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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극, 그 화려했던 날들…

기린극회(전북대), 멍석(원광대), 천하(전주간호전문대), 한빛(한일신학교), 볏단(전주대), 뜨락(개정간호전문대), 해왕성(군산수산전문대학), 무제(우석대학), 이랑(전주교육대학), 마당(군산대학) …. 참 그리운 이름들이다.1979년 도내에서는 대학연극협의회가 발족됐다. 국내 최초였다.같은 해 열린 '제1회 대학연극제'에는 전북대, 원광대, 전주간호전문대, 한일신학교, 전주대, 개정간호전문대 등 6개 대학 연극부가 참가했다. 대학연극제는 80년과 81년 정치적 혼란으로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지 않으면서 자연히 무산됐다가, 82년 부활해 92년까지 이어졌다.지금은 대학마다 연극영화 관련 학과가 생겨나고 학생들의 외면으로 연극동아리들의 활동이 주춤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의 연극동아리들은 전문 연극인들을 배출하는 기반 역할을 해왔다. 전북대 경우 독문과, 국문과, 영문과, 중문과, 의과대학 등 학과별로 결성된 연극동아리들이 중앙 동아리 못지 않은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특히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극인들이 전북대 '기린극회'와 독문과 연극동아리, 전주대 '볏단'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로연극인 문치상 풍남문화법인 이사장을 비롯해 곽병창 우석대 교수, 김정수 전주대 교수 등이 '기린극회' 출신이며, 조민철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과 홍석찬 창작극회 대표 등이 전북대 독문과 연극동아리에서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강택수 전북연극협회 이사와 박병도 전주대 교수, 최경식 달란트 연극마을 대표 , 중견연극인 이덕형씨 등은 전주대 '볏단'에서 연극인으로 성장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4.06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②역대 프로그래머 검색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성격에 맞게 방향을 설정하고, 상영할 영화를 선택하는 등 영화제의 전반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영화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영화제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래머는 2∼4명 정도. 국제영화제 경우 세계 영화 흐름을 파악하고 작품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은 평소에도 세계의 영화제를 다니며 영화를 보고 감독, 배우, 제작자 등과의 인맥을 형성해 나간다. 2005년 6회 영화제부터 전주영화제의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준비란 원래 육체적으로 아주 힘든 작업"이라며, "베를린은 가봤어도 호텔하고 극장밖에 모른다"는 말로 다른 영화제에 출장을 가더라도 영화 보기 바쁜 프로그래머의 처지를 설명했다.보통 200편 안팎을 상영해 온 전주영화제 경우 출품작만 해도 1000편이 훌쩍 넘는다. 프로그래머들은 출품작들을 일별해야 하는 것은 물론, 평소 눈여겨 봐왔던 감독이나 작품, 그 해 영화제를 앞두고 사회적 이슈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작품 등도 확보해야 한다.결국 프로그래머가 상영작을 선택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성향이 곧 영화제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게 되면 영화에 대한 혹은 영화제에 대한 자기 철학이나 생각 등을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관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대부분 자치단체들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행정의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이다.전주는 깐느도 아니었고, 부산도 아니었다.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첫 회를 준비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프로그래밍이었다.상영작은 영화제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영화제는 결국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영화를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느냐, 즉 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어 상영은 그 영화제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로, 프로그래머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문제다.1회 프로그래머였던 정성일씨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전주영화제가 최고 감독들의 디지털 영화를 최초 상영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먼저 상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부산에서 상영한 목록을 들고 와서 재상영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1회 김소영 정성일 → 2∼3회 서동진 → 4∼5회 정수완 김은희 → 6∼7회 정수완 유운성 → 8∼9회 정수완 유운성 조지훈으로 변화해 왔다.1회 영화제를 치른 김소영 정성일 프로그래머는 지역 안팎으로 영화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던 시기, '대안' '독립' '디지털'로 전주영화제의 성격을 확고하게 다져놓았다.정성일 프로그래머가 쓴 '디지털 삼인삼색' 최초 기획서 형식인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이란 글에서는 초창기 프로그래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나와 김소영씨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무엇보다도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것은 이 영화제는 전주에서 하는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제가 갖는 컨셉이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 그 지역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 그리고 그 지역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아우라와 영화제 사이에서 어떤 긍정적인 만남의 울림이 있을 때 왜 이 영화제가 전주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두 프로그래머가 전주영화제를 맡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주에서 매년 열리는 문화행사들을 파악하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전주라는 전통적인 도시와 영화의 가장 진보적인 측면이 서로 긍정적으로 부딪치면서 즐거운 함성을 내기로 소망했다.