인공 나무다. 높이는 25~50m에 이르며, 15~16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 슈퍼트리는 마다가스카르 섬의 바오밥 나무를 연상시킨다. 나무 가지들은 마치 신경조직이나 혈관의 모습처럼 보인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양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슈퍼트리는 단연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이다. 이 인공 나무들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 옷으로 갈아입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슈퍼트리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화려한 '나이트쇼'까지 펼쳐진다. 명실상부 공원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거듭난 공간이다. 이 거대한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노란색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정원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총 18개의 슈퍼트리가 있다. 슈퍼트리 18그루에는 200여종, 16만여 가지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헤리티지 가든(Heritage Garden)=싱가포르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식물과 상징물로 만들어진 테마 정원이다.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은 물론 식민지 시절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나라의 특색이 그대로 담겨있다. 말레이 가든에는 말레이시아 전통 가옥인 '캄퐁 글램'과 별모양 과일인 '스타 프룻'이 있으며, 인디안 가든에는 힌두 문화권에서 숭배하는 코끼리 상과 바나나 나무, 향신료 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차이니즈 가든에는 돌로 조각한 기마상을 비롯해 중국의 시에서 등장하는 나무와 꽃들이 식재돼 있다.△월드 오브 플랜츠(World of Plants)=씨앗은 어떻게 이동하는지, 땅 속에서 어떻게 싹을 틔우는지, 식물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 지 등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총 6개의 코너로 꾸며져 있으며, 각각의 코너에서는 해당하는 식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하다.△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이름에서 느껴지듯 구름이 걸린 고산을 모티브로 꾸며진 식물원이다. 돔 내부에는 58m 높이의 인공 산을 만들어 각각의 높이에 맞는 다양한 산악식물이 식재돼 있다. 특히 해발 1000~3000m 높이의 동남아시아 고산지대 식물들을 비롯해 칠레와 중동 산악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도 볼 수 있다.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어스체스, 크리스탈 마운틴, 워터폴, 카번, 로스트 월드 등 고지대에서부터 저지대까지의 다양한 지구상의 식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교육적인 전시 시설이다. 절벽에서 물보라를 내뿜으며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거대한 인공폭포(35m)도 있다. 이 곳에서는 기후변화가 지구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쳐주는 교육용 영화도 상영한다. △플라워 돔(Flower Dome)= 통유리로 지어진 1만5840㎡(4800평) 규모의 초대형 식물원이다. 높이 38m에서 쏟아지는 자연 채광과 기둥 없이 탁 트인 실내구조로 돼 있다. 이 곳에서는 서늘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독특한 나무와 화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칸 바오밥 나무를 비롯해 선인장 등 다육식물과 호주, 남아메리카, 캘리포니아, 지중해 등의 정원을 여행하듯 구경할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 & 킹피셔 레이크(Dragonfly & Kingfisher Lakes)=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게 되는 드넓은 호수다. 이 호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식재된 수많은 식물들을 돌보기 위한 물을 공급하며, 호수 속에 여러 수중 동식물을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도 마련돼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강정원
  • 2013.11.18 23:02

농촌정책 성공 평가 임정엽 완주군수

로컬푸드를 선두로 한 농촌활력정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임정엽 완주군수. 또 지난 6월 완주-전주 통합문제로 전북지역 뉴스의 중심에 섰던 임 군수. 최근엔 내년 치러질 64 지방선거에서 어디에 출마할지를 두고 정치권의 다양한 관측과 시선을 받고 있는 임 군수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한 사전자료를 제공해 준 까닭에 일상적 주제는 아예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담 시간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행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나눌 주제가 다양한 인물이란 방증이다.-민선 4기와 5기의 최대 성과로 인정받는 완주군표 로컬푸드에 쏟아지는 시선이 전국 무대를 거쳐, 이제 해외 사례로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지난 7년간 완주군정을 이끌어온 수장으로서 최근 완주군의 놀라운 변화에 대한 높은 평가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완주군수를 처음 맡으면서 제 스스로 가졌던 다짐과 목표가 있었습니다. 활력을 잃고 침체되어 가는 농업농촌의 회생방안을 찾아, 주민공동체인 마을과 지역공동체가 함께 잘 사는 농촌활력 수도 완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마을회사CB공동체두레농장로컬푸드 직매장과 농촌활력지원센터 등은 바로 완주군이 일구고자 했던 농촌활력정책이었고, 이것이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받게 돼 더없이 기쁩니다. 모든 행정의 중심에 군민을 두었고, 처음엔 작은 일도 '할 수 없다'던 군민들을 꾸준히 격려, 남녀노소 계층별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점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열린 로컬에너지포럼, 아시아미래포럼을 비롯해 '2013 국제사회적포럼', 그리고 얼마 전 커뮤니티비즈니스 한일포럼까지 군 단위 자치단체로는 감당하기 힘든 국제 무대에 완주군이 잇따라 섰습니다."로컬푸드와 로컬에너지 등으로 대표되는 완주군의 농촌활력정책은 전국 지자체의 농촌자립형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도 완주를 찾아 배워갈 정도니까요. 저는 앞으로의 농촌 경쟁력은 사회연대경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완주군수이면서 전국 27개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는 호혜와 연대의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들이 뜻을 모아 지난 3월에 출범한 협의회로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완주군은 사회연대경제 성공모델로서 국제포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열린 사회연대경제 국제포럼에 참석한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이 말한 '완주군은 한국의 이탈리아 볼로냐'라고 극찬한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민선 4기와 5기 동안 기업 유치 성적표는 어떻습니까."민선 4기에 들어서면서 완주군은 지역경제 발전과 지역 특성화를 위해 원스톱 기업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연계 R&D 기관 집적화, 최상의 근로자 복지환경 조성으로 전국 최고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민선 4기와 5기 현재 243개의 기업을 유치, 엄청난 신규 고용창출과 지방세수 확충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투자금액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70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세수는 민선4기초 561억원에서 2013년 922억원으로 64.3%나 신장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완주와 전주를 잇는 시내버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민심이 편치 않습니다."먼저, 주민들에게 등을 떠밀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는 절대 동조할 수 없습니다. 전주시의 경우도 어른스럽지 못한 처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009년엔 일방적으로 시내버스 요금을 지원하더니, 지난 6월 통합이 무산된 이후엔 완주군에 공문을 보내 완주군이 지원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인 행정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통합이 안되었으니 완주군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습니다. 그동안 시내버스 문제에선 가장 중요한 주민이 빠져있었습니다. 먼저 주민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안은 마을버스를 추가로 증차하고, 일명 '교통 이장'을 마을별로 두는 것입니다. 교통이장은 각 마을의 교통약자에게 지급되는 버스쿠폰 등 지원책을 바탕으로 각 마을이 소유한 자가용 등 차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을 일컫습니다."-내년도 치러질 64 지방선거에서 어느 선거구에 출마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마 범위를 좀더 구체화시켜 주십시오. 또 민주당 이외에도 다양한 정치권과 접촉면을 넓히는 것으로 관측이 되는데요."선거구 문제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완주군수를 한번 더 하는게 어떻느냐, 전주시장에 도전하는 건 어떻느냐, 또 도지사를 고려해 보라고도 합니다. 뭐든 가능하지만 완주군수와 전주시장 사이에서 고민 중입니다. 연말까지는 정치적 향방을 결정 지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도내 최대 현안이었던 통합과 관련 민주당이 취한 태도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아직도 민주당은 통합 문제에 대한 반성이 없습니다. 만약, 하나를 위해 아홉개를 버려야 하는 경우가 올지라도 이번에는 어떤 길을 갈지 유불리를 떠나 고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치세력, 정당과도 만나고 있습니다."● 임 군수와 박원순 시장 인연 '2007년 해외연수 동행, 정책 발굴 교감 이어와'대외적으로 돈독한 우의를 보이고 있는 임정엽 완주군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만남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임정엽 군수는 "2007년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련 일본 연수에 박원순 시장과 동행하면서 서로의 뜻이 맞아 본격적인 만남이 싹텄다"고 말했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었다.임 군수는 "당시 연수 길에서 박원순 상임이사와 지방자치 활성화란 공동의 화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쏟아 냈고, 서로의 뜻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임 군수는 박원순 상임이사와 나눈 토론과 대화들을 귀국과 함께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완주군 공무원을 NGO에 파견하고 완주군내 지역자산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기획안이 로컬푸드 등 농촌정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그런 만큼 완주군내 농업농촌 정책과 공동체 복원 아이디어에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이 곳곳에 녹아 있는 셈이다. 임 군수도 이에 대해 "많은 정책들이 박원순 시장과의 토론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 많고, 여기에 현장 상황들이 곁들여져 완주군 농업농촌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이후 임 군수와 박 시장은 함께 해외 출장에 나갈 때마다 비행기 옆좌석에 앉아 서로에 대한 생각과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갔다. 임 군수는 "비행기를 함께 타고 해외에 나갈 때면 엄청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진다"며 "이런 인연들이 쌓이면서 인간적 교감으로까지 이어져 나갔다"고 말했다.서울시장 출마에 나서기 직전인 2011년, 박 시장이 백두대간 종주에 나설을 때 임 군수는 남덕유 구간 우정등반에 나섰고, 두 사람은 이부자리에 함께 누워 밤 늦도록 대화를 나누는 격의 없는 사이로 발전했다.박 시장은 임 군수와 관련된 행사가 서울에서 열릴 때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기획
  • 김경모
  • 2013.11.18 23:02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8. '하늘아래 첫 동네' 경쟁

