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지에 미친 사람들 - 임권택의 한지 프로포즈 '달빛 길어 올리기'-
지금 전주는 '달빛'에 흠뻑 취해 있다. '한지에 미친 사람들'이 "달빛을 길어 올리자"고 아우성치고 있다. 천년을 견디는 우리의 종이 전통한지를 소재로 한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가 오는 17일 전국 극장가에서 일제히 개봉하기 때문이다.'달빛 길어 올리기'는 촬영 전부터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흔다섯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0, 그리고 첫 번째 디지털 작품으로 촬영한 영화로 전주를 주 무대로 지난 3년여에 걸쳐 제작됐다.이 영화는 시청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이 전주사고(史庫)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조선왕족실록의 복본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년한지를 재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지 장인들과 한지 다큐 감독인 지원(강수연), 그리고 한지공예가이면서 반신불수의 몸이 된 필용의 아내 효경(예지원)과 좌충우돌하는 삶의 애환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천년한지를 재현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극영화다.사실 지금 이곳 전주에는 한지에 미친 사람들이 참 많다. 시청에 영화 로케팀과 한지팀이 그렇고, 간부, 시장 할 것 없이 모두가 한지에 미쳐 있다.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 미쳐있고, 임권택 감독과 배우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안병경, 장항선 등이 또 그렇다.不狂不及(불광불급),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미쳐있는(狂) 사람들은 한지에 완전하게 미친(及) 한지의 진짜 전문가요, 장인들이라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스티븐 잡스의 애플사가 IT업계의 장인이라면 전주는 한지, 한식, 한옥 등 전통문화의 장인이다. 누군가 세상에 둘도 없는 것들을 참 많이도 갖고 있는 도시, 전주를 오리지널리티의 공간이라 했던가. 그러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한옥마을은 '한국관광의 별', '국제슬로시티', '으뜸 명소' 등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우뚝 섰다. 이러한 한옥마을을 중심 배경으로 임권택 감독이 한지와 교우하며, 천년을 갈 법한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로 영화사에 길이 빛날 또 하나의 큰일을 냈다.영화와 한지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지 아니한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전통 한지가 한 겨울 달빛을 머금은 차가운 폭포수 속에서 탄생되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겨울 촬영을 강행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을 통해 장인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달빛을 닮은 천년 전통한지를 떠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한지의 우수성을 지금까지의 영화와 다른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또한 이 영화는 우리 전주의 자연과 풍경, 맛깔스런 정취를 가득 담아내고 있으며, 영상미 또한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게다가 각 지역의 영화제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카메오로 우정 출연한 점도 매우 흥미롭다.아시아 제일의 영화 도시 전주에서 전통한지를 스크린에 마음껏 담아낸 '달빛 길어 올리기'는 전주시민이라면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국민영화'라 감히 추천하고자 한다. 한국 영화의 거장이 만든 영화를 전주시(영화제조직위원회)가 주도했다는 것은 '영화의 도시' 전주가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 굳건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오는 17일 우리 곁을 찾아오는 '달빛 길어 올리기'를 통해 65만 시민 모두가 천년 전주의 자긍심을 힘차게 길어 올려보자./ 노학기(전주시 신성장산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