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만금 기업유치 전략은 클러스터화
애플, 구글, 휴렛패커드, 오라클, 시스코. 미국이 자랑하는 정보통신분야 세계 일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서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최초의 클러스터(Cluster) 실리콘밸리를 모태로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것이다.클러스터를 우리말로 바꾸면 '산업집적지'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기업의 집적을 넘어서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등 지원기관이 모여서 정보가 공유되고 가치가 창출되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공간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충무로'하면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말로, 바로 이 충무로가 영화제작사와 영화관, 배급사, 투자회사 등이 모여서 형성된 일종의 클러스터이다. 전북도를 보면 전주한옥마을은 우리 전통문화와 주택, 음식이 어우러지는 한국문화의 클러스터이고, 익산은 발효식품을 기반으로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가는 국가 식품산업의 클러스터라 할 수 있다.예전에는 공단, 산업단지라 불리던 것을 경영학의 석학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1990년대에 클러스터를 강조하면서 유행처럼 쓰이게 된 이후, 전 세계가 산업단지를 클러스터로 탈바꿈하여 지식창출과 기술혁신을 목표로 치열한 경제 전쟁을 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클러스터간 경쟁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 초기인 1960년대에 세운 울산공단,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지금 전국에는 48개의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있다. 이들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제조업 총생산의 37%, 총 수출의 44%, 총고용의 22%를 차지할 만큼 국가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지를 더욱 고도화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클러스터화가 절실하다.새만금의 선도사업인 새만금산업단지의 기업유치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도 '새만금산업단지를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이끌 「녹색성장의 교과서」로 자리매김 시킬 기업유치전략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거듭하였고, 그 해답을 '클러스터'에서 찾았다. 기존의 산업단지가 단순히 기업들이 모이는 공단(工團)이었고 따라서 기업유치 전략도 개별기업 유치에만 한정되었다면, 새만금산업단지는 산업별로 기업과 연구기관, 협력업체, 인증기관을 넝쿨째 유치하여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지금 새만금산업단지는 태양광, 풍력, 조선해양, 자동차부품 클러스터 구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기본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주)를 주축으로 연관 기업들을 집적화할 계획이고, 풍력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부품업체를 유치하고 시범사업을 통하여 사업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조선해양은 군산대 인재양성센터, 조선기자재연구원을 핵심으로 고부가가치 조선, 해양 플랜트, 요트, 위그선 기업들을 집적화할 계획이다. 자동차부품은 전북도가 경쟁력을 보유한 상용차 부문을 강화하고 도가 추진 중인 미래그린상용차부품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관련 대기업과 협력업체 및 연구소를 동반 유치할 계획이다.새만금산업단지가 1공구 매립 공사를 시작으로 조성단계에 있어서 기업에게 실질적으로 토지를 공급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기업의 수요에 맞춰 산업단지를 사전 주문형으로 공급하고 금융지원 방안도 간구하여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이런 노력들이 하나둘 결실을 맺는다면 새만금산업단지는 녹색산업의 클러스터화와 기존 산업의 그린화 클러스터가 동시에 조성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녹색성장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전국 여타 산업단지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한국형 클러스터화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이환주(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산업본부장 )