지리산에는 '하늘아래 첫 동네'가 많다. 최근 10년 사이 고지마을까지 도로가 놓이면서 접근성이 좋아지자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주민들이 요식숙박업에 뛰어들면서 지역 간 차별화 전략으로 내건 슬로건이 바로 '하늘아래 첫 동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현재 이 마을들은 지리산 고지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리산이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댐과 함께 이 부분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유의지로 이전을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앞서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된 중국 무이산의 경우 지정 전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모두 이전시켜 유네스코 위원회로부터 경관 보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전남 구례군 산동면 심원마을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심원마을은 원조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목인 성삼재를 지붕삼아 해발 750~800m에 걸쳐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심원마을은 조선 고종 때인 1800년대 후반, 약초를 캐고 토종꿀을 채취하려 사람들이 모이면서 형성됐다. 현재 19가구 30여명이 살고 있는 미 마을은 지난 1988년 성삼재를 통해 남원과 구례를 잇는 861번 지방도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오지 중의 오지였지만, 지금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관광객이 몰리면서 최고의 피서지가 됐다. 매년 여름 이곳을 찾는 피서객은 하루 평균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관광객이 몰려들자 주민들의 생활 패턴도 점점 변하면서, 약초와 꿀 채취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은 이제 대부분 식당과 민박집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지리산 3대 계곡 중 하나로 꼽히는 심원계곡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에 있는 오수정화 시설은 몰려드는 관광객의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다. 구례군이 심원계곡에 대한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매해 평균 7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는 1ℓ당 0.5~0.6mg이었지만,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뒤인 9월에는 1.3mg으로 상승했다. 오염된 물은 달궁계곡을 거쳐 뱀사골계곡까지 그대로 흘러가면서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 남부사무소는 심원마을에 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를 추진한다. 남부사무소 관계자는 "그간 보상금을 두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주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의 고지 마을들도 심원마을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이주는 어려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 새재마을해발 800m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남 산청군 새재마을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제주 43항쟁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낮에는 아군으로, 밤에는 적군 편으로 살아야 했던 화전민들을 위해 50여년 전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어 준 게 마을의 시초다. 이병주 작가의 소설 '지리산'의 한 부분에서는 "지리산을 찾은 빨치산들은 조개골 등에 숨어 이곳 달뜨기능선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향과 가족을 생각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빨치산들이 능선 위로 뜨는 달을 보며 가족을 그리워했다던 조개골 초입이 바로 새재마을이다.대원사에서 유평-중땀-아랫새재마을을 거쳐야 갈수 있는 새재마을은 오지였지만 수년 전에 도로가 연결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이 때문에 이 마을 주민들도 약초 등을 채취하며 살아왔지만 현재는 대부분 민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심원마을처럼 계곡이 수려한 것은 아니어서 마을 주민들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이름을 걸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새재마을엔 정화시설이 없다. 아랫동네인 유평 집단시설지구엔 정부에서 설치한 대형 정화시설이 있지만 새재마을의 오수는 그대로 계곡으로 흘러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도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관계기관의 반응은 냉담한 현실이다.한 마을 주민은 "기존 가정용 정화조로는 오수 처리는 어림도 없고 시설을 개인이 설치하기엔 전기료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상류부터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게 맞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심원마을 같이 이주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복합유산 되려면 문화자연 어우러져야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는 욕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활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그러던 곳에 1988년 861번 지방도로가 생기면서 변화가 생겼다. 도로 신설은 종종 많은 것을 바꾼다. 이전에 흥성하던 곳을 쇠락시키는가 하면, 거꾸로 한가롭고 깨끗하던 곳을 번잡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만든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민박집과 식당이 들어서면서, 탐방객은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 평균 2000여명이 찾아오게 되었다. 성수기에는 마을 오폐수 처리시설이 탐방객이 만들어내는 오염 물질을 다 처리하지 못하므로 오수가 계곡으로 흘러들게 된다. 악취 문제뿐만 아니라 계곡의 생태계에 변화를 주게 된다. 인과 질소는 하천의 부영양화를 일으킨다. 용존산소에 변화가 생기면, 그에 따라 수서곤충과 어류, 그리고 계곡 주변까지 변화가 일어난다. 깨끗한 계곡을 즐기기 위한 탐방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6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환경 복원을 위해 심원마을을 이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이 계획은 자꾸 미뤄지고 있다. 세계복합유산이 되려면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져야 한다. 깨끗한 '자연'이 있어야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리산과 더불어 사는 산촌 마을 만들기의 모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반드시 부딪힐 질문일 것이다. 또한,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받은 후에는 지리산 주변 마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지리산의 깨끗한 자연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심원마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몰려오는 세계인과 지리산이 조화롭도록 말이다.

  • 기획
  • 김정엽
  • 2013.11.15 23:02

건축가 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 "나는 권력집단 아닌 대중을 위해 일하는 '팝 건축가'"

유쾌한 인터뷰였다. 약속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면서 예정되어 있던 그의 일정이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굳이 서둘러 마무리 하지 않았다. 참신한 실험성과 분명한 철학과 탐구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공간들이 그렇듯이 그의 내력 또한 충분히 궁금했으며 흥미진진했다. '건축가'가 아닌 '건축도'를 고집하는 '얼반테이너'의 백지원 대표(39) 이야기다. 4-5년 전 만해도 무명의 건축가였던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09년을 즈음해서다. 그해 4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카키색 컨테이너로만 만들어진 건물이 들어섰다. 규모와 고급 자재, 화려한 디자인으로 치장한 건물들이 즐비한 강남 한복판에 등장한 이 건물은 스물여덟개의 군수용 컨테이너를 연결한 구조물에 아스팔트로 바닥을 입힌 개방된 공간. 각각의 컨테이너가 독립된 공간으로 바뀌어 젊은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가 되고, 전시와 공연, 쇼케이스와 파티, 포럼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따라 구조를 바꾸는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Palatoon Kunsthalle)'다. 백대표는 이 건물의 설계와 프로젝트 기획과 운영을 주도했다. 문화계는 그를 주목했으며 젊은 대중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4년, '백지원'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가 되었다. 그를 만났다. 30대 건축가의 성공 뒤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 궁금했다. 대학 입학과 함께 고향 전주를 떠난 지 20년. 치열했던 일상이 엮어놓은 그의 청년기는 때로 험난했으며 때로 고달팠지만 그를 온전히 세운 빛나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알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알려진 그의 이름이 결코 요행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부딪치고 스스로 치유하면서 열어온 '경험'의 축적이었다는 것을. 인터뷰는 서울 장충동 얼반테이너 사무실에서 있었다. 주택가 사이의 낮은 빌딩 1층과 2층을 트인 공간으로 구성한 이 회사에는 대표의 방이 따로 없고, 직능 부서간 경계도 없다. '직책은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기능을 할 뿐 누구나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한다'는 회사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구조다. 요리를 할 수 있는 너른 주방이 가장 전면에 위치해 있는 사무실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일도 즐거웠다. -'얼반테이너'란 회사 이름이 흥미롭군요."'어반(urba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컨테이너(container)'를 조합한 것입니다. '도시를 담는 유쾌한 그릇'이라는 의미죠. 우리가 지향하는 회사의 방향과 정체성을 드러내줄 이름을 찾기 쉽지 않아 6개월 동안 고민해 얻은 이름이에요."-2009년에 회사를 열었는데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회사를 만들면서 정해놓은 원칙을 지키면서 긍정적 사고로 일한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원칙은 얼반테이너의 식구들이 모두 즐겁고 유쾌하게 일하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즐겁게 일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가 또 즐거운 일거리를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얻게 됩니다." -그 원칙이 궁금합니다.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경쟁 입찰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을 원하는 곳에서만 일을 하겠다는 뜻인데, 그래서 수의계약으로만 프로젝트를 받습니다. 두 번째는 하청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세 번째는 가족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입사원 프레젠테이션 첫 장에 이 원칙을 담죠. 아직까지 어겨본적이 없지만 사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유혹에 흔들리기 십상이어서 스스로를 지키며 원칙을 강화하려는 노력입니다." -얼반테이너를 만들기 전에는 1인 스튜디오를 운영했던데요. "디자인부터 현장일, 회계와 영업까지 혼자서 해냈던 8년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건축에 관한 모든 것을 현장에서 부딪치며 온몸으로 체득했던 시간이었으니까요. 1인 스튜디오를 열고 가장 많이 했던 일이 도배하고 장판 깔아주는 일이었어요. 아파트 인테리어가 주된 일거리였는데, 창업하고 3-4년 동안은 순익은 커녕 해마다 적자를 봤어요. 현장일을 전혀 모르고 뛰어든 대가였지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거짓말처럼 빚을 갚고 흑자로 돌아섰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힘든 시기였는데, 무슨 고집에서였는지 그때도 하청은 받지 않았지요."-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면 유혹이 컸을텐데요. "갈등이 없지 않았죠.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때 모두 몰려왔으니까요. 집이 어려워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현실적 벽은 높고. 외롭게 이 세상과 대면하는 시기였는데, 힘들수록 자존감 존재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고, 결국 그 고민이 그 시기를 지킬 수 있게 했던 것 같아요."-건축을 전공했는데, 왜 굳이 혼자서 하는 일을 택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는 일이 많았어요. 친구들과 게임방 운영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어요. 물리적으로 세 개의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 시기를 겪으면서 강해졌죠. 그러나 결국 대학원을 포기하고 게임방도 정리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사무실에 자면서 하루 15-16시간 일했죠. 어느 날부터인가 회의가 밀려들더군요. 나의 근본을 찾아야겠다 싶었죠. '나는 건축가이고, 디자이너'란 생각이 정신 차리게 했습니다. 스케치를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컴퓨터와 결별하고 곧바로 삼성동 여덟 평짜리 지하 월세방에 들어가 4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살았어요. 후배들이 가져다주는 쌀과 라면으로 연명했던 시절입니다."-그래도 그 시기가 길게 가지 않아 다행이군요.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그래도 건축과 인테리어였어요. 그래서 1인 스튜디오를 시작했지요."-설계사무소 같은 곳이나 현장 경험이 없는데 일거리가 있었습니까. "보험 외판원들처럼 영업을 하러 다녔어요. 친척 선배 친구들부터 찾아다녔죠. 아파트 인테리어 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이 나면서 바빠졌어요."-특별한 노하우가 있었겠군요. "처음엔 앉아서 적자를 봤죠. 제 경쟁상대는 아파트 앞 인테리어가게 사장님들이었는데 그 가게들의 단가를 죽어도 맞출 수 없었거든요. 파이프라인이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만의 무기를 만들었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컴퓨터로 보여주었어요. 고객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단가가 조금 비싸도 계약이 되더군요.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입소문, 그것을 저는 구전마케팅이라고 하는데(웃음) 옆 동네 누구 누구 하는 식으로 일이 확장되고 카페, 병원 등 다양한 공간의 인테리어가 들어왔어요."-아파트와 카페나 병원 같은 공간들은 성격부터 달랐겠는데요. "그때부터는 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공간의 성격을 탐구해 디자인을 하고 실행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그 작품들은 고스란히 재산이 되었죠. 그 일을 하면서 건축 인테리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 건축 분야 생태계도 알게 됐죠. 작업을 하나 진행하는데 100명 정도가 동원되거든요. 그 분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이 저에게 있는 셈이지요. 단가를 너무 낮추어서 계약하면 안 되고, 손해가 나더라도 그 분들과 부담을 나누어서도 안 된다는 신념을 그때 현장에서 터득했어요."-'플래툰 쿤스트할레'는 건축가 백지원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건축주인 독일의 플래툰은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인데, 그 인연이 궁금합니다. "플래툰은 서브컬처(비주류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그룹입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또한 기존의 문화가 담지 못하는 것들을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이지요. 저는 이전부터 컨테이너 작업을 해왔는데, 플래툰의 친구들이 그것을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은 플래툰이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쿤스트할레를 들여놓은 도시죠."-컨테이너 작가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는데 컨테이너를 주목한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어린 시절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농장이 아주 넓고 산을 끼고 있었는데, 그때 부터 움직이는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컨테이너는 이동 가능한 최고의 구조물이어서 제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모듈건축의 기반이 된 것이죠."-건축물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는 많이 다른것 같군요. "사실 이동 가능한 건축물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이동가능하게 되면 아주 특별한 사회적 환경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 번째가 지주와 결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다시 말하자면 권력집단과의 결별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죠. 우리나라는 특히 땅이 좁아서 땅을 가진 사람들의 힘이 큽니다. 여전히 봉건주의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만약 이동가능한 집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어요. 땅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죠. 빈 땅이 많아지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결국 이동가능한 집을 가진 사람들이 땅을 가진 사람들의 클라이언트가 되겠죠. 요즈음 젊은 세대들에게는 주택 소유의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환경변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백 대표가 지향하는 건축 철학은 생태적 환경에 있는데, 컨테이너가 그 통로가 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지금 이산화탄소 발생수치는 지구가 30년 안에 멸망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위험한 수치입니다. 화두는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느냐죠. 지금의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47%가 건설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이죠. 그런데 건축물의 소재를 컨테이너나 자연소재를 이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이용 가능한 구조물을 대치한다면 달라지겠죠. 환경을 살리는 길이 여기 있는 겁니다. 컨테이너가 아니더라도 변형 가능한 모듈건축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모듈건축의 재활용적인 가치를 주목하는 것인가요. "리사이클링만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 되는 건축으로서의 가치죠. 업사이클링되는 건축물이 많아지면 건축의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젊은 건축가 50인에 선정돼 연설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세상에 절대 남지 않을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며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 인류의 꿈과 희망을 해결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건축가들이 많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인스턴트 건축가'라고 놀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권력집단을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가 아닌 대중들을 위해 일하는 '팝 건축가'라고 말했습니다."-그렇고 보니 백 대표의 작업 대부분이 대중문화를 선도하거나 그 중심에 있는 것들이군요. "카페나 클럽 같은 공간들의 인테리어부터 브랜딩과 마케팅,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작업을 합니다. 중심은 공간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이죠."-백 대표가 즐기는 파티도 대중문화를 이끄는 중요한 통로겠죠.(웃음) "물론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회사를 만들고나서 아주 적극적으로 파티를 열었어요. 아티스트들의 파티는 단순히 즐기는 장소로서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교류하면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간이거든요. 파티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재미있게 즐기는 문화입니다. 특히 좋아 하는 부분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섞여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며 즐겁게 논다는 것인데, 재미있게 놀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생겨 나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창조와 혁신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인터뷰 말미,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회 유쾌한 도시'는 어떤 것인가 물었다.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를테면 일등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꼴찌에게도 주목하는 사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회라고 그는 덧붙였다. 디자인과 건축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다가올 미래의 주거환경과 에너지문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해야 할 선택이고 책임이다.● 백지원 대표는 컨테이너 작가로 유명평창 스페셜 올림픽 무대 디자인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는 전주 출신이다. 대학 시절 고향을 떠났던 아버지(백형기)는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완주군 상관면에 내려와 농장을 겸한 목장을 운영했다. 덕분에 그는 상관에서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까지 두 살 터울의 여동생 손을 잡고 버스 통학을 해야 했다. 동네에 또래가 없어 늘 혼자 놀아야 했던 그에게 농장은 유일한 놀이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것에 특별한 재주를 보였던 그는 초등학교때 이글루를 만들어 그 안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가 만든 생애 첫 구조물이었다. 그는 건축가였던 외할아버지와 가구디자이너였던 어머니로부터 만드는 재주를, 아버지로부터 도전과 실험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한다. 우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민대 건축과에 입학했으나 컴퓨터 그래픽에 이끌려 전공보다는 컴퓨터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대학 1학년 때 조형론을 강의했던 금누리교수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의미를 통해 '누구를 위해 재능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류를 위한 일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그때 굳혔다.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집안형편이 기울고 어머니가 작고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던 그는 회사생활 2년을 마지막으로 독립, 1인 스튜디오를 열고 건축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첫 작품은 성북동 주택. 건축 경험이 전혀 없던 그의 창조적 사고만을 믿고 부지 선정부터 모든 과정을 온전히 맡긴 건축주 덕분에 그는 건축 현장의 모든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1인 스튜디오 생활을 정리하고 '얼반테이너'를 연 것이 2009년. 디자인 설계가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와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는 공간 브랜드 기획자로 이름을 더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 작품은 역시 32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안긴 '플래툰 쿤스트할레'지만,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름난 클럽과 카페도 적지 않다. SKT의 가로수길 팝업스토어, 화제를 모았던 'SK Week & Water Tank Exhibition'(2009)과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의 홍보부스 디자인, 네이버 앱 스퀘어(2011)로 대중들과 더욱 친해졌으며 2013년 평창 스페셜 올림픽 개폐막식 미술감독과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얼마 전 중국 상해에 한식당 '안녕 키친'을 열어 새로운 문화전쟁(?)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인 사라 케이트 왓슨과 결혼, 문화적 동지를 얻었다. 전통과 창조적 힘이 공존하는 전주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좀 더 창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벽이 높은 것 같아 안타깝다는 그는 전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고민하고 있다.

