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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화합 다지는 임실군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의 태동은 민초들에 많은 권익과 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일방적 중앙정부의 하향적 국정에서 탈피, 주민에 의해 지자체가 직접 살림을 운영하는 민주화의 발판이 구축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하늘의 뜻을 거스리는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에 임실군이 지목되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 군민에 의해 선출된 4명의 군수가 임기를 못채우고 줄줄이 옷을 벗는 불명예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군민과 공직자들은 현재도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책임회피에 급급, 늦게나마 신현택 군수대행이 대안을 제시했다.△군민화합과 신뢰받는 행정구현올들어 임실군은 군민화합과 주요 현안 해결 등 차질없는 군정 수행에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8월 강완묵 전 군수가 중도에 하차하면서 공직계의 이 같은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신현택 군수대행 체제에 돌입하면서 공직계는 긴장감으로 재무장했고 주민 여론수렴과 현장행정에도 분주한 모습이다.신 군수대행은 군민화합과 자존심 회복, 공직계의 신뢰도 확립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더불어 군민과 약속했던 민선5기 주요 사업들도 차질없는 이행으로 신뢰받는 행정구현에 총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임실군은 첫번째 개혁 과제로 투명한 인사행정과 공무원의 기강확립, 건전한 재정운영을 꼽았다.신 군수대행의 이 같은 계획은 과거 단체장들의 무분별한 인사행정으로 인해 공직계의 사기가 완전히 추락했다는 분석이다.때문에 능력과 성과중심 위주의 객관적 합리적인 인사에 주력하고 관련 공무원의 줄대기 및 청탁성 등은 공개를 원칙으로 삼았다.이와 함께 내년도 군정방향 설계 및 예산편성에는 민간경비와 사회단체 보조금 등 성과를 분석, 예산낭비 점검을 통해 일몰제 적용 등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군은 또 각종 공사발주시 특정업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업무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는 소규모 수의계약 및 하도급업체 선정 등에 있어 전임 군수들의 특정업체 몰아주기식 특혜를 과감히 배제한다는 생각에서다.△철저한 공직기강 확립과거 지방선거나 재선거 등이 실시될 즈음이면 유력 후보에 대한 공무원들의 줄대기 및 선거운동에 눈에 띄게 벌어졌다.이는 승진을 목적으로 사전에 선거자금을 투자하거나 친인척의 선거운동 개입으로 당선에 공헌, 이른 바 논공행상에 참여키 위해서다.군은 내년 지방선거에 예전보다 많은 후보들이 난립함에 따라 공직자들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사전에 공무원과 지역별 주민으로 구성된 감시팀을 가동, 본인은 물론 선거운동 개입자에는 고발 등 적법절차에 따라 지위를 박탈한다는 계획이다.또 뚜렷한 이유없이 장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근무중 음주 및 도박, 탈선행위 등의 공무원에 대해서도 중징계에 처한다는 방침이다.이 같은 공직기강 강화는 일부 그릇된 공무원들로 인해 전체 공무원들이 군민의 불신감을 초래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유지할 계획이다.△현안사업 해결로 민선6기에 새바람 제공임실군은 단체장 중도하차에 상관없이 현재 추진중인 주요 사업을 착실히 완료, 민선6기 단체장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제공키로 했다.현재 33만㎡(10만평) 규모로 추진중인 임실제2농공단지 조성사업은 국도비 75억원과 군비 220억원을 투자해 내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대선공약사업인 식생활교육문화연구센터건립은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 경제성을 인증받아 한국농촌연구원에 보고를 마쳤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관광객 확대를 위해서도 치즈컨퍼런스(연회장)와 숙박단지 및 놀이시설, 지정환신부 삶터 등이 현재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옥정호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섬진댐 이주단지 조성사업 ,전북도립양궁장 건립 등도 현재 순조롭게 진행중에 있다.더불어 부자농촌 건설을 위해 30억원 규모의 산지유통센터(APC)가 현재 건립중에 있으며 이에 따른 유통조직으로 임실군조합공동사업법인이 내년부터 운영된다. 특히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을 위해 2015년까지 100억원을 투자, 농축산순환 자원화센터와 1000㏊ 규모의 친환경농업단지를 추진중에 있다.● 신현택 군수대행 "공직기강 확립 총력 모두가 한마음 돼야"신현택 군수대행은 "임실군의 미래발전을 위해 조직의 안정과 행정의 신뢰회복, 군민화합 등 임실발전에 총력을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또 "쓰라린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발전의 효시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젠 군민과 의회, 행정이 한마음으로 화합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이를 위해 신 군수대행은 첫번째로, 공무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적극 대처, 정치적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에 총력을 질주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이와 함께 민선 이후 잦은 단체장 공백으로 임실에 대한 재외 각지에서 비판의 소리가 따갑게 들리고 있다며 군민화합과 자존심 회복에 따른 다각적인 대안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신 군수대행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6기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투명한 공직계 정립과 지역의 균형발전, 예산의 건정성 등을 완벽히 구축할 것"도 시사했다.미래발전 사업에 대해서도 임실군은 치즈마을과 테마파크 운영에 힘입어 전국 수학여행 1번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장을 연계, 관광산업에 치중할 것을 피력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 추진사업으로는 치즈테마파크의 체류형 관광지 조성을 위해 숙박단지와 컨퍼런스(연회장), 각종 놀이시설 등에 사업비 236억원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또 사선대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목재문화체험장을 설치, 52억원이 투자되고 사선대와 성미산성, 방수리방재림을 연결하는 생태공원 조성에도 85억원을 확보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신 군수대행은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군민과 의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군민화합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 기획
  • 박정우
  • 2013.10.30 23:02

[32. 소비자정보센터 활동] 똑똑한 소비자 만드는 똘똘한 언니들

소비는 원래 구매, 사용, 처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말하며, 소비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 스스로 권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물품을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소비자정보센터의 역할이 크다. 소비자정보센터 상담을 통하여 소비자 권리를 찾을 수 있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정보센터의 활동을 취재했다.김모씨는 지난 여름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려고 헬스장을 찾았다. 원래 1개월에 8만원인데 3개월을 한꺼번에 결제하면 20%를 할인해준다고 하여 3개월을 이용하기로 하고,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에 동의한 후 19만2000원을 결재했다. 계약서에는 업체에서 규정한 환불규정이 명시되었는데 소비자 사정으로 약정기간 이내에 중도해지하면 사용료는 물론 전체 이용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1개월 이용 후 회사업무가 많아지면서 야간, 주말근무가 빈번하게 되자 헬스장 이용이 어렵게 되었다. 업체에 중도해지를 요구하고 3개월 결제대금 19만2000만원 중 1개월분 대금 6만4000원과 총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으로 1만9200원을 공제한 금액인 10만8800원의 환급을 요구했다. 그러자 업체에서는 3개월 헬스 이용료 정상가인 24만원을 기준으로 한 달 이용료 8만원과 전체이용료 24만원의 10%인 2만4000원을 제외한 총합 8만8000원만 환급해준다는 답변이었다. 정당한 환불을 받고 싶어 소비자정보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소비자정보센터에서는 체육시설에 관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을 근거로 해당업체에서 환불을 요구할 때 할인 전 금액으로 이용요금과 위약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임을 업체에 알리고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을 기준을 이용료와 위약금 10%를 공제하고 환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업체로부터 10만8800원을 환불받았다.결혼 20주년을 기념여행을 준비하던 양모씨는 제주도에 있는 펜션을 예약하면서 이용요금 20만원을 선불로 지급하였다. 하지만 아내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여행계획이 취소되었다. 이용예정일 3일전 펜션 예약을 취소하자 펜션업자는 여름 성수기인데 펜션의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이용요금 20만원의 환불을 거절하자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숙박업 관련 소비자해결분쟁기준은 강제규정이 아닌 자율규정으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해결에 관한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 되고 있다. 사업자가 홈페이지나 유선상으로 위약금 및 환불에 대한 기준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였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사업자 기준이 우선된다. 양씨의 경우 계약 시 사업자로부터 어떠한 안내도 받지 않은 경우여서 성수기 보상기준에 의거하여 총 요금의 50%를 공제 후 10만원을 환불 받을 수 있었다.이렇듯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는 전화나 방문을 통하여 매달 600-700여건의 상담을 받는다. 유미옥 사무처장은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방문판매로 인한 피해건수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매달 보도자료를 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60대 어르신 사례입니다. 9월 중순경 홍보차원에서 건강식품인 장어엑기스 무료샘플을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고 주소를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배송된 택배상자가 샘플이라고 하기엔 부피가 크고, 무거워 자세히 확인해보니 무료샘플과 함께 판매용 제품도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전화상의 홍보내용과 달리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상술과 행위가 괘씸해 반품을 하기위해 전화를 하였으나 판매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은 경우이지요." 건강식품의 경우 판매사업자들이 지역축제와 연계한 무료관광을 빙자해 노인들을 모집 후 판매장으로 유인하여 저품질의 건강식품을 고가로 판매하는 등의 강매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유미옥 사무처장은 강조한다. 이처럼 소비자정보센터는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를 접수받아 해결해주는 역할 뿐 아니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15명의 소비자전문모니터 봉사자들이 우리 지역의 물가안정 정책의 하나로 매주 물가조사 및 정보제공에 힘쓰고 있다.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행동과 자원 절약적, 환경친화적 소비생활을 위해 다양한 계층에 지속적으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사업체에 소비자 지향적 경영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사업체 대상 소비자 중심경영교육도 실시한다. 전국 최초로 2005년 센터 2층에 소비자교육체험관을 마련했다.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없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다양한 경제정보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구매와 사용을 위해 직접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소비자가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부터 바른 소비 생활을 통하여 건전한 경제인으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이 필요합니다." 박민정 간사는 "소비자 8대 권리, 경제 3주체, 광고보기, 돈과 은행, 다양한 결재 방법 등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주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인다.9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장양천 상담사는 소비자가 상담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간혹 본인의 불찰로 문제가 발생되었는데도 센터에서 빨리 해결을 해주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내는 분을 만나면 난감할 때도 있지만 이 일을 통하여 여러 분야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어 저 자신도 똑똑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는 소비자권익사업과 물가감시 및 물가정보 사업, 지속할 수 있는 환경교통사업, 친환경 매장 운영 등 크게 4개 분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물가안정에 이바지하는 착한가게, 의료폐기물 관리에 모범적인 녹색병원, 임산부 배려업체를 선정하여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편 소비생활과 관련 궁금한 사항은 전화나 방문 및 홈페이지 소비자 신청란에 게시하면 상담 및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전화 282-9898, 1588-0050) ● 정순례 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 "자주합리성 강조 소비자 교육 강화""당시는 소비자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지요. 여교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임회' 에서 소비자상담을 받기 위해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우리 지역에서 소비자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결같이 진력해온 결과 지금은 전북지역에 13개 시군 지부가 개설돼 지방자치 시대에 맞게 소비자 불만 등을 직접 처리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지난해 회장으로 부임한 정순례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장은 지난 1983년 초창기부터 창립멤버로 전북 소비자운동 역사의 산 증인이다.정 회장은 "이제는 소비자 상담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소비자 보호차원을 뛰어 넘어 소비자가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보화 시대는 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국가와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소비자교육에 필요한 책자를 발간하고, 교육컨텐츠 자료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 영입이 절실하지만 민간단체이다 보니 재정적인 한계 때문에 운영상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때문에 정 회장은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여성, 소비자, 환경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토론회나 캠페인을 통한 사회문제를 도출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또 의식조사, 실태조사를 통해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면서 센터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민과 함께 생각하는 센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생각이다.정 회장은 "소비자의 의식 향상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금주 (주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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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9 23:02

[우리고장 명인명물] 나창기 호원대 야구부 감독

지난 9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에 이어 지난 24일 군산상고의 전국체전 우승소식이 들려오자 야구의 도시 군산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전국대회 2연패 소식에 나창기(63) 호원대학교 야구부 감독은 "내가(호원대가) 우승한 것도 아닌데 전국에서 축하전화가 계속 걸려 온다"며 "군산 야구를 이끌고 있는 후배와 제자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나 감독은 군산상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1년 제52회 전국체육대회 우승으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신화의 탄생을 예고한 장본인이다.지난 2011년 7월 군산상고와 경남고 출신 스타 선수들이 겨루는 2011 레전드 리매치에서 군산상고 감독을 맡을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군산 야구의 대부이다.학창 시절 육상과 축구 등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던 나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1969년 신생팀인 군산상고로 진학한 나 감독은 이듬해 평생 스승인 故 최관수 감독을 만났다.나 감독이 기억하는 최관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욕설은 물론 거친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덕장이었다."최 감독님이 정말 화가 나시면 '이 녀석이...'라고 하시는 게 전부였다"며 "선수 개인별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시는 능력이 뛰어나셨다"고 기억했다.이런 최관수 감독의 모습은 훗날 나 감독을 군산상고 감독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하도록 만들었다.졸업 후 실업팀인 제일은행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현역 선수로 활약했던 나 감독은 1991년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군산상고 감독직을 제의받았다.군산상고 야구부를 직접 창단하고 본인을 스카웃했던 이용일 전 KBO 총재대행이 군산상고 야구를 부활시킬 사람은 나창기 뿐이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나 감독은 "91년에 군산지점으로 발령이 나 은행에 근무하면서 선수들을 지도했다"며 "무엇보다 편견없이 선수들을 대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나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전국대회 3위를 시작으로 준우승을 3차례 연거푸 차지하더니 1996년 봉황기, 1998년 전국체육대회, 1999년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전통의 강호 자리를 기어이 되찾았다.당시 제자들이었던 이진영, 정대현, 이승호, 김상현, 신경현, 이대수, 문규현 등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석수철 현 군산상고 감독, 이경태 군산중 감독 등 나 감독과 함께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나 감독은 "제자들이 허튼 유혹을 받지 않고 오직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힘과 울타리가 돼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2003년부터 호원대 야구부 감독 겸 스포츠레저학부 전임교수로 재직해 온 나 감독은 "야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인생이지만 너무 멋진 인생이었다"며 "9회를 치르는 동안 반드시 기회가 오는 것이 야구로, 우리네 삶도 슬기롭게 위기를 넘기며 오는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의 야구 철학을 이야기했다.