정성일 프로그래머는 "부산이 아시아의 영화제가 되기를 소망하고, 부천이 주류 바깥으로서 마이너한 컬트 파티를 지향할 때, 전주는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안고 미래 시제로서의 영화를 이 전통적 문화를 소중하게 사랑하는 고도에서 함께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할 때, 그것은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세번째 영화제로서 자기 정체성을 주장할 만한 충분한 이론적-미학적-역사적-지역적 근거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고있다. 결과적으로 두 프로그래머는 전주와의 연을 끊게 됐지만, 전주영화제 정체성의 기초를 분명히 했다.2회 영화제를 앞두고 두 프로그래머가 돌연 사퇴하면서 서동진 프로그래머는 안해룡, 앙트완 코플라와 함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긴급투입된다.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를 제안받았을 때 이들은 대강의 상영작이 이미 확정된 상태고 일부만 선정하면 될 줄 알았지만, 정작 인수인계를 받고 보니 상영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서동진 프로그래머는 당시 인터뷰에서 "지극히 제한적인 시간과 자원 속에서 영화를 선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큰 틀의 변화는 시도조차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오락적이고 다분히 관습적인 영화보다는 생소하고 낯선 영화들에 여전히 비중을 두었다"고 말했다.3회때 정식으로 프로그래머를 맡게된 서 프로그래머는 최근 전북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전주영화제는 신생 영화제로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라서 이미 자리를 잡은 부산과 부천에 비해 작품 초청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영화제가 흥행은 물론,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장 그 결과를 산출해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는 "특히 전주영화제 관객은 마니아층으로, 소득계층이라고는 할 수 없어 티켓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문화적 효과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003년 4회 영화제부터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3회까지 조직위원회 단일체제로 운영되던 것을 효율적인 운영과 영화제 전문성을 위해 조직위와 집행위로 분리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선임됐으며, 정수완 김은희 프로그래머도 이 때 전주영화제와 결합했다.민병록-정수완-김은희 체제는 '영화 마니아만을 위한 영화제'라는 지적을 적극 수용했다. 그동안 실험성 강한 작품들에 무게를 실었던 전주영화제는 '보편성을 토대로 감독과 관객들이 소통할 수 있는 대중성'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일본에서 공부한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와 한국영화로, 프랑스에서 공부한 김은희 프로그래머는 유럽과 미주대륙 영화로 역할도 분담했다.두 프로그래머는 4회와 5회 영화제를 치르며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고 넓은 의미의 실험적 시도를 하는 영화의 다양한 진보적 흐름을 반영하고자 했다"며 "영화가 주는 즐거움과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영화제에 초점을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5회 영화제를 방문했던 많은 영화전문기자들은 "집행부가 바뀌면서 디지털을 강화했던 1회에 비해 회화적인 영화들과 실험적인 영화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6회때는 김은희 프로그래머가 하차하고 영화평론가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합류했다. 전주 출신인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2002년부터 '한국 단편의 선택' 비평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전주영화제 안에서 지속적으로 일해 왔다.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영상원에서 강의할 때 교수와 학생 사이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동료로 발전했으며, 이들의 호흡은 '마니아'와 '대중성' 사이에서의 균형을 제법 잘 맞춰나가고 있다. 두 프로그래머는 "대중성있는 영화의 비중이 많아졌다는 의미가 상업영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며 "항상 창조적이고 실험적이었던 전주영화제의 '자유, 독립, 소통'을 지켜나가면서, 그 안에서 비교적 낯설지 않은 영화들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유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를 맡았던 첫 해, "비평가주간에서 한국단편만 선정해 왔는데 나에게 주어진 영역이 국내외 장단편으로 넓어져 스스로 선별기준을 엄격하게 하려고 했다"며 "미학적으로 기본을 갖춘 영화를 우선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별명은 '걸어다니는 영화사전'. 상영작 선정과정에서 유 프로그래머의 박식한 지식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가운데 특히 '영화보다 낯선' 섹션이나 '회고전' 선정에 그의 목소리가 높다.8회때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수석 프로그래머가 된다. 또한 유운성 프로그래머와 함께 일할 프로그래머로 조지훈 프로그램팀장이 전격발탁된다. 조 프로그래머는 당시 인터뷰에서 "2년 동안은 훈련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10회 정도에는 독립적인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10회를 맞는 올해 조 프로그래머에 대한 기대가 높다.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프로그램 전체의 균형과 색깔을 정하는 역할. 상영편수 등 전주영화제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수석 프로그래머 제도는 다른 영화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된 편이다.

