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지평선명품사업단(주) 이대훈 대표 "뒤집은 농장 다시 뒤집는 혁신 작업…'로컬랜드' 명성 살려"
전라북도가 2012년 6차산업 사업을 처음 공모했을 때 완주의 로컬푸드, 정읍의 선농(주)와 함께 사업자로 선정된 사업단이 김제의 농업회사법인 지평선명품사업단(주)이다. 예로부터 포도 집산지로 유명한 김제 백구지역의 포도농가들이 대거 참여한 지평선명품사업단은 포도 농원을 가꿔 체험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이대훈 대표가, 그의 표현을 빌리면 농장을 또 한번 뒤집어 엎어버리면서 탄생했다. 그가 뒤집어 엎어버린다는 말은 기존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혁신 작업이다. 지난 4일 김제시 백구면 수룡귀지길 276-4(옛 주소 백구면 부용리 911-36) 지평선명품사업단 대표실에서 이대훈 대표(53)를 인터뷰, 그들의 브랜드 로컬랜드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2층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각종 브랜드 와인 병이 가득 세워져 있었다.-와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예. 조금 있으면 현재 숙성 중인 와인을 병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규모로는 와인사업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와인 제조 등 가공사업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원대책도 필요한 데 그렇지 않거든요.-어떤 것들이 부족합니까.이번 6차산업 사업화 이전에도 무주, 임실 등에서 와인을 생산했지만 생산농가나 가공사업자나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무주 머루와인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백구지역 포도농가에서도 머루를 생산했어요. 그런데 유통업자들의 농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좋은 가격으로 사갔지만, 일정 시일이 지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이대면서 매입 단가를 낮췄거든요. 그래서 농업, 농민이 어려운 것이죠. 그 때문에 6차산업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당국에서 시설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 생산과 판로 문제까지 고민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당국의 고민도 필요하지만 결국 사업계획을 세운 사업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맞는 말이지만, 꼭 그렇지가 않아요. 당국도 30억짜리 건물 준공시켜 주고 출범시키면 끝은 아니죠. 안타까운 것이, 6차산업 하려면 대기업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6차산업 사업자 손발 묶어놓은 상태에서는 일어서기조차 힘들어요. 예를 들어 이 건물의 경우 행정 보조금으로 지었기 때문에 지평선명품사업단이 신규 투자를 위해 금융권에 담보물로 제공할 수 없게 돼 있어요. 보조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예요. 다만 사업자가 필요로 할 때 대출을 받아 뭔가 해 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총알이 부족하면 싸울 수 없잖아요.한 두 사람이 도둑질해 먹고 도망간다고 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까지 못하게 제동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어려운 것이 그런 거예요. 저희가 농가에서 30톤 이상 포도를 수매해 와인을 담가 놓거든요. 와인 제조에는 수매 비용, 인건비 등 각종 경비가 엄청나게 투입되는데, 투자비용을 곧바로 회수할 수 없는 선투자 구조예요. 와인은 1년 이상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그 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에 대한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당국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군요. 지평선명품사업단은 어떤 곳입니까.백구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가공, 판매, 체험, 숙박을 연계해 농가 소득을 좀더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구조로 계획해 만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을 백구지역 포도농가들이 참여하는 사업단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로컬랜드는 지평선명품사업단의 브랜드 명칭입니다.- 사업단은 어떤 계기로 출범시켰습니까.2012년 초 전라북도가 농식품 6차산업 사업자를 공모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진했습니다. 사업 기반은 돼 있었기 때문에 멋지게 보완을 했죠. 작년에 세월호 사고 때문에 모두가 힘들었을 때도 3만여명이 다녀갔습니다. 매출 4억을 올렸지만, 적자가 났어요. 직원 급여 등 관리비가 적지 않고, 와인용 포도 수매에 투입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로컬랜드의 사업 아이템은 포도입니다. 이 지역은 언제부터 포도 집산지로 유명해졌습니까.1930년대 백구면 부용리 일대에서 포도농장이 시작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국 3대 포도작목지로 꼽힐 정도가 됐는데, 이 곳에는 목과동, 과목장 등 과수원을 일컫는 지명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백구포도가 아니라 부용포도로 유명했다고 해요. 6.25전쟁 후 이 일대에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포도 농사를 많이 지었습니다. 