  • 기획
  • 이일권
  • 2013.10.29 23:02

취임 3개월 맞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박달식 전북본부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신임 수장으로 박달식(56) 본부장이 취임한지 3개월째 접어들었다. 열악한 전북 경제의 부흥을 갈망하는 도민들의 성원과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운데 박 본부장도 이에 발맞춰 '위기를 기회로, 시련을 도약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북의 주택 및 상권, 토지분석을 통한 공공주택 사업 활성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지역 경제의 초석이 되는 건설 물량 확보, 그리고 LH전북본부의 내실화 및 투명하고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 등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사 이래 전국 곳곳의 도시를 누비며 실무를 쌓고 29년 만에 전북에서 공기업의 수장이 된 만큼 박 본부장에게 거는 도내 건설업계의 기대와 희망이 특히 높다. 박 본부장을 만나 향후 LH전북본부가 지향할 목표와 지역을 위한 특성화 사업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취임 후 겪은 도내 주택시장을 진단해 본다면."전북혁신도시 건설사업의 순조로운 추진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 발표 및 새만금개발청 개청 등으로 도내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공급도 대폭 늘어나면서 지역에 따라 미분양 물량 적체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1~2인 가구의 증가와 보편적 주거복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 공급자 중심의 공영개발을 통한 아파트 대량 공급 방식에서 수요자 중심의 환지방식 도시개발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도시재생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LH가 진행한 사업 중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우리 공사는 출범 후 재무구조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414개 사업지구에 대해 사업조정을 추진했고 전북에서도 군산신역세권이나 완주삼봉지구가 보상이 완료되었음에도 부동산 경기침체, 수요부족,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현재까지 미착공 상태입니다. 완주삼봉지구의 경우 완주군청 이전계획 취소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으나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착공 추진 예정입니다. 군산신역세권은 수요부족으로 착공이 지연되었으나 단계별 개발을 통해 내년 1단계 구간을 우선 착공할 예정입니다. 통합공사 출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많은 사업지구의 추진일정이 조정됐지만 제도적으로 건설·금융·마케팅·시행 등 외부전문가를 통해 LH가 추진하는 사업의 투자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업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사업타당성이 떨어짐에도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개발사업은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도민을 위한 지역 특성화 사업을 꼽는다면."인구 3만명 수용을 목표로 한 전북혁신도시가 연말 1단계 사업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북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촉매로 혁신성과 역동성을 갖춘 특성화된 도시를 건설해 지역 발전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됐고, 농촌진흥청 등 농업생명 공공기관과 지방행정연수원, 국민연금공단 등 지식서비스 공공기관이 이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북혁신도시는 'Agricon City'라는 개발컨셉에 따라 물, 자원, 에너지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원형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계획됐습니다. 또한 단지 내 중심축을 연장 3.9㎞, 폭원 30m에 이르는 Park Way로 연계함으로써 사업지구를 동서로 연결해 주민화합과 휴식여가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전주시·완주군 유입인구의 주택수요를 고려해 적정인구 수용을 통한 자족성을 갖춘 쾌적한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LH공사가 전북을 대표하는 혁신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게 된 점을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합니다."-국가식품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사업이 현재 보상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식품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기업·연구소·연관산업체 등이 집적된 클러스터를 조성해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함입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농업분야 국책R&D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농식품산업의 광역적 클러스터 구축 및 상승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지역경제 기여 뿐 아니라 FTA로 위기에 빠진 농업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되면 150여개 식품기업이 입주해 농어업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고 고용유발은 2만3235명, 생산유발효과는 4조 33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전북혁신도시와 만성지구 개발이 갖는 의미는."만성지구는 황방산과 기지제를 연계하는 친수 녹지축을 구축하고 기지제 주변의 수변공원 조성으로 친수공간이 조성될 계획입니다. 또한 평면적 개발을 지양하고 sky-line을 고려한 복합단지를 개발해 입체적인 도시 이미지를 제고할 계획입니다. 또 법원 및 검찰청의 사법행정기능과 그와 연계된 상업·업무기능, 생활편익시설과 연계된 쾌적한 주거기능이 조화된 복합도시가 조성될 전망이며, 전북혁신도시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이와 연계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혁신도시와 만성지구가 개발되면 총 인구 4만5000명이 거주하게 되며 법원·검찰청 이전에 따른 관련 업무기능이 이전돼 전주시의 신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장기적 신규 사업 및 이에 대한 포부는."우리 공사는 아직 부채의 절대 규모가 워낙 커서 신규 사업 등을 추진하는데 재무적 부담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사업도 엄격하고 객관적인 사업성 검토를 거쳐 추진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개발사업의 경우 LH 자체 자금 부담을 줄이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저비용 개발을 위해 전주효천지구 도시개발사업(673천㎡)을 환지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환지설계용역 진행 중이며 연내 보상 착수후 내년 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내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전주시 반월동 일원에 국민임대주택 842호 건설을 추진 중이며 2015년에 공급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익산시 평화동 일원의 구도심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지자체 및 지역주민과 협의를 통해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추진할 계획입니다."-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우리 공사는 국민 주거생활의 향상 및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전북본부도 공사 설립 목적에 따라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매입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도내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 및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며, 혁신도시나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앞당기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기대하며, 우리 전북본부도 전북도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박달식 본부장은- 29년간 전국 주요 보직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박달식 본부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신으로 공주사대부속고등학교와 숭실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지난 1985년 LH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이래 29년 동안 임대공급운영처 처장, 경기지역본부 시흥은계사업단장, 남북협력처장, 제주지역본부장, 성남재생직할사업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실력자로 정평이 나있다.박 본부장은 일선에서 뛰어난 리더십과 탁월한 업무능력을 발휘한 공을 인정받아 LH사장 표창 및 장관표창 등 여러 차례 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또한 사내 동료들에게도 '강요식 리더십'이 아닌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으로 비춰질 정도로 잔정이 많고 사원들의 애경사를 일일이 챙길 정도로 동료애가 깊다.전북본부장으로 취임한지 3개월째 된 박 본부장은 전주한옥마을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현대화와 전통이 융화를 이루며 발전하는 건강한 도시의 미래 표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한스타일 주거단지의 기대효과는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유산과 상징을 브랜드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문화의 통합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동시에 한국을 알리는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고, 전주가 그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박 본부장은 "올해 연말 입주 예정인 전북혁신도시 입주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맞춤형 입주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이와 함께 전주만성지구, 익산식품클러스터 등의 진행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이강모
  • 2013.10.29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⑦ 벤치마킹 - 보길도 윤선도 원림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항길에 고산 윤선도(1587~1671년)의 이상향이 있다. '자연과 세상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세연정(洗然亭)을 중심으로 들어선 원림(園林)을 말한다.조선시대 시조문학의 황금기를 주도한 윤선도는 조선 인조 15년(1637년)에 제주로 향하다 우연히 들른 보길도에 정착했다. 당시 고산의 나이가 51세였다. 고산은 자신의 정착지를 부용동(芙蓉洞)이라 칭하고,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이 가운데 격자봉 기슭에 살림집인 낙서재를, 낙서재 건너편 산중턱에는 동천석실이라는 휴식공간을 지었다. 이와는 별도로 부용동의 초입에 세연정을 지었다. 고산은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대부호였던 해남 윤씨의 대종(大宗)으로, 재산이 넉넉했다고 알려진다. 재력을 바탕으로 고산은 특히 세연정과 원림을 조성하는데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33㎢ 크기의 보길도에서 부용동이 중심이라면, 원림은 낙원의 심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산은 원림을 조성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듯 개울물을 막아 세연지를 조성했다. 하류 쪽에 만들어진 높이 약 1m길이 약 11m의 수중보인 판석보가 인공섬을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판석보는 건조할 때는 돌다리가 되고 우기에는 폭포가 돼 수면이 일정량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세연지의 물이 판석보를 거치면 장방형으로 만들어진 인공연못인 회수담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세연지와 회수담의 사이에 팔작지붕을 얹은 정면 세 칸측면 세 칸의 정자가 세연정이다. 주변에는 춤추는 무대인 동대와 서대까지 만들었다.섬의 깊숙한 곳에 못을 파고 돌을 옮겨 신선이 살 것 같은 도원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길도 주민은 물론 인근 노화도의 주민들이 동원됐고, 공사기간만 5년에 달했다고 한다.고산은 원림으로 친지들을 불러 자주 연회를 열었다. 풍악이 울려 퍼지면 동대와 서대에선 곱게 차려입은 기생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고산은 또 세연지에 배를 띄웠고, 낚시대를 드리웠다. 판석보를 지나 150m 가량 오르면 옥소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악기를 켜면 소리가 세연정을 감쌌다고 한다.원림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선최고의 별서조원(別墅造園)'이라는 평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연지의 집채만한 바위들이 방문객을 맞고, 무희들이 춤췄던 동대와 서대의 주변에서는 동백나무가 하늘거린다.세연정의 난간에 기대면 주변의 풍광이 시야에 빼곡하게 들어오고 눈과 귀를 간지럽힌다. 문화재청 자문위원으로 보길도 윤선도 원림의 복원에 관여한 우석대 신상섭 교수는 "골육조형(骨肉造形암석과 산맥을 조화롭게 하는 것)과 음양오행에 따라 구조물을 배치하는 등 고산 특유의 절개와 철학적 안목이 돋보인다"면서 "산간에 은둔해 자기구제를 통한 초속적인 자유를 얻고자 했던 고산은 원림을 통해 언젠가 오실 임을 맞이하기 위한 전략적 경관계획과 은자로서의 조경술을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다만 일제가 원림의 기운을 막기 위해 지었다는 보길초등이 정원의 전면을 가린 탓에 답답함이 두드러진다. 차분하고 청량해야할 원림에 초등생들의 소음도 그대로 유입된다.고산은 부용동에 들어온 이후에도 관직복귀, 유배, 낙향을 거듭하다 85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눈을 감았다.그는 부용동에서 7차례에 걸쳐 13년간 머물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대부분의 건축물이 소실됐다. 부용동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혹사당한 조비들이 불만을 품고 불을 질렀다는 구전이 전해내려온다. 그러다가 지난 1993년 세연정이 복원됐고, 이후 동천석실와 낙서재 등도 옛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주변의 복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원림은 고산의 왕국이자, 불우한 천재의 낙지(樂地)다. 그리고 갖가지 부침을 겪은 원림은 '시름도, 욕망도 내려놓으라'고 담담하게 속삭이는 듯하다. ● 한국 전통정원 종류- 화려한 궁궐정원, 세속 떠난 선비의 별서정원전통정원은 크게 궁궐정원과 민간정원으로 분류한다. 또 조성주체동기성격에 따라 궁궐정원, 별서정원, 향원(鄕園), 산수정원 등으로도 나눈다.△궁궐정원=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들수 있다.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왕족만을 위한 정원인 만큼 크고 화려하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대신 지나친 기교와 인위를 삼가한다.'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천원지방天圓地方)'는 음양오행사상을 조영의 원리로 삼으며, 왕의 사색과 명상을 돕는 치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경주의 안압지와 포석정도 신라시대 대표적인 별궁의 정원이다.△별서정원=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가 낙향해서 지은 원림을 말한다.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세속에서 비껴나길 원했던 사림들이 안빈낙도와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기 위해 조성했다. 주로 전원이나 산속 깊은 곳에 집이나 정자를 짓고 돌 하나에도 인문학적 가치를 담는데 주력했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을 비롯해 전남 담양의 소쇄원, 경북 영양의 서석지 등이 대표적이다.△향원= 벼슬이나 낙향 등과 상관없이 특정 가문이나 개인이 고향마을에 조성한 정원이다. 남원 광한루원, 대구 달성의 하엽정, 경북 성주의 한수헌 정원 등을 꼽을 수 있다.△산수정원= 한국정원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산수간에 위치한 정원이다. 산수정원에는 잠시 머무는 장소인 정자가 서있다. 사방이 트여 있는 정자에서는 주변의 자연경관을 막힘 없이 감상할 수 있다. 경북 영덕의 침수정과 경북 예천의 초간정 등이 자연을 벗삼은 산수정원으로 불린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10.28 23:02

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 4. 일본 나오시마 (상)