  • 영화·연극
  • 이성원
  • 2009.04.03 23:02

강혜정 "지금 사랑하는 것 자체가 기적"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사랑에 빠져 있어서일까. 2일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강혜정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사랑의 기적'을 말했다. 그가 맡은 수강은 첫사랑에 집착하다 스토커가 되고 범죄자가 되고 노숙자가 됐다. 그리고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도 그의 마지막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수강이는 희망이 생겨서 행복했을거예요. 기적을 이루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희망이요"그는 "노숙자에 스토커에 범죄자라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그런 캐릭터에도 험악해 보이지 않는 영화를 만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그가 맡은 캐릭터는 평범하지 않다. 아직도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올드보이'의 강혜정으로 기억된다. '연애의 목적'의 홍,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 '도마뱀'의 아리, '허브'의 상은 모두 그의 표현대로 '만만치 않은 애들'이었다. "왜 그런 '만만치 않은' 역할만 하느냐"고 묻자 "나도 그런 캐릭터만 주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며 웃는다. "우선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을 고른 거예요. 제가 재미있지 않으면 하기 힘들잖아요. 공교롭게도 찍고 스크린에 옮겨 놓으면 보는 분들은 '또 강한 캐릭터 하는구나' 하시더라고요""제 영화가 갖고 있는 톤이 매번 다른데 그 중 강한 대비가 있는 작품을 특히 많이 봐주셔서 그런가봐요. 또 제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녀린 느낌은 없어서 강하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그러나 그는 그 '강한 캐릭터'들이 사실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외롭거나 무언가 결핍돼 있거나,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고, 수강이도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영화를 할 때마다 매번 힘들고, 대충 넘어갈 수 있었던 적이 없지만 이번 작품 역시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정서와 제가 표현해야 하는 움직임이 완전히 달랐어요. 수강은 외로움의 끝에 있는 아이고 남을 해코지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어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줄 모르는 어린아이고요. 그런데 스토킹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다 범죄자가 되잖아요. 그 다른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간다는 게 어려웠죠"이번 영화가 그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연기 외적인 공부를 하게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구상 단계부터 감독과 스태프들이 회의하는 자리에 끼어 "주워 듣다 보니" 공부를 하게 됐다는 것. "예전엔 촬영장 가면 연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카메라, 조명같은 기술적인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니까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되고 그게 재미있더라고요"그러다 나중에 감독하겠다고 욕심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 작품은 신현준과 함께 출연한 '킬미'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최근 촬영을 마친 한일 합작 드라마도 9월쯤 방송될 예정이다. 하정우와 함께 할 전계수 감독의 신작 '러브픽션'도 준비단계다. 평범하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그에게도 탐나는 역할이 있을까. "공주님?(웃음) 너무 많은 캐릭터가 살고 있어서 단연 끌린다, 이런 건 없어요. 앞으로 어떤 희한한 캐릭터들이 등장할지는 기대가 됩니다. 캐릭터는 감독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 변태스러운 감독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 영화·연극
  • 연합
  • 2009.04.03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10회 전주영화제 개막작 '숏!숏!숏!'

'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 단편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숏!숏!숏 2009'로 10회 영화제 문을 연다.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주코아호텔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42개국 200편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이 중 장편 52편과 단편 33편이 아시아 또는 세계에서 최초로 상영된다.송하진 조직위원장은 "국내 영화제 중 처음으로 ISO9001 인증을 받고, 아시아에서 여섯번째로 국제영화제작자연맹에 가입하는 등 전주영화제는 안정적인 운영과 탄탄한 프로그램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로서 10주년을 맞아 영화팬들 기억에 남는 영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위원장은 "올해는 영화제 정체성과 국내외 영화인들의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하게 하고 독립영화 마켓을 활성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개막작 '숏!숏!숏 2009'은 10명의 젊은 감독들이 '돈'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 전북이 고향인 이송희일 감독을 비롯해 충무로와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감독들이 '10인 10색'을 연출해 낸다.폐막작 '마찬'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데뷔작. '마찬'은 스리랑카어로 '친한 친구'란 뜻으로, 경제 위기에 내몰린 스리랑카 빈민가 청년들이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고있다. 낯선 나라 스리랑카의 문화와 현실을 접할 수 있는 기회.10회를 맞아 다양한 기념상영과 행사들을 마련한 전주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영화의거리 내 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 예산은 국비 10억, 시비 15억을 포함해 총 34억원이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4.01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민병록 집행위원장 "관객중심의 영화제 선보이겠다"