  • 기획
  • 김은정
  • 2013.11.14 23:02

취임 한 달 맞은 양일규 새만금지방환경청장

양일규 새만금지방환경청장이 이달 1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양 청장은 취임 직후 국정감사와 분야별 업무파악 등에 눈 뜰 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35년 가까이 기상청에서만 근무한 이력과 관련, 일부에서는 지역 환경문제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환경청장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를 의식한 듯 양 청장은 지역 현안인 새만금 수질문제·용담호 상수원 관리 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섰다.지난달 30일 양 청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취임하신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먼저 새만금지방환경청장으로 부임한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제가 나고 자란 곳이 전북이고 공직에 30년 넘게 있었는데 정작 고향에서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북은 환경적으로 좋은 생태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지역이 낙후돼있거든요. 그래서 전북의 생태자원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환경과 개발이 어떻게 보면 대립하는 것일 수 있는데, 청장께서는 새만금 개발을 어떤 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지속 가능한 개발이죠. 개발과 보존을 양립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환경을 지나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해야지만 환경과 개발이 양립할 수 있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할 수 있죠.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개발을 전혀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개발행위로 인해서 환경을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회복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개발행위가 이뤄져야 그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기상청장에서 지방환경청장으로 전임되셨습니다. 전문분야가 아닐 수도 있어 업무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경과 기상은 많은 관련이 있죠. 흔히 이야기하는 기후변화 문제, 그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큰 거거든요. 기상청에서 35년간 업무를 하면서 익혔던 기후변화에 관한 지식들은 환경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새만금환경청 운영계획과 비전을 소개해주신다면?"2015년까지 새만금유역 환경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전북도의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도민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 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새만금의 수질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는 일입니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일단 거기에 있는 물이 깨끗해야 합니다. 해양수상레저 시설들도 많이 설치될 예정인데, 그래서 수질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사에서도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것들을 보면, 10년 넘게 1조원이 투입됐지만 비점오염이나 농약 등으로 인해서 수질 개선이 미미했다는 지적이 있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질 개선을 추진하실 예정이신지요."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단계 수질보전 대책을 추진하는 기간입니다. 강으로 흘러드는 축산폐수를 최소화하고, 감시를 강화해서 오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할 경우에는 법으로 정한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새만금 유역의 수질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왕궁축산단지 축산폐수 무단방류 문제가 최근에 있었는데, 주민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사례입니다. 앞으로는 끈질긴 대화와 설득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축사를 매입해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지자체와도 연계해서 종합적인 환경관리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용담호 상수원이 자율관리 구역으로 되면서,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안하다는 말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원래 환경부장관의 권한으로 돼있던 건데, 그 권한이 지금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상태예요. 용담댐 유역을 전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진안군 지역의 경우에는 거의 다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진안군민이 생업에 지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래서 협약을 체결해서 수질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2년마다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관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상수원 수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새만금환경청의 입장은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지사는 아무래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올해 4월에 호남환경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화학물질 유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지원단을 편성했습니다. 또 화학물질 사고는 작고 영세한 업체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경험이 많은 큰 기업들과 영세한 기업들을 그룹으로 묶어 자율관리 체계를 만들어서, 전문적인 기업이 영세기업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향이 남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도 전북에서 근무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만큼 전북에 대한 애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전북도는 지리산, 덕유산, 내장산, 이렇게 굉장히 좋은 환경 자원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자원들을 잘 보존해서 후대에 잘 물려줘야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어느 한 부류의 사람들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닙니다. 환경을 잘 보존해서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의식을 우리 도민들이 늘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양일규 청장은- 30년 넘게 기상청 근무, 기후와 환경 접목 기대양일규(55) 새만금지방환경청장은 남원시 이백면 출신으로 철도고와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고교 졸업 후 1978년 기상청 7급 공채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섰다.이후 양 청장은 기상연구소 연구관리과장(서기관), 기상경영전략과장(부이사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광주지방기상청장 등을 지냈다.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기상청에서 근무한 양 청장은 기후변화와 환경을 접목, 환경 관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로 꼽히고 있다.지난달 1일 정부의 부처간 협업·소통을 위한 인사교류의 일환으로 새만금지방환경청장으로 취임했다.그는 취임사에서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물과 사람이 상생하는 깨끗한 물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맞춤형 열린 환경행정 서비스 및 선제적 안전관리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직원들에게 "도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환경행정을 펼쳐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소탈한 성격으로 친화력이 뛰어나고, 신망도 두터워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때도 종종 고향 선후배들과 만나 친분을 다지며, 고향 사랑에 앞장섰다.