일본 가가와현 다카마쓰항의 북쪽에 위치한 섬 나오시마(直島). 나오시마행에 몸을 실은 여객선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야트막한 해안선을 배경으로 올망졸망한 섬들과 푸른 바닷길이 빚어내는 세토내해의 절경은 '아시아의 지중해'라는 평가가 과장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50여 분 항해 끝에 도착한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 부둣가에 일본의 세계적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미술'빨간 호박'이 눈에 띄었다. 야요이는 한때 루이비통이 데려가기 위해 대단히 공들였던 예술가이기도 하다. 나오시마 순례는 그렇게 시작됐다.△ 20년 만에 현대미술 메카로 거듭나인구 3600여 명에 불과한 나오시마는 자전거를 타고 2시간이면 돌 수 있을 만큼 아담한 섬이다. 연간 3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숨겨진 명소지만 20년 전만 해도 근대화 과정에서 수탈됐다가 버려진 섬에 가까웠다. 미쓰비시가 1917년 이곳에 중공업 단지를 만든 뒤 70여년 간 구리 제련소에서 나오는 연기와 폐기물 때문이다. 1960년대 8000여 명이던 인구는 현재 3200여명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세는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나오시마의 역사를 뒤바꾼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교육 기업인 베네세그룹(회장 후쿠타케 소이치로)이다. 베네세그룹은 1980년대 이곳에 어린이 국제 캠프장을 계획했었으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의 교우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안도가 설계한 베네세하우스 미술관(1992), 지중(地中) 미술관(2004), 이우환 미술관(2010) 등이 섬에 들어앉혔고, 잭슨 폴록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주민들이 떠난 혼무라 지역의 전통 가옥 7채를 건축가작가 등에게 의뢰해 현대미술공간으로 바꾼 '이에 프로젝트'도 뒤따랐다. 1989년부터 시작된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섬 마을의 자연과 예술이 경계를 허물며 매혹적 융합을 이뤄냈다.베네세그룹이 현재까지 나오시마에 투자한 액수는 6000억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30년 동안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네세그룹 의지는 오지에 가까웠던 나오시마를 가가와현 35개 지자체 중 소득 1위로 올라서게 만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잠잘 곳이 한두 군데에 그쳤으나 최근엔 민박집과 음식점이 30여 곳 정도까지 늘어났다. 하마다 타카오 나오시마 촌장은 "그러나 예술 프로젝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주민들도 이제는 나오시마 주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이 가장 값진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12개 섬 손잡고 3년마다 국제예술제나오시마의 효과는 인근 섬으로도 확산됐다. 한센병 환자들의 요양섬으로 쓰였던 오시마, 일본 최악의 산업폐기물 투기 사건이 발생했던 데시마, 제련소가 폐쇄되며 쇠락한 이누지마 등에서도 '이에 프로젝트'와 비슷한 시도가 진행되거나 미술관으로 바꾸는 작업 등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베네세그룹이 2010년 처음 시작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세토내해에 있는 여러 섬의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제다. 올해는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데시마오시마 등 12개 섬에서 봄여름가을 세 차례로 나눠 열리고 있다. 첫 회였던 2010년 관람객이 무려 94만 명이 다녀가면서 예술제는 올해 더 확장됐다. 영구 설치를 목적으로 2010년부터 집적된 작품을 비롯해 지중미술관, 베네세하우스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테시마 미술관, 안도 타다오 미술관 등이 어우러져 이젠 섬 전체가 일종의 순례지화 됐다. 올해 축제 주제는 '깃발'. 여름 시즌엔 다카마쓰 항에서는 방글라데시 프로젝트, 건축가 단게 겐조 탄생 100주년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특히 방글라데시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 특별전'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행사로 주목을 모았다. 쇼도지마에서 만나는 '후쿠타케 하우스 아시아 아트 플랫폼'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각국이 운영하는 예술기관과 그들이 후원하는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리모델링해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전시, 심포지엄, 워크숍 등 5개의 행사로 구성됐다. 일본 국제교류기금 등의 후원으로 24개국 210팀의 예술가가 참여한 올해 축제의 방문객은 130만~14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와 섬의 가치를 복원하며 지역 재생을 목표로 한 세토이치 트리엔날레는 치유와 휴식을 안겨주는 예술 순례의 성지같았다.● 가타가와 프람 '세토이치 국제예술제' 디렉터 "유명인도 공모 통해 참여 각국 4500여명 봉사활동"나오시마 곳곳에는 파란 깃발이 펄럭이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세토이치 국제예술제 2013'가 테마로 삼은 '깃발'을 하늘과 바다로 투영시킨 것. 예술제로 인해 활기차게 도약하는 나오시마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듯 했다. 가타가와 프람 세토이치 국제예술제 종합 디렉터는 "세토이치 국제예술제는 젊은 사람들 혹은 외지 사람들이 세토내해와 바다의 매력을 알고 여기서 사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축제"라고 설명했다. 가타가와 프람 디렉터는 "지역의 전통문화와 접목한 주민 참여형 공연"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프로그램의 20%가 전 세계에서 공모한다는 것. 미나미 카오 등과 같이 유명인들도 공모를 통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그는 "4500여 명의 다국적 자원봉사자들도 축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면서 "나오시마의 성공이 다른 섬에도 알려져 주민의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그는 "제1회 예술제의 예산은 7억엔(약 79억원), 행사를 마친 뒤 지역 은행이 추정한 경제 효과는 11억엔(약 124억원)이었다. 올해 봄여름가을 세 시즌으로 나눠 열리는 행사를 보면 지난 축제 때 방문객을 웃도는 이들이 다녀갔다"면서 '예술의 힘'으로 바꿔진 섬의 매력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나오시마가 일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섬이라는 그의 의견에도 수긍이 갔다.

  • 기획
  • 이화정
  • 2013.10.25 23:02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5. 지리산이 주는 선물

지리산의 다양한 기후와 풍토는 동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험준한 거산 안에는 넓은 평지가 많고, 맑은 물이 흐른다. 사람들은 농지가 더 필요하면 산비탈을 개간했다. 초목을 뽑아내고, 돌멩이를 골라내어 다랑이논을 만들었다. 지리산 주변 다랑이논은 지리산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약초는 허준이 의술을 익혀 명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목공예가 발전했고, 독성이 강한 옻은 수준 높은 옻칠공예를 탄생시켰다. 닥나무는 한지로, 목면은 실과 천으로 변신했다. 지리산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품질 놓은 녹차와 매실, 감, 배 등 맛좋은 과일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남원 목기남원은 목기, 목공예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지리산에서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은행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풍부하게 공급됐고, 특히 지리산 주변에 사찰이 많아 스님들의 공양에 사용하는 발우는 물론 제기, 소반 등 목공예산업이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남원목기는 표면에 옻칠을 더해 최고 품질을 자랑했다. 지리산은 전국 3대 옻 주산지에 들 만큼 옻이 많다. 옻칠장으로 유명한 김을생씨(남원시 산내면 백일리)는 "옻은 나무에 대한 침투력이 강하기 때문에 벗겨지지 않는다. 방수가 잘되니 썩지 않고, 살균 살충 효과도 좋다. 사용할수록 윤기가 나는 것도 옻칠의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남원의 목기산업은 1960년대까지 성행했지만 플래스틱과 스텐리스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다. 남원시 산내면 백일리에 자리잡고 있던 전라목기기술중학교는 1968년까지 18회동안 48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다가 결국 폐교됐다. 그러나 김을생 옹을 비롯하여 김광열, 노동식, 김영돌, 박강용, 안곤 등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목공예, 옻칠 장인들이 남원목공예의 맥을 잇고 있다. △함양 마천석지리산은 품질 좋은 석재 생산지로도 유명했다. 오석인 마천석은 예로부터 벽재, 구조재, 기념비, 비석 등 내외부용으로 고루 사용돼 왔는데, 검은색을 띄고, 강도가 무른 편이어서 조각에 용이하기 때문이다.함양군 마천면의 한 채석장에서 마천석을 채취한 후 남은 석산 단면에 석가모니불을 조각하는 작업이 가능한 것도 마천석의 특징을 잘 이용한 것이다. 얼굴 부분이 조각된 천왕대불은 높이 108미터, 어깨넓이 40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불상이 될 전망이다.△산청 약초경남 산청군 금서면은 일찍이 약초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조선 명의 허준이 탄생한 산청은 '동의보감촌'에서 9월6일부터 10월20일까지 45일간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행사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공중보건의학서 사상 최초로 허준의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인 2013년을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선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이제 산청은 세계 시장에 '약초의 고장'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했다. 지리산은 해발 1915m의 다양한 기후 지대에서 각종 약초가 풍부하게 생산되어 왔다. 구기자, 오미자, 당귀, 더덕, 꾸지뽕, 도라지, 두충, 독활, 산수유, 갈근, 천궁 등 수 많은 한방약재들이 생산되는 지리산은 생명의 영산이다.또 산청군 단성면에는 문익점이 1363년(고려 공민왕 12년)에 처음 목화를 심어 재배했다는 시배지(국가지정문화재 사적 108호)가 있다. 1965년에 문익점이 목화씨를 처음 뿌렸던 300여 평의 밭을 사적지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산청 곶감경남 산청군 시천면 천평뜰에 자리잡은 곶감경매장은 시천면을 비롯해 인근 삼장면, 중태, 덕산 등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곶감 집산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종시 곶감은 큰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높아 예로부터 궁궐 진상품이었다. 10월말이면 감을 깎아 말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12월 첫째 주부터 실시되는 곶감경매에서 거래되는 곶감은 연간 200억원을 훨씬 웃돈다. 거래 물량은 2,000동(1동은 100접, 곶감 1만개) 이상이다. 이 때문에 산간 오지인 이 일대 주민들은 집 텃밭은 물론 논과 밭까지 감 농사를 짓는다. 시천면 천평마을 일대는 예로부터 금환락지 명당터가 있다는 말이 전해오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금환락지 명당터인 셈이다. △하동 감과 매실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 생산되는 감은 산청군 시천면 일원에서 생산되는 곶감용 감과는 크게 다른 대봉감(홍시)이다. 지리산 남쪽에 자리잡은 악양골에서 생산되는 감은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덕분에 맛과 향이 뛰어났으며, 임금에 진상된 것으로 유명하다. 악양면 주민들은 매년 10월 말이면 악양대봉감축제를 열고 있다. 하동은 또 매실 재배농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리산 구재봉(767.6m) 자락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먹점마을의 경우 주민(30여 가구) 대부분이 매실 농사를 지을 정도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기후 풍토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하동 화개차 쌍계사 들어가는 계곡길 주변은 차밭과 찻집이 즐비하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에서 녹차가 재배된 것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으로 전해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당시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져왔고, 왕이 지리산에 심도록 했다. 지리산 쌍계사 입구 차 시배지에는 '대렴공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다성 초의선사는 "신선 같은 풍모와 고결한 자태는 그 종자부터가 다르다"고 격찬했다. 지리산 청정계곡에서 차가 재배되면서, 찻잎을 따서 9번 덖는 과정이 반복되는 45월 무렵 하동 일대에는 차향이 끊이지 않는다. △한지남원시 산내면 중황리,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등은 예로부터 닥나무가 많이 자생했고, 물이 맑아 한지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 일대는 고려시대 지방특산물인 숯과 종이를 만들어 중앙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 운영하던 소(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함양 의탄리에는 최근까지 닥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삼굿터가 있었다. △구례 산수유구례군 산동은 산수유마을로 불린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가 생산되는데다 산수유 시목이 지금도 자라고 있다.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이 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는데, 이 나무가 산수유 시목(始木)으로 알려진다.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다. 산수유 열매는 11월에 수확하며 술과 차, 한약재로 쓰인다. 요즘에는 신장기능 강화, 요실금, 전립선, 생리통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호 논설위원

  • 기획
  • 김재호
  • 2013.10.25 23:02

업사이클링, 새로운 경제 가치를 만들다 ⑦ 美 솔메이트삭스, 왜 비싸도 잘 팔리나

고가의 업사이클링 상품이 잘 팔려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 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소비자가사고 싶은 상품이라는 데 있다. 소비자에게 사달라고 하는 태도는 한계점에 부딪히게 돼 있다는 게 업사이클링 상품 제작자들의 설명이다.결국, 업사이클링 상품도 기존의 상품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로, 업사이클링 상품 판매전략의 핵심은 소비자 요구에 맞는 상품을 제작하느냐에 달렸다.△업사이클링 실패 원인이 뭐지?업사이클링 상품 제작자 중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품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각종 업사이클 상품 판매장에서 이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은 이유를 소비자에게 물었더니, 이유는 간단했다. 사고 싶지 않아서였다.업사이클링 상품이 많이 판매되는 한 콜렉샵에서 만난 김미영 씨(36서울)는 보는 재미 때문에 매장에 자주 구경 온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제품을 구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유도 구체적이었다.김씨는 종종 매스컴에서 업사이클링 상품 기사를 볼 땐 재밌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러나 막상 매장에서 만난 업사이클링 상품은 재미있다는 생각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어 완벽한 실용성이나 넘치는 재미가 없는 상품을 새 상품보다 고가에 구입하면 왠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부터 든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지적처럼 완벽한 실용과 넘치는 재미를 갖춘다해도 상품의 가치는 살아나지 않는다. 또 다른 요소인 환경보호의 의미가 담겨지지 않을 때는 상품의 가치 하락은 물론 소비의 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환경보호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참신한 재미와 현실적인 실용 등의 3요소가 조합을 이룬 게업사이클링 상품의 특징이다. 업사이클링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업사이클링 제품의 판매 전략은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그들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그럴싸한 광고 매체 시장에 끼어들지 않는다. 솔메이트삭스 코리아 경우, 홍보용으로 제작한 팸플릿에 등장한 모델들은 수십 년간 마카린 워커린에게 양말을 선물 받아 사용해 본 지인들이다.이들이 모델로 나선 이 양말의 장점은 무엇일까?솔메이트 창립자 마리안느 워카린의 손자 육아를 맡고 있는 미국인 마리아 씨(48)는 장점을 이렇게 꼽는다. 그는 이 양말엔 새 활용된 상품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오래 사용한 티셔츠로 만든 양말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안전하다고 손을 치켜세운다.실제 솔메이트 삭스 홈페이지에는 내가 사랑하는 솔메이트 이야기 코너가 마련돼있다.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양말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게 한 이 콘셉트는 마케팅의 도구가 아닌 브랜딩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기업을 자연스럽게 홍보한다. 홍보하지 않아도 유명인사가 사용하는 상품,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세계를 무대로 자신들의 가치를 알려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리사이클의 한계를 넘어 업사이클링의 강력한 상업적 상품으로 인정받았다. △업사이클링 의미를 제대로 살린 이 상품 뭐지?각종 매스컴을 장식한 유명기업들의 리사이클링 제작 시도는 패션부터 비료까지 각종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업사이클링 상품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는 새 상품에 일부 리사이클 의미를 더한 정도의 상품이 아직은 더 많다. 새 상품에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더 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상품은 뭐가 있을까?간장을 만드는 샘표식품은 매년 수억 원을 들여 폐기하던 간장박을 가축 사료와 대체에너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간장은 주재료인 콩을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찐 뒤 소금물에 담가 발효탱크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공정에서는 된장 없이 간장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찌꺼기인 간장박이 남는다. 이 간장박이 가축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간장박에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축산인들이 선호하는 사료가 됐다.샘표는 또 소각 보일러를 만들어 간장박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생산공정에 증기로 공급하고 있다. 이로인해 기존에 쓰던 석유연료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스타벅스코리아 역시 버려지던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국 매장에서 연간 약 800t의 커피 찌꺼기가 나온다.스타벅스코리아는 기존에 별도 매립지까지 운송해 소각하던 것을 탈취제, 방향제로 사용하면서 고객에게 나눠줬다. 이 것이 업사이클링의 시작이 됐다. 최근엔 커피 찌꺼기를 퇴비로 활용하면서 서울 숲 공원의 조성 활동에도 참여했다. 커피 원두 찌거기에 질소나 인산칼륨 등이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켰다.특히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감귤이나 해초 등을 업사이클링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로 쓰고 남은 귤껍질이나 지구온난화로 제주도 앞바다를 뒤덮은 파래를 걷어 올려 종이를 만들어 제품 포장지로 쓰고 있다. 제주 감귤은 먹거나 주스를 만드는 등 2차 가공 후 한 해 6만t가량의 껍질 쓰레기가 발생한다. 화장품 원료로 쓰고 난 감귤껍질을 100% 활용하면서부터 소비자들 사이에 제주 환경을 보호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떠올랐다. ● 솔메이트삭스 창립자 워카린씨 "헌옷서 뽑은 면소재 값싸게 친환경 충족"솔메이트 삭스 창립자인 마리안느 워카린(68)에게 묻는 업사이클링 상품 제작 성공기를 문답 형식으로 풀었다 .-전 세계적으로 18억 켤레가 넘는 양말이 수출되고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는데, 인기를 얻는 요인은 무엇인가?"소비자들은 단순히 '새활용 됐다'는 사실에서 상품 구입 동기를 찾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다. 그런데 친환경 면을 생산하려면 일반 면보다 비용이 수십 배가 든다. 이미 수십 년 사용하면서 옷감에 남아있던 화학물질이 다 사라진 재활용 면은 친환경 면과 기능이 비슷하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친환경 면을 쓸 수 있다는 게 솔메이트 삭스의 핵심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더했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높아도 전 세계 인구가 원하는 상품이 됐다고 본다."-업사이클링 양말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사업화되면서 기계가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계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세계 각국에 있는 직물 기계를 수소문해 다녔다. 현재 쓰고 있는 직물 기계는 스페인에서 구했는데, 내가 직접 니팅한 양말과 가장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한다. 대형화하면서 생긴 고민은 원재료 확보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생산하다 보니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디자인 개발에 몰두했다. 현재는 6개월 전부터 필요한 색이 뭔지 확인하고 수급을 조절하면서 디자인을 한다. '양말을 맞춰 신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라는 슬로건엔 이런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고민도 담겨있다."-업사이클링 선도 기업으로서 향후 계획은?"취미생활이 사업화 되면서 많은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양말을 사면 암환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 대학에 기부금을 내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재활용 면을 사용했으면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많은 만큼 상품 개발에도 앞장서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윤나네
  • 2013.10.24 23:02