"올해 국고가 지난해 6억5000만원에서 10억으로 늘었습니다. 다른 영화제들은 전부 줄었는데, 전주영화제만 지원예산이 늘어 다른 영화제들의 불만이 높습니다."'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맞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상영작 발표회 내내 농담과 설명을 적절히 섞어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2003년 4회 영화제부터 집행위원장을 맡기 시작해 올해가 7회째. 민위원장은 "해외 출품작 수가 2008년 대비 121편(32%)이나 증가했다"며 "해외 출품작 수의 급증은 매년 전주영화제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10주년을 맞는 올해는 영화제 기간 40만명 정도가 영화의거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로서 '관객 중심의 영화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민위원장은 "지난해 유료관객이 6만5000명이었는데, 올해는 7만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매진으로 인해 발길을 돌리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좌석수를 8만여석에서 10만여석으로 늘리고, 사랑방도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확대운영한다"고 밝혔다."영화제 기간 주변 상가 활성화를 위해 영화제 콘텐츠를 액자 형태로 만들어 주변 상가에 배포하는 '지프 갤러리(JIFF GALLERY)'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영화의거리 곳곳에 휴게공간을 만들고 차양을 설치해 축제 장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민위원장은 "10주년을 맞아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물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며 영화제로 초대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4.01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제10회 전주영화제 '신인감독 발굴 초점 정체성 확립'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10회를 맞아 세계 영화의 흐름 안에서 더 독립적이고, 더 자유로운 소통을 시도한다.올해로 10년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전주코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상영작들을 공식발표했다.상영작 규모는 총 42개국 200편. 개막작으로는 전주영화제가 지원하는 단편영화제작 프로젝트 '숏!숏!숏! 2009'가, 폐막작으로는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스리랑카 영화 '마찬'이 선정됐다. '돈'을 주제로 한 '숏!숏!숏! 2009'는 영화제 사상 최초로 10명의 감독 작품이 옴니버스로 엮어진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개·폐막작 모두 현재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경제 문제를 주목했다.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는 "10회까지 오면서 정체성 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었지만,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발굴해 온 영화제로서 올해는 특히 신인감독 발굴에 초점을 뒀다"며 "어렵다는 영화들을 관객들과 함께 공부하고 알아가는 영화제로서 그 성격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전 세계 신인감독 발굴에 초점을 둔 가운데 최근 새로운 디지털 영화의 영토를 개척하며 영화계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들을 대거 초청했다. 그동안 신작 중심이었던 한국영화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2003년 이후 진행되지 않았던 한국영화 회고전을 부활시키는 등 한국영화의 과거를 기억하고 중요한 한국영화 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또한 10회를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 등도 준비한다.▲ 1분부터 9시간까지, 프로그램만으로도 관심 집중올해도 역시 젊고 새로운 감독들의 작품을 집중 발굴, 소개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었다. 특히 올해는 국제경쟁부문에서 소개되는 작품들 이외에도 최근 세계 영화제들에서 돋보였던 다양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상영작들의 러닝타임은 1분부터 9시간까지 다양하다. 특히 디지털 매체의 힘을 빌어 영화의 지속성을 극대화한, 긴 영화들이 많다. 왕빙 감독의 '철서구'는 9시간 11분, 라브 디아즈 감독의 '멜랑콜리아'는 8시간, 라야 마틴 감독의 '상영중'은 4시간 40분이다. 반면 가장 짧은 영화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파국'으로, 러닝타임이 1분이다.복원된 작품들에 대한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도 높다. 디지털 기술로 완전복원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비롯해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 감독 작품을 쥬세페 베르톨루치가 복원한 '분노' 복원판 등도 상영된다.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사회정치적인 시각에 영화미학이 결합되고,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져 에세이적인 성격이 강해지는 등 동시대 영화의 최전선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영화제'로서 성격 분명히 해'생산하는 영화제'로서의 전주영화제 성격도 분명히 한다. 전주영화제가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감독들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에 이어 올해는 우수하고 다양한 한국영화의 제작과 유통을 위한 '전주 프로젝트 마켓'을 신설했다.'전주 프로젝트 마켓'은 올해 처음 시작한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과 지난 3년간 전주영화제가 운영해 온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 저예산영화와 다큐멘터리, 전주영화제 참여감독 등에 대한 지원이다.▲ 10주년 기념 프로그램 및 행사 마련10주년을 맞는 올해는 '10주년 기념 전야제'가 4월 29일 저녁 전주시청 노송광장에서 열린다.전주영화제와 관련된 중요감독들의 데뷔작, 상영됐던 작품 재상영, 수상감독들의 신작 상영 등 '기념 상영 스크리닝'을 기획했으며, 지난 9년의 성과들을 정리하기 위해 '10주년 기념 책자'와 '디지털 삼인삼색 DVD 박스 세트'도 발매한다.역대 영화제의 발자취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이는 '10주년 기념전'과 영화제작 원리를 몸으로 체험하고 영화 역사를 익힐 수 있는 체험관도 운영된다.

  • 영화·연극
  • 도휘정·이화정
  • 2009.04.01 23:02

"나 자신 많이 들어간 영화…가장 애착"