  • 기획
  • 최명국
  • 2013.11.13 23:02

[34. 완주 농촌학교 인기 비결] 도시 학생들 '시골 특성화 교육'에 반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둔 유승호(전주시 호성동36)씨 부부는 최근 완주군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전주에 직장을 둔 맞벌이 부부인 이들이 완주로의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딸아이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최근 완주군을 비롯한 농촌의 교육정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도시보다 농촌지역 내 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 씨 부부처럼 전주시민이면서도 완주군 내 학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입학자격을 강화한 학교도 적지 않다. 인구 8만의 농촌인 학교가 인기를 얻은 비결은 뭘까. △교육투자액 20배 증가이처럼 농촌교육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유는 농촌 지역으로의 인구유입을 위해 지자체가 교육투자액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도내 대표적인 도시권 인접지역인 완주군의 경우 민선 4기초 7억 원에 불과했던 교육예산은 2007년 36억 원, 2008년과 2009년, 2010년에는 각각 63억 원과 93억 원으로 늘리더니 2011년부터 1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무려 143억 원이나 교육예산으로 투입됐다. 지원되는 규모만큼이나 교육정책의 차별화도 학부모들의 매력을 살 만하다. △방과 후 외국어는 필수대표적 도심 인근 지역인 완주군의 교육시책은 시내권의 내로라하는 학원교육에 버금갈 정도다. 학원교육이야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곳의 외국어교육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뤄진다. 지난 2007년부터 방과 후 학교 특화사업으로 관내 35개나 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중국어 강사를 배치, 중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투입되는 중국어 강사만 30명에 달한다. 지난 2006년부터 지원 중인 방과 후 학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지원사업은 완주군 초등생 수를 증가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용진초와 간중초, 이성초 등을 중심으로 초등생이 2009년 대비 2010년 무려 15%나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성초등학교의 경우 2007년 25명에 불과했던 전교 학생 수는 147명으로 늘었고, 용진초도 2009년 45명에서 108명으로 급증하는 등 주요 초등학교 학생 수는 3~7배가량 늘었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활용한 영어수업은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물론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완주군 초등교육 영어성취도는 전북에서는 1위, 전국에서는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우초와 이서초, 봉서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선정되고, 용봉초는 2010년 교과부가 선정한 '영어교육 리더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재를 키우는데 초점 이제 농촌 지역의 교육은 인재를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완주 다중지능계발사업이다. 관내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이번 교육은 다중지능검사 전문기관인 (주)다중지능연구소를 통해 8개 지능영역 검사와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 완주군 인재양성계 유지숙 계장은 "다중지능검사와 다중지능계발 프로그램은 인재양성을 가정과 학교에만 맡기는 소극적인 태도를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지식정보화사회에 부합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주된 사업내용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관내 초중학교에 있는 인재개발관과 지역공동체와 함께 다중지능종합학습센터 운영과 다증지능계발 진로교육 프로그램, 재능관리시스템 구축 등이다.특성화 교육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창의 꽃 발명교실'이다. 봉동초를 거점으로 초중등 총 43개교가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관내 퇴직 교육자인 문영배 교장 등 인적자원을 활용해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발명을 통한 창의성과 잠재력을 이끌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해 전국 발명인재육성 협의회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2013년 전북과학교육원 제35회 전북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금 5, 은 11, 동13명, 학교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밖에도 삼례여중을 거점으로 명품 바이올린 교실인 오케스트라반을 운영해 지난 해 아시아음악콩쿨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내기도했다.△열린교육 토크마당 개최완주군의 교육정책의 키워드는 학부모에게 교육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학생 스스로 길을 찾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열린교육 토크마당을 처음 열었는데 큰 호응을 얻고, 후속정책을 계획 중이다.후속계획으로 마련한 것이 학부모 열린 소리단 운영이다. 관내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린소리단을 운영해 △완주군 교육지원사업 운영과정 △학교학부모의 의견 및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지원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제안을 받기로 했다. 이 밖에도 완주군 인재육성재단에서는 학생 스스로 진로를 정하게 하기 위한 명문대 탐방프로그램인'제 1기 희망키움 이동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책 읽는 도시 완주' 임정엽 군수 "좋은 교육환경 조성 도서관 확충도 한몫"한때 농촌학교는 교육환경은 물론 교사들의 근무조건도 열악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위기 학교의 상징이었다.완주군은 '책 읽는 지식도시 완주'로도 유명하다. 9월말 기준 인구 8만6756명인 이 작은 농촌에 교육 변화 바람을 몰고 온 임정엽 군수에게 비결을 직접 물었다. -완주군 농촌학교 인기 비결은 무엇입니까?"아마도 생활 주변 가까이에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 비결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도서관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꾸준한 지원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6월 20일에 봉동읍에 개관한 완주군립 둔산영어도서관을 포함해 공공도서관 4관, 작은도서관 7관, 학교마을도서관 3관으로 전체 13개 읍면에 도서관을 건립해 주민들이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을 찾고 생활속에서 지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운영예산에 있어서도 2006년 3억6000만원에서 2011년에는 40억원까지 4.3배로 대폭 증액해 도서관에 투자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열린교육 토크마당을 지켜본 학부모들의 반응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뜨겁던데요."기존의 학교와 단체에서 진행한 명문대 탐방과는 달리 학생 스스로 자신의 바람을 확인해 진학과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자는 데서 기획된 행사입니다. 자치단체장과 함께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보니 오히려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는 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그 자리에 오신 부모님들께 지역에서 일하고 살고 싶은 인재를 만드는 데 함께하자고 부탁했습니다.저는 다양한 인재가 지역에서 머물러야 그 지역의 경제도 살아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학부모와 자치단체 교육청 등 모든 기관이 유기적으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후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농촌학교가 희망이라고 말씀하시던데. 완주군의 목표 어디에 있습니까?"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성장 가능성이 아닌 교과목 위주로 평가받는다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훌륭한 인재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자연과 교감 통해 얻는 폭넓은 경험들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자치단체는 교과과정 외 아이들이 싫증 내지 않고 수업에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학력 증진이 아닌 무한할 가능성을 제공해 큰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게 완주군의 목표입니다." 이민주 (전북대 신방과 4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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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2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9. 중국정원 벤치마킹(하)-쑤저우 정원 3選

중국의 민간정원인 사가원림은 강남지역이 구심점이다. 중국에서 강남은 창장(長江)이남의 장쑤성(江蘇省) 일부, 저장성(浙江省) 일부, 상하이(上海) 등을 가리킨다. 물산이 풍부하고 전통적인 상업지역인 강남은 거상, 문인, 은퇴관료들이 많이 거주했던 문화예술의 중심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도 수향(水鄕)인 쑤저우(蘇州)는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는 말처럼 중국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명나라이후 중국정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인 태호(太湖)와 평지를 두른 쑤저우에서는 바위나무 등 조원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경제적문화적 기반이 심후했던 만큼 유명 문인과 정치인들이 앞다퉈 '명원만들기'에 나설 수 있었다.쑤저우의 정원은 '천하의 원림은 강남에 있고, 쑤저우의 정원이 가장 으뜸'이라는 찬사와 함께 중국 남방 고전원림건축예술의 정수로 알려져 있다. 송대부터 이어진 쑤저우 정원은 200여곳. 지금은 10곳 가량이 복원된 상태다. 특히 졸정원과 유원은 중국의 4대 명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졸정원(拙政園), 사자림(獅子林), 유원(留園) 등 쑤저우의 유명 정원 3곳을 지면으로 소개해 본다.● '중국정원 자존심' 졸정원- 정갈한 운치 아마추어 화가 북적 / 부지 최대규모 보존도 가장 완벽중국의 크고 작은 정원에서는 운치와 정경을 화폭에 가득 담으려는 화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중국정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졸정원에서도 아마추어 화가나 미술학도들이 수두룩했다. 중국의 원림건축이 '옛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의 축소판'이었던 만큼 화가들이나 사진가들이 예술적 감흥을 충전하기 위해 유명정원을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굳이 화가가 아니더라도 졸정원에서 들어서면 관조와 소요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졸정원은 쑤저우 정원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도 가장 완벽하다. 부지면적이 5만1570㎡에 달한다. 명나라 정덕제때인 1509년 어사벼슬을 지낸 왕헌신(王獻臣)이 지었다. 설계에만 3년이 걸렸고, 공사기간도 13년을 넘기는 등 조성기간만 16년의 공력을 들였다.졸정이라는 명칭은 진(晉)나라 시인 반악(潘岳)이 지은 '한거부'(閑居賦)에서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채소밭에 물을 주고 채소를 가꾸는 것도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위정이다)이라는 글귀에서 빌렸다. 권력을 잃고 낙향한 왕헌신이 당시의 세도가를 꼬집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호수가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연못이 원림의 중심을 관통한 뒤 그 둘레를 감싸돈다. 원향당을 비롯해 수기정, 의옥헌, 대상정, 설향운울정, 하풍사면정, 견산루, 향주, 삼십육원앙관, 십팔만다라관, 유청각 등은 대부분 물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수면에 비친 건물을 감상하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쪽에 위치한 선정에는 푸른빛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다.● '가산천국' 사자림- 자연스러운 것보다 인공미 강조 / 태호석 산봉우리 구사봉 인상적사자림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인공바위산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태호석을 이어붙여 만든 캄캄한 동굴길을 지나면서 지나친 인공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산(假山)을 오르내리다 보면 기흐름의 완급조절을 체감할 수 있다.사자림은 강남원림 가운데서도 가산이 유독 많다. 가산의 면적은 1152㎡에 이른다. 가산 위의 돌길은 우회하면서 기복이 많고, 석조 봉우리의 형태는 사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역동적이다. 경쾌한 리듬속에서도 다소 지친다 싶으면 정적인 그윽함이 보인다. 사자림은 처음에는 사찰원림으로 건설됐고, 이로 인해 사가원림의 특색과 사찰원림의 체취가 공존하는 곳이다. 부지면적이 8800㎡로, 원나라 혜종때인 1342년 선승 유칙(惟則)이 조성했다. 정원 안에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전설 속의 맹수를 닮은 기암괴석이 발견됐다며 사자림보리정종사(獅子林菩提正宗寺)로 명명하고, 줄여서 사자림이라고 불렀다. 쑤저우의 정원에 가산이 많은 것은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강남지방은 물은 풍부한 반면 평지로 이뤄진 지형이라는 점에서 정원에서 만큼은 산과 물이 중심이 되는 가경(假景)을 만들게 됐다. 한국 정원이 풍수를 고려해 정원을 배치했다면, 강남의 원림은 자연을 인간의 세상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정원에는 태호석이 쌓여 산봉우리를 이룬 구사봉(九獅峰)이 있고, '총명한 사람은 9마리의 사자를 볼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자체가 예술품' 유원- 직선곡선, 밝음과 어둠 절묘한 조화 / 明 서시태 개인정원19세기말 재건운이 좋았다. 유원에 들어서는 순간, 한 여인이 조각배에 몸을 싣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여인은 비파를 연주하며 중국최고의 아름다운 소리라는 설창예술인 '평탄'을 선보였다. 유원이 배우들을 고용해 선보인 선상이벤트였다. 유원의 고즈넉한 정경과 중국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유원의 품격과 몸값을 높여줬다. 굳이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유원은 직선과 곡선, 밝음과 어둠, 높음과 낮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정원 자체를 예술품으로 만들어준다.명나라 1525년에 세워진 유원은 서시태(徐時泰)의 개인 정원으로, 19세기말 당시 쑤저우에 있던 모든 정원들의 장점만을 골라서 재건됐다. 비교적 늦게 조성된 정원답게 졸정원의 물과 사자림의 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700m에 이르는 복도식 통로가 인상적이다. 중국 역대 문인들의 필적이 정교하게 새겨진 회랑과 화창이 유명하다. 여느 정원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연못을 둔 유원은 서쪽과 북쪽은 가산, 동쪽과 남쪽은 정자누각 등 건물로 이뤄진다. 유원은 한겨울의 정취를 으뜸으로 친다. 눈이 내릴 때 연못에 비친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라는 것.중국 정원은 당대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세월이 변했고, 사람들의 눈높이도 변했다. 전통정원이라는 기치를 내걸은 덕진공원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지, 고민도 확신도 커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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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1 23:02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7. 문정댐·케이블카