18. 정읍 태인초 - 일제 강점기 민족교육 선봉…이젠 디지털 선도학교

정읍 태인초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개교 100주년 기념탑은 '영원한 등불'을 상징한다. 시대적 어둠을 밝혀주고 희망을 제시한 등댓불 역할을 해온 것. 이 학교 총동창회장을 지냈던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크게 어질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인(泰仁) 땅에 세워진 태인초는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희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선현들에 의해 문을 열었다"고 했다.△ 1911년 9월 개교일제강점기인 1911년 9월 25일 태인보통학교로 문을 연 태인초등은 그동안 졸업생 1만7000여 명을 배출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일장기를 걸어놓고 칠판에는 '총성'이나 '일장기' 등 한자를 써놓고 따라 읽던 치욕의 시대도 겪었다. 태인동화중(도래미산)에서 신사를 참배하던 학생들의 긴 줄을 떠올리던 동문들은 그 역사적 상흔을 축구로 달랬다.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을 계기로 시작된 축구는 일제강점기 질곡의 역사 속 숨통을 트여준 유일한 스포츠다. 강제 해산된 조선체육회의 재조직으로 태인초 축구부는 다시 기지개를 켜며 축구 인재 배출로 이어졌다. 태인초는 태인제일공립심상소학교, 태인중앙공립국민학교, 태인공립국민학교 등을 거쳐 보림오봉초등학교와 통폐합됐다. 태인초 최초의 한국인 교사인 정방모 선생은 학교 부지 일부를 기증해 식민지 통치 아래 민족혼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총동문회장이었던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주축으로 100년 역사를 집대성한 '100주년 기념관'을 열고 영원한 등불을 주제로 한 '100주년 기념탑'을 세웠다. 동문들도 흩어져 있던 사진을 기증해 운동회소풍수업 풍광 등 학교 변천사를 정리했으며, 자긍심 넘치는 교육자 출신 졸업생들이 '태인초등학교 100년사' 편찬에 일조했다. 플라타너스나무 아래 야외학습하던 추억을 되새기던 동문들의 헌수로 새롭게 조성된 학교 숲에서 열린 100주년 동문대축제에서는 1600여 명의 동문들이 하나가 됐다.△ 자랑스러운 동문들태인초 동문들이 헌사를 아끼지 않는 인물 중 하나가 '수학의 정석'의 저자인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37회)이다. 그는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에 팔소매를 걷어부친 주역일 만큼 모교에 관한 애정이 남달랐다. 홍 이사장은 "7남매가 모두 태인초 동문인 데다 조카들도 여기에서 배움을 닦았으니 우리 집안은 3대가 거쳤다"고 했다. 100주년을 기점으로 '송암장학회'를 통해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쾌척해오고 있는 송희용 전 송암내과 원장(23회)도 드러내지 않고 학교에 힘을 보태는 졸업생. 홍 이사장의 바통을 넘겨 받아 총동문회를 이끄는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장(42회)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경안 전 도의원(54회)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브라운관에서 자주 만났던 가수 송대관(44회)과 아나운서 출신인 성경환 TBS 교통방송 대표(54회)도 태인초 졸업생. 박순호 원광대 명예교수(42회)와 여형구 호원대 호텔관광학과 교수(56회)는 학계에서 자리를 잡았다.전북 축구의 역사는 태인초 축구부와 일정 부분 궤와 함께 한다. 대한축구협회 일급 심판원 출신으로 전북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희근(41회), 조흥은행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희성(46회), 모교에서 축구팀 사령탑을 이끈 김동주(48회), 유일하게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조관섭(58회), '일화' 축구선수를 지낸 장창선(61회) 등은 태인 축구의 산증인이다. △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꿈, 창조, 사랑'으로 세계 인재 육성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태인초는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학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국적 분위기이긴 하나 최근 10년 사이 학생수가 급감해 현재 전교생이 110여 명까지 줄어든 상태. 태인초는 학년 별로 반도 1개에 그친다.그럼에도 태인초는 2009년 도교육청의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2009~2010년), 디지털산업 선도학교(2011년)로 선정되면서 스마트한 학업 환경 구축을 통해 '맞춤형 학습'과 '자기주도형 학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교과서문제집학습사전멀티미디어 자료 등이 포함된 미래형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여 4~5학년 사회과학수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태블릿 PC와 전자칠판을 활용한 스마트한 혁명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100주년 때 시작된 학교 숲 조성을 기점으로 태인초는 교목인 소나무 등을 심고 인조 잔디 등이 깔려 산림욕을 해도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됐다. 태인초는 예절교육과 사물놀이 등으로도 태산선비문화권의 명맥을 잇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하모니카 연주회와 이달의 하모니카 연주 동요 선정 등은 감성 교육과 함께 분기별 사제간 체육대회는 태인초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다.

  • 기획
  • 이화정
  • 2013.10.23 23:02

[31. 노후 부부관계] 가정 일 나누고 평등한 의사결정, 대화도 중요

건강한 부부관계는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다. 특히 노년 세대는 부부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노후가 결정된다.실제 지난 2010년 기준 전국의 부부 가구에서 노인부부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8.9%다. 전북의 경우 노인가구 중 부부가구 구성비는 53.3%로 타 시도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부부가구는 연평균 7만5000 가구가 늘어 2035년엔 57.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3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부양과 관련해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은 35.6%,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50%,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10.9%로 나타났다.한국보건연구원의 2011년 '저출산고령화사회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 돌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대답해서 남성 노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이혼 건수는 3856쌍. 그 중 황혼이혼이 919쌍(23.8%)으로 노인부부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100세 사회에서의 노년기 가정생활은 부부 중심의 생활로 바뀐다. 이에 대한 준비를 개인은 물론 국가도 해야 한다. 노인 부부관계의 문제는 교육, 경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노년 부부의 이혼과 관계갈등이 가정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담이 되고 국가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게 되는 이유다. △부부관계 사례와 관련 실태"아유, 지긋지긋해요. 꼴도 보기 싫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일 생각하면." 전주 금암동에 사는 김모씨(68)는 결혼 42년 차 가정주부다. 전직 공무원인 남편(72)과의 사이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었다. 그동안 남편으로부터 아내대접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요즘도 젊어서 하던 버릇을 그만두지 못하고 바람이나 피우고 걸핏하면 손찌검과 폭언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이 "나와버리라고 거들지만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하고 말문을 닫는다. "부부는 일심동체잖아요? 아내의 아픔이 바로 나의 아픔이죠. 집안 어른인 내가 조건 없이 아내를 돌보면 아내는 물론 온 집안이 화평하지 않겠어요?"소숙자씨(70전주 서신동)는 40대 초반에 암 진단을 받고 세 남매에게 유언을 남기며 죽을 결심까지 했다. 수술하는데 너무 큰 돈이 들기 때문에 남은 가족을 생각해서였다. 남편 정성하씨(73)는 부인이 가족사랑에 목숨까지 버리려는 데 감동을 받고 수술을 설득해서 건강을 되찾게 했다. 2004년 아내가 또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수발을 하여 간신히 의식만은 회복됐다. 지금도 정씨는 집안 일, 간병, 운동 등 아내 병수발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새로운 노부부상 정립 방향노인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앞으로 장수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이므로 길어지는 '빈 둥지'기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100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부부상이 정립돼야 한다.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건강하고 금슬 좋게 오래 사는 노부부가 돼야 한다. 노후 부부관계를 상담하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새로운 노부부상을 정립할 것을 권한다.먼저 가사분담의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식사와 요리 준비, 설거지, 세탁, 시장보기, 집안 청소 등 다양한 가정생활에서 일어나는 집안일에 대한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둘째, 가정 의사결정에서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가족내 생활비 지출, 주거지 선정 및 이사, 재산 증식 등 의식주생활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셋째, 부부간의 대화가 일상화 돼야 한다. 대화를 통한 소통이 갈등 해소의 첫번 째 조건이다. 부부행복연구원 최강현 원장은 노부부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침묵은 금이 아니라 금이 가게 한다"고 강조했다.넷째, 부부간의 건전한 성(性)생활이 실천돼야 한다. 최 원장은 "건강한 성생활이야말로 최고의 불로초"라면서 정부 및 자치단체에 노년의 성을 위한 복지향상을 촉구했다.다섯째, 부부간의 인격을 상호존중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문화에 젖어 자칫 아내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호인격 존중은 민주사회의 기본 덕목이다.여섯째, 정부와 모든 기관, 단체에서 가정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년기 가족생활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건강한 부부관계형성 교육도 중요하다. 노부부의 관계 향상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맞들어야 할 행복의 그릇이다.● 양지노인복지관 성상담소 배영희 과장 "취미여가활동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사랑 표현을""우리 성상담소에서는 2008년 문을 연 이래 해마다 2회 이상 노인 부부관계 향상 집단 프로그램을 8-10회기 행사로 운영해 왔어요. 올해가 8회기 째인데요.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미래에 더욱 좋은 부부관계와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참여한 거예요."양지노인복지관부설 노인성상담소 배영희 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노인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부터 운을 뗐다. 지난달 25일 오후 양지노인복지관 상담실에서였다.지난 9월부터 매주 월, 금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노인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은 요가, 라인댄스 등 여가활동, 심리&미술 상담, 영화관과 전시회 관람 등 나들이와 부부 문화체험 등을 내용으로 많은 시간을 부부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올해는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체험한 부부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좋은 부부관계가 씨앗이 돼서 사회적 인간관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게 배 과장의 설명이다. 배 과장은 "실무를 맡고 있는 성혜진 상담사는 10쌍의 부부가 참여해서 6회기까지 진행했는데, 표정도 밝아지고 '사랑해' '뽀뽀하기' 등 언행에 변화와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귀띔했다.가족관계 문화가 변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가족형태는 자녀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또 수명이 늘어나 노인 부부만의 가정생활 기간이 길어지는데 대한 역기능으로 노년기 전부터 잠재된 부부갈등과 불만이 표출되면서 노인 부부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배 과장은 "어떤 노인여성분이 찾아와 '내가 밥주인이야? 평생을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녀!'라며 울먹일 때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의 말대로 귀한 대접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에 이해와 배려를 해주고 가사를 분담해주면 아내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5월 복지관에서 마련한 전통혼례 체험장에서 가진 서종화(86)김순이(81) 부부의 회혼식에서 '우리의 행복은 서로의 잘못도 보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두 분의 소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배 과장은 "노인 부부관계 향상의 핵심적인 요소는 의사소통과 올바른 성의식"이라면서 노인들의 성생활을 주책으로 보거나 금기시하는 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소통을 위한 부부간 대화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끄는 열쇠라는 것.무엇보다 노인의 성파트너는 남성의 85%, 여성의 91%가 배우자인 점을 고려하면 일상적인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노인들의 성문제가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런 응어리가 풀리고 남편으로부터 배려받고 있다는 감정이 정신적으로 반영돼야 성생활도 좋아질 수 있다"며 "대화, 스킨십, 애정표현, 선물 등 부부 서로 간에 사랑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배 과장은 "'노인의 성' 강좌와 상담으로 노인들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꿔 건강한 노인 성문화를 정립하겠다"며 "부부활동이 중심이 된 황혼의 신혼 부부학교 등 노인 부부관계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정모(전북실버뉴스레터 편집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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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2 23:02