"우열을 가리긴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만든영화 중 제일 뛰어난 영화인지는 몰라도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박찬욱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박쥐'의 제작보고회에서 "오랜 시간 생각한 이야기이고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남자에 나 자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에 주인공 캐릭터에 내가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나약하고 비겁하면서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자기를 합리화한다거나 변명하는 면들이 아주 닮았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관객으로 봐도 정이 가고 제 취향에 잘 맞는 영화입니다."영화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구상한 지 10년이 지났을 만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작품이다. 박 감독은 1999년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제안했다.그는 "처음 생각한 것은 1997-1998년쯤"이라며 "성장환경 때문에 가톨릭 분위기에 익숙하고 사제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았다"고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쥐'의 탄생과정을 설명했다."신부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 등의 죄악을 저질러야 존재를유지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다음에 뱀파이어 개념이 떠올랐고 이 소재에 에밀 졸라의 소설이 뒤늦게 결합하는 과정을 밟아왔죠."'박쥐'는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의 포커스 픽처스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본격적으로 미국에 개봉되는 첫 번째 한국 영화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이에 대해 박 감독은 "어마어마한 북미시장에서의 흥행이나 아카데미 후보가 되는 등의 굉장한 일이 처음부터 벌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한국영화가 미국시장에서 보였던 성적에 비하면 조금 더 큰 규모로 진지하게 취급될 수 있게되는 첫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이 제가 전에 만든 영화에 호감을 가진 모양이고 소재로 봤을 때 뱀파이어 이야기에 가톨릭 사제가 주인공이니까 다른 영화들보다 좀 더 보편적이어서 투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개인으로서는 제가 영향받고 존경하는 세계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배급한 포커스 픽처스의 심벌마크를 내 영화에도 붙이게 돼 뿌듯해요."박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연인 송강호와 김옥빈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그는 "송강호 씨는 머리가 좋고 영리한데다 언제든지 현재 하는 작품만 생각하는 집중력을 가진 배우인데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집중하니까 잘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회피하려는 나약한 캐릭터를 송강호가 연기하는 것이 상상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모습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깜짝 발탁한 김옥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떤 기운 같은 것이 있었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처음 '올드보이' 강혜정을 만났을 때처럼 한눈에 매료된 기분"이라고 전했다."너무 안정되고 틀이 잡히기보다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면도 보였어요.변화무쌍한 면이 이 역할에 잘 맞았고 영화를 보시면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나라는 놀라움을 느끼실 거에요.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종자입니다."끝으로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동서양 문화의 충돌 등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여자를 잘못 만나 곤경에 빠진 남자의 분투로 볼 수도 있다"며 "여자 때문에심한 고생을 하는 남자라고 주인공을 생각하고 그 관점으로 보면 영화가 좀 친숙하고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4.01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③전주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어느 축제나 마찬가지지만, 국제영화제는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영화 한 편을 가져오더라도 국내외적으로 네트워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영화에 관련된 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한 전주에서 국제영화제는 맨 땅에 해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초창기 전주국제영화제가 내부적으로 갈등과 불신에 빠졌던 것 역시 따지고 보면 지역에 영화·영상 관련 전문인력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1회 영화제를 이끌었던 최민 조직위원장과 김소영 정성일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홍보·초청·프로그램·행사운영팀 팀장들이 모두 외부에서 수혈 형식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정작 전주의 문화인력들은 스탭 정도로 밖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물론, 지역의 인력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책임있는 자리에 올라갈 만한 여력도 없는 실정이었지만, 조직 구성원들은 어떻게든 이분화될 수 밖에 없었도 소통 부재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초창기 전주영화제는 영화제를 이끌어갈 인력들을 스스로 빠른 시간 안에 키워내야만 하는 처지였다.그러나 2003년 4회 영화제부터는 지역의 젊은 일꾼들이 영화제에 전진배치되기 시작됐다. 3회까지 영화제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던 이들이 팀장급에 배치되는 등 자체적으로 성장 역량을 강화했다. 당시 1회때부터 활동해 온 양지홍 오미옥 팀장이 각각 사업팀과 총무·회계팀을 맡게 됐으며, 2회때 홍보팀에 합류한 오선진씨도 이 때 홍보팀장이 됐다.2회 프로그램팀, 4회 프로그램 팀장을 거쳐 8회때 프로그래머로 전격 발탁된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가 키운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기석 사무국장 역시 2회때 부터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었다. 지난해 정책기획실장을 거쳐 현재는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주영화제가 지역의 영화·영상 관련 인력을 키우는 데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4회부터는 전북 출신으로 내적·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영화인들이 점차 전주영화제의 브레인으로 중요한 자리들을 꿰차기 시작했다. 4회부터 현재까지 수장으로서 안정적으로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동국대 영화과 교수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전주가 고향이며, 6회 때 영입된 영화평론가 유운성 프로그래머도 상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전주 출신이다. 다른 영화제에 비해 많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는 사무국장직은 전주 출신인 김건 영화감독이 6회부터 9회까지 맡았다.성기석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지역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며 "몇 년 전부터 전주영화제 자체적으로 '영화제 실무아카데미'를 실시해 영화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중·단기 스탭 등 필요 인력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3.27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시나리오작가 송길한씨

그가 전주국제영화제를 꾸려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전주는 달러. 그냥 그냥 해서는 안되야. 참말 제대로 혀야혀."2000년부터 2002년까지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으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길한씨(69)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산증인이다. '주류'가 아닌 '대안'을 표방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성장하기까지 고비도 많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갔던 중심에는 바로 사람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가장 힘들게 했던 것도, 힘이 되었던 것도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 김은정 전북일보 문화부장, 안세경 문화관광국장, 장명수 우석대총장의 추진력이 없었더라면, 전주국제영화제는 꿈꾸기 어려웠을 겁니다. 예산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한승원 변호사의 공도 잊을 수가 없어요."반면 2회 전주국제영화제 때 프로그래머가 갑자기 그만두면서 공황상태에 빠졌다. 서동진 프로그래머를 급히 영입, 밤낮없이 작품을 모아 무사히 영화제를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애정이 많은 만큼 당부하고픈 말이 많아지는 것도 두 말 하면 잔소리. 슬쩍 풀어놓고 건네는 농담 속에서도 서슬퍼런 이야기를 내리꽂는 독설가로도 유명한 그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회 현장에서 "이 평가는 무효야, 무효"라고 주장해'평가회 자체 무용론'을 꺼내들었다."응원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이 돼서 싫었다"는 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기까지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분명했다"고 털어놨다."장기적인 안목에서 영화 인프라를 확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외친 덕분인지 몰라도 이제는 내실을 가진 영화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로 10살 먹은 소년기에 접어들었군요. '디지털 삼인삼색'처럼 대표 프로그램들이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다만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를 계속 돌리면서 입장료만 챙기는 소모적인 영화제가 아니라, 좀 더 개성있게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타지역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많이 채용해 골목영화제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09.03.27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영화평론가 임안자씨