지리산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람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부터다. 전북과 전남도가 관광객 유치를 명분 삼아 1988년 남원시 산내면에서 달궁, 성삼재를 거쳐 구례군 광의면까지 지리산 25㎞를 관통하는 861번 지방도로를 개설한 후 뱀과 오소리, 노루 등 동물들이 차량에 치여 죽는(로드킬) 사고가 빈발했다. 쓰레기 오염, 등산로 훼손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댐과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으로 지리산 일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문정댐정부는 경남 함양군 문정댐(일명 지리산댐)을 비롯해 전국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 수계에 6개 대형댐과 8개 소형댐 등 14개의 댐을 2021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 중 지리산에는 문정댐과 전남 구례 피아골 내서댐 등 2개가 포함됐다. 문정댐은 정부가 1987년 수자원개발계획을 세우면서 댐 예정지로 지정한 후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곳이다. 정부가 2001년 재측량을 실시하면서 댐건설 반대가 거세게 일었다. 급기야 지리산 실상사 입구 해탈교까지 댐 물꼬리가 닿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상사 도법스님을 중심으로 한 댐 반대운동이 극에 달했다. 이후 정부는 함양 황석산 쪽으로 댐 계획을 수정하려고 했지만 안의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결국 문정댐 물꼬리를 실상사 해탈교에서 마천면소재지 방향으로 3㎞ 가량 하향 조정한 뒤 문정댐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댐 건설시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전검토협의회를 거치고,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도록 한 '댐 사업절차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홍수 조절 전용댐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문정댐과 관련해서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정부는 전국 댐건설 반대의 중심에 놓인 문정댐 문제 해결을 위해 한탄강댐처럼 평상시에는 물을 담지 않는 홍수조절전용댐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댐 건설로 인한 실상사 문화재 훼손 시비와 환경단체 등이 명승지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용유담 수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문정댐은 높이 141m, 길이 896m, 저수용량 1억 7000만t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14개 댐 중 가장 규모가 크다.이와 관련 함양군청 지역발전T/F팀 김성진 팀장은 "문정댐은 예정지일 뿐 기본계획도 안된 상태다. 또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했듯이 만약 정부가 댐 건설을 하려면 사전검토협의회를 거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생명연대 등 반대 측은 "이제 주민의 찬반 여부를 떠나 댐 상류와 하류 등 지리산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케이블카(삭도)2000년대 들어 10여년 간 국립공원 훼손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케이블카 건설사업은 정부가 2012년 6월26일 경남 사천시가 신청한 한려해상 케이블카 1곳만 통과시킴으로써 일단락됐다. 지리산과 설악산, 월출산 지역 지자체들이 신청한 6곳의 케이블카 계획에 대해서는 모두 부적절 결정이 내려졌다. 남원시 산내면 반선~반야봉 중봉 하단부 간 케이블카(6.6km, 421억 원)를 계획한 남원시는 기존 뱀사골 탐방로를 통제하고 케이블카로 탐방객을 분산시킴으로써 탐방로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위원회는 중봉 아래로 예정된 상부정류장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밖에 없는 구상나무 숲이고, 또 절대보전지역인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멸종위기, 야생동물서식지)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부결했다. 또 구례군은 산동면 온천지구~성삼재~노고단 KBS 중계소 하단에 이르는 4.3km의 케이블카( 320억 원) 설치 시 지리산 성삼재도로와 정령치도로를 폐쇄하겠다며 차별화 전략을 폈지만 공원위원회로부터 "남원시가 동의하지 않는 비현실적 방안"이란 지적을 받았다. 공원위원회는 또 산청군이 내놓은 중산관광지~장터목 5.2km 케이블카 계획(450억 원)에 대해서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을 이유로 역시 불허했고, 함양군의 백무동~망바위인근 3.4km( 240억 원) 계획도 비슷한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환경부 관계자가 "지리산권 4개 시군 어느 한 곳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재신청하면, 다시 경쟁적으로 나설 것이 우려된다"며 "서로 자율조정해서 신청지를 단일화 한다면 재심사 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갈등을 부추겼다.● 최화연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 "고마운 지리산 그대로 놔두자"지리산은 3개도(경남, 전남,전북)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 면적(483㎢)의 국립공원이며 고산, 계곡, 습지 등이 분포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 약 5,0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지리산은 1967년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카테고리Ⅱ지역으로 인증되어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국립공원으로 인정받았다.다양한 동식물들과 더불어 지리산의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도 골짜기에 깃들어 지리산과 한 몸이 된 삶을 꾸려왔다. '지리산문화권'이 형성될 정도로 지리산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산이다.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지리산 주민들의 자발적 지정운동이 있었는데, 지리산에 케이블카와 댐을 만든다는 계획을 지리산 4개 시군 지자체와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가 버젓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모순된 일이다. 세상이 강팍해지고 돈 중심으로 흘러가다보니 내 몸과 같은, 내 어머니 같은 지리산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기 시작한데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지리산은 우리 산이야!'라고 자부심을 갖는 경남권, 전남권, 전북권 사람들이 있다. 자부심이 혹여 자만심과 독점욕으로 변질된다면 케이블카, 댐을 짓겠다는 발상은 언제나 가능할 수 있다.지리산에 댐을 지으면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생태이동통로 단절과 국가명승으로 지정예고까지 된 비경 '용유담'의 수몰, 인근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 계곡과 연결된 생태계 단절, 안개 일수 증가로 인한 생태계 변화, 농사 및 건강피해, 교통비용 증가, 인근 실상사 등 문화유산과 대대로 이어온 주민공동체가 파괴된다. 용수확보, 홍수조절이 필요해 댐을 짓겠다고 하지만 4대강 사업하면 두 가지 다 해결된다고 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가. 4대강 사업이 국민 사기극인 게 드러난 마당에 같은 거짓말에 두 번 속을 순 없다. 국민혈세를 허투루 쓸 순 없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일부 업자와 권력자들의 주머니만 채우는 꼴이다. 무엇보다도 생태보전이 절실히 필요한 국립공원 구역 안에 케이블카를 계획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자연공원법' 개악부터 바로잡아야한다. 환경보호, 노약자, 장애인 배려는 핑계일 뿐이다. 최근에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서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다행히 부결되었지만 지리산권에서도 재추진 한다는 말이 들린다. 그래서 지리산을 사랑한다는 말이 무서운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핑계로 독점하고 사유화, 소유하려 들지 말고 그냥, 지리산을 고마워하자. 지금 이 자리에 있어주는 지리산을 공공의 가치와 선으로 놔두자. 지리산의 존재 자체를 경이로워하자. 지금 지리산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그대로, 옆에 있어주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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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11.08 23:02

업사이클, 새로운 경제 가치를 만들다 ⑧ 전문가 좌담회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새 활용'를 말한다.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 구분되는 새 활용은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수선해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에서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수준을 한 단계 높여(업그레이드·Upgrade) 다시 활용한다(Recycling)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사이클링, 새로운 경제 가치를 만들다'마지막회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도내에서 이뤄지는 업사이클 실태와 새로운 경제 가치로 도약하기 위한 해결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회: 윤나네 기자 △토론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한웅재 전북도청 환경보전 과장 -이승미 사단법인 이음 사무국장 -김남규 전주 행복한가게 회장 △일시:2013년 11월 6일 오전 10시 30분 △장소: 전북일보사 회의실-사회: 그간 기획 취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업사이클링 기술이 개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아직 도내에서는 자원 재순환을 뛰어넘어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사례는 매우 미미해 아쉬운점이 많았다. 오히려 전북 내 업사이클은 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산업분야 업사이클 도입 사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한웅재 전북도 환경보전 과장: 전북도는 2009년부터 자원 새활용을 위한 기초작업을 만들어왔다. 2010년부터 생태산업단지(EIP·Eco-Industral Park)와 사업단을 만들어 본격 추진하고 있다. 생태산업단지는 산업단지 내 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폐열 등을 다른 기업의 원료로 사용하거나 에너지로 재자원화해 오염을 최소화하는 녹색산업단지다. 생태산업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전북 EIP 사업단이 시행한다. 2014년까지 총 사업비 65억으로 국비 70%, 지방비 20%, 기타 10%를 각각 부담한다. 생태산업단지 운영으로 연간 1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고, 연간 2억 톤의 환경오염 저감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는 전체 20개의 과제 중 10개 과제가 마무리됐고, 10개가 진행 중이다. 이중 6건이 사업화에 성공했다.우수한 사례를 먼저 소개하자면 (유)금성상공의 경우 제과 제면 부산물을 활용한 생균제를 생산하고, 사료 원료로도 활용한다. 부산물 2400톤으로 연 2억원의 폐기물 처리비뿐만 아니라 연간 사료원료 구입비 6억7000만 원을 절감하고 신규 매출도 10억원에 달한다. 폴리실리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찌거기(슬러지)를 건설소재로 원료화하는 사례도 있다. (주)OCI와 (유)에코산업이 참여하는 이 사업은 폴리실리콘 제조공정 슬러지를 이용해 성토재로 사용하고, 시멘트 원료로 가공한다. 폐기물 처리비를 연간 9000만원을 절감하고 신규매출 2억4000만원을 올렸다. 신규투자 4억원도 유치했고 일자리도 만들어낸 우수한 사례다. 또 (유)림코정읍에서 주관하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도 주목할만 하다. 가축분뇨 70%에 음폐수 30%를 혼합처리해 바이오가스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다. 30% 폐기물을 감량하고 70톤의 비료생산 논에 사용한다. 370KW의 생산 전기는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사회: 산업분야에서 이뤄진 업사이클 시도가 주목할만하다. 이런 시도에 대한 환경단체의 의견은.△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가축분뇨와 음폐수를 혼합 처리해 폐기물을 감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업사이클의 우수사례라고 하겠다. 그러나 환경단체 시각에서 보면 우분이나 돈분에 음폐수를 더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또 다른 환경 오염 요소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궁극적으로 자원 순환의 원재료는 쓰레기다. 업사이클의 전제조건은 과정에서 환경 유해를 끼치지 않는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아직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새활용하려는 업체가 주민들에게는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인식,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한 관련 법들이 발전하는 사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업사이클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생산되지 않거나 적어도 기존보다 감량된다는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한웅재 과장: 산업분야에서 이뤄지는 업사이클 사례는 기존의 방식보다 유해물질 배출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사실을 과학적인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유해물질 배출을 낮추면서 자원을 새활용하는 기업들이 아이디어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아이디어가 환경단체의 검증을 받고도 사업화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 (자원재활용촉진법이 있긴 하지만) 다른 사업분야에서 좋은 원료로 쓰이거나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음에도 폐기물처리 규정에 따라 버려지는 사례도 여전히 있다. 특히 산업단지 안에서도 재활용업체가 입주하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대개 자원 재활용 또는 새활용 업체는 산업입지법에 따라 산업단지 내 입주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개별단지에 입주한다. 기존 방식보다 소음이나 오염물질 배출을 현저히 낮춰도 생활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업단지 내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을 고급화한 기업을 육성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사회: 기존 방식보다 오염물질을 현저하게 떨어트리고 경제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면 사업 초기부터 환경단체의 엄격한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 같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현재 시민들의 의식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김남규 회장께서 자원 재순환 가게인 '전주 행복한가게'를 초기에 도입했는데,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김남규 전주 행복한가게 회장: 10년째 기증된 중고 상품을 재순환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전북에서 최초로 도입하다 보니 초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증문화가 어느 정도 발전해 의식이 향상됐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전주 행복한가게에서 상품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숨기던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현재 전주 행복한가게를 찾는 고객 상당수가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라는 점이다. 그만큼 중고 상품의 구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매출도 꾸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전주 행복한가게가 100% 봉사로 이뤄진다는 점이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내는 요인인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기증자보다는 소비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고민되는 대목이다. 업사이클 상품은 의미는 좋지만, 수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고가로 인식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사회: '업사이클링, 새로운 경제가치를 말하다' 기획취재를 통해서 전국에 있는 자원재활용, 새활용 업체를 많이 찾아다녔다. 그중에서 기획전을 여는 자원재활용 단체가 기억에 남는다. 이별을 주제로 한 기증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추억이 상품의 의미를 더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 재활용의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새활용 업체는 좋은 아이디어에 비해 여전히 매출과 연결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청년몰에서도 이런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승미 사무국장께 소개 부탁한다. △이승미 사단법인 이음 사무국장: 이음에서 시도한 대표적인 업사이클 사례가 할머니 공방이다. 솜씨 있는 공방 할머니의 실력과 젊은 디자인을 더해 업사이클 상품을 판매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판매가격과 디자인 가격의 문제, 공임비 책정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문을 닫았다. 현재도 청년몰에 입주한 청년사업가들은 다양한 업사이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고 매출도 증가한 편이라는 것이다.특히 폐종이에 씨앗을 붙여 실제 화분에 심으면 싹이 나는 씨앗엽서는 청년몰을 찾는 소비자들의 사이에서 인기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선함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소비자에게 '사고 싶은 상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런 업사이클링의 시도가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청년 사업가들의 노력을 지원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직접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쓰레기인 원재료 수급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돕거나, 상품 판매 활로를 찾아주는 것도 한 방편일 것 같다.-사회: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것은 결국 소비에 의존한 인간의 생존방식 자체를 뒤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제다. 오늘 제시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산업분야와 소비분야를 막론하고 업사이클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산업분야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환경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 검증된 업체를 선별해 육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소비 분야에서 시도되는 업사이클링의 경우 대부분 영세업체가 시도하다 보니 판매가 활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더불어 상품성을 인정받은 업체를 선별해 마케팅을 지원하거나 교육하는 방식의 지원도 필요한 것 같다. 〈끝〉