[우리고장 명인명물] 친환경 뽕재배 박원택·조은영 부부

부안 대표 작물인 뽕을 재배해 연간 4억~5억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보안면 이레농원 대표 박원택(68)씨는 부인 조은영 목사( 61)와 함께 2만㎡의 뽕밭에서 연 4~5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박씨는 늦깎이 농부다. 뽕 재배를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부안읍내에서 토목업체를 운영하던 박씨는 뛰어난 사업수완과 건설경기 활황으로 사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5년 전 갑작스런 위암 발생으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되찾기 위해 20여년 전에 사둔 땅에 뽕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박씨가 뽕 재배를 선택한데에는 부안군의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마침 부안군이 뽕 산업 육성을 위해 친환경 재배 비닐하우스 설치비 70%와 묘목대 50%를 지원하는 등 각종 기자재를 지원하고 생산된 오디는 지역농협을 통해 전량을 수매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 해보는 뽕 재배는 전문적인 기술 부족으로 오디 생산량이 다른 농가에비해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박씨는 좌절하지 않고 농업기술센터 담당직원의 전문적인 기술전수와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박 대표가 생산하는 오디는 일반 오디 보다 배 이상 비싸다. 친환경재배를 한 덕에 당도가 높고 알이 굵어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판로도 걱정이 없다. 생산되는 오디의 70~80%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된다. 나머지 물량도 수확한지 한두 달이면 모두 팔려나간다.박씨는 지난해부터 오디를 생산한 후 버려지는 뽕잎을 이용해 누에를 사육해 건강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뽕잎과 줄기를 이용해 뽕잎차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뽕나무 전체를 소득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박씨는 "뽕나무는 열매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어 모든 것을 소득과 연계시킬 수 있다"며 "좀 더 연구하면 더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근에는 박씨 농장을 찾아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뽕 재배를 계획하고 있는 신규 농가들이 현장견학차 방문하면 직접 나서서 재배기술과 경험담 등을 실감나게 설명해 준다. 또 이레농장이 부안군의 뽕산업의 대표 농장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급증한 언론사 취재도 성실하게 응하며 뽕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설명해 준다.박씨는 "5년 전에 발생한 위암도 이제 완쾌 판정을 받았는데 이 것도 뽕을 재배하면서 큰 욕심 없이 자연과 더불어 지내온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며 뽕을 재배하며 지내온 지난 5년 동안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생겼다. 뽕은 나에게는 행운이다"고 말했다.또한 박대표 부부는 3년 후부터는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사람들이 모아 함께 일하며 자립하는 사랑의 이레공동체을 설립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삶의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이레농원 064-584-5252011-322-4567 박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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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병대
  • 2013.10.22 23:02

'아토피 산업 중심' 진안

진안군은 전체 면적의 80%가 임야다. 숲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으며, 홍삼한방산업, 유기농산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아토피 예방치유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토피 안심학교 운영, 에코에듀센터건립, 아로마테라피 DIY 인력양성교육, 아토피 제품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북도교육청, 삼성서울병원, 우석대, 전주대 등과 지원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방위로 아토피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협력기반을 구축했다.△아토피 안심학교 '조림초'호남의 지붕이자 전북의 지붕인 진안고원(鎭安高原).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지점인 이곳은 주봉인 1125m의 운장산을 비롯해 구봉산, 덕태산, 선각산 등 1000m 이상의 험준한 산들이 고원을 형성하고 있다.그런데 이곳에 대도시 학생들이 전학을 오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아토피 안심학교'인 조림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이 학교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아토피 치료 시설을 갖춰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국에서 알아주는 '아토피 치료 학교'로 탈바꿈했다.교실 바닥이나 벽은 편백나무나 황토벽 같은 친환경 소재로 이뤄져 있으며, 야레카야자, 스파트필름, 산세베리아, 아이비 등 환경정화식물도 놓여 있다. 복도에는 야자수관음죽고무나무 등 관엽식물과 쟈스민라벤다로즈마리 등 허브식물 수백 그루가 심어진 실내 정원이 있다.칠판은 분필가루가 날리지 않는 물백묵을 사용한다. 교실 바닥엔 원목(오크)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면 뒹굴며 놀 수 있다. 2층에는 편백나무 욕조를 갖춘 스파시설도 갖추고 있으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려울 때마다 보건실을 찾아가면 담당 교사가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허브오일 같은 보습제도 발라준다.조림초등학교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모두 친환경농산물로 만든다. 흙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텃밭에서 옥수수와 콩, 고구마같은 농작물 재배 체험을 한다.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 재료 역시 모두 친환경농산물이다.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한 특성화 교육과 친환경 학교라는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학부모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도시 학생들이 '유학'을 오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학교가 됐다. 지금까지 100여명의 아이들이 전학을 와 완치돼서 돌아간 아이들도 있고, 대부분 완화 효과를 크게 보고 돌아갔다.진안군은 초등학교에 이어 부귀중학교가 아토피안심학교로 지정했다. 모두 12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교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2014학년도부터는 초등학교-중학교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에코에듀센터조림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에코에듀센터는 이 같은 아토피 안심학교의 성과를 인정받아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에코에듀센터는 국가에서 지원한 환경성 질환 1호시설로 2012년 9월 문을 열었다. 최근 진안군 에코에듀센터를 찾는 단체 체험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가동 1년여만에 학교와 기업 등 단체 체험객 211개팀 1만4000명이 찾았다.이곳에서는 아토피 질환을 중심으로 예방관리교육상담, 일상생활지도 등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전주 조촌초등학교 학생 160명은 지난 2일 이곳에서 아토피 예방교육, 천연 립밤 만들기, 감 따기 체험에 참여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어린이 환경의 소중함을 주제로 한 '제1회 신세계 어린이 환경 사랑 캠프'를 1박2일 동안 에코에듀센터에서 진행했다. 지난 봄에는 수학여행으로 2개 학교가 찾아 힐링체험을 하고 숙박을 해결한 뒤 마이산, 용담호 등 주변관광지를 둘러봤다.성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기업은행 직원 100여명은 최근 에코에듀센터에서 요가와 명상, 숲길걷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에코에듀센터는 100명까지 단체숙박이 가능한 친환경생활관친환경 주거체험관이 들어서 있다.유기농음식물을 제공하는 식당, 아토피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상, 산책, 심리상담, 미술향기스파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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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문
  • 2013.10.22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⑥ 벤치마킹-용인 희원

가슴 벅찬 문학작품을 만날 때면 일부러 속도를 늦추곤 한다. 시나 소설의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뒷장 넘기기가 망설여지는 때를 말한다.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희원(熙園)이 그런 곳이다. 희원의 속살을 들춰보는 게 너무 흐뭇한 나머지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할 수도 있다.△색다른 완상공간희원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미술관을 품에 두른 정원이다. 지난 1997년 문화유산의 해와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개원했다. 전국의 유명한 전통정원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하지만 이곳은 '미래지향적인 한국정원의 출발점'이라거나 '전통정원의 백과사전'이라는 평가가 인색하지 않을 만큼 오롯하고 한갓지다. 고즈넉한 정경과 시적인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완상공간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규모의 사설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만나는 재미와는 차원이 다른 감흥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희원이다.희원에 대해 찬사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전통의 완벽한 재해석'이 배어있다.전체적인 구조는 창덕궁 비원에서 차용했고, 입구의 보화문은 덕수궁 유현문을 본떴다. 진입로쪽의 매림(梅林)은 담양 소쇄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꽃담의 길상무늬는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을, 후원은 창덕궁 낙선재의 화계가 모태다. 그러면서도 희원은 단순히 한국 전통정원을 베끼지 않고 전통의 미덕과 모티브를 재해석했다. 실제로 희원의 중심인 주정(主亭)에 서서 감호(鑑湖)쪽을 바라보면 담이 보이지 않는 대신 호수와 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담을 일부러 낮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통정원이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미덕을 중시했다면, 희원은 자연으로 확장하는데 천착한 셈이다.△희원은 거대한 작품미술관에 가는 길에는 초록터널이 이어지고, 감탄사가 지겨울 즈음에 미술관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유럽식 정원인 부르델정원, 보화문, 매림, 소원(小園)과 관음정, 주정 등을 차례로 만난다.매림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벅수 60쌍이 똬리를 틀고 있다. 벅수는 질병과 귀신을 쫓고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맡는 신상(神像)이다. 매림은 원래는 대나무숲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집안의 서쪽에 대숲을 만드는 전통에 따라 죽림(竹林)을 조성했지만, 날씨가 추워 대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자 매화로 수종을 바꿨다고 한다.소원에서는 경복궁의 애련정을 본뜬 관음정이 보이고, 연못 속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들이 수북하다. 주정에는 법연지(法蓮池)로 불리는 네모난 연못이 있다. 마침 흐드러지게 된 연꽃이 희원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법련지의 양켠은 신응수 대목장이 지었다는 호암정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버티고 있다. 희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공작새와 은방울꽃하늘매발톱 등 한국 야생화 170종은 색다른 오브제다.희원은 6만6000㎡(약 2만평)에 달한다. 그 공간에 돌하나까지 인문학적 생명을 불어넣으며 거대한 작품을 구체화했다.계절의 변화에 맞춰 희원도 하루가 다르게 가을로 옮아가고 있다. 이번 가을, 홍엽으로 치장한 희원을 만나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 김민수 전주시 기획예산과장 "덕진공원 자연 회복 생태 휴식 공간으로""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덕진공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덕진공원의 모습을 보면서 무상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않습니다. 과거 물맞이 때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도시속 평범한 공원으로 과거의 추억만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게 현재의 모습입니다"전주시 김민수 기획예산과장은 "덕진공원을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나아가 한옥마을에 비견하는 생태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의 기본방향은 세 가지"라면서 "전통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보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첫번째 기본방향은 '3무(無)'입니다. 개발논리 속에서 철근아스팔트콘크리트로 뒤덮였던 덕진공원을 점차 물흙자연이 살아 숨쉬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자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끊어졌던 물길과 보행로를 다시 잇고, 덕진공원 100만평을 다시 하나의 생태공간으로 회복시키자는 것입니다"'두번째는 참여와 상생'이라는 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은 시민들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해온 생활공원인 만큼 전통정원으로의 복원 역시 시민들의 참여속에서 시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더불어 지역민들이 전통정원의 조성과 함께 상생할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김 과장은 "전통의 창조적 재생이 마지막"이라면서 "전통의 모습으로 복원할 부분은 복원하되 무조건 기존 구조물을 도려내고 새로이 구조물들을 앉히는 방식 보다는 기존 구조물을 보완하거나 우리 문화 우리 방식을 덧입힘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다양한 대안들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 덕진공원을 앞으로 어떻게 조성해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현재 각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용역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100만평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공간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들어갈지에 대해서 전주시는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그는 "전주시는 덕진공원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의 지식아이디어스토리들을 모아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의 초석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100만가지 이야기들이 만들어낼 100만평의 기적을 전주 시민과 전북도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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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 2013.10.21 23:02

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 3. 日 가나자와

일본 혼슈의 중심부에 잇닿은 가나자와시. 인구 46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예술의 힘을 빌려 일본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이 도시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부문 창조도시다. 가나자와의 성공은 역발상의 모델이다. 에도 시대 마에다 가문의 중심지로 400년 간 번성을 누렸으나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소외된 마을로 후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가나자와시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통산업을 도시의 경제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한 전주시가 가나자와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시민예술촌 조성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전통 산업 육성 통한 유네스코 창조도시 비결 =전주시와 가나자와시의 공통점은 '전통과 현대, 오래된 것과 새로움이 잘 공존하는 도시'다. 두 도시의 첫 출발은 문화의 '보존'이었다. 가나자와는 운이 좋게도 근대화가 비켜간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공습을 받지 않고 450여 년간 지진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나자와시를 성공적인 창조도시 모델로 이끈 것은 1990년부터 20년 간 재임한 야마데 다모쓰 전 시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있었다. 그는 "문화에 투자하지 않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외부의 자본에 기대기 보다는 지역이 가진 제조, 유통 등과 같은 전통산업을 보존하면 거기에서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본 것. 기모노 염색법인 가가유젠, 금박 등의 지역 전통산업이 활성화 된 것도 그의 공로다. 시는 또 전통 기술을 이어 갈 다음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시립 미술공예대학과 현립 기술고등학교를 세웠고, 일부 공예공방에서는 전통 장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본래 가나자와시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금박공예를 비롯해 가가유젠, 칠기 등이 고루 발달한 도시다. 공예 전문 인력 양성소인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가나자와시를 뒷받침하는 힘이다. 1989년 개관한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도예, 칠예, 염색, 금속공예, 유리공예의 5개 분야에서 31명의 연수생들이 3년간 공부하는 소수 정예 교육기관이다. 대개 35세 이하의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올 정도다. 가나자와시는 전통적인 도시경관 보존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68년 일본 최초로 역사경관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이 가나자와시다. 에도 시대의 게이샤 거리를 정비한 히가시차야 거리, 옛 무사들의 집이 보존된 나가마치 거리 등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가나자와시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창의도시'가 됐다. △ 시민 디렉터 제도로 안착시킨 시민예술촌 =가나자와시가 다음 단계로 추진한 것은 '문화의 생활화'다. 시는 과시적인 문화시설을 만드는 대신 문화가 '일상'이 되도록 시민들이 각종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원정책을 펼쳤다. 1996년 문을 연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문화 활동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려는 시민들이 구심점이다.가나자와 시민 3명 중 1명은 '아마추어 문화 예술가'로 분류된다. 상당수 시민들이 음악, 미술, 공연 동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예술촌은 당초 1910년에 세워진 95,700㎡ 규모의 오래된 방직공장이었다. 호쇼 유타카 촌장은 "100년 이상 건재했던 방직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이 시가 이 부지를 사들여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시와 시민들이 거의 3년의 기간을 거쳐 시민예술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유타카 촌장은 "벽돌과 기둥 하나 손대지 않았고 공사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했다"면서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시민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공장 뼈대를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덧칠된 4동의 창고 건물은 드라마뮤직에코라이프아트 공방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에는 야외 콘서트와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도 마련됐다. 365일 하루 24시간 개방되는 이곳에서 시민들은 연극, 음악, 그림, 춤 등을 연습한다. 평일에도 오후 6시만 지나면 일을 마친 시민들로 연습실이 채워진다. 방음설비가 돼 있는 연습실에서 직장인들이 피아노를 치고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찾는 건 예삿일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민 디렉터 제도다. 음악, 미술, 연극 공방 별로 2명씩 일반인들이 디렉터를 맡아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운영을 주도해오고 있다. 시설 이용료는 6시간을 기준으로 1000엔(약 1만 4000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개관 후 6개월간 10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240만 명이 이용했다.● 日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 전시품보다 건물 더 유명유리로 된 외벽 '열린 공간' 추구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미술관이 도시는 바꾸는 '빌바오 효과'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스페인의 항구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21세기 미술관은 전시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한 미술관이다.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공원처럼 개방적인 이 모던한 건축은 2004년 개관 이래 쇠락하던 도시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가나자와 시청사 옆에 자리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유명세는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설계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이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때문에 이 미술관의 최고 경쟁력은 건축 디자인에 있다. 두 건축가가 이끄는 건축회사 SANAA(사나아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건축의 특징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이들은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이다. 그래서 이 건물엔 앞뒤가 없다. 또 동서남북에 출입구가 있어 언제 어디로든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외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안밖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천장의 자연광, 빛의 뜰 등을 접목시켜 공간을 탐구하는 즐거움을, 곳곳에 설치된 세련된 조형물은 생동감을 더해준다. 또 다른 즐거움은 애니시 카푸어, 제임스 터렐, 올라푸르 엘리아손, 얀 파브르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데 있다. 21세기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 출신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2004)이다. 강화유리에 물을 채운 실내수영장을 사이로 지상과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21세기 미술관이 성장동력에는 지역 주민과 소통을 중시한 지역밀착형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치아이 히로아키 홍보실장은 "이곳은 현대미술관인 동시에 학생들의 작품 발표의 장이 되기도 한다"면서 "초등학생 4학년 때에는 누구나 필수적으로 미술관 체험을 하도록 교육과정이 구성 돼 있다"고 말했다. 매년 4~5회 열리는 상설 기획전 외에 시민들이 현대미술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장기 미술 프로젝트도 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구 46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 연간 15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드는 까닭일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기획
  • 이화정
  • 2013.10.18 23:02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4.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들