진안이 고향이지만,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임안자 부집행위원장(67). 9회 영화제를 앞두고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전주국제영화제는 비상이 걸렸다. 쿠바영화, 마그렙영화, 소비에트영화, 터키영화, 중앙아시아영화 등 우리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그 곳의 영화들을 발굴해 국내외적으로 전주영화제의 이름을 분명히 알린 그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 구석구석에 숨어있거나 비로소 전주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영화들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그는 전주영화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20여년 간 동·서유럽의 크고 작은 영화제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런 오랜 경험이 전주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4회때 옵서버로 참여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니 인적, 조직체의 약점이 많이 보였죠. 무엇보다 국제영화제 경험이 풍부했던 전문지식의 인원이 모자랐고, 그렇다고 빠른 변화를 기대할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어요."3회 영화제 '아시아독립영화포럼' 부분의 심사를 맡으며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사실 옵서버란 낯선 직무였지만, 오랫동안 쌓은 국제적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초청에 응했다. 2004년 초에는 부위원장으로 임명받고, 1회때부터 8년간 일해오던 부산영화제를 떠나 전주영화제에 합류했다."전주는 2~3회때 벌써 중형의 영화제나 알맞은 편수를 보여줬는데, 그만큼 실책의 위험부담이 컸죠. 당시 전주영화제에 쏟아졌던 비난이나 잡음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선정 영화의 난해성 문제를 떠나서 무리한 프로그래밍과 그걸 다 소화할 수 없었던 기술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직체의 미숙함에 비해 높은 수준에 오른 프로그램들이 매력적이었죠."임부위원장은 "디지털 분야의 미래지향적인 작품의 경쟁부문을 서구에 앞서 일찍이 마련했다는 점, 실험성의 정체성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지탱해 나가는 뚝심이 마음에 들었다"며, 전주영화제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전주영화제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영화애호가들에게 비서구지역의 희귀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전주영화제 쪽에서 내 뜻을 받아줬는데, 일종의 특권이 주어진 셈이었죠."해마다 직접 발굴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는 그는 "전주영화제의 무조건적인 신임이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무거웠다"고 말했다."여러 국제영화제를 다녀봐도 전주영화제만큼 멋있는 슬로건은 없죠. 전주가 '자유, 독립, 소통'을 천명하고 대안영화제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그에 맞는 빛깔의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건 영화제의 정체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건강상 이유로 10회를 마치고 전주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심한 임부위원장. 그는 "전주영화제가 몸은 작지만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내외 감독들이 서슴없이 만나 창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겹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몇 년 동안 영화에 대한 내 사랑과 정열을 마음껏 태울 수 있었던 곳으로 전주영화제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3.27 23:02

한국 아동극 세계 무대로

외국 동화를 원작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공연들이 해외 무대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작년 대만으로 수출된 극단 유의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지난해 대만 9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데 이어 이달 말부터 다시 대만 순회공연에 들어간다. 한국 제작진은 대만의 송송송 아동 극단과 지난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지급받는 형식으로 작품을 수출했으며, 박승걸 연출을 비롯한 한국 스태프들이 직접 대만에 건너가 대만 배우들을 지도하면서 공연을 완성했다. 극단 측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대만 9개 지역에서 24회의 공연을 펼쳐 유료관객 2만명에 객석 점유율 90%를 넘어서는 흥행기록을 세웠다"면서 "지난해 공연의 반응이 좋아 올해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게 됐다"고 전했다. 박승걸 씨가 쓰고 연출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친숙한 동화 '백설공주' 이야기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연극이다. 말 못하는 막내 난쟁이 반달이의 시점에서 백설공주에 대한 애틋한 짝사랑과 순수한 마음을 서정적으로 그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객의 호응도 얻고 있다. 제작진은 대만 공연에 이어 올해 말 중국 투어 공연과 내년 일본에서의 장기공연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말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20개 지방에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가수 유열(유미디어 대표) 씨가 그림형제의 동명동화를 각색해 만든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원작지인 독일 무대에 진출한다. 독일 브레멘 주 정부의 초청으로 6월 4-5일 브레멘 발다우 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이에 앞서 5월3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펜바흐의 카피톨 극장에서도 공연을 한다. 독일 공연에서는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되 대사를 최소화하고, 장면을 설명해주는 독일어 자막을 부분적으로 삽입할 예정이다. 또 독일 배우 한 명을 캐스팅해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음악대장 옆에서 독일어로 극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태평소, 해금, 장구 등 한국 전통 악기도 추가했다. '브레멘 음악대'는 올해 독일 공연을 시작으로 유럽 투어 공연도 추진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투어 공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3.26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제2의 워낭소리' 꿈꾸는 독립영화 한자리

'Made in Jeonju!'.'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로컬시네마 전주' 섹션에서 상영될 전북지역 독립영화 4편을 선정, 발표했다.'로컬시네마 전주'는 전북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을 상영하고 그 성과들을 국내외에 소개하는 섹션. 전주영화제라는 국제적인 자리를 통해 도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2006년 신설됐다.올해 선정된 작품은 '이사하기 좋은 날' '귀로' 'Locker-room(락커룸)' '아이스 커피' 등 4편.김지연 감독의 '이사하기 좋은 날'은 '2007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단편시나리오 부문 대상' '2008 전북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등을 통해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남녀 주인공을 각각 김지연 감독과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함경록 감독이 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이대수 감독의 '아이스 커피'도 '2008 전북독립영화제 다부진상'을 수상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허탈함을 재치있게 풀어낸 작품. 류성규 감독의 '귀로'는 지난해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작품으로, 수몰된 고향을 통해 산업화로 인해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연회귀 본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드라마다.'Locker-room(락커룸)'은 전주영상위원회 영화제작지원 인큐베이션 사업 지원작. 전주대를 졸업한 김동명 감독이 챔피언을 꿈꾸는 복싱선수의 도전을 빠른 템포로 표현했다.조지훈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전주지역 대학과 전주영상위원회, 전북독립영화협회, 전주영상시민미디어센터 등을 통해 40여편을 추천받았다"며 "지역 영화의 수준이 매년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3.25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인 거장 '페레 포르타베야' 전주영화제서 만나다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리는 '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스페인 영화의 숨은 거장 페레 포르타베야 특별전을 마련했다.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바흐 이전의 침묵'이란 작품을 상영,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감독. 프랑코 체제 하의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영화 활동을 해왔으며, 프랑코 총독이 죽은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그가 제작을 맡은 브뉘엘의 '비리디아나'가 프랑코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면서 스페인 내에서 상영 금지되고, 이 영화가 스페인 영화임을 입증하는 모든 공식 문서들이 파기됐던 일화도 유명하다.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포르타베야 감독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루이 브뉘엘, 빅토르 에리세 감독과 함께 스페인 거장 감독 중 하나로 칭송받는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그의 작품세계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지금까지 포르타베야 관련 행사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특별전에는 포르타베야 감독의 장편 전작과 화가 후안 미로, 음악가 카를레스 산토스 등 스페인 예술가들에 관한 단편 연작 등 총 15편의 장·단편이 소개된다. 기존 영화미학을 해체하고 재배치하는 독특한 아방가르드 영화작업을 스페인 영화계의 또다른 전통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다.전주영화제 측은 특별전과 함께 영화제 기간 '감독과의 만남'을 마련하기 위해 감독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3.24 23:02