  • 기획
  • 윤나네
  • 2013.11.07 23:02

20. 전주 기전여고·기전중 - 일제 신사참배 저항한 기독교 전통 학교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행복했다네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전주기전중(교장 황치형)여고(교장 원광연)에서는 학교 밖으로 떠나는 부적응 학생의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교무실에서 양치질을 해도, 교장실을 수시로 드나들어도 원광연 전주기전여고 교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한 술 더 떠 스스로를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낮췄다. '권위'와 '격식' 대신 '배려'를 선택한 학교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에 둔 전인교육의 현장이다. △ 선교의 헌신, 기독 사학 명문전주 기전학교의 역사는 기독교 선교의 역사와 포개진다. 베일에 싸인 역사는 선교사들이 고국의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졌다. 기전학교의 첫 삽은 1900년 4월 24일로 간주한다. 미국 선교사 테이트(최마태)가 전주성 내 초가집에서 소녀 6명을 불러 가르쳤다는 편지가 뒤늦게 발견돼서다. 이후 선교사 출신 전킨(전 마리아) 랭킨(나은희) 교장의 헌신적 노력으로 1913년 1회 졸업생이 배출되는 역사적 순간과 열강의 침략으로 인한 굴욕적인 순간을 거치며 기전학교는 성장해왔다.1919년 학생들이 치마 속에 태극기를 숨기고 남문시장에 나가 31 운동을 하면서 13명이 옥고를 치렀고, 1930년 광주학생운동으로 만세운동을 하다 37명이 구속되는 아픔도 있었다. 일본의 강압적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자진 폐교를 선택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1946년 해방과 복교를 거치면서 중학교고등학교가 분리되며 내실화에 힘썼다. 기전여중여고는 1956년 화산동 시대를 거쳐 2004년 효자동 시대를 맞았다. 남녀공학으로 새롭게 출발한 기전중은 기전여고와 함께 기독 사학 명문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창조적 여성 인재 요람최근에야 미래학자들이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성 교육에 큰 열을 올리지 않았던 과거엔 졸업장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그럼에도 기전여고 졸업생들은 '여학생'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펼치는 '신여성'이 꽤 많았다. 우리나라 초대 상공부 장관을 지냈으며 중앙대 설립자이기도 한 임영신(복교 전 4회)과 20세기 말 '90년대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소설가 최명희(9회)는 기전여고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는 졸업생이다.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오영륜 성균관대 의대서울삼성병원 교수(27회), 전북대병원에 근무하는 방해미(30회)와 연세대 부교수인 천근아(31회)도 눈에 띈다.CBS전북방송 본부장을 지낸 뒤 C채널방송 대표이사를 맡은 허미숙(16회)을 비롯해 장혜윤 KBS 기자(32회), 박혜진 MBC 아나운서(40회), 조수진 동아일보 기자(33회), 박민희 한겨레신문 기자(33회)까지 언론계 진출도 눈부시다.전주지방법원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로 있는 김양희(29회) 최유정(31회)과 전주지검 검사로 있는 고은별(40회)은 기전여고 선후배. 서울행정법원 판사인 손화정(45회)과 국제변호사 정노아(47회), 변호사 김수정(32회) 양지은(43회)까지 짱짱한 법조계 인맥을 자랑한다. 김수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종신교수(27회)와 세계보도사진전 심사위원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전시기획자로 활동한 송수정(31회)은 기전여고, 지난 2009년 안타깝게 하늘로 간 배우 장진영은 기전중 졸업생이다. △ 학업인성 두 마리 토끼 '성공'기전여고와 기전중의 학부모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아무래도 월등한 입시 성적 때문이다. 일각에선 기전여고와 기전중이 효자동으로 학교를 옮기면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거 입학한 데서 비결을 찾지만, 교사들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평준화 이후부터 학교 성적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기전여고가 평준화 이후 지난 30년(1982~2012) 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울교대를 비롯해 전국 대학의 의예과치의예과 등에 진학한 학생은 1400여 명이나 된다. 전주의 중학교 중 성적이 가장 우수한 곳을 꼽으라면 기전중이 단연 앞선다. 하지만 기전여고기전중 교사들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그리스도의 신앙을 믿는 교사들의 열정과 성실함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오히려 학교에서 독려하는 건 봉사동아리 활동 등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로 안내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해온 '기전전북사랑회', 전국고교합창대회의 금상지휘자상 수상 기념으로 받은 상금을 아픈 학우를 돕는 데 쓰는 '합창부', 영어 글쓰기에 능통해 책자까지 척척 만드는 '기전타임즈'까지 학생들의 적극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1999년부터 일본캐나다중국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온 기전여고는 매년 학생교사들이 오가는 문화교류도 꾸준히 한 결과 올해 미국캐나다 학생 2명이 기전여고에서 수학하는 등 글로벌 학교로 진화 중이다.

  • 기획
  • 이화정
  • 2013.11.06 23:02

[33. 의료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생활 고달픈데 질병·안전사고 발생땐 속수무책

사례1 - 얼마 전, 결혼이민자 가족 '부티한'씨(가명)는 베트남에 계신 어머니를 초청했다. 친정 어머니 '쩐티하우'씨(가명)는 완주군의 한 공장에서 잠깐 동안 일을 하였다. '쩐티하우'씨는 공장의 기숙사에서 거주하면서 일을 하였는데, 어느 날 기숙사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도중 갑자기 가스통이 폭파하는 사고를 당했다. '쩐티하우'씨는 서둘러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심각해 화상 전문병원인 서울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쩐티하우'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어 앞으로 거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장 큰 고민은 병원치료비다.사례2 - 중국동포 '김숙자'씨(가명)는 2011년 방문취업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혼자만이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동일한 비자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행복한 가정을 꾸려보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김씨는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고 한쪽 가슴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병원에서 수술은 받았지만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에 와서 얼마 안 되어 덜컥 아이가 생긴 것이다. 현재 아이는 이번 달 돌을 앞두고 있다. 남편은 방문취업비자로 들어왔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하지만 김씨를 간병하느라 일을 할 수가 없다. 다행히도 시아버지가 한국에 들어와 계시기 때문에 당분간은 1살짜리 아이를 돌볼 수 있다. 그러나 김씨의 시아버지는 방문취업비자가 곧 만료되어 중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 김씨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걱정이고, 남편도 자신을 간호하느라 일을 할 수 없어서 걱정이다. 갈수록 병원비는 쌓여가고 빚도 증가하고 있다. 돈을 벌려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인근의 동포들로부터 빚을 내어서 생계와 병원비에 보태고 있다. 김씨는 이래저래 걱정이 쌓여만 간다.전라북도의 등록 외국인 수는 지난 달 기준으로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 수를 제외하면 2만3039명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체류하는 외국인의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근래 들어와 한국인과 혼인하는 결혼이민자들이 상당히 증가를 하였는데, 결혼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초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현재, 전라북도에 방문동거 비자를 통해 들어온 2028명 중에 초청된 결혼이민자가족은 1644명에 달한다. 이처럼 결혼이민자 친정부모와 재외동포들이 늘어나면서 질병 안전사고 등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 전라북도 지역의 결혼이민자의 가족이 증가하여 체류하고 있고, 재외동포들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체류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 여러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동포와 사할린 동포 등은 재외동포로서 취업이 허용되는데 '방문취업'이라는 비자로 한국에 일정기간 거주를 할 수 있다. 이 방문취업 비자로 들어온 재외동포들도 전라북도에 2020명에 달한다. 이처럼 결혼이민자의 친정부모, 재외 동포도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와 질병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에서 나름대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일정정도 마련되어 있다. 방문취업비자 등을 소지한 자들은 의료보험에 선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보험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의 부담이 상당해 결혼이민자 가족과 재외동포들로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병원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쩐티하우씨는 "가스통 폭발 사고는 '쩐티하우'씨가 쉬는 날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는 것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병원비 등 문제처리와 간병 등으로 동분서주하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신분으로 의료적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는 것이 가장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체류심사 중에 있는 외국인은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적은 인력으로 많은 양의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를 심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사기간 단축을 위한 인력 증대 등 중앙부처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들의 질병, 사고, 자녀양육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계속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이에 대한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제도적 지원책과 안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중국동포'이순자'(가명)씨는 "자녀가 정신과적인 문제로 인해 치료를 받게 하고 싶지만 현재 영주권을 신청해 놓고 비자 심사가 진행 중이다"며 "비자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소관인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빠른 비자발급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용석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 과장 "사회통합교육 적극 홍보 한국사회 빠른 정착 최선"-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좀 해주시죠."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크게 4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은 외국인을 배우자로 얻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외국의 법령과 문화소개, 배우자 초청 절차 안내, 사증발급심사기준 등에 대해 월 1회씩 35명 정도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행복드림해피스타트 프로그램인데, 초청된 외국인배우자와 함께 체류절차 안내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지를 교육합니다. 풍습, 문화, 인권 교육 등을 월 2회 실시합니다. 세 번째, 재외동포를 기초 법제도 안내 프로그램인데, 법을 잘 알지 못함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종 범죄 등을 예방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통합교육인데, 한국어교육과 한국사회 이해교육을 결혼이민자 등에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국적취득 시, 시험을 면제해주고 있나요?"사회통합교육을 이수하면 면접시험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면접시험은 지방의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실시하고 있고 필기시험은 중앙에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필기시험도 지방의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용자들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편의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필기시험을 볼 수가 있습니다. 사회통합교육에 대해 외국인 관련 기관 등에서는 널리 홍보해주시고 잘 안내해 주시면 이용자들에게 좋은 혜택과 더불어 한국사회 정착에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외국인 관련단체들과 협력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사회통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등 외국인 관련 기관과는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외국인들이 간혹 법을 위반함으로 인해 안타깝지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 관련기관 등에서는 브로커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외국인들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이 부분에서도 잘 안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이지훈(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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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05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8. 중국정원 벤치마킹(상)-이화원