한반도의 허파 지리산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한 해 3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이자 국민 체력단련장, 스트레스 해소의 장, 예술인들의 작업장이다. 70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고, 소중한 문화자산들이 가득한 곳이다.지리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날도 머지않았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남원문화원 이병채 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권 7개 시군 문화원이 한 단계 높은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등재를 수년째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지리산의 가치를 알고 보존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가는 지난 1967년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시민단체, 주민 등의 감시와 노력 덕분이다. 최근 문화재청의 지리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위한 용역을 실시한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의 서정호 교수(순천대)를 통해 지리산의 가치, 보존 이유,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들어보았다. 또 지리산 자락에 아예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눌러앉은 강병규 길섶 갤러리 대표도 만났다.● 서정호 지리산권문화연구단 교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급해"-지리산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까."5년 전에 무주 군청에서 태권도공원 관련 일을 할 때 덕유산에 많이 올라갔는데, 그 때 자연스럽게 산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2008년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으로 옮긴 후 지리산 연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기 와서 빨치산과 관련된 남부군 등 소설책을 비롯해서 지리산 관련 책들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또 지난 5년 동안 지리산에는 200번 정도 들어갔다 나왔는데, 천왕봉 20번, 노고단 50번 정도 다녀왔고, 골짜기마다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은 어떤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까."지리산은 384㎢에 달하는 굉장히 넓은 산입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생물종 2만2000여종 중에서 3분의 1인 7000여종이 살아요. 그게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 있으니, 그게 지리산의 가장 큰 매력이죠. 북한산은 지리산의 6분의 1 크기에 불과한데, 연간 탐방객이 10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지리산은 300만 명이예요. 탐방객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생물권보전이 잘 돼 있다는 것이죠.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2007년 교육부 HK사업으로 선정됐죠?"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하고,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이 단일과제로 '지리산권 문화 연구'라는 의제(아젠다)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80억 원을 지원받는 사업입니다." -주로 무슨 일을 합니까."지리산권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연구원 7명이 그동안 저서 100권, 논문 150편 정도를 내놓은 것 같습니다. 외부 용역도 수행하고 있는데요, 문화재청의 '지리산복합문화유산등재신청' 용역,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주한 '디지털 하동문화대전' 용역, '지리산 사전' 발간작업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환경부의 유네스코 '지리산생물권보전지역' 신청 용역에 연구원 동료인 최원석 교수(경상대)와 함께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문화재청이 지리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화재청은 우선 세계문화유산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유네스코 복합유산등재입니다. 문제는 문화재청 내부에서 지리산복합유산등재 건이 후순위에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자연유산 부문에서 내용이 생각보다 빈약하다는 겁니다. 화엄사 등 사찰을 중심으로 한 문화 쪽은 내용이 좀 있는데, 자연 쪽에서는 세상에 '이거다' 하고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지리산만의 자연경관과 동식물이 빈약하다는 거죠. 인공적으로 방사해 개체수를 늘리고 있는 반달가슴곰이나,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모두 경쟁력 떨어진다는 판단입니다." -왜 그런가요. "예를 들어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에 서식하는 유칼립투스라는 나무는 호주와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데, 그 나무가 블루마운틴의 60% 정도 분포돼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에는 알콜 성분이 있고, 바람이 불어 서로 부딪치면 산불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원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이 산불을 이용해 동물들을 사냥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즉, 유칼립투스가 많이 분포돼 있다는 사실 뿐 아니라 유칼립투스가 원주민들의 전통적 생활 풍습, 문화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증명이 됐기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그 가치가 인정된 것입니다. 아쉽게도 구상나무는 인간 전통문화 관련성이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연구과제가 많다는 얘깁니다. -어떤 일들을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까요."자연유산은 세계적 추세가 국내법이나 국제적 네트워크 규약에 의해서 보존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우선 등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국내법으로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지리산은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조차 안 돼 있으니까 먼저 이것부터 지정해 나가야 합니다. -의욕이 앞선 측면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그렇죠. 차근차근 해 가야 합니다. 먼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받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유네스코에 지정 신청하려면 환경부장관, 산림청장, 도지사, 시장군수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서는 3개 광역지자체와 4개 기초지자체가 지리산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가 시급 합니다. -주민들 사이에 생물보전지역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지역발전이 저해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요."지속가능한 발전을 하자는 것이 바로 생물권보전지역 및 유네스코 유산 등재라는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제주도에서 나오는 생수는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나오는 삼다수'라는 상표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경쟁력이 커지는 것입니다. 끝으로 주민은 물론 3개도 5개 시군 기관장들이 지리산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합니다.● 강병규 길섶 갤러리 대표 "역사문화자산, 소득화 필요"-어떻게 지리산에 터를 잡게 됐는지요."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일할 때 주로 산을 취재했습니다. 덕유산과 지리산을 많이 다녔는데 지리산의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거의 매주 지리산을 찾았지요. 이곳에 내려온 지는 8년 정도 됐습니다. 사진작업을 하면서 지리산만의 차별화된 면모를 보았죠. 뾰족한 기암괴석이 많은 설악산과 달리 지리산은 선이 부드럽고 화려하지 않아요. 포근하고 장중한 느낌이었죠. 은근하고, 끈기 있고, 어머니처럼 포근하거든요. 그러면서 지리산에 끌렸고,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대한 산줄기와 계곡, 일출과 일몰 등 장중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차츰 숲 속의 길과 그 길을 오가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장을 그만두면 꼭 지리산에서 살겠다고 생각했었죠.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지리산에서, 제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소망했던 삶입니다."-길섶 갤러리는 마을 뒷산이지만 상당히 가파른 곳에 위치했는데, 어떻게 집을 짓게 됐습니까."지리산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2005년에 임야를 사서 개간했습니다. 매입한 임야가 1만6000평이고, 2000평의 대지를 만들어 살림집과 갤러리, 사랑방을 지었죠. 집은 지역 문화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산골이라는 분위기를 살려 황토로 흙집을 지었고, 지붕은 너와를 얹었습니다. 당초 제 꿈이 조용한 숲 속에 알찬 문화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문화 전시 휴식공간을 마련했습니다."-흙집 짓는 것부터 난공사였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흙집 짓기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닙니다. 마침 산내면 지역에 흙집 짓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품앗이 해가면서 공사를 했어요. 제 집이 산내면에서 일곱 번째 완공된 흙집입니다. 사실 집짓는 것보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얻는 것이 더 힘들었죠. 원주민과 외부에서 들어온 귀농인들 사이의 갈등, 또 귀농인들 간의 갈등이 보이지 않게 많아 참 안타까워요. 몇 년 전 출판사와 공동으로 지리산 주변 마을 취재를 다닌 적이 있는데, 원주민들은 부와 지식을 두루 갖춘 귀농인들에게서 상대적 박탈감, 시기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 귀농인들은 은근히 원주민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런 갈등이 조금씩 삭혀지고 있지만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강 대표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지리산에는 많은 문화유산, 전통이 있습니다. 남원시 운봉 등에서 발굴되는 야철지는 고대 철기문화의 중심지가 지리산 일대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원시 운봉읍 회덕마을과 팔랑치 등에 남아 있는 샛집(억새집)도 소중한 지리산의 문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경우 이원규박남준 시인, 이창수 사진작가 등이 정착해 창작 작업이라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상사가 귀농학교를 만들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리산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이제 지역의 소중한 역사 문화적 자산을 소득으로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소득은 어떻게 얻고 있습니까."제가 집을 지은 후 공교롭게도 지리산둘레길이 개설됐는데, 남원 인월-함양 마천 구간이 집 근처를 지납니다. 이래저래 입소문이 나면서 여행객들이 들러 가거나 1박 하며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그런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갤러리에 전시된 지리산 사진도 판매합니다."-구절초 축제는 잘 돼갑니까."지난 4년간 집 주변 1만 4000평의 소나무 숲에 구절초를 심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첫 축제를 열었고, 올해에도 10월3일부터 구절초축제를 동네잔치처럼 소박하게 했습니다. 산골에서 혼자 하려니 여러모로 힘든 것이 사실인데, 자연경관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축제를 주민, 여행객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구절초 축제가 지리산 둘레길의 대표적인 상생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키우려고 합니다."-지리산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시는지요."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리산에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하고, 자치단체들이 나서 흙집과 목기 등을 살리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문화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치가 충분해요. 지리산의 원시적 생태와 역사 전통문화 가치를 통해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구절초에 예술, 문화를 얹어 수준 높은 지리산 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김재호 논설위원