"10만관객 20편이 250만관객 1편보다 낫다"

"250만명 영화 한 편보다 10만∼20만명 영화 10∼20편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21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포럼 '독립영화, 어디로 가는가'에서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가 한 말이다. '워낭소리'의 상업적 성공은 어느 곳보다 독립영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독립영화계는 이후 '워낭소리'가 미친 영향과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만들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사회자인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과 패널로 참석한 곽 대표, '낮술'의 노영석 감독,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 영화평론가 맹수진씨는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인지도를 높였다고 전제하면서도 독립영화 전체의 발전이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데 입을 모았다.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가 1만명을 돌파할 때면 '조영각 파티'를 여는데 지난해 파티를 딱 한 번 열었다"며 "'우리는 액션배우다'였는데 그마저도 1만2천명으로 끝났다"고 소개했다. 관객 1만명이 들면 제작사와 배급사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3천만원이다. 독립영화라도 총 제작비가 1억원은 되니 1만명이 들어도 적자다. 그러나 독립영화인들은 1만명만 넘어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는데, 그나마 1년간 1번에 그쳤으니 관객 가뭄을 잘 보여주는 예다. 조 위원장은 이를 "우스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평론가 맹수진씨는 "익숙한가, 익숙하지 않은가의 문제인데 지난 10년간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점점 협소화했다"며 관객들이 점점 독립영화를 어렵고 재미없게 느낀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관객이 멀티플렉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부 상업영화들에 더 자주 노출됐고, 그런 영화만 계속 보다보니 다른 영화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양성영화로 불리기도 하는 독립영화가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인적인 소회를 담은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포럼 참석자는 "독립영화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느냐"고 물었고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를 하는 세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 비슷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영화제에서 원하는 영화가 그런 영화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독립영화란 무엇이고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독립영화에 대한 정의도, 해법도 모두 패널들마다 모두 달랐다. 문 감독은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길에 서 있어야 독립영화"라며 "현장에서 고민하고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석 감독은 "영화제에서 잘 통한다는 의식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장르적으로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상영환경이 중요한데 독립영화만 계속 트는 곳은 인디스페이스가 유일하다"며 상영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10만∼20만명 영화 10∼20편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3.23 23:02

"웃고 싶은 사람 모여라"…오키나와영화제

"세계가 경제 위기로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영화제를 통해 세계 곳곳에 웃는 얼굴과 마음의 평화가 널리 퍼져 나가길 기원합니다. 나흘동안 실컷 웃어봅시다."예술 영화의 독무대이던 국제 영화제에서 코미디 영화가 이렇게 호강을 누려본 적이 있었던가? 코미디 영화로 특화된 국제 영화제인 제1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가 지난 19일 개막해 나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남단 오키나와(沖繩)현의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열렸다. 영화제의 슬로건은 '웃음과 평화'(Laugh & Peace). 부실행위원장(한국의 부집행위원장)인 에노모토 요시노리씨가 개막식에서 말한 대로 '실컷 웃어보자'가 영화제의 콘셉트인 셈이다. 콘셉트 그대로 상영작은 대부분 코미디 영화로 가득 차 있다.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과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 일본 영화 '크로우즈 제로2' 등 코미디 영화들이 상영작 목록에 대거 포진했으며 찰리 채프린의 '황금광시대'나 청룽(成龍)의 '취권' 등 코미디의 고전들도 선보였다. 한국 영화로는 2007년 개봉했던 김수미ㆍ임채무 주연의 '못말리는 결혼'(감독 김성욱, 제작 컬처캡 미디어)이 유일하게 초청돼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코미디와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영화제는 분위기에서부터 다른 점잖은 영화제들과 전혀 다르다. '수호천사'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에 출연한 한 뚱뚱한 남자 배우는 영화의 콘셉트대로 천사의 날개를 양 어깨에 달고 레드카펫에 등장해 웃음과 함께 박수를 이끌어냈으며 개막식 사회자들은 서로 칭찬도 하고 구박도 해가며 만담(漫談)을 펼쳤다. 인기 코미디언들이 출연하는 만담 토크쇼가 부대 행사로 열려 흥을 돋웠으며 코미디언들이 직접 연출한 무성영화들이 일본 국내외 영화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격식을 벗어던지고 나니 관객과 스타들 사이의 관계는 한층 좁아졌다. 스타들이 익살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팬들과 안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드문 풍경도 이곳에서는 흔한 일로 보였다. 마음을 열고 잔뜩 웃을 준비가 돼 있는 관객들은 영화제의 또다른 무기다. 스타들을 보려고 레드카펫 주변에 몰려든 팬들도, 극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객들도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영화팬인 오시로 사유리(22ㆍ여)씨는 "코미디 영화의 팬인데 코미디 영화들이 대거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제에 왔다"며 "실컷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영화제처럼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여성이나 환경, 노동, 동성애 등 주제의 측면에서 특화된 영화제는 많지만 장르로 세부화된 경우는 판타스틱 영화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독특한 콘셉트의 영화제가 탄생한 배경에는 바로 영화제를 주최하는 일본 최대 예능 매니지먼트사 '요시모토 흥업'(吉本興業)이 있다. 요시모토 흥업은 일본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독점하다시피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회사다. 소속 연예인들의 수만 해도 800명에 이르며 연습생만 1천명이 넘을 정도다. 연간 2천700여편의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영화 제작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준다는 회사의 목표에 맞게 영화제를 기획한 것"이라며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영화제이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해 행사를 열며 이제 막 돛을 올렸지만 영화제는 곳곳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상영작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웃음'이라는 작은 주제를 '평화'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한 일본 기자는 "영화를 보며 실컷 웃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니 영화제가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홍보를 강화해 일본 국내외에서 낮은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3.23 23:02