중국에서는 정원을 원림(園林)으로 부른다.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가 대부분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차용해보면 정원문화의 발원지도 중국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원림은 낯설다. 인위적인 돌더미, 인공호수, 복잡하게 연결된 회랑 등이 한국정원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차례에 걸쳐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운 북방의 황가원림(皇家園林), 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에서 융성한 남방의 민간정원인 사가원림(私家園林) 등을 들춰본다.다리가 아팠다. '잠깐 쉬자'는 일행의 애원을 뒤로 한 채 몇시간째 쉬지 않고 걸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중국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한 이화원.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이자 최대 규모의 황실 정원으로, 총면적이 2.9k㎡에 달한다. '서태후의 여름궁전'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영문명도 'Summer Palace'다. 금나라때인 12세기 초에 처음 조성됐고, 1750년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이곳의 규모를 크게 늘렸다. 1860년 서구 열강의 침공으로 파괴된 뒤 서태후가 실권을 쥐고 있던 1886년에 재건됐다."이화원은 전세계적으로도 건축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이 가장 완전하며 문화적인 가치가 가장 높고 인공경관과 대자연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황가원림"이라는 옹전화 교수의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이화원의 중심축은 60m 높이의 만수산(萬壽山)과 220만㎡(66만평)에 달하는 곤명호(昆明湖)다. 그리고 각종 전각(殿閣)과 사원, 회랑 등 3000여 칸의 전통 건축물이 실핏줄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면적의 3/4을 차지하는 인공호수 곤명호가 가장 눈길을 끈다. 항저우의 서호(西湖)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곤명호는 바다처럼 광활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호수를 파기 위해 동원됐을 민초들의 절규가 남아있는 듯하다. 만수산도 곤명호와 뗄수 없는 관계다. 호수를 조성할 때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이다. 만수산 정상에 있는 불당 지혜해(智慧海)에 오르면 이화원 전체를 조망하고 있고, 바로 아래에는 21m 높이의 6각형 불전인 불향각(佛香閣)이 버티고 있다. 중국 최대의 경극극장이 있는 덕화원(德和園),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 배운전(排云殿), 길이가 778m에 273칸으로 나뉜 중국 최장의 복도 장랑(長廊)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원림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랑은 햇볕과 비를 피하기 위한 전천후 산책로다.원림의 경우 대국에 자리잡은 만큼 규모나 내용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정원의 압도한다. 이곳은 또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한 폐쇄공간이었고, 다수의 민중은 이화원 증축공사에 동원돼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다.역사의 부침에도, 이화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규모에 탄성을 지르고, 곤명호는 유유히 윤슬을 일렁이게 한다.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돈다.● 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 "모든 황가원림의 으뜸 이화원 우수한 건축공예 정수 보여줘""이화원은 중국 역사상 모든 황가원림의 기본배치, 문화적인 정취와 우수한 건축공예를 승계한 중국 고전 원림의 정수입니다"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雍振華56)는 "이화원은 청나라 건륭제가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만든 정원"이라면서 "만수산이 박쥐의 모양을, 곤명호가 복숭아형인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옹전화 교수는 "중국인들은 과거에 박쥐는 행복을 의미하고, 복숭아는 장수를 의미한다고 여겼다"면서 "이를 통해 행복과 장수에 대한 중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원림은 주로 자연적인 산수를 바탕으로 인공적인 궁전, 주랑, 건물, 누각 등을 배치해 인공적인 수단으로 자연을 담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의 인문사상, 특히 시(詩)사(詞)회화(繪畵)의 사상적인 경계가 담겨 있습니다. 또 꽃과 나무 등을 재료로 해 인류가 주체가 되는 정신문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과 민간원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강남의 민간원림이 황가원림의 조영기법들을 많이 모방하면서 유사점이 더 많다"면서도 "황가원림과 민간원림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은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첫 번째는 봉사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황가원림은 봉건제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고, 민간원림은 사가가 소유했던 만큼 원림의 주인이 달랐고, 각자의 요구도 같을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규모와 외적환경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황가원림은 규모가 크고 면적이 광활하며 대체로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산림, 호수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민간원림은 규모가 작고 대부분이 도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후조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방은 기후가 춥고 건조하지만, 강남은 기후가 온화하고 다습합니다. 이를 통해 강남 원림은 화려하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은 제왕의 휴식과 향락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통치계급의 시각으로 국가의 산하는 모두 황가의 소유에 속한 만큼 황가원림의 규모가 굉장하고, 건축도 색채가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11.04 23:02

퇴임 앞둔 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

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30여년 열정을 바쳤던 공직을 떠난다. 지난달 11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규정에 따라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퇴임은 이달 중순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그는 중앙부처와 전북을 오가며 두루 행정경험을 쌓았고, 전북도 행정부지사직은 지난해 9월 4일 취임 이후 1년 2개월 가량 수행했다. 부지사직은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이전에 전북도 자치행정국장과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터라 행정업무를 꿰뚫어 도정을 무난하게 이끌었고, 중앙과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지난 1일 오후 전북도청 집무실에서 박 부지사를 만나 공직생활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지난해 행정부지사로 취임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도정,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창의적인 도정'을 강조했는데, 그 성과를 평가한다면."아는 만큼, 그리고 관심을 갖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현장에 접근, 주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봅니다. 저 스스로도 중앙과의 소통을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정작 행사일정이 많아서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부지사로 취임하면서 직원들과 스스럼 없는 호프미팅 자리를 자주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생각만큼 소통의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중앙부처에서의 행정경험도 적지 않습니다. 도내 자치단체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중앙을 상대로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치열하게 지역의 논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막연한 지역균형발전 주장보다는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서 예산배정의 타당성을 갖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도내 자치단체는 지금껏 이런 부분이 다소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고, 전북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지역낙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지역 낙후와 균형발전 주장만으로는 중앙에서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현 정부에서 지향하는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전북도의 작은영화관과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새만금사업 외에 미래 전북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 지."지역 현안 가운데 새만금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미래 전북발전을 위한 '포스트 새만금'은 시작됐고,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생물산업과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김제의 종자산업, 그리고 농촌진흥청이 들어서는 전북혁신도시의 농생명 인프라 등을 연계해서 전북을 농생명 산업의 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산업, 융복합신소재, 기계·자동차, 문화·관광산업도 전북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입니다. 이같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이어진다면 향후 전북발전에 탄탄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 30여년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무엇보다 예비대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초 축제 태동기에 개념과 성격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았다가 정읍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다시 첫 행사가 열린 2001년 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았습니다. 첫 잔칫상을 차리기까지 어려움이 정말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또 지난해 새로운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이뤄낸 일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불가능한 일 같았지만 대선 정국, 지역의 여야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역량을 모아서 이뤄낸 결실에 개인적으로 비록 큰 역할은 아니더라도 참여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공직생활에서의 소회와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개인적으로 인복이 참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상사와 동료·후배들이 잘 이끌어주고 받쳐줘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특히 공직생활을 고향에서 부지사로 마무리 할 수 있게 해 준 도민들과 주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공직자의 기본 덕목은 청렴입니다. 또 소통과 공감행정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작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이 특정 정책에 동의는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행정이 되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통에 노력해야 합니다. 또 저 자신은 정책을 결정할 때 '진정으로 주민을 위하는 것인가, 원칙에 맞는가, 미래 지향적인가'등 3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후배 공직자들도 이런 부분을 참고했으면 합니다."- 정년을 1년8개월 가량 앞두고 명예퇴직을 결정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 단체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지사직 퇴임 후 계획은."30여년간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쌓은 행정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때라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고향과 전북발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을 생각입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중앙에서 볼 때 전북인은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진취적인 기상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변화했지만 아직도 긍정적인 마인드와 진취적인 기상이 타지역에 비해 부족해 보입니다. 지역의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도민들의 역량을 총결집해서 추진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도민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와주고 성원해 주신 도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박성일 행정부지사는- 중앙·지방 공직 30년, 정부와 가교 역 충실퇴임을 앞둔 박성일(58)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완주군 화산면 출신이다. 전주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제23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 정읍시 부시장과 전북도 문화관광국장·자치행정국장·경제통상실장·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중앙에서 행정안전부 정보화기획관과 감사관·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지난해 9월 초 전북도 행정부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30여년 동안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역량을 발휘했고, 전북도 행정부지사로 재직하면서는 도민들과의 소통에 힘쓰면서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평소 신중하고 꼼꼼한 일처리로 공직사회의 신망이 두텁다. 취미는 바둑과 등산이다. 대학 시절부터 흥미를 둔 바둑은 아마 3단의 수준에 올랐고,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 한달에 한 두번씩은 꼭 산을 찾는다. 박 부지사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퇴임 후 전북도 및 중앙에서 쌓은 행정경험과 노하우·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고향인 완주군 지역 단체장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지사는 어릴적 고향에서 면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공직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법과대학에 다니면서도 사법시험이 아닌 행정고시를 준비한 이유다. 이제 부친보다 활동 폭을 넓혀 지역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겠다는 게 박 부지사의 의중이다.

  • 기획
  • 김종표
  • 2013.11.04 23:02

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 5. 일본 나오시마(하)

일본 나오시마 섬을 현대미술의 명소로 만든 것은 예술을 사랑하는 한 기업인의 집념과 세계적인 건축가의 철학,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였다. 자치단체가 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 문화와 예술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밀려나고 있으나, 나오시마는 그런 사례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네세 그룹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과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토사와 광물 채취로 황폐된 나오시마를 '문화'라는 산소호흡기를 달아 소생시켰다. 여기에 주민들의 적극성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 애호가들의 '문화의 성지'가 됐다.△ 3명의 세계적 작가만을 위한 미술관지중미술관(혹은 지추미술관)은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등 세계적 작가 3명의 작품만을 위한 세계 최초의 지하 미술관이다. '땅속에 있다'(地中)는 이름처럼 능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이 거대한 미술관을 지하에 파묻은 발상이 놀랍다. 작품은 9점에 불과하지만 또 전부는 아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자체가 이미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안도 타다오는 콘크리트 재질이 건물 바깥 면에 드러나도록 하는 '노출 콘크리트'로 공간을 재해석한 것.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스며든 빛에 걸린 선(線)이 곳곳에 드리워지면 인간과 자연의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먼저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시대별 빛 연작을 만났다. '오픈 필드'에서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형광색 파란 스크린이 보이는 계단에 올랐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나타난 건 네온 사이로 비추는 직사각형 빛이다. 그 순간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또 다른 작품'오픈 스카이'에서는 관람객들이 대리석 벤치에 앉아 천장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모네의 수련 그림 5점이 걸려 있는 '모네의 방'은 모네에 대한 경배에 가깝다. 신발이 아닌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들어갈 수 있는 이 방은 온통 하얀색이다. 천장을 통해 햇빛이 스며 들고 전시장 바닥에 주사위처럼 생긴 백색 대리석 70만 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카라라 비앙카'라는 이 하얀 대리석은 미켈란젤로가 조각에 사용한 것과 같은 재질이다. 조명기구 없이도 천장에 들어온 햇빛과 벽과 바닥에서 반사된 빛을 통해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모네의 작품이 달리 보인다는 점은 매력적이다.월터 드 마리아의 '타임, 타임리스, 노타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극장식 계단에 14t이나 되는 까만 둥근 화강암이 가운데 버티고 있고 양 옆엔 27개의 목재 조형물이 벽면을 장식한다. 천장 일부에 유리벽이 덮여 있어 햇빛에 따라 대리석 공이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 기업예술가주민이 일군 '아트 하우스' 혼무라 지역의 버려진 집 7채를 미술작품으로 개조한 '이에 프로젝트'도 흥미로웠다.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고택을 현대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미나미데라'는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다. 안도 타다오가 개조한 이 허름한 절에 제임스 터렐은 빛을 숨겨놓았다. 미나미데라 벽에 손을 대고 내부로 걸어가다 보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을 경험하게 된다. 앞뒷사람의 음성에 의존해 발을 옮기다가 겨우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게 되더라도 캄캄한 건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눈이 암흑에 적응하는 시간은 10분 안팎. 뒤늦게 가느다란 푸른 빛이 천천히 드러났다.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어둡고 캄캄한 '길'을 마주하다 희망을 발견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에 프로젝트 1호 작품인 마야지마 타츠오의 '카도야'는 주민들의 참여로 빛을 발한 작품이다. 타스오 미야지마의 '시간의 바다 98'는 캄캄한 방에 일부 공간에 물을 채워 1부터 9까지의 디지털 숫자를 띄워 놓은 것. 5세부터 95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띄워놓은 디지털 숫자가 깜빡거리며 불을 밝히고 있었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전혀 달리 보이는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유명 화가가 돌을 갈아 그린 전통화와 소금창고로 쓰던 곳에 아크릴로 그린 현대화를 건 '이시바시'도 인상적이다. 천정 맞닿은 곳부터 바닥까지 그려진 폭포수를 보고 있노라면 벽을 뚫고 나올 것만 같다. 요시히로 수다의 '고카이쇼'는 본래 '기원'으로 바둑을 두는 장소였다. 스다 요시히로는 뜰에는 동백나무를 심고 다다미 방 안에는 만든 동백꽃 조각 등을 두어 진짜와 가짜, 허와 실이 대칭되도록 구성했다. △ 베네세하우스이우환미술관 등도 '문화성지'안도 타다오는 평소 "지중 미술관이 닫힌 공간에서 작품과 건축이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정적인 공간이라면, 베네세하우스는 자연과 건축이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소통하는 동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호텔과 미술관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베네세 하우스'는 세토내해를 캔버스 삼아 이국적인 풍광을 선물한다. 건물 안팎에는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작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브루스 나우먼과 잭슨 폴록, 백남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과 명소로 꼽히는 이우환미술관 역시 한국인들에게 자부심과 부끄러움이 함께 들게 하는 곳이다. 세계적인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우환의 미술관을 일본인이 제안했다는 점에서다.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만남의 방', '침묵의 방', '그림자 방', '명상의 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20여 점의 회화와 조각 등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미술관이 본다는 것을 넘어선 생과 사가 결부된 우주적 공간이길 원했다"는 이우환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공간으로 해석됐다. 기자단은 외국 지인들에게 혼무라 지역을 안내하는 이우환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예술이라는 긴 방랑에 심취한 작가의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듯 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이화정
  • 2013.11.01 23:02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6. 이야기가 있는 마을