  • 기획
  • 김재호
  • 2013.10.18 23:02

청소년대표 후보선수단 맡은 익산출신 양영자 감독

올해 초 전북일보가 펴낸 사진집 '기억'에서 청춘의 그를 만났다. '기억'은 1950년대부터 오늘을 잇는 전북의 60년 현대사에 놓인 풍경이다. 잊고 싶거나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되살리는 사진의 힘은 사진가 정주하의 표현처럼 '자화(自話)하는 역사'로서의 의미에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은 50년대, 궁핍했던 60년대, 산업화에 눈떴던 70년대, 민주항쟁의 80년대, 변방으로 밀려난 90년대, 가능성과 희망의 2000년대가 고스란히 담긴 그 사진집에서 만난 흑백 사진 한 장. 앳되어 보이는 짧은 커트머리의 그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탁구 국가대표 선수 양영자다. 그가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과 환호의 순간이 그리웠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그 순간은 벌써 25년, 사반세기를 넘는 과거의 시간이 되어 있다. 그렇고 보면 20대의 빛나는 청춘, 녹색테이블 앞에서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던, '씨'나 '선수'를 붙이지 않고 그냥 우리들의 '양영자'로 불렸던 그의 이름이 '기억'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였다. 우리나라 탁구 중흥기를 열었던 그를 만났다. 은퇴한지 25년, 양영자 청소년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감독(49)은 조금 낯설었다. 운동선수답지 않은(?) 차분한 성품 때문이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조용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그를 보며 문득, 88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안았던 순간에도 결코 요란하지 않았던 그의 승리 세러모니가 생각났다. 89년 은퇴한 이후, 남편과 함께 몽골과 중국에서 선교활동으로 개인적인 삶을 지켜왔던 그는 올해 초에 귀국, 지난 7월부터 국가대표 후보 선수단 감독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SBS해설가로 데뷔, 단절되었던 거리를 좁히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탁구현장에서 지도자로 시작하는 그의 의지는 더 특별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의 탁구는 그가 전성기를 구가했던 80년대의 상황과 맞닿아 있지 않다. 더 이상 인기 종목의 대열에 끼지 못한 현실도 그렇거니와 새로운 '스타 선수'의 귀환도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탁구가 80년대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때 국제무대를 석권했던 유럽 국가들의 추락을 한국이 절대 걷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유럽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일본처럼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새로운 목표가 분명해보였다. 한국 탁구의 80년대 영광을 다시 찾는 일에 이제 그가 나섰다. -언제 귀국하셨습니까. 몽골과 중국에서만 14년 생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3월에 들어왔습니다. 청소년 지도하는 일은 7월부터 시작했는데, 워낙 외국생활을 길게 한 터여서 아직 일상이 익숙하지 않습니다."-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딴 이듬해 은퇴했으니 25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셈이군요. "벌써 그렇게 되었더라고요. 선교활동도 탁구를 가르치는 일로 해왔으니 탁구선수 출신으로서의 삶을 그대로 유지해온 셈이지만 의미는 많이 다르지요."-현역 선수로 은퇴하더라도 대부분 지도자로서의 길을 오랫동안 걷는데, 바로 체육계를 떠났던 이유가 있었습니까. "저도 코치 생활을 1년 남짓 했었어요. 그런데 건강이 좋지 않아 접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신학공부를 시작했어요. 덕분에 선교사의 길을 택한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선교활동이 삶의 중심에 들어서게 됐죠."-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시절에도 건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은퇴 결정도 결국 건강 때문이었겠군요."간염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가족력까지 있어서 관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운동은 결국 훈련이 답인데, 간 건강은 절대 무리하면 안 되거든요. 병원에서 탁구 하는 것을 말릴 정도로 심각했었죠. 고통과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88올림픽때 뛸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죠."-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겠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신앙이었습니다. 신앙을 갖지 않았으면 그 시절을 온전히 선수로 남아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신앙의 길을 걷게 된 좀 더 뚜렷한 배경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몽골에서 선교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몽골은 우리처럼 분단된 나라입니다. 외몽골과 내몽골로 갈라져 있지요. 몽골은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90년대에 들어서 체제를 바꾸어 개방외교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제 막 개방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국민들이 겪을 정신적 공황을 짐작할 수 있었지요. 이런 시기에 선교가 절실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몽골어는 한국어와 많이 다르지만 어순이 같아 언어를 익히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겠다 싶었죠. 지금은 소통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언어는 익숙해졌습니다."-선교를 위해 가족이 모두 들어갔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나요."분명한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때 아이들이 네 살 다섯 살이었는데, 겨울이 길어 추운 날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몽골 주식이 육식이다 보니 채식을 하는 저로서는 식생활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정도지요." -돌아오셔서 마주한 한국 탁구 현실은 어떻게 보십니까. 80년대와 90년대에 비해 많이 위축되어 있지 않나요."안타까운 현실이죠. 특히 여자탁구는 이전의 생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일도 '드림팀'이라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우수한 선수로 키워내는 일입니다. 남자와 여자 10명씩을 선발했는데, 저는 여자팀을 맡게 되었지요. 앞으로 4년 동안 전념해야 할 일입니다."-인기종목으로부터 멀어진 탁구의 현실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있었던 탁구장이 요즈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죠. 국민적 열광이 없어진 종목이 안게 된 현실이겠죠."그래도 다행인 것은 생활체육으로 붐이 일고 있고, 실제로 생활체육현장의 탁구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겠지요."-한때 세계 1위인 중국을 위협했을 정도로 우세했던 한국 탁구가 왜 이런 상황이 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에 이어 한국이었는데 지금은 일본이 앞서 있는 형국이거든요. 들여다보면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세대교체를 위한 정책을 실행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를 선발해 키워내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었죠. 1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를 했으니 그렇지 못한 한국은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예전의 스타들이 여전히 현장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진 선수 발굴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겠군요.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만 봐도 연령대가 30대를 훌쩍 넘습니다. 문제는 그 선수들을 능가할만한 선수들이 안 나오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이들이 계속 현장에서 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은퇴도 마음대로 못하는 현실인겁니다."-세대교체가 되면 잠깐 동안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면 보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작년 올림픽만 해도 남자선수들이 은메달을 땄습니다. 당장 메달 하나 더 따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것에만 매이다 보면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당장 코앞의 성과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장기적인 미래를 선택하느냐 인데, 우리의 경우는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한국 탁구는 80년대와 90년대가 절정기였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때는 기량 있는 선수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회가 많이 있을 텐데요. "86아시안게임과 87세계선수권대회, 88올림픽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순간들이 몇몇 있는데, 87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준결승은 제 생애에 가장 극적인 대회였습니다."-그때 금메달은 놓치지 않았나요. "개인 단식에서는 항상 은메달에 머물렀어요.(웃음) 그때 준결승에 중국선수와 붙었는데 2대 2, 마지막 세트에서 18대 11로 제가 지고 있었는데 상대방 점수를 그대로 묶어놓고 내리 10점을 선점했어요. 역전승이었죠."-어느 경기나 마찬가지겠지만 탁구는 특히 민첩하게 상대방의 전략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요. 그만큼 심리전 성격이 강할 것 같은데요. "정신력이 중요하죠. 사실 18대 11의 상황이라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 마련인데, 그때 도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한걸음씩 나갔던 것 같아요. 역전승이 현실이 되었을 때 기쁨은 정말 컸죠."-건강이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늘 경기 성과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충분한 훈련을 하신 덕분이겠죠."아쉽게도 경기 때마다 충분한 훈련을 못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훈련의 양이 언제나 부족했어요. 그래서 항상 불안했습니다. 믿음이 없었으면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겁니다."-탁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양감독의 모교인 익산 이일여중과 이일여고가 탁구명문으로 이름났었죠. "우연히 탁구를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야외수업을 했는데, 미술시간이었죠. 그런데 제가 그림은 그리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애들 그림만 기웃거리고 다니는 것을 선생님이 보신 거예요. 그때 마침 탁구부가 만들어지는 때였는데, 선생님이 권유하시더라고요. 별 고민도 없이 탁구부에 들어갔죠. 이일여중과 이일여고 탁구부도 우리들이 입학하면서 생겼습니다."-선생님께서 양감독의 신체조건과 민첩함을 읽어내셨던거군요. 일찍부터 운동부에서 활동하셔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를 탁구선수로만 보냈으니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어릴 때 놀러 다녔던 배산 이라든가 창인동 골목길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함께 뛰었던 선수들 중에서는 누가 가장 친분이 깊었나요. "역시 88올림픽에서 콤비를 이루었던 현정화 선수죠. 저보다 나이가 다섯 살 아래지만 후배이자 동료로 서로 의지하고 존중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같은 연배의 선수는 없었네요."-탁구가 88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되었더군요. 아까 말씀 하신대로 오늘날의 탁구는 경기로서 비인기종목이지만 근래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생활체육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탁구는 민첩한 운동이에요.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고,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기구도 비싸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특히 크게 체력을 소비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전신운동이 되는 매력 있는 운동입니다. 상대가 있으니 경기하는 재미도 있고요. 그래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상 속의 운동으로도 권할 수 있는 종목이지요."-다른 운동은 안하시나요. "걷기 이외에 다른 운동은 안합니다. 골프를 해보았는데, 죽어 있는 볼을 치는 과정에 흥미를 못느끼겠더라구요. 탁구는 살아 있는 볼을 주고받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재미있죠. 골프 치는 분들은 다른 입장이겠지만요.(웃음)" -탁구 분야의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지만 머지않아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그만큼 양감독님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의지는 있지만, 결과를 지금부터 재단하고 싶진 않습니다. 성실하게 제 맡은 역할을 해나갈겁니다. 선수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일이 우선이겠고, 그 재능을 잘 살려서 좋은 선수로 키워내는 것이 그 다음 목표겠지요. 앞으로의 4년이 제 인생에서도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겁니다."양감독은 오는 11월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 꿈나무 지도를 시작한다. 충북 단양에 있는 훈련 전용 탁구체육관에서 합숙훈련으로 진행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드림팀으로 선발된 10명 여자아이들 못지않게 그 역시 마음이 설렌다. 건강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쏟았던 탁구 열정을 이제 후진들을 위해 쏟을 시간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 한국 탁구가 다시 세계의 녹색테이블을 석권할 날을 준비하는 여정의 시작이다.● 양영자 감독은- 스카이서브 처음 개발11월부터 충북서 꿈나무 지도양영자 감독은 전북 익산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탁구부에서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에리사와 정현숙선수가 최초로 단체전 우승을 하면서 탁구 열풍이 막 불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다. 10대와 20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여년을 국가대표 선수로 보냈다.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대학시절에 고비를 맞았었고, 이어진 간염 투병으로 탁구선수 인생 중단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때마다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국가대표에서 탈락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던 그는 86 서울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중국선수를 이기고 은메달을 따 화려하게 컴백했다. 86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87 세계탁구선수권 복식 금메달과 단식 은메달에 이어 88올림픽에서는 현정화 선수와 콤비를 이뤄 중국을 제치고 복식 금메달을 따 국민의 영웅(?)이 됐다. 다섯 살 아래인 현정화 선수는 피할 수 없는 라이벌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같은 길을 가는 인생의 최고 파트너'로 꼽는 동료이기도하다.그는 당시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탁구공을 높이 올리는 '스카이브 서브'를 처음 개발해 화제가 됐다. 그의 강공 드라이브와 스카이브 서브는 상대 선수들을 위협하는 주특기였는데, 특히 그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88올림픽 직후 간염으로 건강이 악화돼 이듬해에 은퇴했으며, 그 무렵 어머니가 간암으로 작고해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신학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는데, 1992년에는 연합통신 기자 출신으로 선교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모든 삶을 선교에 바쳐온 그는 1997년 몽골로 건너가 14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남편은 교회개척과 성경 번역으로, 양감독은 몽골의 탁구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선교활동을 했다. 지난해에 사역을 마치고 올해 초 귀국했으며, 지난 7월 청소년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20년여 만에 복귀했다.지금이 한국탁구가 다시 일어서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유망주를 발굴해 하루라도 빨리 세대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탁구로 얻은 자신의 영광을 후진들을 위해 쏟겠다는 의지는 그래서 더 강하다.

  • 기획
  • 김은정
  • 2013.10.17 23:02

17. 전주초등학교 - 과거 전북 신교육 1번지…혁신학교로 재도약 부푼 꿈

"우리 학교요? 과거엔 전북 신교육의 1번지였죠."지난 14일 만난 송경오 전주초등학교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명문학교로 군림했던 전주초의 위상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다. 학생수 급감으로 교가의 가사를 바꿔 부를 정도로 졸업생들이 느끼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커 보인다. 다행스럽게 2006년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학생수가 늘고 있는 데다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가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교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잔재와 삐걱거리는 낡은 건물은 학교의 오랜 흥망성쇠를 가늠케 한다.△ 전북 신교육의 1번지 전주초의 전신(前身)은 교동 58번지의 양사재(養士齋)였다. 양사재는 향교의 부속 건물로 서당 공부를 마친 특출난 유생들이 생원진사 공부를 하던 곳이다. 양사재는 1896년 전북공립소학교 인가를 받아 이듬해 7월 개교했다. 당시 교사가 3명, 학생이 37명에 불과했다. 서당을 다닌 8~16세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중도 탈락자들이 많았다. 1906년 현재 위치에 전주초가 지어지면서 비로소 졸업생 배출이 안착됐다. 지난 2월까지 공식 집계된 졸업생은 3만4600여 명. 송경오 교장은 "당시 전주여자공립보통학교, 전주공립공업보수학교, 전주공립상업보수학교 등이 전주초와 한 몸이었다"면서 "전주초가 전북 신교육의 1번지라 불리는 이유"라고 했다.청산되어야 할 일제의 잔재도 있다. 교정에 일본 천황을 사진을 보관하던 '봉안전'의 흔적이 그것이다. 봉안전 주변엔 병풍처럼 두른 정원과 작은 폭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학생들이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억지로 경례를 해야 했던 치욕스런 장소다. 학교 측은 해방 뒤 봉안전을 철거하고 시멘트로 조악하게 만든 기단 위에 대한독립을 기념하는 비를 대신 세웠다. 이 일대 흩어져 있던 일제 정원석(지성원대화원인애원충효원)은 현재 전주역사박물관에 기증 돼 있다. 1930년대 초반에 지어진 강당은 낡을대로 낡아 한쪽 바닥이 아예 무너져 내년 신축을 앞두고 있다. △ 정동영김명곤 정계문화계 동문 두각오랜 역사가 무색할 만큼 총동창회 활동은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100주년 때 만든 기념문집'양사재의 그 뒤'가 거의 유일한 사료. 이를 참고하면 졸업생 중 정계 진출자가 두드러진다. 네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유 청(21회)은 기념문집을 통해 당시 반 학생 32명 중 31명이 전주보통(북중) 전원 합격했을 만큼 전주초가 명문 예비학교였다고 소개했다. 전 청와대 대변인(34회)를 지낸 임방현, 전 완주군수를 했던 임명환(36회)도 넓은 운동장에서 찰밤 도시락 잔치로 어우러진 모교 운동회의 추억담을 전했다.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36회)는 전주초에 다니면서 신문 배달을 하며 공납금을 힘겹게 댔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56회 졸업생 중에는 이례적으로 장관이 두 명이나 배출됐다.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학생이 5000명이나 되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학교였다"면서 "크고 넓은 운동장, 야외 수영장, 동물원까지 갖춘 명문 중 명문이었다"고 기억했다. '특종왕 기자' 출신이었던 최규식 전 국회의원(57회)도 전주초의 졸업생이다.△ 자기주도적 학습권 위한 혁신학교 첫 발지난 3월에 선정된 혁신학교는 걸음마 단계다. 송 교장이 1년 간 교사들을 설득한 끝에 이뤄낸 결과. 송 교장은 "무너지는 공교육을 바로잡는 첫 단추는 수업에 있다"고 봤다. 한희정 전주초 교사는 "대개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그래서 수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동료 간 벽을 허무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구속 받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이 수업의 주최자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제를 설정하는 것은 교사의 몫. 교사들은 아이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자연에 관심을 갖는 창의체험을 내놨다. 전주의제21과 같은 NGO단체와의 협조로 교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은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7년 태권도 창단식을 기점으로 전주초 학생들이 전국 태권도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태권도 꿈나무 양성에도 기대를 더하고 있다.