[마춘자 여사의 귀향-리뷰]막힘 없는 진행방식

20세기 유력한 독일어권 극작가인 프리드리이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원작으로 한 '마춘자 여사의 귀향'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공연되었다. 전통적인 연극 구조인 처음, 중간, 끝을 3막으로 구성함으로써 서사 진행방식에 무리가 없으며, 장면 연결도 무난했다. 특히 언어를 연극의 중심 질료로 삼았고, 갈등의 서사라인에 따라 감정의 집중이 단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비교적 깔끔했지만 다소 단조롭기도 한 무대였다.원작자인 뒤렌마트의 연극적 관심은 사회나 세계보다 한 개인에 밀착되어 있다. 그에게 세계는 개인적 삶의 총체적 방식의 집합개념인 셈이다. 원작에서 크게 이탈되지 않은 이번 공연작 역시 개인적 자아로서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쇠락한 도시에 40년 만에 귀향한 거부 마춘자의 출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술렁거린다. 개인의 출현이 사회의 내적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마춘자의 귀향은 본격적으로 연극세계를 가동시키는 엔진 역할을 한다. 아울러, 시장과 시민에게 '정의'를 사는 대가로 1조원을 기부하겠다는 마춘자의 제안에 시장과 시민들의 반응 그리고 마춘자와 시민들의 초점인물인 오태균의 대응방식이 일종의 '맥거핀 효과'를 이루면서 연극은 차근차근 오태균의 행동적 귀결점으로 향한다.인물을 시야의 중심에 놓고 볼 때, 마춘자, 오태균 그리고 시민들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연극은 각자 자기욕망의 동선긋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객은 인물들의 주어진 상황을 대응해 나가는 방식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젊은 날, 오태균이 마춘자에게 가했던 훼손된 사랑과 증인을 매수한 비겁함, 이에 배신감을 안고 그녀는 고향을 떠나버린다. 배신의 칼날을 별러 다시 찾은 고향에서 그녀의 복수, 같은 시민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의 오태균에 대한 배신 등 사건의 한복판에는 물질이 자리하고 있다. 오태균이 마춘자를 배신한 것도, 시민들이 오태균의 죽음을 담보로 마춘자의 기부금을 받으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의 위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물질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고 했던가. 개인의 엄청난 재력으로 세계의 질서를 지배하려 드는 마춘자나 그런 그녀의 출현이 지독한 가난을 제거할 기회라며 이웃인 오태균을 살인하는 모습 등은 물질 앞에서 가차없이 실종되는 인간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오태균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내는 그를 제거해 기부금을 받고자 하는 존재의 부조리성. 이런 면에서 뒤렌마트는 2차 대전 이후 이오네스코나 베케트보다 한발 앞서 부조리극의 씨앗을 뿌렸다고 할 수 있다. 귀향 모티브를 통해 인간의 부조리한 존재방식을 묻는 공연작은 물질 앞에서 정신은 한없이 왜소해질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성찰적인 주제를 견고한 구조와 안정감 있는 인물 설정이 효과적으로 뒷받침되어 설득력 있게 공연되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우선 연극이 반드시 언어 중심으로 전달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세계연극은 표나게 이미지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연극은 보고 듣는 맛이 있어야 한다. 배우들의 절묘하고 심오한 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소리나 음향, 음악 요소 등 청각기호와 배우의 몸짓, 움직임, 표정, 동선 그리고 무대장치의 구성 등 시각기호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더라면, 주제가 보다 연극적이고 심도있게 구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이원희 (극작가·연극평론가 /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

  • 영화·연극
  • 이화정
  • 2009.03.23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