옛날에는 대농 위주로 과수원이 운영됐지만 1980년대 들어서부터는 마을마다 포도농사 짓는 농가가 늘어났고, 마을 단위로 포도작목반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포도농장이 커졌고, 현재 350농가에서 100㏊(300만평)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1개 면단위 포도 생산 기준으로 볼 때 백구는 대한민국 최고 포도 집산지라고 자부합니다.-이 곳 포도는 어떻게 관리 생산됩니까.350농가 중 200농가 이상이 시설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비가림 시설을 하는 것이죠. 포도 품종은 캠벨이 대부분입니다. 약10% 정도가 거봉 계통이고, 청포도, 와인용 포도 등 근래들어 품종이 다양화되고 있습니다.-이 대표 집안은 옛부터 포도농사를 지었습니까.아닙니다. 일반 농사를 지었는데, 제가 농업고등학교 졸업하고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짓기 시작했으니까, 1983년 가을에 아버님과 상의해서 포도묘목을 사다 심었습니다.-포도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당시만 해도 이 곳 우리동네에는 포도농사 짓는 사람이 없었어요. 부모님은 벼농사가 많았고, 장남인 저는 농고 졸업했잖아요.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으며 살려고 농고 다니면서 관심을 갖고 있던 포도농사를 시작했죠. 농고 다닐때부터 와인 담그는 기술을 익힐 만큼 포도농사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처음 1,200평으로 시작해 6,000평까지 늘렸는데 지금은 생산농장 규모를 크게 줄였습니다.-농장을 규모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대표는 왜 농장을 줄었습니까.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영향으로 포도 가격이 폭락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직거래 형태의 포도농장이 안정적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1996년 농장을 한 번 뒤집어 엎어 체험농장으로 만들었어요. 일부 포도나무를 캐내어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을 만들었고, 가로등과 주차장도 시설했습니다. 물론 포도 직판장도 만들었죠. 유치원 아이들 체험학습장, 어른들 주말농장으로 변화시킨 거죠. 직판장에서 포도를 판매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포도나무도 분양했어요. 이런 체험학습농원은 아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했을 거예요.-10년 넘게 가꾼 포도나무를 캐내고 잔디밭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체험학습장 반응이 어땠습니까.첫 해에 500명 정도가 다녀갔고, 이듬해에 1,000명 등 해마다 늘어가더라구요. 성공적이라고 판단, 농장을 단순한 포도생산 농장에서 관광농원 형태로 계속 바꿔나갔어요. 23년 해서 손님 늘어나면 개보수 해서 넓히는 식이었죠. 또 농산물 판매만으로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고, 오래 머물게 붙잡아 둘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2002년에는 식당과 족구장, 무대, 방가로도 만들었습니다.-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까.아니예요. 2008년에 또 한번 뒤집었어요. 3억 원 정도 들여가지고 평상을 새로 들여놓았고, 가로등을 확충했습니다.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화장실, 소규모 동물농장도 만들었어요. 농산물 판매장, 체험장, 식당, 잔디광장까지 어우러진 멋진 체험농장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죠. 땅 속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포도주를 생산했어요. 잘 숙성되면 병입해서 지인들을 통해 판매하고요. 그렇게 해서 1년에 2만 명 이상 찾아오는 체험농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당국이 말하는 6차산업 아니겠냐 싶습니다.-평소 6차산업 마인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해 왔군요.그렇습니다. 2012년에 백구농협 이재희 조합장이 저에게 6차산업 사업공모가 있다고 귀띔해 줘서 응모했죠. 공모 내용을 보니 제가 평소해 하고 있는 것이더라구요. 사업을 규모화 해서 좀 더 의욕적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이제 포도 농사는 1,200평 정도만 짓고, 로컬랜드 관리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포도밭이 줄었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은 훨씬 많아졌어요. 포도를 수매해 와인을 담그고, 숙성 정도를 관리합니다. 찜질방에 쓸 화목도 직접 잘라야 하죠. - 지평선명품사업단 로컬랜드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는 얼마나 됩니까.출자금 100만원 이상을 낸 농가는 120명 정도이고, 법인이나 작목반에 속한 분들까지 합하면 557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적지 않은 농가에서 참여하고 있군요. 사업계획을 세워 추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농가들이 선뜻 믿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영농조합법인 등이 잘 운영돼 왔으면 성공 사례를 지켜본 농민들이 믿고 따르겠죠. 그런데 부도 나서 폐기처분되는 경우를 보아 온 터라 곧바로 믿지 않은 것 같습니다.-와인은 언제부터 했나요.재래식 생산은 포도농사 짓는 동안에 계속 했어요. 땅에 항아리 묻고 포도주를 담갔죠. 3년 정도 숙성되면 병에 담아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저렴하게 팔았어요. 현재 와인생산 시설은 6차산업 사업 중 한 부분입니다. 