  • 기획
  • 이화정
  • 2013.10.16 23:02

[30. 금강 하구역 갈등 해법] 전북·충남 지역논리 접고 상생발전 열린 대화 필요

요즘, 전북도와 충남도가 금강하구둑 배수갑문의 개방과 해수유통 논란으로 갈등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강경을 비롯한 금강 유역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잃어버린 도시 중에 하나가 강경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원산과 함께 양대포구로 불리었고,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의 3대 시장으로 유명한 곳이 강경이었다. 행정구역상 지금은 충남에 속해 있지만, 과거로부터 전라도 강경으로 더 유명했던 곳이다. 조선시대 말과 일제시대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충청도로 행정구역이 완전히 편입되었지만, 과거에는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포구를 비롯한 주요한 지역이 전라도에 있었다. 금강 하구역, 전북과 충남의 상생의 공간 될 수 없을까?조선시대에 강경이 큰 시장이었던 이유는 지리적으로 바다와 강, 바다와 육지가 연결되는 통로의 역할을 했고, 배후에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와 공주와 부여를 비롯한 충청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시장이 더욱 성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춘 강경은 바다와 금강하구에서 잡은 수산물과 소금, 육지에서 생산된 곡물이 유통되던 통로였으며, 평양과 서울, 원산은 물론 중국에서까지 물건이 배를 통해 수입되는 통로였다. 수산물 중에서 특히, 새우와 황석어(황새기), 조기 등이 유명했으며, 소금에 절인 새우젓과 황석어젓 등은 아직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어 매년 강경젓갈축제를 열어 과거의 영화를 추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영화를 누렸던 강경은 기차와 고속도로, 다리건설 등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강경이 잊혀진 도시로 전락한 것은 1983년 착공하여 1990년 완공된 금강하구둑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하구둑 건설은 어선을 비롯한 해상교통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뿐만 아니라 금강과 서해바다가 교차하는 기수역인 하구를 틀어막음으로써 하구역 생태계를 없애버렸다. 이로 인해 금강하구역에서 성행하던 새우와 뱀장어, 황석어와 웅어, 황복과 참게 등의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상실하게 되었다. 금강하구둑으로 인해 강경은 포구와 황금어장 등 경제적 기반을 잃어버린 것이다. 강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명성에 기대어 아직까지 우리나라 젓갈의 6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강경의 쇠락은 단순히 강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익산의 성당포구, 웅포, 군산의 나포와 성덕 등의 금강하구 연안 지역 그리고, 이지역과 연결된 익산의 함열과 충남 논산 등의 주변지역 발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특히, 금강하구둑은 군산항의 쇠퇴와도 많은 연관이 있다. 군산항은 점점 쌓여가는 퇴적물로 항로가 좁아지고 수심이 얕아져 매년 준설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큰 배가 들어 올 수 없어 항구로서의 기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1979년 준공된 군산외항 마저도 큰 선박의 접안이 어려워 전라북도는 새만금신항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군산항의 항만기능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금강하구둑이다. 금강하구둑이 가로놓이면서, 조류의 유속이 급격히 감소하고, 조류가 정체되면서 미세한 입자의 토사가 가라앉아 갯벌의 퇴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금강하구둑 하류에 갯벌이 급격히 쌓이면서 항로가 얕아지고 좁아지며, 군산항의 기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하구둑에서 군산내항까지의 거리는 4km에 불과하며, 외항까지의 거리는 12km 정도이다. 과거에 서해바닷물이 금강내측으로 최대 60~70km 상류인 부여까지 치고 올라갔던 것에 비교하면 조류로 인한 퇴적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금강하구둑은 1983년 착공했다. 금강하구둑을 만든 이유는 바닷물의 유입으로 인한 침수피해와 만조와 홍수시기가 겹칠 때의 금강의 범람으로 인한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되었다. 더불어 농업용수와 공업용수의 확보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며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하구둑 건설로 인한 순기능과 더불어 건설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금강하구의 수질오염과 기수역 생태계파괴, 어장의 상실, 갯벌의 급속한 퇴적 등의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발생으로 인해 서천군과 충남지역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금강하구둑의 개방과 해수유통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하구둑의 개방문제는 금강 뿐만이 아니라 영산강하구의 개방문제도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있다. 홍어로 유명했던 목포 영산포와 내측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전라남도에서는 2004년 박영준 전남지사가 뱃길복원을 공약하고, 본격적으로 전라남도에서 영산호의 해수유통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으로 뱃길복원 사업이 꼬이고 말았다.특히, 전라남도에서 뱃길복원과 하구둑 해수유통에 나섰던 이유도 역시나 농업용수로 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영산호의 수질과 영산강하구둑 내측에 위치한 전통적 어업도시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금강과 영산강, 낙동강 하구둑의 해수유통을 위해 2012년 4월, 전남도에서 3개 지역의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모여 3대강 해수유통 추진협의회를 구성하였다.최근, 주변의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서천군과 충남도가 지난 9월 '금강 해수유통추진단'을 결성하고, 도민서명과 '금강희망찾기 도보순례'를 진행하는 등 금강 해수유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자, 전라북도의회와 전북시군의장단협의회가 금강 해수유통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군산시와 전라북도가 금강해수유통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농공업용수 등 대안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금강 중상류의 수질개선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충남도가 농공업용수 대안마련이나 고민 없이 무작정 해수유통을 밀어붙인다는 군산시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처럼 무책임한 주장을 중앙정부가 들어줄리 없기 때문이다. 충청남도가 그렇게 무모하게 해수유통을 주장하고 있을까? 또한, 하구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상류의 노력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듯 하구둑으로 인한 정체와 오니퇴적이 수질오염을 가중시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금강하구둑 해수유통과 관련된 갈등은 해수유통 뿐만 아니라 군산항준설토 투기장 개발, 군산항풍력단지 개발, 금강뱃길복원 등 서천군과 군산시 간 지역갈등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두 지자체 사이의 발목잡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안타깝다. 금강과 하구역이라는 동일한 권역에 위치한 서천군과 군산시,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상생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금강하구둑과 관련해서도 진실를 토대로 열린대화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홍성민 금강 해수유통 추진단 사무국장 "양 지역 공동조사위 구성 논의해야"-전북도에서는 서천군과 충남이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금강 해수유통을 추진한다고 한다.△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서천군 또한 금강호에서 농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서천군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농공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정부가 마련토록 충남과 전북이 같이 중앙정부에 건의하자는 것이다. 해수유통을 하고 취수원을 옮기는 일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방정부에서 추진할 수 없다. -금강 해수유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일단 정부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해수유통의 양과 범위, 취수원의 이전위치 등을 정하고, 전면적인 해수유통이 아닌 부분적인 해수유통 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해보자는 것이다. 배수갑문의 개방이 부담스러우면 방조제 아래로 터널식으로 소규모 해수유통하는 방안도 있다. 또한, 충남과 전북이 '금강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길 원한다. -군산시와 서천군이 각자 추진하는 일을 서로 반대하며,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서천군이 군산시에서 추진하는 군산항 준설토투기장의 해양도시 건설사업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태공원을 만든다 해놓고 놀이시설 등 위락단지를 만들고, 민간투자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등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군산시는 서천군의 금강하구둑 해수유통 추진과 관련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추진하는 것임을 믿어주면 좋겠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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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5 23:02

[우리고장 명인명물] 전통자수 장인 방정순 여사

"외래문화에 우리 것이 묻혀 흔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때, 전통자수가 버팀목이 되고 유지되도록 눈이 허용하고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자수를 계속할 것입니다."손으로 놓는 수가 좋아서 70평생을 자수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전통 고창자수 전수자 방정순(73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여사. 방 여사가 자수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0살 되던해 625전쟁을 맞아 외갓집(영광군 홍농읍 상하리 하봉마을)에 피신하여 살면서 부터다. 근동에서 수 잘놓기로 소문난 외할머니(故하봉산)와 친정어머니(故고산예)로 부터 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전통자수의 기법과 부족함을 수련하기 위해 1998년부터 故이학(전 문화진흥원장) 여사로 부터 사사 받았으며, 2006년부터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전통자수과(최고지도자 과정)를 4년 수료하고 5년째 연수중이다. 오직 자수만을 고집하며 70평생을 살아온 방 여사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 한다.자수는 중국에서는 수문(繡文), 일본에서는 누이도리, 영국에서는 Embroider, 프랑스에서는 Broderie라는 어원을 가지고 전 시대를 걸쳐 풍속, 기후, 사회적 여건, 종교 등의 영향으로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우리의 전통자수는 의복은 물론이며 병풍에서부터 방석, 상보, 주머니, 댕기, 버선 등에 수를 놓는다. 자릿수, 자련수, 평수, 선수, 징금수, 씨앗수, 사슬수, 가름수, 깃털수, 솔잎수, 접수, 이음수 등 자수기법도 다양하다. "무명배 아홉쎄 배라하여 가늘게 실을 뽑아 짠 배로 거기에다 놓기 쉬운 들꽃부터 시작하여 베개수, 글자수, 골침, 퇴침, 수복침, 목단, 연꽃 등을 등잔불 밑에서 눈썹을 그을려 가며 수를 놓았습니다."방 여사의 자수기법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전통기법으로, 본인이 손수 누에를 키워 실을 뽑고, 주변의 식물과 광물을 활용하여 염색을 하기 때문에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런 색상표현을 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자수의 특성상 대부분 도시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방 여사의 자수는 작은 포구가 있는 전형적인 농촌에서 순박하면서도 섬세하게 만들어져 더 예술성이 높다.자수에 대한 방 여사의 쉼없는 노력은 많은 결실을 맺었다. 전통공예 전국공모전 특선, 대한민국 황실공예전 특선, 전통공에 전국대전 특선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통공예협회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작품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고창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자연의 혜택을 받아 살기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인지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들이 이곳에 많이 살아, 옷과 장신구는 물론 생활도구까지 품격높은 전통자수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산업화되면서 고창자수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방 여사는 옛것을 지키기 위해 명주실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누에를 손수키워 작품에 사용하는 등 50여 년간 전통자수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다. "기회와 여건이 주어진다면 남은 여생 후진양성을 위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의 전통보존을 위한 소박한 꿈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 기획
  • 김성규
  • 2013.10.15 23:02

'문화관광체험' 완주 고산시장

지난달 4일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에서 새롭게 개장한 고산 전통시장의 이름은 '정다운 고산시장 고산미소'. 고산면 일대 6개 면지역의 유통망인 고산시장이 문화경관형 테마 장터로 새단장하면서 이곳을 찾는 단골이 전주권으로 확대되고 있다.기존의 5일 시장이 상설시장으로 바뀌고, 시설 현대화와 함께 점포들이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확충하면서 주말이나 장날엔 내방객이 10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산시장은 핵심 점포인 한우판매장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에서 생산된 농특산품을 취급하는 점포방앗간음식점곶감판매점옷가게커피전문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점포의 규모는 손에 잡힐듯 아담하지만 나름대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강력한 아이템을 제각각 갖추고 있다.완주군은 "기존 시장을 이전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가치를 공유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방점을 두고 지역의 가치를 담은 상품을 우선 발굴해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점포 운영자들은 개인보다는 공동체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위주로 선정되었다. 한우매장과 곶감매장이 로컬푸드 협동조합으로 입점했고, 삼베(hemp) 매장은 영농조합 로컬공예로, 여기에 마을기업 공동체들이 생산하는 물품을 취급하는 점포까지 입점했다. 특히 이들 점포주들은 교육과 컨설팅 과정을 거치며 품목 조정이라는 난제를 해결했다.눈길을 끄는 매장은 20대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몰 5곳이다. '농부의 딸'이란 간판이 붙은 점포에선 마케팅을 전공한 20대 처자가 로컬푸드 카페 겸 로컬푸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베리팜'에선 농대를 졸업한 20대 청년농부가 가공된 베리류를 취급하고 있다.또 '고산이모'에선 20살 앳된 청년이 대학교 축산식품과를 휴학하고 요거트 제조 및 텃밭 곡식을 판매하고, '햄스토리'에선 대학교 조리학과 4학년을 휴학한 20대 청년이 수제햄 제조 분야에 도전장을 던지며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널리널리 홍홍'에선 미술과 문학영상을 전공한 청년들이 힘을 모아 고산시장의 내방객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이미지는 이곳에서도 이어진다. 음식점은 물론 공예품까지 지역에서 생산된 품목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취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완주군은 "마을기업들이 만들어낸 생산품,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에 따른 생산품, 지역주민들의 손을 거친 특산품 등을 최대한 고산시장이란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과 연계시키겠다"며 "특히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로컬푸드를 전통시장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도록 다채로운 기획을 곁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완주군은 주말 기준 하루 내방객을 2000 ~3000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홍보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케팅 전략은 크게 두가지(투트랙) 방향에서 접근한다.첫 번째 전략인 '장소 중심 마케팅'은 고산자연휴양림을 비롯 와일드푸드축제, 만경강 달빛축제 등 고산시장 인근 지역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찾는 내방객을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고산시장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와일드푸드축제에 맞춰 다양한 체험행사와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두 번째 전략인 '상품 중심 마케팅'은 각 점포마다 착한 상품을 선정해 특정일에 원가 수준으로 할인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기존 5일장날인 4일과 9일엔 상인회와 협의를 거쳐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편 청년노점, 향토노점, 중고물품 노점 등 전통시장의 색깔도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한우판매장 '고산미소'- 전국 1호 협동조합서 운영 가격 저렴하고 품질 고급전국 1호 협동조합인 '완주한우협동조합'이 고산시장에서 운영하는 '고산미소'한우판매장은 내방객과 쇼핑객을 유인하는 핵심 점포이다. 완주지역 한우 축산인 109명으로 구성된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저렴한 가격, 품질 고급화'를 판매장의 기조로 내걸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데 두고 있다.판매장 시스템은 정육부식당부가공부 등으로 구성된다. 1층 정육부에선 회원들이 생산한 한우를 그날 그날 도축해 판매하고, 즉석에서 한우를 시식하길 원하는 내방객은 1층에서 고기를 구입해 2층에 마련된 식당부로 향하면 된다.한우판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완전 직거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중개상들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kg당 2500~3000원 높은 가격으로 조합원으로부터 한우를 매입한다. 조합원들은 두당 평균적으로 200만원 높은 가격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 운송료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등급이 높을 경우 제공하는 장려금까지 모두 감안하면, 중개상에게 넘기는 가격보다 두당 최고 300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도 직거래에 따른 이익이 돌아간다. 국내 최대 전문판매점을 기준으로 고급육은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소비량이 가장 많은 1등급의 경우 600g 기준으로 1만원 이상 낮은 가격표를 제시한다. 1등급 등심은 600g당 2만6000원, 안심은 2만5000원이다.완주한우협동조합은 "개장 이후 한달 동안 판매장을 운영한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한우를 고산시장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완주군은 한우판매장의 매출이 날로 확대됨에 따라 고산시장 일부 음식점을 한우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토록 유도, 시장의 핵심 이미지를 '한우'로 구축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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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모
  • 2013.10.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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