자치단체마다 지역 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는 곳도 있지만 억지로 짜 맞춘 이야기 때문에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지리산 일대 마을은 풍부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가 함께 녹아 있다. 느림의 미학을 통해 힐링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리산 일대의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매해 늘고 있는 이유다. 역사와 자연,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지리산 마을들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힐링을 준다.△천년송과 함께한 '와운마을'해발 800m 산자락에 우뚝 솟은 소나무의 자태가 일품이다. 언뜻 정이품송 소나무를 연상케하는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424호 '지리산 천년송'. 구름도 누워 갈 정도로 높고 험한 곳 남원시 산내면 와운(臥雲) 마을에 있는 지리산 천년송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장대한 천년송의 빼어난 자태를 보기 위해 수년 전부터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오지마을이던 이곳에 지난 2009년께 도로가 연결되면서, 하나둘씩 관광객이 찾기 시작해 입소문을 탄 뒤 이제는 지리산의 최고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실 지리산 천년송은 수령이 600년 이상인 것은 확실하나, 정확한 수량 측정을 위해 나무를 훼손할 수 없어 마을 주민들은 천년송이라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천년송을 할매송이라고도 부르는데 인근에 한아시(할아버지)송이 위치해 있다. 수 백년 전부터 이 마을에 살았던 선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라 한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 10일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당산제를 지낸다. 제관으로 선발된 사람은 음력 12월 30일부터 외부 출입을 삼가고 인근 계곡에서 목욕재계를 하며 천년송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백두대간 지나는 '노치마을'백두대간이 지나는 자리에 유일하게 촌락을 이룬 남원시 운봉읍 노치마을. 3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인데도 대간 능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운봉읍 서쪽은 주천면에 속해 한 마을에 두 개의 행정구역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노치마을 일대에 길이 100m, 폭 20m, 깊이 4m의 방죽을 만들어 지맥을 끊고 그 안에 목돌(일명 잠금석)을 설치했다. 노치마을은 백두대간이 마을을 지나가는 유일한 지점임과 동시에 덕음산에서 고리봉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사람의 신체로 비유하면 목에 해당된다. 일제는 잠금석을 설치해 목을 졸라 민족정기를 단절하려 했던 셈이다. 목돌들은 노치마을에서 1.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15년 전 경지정리작업 중에 발견된 목돌이 개인 집으로 옮겨져 정원석으로 사용되다 지난 8월 노치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노치마을로 옮겨진 목돌은 너트형으로 된 5개의 석물이다. 하나의 크기는 가로 120㎝, 세로 95㎝, 두께 40㎝로 두 개를 하나로 연결할 경우 가로 120㎝, 세로 190㎝ 정도로 구멍의 직경은 100㎝에 이른다. 일제가 설치한 목돌 때문에 숨통이 막혀 있던 마을 뒷산에는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 3그루가 버티고 있다. 또 마을 중앙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주민들에게 안락한 휴식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일제가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 했으나 지리산의 강한 생명력마저 끊지는 못한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켜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매해 당산재를 지내고 있다. △남명학 발상지 '사리마을'남명 조식 선생의 지리산 사랑은 남달랐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벼슬에서 내려온 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자락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다. 벼슬에서 내려오기 전에도 지리산을 17차례나 방문하면서 유람록을 남겨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현재 산청군 사리마을 일대에는 남명이 머물며 학문을 연구했던 산천재가 남아있다. 산천재에 있는 수 백년된 매화나무 남명매는 지역의 명물이다. 남명은 72세 때인 1572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제자들이 산천재 인근에 그를 기념하기 위해 덕천서원을 건립했다. 이후 덕천서원은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소실과 중건을 반복했지만, 현재도 남명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이 묻어난다.남명의 학문적 업적도 뛰어났다. 바른 소리를 하고 나아가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덕목으로 하는 남명학을 만들어 실천적 지식인을 길러왔다. 이 때문에 같은해(1501년) 태어난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던 최고의 성리학자라는 평가는 물론 신유학의 발상지 중국 무이정사 관장도 그의 이름 석자에 경외감을 표할 정도다.

  • 기획
  • 김정엽
  • 2013.11.01 23:02

19. 전주생명과학고 - '농업 한류' 주도하는 젊은 영농인 양성 요람

'K-Pop'만 한류(韓流)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농업기술도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농업 한류의 중심은 농업 인재들이 주도한다. 전북의 농업교육 선봉장에 있었던 전주생명과학고(교장 김진곤)는 농생명 산업의 특성화고다. 김진곤 교장은 "과거에는 아무 기술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 농사라고 했지만 이제는 공부하지 않고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면서 "졸업생 가운데 '억대' 농부들이 꽤 많다"고 했다.△ 농업 전문가 꾸준히 육성조선 말까지도 체계적인 농업교육기관이 없었다. 1906년 고종은 부강한 나라를 위해 농업의 근대화를 추진해 실업학교를 건립했다. 국내에선 8번 째로 공립전주농업학교가 1910년 개교했다. 36년 간 일본의 식민통치, 625 전쟁을 거치면서 공백기도 있었으나 전주공립중학교, 전주공립농림중학교, 전주농림고등학교 등으로 개편되면서 격변기를 겪었다. 졸업생 이만상 원광대 명예교수는 "1950년대 4.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겨우 입학이 가능했다"고 기억했다. 농업은 1960년대 중반까지 중요한 1차산업이었다. 덕분에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1964년 원예과와 식품가공과가, 1970년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농업기계과도 신설됐다. 농업 시장이 개방된 지 18년이 지난 현재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농민도 여전히 많지만, 개방 충격을 의연히 버텨내고 있는 건 전주생명과학고 등에서 농업인재들을 배출해온 덕분이라는 평가도 많다. △ 정계재계문화예술계 망라생명과학고 동문은 정계재계문화예술체육계까지 두루 망라한다. 박정근 전 도지사(2회)는 한국농업 개척의 선구자다. 도지사,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사)한국축산물수출산업회 회장을 맡으면서 수출 100억불 달성의 금자탑을 세웠다. 김용철 전 고려대 교수(22회)는 국내 육종학의 석학으로 농업 근대화는 물론 채소원예학종묘생산학 등 연구하면서 신품종 개발로 공적을 남겼다. 김동성 전 몬산토코리아주식회사 사장(36회)은 세계 최초로 수도용 제초제를 개발했으며, 파킨슨병에도 불구하고 잡초의 형태생리생태를 집약시킨 국내 최초의 '잡초도감'을 완간한 주인공이다. 정계 쪽으로 이존일 전 도지사(29회)와 최성식 전 국회의원(38회) 심 민 전 임실 부군수(53회), 재계 쪽은 최주호 동양고속건설회장(22회), 백승운 (주)하림 부사장(22회)가 있다. 언론계에선 소용호 전 전북일보 편집국장(49회)이 두드러진다. 셔틀콕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박주봉(69회)을 비롯해 기라성 같은 국가대표선수가 전주농고를 거쳐 한국 배드민턴의 본류(本流)를 형성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한성귀(54회) 권승택(62회) 등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재패한 뒤 지도자로 명성을 날렸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등을 안긴 김동문하태권(80회) 역시 전주생명과학고의 이름을 빛낸 배드민턴 선수들이다. 문화계 쪽에선 동양적 춤사위와 현대적 미학의 조화를 선보여온 안무가 국수호(전 중앙대 교수53회)를 비롯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풍물반을 만들고 학생들을 지도해온 정인삼 한국민속촌 농악단장, 이 바통을 넘겨받아 풍물반을 지도 중인 허영욱 전주농악전수관 단장이 뒤따른다. △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사업 등 두각전주생명과학고는 크게 생명자원과, 환경산업과, 식품과학과로 운영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을 점거하기 전까지 풍요를 누렸던 동네빵집의 영향으로 입학생이 몰리는 식품과학과는 물론 뜨는 산업으로 평가받는 골프업계 기능인을 배출하는 환경산업과, 조경기능사화훼장식기술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생명자원과 등이다. 특히 골프경영관리과는 전국 농업계 골프학과 중 최고급 시설을 갖춰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전국 최초로 애견훈련학교 교사를 임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애완동물과는 안팎에서 관심이 높다.김진곤 교장 취임 이후 생명과학고는 좁은 취업문을 넓히기 위해 특성화고 명장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젊은 영농 후계자와는 별개로 맞춤형 교육을 통한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선정된 생명과학고는 30여 명을 대상으로 유망한 중소기업과 연계해 강도 높은 직업훈련을 거치고 있다. 농업 기계화로 필요해진 특수용접기술 등을 5년 간 배운 뒤 자격증을 따면 병역특례를 해주는 '일석이조' 과정. 김진곤 교장은 "교육과정을 마치면 학생들 통장에 종잣돈 1억이 모일 수 있도록 재무설계까지 연계시켰으나 학부모들의 관심 부족과 고된 과정으로 참가자들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이화정
  • 2013.10.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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