와인 제조기술은 농업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고, 그동안 기술이 늘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하기 위해 전문가 컨설팅도 받았구요. 와인시설 건물에 제빵체험장과 저온저장고도 함께 갖췄습니다.-와인은 생산량이 얼마나 됩니까.한 해에 와인을 담기 위해 포도 30톤을 수매합니다. 최고 품질의 와인은 가장 좋은 포도를 사용해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 수매할 때 가장 좋은 포도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와인공장에는 와인 3만 병 분량이 숙성 중에 있습니다. 연간 1만 병 정도를 병입해서 판매하는 시스템입니다.-제빵 시설은 어떻게 운영됩니까.처음에는 제빵사를 두었는데, 인건비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직원이 제빵 기술을 배워서 제빵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제우리밀영농조합법인과 업무 제휴,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밀가루, 우리밀국수, 우리밀라면 등은 김제우리밀영농조합에서 가져다 판매도 합니다.-포도와 와인, 제빵체험을 비롯 체험행사가 많은데, 소개해 주시죠.포도와 딸기, 토마토, 배 등 과일을 직접 따는 체험을 비롯해서 와인 만들기, 곶감 만들기, 우리밀 쿠키 만들기, 우리밀 머핀 만들기, 피자 만들기, 잼 만들기 등 각종 체험행사가 다양합니다. 포도물염색 체험도 즐길 수 있고요. 4월말까지 포도나무 분양을 받은 사람은 여름 수확철에 4상자 이상의 포도를 직접 따갈 수 있습니다.특히 저희 농장에는 대한민국에서 하나 뿐인 명품 포도시험장이 있습니다. 세계 30개국 120개 품종을 한곳에 모았죠. 여름에 각양각색의 포도가 열리면 그야말로 예술이예요. 러시아 원산인 리자마트는 한송이에 3㎏이나 나갑니다. 호텔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귀한 몸이예요. 이런 지구촌 포도들이 다 집합해 있어요. 청포도, 적포도, 검은포도, 알이 큰 포도, 알이 작은 포도, 고추같이 생긴 포도, 와인용 포도, 배추같이 생긴 포도 등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환상적이죠. 이곳에 마련된 평상에서 하룻밤 숙박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가 연간 고정고객 23만명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이 특별한 포도시험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도가 열리는 여름철에는 한 달에 8000명 정도의 손님만 받습니다.-포도밭에서도 하룻밤 잘 수 있는 거군요.황토방 뿐만 아니라 포도나무 아래 마련해 놓은 평상에서도 모기장 치고 하룻밤 자고 가는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입니다.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과원에서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누워 별을 헤면서 하룻밤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이 곳에는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화장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다고 자부합니다.-와인스파는 어떻게 운영합니까.황토방과 함께 와인스파가 있습니다. 와인스파는 탕에 와인을 넣은 것입니다. 와인에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와인스파를 하면 피부 노화방지 등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피로회복에도 효과적이고요. 와인공장이 있으니까 운영할 수 있는 특별한 시설입니다.-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당국에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6차산업 사업화만 할 것이 아니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 농민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많은 농민들이 자연스럽게 6차산업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훈 대표는 유기농 인증 '신지식인 1호''농사법 선진화' 주경야독김제시 백구면 부용리가 고향인 이대훈 대표는 이리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다.그는 신지식인 1호다. 친환경포도 생산에 주력하는 그는 1999년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데, 같은해 정부가 처음 시작한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대표는 꾸준히 친환경 유기농산물 생산에 주력하고, 1996년부터 시작한 주말 체험농장 운영이 당국의 눈길을 끌어 신지식인 선정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이대훈 대표는 한 곳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는 혁신가다. 그는 혁신만이 어려운 농촌 현실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생각, 끊임없이 농사법을 선진화했다. 1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 및 주말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6차산업을 실천해 왔다. 농장 한켠에 잔디밭을 조성하고, 세계 120여 포도품종을 갖춘 하우스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포도밭에 평상을 설치해 고객들이 한여름밤 포도밭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와인 제조기술을 배워 와인을 직접 담그고 관리한다. 와인용이라고 해서 흠결있는 포도는 수매하지 않는다. 최고 품질의 와인은 최고 품질의 포도가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